뒤틀린 현실을 우울한 유머로… 오늘 개막 부천국제만화축제서 특별전 최규석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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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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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석 작가의 데뷔작 ‘공룡 둘리’. 길찾기 제공
최규석 작가의 데뷔작 ‘공룡 둘리’. 길찾기 제공
둥글둥글한 유머로, 때로는 날 선 비판으로 폐부를 찌르는 ‘공룡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 ‘습지생태보고서’의 작가 최규석.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제공
둥글둥글한 유머로, 때로는 날 선 비판으로 폐부를 찌르는 ‘공룡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 ‘습지생태보고서’의 작가 최규석.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제공
2003년 아기공룡 둘리의 탄생 스무 돌을 기념해 명예 주민등록증이 발급될 무렵, 만화계 일대에 파란을 일으킨 대학생이 있었다. 만화가 최규석(35)의 상명대 만화과 졸업작품 ‘공룡 둘리’는 확실히 문제작이었다. 초록빛 아기공룡을 추레한 국방색 파충류로 설정한 뒤 프레스에 마법의 손가락까지 잘린 이주노동자로, 허영심 많은 또치는 매춘부로, 희동이는 교도소를 들락거리는 폭력전과자로 그려놨기 때문이다.

처절한 현실에 섞인 우울한 유머는 데뷔작 ‘공룡 둘리’ 이후로도 계속됐다. 2년 후 자취방 경험을 살려 발표한 ‘습지생태보고서’로 그는 스타 만화가 반열에 올랐다. 이 작품은 올해 6월 KBS2 ‘드라마스페셜’로도 제작됐다. 제목만 본 사람들은 “요즘 환경 만화책도 내고 좋은 일 하네”라고 엉뚱한 덕담을 건넸지만, 여기서 ‘습지’는 비가 새들어 축축한 반지하 자취방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단어였다.

만화입시생들의 좌충우돌을 담은 ‘울기엔 좀 애매한’으로 지난해 부천국제만화축제(Bicof) 대상을 수상했던 최 작가의 특별전이 15일 개막하는 이 만화축제에서 열린다.

부리부리한 눈매와 질끈 묶은 꽁지머리, 짙은 콧수염. 최근 경기 부천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서 만난 그는 강렬한 인상만큼 생각도 뚜렷했다. 하지만 그가 그리고 싶어 하는 건 ‘모호하고 애매한 것들’이라고 했다.

“제가 관심을 갖는 건 분노라든가 우애, 사랑 이런 이름이 붙어 있는 통속적이고 전형적인 감정들을 제외한 느낌들, 말로 설명하면 찌질해지고 사소해지는 상황들이에요. 입이 있어 외치지만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도 제 작품의 단골 소재입니다.”

그는 불편한 진실을 능청스럽게 전달하는 재주가 있다. 군대 행정실 ‘의자’가 전화 줄에 목을 매 자살하는 이야기로 부속물 취급을 받는 군인들의 삶을 풍자한 ‘자살 방조’(2004), 가위바위보로 사회의 모든 규칙을 전하는 이야기가 담긴 우화집 ‘지금은 없는 이야기’(2011)가 대표적이다.

최 작가는 사회 비평집이나 평론서를 많이 읽는다고 했다. 최근엔 진보 논객 6명이 쓴 ‘우파의 불만’(글항아리)을 읽었는데 (다문화사회를 비판하는) 반(反)이주론자들의 담론을 분석한 박권일 씨의 글이 반가웠다고 소개했다. “이전부터 반이주론자들이 진화하고 있다고 지적해 왔는데 이자스민 씨가 국회의원이 되고 (조선족 오원춘의) 수원 여성 살인사건이 터지면서 뒤늦게 이슈가 되더군요. 얼마 전 불거진 컨택터스 사건 같은 용역폭력 문제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어요.”

사회 정의에 관심이 많은 그가 만화가로서 그리고 싶은 만화는 재미있는 만화다. “진지한 주제를 재밌게 푸는 건 스토리텔링이 가진 힘이죠. 모든 소통의 생명은 재미입니다. 제 만화가 재미있게 널리 읽혔으면 좋겠어요.”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부천국제만화축제#최규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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