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에 ‘책 보는 법’ 연재 중인 강창래 작가 “좋은 책? 좋아하는 책 읽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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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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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책을 고르는 가장 쉬운 방법은 ‘잘 차려놓은 밥상’ 앞에 앉는 것. 이른바 ‘올해의 책’ ‘○○대 권장도서 100선’ ‘꼭 읽어야 할 고전시리즈’ 등은 목록만 살펴봐도 유식해지는 느낌이다. 문제는 재미와 소화능력. 다종다양한 ‘좋은 책(혹은 좋다고들 하는 책)’이 반드시 흥미롭게 읽히거나 충실히 이해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북 칼럼니스트 강창래 작가(53)는 둘 사이의 간극을 날카롭게 지적해왔다. 16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나를 위한 책, 내가 좋아하는 책을 선택하는 것으로 책을 보는 관점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작가는 1일부터 페이스북에서 ‘강창래의 책이야기: 책을 보는 10가지 관점’을 연재하고 있다. 그는 “책의 홍수시대에 ‘읽기 전에 고르는 방법’을 독자들에게 알려주고 책에 대한 고정관념과 오해를 바로잡기 위한 것”이라고 연재 동기를 밝혔다.

연재 첫 순서로 선보인 ‘포르노 소설이 프랑스 대혁명을 일으켰다고?’는 프랑스 민중이 계몽주의자들의 위대한 저작물보다 비슷한 시기에 쓴 ‘그들의 포르노그래피’를 읽었으며 이것이 곧 1789년 프랑스 대혁명의 단초가 됐다는 내용. 대표적인 예가 1761년 장 자크 루소가 쓴 연애소설 ‘신(新)엘로이즈’다. 독자들이 귀족과 평민, 계급이 다른 두 주인공의 비극적인 사랑을 통해 사회개혁의 필요성을 공감했다는 설명이다. “1년 뒤 출간된 사회계약론은 혁명 이전에 베스트셀러였지만 읽은 사람이 주로 지식층이고 많이 잡아야 100명 정도였습니다. ‘신엘로이즈’는 115쇄를 찍었고 출판업자들이 책을 못 대 시간당 대여료를 받고 빌려줄 정도였어요. 대부분의 사람이 ‘북 콘서트’처럼 낭독 형식으로 독서를 즐겼다는 걸 감안하면 영향력이 어마어마했던 셈이죠.”

2부에선 ‘아무도 읽지 않은 책에서 과학혁명이 시작되다’, 3부에선 ‘시대의 지배구조와 타협하며 살아남은 고전들’을 다룰 예정이다. 그는 “고전이 지배계층에 적응하지 않았다면 살아남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권위자나 전문가들이 좋다고 해서 의심 없이 넘어가선 안 된다. 전공자에게나 고전이지 모두에게 고전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부 권장도서, 필독도서 목록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그런 도서 목록은 죄책감만 심어줍니다. ‘100권 읽기’ 같은 독서운동이 활발했던 1990년대에 자란 세대들이 외려 책과 멀어진 이유는 텍스트에 대한 달콤한 기억이 없기 때문입니다. 강요하지 마세요. 책은 종착점이 아니라 스쳐 지나가는 정류장 같은 겁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페이스북#강창래#좋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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