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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2회 접종을 완료한 사람을 대상으로 면역력을 높이기 위한 추가 접종(부스터샷)이 본격화하고 있다. 델타 변이 등 전파력이 높은 각종 변이 바이러스가 유행하면서 백신 접종 선진국에서도 코로나19 재확산이 뚜렷한 탓이다. 하지만 대다수 빈곤국과 개발도상국이 여전히 백신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 선진국들이 부스터샷까지 계획하고 나서면서 백신 양극화가 갈수록 더 심해지는 것에 대한 비판도 많다. 마이클 라이언 세계보건기구(WHO) 긴급대응담당 이사는 18일 “부스터샷은 이미 여러 벌의 ‘추가 구명조끼(extra lifejackets)’를 갖고 있는 사람에게 여분의 구명조끼를 나눠주는 것”이라며 “다른 사람을 단 하나의 구명조끼 없이 익사하게 내버려둘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선진국의 백신 독식을 질타했다. 국제 통계 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17일까지 세계 인구의 31.7%가 백신을 1회 이상 접종했다. 뒤집어 말하면 세계인 10명 중 약 7명은 아직 백신을 한 번도 맞지 못했다는 뜻이다. 선진국의 ‘자국 우선주의’로 코로나19 종식은 더 늦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일부 국가가 부스터샷으로 집단 면역을 달성해도 저개발국의 백신 접종이 더디면 변이 바이러스가 계속 출현하고 전염병 대유행 또한 국경을 넘어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각국 부스터샷 속속 시작 부스터샷(booster shot)은 시간이 지나면서 줄어드는 백신의 예방 효과를 다시 늘리기 위해 접종 완료 후 추가로 맞는 모든 백신을 의미한다. 부스터샷 논의는 올해 초 남아프리카공화국발 베타 변이가 확산되면서 시작됐다. 2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는 CBS 인터뷰에서 “코로나19가 퇴치되지 않는 한 앞으로 추가 접종이 필요할 것”이라며 일찌감치 부스터샷을 예고했다. 면역 취약층은 1, 2차 접종만으로는 백신 효과를 제대로 얻지 못한 데다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 역시 기존 백신의 보호막을 피해 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후 미국, 영국, 이스라엘 등 백신 접종률이 높은 국가에서도 변이 바이러스로 일일 신규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부스터샷 접종이 본격화했다. 이스라엘은 지난달 12일 세계 최초로 부스터샷 접종을 시작했고 이후 접종 대상자를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부스터샷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60세 이상 면역력 취약계층이 대상이었는데 지난달 30일 ‘2회 차 접종 5개월이 지난 60세 이상’으로 넓혔다. 이달 13일부터는 50세 이상 접종을 시작했고, 19일부터는 40세 이상 성인과 교사로도 확대했다.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16일 기준 이스라엘의 부스터샷 접종자는 약 105만 명으로 전체 인구 930만 명의 약 11%에 달한다. 코로나19 백신 1회 접종률이 아직 한 자릿수인 나라가 적지 않은데 부스터샷 접종률이 두 자릿수를 기록할 만큼 접종 속도가 빠른 이유로 14일부터 적용된 ‘24시간 주 7일’ 체제가 꼽힌다. 이스라엘은 병원이 열리지 않는 밤과 새벽 시간에도 백신을 접종받을 수 있는 이동 차량을 전국 곳곳에 속속 설치하면서 접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세계 최대 감염국인 미국도 부스터샷을 결정했다. 18일 미국 보건복지부 등은 “다음 달 20일부터 모든 미국인을 대상으로 부스터샷을 제공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번 부스터샷의 1차 대상자는 화이자, 모더나 백신 2회 접종을 마친 지 8개월이 지난 18세 이상 성인 1억5500만 명이다. 접종에는 대상자가 1, 2차에 맞은 백신과 같은 종류의 백신이 쓰인다. 독일은 다음 달 1일부터 면역 취약층, 고령층, 요양시설 거주자, 아스트라제네카 및 얀센 백신 접종 완료자를 대상으로 부스터샷을 시작한다.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만 쓰인다. 프랑스 역시 다음 달 15일부터 올해 1, 2월 백신 접종자 중 면역 취약층과 고령층을 대상으로 부스터샷을 맞게 한다. 종류는 미정이나 화이자가 유력하다. 영국은 다음 달 6일부터 면역 취약층을 대상으로 부스터샷을 접종한다. 영국은 교차 접종이 면역 반응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기존에 접종했던 자국산 아스트라제네카가 아닌 화이자를 부스터샷 백신으로 선택했다. 50대 이상을 대상으로 부스터샷을 접종할지도 논의하고 있다. 일본 역시 이르면 10월, 늦어도 내년에 부스터샷을 진행한다. 백신 접종 업무를 담당하는 고노 다로(河野太郞) 행정개혁담당상은 19일 미국과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도 의료진 등이 2차 접종을 마치고 8개월 후에 부스터샷을 맞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2월 접종을 끝낸 의료 종사자는 10월에 접종 후 8개월이 된다. 후생노동성의 판단을 기다려야 하지만 필요하면 곧바로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며 연내 부스터샷 가능성을 거론했다. 20일 마이니치신문은 정부가 내년 2월 말까지로 예정된 코로나19 백신 무료 접종 기간을 연장해 3차 접종 또한 무료로 받을 수 있게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은 화이자, 모더나와 각각 1억2000만 회분, 5000만 회분의 부스터샷용 백신 추가 공급 계약도 체결했다. 터키 등 중국산 백신의 낮은 효능에 고민하는 일부 국가 역시 화이자 백신을 추가로 맞는 3, 4차 접종을 시작했다. 터키 보건부는 최근 중국산 시노백 백신을 1, 2차 접종한 사람들에게 추가 백신 접종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터키는 올 1월부터 접종한 시노백 백신의 코로나19 예방률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자 최근 시노백 백신 접종자가 화이자 백신을 2회 추가로 맞을 수 있도록 허용했다. 다만 터키의 3, 4차 접종은 시노백 백신의 낮은 효과 때문이어서 부스터샷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높은 예방 효과는 입증여러 연구 결과에서 부스터샷의 효능은 충분히 입증되고 있다. 18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60세 이상 부스터샷 접종자의 코로나19 예방 효능은 86%에 달했다. 이스라엘 보건당국은 화이자 부스터샷을 맞은 60세 이상 14만9144명 중 코로나19 감염자는 37명이었다고 밝혔다. 반면 2회 접종 완료자 67만5630명 중에서는 1064명의 감염자가 나왔다. 당국은 “두 집단 모두 올해 1, 2월 2차 접종을 했고 접종자의 인구통계학적 특성도 비슷하다”며 신규 감염자 비율에서 부스터샷의 예방 효과가 충분히 입증된다고 진단했다. 미국 제약사 화이자가 최근 미국 보건당국에 제출한 부스터샷 초기 임상시험 자료 역시 마찬가지다. 화이자는 코로나19 백신 2회 접종 완료자가 2회 접종 후 8, 9개월이 지난 후 3차 접종을 했을 때 면역 재활성화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알베르트 부를라 화이자 최고경영자(CEO)는 “백신을 3회 접종한 결과 2회 접종보다 훨씬 많은 항체가 만들어졌다”며 부스터샷이 델타와 베타 변이 바이러스에 모두 효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우우르 샤힌 독일 바이오엔테크 최고경영자(CEO)도 “우리 백신의 3차 접종이 변이 바이러스에 높은 수준의 예방 효과를 나타냈다”고 했다. 평소 면역 억제제를 투여하는 장기이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다. 11일 AP통신에 따르면 캐나다 토론토 보건연구기관 유니버시티헬스네트워크(UHN)는 미국 모더나 백신 2회 접종을 완료한 장기이식 환자 120명을 대상으로 2차 접종 2개월 후 60명에게는 3차 접종을 하고 나머지 60명에게는 위약만 투여했다. 그 결과 3차 접종자의 55%는 상당한 수준으로 항체가 형성됐는데 위약이 투여된 환자는 그 비율이 18%에 그쳤다. 특히 부스터샷 접종자는 중증 질환 예방을 돕는 T세포도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 백신 양극화·가격 인상 불가피세계 백신 양극화 속에서 일부 선진국이 백신을 독식하는 상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특히 화이자와 모더나 등 소수 제약사가 폭리를 취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에이즈보건재단(AHF)을 비롯한 미국 시민단체는 17일 뉴욕 맨해튼의 화이자 본부 앞에서 화이자, 모더나 등 주요 백신 제조사들이 전염병 대유행 국면에 폭리를 취하고 있다며 누워서 죽은 척하는 항의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전염병으로 특정 회사가 폭리를 취하면 안 된다며 “백신 가격을 낮추고 특허와 기술을 공유해 백신 생산을 전 세계적으로 확대하라”고 촉구했다. 실제 화이자와 모더나는 최근 2023년까지 유럽연합(EU)에 공급하는 백신 가격을 큰 폭으로 인상했다. 1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화이자가 기존 회당 15.5유로(약 2만1300원)였던 백신 가격을 19.5유로(약 2만6700원)로 25.8% 올렸고, 모더나 역시 22.6달러(약 2만6600원)에서 25.5달러(약 3만 원)로 12.8% 높였다고 보도했다. 두 제약사는 자사 백신이 영국 아스트라제네카, 미국 얀센 백신보다 예방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나타나자 EU와 공급가를 재협상해 가격을 대폭 올렸다. 최근 영국 정부 또한 화이자에 내년 부스터샷을 위한 백신 10억 파운드(약 1조6000억 원)어치를 주문했다. 이번 주문의 백신 가격 역시 이전 계약보다 약 20% 높다. 특히 영국은 EU가 최근 화이자 등과 향후 2년간 쓰일 9억 회분의 백신 계약을 맺으면서 같은 양을 추가로 구매할 수 있는 조건까지 넣었다는 소식에 조바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국이 소수 제약사에 매달리면서 백신 가격 추가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주요 제약사 또한 부스터샷 판매로 천문학적인 규모의 추가 수익을 올릴 가능성이 크다. 화이자는 올해 이미 백신 판매로만 330억 달러(약 38조84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구촌의 ‘백신 빈익빈 부익부’도 한층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브루스 에일워드 WHO 선임고문은 18일 “전 세계의 코로나19 백신은 충분하지만 올바른 순서를 통해 제대로 된 장소에 가지 못하고 있다”며 “수십억 명이 초기 투약을 받지 못했고 저소득 국가에서는 인구의 5% 미만만 접종했다”며 백신 양극화를 우려했다. 델타 변이가 기존 변이보다 돌파 감염을 더 잘 일으키는 것은 맞지만 우려할 수준은 아니고,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은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돼도 대체로 증상이 경미한 만큼 코로나19의 빠른 종식을 위해서라도 전 세계가 부스터샷이 아닌 미접종자의 접종에 합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 또한 “백신 불균형 해소를 위해 부스터샷 접종을 미뤄 달라. 많은 사람이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국가의 부스터샷 접종은 양심의 가책을 느껴야 할 부분”이라고 선진국에 연일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강제력 없는 그의 말이 ‘대답 없는 메아리’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법원이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을 거부하고 있는 미쓰비시중공업의 물품대금 채권에 대해 추심 명령을 내림에 따라 피해자들은 미쓰비시 측의 불복 여부와 상관없이 배상금을 받기 위한 추심 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됐다. 법조계에선 대법원이 2018년 “미쓰비시중공업이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라”고 확정 판결을 내려 추심 소송에서도 승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배상금 직접 받아내는 추심 소송 가능수원지법 안양지원은 12일 미쓰비시중공업이 한국 기업 LS엠트론으로부터 받기로 되어 있던 8억5000여만 원의 물품대금 채권에 대해 압류 및 추심 명령을 내렸다. LS엠트론이 미쓰비시중공업에 지급해야 할 금액이 존재한다면 그 중 배상금에 해당하는 금액을 미쓰비시가 아닌 피해자들에게 지급해야 한다고 법원이 결정한 것이다. 강제징용 관련 배상 책임이 있는 일본 기업을 상대로 자산 압류가 일부 이뤄지긴 했지만 이번 법원 결정은 실질적 배상에 가장 근접한 조치가 취해진 것이다. 피해자들이 배상금을 지급받으려면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우선 LS엠트론이 추심 명령에 따라 미쓰비시중공업에 줄 8억5000여만 원을 피해자들에게 지급할 수 있다. LS엠트론은 이에 대해 아직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LS엠트론은 18일 “우리가 거래하는 회사는 미쓰비시중공업이 아니라 미쓰비시중공업엔진시스템”이라며 “두 회사가 동일 회사인지 확인한 다음에야 법원의 (추심) 통보에 어떻게 따를지 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만약 LS엠트론이 법원의 명령을 거부할 경우 피해자들이 LS엠트론을 상대로 “해당 금액을 지급하라”며 법원에 추심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피해자들의 추심 소송이 18일부터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추심 소송은 추심 명령의 효력이 발생해야 제기할 수 있는데, 법원이 내린 추심 명령의 효력이 18일 발생했다. 민사집행법에 따르면 추심 명령은 제3채무자에게 송달되기만 해도 효력이 발생하는데, 18일 명령문이 제3채무자인 LS엠트론에 송달됐다. 법원이 추심 소송에서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줄 경우 “LS엠트론이 미쓰비시중공업에 지급할 금액이 존재하므로, 그중 배상금만큼을 피해자들에게 지급해 추심 명령을 이행하라”는 판결을 내리게 된다. 미쓰비시중공업이 이번 법원 명령에 불복해 항고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추심명령의 효력이 유지되기 때문에 피해자들은 LS엠트론을 상대로 추심 소송을 해 배상금을 받아낼 수 있다. 법원이 미쓰비시중공업의 항고를 받아들여 “추심 명령은 위법하다”고 결정하면 추심 명령의 효력이 상실돼 추심 소송도 무효화될 순 있다. 하지만 이미 대법원이 2018년 미쓰비시 측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이상 미쓰비시의 항고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낮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 실제 배상금 지급까지는 2, 3년 걸릴 듯다만 피해자들이 실제 배상금을 지급받기까지는 2, 3년 가량 걸릴 수 있다. 우선 미쓰비시중공업이 압류·추심 명령문을 송달받기를 거부하면서 1년 가까이 시간을 끌 수 있다. 법원이 “명령문을 받아본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결정해도 미쓰비시가 법원 명령에 불복해 항고하면 대법원 판단이 나오기까지 추가로 1년이 걸릴 수 있다. 피해자들이 LS엠트론을 상대로 추심 소송을 제기해도 이 소송을 맡은 재판부가 “미쓰비시 측 항고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이 나온 뒤에 판결을 내리겠다”고 방침을 정하면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 이번 법원 결정으로 배상금이 지급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일본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관방장관은 19일 기자회견에서 “한국 대법원 판결 관련 사법 움직임은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며 “만약 (미쓰비시중공업 자산의) 현금화에 이르게 되면 일한(한일) 관계에 심각한 상황을 초래하므로 피해야 한다는 것을 한국 측에 반복해서 전하고 있다”고 했다. 미쓰비시중공업 측은 “현재 법원의 판단 내용을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NHK가 19일 보도했다. 외교부는 19일 “관련 동향을 주시 중”이라면서 “피해자 권리 실현 및 한일 양국관계를 고려하면서 합리적 방안을 찾기 위해 일본 측과 긴밀히 협의 중에 있다”고 밝혔다.박상준 기자 speakup@donga.com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또다시 일본 공영방송 NHK를 통해 일본 전역에 ‘동해 바다’로 시작하는 한국어 교가가 울려 퍼졌다. 그것도 두 시간 차이를 두고 두 번이나 방송을 탔다. 제103회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여름에 열리는 고시엔)에 처음 출전한 한국계 민족학교인 교토국제고가 19일 첫 경기에서 군마현 대표 마에바시이쿠에이(前橋育英)고를 1-0으로 꺾었다. 승리를 결정지은 후 교토국제고 선수들은 전광판을 바라보며 그라운드에 도열했다. 교가가 울려 퍼지자 나지막이 따라 불렀다. 교토국제고 선수 40명은 모두 일본인이다. 하지만 1학년 입학 후 오리엔테이션 때 가장 먼저 배우는 게 한국어 교가다. 이날도 선수들은 한국어 발음을 문제없이 소화했다. 1915년부터 시작돼 100년 이상 역사를 가진 여름 고시엔에서 한국어 교가가 울려 퍼진 건 처음이다. 고시엔 첫 경기의 경우 경기 중간에 각 학교 교가가 연주되고, 경기 후 승리 팀의 교가가 다시 울린다. 두 번째 경기부턴 승리했을 때만 1차례 교가가 울린다. NHK는 교가를 내보내면서 한글 자막 옆에 괄호로 일본어 번역본을 병기했다. 한글로 된 고유명사 ‘동해’를 일본어로 ‘동쪽의 바다(東の海)’로 번역했다. 교토국제고는 음원만 제출한 점을 감안하면 대회 관계자들이 우익 등의 반발을 우려해 ‘동쪽의 바다’로 표기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고교야구 대회는 봄과 여름 고시엔이 양대 산맥이다. 1999년에 창단된 교토국제고 야구부는 작년까지만 해도 고시엔에 진출한 적이 한 번도 없지만 올해 3월 봄 고시엔에 처음 진출해 1승을 올렸다. 이번 여름 고시엔까지 출장해 또다시 1승을 올린 것이다. 교토국제고는 학생 수 130여 명, 마에바시이쿠에이고는 1500여 명이다. 이날 경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책 일환으로 일반 관중 없이 학교 관계자들만 응원에 나섰다. 박경수 교토국제고 교장은 “오히려 다행이다. 대규모 학교는 졸업생들이 대거 응원에 나오기 때문에 우리에게 불리하다”고 말했다. 다음 경기는 후쿠오카 대표 니시니혼단기대 부속 고교와 히가시(東)도쿄 대표 니쇼가쿠샤대 부속 고교의 승자와 23일 열린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한국의 민주화 운동과 일본의 전쟁 책임을 묻는 작품을 꾸준히 그린 일본 여류 화가 도미야마 다에코(富山妙子·사진)가 18일 노환으로 별세했다고 아사히신문 등이 보도했다. 향년 100세. 1921년 고베에서 태어난 그는 12세부터 6년간 아버지를 따라 일본이 점령한 만주에서 생활했다. 당시 일제의 식민지배 실상을 목격했고 1938년 귀국한 뒤 도쿄 여자미술학교(현 여자미술대학)에 입학했다 중퇴했다. 2차 세계대전 중 화가의 길을 걷기 시작해 전쟁이 끝난 후부터 일제의 식민지배를 소재로 다양한 작품을 발표했다. 특히 그는 1980년 5월 한국 광주에서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민들에게 군이 총을 쏜 것을 주제로 판화 시리즈 ‘쓰러진 자를 위한 기도 1980년 5월 광주’를 만들었다. 이 작품은 오사카, 교토, 고베, 홋카이도 등 일본 곳곳에서 전시됐다. 앞서 그는 1974년 김지하 시인을 주제로 한 판화 작품집 ‘묶인 손의 기도’를 제작하는 등 한국의 민주화 운동을 주제로 여러 작품을 만들었다. 이로 인해 1978년부터 약 15년 간 한국 입국을 거부했다. 일본의 가해(加害) 책임을 묻는 작품도 다수 발표했다. 1995년 7월 서울에서 ‘종군 위안부를 위한 진혼곡’이라는 주제로 일본군 위안부와 강제징용 등과 관련된 유화와 판화 70여점을 전시했다. 고인은 한국 민주화 운동을 지원하고 알린 공적을 인정받아 올해 6·10 민주항쟁 기념일 때 한국 정부로부터 국민포장을 받았다. 현재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박물관에서는 고인이 제작한 유화, 판화, 콜라주, 스케치, 영상 등 약 170점을 선보이는 기획전 ‘기억의 바다로: 도미야마 다에코의 세계’가 열리고 있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탈레반을 합법 정부로 인정할지를 놓고 주요국이 미묘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유럽 주요국은 탈레반의 인권침해, 테러단체 지원 전력 등을 문제 삼아 거부감을 드러내지만 중국은 영향력 확대를 위해 탈레반에 손을 내밀고 있다. 아프간전에 군대를 투입했던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는 17일 “아무도 탈레반 정권을 인정하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가 단합된 모습을 보여 아프간이 다시 테러의 땅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끔찍하다’는 표현까지 쓰면서 탈레반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역시 테러 증가의 가능성을 우려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또한 “그들은 제대로 선출된 민주정부를 무력으로 무너뜨렸다. 탈레반을 아프간 정부로 인정할 계획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미국은 탈레반의 행동을 좀 더 지켜보겠다는 생각이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2021년의 탈레반이 2001년의 탈레반과 다르다고 생각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앞으로 지켜봐야 한다. 탈레반 스스로가 어떤 존재가 될 것인지를 국제사회에 증명해야 한다”고 했다. 대(對)테러 대응이나 여성 인권 증진 등 서방 세계가 중시하는 분야에서 진정한 변화를 보여줄지를 보고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과거 탈레반을 합법 정부로 인정하지 않았던 일본은 새 정부의 태도, 타국 동향을 지켜보면서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는 이날 “미국 등 관계국과 연대해 대응해 나가겠다”는 원론적 반응을 보였다. 다만 외무성 간부는 요미우리에 “과거처럼 인권 침해를 되풀이하면 (정부) 승인은 힘들 것”이라고 했다. 반면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곧 들어설 아프간 새 정권’이라는 표현을 써서 탈레반에 힘을 실었다. 그는 16일에도 “탈레반이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자세로 이슬람 정부를 구성하겠다고 밝힌 점에 주목한다”며 두둔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존슨 영국 총리는 다음 주 주요7개국(G7) 화상 정상회의를 열고 아프간 사태의 향방을 논의하기로 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세계적인 팝 아트 작가인 구사마 야요이(草間彌生·92)의 대형 조각 ‘호박’이 9호 태풍 루핏의 영향으로 바다에 빠져 파손됐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일본 가가와현 세토내해의 예술섬 나오시마 선착장에 놓여 있던 예술작품 ‘호박’이 9일 오전 10시 30분쯤 태풍의 영향으로 바다에 떠내려갔다. 이 작품은 나오시마의 상징과 같은 존재다. 노란 호박을 모티브로 한 것으로 높이 2m, 폭 2.5m의 강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다. 작품을 소유한 베네세홀딩스는 “작품을 관리하는 직원이 강풍을 우려해 순찰하던 중 작품이 바다에 빠진 것을 발견했다”며 “태풍으로 바람과 파도가 거세지면서 작품의 고정 틀이 빠져 바다로 떠내려갔다”고 밝혔다. 작품은 곧 회수됐지만 몇 번이나 부두에 부딪히면서 세 덩어리로 쪼개져 파손됐다. 베네세홀딩스는 “태풍 진로 예측으로 나오시마에 큰 영향이 없다고 판단해 작품을 철거하지 않았던 것이 파손으로 연결되어 매우 유감스럽다”며 “복구가 가능할지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낙오된 섬이었던 나오시마는 예술가와 건축가들의 협업으로 ‘현대 예술의 섬’으로 탈바꿈했다. 크지 않은 섬 곳곳에 현대미술의 한 획을 그은 거장들의 갤러리와 설치미술이 놓여져 있어 관광객이 끊이질 않는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도쿄 올림픽 폐막일을 포함해 이틀간 실시된 아사히신문 여론조사에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사진) 내각 지지율이 내각 출범 이후 가장 낮은 20%대로 떨어졌다. 스가 정권이 기대를 걸었던 올림픽 개최에도 불구하고 민심이 떠나고 있는 것이다. 스가 총리가 총리를 그만했으면 좋겠다는 비율도 60%나 됐다. 대회 1년 연기로 ‘올림픽 경비’가 대거 부풀어 오르면서 여론은 더 악화될 수 있다. 아사히신문이 7일과 8일 전국 성인 1395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스가 내각 지지율은 28%였다. 스가 총리가 취임한 지난해 9월 이후 최저치다. 올림픽 개최 직전인 7월 조사 때(31%)보다 3%포인트 더 낮다. 아사히는 “정부와 여당은 올림픽을 통한 정권 띄우기에 기대를 걸었지만 생각한 대로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해석했다. 올림픽이 8일 끝난 것을 감안하면 이번 설문은 올림픽 열기가 반영된 사실상 첫 조사다. 일본은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 27개를 따 역대 최고 성적을 냈다. 여론조사가 시작된 7일에 이미 금메달 27개를 딴 상태였다. 이를 감안하면 ‘올림픽 프리미엄’도 조사 결과에 반영된 것으로 봐야 한다. 아사히 여론조사에서 올림픽 개최에 대해서는 ‘좋았다’는 응답이 56%로 ‘좋지 않았다’는 응답(32%)을 웃돌았다. 하지만 스가 총리가 여러 차례 강조한 ‘안전, 안심 올림픽’이 가능했는지에 대해서는 32%만 ‘그렇다’고 했다. 올림픽 개최로 외출 자제 분위기가 헐거워졌다는 응답은 61%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책은 여전히 낮은 평가를 받았다.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해 ‘평가한다’는 응답은 23%에 그쳤다. 올림픽 개회식 날(7월 23일) 일본 전국 감염자 수가 4225명이었는데, 폐회식 날 1만4472명으로 늘어난 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치권에는 암묵적인 ‘지지율 20% 룰’이 있다. 지지율이 그보다 밑으로 떨어지면 국민의 신임을 받지 못한다고 판단해 총리를 교체한다. 현재 스가 총리는 ‘위기 알람’이 울리기 시작하는 지지율 20%대에 놓였다. 7년 8개월간 이어져 온 2차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 때 내각 최저 지지율 29%(2020년 5월)보다 더 낮다. 스가 총리의 임기는 9월 30일까지다. 아사히가 ‘스가 총리가 자민당 총재 선거에 재선해 총리를 계속했으면 좋겠느냐’고 질문하자 ‘계속했으면 좋겠다’는 25%, ‘계속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60%로 조사됐다. 8일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지난해 말 추산한 올림픽 개최 경비는 1조6440억 엔(약 17조 원)이었다. 여기에 도쿄도는 더위 대책 등으로 약 7349억 엔을 사용했고, 일본 정부도 2013∼2018년 올림픽 관련 비용으로 1조600억 엔을 사용했다. 직간접 경비는 총 3조4389억 엔으로 늘어난다. ‘무관중’으로 인해 티켓 수입 약 900억 엔이 날아간 데다 부가 손실까지 더하면 전체 경비는 4조 엔(약 41조 원)에 이른다. 전체 비용 중 도쿄도가 부담하는 금액은 1조4519억 엔이다. 1인당 세금으로 계산하면 도쿄 도민 한 명당 10만3929엔(약 108만 원)을 올림픽에 지불한 셈이 된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도쿄 올림픽 폐막일을 포함해 이틀간 실시된 아사히신문 여론조사에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내각의 지지율이 내각 출범 후 가장 낮은 20%대로 떨어졌다. 스가 정권이 기대를 걸었던 올림픽 개최에도 불구하고 민심이 떠나고 있는 것이다. 스가 총리가 총리를 그만했으면 좋겠다는 비율도 60%나 됐다. 가을 총선거를 앞둔 상황이어서 스가 정권에 ‘빨간불’이 켜진 형국이다. 아사히신문이 7일과 8일 전국 성인 1395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스가 내각 지지율은 28%였다. 스가 총리가 취임한 지난해 9월 이후 최저치다. 올림픽 개최 직전인 7월 조사 때(31%)보다 3%포인트 더 낮다. 아사히는 “정부와 여당은 올림픽을 통한 정권 띄우기에 기대를 걸었지만, 생각한대로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해석했다. 올림픽이 8일 끝난 것을 감안하면 이번 설문은 올림픽 열기가 반영된 사실상 첫 조사다. 일본은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 27개를 따 역대 최고 성적을 냈다. 여론조사가 시작된 7일에 이미 금메달 27개를 딴 상태였다. 이를 감안하면 ‘올림픽 프리미엄’도 조사 결과에 반영된 것으로 봐야 한다. 아사히 여론조사에서 올림픽 개최에 대해서는 ‘좋았다’는 응답이 56%로 ‘좋지 않았다’는 응답(32%)을 웃돌았다. 하지만 스가 총리가 여러 차례 강조한 ‘안전, 안심 올림픽’이 가능했는지에 대해서는 32%만 ‘그렇다’고 했다. 올림픽 개최로 외출 자제 분위기가 헐거워졌다는 응답은 61%였다. 스가 총리는 올림픽 폐막 다음 날인 9일 기자회견에서 “국민 여러분의 이해와 협력 덕분에 멋진 올림픽이 됐다”고 총평해 여론과 동떨어진 인식을 보여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책은 여전히 낮은 평가를 받았다.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해 ‘평가한다’는 응답은 23%에 그쳤다. 올림픽 개회식 날(7월 23일) 일본 전국 감염자 수가 4225명이었는데, 폐회식 날 1만4472명으로 늘어난 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치권에는 암묵적인 ‘지지율 20% 룰’이 있다. 지지율이 그보다 밑으로 떨어지면 국민의 신임을 받지 못한다고 판단해 총리를 교체한다. 현재 스가 총리는 ‘위기 알람’이 울리기 시작하는 지지율 20%대 위기에 놓였다. 7년 8개월간 이어져 온 2차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 때 내각 최저 지지율 29%(2020년 5월)보다 더 낮다. 스가 총리 임기는 9월 30일까지다. 아사히가 ‘스가 총리가 자민당 총재 선거에 재선해 총리를 계속했으면 좋겠느냐’고 질문하자 ‘계속했으면 좋겠다’가 25%, ‘계속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60%로 조사됐다. 스가 총리와 그의 내각이 국민적 지지를 받지 못하면 집권 자민당 내에서 “총리를 교체한 상태에서 총선거를 치르자”는 주장이 강해질 수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올림픽을 치른 뒤 정권에 대한 역풍은 오히려 커지는 느낌조차 있다”며 “정부와 여당 내에서는 헛수고를 했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고 9일 전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지금까지 고시엔(일본 고교야구 전국대회)에 한 번도 출전하지 못한 학교가 한 해에 봄, 여름 고시엔 모두 나가는 건 7년 만이다. 교토국제고는 학생 수 130여 명에 불과한 미니 고교인데 큰 기록을 세워 의미가 더 큰 것 같다.” 한국계 민족학교인 교토국제고의 박경수 교장(61)은 7일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고시엔 진출의 무게감에 대해 이처럼 말했다. 교토국제고는 올해 3월 제93회 선발고교야구대회(봄에 열리는 고시엔)에 처음 출전한 데 이어 9일부터 시작되는 제103회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여름에 열리는 고시엔)에도 나간다. 고시엔은 1년에 두 번 열리는데 47개 도도부현(광역 지자체) 대표로 출전하는 49개 고교(도쿄도와 홋카이도는 2개 학교)가 토너먼트 방식으로 겨루는 여름 고시엔의 인기가 더 높다. 교토국제고는 13일 군마현 대표 마에바시이쿠에이(前橋育英)고교와 첫 경기를 치른다. 재학생 수가 교토국제고의 10배가 넘는 1500여 명에 이르는 학교다. 이때 ‘동해 바다’로 시작하는 한국어 교가가 NHK 생중계를 타고 일본 전역에 울려 퍼진다. 고시엔은 경기 도중 각 학교 교가가 울려 퍼지고, 끝난 뒤 승리 팀 교가가 한 번 더 전파를 탄다. 한국어 교가에 반발하는 우익들의 협박이 없었는지 물었더니 박 교장은 “없었다. 이제 교토국제고가 지역예선에서 워낙 자주 이겨 한국어 교가가 수시로 울려 퍼진다. 어지간한 사람은 한국계 학교라는 걸 안다”고 했다. 교토국제고는 올해 봄 교토부 내 73개 고교팀이 출장한 지역예선에서 7전 전승으로 우승해 교토부 대표로 여름 고시엔 진출을 확정했다. 이길 때마다 한국어 교가를 불렀다. 교토국제고는 1999년 야구부를 만들었지만 작년까지만 해도 고시엔에 한 번도 나가지 못했다. 올해 전력이 급상승한 배경을 물었더니 “작년 가을 긴키지역 대회 때 처음 4강에 들면서 아이들이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했다. 긴키대회는 교토부뿐 아니라 오사카부, 효고현 등 일본 서부 지역의 강팀들이 모두 출전하는 메이저 대회다. 고시엔 진출 이후 달라진 점에 대해 박 교장은 “7월 31일 학교를 공개하는 행사를 했는데 예년보다 배 이상 많은 100여 명의 학생과 학부모가 참석했다”며 “중학생들은 이왕이면 ‘고시엔에 진출하는 고교에 가고 싶다’고 생각한다는 걸 실감했다”고 말했다. 박 교장은 “내년 신입생은 우수한 인재를 뽑을 수 있을 것 같다”며 “이제 야구뿐 아니라 공부에서도 홈런을 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여름 고시엔의 목표는 어떻게 될까. 박 교장은 “5번을 이기면 우승이다. 이번에 적어도 3승은 올릴 것 같다”고 예상했다. 그는 봄 고시엔을 앞두고 본보 인터뷰에서 “고시엔 진출 목표를 이뤘으니 봄 고시엔에서 1승만 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실제 교토국제고는 1승을 올렸다. 교토국제고는 한국 정부의 중고교 설립 인가를 받은 한국계 학교다. 1947년 교토조선중학교로 시작해 1963년 고등부를 개교했다. 1990년대 후반 재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 교육 기준에 맞췄고, 2004년 일본 정부로부터도 정식 학교 인가를 받았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15일 제2차 세계대전 종전 76주년을 앞두고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관심이 쏠린다. 그의 전임자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집권한 후 일본은 급격한 우경화의 길을 걸었고 과거사를 반성하는 사회 전반의 분위기 또한 희미해졌다. 태평양전쟁의 A급 전범 14명의 위패가 합사된 도쿄 야스쿠니신사(사진)에는 매년 8월 15일마다 당시 일본 군복을 입은 우익 세력이 욱일기를 휘날리며 행진하는 등 침략전쟁 역사를 전면 부정하고 있다. 전임자보다 우익 색채가 옅지만 과거사를 적극 반성하겠다는 뜻을 비친 적도 없는 스가 총리는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가.》 2일 일본 도쿄 지요다구 야스쿠니신사에서 양산을 쓴 20대 여성 요시무라 씨를 만났다. 그는 배전(拜殿·참배를 위해 세운 건물) 앞에 서더니 합장한 채 고개를 숙였다. 1분 가까이 묵념한 후 “태평양전쟁 때 돌아가신 증조부에게 인사하러 왔다. 15일에 오면 사람이 너무 많을 것 같아 미리 참배했다”고 했다. 실제 매년 8월 15일에는 이곳이 전국 곳곳에서 몰려 온 참배객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빈다. 참배를 기다리는 줄이 100m 가까이 이어지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1869년 건립된 야스쿠니신사는 청일전쟁, 러일전쟁, 태평양전쟁 등 일본 근대사의 주요 전쟁에서 숨진 군인과 군속 약 247만 명을 합사(合祀)한 신사다. 특히 태평양전쟁 당시 총리였던 도조 히데키(東條英機·1884∼1948)를 포함한 A급 전범 14명의 위패가 있어 한국 등 주변국에는 일본의 침략전쟁과 제국주의를 상징하는 곳으로, 일본 우익에게는 일종의 성지로 꼽힌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76년이 흘렀다. 일본 정부는 8월 15일마다 야스쿠니신사 인근의 부도칸(武道館)에서 전몰자 추도식을 개최한다. 언론은 앞다퉈 특집 기사를 쏟아내고 사회 곳곳에서도 다양한 전쟁 관련 행사가 열린다. 주변국은 “아직도 과거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했다. 반성하라”고 규탄하고 우익 세력은 “할 만큼 했다”고 맞선다. 올해 8월은 어떨까.○ 야스쿠니에 가득한 ‘전쟁 향수’ 요시무라 씨와 이야기를 나눈 후 신사 내부의 전쟁박물관 ‘유슈칸(遊就館)’을 찾았다. 1층 전시실에는 태평양전쟁 말기 일본군이 자살 공격에 사용했던 전투기 ‘제로센(零戰)’이 전시돼 있었다. 유슈칸은 일본의 침략 전쟁을 ‘식민지 해방전쟁’으로 미화하는 장소다. 무엇보다 태평양전쟁이란 표현을 쓰지 않고 ‘대동아(大東亞)전쟁’으로 표기한다. ‘대동아’란 문구에는 침략전쟁을 정당화하고 미화하는 뜻이 담겼다. 전쟁 당시 일본이 ‘미국과 유럽에 맞서 아시아 식민지를 해방시키고 대동아공영권을 설립해 아시아의 자립을 지향한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침략전쟁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을 뿐 아니라 패전을 부정하고 싶은 우익의 염원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매년 8월 15일 야스쿠니에는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 군복을 입은 이들이 줄지어 행진한다. 욱일기, ‘대동아전쟁은 침략전쟁이 아니다’라고 적힌 깃발 등도 나부낀다. 나치독일의 상징인 하켄크로이츠(갈고리 십자가)를 어깨에 새긴 제복을 입은 우익까지 등장할 정도다. 전후 총리 중 이념적으로 가장 오른쪽에 있다고 평가받는 아베 신조(安倍晋三·67) 전 총리는 집권 당시 인터뷰에서 야스쿠니신사를 미국 워싱턴 인근의 알링턴 국립묘지에 비유하며 자신의 참배를 정당화했다. 아베는 2013년 12월 현직 총리 신분으로 야스쿠니를 참배해 한국 중국 등의 격렬한 반발을 불렀다. 현직 총리 최초로 야스쿠니를 공식 참배한 인물은 ‘보수 거두’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1918∼2019) 전 총리다. 이후 2006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79) 당시 총리, 2013년 아베 등이 야스쿠니를 찾아 주변국의 격렬한 반발을 불렀다. 아베의 주장과 달리 야스쿠니에서 500m 떨어진 ‘지도리가후치(千鳥ヶ淵) 전몰자 묘원(墓苑)’이 알링턴 국립묘지와 유사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지도리가후치는 해외에서 사망한 제2차 세계대전 전몰자 중 신원을 알 수 없는 ‘무명전사’와 민간인 유골을 봉납한 국가시설이다. 2013년 10월 방일한 존 케리 당시 미 국무장관과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 또한 ‘지도리가후치 묘원’에 헌화하고 묵념했을 뿐 야스쿠니는 찾지 않았다.○ 주류가 된 전후(戰後)세대, 우경화하는 日 아사히신문은 1일 ‘엄마의 전쟁 기억을 이어가는 의미’란 칼럼에서 “전쟁을 직접 경험한 세대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 피해의 기억은 형태를 유지하기 쉽지만 문제는 가해(加害)의 기억”이라고 우려했다. 일본은 아시아를 침략한 가해자이면서 원자폭탄 피해를 입은 국가다. 일본은 갈수록 가해 사실을 없애거나 부정한 채 자신들이 입은 피해만 부각시키고 있다. 특히 아베 정권은 소위 ‘자학사관(自虐史觀)’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조선인 강제연행, 난징대학살 등 가해 역사를 주요 박물관 전시에서 삭제했고 이런 기조가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 전후 세대는 일본이 한때 미국에 이은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군림하고 일본 자동차와 전자산업이 세계를 제패하는 것을 지켜봤다. 그들에게 과거사는 거추장스러운 존재일 수 있다. ‘원죄 의식’이 약하다 보니 과거사 반성 및 사죄에도 박하다. 여론조사기관 일본여론조사회는 올해 6, 7월 중 실시한 ‘평화’에 관한 여론조사에서 성인 1889명에게 ‘8월 15일 전몰자 추도식에서 총리가 가해와 반성을 언급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언급할 필요가 없다’는 응답(49%)이 ‘언급해야 한다’는 답(47%)보다 많았다. ‘일본이 앞으로 전쟁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도 ‘매우 있다’(4%)와 ‘어느 정도 있다’(37%)는 답이 41%를 차지했다. ‘자위대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질문에도 교전을 금지한 헌법 9조를 개정해 ‘군’으로 명기해야 한다는 답이 21%를 차지했다.○ ‘무라야마 담화’ 지운 ‘아베 담화’ 일본의 분위기가 항상 지금과 비슷했던 건 아니다. 전후 50주년이던 1995년 8월 15일 발표된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97) 총리 담화’는 과거사 반성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당시 무라야마는 현직 총리 최초로 “식민 지배와 침략으로 여러 나라에 손해와 고통을 줬다. 통절한 반성과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사죄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당시 집권 자민당은 1993년 중의원 선거에서 최초로 과반 확보에 실패했다. 이에 따라 한 해 뒤 자민당, 사회당, 신당 사키가케의 3당 연립정권이 탄생했다. 제1당이면서 과반에 못 미치는 자민당은 무라야마 사회당 대표를 총리로 추대하며 자민당의 강한 보수 색채를 희석시키려 했다. 비(非)자민당 출신인 무라야마 또한 자신의 이름이 담긴 업적을 남기고 싶어 했다. 무라야마 담화는 그런 시대적 배경과 무라야마 총리의 개인 소신이 합쳐져 탄생했다. 무라야마 담화가 국무회의(각의)를 통과할 때 ‘일본의 전쟁이 아시아를 해방시켰다’고 생각하며 이 담화에 반대하는 우익 성향의 자민당 출신 각료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무라야마는 반대하는 각료를 경질하겠다는 각오로 밀어붙였다. 10년 후인 전후 2005년 8월 15일에는 고이즈미 당시 총리의 담화가 발표됐다. 고이즈미 역시 “식민 지배와 침략으로 여러 나라에 손해와 고통을 줬으며 통절한 반성과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사죄를 표명한다”며 무라야마 담화의 기조를 계승했다. 일본의 기조가 완연히 바뀐 것은 아베 정권 때부터다. 아베 전 총리는 일본의 침략 전쟁이 ‘틀리지 않은 전쟁’이었다고 평생 주장한 A급 전범 기시 노부스케(岸信介·1896∼1987) 전 총리의 외손자다. 아베 전 총리는 전후 70주년이던 2015년 8월 14일 전임자들과 완전히 다른 메시지를 내놨다. 그는 “전후 세대가 인구의 80%를 넘는다. 전쟁과 관련이 없는 아이들에게 사과라는 숙명을 계속 짊어지도록 할 수 없다”며 과거사에 대한 사죄를 더 이상 하지 않겠다는 뜻을 천명했다. 일본이 과거 침략 행위를 자행했다는 것도 구체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사변, 침략, 전쟁, 어떠한 무력의 위협이나 행사도 국제 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 다시 사용돼서는 안 된다”는 일반론도 펼쳤다. 아베 담화에는 “식민 지배의 파도는 19세기 아시아에도 밀려들었다”며 일본의 식민 지배를 정당화하는 문구도 담겼다. “일본은 반복해서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표명했다”며 과거형 문구를 사용한 것 또한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집권 자민당 의원들 또한 “사과할 만큼 사과했다”며 당 총재 아베에게 동조했다. 아베 전 총리는 2차 집권 기간(2012년 12월∼2020년 8월) 진행된 추도식에서 아시아 여러 국가에 대한 가해 행위 및 반성을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1995년 무라야마 담화 이후 역대 현직 총리가 추도식에서 일본의 가해 행위와 이에 대한 반성을 언급한 것과 대조적이다. 특히 그는 지난해 종전 75주년 추도식에서 “일본은 적극적 평화주의의 깃발 아래 국제사회와 손잡으며 세계의 다양한 과제에 역할을 다하겠다”며 ‘적극적 평화주의’를 처음 언급했다. 적극적 평화주의는 표면적으로는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에 적극 기여한다는 의미이지만 실제로는 자위대 역할 확대, 군비 확대로 연결된다. 집단적 자위권 행사 일부 용인, 무기 수출 3원칙 폐지 등 주변국이 반발하는 일본의 모든 행위가 ‘적극적 평화주의’라는 명목하에서 진행됐다. 유명 역사학자 유이 다이자부로(油井大三郞) 도쿄대 명예교수는 저서 ‘피할 수 있었던 전쟁’에서 “아베 담화는 전쟁에 이른 과정을 서양 열국에 의한 ‘압력’ 등과 ‘다른 사람의 책임’으로 돌리고 있고 주체적인 반성 또한 결여돼 있다. 이런 자세로는 이웃 국가는 물론 국제사회로부터의 공감도 신뢰도 얻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 일왕과 지식인의 반성은 여전 제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이 패한 후 일왕은 정치에 관여할 수 없는 상징적 존재로 바뀌었다. 하지만 그의 말 한마디가 국민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여전히 크다. 일왕은 추도식에서 과거사에 대한 반성을 적극적으로 표명했다. 아키히토(明仁·88) 전 일왕은 2015년 “전쟁을 일으킨 나라로서 ‘깊은 반성’을 한다”는 표현을 처음 사용했다. 이후 매년 추도식에서 이 표현을 빼놓지 않았다. 2019년 5월 즉위한 나루히토(德仁·61) 일왕 역시 같은 해 8월 15일 부친이 사용한 ‘깊은 반성’이란 표현을 재차 사용했다. 그는 “전후 오랜 기간에 걸쳐 평화로운 세월을 생각하고 과거를 돌아보며 ‘깊은 반성’ 위에 서서 다시는 전쟁의 참화가 반복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지식인도 과거사 사죄, 전쟁 반대 목소리를 꾸준히 내고 있다. 최근 81세로 별세한 2008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마스카와 도시히데(益川敏英) 전 교토대 명예교수는 자신을 ‘전쟁을 말할 수 있는 마지막 세대’라고 소개하며 평화운동에 앞장섰다. 유년 시절 고향 나고야에서 미군 공습을 경험한 그는 군대 보유 금지, 교전권 불인정 등을 명기한 헌법 9조 개헌에 반대하는 ‘9조 과학자 모임’의 대변인으로도 일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는 1948년에 태어났다. 그 역시 전쟁을 경험하지 못한 전후 세대다. 지난해 9월 취임한 그는 전임자 아베와 달리 ‘실리’와 ‘실용’을 추구한다. 야스쿠니를 참배한 적이 없고, 아베가 ‘필생의 과업’으로 여기는 평화헌법을 개정해 ‘전쟁 가능한 일본’을 만들겠다는 목표 또한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 동시에 과거사를 적극 반성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적도 없다. 전임자보다 우익 색채가 옅지만 과거사 사죄에도 큰 관심이 없는 듯한 스가 총리가 15일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일본 유명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 시리즈의 주인공 마쓰시게 유타카(松重豊·58) 씨가 6일 도쿄 한국문화원 4층 하늘정원에서 삼겹살을 먹으며 한식을 예찬했다. 깻잎과 상추에 참기름을 찍은 삼겹살을 올리고 구운 마늘, 콩나물, 된장을 곁들여 쌈을 싸 먹은 그는 “씹을수록 여러 맛이 하나가 된다”며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이번 시식은 한국관광공사 도쿄지사가 주최한 ‘한국관광 여름축제 2021’의 일환이다. 이날 마쓰시게 씨는 사전 신청한 1020명의 일본인 시청자와 화상회의 플랫폼 ‘줌’으로 소통하며 삼겹살을 먹었다. 이 중 20명의 시청자 또한 집에서 관광공사가 선물로 보낸 삼겹살을 구워 먹으며 참여했다. 마쓰시게 씨는 “한식 재료는 일본에도 다 있지만 전혀 다른 맛을 낸다. 한국 음식을 먹으면 여러 자극을 받는다”고 했다. 수차례 한국을 찾아 돼지갈비, 전주비빔밥, 낙곱새(낙지·곱창·새우를 넣은 볶음 요리) 등을 먹었던 그는 한국에 다시 가면 먹고 싶은 음식으로 팥빙수를 꼽았다. 또 “한국에서는 음식을 먹기 전 반찬이 나오는데 그런 식문화는 처음이었다. 반찬만 해도 정말 맛있고, 다 먹기 힘들 정도로 양도 많아서 깜짝 놀랐다”고 감탄했다. 2012년 시작한 ‘고독한 미식가’는 지난달부터 ‘시즌9’를 방영하고 있다. 수입잡화상을 홀로 운영하는 주인공이 출장길에 국내외 맛집을 들러 음식을 먹으며 행복을 느낀다는 내용이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6일 오후 일본 도쿄 신주쿠구 한국문화원 4층 하늘정원. 일본 TV 드라마 시리즈 ‘고독한 미식가’의 주인공 마쓰시게 유타카(松重豊·58) 씨가 입장하더니 기와 문양 처마 아래에 마련된 테이블 뒤에 앉았다. 테이블 한쪽 끝에서 구워진 삼겹살이 전달됐다. 그는 깻잎과 상추를 손바닥에 놓더니 참기름에 찍은 삼겹살을 올렸다. 이어 구은 마늘, 콩나물을 차례로 놨다. 마지막으로 된장을 듬뿍 찍은 뒤 쌈을 싸고선 절반을 베어 먹었다. “음…, 여러 맛이 씹을수록 하나가 되는군요….” 삼겹살 쌈을 처음 먹은 그의 첫마디는 이랬다. 이어 드라마에서 나오던 것처럼 자세한 설명이 이어졌다. “가장 먼저 깻잎의 독특한 맛이 느껴지네요. 이어서 고기맛이 납니다. 그 다음은 마늘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베이스에는 참기름 맛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대단하네요.” 이날 마쓰시게 씨는 한국관광공사 도쿄지사가 주최한 ‘한국관광 여름축제 2021’ 행사에 참석했다. 1~10일까지 열리는 이번 행사는 K-뷰티, 넌버벌 퍼포먼스 ‘브레이크 아웃’, 한국관광 100선(選) 랜선여행 등 한국의 문화와 여행지를 일본인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기획이다. 2012년 1월에 일본에서 첫 방송이 시작된 ‘고독한 미식가’는 지난달에 시즌9를 시작했다. 시즌9는 한국에서도 동시 방송되고 있다. 수입잡화상을 홀로 운영하는 주인공 마쓰시게 씨가 여러 출장길에서 맛집을 들러 음식을 온 미각을 동원해 먹으며 작은 행복을 찾는 내용이다. 한국 음식도 등장했다. 그는 2018년 서울에서 돼지갈비, 전주에서 비빔밥을 먹었고, 2019년 부산에서 낙곱새(낙지·곱창·새우를 넣은 볶음)를 먹었다. 이날 행사에서 마쓰시게 씨는 한국 촬영 경험에 대해 “음식을 먹기 전에 반찬이 나왔는데 그런 식문화는 처음이었다”며 “반찬만으로 너무 맛있고, 다 먹기 힘들 정도로 많아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한국 음식의 특징을 묻는 사회자의 질문에 그는 “일본에 다 있는 재료인데, 한국 음식은 전혀 다른 맛을 낸다. 그래서 한국 음식을 먹으면 여러 자극을 받는다”고 말했다. 한국에 가면 다시 먹고 싶은 음식으로 팥빙수를 꼽았다. 그는 “부산 촬영 갔을 때 저녁에 디즈트를 먹으러 나갔다. 겨울인데 빙수에 여러 재료와 콩가루가 올라와 있었다. 너무나 맛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는 사전 신청한 일본인 1020명과 함께 화상회의 플랫폼 줌(zoom)으로 쌍방향으로 소통하면서 이뤄졌다. 그 중 20명은 관광공사가 선물로 보낸 삼겹살을 직접 구워먹으며 참여했다. 정진수 한국관광공사 도쿄지사장은 “코로나19 백신이 보급되면서 일본인의 해외 관광이 재개될 때 한국을 제1 여행지로 선택하게끔 하기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다음은 마쓰시게 씨가 사회자와 나눈 문답 요약. Q: 드라마 제목이 ‘고독한 미식가’다. 평상시 혼자 밥 먹는 경우 있나. A: 있다. 그런데 서비스로 음식을 더 주면 곤란하다. 평상시 많이 안 먹는다. 본업이 배우여서 체중 조절을 해야 한다. Q: 오늘 삼겹살을 먹었는데, 일본에서 먹어본 적 있나. A: 처음 먹었다. Q: 한국 음식이 맵지 않았나. A: 나는 어렸을 때부터 매운 음식 좋아했다. 일본인 중에 매운 음식에 강한 편이다. 한국에서 음식 먹었을 때 땀을 좀 흘렸지만 맛있었다. 한국 음식은 매우면서 매우 맛있다. Q: 한국 촬영에서 기억나는 것은. A: 한국 톱가수 성시경 씨를 만난 것이다. 그는 나의 팬이라고 했다. 내가 전주 촬영 갔을 때 전주까지 와 줬다. 코디네이터처럼 나를 도와줬다. 멋진 목소리를 가진 가수로부터 엄청난 도움을 받았다. 너무나 인상 깊다. Q: 한국에 다시 가면 먹고 싶은 음식은. A: 2019년 부산에서 촬영했을 때 저녁에 디저트를 사 먹으로 나갔다. 가키고오리(얼음을 갈아서 만든 일본식 빙수) 같은 것에 여러 재료와 콩가루가 뿌려져 있었다. 겨울이었는데도 너무나 맛 있었다. 다시 먹고 싶다. Q: 한국 음식의 특징은. 고기, 마늘, 참기름 등은 모두 일본에도 있다. 그런데 한국은 완전히 다른 맛을 낸다. 매일 먹는 재료가 한국에서 요리하면 다른 맛을 낸다는 게 매우 놀랍다. 가까운 이웃 국가인데도 일본과 동일한 재료로 다른 맛을 내 여러 자극을 받는다. 내일이라도 당장 가고 싶다. 참을 수 없다. Q: 오늘 디저트는 참외다. A: 후쿠오카현 후쿠오카시가 내 고향이다. 어릴 때 참외를 많이 먹었다. 향기가 멜론과 다른 독특한 향이 난다. 어릴 때 참외를 먹고 엄청나게 달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그때만큼 단 것 같지는 않다. 아무래도 단 과일이 많이 나오고 있으니. 참외는 ‘여름 휴가의 맛’과 같은 느낌이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2일 일본 도쿄 지요다구 야스쿠니신사에서 양산을 쓴 20대 여성 요시무라 씨를 만났다. 그는 배전(拜殿·참배를 위해 세운 건물) 앞에 서더니 합장한 채 고개를 숙였다. 1분 가까이 묵념한 후 “태평양전쟁 때 돌아가신 증조부에게 인사하러 왔다. 15일에 오면 사람이 너무 많을 것 같아 미리 참배했다”고 했다. 실제 매년 8월 15일에는 이 곳이 전국 곳곳에서 몰려 온 참배객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빈다. 참배를 기다리는 줄이 100m 가까이 이어지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1869년 건립된 야스쿠니신사는 청일전쟁, 러일전쟁, 태평양전쟁 등 일본 근대사의 주요 전쟁에서 숨진 군인과 군속 약 247만 명을 합사(合祀)한 신사다. 특히 태평양전쟁 당시 총리였던 도조 히데키(東條英機·1884~1948)를 포함한 A급 전범 14명의 위패가 있어 한국 등 주변국에는 일본의 침략전쟁과 제국주의를 상징하는 곳으로, 일본 우익에게는 일종의 성지로 꼽힌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76년이 흘렀다. 일본 정부는 8월 15일마다 야스쿠니신사 인근의 부도칸(武道館)에서 전몰자 추도식을 개최한다. 언론은 앞 다퉈 특집 기사를 쏟아내고 사회 곳곳에서도 다양한 전쟁 관련 행사가 열린다. 주변국은 “아직도 과거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했다. 반성하라”고 규탄하고 우익세력은 “할 만큼 했다”고 맞선다. 올해 8월은 어떨까. ● 야스쿠니에 가득한 ‘전쟁 향수’요시무라씨와 이야기를 나눈 후 신사 내부의 전쟁박물관 ‘유슈칸(遊就館)’을 찾았다. 1층 전시실에는 태평양전쟁 말기 일본군이 자살 공격에 사용했던 전투기 ‘제로센(零戰)’이 전시돼 있었다. 유슈칸은 일본의 침략 전쟁을 ‘식민지 해방전쟁’으로 미화하는 장소다. 무엇보다 태평양전쟁이란 표현을 쓰지 않고 ‘대동아(大東亞)전쟁’으로 표기한다. ‘대동아’란 문구에는 침략전쟁을 정당화하고 미화하는 뜻이 담겼다. 전쟁 당시 일본이 ‘미국과 유럽에 맞서 아시아 식민지를 해방시키고 대동아공영권을 설립해 아시아의 자립을 지향한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침략전쟁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을 뿐 아니라 패전을 부정하고 싶은 우익의 염원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매년 8월 15일 야스쿠니에는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 군복을 입은 이들이 줄지어 행진한다. 욱일기, ‘대동아전쟁은 침략전쟁이 아니다’고 적힌 깃발 등도 나부낀다. 나치독일의 표식인 하켄크로이츠(갈고리 십자가)를 어깨에 새긴 제복을 입은 우익까지 등장할 정도다. 전후 총리 중 이념적으로 가장 오른쪽에 있다고 평가받는 아베 신조(安倍晋三·67) 전 총리는 집권 당시 인터뷰에서 야스쿠니신사를 미국 워싱턴 인근의 알링턴 국립묘지에 비유하며 자신의 참배를 정당화했다. 아베는 2013년 12월 현직 총리 신분으로 야스쿠니를 참배해 한국 중국 등의 격렬한 반발을 불렀다. 현직 총리 최초로 야스쿠니를 공식 참배한 인물은 ‘보수 거두’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1918~2019) 전 총리다. 이후 2006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79) 당시 총리, 2013년 아베 등이 야스쿠니를 찾아 주변국의 격렬한 반발을 불렀다. 아베의 주장과 달리 야스쿠니에서 500m 떨어진 ‘지도리가후치(千鳥ヶ淵) 전몰자 묘원(墓苑)’이 알링턴 국립묘지와 유사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지도리가후치는 해외에서 사망한 제2차 세계대전 전몰자 중 신원을 알 수 없는 ‘무명전사’와 민간인 유골을 봉납한 국가시설이다. 2013년 10월 방일한 존 케리 당시 미 국무장관과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 또한 ‘지도리가후치 묘원’에 헌화하고 묵념했을 뿐 야스쿠니는 찾지 않았다. ● 주류가 된 전후(戰後)세대, 우경화하는 日아사히신문은 1일 ‘엄마의 전쟁 기억을 이어가는 의미’란 칼럼에서 “전쟁을 직접 경험한 세대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 피해의 기억은 형태를 유지하기 쉽지만 문제는 가해(加害)의 기억”이라고 우려했다. 일본은 아시아를 침략한 가해자이면서 원자폭탄 피해를 입은 국가다. 일본은 갈수록 가해 사실을 없애거나 부정한 채 자신들이 입은 피해만 부각시키고 있다. 특히 아베 정권은 소위 ‘자학사관(自虐史觀)’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조선인 강제연행, 난징대학살 등 가해 역사를 주요 박물관 전시에서 삭제했고 이런 기조가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 전후 세대는 일본이 한때 미국에 이은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군림하고 일본 자동차와 전자산업이 세계를 제패하는 것을 지켜봤다. 그들에게 과거사는 거추장스러운 존재일 수 있다. ‘원죄 의식’이 약하다보니 과거사 반성 및 사죄에도 박하다. 여론조사기관 일본여론조사회는 올해 6, 7월 중 성인 1889명에게 실시한 ‘평화’에 관한 여론조사에서 ‘8월 15일 전몰자 추도식에서 총리가 가해와 반성을 언급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를 물었다. ‘언급할 필요가 없다’는 응답(49%)이 ‘언급해야 한다’는 답(47%)보다 많았다. ‘일본이 앞으로 전쟁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나’는 질문에도 ‘매우 있다’(4%)와 ‘어느 정도 있다’(37%)는 답이 41%를 차지했다. ‘자위대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는 질문에도 교전을 금지한 헌법 9조를 개정해 ‘군’으로 명기해야 한다는 답이 21%를 차지했다.● ‘무라야마 담화’ 지운 ‘아베 담화’ 일본의 분위기가 항상 지금과 비슷했던 건 아니다. 전후 50주년인 1995년 8월 15일 발표된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97) 총리 담화’는 과거사 반성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당시 무라야마는 현직 총리 최초로 “식민 지배와 침략으로 여러 나라에 손해와 고통을 줬다. 통절한 반성과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사죄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당시 집권 자민당은 1993년 중의원 선거에서 최초로 과반 확보에 실패했다. 이에 따라 한 해 뒤 자민당, 사회당, 신당 사키가케의 3당 연립정권이 탄생했다. 제1당이면서 과반에 못 미치는 자민당은 무라야마 사회당 대표를 총리로 추대하며 자민당의 강한 보수 색채를 희석시키려 했다. 비(非)자민당 출신인 무라야마 또한 자신의 이름이 담긴 업적을 남기고 싶어 했다. 무라야마 담화는 그런 시대적 배경과 무라야마 총리의 개인 소신이 합쳐져 탄생했다. 무라야마 담화가 국무회의(각의)를 통과할 때 ‘일본의 전쟁이 아시아를 해방시켰다’고 생각하며 이 담화에 반대하는 우익 성향의 자민당 출신 각료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무라야마는 반대하는 각료를 경질하겠다는 각오로 밀어붙였다. 10년 후인 전후 2005년 8월 15일에는 고이즈미 당시 총리의 담화가 발표됐다. 고이즈미 역시 “식민 지배와 침략으로 여러 나라에 손해와 고통을 줬으며 통절한 반성과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사죄를 표명한다”며 무라야마 담화의 기조를 계승했다. 일본의 기조가 완연히 바뀐 것은 아베 정권 때부터다. 아베 전 총리는 전후 70주년인 2015년 8월 14일 전임자들과 완전히 다른 메시지를 내놨다. 그는 “전후 세대가 인구의 80%를 넘는다. 전쟁과 관련이 없는 아이들에게 사과라는 숙명을 계속 짊어지도록 할 수 없다”며 과거사에 대한 더 이상의 사죄를 하지 않겠다는 뜻을 천명했다. 일본이 과거 침략 행위를 자행했다는 것도 구체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사변, 침략, 전쟁, 어떠한 무력의 위협이나 행사도 국제 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서는 다시는 사용돼서는 안 된다”는 일반론도 펼쳤다. 아베 담화에는 “식민 지배의 파도는 19세기 아시아에도 밀려들었다”며 일본의 식민 지배를 정당화하는 문구도 담겼다. “일본은 반복해서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표명했다”며 과거형 문구를 사용한 것 또한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집권 자민당 의원들 또한 “사과할 만큼 사과했다”며 당 총재 아베에게 동조했다. 아베 전 총리는 2차 집권 기간(2012년 12월~2020년 8월) 진행된 추도식에서 아시아 여러 국가에 대한 가해 행위 및 반성을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1994년 무라야마 담화 이후 역대 현직 총리가 추도식에서 일본의 가해 행위와 이에 대한 반성을 언급한 것과 대조적이다. 특히 그는 지난해 종전 75주년 추도식에서 “일본은 적극적 평화주의의 깃발 아래 국제사회와 손잡으며 세계의 다양한 과제에 역할을 다하겠다”며 ‘적극적 평화주의’를 처음 언급했다. 적극적 평화주의는 표면적으로는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에 적극 기여한다는 의미이지만 실제로는 자위대 역할 확대, 군비 확대로 연결된다. 집단적 자위권 행사 일부 용인, 무기 수출 3원칙 폐지 등 주변국이 반발하는 일본의 모든 행위가 ‘적극적 평화주의’라는 명목 하에서 진행됐다. 유명 역사학자 유이 다이자부로(油井大三郞) 도쿄대 명예교수는 저서 ‘피할 수 있었던 전쟁’에서 “아베 담화는 전쟁에 이르는 과정이 서양 열국에 의한 ‘압력’ 등과 ‘다른 사람의 책임’으로 돌리고 있고 주체적인 반성 또한 결여돼 있다. 이런 자세로는 이웃 국가는 물론 국제사회로부터의 공감도 신뢰도 얻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 일왕과 지식인의 반성은 여전 제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이 패한 후 일왕은 정치에 관여할 수 없는 상징적 존재로 바뀌었다. 하지만 그의 말 한마디가 국민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여전히 크다. 일왕은 추도식에서 과거사에 대한 반성을 적극적으로 표명했다. 아키히토(明仁·88) 전 일왕은 2015년 “전쟁을 일으킨 나라로서 ‘깊은 반성’을 한다”는 표현을 처음 사용했다. 이후 매년 추도식에서 이 표현을 빼놓지 않았다. 2019년 5월 즉위한 나루히토(德仁·61) 일왕 역시 같은 해 8월 15일 부친이 사용한 ‘깊은 반성’이란 표현을 재차 사용했다. 그는 “전후 오랜 기간에 걸쳐 평화로운 세월을 생각하고 과거를 돌아보며 ‘깊은 반성’ 위에 서서 다시는 전쟁의 참화가 반복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지식인도 과거사 사죄, 전쟁 반대 목소리를 꾸준히 내고 있다. 최근 81세로 별세한 2008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마스카와 도시히데(益川敏英) 전 교토대 명예교수는 자신을 ‘전쟁을 말할 수 있는 마지막 세대’라고 소개하며 평화운동에 앞장섰다. 유년 시절 고향 나고야에서 미군 공습을 경험한 그는 군대보유 금지, 교전권 불인정 등을 명기한 헌법 9조 개헌에 반대하는 ‘9조 과학자 모임’의 대변인으로도 일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는 1948년 태어났다. 그 역시 전쟁을 경험하지 못한 전후 세대다. 지난해 9월 취임한 그는 전임자 아베와 달리 ‘실리’와 ‘실용’을 추구한다. 야스쿠니를 참배한 적이 없고, 아베가 ‘필생의 과업’으로 여기는 평화헌법을 개정해 ‘전쟁가능한 일본’을 만들겠다는 목표 또한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 동시에 과거사를 적극 반성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적도 없다. 전임자보다 우익 색채가 옅지만 과거사 사죄에도 큰 관심이 없는 듯한 스가 총리가 15일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된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한국 정부가 독도의 모습을 실시간 영상으로 제공하는 ‘독도종합정보시스템’을 운영하기로 하자 일본 정부가 “극히 유감”이라며 영상 송출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주일 한국대사관은 즉각 일본 측의 요구를 일축했다. 해양수산부는 5일 독도의 동도와 서도 모습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독도의 역사 및 과학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독도종합정보시스템’을 6일부터 운영한다고 밝혔다. 해수부는 지난해부터 이 같은 독도 영상 서비스를 준비했고 지난달 설비 보완 및 네트워크 연결 등의 작업을 마무리했다. 해수부는 독도행 여객선이 정박하는 울릉도 여객터미널에서 영상을 통해 현지 기상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만큼 독도 방문객들이 기상 악화로 입도하지 못하는 불편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완수 해수부 해양영토과장은 “독도 실시간 영상으로 국민에게 우리 해양영토의 소중함을 알리는 것은 물론 관광자원으로서 독도의 가치를 널리 알리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일본 외무성 후나코시 다케히로(船越健裕) 아시아대양주국장은 김용길 주일 한국대사관 정무공사에게 전화를 걸어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 명칭)는 역사적 사실에 비춰도, 국제법상으로도 명백히 일본 고유의 영토”라며 “이번 한국의 대응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으며, 극히 유감”이라고 항의했다고 NHK가 보도했다. 이어 후나코시 국장은 한국 정부가 사업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주한 일본대사관도 한국 외교부에 동일한 입장을 전달했다고 NHK는 덧붙였다. 주일 한국대사관 김 공사는 “역사적, 지리적, 국제법적으로 독도는 명백한 한국의 고유 영토”라며 일본의 요구를 일축했다.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도쿄 올림픽이 열리고 있는 일본 도쿄도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하루 확진자가 5000명을 넘었다.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가운데 의료 전문가들은 올림픽 폐막 후에는 하루 확진자가 1만 명을 넘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도쿄도는 5일 하루 신규 확진자가 5042명이라고 발표했다. 전날 기록한 종전 최다(4166명)를 하루 만에 갈아 치웠다. 도쿄도의 하루 확진자는 올림픽 개회식이 열린 지난달 23일 1359명에서 2주 만에 3.7배로 급증했다. 5일 도쿄도 코로나19 모니터링 회의에서 전문가들은 “경험하지 못한 폭발적인 감염 확산이 진행되고 있다”며 “지금 속도대로라면 2주 후인 18일에는 하루 평균 감염자 수가 1만 명을 넘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고령자에 대한 백신 접종으로 비교적 낮게 유지되던 중증환자 수도 최근 가파르게 늘고 있다. 5일 도쿄도의 중증환자 수는 전날보다 20명 늘어난 135명으로 2월 1일 이후 가장 많았다. 도쿄에서 감염 환자가 계속 늘어나는 것은 전파력 높은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되기 때문이다. 일본 국립감염증연구소는 최근 도쿄도가 포함된 간토지방 확진자의 약 90%가 델타 변이 감염자라고 추산했다. 의료 전문가들은 “올림픽을 개최하면서 외출 자제를 요구하는 것은 모순”이라며 올림픽 개최를 확진자 증가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일본 전역 상황도 악화되고 있다. NHK 집계에 따르면 5일 일본에서는 1만5263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종전 최다였던 전날의 1만4207명을 하루 만에 경신했다. 정부에 조언하는 전문가회의에선 전국에 긴급사태를 발령하고, 록다운(봉쇄 조치)까지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일본 집권 자민당이 차기 총리를 선출하는 당내 절차를 시작하면서 일본은 ‘선거의 계절’로 접어들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는 중의원을 해산하고 총선거를 치러 무투표로 재선되는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다. 하지만 자민당 내에서는 스가 총리를 교체한 다음 총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행정개혁담당상이 총리 출마를 선언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자민당 선거관리위원회가 3일 첫 회의를 열고 차기 총재 선거와 관련한 협의를 시작했다. 의원내각제인 일본은 집권당 총재가 곧 총리로 선출된다. 스가 총리의 자민당 총재 임기는 9월 30일까지다. 교도통신은 “자민당이 9월 17일 총재 선거 고시, 29일 투·개표 일정으로 검토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일정에 변수가 있다. 일본 총리는 언제든 중의원을 해산하고 총선거를 실시할 권한을 갖고 있다. 현재 중의원의 임기는 10월 21일까지다. 스가 총리는 자신의 임기 안에 중의원을 해산할 것이라고 여러 번 말해왔기 때문에 패럴림픽이 끝난 9월 5일 직후 해산을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 이럴 경우엔 우선 총선거부터 치른 뒤 날짜를 새로 골라 자민당 총재를 뽑게 된다. 스가 총리는 총선거에서 실적을 낸 뒤 무투표로 총재에 재선된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요미우리신문은 4일 보도했다. 스가 총리의 시나리오대로 흘러갈지는 장담할 수 없다.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책에 불신이 높아 스가 내각 지지율은 지난해 9월 취임 후 최저 상태다. 7월 여론조사에서 30% 아래로 떨어진 적도 있다.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 스가 총리가 해산을 단행하기 힘들어진다. 당내 소장파 의원을 중심으로 “스가 총리의 얼굴을 내세워서는 총선거를 치르기 힘들다”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는 것도 변수다. 자민당은 4월 중·참의원 재·보궐선거와 7월 도쿄도의회 선거에서 잇따라 패했다. 이 때문에 중진, 신진 의원들은 스가 총리를 포함한 집행부를 교체한 다음 총선거를 치르자는 의견을 내고 있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이런 가운데 4일 출판사인 PHP연구소는 고노 담당상이 중의원 의원 초선 때부터 25년간의 행보를 담은 책 ‘일본을 앞에 두고 나아간다’를 이달 27일 발간한다고 밝혔다. 고노 담당상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차기 총리 후보 1, 2위로 꼽히고 있다. 교도통신은 “고노 담당상이 차기 총리 자리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일본이 남중국해 등 해양으로 세력을 확장하려는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 서남단 섬에 미사일 부대를 추가 배치한다. 독일도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약 20년 만에 군함을 남중국해로 파견했다. 미중 갈등이 갈수록 격화하는 가운데 일본, 독일 등이 중국 압박을 전방위적으로 거들고 나서는 모양새다. 3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 방위성은 2022 회계연도(2022년 4월∼2023년 3월) 말까지 육상자위대 미사일 부대를 오키나와현 이시가키섬에 배치한다는 방침을 굳혔다. 이시가키섬은 대만에서 약 230km, 오키나와 본섬과는 약 410km 떨어져 있어 대만과 더 가깝다. 일본 정부는 지대함·지대공 미사일 운용 부대와 무력 공격이나 대규모 재난 시 초동 대응을 담당하는 경비 부대를 이 섬에 배치할 계획이다. 부대원 숙소, 탄약고, 훈련장 등의 시설도 만든다. 방위성은 부대원 500∼600명을 배치할 수 있도록 내년도 예산안에 경비를 반영할 예정이다. 일본 서남단의 가고시마현 아마미오섬, 오키나와 본섬, 오키나와현 미야코섬에는 이미 미사일 부대가 배치돼 있다. 이시가키섬까지 포함하면 미사일 부대 거점이 4곳으로 늘어난다. 4개 섬을 선으로 연결하면 제1열도선(일본 오키나와∼대만∼필리핀 연결)과 평행해진다. 제1열도선은 냉전 시기 중국이 미국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설정한 가상의 경계선인 동시에 중국 군사력을 전개하는 목표선이다. 일본의 향후 방위력 계획까지 감안하면 제1열도선에 맞서는 경계 태세가 더 명확해진다. 일본은 가고시마현 마게섬에 미국 항공모함 탑재기의 육상 이착륙 훈련 비행장으로 이용할 자위대 기지를 건설하고, 오키나와현 요나구니섬에는 전자전 부대를 상주시킬 계획이다. 요나구니섬은 대만에서 불과 110km 떨어져 있다. 기시 노부오(岸信夫) 방위상은 4월 요나구니섬을 방문해 대만 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독일 정부는 “해군 구축함 바이에른함이 2일 북부 니더작센주 빌헬름스하펜에서 출항해 6개월간 인도태평양 순찰과 훈련 임무를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바이에른함의 핵심 임무는 미국 호주 일본 등과 함께 남중국해에서 연합 군사훈련을 하는 것으로, 승선 병사만 200명이 넘는다. CNN은 “독일이 남중국해에 군함을 파견하는 것은 2002년 이후 처음”이라며 “중국의 영토 확장 야심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는 가운데 서방국들의 남중국해 군사력 증강에 동참한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로이터에 따르면 북한 외무성은 3일 홈페이지에 “영국이 머나먼 아시아 태평양까지 군함을 밀고 들어오면서 정세를 악화시키고 있다”며 “그 구실을 우리의 ‘위협’에서 찾고 있는 것은 적반하장 격으로 우리에 대한 일종의 도발이 아닐 수 없다”고 주장했다. 중국 견제 등 인도태평양 지역 중심의 외교안보 전략을 강화하고 있는 영국은 5월 항공모함 퀸엘리자베스호를 인도태평양 지역에 출동시켰다. 연말까지 군함 두 척을 이 해역에 상시 배치하겠다는 계획도 지난달 발표했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6일 ‘히로시마 원폭의 날’에 도쿄 올림픽 참가 선수 등에게 묵념을 요청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도쿄신문이 2일 보도했다. 도쿄신문에 따르면 히로시마에 거점을 둔 원폭피해자단체협의회는 올림픽 선수와 관계자들이 6일 묵념을 해줄 것을 IOC에 요청했다. 1945년 8월 6일 미군이 떨어뜨린 원폭으로 히로시마 주민 약 14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매년 8월 6일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에서는 그들을 추모하는 희생자 위령식이 열린다. 일본 총리도 참석하는 대규모 행사다. IOC는 선수 등에게 묵념을 하도록 요청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IOC는 히로시마 원폭 피해자들에 대한 애도를 8일 폐회식 행사에서 공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16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이후 역사적으로 참혹한 사건이나 여러 이유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을 추모하는 프로그램이 폐회식에 반영됐다. 다만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는 폐회식 프로그램에 대해 “특정 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분들을 위해 기도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원폭 피해자 단체들은 IOC의 결정에 반발했다. 미마사 도시유키(箕牧智之) 히로시마현 원폭피해자단체협의회 이사장 대행은 도쿄신문 인터뷰에서 “조금 시간을 내주길 원했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무엇을 위해 히로시마를 방문했느냐. 배신당한 기분이다”라고 했다. 바흐 위원장은 도쿄 올림픽 개막을 일주일 앞둔 지난달 16일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을 방문해 원폭 희생자 위령비에 헌화했다. 당시 그의 방문을 두고 히로시마 현지 시민단체는 “올림픽 반대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정치행위”라고 비난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말 많고 탈 많던 도쿄 올림픽이지만, 막을 올리니 일본 내 분위기가 후끈 달아오른다. TV를 켜면 여러 채널에서 생중계를 하고, 메달을 딴 선수의 인생 스토리가 쉬지 않고 흘러나온다. 대회 일정의 절반을 소화한 지난달 31일 시점에 일본은 금메달 17개를 땄다. 종전 대회 최다인 16개(1964년 도쿄 올림픽, 2004년 아테네 올림픽)를 이미 넘어섰으니 일본 국민들이 열광할 만하다. 기자는 특히 2개 장면이 인상 깊었다. 먼저 지난달 29일 열린 일본과 중국의 배드민턴 여자 복식 8강전. 일본 팀은 세계 랭킹 1위인 후쿠시마 유키(福島由紀)와 히로타 사야카(廣田彩花)로 구성됐다. 히로타가 오른쪽 다리에 찬 검은색 보호대가 눈에 띄었다. 히로타는 올림픽을 한 달여 앞둔 6월 18일, 전방십자인대에 부상을 당했다. 의사 소견은 수술이 필요하다는 것이었고, 올림픽 포기였다. 그때 파트너인 후쿠시마가 말했다. “내가 더 뛰면 되잖아.” 히로타는 수술을 미루고 재활운동을 택해 올림픽 무대에 섰다. 중국 팀은 히로타에게 공격을 집중시켰다. 히로타는 네트 근처에서 수비에 주력했고, 점프해 스매싱을 날리는 경우는 드물었다. 결과는 2-1로 일본 팀의 패배. 승부가 결정된 순간 한 살 아래 히로타가 “미안”이라고 말하자 후쿠시마는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고맙다. 정말 잘했어”라고 답했다. 중국 선수도 현장에서 짧은 찬사를 보냈다. “리스펙트(존경한다).” 선수들은 울음을 참았지만 NHK 해설자가 울었다. “경기 중 다리가 아팠을 텐데…, (두 번의 경기를 이기고) 여기까지 올라온 게 대견하고….” 또 하나의 장면은 같은 날 오후 7시 반경 실시된 유도 남자 100kg급 시상식이다. 별다를 것 없는 시상식이었는데, 그 직전에 보도된 NHK 뉴스 프로그램 ‘뉴스7’로 인해 매우 특별하게 보였다. 그날은 일본 전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처음 1만 명을 넘었다. 뉴스7은 “지금까지 경험한 적이 없는 폭발적 감염 확대”, “의료 붕괴 직전”, “사람 이동이 줄지 않으면 감염 확대가 더 심해질 것” 등 보도를 쏟아냈다. 듣고 있으면 간담이 서늘해졌다. 뉴스가 끝나자마자 NHK는 올림픽 생중계를 이어갔는데, 바로 유도 남자 100kg급 시상식 장면이 나왔다. 한국 대표 조구함이 은메달을 목에 거는 모습을 보니 기자의 마음이 훈훈해졌다. 일본 국적 에런 울프 선수가 금메달을 가져갔다. 일장기가 가장 높은 자리에 게양됐고, ‘기미가요’가 울려 퍼졌다. 일본인들은 분명 맥주라도 한잔 들이켜고 싶었을 것이다. 어느새 뉴스7의 섬뜩한 보도 내용은 머릿속에서 사라졌다. 요즘 저녁이 되면 도쿄 시내 공원은 캔맥주를 들고 휴대전화로 경기를 보는 이들로 북적인다. 신바시, 긴자 등지의 술집은 밤늦게까지 북적거린다. 도쿄에는 코로나19 대응 단계 중 가장 강한 ‘긴급사태’가 발령돼 음식점은 술을 팔 수 없고, 오후 8시까지만 영업해야 한다. 시민들은 외출 자제를 요청받고 있다. 하지만 올림픽 앞에 정부 요청은 무용지물이 됐고, 코로나19 감염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일본 정부는 “감염 확대는 델타 변이 바이러스 때문이고 올림픽과는 관계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말 그럴까. 올림픽 개최 자체가 감염 대책과 모순된 메시지를 준 것 아닐까. 8일 올림픽 폐막과 동시에 국민들이 마취에서 깰 때 받게 될 ‘코로나19 쇼크’가 걱정된다.박형준 도쿄 특파원 lovesong@donga.com}

일본 도쿄올림픽에 참가 중인 동유럽 벨라루스의 육상선수 크리스티나 치마누스카야(25·여)가 “코치진의 불합리한 처사를 폭로하자 나를 반체제 인사로 몰아 강제 귀국시키려한다”며 폴란드 망명을 추진하고 있다. 그는 망명 이유로 “귀국하면 감옥에 갈까 두렵다. 벨라루스는 안전하지 않다”고 밝혔다. BBC 등에 따르면 벨라루스 대표팀 관계자들은 1일 치마누스카야를 도쿄 하네다공항에서 터키 이스탄불로 가는 여객기에 탑승시키려 했다. 공항 경찰의 도움을 얻어 간신히 출국을 면했고 2일 도쿄 주재 폴란드 대사관을 찾아 망명을 신청했다. 이날 일본 지지통신은 “폴란드가 인도적 이유로 비자를 발급했다. 그가 조만간 폴란드로 출국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그는 지난달 30일 인스타그램에 “코치진이 상의없이 100, 200m 단거리가 주종목인 나에게 이달 5일 열리는 1600m 계주에 참가하라고 지시했다”고 폭로했다. 일방적 지시는 코치진이 원래 선수의 도핑 절차를 소홀히 하는 바람에 그가 출전하지 못했고 자신이 대체 선수로 선발된 탓이라고 했다. 그가 출전을 거부하자 코치진은 지난달 31일 100m 여자 육상 경기의 출전을 막았고 출국까지 지시했다. 사태의 진짜 원인은 1994년부터 장기집권 중인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67)의 독재라는 분석이 나온다. 치마누스카야가 비판한 코치진은 루카셴코의 장남 겸 정치적 후계자 빅토르(46)의 측근이나 다름없다. 빅토르는 3월 벨라루스 올림픽위원회 위원장에 취임했다. 벨라루스에서 빅토르를 비판하는 것은 루카센코 비판과 동의어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치마누스카야는 국제 사회가 부정선거라고 규탄하는 지난해 8월 벨라루스 대선 때도 소셜미디어로 루카셴코의 승리 및 반대파 탄압을 비판하는 등 오래 전부터 정권의 눈밖에 난 상태로 알려졌다.파리=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