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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을 ‘소금소금’, 후추를 ‘후추후추’ 넣고 밀가루 옷을 입힌 새우반죽에 계란 ‘로션’을 발랐다. 반죽은 그에게로 와서 ‘랍새우’, 랍스터 맛을 흉내 낸 새우가 됐다. 속세에서 품고 온 온갖 먼지를 서울 수돗물로 씻어낸 닭에 치킨파우더를 입히고 야심차게 튀겼다. 물결무늬 닭튀김을 기대했는데 물컹물컹한 ‘닭떡’이 됐다. 뭐, 그래도 괜찮다. ‘야매요리’니까. 네이버 토요웹툰 ‘역전! 야매요리’의 정다정 작가(21)는 실패가 두렵지 않다. 그가 유일하게 무서워하는 건 부엌을 어지럽혔을 때나 ‘엄마 명의의 냉장고 속 재료’들을 건드렸을 때 뒤에서 날아오는 엄마의 ‘등짝 스매싱’뿐이다. 지난달 말 서울 광화문 카페에서 정 작가를 만났다. ―소금을 ‘소금소금’ 뿌리고, 오이를 ‘오잇오잇’ 썬다는 표현이 재밌다. “요리를 설명할 때 ‘소금 두 스푼 넣고, 오이를 가지런히 몇 mm 두께로 자르세요’ 하는 표현이 와 닿지 않았다. 그냥 단순하게 재료를 두 번 반복해서 말하니까 의도했던 느낌이랑 잘 맞아떨어졌다. 하지만 요즘은 독자들이 이런 표현법을 식상해하는 것 같아서 고민 중이다.” ―계량도 ‘아빠 숟갈 2개, 아빠 밥그릇 1개’ 하는 식인데…. “요리는 ‘감’인데 몇 g, 몇 스푼하면 머리 아프지 않나. 하지만 정식 레시피를 완전히 무시하는 건 아니다. 예를 들면 설탕 3g에 밀가루 6g이면 설탕과 밀가루를 1:2의 비율로 넣는다. 계량스푼 대신 아빠 숟갈을 이용하는 것뿐이다.” ―요리 웹툰을 그리게 된 연유는…. “원래 먹는 걸 무척 좋아했다. 지난해 9월 말쯤 요리 블로그를 통해 자유롭게 사진과 막 그린 그림, 간단한 레시피를 올렸는데 네이버 웹툰 관계자의 눈에 띄었다. 보통은 만화가 단계를 밟고 데뷔하는데 난 ‘야매’(일본어 ‘야미(暗)’에서 기원한 속어로 비정통적인 방법을 가리킴)로 데뷔한 느낌이랄까. 그렇다 보니 작품에 대한 자신감도 떨어지고 그게 일종의 콤플렉스지만 이 일은 내가 좋아하는 일들의 모자이크와 같다.” ―외고를 다니고 유학도 갔다 온 엘리트라고 들었다. “외고라고 하니까 다들 공부를 무지 잘했겠구나 하지만 그 정도는 아니었다. 부산외고를 다니면서 ‘명문대 입학’이라는 하나의 목표만을 바라보고 사는 풍토에 적응하지 못하고 마음고생을 했다. 가출도 했다. 결국 1학년 마치고 외국 대학에 가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에 미국 캘리포니아로 혼자 갔다.” ―요리 웹툰 작가가 될 거라고 상상했나. “지난해 초 미국에서 고교 졸업을 하고 귀국했을 땐 그냥 입시준비생일 뿐이었다. 우연찮게 데뷔했지만 부모님은 탐탁지 않아 하셨다. ‘요리를 하려면 제대로 하든가 그게 아니면 공부를 열심히 하든가’ 하는 식이셨다. 나는 왠지 대학을 안 갈 것 같다 싶었고 그래서 이 일에 더욱 매달렸다.” ―웹툰을 연재하면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내 또래라면 보통 길거리에서 파는 옷이나 액세서리에 눈길이 갈 법도 한데 나는 요즘 주방용품에 눈이 돌아간다. 요즘은 야채 탈수기가 그렇게 갖고 싶다. 샐러드 만들 때 물기가 있으면 짜증난다. 사회생활을 조금 일찍 경험했고 만나는 이들도 대체로 어른들이다 보니 세상 보는 눈이 넓어졌다. 노동의 소중함도 알게 됐다.” ―독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가. “즐겁게 실패하자! 실패를 부끄럽게 생각하지 말고 좋아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덤비자. 과정이 즐거우면 된다. 웹툰 독자층이 주로 청년층이다. 어른들이 하는 말씀과 별다를 바 없어서 실망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내가 곧 산증인 아닌가. 20대 또래들의 영감이자 에너지가 되고 싶다.” 정 작가는 웹툰 연재작을 한데 묶어 곧 단행본을 낼 계획이다. 웹툰에서 소개했던 메뉴들을 요리전문가의 조언에 따라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개선한 레시피도 부록으로 넣을 예정이다. “요리 따라하고 맛이 없다는 분들, 잘 따라하고 계신 겁니다”라며 넉살을 부리던 그가 인터뷰 말미에 한마디 툭 던졌다. “‘야매요리’의 생명은 실패인데, 요즘 요리 실력이 자꾸 늘어서 걱정이에요.”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나폴레옹에게 헌정하려 했던 베토벤의 ‘영웅교향곡’, 히틀러가 40번도 넘게 봤다는 ‘트리스탄과 이졸데’…. 예술로서의 음악이 아니라 지배수단이자 권력을 정당화하기 위한 메커니즘으로 사용됐던 음악을 조명한다. 김일성부터 카스트로까지 동서양의 독재자들이 대중의 눈과 귀를 막기 위해 음악을 어떻게 이용했는지를 구체적으로 다룬 연구서다. ‘왜 불러’와 ‘거짓말이야’ 등 박정희 정권 시기의 숱한 금지곡도 소개한다. 다양한 그림과 악보를 실어 한층 눈길을 끈다. 책을 덮은 뒤 직접 해당 음악을 찾아 들어볼 만하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문학최소한의 사랑(전경린 지음·웅진지식하우스)=치매에 걸린 새엄마가 이제는 소식이 끊긴 여동생을 찾아달라고 한다. 여동생을 찾아 몽환적 도시를 헤매는 희수는 사람 사이의 ‘최소한’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불같은 남녀의 사랑에서 사람들의 다양한 관계로 작가의 시선이 옮겨간 작품. 1만3000원. 한산 수첩(유익서 지음·산지니)=중견 소설가 유익서가 한산도에 머물면서 쓴 소설집. ‘오구굿’ ‘바람신 전설’ 등 향토색 짙은 소재가 가득하다. 1만3000원. ○ 인문·학술라디오헤드로 철학하기(브랜든 포브스 외 지음·한빛비즈)=라디오헤드는 왜 전 세계 청춘들의 송가가 된 ‘Creep’를 더이상 부르지 않을까. 음악과 가사, 그리고 그들만의 획기적인 음악 유통 방식을 철학으로 접근한 인문서. 1만7000원. 작지만 큰 한국사, 소금(유승훈 지음·푸른역사)=민속학과 문화사 전반에 대해 사유해온 저자가 소금으로 본 한국 역사와 문화의 흐름을 소개한다. 2만 원. 지식과 소설의 연대(구장률 지음·소명출판)=근대 지식을 수용하면서 소설의 위상이 전환된 과정을 살펴봄으로써 한국에서 어떤 경로를 거쳐 지적 시스템이 전환됐는지 분석했다. 3만 원. 문화 이론 사전(앤드루 에드거, 피터 세즈윅 엮음·한나래)=문화 이론의 핵심 개념 350여 개를 풀어썼다. 국내에 2003년 출간된 것을 최신 연구에 걸맞게 수정·보완한 개정판. 3만 원.대한민국과 국제정치(김영호 지음·성신여자대학교 출판부)=대한제국기 이후부터 현재까지 벌어진 역사적 사례들을 통해 ‘패권안정이론’과 ‘권력전이이론’ ‘세력균형이론’과 ‘신현실주의 국제정치이론’ 등 다양한 국제정치이론을 설명한다. 2만1000원.○ 실용·기타 서핑에 빠지다(이규현 지음·황금시간)=무더운 여름, 대한민국 서핑 초보를 자처하는 저자가 서핑 입문자들에게 쉬운 언어로 손을 내민다. 자세한 일러스트레이션과 다채로운 사진들, 부록 속 서핑 관련 정보는 덤이다. 1만3800원. 신규식 영어회화(신규식 지음·학문사)=영어학원에 영어동화책, 원어민 선생님 초대, 외국인 교회에서 예배 보기…. 아들에게 가르쳐 준다고 시작한 영어가 외려 저자 본인에게 도움이 됐다. 경험을 토대로 만든 영어회화책. ‘why’ ‘how’ 등 의문사(疑問詞)를 중심으로 구성했다. 1만2000원. 경제교과서, 세상에 딴지걸다(이완배 지음·푸른숲주니어)=청소년의 눈높이에서 기초부터 확장된 시사상식까지 전달해 경제의 기본기를 다져준다. 드라마, 영화, TV 광고, 리얼리티 쇼 등 다양한 소재를 녹여 경제 개념을 설명한다. 1만3800원. 진정으로 한국을 걱정하다(김경수 지음·이담북스)=최근 화두인 경제민주화를 비롯해 한국의 외교안보와 관련된 저자의 의견 90여 개가 소개돼 있다. 1만8000원.}

기자는 석 달 전 스페인 도시 5곳을 홀로 여행했다. 난생 첫 유럽 여행…. 손에 쥔 지도에는 프라도 미술관, 피카소 미술관, 후안 미로 미술관,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 등등 도시를 대표한다는 미술관마다 빨간 동그라미가 쳐져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가이드북에 소개된 명소들의 8할은 성당 아니면 미술관이었다. 깃발을 꽂듯이 대표작들을 찾아 부지런히 뛰어다녔고, 평소 한국에서는 잘 듣지도 않는 오디오 해설(무려 영어였다)을 들으며 ‘폼을 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뒤 기억에 남는 건 “나는 프라도 미술관에서 프란시스코 고야의 ‘옷을 벗은 마야’를 봤다”라는 정도뿐이다. 애석하게도. 미술을 빼놓고 유럽의 문화사를 논할 수 있을까. 이 책의 답은 ‘예스’다. 이 책이 담은 내용은 유럽문화사라기보다 ‘유럽근대문화산업사’에 가깝다. 산업혁명 이후인 19세기에 유행했던 음악과 신문, 소설, 연극부터 20세기의 라디오, 텔레비전, 영화 그리고 게임까지 다양한 형식의 문화를 총망라한 백과사전식 유럽문화통사다. 방학을 이용해 유럽여행을 계획한 이들 가운데 기자처럼 지극히 평범하고 무지한(!) 감식안을 가진 독자가 있다면 주목해볼 만하다. 동아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영국 런던대 퀸메리칼리지 유럽비교사 교수인 저자는 이 책에서 미술을 배제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문화란 단어는 넓은 의미를 포함한다. 만화도 그래픽디자인도 책에 삽입된 일러스트레이션도 모두 미술이다. 하지만 유럽을 이야기할 때의 ‘미술’은 흔히 한정된 엘리트들을 겨냥해 예술이라고 규정한 유일무이한 물건을 매매하는 투기시장을 전제로 한다.” 그가 2001년 ‘모나리자: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이라는 책의 저자이기도 하다는 게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유럽인들이 문화 콘텐츠를 어떤 방식으로 소비하는지 면밀히 관찰했다”고 설명했다. 가장 흥미로운 점은 고급문화와 저급문화를 구분하는 행위를 마케팅으로 해석했다는 것. 오늘날 고급문화로 분류되는 문화상품들은 산업화 이후 문화적 가치의 위계서열을 규정하는 투쟁 과정에서 다른 사회집단과 차별화를 담보하는 마케팅 전략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특히 ‘저급문화’로 치부되는 분야와 산업 양상을 이 책은 생생히 서술한다. 지난 200년간 유럽의 보통 사람들이 밥벌이를 하고 남는 시간에 삶을 즐기거나 시름을 잊는 방식을 조명했다는 점이 독특하다. 기존의 문화사 연구들이 개별 작품의 내용을 소개하거나 평가하는 것에 그쳤다면 이 책은 출판업자, 편집자, 서적상, 도서대여점 등으로 이뤄진 소설의 상업적 그물망, 오페라하우스와 연주회장의 운영이나 가수의 벌이와 위상, 카바레나 민중극이 인기를 얻은 이유 같은 구체적 일상사를 파고들었다. 20세기를 다룬 후반부는 유럽시장을 정복하는 미국 대중문화의 힘과 그 대척점에 서 있던 유럽의 일부 흐름에 대해서도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배우가 아닌 사업가로서의 찰리 채플린을 조명한 대목이나 미국 연재만화를 혐오했던 유럽 문화 엘리트에 대한 내용이 대표적이다. 다만 통상적인 유럽문화사의 국가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을 한계로 지목할 만하다. 대부분의 사례가 영국이나 프랑스, 이탈리아 등 서·남유럽 몇몇 국가 위주라는 점도 아쉽다. 총 2790쪽, 5권에 걸친 방대한 분량이 독자를 압도하고 가격도 부담스럽지 않을 수 없지만 무겁지 않은 서술 덕에 책장은 쉽게 넘어가는 편이다. 저자는 e메일 인터뷰에서 넉살 좋게 “내가 생각해도 길긴 길다. 꼭 처음부터 끝까지 강제로 읽을 필요는 없다”며 “우선 처음과 마지막 챕터를 읽은 뒤 개인의 취향에 맞춰 골라 읽기를 권한다”고 말했다. 이어 “문화가 상품으로서 생산과 유통에 있어 중요한 변화를 거친 시기를 다룬 4권 ‘혁명’은 꼭 읽어봤으면 한다”고 당부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미생물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레이우엔훅은 사업가였지만 작은 세계에 대한 호기심에 50∼200배율 현미경을 400대가량이나 직접 제작했다. 온몸을 떨어대는 환자를 보고 모두가 귀신 들렸다고 할 때 히포크라테스는 간질을 발견했다. 생물 교사와 통합형 논술을 준비하는 수험생 및 일반인이 모두 만족스럽게 읽을 만한 ‘교실 바깥의 교양생물학’ 책이다. 파블로프의 조건반사, 멘델의 유전이론 같은 교과서적 지식 외에도 해부학과 백신 등 생물학의 다양한 세계를 풍부한 스토리텔링과 함께 담았다. 한 쪽의 절반 이상씩을 차지하는 이미지 자료와 한눈에 보는 생물학의 역사 연표가 소장 가치를 높인다.권오혁 인턴기자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앞으로 10년 뒤 출판계를 주름잡을 인물들은 모두 지금 페이스북 하는 사장들일 겁니다.” 김현종 메디치미디어 대표(51)는 페이스북 마케팅의 매력에 빠져 있는 출판인 중 한 명이다. 얼마 전 출간한 ‘개념 연예인’의 표지도 김 대표의 페이스북이 만든 작품이다. 페이스북을 이용한 지 갓 6개월을 넘겼지만 그는 페이스북 친구(페친)가 1400여 명이나 된다. 이들을 대상으로 새로 나올 책 제목 공모는 물론이고 탄탄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미래의 필자를 발굴하는 데도 여념이 없다. 페이스북을 통해 만나게 된 필자 5, 6명과 아이템 구상뿐 아니라 원고 마감도 함께한다. 다양한 직업의 필자들이 여성 심리 치유, 글쓰기, 10대의 목소리 등을 담은 책을 하나씩 펴낼 예정이다. 김 대표는 “트위터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대고 외치는 ‘시장’이라면 페이스북은 아는 이들끼리 소통하는 ‘사랑방’”이라며 “페이스북은 포털 검색처럼 시간과 수고로움을 덜어주기 때문에 꼭 출판이 아니어도 지식기반산업이나 문화산업의 창조자들에게는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출판계에서 페이스북 파워유저로 손꼽히는 박혜숙 푸른역사 대표(51)는 얼마 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페친 여러분들의 고견을 구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소금이라는 주제로 한국문화사를 들여다보는 책이 마무리 단계인데 제목을 정하기가 어려워 도움의 손길을 요청한 것. 게시글을 올린 지 하루 만에 대표가 제안한 3개의 제목을 두고 130여 명이 답글을 달았다. 박 대표는 “1번 ‘소금, 짜게 본 한국사’가 제일 대중적인 반응이었는데 결정은 3번 ‘작지만 큰 한국사, 2000년 소금이야기’로 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득표수보다 누가 어떤 선택을 하는지를 유심히 지켜봤다고 했다. 반응이 좋은 것과 실제 구매할 독자는 성격이 다르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주제 자체가 대중적인 편이 아니라서 전문가들의 허심탄회한 의견을 구하고 싶었다는 설명이다. “페친이 된 분들 중에는 우리 출판사가 낼 책과 연관된 주제를 연구하는 분도 많아요. 오프라인에서는 역사 연구를 하는 분들만 만났지만 요즘은 제가 출판 일만 했다면 몰랐을, 인접 분야를 연구하는 분들도 폭넓게 만나게 됐죠.” 책 선물 이벤트를 활발하게 진행하는 출판사도 있다. 돌베개와 마음산책이 대표적이다. 돌베개는 매주 금요일 정기 이벤트 ‘책또’에서 당첨되는 페이스북 친구들에게 책 선물을 받는 기쁨을 선사한다. 여러 출판사가 연계돼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 있고 국제도서전이나 책 장터 등 다양한 도서 관련 행사 소식도 전한다. 이처럼 페이스북이 새로운 마케팅 채널로 떠오른 가운데 앞으로는 페이스북을 일방적인 홍보 또는 공지가 아니라 대화를 주고받는 소통의 공간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이달 초 출간된 ‘페이스북의 비밀’의 저자인 컨설턴트 진범신 씨(38)는 “‘너무 좋은 책이 나왔으니까 이걸 사세요’라는 식이라면 반감을 살 수 있다. ‘이 책의 알짜배기 메시지는 이겁니다’ 하고 독자들에게 전하는 게 오히려 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진 씨는 “책이 팔리기 전에 개인 브랜딩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며 “페이스북에 책 매출의 직접적인 효과를 기대하는 것보다 저자의 인지도를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1977년,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야구만화 ‘도카벤’을 따라 그리는 여덟 살 소년이 있었다. 4년 뒤 노트에 10쪽짜리 야구만화를 그리자 반 친구들이 돌려가며 읽고는 재미있다며 계속 그려달라고 졸랐다. 집에 박혀 그림을 그리던 아이는 이렇게 만화로 친구를 더 많이 사귀게 됐다. 일본 만화가 소다 마사히토 씨(44)는 ‘스바루’ ‘카페타’로 한국 팬들과도 친숙한 인물. 어려운 환경 속에서 기적을 이뤄내는 천재의 성장 과정을 그려 감동을 주는 작가로 알려졌다. 》 ‘스바루’는 죽어가는 쌍둥이 동생을 깨우기 위해 병상 곁에서 춤추던 주인공이 세계적인 발레리나가 된다는 줄거리를 담았다. ‘카페타’도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와 살아가던 의욕 없는 소년이 카레이서가 되는 훈훈한 성장만화.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SICAF) 특별전시를 위해 방한한 작가를 20일 서울 동작구 상도동 코믹코즐에서 만났다. ―발레나 카레이싱을 실제로 해본 일이 있나. “2001년쯤 일본의 한 프로발레단이 프랑스 파리에서 공연할 때 군무에 참여한 일이 딱 한 번 있다. ‘스바루’ 취재 과정에서 알게 된 지인이 참여를 제안했고, 처음엔 거절했지만 작업에 도움이 될 것 같아 시도했다. ‘스바루’ 뒷부분은 그 경험을 새기면서 그렸다. 카레이싱은 해본 일이 없다.” ―만화를 그릴 때 캐릭터 설정은 어떻게 하나. “‘스바루’의 경우 소녀의 얼굴을 먼저 그려놓고 생각하다 ‘이 아이는 발레에 어울릴 것 같다’는 영감을 뒤늦게 얻었다. 발레를 전혀 모르고 그리다 보니 1, 2권까지는 감이 안 왔다. (동행한 편집장의 눈치를 보며) 지금 돌아가면 2권을 좀 더 재밌게 쓸 자신이 있다. 물론 그림도 훨씬 깔끔하게!”(이 대목에서 편집장은 ‘처음 듣는 이야기’라며 익살스럽게 그를 흘겨봤다.) ―당신의 만화에는 일관된 주제가 있다. 온갖 어려움과 역경 속에서도 재능이 모든 걸 압도한다는 것. 실제로도 그렇게 생각하나.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극복해 나가는 인간의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알려주고 싶었다. 나는 웅변가도, 소설가도 아니다. 독자들에게 그런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만화뿐이다.” ―주인공 친구인 ‘스바루’의 마나, ‘카페타’의 노부는 주인공의 경쟁자면서 천재의 빛에 가려지는 인물이다. 하지만 주인공이 위기에 처할 때 조력자를 자처한다. “그림이 잘 안 그려질 때 주변에서 생각지도 못한 도움을 받기도 한다. 그런 것들이 캐릭터화한 것 같다. 카페타를 예로 들면 운전 외는 ‘젬병’이다. 누군가가 다른 부분을 도와주지 않으면 레이서로 성장하는 데 큰 장애가 될 것이다. 혼자 힘으로만 재능을 꽃피울 순 없다고 생각한다.” ―가장 애착이 가는 캐릭터는…. “단연 스바루다. 내가 낳은 자식이나 다름없다. 내 작품 속 캐릭터 가운데 가장 불우한 환경에서 자랐고 성격에 큰 결함이 있다. 당시 내 상황과 많이 겹쳐 더 애착이 간다. 처음 ‘스바루’를 연재할 때 독자들은 ‘만화가 우울하다. 굳이 만화에서 어두운 면을 그려야 하냐’는 반응을 보였다. 한국 독자들은 달랐다. 한국에서 잡지 연재를 시작했을 때 독자들이 ‘어렵게 자라는 스바루가 내 모습 같다’며 보내준 엽서 응원이 큰 힘이 됐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징크스를 물었다. 그는 그림을 그릴 때 선이 삐져나가면 수정액을 쓰지 않고 커터로 긁어내는 버릇이 있다고 했다. 선 하나를 지우는 데 30분이 걸리고 종이도 너덜너덜해진다. 사람들이 답답해하지만 꿋꿋이 그 위에 다시 그림을 그린다고 한다. 문득 그의 고집스러운 면모가 발레, 레이싱 등 외길을 걷는 작품 속 주인공들과 겹쳤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한국에서 명문대 의대를 나와 레지던트로 일하던 젊은이가 미국 애니메이션 제작사 픽사의 애니메이터가 됐다. ‘라따뚜이’ ‘업’ ‘토이스토리3’ 등에 그의 손길이 들어갔다. ‘서울 국제만화애니메이션 페스티벌(SICAF 2012)’ 참석차 고국을 찾은 김재형 씨(39)를 22일 서울 중구 예장동의 한 레스토랑에서 만났다. 어릴 때부터 애니메이션을 좋아했던 그는 연세대 의대 본과 1학년을 마친 뒤 3차원(3D) 애니메이션을 공부하고 싶어 1년간 휴학했다. 쉬는 기간에 학원을 다니며 그래픽 디자인을 배웠다. 애니메이션과는 결이 달랐지만 미술동아리의 전시회 홍보 책자를 만들 정도로 열성적이었다. 다시 의대로 돌아와 공부하면서도 허전한 마음을 달랠 수 없었다. 2000년 의약분업 당시 비뇨기과 레지던트 1년차였던 그는 결국 병원을 떠나 유학길에 올랐다. 2003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아카데미 오브 아트 유니버시티’에 들어가 애니메이션을 공부했다. 졸업 후 100 대 1의 경쟁을 뚫고 인턴으로 픽사에 취업했다. ‘라따뚜이’를 작업하던 그는 인턴 기간 만료를 앞두고 게임업체 블리자드로 들어가 ‘스타크래프트 2’의 영상을 만드는 데도 참여했다. “블리자드는 다방면에 경험이 많은 젊은 사람들이 많고, 픽사는 엄청난 경력과 연차의 소유자들이 꾸려가는 회사입니다. 둘 중 어느 곳에서 일을 할지 결정할 때 고민을 많이 했어요. 하지만 결국 규모도 크고 등만 돌리면 바로 실전을 배울 수 있을 만큼 스승이 많은 픽사를 선택했죠.” 픽사로 돌아온 그는 ‘업’ ‘토이스토리3’에 이어 9월 개봉 예정인 ‘메리다와 마법의 숲’ 애니메이션 제작에 참여했다. 지금은 내년 여름 개봉할 예정인 ‘몬스터 대학교’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토이스토리3’를 보고 어른들이 눈물을 흘리고, 나이든 관객들이 ‘업’을 보기 위해 극장을 찾지 않습니까? 의사는 아픈 사람을 치료해 주지만 애니메이터도 알게 모르게 마음의 상처를 입은 사람들을 치유해 줄 수 있다는 데 자부심과 만족을 느낍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요즘 아이들은 사춘기가 훨씬 길어졌어요. 지금의 10대에게 부모 세대의 10대를 기대하면 안 되는 이유죠.” 김영화 서울 강동소아정신과 원장(사진)이 ‘사춘기 엄마가 모르는 아이의 비밀’(경향에듀)을 펴냈다. 끊임없이 자라는 청소년기의 뇌를 연구해 10대의 행동을 분석한 ‘10대 뇌 사용 설명서’다. 김 원장은 ‘내 아이 마음에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사춘기 뇌가 위험하다’ ‘학교폭력, 청소년 문제와 정신 건강’ 등 10대 자녀 교육서를 여럿 출간했다. 그는 “과거에는 12∼18세를 사춘기로 생각했지만 요즘은 25세쯤 돼야 사춘기가 끝난다”고 설명했다. 뇌 과학자들이 1990년대 이후부터 청소년 뇌를 자기공명영상(MRI)으로 찍어왔는데 21세기 들어 청소년기의 뇌 변화가 25세가 돼서야 멈추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예전보다 청소년기가 길어진 원인에 대해서 김 원장은 “교육기간이 길어졌기 때문”이라며 “사회에 나가 경제활동을 하기까지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과거에 비해 뇌 성장속도는 느리지만 영양상태가 좋아지면서 신체 나이는 앞서기 때문에 10대들이 겪는 혼란은 배가된다. 청소년들이 쉽게 흥분하고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기승을 부리는 10대 범죄는 예전보다 범죄에 많이 노출돼 있는 환경적인 변화와 청소년기 신체적 변화의 합작품이에요. 원래 혼란의 시기인데 요즘 아이들은 더 길게 겪고 지나간다는 게 문제이지요.” 책은 불안정한 10대의 뇌에 대해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10대 자살과 관련해 특히 주목할 만한 내용이 눈에 띈다. 자살을 결심한 아이들은 50번 정도 이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주위에 보낸다. 이를 ‘도움요청(cry for help)’이라고 한다. 김 원장은 “자살하려는 아이들은 반드시 주변에 미리 죽음을 예고한다. 친구들은 다 아는데 부모만 잘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안타까워했다. 어떻게 하면 10대 자녀를 비뚤어지지 않게 키울 수 있을까. 김 원장은 “자녀들의 말을 끊지 말고, 비판하지도 말고 묵묵히 진지하게 들어주라”며 “절대 친구들하고 비교하지 말고 대화의 주어를 ‘너’가 아닌 ‘나(부모)’로 맞춰보라”고 조언했다. 요즘 들어 자녀의 유사 자폐 증상으로 병원을 찾아오는 엄마가 부쩍 늘었다. 엄마가 우울증이나 스트레스를 겪게 될 경우 자녀의 정서적인 욕구를 채워주지 못하게 되는데 이 때문에 자녀가 자폐증을 앓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김 원장은 다음 저서에서 이 문제를 다룰 계획이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남아프리카공화국의 10대는 미래에 희망을 걸지 않는다. 가난의 대물림, 그로 인한 무력감과 체념은 몸을 팔아 당장의 끼니를 때워야 하는 동력이 된다. 1998년 청소년 에이즈 사망 가능성이 50%를 넘어섰다. 성관계와 에이즈 공론화에 인색하고 보수적인 남아공 사회에서 돌파구는 없어 보였다. ‘러브라이프’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남아공 청소년 에이즈 예방 캠페인 ‘러브라이프’가 성공한 비결은 또래압력에 있다. 성교육으로 겁을 주고 약도 주며 설교하지는 않았다. 그 대신 음료수 스프라이트 광고 캠페인을 모델로 삼았다. 연예인의 가십거리, 음악, 패션, 스포츠 행사, 연애 정보 등 10대들의 관심사를 활용해 그들이 동참하고 싶어 하는 단체를 만들었다. 이 단체에서 소녀들은 또래 소녀들이 콘돔 없이 성관계를 맺자는 남자 친구를 왜, 어떻게 차 버렸는지 듣는다. 그리고 자기도 그렇게 해야겠다고 생각하기 시작한다. 그들에게 변화의 이유를 물으면 이렇게 대답한다. “삶을 살아 가는 새로운 방법에 동질감을 느꼈어요. 나도 삶을 바꾼 내 친구처럼 될 수 있어요.” 책의 원제는 ‘Join the Club’이다. 뉴욕타임스와 내셔널지오그래픽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는 저자는 이 책에서 또래압력을 이용한 사회적 치유책의 위력을 강조한다. “인간을 움직이는 가장 강력하고 효과적인 동기는 타인과의 결속감에 대한 염원”이라며 부정적인 뉘앙스를 풍기는 또래압력을 비틀어 보기를 권한다. 총 10장에 걸쳐 제시되는 사회적 치유책의 구체적인 사례들이 눈길을 끈다. 저자가 현장을 답사해 건져 올린 얘기들인 만큼 더욱 생생하다. 세르비아의 독재자 슬로보단 밀로셰비치를 물러나게 한 ‘오트포르(세르비아어로 ‘저항’이란 뜻)’ 학생 조직이 대표적이다. 기존의 민주주의 운동가들이 정당을 만드는 동안 오토포르는 파티를 벌였다. 이 학생 조직에서는 한밤중에 경찰을 피해 휴대전화를 지급받고 암호를 외우고 돌아다니다 체포되면 다음 날 록스타처럼 추앙을 받았다. 오트포르는 멋진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콘서트를 열었다. 이 조직은 비폭력 저항운동의 새로운 코드로 자리매김했다. 이 밖에도 저자는 인도의 카스트제도 완화, 미국 텍사스 주 소수민족 학생들의 미적분 점수 향상 등의 사례를 또래압력의 산물로 소개했다. 무함마드 유누스 총재의 그라민 은행도 또래압력의 좋은 본보기다. 돈도 부동산도 없는 방글라데시 극빈층에 또래 친구들 사이에서의 평판을 담보로 돈을 빌려 준 것. 이런 연대 담보는 빈곤이라는 거대한 사회 문제에 ‘손잡고 나아가기’ 방식을 채택하면서 빛을 발했다. 저자는 한 사람의 의지로는 해결하기 힘든 사회 문제를 가장 자연스럽고 효율적으로 풀어나가는 방법이 또래압력이라고 설명한다. 진짜 문제는 어둠의 수렁에 빠진 개인이 아니라 공동체를 이룰 수 없는 고립된 개인들의 사회라는 것이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곧 출간할 저서 ‘안철수의 생각-우리가 원하는 대한민국의 미래 지도’(김영사)에서 “앞으로 책임 있는 정치인의 역할을 감당하든, 아니면 한 사람의 지식인으로서 세상의 변화에 힘을 보태는 역할을 계속하든, 이 책에 담긴 생각을 바탕으로 더 많은 사람들과 힘을 모아 나아가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18일 확인됐다.동아일보가 입수한 일부 원고에서 그는 대선출마 의지를 분명히 밝히진 않았지만 “이 책을 시작으로 앞으로는 내 생각을 보다 많은 분들께 구체적으로 들려드리고 많은 분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책 출간을 계기로 지금보다 안 원장의 행보가 더 적극적이 될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책을 낸 뒤 시차를 두고 대선출마 여부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수순이 유력하다. 안 원장을 인터뷰한 대담자는 제정임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이고 책의 1판 1쇄 발행일자는 이달 19일이다.안 원장은 서문에서 “기업 현장에서, 학교에서, 정책을 토론하는 자리에서 그리고 청춘콘서트를 포함한 대화의 자리에서 많은 분들과 함께 ‘우리가 열망하는 사회’에 대한 생각을 나눴다. 그런 사회를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지에 대해 고민도 함께했다”고 밝혔다. 그는 “내 딸을 포함한 미래세대가 꿈을 키우고 행복을 느끼며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사회를 이루어 가기 위해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하며 밤잠을 설치기도 했다. 이 책에는 그런 토론과 고민의 결과들이 담겼다”고 강조했다. 안 원장은 경제 교육 통일 외교 국방 등 국가 현안에 대해 전문가들을 만나 공부해 왔다.▼ “청소년 경쟁상대는 자기 자신… 잠재력 극대화를” ▼부제도 ‘우리가 원하는 대한민국의 미래 지도’인 만큼 그가 출마를 결심할 경우 집권 비전에 해당하는 내용이 책에 담겼을 것으로 보인다.그는 제 교수가 ‘인생에서 성공이란 무엇으로 정의할 수 있느냐’고 묻자 “제 인생에서 성공의 의미는 삶의 흔적을 남기는 것”이라며 “내가 죽고 난 후에 내가 존재하지 않았을 때와는 다른 긍정적인 무언가를 이 세상에 남기고 싶다는 마음이다. 사람들의 생각을 변화시키거나 좋은 제도, 좋은 책, 바람직한 조직 등을 통해 세상에 흔적이 남기를 바란다”고 말했다.안 원장은 ‘청소년과 청년들에게 당부할 말’을 묻는 질문엔 “사회구조의 문제와 상관없이 자신의 잠재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며 “경쟁과 비교의 대상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되는 게 좋다. 옆에 있는 친구가 아니라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를 비교하라”고 조언했다. 또 “내가 받은 것을 장차 일부라도 돌려줘야 할 책임을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그는 “일본인 수학자 히로나카 헤이스케가 쓴 ‘학문의 즐거움’이란 책의 한 구절을 생활신조로 삼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 평범한 사람이 노력을 거듭한 끝에 원래 천재였던 사람보다 더 빛나는 업적을 남길 수 있었다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어떤 문제에 부딪히면 나는 남보다 시간을 두 배 곱절 더 투자할 각오로 한다. 그것이야말로 평범한 두뇌를 지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라는 구절을 읽었을 때 내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인도하는 빛을 발견한 듯한 감동을 받았다”는 것이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

어릴 적 음식을 남겼을 때 부모에게서 이런 잔소리를 들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농부들이 피땀 흘려 가꾼 음식을 남기면 안 된다’, ‘우리 때는 쌀 한 톨도 소중했다’, ‘굶어 죽어가는 아프리카 아이들을 떠올려 봐라’ 등 집집마다 엇비슷하다. 여리고 맑은 동심에 죄책감을 불러일으켜 효과를 발휘하기 마련이다. 이 책은 얼핏 머리가 굵어진 어른들을 위한 잔소리 모음집처럼 보인다. 하지만 먹는 만큼 버려지는 음식과 우리의 잘못된 소비습관에 주목하고, 낭비를 줄이기 위해 일상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들을 소개하는 안내서에 가깝다. 구성 면에서는 개인적인 관찰과 사실, 영화 이야기를 섞은 ‘하이브리드 인문서’로 볼 수 있다. 영화감독 투른이 4개 대륙을 누비며 찍은 다큐멘터리 영화 ‘쓰레기 맛을 봐(Taste The Waste)’ 이야기와 개인적 경험을 토대로 실태를 정리하는 한편, 프리랜서 언론인 슈테판 크로이츠베르거는 식량 낭비의 원인과 해결책에 대해 학문적 접근을 꾀한다. 책 내용의 핵심은 전 세계 식량 생산량의 절반이 쓰레기통으로 직행한다는 사실. 현장 취재로 얻은 생생한 사례와 각종 수치가 실태의 심각성을 부각시킨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지난해 5월 발표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은 매년 300만 t의 빵을 쓰레기통에 버리는데 이는 스페인 국민 전체가 1년간 먹을 수 있는 양이다. 전 세계 물 소비량의 4분의 1은 나중에 쓰레기통으로 들어갈 식품을 생산하는 재배지로 들어간다. 이렇다 보니 우리가 외면하고 싶은 불편한 진실들이 페이지마다 가득 담긴다. 외양이 깨끗한 제품을 진열하기 위해 구부러진 오이, 울퉁불퉁한 감자, 한 군데 멍든 사과들은 상자째 버려진다. 유통기한이 소비자들에게 음식을 버리는 면죄부로 작용한다는 논리도 흥미롭다. 꽉 들어찬 냉장고를 정리하며 식품을 버릴 때 유통기한은 양심의 가책을 떨쳐 버릴 수 있도록 놀라운 힘을 발휘한다. 저자는 ‘소비자는 자기가 보고 듣고 맛보는 감각보다 생산자가 표기한 날짜를 더 신뢰한다’고 꼬집는다. 생산자가 낭비를 줄일 수 있는 다양한 사례 모음도 참고할 만하다. 영국 슈퍼마켓 체인 세인즈베리스는 1+1 제품을 ‘오늘 하나를 구입하면 다음에 필요할 때 다른 하나를 가져가기’ 식으로 탈바꿈시켰고, 네덜란드 슈퍼마켓 체인 점보는 유통기한이 이틀 남은 물건을 진열장에서 발견하는 손님들에게 무료로 가져가도록 하는 획기적인 발상으로 폐기물을 줄였다. 이 밖에도 저자는 줄이고 재분배하고 재생하는 간단한 원칙 ‘RRR(Reduce, Redistribute, Recycle)’을 제시해 경작지에서 식탁까지 오는 유통 과정에서 낭비를 줄일 수 있는 길을 안내한다. 혹시 우리는 ‘지금 반드시 필요한 물건’이 아니라 ‘언젠가 필요할지도 모르는 물건’들을 구입하고 있지는 않은가. 보기 좋은 음식이 맛도 좋다며 과일을 마구 버리고 있지는 않은가. 과잉의 시대에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지구 반대편에서 누군가가 굶어 죽어 간다는 사실에 그치지 않는다. 낭비하는 작은 습관은 자원 고갈이나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 등의 재앙이 되어 이미 우리 자신에게 돌아오고 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양악수술은 OO병원’, ‘라식 수술 OO만 건 국내 최다’ 출퇴근길 버스나 지하철에서 무수히 보고 듣는 광고 문구들이다. ‘획기적인 암 치료제 개발’ ‘커피 하루에 한 잔은 두뇌 회전 높여’ 같은 정보도 수시로 사람들의 눈과 귀를 파고든다. 이런 건강정보와 광고의 홍수 속에서, 알아 두면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진실을 가려내는 일은 쉽지 않다.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병원에 관한 진실’을 말하기 위해 의사 출신 기자들이 입을 열었다. 동아일보 이진한, MBC 신재원 의학전문기자는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의료 상식부터 의사에게 물어보고 싶었던 질문에 대한 답까지 충실하게, 군더더기 없이 전달한다. 책에 따르면 복부 컴퓨터단층촬영(CT)은 복부 초음파와 명백한 중복 검사이므로 동시에 받을 필요가 없다. 갑상샘초음파검사로 진단하는 갑상샘 유두암은 생존율이 98%나 되는, 비교적 ‘착한’ 암이다. 대학 병원 응급실 진료 시스템을 설명해 놓은 대목을 읽으면 대학병원 응급실의 진료가 왜 느리고, 왜 의사들은 계속 바뀌면서 똑같은 질문을 해 대는지 등 의문이 풀린다. 이상적인 소아 응급실을 갖춘 병원도 소개해 어린 자녀를 둔 부모라면 눈이 반짝 뜨일 만하다. 최근 관심을 끌고 있는 양악 수술과 관련해 수술을 받으면 좋은 얼굴형을 알려 주고 다이어트약과 소화제에 숨겨진 비밀도 파헤쳤다. 포괄수가제, 암 보험과 같은 의료 이슈도 진단했다. 120가지가 넘는 의료 상식과 분야별 최고 전문의가 전하는 의료 현장의 목소리들이 책의 부가가치를 높인다. 앞에서부터 꼼꼼히 정독하는 것도 좋지만 관심 있는 질병이나 치료법에 관한 부분을 먼저 읽어도 좋을 듯하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올여름 화제작인 SBS 월화드라마 ‘추적자’를 보면서 사람들은 드라마 속 법의 부조리에 유독 분노한다.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법이 도리어 사람을 해칠 수 있다는 불편한 진실은 대중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하다. 펜실베이니아대 로스쿨 교수인 저자는 이 책에서 우리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만든 법이 왜 우리의 도덕과 상식을 배반하는지를 따지고 든다. 장기 매매처럼 서로 상생할 수 있는 거래를 법으로 금지하고, 판결은 유죄 아니면 무죄로만 갈리며, 악행을 저지르고도 처벌받지 않는 등의 문제가 바로 저자가 다루는 법의 모순들이다. 도덕적으로 악랄해 보이는 범죄가 기대보다 약한 처벌을 받을 때 사람들은 사법제도의 모순에 분노하고 사회정의를 의심한다. ‘추적자’ 속 평범한 형사 아버지가, 딸을 죽이고도 뉘우치지 않는 범인이 무죄 선고를 받자 이성을 잃었던 경우가 그렇다. 저자는 특히 기대 형량과 실제 형량 간의 딜레마를 다루는 대목에 방점을 찍는다. 예를 들어 음주 운전 중 행인을 치어 죽이고 경찰을 피해 달아난 범인은 한 번의 범행으로 살인, 뺑소니, 공무집행방해라는 다수의 범죄를 저지른 것이 되지만, 한 차례 만남에서 성관계 도중 피해자를 수차례 폭행한 가해자에게는 단 한 건의 강간죄만 적용된다는 사실이 놀랍다. 저자는 이런 법의 부조리함이 근본적으로 논리 간의 충돌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한다. 유권자의 투표행위를 연구한 결과 발전한 ‘사회선택이론’을 도구 삼아 사람들이 별다른 의문 없이 받아들이거나 막연히 불편하게 느꼈던 법의 딜레마를 파헤친다. A, B, C 세 후보의 선호도가 A, B, C 순이라고 해도 A 후보와 C 후보가 맞붙을 경우 전자가 승리하지 않을 수 있다는 ‘콩도르세의 역설’이 이론의 핵심이다. 법의 제정과 집행에서도 이 같은 역설이 성립되기 때문에 부조리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배경지식이 없는 독자들을 배려해 철학 경제학 통계학 심리학 연구 결과를 망라하고 다양한 상황극을 제공한다. 다만 비유로 드는 이야기를 때로 장황하게 펼쳐놓아 문제의 본질을 놓치거나 흐리기도 하는 점이 아쉽다. 법에는 왜 허점이 많은가라는 질문에 대해 일반인의 상식과 법률기관의 타당성 사이에서 빚어지는 간극 때문이라고 설명하면서, 허점을 인지하고도 시정하지 못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넘어가는 데선 맥이 빠진다. 책의 감수를 맡은 금태섭 변호사는 추천사에서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재미있게 읽었다면 그 다음에 읽을 책으로는 이 이상 가는 것이 없을 것”이라며 로스쿨 재학생이나 로스쿨 입학을 희망하는 예비법조인들에게 일독을 권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문학 숲의 왕국(현길언 지음·물레)=어느 날 나무들이 인간에 반기를 들었다. 나무가 숲의 주인임을 공표하고 ‘나무 왕’을 뽑은 것. 하지만 정권을 잡기 위한 나무들의 다툼은 인간 세계와 흡사하게 반목과 혼란으로 가득 차게 되는데…. 1만2000원. 오레오레(호시노 도모유키 지음·은행나무)=히토시는 우연히 주운 휴대전화에 걸려온 전화를 받은 뒤 장난스레 그 휴대전화의 주인행세를 한다. 이후 타인들이 히토시를 휴대전화의 주인으로 태연스럽게 대하는 이상한 일이 일어나는데…. 끝없는 ‘자기 증식’을 그린 독특한 장편 소설. 1만3000원. ○ 인문·학술 신채호 문학연구초(김주현 지음·소명출판)=단재 신채호가 신문 잡지 등에 쓴 글 200여 편을 새롭게 발굴해 분석했다. 또 애국계몽기 연극개량론 관련 논설을 비롯해 여러 작품의 저자가 신채호임을 밝혔다. 4만8000원. 유라시아의 체제전환과 국가건설(한양대 아태지역연구센터 러시아·유라시아연구사업단 엮음·한울)=러시아,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등 유라시아 지역 12개 신생 독립국가의 국가 건설 과정과 전망을 담았다. 3만4000원. 철학을 낳은 위대한 질문들(사이먼 블랙번 지음·휴먼사이언스)=위대한 질문 시리즈 첫 번째 책. 철학의 본질적인 질문들이 과학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짚어낸다. 물리학 역사를 바꾼 20가지 질문을 담은 ‘물리학을 낳은 위대한 질문들’도 함께 출간됐다. 1만8000원. 조선왕실의궤의 비밀(아미가와 에미코, 기무라 요이치로 지음·기파랑)=경술국치 후 일본에 반출됐다가 100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온 조선왕실의궤. 일본 NHK 특별취재팀은 일제강점기에 일본이 의궤를 ‘약탈’한 것이 아니라 조선 왕족의 장례와 혼례를 제도화하는 기초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가져간 것이라고 추정한다. 9500원. ○ 실용·기타 협동조합, 참 좋다(김현대, 하종란, 차형석 지음·푸른지식)=이론에 그치는 기존의 책들과 달리 호혜와 연대의 경제를 추구하는 협동조합의 현실적인 방향성을 생생한 취재를 바탕으로 제시했다. 1만5800원. 괜찮아, 아직 청춘이잖아!(김영아 지음·신원문화사)=현재에 지치고 미래를 걱정하며 방황하는 젊은이들을 위로하기 위해 독서치유상담사인 저자가 발 벗고 나섰다. 책을 통해 상처받은 영혼들을 어루만지는 치유의 메시지들을 담았다. 1만2000원. 청개구리 성공신화(최중경 지음·매일경제신문사)=많은 개발도상국이 롤모델로 삼고 있는 한국의 경제 발전 비결을 전직 경제정책통이 자세히 소개했다. 한국 경제가 성공스토리의 연속은 아니었다며 실패한 정책에서 찾아낸 교훈들도 새겨볼 만하다. 2만 원.}
‘몸에 스테이플 박아 넣기. 손톱 뽑기. 황산 끼얹기.’북한의 정치범수용소에서나 들어볼 만한 끔찍한 고문들을 시리아 정보기관이 자행해온 사실이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RW)’에 의해 밝혀졌다.HRW는 시리아의 감옥에 수감됐다 풀려난 200여 명을 인터뷰해 3일 발표했다. 81쪽의 ‘시리아 고문실태 보고서’엔 다마스쿠스와 홈스, 이들리브를 비롯해 시리아 전역에서 반정부 활동을 하다 붙잡힌 사람을 조사하는 27곳의 고문센터에서 자행된 잔혹한 고문기술이 총 망라돼 있다. 시리아군 정보부 등 4개의 정보기관과 치안기관은 20여 가지의 고문기술이 이곳에서 사용됐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장기간 계속돼 온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자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붙잡힌 시위자를 끔찍하게 고문해왔다는 것. 지난해 3월 아사드 독재정권에 반대하는 반정부 시위가 벌어진 이래 시리아 정부군이 비인간적인 고문을 해왔다는 지적이 국내외에서 제기돼 왔다. 보고서에는 시리아 정보당국이 민간인에게 자행한 충격적인 고문기술이 낱낱이 드러나 있다. ‘둘랍’은 머리와 다리를 자동차 타이어에 집어넣고 구타하는 것이다. ‘바사트 알 리’는 의자 형태로 접히는 십자가에 묶어 발바닥을 때리는 고문이다.반정부 시위에 참여했다가 지난달 이들리브 수용소에 3일간 구금된 한 30대 남성은 “조사관이 손가락을 비틀고 가슴과 귀 등에 스테이플을 박았다”고 말했다. 그는 “자동차 배터리에 전선을 연결해 성기에 전기충격을 두 번이나 가했다”며 “그렇게 3일간 세 번씩 나를 고문해 영영 가족을 보지 못하는 줄 알았다”고 밝혔다.고문 희생자는 대부분 18∼35세의 건장한 남성이지만 어린이와 청소년, 여성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탈라크에 수감돼 있던 호삼 군(13)은 “배에 전기충격을 가했다”며 “세 번째 심문 때는 펜치로 발톱을 마구 뽑으며 ‘우리는 어른과 아이를 가리지 않고 죽일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라’고 협박했다”며 당시의 끔찍했던 순간을 전했다.한 전직 간수는 HRW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펜치로 수감자들의 손톱을 뽑았다. 그리고 그들에게 그것을 먹게 했다. 우리는 그들이 바닥에 흘린 피를 핥아먹게 했다”고 고백해 충격을 주었다.고문기술자들의 모욕행위도 폭로됐다. 지난해 봄 체포돼 40일간 독방에 감금됐던 반정부 활동가 타리크 씨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그들은 벌거벗은 우리의 몸에 찬물을 끼얹거나 오줌을 누었다”고 회고했다. 전직 아랍어 교사인 아흐메드 씨도 “고문을 하다 피를 흘려 고문자들의 셔츠를 적시면 더러운 피를 묻혔다고 또다시 맞았다”며 “(고문자들이) 부츠를 벗어 입에 쑤셔 넣었고 강제로 ‘신은 없다. 오직 바샤르 알아사드만이 있을 뿐’이라고 외치게 했다”고 밝혔다. 부상자들을 치료하다 갇힌 한 치과의사는 화장실용 물로 물고문을 당하기도 했다.HRW는 보고서를 근거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이 같은 고문행위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해 고문에 직접 가담한 관계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구했다. HRW는 16개월째 계속되는 유혈사태로 숨진 희생자가 1만6500명을 넘어섰다고 추산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유럽연합(EU)의 이란산 원유 수입 금수조치를 비롯한 추가 제재가 1일 발효됐다. 동시에 유럽 역내 보험사·재보험사의 이란산 원유 수송선박 보험이 금지되면서 이란 경제에 적신호가 켜졌다. 관심의 초점은 원유 수출량 감소 여부다. 이란은 평소 수출물량인 250만 배럴보다 약간 줄긴 했지만 여전히 하루 210만∼220만 배럴을 수출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2일 AFP통신에 따르면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미 5월부터 평소 물량보다 40%나 줄어 하루 평균 150만 배럴에 불과하다고 발표했다. 이란의 1일 원유 수출 규모는 2010년 기준 사우디아라비아(763만 배럴)와 러시아(501만 배럴)에 이어 세계 3번째다.외신들은 제재에 따른 살인적인 인플레이션과 높은 실업률로 고통 받는 이란 시민의 삶을 집중 조명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1일 “시민들이 육류와 과일, 설탕도 구매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슬람혁명수비대와 같은 군인과 공무원의 임금이 체불되면서 정부에 대한 원성이 자자하다.이란리알화의 가치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50% 하락했다. 소비자물가도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번 주 비공식 이란리알 환율은 달러당 2만1000이란리알로 18개월 전(1만1000이란리알)의 약 2배에 이른다. 이란리알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달러 사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하지만 이란 당국은 제재에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마무드 바흐마니 이란 중앙은행 총재는 “외환 보유액이 충분하다”며 제재에 맞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일각에서는 EU의 제재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영국 BBC방송은 “EU의 제재는 미국의 제재만큼 강력하지 않다”며 “경제에 타격을 줘도 정치 체제를 뒤흔들 정도는 아니다”라고 1일 분석했다. 한편 이란은 2∼4일 실시되는 혁명수비대 지상군 훈련에서 단거리, 중거리, 장거리 미사일을 시험 발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미국과 이스라엘이 자국 핵시설을 공격하면 이스라엘에 보복 공격을 하겠다며 긴장감을 고조시켰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민주화혁명 이후 선출된 대통령이 쫓겨난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이 임명한 재판관 앞에서 취임 선서를 하다.’ 지난달 30일 열린 무함마드 무르시 신임 이집트 대통령의 공식 취임식은 무슬림 대통령과 군부 간 진행되고 있는 힘겨루기의 현주소를 상징적으로 드러냈다. 정장 차림에 붉은색 넥타이를 맨 무르시 대통령이 이날 취임 선서를 한 곳은 헌법재판소. 과거 이집트 대통령들은 의회 앞에서 취임 선서를 해 왔다. 무르시 대통령도 이를 희망했다. 하지만 헌재가 지난달 14일 선거 과정의 불법을 이유로 하원 해산을 결정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아무도 없는 의회 대신 다른 장소를 물색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9년 7월 임명된 파루크 술탄 소장을 비롯해 선서를 받는 재판관 전부가 무바라크에 의해 임명된 인사들이어서 무르시 대통령의 마음이 편치는 않았다. 결국 이집트 최초의 민선 대통령인 무르시 대통령은 방청석이 텅 빈 헌법재판소 안에서 찡그린 얼굴로 맞은편에 앉은 술탄 소장 등 재판관 19명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술탄 소장은 대통령을 향해 “이집트 최고의 사법기관에 오신 걸 환영한다. 당신이 이곳에 온 사실이 (대통령이) 이집트 헌법과 법률을 떠받치고 있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며 속을 긁었다. 이에 대해 무르시 대통령은 선서가 끝난 후 취임사에서 “사법부와 입법부를 존중한다. 이 두 권력 체계가 모든 대통령의 권력으로부터 독립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힘쓰겠다”라며 3권 분립을 강조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새하얀 피부에 오뚝한 콧날, 깊은 눈매의 소유자인 안나 샤파코바 씨는 전형적인 러시아 금발 미녀다. 모스크바의 고급 주택이 모여 있는 부촌 올드아르바트 거리에 사는 그녀는 라이카 아카데미의 예술감독이자 틈틈이 러시아 예술연구원에서 사진전을 열고 사진학교에서 강사를 겸임하는 실력파 사진가다. 화려한 외모만큼이나 출중한 실력, 탄탄한 직업과 재력까지 뭐 하나 빠질 게 없는 그녀는 30대 중반을 훌쩍 넘긴 ‘골드미스’다. 아직까지 짝을 못 찾은 이유에 대한 샤파코바 씨의 설명은 간단하다. “내가 만나본 러시아 남성 중 신사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요즘 러시아에는 샤파코바 씨처럼 골드미스로 살아가는 여성이 늘고 있다. 뉴스위크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의 25∼50세 미혼여성은 300만 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같은 연령대 미혼 남성의 3배에 이른다. 골드미스 급증은 러시아만의 현상이 아니다. 최근 중국의 신문 칼럼, TV 시트콤, 리얼리티 짝짓기 프로그램 등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단어는 단연 ‘성뉘(剩女·잉여 여성)’다. 성뉘는 ‘섹시해지기에는 너무 늙은’ ‘만 25세를 넘겨 (결혼 시장에서) 남겨진’ 여자들을 뜻하지만 미모와 날씬한 몸매, 재력과 고학력 등을 모두 갖춰 여유롭다는 의미도 있다고 포린폴리시는 전했다. 한 관영언론은 연령에 따라 ‘노처녀 전사들(25∼27세)’ ‘승리자들(28∼30세)’ ‘성뉘의 장인(匠人·35세 이상)’ 등 3단계로 분류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1982년 5%였던 25∼29세 여성 중 미혼녀의 비율은 1995년에는 약 2배, 2008년에는 3배나 증가했다. 30세 이상 여성 중 미혼녀의 비율도 1995년 2%에 불과했으나 2008년에는 6%로 뛰었다. 옛 공산권의 양대 산맥인 중국과 러시아에 골드미스가 넘치는 배경을 들여다보면 비슷한 면이 있다. 1990년대 자본주의가 유입되면서 양국의 국가 경제력이 향상됐고 새로운 체제는 가부장적 사회도 바꿔놓았다. 변화는 자녀, 특히 딸에 대한 높은 교육열로 나타났다. 한 자녀 정책으로 외동딸만 둔 중국 부모들이 딸을 남자보다 더 똑똑하게 키우려 했고 그 결과 똑똑하고 자신감 넘치는 성뉘가 양산됐다. ‘현대 사회의 초혼 연령과 결혼 형태 변화’를 연구한 논문은 “배운 여자들은 자신보다 못한 남성을 원치 않는 반면 남성은 자신보다 우월한 여성을 원치 않기 때문에 문제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남성에게 의지하지 않고 골드미스들이 스스로의 삶에 만족하며 살아가려는 경향도 강하다. 성뉘를 타깃으로 ‘중화민국에서 노처녀로 당당히 살아가는 법’ ‘웰컴 투 노처녀 월드’ 등의 제목을 달고 기획기사를 게재하는 코스모폴리탄, 하퍼스바자 중국판 등 각종 패션지나 여성지가 불티나게 팔린다. 러시아에서도 ‘담배와 술을 지나치게 즐기고 거짓말을 자주 하며 욕설도 심한’ 러시아 남성들과 사느니 혼자 여유로운 삶을 구가하는 게 낫다고 판단하는 여성이 늘고 있다. 여자친구나 아내가 자신을 위해 청소나 빨래, 요리를 해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러시아 남성이 대다수인 데다 모델처럼 꾸미길 강요하거나 고소득 전문직 여성에게 열등감을 느껴 폭력을 행사하는 남성도 종종 있어 여성들의 원성이 자자하다고 뉴스위크는 전했다. 러시아 여성 정치권에서는 골드미스들을 겨냥해 “모권제 사회가 도래했다! 우리 모두 준비해야 할 것”이라며 여성들의 연대를 주창하기도 한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서서 일하거나 오랜 시간 일하는 직업을 가진 여성들이 출산한 아기는 다른 아기에 비해 뇌가 작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네덜란드 에라스뮈스 메디컬센터의 알렉스 뷔르도르프 박사가 임산부 46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미용사, 판매원, 교사 등 오랜 시간 서서 일하는 직업을 가진 임신부들이 출산한 아기의 머리 크기가 다른 아기들에 비해 평균 3%(1cm)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영국 BBC방송이 28일 보도했다. 또 일주일에 40시간 이상 일하는 직업을 가진 임신부들이 낳은 아기의 몸무게는 일주일에 25시간 일하는 여성들이 낳은 아기보다 148∼198g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뷔르도르프 박사는 “뇌의 크기가 작다는 것만으로 아기의 건강 상태를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인지 기능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그는 “육체적으로 오랫동안 일하게 되면 태반으로 가는 혈류량이 감소함과 동시에 태아에게 전달되는 산소와 영양분의 양이 제한된다”며 “장시간 일하는 임신부들은 자궁 내에서 자라는 태아의 건강과 발육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