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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뒤에는 백두산에서 한라산까지 손에 손을 잡고 인간 띠를 만들 수 있기를 기원해 봅니다.” 신종 인플루엔자도 흐린 날씨도 통일을 염원하는 마음을 막지는 못했다. 7일 오후 경기 파주시 임진각에서 ‘사랑의손잡기운동본부’ 주최로 열린 남북화해와 국민통합을 위한 ‘사랑의 손잡기 날’ 행사. 대회장인 이윤구 전 대한적십자사 총재와 이기택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등 각계 인사와 참가 시민 1500명은 임진각 평화누리에서 통일에 대한 뜨거운 염원을 노래했다. 서울역에서 참가자들이 임진각까지 ‘평화의 열차’를 타고 출발하면서 시작된 이날 행사는 임진각 평화누리에서 축시 낭독, 대회사, 격려사, 축사, 탈북자 대표가 북의 가족에게 보내는 편지 낭독, 평양통일예술단 공연, 선언문 낭독으로 이어졌다. 이 전 총재는 대회사에서 “남북의 화해와 민족의 통일을 기원하는 한겨레의 사랑으로 뜨거운 손을 맞잡고 분단의 벽을 헐어 새 아침을 깨우는 운동을 시작하려 한다”며 “사랑의 손잡기 운동이 전국으로 퍼져 가까운 장래에 북녘의 땅에도 마음과 마음으로 전해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영어를 열심히 하던 우리 아이가 국제중학교에 합격했는데 이 기쁜 소식을 함께 나누지도 못하네요.” ‘탈북자 박사 1호’인 이애란 씨(45)가 북에 있는 가족들을 향해 편지를 낭독할 때는 잠시 분위기가 숙연해지기도 했다. 평소 통일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 오다 이번 행사에 참가했다는 오종림 할아버지(79)는 “통일을 바라는 사람들의 마음이 내 생각보다 뜨거운 것 같아 흐뭇하다”며 “남북화합에 대해 고민해보는 자리가 종종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1시간 반 가까이 진행된 이번 행사는 민족통일을 향해 ‘사랑의 손’을 잡고 함께 나가기를 촉구하는 선언문 낭독과 평화의 종 타종, 만세 삼창으로 마무리됐다. 파주=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2일 방한한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더힐스쿨의 데이비드 도거티 교장(사진)은 “한국 학생들이 많은 활약을 하고 있어 내 눈으로 한국을 확인하고 싶어 찾았다”며 한국인의 높은 교육열에 관심을 보였다. 미국 50대 사립학교 안에 드는 이 학교에는 한국 학생 25명이 재학 중이다. 도거티 교장은 “오케스트라 단원, 축구팀, 학생회 등 다양한 학교활동에서 한국 학생들이 갈수록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며 “한국 동문이 학교 이사회의 멤버로 참여할 정도로 학교에서 한국이 중요한 위치에 있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 학생의 가장 큰 장점은 근성”이라며 “목표를 설정하고 그를 향해 나아가는 힘과 노력이 굉장하다”며 감탄했다. 한국의 외국어고 폐지 논란에 대해 묻자 도거티 교장은 “재능을 가진 학생들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내주는 엘리트 교육은 필요하지만 외국어 과학 등 특정한 분야에 맞춰야 하는지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면서 “우리 학교는 다양한 인문학적 소양을 길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서도 보딩스쿨이 엘리트만을 위한 학교가 아니냐는 시선이 없진 않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체 학생의 30∼40%에 달하는 학생들에게 학비를 지원하고 있다”며 “재능은 평가하되 같은 재능을 가진 학생들이 경제적인 조건 때문에 길이 엇갈리게 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재력 있고 실력 있는 한국 학생을 잡아라.’ 한국 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한국을 찾는 미국 사립고등학교 관계자들의 발걸음이 잦아지고 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포츠타운에 있는 명문 보딩스쿨(기숙사립학교)인 더힐스쿨의 데이비드 도거티(64) 교장 부부가 2일 한국을 방문했다. 면접을 진행하는 입학사정관과는 별도로 도거티 교장 부부는 4일 저녁 한국에 있는 10여 명의 이 학교 졸업생과 함께 학생 유치 방안이나 학교발전 방향 등을 논의하는 모임을 가질 예정이다. 미국 메인 주의 켄츠힐스쿨도 지난달 한국계 입학처 관계자를 파견해 학생과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입학상담을 했다. 지난달 28일에는 보스턴 트리니티아카데미, 세이트앤드루스쿨 등 40여 개의 보딩스쿨이 합동으로 ‘보딩스쿨 박람회’를 열었다. 교육컨설팅업체인 세한아카데미의 김철영 대표는 “비공개적으로 한국을 찾은 곳도 많다”고 귀띔했다. 외국 사립학교들이 한국 학생 유치에 적극적인 것은 연간 수만 달러의 고액 수업료를 마다 않고 해마다 지원자가 늘고 있고 교육열이 높아 학업도 우수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미국 사립학교에 자녀를 유학 보낸 김모 씨(46)는 “예전에는 국내 학교에 적응 못하면 외국으로 유학 보내는 경우가 많았으나 지금은 공부 잘하고 경제력이 있는 학생들이 일찌감치 유학에 나선다”며 “미국 사립학교 입장에선 한국 학생은 든든한 후원자인 셈”이라고 말했다. 또 조기유학 역사가 20년 이상 되면서 한국 학생들이 소극적인 유학생에서 적극적인 학교의 리더로 변한 영향도 크다는 분석이다. 더힐스쿨 졸업생으로 현재 학교 이사회에서 활동 중인 통신장비업체인 사운드파이프코리아 박성빈 대표(43)는 “옛날에는 가진 정보도 없고, 영어도 서툴렀지만 요즘은 학생회와 클럽 등 학교활동에 적극적이어서 학교에서도 좋아한다”고 전했다. 켄츠힐스쿨에 자녀를 보낸 학부모 이재한 씨(50)는 “한국 학생들은 수줍어하고 공부에만 매달린다는 미국 학교들의 인식이 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유학원 관계자는 “미국 학교 관계자가 방한하면 재학생 학부모들이 ‘후한 대접’을 한다는 소문이 돌면서 1년에 두 번씩 방문하는 학교도 있다”고 말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열흘 전 강원도의 집을 나와 상경한 원모 군(16). 처음엔 집을 나온 해방감에 들떴지만 점점 친구 집에 가기도 눈치가 보였다. 지갑도 바닥을 드러낸 지 오래였다. 결국 강도짓을 해서라도 생활비를 구해야겠다고 결심한 원 군은 지난달 27일 과도를 주머니에 숨겨 택시에 탔다. 양천구에서 그를 태운 택시가 친구 집이 있는 은평구 대조동의 한 주택가에 멈춘 오전 2시 무렵, 그는 강도로 돌변해 칼로 택시운전사를 위협했다. 놀란 택시운전사는 하루 종일 번 돈 11만 원을 그대로 내줬다. 원 군은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도망쳤다. 추적을 당할 것에 대비해 입고 있던 티셔츠를 벗어던지고 준비한 검은색 양복으로 갈아입기까지 했다. 하지만 ‘완전 범죄’에 성공했다고 자신하며 유유히 걸어가던 원 군은 범행을 저지른 지 채 한 시간도 되기 전에 덜미를 잡히고 말았다. 신고하러 온 택시운전사한테서 범인이 앳된 얼굴에 뚱뚱하다는 얘기를 듣고 곧바로 추격에 나선 경찰이 친구 집으로 향하던 원 군을 붙잡은 것. 옷은 갈아입을 수 있었지만 유난히도 큰 몸집은 숨길 수가 없었다. 경찰은 키 175cm에 체중 100kg의 거구가 흔한 체형이 아니라는 점에서 원 군을 용의자로 붙잡은 뒤 택시운전사와 대질 끝에 범인임을 확인하고 불구속 입건했다고 2일 밝혔다.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통합공무원노조로 출범할 예정인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가 해직됐다가 복직한 조합원들을 상대로 거액의 민사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8일 서울남부지법과 전공노에 따르면 전공노는 지난해 11월 복직 조합원 32명을 상대로 “해직됐을 때 지급한 구제금을 반환하라”며 34억 원의 희생자 구제금 반환 청구 소송을 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노조는 이들 조합원이 노조 활동을 하다 근무하던 지방자치단체에서 해고, 면직 또는 파면되자 노조의 ‘희생자 구제 규정’에 따라 조합원 회비로 마련한 구제금을 지급해 이들의 생계를 지원해 왔다. 구제금은 1인당 1000만 원에서 많게는 1억 원 이상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들 조합원이 개별적으로 소속 기관을 상대로 낸 해고무효 소송에서 대법원이 복직과 함께 해직 기간 중 받지 못한 임금을 한꺼번에 돌려받도록 승소 확정 판결을 내리면서 구제금이 문제가 됐다. 법원의 판결에 따라 봉급을 받지 못한 기간에 노조에서 생활비 명목으로 받은 희생자 구제금도 한꺼번에 돌려줘야 하게 된 것. 복직 조합원들은 그동안 받은 구제금을 반환하지 못해 전공노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일부 조합원 사이에서는 “돈을 갚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조합원을 상대로 소송까지 낸 것은 지나치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전공노 측은 해직됐던 조합원들의 어려운 처지는 안타깝지만 구제금이 개별 조합원에게서 한푼 두푼 거둔 회비로 조성된 만큼 꼭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공노 측은 “진행 중인 소송은 이들을 응징하자는 차원이 아니라 회계상 받을 돈이 있음을 확실히 하려는 것이기 때문에 당장은 소송을 취하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병역 대상자인 김모 씨(27)는 2001년 11월부터 올해 9월까지 8년 가까이 22차례나 병역기일을 미뤘다. 병역기일 연기방법에 대해 별다른 정보가 없을 때에는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브로커에게 돈을 쥐여주고 날짜를 연기했다. 네 차례에 걸쳐 건넨 돈은 300만 원. 어느 정도 요령을 알게 되자 나중에는 병무청 측에 질병이나 해외 단기여행 등의 사유를 대 혼자서도 척척 병역을 연기했다. 이유만 있으면 몇 차례가 되든지 병역을 연기하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김 씨는 이렇게 시간을 벌어 네 차례나 신체검사를 다시 받았다. 결국 처음 신체검사에서 현역 입영대상인 1급 판정을 받았던 김 씨는 우울증을 이유로 최근 4급 공익근무요원 판정을 받아냈다. 병역 비리를 수사하는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7일 브로커의 도움을 받아 공무원시험 등을 핑계로 입영을 연기한 혐의(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로 이모 씨(27) 등 입영 대상자 73명과 브로커 차모 씨(31)를 불구속 입건하고 이번 수사를 마무리했다. 이에 앞서 경찰은 ‘환자 바꿔치기’ 수법으로 현역 입영 대상자를 공익근무요원으로 빠지게 해 준 혐의(병역법 위반 등)로 브로커 윤모 씨(31)와 심장 발작성 심부전증 환자 김모 씨(26), 이들에게 돈을 주고 허위 진단서를 받아 공익요원 판정을 받은 카레이서 김모 씨(26) 등 3명을 구속한 바 있다. 이 씨 등 병역기일 연기 의뢰자들은 브로커 윤 씨와 차 씨에게 돈을 건네 국가공무원시험을 허위로 신청하는 수법으로 병역을 많게는 22차례까지 연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은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병역을 미룬 것으로 밝혀졌다. 국가공무원시험을 허위로 신청하는 것은 기본이고 해병대 등 타군에 지원하면 병역이 연기되는 것을 악용해 해병대 등에 지원한 뒤 체력측정에서 일부러 탈락하기도 했다. 여행을 떠난다며 출국대기 서류만 제출한 뒤 정작 출국하지 않은 사례도 있었다.이들은 이렇게 시간을 벌어 수차례 재검을 받았다. 경찰은 불구속 입건된 73명 외에 돈을 주고 입영연기를 했지만 현재 현역이나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를 하고 있는 67명은 육군본부 고등검찰단에 관련 사실을 통보했다. 또 2명은 소재 불명으로 기소 중지를, 51명은 무혐의 처분했고 나머지 29명은 인적사항을 파악하지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행 병역법에는 병역기일 연기 횟수가 정해져 있지 않아 갖가지 사유로 만 29세가 되는 해의 6월 30일까지 횟수 제한 없이 연기가 가능한 맹점이 있다”고 말했다.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아이들이 아빠를 통해 조금이라도 베푸는 삶을 느낀다면 수술쯤이야 뭐 힘들겠어요.” 6명의 아이를 입양해 키우는 ‘다둥이 아빠’가 생면부지의 타인에게 자신의 장기를 기증하겠다고 나섰다. 주인공은 대전 중구 김상훈 목사(51). 그는 28일 서울아산병원에서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를 통해 3년간 혈액 투석을 받아온 40대 남성 임모 씨(인천 부평구)에게 자신의 신장을 이식해 줄 예정이다. 김 씨가 기증을 결심한 데는 아내 윤정희 씨(44)가 큰 역할을 했다. 윤 씨는 2007년 이미 50대 여성에게 신장을 떼어 준 ‘장기기증 선배’. 윤 씨는 어렸을 때부터 폐가 좋지 않아 기침을 달고 살던 둘째 하선이(12·여)가 다른 친구들과 운동장을 뛰어다닐 만큼 건강이 좋아지자 누군가에게 자신의 신장을 이식해 주기로 마음먹었다. “딸이 몸이 안 좋을 때 ‘살려주시기만 하면 저도 다른 생명을 살리겠다’고 기도했는데 그 약속을 어길 수가 없더라고요.” 평소에는 주사도 무서워할 만큼 겁이 많던 아내의 의연한 결단, 그를 옆에서 지켜봐온 김 씨도 자연스레 장기기증의 뜻을 굳힐 수 있었다. 아이들도 엄마의 아름다운 ‘나눔’을 이미 보았던 터라 아빠의 결정에 응원을 보냈다. 김 씨는 “바로 곁에서 24시간 함께하는 사람이 기증 후에도 이렇게 건강하니 두려워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며 “이식수술 후 모든 일상생활에 더 감사하며 선하게 살아가는 아내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꼭 누군가와 생명을 나눠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김 씨 부부는 오래전부터 사랑을 실천해 왔다. 이 부부는 결혼 후 계속되는 유산으로 아이를 갖기 힘들게 되자 6명을 입양해 키우고 있다. 2000년 5월 5일 하은이(13·여)와 하선이 자매를 처음 품에 안았다. 하은이는 눈동자가 바깥으로 몰리는 ‘간헐성외사시’ 증세를 보였고 하선이는 기관지염을 앓았지만 부부는 ‘아이 키우는 재미’에 쏙 빠졌다. 부부는 이후 입술갈림증(구순열)으로 괴로워하던 하민이(8·여), 퇴행성 발달장애를 겪는 요한이(7), 심각한 안짱다리로 걷지 못하던 사랑이(6) 등 3명의 장애아를 차례로 입양했다. 지난해 성탄절 때 막내 햇살이(6)까지 들어오면서 지금의 대가족을 이뤘다. 10년 전만 해도 토목건축업을 하면서 억대 연봉으로 넉넉하게 살았던 김 씨 부부지만 지금은 안정된 삶을 뒤로한 채 어려운 지역주민들을 돕고 있다. ‘함께하는 지역아동센터’를 통해 20여 명의 학생도 가르치고 있다. 아내 윤 씨의 얘기. “아이들에게 물질적으로는 풍족하게 못해주지만 마음으로 많은 사랑을 보여주고 있다고 믿어요. 앞으로 그 사랑을 아이들이 퍼뜨리길 바랄 뿐이죠.” 부부는 소원마저 닮아 있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언제나 몸에서는 싸한 파스 냄새가 진동했다. 파스라도 붙여야 허리디스크를 이겨내고 ‘마트’로 출근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가족들끼리 마트에 와서 한 바구니 가득 물건을 사가는 모습을 볼 때면 집에 있는 아이 생각이 나 속이 상했다. 그래도 마트가 생계를 지탱해주는 소중한 일터였기에 이번만은 오래 다닐 생각이었다. 하지만 두어 달이 지났을까. 월급날이 지났는데도 월급이 들어오지 않았다. “사장님, 월급이 안 들어온 것 같은데요.” 조심스러운 물음에 도리어 호통이 쏟아졌다. “원래 지금은 일 배우는 적응기라서 월급을 다 줄 수가 없어. 사정이 딱해서 일자리 줬더니만 뭘 아무것도 모르면서….” 김순옥(이하 가명·34·여) 씨는 여기 저기 수소문한 뒤 사장을 찾아가 월급을 달라고 따졌다. 끝까지 오리발을 내밀던 사장은 “고발할까요”라는 김 씨의 말이 떨어지고 나서야 월급을 줬다. “북에서 왔다니까 물정을 모른다고 생각했겠지요. 아무 것도 모르고 열심히 일하는 나를 그렇게 이용하려고 생각했다는 게 참 분하고 상처가 되더라고요.” 마트에서 일을 그만둔 뒤 김 씨는 요즘 가끔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이어간다. 한 달에 손에 쥐는 돈은 보조금을 포함해 50만 원 남짓.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을 누구보다 잘 키우고 싶지만 학원은 꿈도 꿀 수 없다. ○ 무직과 비정규직이 대다수 많은 탈북자가 한 직장에 정착하지 못하고 무직과 비정규직을 오가고 있다. 취재팀이 접촉한 200명 중 무직과 학생, 주부를 제외하고 직장이 있다고 답한 사람이 117명이었지만 현 직장에서 ‘1년 이상 일하고 있다’고 대답한 사람은 33명에 불과했다. 직장을 몇 번이나 옮겼느냐는 질문에는 “많아서 셀 수가 없다”며 대답을 회피하는 사람이 많았다. 이 물음에 응답한 68명 중 ‘직장을 5번 이상 옮겼다’고 대답한 사람이 11명이었다. 3번 이상 옮겼다고 대답한 이는 30명이었다. “글쎄, 일곱 번인가 여덟 번인가. 하루 나갔다가 그만둔 식당도 포함해야 하나?” 순대국밥 집에서 일하는 박은혜 씨(30)는 현재 직장이 몇 번째 직장인지 제대로 기억하지도 못한다. 그는 식당과 호텔 청소원 일 등 7, 8군데를 옮겨 다녔다고 했다. 북한과 중국에서 한 고생에 비하면 일이 고된 것은 아니었지만 한 곳에 정착하지 못했다. 박 씨는 “월급이 적어서 그만 둔 경우도 있고, 월급이 괜찮은 곳에서는 주인과 싸워서, 또 어떤 곳은 너무 멀어서,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탈북자라고 놀려서 때려치운 적도 있다”고 말했다. 탈북자들은 북한과는 완전히 다른 남한체제에서 ‘식당’ ‘청소’ ‘막노동’ 등 일용직을 제외하고는 선택권 자체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북한에서의 직업도 구직에는 보탬이 안 되고 새로 기술을 배우려고 해도 어떤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할지 정보를 얻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몸으로 때우는 일을 할 수밖에 없다. 북한에서 군사전문학교를 나온 김세철 씨(43)도 하나원 수료 후 직장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방황하다 뒤늦게 용접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에 올 초부터 학원에 다녀 지난달부터 용접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북한 의사도 남한에선 간호조무사 북한에서의 전문성이나 화려한 경력도 학제(學制)부터 시스템이 완전히 다른 남한 사회에서 새롭게 적응하는 데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했다. 탈북자 200명 중 북한에서 직업이 교수, 교사, ‘당 일꾼(당원)’ 등 화이트칼라 계층은 29명이었다. 하지만 29명 중 2명만이 각각 연구원과 회사원으로 일하고 있을 뿐 7명은 무직상태였고 12명이 일용직, 환경미화원 등 단순노동직에 종사하고 있었다. 나머지 8명은 도시락 판매 등 자영업자였다. 북한에서 의사로 일했던 김영실 씨(45)는 올해 초 의사고시에 도전했다가 고배를 마셨다. 20년 전 의사자격증을 받고 10년 넘게 환자들을 돌봤지만 남한의 의사고시는 북한에서의 시험과는 또 다른 것이었다. 그가 의사만 고집했던 것은 아니다. 병원에만 돌아가면 된다는 생각에 간호조무사 학원을 마치고 간호조무사에도 도전했다. 그러나 2006년 들어간 병원에서는 환자들이 낯선 말씨의 간호조무사를 꺼렸다. 간호사들조차 키(142cm)가 자그마하고 낯선 북한 출신 간호조무사를 달가워하지 않았다. 조금만 실수를 해도 “아줌마는 도대체 왜 그래요”라는 날카로운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병원을 옮겨도 마찬가지였다. 주변의 격려로 도전했던 의사고시에서도 고배를 맛본 그는 이제 일도, 공부도 접고 복지관에서 요양보호사 강의를 듣고 있다. “자꾸 주변에서는 절 같은데 들어가서 공부해 의사고시에 다시 도전하라고 하는데…. 모르겠어요. 내 처지에 학원을 다닐 수도 없고….”○ ‘내일은 없다’ 이직과 무직을 반복하는 탈북자 중 상당수는 정부 보조금에 의지해 살아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에서 지원금을 받고 있는 탈북자가 47명이고, 이 중 31명은 지원금이 유일한 소득이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미래를 위해 저축이나 투자는 하지 못하고 하루하루 살기에 바쁜 악순환이 이어진다. 저축이나 재테크를 하고 있다고 대답한 사람은 21명(10.5%)에 불과했다. 저축하지 못하는 사람 중에는 생계를 걱정하는 사람도 많다. 조순옥 씨(36)는 한숨이 잦다. 지난달 둘째를 낳았지만 당장 분유며 기저귀 살 돈이 없다. 같은 해 한국에 들어온 탈북자인 남편도 위염과 위궤양으로 수술을 받고 난 뒤 누워있는 날이 많다. 생활비가 한 푼도 없는 날에는 아픈 몸을 끌고 일당 4만 원짜리 일용직 노동을 하러 나간다. 조 씨도, 남편 박 씨도 일정한 직업은 없다. 네 식구가 사는 40m²(약 12평)짜리 임대아파트도 이들에게는 버겁다. “보증금이 올라 올겨울만 버티고 서울 밖으로 나가려고요. 중국에서는 감자 한 알로 하루를 버티는 날도 많았어요. 가난을 피해 내려온 남한에서 먹고사는 것을 걱정해야 될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동국대 북한학과 고유환 교수는 “정착지원금 등 정부 보조금이 나오지만 초기 생활만 도울 뿐 제대로 된 직업을 찾고 남한 사회의 어엿한 구성원으로 정착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며 “탈북자들이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경제적 감각과 능동성을 가질 수 있도록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국내외 대학졸업증명서, 토익성적표, 혼인·가족관계증명서, 피부관리사 자격증…. 고객이 원하면 어떤 문서도 위조할 수 있다며 인터넷 광고를 통해 사람들을 유혹한 ‘문서 위조의 달인’들에게 불가능은 없어 보였다. 고객이 신청하면 견본까지 보내줬다. 이를 보고 돈을 부쳐주면 빠르면 2시간 안에 증명서가 파일 형태로 e메일로 들어왔다. 지방의 한 전문대를 졸업한 김모 씨(37)도 3월 우연히 접한 ‘위조의 달인’ 광고를 접하곤 마음이 흔들렸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30만 원을 주고 서울시내 모 사립대 건축공학과 졸업증명서를 의뢰했다. 비자문제 때문에 4년제 대학졸업자를 우대하는 두바이 주재 국내 건설회사에 취업하기 위해서였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김 씨는 위조된 증명서로 취업에 골인했다. 김 씨처럼 위조증명서로 취업에 성공한 이는 10여 명에 달했다. 위조서류는 학력뿐 아니라 가족관계나 나이를 속이는 데도 사용됐다. 정모 씨(37·여)는 이혼 여성임을 숨기기 위해 가짜 가족관계증명서를 의뢰했다. 당시 결혼을 전제로 만나던 남성과 결혼하기 위해 딸이 있다는 사실을 숨겨야 했기 때문이었다. 의뢰인 가운데는 10대 청소년도 있었다. 최모 양(18)은 나이트클럽을 드나들기 위해 가짜 주민등록증을 의뢰했고 함모 씨(20)는 입시학원 상위반에 들어가기 위해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표 위조를 부탁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1일 인터넷 광고로 의뢰인을 모집한 뒤 졸업장과 주민등록증 등 각종 위조 증명서를 판매한 중국 문서위조단 국내 연락책 이모 씨(33)를 구속하고 자금송금책인 강모 씨(37) 등 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위조문서를 의뢰한 242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이 씨 등은 3월부터 3개월간 중국에 있는 문서위조단이 만든 졸업·성적증명서, 국가기술자격증 등을 의뢰자 242명에게 넘겨주는 대가로 1인당 30만∼130만 원을 받아 2억여 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고려시대의 ‘예종’을 아시는 분이 있나요? 아마도 여러분한테는 낯설지도 몰라요.” 19일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이화여대 국제교육관. 한국인도 잘 모르는 한국사 이야기를 파란 눈의 교수는 유창한 한국어로 거침없이 설명해 나갔다. 지식의 깊이도 깊이지만 그 밑바탕에 깔려 있는 한국의 역사에 대한 애정은 학생들로 하여금 그의 특강에 귀를 기울이게 했다. 이화여대의 초청으로 19일 ‘고려의 16대 임금 예종’을 주제로 특강을 한 에드워드 슐츠 교수(65). 1970년대 초 한국에 교환학생으로 왔을 때 역사학도였던 이배용 총장과 스터디 모임을 함께한 인연이 있다. 그는 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했지만 평화봉사단의 일원으로 한국을 방문했다가 한국 역사에 매료돼 미국 하와이대에서 석·박사학위를 딴 뒤 아시아연구학 교수를 맡아 한국사를 연구해 오고 있다. 19일 만난 그는 특히 ‘고려사’ 등 한국의 중세 이전 역사에 흠뻑 빠진 모습이었다. “고려시대 역사에는 조선시대와는 또 다른 흥미로운 점이 여럿 있어요. 조선시대와 달리 중국과의 관계도 좀 더 자주적이었을 뿐만 아니라 여성의 권리도 훨씬 더 높았죠. 불교의 바탕 위에 유교와 도교 등이 퍼져 나간 것도 고려시대이고요. 또 고려시대 무인정권은 다른 역사와는 차별화되는 독특한 시기인데 개인적으로 박정희 대통령 시대와 비슷한 점을 발견하기도 했지요.” 고려시대 이야기를 이어 나가던 그는 이화여대에서의 특강 주제인 예종 시대에 방점을 찍었다. “특히 예종 시대는 고려의 문치(文治)를 꽃피운 때였어요. 관리들이 중국을 넘나들며 공부를 하는 등 국제화 바람이 불고 그 빛깔에 사람을 취하게 하는 고려청자라는 빛나는 유산이 가장 활발히 생산됐던 때도 예종 시대죠.” 그의 이야기는 어느새 고려시대에서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갔다. 고구려 역사를 이야기할 때는 그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역사를 제대로 아는 사람이라면 절대 고구려가 중국 역사라고 할 수 없죠. 일제 침략 이후 힘을 잃었다 다시 일어서는 중국이 민족주의 강화를 위해 예전의 역사를 다 ‘중국’으로 묶어 나가고 있는데요. 그것은 확실히 아닙니다.” 그는 미국 내에서도 한국 고대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드라마 등 한국 문화의 인기를 타고 역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요. 학교의 비서들이 드라마 ‘주몽’을 보고 고구려에 대해서 강의를 해달라고 해 간단하게 1시간 정도 특강을 해준 적도 있죠.” 정작 한국 학생들은 역사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고 하자 그는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삼국사기 고구려본기의 영문 번역작업을 마치고 지금은 신라본기를 번역하고 있다는 슐츠 교수의 한국사 연구욕심은 끝이 없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세계에서 가장 큰 여객기라는 에어버스 A380(사진). 이 비행기가 20일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 인근 상공을 선회할 때 행인들은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 교차로에 선 차량 운전자들도 차창 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하늘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도대체 얼마나 크기에? 하늘을 나는 항공모함 같다고 하는데…. ‘서울에어쇼’ 참가차 한국을 찾은 A380 시범 운항기에 직접 올라타 봤다.■ 신종플루 예방접종, 난 언제 맞을 수 있나 드디어 신종 플루 예방접종이 시작된다. 27일 의료진을 시작으로 초중고교생, 영유아, 임신부, 고위험군, 군인 순으로 내년 1월까지 순차적으로 시행된다. 당초 두 번은 맞아야 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임상시험결과 한 번만 맞아도 항체가 생겼다. 신종 플루, 이젠 물러갈까.■ 구치소에서 온 ‘눈물의 편지’ 속지 마세요 어느 날 갑자기 구치소에서 편지가 날아온다.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애절한 사연이 담겨 있다. 하지만 이런 편지를 받고 쉽게 성금을 보내지는 마시길…. 수감자가 사회 저명인사에게 거짓 편지로 성금을 받아내는 사례가 늘면서 법무부가 전국 구치소와 교도소에 재소자의 특별 관리를 당부했다.■ 후진타오, 중국 축구에 쓴소리… 왜 엄청난 축구 열기에도 낮은 수준의 실력과 스포츠정신 결여로 지탄받아온 중국 축구계에 강력한 경고장이 배달됐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등 중국 최고지도부가 축구계에 따끔한 충고를 잇달아 날리고 있는 것. 지도부의 이례적인 관심 표명이 중국 축구를 살릴 수 있을까.■ 베이징원인, 인류 阿기원설에 반기? ‘아웃 오브 아프리카’인가, ‘메이드 인 차이나’인가. 올해는 베이징원인 발견 80주년. 이를 기념해 중국 베이징에서는 대규모의 국제학술대회가 열리고 있다. 참가 학자들은 인류의 ‘아프리카 단일 기원론’과 ‘다(多)지역 기원론’의 대결을 이렇게 묘사했다. 중국 학자들은 중국인의 조상이 아프리카에서 기원한 게 아니라 베이징원인이라는 주장을 쏟아냈으며 이를 놓고 반박과 토론이 이어졌다.■ 금발의 교수가 들려주는 고려역사 “고려 예종시대야말로 관료들이 국제화되고 과거시험이 더욱 발전하는 등 문치주의가 꽃피운 시대”라며 우리도 잘 모르는 고려역사 이야기를 유창한 한국어로 풀어내는 에드워드 슐츠 하와이대 교수. 한국역사에 매료된 그는 “‘고구려사’를 자신들의 역사라고 주장하는 중국에 반박하기 위해서도 한국인들은 역사를 잘 알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세대 문과대 동창회(회장 노원복)가 20일 모교의 명예를 빛내거나 사회 각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긴 졸업생 또는 전현직 교수에게 주는 제9회 연문인상(延文人賞) 수상자로 박종국 세종대왕기념사업회 회장, 이상섭 연세대 명예교수, 표재순 JS씨어터 대표이사를 선정했다. 시상식은 다음 달 10일 서울 연세대 동문회관에서 열린다.}

소설가 이문열 씨(61·사진)가 대학의 입학사정관으로 변신했다. 한국외국어대 용인캠퍼스 인문대 석좌교수인 이 씨는 위촉 사정관 자격으로 17일 한국외국어대 글로벌인재전형의 구술면접 시험에 면접관으로 참여해 국제스포츠레저학부와 컴퓨터공학과에 지원한 학생 14명의 인성 적성 등을 살폈다. “젊은 학생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고 어떤 면에서는 놀라웠다”고 소감을 밝힌 그는 한 학생당 15분간 주어진 면접에서 학생들의 태도, 의견 표현 방식 등을 통해 인·적성을 어느 정도 평가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는 조심스레 “일부에서는 학생들의 획일화된 사고도 엿볼 수 있었다”며 아쉬움도 드러냈다. 그는 “‘민족교육과 국제화가 충돌할 경우 민족교육을 포기할 수 있는가’란 질문에 지원자 14명 모두 ‘포기해서는 안 된다’라고 답했다. ‘집단성원 간의 단결과 엘리트주의가 충돌할 경우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대부분 팀워크를 내세웠다”며 “일부 질문에 대해 학생들의 답변이 거의 동일했다”고 말했다. 그는 “면접관의 질문에 정답은 없으며, 입학사정관이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추론하기보다는 주어진 질문을 잘 이해하고 조리 있고 논리적으로 견해를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 씨는 입학사정관 전형과 관련해 “입학사정관 면접은 아무래도 주관적일 수 있다”며 “당락을 좌우하는 데 너무 큰 비중을 차지해서는 안 되고 중요한 참고 정도로 활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1979년 소설 ‘새하곡’으로 등단한 이 씨는 ‘사람의 아들’ ‘황제를 위하여’ ‘영웅시대’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변경’ 등 많은 화제작을 냈다. 그는 올해 3월 한국외국어대 용인캠퍼스 인문대의 석좌교수로 임용돼 ‘세계명작 특강’ 등을 맡아 가르치고 있다.장윤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