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아이들에게 ‘꿈’ 키워주는 세 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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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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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8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 키오스코에서 ‘호이프로젝트’ 1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이 프로젝트는 직장인 25명이 의기투합해 만들었다. 이들은 돈을 모아 교재를 개발했고, 올여름에는 아프리카 교사를 위한 세미나도 열었다. 박영대 기자
11월 28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 키오스코에서 ‘호이프로젝트’ 1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이 프로젝트는 직장인 25명이 의기투합해 만들었다. 이들은 돈을 모아 교재를 개발했고, 올여름에는 아프리카 교사를 위한 세미나도 열었다. 박영대 기자

박자연-에스더-양선 자매 “교육이 희망” 프로젝트 1년 현지교사 연수-캠프 열어
뜻 공감한 직장인 22명 가세 “재능 모아 세상을 아름답게”

28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서 특별한 ‘생일파티’가 열렸다. 알록달록한 풍선과 먹음직스러운 케이크, 아프리카 어린이들의 사진이 어우러진 이 파티는 아프리카 어린이들의 교육문제를 고민하는 ‘호이(HoE·Hope is Education)프로젝트 팀’이 창단 1주년을 맞이해 마련한 자리였다. 이들은 지난여름 케냐 코어지역에서의 교사연수 프로그램 등 활동을 되돌아보는 시간에 이어 한 회원의 ‘월급 7% 종신기부’ 서약식 등의 행사를 가졌다. 1년 전까지만 해도 ‘케냐 코어지역 선생님들과 아이들을 돕겠다’는 A4 2장짜리 계획서와 60만 원의 재원이 전부였던 이들은 시간을 쪼개가며 머리를 맞댄 끝에 ‘꿈’을 현실로 바꿔냈다.

호이프로젝트는 이화여대 동문 세 자매의 의기투합에서 출발했다. 한 시민단체의 인턴으로 케냐에 갔다가 ‘교육이야말로 희망’이라는 걸 체득한 언니 박자연 씨(30)에게 교육학을 전공한 동생 박에스더 씨(28)와 경제학도 출신의 박양선 씨(26)가 힘을 보탠 것이다. 세 자매는 여기에 각기 다른 재능의 지인들을 더 수소문했고 커뮤니케이션, 교육, 디자인 등 5개 팀을 꾸렸다. 교사, 변호사, 회계사, 광고인 등 직업은 제각각이지만 자신의 작은 재능을 나눠 희망의 씨앗을 뿌려보고자 하는 큰 뜻에서 모인 25명의 직장인들.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서는 선생님들 먼저 지원을 해야 한다”는 취지 아래 이들은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 프로젝트 계획을 짜고 교육 자료를 만들고 모금행사를 벌여 돈을 모았다. 물론 위기도 있었다. “직장생활의 유일한 낙인 토요일에 모이기가 쉽지만은 않았죠. 한 번은 회원 중 딱 한 명만 나온 적도 있었어요.”

하지만 그럴 때마다 꿈이 현실이 될 날을 그리며 흐트러진 마음을 다잡았다. 드디어 8월 2일 3000만 원의 예산을 투입해 현직교사를 포함한 10명의 팀원이 케냐 코어지역 티림초등학교에서 16일까지 열흘 남짓 ‘교사 집중연수 프로그램’과 어린이들을 위한 ‘드림캠프’를 열었다. 현지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40여 명의 현지 선생님들과 예비 교사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해 이들로부터 예체능교육법과 아이들의 흥미를 유발하기 위한 교수법 등을 익혔다. 아이들은 무려 300여 명이나 모여들었다. “탬버린 등 리듬악기들을 기부 받아 갔는데 선생님들이 그 리듬악기를 아이들에게 가르쳐줄 방법을 고민하고, 땀을 흘려가며 합주를 할 땐 정말 감동적이었죠.” 이들은 현지교사 3명이 정식교사 자격증을 딸 수 있게끔 대학 등록금도 지원했다.

뜨거운 1년을 보낸 이들은 내년 여름에 더 나은 교사연수 프로그램과 캠프를 진행하기 위해 벌써부터 고민하고 있다. 더 많은 선생님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선생님도 추가로 뽑을 계획이다. 지인들과 블로그 등을 통해 이들을 알게 된 사람들이 이미 여럿 접수해 면접도 여러 차례 치를 예정이다. “사실 처음엔 재능을 나누면 된다고 쉽게들 느끼지만 시간과 에너지를 쏟는다는 게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거든요. 모집 과정은 일부러 더 까다롭게 만들죠.”

호이프로젝트의 일원들은 새로운 계획도 그려나가고 있다. 사무실을 얻어 정식으로 법인을 설립하려는 것. 프로젝트 매니저 박자연 씨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무기력한 모습이었던 선생님들이 연수프로그램을 통해 ‘좋은 수업’을 고민하는 모습으로 변화했다”라며 “좀 더 많은 희망의 씨앗을 뿌릴 때까지 활동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직장인들의 세상을 변화시키는 아름다운 ‘꿈’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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