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학생에 한국고대사 강의 ‘파란눈 교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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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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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하와이대 슐츠 교수, 한국어로 이대서 특강
“고구려가 중국 역사라는 주장은 터무니없어”

19일 오전 이화여대에서 만난 에드워드 슐츠교수(미국 하와이대)는 인터뷰 내내 한국 역사에 대한 강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해외에서 한국사를 연구하고 있는 대표적인 지한파 학자다. 사진 제공 이화여대
19일 오전 이화여대에서 만난 에드워드 슐츠교수(미국 하와이대)는 인터뷰 내내 한국 역사에 대한 강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해외에서 한국사를 연구하고 있는 대표적인 지한파 학자다. 사진 제공 이화여대
“고려시대의 ‘예종’을 아시는 분이 있나요? 아마도 여러분한테는 낯설지도 몰라요.”

19일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이화여대 국제교육관. 한국인도 잘 모르는 한국사 이야기를 파란 눈의 교수는 유창한 한국어로 거침없이 설명해 나갔다. 지식의 깊이도 깊이지만 그 밑바탕에 깔려 있는 한국의 역사에 대한 애정은 학생들로 하여금 그의 특강에 귀를 기울이게 했다.

이화여대의 초청으로 19일 ‘고려의 16대 임금 예종’을 주제로 특강을 한 에드워드 슐츠 교수(65). 1970년대 초 한국에 교환학생으로 왔을 때 역사학도였던 이배용 총장과 스터디 모임을 함께한 인연이 있다. 그는 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했지만 평화봉사단의 일원으로 한국을 방문했다가 한국 역사에 매료돼 미국 하와이대에서 석·박사학위를 딴 뒤 아시아연구학 교수를 맡아 한국사를 연구해 오고 있다.

19일 만난 그는 특히 ‘고려사’ 등 한국의 중세 이전 역사에 흠뻑 빠진 모습이었다. “고려시대 역사에는 조선시대와는 또 다른 흥미로운 점이 여럿 있어요. 조선시대와 달리 중국과의 관계도 좀 더 자주적이었을 뿐만 아니라 여성의 권리도 훨씬 더 높았죠. 불교의 바탕 위에 유교와 도교 등이 퍼져 나간 것도 고려시대이고요. 또 고려시대 무인정권은 다른 역사와는 차별화되는 독특한 시기인데 개인적으로 박정희 대통령 시대와 비슷한 점을 발견하기도 했지요.” 고려시대 이야기를 이어 나가던 그는 이화여대에서의 특강 주제인 예종 시대에 방점을 찍었다. “특히 예종 시대는 고려의 문치(文治)를 꽃피운 때였어요. 관리들이 중국을 넘나들며 공부를 하는 등 국제화 바람이 불고 그 빛깔에 사람을 취하게 하는 고려청자라는 빛나는 유산이 가장 활발히 생산됐던 때도 예종 시대죠.”

그의 이야기는 어느새 고려시대에서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갔다. 고구려 역사를 이야기할 때는 그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역사를 제대로 아는 사람이라면 절대 고구려가 중국 역사라고 할 수 없죠. 일제 침략 이후 힘을 잃었다 다시 일어서는 중국이 민족주의 강화를 위해 예전의 역사를 다 ‘중국’으로 묶어 나가고 있는데요. 그것은 확실히 아닙니다.”

그는 미국 내에서도 한국 고대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드라마 등 한국 문화의 인기를 타고 역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요. 학교의 비서들이 드라마 ‘주몽’을 보고 고구려에 대해서 강의를 해달라고 해 간단하게 1시간 정도 특강을 해준 적도 있죠.” 정작 한국 학생들은 역사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고 하자 그는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삼국사기 고구려본기의 영문 번역작업을 마치고 지금은 신라본기를 번역하고 있다는 슐츠 교수의 한국사 연구욕심은 끝이 없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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