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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순천시 조곡동 죽도봉 공원 옆 자락에는 독특한 풍경을 지닌 마을이 있다. 마을에는 일본식 1층 목조주택이 많은데 대문이 모두 북쪽으로 나 있다. 일본 참나무로 지은 주택은 두 가족이 살도록 설계돼 있고 방바닥은 다다미로 돼 있다. 뒷마당에 정원이 있고 내부가 보일 듯 말 듯한 낮은 사철나무 담장도 이색적이다. 이곳은 1930년대 전라선 개통과 함께 조성된 철도관사마을이다. 마을에는 당시 7110m² 터에 152채의 관사가 지어졌다. 관사 부지는 직원 직책에 따라 330∼2000m²로 다양하지만 상당수가 400m² 정도다. 당시 살았던 주민들은 대부분 조선인 철도 근로자였다. 철도관사마을은 근대 도시계획에 따라 집과 도로가 잘 정비됐다. 1930년대 당시 마을에는 관사 외에 운동장, 병원, 클럽, 목욕탕 등 시설이 자리했다. 이곳에 관사가 들어선 것은 전라선, 경전선이 통과하는 철도 요충지 순천역이 걸어서 5분 거리에 있기 때문이다. 이 마을은 1970년대 시민들에게 분양됐다. 건립 당시 주택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곳이 59채에 이른다. 80년 전 지어진 주택과 도로 등이 남아 있어 근대 문화의 체취를 느낄 수 있다. 대전, 전북 군산, 전남 목포 등에 아 같은 근대 문화유산이 남아 있지만 주민들이 현재까지 살고 있는 곳은 철도관사마을이 유일하다. 전국철도노동조합 호남본부가 만든 호남철도협동조합과 주민자치위원회는 2013년 철도 배급소였던 노조 건물 일부를 떼어내 마을카페 ‘기적소리’를 열었다. 이들은 매달 이곳에서 작은 음악회를 열고 있다. 미디어 교실과 통기타 교실을 운영하고 마을신문도 만들고 있다. 올 5월 마을 입구에는 ‘기적소리’라는 현대식 게스트하우스가 문을 열었다. 게스트하우스 1층에는 철도관사마을의 유래를 알 수 있는 박물관이 들어섰다. 유창균 목포대 건축학과 교수는 “마을 전체가 근대 도시계획으로 형성됐고 옛날 건물이 잘 보존돼 있어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순천시는 90억 원을 들여 철도관사마을을 역사문화공간으로 바꾸는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주민 15명과 교수, 전문가 5명이 참여하는 추진협의체를 꾸렸다. 관사에 사람들이 살고 있어 생활형 관광지로 바꾸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공감대가 핵심 요소다. 김학종 통장(59)은 “젊은 주민들을 중심으로 마을을 발전시켜 보자는 분위기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순천시는 관사 3채를 구입해 철도를 주제로 한 체험이 가능한 철도 팩토리와 게스트하우스로 리모델링하기로 했다. 죽도봉 중간에 마을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를 신축하고 야간 경관도 조성하기로 했다. 철도관사마을에서 생태계 보고인 순천만이나 순천만국가정원은 차로 10분 거리다. 인근에는 56년 된 양곡창고에서 청년 창업공간으로 변신해 명소가 된 ‘청춘창고’와 봉화산 둘레길 등 문화관광자원이 많다. 조충훈 순천시장은 “2019년까지 기반시설을 조성한 뒤 2020년부터 철도관사 체험 프로그램과 건축 기행 코스 등을 운영할 계획”이라며 “철도관사마을을 순천 최고의 역사 문화 현장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6일 전남 화순군 동복면 유천리의 한 야산. 울창한 숲 대부분이 붉게 변해 있었다. 멀리서 보면 마치 절정에 이른 가을 단풍 같았다. 한여름에 단풍이 들 수는 없는 일. 원인은 우박이었다. 올해 5월 31일 전남을 비롯해 전국 곳곳에 ‘우박 폭탄’이 쏟아졌다. 화순 지역에도 아이 손바닥 크기만 한 우박이 떨어져 마을마다 난리가 났다. 10여 일 후 야산 색깔이 서서히 붉어지거나 갈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가뭄으로 단단해진 소나무에 우박 상처가 생긴 뒤 껍질이 벗겨지고 송진이 유출되는 등 서서히 죽어가면서 갈색으로 변한 것이다. 전남도에 따르면 이처럼 우박에 맞아 훼손되거나 고사 위기에 처한 산림이 화순군 동북면과 북면 815ha, 담양군 용면과 무정·금성면 100ha, 곡성군 목사동면과 오산면 39ha 등 약 954ha(약 954만 m²)에 이른다. 축구장(7140m²) 1336개에 해당하는 면적이다. 경북 봉화군에서도 비슷한 피해가 200ha나 발생했다. 우박으로 인한 대규모 산림 피해는 이번이 처음이다. 유천리 이장 오재각 씨(60)는 “아름드리 소나무가 골프공보다 큰 우박을 맞더니 시름시름 앓다 죽어가고 있다”며 “이런 일은 난생처음 봤다”고 말했다. 전남도와 산림청은 이날 현장조사를 실시해 산림 피해 상황을 파악했다. 산림청 관계자는 “과거 호주에서 우박으로 인한 나무 고사 피해가 있었는데, 국내에서 대규모 피해가 발생한 건 처음”이라며 “피해 산림에 영양제를 대량 살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화순=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광주에서 개막한 2017 국제그린카전시회&로봇산업전시회에 글로벌 자동차 바이어들이 찾아와 수출계약과 교류협력을 체결해 눈길을 끈다. 광주시는 6일 전시회 개막식에 앞서 지역 자동차부품 기업인 대경에이티가 중국의 애프터마켓 제품 판매회사인 유황산업에 3년간 자동차부품을 1000만 달러어치 수출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대경에이티는 정밀 프레스·사출 금형 제작, 전기전자 부품 등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는 국내 최고 기술력과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다. 유황산업은 자동차 애프터마켓 부품 등을 중국 전역에 판매하는 회사로 연간 50억 원의 매출액을 올리고 있다. 전시회에서는 또 인도자동차부품협회가 지역 기업들과 기술, 정보 공유를 위한 협약도 체결했다. 광주애프터마켓협의회, 광주그린카진흥원, 인도자동차부품협회 등은 광주와 인도 간 기술협력과 무역분쟁 해결을 위해 노력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로써 광주시가 그동안 공들였던 인도 마힌드라 그룹과의 투자유치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광주시가 주최하고 김대중컨벤션센터 등이 주관하는 2017 국제그린카전시회&로봇산업전시회는 6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개막식을 시작으로 3일간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자동차와 로봇의 최신 기술을 선보인다. 윤장현 광주시장은 “이번 전시에서는 친환경자동차와 로봇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살펴볼 수 있다”며 “행사에 참여하는 인도, 중국 기업들과 함께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지혜를 모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전남 고흥에 순국선열과 애국지사 등을 기리는 현충공원이 조성됐다. 고흥군은 고흥읍 고흥종합문화회관 인근에 현충공원을 개장했다고 4일 밝혔다. 부지 1만5162m²에 사업비 65억 원을 들여 현충탑(사진), 임진왜란충혼탑, 항일애국지사추모탑, 참전기념탑 등 4개 탑을 건립했다. 고흥에는 1965년 건립된 충혼탑이 있다. 고흥읍 봉황산(해발 199m)에 위치한 충혼탑은 낡고 도로·주차시설이 비좁아 추모객이 방문할 때마다 불편을 겪었다. 보훈가족들이 새 추모시설 건립을 요청하자 고흥군은 2015년부터 현충공원 조성 공사를 벌였다. 현충공원 내 현충탑에는 순직한 군인, 경찰, 소방관 등 1782명, 임진왜란 충혼탑에는 임진왜란 승리의 주역이었던 고흥지역 1관(흥양현), 4포(발포진, 사도진, 녹도진, 여도진) 등 조선수군 206명을 기리고 있다. 항일애국지사추모탑에는 조국의 독립을 위해 싸운 의병, 3·1운동 참가자 등 항일운동가 64명, 참전기념탑에는 6·25전쟁과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전우 658명의 이름이 기록돼 있다. 배용성 대한상이군경회 전남도지부 고흥군지회장(62)은 “보훈가족의 숙원 사업인 현충공원이 조성돼 기쁘다”며 “현충공원이 나라 사랑의 마음을 배우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3일 오후 3시 40분 광주지법 목포지원 101호 법정 앞. 문 밖으로 “네”라는 대답이 흘러나왔다. 맑고 또렷한 아이 목소리였다. 잠시 후 법정 문이 열렸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3개월간 친모의 동거남에게 무차별 폭행당해 실명까지 한 A 군(6)이었다(). A 군은 이날 증인 신분으로 법원에 왔다. 다만 증인석 대신 법정 옆 증인보호실에 있었다. 피고인석에는 A 군의 친모 최모 씨(35)와 동거남 이모 씨(27)가 앉았다. 이 씨는 지난해 7월부터 10월까지 말을 듣지 않는다며 A 군을 8차례 폭행해 숨지게 하려 한 혐의(살인미수)로, 최 씨는 아들을 방치해 실명하게 만든 혐의(아동학대 중상해)로 각각 기소됐다. A 군은 아동보호기관 관계자와 블록놀이를 하며 화상통화로 전해지는 판사와 변호사 등의 질문에 답했다. 약 20분에 걸친 A 군의 증언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증언 내내 A 군은 이 씨를 ‘삼촌’으로 불렀다. “삼촌이 눈만 아니라 몸통을 마구 때려 다 아팠어요.” “삼촌이 머리를 많이 때렸어요.” “삼촌이 (팔을 때리고 팔꿈치를 꺾었는데) 자전거를 타다 다쳤다고 거짓말을 하게 했어요.” “엄마한테는 맞았다는 말 못했어요.” 천진난만한 아이는 끔찍한 학대의 기억을 쾌활한 말투로 설명했다. 이 씨는 고개를 푹 숙였다. 하지만 최 씨는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눈물도 흘리지 않았다. 변호인은 A 군의 쾌활한 답변이 아픔을 이겨내기 위한 안간힘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A 군은 지난해 10월 실명과 간 손상, 갈비뼈 골절, 양팔과 양다리 골절 등으로 입원했다. 이후 한쪽 고환이 손상돼 제거 수술도 받았다. A 군의 증언 후에도 이 씨는 살인의 고의성을 부인했다. 최 씨는 태연히 “잠자는 줄 알았다”고 주장했다. 앞선 재판 때와 달라진 게 전혀 없었다. 재판부가 고심 끝에 어린 A 군을 증인으로 채택한 이유도 피고인들이 거듭된 재판에도 계속 혐의를 부인해서다. 아동학대처벌법(중상해)에 따르면 아동보호 전문가 등이 참석한 경우 아동의 영상진술이 증거가 될 수 있다. 피해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형법(살인미수)에는 이런 규정이 없다. 한편 한국여성변호사회는 변호사 9명을 참여시켜 A 군 학대사건을 공익소송으로 수행해 재판부에 의견서를 제출하기로 했다고 4일 밝혔다. 윤석희 한국여성변호사회 아동청소년특별위원회 위원장(53)은 “아동학대범에게 살인미수죄를 적용한 것은 드문 사례”라며 “이 씨가 3개월 동안 A 군에게 잔혹한 학대를 반복한 것은 살인미수 고의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목포=이형주 기자peneye09@donga.com}
광주가 기초생활수급자와 장애인, 노인 등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을 위한 사회적 경제 조직이 가장 활성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시는 5월 기준으로 사회적 기업 125개, 마을기업 52개, 협동조합 626개 등 총 803개 사회적 경제 조직이 설립됐다고 3일 밝혔다. 광주지역 사회적 경제 조직은 인구 10만 명당 기준으로 53.8개다. 전국에서 가장 많다. 이는 조직이 자생력을 갖고 스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광주시가 다양한 지원을 했기 때문이다. 광주시는 올해 맞춤형 컨설팅으로 사회적 기업과 마을기업을 선정해 일자리 창출 인건비와 제품 개발을 위한 사업개발비, 사회보험료 등으로 총 109억 원을 지원했다. 올해 처음으로 발전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선정해 성장단계별 맞춤형 지원을 하고 있다. 사회적 경제 활성화를 지원하는 데 필요한 사회적 기금 조성 연구용역도 진행하고 있다. 광주시는 지난해 사회적 경제 조직을 종합 지원하는 광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를 설립했다. 사회적 경제제품의 공공구매 공시제도를 의무적으로 시행하도록 해 광주시와 출자출연기관의 구매를 유도하고 있다. 광주시는 세계협동조합의 날과 사회적 기업의 날을 기념해 ‘연대로 하나 되는 사회적 경제’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3일부터 7일까지 광주시청 시민홀 등에서 ‘광주 사회적 경제 주간행사’를 진행한다.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뇌졸중으로 거동이 힘든 팔순 노모를 봉양하던 50대 아들이 안타까운 선택을 했다. 30일 전북 정읍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9시 50분경 A 씨(52)가 정읍 자택 앞마당 텃밭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A 씨가 전날 오전까지 텃밭에서 제초작업을 한 뒤 제초기에 들어있던 휘발유를 몸에 뿌리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상황을 목격한 노모(86)는 몸을 움직이지 못한 채 방에서 울부짖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모는 주민들에게 어설픈 말로 ‘빨리 아들을 도와 달라’며 눈물을 흘렸다고 경찰은 전했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A 씨는 3년 전 뇌졸중으로 거동이 힘들고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한 노모를 모시기 위해 시골로 내려왔다. 미혼으로 막내인 그는 노모의 휠체어를 밀고 식사를 챙기며 살았다. 그는 올 1월 조울증 진단을 받아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 씨가 몸이 아픈데다 거동이 불편한 노모를 보살피며 살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A 씨가 거동이 불편한 노모를 모시고 살기 위해 시골로 내려왔다는 것을 보면 효자였던 것 같다”고 했다.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29일 낮 12시 서울 A초등학교. 점심 때마다 김이 피어오르던 급식 조리실엔 밥과 국 대신 커다란 빵 상자가 여러 개 놓여 있었다. 학교 급식 조리사를 비롯한 교육공무직원 5만여 명이 소속된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의 총파업으로 급식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편의점 도시락을 싸온 학생도 있었다. A초교 교장은 “저소득층이 60명 이상이고, 맞벌이 가정이 60% 넘는 학교라 단축수업을 할 순 없었다”며 “노동자들 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아이들을 담보로 급식을 중단하는 건 마음이 아프다”고 토로했다. 학교 측은 28일 오전 급하게 학교운영위원회를 소집해 부랴부랴 빵과 주스 등의 구입 계획을 세웠다. 교육당국의 대응 매뉴얼이 파업 사흘 전에야 온 탓이다. 서울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총파업으로 ‘급식 대란’이 일어났다. 교육부에 따르면 29일 오후 4시 기준으로 전국 국공립학교 1만1304곳 중 3630곳에서 교육공무직원 1만7172명이 총파업에 참가하면서 학교 2005곳에서 정규 급식이 중단됐다.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 지역 655곳, 충청 지역 117곳, 강원 지역 342곳의 학교는 대부분 빵, 우유나 도시락 등으로 급식을 대체했다. 학생에게 도시락을 싸오게 하거나 대체 급식을 구하기 쉽지 않아 단축수업을 선택한 학교도 전국에서 속출했다. 인천 청라고는 조리 종사원 7명 중 6명이 파업에 참여하고, 30일부터 1학기 시험을 치르는 점 등을 고려해 단축수업을 하기로 했다. 부산 경남 등 영남 지역에서는 학교 415곳에서 급식이 중단됐다. 부산의 일부 학교에서는 교사가 학생과 함께 인근 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 진도의 B초교 교사와 교직원 7명은 29일 점심시간에 급식실에서 북어콩나물국, 참나물된장무침, 쇠고기 그라탱 등을 조리해 학생 62명에게 제공했다. 이 학교는 조리원 3명이 있지만 이날 연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았다. 교직원들은 급식실에서 영양교사 지시를 받으며 점심을 조리했다. 학교 관계자는 “교직원들이 1주일 전 보건증을 발급받았다”며 “애들을 위한 급식을 만드는 일에 서로 도와준다고 나서 분위기가 좋았다”고 말했다. 전남 완도의 한 초등학교는 조리원 3명이 연가를 내자 교사와 학생 50여 명이 함께 비빔밥을 만들어 먹었다. 충북에서는 이날 7개 학교에서 급식 차질을 빚었지만 파업 이틀째인 30일에는 56개 학교에서 차질이 예상된다. 충북학교학부모연합회와 충북학교아버지회연합회는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학생을 볼모로 한 파업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반발했다.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은 교육감으로서 급식 차질에 책임을 지겠다며 이날 점심을 먹지 않았다고 한다. 2013년 최대 13만 원이던 교육공무직원의 장기근무 가산금(근속수당)은 2017년 현재 35만 원이다. 교육부는 2018년까지 39만 원으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교육공무직원은 근무한 지 3년 이상 되는 시점부터 근속수당 5만 원을 받고, 수당은 매년 2만 원씩 올라 최대 35만 원까지 받을 수 있다. 노조 측은 수당 인상 폭을 2만 원에서 5만 원으로 올려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 요구를 받아들이려면 올해만 교육청별로 수백억 원의 추가예산이 필요하다. 전국 학교 비정규직 인원은 38만여 명으로 추산된다. 파업 둘째 날인 30일에는 급식 중단 학교가 181곳 더 늘어나 급식 대란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노지원 zone@donga.com / 진도=이형주 / 청주=장기우 기자}
광주시가 세계경제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을 잘 대비하고 있는 도시로 인정받았다. 윤장현 광주시장은 28일 중국 다롄(大連)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 뉴챔피언 연차총회’(하계 다보스포럼)의 세션 중 하나인 ‘현실로 다가온 자율주행’에서 ‘4차 산업혁명과 스마트 휴먼시티’를 주제 발표했다. 매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다보스포럼과 함께 세계 경제와 각종 글로벌 이슈를 논의하는 하계 다보스포럼은 차세대 리더들의 포럼으로 평가받고 있다. 올해 주제는 ‘4차 산업혁명과 포용적 성장 실현’. 윤 시장은 민선 6기 출범 이후 친환경자동차, 에너지밸리, 문화콘텐츠 등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는 정책을 추진했다는 평가를 받아 포럼 초청자로 선정됐다. 앞서 윤 시장은 올 1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EV100포럼’에도 한국에서 유일하게 초청받았다. 윤 시장은 이날 포럼에서 친환경 미래자동차 도시를 꿈꾸는 광주의 현재와 4차 산업혁명의 도래에 대비하는 스마트 휴먼시티의 비전에 대해 소개했다. 그는 “광주시는 한전과 힘을 모아 에너지밸리 기반을 마련했다”며 “수소·전기차 시범사업을 확대하고 인프라 구축에 나서는 등 친환경자동차 선도 도시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시장은 “4차 산업혁명 물결의 핵심은 인본주의적 가치와 철학이 담긴 사람 중심의 기술”이라며 “광주시는 자동차가 인간에게 삶과 행복을 안겨주는 단초가 될 스마트 휴먼시티를 꿈꾸고 있다”고 강조했다.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어린 아들은 걸음이 불편하다. 뛰는 건 생각지도 못한다. 심지어 양반다리로 앉을 수조차 없다. 그런 아들을 볼 때마다 아빠의 눈에선 피눈물이 났다. 하지만 아들을 이렇게 만든 가해자는 아무 처벌도 받지 않았다. 그렇게 쌓인 아빠의 한은 22개월이 지나서야 풀렸다.○ 장애 입은 아들과 처벌 면한 가해자 2015년 8월 19일 오후 3시 40분 전남 지역의 한 섬마을. 자전거를 타고 친구들과 놀던 초등학교 3학년 A 군(당시 9세)이 편도 1차로 도로를 지나고 있었다. 순간 검은색 BMW 승용차가 A 군을 향해 돌진했다. 이곳의 제한속도는 시속 50km. 사고 당시 BMW 승용차의 속도는 시속 64∼75km로 추정됐다. A 군 아버지(53)는 “블랙박스를 확인해 보니 전방 70m 정도에서 아들 모습이 촬영됐다”며 “직선도로에서 무엇을 하며 운전했는지 모르겠다”고 탄식했다. A 군은 119헬기로 전남 목포의 한 병원에 이송됐다. 상태는 심각했다. 뇌출혈로 응급수술을 받았다. 두 다리도 망가졌다. 왼쪽 다리의 십자인대와 성장판이 부서졌고 오른쪽 다리의 허벅지 근육이 손상됐다. A 군은 전치 12주 진단을 받고 3개월간 병원에서 수술과 재활치료를 받았다. 부상이 너무 심해 전치 4주 진단이 추가됐다. 경찰은 BMW 승용차 운전자 정모 씨(33)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교특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조사했다. 그러나 같은 해 11월 초 공소권 없음(불기소 처분)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정 씨가 자동차종합보험에 가입했다는 이유에서였다. 교특법은 교통사고 가해자가 무면허나 음주, 중앙선 침범 등 12대 중과실에 해당하지 않고 자동차종합보험에 가입했으면 처벌을 면제해주는 법이다. 같은 이유로 검찰도 공소권 없음 처분을 내렸다. A 군의 아버지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냈고 지난해 4월 헌재는 ‘공소권 없음 처분 취소’를 결정했다. 재판관 전원 일치였다. 헌재는 A 군이 ‘불치 또는 난치의 질병을 앓을 가능성이 있다’며 종합보험 가입이 처벌의 면제사유가 될 수 없다고 밝혔다. 검찰이 진료기록부 확인이나 사고 현장에 출동한 119대원, 치료 의사 등을 상대로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공소권 없음 처분을 내린 건 중대한 수사 미진 및 법리 오해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정 씨를 다시 기소했다. 최근 열린 선고 공판에서 광주지법 해남지원 형사단독 김도연 판사는 정 씨에게 금고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사고 발생 22개월 만이다. 김 판사는 “정 씨가 마을도로에서 과속하며 전방주의 의무를 소홀히 했다. 더구나 합의 노력조차 없어 실형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정 씨 측은 뒤늦게 A 군 부모와 합의하고 항소했다. A 군 아버지는 “정 씨가 사과조차 하지 않다가 구속된 지 9일 만에 가족이 찾아와 부탁해 합의했다”며 “만약 진심 어린 사과가 있었다면 구속 전에 용서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아들이 ‘아빠 나는 왜 온몸이 아프고 머리가 어지러울까’라고 물으면 가슴이 미어진다”면서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갈 아들이 너무 안타깝다”며 눈물을 훔쳤다. 공소권 없음 처분을 내렸던 경찰과 검찰은 “정 씨가 A 군에게 중상해를 입혔다는 게 증명됐다면 처벌이 가능했겠지만 기준이 모호해 적용이 힘들었다”고 해명했다.○ 피해자 두 번 울리는 ‘교특법’ 이제 바꾸자 1981년 제정된 교특법은 운전자 과실로 발생한 교통사고의 피해를 빨리 회복해 국민생활의 편익을 증진하는 게 목적이다. 하지만 교통사고로 사람을 다치게 해도 ‘보험 처리만 하면 된다’는 인명 경시 풍조를 부추겼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2009년 위헌 판결에 따라 중(重)상해 때는 처벌이 가능해졌지만 명확한 기준이 없고 이 역시 합의하면 공소 제기를 할 수 없다. 허억 가천대 국가안전관리대학원 교수(어린이안전학교 대표)는 “중상해 기준을 명확히 하면서 기준을 강화하는 게 중요하다. 가령 일반적인 교통사고에 주로 발생하는 ‘전치 3주’와 같이 사회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해남=이형주 peneye09@donga.com / 서형석 기자}

“여수국가산업단지의 미래가 한국 석유화학산업 발전의 잣대가 될 것입니다.” 박용하 전남 여수상공회의소 회장(69·사진)은 27일 건립한 지 50년을 맞은 국내 최대 석유화학단지인 여수산단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여수산단은 1967년 여천공업단지라는 명칭으로 첫 삽을 떴다. 1980년 여천석유화학단지가 준공됐고 2001년 10월 여수산단으로 명칭이 변경됐다. 현재 3162만 m² 터에 GS칼텍스와 LG화학, 남해화학, 여천NCC, 롯데케미칼, 한화케미컬, 삼남석유화학, 롯데첨단소재 등 277곳이 입주해 있다. 여수산단은 석유화학 제품의 원료가 되는 에틸렌을 49% 생산하는 국내 최대 석유화학단지다. 나머지 51% 에틸렌은 울산석유화학단지와 충남 서산시 대산산업단지에서 생산된다. 박 회장은 “여수산단은 항만이라는 지리적 이점이 있고 유휴지 매립 등으로 공장 터도 충분하다”고 진단했다. 특히 기업들은 시설·재정에서 건전하고 기술력도 뛰어나 국제경쟁력을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박 회장은 앞으로 50년 동안 여수산단 발전 여부가 한국 석유화학산업 도약을 좌우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수상공회의소는 최근 여수산단 출범 50주년을 맞아 향후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심포지엄을 열기도 했다. 그는 “여수산단이 앞으로 50년 동안 동북아 석유화학 메카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노사 화합과 기업 친화적인 지역정서, 기업들의 적극적인 연구개발과 투자 등이 필요하다”면서 “기업 입장에서 보면 규제 완화나 노동의 유연성이 떨어지는 게 다소 아쉽다”고 덧붙였다. 박 회장은 고려대를 졸업한 뒤 폐기물 처리업체인 ㈜와이엔텍을 운영하고 있다. (재)여수시인재육성장학회 이사장을 맡아 인재 육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광주·전남지역 의료인들이 주축을 이룬 광주이주민건강센터가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이주노동자, 이주여성, 외국인 유학생에게 12년째 따뜻한 인술을 펼치고 있다. 광주이주민건강센터는 26일 광주 광산구청 7층 대회의실에서 600회 진료 및 운영 12돌 기념식을 열었다. 2005년 6월 26일 창립한 센터는 다음 달 9일 진료 600회를 맞는다. 센터는 그동안 이주민 건강지킴이 역할은 물론이고 의료인과 시민들의 자원봉사 공간이 됐다. 기념식은 12년간 센터를 이끌어온 자원봉사자들이 자축하고 앞으로의 각오를 다진 자리였다. 기념식에서 윤헌식 전남 화순 현대치과병원장(46), 한의사 오로사 씨(47·여)가 광주시장 감사장을, 자원봉사자 7명과 전남대병원,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등 13개 단체가 감사장과 감사패를 받았다. 지역 의료인들은 12년 전 이주노동자, 이주여성, 새터민 등 의료 사각지대 소외계층이 늘어나자 센터를 만들었다. 당시 광주기독병원, 광주한의사협회. 광주가정의학과의사회,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광주전남지부,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광주전남지부 소속 의료인들이 참여했다. 선교단체, 이주민단체, 시민단체 회원들도 건립에 힘을 보탰다. 센터는 광주 광산구 산정동 허름한 상가 2층(60m²)에 진료소 문을 열었다. 비좁은 진료소에 환자들이 넘쳐나자 2008년 광주 광산구 우산동의 한 상가로 진료소를 옮겼지만 상가 임차료 문제로 어려움을 겪다 지난해 11월 광주 광산구 우산생활건강지원센터 3층에 진료상담실까지 갖춘 안정적인 터전을 마련하게 됐다. 그동안 의사소통이 어렵거나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이주민을 대상으로 매주 일요일 오후 2시부터 4시간 동안 무료 진료를 했다. 센터는 올 3월부터 목요일 오후 6시부터 두 시간 동안 평일 진료도 하고 있다. 센터가 그동안 진료한 환자는 중국, 베트남 등 35개국 출신 2만6747명. 진료건수를 보면 의학과 1만2124건, 한의학과 6960건, 치과 6983건 등 총 3만3723건이다. 약을 무료로 제공한 것도 1만3979건에 이른다. 무료 봉사활동은 의사, 한의사, 치과의사, 약사, 간호사는 물론이고 행정, 통역 등 전문 자원봉사자 150여 명의 헌신적인 노력과 후원 때문에 가능했다. 정성국 광주이주민건강센터장(48·치과의사)은 “자치단체에서 일부 지원을 받고 있지만 대부분은 자원봉사자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센터는 초기에 이주노동자들의 응급 질병치료를 했지만 차츰 질병상담, 치료병원 연계, 심리상담 등으로 업무를 넓히고 있다. 최근에는 이주민의 특이 질환과 전염병에 대한 사례관리도 시작했다. 센터가 올 2월 이주민 120명을 대상으로 질병검사를 한 결과 에이즈와 매독은 전혀 없었고 간염과 빈혈은 한국인 평균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센터는 의료인 외에 시민운동가, 초중고교생들의 봉사활동 공간이자 미래 직업을 체험하는 자리도 되고 있다. 이홍주 광주이주민건강센터 이사장(52·광주기독병원 원목실 전도사)은 “이제는 센터가 엑스선, 혈액검사 등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진료 능력이 향상됐다”며 “학생들이 자원봉사를 통해 인류애와 인도주의를 배우는 소중한 공간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전두환 전 대통령(86)이 법원에 회고록 출판금지 가처분 재판을 광주가 아닌 서울에서 받겠다고 신청했다. 앞서 5·18기념재단 등 4개 단체(5·18단체)는 회고록의 ‘5·18민주화운동 왜곡 부분을 삭제하지 않을 경우 회고록 출판과 배포를 금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광주지방법원에 냈다. 25일 광주지방변호사협회와 5·18기념재단 등에 따르면 전 전 대통령과 장남 전재국 씨(58)는 21일 광주지법에 가처분 담당 법원을 서울서부지법으로 바꿔줄 것을 요청하면서 “광주는 5·18에 대한 지역 정서가 강해 재판의 공정성을 위해 지역적 연고가 적은 법원이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또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 살고 있어서 서울 서부지법이 관할 법원”이라는 주장을 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광주지방변호사협회 등은 23일 광주지법에 반박 의견서를 냈다. 5·18단체의 피해 장소가 광주이며 회고록 판매 및 배포 금지 본안 소송이 광주에서 이뤄질 것이기 때문에 가처분 신청 재판도 광주에서 열려야 한다는 것이다. 5·18단체는 이달 말까지 본안 소송을 광주지법에 낼 계획이다. 광주지법 민사합의21부(부장판사 박길성)는 조만간 전 전 대통령 측의 신청을 받아들일지 말지 결정할 예정이다.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
광주시는 간접 고용 근로자들을 직접 고용으로 전환한 결과 근로자 임금은 인상되고 예산은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고 22일 밝혔다. 광주시는 시청과 산하 공공기관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정규직화를 추진하면서 간접 고용 근로자 772명을 직접 고용으로 전환했다. 이들 가운데 직접 고용 2년이 경과한 74명(60세 초과 촉탁직 재고용 11명 포함)은 올 초 정규직(공무직)으로 전환됐고 나머지 698명은 연말까지 모두 정규직이 된다. 광주시는 가장 먼저 직접 고용으로 전환한 시청 노동자 74명의 소요 예산을 분석한 결과 간접 고용 당시 2년간 용역 금액이 54억9199만 원이었으나 직접 고용 전환 이후 2년간 지출된 비용은 50억5211만 원으로 4억3988만 원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연평균 8%가량 예산이 감소한 것으로 계약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가가치세, 업체 이윤 등이 절감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011년에서 2014년까지 4년간 공무원·공무직 임금, 위탁 비용 증감률을 비교 분석한 결과 공무원 임금은 평균 3.27%, 공무직 임금은 7.15%, 위탁 비용은 7.6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직접 고용 전환으로 소요 예산 증가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광주시는 2015년 1월 간접 고용 근로자를 직접 고용으로 전환하면서 임금을 8∼15% 인상했다. 복지포인트, 연차수당을 지급하고 연가 및 경조휴가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농민들은 가뭄에 애가 타들어 가는데 군수님들은 해외연수를 가고…. 무슨 변명을 해도 적절치 않지요.” 전남 고흥에서 벼농사를 짓는 박모 씨(75)는 22일 박병종 고흥군수가 해외연수를 갔다는 말에 혀부터 찼다. 고흥군 도덕면과 남양면의 농경지 8.6ha에서 벼가 말라 죽는 등 가뭄 피해가 나타나고 있다. 박 군수를 비롯해 유근기 곡성군수, 최형식 담양군수, 구충곤 화순군수, 서기동 구례군수, 김성 장흥군수 등 전남지역 기초자치단체장 6명은 19일부터 24일까지 러시아 극동지역 연수를 떠났다. 이번 연수는 4월 전남 시장군수행정협의회(회장 박병종) 정례회의 때 결정됐다. 러시아 하바롭스크, 블라디보스토크, 사할린 등을 방문해 국제적 안목을 키우고 문화관광콘텐츠 우수 사례를 발굴한다는 게 명분이었다. 시장, 군수 22명 가운데 12명이 연수를 가기로 했다. 그러나 가뭄에 대처해야 한다는 등의 이유로 진도군수를 비롯한 다른 6명은 불참했다. 박 군수는 공무원 2명을, 나머지 군수 5명은 공무원 1명씩을 대동했다. 경비는 군수 420만 원, 수행 공무원은 330만 원씩 모두 4800만 원이 든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 시장군수행정협의회 측은 가뭄이 심하지 않던 4월에 연수가 결정됐고, 이 6개 군은 가뭄 피해가 심각하지 않다고 해명한다. 농민회는 가뭄과 벼 수매가 환수 문제로 시름하는 농민들의 마음을 저버린 행태라고 비판했다. 농민회 관계자는 “해당 지역 농민회에서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고흥=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광주시가 저상버스 확대 운행에 맞춰 버스 예약 애플리케이션을 운영하고 무장애(無障애) 정류장을 설치하는 등 교통약자를 배려해 인권도시 이미지를 높이고 있다. 광주시는 올해말까지 저상버스 194대, 장애인 콜택시 새빛콜을 106대로 늘려 교통약자 이동 편의성을 높일 계획이라고 21일 밝혔다. 광주시는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 계획에 따라 2012년까지 저상버스는 450대, 새빛콜은 114대까지 확대 운행할 방침이다. 광주시에 따르면 시민 4명 가운데 1명은 교통약자인 것으로 조사됐다. 시민 147만 명 가운데 36만 명이 장애인, 노인, 임산부, 어린이 등 교통약자였다. 고령화사회를 반영하듯 교통약자 가운데 노인 증가율이 높았다. 광주시는 2021년까지 교통약자 이동 편의를 위해 38개 사업에 1412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사업비는 저상버스 확충 및 운영에 324억 원, 보도(步道)를 재정비하는 데 228억 원을 쓴다. 저상버스 이용 편의를 높이는 각종 제도도 마련 중이다. 광주시와 광주복지재단은 교통약자가 탑승할 저상버스를 선택할 수 있는 스마트폰 앱 서비스인 ‘광주교통약자버스’를 26일부터 제공한다. 광주교통약자버스 앱은 장애인 등 교통약자가 스마트폰으로 정류장, 저상버스 위치를 검색한 뒤 운행 중인 해당 노선 차량을 선택해 예약하면 해당 내용이 실시간으로 버스 기사에게 전달된다. 버스 기사는 운전자단말기를 통해 예약 내용을 확인하고 정류장에 탑승자가 있다는 것을 알고 준비하게 된다. 광주시는 휠체어 장애인 등 교통약자의 시내버스 이용 편의를 높이고 이동권리를 확대하기 위해 무장애(Barrier Free) 버스정류장을 시범 설치한다. 이는 저상버스가 운행되는 주요 버스정류장에 굴곡보도와 가로화단 등 장애물을 제거하고 휠체어 대기 장소와 버스정차 위치 표시, 점자 블록을 설치하는 사업이다. 올해 1억7500만 원을 투입해 무장애 버스정류장 25곳을 설치하고 2021년까지 총 105곳으로 늘릴 예정이다. 현재 광주지역 시내버스 정류장은 2250여 곳이며 이 중 비가림막이 있는 버스정류장은 1200여 곳이다. 광주시 장애인총연합회는 장애인 배려 정책에 대해 환영하면서도 저상버스 배차 간격 문제 등 광주교통약자버스 앱의 부족한 점 등을 보완한 뒤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광주시는 현재 37개 노선에 운영되는 저상버스가 아직 충분하지 않아 배차 간격 문제 등이 발생하는 만큼 장기적으로 풀어야 할 숙제라는 입장이다. 박갑수 광주시 대중교통과장은 “광주교통약자버스 앱은 저상버스를 이용하는 교통약자와 버스 기사의 의사소통을 위한 예약 서비스”라며 “인권도시 광주의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교통약자 이동 편의 제도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전북의 한 고등학교 교사가 학생 20여 명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전북지방경찰청은 전북 지역 한 고교에 근무 중인 50대 체육교사 A 씨로부터 학생 25명이 성추행당했다는 주장이 접수돼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21일 밝혔다.사건은 1일 학부모 한 명이 ‘A 씨가 딸을 성희롱했다’는 민원을 해당 지역 교육지원청에 제기하면서 불거졌다.해당 교육지원청은 민원 접수 다음 날 A 씨를 출근 정지시킨 뒤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경찰 등은 학생 설문조사를 통해 A 씨가 체육시간에 자세를 교정해주겠다는 핑계로 자신의 신체를 밀착했다는 25명의 피해주장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경찰은 성추행 의혹에 대한 사건수사 초기 단계이어서 구체적 혐의 여부를 아직 확인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보도(步道·인도)가 있어야 할 곳에 주차장이 있습니다. 주차장에 차량들이 서 있으면 아이들은 차도를 걸을 수밖에 없어요.” 20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옥산면사무소 근처에서 한 시내버스 운전사가 털어놓았다. 이곳은 15일 배정규(가명·10) 군이 시내버스에 치여 숨진 현장이다. 편도 1차로의 좁은 길이다.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이지만 등하교 때 아이들이 걸어 다닐 최소한의 공간조차 없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교통 전문가와 함께 사고 현장을 찾았다. 운전사의 과실 여부를 떠나 도로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실종된 보도 △불법 주정차 △좁은 차도 등 통학안전을 위협하는 3대 원인을 현장에서 찾아냈다. ○ 보도 없는 스쿨존은 ‘킬링 존’ 사고 지점 바로 옆 주차장 한 곳에는 정규 군을 추모하며 친구와 주민들이 놓고 간 과자와 음료수, 빨간 우산이 함께 있었다. 양옆에는 하얗게 칠하다 만 18L 용량의 식용유 통이 있었다. 통에는 ‘보도 주차금지’라고 쓰여 있었다. 근처 인력사무소에서 일하는 임휘택 씨(65)는 “(너무 위험해서) 이렇게라도 표시를 해놓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설치했다”고 말했다. 정규 군은 하굣길에 사고를 당했다. 사고가 난 곳은 스쿨존의 끝자락이다. 보도가 끝나는 곳에서 약 8.8m 떨어져 있다. 사고 지점을 포함해 주변 약 10m 구간은 목욕탕 주차장이다. 주차를 2열로 할 수 있어 주차장이 가득 차면 사람이 걸을 수 있는 공간은 30cm가 채 안된다. 사고 지점을 포함해 약 50m 구간은 한쪽 도로엔 아예 보도가 없었다. 사고 지점 반대편 도로 옆엔 폭 1m의 보도가 있었다. 성인 1명이 겨우 걸을 정도의 폭이다. 그마저도 10m가량 걸으면 폭이 절반으로 줄었다. 현장을 점검한 교통안전공단 충북지사 백승엽 안전관리처 차장은 “중앙선과 차선이 벗겨진 곳이 많아 차량들이 뒤엉키면서 도로 가장자리로 향하면 보행자는 무방비”라고 말했다. 사고 지점은 편도 1차로 차도 3개가 만나는 삼거리다. 가장 넓은 차도의 폭이 3m 남짓이다. 좁은 곳은 2.25m. 도로교통법상 차도의 폭은 최소 2.75m 이상이 돼야 한다. 일반 시내버스가 지나가면 여유 공간이 거의 없다. 옥산면사무소 앞은 학원과 병원 상가가 몰려 있다. 각 건물 앞에는 불법 주정차 차량이 점령하고 있다. 이날도 사고 지점 근처의 한 편도 1차로에는 반경 약 10m 안에 차량 8대가 불법 주차 중이었다. 차량 사이로 어린이가 불쑥 나오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커 보였다. 버스 종점까지 있어 쉴 새 없이 드나드는 버스도 어린이들에겐 심각한 위협이다.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이번 사고는 버스 운전사가 삼거리에서 전방을 보지 않고 다른 쪽 차량을 먼저 살피다 사고를 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교통안전공단 충북지사 황용진 안전관리처장은 “사고 차량의 디지털운행기록계(DTG)를 분석한 결과 사고 시점에 운전자가 3초간 브레이크를 밟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3초 정도면 어떤 부딪힘 때문에 반사적으로 제동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 운전사는 사고 당시 정규 군 충격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다.○ 광주 스쿨존 사고현장도 ‘판박이’ 정규 군이 사고를 당한 날 광주 북구 오치동에서도 조모 양(7)이 집으로 가던 중 차량에 치여 숨졌다. 조 양이 숨진 곳도 스쿨존이었다. 이곳 역시 ‘보도 실종’이 사고의 한 원인으로 꼽혔다. 20일 사고 현장을 둘러본 하태준 전남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사고가 난 스쿨존 보도는 한쪽 방향만 설치돼 있거나 끊기는 등 미로처럼 복잡해 초등학생들이 헤맬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하 교수는 사고 지점 주변의 편도 1차로 400m 구간이 내리막길이라 과속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사고 구간은 광주 북구 문흥지구에서 전남대 후문 방향으로 오가는 차량이 시간당 평균 400∼500대에 이른다. 사고 지점 인근 초등학교 옆 편도 1차로는 제한속도가 시속 30km다. 하지만 이날도 시속 50∼60km로 운행하는 차량들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스쿨존 횡단보도 인근에서 안전봉을 들고 스쿨존 지킴이 봉사활동을 하고 있던 김종선 씨(78)는 “스쿨존 운행 차량 중에는 시속 100km에 가깝거나 심지어 추월까지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당 구간에는 과속방지턱 3개만 설치돼 있는 등 교통안전 시설물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하 교수는 “인도를 양쪽으로 만들어 과속과 불법 주정차 차량을 단속하고 과속단속 카메라도 설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청주=정성택 neone@donga.com / 광주=이형주 기자공동기획 : 국민안전처 국토교통부 경찰청 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tbs교통방송교통문화 개선을 위한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save2000@donga.com)로 받습니다.}

19일 광주 동구 대인동 동구선거관리위원회 건너편 골목길. 눈에 띄는 파란색 3층 건물에 ‘김냇과’라는 간판이 붙어 있다. 건물 지하 1층에 들어가자 국내외 중견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와 공연이나 소모임을 할 수 있는 공간이 꾸며져 있다. 1층에는 커피숍과 아트상품, 장난감에 아티스트·디자이너가 그림을 입힌 아트토이 전시 판매점이 들어서 있다. 2층은 대인시장에서 예술문화를 선도한 단체 ‘미테 우그로’가 활동하는 공간이다. ‘미테 우그로’라는 이름은 ‘밑에, 위쪽으로’라는 전라도 방언을 변형한 것이다. 광주비엔날레 지역협력큐레이터로 선정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미테 우그로는 그동안 대인예술시장에서 작업을 했다. 하지만 건물이 낡아 비가 새는 등 작업활동에 어려움을 겪다 김냇과에 새 둥지를 틀면서 더 좋아진 환경에서 일할 수 있게 됐다. 2층에는 작은 도서관도 딸려 있다. 3층은 관광객이나 외국인 작가들을 위한 호텔 객실 6개가 마련됐다. 호텔 복도에는 유명 작가 작품이 걸려 있고 객실 내부에는 TV가 없고 라디오만 비치돼 있다. 야경을 감상할 수 있는 4층 옥상은 별자리 모임 장소로 제공된다. 1025m² 크기의 김냇과(광주 동구 구성로 204번길)는 광주의 문화 색채를 풍성하게 만드는 복합문화예술공간이다. 이름은 1965년부터 1996년까지 해당 건물에서 진료를 하던 김내과에서 따왔다. 오랜 시간 시민들을 진료하고 돌봐주던 김내과처럼 예술을 통해 따뜻한 기억과 추억을 전달해준다는 의미를 담았다. 김냇과 주변에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대인예술시장이 자리하고 있고 지하철이 통과한다. 한정식이나 중식, 일식 등 광주를 대표하는 음식점이 많다. 문화예술의 향기를 느끼기 위해 광주를 찾는 관광객에게 ‘예향 광주’의 본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곳이 많다. 김냇과를 만든 이는 박헌택 ㈜영무건설 대표이사(55)다. 박 대표는 2002년부터 미테 우그로를 후원하다 문화예술 메세나 운동의 하나로 김냇과를 꾸몄다. 김냇과 수익금의 일부는 지역 예술가 후원이나 청년 취업을 위해 쓰인다. 박 대표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들어섰지만 민간 차원의 문화예술시설이 없는 것이 아쉬웠다”며 “김냇과가 광주의 문화 향기를 전하는 공간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광주 동구 금남로 3가 금남맨숀 1층에는 조각과 장식품 7000여 점이 전시된 세계조각·장식박물관이 있다. 지난해 1월 문을 연 박물관은 세계 유수의 조각품과 장식품을 소개하는 공간이다. 박물관은 진한통상 김상덕 회장(63)이 사업 아이템을 찾기 위해 30년 가까이 세계 각국을 방문하면서 모은 소장품을 전시했다. 김 회장은 예향 광주의 자존심을 살려보자는 생각에 박물관을 열었다. 광주 동구 대의동 전남여고 후문 건너편에는 비움 박물관이 있다. 박물관에는 40∼100여 년 전에 사용된 각종 생활용품과 민속품 3만여 점이 전시돼 있다. 4층 규모의 박물관은 ‘비어있는 아름다움’이라는 명칭과 달리 방대한 양의 민속품으로 채워져 있다. 전시품은 이영화 관장(71·여)이 40년간 전국 풍물시장과 벼룩시장에서 구입한 것이다. 입장료는 어른 1만 원이다. 2015년 11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문을 열면서 인근에 민간 박물관과 복합문화예술시설이 잇따라 들어서고 있다. 광주 동구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개관 이후 미술관, 갤러리, 박물관 등 주변 문화시설이 23개에서 29개로 늘었다고 밝혔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2010년 10월 21일 오전. 김갑주 씨(55)는 광주 자택에서 신문과 뉴스를 접한 뒤 식사를 했다. 이어 콜택시를 불렀다. 택시가 도착하자 그는 아내(57)의 손을 잡고 나와 택시를 탄 뒤 ‘광주 북구 두메외식산업으로 가달라’고 했다. 택시 운전사는 “30년 동안 운전하면서 부인이 남편 손을 잡고 택시 문을 열어주는 것은 처음 봤다. 행복하겠다”고 김 씨에게 말했다. 그러자 김 씨는 미소를 지으며 “저는 1급 시각장애인”이라고 답했다. 운전사는 “장애 중에 가장 애잔한 것이 시각장애다. 아침부터 두메에 누구를 만나러 가냐”며 안타까워했다. 김 씨는 “내가 두메 대표여서 일하러 간다”고 말했다. 운전사는 “눈이 안 보이는데 어떻게 사업을 하냐. 대단하다”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행복한 사람에서 불쌍한 장애인을 거쳐 대단한 사람까지, 3차례 다른 평가를 받은 김 씨의 일화다. 그는 “사람들이 ‘돈이 없다’, ‘나이를 먹었다’ 등 현실이 어렵다는 말을 하는데 피할 것이 아니라 넘어서야 할 운명”이라며 “문을 열겠다며 열심히 살다 보니 길이 열렸다”고 했다.○ 20대 초반에 잃은 세상의 빛 전남 보성군 조성면이 고향인 김 씨는 2남 5녀 중 여섯째로 태어났다. 그의 부친은 철도공무원으로 일하던 성실한 가장이었다. 그는 초등학교 때 광주로 와 광천초교를 졸업했다. 이후 송원중, 전남고를 거쳐 조선대 경제학과에 입학했다. 1982년 그는 대학 3학년 때 ‘망막색소변성증’이라는 희귀질환 판정을 받았다. 의사는 ‘망막색소변성증은 야맹이 먼저 오고 시야가 좁아지며 3∼5년 안에 실명한다’고 했다. 그는 희귀질환 판정 직후 왼쪽 시력을, 27세 때 오른쪽 시력을 잃었다. 이후 30대 중반에는 빛마저 볼 수 없게 됐다. 김 씨는 희귀질환 판정에 희망을 잃었다. 한동안 술과 담배에 빠져 광주역 대합실 의자에서 노숙인처럼 잠을 잤다. 세상이 무너지고 삶이 끝나는 듯했다. 그의 괴로움을 안타깝게 지켜보던 지인들은 시각장애인들을 소개시켜 줬다. 당시 상당수 시각장애인들은 월 2800원의 국가지원금을 받았고 구걸을 하거나 안마·침술사로 일했다. 김 씨는 시각장애인들을 보고 ‘나보다 더 불쌍한 사람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자신의 번뇌가 사치스럽다고 생각했다. 자신은 대학에 다니고 부모로부터 최소한의 도움을 받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후 일일찻집 등으로 성금을 모아 시각장애인들을 도왔다. 또 천주교 광주대교구 시각장애인선교회를 만들었다. 그는 안마·침술이 아닌 새 직업을 찾고 싶어 교사나 회사 취업에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이후 책 방문 판매나 의료보험 조합원 모집 등의 일을 하고 친구와 함께 포장마차를 운영했다가 그만뒀다.○ 장사는 진실을 파는 것 김 씨는 1986년 광주 동구 금남로 가톨릭센터(현재 5·18민주화운동기록관)에 가톨릭다방을 열었다. 주변 사람들은 “앞을 보지 못하는데 어떻게 사업을 하냐”며 걱정했다. 그는 다방 문을 열면서 ‘성공하겠다’, ‘돈을 벌면 가난한 이들에게 나눠 주겠다’는 두 가지 다짐을 했다. 이 다짐은 31년간 지켜졌다. 김 씨는 직원들보다 먼저 출근해 다방 청소를 하고 신문과 잡지를 비치했다. 또 좋은 음악과 소품을 갖추고 발효 매실차, 자연식 율무차, 야채·과일주스 등 당시로 보면 파격적 메뉴를 구비해 인기를 끌었다. 그는 1992년 다방 사업이 쇠락하자 인근에 직장인들을 겨냥한 두메야채잔치라는 식당 문을 열었다. 그는 ‘양심적인 재료로 맛있는 건강식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식당은 2층에 위치했지만 정직한 먹을거리를 제공한다는 소문이 퍼져 손님들이 줄을 섰다. 이후 1993년 만든 두메외식산업은 24년 동안 200만 명에게 출장요리와 도시락을 제공했다. 김 씨는 1995년 조선대 공대 구내식당 운영자로 선정돼 단체급식에도 뛰어들었다. 그의 구내식당 운영은 준비한 사람이 이긴다는 진리가 빛을 봤다. 당시 조선대 측은 구내식당 운영 지원자 10여 명을 상대로 음식·위생 등에 대한 시험을 봤는데 항상 음식 공부를 하던 김 씨가 1등을 차지했다. 그는 이후 물류센터, 김치공장 등을 세우며 사업을 키웠다. 직원이 400명이 넘을 정도로 사업체는 확장됐지만 내부 사정은 악화됐다. 일부 거래처에서 돈을 받지 못하거나 곡물 파동으로 음식 원가가 높아지면서 이익은 떨어졌다. 2010년 11월 두메외식산업은 기업회생 신청으로 위기를 돌파했다. 김 씨는 채권자들에게 미안해 잠을 이루지 못했다. 채권 일부만 갚기로 약속하고 기업회생신청이 받아들여졌다. 그는 집을 팔아 기업회생에 보탰고 지인들은 아무런 조건 없이 7억 원을 빌려줬다. 그와 가족들은 예전에 장애인들이 생활했던 쉼터 꿈동산 그룹홈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이 아파트는 그가 다방을 운영할 때 생긴 수익금으로 지어 기부한 것으로 교회 소유다. 각고의 노력 끝에 2013년 11월 두메외식산업은 기업회생을 졸업했다. 김 씨는 “인심을 잃지 않고 살아 기업회생 과정에서 지인들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고 했다. 현재 두메푸드시스템은 단체급식 30곳과 식품자재 유통 등으로 연 매출액 80억 원을 올리고 있으며 직원 130명이 일하고 있다. 사업(장사)은 아이디어와 인적 관계를 바탕으로 진실을 파는 것이라고 김 씨는 생각한다. 그는 “대기업이 골목상권에 뛰어들거나 고액 연봉자가 나눔을 실천하지 않으려는 사회 분위기가 문제”라며 “분배와 나눔 정신 확산이 절실하다”고 했다.○ “주변을 돌아보는 삶” 김 씨는 지난달 30일 ‘어둠 속의 빛을 찾아’라는 자서전을 발간했다. 그는 자서전 인세 등을 모아 어둠 속의 빛이라는 시각장애인 종합복지타운을 지으려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사회적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어둠 속의 빛은 일반 시민들이 어두운 공간에서 시각장애인들의 안내를 받으며 일상생활을 해보는 체험 공간이다. 또 장애인들이 만든 공예품을 판매하거나 재활·취업을 연계하는 사업 공간이다. 김 씨는 “전국 시각장애인이 25만 명인데 평화 인권도시인 광주에 시각장애인 특성화 시설이 건립되면 좋겠다”고 했다. 김 씨는 시각장애인 봉사활동을 하다 자원봉사자였던 아내를 만나 슬하에 대학생 남매를 뒀다. 그는 사업을 시작한 이후 꿈동산 그룹 홈을 시작으로 동신자활후견기관을 만들고 2013년부터는 광주시각장애인연합회장을 맡는 등 나누는 삶을 실천한다. 또 고액 기부자 클럽인 아너 소사이어티 가입을 약속했다. 그는 각종 기부와 후원 등 사회봉사활동으로 70여 차례 수상을 했다. 올 4월 20일 장애인의 날에는 국민훈장 석류장도 받았다. 그는 2007년 실패한 사업가, 실업자 등과 빛고을두메산악회를 결성해 일본 후지산을 비롯해 설악산 대청봉, 월악산, 모후산, 지리산, 한라산 등을 올랐다. 또 2009년에는 프로야구 기아 타이거즈와 한화 이글스의 광주경기에서 시구를 하기도 했다. “그동안 삶은 순탄치 않았지만 꼭 필요한 일들의 연속이었습니다. 사회활동은 인생의 디딤돌과 통로였고 행복을 만드는 길이었습니다. 죽을 때까지 일하고 나누며 살고 싶습니다.” 1급 시각장애인 최고경영자(CEO)이자 장애인 복지 사업가인 김 씨가 앞으로 삶의 방향을 밝히는 한마디였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