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문화 현장으로 변신하는 ‘순천 철도관사마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11일 03시 00분


코멘트

1930년대 전라선 개통과 함께 조성… 주민 거주 59가구는 옛날 형태 유지
순천시, 2019년까지 기반시설 조성… 체험프로-건축기행 코스 운영 계획

전남 순천시 조곡동 철도관사마을은 1930년대 조성됐지만 근대 도시계획에 따라 집과 도로가 정비돼 있다. 철도관사마을에는 1930년대 건립된 관사 59가구가 남아있고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다. 순천시 제공
전남 순천시 조곡동 철도관사마을은 1930년대 조성됐지만 근대 도시계획에 따라 집과 도로가 정비돼 있다. 철도관사마을에는 1930년대 건립된 관사 59가구가 남아있고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다. 순천시 제공
전남 순천시 조곡동 죽도봉 공원 옆 자락에는 독특한 풍경을 지닌 마을이 있다. 마을에는 일본식 1층 목조주택이 많은데 대문이 모두 북쪽으로 나 있다. 일본 참나무로 지은 주택은 두 가족이 살도록 설계돼 있고 방바닥은 다다미로 돼 있다. 뒷마당에 정원이 있고 내부가 보일 듯 말 듯한 낮은 사철나무 담장도 이색적이다.

이곳은 1930년대 전라선 개통과 함께 조성된 철도관사마을이다. 마을에는 당시 7110m² 터에 152채의 관사가 지어졌다. 관사 부지는 직원 직책에 따라 330∼2000m²로 다양하지만 상당수가 400m² 정도다. 당시 살았던 주민들은 대부분 조선인 철도 근로자였다.

철도관사마을은 근대 도시계획에 따라 집과 도로가 잘 정비됐다. 1930년대 당시 마을에는 관사 외에 운동장, 병원, 클럽, 목욕탕 등 시설이 자리했다. 이곳에 관사가 들어선 것은 전라선, 경전선이 통과하는 철도 요충지 순천역이 걸어서 5분 거리에 있기 때문이다.

이 마을은 1970년대 시민들에게 분양됐다. 건립 당시 주택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곳이 59채에 이른다. 80년 전 지어진 주택과 도로 등이 남아 있어 근대 문화의 체취를 느낄 수 있다.

대전, 전북 군산, 전남 목포 등에 아 같은 근대 문화유산이 남아 있지만 주민들이 현재까지 살고 있는 곳은 철도관사마을이 유일하다.

전국철도노동조합 호남본부가 만든 호남철도협동조합과 주민자치위원회는 2013년 철도 배급소였던 노조 건물 일부를 떼어내 마을카페 ‘기적소리’를 열었다. 이들은 매달 이곳에서 작은 음악회를 열고 있다. 미디어 교실과 통기타 교실을 운영하고 마을신문도 만들고 있다.

올 5월 마을 입구에는 ‘기적소리’라는 현대식 게스트하우스가 문을 열었다. 게스트하우스 1층에는 철도관사마을의 유래를 알 수 있는 박물관이 들어섰다. 유창균 목포대 건축학과 교수는 “마을 전체가 근대 도시계획으로 형성됐고 옛날 건물이 잘 보존돼 있어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순천시는 90억 원을 들여 철도관사마을을 역사문화공간으로 바꾸는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주민 15명과 교수, 전문가 5명이 참여하는 추진협의체를 꾸렸다. 관사에 사람들이 살고 있어 생활형 관광지로 바꾸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공감대가 핵심 요소다. 김학종 통장(59)은 “젊은 주민들을 중심으로 마을을 발전시켜 보자는 분위기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순천시는 관사 3채를 구입해 철도를 주제로 한 체험이 가능한 철도 팩토리와 게스트하우스로 리모델링하기로 했다. 죽도봉 중간에 마을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를 신축하고 야간 경관도 조성하기로 했다.

철도관사마을에서 생태계 보고인 순천만이나 순천만국가정원은 차로 10분 거리다. 인근에는 56년 된 양곡창고에서 청년 창업공간으로 변신해 명소가 된 ‘청춘창고’와 봉화산 둘레길 등 문화관광자원이 많다.

조충훈 순천시장은 “2019년까지 기반시설을 조성한 뒤 2020년부터 철도관사 체험 프로그램과 건축 기행 코스 등을 운영할 계획”이라며 “철도관사마을을 순천 최고의 역사 문화 현장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순천 철도관사마을#철도관사마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