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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 30분 동안은 내내 웃음이 흘러나왔다. ‘대박이다’ 싶었다. 소심하다 못해 ‘찌질’한 도연(최재웅 강지후)의 비굴한 연기는 압권이었다. 하지만 중반 이후 비슷한 개그가 반복되자 슬슬 지루해졌고, 막판에는 조금은 질렸다. TV 공개 개그프로의 한 코너가 무한 반복되면서 100분을 채우는 듯한 느낌이었다. 지난달 27일 막을 올린 뮤지컬 ‘트라이앵글’(연출 홍기유)은 ‘연극열전 3’의 일곱 번째 작품. 1974년 일본에서 초연됐고 이번이 국내 첫 무대다. 다소 연식(年式)이 있는 공연이지만 달콤 발칙한 설정은 요즘 유행과 잘 맞는다. 5년째 습작을 끼적거리지만 등단을 못하는 작가지망생 ‘도연’, 옆집 살던 가수지망생 ‘경민’(김승대), 그리고 경민을 쫓아다니는 ‘스토커녀’인 ‘영이’(안유진). 경민이 영이를 피해 도연의 집에 숨어들고, 영이도 도연의 집에 아예 눌러앉으면서 한 여자와 두 남자가 한지붕 아래 사는 기묘한 상황이 연출된다. 이런 설정 때문에 드라마와 연극으로 만들어진 ‘옥탑방 고양이’와 같은 발랄한 코미디를 기대하기 쉽다. 하지만 이 작품에선 세 사람의 얽히고설킨 관계를 찾아보기 어렵고, 한집에 살면서 일어날 수 있는 소소한 잔재미도 부족하다. 포스터는 로맨틱 코미디 분위기를 풍기지만 사실 ‘3인조 개그쇼’에 가깝다. 웃음은 초반에 폭발한다. 별안간 집에 불청객들을 들이게 된 도연이 특유의 소심한 성격 때문에 안절부절못하거나, 경민이 영이를 따돌리기 위해 동성애자임을 자청하고 바닥에 누워 도연에게 “너를 정말 사랑해” 하며 절규할 때 객석은 뒤집어진다. 하지만 세 사람이 아동복을 입거나 선글라스를 끼고 코믹한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기시감이 드는 데다 억지스럽다. 도연이 신춘문예에 낙방한 뒤 갑자기 거친 욕설을 내뱉거나, 경민이 신성우의 ‘꿈이라는 건’을 부르면서 눈물을 글썽거릴 때는 당황스러웠다. 다소 밋밋한 원작에 한국적인 갈등 요소를 추가했다지만 매끄럽지 못해 보였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i: 4만 원. 9월 26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문화공간 이다2관. 02-766-6007}

화가 한스 홀바인 2세가 그린 ‘밀라노 공작부인 크리스티나’에는 별다른 배경 그림이 없다. 여기에는 나름의 사정이 있다. 모델이었던 크리스티나는 네 번째 왕비를 구하고 있던 헨리 8세의 신부 후보였고, 신붓감의 미모가 궁금했던 헨리 8세는 홀바인을 보내 초상화를 그려오게 했다. 배경이 없는 까닭은 홀바인이 화급히 그림을 완성해 돌아가야 했기 때문이다. 내셔널 갤러리, 코톨드 갤러리, 국립 초상화 미술관, 테이트 브리튼, 테이트 모던 등 영국 런던의 미술관들에 있는 명화 80여 점에 얽인 뒷얘기를 감상평과 함께 정리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근 40년 만에 함께 연극 무대에 오르니 설레고 행복합니다. 오랜 친구를 다시 만난 기분이에요.” 배우 신구(74) 손숙 씨(66)는 5일 서울 중구 메트로호텔에서 열린 연극 ‘드라이빙 미스데이지’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20일부터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국내 초연으로 막을 올리는 이번 작품에서 신 씨는 흑인 운전사 ‘호크’로, 손 씨는 깐깐한 백인 주인할머니 ‘데이지’로 출연한다. 두 사람이 함께 호흡을 맞춘 것은 1971년 연극 ‘달집’ 이후 39년 만으로, 연극배우였던 신 씨가 TV로 주 무대를 옮기면서 마주칠 기회가 없었다. 손 씨는 “늘 같이 공연하고 싶었는데 기회가 와서 정말 기쁘다. 나이가 적지 않은 배우들인 만큼 어쩌면 함께 작품을 하는 게 마지막일 수 있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연극은 1987년 미국에서 초연된 뒤 1989년 동명 영화로 만들어져 아카데미 여우주연상(1990년), 베를린 국제영화제 은곰상(1990년)을 받았다. 72세 고령의 여주인과 10여 년 연하의 흑인 운전사가 인종, 성별, 나이 차를 넘어 30년 동안 쌓은 우정을 잔잔히 그렸다. 신 씨는 “노인들이 주연인 작품이지만 정치, 문화, 종교 등 다양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때문에 세대 구분 없이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배우는 대본을 일주일 만에 다 외울 정도로 작품에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 공연계에는 배우들의 겹치기 출연이 문제가 되고 있지만 신 씨는 다른 활동 제의를 마다하고 이 작품 연습에만 몰두하고 있다. 윤호진 연출가는 “오랜 경륜이 쌓인 배우들이 선보이는 명연기의 하모니를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일∼9월 12일 명동예술극장. 2만∼5만 원. 1644-2003황인찬 기자 hic@donga.com}

“6·25전쟁 참전 용사들의 평균연령이 현재 80세 정도인데 10년, 20년 뒤에는 곁에 없을 수도 있다. 헌정 공연을 하는 마음으로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배우로 5월 현역 입대한 이준기 이병(28·국방홍보원·사진)은 2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동숭아트센터에서 열린 뮤지컬 ‘생명의 항해’ 제작발표회에서 “이번 공연을 통해 6·25전쟁 참전 용사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고, 젊은 세대에게는 잊혀져가는 전쟁의 의미를 알리고 싶다”고 밝혔다. 이 작품은 국방부와 한국뮤지컬협회가 6·25전쟁 60주년을 맞아 제작하는 것으로 1950년 12월 미군과 중공군이 혈전을 벌인 장진호 전투와 북한 주민 1만4000명을 배에 태워 구출한 흥남 철수작전을 그렸다. 그는 북에 있는 가족을 구출하는 육군 소위 해강 역을 맡았다. 입대 100일도 안 된 그는 사회자가 앉아서 인사하라고 했지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거수경례를 했고, 인터뷰 순서에 대해서도 “계급 순으로 말하면 좋겠다”고 했다. 2001년 광고 모델로 데뷔한 뒤 2005년 영화 ‘왕의 남자’로 스타덤에 오른 그는 이번이 첫 뮤지컬 도전이다. 그는 “참여한 장병들 가운데 가장 계급이 낮다”며 “하지만 주변에서 많이 도와줘 큰 어려움은 없다”고 밝혔다. 그를 포함한 배우와 스태프로 참여하고 있는 장병 80여 명이 경기 광주시의 한 특전사 부대에서 숙식하며 연습하고 있다. 8월 21∼29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3만3000∼6만6000원. 1544-1555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원로 수필가 벽강(璧江) 전숙희 씨(사진)가 1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1세. 강원 통천군에서 태어나 1938년 이화여자전문학교를 졸업하고 1939년 단편소설 ‘시골로 가는 노파’로 등단한 후 ‘탕자의 변’ ‘PEN 이야기’ 등 여러 권의 수필집을 냈다. 2007년 자전에세이 ‘가족과 문우 속에서 나의 삶은 따뜻했네’를 출간하는 등 최근까지 작품활동을 해왔다. 전쟁으로 인한 인간성 파괴, 가치관의 혼란, 가난으로 초래된 비극 등을 쉽고 간결한 문체에 담았다. 1983∼1991년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회장을 지냈으며 1988년에는 동서 진영의 작가들을 초청해 서울에서 국제펜대회를 개최했다. 동생인 고 전락원 전 파라다이스그룹 회장과 함께 계원학원을 이끌며 계원예술고교, 계원디자인예술대 등을 설립했다. 1991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펜중앙위원회에서 종신 부회장에 선임됐으며, 독일 괴테문화훈장, 러시아 푸시킨 문화훈장, 대한민국 은관문화훈장을 받았다. 소설가이자 파라다이스문화재단 이사장인 김주영 씨는 “매우 활동적인 분으로 가난한 후배 문학인들을 돕는 데도 정성을 아끼지 않았다”며 “다소 소외돼 있던 한국 수필을 문학의 한 영역으로 끌어올린 분”이라고 말했다. 유족으로는 아들 강영국(재미 사업가) 영진 씨(한국현대문학관 관장), 딸 은엽(미술가) 은영 씨(미술가)가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발인은 5일 오전 8시. 영결식은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계원예고에서 5일 오전 10시에 문인장으로 열린다. 02-3010-2230황인찬 기자 hic@donga.com}

22회 거창국제연극제 15일까지 찌는 듯한 더위도 해가 지자 한풀 꺾였다. 계곡(경남 거창군 수승대)을 따라 양옆에 들어선 야외극장의 불이 하나둘 켜지자 반바지에 슬리퍼 차림의 관객들이 극장에 몰려들었다. 숲 속에 있는 야외극장 곳곳에선 경쾌한 음악과 관객들의 웃음소리가 어우러졌다. 연극과 함께하는 여름밤이 깊어갈수록 피서객들의 소중한 추억은 쌓이는 듯했다. 제22회 거창국제연극제가 지난달 30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8월 15일까지 17일간의 일정에 들어갔다. 올해는 10개국 45개 단체가 참가해 모두 205회의 야외 공연을 선보인다. 행사장은 낙동강의 지류인 위천천이 기괴한 암반 위로 흐르는 계곡으로 연극과 함께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 야외 연극으로 달아오른 여름밤 지난달 30일 축제극장에서는 서울예술단의 ‘로미오와 줄리엣’이 개막작으로 올랐다. 아이를 업고 온 어머니부터 손을 꼭 잡고 온 연인, 그리고 노부부까지 남녀노소 다양한 관객들이 공연장을 찾았다. 800석이 가득 차 계단에 앉거나 객석 맨 뒤에 서서 공연을 보는 관객들도 있을 만큼 열기가 뜨거웠다. 연극은 익숙한 스토리였지만 극장 분위기 덕분에 색다른 매력이 풍겼다. 막은 오후 8시가 넘은 시간에 올랐지만 아직 공기는 후덥지근했다. 관객들은 연방 부채질을 했고 무대 위 조명 주위에는 풀벌레가 날아다녔다. 극장 밖 소음은 그대로 전해졌고, 극 중간에 한 할머니가 “미란아, 미란아”라고 부르거나 한 아이가 “까르르” 크게 웃는 바람에 객석에서는 덩달아 웃음이 터졌다. 다소 산만했지만 오히려 정겨웠다. 마치 옛날 집 앞마당에 동네 사람들이 모여 흑백 TV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오후 10시에 시작한 극단 호모루덴스의 ‘오늘 같은 날’은 야외 천막극장인 ‘태양극장’에서 공연됐다. 노인 문제를 다룬 가면극으로 대사는 거의 없었지만 섬세하게 표현된 노인들의 가면과 적절한 상황 묘사로 의미를 전달했다. 객석은 정원의 절반가량인 200여 석이 찼다. 천장이 없는 이 극장은 고개를 들면 밤하늘의 별이 보였고, 숲이 무대 배경이 돼 낭만적인 분위기를 선사했다. 이종일 거창국제연극제 집행위원장은 “거창국제연극제는 자연과 인간이 하나 되는 연극제”라며 “평소 보기 힘들었던 야외 연극의 재미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100억 원 넘는 경제효과 창출 거창군은 인구 6만4000명의 작은 군이다. 하지만 매년 여름 이곳에서 열리는 거창국제연극제는 전국 최대 규모의 연극 축제다. 1989년 시월연극제로 시작한 거창연극제는 1993년 해외단체가 참가하고 1998년 시즌을 여름으로 바꾸고 수승대로 무대를 옮기며 본격적인 야외 연극제 시대를 열었다. 수승대 계곡 인근 야외무대 헝가리 등 10개국 45개 팀 참여 수승대를 찾은 피서객(관객)들을 찾아가 공연한다는 전략은 적중했다. 2003년 6만3711명이었던 관람객은 2004년 11만3024명, 2005년 15만4823명, 2006년 17만423명, 2007년 15만941명, 2008년 15만6374명을 기록했다. 신종 인플루엔자 때문에 취소됐던 지난해를 빼면 최근 5년 동안 꾸준히 15만 명 이상의 관객을 모은 것이다. 경남발전연구원과 국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거창국제연극제의 지역경제 파급 효과는 2006년 133억5000만 원, 2007년 119억9000만 원, 2008년 166억8000만 원 등 100억 원을 꾸준히 넘고 있다.○ 기대작은 예매 필수 거창국제연극제에서는 유료와 무료 공연이 함께 열린다. 보통 낮에 열리는 거리 공연은 무료이고, 저녁에 오르는 극장 공연은 유료다. 지난달 31일 유료 공연인 ‘로미오와 줄리엣’, 국악뮤지컬집단 타루의 ‘애플그린을 먹다’는 매진이 됐다. 관심 있는 공연은 예약하고 가는 게 좋다. 구약성서 ‘욥기’ 등의 이야기를 다룬 일본 극단 고로루의 ‘이대로, 그대로, 저대로의 신’, 어린이와 청소년 공연 전문 극단인 세르비아 극단 두스코라도비치의 ‘폭신폭신 베개 속 이야기’, 이솝 우화를 그린 슬로바키아 슬로바크 체임버극단의 ‘이상한 이야기’ 등이 기대작으로 꼽힌다.객석 소음 그대로 전달 장터 공연 같은 정겨움도 야외극장은 관객이 밀집된 까닭에 무덥고, 플라스틱으로 만든 좌석은 딱딱하다. 부채나 휴대용 방석을 챙겨 가면 좋다. 작품에 상관없이 입장료는 성인 1만5000원, 학생은 1만 원. 055-943-4152, 3거창=황인찬 기자 hic@donga.com}
한여름 밤 서울 도심의 고즈넉한 한옥 안마당에서 흥겨운 국악을 들으며 막걸리를 마실 수 있는 이색 콘서트가 열린다. 서울남산국악당은 8월 2∼6일 오후 8시 국악당 마당에서 막걸리와 함께 국악 공연을 즐기는 ‘별빛 달빛 콘서트’를 연다. 서울 중구 필동 남산한옥마을 안에 위치한 남산국악당은 서울에서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대표적 장소로 꼽힌다. 막걸리를 마시며 1시간 반 동안 공연을 즐길 수 있는 입장료는 단돈 1000원. 막걸리회사 ‘참살이탁주’가 하루 막걸리 100병(500mL들이)씩 모두 500병을 협찬했다. 프랜차이즈업체 ‘종로빈대떡’이 제공하는 빈대떡은 한 장에 3000원씩을 별도로 받는다. 남산국악당 관계자는 “막걸리는 제한 없이 드릴 생각”이라며 “준비한 500병이 2, 3일이면 떨어질 것 같아 다른 양조장의 협조를 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무용과 판소리 등을 선보이는 서울시청년예술단(2, 4일), 국악에 도시적인 느낌을 첨가한 ‘키네틱국악그룹 옌’(3일), 타악 위주의 퓨전국악그룹 ‘이스터녹스’(5일), 가야금과 베이스기타 등의 기악연주(6일)가 무대에 오른다. 마당이 협소해 하루 관객은 200명만 받는다. 02-2261-0513∼5황인찬 기자 hic@donga.com}

《국내 뮤지컬계에서 7, 8월 여름 시즌은 연말과 함께 시장이 달아오르는 호황기로 꼽혀 왔다. 그러나 올해는 여건이 나은 대형 뮤지컬조차 고전을 면치 못하는 등 뮤지컬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내년 초 무대에 오르려던 한 대형 뮤지컬은 제작이 무산될 것으로 알려져 제작자들의 불안은 한층 커지고 있다.》○ 하반기 기대작 주춤, 내년 기대작은 좌초 올 하반기 가장 기대를 모은 뮤지컬은 8월 13일부터 LG아트센터에서 국내 초연되는 ‘빌리 엘리어트’다. 1980년대 영국 북부 탄광촌을 배경으로 광원 아버지를 둔 11세 소년 빌리가 발레리노가 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2005년 영국에서 초연됐고, 2008년 미국 브로드웨이로 건너가 지난해 토니상 10개 부문을 석권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개막을 2주가량 앞둔 이 작품에 대한 국내 반응은 기대에 못 미친다. 28일 인터넷 예매사이트 인터파크의 주간랭킹에서 전체 공연 가운데 26위에 그치고 있다. 제작기간 3년에 제작비 135억 원(무대제작비 25억 원)이란 규모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뮤지컬계에서는 ‘빌리 엘리어트’가 침체된 뮤지컬 시장의 활로를 뚫어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현재로선 그 가능성이 낮은 셈이다. 메인투자사인 인터파크INT의 홍승희 공연사업본부팀장은 “티켓 판매율이 걱정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작품성이 높기 때문에 개막 후 상황이 좋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내년 1월 18일∼2월 27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국내 초연될 예정이었던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최근 제작 철수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연에 참여한 한 공연관계자는 “뮤지컬 시장이 극심한 침체를 겪고 있어 ‘흥행성이 없다’는 최종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2008년 영국에서 초연된 이 작품은 현지에서도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한 데다 4시간 가까이 되는 긴 공연 시간도 국내 현실에 맞지 않아 흥행성에 의문이 제기돼 왔다. 마케팅 효과를 높이기 위해 주연에 톱스타를 캐스팅하려 했으나 실패하는 등 캐스팅에도 난항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예매 상위 작품들도 눈에 띄는 ‘빈자리’ 예매 순위 상위를 기록한 작품들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다른 작품들에 비해 예매순위가 높은 경우도 매출에 실질적 도움을 주는 객석점유율은 지난해보다 떨어졌기 때문이다. 9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막을 올린 뮤지컬 ‘키스 미 케이트’는 평일 전체 객석(1494석)의 절반가량인 600∼800석만을 채운 채 공연되고 있다. 20억 원의 제작비에 뮤지컬 스타인 최정원 남경주 씨가 출연하지만 고전하는 셈이다. 제작사인 신시컴퍼니의 최승희 홍보팀장은 “지난해 같은 시기, 같은 장소에서 공연했던 뮤지컬 ‘맘마미아’보다 30% 정도 관객이 적다”고 말했다. 5월 14일부터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미스 사이공’은 70%를 약간 웃도는 객석 점유율을 나타내고 있다. 2006년 국내 초연 당시에는 대부분 만원 관객을 기록했다. 지난해 9월 23일 샤롯데씨어터에서 막을 올린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도 상황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제작사 설앤컴퍼니는 9월 11일 폐막 때까지 객석점유율 75%를 목표로 세웠지만 올해 들어 관객이 급감해 목표 달성이 힘든 상황이다. 설앤컴퍼니의 신정아 홍보팀장은 “현재 총관객 30만 명에 근접했지만 대규모 제작비(250억 원)를 들인 만큼 큰 수익을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한국편집기자협회(회장 이혁찬)는 제106회 이달의 편집상 수상작으로 동아일보 하승희 기자의 ‘단일화가 참 좋은데…내가 그만둘 순 없고…’(9일자 A8면·종합 부문) 등 4편을 선정했다고 26일 밝혔다. 시상식은 협회 홈페이지(www.edit.or.kr)를 통해 추후 공지한다.}

막대기 끝에 올려져 돌아가는 대접 모양의 버나가 아슬아슬하다. 버나가 올려진 막대기의 좁은 밑동을 배우가 다른 막대기로 들어 올리자 객석에서는 박수가 터져 나왔다. 서커스 같은 공연은 1시간 반 내내 이어졌고, 공연장은 유쾌했다. 22∼25일 서울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무대에 오른 광대놀음극 ‘아비 찾아 뱅뱅 돌아’는 기예 종합 세트를 보는 듯한 공연이었다. 잊혀져 가는 전통놀이인 버나놀이를 주축으로 저글링, 수피댄스(제자리에서 도는 이집트 전통춤), 상모돌리기 등 ‘뱅뱅 도는’ 것들이 한데 집합했다. 걷어 올린 한복 바지 밑단(의상 조성미)이 경쾌한 느낌을 주었고, 거미줄로 만든 대나무 숲을 연상시키는 공간(무대 김려원)도 신화적인 이야기와 잘 어울렸다. 이 작품은 5월 의정부 음악극축제에 초청됐고 이달 말엔 밀양여름공연축제에서 공연된다. ‘버나놀이를 좋아해서 극을 기획했다’는 제작진의 말처럼 공연의 중심은 남사당놀이의 여섯 종목 가운데 하나인 버나놀이다. 첫 장면부터 돌기 시작한 버나는 막이 내릴 때까지 돌고 돈다. 배우들이 버나를 공중으로 던져서 주고받거나(던질사위), 다리 사이로 버나를 넣거나(다리사위), 등 뒤로 버나를 돌리는(단발령넘는사위) 등 각종 버나놀이의 기술을 극에 녹였다. 큰 막대기로 지름 2m의 대형 버나를 돌리는 장면도 일품이다. 버나를 어린아이로 표현하거나 상모의 길이를 오줌발의 세기로 표현한 것도 재치 있었다. 여든 살 넘은 점쟁이 할머니가 뒤늦게 낳은 아들 ‘붉은 점’이 숲 속에서 짐승처럼 홀로 자라다가 세 아버지를 찾아가 인간성도 사랑도 찾는다는 줄거리 구조는 흥미롭다. 반면 그 얘기를 풀어가는 세부 과정이 다소 거칠었다. ‘속 타 죽고, 골치 아파 죽고, 기운 빠져 죽은’ 세 아버지의 사고사(事故死) 에피소드는 억지스러웠고, 밋밋한 결말 탓에 커튼콜이 시작된 뒤에야 뒤늦게 박수를 치는 관객도 적지 않았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i: 1만∼2만 원. 7월 31일, 8월 1일 오후 8시 밀양여름공연축제 숲의극장. 055-355-1945∼6}

“돌아보면 내가 살아낸 세상은 연륜으로도, 머리로도, 사랑으로도, 상식으로도 이해 못할 것 천지였다.”(박완서 산문집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에서) 노(老)작가가 보기에 세상은 과연 그러하다. 소설가 박완서 씨(사진)의 새 산문집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현대문학)에는 그 이해 못할 세상에 대한 날선 비난이 서려 있다. 2008년 소설집 ‘친절한 복희씨’뿐만 아니라 지난해에는 짧은 산문 모음 ‘세 가지 소원’과 동화집 ‘나 어릴 적에’를 내는 등 활발한 글쓰기를 계속해 온 그다. 올해 팔순을 맞은 박 씨는 “아직도 글을 쓸 수 있는 기력이 남아 있어서 행복하다”면서 “쓰는 일은 어려울 때마다 엄습하는 자폐의 유혹으로부터 나를 구하고, 내가 사는 세상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지속시켜 주었다”고 털어놓는다. 6·25전쟁 60주년에 이르도록 그해의 나이인 스무 살에 영혼의 성장이 멈췄다고 말하는 작가는 산문집에서 1·4후퇴 당시의 추위를 잊을 수 없다고 고백한다. 군부대의 오발로 다리에 총상을 입은 오빠를 손수레에 싣고 가느라 고생하던 차에, 수레바퀴가 빠져버려서 인근의 빈집에 숨은 채 혹독한 추위를 겪어야 했던 것이다. 박 씨는 “이념이라면 넌더리가 난다. 좌도 싫고 우도 싫다. 진보도 보수도 안 믿는다”며 이념 충돌이 낳은 비극의 무자비함을 성토한다. 그래서 천안함 사건에서도 작가는 전쟁의 비극을 다시 한번 일깨운다. “그 사건에 낀 우리의 입장, 주변국과 강대국의 태도, 북에 대한 의구심과 적개심, 그 정당한 분노조차 자제해야 할 것 같은 그래도 전쟁만은 피해야지 하는 마지막 평화주의.” 작가는 그 평화주의가 “진상(眞相)까지도 피해가고 싶을 만큼 비겁한 것”이라고 덧붙임으로써 전쟁의 공포를 역설적으로 강조한다.6·25때 겪은 전쟁의 공포 ‘천안함’에서 다시 떠올라황금만능주의 길들여진 우리의 얼굴에 소름끼쳐 2008년 숭례문 방화사건을 대하는 심경도 참담하다. “집을 철거당하고 그 보상금이 터무니없이 낮아서 분풀이로 불을 질렀다고 너무도 태연하게 말하는 그의 뻔뻔스러움에는 소름이 끼쳤다. 결국은 돈이었다.” 우리 사회에 드리워진 금전만능주의를, 자신의 일까지 돌이켜 반성하면서, 작가는 맹렬하게 비판한다. “책임져야 할 고위층이 다같이 형식적인 사죄 끝에 입에 올린 약속도 돈,… 돈자루를 틀어쥔 이들의 또 하나의 파렴치, 재건축 아파트를 사고팔아 막대한 이익을 올리고 그게 한 번도 불로소득이란 생각을 안 해본 나의 뻔뻔함. 그러고 더 많이 벌어 흥청망청 쓰는 사람만 보면 이놈의 세상을 송두리째 깽판 치고 싶다는 열화 같은 정의감의 그 못 말리는 뻔뻔스러움.” 작가는 “내가 소름끼쳤던 것은 아무리 정권이 바뀌어도 변함없이 받들어온 경제 제일주의가 길들인 너와 나의 얼굴, 그 황폐한 인간성에 대해서였을 것”이라고 말한다. 산문집에는 그간 읽은 책에 대한 생각과 함께 김수환 추기경, 소설가 박경리 선생 등 세상을 떠난 이들에 대한 추모글도 묶었다.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일제 총독부는 1919년 서울 남산에 조선신사를 짓고 조선인들에게 일왕 숭배를 강요했다. 일왕가를 상징하는 거울 구슬 칼 등 3종의 신기(神器)를 신사에 두고 절을 하게 했다. 동아일보가 1920년 9월 25일자 사설에서 이를 꼬집었다. “경(鏡)으로 혹은 주옥(珠玉)으로, 혹은 검(劍)으로, 기타 하등 모양으로든지 물형(物形)을 작하야 혹처(或處)에 봉치(奉置)하고 신(神)이 자(玆)에 재(在)하며 혹 영(靈)이 자(玆)에 재(在)하다 하야 이에 대하여 숭배하며, 혹 기도함은 우상의 숭배라 할 것이다.” 이 사설은 일제가 우리 민족의 조상 숭배를 미신으로 몰고 단속하는 데 대한 반론으로 일왕가의 상징물을 우상 숭배로 비판한 것이다. 일제 당국은 이 사설이 나간 당일 동아일보에 첫 무기정간 처분을 내렸고, 정간은 이듬해 1월 10일까지 108일간 이어졌다. 1920년 4월 1일 창간한 뒤 반년도 안 돼 당한 무기정간 조치로 동아일보는 타격을 입었다. 재정이 악화돼 인쇄공 상당수가 회사를 떠났고, 어렵게 마련한 지방의 지국망들도 흔들렸다. 정간은 석 달 반 만에 풀렸지만 곧장 신문을 발행할 여건이 못돼 다시 신문을 내기까지 한 달 열흘이 더 걸렸다. 그러나 동아일보는 1921년 2월 21일 속간(續刊)호에서 일제의 탄압에 한 치의 뜻도 굽히지 않겠다고 다시 한 번 천명했다. “우리가 어찌 홀로 탄탄하길 바라며 안이한 걸음을 바랐으리오. 본보의 주지(主旨)에 어찌 일 점 변경이 있을 수 있으리오. 민중의 표현기관으로 민주주의 문화주의를 지지하는 본보의 주지에는 추호의 동요도 없을 것임을 천명하노라.” 속간 이후 동아일보는 1923년 1월 조선물산장려회가 토산품(국산품) 애용 운동인 물산장려운동을 시작하자 이를 상세히 보도했으며, 교육을 통한 민족운동 추진을 위해 1923년 3월 민립대학 설립을 위한 ‘민립대학 기성회’가 창립되자 발기인 전체 명단을 게재해 적극적으로 이를 알렸다. 1924년 10월 4일에는 회사 정관에 ‘주주는 조선인에 한한다’는 조항을 삽입하며 민족 언론의 길을 거듭 다짐했다. 김용직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3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동아일보는 창간 후 사회 공론의 장이 됐으며 일제에 대한 비판 기능도 충실히 해나갔다. 물산장려운동, 민립대학 설립운동 등을 추진한 것도 문화운동을 넘어선 정치적 항거였다”고 말했다. 일제는 1926년 3월 6일 2차 무기정간을 내려 다시 동아일보 탄압에 들어갔다. 소련의 국제농민본부가 보내온 3·1운동 7주년 기념 메시지를 실었다는 게 이유였다. 송진우 주필과 김철중 편집인 겸 발행인이 각각 보안법과 신문지법 위반으로 기소돼 징역 6개월과 금고 4개월의 판결을 받았다. 1930년 4월 16일엔 미국 ‘네이션’의 빌라즈 주필이 보낸 창간 10주년 기념사 게재건으로 3차 무기정간을 받아 138일간 발행이 금지됐다. 1936년 8월 25일엔 11회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에서 우승한 손기정(孫基禎) 선수의 시상식 사진에서 일장기를 삭제해 게재했다. ‘일장기 말소 사건’으로 불리는 이 사건으로 현진건 사회부장 등이 구속됐고 4차 무기정간을 당했다. 9개월여가 지난 1937년 6월 3일에야 속간됐다. 네 차례 무기정간 외에 판매금지와 압수도 빈번했다. 1920년 4월 15일자의 ‘평양에서 만세소요’라는 제목으로 평양에서 일어난 만세시위를 상세히 전했다가 첫 판매금지 및 압수 조치를 받았다. 이후 폐간 때까지 20년 동안 판매금지는 63회, 압수는 489회에 이르렀다. 기사가 삭제된 것은 2434회나 됐다. 일제는 1937년 7월 중일전쟁을 일으킨 뒤 국내 언론에 대한 통제 수위를 한층 높였다. 일제는 1938년 도(道) 경찰부장 회의에서 “전시체제 아래 언론기관의 국가적 책무가 무거운 이유를 설명하고 지도단속에 만전을 기하라”며, 1939년 회의에서는 “성전(聖戰)의 목적 달성에 매진하는 실상을 내외에 선전토록 할 것”이라며 언론 통제의 고삐를 죄었다. 1939년 9월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일제는 본격적으로 조선인의 황민화(皇民化) 정책에 착수했다. 1939년 11월 조선민족 고유의 성명제를 폐지하고 일본식 씨명제를 강압적으로 따르게 하는 ‘창씨개명’도 실시했다. 일제 총독부는 11월 하순부터 동아일보의 자진 폐간을 종용했다. 1940년 6월 초엔 “신문지 파지를 식당에서 구입했다”며 트집을 잡아 ‘(전시) 배급물자 불법처분’의 구실로 경리장부를 압수하고 김동섭 당시 경리부장을 구속했다. 폐간 구실을 찾던 일제는 동아일보가 송진우 고문 명의로 수만 원을 은행에 저금했고, 보성전문에 유휴자금 2만 원을 빌려주고 있는 점을 들어 당시 임정엽 상무와 국태일 영업국장을 구속했다. 예금은 사옥 신축 기금이었고 대여금은 이자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문제가 될 사안은 아니었다. 하지만 일제는 대여금을 문제 삼아 김성수 보성전문 교장을 배임횡령으로 몰아 그해 7월 중순부터 경찰에서 연일 심문했다. 송진우 명의의 예금은 독립운동 자금이었다는 혐의를 만들어 백관수 사장 이하 간부를 대거 구속했다. 종로경찰서 사찰과장실에 수감된 동아일보 중역들은 강제로 폐간계 제출을 강요받았지만 백 사장은 이를 거부했다. 일제는 발행인 겸 편집인 명의를 중병을 앓던 임 상무로 변경하도록 강요한 뒤 임 상무 명의로 폐간계를 내게 만들어 눈엣가시 같았던 동아일보의 입을 틀어막았다. 이로써 동아일보는 창간 20년 만인 1940년 8월 10일 강제 폐간됐다. 동아일보는 1940년 8월 11일자에 실은 폐간사에서 “한번 뿌려진 씨앗인지라 오늘 이후에도 싹 밑엔 또 새싹이 트고 꽃 위엔 또 새 꽃이 필 것을 의심치 않는 바이다”라며 굽히지 않는 언론의 정도를 이어갈 의지를 밝혔다. 동아일보는 5년 뒤인 1945년 12월 1일 복간돼 해방 조국에서 이 약속을 지켰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손기정 일장기’ 지워 줄줄이 연행▼사장-주필 사직… ‘신동아’ 폐간 ‘聖戰(성전)의 最高峯征服(최고봉정복) 待望(대망)의 올림픽마라손 世界(세계)의 視聽(시청) 集中裏(집중리) 堂堂(당당) 孫基禎君優勝(손기정군우승), 南君(남군)도 三着堂堂入賞(삼착당당입상)’(1936년 8월 10일자 동아일보 호외) 1936년 8월 9일, 오후 11시(한국 시간) 제11회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이 시작됐다. 이튿날인 10일 새벽 2시간29분19초2의 기록으로 손기정 선수가 1위로 골인했다는 소식이 들어오자 동아일보는 호외로 쾌거를 알렸다. 또 동아일보는 ‘올림픽 세계 제패의 노래’를 공모했고 대회 기록 영화를 입수해 경성부민관(현 서울시의회 본관)에서 9차례 공개 상영하며 민족의 자긍심을 높였다. 보름이 지난 8월 25일자 동아일보 석간 2면에는 월계관을 쓰고 수상대에 오른 손 선수의 사진이 실렸다. 일본 주간지 ‘아사히 스포츠’에 실린 사진을 복사해 실은 것이지만 손 선수의 가슴 부위에 있던 일장기는 지워져 있었다. 당시 체육부 이길용 기자와 이상범 화백이 주도한 일장기 말소였다. 26일 부임한 미나미 지로 조선총독은 이를 보고 29일자로 동아일보 무기정간 처분을 내렸다. 이 기자와 이 화백을 비롯해 현진건 사회부장과 신낙균 사진과장, 백운선 서영호 기자, 편집자 장용서 임병철 기자가 연행됐다. 같은 사진을 월간지 신동아에 게재한 최승만 잡지부장과 잡지 사진부의 송덕수도 연행됐다. 이 중 이길용 이상범 백운선 서영호 신낙균 장용서 현진건 최승만 등 8명은 40일간 구속됐고 이길용 현진건 최승만 신낙균 서영호 5명은 일제 강압에 의해 ‘언론기관에는 일절 참여하지 못 한다’는 서약서에 서명하고 동아일보를 떠나야 했다. 그해 말까지 동아일보사 송진우 사장과 장덕수 부사장, 김준연 주필, 설의식 편집국장도 신문사를 떠났고 인촌 김성수는 소유 주식을 모두 내놓아야 했다. 신동아와 신가정 등 동아일보에서 내던 두 잡지는 강제 폐간됐다. 광복 이후 1945년 12월 1일자로 동아일보가 중간(重刊)되면서 일장기 말소사건으로 강제퇴직했던 사람 중 희망자는 모두 복직했다. 이길용 기자는 사업부장으로, 백운선 사진반원은 사진부장으로 복직해 활동하다 6·25전쟁 때 납북됐고 설의식 편집국장은 주간 및 편집인으로, 장덕수 김준연은 1947년 2월 이사로 복직했다.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총독은 뱀의 혀로 조선인을 기만치 말라”▼■ 東亞에 실렸던 항일 표현들 “재등 총독이여, 당국 제공(諸公)이여, 그 태도와 정책을 명백히 하고 가식과 허위로 무차별이니 일시동인(一視同仁)이니 선정덕정(善政德政)이니 하는 사(蛇)의 설(舌)을 농(弄)하야 조선인을 기만치 말지어다.” 1920년 7월 22일 동아일보 1면 사설 일부다. 나흘 전 일본 경찰이 경성(서울) 단성사에서 열린 일본동경유학생 학우회 주최 순회강연을 중단시키고 해산시킨 것을 비판한 사설이다. 당시 조선 총독 사이토 마코토(齋藤實)의 실명을 거론하며 ‘뱀의 혀를 놀리지 말라’고 썼다. 일제강점기 때 사설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노골적인 항일표현이다. 창간 직후인 1920년 4월 9일 1면 기명 논설에선 이 같은 강력한 항일논조의 씨앗이 보인다. 추송(秋松)이란 필명으로 발표된 이 논설은 “조선인의 독립사상과 애국정신은 조선인의 혈액과 뇌수(腦髓)에 의하야 발생하는 자(者)”라며 “여하(如何)히 선각자와 유식자를 억압 취체(取締)할지라도 조선혼(朝鮮魂)과 독립사상은 추호도 타격을 수(受)할 바이 무(無)하리로다”라고 천명했다. 1922년 2월 7일 ‘전제정치를 타파하라’는 1면 사설도 이에 못잖다. “조선인이 실로 행복을 기망(企望)하고 발달을 요구할진대…그 전제제도를 타파함이 가(可)하도다”라고 일제 통치를 정면 비판했다. 1922년 9월 16일 2면 ‘횡설수설(橫說竪說)’난은 일본에서 발간된 잡지의 논문을 인용해 “일선(日鮮)융화는 역사상으로 보아 도저히 불가능한 바”라며 “민족자결주의는 세계의 대세가 되야 애란(愛蘭·아일랜드)이 자유국이 되고 애급(埃及·이집트)이 보호령의 기반(羈絆·굴레)을 탈(脫)한 금일에 조선을 독립케 함은 당연한 일일 뿐 아니라 일본의 장래를 위하야 이익”이라고 과감히 조선의 독립을 주장했다. 서슬 퍼런 일경을 향해 “저능하다”고 몰아붙이기도 했다. 1926년 7월 21일 1면 사설은 세계평화와 인류의 자유 증진을 내세운 아세아민족회의의 일본 나가사키 개최를 허용하면서 정작 조선인의 관련 집회를 금지한 일본 당국을 비판했다. 사설은 “경찰 행정이 저능이요 몰상식”이라며 “그 추잡한 권력자 등의 궤책(詭策·간사한 책략)에 붓을 더하고저 아니 한다”고 질타했다. 일제의 빈번한 집회금지를 비판한 1927년 10월 25일 1면 사설은 세간의 말을 간접 인용하는 방식으로 일제의 실정을 우회 비판했다. “조선 사람은 하등의 자유가 업다. 그뿐 아니라 대부분의 조선 사람들은 먹을 것 업시 방황하는 중이다. 이와 가튼 현상에 잇서서는 차라리 감옥 생활하는 것이 나흘 것이다.”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25일 폐막한 제7회 서울국제무용콩쿠르에서 한선천 씨(한양대)와 장안리 씨(댄스씨어터온)가 컨템퍼러리무용 시니어 남녀 부문 1등상을 각각 받았다. 발레 시니어 남녀 1등상은 드미트리 자그레빈 씨(볼쇼이발레단)와 스자링 씨(광저우발레)가 각각 받았다. 한 씨와 강요섭(강원대·컨템퍼러리무용 2등) 이영도 씨(유니버설발레단·발레 2등) 등 3명은 발레와 컨템퍼러리무용 남자 시니어 1, 2등에게 주어지는 병역특례를 받는다. 민족무용 시니어 부문 남녀 1등상은 체렌자르갈 오치르푸레브 씨(고비숨베르보르지곤 가무단)와 김동민 씨(성균관대)에게 각각 돌아갔다. 주니어 부문 1등상 입상자는 △컨템퍼러리무용 청량뤼(첸젱예술학교) △발레 리젠(광저우발레) 김민정(한국예술종합학교) △민족무용 박재원(연천고)이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올해 5회를 맞은 ‘2010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이 23∼25일 인천 서구 백석동 수도권매립지에 있는 드림파크에서 열렸다. 이 행사는 지난해까지 인천 연수구 송도유원지에서 열렸으나 좀 더 넓고 쾌적하게 축제를 즐길 수 있도록 약 33만 m²(약 10만 평)의 터에 잔디밭과 캠핑존, 주차장을 갖춘 드림파크로 자리를 옮겼다. 축제가 시작된 23일에는 흐리고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 탓에 관객이 6000여 명에 불과했으나 날씨가 맑아진 24일에는 주말을 맞아 2만7000여 명의 관객이 모였다. 주최 측은 25일까지 누적 관객이 5만여 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5년째에 접어든 축제인 만큼 행사 진행은 전반적으로 원활했으며 관객들도 질서를 잘 지켰다. 하지만 영국 록 밴드 스테레오포닉스의 무대는 음향사고로 오점을 남겼다. 23일 오후 10시 20분 메인스테이지에서 스테레오포닉스의 무대가 시작된 직후 1, 2분간 스피커에서 갈라지는 소리가 들리다가 아예 스피커 소리가 들리지 않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럼에도 스테레오포닉스는 1시간 반 동안이나 관객들의 환호 속에 열창하며 무대를 마쳤다. 이번 축제에는 아이들과 함께 나들이를 나온 가족 단위 관객과 중장년층 관객들이 상당수 눈에 띄었다. 할아버지부터 손자까지 3대가 함께 잔디밭에 앉아 록 음악을 들으며 휴식을 즐기는 모습도 보였다. 주최 측은 폭넓은 연령층의 관객을 확보할 수 있도록 크라잉넛, 갤럭시 익스프레스, YB(윤도현 밴드), 김창완 밴드, 조덕환(들국화), LCD 사운드시스템, 이언 브라운 등 다양한 연령층의 사랑을 받는 70여 팀을 출연진으로 정했다. 어린이들을 위해 놀이시설인 키드존과 수영장도 설치했다. 수영장에서 비눗방울 기계로 거대한 비눗방울을 만들어내자 어른과 아이 가릴 것 없이 수영장으로 뛰어들었다. 아내와 아기를 데리고 공연을 보러 온 강정은 씨(30·서울 영등포구 도림동)는 “록 마니아는 아니지만 가족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어 공연장을 찾았다”고 말했다. 이양일 팝 칼럼니스트는 “록의 전성기였던 1960, 70년대에 록을 즐기며 자란 세대가 부모가 되어 자식들과 함께 록 축제를 찾는다. 어린이들이 축제 문화를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한편 7월 30일∼8월 1일에는 경기 이천시 마장면 지산 포레스트 리조트에서 뮤즈, 펫샵보이스, 매시브어택 등 60여 팀이 출연하는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이 열린다. 8월 6∼8일에는 경기 파주시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서 ‘한국판 우드스톡’을 내세우며 올해 시작하는 ‘피스 앳 더 디엠지 위드 아티 콘펠드, 더 파더 오브 우드스탁 69’가 열릴 예정이다. 주최사인 우드스탁코리아는 산타나, 심플 플랜, 마마스 건 등이 출연한다고 밝혔다.인천=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이진혁 인턴기자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4학년}

《“몸은 하나인데 얼굴은 4개?” 그리스 신화 속 괴물이 아니라 최근 국내 뮤지컬의 캐스팅 경향을 빗댄 말이다. 국내 뮤지컬에서 한 배역에 여러 배우를 투입하는 ‘캐스팅 마케팅’이 효과를 보자 대형 뮤지컬을 중심으로 배우가 4명(4팀)까지 중복 투입되는 쿼드러플 캐스팅이 속속 선보였고 최근에는 소극장 무대로까지 확산됐다. 전문가들은 “작품보다는 배우에 의존하는 스타 마케팅의 전형”이라고 우려했다.》○ 4명이 돌아가며 주연 맡아 14일 서울 대학로 예술마당 4관에서 막을 올린 뮤지컬 ‘달콤한 인생’은 네 남녀의 엇갈린 사랑과 배신을 그린 미스터리 멜로물. 주인공 준수 역에는 최성원 정민 김진우 강청광이 캐스팅됐다. 전체 출연 배우가 4명뿐인 소규모 공연이지만 주연에만 배우 4명이 뽑힌 것이다. 이번에 캐스팅된 배우들은 경력 10년(최성원)에서부터 무대 경험이 없는 배우(강청광)까지 다양하다. 게다가 강청광은 연습이 부족해 언제 무대에 설지조차 확정돼 있지 않다. 한 누리꾼(아이디 xellosoo)은 정민에 대해서도 “복합적인 인물을 연기해야 하는 정민 씨의 준수 역 (연기가) 다소 아쉽다”고 말했다. 5월 14일 서울 신촌 더스테이지에서 공연을 시작한 남성 2인극 뮤지컬 ‘쓰릴 미’는 2007년 국내 초연 당시에는 두 배우가 한 팀을 이룬 원 캐스팅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2명씩 짝을 이룬 총 4팀(8명)이 돌아가며 무대에 선다. 팀이 ‘짐승 페어’(최지호 최수형) ‘아이돌 페어’(김하늘 지창욱) 등으로 불릴 정도로 작품 자체보다는 배우들의 조합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이달 말에는 가수 출신 이지훈과 오종혁이 짝을 이뤄 출연한다. 주연 배우가 많아지자 집중력을 갖고 극에 몰입하기도, 다른 배우와 조화를 이루기도 힘들다. ‘쓰릴 미’는 한 페어가 2, 3일씩 연달아 공연하기 때문에 보통 한 번 무대에 오른 뒤 일주일 넘게 휴식을 갖는다. ‘달콤한 인생’의 주연 배우들은 사흘에 한 번꼴로 무대에 오른다. ‘달콤한 인생’과 ‘쓰릴 미’는 소극장 뮤지컬로, ‘햄릿’(2008년) ‘헤드윅’(2009년), ‘모차르트’(2010년) 등 중대형 뮤지컬이 선보였던 쿼드러플 캐스팅이 뮤지컬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뮤지컬 본고장인 뉴욕 브로드웨이나 영국 웨스트엔드에서는 쿼드러플은커녕 더블, 트리플 캐스팅도 찾아보기 어렵다. 보통 주연에는 한 배우가 캐스팅돼 장기 공연을 이끌고 ‘커버’나 ‘언더 스터디’(제2, 제3의 예비 배우)가 대기한다. 이유리 청강문화산업대 교수는 “한 배우가 주연을 맡으면 그만큼 작품에 충실할 수 있고 결국 작품 완성도를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 “몇 년 새 국내에서는 커버나 언더 스터디란 말 자체가 사라졌다. 연출가가 4명의 주연과 함께 일해야 하는 쿼드러플이란 말 자체가 난센스”라고 지적했다. ○ 쿼드러플의 속셈은 마케팅 효과 쿼드러플의 마케팅 효과는 크다. ‘쓰릴 미’는 개막 이후 두 달여 동안 2회 이상 관람한 관객이 1000명을 넘겼고 10회 이상 ‘몰아 본’ 관객도 100명을 웃돌았다. 공연 초반인 ‘달콤한 인생’도 재관람하는 관객이 늘고 있다. 제작사인 다온커뮤니케이션즈의 박현미 대표는 “6개월 장기공연인 탓에 4명을 캐스팅했다”면서도 “마케팅 효과를 기대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쿼드러플 캐스팅의 확산은 결국 작품이 아닌 배우 중심으로 국내 뮤지컬시장을 재편해 작품의 질적 하락을 불러올 것”이라며 우려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서울 변두리의 달동네. 보증금 500만 원에 월세 20만 원의 단칸방에 사는 임시직 서점 직원인 미혼녀. 주인집 할머니는 거동 못하는 장애인 딸을 보살피고, 옆방 사는 아주머니는 동대문시장에서 옷을 팔고, 옆집에는 몇 달째 체불된 월급에 가슴 아파하는 외국인 노동자가 산다. 하늘 아래 가장 가까운 곳에서 사는 이들은 오늘도 찌든 빨래를 하얗게 빨며 고단한 일상을 이렇게 노래한다. “빨래가 바람에 제 몸을 맡기는 것처럼/인생도 바람에 맡기는 거야/시간이 흘러 흘러 빨래가 마르는 것처럼/슬픈 니 눈물도 마를 거야.”》 달동네 사람들의 팍팍한 서울살이를 눈물로, 때론 웃음으로 담아낸 뮤지컬 ‘빨래’. 2005년 서울 장충동 국립극단에서 처음 막을 올린 뒤 현재 서울 대학로 학전그린소극장에서 공연 중인 이 작품이 25일 1000회를 맞는다. 이 작품은 장기 공연임에도 평균 객석 점유율 90%를 기록하고 있다. 이달 중 관객 2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이며 지난해 20억 원 매출에 이어, 올해 25억 원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화려한 볼거리도, 유명 연예인도 없는 이 작은 뮤지컬의 힘은 무엇일까. “글쎄요. ‘내 이야기다. 공연 안에 내 모습이 있다’고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게 ‘빨래’의 힘 아닐까요.” 극본과 연출을 맡은 추민주 씨(35)는 이렇게 말했다. 뮤지컬에 나오는 무대는 ‘구질구질’하다. 잡화와 함께 봉지쌀을 파는 슈퍼, 삼겹살과 소주를 파는 선술집, 전봇대에는 빛바래고 찢겨진 전단들이 붙어 있다. 오물세 5000원을 두고 주민들이 다투고, 출퇴근길 달동네 가파른 산비탈을 오르는 마을버스는 늘 만원이다. 적어도 한 번은 살아봤고, 그도 아니면 한 번은 TV에서 봤을 법한 달동네는 잊었던 과거를, 소외된 우리 이웃을 돌아보게 만든다. 추 씨 또한 그랬다. “대구에서 대학(영남대 국문과)을 졸업한 뒤 1999년 서울에 올라와 달동네에서 살았어요. 그때 경험했고 만났던 이웃들이 작품에 고스란히 들어가 있죠.” 서점에서 일하고, 달동네에서 살며 옥상에서 빨래를 툴툴 너는 주인공 나영은 다름 아닌 그의 모습이다. “제가 살던 석관동 옥탑방은 그 동네가 다 보이는 높은 곳이었어요. 깨끗이 빨래를 한 뒤 내려다보는 동네 풍경, 그 많은 집의 옥상에 널린 빨래들이 인상 깊었지요.” 그는 그곳에서 필리핀 노동자와 이웃사촌이 됐고, 2003년 명동성당에서 이주노동자들이 강제추방반대 시위를 하는 것을 보고 이들의 얘기를 묶은 ‘빨래’를 썼다. “사실 상업 뮤지컬 시장에 대해 제대로 알았다면 ‘빨래’라는 작품을 쓰지 못했을 거예요.(웃음) 일부 관객은 불편해할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결국 1000회 공연이 가능했던 것은 그런 초심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그는 관객들의 공감에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몽골 출신 이주노동자 40여 명을 초청한 무대가 있어서 특별히 몽골 노래를 삽입했습니다. 그런데 중간에 따라 부르시고 너무 좋아해서 기뻤죠.” 이 작품은 매주 이주노동자들을 공연에 초대하고 있고 2011년 말 미국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추 씨는 “작품을 보시고 동시대 사람들의 애환과 희망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동안 했던 것에 만족하지 않고 새롭게, 더 새롭게 극을 만들 생각”이라고 말했다. “난 빨래를 하면서/얼룩 같은 어제를 지우고/먼지 같은 오늘을 털어 내고/주름진 내일을 다려요.” 추 씨와 작품 스스로가 하는 다짐 같았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몇 년 전 뮤지컬 ‘페임’을 보고 엉엉 울었어요. 배우들이 무대 위에서 살아 숨쉬고 있는 것을 느꼈고 제가 지금까지 (TV와 영화에서) 연기한 게 뭔가 싶었죠. 언젠가 꼭 무대에 서겠다고 다짐했죠.” 배우 문근영 씨(23·사진)는 20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CJ미디어홀에서 열린 연극 ‘클로저’의 제작발표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1999년 영화 ‘길 위에서’로 데뷔한 이후 처음 연극무대에 선다. 2004년 개봉한 동명 영화로 널리 알려진 연극 ‘클로저’는 1997년 영국 런던에서 초연된 작품으로 국내에서는 이번이 아홉 번째 공연. 런던을 배경으로 네 남녀의 엇갈린 사랑을 그린 이 작품에서 문 씨는 스트립댄서이자 오만하고 열정적인 앨리스 역을 맡는다. “배역에 큰 부담감은 없어요. 저는 스트립댄서가 아닌 앨리스란 배역에 관심이 있거든요. 하지만 ‘문근영, 스트립걸로 변신’ 등의 기사를 보면 조금 속상하기는 하죠.” 문 씨가 3∼6월 KBS2 드라마 ‘신데렐라 언니’에서 까칠한 캐릭터였던 송은조 역을 연기한 데 이어 이번 연극으로 기존의 ‘국민 여동생’ 이미지를 벗으려 한다는 시각도 있다. 4만5000∼6만 원. 8월 6일∼10월 10일 서울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544-1555황인찬 기자 hic@donga.com▶dongA.com에 동영상▲연극 ‘클로저’ 제작발표회}

당신의 30년 친구. 가족 같은 그가 갑자기 죽어 당신이 추모사를 써야 한다면 어떤 말을 하고 싶은가. 두 남자의 우정과 인생에 관한 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연출 신춘수)는 누구나 한 명쯤은 있는 ‘베프(베스트 프렌드)’의 의미를 생각하게 만든다. 미국의 한 시골에서 일곱 살 때 처음 만난 토마스(류정한, 신성록)와 엘빈(이석준, 이창용)은 유년 시절을 함께 보냈다. 토마스는 도시로 떠나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고, 고향에 남은 엘빈은 작은 책방을 운영한다. 토마스는 엘빈을 점차 귀찮게 생각해 멀어지지만 엘빈의 죽음 뒤에 그의 소중함을 깨닫는다는 줄거리다. 2009년 3월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초연(극본 브라이언 힐)됐다. 다소 평범한 얘기는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전개를 통해 생동감을 얻는다. 엘빈의 추도사를 쓰던 토마스가 엘빈과 함께했던 추억을 떠올리며 장례식장(현재)과 회상장면(과거)이 숨 가쁘게 오간다. 두 남자가 무대에 흩뿌리는 종잇장은 켜켜이 쌓이는 세월의 흔적 같고, 서정적인 멜로디는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종잇장을 뭉쳐 천진난만하게 눈싸움을 하거나, 하얀 눈가루가 흩날리는 장면도 아름답다. 국내 초연인 만큼 익숙지 않은 부분도 있다. 엘빈이 툭하면 내뱉는 ‘천사 클레란스’ ‘조지 베일리’란 말은 미국 프랭크 캐프라 감독의 1946년 흑백 영화 ‘이츠 어 원더풀 라이프’에 나오는 캐릭터로, 이 영화를 보지 않고서는 자살한 엘빈의 심리를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 별다른 갈등 요소가 없는 고만고만한 유년 시절 추억담이 1시간 넘게 이어지는 것도 지루했다. 두 배우가 100분 동안 잠시도 쉬지 않고 연기를 펼치는 탓에 후반에는 집중력이 떨어지거나 발성이 고르지 못한 부분도 보였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i: 4만∼6만 원. 9월 19일까지 서울 동숭아트센터 동숭홀.1588-5212}

◇한국 미디어 산업의 변화와 과제/전범수 외 지음/254쪽·2만1000원/커뮤니케이션북스애플의 아이폰 앱스토어에서 시작된 앱스토어 다운로드 시장은 올해 세계적으로 7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전년에 비해 60% 증가한 것으로 2013년까지 매년 55∼74%의 성장이 예상된다. 저자는 다른 회사의 앱스토어를 내려받을 수 없는 애플보다는 개방형인 구글 안드로이드 마켓 시장의 전망이 더 밝다고 지적한다. 교수와 연구원인 저자 11명이 빠르게 변하고 있는 미디어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방송, 통신, 소비자 등으로 나눠 진단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문화체육관광부는 14일 원로배우 장민호(86) 백성희 씨(85)에게 은관문화훈장을 수여했다. 두 원로배우는 국립극단에서 60년간 활동하며 다양한 연기와 국립극단 단장 등으로 연극계 발전에 헌신해 왔다. 30년 이상 근속한 배우 최상설 김재건 서희승 문영수 씨는 문화포장을, 28년 이상 근속한 권복순 김종구 이혜경 씨는 대통령표창을 받았다. 4월 국립극단이 재단 법인화를 앞두고 해체되면서 극단을 떠난 나머지 단원 15명은 장관표창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