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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농구부는 올 시즌 최고 전성기를 달렸다. 지난해 말 농구대잔치 우승을 시작으로 올해 MBC배 대회, 프로아마추어 최강전, 대학농구리그 정상을 휩쓴 데 이어 지난달 연세대와의 정기전까지 이겼다. 올해 우승 확률 100%였다. 화려한 승리의 중심에는 이민형 감독(48·사진)이 있다. 고려대와 일본 명문 와세다대의 교류전이 열린 일본 도쿄에서 만난 이 감독은 “꿈만 같다. 이런 성적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지난여름부터 희망이 보이기는 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 감독이 1970년대 초반 고려대 감독을 맡았던 부친 고(故) 이경우 씨의 뒤를 이어 모교 지휘봉을 잡은 2011년 1월 팀 상황은 더는 나쁠 수 없을 정도였다. 직전까지 4년 동안 감독이 해마다 교체되는 심각한 내홍 속에 성적은 바닥을 헤맸다. 선수 학부모끼리도 파벌 다툼을 했다. “서로 믿어야 살 수 있다고 신뢰 회복을 강조했죠. 분위기를 추스르는 데 3년 걸리더군요. 입김을 없애고 괜한 오해를 사지 않으려고 학부모들과 식사 한번 안 했어요.” 운동부의 해묵은 악습을 없애는 데도 소매를 걷어붙였다. “선후배의 단합을 위해서라면 뭐든 했어요. 신입생 환영회 때 억지로 술 먹이거나 얼차려, 머리 박고 응원가 부르기 등도 금지시켰죠.” 선수 보강에도 공을 들였다. 당초 연세대 진학 예정이던 이승현을 영입하려고 이승현의 서울 용산구 후암동 집에 매일 찾아가다시피 했다. “농구 선수 출신인 승현이 아버지를 설득하려고 아예 그 집에 드러누웠어요.” 이 감독은 운동장이나 뛰던 과거의 훈련 방식에서 벗어나 특급 센터 이종현을 비롯한 8명의 선수를 역도 선수 출신인 성신여대 김범수 교수의 맞춤형 특별 프로그램으로 관리하도록 했다. 그 덕분에 체력이 약했던 이종현은 40분을 쉬지 않고 뛸 수 있게 됐다. 장기 레이스에서 주전들의 큰 부상도 없었다. 이 감독은 “무엇보다 선수들이 똘똘 뭉쳐 스스로 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어 흐뭇하다. 강병수 박훈근 코치도 성실하게 잘했다. 어린 선수들 사이에 고려대에서 꼭 뛰고 싶다는 말이 나오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감독이 고려대 사령탑에 올랐을 때 입학했던 박재현 이관기 등 4명은 어느새 4학년이 돼 최근 신인 드래프트에서 모두 프로 입단에 성공했다. 취업률도 100%. 이 감독은 며칠 전 후배들에게 밀려 경기를 자주 못 뛴 졸업반 선수들에게 석별의 글을 보냈다. ‘벤치에 앉아 있으면서 마음이 편치 않았을 텐데 끝까지 참고 밑에 애들 독려해 줘 고맙다. 너희들이 고려대 농구를 만든 장본인이다. 사회에 나가서 꼭 성공하기 바란다.’도쿄=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10대 골프 천재 소녀 리디아 고(16·사진)가 프로 전향을 향한 속도를 내고 있다. AP, 로이터 등 주요 외신은 11일 ‘리디아 고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측에 입회 연령 제한(18세 이상) 규정의 예외를 인정해 달라는 청원서를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LPGA투어 사무국은 “리디아 고의 청원서가 접수됐으며 마이크 완 커미셔너가 아시아 출장에서 돌아오면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는 지난해 캐나다여자오픈에서 LPGA투어 사상 최연소로 우승한 데 이어 올해 대회 2연패에 성공했다. 리디아 고의 어머니 현봉숙 씨는 골프채널과의 인터뷰에서 “딸이 다음 달 LPGA투어 시즌 최종전인 CME그룹 타이틀홀더스 대회에 출전할 예정이며 가능하면 그 직전 대회인 멕시코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에서 프로 데뷔전을 치를 것 같다”고 말했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프로농구 2013∼2014시즌이 12일 막을 올린다. 이날 전국적으로 열리는 5경기를 시작으로 팀당 6라운드씩 전체 270경기를 치르는 정규리그가 내년 3월 9일까지 코트를 뜨겁게 달군다. 올 시즌에는 특급 신인과 업그레이드 된 외국인 선수의 가세 등으로 전력 평준화 경향이 그 어느 해보다 두드러진다. ‘만수(萬手)’로 불리는 유재학 모비스 감독은 개막전으로 울산에서 삼성과 맞붙는다. 유 감독의 통산 개막전 성적은 6승 9패. 모비스는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맞붙었던 SK와 함께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힌다, 체력 저하 기미를 보이고 있는 양동근의 백업 가드 확보가 모비스의 주요한 과제로 지적된다. 지난 시즌 챔프전에서 모비스에 4연패로 무너진 SK는 호화 멤버가 건재한 데다 문경은 감독이 ‘초보 사령탑’의 미숙함에서 벗어나 경험을 쌓은 게 큰 장점으로 보인다. 재벌을 모기업으로 삼은 농구단 가운데 유일하게 우승이 없는 LG가 무관의 한을 풀 수 있을지도 흥미롭다. LG는 신인 김종규, 혼혈선수 문태종 영입으로 전력을 끌어올렸다. ‘구슬 꿰기’에 나서는 김진 LG 감독의 지략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유도훈 감독의 용병술이 돋보이는 전자랜드와 내외곽에서 탄탄한 라인업을 갖춘 오리온스도 우승을 노릴 만하다. 동부 윤호영 안재욱과 오리온스 허일영, 인삼공사 박찬희 등이 시즌 막판 군 제대 후 복귀하는 것도 판도 변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한국농구연맹(KBL)은 해마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개인기록과 관련된 자료를 배포한다. 12일 막을 올리는 올 시즌도 예외는 아니다. 유재학 모비스 감독(50)과 SK 주희정(37), 동부 김주성(34)이 단연 주목받고 있다. 유 감독은 모비스에서만 10번째 시즌을 맞았다. 한 명의 감독이 10시즌 연속 같은 팀의 지휘봉을 잡는 것은 처음이다. 신선우 한국여자농구연맹 전무가 현대와 KCC에서 9시즌 연속 벤치를 지켰다. 강산이 한 번 변할 세월 동안 같은 둥지를 지킨 유 감독은 지략이 뛰어나다는 의미의 ‘만수(萬手)’라는 별명을 얻으며 모비스를 세 차례나 플레이오프 챔피언으로 이끌었다. 묘하게도 모비스 정착 전 유 감독은 몸담던 팀이 연이어 매각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대우증권→신세기→SK→전자랜드로 소속이 바뀌는 역마살을 겪었다. 타이틀 방어에 나서는 유 감독은 “리빌딩을 해야 한다. 인위적인 구조조정보다는 팀 성적을 유지하면서 체질개선을 하려다 보니 고민된다”고 말했다. 1997∼1998시즌 나래(현 동부)에서 데뷔해 16시즌을 뛴 주희정은 정규리그 최초의 통산 5000어시스트에 10개만을 남겼다. 정작 주희정은 “가드 본업인 어시스트보다 트리플 더블에 애착이 많다”고 밝혔다. 주희정은 통산 8개의 트리플 더블을 기록해 이 부문 국내 선수 1위이자 외국인 선수를 합해선 앨버트 화이트(10개)에 이어 공동 2위. 리그 출전경기 수(820회)와 가로채기(1384개)에서도 모두 1위인 주희정은 “트리플 더블은 내 한계를 극복한 결과다. 10개를 채우고 싶다”고 말했다. 유 감독의 장수에 대해 주희정은 “삼국지를 자주 보는데 거기 나오는 지략가처럼 세밀하게 몇 수 앞을 내다보신다. 선수의 장점만 빼내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평가했다. 주희정의 부산 동아고 3년 후배 김주성은 최초로 블록슛 900개 돌파에 이어 1000개까지 넘보고 있다. 현재 블록슛 898개를 기록하고 있어 경기당 평균 2개 정도면 가능하다. 유 감독은 “주성이가 블록슛 감각이 뛰어나고 부지런히 뛰어 다닌 결과”라고 칭찬했다. 2017년까지 계약한 김주성은 “통산 1만 득점도 넘어서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현재 김주성의 통산 득점은 8076점. 주희정과 김주성은 군 면제로 공백이 없기도 했지만 철저한 자기관리와 성실성이 기록 양산의 비결로 꼽힌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 장면1. 7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프로농구 외국인선수 드래프트 현장에서 만난 삼성 김동광 감독(60)은 젊은층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아베크롬비’라는 브랜드의 꽉 끼는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 장면2. 10월 8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 SK와의 연습경기를 마친 김 감독은 경기장 근처의 패밀리 레스토랑을 선수단 회식 장소로 정했다. 평소 고깃집이나 대폿집을 즐겨 찾던 그는 부지런히 ‘칼질’을 했다. 올해 환갑을 맞은 프로농구 역대 최고령 사령탑인 김 감독은 6·25전쟁 기간인 1951년에 태어나 실제 우리 나이로는 63세다. “많게는 40년 가까이 어린 선수들과 소통하려고 애쓰고 있어요. 세대 차이를 뛰어넘어야죠. 최신 걸그룹이 나오는 TV 프로그램도 자주 봐요.” 외모에서 풍기는 강한 카리스마로 유명했던 김 감독은 요즘 부드러워졌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12일 2013∼2014시즌 개막을 앞둔 김 감독의 감회는 남다르다. 1983년 바레인 대표팀 감독을 맡으면서 시작한 지도자 인생이 어느덧 31년째를 맞았다. 삼성과의 계약 기간이 1년 남았기에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 지난 시즌 김 감독이 복귀한 삼성은 전년도 꼴찌의 부진에서 벗어나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당시 특급 신인 선발을 위한 고의 패배 바람이 불었지만 김 감독은 선수 출신 이성훈 단장과 함께 정도를 고집했다. 최근 신인 드래프트에서 삼성은 1.5%의 확률을 뚫고 고려대 주전 가드 박재현을 선발해 화제를 뿌렸다. 김 감독은 “기적이 일어났다. 룰과 원칙을 지켜야 운도 따른다는 걸 보여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에서 삼성은 김승현이 부상으로 빠지고도 지난 정규리그 챔피언 SK와 팽팽한 접전 끝에 73-73으로 비겼다. 연습경기여서 연장전은 없었다. 경기를 지켜본 한국농구연맹 고위 관계자들은 “약체라던 삼성의 전력이 만만치 않다”고 입을 보았다. 국내 경험이 풍부한 득점왕 출신 제스퍼 존슨(198cm)의 정교한 공격력은 여전했다. 마이클 더니건(203cm)은 장신과 탄력을 앞세워 수비와 리바운드 같은 궂은일을 도맡았다. 처음 주장을 맡은 김승현도 책임감 속에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 감독은 “삼성의 전력이 뛰어난 건 아니다. 조직력을 끌어올려 4강 진입을 향해 하나로 뭉치겠다. 이 나이에 벤치를 지키는 것 자체가 큰 영광이다. 후회 없이 모든 걸 쏟아붓겠다”고 다짐했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주최와 출전의 소감을 들어보겠습니다.” 8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투어(KGT) CJ인비테이셔널 기자회견에서 행사 진행자는 최경주(43)를 이렇게 소개했다. 최경주는 3회째를 맞은 이 대회 호스트로 준비부터 진행을 도맡으면서도 2년 연속 우승트로피까지 들어올렸다. 10일 경기 여주 해슬리 나인브릿지골프장(파72)에서 개막하는 이번 대회에서 3연패를 노리는 최경주는 이번에도 북 치고 장구까지 칠 수 있을까. 최경주의 독주는 어찌 보면 KGT 소속 프로들에게는 자극이 될 수도 있다. 달변으로 유명한 최경주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선수와 국내 선수의 기량차를 A4 용지 판매에 비유했다. “종이 100장을 팔 때마다 주인이 2장씩을 빼돌린다고 칩시다. 사는 사람은 그걸 알아챌 수 없을 겁니다. 마찬가지로 국내 프로들도 기량은 거의 뒤지지 않아요. 마인드컨트롤에서 실수가 나왔을 때 극복하는 정신력과 집중력을 키워가야 합니다.” PGA투어에서 뛰다 최근 신한동해오픈에서 우승한 배상문은 “PGA투어에서는 100야드 안쪽을 거의 두 타 이내로 끝낸다. 드라이버와 아이언 같은 롱 게임을 못하는 선수는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배상문의 멘토로 유명한 최경주는 “후배들을 보면 체격과 스펙이 뛰어난데도 어떤 목표의식이 없는 것 같다. 돈도 중요하지만 어떤 기록을 향해 정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경주는 이 대회를 통해 성숙한 국내 골프문화 정착을 위해 소매를 걷어붙이고 있다. 1회 때 휴대전화 없는 대회, 2회 때는 담배 연기 없는 대회를 내세운 데 이어 이번에는 선수와 갤러리가 함께 감사하고 배려하는 대회를 선언했다. 최경주는 “PGA투어에서 14년 뛰는 동안 한번도 갤러리에게 욕하거나 클럽을 집어던진 적이 없다. 선수와 팬이 서로 존중하는 관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올 시즌 우승이 없던 최경주는 “시즌 후반 체력 저하에 시달렸다. 지난해 상금 102위였는데 올해 72위였다. 1%라도 향상됐다면 잘한 것”이라고 자평했다. 2011년 플레이어스챔피언십에서 연장 끝에 최경주에 패해 우승을 내줬던 데이비드 톰스(미국)는 “최경주는 정말 필드의 신사다. 1991년 남서울CC에서 열렸던 대회에 출전한 적이 있는데 20여 년 세월 동안 변화된 한국 골프를 느끼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센터를 오버하는 장쾌한 홈런을 날려 결정적인 승리의 계기를 만들었다. 약 삼만의 관중은 김 군의 홈런 폭발에 흥분해 일제히 일어나 열광적인 박수갈채를 보냈다.’ 동아일보 1963년 9월 30일자는 그날의 현장을 숨 가쁘게 전하고 있다. 바로 전날인 29일 서울 동대문야구장에서 열린 제5회 아시아야구선수권에서 한국이 일본을 3-0으로 꺾고 우승했다는 뉴스였다. 한국은 일본과의 1차전에서 5-2로 이기며 광복 후 18년 만에 처음 일본 야구를 제압했다. 지면에는 ‘일본 타도’라는 타이틀이 붙었다. 여세를 몰아 2차전마저 일본에 완승을 거둬 ‘60년 구사(球史)의 숙원 달성’이라는 본보 제목대로 새 야구 역사를 썼다. 이 대회에서 김 군은 타격 타점 홈런 우수선수의 4관왕에 올랐다. 그로부터 50년이 흘러 22세의 청년은 고희를 훌쩍 넘겼지만 여전히 야구장을 지키며 뽀얀 흙먼지를 들이마시고 있다. 프로야구 한화 김응룡 감독(72)이다. 개천절이던 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만난 김 감독에게 높고 파란 가을 하늘 얘기부터 꺼냈다. “날씨가 너무 좋은데. 즐길 여유가 어디 있어. 이거 내일 모레 빨리 끝내고 쉬어야지. 아주 죽겠어, 죽겠어. 기적인 거 같아. 살아 있는 게.” 올 시즌 한화 지휘봉을 잡고 9년 만에 더그아웃에 복귀한 김 감독은 만년 하위 한화를 살릴 마법의 손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정반대였다. 눈부신 하늘 아래 고개를 들지 못할 정도였다. 한화는 5일 끝난 페넌트레이스에서 42승 85패로 꼴찌였다. 승률 0.331로 김 감독의 프로 통산 23시즌 가운데 가장 나빴다. 김 감독이 누구인가. 선수 시절 화려한 스타플레이어였고 1983년 해태(현 KIA) 사령탑을 맡은 뒤 역대 프로야구 최다인 한국시리즈 10회 우승(해태 9회, 삼성 1회)의 대기록을 세웠다. 야구인 출신으로 처음 구단 최고경영자까지 올라 삼성의 한국시리즈 2연패를 이끌었다. 그랬기에 김 감독에게 올 시즌은 그 어느 해보다 길고 힘겨웠으리라. 인터뷰 요청도 몇 번이나 사양했던 김 감독은 “인생 말년에 가장 큰 고비가 찾아왔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래도 야구장에선 표정 변화 없이 좀처럼 내색하지 않는 스타일. “참아야지 어떡하겠어. 나가면 선수들이 손자 자식뻘인데.” 화를 삭이면 병이 된다던데 그에게도 남다른 스트레스 해소법은 있었다. “내가 산을 좋아해. 한창 때는 9시간, 10시간을 내리 걸은 적도 있지. 설악산 오색약수터에서 대청봉까지 갔다가 다음 날 바로 원주 치악산에 오르기도 했어. 요즘은 무릎이 아파. 그래도 지방 방문경기를 가면 3, 4시간은 늘 산을 타. 산에 가면 혼자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 (김)태균(한화 4번 타자)이 이 ××, 뭐 이렇게 욕을 하기도 하고. 아마 선수들 귀가 간질간질할 거야. 등산객이 없는 줄 알고 그랬는데 사람이 튀어나와 놀란 적도 있지.” 평남 평원에서 태어난 김 감독은 열 살 때 1·4후퇴를 맞아 아버지 손을 잡고 남쪽으로 내려왔다. “사흘만 피하면 된다고 해서 집을 떠났는데 그게 마지막이 될 줄이야.” 이젠 감정을 다스릴 만도 한데 어머니, 누나, 형, 여동생 3명과 생이별했다는 대목에서는 여전히 목이 잠겼다. “이산가족 상봉 때마다 신청해 봤는데 잘 안 됐어. 사기도 당했어. 주위에 상봉한 뒤 오히려 빨리 돌아가시는 분들도 있더라고. 계속 만날 수 없으니까 더 안 좋았나 봐.” 애절한 가족사를 지닌 김 감독은 가장으로서 몇 점일까. 미술과 음악을 전공한 두 딸(40세, 38세)을 둔 그는 “난 빵점이지 뭐”라며 미소를 지었다. “애들이 어렸을 때 남들은 다 어디 놀러 가는데 뭐냐고 구박을 많이 했어. 아빠가 시합하느라 그런 거라고 변명했지. 졸업식, 입학식 한 번을 못 갔어. 이젠 커서 다 이해해. 애들도 나처럼 무뚝뚝했는데 요즘 아빠 걱정 많이 하네.” 김 감독의 자녀가 아빠 응원을 온 적은 한 번. “1980년대 해태 감독할 때 잠실 경기에 아내와 아이들이 왔어. 그 당시 야구장 분위기 험악했잖아. 지면 관중이 막 난동 부리고. 감독 죽인다고 난리치는 거 본 뒤로 다시는 안 오더라고. 허허.” 김 감독은 부산 개성중 1학년 때 축구로 이름을 날리다 학급 대항 야구대회 선수로 뽑혀 야구와 인연을 맺었다. 부산상고를 거쳐 1961년 한국운수 연습생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첫 월급이 3000원이었어. 요즘 선수들 행복하지. 좀 하면 몇십억, 몇백억 원씩 벌잖아. 일본, 미국도 가고. 땅바닥에 돈이 떨어져 있는데 그걸 못 주워.” 그러면서 그는 “내 자랑 좀 해도 되냐”고 물었다. “내가 대표팀에서 12년 동안 4번 타자를 쳤지. 그때 프로가 있었으면 돈 좀 벌었을 거야.” 김 감독은 평소 성공 비결에 대해 늘 “운이 좋았다. 뛰어난 선수가 많았다”고 말하곤 했다. 이른바 ‘복장(福將)’이었다는 것. 하지만 그저 겸손한 표현일 뿐 강한 카리스마, 기본 원칙과 조직의 강조, 철저한 업무 분담 등 그만의 리더십은 늘 빛을 발했다. 올 시즌 한화의 부진에 대해 그는 “투수력과 타격이 모두 약했다. 연패를 끊어줄 류현진 같은 확실한 에이스가 떠난 공백도 컸다. 선수 파악에도 시행착오가 있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마음은 어느새 다음 시즌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내년에는 마지막으로 해봐야지. 승부를 한번 걸 거야. 올해보다 나을 거야. 제대하고 돌아올 선수들도 괜찮고. 4강은 가봐야지. 시즌 끝나고 한 일주일 방바닥에 누워 있다 바로 제주에서 마무리훈련 들어가.” 김 감독은 50세 때인 1991년 본보에 ‘나의 길’이라는 자전적 에세이에서 이렇게 썼다. ‘프로야구 감독이란 잘할 때는 한없이 추어올려지지만 못할 때는 끝도 없는 바닥에 내동댕이쳐진다. 감독의 자리를 박차고 나가지 못하는 것은 스릴 때문이다. 누군가 나에게 감독의 정년은 몇 살이냐고 물은 적이 있다. 그때 내 대답은 100세였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승부의 긴장감이 경기마다 나의 신경을 옥죄어 오지만 또 그런 긴장감이 삶의 원동력이다.’ 프로야구 통산 최다승(1518승) 기록과 함께 최다패(1223패) 기록도 함께 갖고 있는 그가 인생 최고의 고비 앞에서 어떤 마무리를 보여줄지….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요즘 프로농구는 프로야구처럼 LG가 최고의 뉴스메이커가 된 것 같다. 7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미디어데이. 12일 시즌 개막을 앞두고 열린 이날 행사에 참석한 10명의 감독 가운데 7명이 LG를 가장 주목할 팀으로 꼽았다. LG는 지난 시즌 챔피언 모비스에서 가드 김시래를 영입했고, 전자랜드로부터 문태종을 보강한 데 이어 신인 드래프트에서 1순위로 경희대 센터 김종규를 뽑아 우승 후보로까지 부상했기 때문. 김진 LG 감독은 “거물 세 명 영입은 행운이다. 리빌딩 작업을 마치고 이젠 해보고 싶은 농구를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동아시아대회 국가대표 차출과 전국체육대회 출전으로 당분간 팀을 떠나 있는 김종규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종규의 컨디션을 점검하고 있다. 걱정이 많은데 1라운드 중반이나 후반 정도 합류할 것 같다”고 예상했다. 변화가 많았던 LG와 달리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맞붙은 모비스와 SK는 외국인 선수 2명까지 모두 재계약하며 전력 변화가 거의 없었다. 유재학 모비스 감독은 “외국인 선수 수준이 예전보다 높아졌다. 그들의 장단점을 빨리 파악해야 한다. 김시래의 공백이 커서 백업 가드 발굴이 과제”라고 진단했다. 문경은 SK 감독은 “김선형에게 잔소리를 많이 한다. 공격력을 키우게 하려고, TV 볼 때도 슈팅 스냅 연습을 하고 잘 때도 공을 끼고 자라고 주문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대부분 감독이 4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1차 목표로 삼은 가운데 문 감독은 “지난해 못 이룬 통합 우승의 꿈을 이루겠다”고 당찬 각오를 드러냈다. 10명의 감독 중 유일한 새 얼굴인 이충희 동부 감독은 5년 공백에 따른 부담감에 대한 질문에 “TV 해설을 하면서 양쪽 감독의 작전을 다 살폈기 때문에 별문제 없다”고 받아쳤다. 이상범 인삼공사 감독의 출사표도 의외였다. “김태술 양희종 오세근 삼총사의 컨디션이 너무 안 좋다. 감독은 선수 생명과 미래도 책임져야 한다. 3라운드까지 일단 5할 승률을 지켜야 한다.” 성적보다는 선수 보호가 먼저라는 의미였다. 한편 한국농구연맹(KBL)은 이날 KB국민카드와 타이틀스폰서 계약을 했다. KBL 공식 음료 후원은 롯데칠성이 맡게 됐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양용은(41·사진)은 올 시즌 미국 프로골프(PGA)투어의 기억을 빨리 지워 버리고 싶을 것 같다. 19개 대회에 출전해 ‘톱10’ 한 번도 없이 절반도 넘는 10차례나 예선 탈락했다. 스윙이 흔들리면서 그린 적중률은 62.7%(144위)에 그쳤다. 평균 타수는 71.348타(137위). 상금 랭킹은 174위(25만9118달러)까지 떨어졌다. 그나마 2009년 PGA챔피언십 우승으로 5년 시드를 받은 덕분에 투어에는 잔류하게 됐다. 자칫 투어 카드를 놓칠 수 있다는 절박한 위기감에 빠진 양용은은 평소의 독학 스타일을 바꿔 시즌 도중 영국 출신의 신예 스윙 코치 마크 블랙번에게 한 달 동안 레슨을 받았다. 국내 대회 출전을 위해 일시 귀국한 양용은은 “슬라이스 때문에 고생했다. 레이저 빔을 활용한 교정으로 스윙 궤도가 일정해지면서 방향성이 향상됐다”고 말했다. 퍼트할 때 ‘OK’ 받을 거리도 볼 마크를 할 정도로 신중해졌다. 양용은은 지난주 출전한 일본투어 파나소닉오픈에서 나흘 동안 하루도 오버파를 기록하지 않으며 3위를 차지해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양용은은 10일 막을 올리는 미국PGA투어 2013∼2014시즌 개막전인 프라이스닷컴오픈에 출전한다. 상당수 특급 스타들이 시즌 종료 후 휴식과 초청 행사 참석 등으로 불참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양용은은 찬밥 더운밥 가릴 여유가 없어 보인다. “시즌 초반에 잘해 둬야 편해져요. 스윙에 자신감을 찾았으니 제대로 달려 봐야죠.” 한편 양용은은 4일 안성 마에스트로CC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투어 먼싱웨어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32강전에서 김응진을 2홀 차로 꺾었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한국 여자 농구는 1980년대까지 국민 스포츠로 뜨거운 인기를 누렸다. 이런 열기에는 청와대의 높은 관심에 따른 은행 팀들의 경쟁도 원동력이었다. 1960년대 박정희 장군배 동남아여자대회가 성황리에 열렸다. 당시 대통령 부인인 육영수 여사는 대표 선수였던 박신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격려하기도 했다. 이 시기 은행 여자 농구팀은 7개나 됐다.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한국 여자 농구 대표팀 감독이던 조승연 씨는 “올림픽을 앞두고 청와대를 여러 차례 방문했는데 전두환 대통령이 선수들에게 일일이 코치까지 해줬다”고 말했다. 한 원로 농구인은 “당시 은행 농구단장이 꽃 보직이었다. 고위층을 자주 만날 수 있던 승진 코스였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정권 교체 후 ‘윗분’들의 농구 사랑이 시들해지면서 은행에서도 농구단은 찬밥 신세가 됐다. 1990년대 외환위기를 거치며 구조조정 1순위였다. 13개였던 여자 실업팀은 은행 팀들의 해체 도미노 현상 탓에 4개까지 줄었다. 여자 농구의 국제 경쟁력도 떨어졌다. 여자 농구는 프로화 이후 거물 정치인을 연맹 총재로 영입해 그나마 활로를 찾았다. 세월이 흘렀어도 은행 스포츠는 여전히 외풍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 같다. 정권의 눈치를 덜 본다고 해도 낙하산 회장들의 입맛에 따라 스포츠는 파리 목숨이라도 된 듯하다. 전임 강만수 회장 시절 그룹 스포츠단까지 만들며 공격적인 스포츠 마케팅을 했던 KDB금융그룹은 올해 서강대 출신인 홍기택 회장 체제로 바뀐 뒤 회사 사정을 이유로 스포츠 부문의 대폭 축소에 나섰다. 대회 기간 3만 명 가까운 관중을 동원하며 호평 받았던 여자프로테니스(WTA)투어 코리아오픈 후원도 내년부터 중단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후원 금액도 당초 12억 원에서 8억 원으로 줄였다. 계열사 매각 결정에 따라 탁구와 골프(대우증권), 농구(KDB생명) 등도 여파가 불가피해 보인다. KB금융그룹도 회장 교체와 맞물려 전임 회장이 신경 썼던 농구, 골프의 입지가 축소됐다는 후문이다. NH농협은행의 정구와 테니스는 30년 넘는 역사를 지니며 국내외에서 눈부신 성적을 거뒀지만 회장 교체기마다 좌불안석이다. 스포츠가 사회 공헌, 국민 정서 함양뿐 아니라 기업 이미지 제고, 조직 충성도 향상 등 순기능이 많다는 건 굳이 말할 필요도 없다. 비인기 종목 육성에 드는 돈은 천문학적인 홍보 비용과 비교하면 큰 편도 아니다. 어르신의 구미에 휘둘리기보다는 지속적이고 일관된 투자와 관심이 절실하다.김종석 스포츠부 차장 kjs0123@donga.com}

“형 잘 지내? 시즌 준비 잘돼?”(조동현) “오랜만이네. 코치 생활 적응 어떠니?”(조상현). 5분 차이로 세상에 나온 농구 코트의 쌍둥이 형제 조상현(37)과 조동현은 요즘 서로 얼굴 볼 일이 별로 없다. 지난 시즌 약속이나 한 듯 나란히 은퇴한 뒤 조상현은 오리온스에서, 조동현은 모비스에서 코치로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9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신인 드래프트에서 모처럼 만나 안부를 나눴다. 이들의 재회는 7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 이후 거의 3개월 만이었다. 지난 추석 때는 모비스가 중국 국제대회에 출전하느라 얼굴을 볼 수 없었다. 두 코치는 서대전초등학교에서 함께 농구를 시작한 뒤 연세대를 졸업할 때까지 12년 동안 같은 유니폼을 입고 호흡을 맞췄다. 프로에서는 한 팀에서 뛴 적이 없다 12일 개막하는 올 시즌에는 똑같이 지도자로 벤치를 지킨다. 현역 시절 화려한 스타로 주목받던 이들은 초보 코치로 변신해서는 모든 게 새롭다. 늘 감독과 선배 코치를 챙기는 것도 이들의 몫이다. 조상현 코치는 “오리온스 추일승 감독님이 새벽잠도 줄여가며 연구를 많이 하셔서 나도 하루에 4∼5시간밖에 못 잔다.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KT에서 은퇴한 후 모비스로 옮긴 조동현 코치는 “주장으로 후배들에게 다가가는 것과 코치로 선수들을 대하는 게 많이 다르고 조심스럽다. 아직 배울 게 너무 많다”고 털어놓았다. 조동현 코치는 수가 많아 ‘만수(萬手)’라고 불리는 유재학 모비스 감독 밑에서 코치 경력을 쌓고 있는 게 행운이라고 했다. 그는 “유 감독님이 지시하는 전술 내용과 지적사항을 꼼꼼하게 메모하고 있다. 노트라도 만들어 두면 큰 재산이 될 것”이라며 고마워했다. 이날 신인드래프트에서는 동국대 1학년인 가드 박래윤(19)이 LG에 2군 선수로 지명받아 지난해 같은 팀에 입단한 형 박래훈(24)과 한솥밥을 먹게 됐다. 역대 드래프트에서 형제가 같은 팀의 지명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래윤은 “형과 함께 뛰게 돼 꿈만 같다. 형에게 의지할 수 있어 팀에 잘 적응할 것 같다”고 말했다. 형제를 가르치게 된 김진 LG 감독은 “래윤이는 가능성이 있어 키워보려고 선발했다. 형제가 같은 팀에서 뛰는 게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만 둘 다 활달한 성격이라 잘 해낼 것 같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지난 시즌 종료 후 전자랜드에서 LG로 이적한 혼혈 선수 문태종은 지난 시즌 모비스 우승의 주역 문태영과 우정 어린 형제 대결을 다짐하고 있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 전설의 홈런왕 베이브 루스는 “홈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1루, 2루, 3루 베이스를 밟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습니다. 우리의 삶도 그렇겠지요. 성공과 실패, 환호와 탄식이 교차하는 스포츠 세계. 오늘부터 게재하는 ‘김종석 기자의 스포츠 인생극장’을 통해 고독한 승부사들의 희로애락을 담겠습니다. 첫 회의 주인공은 골프선수 박인비입니다. 》지난 추석 연휴에 만난 기자의 여동생은 스포츠 문외한이다. 골프라면 버디와 보기의 차이나 겨우 구분할까. 그런 동생이 오빠에게 “박인비는 요즘 지쳤나 보다”라고 말을 건넸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활약하고 있는 박인비(25)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새삼 확인한 순간이었다. 일반 국민이 특정 골프선수에게 시선을 집중시킨 것은 아마 1990년대 후반 박세리 이후 처음이 아닐까 싶었다. 박인비는 올 시즌 3회 연속 메이저 대회 우승의 위업을 이뤘다. 여세를 몰아 단일 시즌 메이저 4회 우승(캘린더 그랜드슬램)을 노렸지만 아쉽게 대기록 달성에 마침표를 찍지 못했다. 8월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는 공동 42위에 그쳤고 9월 에비앙챔피언십에서는 공동 67위로 부진했다. 흔히 스포츠 세계에서 패장은 말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박인비는 패배라는 단어 자체를 받아들이지 않는 듯했다. 지난달 LPGA투어 일정이 없는 동안 일시 귀국한 그를 인터뷰했을 때였다. 목소리는 평소처럼 밝고 씩씩하기까지 했다.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것 같아 오히려 후련해요. 원래 지난일은 참 빨리 잊는 편이거든요.” 올해 초 세운 박인비의 이번 시즌 목표는 LPGA투어 ‘올해의 선수상’ 수상이었다. “그랜드슬램은 원래 계획에 없다 중간에 툭 튀어나온 거였어요. 메이저 대회를 다 마친 만큼 이제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할 겁니다.” ‘구성(球聖)’으로 불리는 보비 존스는 1930년 골프 역사를 통해 유일한 캘린더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당시 4대 메이저 대회 중 2개는 아마추어 대회였다. 박인비는 존스 이후 83년 만이자 남녀 프로골프를 통틀어 사상 첫 메이저 4승을 향한 도전만으로도 전 세계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마침 같은 시기에 미국에서 연수하고 있던 기자는 박인비의 일거수일투족에 대한 깨알 같은 현지 언론 보도를 접할 때마다 괜히 어깨가 으쓱거렸다. 미국의 중소도시 지역신문에서도 박인비 사진을 쉽게, 자주 접할 수 있었다. 박인비 덕분에 새삼 재조명된 존스는 ‘경쟁적인 골프는 주로 두 귀 사이에 있는 5.5인치 공간에서 이뤄진다’는 명언을 남겼다. 골프는 멘털 스포츠라는 말대로 두뇌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탁구 스타 출신인 현정화 한국마사회 감독의 골프 실력은 보기 플레이 수준. 현 감독은 “변화무쌍하게 날아다니는 탁구공도 쉽게 요리했는데 골프에 입문해서는 가만 서 있는 공을 치는 게 너무 힘들었다”고 말했다. 박인비 역시 마음이 문제였다. “생각지도 못했던 그랜드슬램과 엮이게 되면서 난생 처음 겪어보는 부담감이 심했어요. 누구에게도 도움을 청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아무도 가본 적이 없는 길이었잖아요. ‘평소처럼 해야지’라고 다짐해도 몸은 다르게 반응하더라고요.” 박인비는 대회 2연패까지 걸려 있던 에비앙챔피언십에서 평소 72%가 넘던 그린적중률이 65%에 머물렀고 라운드당 평균 퍼트 수도 32개까지 치솟았다. 메이저 대회에서 통산 14승을 거둔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는 2008년 US오픈 우승 이후 5년 넘게 메이저 무관에 허덕이고 있다. 현미경 같다고 비유한 자신을 향한 주위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한 데다 잭 니클라우스가 갖고 있는 메이저 최다승 기록(18승) 경신과 맞물린 우승 강박증이 경기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박인비는 슬럼프 장기화에 대한 주위의 걱정에 대해 손사래를 쳤다. 그는 “선수가 늘 잘할 수만 있나요. 두 달 정도 핫하다가도 한두 달은 슬로하기도 하고. 스윙이나 퍼팅에 큰 문제가 없어요. 육안으로 드러날 변화가 있는 것도 아니고요.” 박인비가 우승을 놓친 2개 메이저 대회에서 스테이시 루이스(미국)와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이 트로피를 안으며 올해의 선수 경쟁도 재점화됐다. 당초 올 시즌 6승을 거둔 박인비의 독주 양상이었지만 이젠 상황이 변했다. 박인비가 올해의 선수 포인트에서 281점으로 1위를 지킨 가운데 페테르센(204점), 루이스(183점)가 추격에 나선 형국이다. 이런 분위기가 그에게는 새로운 자극이 된다. “솔직히 편하게 갈 수도 있었는데…. 후회는 없어요. 다시 집중하면 그만이죠.” 평소 훈련량이 적기로 유명한 박인비는 추석 연휴에도 매일 연습장을 찾으며 컨디션 회복에 공을 들였다. 감기에 시달리면서도 지난달 29일 끝난 국내 투어 대회 대우증권 클래식을 공동 10위로 마쳤다. 박인비는 3일 중국 베이징에서 개막하는 레인우드클래식을 통해 LPGA투어에 복귀하려고 30일 출국했다. 이 대회에 이어 말레이시아, 한국, 대만에서 열리는 ‘아시안 스윙’은 박인비가 ‘골프 여왕’의 입지를 다시 굳힐 절호의 기회다. 올 시즌 남은 LPGA투어 6개 대회 중 5개 대회에 출전할 계획인 그는 “앞으로 한 번 더 우승한다면 200%, 300% 만족할 것 같다”고 말했다. ‘커리어 그랜드슬램’의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 언젠가 브리티시여자오픈 또는 에비앙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오르면 그 과제를 완수할 수 있다. 아직 그의 나이 20대 중반 아닌가. 박인비는 만 19세였던 2008년 US여자오픈 우승 후 4년 넘게 오랜 슬럼프를 겪었다. 허드렛일을 해도 골프보다는 나을 것 같다는 비참한 생각에 운동을 포기할까 수없이 고민했지만 결국 이겨냈다. “한번 호되게 매를 맞았으니 앞으론 비슷한 상황에 부닥쳐도 다르게 대처할 겁니다. 실패에 따른 상실감이나 실망감도 덜 두려워하겠죠. 행복한 골퍼가 되고 싶어요. 올 시즌은 앞으로 다시 안 올지도 모를 특별한 한 해잖아요. 2013년을 뛰어넘기 위해 더 노력해야죠.” 심각하게 가라앉던 분위기가 가벼워졌다. 유명세를 물었을 때였다. “어디 나가면 많이들 알아보세요. 사인도 해달라고 하시고 사진도 찍고. 불편할 때도 있지만 신기하기도 하고 좋기도 하고. 평소 외출할 때 운동복에 슬리퍼 끌고 나가거든요. 치장은 거의 안하죠. 엄마가 막 뭐라 그러세요. BB크림이라도 바르고 나가라고. 호호∼.” 골프 코스에서 ‘침묵의 암살자’로 불리는 박인비의 웃음소리가 경쾌하기만 했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200개의 흰 공 가운데 한 개가 추첨기 밖으로 툭 떨어졌다. 안준호 한국농구연맹(KBL) 전무가 공에 적힌 번호를 읽었다. “114번.” 침묵이 흐르던 행사장에 갑자기 “와” 하는 함성이 터져 나왔다. 김완태 LG 단장과 김진 감독은 벌떡 일어나 만세까지 불렀다. LG가 30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신인 드래프트에서 1순위 지명권을 확보하는 순간이었다. LG는 코트 판도를 뒤흔들 최대어로 꼽힌 경희대 센터 김종규(206cm) 선발에 성공했다. 97∼98시즌 프로에 뛰어든 LG는 아직 우승이 없다. 16회째를 맞은 드래프트에서도 1순위 지명권을 행사한 적도 2001년 송영진이 유일하다. 12일 개막하는 올 시즌을 앞두고 LG는 문태종을 영입한 뒤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도 오랜 시간 공을 들였던 데이본 제퍼슨을 뽑았다. 이번에 김종규까지 영입하면서 LG는 우승 반지라는 숙원을 해결할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경희대의 대학정규리그 3연패를 이끈 김종규는 “대학에서 그랬듯 KBL을 뒤집어 놓겠다. 신인 시절 인삼공사를 우승시킨 오세근 선배를 능가하고 싶다”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또 “그동안 보여준 내 운동능력은 빙산의 일각이다. 프로에서 더 성장하겠다. 키워 달라”고 덧붙였다. 대학리그에서 평균 17.3득점, 11.2리바운드를 기록한 김종규는 프로에서 통하려면 파워가 떨어진다는 약점과 불안한 스텝을 극복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진 감독은 “대학 때 센터를 보던 김종규가 프로에서는 활동 반경이 넓은 파워포워드로 뛰게 된다. 중거리 슛의 장점이 있어 기대가 크다. 웨이트를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LG는 1순위를 염원하며 행사 시작 8시간 전인 오전 7시부터 박도경 스카우트를 보내 행사 테이블 설치를 맨 먼저 마치며 공을 들였다. 드래프트마다 상위 순번 지명으로 유명했던 KCC 허재 감독은 이번에도 2순위를 얻어 경희대 슈터 김민구를 지명했다. 김민구는 “제2의 허재가 아니라 제1의 김민구가 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동부는 3순위로 경희대 가드 두경민을 선발해 슈터 보강의 목표를 이뤘다. 이날 3개의 공을 부여받아 지명 확률이 1.5%에 불과했던 삼성은 기적처럼 4순위 지명권을 얻어 대학농구 최강 고려대의 주전 가드 박재현을 뽑는 행운을 누렸다. 지난 시즌 챔피언 모비스는 2라운드 1순위로 중앙대를 거쳐 미국 하와이 브리검영대에서 뛴 포워드 이대성을 비롯해 4명의 신인을 1군 선수로 받아들여 눈길을 끌었다. 이날 드래프트에서는 22명의 신인이 프로 1군 유니폼을 입게 됐으며 2군으로 10명이 지명받아 82%의 취업률을 보였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 신한동해오픈 류현우 3타차 꺾고 우승배상문(27·캘러웨이·사진)은 올 시즌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첫 승을 올린 뒤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3차전까지 진출했다. ‘빅리그’에서 최경주 양용은 등 선배들을 제치고 어느덧 한국 골프의 대표 주자로 떠오른 배상문이 국내 무대까지 호령했다. 29일 인천 잭니클라우스GC(파72)에서 끝난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신한동해오픈. 전날 3라운드에서 6타 차 단독 선두에 나섰던 배상문은 4라운드에 버디 3개와 보기 4개로 1타를 잃었지만 최종 합계 9언더파 279타로 우승했다. 단독 2위(6언더파 282타)인 류현우를 3타 차로 제쳤다. 배상문이 국내 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린 것은 2010년 5월 SK텔레콤오픈 이후 3년 4개월 만이다. KPGA투어 통산 8승째를 올린 그는 SK텔레콤오픈(2승) 한국오픈(2승) 매경오픈(1승) 등 유달리 큰 대회에서 강했던 면모를 되살렸다. 배상문은 “국내에서 오랜만에 우승해 감회가 새롭다. 우승 상금(2억 원)이 국내 최고 수준이라 욕심이 있었다. 실수를 잘 만회했기 때문에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배상문은 활동 무대를 해외로 옮긴 2011년부터 주요 국내 대회에 초청 선수로 나섰지만 우승과는 거리가 있었다. 뭔가 향상된 기량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그는 절정의 샷 감각과 노련한 코스 공략으로 2, 3라운드에 보기 없이 버디만 10개를 낚는 무결점 플레이를 펼쳤다.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는 298.25야드에 이르렀고 페어웨이 안착률 80%, 그린 적중률은 74%로 높았다. 홀당 퍼트 수는 1.80개였다. 배상문은 “PGA투어에서는 대부분 100야드 안쪽에서 두 번의 샷으로 끝낸다. 쇼트게임에 대해 많은 준비를 하고 있다. 내년에는 미국에서 2승 또는 3승에 도전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2위 상금 1억 원을 받은 류현우는 상금 선두(4억281만 원)를 지켰다.● 대우증권클래식 KLPGA 데뷔 첫 승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화려한 주목을 받은 해외파 스타들은 안방 지키기에 나선 국내파들에게 밀려 마치 들러리라도 된 듯했다. 순위표 꼭대기에서 US여자오픈 챔피언 출신인 박세리 박인비 유소연 최나연 등은 찾아볼 수 없었다. 29일 강원 평창 휘닉스파크GC(파72)에서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KDB대우증권클래식. 1타 차 단독 2위로 3라운드를 출발한 배희경(21·호반건설·사진)은 이날 4타를 줄여 최종 합계 11언더파 205타로 자신의 KLPGA투어 첫 우승을 역전 드라마로 장식했다. 2위 김하늘(KT)과는 3타 차. 배희경은 “어제가 생일이었는데 파티를 못했다. 집에서 가족, 강아지와 편하게 보낼 것 같다. 이제 두 번째 목표인 메이저 우승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KLPGA투어 상금 선두 김세영과 친한 사이인 배희경은 “며칠 전 역주행을 하다 경찰에 잡혔는데 세영이가 풀어 달라고 해서 풀려나는 꿈을 꿨는데 그래서 우승한 것 같다”며 웃었다. 배희경은 남성여고 3학년이던 2010년 8월 LIG클래식에서 우승했던 유망주. 당시 배희경은 2005년 신지애 이후 4년 11개월 만에 아마추어로 챔피언에 오르며 주목받았다. 2011년 KLPGA투어에 데뷔했으나 우승과 인연이 없다가 ‘별들의 전쟁’에서 무관의 한을 풀었다. 배희경은 김하늘 양수진이라는 국내 강자들과 맞붙었어도 전혀 흔들림 없이 14, 16번홀 버디에 이어 18번홀(파4)에서는 8m 버디 퍼트까지 넣으며 기분 좋게 경기를 마무리했다. 박인비와 유소연은 공동 10위(2언더파 214타)로 대회를 끝냈다. 지난해 챔피언 박세리는 공동 33위(6오버파 222타)에 머물렀고 최나연은 공동 43위(7오버파 223타). 최근 KLPGA투어의 인기 증가로 대회 수가 늘고 대회마다 치열한 우승 경쟁이 펼쳐지면서 국내파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으로 연결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선천성 청각장애를 지닌 테니스 유망주 이덕희(15·제천동중). 그는 세계 랭킹 2위의 라파엘 나달(27·스페인)을 한 번 이기고 싶었던 것 같다. 공을 칠 때마다 라켓에 온 힘을 쏟아 부었다. 그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 타구음이 쩌렁쩌렁 울렸다. 27일 서울 쉐라톤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열린 나달의 원포인트 레슨 행사 때였다. 기아자동차 홍보대사로 이날 방한해 12시간도 채 서울에 머물지 않은 나달은 이덕희와 20분 정도 랠리를 주고받으며 한 수 지도에 나섰다. 여독에도 라켓을 장난감 다루듯 하며 강한 스트로크를 날린 나달이 “물을 마시자”며 레슨을 끝내자 이덕희의 얼굴에는 아쉬움이 역력했다. 나달과 이덕희의 인연은 2006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로저 페데러와의 시범경기를 위해 처음 한국을 찾은 나달은 당시 초등학교 2학년이던 이덕희를 만나 티셔츠에 사인을 해주고 한두 번 공을 쳐줬다. 이덕희가 올 4월 성인 무대인 남자프로테니스투어 포인트를 땄을 때 나달은 트위터에 칭찬 글을 올렸다. 나달은 “이덕희가 청각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들었을 때 내 귀를 의심했다. 큰 핸디캡을 극복하는 과정이 대단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내년 1월 호주오픈 때 이덕희와 재회해 공을 치고 싶다. 지속적으로 연락을 주고받겠다”고 멘토를 자청했다. 6년 전 나달이 준 기념 티셔츠를 옷장에 애지중지 모셔 뒀다는 이덕희는 이날 나달의 사인 라켓을 받았다. 이덕희는 “나달의 포핸드가 너무 강했다. 실력을 키워 다음엔 나달과 진짜 대회에서 맞붙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행사를 성사시킨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이날 나달, 현대차 후원 선수인 이덕희와 오찬을 하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 애나골프는 올 시즌 미국 프로골프(PGA)투어 페덱스컵 플레이오프에서 우승한 헨리크 스텐손(스웨덴)이 사용하는 ‘피레티’ 퍼터(사진) 고객 사은행사를 실시한다. 연말까지 퍼터를 구입한 고객은 2년 동안 그립을 무상으로 교체할 수 있다. 스텐손은 지난해 마스터스 대회 때부터 이 회사 퍼터인 코튼 우드 Ⅱ 모델을 사용해 효과를 본 것으로 전해졌다. 031-966-8741○ 핑 골프는 클럽 길이를 조절할 수 있는 ‘스캇데일 TR 길이 조정형 퍼터’(사진)를 출시했다. 골퍼의 컨디션이나 스윙 스트로크 변화에 따라 언제든지 퍼터 길이를 31인치부터 38인치까지 미세하게 조정해 편안한 어드레스를 유도한다. 트루 롤 그루브 인서트의 정교한 거리 컨트롤도 장점이다. 앤서 타입을 비롯해 10가지 모델을 내놓았다. 02-511-4511○ 시각장애인 골프대회(사진)가 30일 경기 포천의 포천힐스골프장에서 열린다. 이번 대회는 대한시각장애인골프협회 소속 회원 20명이 출전해 서포터 20명의 도움을 받아 경기를 벌인다. 포천힐스 골프장과 골프용품업체 유오엠(예스골프)이 공동 주최하며 한국골프장경영협회가 후원한다. 볼빅, 잔디로, 바록스는 협찬을 맡았다.}

프로농구 SK 주희정(36)은 강원 원주시가 ‘제2의 고향’이다. 부산에서 태어나 고려대 중퇴 후 1997년 원주를 연고로 한 나래(현 동부)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했다. 주희정은 홈팬의 열렬한 응원 속에 97∼98시즌 신인왕에 올랐다. 한 시즌만 뛰고 삼성으로 옮겼어도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원주가 남다르다. 다음 달 시즌 개막에 앞서 25일 동부와의 연습경기를 위해 모처럼 원주를 찾은 주희정은 놀란 표정이었다. 이날 경기 장소가 지난 시즌까지 동부의 홈구장이었던 치악체육관이 아니라 최근 개관한 종합체육관이었기 때문. 원주 팬들의 사진 촬영 요청을 받은 주희정은 “옛날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천국 같다. 예전에는 담배 냄새 때문에 뛰기도 힘들었다”고 말했다. 인구 30만 명인 원주는 농구 열기가 뜨겁기로 유명하지만 10개 구단 가운데 가장 열악한 체육관 시설이 늘 도마에 올랐다. 관중석은 3000석 규모여서 플레이오프 때는 돌아가는 관중이 쏟아졌다. 화장실과 선수 라커룸은 협소하고 환기가 제대로 안돼 악취가 심했다. 동부 선수들은 전용 숙소와 훈련장이 없어 동네 헬스클럽에서 아주머니들과 섞여 운동을 해야 했다. 원주시가 500억 원을 들여 완공한 종합체육관은 4600석의 관람석에 국내 최대 규모인 6면형 멀티비전 등 최신 시설을 갖췄다. 부대시설로는 3층 규모의 숙소와 연습 코트에 약 2억 원어치의 운동기구가 설치된 헬스장 등이 들어섰다. 원주에서만 11시즌째 뛰고 있는 대표적인 프랜차이즈 스타인 김주성은 “시설이 너무 훌륭해 부담스러울 정도다. 이젠 변명거리도 없으니 진짜 열심히 해야겠다”며 웃었다. 평소 힘들었던 야간 훈련도 가능해지면서 이충희 감독이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동부 선수단에는 활기와 의욕이 넘친다. 4인 1실이던 아파트 생활 때와 달리 새 숙소는 1인 1실 또는 2인 1실. 선수들의 소통을 위해 공동 휴게실에 신간 서적 100권을 비치한 독서실까지 마련했다. 성인완 동부 단장은 “회사의 배려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쾌적한 관전 환경에 멋진 경기력으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원주=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올 시즌 한국 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는 ‘맹호’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학교 동물이 호랑이인 고려대에 다니고 있는 선수들이 필드를 주름잡고 있다. 올 시즌 열린 2개 메이저 대회 우승 트로피를 나눠 가진 김세영(20)과 전인지(19)가 대표적이다. 사회체육과 3학년인 김세영은 올 시즌 국내 개막전인 롯데마트오픈 우승에 이어 9월 들어 2주 연속 한화금융클래식과 KLPGA 챔피언십을 휩쓸었다. 3승을 모두 극적인 역전 우승으로 장식한 김세영은 다승과 상금 선두(6억2800만 원)를 질주하고 있다. 함평골프고 졸업 후 올해 대학에 입학한 전인지는 한국여자오픈 타이틀을 안으며 신인왕 경쟁에 뛰어들었다. 대회마다 김세영, 전인지와 뜨거운 우승 경쟁을 펼치고 있는 슈퍼 루키 김효주(18)는 최근 고려대 수시 모집에 입학 원서를 제출했다. 다음 달 체육 특기자 면접을 거쳐 내년부터 모자에 ‘고려대’ 로고를 달 것으로 보인다. 김효주는 올 시즌 대상 포인트 1위, 신인왕 포인트 1위, 평균 타수 1위, 상금 2위 등 주요 부문에서 상위에 이름을 올렸다. 신인왕 포인트 2위는 전인지. 지난해 2승을 거둔 양제윤과 1승을 올린 이정민도 고려대에 다니고 있다. 이들 학생 프로골퍼는 예전과 달리 철저해진 학사 관리 제도에 따라 대회가 없을 때는 의무적으로 수업을 듣고 학점을 이수해야 한다. 김세영은 지난 1학기 때 대회 출전으로 시험을 치르지 못하는 바람에 전공 한 과목에서 F학점을 받기도 했다. 해양 훈련과 같은 학교 단체 행사에도 참석했다는 김세영은 “시험공부가 힘들 때도 있지만 뭔가를 배우는 일은 즐겁다. 친구들도 많이 사귀었다. 요즘 상금을 많이 받아 한턱 쏘라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고 말했다. 27일 연세대와 야구 농구 아이스하키 럭비 축구의 5개 종목 정기전을 치르는 고려대는 앞으로 골프까지 확대할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대 한 관계자는 “세계적인 수준의 경기력을 지닌 한국 골프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우수 선수를 집중적으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이규섭, 김주성, 하승진, 오세근. 이들은 프로농구 신인 드래프트 1순위 출신으로 데뷔 시즌에 맹활약하며 챔피언 반지를 끼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30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리는 신인 드래프트에는 이들 슈퍼 루키에 필적할 만한 거물 신인들의 등장으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경희대 센터 김종규(205cm)와 가드 김민구(191cm)다. 대학 무대를 평정한 이들은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대회에서도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김종규와 김민구를 잡기 위해 지난 시즌 프로농구 일부 구단은 고의 패배 의혹까지 샀을 정도. 드래프트에서 유리한 확률을 차지하기 위해서였다. 지난 시즌 6강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한 KT LG KCC 동부는 이번 드래프트에서 똑같이 23.5%의 1순위 지명권 확률을 갖는다. 이 네 팀은 지명 순위 결정에 사용되는 200개의 공 가운데 각각 47개를 가진 뒤 뽑기에 참석한다. 삼성, 오리온스, 전자랜드, 인삼공사도 기회가 있기는 하다. 1.5%의 확률로 3개의 구슬이 돌아간다. 김주성, 하승진을 뽑아 ‘신의 손’으로 불린 KCC 최형길 단장과 허재 감독은 지난해 외국인선수 드래프트에서 1.5%의 확률이던 1순위 지명권을 얻기도 했다. 1순위 지명권을 행사할 확률이 높은 네 팀 감독에게 예상 지명 선수를 물었다. 김진 LG 감독과 허재 KCC 감독은 김종규를 지목했다. 전창진 KT 감독과 이충희 동부 감독은 김민구를 거명했다. 김진 감독은 “파워 포워드가 절실하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허 감독은 “입대한 하승진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선 장신자 영입이 필수”라고 말했다. 김주성(205cm), 이승준(204cm)과 제대를 앞둔 윤호영(197cm) 등 장신 선수가 즐비한 동부는 가드 보강에 승부수를 띄웠다. 전 감독은 “김민구가 아시아선수권을 통해 급성장했다. 다양하게 활용할 가치가 많다”고 칭찬했다. 인삼공사, 전자랜드, 삼성, 오리온스는 일제히 김종규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맹장, 용장, 덕장 등 감독의 스타일을 구분하는 항목 가운데 최고는 복장(福將)이라는 말이 있다. 좋은 선수를 만나는 운도 성적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다. 드래프트 결과에 따라 어떤 지도자는 복장이 터질지도 모른다. 불공을 드리거나 새벽 기도에 나선다는 소문도 돈다. 결과가 궁금하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화려한 부활이었다. 헨리크 스텐손(37·스웨덴)은 2009년 CA챔피언십 때 진흙밭에 빠진 공을 빼내려고 겉옷을 모두 벗은 채 팬티 차림으로 샷을 해 화제를 뿌렸다. 뜨거운 시선을 받은 그의 골프 인생은 지난 3년 동안 진흙보다 훨씬 더 깊숙한 부진의 늪을 허덕였다. 부상이 겹치며 2010년부터 2012년까지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톱10에 단 한 차례 들며 예선 탈락을 밥 먹듯 했다. 그랬던 스텐손이 ‘1000만 달러의 사나이’로 우뚝 섰다. 스텐손은 23일 미국 애틀랜타 이스트레이크GC(파70)에서 끝난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최종전인 투어챔피언십에서 합계 13언더파 267타로 우승했다. 그는 이 대회 우승 상금 144만 달러와 페덱스컵 랭킹 1위 확정에 따른 보너스 1000만 달러를 합해 단번에 1144만 달러(약 123억 원)를 확보했다. 유럽 선수의 플레이오프 챔피언 등극은 스텐손이 처음. 스텐손은 지난주 BMW챔피언십 마지막 라운드를 74타로 마친 뒤 격분해 드라이버 헤드를 부러뜨리고 클럽하우스 라커를 부수며 한바탕 소란을 일으켰다. 이 대회 부진으로 페덱스컵 랭킹 1위를 타이거 우즈(미국)에게 내주고 2위로 밀렸던 스텐손은 투어챔피언십에서 절정의 샷 감각을 되찾아 나흘 연속 60대 타수를 기록한 끝에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완성했다. 18개월 전 230위까지 추락했던 세계 랭킹을 4위까지 끌어올린 스텐손은 “아무리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았다. 열심히 노력하면 언젠가 보상받는다”고 말했다. 스텐손은 7월 스코티시오픈부터 8개 대회에서 플레이오프 우승 2회를 포함해 6차례나 3위 이내에 들었다. 상금은 보너스를 포함해 1500만 달러를 챙겼다. 스텐손은 금융사기 행각을 벌인 자신의 스폰서 업체 스탠퍼드파이낸셜그룹에 수백만 달러를 투자했다 손실을 본 아픈 기억도 말끔히 씻어냈다. 스텐손은 2003년에도 드라이버 입스에 시달리며 세계 랭킹 621위까지 곤두박질쳤지만 극복한 데 이어 두 번째 재기 드라마를 완성했다. 우즈는 여자친구인 스키 스타 린지 본과 자신의 아들딸이 지켜보는 가운데 공동 22위(이븐파 280타)로 대회를 끝냈다. 페덱스컵 랭킹 2위로 300만 달러의 보너스를 받게 된 우즈는 PGA가 선정하는 올해의 선수에 통산 11번째로 뽑혔고 시즌 최다승(5회), 통산 10번째 상금왕, 9번째 최저 타수상(바든 트로피) 등의 기록을 남겼다. 한 시즌을 마감한 PGA투어는 10월 10일 프라이스닷컴오픈으로 2013∼2014시즌을 시작한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