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아

조은아 기자

동아일보 해외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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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사를 쉽게 풀어드립니다. 은퇴재테크 서적 ‘지금 당장 금퇴 공부’를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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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1~2024-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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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佛 공립학교서 이슬람 의상 ‘아바야’ 금지

    공공장소에서 이슬람 여성의 전통 의상 ‘히잡’과 ‘부르카’ 착용을 금지해온 프랑스가 이번엔 공립학교에서의 ‘아바야’(일부 이슬람교도 여성이 입는 헐렁한 전신 의상) 착용을 금지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최근 임명한 34세 가브리엘 아탈 신임 교육장관이 이 결정을 주도했다. 우파는 환영했지만 좌파는 표현 및 종교의 자유가 억압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르몽드에 따르면 아탈 장관은 27일 TF1 방송 인터뷰에서 “공립학교 학생은 아바야를 입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교실에 들어섰을 때 특정 학생을 보는 것만으로 그의 종교를 알 수 있어서는 안 된다. 더 이상 학교에서 아바야를 착용하지 못하도록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다음 달 새 학기가 시작하기 전 명확한 규정을 만들어 제시하기로 했다. 히잡은 머리를 감싸면서 가슴까지 가리는 두건을 의미한다. 부르카는 눈 부분까지 망사로 가린 옷이다. 아바야는 얼굴과 손발을 제외하고 온몸을 가리는 망토가 대부분이다. 프랑스가 히잡, 부르카, 아바야 착용 등을 금하는 이유는 ‘라이시테’(세속주의)와 관련이 있다. 1958년 개정된 헌법 1조가 규정한 ‘정교(政敎)분리 원칙’을 뜻한다. 사적 영역에서는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지만 공적 영역에서는 종교적 색채를 띠는 일을 금한다는 의미다. 그동안 프랑스에서는 아바야 착용 금지를 두고 우파와 좌파 간 논쟁이 이어져 왔다. 우파 정당은 라이시테 원칙을 내세우며 이슬람 전통 복장의 착용 금지를 지지했다. 좌파는 이슬람 여성의 권리가 제한될 수 있다며 반대했다. 2021년 8월부터 아프가니스탄을 통치 중인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단체 탈레반은 최근 일부 여성이 국립공원 내에서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여성의 국립공원 출입을 금지했다. 27일 BBC방송에 따르면 무함마드 하나피 선악(善惡)부 장관 대행은 “공원 안에서 히잡을 착용하지 않는 여성들에 대한 해결책을 찾을 때까지 출입을 금지하라”고 성직자들과 보안기관에 요구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3-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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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佛 공립학교서 이슬람 전통의상 ‘아바야’ 착용 금지

    공공장소에서 이슬람 여성의 전통 의상 ‘히잡’과 ‘부르카’ 착용을 금지해온 프랑스가 이번엔 공립학교에서의 ‘아바야(일부 이슬람교도 여성이 입는 헐렁한 전신 의상)’ 착용을 금지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최근 임명한 34세 가브리엘 아탈 신임 교육장관이 이 결정을 주도했다. 우파는 환영했지만 좌파는 표현 및 종교의 자유가 억압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르몽드에 따르면 아탈 장관은 27일 ‘TF1’ 방송 인터뷰에서 “공립학교 학생은 ‘아바야’를 입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교실에 들어섰을 때 특정 학생을 보는 것만으로 그의 종교를 알 수 있어서는 안 된다. 더 이상 학교에서 아바야를 착용하지 못하도록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다음 달 새 학기가 시작하기 전 명확한 규정을 만들어 제시하기로 했다.‘히잡’은 머리를 감싸면서 가슴까지 가리는 두건을 의미한다. ‘부르카’는 눈 부분까지 망사로 가린 옷이다. ‘아바야’는 얼굴과 손발을 제외하고 온몸을 가리는 망토가 대부분이다.프랑스가 히잡, 부르카, 아바야 착용 등을 금하는 이유는 ‘라이시테(세속주의)’와 관련이 있다. 1958년 개정된 헌법 1조가 규정한 ‘정교(政敎)분리 원칙’을 뜻한다. 사적 영역에서는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지만 공적 영역에서는 종교적 색채를 띠는 일을 금한다는 의미다.그동안 프랑스에서는 아바야 착용 금지를 두고 우파와 좌파 간의 논쟁이 이어져 왔다. 우파 정당은 라이시테 원칙을 내세우며 이슬람 전통 복장의 착용 금지를 지지했다. 좌파는 이슬람여성의 권리가 제한될 수 있다며 반대했다.지난해 8월부터 아프가니스탄을 통치 중인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단체 탈레반은 최근 일부 여성이 국립공원 내에서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여성의 국립공원 출입을 금지했다. 27일 BBC방송에 따르면 모하마드 하나피 선악(善惡)부 장관 대행은 “공원 안에서 히잡을 착용하지 않는 여성들에 대한 해결책을 찾을 때까지 출입을 금지하라”고 성직자들과 보안기관에 요구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3-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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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팝 걸그룹, 영국을 정복한다”… 트와이스-에스파 등 4개팀 내달 런던서 공연

    세계적 걸그룹 ‘스파이스걸스’의 나라 영국에서 K팝 걸그룹의 활약이 주목받고 있다. 가디언 등 현지 언론 또한 9월 한 달간 트와이스, 에스파, 있지(ITZY), 여자아이들 등 K팝 걸그룹이 9월에 줄줄이 런던에서 공연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K팝 소비자의 90%가 해외에 있다는 점도 집중 부각했다.가디언은 27일(현지 시간) ‘K팝 걸그룹이 영국을 정복한다’는 기사에서 7월 블랙핑크의 공연에 이어 9월에만 4개팀이 런던에서 콘서트를 연다고 소개했다. 트와이스, 에스파, 있지, 여자아이들은 모두 9월에 런던에서 공연하기로 했다. 앞서 블랙핑크는 유명 음악축제 ‘하이드 파크 브리티시 서머 타임 페스티벌’에 한국 가수 최초로 ‘간판 출연자(헤드라이너)’로 참여했다. 이 외 또 다른 걸그룹 마마무의 공연은 이달 영국 전역의 영화관에서 상영됐다. 피프티피프티, 뉴진스의 노래 또한 영국 차트에 진입했다.가디언은 영국에서 한국 걸그룹이 인기를 얻는 이유를 두고 소셜미디어를 적극 활용하며, 섬세하고 조율된 성공 공식을 통해 영국 걸그룹의 빈자리를 채웠다고 분석했다. 또 K팝 소비자의 수익성 높은 90%가량을 해외 팬이 차지하고 있고 한국에 거주하는 팬은 10%에 불과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소녀시대, 레드벨벳 등의 히트곡을 작곡한 클레어 로드리게스 리는 “음악은 귀에 쏙 들어오고 패션 스타일링은 적절하고 안무는 훌륭하며 무대 연출은 세심하다”며 “K팝 걸그룹 노래엔 진짜 여성스러운 에너지가 있고, 마치 ‘우리 무리로 와’라고 하는 것 같다”고 평했다.다만 일각에서는 K팝 관련 기업이 상업적 성공을 지나치게 중시하는 바람에 혁신을 방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K팝 그룹의 오래된 팬이라고 밝힌 ‘키탄 M’은 “음악이 종종 반복적이고 평범하게 느껴질 수 있다”고 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3-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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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틴 “프리고진, 유능했지만 심각한 실수”… 美당국 “전용기내 폭발 통한 암살 가능성”

    의문의 비행기 추락 사고로 숨진 러시아 민간 용병회사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에 대해 침묵하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그에 대해 “유능한 사업가였지만 심각한 실수를 했다”고 말했다. 프리고진이 숨진 지 약 24시간 만이다. 미국은 비행기 추락 원인으로 기내 폭발을 유력하게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24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크렘린궁에서 TV로 방영된 연설을 통해 비행기 추락으로 숨진 10명과 관련해 “유족들에게 가장 심심한 애도의 뜻을 전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탑승객 중에 “바그너그룹 직원들”이 타고 있었다면서 “우크라이나 신(新)나치 정권과의 싸움에서 큰 공헌을 한 사람들”이라고 칭송했다. 이어 프리고진과는 1990년대 초반부터 알고 지냈다며 그를 “복잡한(complicated) 삶을 산 사람”이라고 묘사하면서 “그는 살면서 중대한 실수들을 했지만 그 자신을 위해서, 또 내가 요구할 때는 지난 몇 달간 (우크라이나에서 한 것처럼) 국가를 위해서 성과를 이뤄냈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 연방 수사위원회가 사고 관련 수사에 착수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은 프리고진에 대해 이야기할 때 과거형 동사를 썼지만 그가 사망했음을 공식 확인하는 발언은 하지 않았다.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은 이날 연설 내용을 보도하면서 홈페이지에 엄숙한 표정의 푸틴 대통령 사진을 실었다. 2개월 전 프리고진 무장 반란 당시에는 분노한 표정의 사진이 실린 바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애도 분위기와 달리 푸틴 대통령은 전날 프리고진이 탄 비행기가 추락할 무렵 ‘쿠르스크 전투’ 80주년 기념식 연설 중 ‘조국에 대한 군인의 헌신’을 강조하면서는 “입가에 떠오르는 미소를 겨우 억눌렀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분석했다. 미국 정부는 이번 비행기 추락 사고 원인으로 기내 폭발에 방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미 정보기관 예비 조사 결과 프리고진이 비행기 내부 폭발을 통해 암살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다만 패트릭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지대공 미사일로 격추됐다’는 보도는 “부정확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비행기가 추락 직전 급격하게 수직 낙하했고 파편이 반경 2km까지 퍼져 있는 것으로 볼 때 기기 고장보다는 폭발이 더 유력하다고 판단한다고 외신은 전했다. 푸틴 대통령이 암살했다는 의혹이 커지자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영국 BBC에 “크렘린궁이 프리고진을 살해하란 명령을 내렸다는 주장은 완전한 거짓말”이라고 말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3-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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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틴 “프리고진, 유능했지만 심각한 실수”… 美 “전용기내 폭발 통한 암살 가능성”

    의문의 비행기 추락 사고로 숨진 러시아 민간 용병회사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에 대해 침묵하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그에 대해 “유능한 사업가였지만 심각한 실수를 했다”고 말했다. 프리고진이 숨진 지 약 24시간 만이다. 미국은 비행기 추락 원인으로 기내 폭발을 유력하게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24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크렘린궁에서 TV로 방영된 연설을 통해 비행기 추락으로 숨진 10명과 관련해 “유족들에게 가장 심심한 애도의 뜻을 전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푸틴 대통령은 탑승객 중에 “바그너그룹 직원들”이 타고 있었다면서 “우크라이나 신(新)나치 정권과의 싸움에서 큰 공헌을 한 사람들”이라고 칭송했다. 이어 프리고진과는 1990년대 초반부터 알고 지냈다며 그를 “복잡한(complicated) 삶을 산 사람”이라고 묘사하면서 “그는 살면서 중대한 실수들을 했지만 그 자신을 위해서, 또 내가 요구할 때는 지난 몇 달간 (우크라이나에서 한 것처럼) 국가를 위해서 성과를 이뤄냈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 연방 수사위원회가 사고 관련 수사에 착수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덧붙였다.푸틴 대통령은 프리고진에 대해 이야기할 때 과거형 동사를 썼지만 그가 사망했음을 공식 확인하는 발언은 하지 않았다.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은 이날 연설 내용을 보도하면서 홈페이지에 엄숙한 표정의 푸틴 대통령 사진을 실었다. 2개월 전 프리고진 무장 반란 당시에는 분노한 표정의 사진이 실린 바 있다.그러나 이 같은 애도 분위기와 달리 푸틴 대통령은 전날 프리고진이 탄 비행기가 추락할 무렵 ‘쿠르스크 전투’ 80주년 기념식 연설 중 ‘조국에 대한 군인의 헌신’을 강조하면서는 “입가에 떠오르는 미소를 겨우 억눌렀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분석했다.미국 정부는 이번 비행기 추락 사고 원인으로 기내 폭발에 방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미 정보기관 예비 조사 결과 프리고진이 비행기 내부 폭발을 통해 암살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다만 패트릭 라이더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지대공 미사일로 격추됐다’는 보도는 “부정확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비행기가 추락 직전 급격하게 수직 낙하했고 파편이 반경 2km까지 퍼져 있는 것으로 볼 때 기기 고장보다는 폭발이 더 유력하다고 판단한다고 외신은 전했다. 푸틴 대통령이 암살했다는 의혹이 커지자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영국 BBC에 “크렘린궁이 프리고진을 살해하란 명령을 내렸다는 주장은 완전한 거짓말”이라고 말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3-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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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틴에 반란’ 프리고진, 의문의 비행기 추락사

    러시아 민간 용병회사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모스크바를 향한 무장반란 꼭 두 달 만인 23일(현지 시간) 의문의 비행기 추락으로 숨졌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과정에서 누적된 정규군과의 갈등으로 6월 23일 반란을 일으켰다. 푸틴 체제에 반기를 든 인물이 줄줄이 죽음을 맞은 상황이 재연됐다.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모스크바를 출발해 고향 상트페테르부르크로 향하던 프리고진의 전용기는 오후 6시경 트베리주 쿠젠키노 들판에 추락했다. 당국은 프리고진, 바그너그룹의 공동 창업자 드미트리 웃킨 등 탑승자 10명이 모두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같은 날 “러시아에서 푸틴이 배후에 있지 않은 일은 별로 일어나지 않는다. 놀랍지도 않다”며 푸틴 정권이 배후에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프리고진 전용기, 30초만에 2.4km 추락… “격추” “기체결함” 난무 WSJ “격추라면 공개 처형한 것”“사망자는 대역… 살아있다” 소문도바이든 “탈것 조심하라 했지 않나”푸틴이 추락 배후 가능성 시사 러시아 민간 용병회사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사망에 따른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사망의 배후에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이 있을 것이란 관측은 지배적이나 정확히 어떤 방식으로 프리고진의 전용 비행기를 추락시켰는지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방공망 혹은 지대공 미사일에 의한 격추, 기체 결함, 조종사 과실 등 다양한 주장이 제기됐지만 정확히 밝혀진 내용은 없다. 현지 소셜미디어에는 “프리고진이 해당 비행기에 탑승하지 않았고 어디엔가 살아 있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까지 돌고 있다. 러시아 대통령실인 크렘린궁이 사망 소식에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 또한 각종 의혹을 부추기고 있다. 주요 국영 언론은 프리고진이 숨진 23일(현지 시간) 저녁 뉴스에서 사망 사실을 약 30초 분량으로 짧게 전했다.● 반란 실패 두 달 만에 의문의 죽음 프리고진의 인생은 그의 죽음만큼 극적이다. 1961년 푸틴의 고향이기도 한 러시아 2대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난 그는 1981년 강도, 폭행 등으로 12년형을 선고받고 수감돼 1990년 출소했다. 1995년부터 요식업에 진출했고 당시 상트페테르부르크 부시장이던 푸틴과의 친분을 통해 각종 정부 계약을 속속 따냈다. 2000년 푸틴의 집권 후 크렘린궁 연회에 음식을 제공했고 ‘푸틴의 요리사’로 불렸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를 강제합병한 2014년 프리고진은 특수부대 ‘스페츠나츠’ 출신이며 히틀러 추종자로 유명한 드미트리 웃킨 등과 바그너그룹을 만들었다. 이후 시리아, 리비아, 수단 등 분쟁국에서 현지의 독재 정권을 도우며 광물 채굴 등 이권 사업을 따냈다. 이 돈이 푸틴의 통치 자금으로도 쓰였다는 것이 정설이다.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바그너그룹은 우크라이나 부차 등에서 민간인 학살을 주도했다. 동부 요충지 바흐무트의 점령에도 앞장섰다. 하지만 전쟁이 장기화하자 정규군과의 갈등이 고조됐다. 결국 올 6월 23일 남부 로스토프나도누에서 모스크바를 200km 앞둔 지점까지 800km를 진격해 푸틴 대통령에게 집권 후 최대 굴욕을 선사했다. 하루 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중재로 반란을 중단했지만 푸틴 대통령이 그를 응징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이후 두 달간 상트페테르부르크, 벨라루스, 아프리카 사막지대 등을 자유롭게 오갔으나 결국 의문의 사고로 숨졌다.● 비행기 추락 원인은 오리무중 항공 추적 전문 웹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24’에 따르면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향하던 프리고진의 전용기는 운항 고도인 8.5km(약 2만8000피트)에서 약 30초 만에 2.4km(약 8000피트) 이상 추락했다. 일부 러시아 매체는 이 비행기가 지대공 미사일에 맞아 격추됐다고 전했다. 추락 직후 친(親)바그너 성향의 텔레그램 채널 ‘그레이…존’은 “러시아군 방공망에 의해 비행기가 격추됐다”고 주장했다. 미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 또한 “푸틴 대통령이 군 사령부에 비행기를 격추하라고 명령했을 가능성이 거의 확실하다”고 진단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고의 격추가 사실이면 일종의 ‘공개 처형’이라고 진단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내가 (프리고진이라면) 무엇을 탈지 조심할 것이라고 말한 것을 기억하느냐”며 푸틴 대통령이 배후에 있을 가능성을 거론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 전체의 물자 부족이 심화한 만큼 기체 결함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항공기를 만든 브라질 엠브라에르는 “2019년부터 이 비행기에 대한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했다. 러시아 연방 수사위원회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안전규칙 위반 혐의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일각에서는 프리고진이 종종 대역을 썼고 여권도 여러 개라며 신원 확인이 우선이라고 주장한다. 그가 2019년 추락한 한 군용기의 승객 명단에도 이름이 있었지만 얼마 뒤 건강한 모습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3-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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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극물 홍차… 병원서 추락… 푸틴 정적 잔혹사

    비행기 추락으로 숨진 러시아 민간 용병회사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과 마찬가지로 석연찮은 죽음을 맞이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적(政敵)은 부지기수다. 독극물, 총격, 추락, 의문사 등 사망 이유도 다양하다. 푸틴 정권이 ‘죽음은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는 무자비한 말을 남겼으며 반대파를 잔혹하게 탄압한 옛 소련의 독재자 이오시프 스탈린의 정적 숙청을 모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요원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는 2006년 영국 런던의 호텔에서 홍차를 마시고 숨졌다. 이 홍차에는 청산가리보다 약 25만 배 독성이 강한 방사성물질 ‘폴로늄 210’이 녹아 있었다. 푸틴 정권의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합병 시도 등에 비판적이었던 보리스 넴초프 전 러시아 부총리는 2015년 모스크바 도심에서 괴한 총격으로 숨졌다. 앞서 푸틴 정권의 체첸 탄압을 비판한 언론인 안나 폴릿콥스카야가 2006년 같은 방식으로 사망했다. 푸틴 정권의 ‘신흥 재벌(올리가르히)’ 숙청으로 해외 도피한 미디어 재벌 보리스 베레좁스키는 2013년 런던 부촌의 자택 욕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러시아 최대 민영 석유업체 ‘루크오일’의 라빌 마가노프 회장은 지난해 9월 모스크바 병원에서 추락사했다.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줄곧 비판했다. 소련이 개발한 신경작용제 ‘노비촉’에 의한 암살 시도 또한 빈번했다. 2020년 8월 야권 정치인 알렉세이 나발니는 시베리아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노비촉에 중독됐다. 독일 베를린의 한 병원으로 긴급 이송돼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 2018년 러시아와 영국의 이중간첩 세르게이 스크리팔과 딸도 영국 솔즈베리의 쇼핑몰에서 노비촉에 중독됐다 겨우 깨어났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3-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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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고진 전용기, 30초만에 2.4km 추락… “격추” “기체 결함” 난무

    러시아 민간 용병회사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사망에 따른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사망의 배후에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이 있을 것이란 관측은 지배적이나 정확히 어떤 방식으로 프리고진의 전용 비행기를 추락시켰는지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방공망 혹은 지대공 미사일에 의한 격추, 기체 결함, 조종사 과실 등 다양한 주장이 제기됐지만 정확히 밝혀진 내용은 없다. 현지 소셜미디어에는 “프리고진이 해당 비행기에 탑승하지 않았고 어디선가 살아 있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까지 돌고 있다. 러시아 대통령실인 크렘린궁이 사망 소식에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 또한 각종 의혹을 부추기고 있다. 주요 국영 언론은 프리고진이 숨진 23일(현지 시간) 저녁 뉴스에서 사망 사실을 약 30초 분량으로 짧게 전했다.● 반란 실패 두 달 만에 의문의 죽음프리고진의 인생은 그의 죽음만큼 극적이다. 1961년 푸틴의 고향이기도 한 2대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났고 1981년 강도, 폭행 등으로 12년형을 선고받고 수감돼 1990년 출소했다. 1995년부터 요식업에 진출했고 당시 상트페테르부르크 부시장이던 푸틴과의 친분을 통해 각종 정부 계약을 속속 따냈다. 2000년 푸틴의 집권 후 크렘린궁 연회에 음식을 제공했고 ‘푸틴의 요리사’로 불렸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를 강제합병한 2014년 프리고진은 특수부대 ‘스페츠나츠’ 출신이며 히틀러 추종자로 유명한 드미트리 웃킨 등과 바그너그룹을 만들었다. 이후 시리아, 리비아, 수단 등 분쟁국에서 현지의 독재 정권을 도우며 광물 채굴 등 이권 사업을 따냈다. 이 돈이 푸틴의 통치 자금으로도 쓰였다는 것이 정설이다.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바그너그룹은 우크라이나 부차 등에서 민간인 학살을 주도했다. 동부 요충지 바흐무트의 점령에도 앞장섰다. 하지만 전쟁이 장기화하자 정규군과의 갈등이 고조됐다. 결국 올 6월 23일 남부 로스토프나도두에서 모스크바를 200km 앞둔 지점까지 800km를 진격해 푸틴 대통령에게 집권 후 최대 굴욕을 선사했다. 하루 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중재로 반란을 중단했지만 푸틴 대통령이 그를 응징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이후 두 달간 상트페테르부르크, 벨라루스, 아프리카 사막지대 등을 자유롭게 오갔으나 결국 의문의 사고로 숨졌다.● 비행기 추락 원인은 오리무중 항공추적 전문 웹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24’에 따르면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향하던 프리고진의 전용기는 운항 고도인 8.5㎞(약 2만8000피트)에서 약 30초만에 2.4㎞(약 8000피트) 이상 추락했다. 일부 러시아 매체는 이 비행기가 지대공 미사일에 맞아 격추됐다고 전했다. 추락 직후 친(親)바그너 성향의 텔레그램 채널 ‘그레이_존’은 “러시아군 방공망에 의해 비행기가 격추됐다”고 주장했다. 미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 또한 “푸틴 대통령이 군 사령부에게 비행기를 격추하라고 명령했을 가능성 거의 확실하다”고 진단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고의 격추가 사실이면 일종의 ‘공개 처형’이라고 진단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내가 (프리고진이라면) 무엇을 탈 지 조심할 것이라고 말한 것을 기억하느냐”며 푸틴 대통령이 배후에 있을 가능성을 거론했다.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 전체의 물자 부족이 심화한 만큼 기체 결함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항공기를 만든 브라질 엠브라에르는 “2019년부터 이 비행기에 대한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했다. 러시아 연방 수사위원회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안전규칙 위반 혐의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일각에서는 프리고진이 종종 대역을 썼고 여권도 여러 개라며 신원 확인이 우선이라고 주장한다. 그가 2019년 추락한 한 군용기의 승객 명단에도 이름이 있었지만 얼마 뒤 건강한 모습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3-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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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틴에 무장반란 프리고진, 의문의 ‘비행기 추락사’

    러시아 민간 용병회사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모스크바를 향한 무장반란 꼭 두 달 만인 23일(현지 시간) 의문의 비행기 추락으로 숨졌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과정에서 누적된 정규군과의 갈등으로 6월 23일 반란을 일으켰다. 푸틴 체제에 반기를 든 인물이 줄줄이 죽음을 맞은 상황이 재연됐다.러시아 관영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모스크바를 출발해 고향 상트페테르부르크로 향하던 프리고진의 전용기는 오후 6시경 트베르주 쿠젠키노 일대에서 추락했다. 당국은 프리고진, 바그너그룹의 공동 창업자 드미트리 웃킨 등 탑승자 10명이 모두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소셜미디어에는 이 비행기가 수직으로 떨어지는 모습, 쿠젠키노 들판에 추락한 후 화염과 연기를 내뿜는 동영상 등이 속속 올라왔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같은 날 “러시아에서 푸틴이 배후에 있지 않는 일은 별로 일어나지 않는다. 놀랍지도 않다”며 푸틴 정권이 배후에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3-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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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佛, 원전 수명 최대 50년까지 첫 연장

    유럽의 원전 강국 프랑스에서 원자로 수명이 최대 50년까지 연장된 첫 원전이 나왔다. 프랑스 원전 당국은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면서 향후 늘어날 저탄소 에너지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다른 원자로의 수명도 60년 이상으로 늘릴 방침이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프랑스 원자력안전청(ASN)이 최근 남동부 드롬주에 있는 트리카스탱 원전의 원자로 1호기에 대해 처음으로 최대 50년까지 운영될 수 있도록 승인했다고 23일 보도했다. 원전 수명이 50년까지 연장된 것은 프랑스 원전업계 사상 처음이다. 앞서 2021년 프랑스 당국은 1980년대에 운영을 시작한 32개 원자로의 가동 연한을 당초 40년에서 50년으로 연장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는데, 이번에 심사를 통해 실제 연장 승인이 이뤄진 사례가 나온 것이다. 1980년 가동을 시작한 트리카스탱 원자로 1호기는 10년 주기의 운영 심사를 받아왔으며 2019년 4번째 심사를 통과했다. 프랑스 정부는 향후 수십 년간 저탄소 전기 수요가 늘어날 것에 대비해 가급적 모든 원자로의 수명을 60년 이상으로 연장할 계획이다. 우리의 경우 현재 국내에서 가동 중인 원전의 운영 허가 기간은 30∼40년이다. 다만 원전 수명이 연장됨에 따라 지진 위험과 폭염 등 기후 변화에 더욱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탈원전’을 추진해온 독일은 2045년까지 ‘탄소중립’(탄소 배출 제로)을 이루겠다는 당초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진단이 나왔다. 22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독일 연방정부 환경위원회(UBA)와 정부자문기구인 기후전문가위원회는 “정부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65% 감축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고, 2045년까지 탄소 배출 제로 목표를 달성할지도 의심스럽다”고 정부에 보고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3-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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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英 반도체설계사 ARM, 나스닥 상장 본격화

    영국 반도체 설계 기업 ARM이 21일(현지 시간) 미국 금융당국에 등록 서류를 제출하며 나스닥 상장 절차를 공식 개시했다. 올해 미 기업공개(IPO) 시장 최대어로 꼽히는 ARM의 기업 가치는 94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이날 ARM이 IPO를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고 공시했다. 상장 시점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다음 달 중으로 예상된다. 상장 주식 수와 공모가액은 결정되지 않았지만 블룸버그통신은 ARM의 가치가 600억∼700억 달러(약 80조∼94조 원) 수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에 상장될 주식은 전체 주식의 10% 정도가 될 것이라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도했다. ARM은 스마트폰 두뇌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시장 점유율이 90%에 달하는 압도적 1위 기업으로, 퀄컴 알파벳 애플 등이 의존하는 세계 반도체 설계 분야 최강자다. 2016년 320억 달러(약 43조 원)에 ARM을 인수한 소프트뱅크는 2017년 지분의 25%를 80억 달러(약 10조7000억 원)에 소프트뱅크와 사우디국부펀드가 만든 기술 펀드인 비전펀드1(VF1)에 매각했다. 이 지분은 소프트뱅크 자회사가 이달 대부분을 인수했다. 인수 대금은 2년 분할 지급할 예정이다. 미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2020년 9월 ARM을 400억 달러(약 53조4000억 원)에 매수하려 했으나 SEC 등 각국 경쟁 당국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번 SEC에 제출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ARM의 2023회계연도(2022년 4월∼2023년 3월) 매출은 26억7900만 달러(약 3조5800억 원)로, 전년(27억 달러·약 3조6000억 원) 대비 소폭 감소했다. 같은 연도 순이익은 5억2400만 달러(약 7000억 원)였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3-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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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英-美 달구는 ‘기후 문화전쟁’… “탄소감축 완화”vs“후퇴 안돼”

    서구권 국가에서 기후변화 정책을 둘러싼 진보와 보수의 갈등이 이른바 ‘기후 문화전쟁’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좌파 시민단체들은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는 시위 강도를 높이는 반면 우파 성향의 정부나 정치인들은 정책 속도를 늦추거나 추진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좌파의 기후 위기 주장은 사기”라는 주장도 온라인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 특히 내년에 각각 총선과 대선을 치르는 영국과 미국에서 탄소중립 정책이 진보와 보수를 가르는 첨예한 이슈로 떠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탄소중립 정책, 보수-진보 선명히 갈라” 유럽 전문 매체인 유로뉴스는 영국 정부가 ‘녹색정책’ 철회를 검토하면서 기후변화 문제를 두고 정치적 대립이 커지는 ‘기후 문화전쟁’이 본격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고 20일 보도했다. 녹색정책은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한 친환경 정책을 말한다. 유로뉴스에 따르면 최근 유럽 언론과 정치인들의 소셜미디어에는 ‘기후 문화전쟁’이란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과거에는 기후변화 정책에 주로 반발하는 집단은 환경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기업들이었다. 하지만 최근엔 고물가와 경기 침체 속에 친환경 정책이 경제에 부담을 준다는 우파 정치인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보수당이 집권한 영국에선 탄소 배출의 주범으로 지목된 석유와 가스사업을 확대하려는 조짐이 일고 있다. 리시 수낵 총리(사진)는 북해 석유·가스 사업권 100여 건을 승인할 계획이라고 영국 BBC 등이 지난달 31일 보도했다. 영국에선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에너지 수급이 불안해지며 ‘에너지 안보’가 중대 과제로 떠올랐다. 이에 수낵 총리는 “2050년 탄소중립이 되더라도 에너지원의 4분의 1 이상이 여전히 석유와 가스일 것”이라며 “그렇다면 국내에서 생산된 에너지보다 탄소 배출량이 2∼3배 많은 해외 에너지를 수입하는 건 말이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경제가 어려워지며 탄소중립 정책이 서민에게 부담을 준다는 일부 여론에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보수당은 최근 보궐선거에서 ‘초저배출구역(ULEZ)’ 확대 적용에 대한 우려를 부각해 ‘깜짝 승리’를 거뒀다. ULEZ는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노후 차량에 요금을 부과하는 정책이다. 탄소중립은 내년으로 예상되는 총선을 앞두고 집권 보수당과 야당 노동당을 가르는 선명한 선이 됐다고 로이터통신은 분석했다.● 美 공화당 집권 시 탄소억제 규정 폐기할 듯 내년 대선을 앞둔 미국에선 야당 공화당이 집권하면 기후변화 정책이 뒤집힐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보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이 주도적으로 마련한 공화당 집권 시 첫 180일간의 시나리오인 ‘프로젝트 2025’ 등을 근거로 기후·에너지 정책이 가장 심각한 변화를 맞게 될 것이라고 7일 보도했다. 이 시나리오는 자동차, 유정(油井) 및 가스정, 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억제하는 규정을 폐기한다는 방침을 담고 있다. 유럽연합(EU)도 일부 회원국의 우경화로 기후변화 정책이 후퇴하고 있다. 프란스 티메르만스 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은 “일부에서 기후정책을 문화전쟁으로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며 “EU의 녹색정책이 회원국의 정치적 분열로 마비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미 네덜란드에선 신생 정당인 농민-시민운동당(BBB)이 “정부의 기후위기론은 과장”이라고 주장해 지지를 받았고 올 3월 총선에서 상원 제1당이 되는 돌풍을 일으켰다. 멀리사 플레밍 유엔 커뮤니케이션 수석은 지난해 5월 유엔 관련 매체 ‘위더피플스’에서 “기후변화 관련 허위 정보 생산자들의 전술이 점차 더 교묘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NYT 칼럼니스트 폴 크루그먼도 7일 칼럼을 통해 “기후전쟁이 (진영 간) 문화전쟁으로 흘러 걱정스럽다”고 우려했다.기후 문화 전쟁(climate culture war)낙태, 성소수자, 동성혼 등의 이슈를 두고 보수, 진보 진영이 벌여 온 문화적 대립과 정체성 정치가 기후변화 정책으로도 확산된 현상.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3-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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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후전쟁이 문화전쟁 돼”…美-英 정치권, 탄소중립 정책 놓고 갈등

    영국과 미국 등에서 기후변화 정책을 두고 진보와 보수의 갈등이 격화되며 ‘기후 문화전쟁’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진보 시민단체들은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는 시위 강도를 높이는 반면 보수 성향의 정부나 정치인들은 정책 속도를 늦추거나 추진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극단적으로 “좌파의 기후위기 주장은 사기”라는 가짜뉴스가 온라인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 내년에 총선과 대선이 예정된 영국과 미국에서는 탄소중립 정책이 진보와 보수를 가르는 첨예한 이슈로 떠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탄소중립 정책, 보수-진보 선명히 갈라”유럽 전문 매체인 유로뉴스는 영국 등이 ‘녹색 공약’ 철회를 검토하면서 기후변화 문제를 두고 정치적 대립이 커지는 ‘기후 문화전쟁’이 본격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고 20일 보도했다. 유로뉴스에 따르면 최근 언론과 정치인들의 소셜미디어에는 ‘기후 문화전쟁’이란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과거에는 기후변화 정책에 주로 반발하는 집단은 환경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기업들이었다. 하지만 최근엔 고물가와 경기 침체 속에 친환경 정책이 경제에 부담을 준다는 우파 정치인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보수당이 집권한 영국에선 탄소 배출의 주범으로 지목된 석유와 가스 사업을 확대하고 ‘녹색 공약’을 폐기하려는 조짐이 일고 있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북해 석유·가스 사업권 100여 건을 승인할 계획이라고 영국 BBC 등이 지난달 31일 보도했다.수낵 내각이 이런 기류를 보이는 이유는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에너지 수급이 불안해지며 ‘에너지 안보’가 중대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수낵 총리는 “2050년 탄소중립이 되더라도 에너지원의 4분의 1 이상이 여전히 석유와 가스일 것”이라며 “그렇다면 국내에서 생산된 에너지를 쓰는 게 액화천연가스(LNG) 수입보다 탄소 발자국을 줄이는 방안”이라고 주장했다.경제가 어려워지며 탄소중립 정책이 서민에게 부담을 준다는 일부 여론에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보수당은 최근 보궐선거에서 ‘초저배출구역(ULEZ)’ 확대 적용에 대한 우려를 부각해 ‘깜짝 승리’를 거뒀다. ULEZ는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노후 차량에 요금을 부과하는 정책이다. 탄소중립은 내년으로 예상되는 총선을 앞두고 집권 보수당과 야당을 가르는 선명한 선이 됐다고 로이터통신은 분석했다.● 美 공화당 집권 시 탄소억제 규정 폐기할 듯내년 대선을 앞둔 미국에선 공화당이 집권하면 기후변화 정책이 뒤집힐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보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이 주도적으로 마련한 공화당 집권 시 첫 180일간의 시나리오인 ‘프로젝트 2025’ 등을 근거로 기후·에너지 정책이 가장 심각한 변화를 맞게 될 것이라고 7일 보도했다. 이 시나리오는 자동차, 유정(油井) 및 가스정, 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억제하는 규정을 폐기한다는 방침을 담고 있다. 유럽연합(EU)도 일부 회원국의 우경화로 기후변화 정책이 후퇴하고 있다. 프란스 티머만스 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은 “일부에서 기후정책을 문화전쟁으로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며 “EU의 녹색 정책이 회원국의 정치적 분열로 마비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이미 네덜란드에선 신생 정당인 ‘농민-시민운동당(BBB)’이 “정부의 기후 위기론은 과장”이라고 주장해 지지를 받았고 올 3월 총선에서 상원 제1당이 되는 돌풍을 일으켰다.기후변화 위기는 “세기의 사기” “탄소 사기”라는 거짓뉴스까지 퍼지고 있다. 멜리사 플레밍 유엔 커뮤니케이션 수석은 지난해 5월 유엔 관련 매체 ‘위더피플스’에서 “기후변화 관련 허위정보 생산자들의 전술이 점차 더 교묘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NYT 칼럼니스트 폴 크루그먼도 7일 칼럼을 통해 “기후전쟁이 문화전쟁이 돼 걱정스럽다”고 우려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3-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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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물가에 파리지앵도 ‘못난이 식품’ 사… 佛 식비 최대폭 감소

    “탄산수 6병을 일반 마트보다 50% 저렴하게 샀어요. 1L 한 병이 0.30유로(약 440원)밖에 안 돼요.” 16일 프랑스 파리 도심의 재고 처리 매장 ‘프리마프리’에서 장을 보던 클리오 드 앙젤리스 씨는 “요즘 대형마트는 너무 비싸서 거의 가지 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프리마프리는 일반 대형마트에서 팔고 남은 재고를 일괄적으로 사들여 최대 80% 할인해 파는 재고 처리 매장이다. 파리 외곽에서만 영업했던 이 마트는 올 6월 이례적으로 파리 도심에 문을 열었다. 고급 레스토랑과 식자재 매장이 많은 파리에서조차 고물가 탓에 식비 절약을 위해 ‘못난이 식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프랑스 가정은 최근 월간 식비를 사상 최대 폭인 10%가량 줄였다.● 식비 지출 사상 최대 폭 감소 이날 프리마프리에는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매장 내에는 0.90유로, 0.80유로 등 ‘0’으로 시작되는 가격표가 곳곳에 붙어 있었다. 대형마트에서 3.09유로(약 4500원)에 판매하는 케첩은 브랜드와 용량이 동일한데도 11% 저렴한 2.75유로(약 2900원)에 팔렸다. 유통기한도, 외양도 일반 마트와 큰 차이가 없다. 혼자 사는 학생 엘로디 포미에르 씨는 “장보기 비용이 1주일에 40유로(약 5만8000원)를 넘기지 않도록 애쓰고 있다”며 “이곳은 식비를 줄이면서도 선택의 폭이 좁지 않아서 편리하다”고 했다. 회사원 토마 리비에르 씨는 “물가가 너무 올라 고기도 더 이상 슈퍼마켓에서 사지 않고 전통시장이나 할인매장에서 산다”며 “이렇게 식비를 절약하기 때문에 전체 지출을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변 마트나 음식점에서 팔고 남은 ‘떨이 음식’을 저렴하게 살 수 있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투굿투고’도 인기다. 프랑스의 카페, 레스토랑, 마트, 빵집은 물론이고 호텔 등 2만2000여 곳이 재고 물량을 내놓는 이 앱은 프랑스에서 980만 명 이상이 사용한다. 재고는 맛이 없을 것이란 편견을 깨려는 듯 ‘먹방’ 유튜버들은 이 앱에서 산 음식을 시식하는 영상을 올리고 있다. 세계적 레스토랑 가이드 ‘미슐랭 가이드’를 발간하는 미식가의 나라 프랑스에서마저 소비자들이 식비를 줄이면서 가정의 월간 식비 지출은 사상 최대 폭으로 줄었다. 프랑스 통계청(INSEE)에 따르면 가정의 월간 식비 지출 총액이 2021년 12월과 비교해 올 6월에는 1년 6개월 만에 10% 감소했다. 같은 기간 기준으로 이 같은 하락 폭은 사상 처음이다. ● “유럽은 가난, 미국은 부유” 자조 음식 품질을 꼼꼼하게 따지기로 유명한 파리지앵조차 식비를 긴축하는 이유는 최근 1년간 매달 전년 동월 대비 5∼6%대로 오르는 고물가 때문이다. 프랑스 정부는 끝없이 오르는 물가에 최근 대형 유통업체들에 가격 상승을 자제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기업들은 이를 거부했다. 정부의 각종 대책으로 7월에는 물가 상승세가 꺾일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이를 뒤엎고 7월에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설문조사 기관인 시르카나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기준 소비자물가는 한 달 전에 비해 0.2% 상승했다. 프랑스뿐 아니라 유럽 전역에서 물가 고공 상승이 이어지고 있다. 18일 발표된 유럽연합(EU) 통계기구 유로스타트 조사에 따르면 유럽 지역의 7월 식음료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10.8% 뛰었다. 유럽 주요국은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수입 통로가 막힌 곡물을 중심으로 가격이 높게 뛰었다. 고물가와 경기 침체에 시달리고 있는 유럽에선 서방의 다른 한 축인 미국이 물가 안정과 경기 회복 조짐을 보이자 “유럽은 가난해지고 미국은 부유해졌다”는 푸념이 나온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지난달 22일 “미국인들이 열심히 일하는 사이 영국인들은 혜택을 볼 궁리만 했다”고 지적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3-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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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칼럼/조은아]파리에서 만난 ‘슬기로운 의사들’

    프랑스 파리에 있는 딸 가족을 찾아오신 친정아버지가 최근 갑자기 몸에 이상 증세가 생겨 파리의 한 대형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하셨다. 아버지는 ‘골든타임’을 잘 넘기신 덕에 다행히 퇴원해 회복 중이시다. 지옥 같았던 중환자실에서의 긴 시간, 그나마 위안이 된 건 프랑스 의료진의 친절이었다. 의사들은 서두르는 기색 없이 반복되는 보호자의 질문에 성의껏 응했다. 의사와 다시 대화하고 싶을 때 다시 만나는 건 어렵지 않았다. 퇴원 수속을 마친 뒤 집으로 돌아왔을 때 이메일이 한 통 와 있었다. 아버지의 질환이 무엇인지, 재발을 방지하는 법 등을 담은 내용이었다. 환자뿐 아니라 환자 가족에게까지 따뜻한 위로와 당부의 말을 전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이 과정에서 한국 대형병원에서 겪은 기억이 자꾸 떠올랐다. 두 국가의 의사들이 대조됐기 때문이다. 필자가 본 한국 의사들은 대형병원에서 ‘신(神)’처럼 여겨졌다. 환자가 마주하기 어려운 건 기본, 만나더라도 질문에 대한 답은 짧았다. ‘다음 환자를 봐야 하니 빨리 나가달라’는 무언의 압박이 느껴지곤 했다. 대개 인턴과 간호사들이 의사를 너무 어려워해 필자까지 불편할 정도였다. 모든 한국 의사들이 다 그렇다는 건 아니다. 진심과 성의를 다해 대해준 ‘슬기로운 의사’들도 기억한다. 하지만 의사 대부분이 친절하지 못하다는 생각에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고 있는 듯하다. 보건복지부가 2020년 초 발표한 설문조사에서 ‘외래진료 의사 서비스에 대한 긍정적 평가 비율’은 83.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86.6%)에 못 미쳤다. 반면 프랑스에서 만난 지인들은 흔히 의사들이 친절하다고들 말한다. 프랑스 의사들은 왜 한국 의사들보다 친절할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의사가 상대적으로 많은 점이 주된 요인으로 보인다. 프랑스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3.4명. 반면 한국은 2.6명으로 OECD 회원국 37곳 중 꼴찌에서 두 번째다. 의사가 많으면 아무래도 한 환자에게 더 집중할 여유가 생긴다. 의료시장 경쟁을 유도해 의료 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다. 의사 증원은 환자뿐 아니라 의료진을 위한 길이기도 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심각해진 의료진의 과로를 덜어 줄 것이다. 한국보다 의사가 상대적으로 많은 프랑스는 여전히 ‘의사 증원’을 고민 중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일찍이 2018년 의대생 정원을 제한하는 제도를 폐지했다. 그런데도 올해 초 보건의료 개혁 방안을 내놨다. 고령화로 의료 수요가 급증했고 지방 의료 인력은 워낙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기 때문이다. 의료 보조 인력을 현재 4000명에서 2024년 말 1만 명까지 늘린다는 목표가 담겼다. OECD ‘고령화 속도 1위’인 한국은 고령 환자가 불어날 미래에 얼마나 잘 대비하고 있을까. 국내 의사 수는 2030년 1만4000여 명, 2035년 2만7000명 부족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도 의대 증원 논의는 매번 의사들의 모임인 대한의사협회 안에서만 맴돌다가 흐지부지됐다. 이제 의사뿐 아니라 외부 인사를 논의에 참여시킨다니 늦었지만 반갑다. 논의를 더 미루면 의료계가 ‘밥그릇 지키기’에 매몰되는 바람에 과로하는 의사도, 의사에게 불만스러운 환자도 모두 지키지 못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의료의 질을 높이는 데도 힘써야 한다. 마크롱 정부의 이번 개혁안에는 의료진의 주 35시간 근무제를 유연화하면서 근로 여건을 개선하겠다는 방침이 담겨 눈길을 끈다. 한국도 밤샘 근무와 격무가 몰려 신입 의사들이 기피하는 분야를 중심으로 근무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조은아 파리 특파원 achim@donga.com}

    • 2023-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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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물가에 佛선 와인-獨 고기 소비 줄여”… EU 마이너스성장, 6개국→9개국 늘어

    “프랑스에서 와인을, 스페인에서 올리브오일을, 독일에서 육류와 우유 소비를 줄인다.” 6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유럽 소비자들은 올 초부터 지난 수십 년간 경험해 보지 못한 경제 둔화와 고물가에 이처럼 소비를 줄이고 있다. 경기 침체를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런 상황을 뒷받침하듯 이날 유럽연합(EU) 통계 기구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EU 27개 회원국 가운데 통계가 취합된 23개국 중 9개국의 올 2분기(4∼6월)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동기 대비 역(逆)성장을 기록했다. 그리스 크로아티아 룩셈부르크 몰타를 제외한 23개국 GDP 증가율은 1.3%였지만 에스토니아(―3.0%) 스웨덴(―2.4%) 헝가리(―2.3%) 네덜란드(―0.3%) 독일(―0.1%) 등 9개국은 마이너스 성장률을 나타낸 것이다. EU 회원국 중 역성장 국가는 지난해 3분기(7∼9월) 1개국에서 4분기(10∼12월) 5개국, 그리고 올 1분기(1∼3월) 6개국으로 계속 늘고 있다. 마이너스 성장은 지난해부터 고물가가 이어지면서 소비가 줄어든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가 흑해 곡물 수출 항구를 봉쇄해 곡물 가격이 치솟았고, 서방의 경제 제재에 맞선다며 유럽으로 흐르는 가스관을 잠그면서 자원을 무기화하자 에너지 가격도 급등해 인플레이션을 불렀다. 고물가가 유럽 지역 생산품의 가격경쟁력을 떨어뜨려 수출도 부진해졌다. EU 주요 교역국인 중국 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완화된 이후에도 예상보다 경기 회복이 더딘 점도 수출 부진에 일조했다. 특히 올 1분기(―0.3%)보다 감소율이 둔화되긴 했지만 유럽 최대 경제국 독일이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보인 것은 수출 부진 탓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고물가 억제를 위한 유럽중앙은행(ECB)의 기준금리 인상 릴레이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루도빅 수브란 알리안츠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을 억누르려는 ECB의 결의는 경기 침체 두려움으로 흐려질 것”이라고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말했다. 다만 향후 GDP 증가율 전망치를 고려하면 유럽 국가들의 경제가 완만한 회복세라는 시각도 있다. 미 CNN비즈니스에 따르면 영국 시장조사 전문기관 옥스퍼드이코노믹스(OE)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의 GDP는 올 2개 분기 연속 부진 후 완만하게 확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3-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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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루블화 가치, 우크라戰 이후 최저… “러 원유수출엔 도움”

    러시아 루블화의 가치가 17개월여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서방 국가들의 의도대로 대(對)러 제재에 따라 교역이 줄어든 탓이란 분석이 나오는 한편 루블화 가치 하락(루블-달러 환율은 상승)이 오히려 러시아의 석유 수출 경쟁력을 높이는 딜레마를 낳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 루블화가 17개월여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이날 국제 외환시장에서 루블화 환율은 한때 달러당 100루블을 넘기도 했다. 루블화 환율이 달러당 100루블을 넘은 건 우크라이나 전쟁 직후인 지난해 3월 이후 처음이다. 시장이 불안정해지자 러시아 중앙은행은 15일 긴급회의를 소집해 기준금리를 8.5%에서 12%로 올렸다. WSJ는 루블화 가치 하락의 원인으로 서방의 제재에 따른 교역 감소를 들었다. 러시아는 실제 유가 상승 등 유리한 환경 속에서도 올 1∼7월 무역을 통한 수익이 지난해 대비 85%나 감소했다. 여기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위해 지출을 대폭 늘리면서 통화량이 증가해 루블화 가치 하락을 촉진한 것으로 보인다. 루블화 가치 하락은 러시아 물가를 더 끌어올려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루블화 가치 하락으로 수입 상품의 가격이 오르면 러시아 물가를 자극하는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노동력 부족 현상도 심각해질 수 있다. 징병된 러시아 남성을 대신해 러시아 노동 현장을 맡은 중앙아시아 출신 노동자들이 가치가 하락한 루블화 대신 다른 화폐로 임금을 받으려고 러시아를 떠날 수 있다는 얘기다. 반면 루블화가 러시아의 석유 수출용 통화로 활용되고 있는 만큼, 루블화 약세가 러시아의 원유 수출 경쟁력을 높일 것이란 시각도 있다. 루블화 가치가 떨어지면 러시아가 해외로 원유를 수출할 때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해지기 때문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주요 산유국 협의체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가 원유 공급을 줄이더라도 러시아는 루블화 약세로 석유 수출을 늘리고 싶어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도 “루블화 약세는 러시아가 전쟁 자금을 조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3-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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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엘리제궁도 눈치 보는 거물, ‘프랑스의 삼성’ LVMH의 힘[조은아의 유로노믹스]

    “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요즘 아주 진땀을 빼고 있다네요.”올해 초 2024 파리 올림픽 조직위가 ‘거물’을 올림픽 파트너로 모시려 애쓰고 있다는 소식이 들렸다. 프랑스를 넘어선 세계적 명품 브랜드그룹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 얘기다. 조직위는 LVMH가 파트너를 맡으면 올림픽도 ‘명품 올림픽’이 되리라 기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명품 강자의 지위가 확고한 LVMH로선 올림픽에 발 담그기가 거추장스럽지 않았을까. 이런 예상을 깨고 올림픽 1년을 앞둔 지난달 조직위는 “LVMH가 프리미엄 파트너로 참여한다”고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프랑스 정·재계에서 LVMH의 힘이 다시금 입증됐다는 평이 나왔다.루이뷔통 백이 혼수 필수품으로 꼽히는 한국에서도 LVMH를 모르는 이는 드물다. 최근 걸그룹 블랙핑크 리사와 열애설이 불거진 프레데릭 아르노가 LVMH의 후계자 후보라고 알려지며 LVMH 집안 사람들까지 국내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33년 만에 매출 25배로 급증프랑스 파리에 기반을 둔 LVMH는 패션·보석·시계·향수·샴페인 등 75개 브랜드를 두고 있다. 1854년에 설립된 패션기업 루이뷔통과 1971년 탄생한 주류기업 모에헤네시가 1987년 합병하며 시작됐다. 국내에서도 인기가 많은 티파니, 크리스챤 디올, 펜디, 지방시, 셀린, 불가리 등이 모두 이 산하에 있다. LVMH는 미디어 기업 레제코-르파리지앵 그룹도 자회사로 소유하고 있다.거대한 명품 제국을 세운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74)은 LVMH의 매출을 1989년 32억 유로(약 4조7000억 원)에서 지난해 792억 유로(115조7000억 원)로 키웠다. 설립 33년 만에 매출을 25배로 불린 셈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억눌렸던 소비가 폭발하는 ‘보복 소비’로 매출이 크게 늘었다. 기업 가치가 높아지며 아르노 회장은 지난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제치고 세계 부호 1위 자리에 올랐다. 포브스 ‘억만장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그의 재산 총액은 2110억 달러(약 280조 원)다.LVMH를 움직이는 사람들은 아르노 회장이 두 번의 결혼에서 낳은 딸 하나와 아들 넷이다. 첫째 딸 델핀(48)은 크리스챤 디올 CEO를, 둘째 앙투안(45)은 크리스챤 디올 SE의 CEO를, 셋째 알렉상드르(30)는 티파니 부사장을 맡고 있다. 리사와 열애설을 낳은 넷째 프레데리크(28)는 태그호이어 CEO, 막내 장(24)은 루이뷔통 시계 임원이다.●“국가 안의 국가”이 명품 거물은 프랑스 정계에서도 큰손이다. 프랑스 일간 르 몽드는 최근 이 기업의 영향력을 다룬 기획 기사에서 “LVMH는 국가 안의 국가”라며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의 친분도 소개했다. 르 몽드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 부부는 2021년 6월 21일 재단장을 마친 파리의 사마리탄 백화점 개점식에 참여했는데 현직 프랑스 대통령이 백화점 개점식에 참석한 건 처음이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LVMH는 프랑스의 천재”라고 치켜세웠다.마크롱 대통령의 부인 브리지트 여사의 행사에도 LVMH 일가가 참여해 눈길을 끈다. 브리지트 여사가 후원하는 어린이 병원 후원 행사에 아르노 회장 일가가 함께 하곤 한다. 올해 1월 파리에서 열린 블랙핑크 콘서트에서 마크롱 대통령이 찍은 사진을 아르노 회장의 한 아들이 소셜미디어에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세금, 올림픽 두고 정부와 ‘밀당’명품 거물과 정부는 훈훈한 유대 속에 ‘밀당’도 계속한다. 가브리엘 아탈 예산 장관이 부자들을 ‘탈세자’로 표현하자 아르노 회장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클레망 본 교통부 장관은 개인용 제트기에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내놔 LVMH의 심기를 건드리기도 했다. 그는 이후 파리의 한 디너 파티에서 아르노 가(家)의 넷째 프레데리크에게 “나는 부유층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며 대립을 피하려 했다. LVMH의 정계 영향력이 워낙 막대해 장관들도 눈치를 보고 있는 셈이다.정부가 2024 파리 올림픽 파트너로 LVMH를 영입하는 과정에서도 엘리제궁과 LVMH 일가의 긴장이 팽팽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올해 3월 현지 방송 TF1에서 높은 이익을 내는 기업들을 조롱하자 아르노 회장은 올림픽 조직위와 한 때 대화를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신경전 끝에 아르노 회장은 결국 파트너 요청을 받아들이며 “내가 포기해야 했던 유일한 일”이라고 말했다고 르 몽드는 전했다. 아르노 회장은 요즘 K콘텐츠가 뜨면서 프랑스에서 핫한 한국의 기업들에도 관심을 보였다. 올 6월 파리에서 열린 프랑스 최대 스타트업 박람회 ‘비바테크’에 참여한 중소벤처기업부와 오픈이노베이션 방안을 논의했다고 한다. LVMH가 한국 기업들과는 어떤 시너지를 낼지 주목된다.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에서 불거지는 경제 이슈가 부쩍 늘었습니다. 경제 분야 취재 경험과 유럽 특파원으로 접하는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담아 유럽 경제를 풀어드리겠습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3-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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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시스트가 되는 법’ 伊작가 미켈라 무르자 암투병 끝 별세…향년 51세

    소셜미디어 시대 파시즘이 어떻게 탄생하는지를 해학적으로 보여주는 책 ‘파시스트 되는 법’으로 국내에서도 유명한 이탈리아 작가 미켈라 무르자가 10일(현지 시간) 별세했다. 향년 51세.이탈리아 안사 통신은 무르자가 몇 달 전 신장암 4기 판정을 받고 투병 끝에 이날 수도 로마에서 숨을 거뒀다고 전했다. 이탈리아 사르데냐섬 출신인 무르자는 소설가, 극작가 등으로 활동했고 성평등, 반파시즘 운동에 앞장서 현존하는 이탈리아 최고의 지성인으로 불렸다. 그는 등단 전 상점 점원, 세무 직원, 야간 경비 등 다양한 직업을 경험했다. 2006년 첫 소설 ‘세상은 알아야 한다’는 대기업 콜센터 직원으로 일하며 겪었던 불평등과 비정규직의 현실 등을 바탕으로 출간했으며 연극, 영화로도 제작됐다. 이어 안락사를 둘러싼 삶과 죽음의 양면성을 그린 ‘아카바도라’, 여성 폭력을 다룬 ‘사랑해서 죽였다고, 헛소리!’ 등 사회 참여적인 작품을 다수 출간했다. 2018년 ‘파시스트 되는 법’은 반(反)난민, 소수자 혐오 등 세계 각지에서 부상한 극우 포퓰리즘을 풍자적으로 묘사해 이탈리아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었고 한국을 비롯한 10여 개국에 번역, 출간됐다.극우 성향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무르자는 나와는 악명이 높을 만큼 다른 자신의 생각을 옹호하기 위해 싸운 여성이었고, 나는 이 점을 매우 존경한다”라고 밝혔다. 앞서 무르자는 7월 배우 겸 감독인 로렌초 테렌치와 결혼했다. 무르자의 장례식은 12일 로마 포폴로광장 교회에서 치러진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3-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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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다운 한국 알리려” 푸른눈 사제 伊서 출간

    경기 성남시에서 노숙인 무료급식소 ‘안나의 집’을 운영하는 ‘푸른 눈의 사제’ 김하종 신부(66·사진)가 최근 고국 이탈리아에서 자전적 에세이 ‘사랑의 요리사(Chef Per Amore)’를 펴냈다. 김 신부는 이탈리아 수도 로마에 있는 주교황청 한국대사관에서 10일(현지 시간) 출판기념회를 열고 “한국과 한국인들이 아름다워서 그 아름다움을 이 책으로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2021년 그의 나눔 의지를 밝힌 산문집 ‘사랑이 밥 먹여준다’를 출간한 바 있다. 1987년 사제품을 받은 김 신부는 1990년 오블라티 선교수도회에서 한국에 파견된 최초의 선교사다. 김 신부는 빈첸시오 보르도란 이름을 한국에서 ‘하느님의 종’이란 뜻의 김하종으로 개명했다. 1992년 경기 성남시에서 빈민 사목을 시작했고 1997년 외환위기 이후엔 늘어난 노숙인을 돕기 위해 1998년 ‘안나의 집’을 열었다. 지난해 8월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이곳에서 배식 및 설거지 봉사 활동을 한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3-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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