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아

조은아 기자

동아일보 해외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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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사를 쉽게 풀어드립니다. 은퇴재테크 서적 ‘지금 당장 금퇴 공부’를 펴냈습니다.

achim@donga.com

취재분야

2024-04-21~2024-05-21
국제일반31%
유럽/EU16%
사회일반13%
인사일반13%
러시아6%
칼럼6%
중국6%
국제인물3%
국제정세3%
정치일반3%
  • [단독]조직위 “새만금 떠나면 우리 소관 아니다” 책임회피 논란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조직위원회 측이 대원들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 비용을 누가 부담해야 하는지 문의한 공무원에게 “우리 소관이 아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11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시립대에 머무는 대만 대원 597명을 지원하기 위해 파견된 서울시 팀장급 직원은 10일 오전 조직위 안전관리본부에 전화를 걸었다. 대원 중 일부가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싶다고 서울시 측에 요청해 검사비를 누가 부담해야 하는지 문의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전화를 받은 조직위 관계자는 “왜 조직위에 전화하나. (대원들이) 새만금을 떠나는 순간 우리 소관이 아니다”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한다. 결국 서울시는 내부 논의를 거쳐 “검사 비용은 대원이 자비로 부담해야 한다”고 대만 측에 안내했다. 이에 조직위 관계자는 “조직위 차원의 즉각 대응이 어렵다는 취지였다”라고 해명했다. 잼버리 주무 부처인 여성가족부 직원들이 지원 업무 도중 복귀하는 일도 벌어졌다. 시립대에 파견된 여가부 직원들은 10일 출근한 지 1시간도 안 돼 “본부에서 복귀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며 여가부로 복귀했다. 당시 직원들은 태풍 ‘카눈’의 북상으로 야외 활동이 취소되자 급하게 실내 프로그램 섭외 전화를 돌리고 있었다고 한다. 여가부 관계자는 “일부 부서에서 업무 때문에 공무원들을 복귀시키다 벌어진 일”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프랑스 유력 일간 르몽드는 10일(현지 시간) 이번 잼버리에 대해 1171억 원의 예산을 들이고도 폭염 등의 준비가 미흡했던 점에 의문을 제기하며 “(잼버리의) 공금횡령 의혹으로 ‘정치적 스캔들’로 변했다”고 지적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achim@donga.com}

    • 2023-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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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阿 난민선, 伊최남단 해역서 침몰… 41명 숨져

    이탈리아 최남단 람페두사섬 인근 해역에서 난파선이 침몰해 이민자 41명이 숨졌다고 영국 BBC방송 등이 9일 보도했다. 올해 들어 북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건너오는 도중 숨진 이민자가 1800명을 넘어서며 ‘유럽 보트피플’ 위기가 더욱 고조되고 있다. BBC에 따르면 난파선에서 살아남아 이날 람페두사섬에 도착한 이민자 4명은 구조대원들에게 북아프리카 튀니지의 스팍스에서 출발해 이탈리아로 가는 도중에 배가 침몰해 같은 배에 타고 있던 41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스팍스는 람페두사에서 약 130km 떨어진 항구도시다.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가난을 피해 유럽으로 가려는 이민자들이 이곳에서 이탈리아로 가는 밀항선에 오른다. 이탈리아 당국과 인권단체들은 최근 며칠간 람페두사섬에 도착한 2000명가량을 구조했다. 올해 들어서만 북아프리카에서 1800명 이상이 바다를 통해 유럽으로 건너오다 숨졌다고 BBC는 전했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올해 지중해를 건너 유럽에 도착한 이민자는 6월 초 기준 7만1136명으로, 올해 말까지 인원을 합치면 2017년(18만5139명) 이후 6년 만에 최다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튀니지는 올 들어 자국 해안에서 발견된 이민자 익사체가 901구에 이른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이 중 외국인 이민자가 267명, 튀니지인이 36명이고 나머지는 신원이 확인되지 않았다. 이민자들은 인신 매매업자들이 운영하는 열악한 선박을 타고 남유럽으로 밀항하다 사고를 당하고 있다. 선박은 과밀 상태에 안전장치가 거의 없는 데다 침몰 후 구조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다수가 사망하는 비극이 이어지고 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3-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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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탈리아 최남단 해역서 난민선 침몰… 41명 숨져

    이탈리아 최남단 람페두사섬 인근 해역에서 난파선이 침몰해 이민자 41명이 숨졌다고 영국 BBC방송 등이 9일 보도했다. 올해 들어 북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건너오는 도중 숨진 이민자가 1800명을 넘어서며 ‘유럽 포트피플’ 위기가 더욱 고조되고 있다.BBC에 따르면 난파선에서 살아남아 이날 람페두사섬에 도착한 이민자 4명은 구조대원들에게 북아프리카 튀니지의 스팍스에서 출발해 이탈리아로 가는 도중에 배가 침몰해 같은 배에 타고 있던 41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스팍스는 람페두사에서 약 130km 떨어진 항구도시다.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가난을 피해 유럽으로 가려는 이민자들이 이곳에서 이탈리아로 가는 밀항선에 오른다. 이탈리아 당국과 인권 단체들은 최근 며칠 간 람페두사섬에 도착한 2000명가량을 구조했다. 올해 들어서만 북아프리카에서 1800명 이상이 바다를 통해 유럽으로 건너오다 숨졌다고 BBC는 전했다.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올해 지중해를 건너 유럽에 도착한 이민자는 6월 초 기준 7만1136명으로, 올해 말까지 인원을 합치면 2017년(18만5139명) 이후 6년 만에 최다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튀니지는 올 들어 자국 해안에서 발견된 이민자 익사체가 901구에 이른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이 중 외국인 이민자가 267명, 튀니지인은 36명으로 나머지는 신원이 확인되지 않았다.이민자들은 인신 매매업자들이 운영하는 열악한 선박을 타고 남유럽으로 밀항하다 사고를 당하고 있다. 선박은 과밀 상태에 안전장치가 거의 없는 데다 침몰 후 구조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다수가 사망하는 비극이 이어지고 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3-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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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伊 “이자장사 은행에 40% 횡재세 부과”…유럽 도입 확산

    이탈리아가 고금리로 많은 수익을 얻은 자국 은행에 40%의 ‘횡재세’를 부과하기로 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8일 보도했다. 고물가, 고금리 등에 따른 서민 불만이 가중되면서 이탈리아 외에도 스페인, 헝가리 등 유럽 주요국이 잇달아 횡재세를 도입하고 있다. 다만 ‘세금 폭탄’ 우려에 은행주 주가가 급락하자 조르자 멜로니 정권은 “세금 상한을 두겠다”며 수습에 나섰다. 한때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했던 유럽중앙은행(ECB)은 전 세계적인 금리인상 기조에 맞춰 최근 기준금리를 연 4.25%까지 올렸다. 이 기간 동안 일반 은행이 대출 금리를 올리는 만큼 예금 금리는 충분히 올리지 않아 이 ‘이자 장사’에 따른 소비자 부담이 커졌다고 멜로니 정권은 보고 있다. 이에 횡재세를 도입해 은행들이 예금 금리를 올리도록 유도하고, 세금으로 얻은 수익은 서민 지원에 쓰겠다는 취지다. 이탈리아 금융권은 반발했다. 이들은 과도한 세금 부담으로 경영에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8일 이탈리아 은행주 지수 또한 7.3% 급락했다. 유로존 은행지수(SX7E)는 3.7% 하락하는 등 유럽 금융권으로 불안이 확산됐다.시장이 출렁이자 멜로니 정권은 횡재세의 부과 금액에 일정 상한을 두겠다고 밝혔다. 은행권이 번 돈에 무차별적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순이자 소득에 대해서만 일정 부분 세금을 매기겠다는 의미다. 한 관계자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재무부가 시장 불안을 부분적으로나마 진정시킬 해결책을 찾으려 서둘렀다”고 설명했다.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국제 유가가 급등하자 지난해 영국, 독일 등은 고유가 시대에 많은 이윤을 남긴 주요 에너지 기업에 횡재세를 부과했다. 은행권에 횡재세를 도입하는 국가도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된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3-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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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英스카우트 “폭염-위생 우려 수차례 제기… 개선 안돼”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의 최대 참가국인 영국 스카우트는 대원들이 1인당 참가비로 약 600만 원을 지출했고, 모금 등을 통해 어렵게 참가비를 마련한 사례가 많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 주최 측에 폭염과 위생 문제를 반복해서 제기했지만 개선되지 않았다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맷 하이드 영국 스카우트연맹 대표는 7일(현지 시간) 대원들이 이번 잼버리 참가비로 약 3500파운드(약 588만 원)를 지출했고, 모금 활동으로 비용을 마련한 대원들이 많다고 말했다고 영국 BBC방송이 전했다. 참가 대원인 개브리엘라 양(16)의 아버지 올라프 클레이턴 씨는 “딸이 참가비 마련을 위해 18개월간 빵을 구워 팔고 영어를 가르치고 식당에서 일했다”며 “철수를 하다니 매우 실망스럽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영국 스카우트 측은 주최 측 대응에 실망을 감추지 않았다. 하이드 대표는 “그늘 부족, 식이요법이 필요한 대원들을 위한 음식 미비, 열악한 위생, 의료 서비스 부족 등 4가지가 문제였다”며 “잼버리 참가 전부터, 그리고 행사 중에도 이런 우려를 여러 번 제기했고 시정될 것이란 약속을 받았는데 시정되진 않았다”고 했다. 영국 스카우트연맹의 재정 부담도 호소했다. 하이드 대표는 “(야영장 철수 뒤) 호텔 이동에 100만 파운드(약 16억8000만 원) 이상 들었으며, 이는 앞으로 3∼5년간 영국 스카우트가 계획한 일을 할 수 없게 된다는 의미”라고 털어놨다. 아흐마드 알헨다위 세계스카우트연맹 사무총장은 8일 성명을 통해 “잼버리 100년 역사상 이렇게 복합적인 어려움에 직면한 것은 처음”이라면서 “전례 없는 폭염에 이어 태풍까지 겹쳐 운이 좋지 않았다(unlucky)”고 말했다. 이어 야영지 조기 철수에 대해 “계획을 변경하게 돼 실망스럽다”고 밝혔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3-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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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英스카우트 “폭염-위생 우려 수차례 제기했지만 개선 안돼”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의 최대 참가국인 영국 스카우트는 대원들이 1인당 참가비로 약 600만 원을 지출했고, 모금 등을 통해 어렵게 참가비를 마련한 사례가 많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 주최 측에 폭염과 위생 문제를 반복해서 제기했지만 개선되지 않았다며 실망감을 드러냈다.맷 하이드 영국 스카우트연맹 대표는 7일(현지 시간) 대원들이 이번 잼버리 참가비로 약 3500파운드(약 588만 원)를 지출했고, 모금 활동으로 비용을 마련한 대원들이 많다고 말했다고 영국 BBC방송이 전했다. 참가 대원인 가브리엘라(16) 양의 아버지 올라프 클레이튼 씨는 “딸이 참가비 마련을 위해 18개월간 빵을 구워 팔고 영어를 가르치고 식당에서 일했다”며 “철수를 하다니 매우 실망스럽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영국 스카우트 측은 주최 측 대응에 실망을 감추지 않았다. 하이드 대표는 “그늘 부족, 식이요법이 필요한 대원들을 위한 음식 미비, 열악한 위생, 의료 서비스 부족 등 4가지가 문제였다”며 “잼버리 참가 전부터, 그리고 행사 중에도 이런 우려를 여러 번 제기했고 시정될 것이란 약속을 받았는데 시정되진 않았다”고 했다.영국 스카우트연맹의 재정 부담도 호소했다. 하이드 대표는 “호텔 이동으로 인한 비용이 100만 파운드(약 16억8000만 원) 이상이며, 이는 앞으로 3∼5년간 영국 스카우트가 계획한 일을 할 수 없게 된다는 의미”라고 털어놨다. 그는 이번 파행에 대한 철저하고 독립적인 조사도 촉구했다.영국 스카우트는 이번 잼버리 참가국들 중 가장 많은 4500여 명의 대원을 파견했다. 폭염으로 온열 질환자가 발생하고 위생 문제가 심각하다고 판단하자 4일 참가국 중 처음으로 야영장 철수를 결정하고 5일부터 서울 호텔로 이동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3-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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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8도’ 포르투갈 청년대회, 앱으로 폭염 경고-분수대에 물탱크도

    유럽 대부분이 폭염으로 시달리고 있는 5일(현지 시간) 포르투갈 수도 리스본에는 가톨릭 세계청년대회에 참가하러 세계 각국에서 온 청년 가톨릭교도 약 150만 명이 모였다. 한국 못지않은 고온에 온열질환자 발생이 우려됐지만 주최 측은 스마트폰을 통해 폭염 경고를 내리고 탈수 방지를 위한 지침을 안내하는 등 세심하게 대비하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로이터통신과 AP통신에 따르면 이날 리스본 최고기온은 섭씨 38도에 이르렀다. 150만 청년들은 대회장인 리스본 외곽 테호공원에 운집했다. 축구장(7140㎡) 140면 넓이인 100ha에 달하는 대회장에서 참가자들은 6일 예정된 미사에서 좋은 자리를 맡기 위해 텐트를 치고 밤을 지새우기도 했다. 주최 측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폭염이 어느 정도인지 알려주는 경고를 보내고 탈수 증상을 막기 위해 틈틈이 물을 마시고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라고 권고하는 등 주의를 기울였다. 앱에서는 현장 기온은 물론이고 응급시설 및 주요국 대사관을 비롯한 비상 연락망도 공지됐다. 대회장에는 그늘을 제공할 만한 나무나 구조물은 없었지만 주최 측은 참가자들이 쉽게 물을 마실 수 있도록 분수대를 설치했고 수도 시설도 400군데 새로 설치했다. 참가자들은 분수대 안에 뛰어들어 더위를 식히기도 했다. 또 참가자들에게 모자도 제공했다. 대회장 곳곳에선 물탱크가 달린 트랙터 수십 대를 운행하며 물을 뿌려댔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포르투갈 국가비상시민안전 당국은 6일 미사 도중에도 폭염에 대비한 분무 시설을 가동할 준비가 됐다고 3일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올해 37회째를 맞는 가톨릭 세계청년대회는 복음 전파를 위해 열리는 가톨릭 최대 행사로 꼽힌다. 교황이 선정한 도시에서 2∼4년 간격으로 개최되며 교황도 참석한다. 다른 종교를 믿는 청년이나 무신론자도 참석할 수 있다. 올해는 리스본에서 1일부터 6일간 열렸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3-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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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크라, 흑해 러 해군기지 드론 공격… 러 본토로 다가선 전쟁

    ‘흑해’가 우크라이나 전쟁의 새로운 격전지로 떠올랐다.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침공 후 두 나라는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남동부 마리우폴 헤르손 자포리자 등에서 격전을 벌였다. 이 지역에서 양측 모두 교착 국면에 빠진 데다 우크라이나가 최근 흑해의 러시아군 기간시설에 대한 잇따른 공격으로 주도권 탈환을 노리면서 흑해 일대의 긴장이 부쩍 높아졌다. 5, 6일 양일간 사우디아라비아 2대 도시 지다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및 평화 방안을 논의하는 ‘우크라이나 평화 회의’가 열렸다. 한국, 미국, 중국, 인도 등 총 40여 개국이 참석했다. 러시아는 불참했다. 우크라이나는 이번 회의에서 “지난달 흑해곡물협정을 전격 파기한 러시아로 인해 전 세계적 식량 위기가 가중되고 있다”며 반러 여론을 형성하고 있다.● 우크라, 흑해서 드론 공격 vs 러는 ‘킨잘’ 보복 러시아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4일 해상 무인기(드론)를 이용해 흑해 요충지 노보로시스크의 러시아 해군기지에 정박 중인 군함 ‘올레네고르스키 고르냐크’함을 공격했다. 우크라이나 정보 당국자는 “TNT 폭약 450kg을 적재한 무인기로 공격했다. 군함이 심한 손상을 입어 임무를 수행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 해안을 공격한 것은 처음이다. 노보로시스크항은 러시아산 원유를 수출하는 주요 통로여서 경제적 가치도 크다. 우크라이나는 5일 흑해와 아조우해를 잇는 크림반도 인근 케르치 해협에서도 러시아 민간 유조선 ‘SIG’를 역시 해상 무인기로 공격했다. 러시아도 반격했다. 러시아군은 5일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 순항 미사일 ‘칼리브르’, 유도 폭탄 등을 이용해 남부 자포리자, 서부 흐멜니츠키, 북동부 하르키우 등을 공격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텔레그램으로 우크라이나를 격렬히 비난했다. 유조선 공격에 따른 원유 유출 가능성 등을 거론하며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쓰레기들이 흑해의 ‘생태학적 재앙’을 부추긴다”고 했다. 흑해를 둘러싼 양측 충돌은 더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 우크라이나는 전쟁의 주 무대를 자국 남동부와 동부에서 러시아 영토로 옮기려 시도하고 있다. 올 6월 육로를 통한 대반격을 시작했지만 러시아의 방어에 밀려 좀처럼 진격 속도를 내지 못하자 상대적으로 비어 있는 흑해를 노린다는 심산이다. 러시아가 지난달 우크라이나의 주요 산업인 곡물 수출업을 방해하기 위해 전쟁 중에도 우크라이나산 곡물의 안전한 수출을 보장해왔던 ‘흑해곡물협정’의 연장을 전격 파기한 것도 양측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우크라이나군 또한 성명을 통해 “노보로시스크, 아나파 등 러시아의 흑해 항구 6곳은 전쟁 위험 지역”이라고 맞섰다. 이 6개 항구로 향하는 모든 러시아 선박을 군사 표적으로 간주한다는 의미다.● 빈 살만도 ‘우크라 중재자’ 자처 사우디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전쟁의 중재자를 자처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평화회의에는 인도 브라질 인도네시아 멕시코 이집트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중 어느 편도 들지 않은 중립국 상당수가 참여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5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회의에서 식량 안보 의제가 다뤄질 것”이라며 러시아의 곡물협정 파기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을 촉구했다. 우크라이나산 곡물을 수급받지 못하는 아프리카 빈국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며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줄곧 인권 탄압 비판을 받아 온 무함마드 왕세자 또한 이번 회의를 통해 이미지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그가 중동을 뛰어넘는 영향력을 지닌 지도자라는 면모를 보일 기회를 얻었다”고 평했다.김보라 기자 puple@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3-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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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8도’ 포르투갈 청년대회, 앱으로 폭염 경고-분수대에 물탱크도

    유럽 대부분이 폭염으로 시달리고 있는 5일(현지 시간) 포르투갈 수도 리스본에는 가톨릭 세계청년대회에 참가하러 세계 각국에서 온 청년 가톨릭교도 약 150만 명이 모였다. 한국 못지 않은 고온에 온열질환자 발생이 우려됐지만 주최 측은 스마트폰을 통해 폭염 경고를 내리고 탈수 방지를 위한 지침을 안내하는 등 세심하게 대비하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로이터 통신과 AP 통신에 따르면 이날 리스본 최고기온은 섭씨 38도에 이르렀다. 150만 청년들은 대회장인 리스본 외곽 테호공원에 운집했다. 축구장(0.714ha) 140면 넒이인 100ha에 달하는 대회장에서 참가자들은 6일 예정된 미사에서 좋은 자리를 맡기 위해 텐트를 치고 밤을 지새우기도 했다.주최 측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폭염이 어느 정도인지 알려주는 경고를 보내고 탈수 증상을 막기 위해 틈틈이 물을 마시고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라고 권고하는 등 주의를 기울였다. 앱에서는 현장 기온은 물론이고 응급시설 및 주요국 대사관을 비롯한 비상 연락망도 공지됐다.대회장에는 그늘을 제공할 만한 나무나 구조물은 없었지만 주최 측은 참가자들이 쉽게 물을 마실 수 있도록 분수대를 설치했고 수도 시설도 400군데 새로 설치했다. 참가자들은 분수대 안에 뛰어들어 더위를 식히기도 했다. 또 참가자들에게 모자도 제공했다. 대회장 곳곳에는 물탱크가 달린 트랙터가 수십 대 운행하며 물을 뿌려댔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포르투갈 국가비상시민안전 당국은 6일 미사 도중에도 폭염에 대비한 분무 시설을 가동할 준비가 됐다고 3일 기자회견에서 밝혔다.참가자들은 스스로 더위를 피하는 방법을 고안해내기도 했다. 란 영 모데스타 청 씨는 “쓰레기통을 이용해 그늘을 만들었다”며 “더럽고 냄새도 나서 불편했지만 어느 순간 우리 텐트처럼 됐다. 일종의 기적 같다”고 말했다.올해 37회째를 맞는 가톨릭 세계청년대회는 복음 전파를 위해 열리는 가톨릭 최대 행사로 꼽힌다. 교황이 선정한 도시에서 2~4년 간격으로 개최되며 교황도 참석한다. 다른 종교를 믿는 청년이나 무신론자도 참석할 수 있다. 올해는 리스본에서 1일부터 6일간 열렸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3-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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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식가’ 프랑스 사람들도 식비 줄였다[조은아의 유로노믹스]

    며칠 전 프랑스 파리의 한 마트에서 다음 날 아침식사용 식재료를 샀다. 장바구니엔 네 가족이 먹을 샌드위치 재료와 과일과 야채 약간만 담겼다. 지갑을 열 부담이 느껴질 수준이 아니었다. 하지만 실제 영수증에 찍힌 액수는 거의 30유로(약 4만2000원). 외식비를 아끼려 굳이 장을 보러 갔건만 외식비 만만치 않은 돈이 나가버렸다. 바쁜 아침 샌드위치를 만드는 수고와 이 액수를 생각하면 동네 빵집에서 샌드위치 네 개를 사서 먹는 게 나을 뻔했다.사실 1년 전만 해도 파리의 식재료 가격이 이 정도는 높게 체감되진 않았다. 그간 물가가 많이 뛰긴 뛴 것이다. 오죽하면 음식에 진심인 프랑스인들조차 사상 처음으로 외식비가 아닌 식품 소비마저 줄이기 시작했을까. ● 프랑스인들 식비 처음으로 줄였다프랑스인들은 외식뿐 아니라 집밥 식재료 소비까지 줄이며 ‘짠물 소비’에 안간힘이다. 프랑스 통계청(INSEE)에 따르면 올 6월 식품 소비는 2021년 12월 대비 10% 감소했다. 프랑수아 지롤프 프랑스 경제전망연구소(OFCE) 경제학자는 “INSEE가 관련 통계를 집계한 1980년 이후 사상 처음으로 가정의 식품소비가 감소했다”고 밝혔다.‘미식의 나라’ 프랑스인들이 식비마저 줄일 정도로 소비가 위축된 건 멈추지 않는 물가 고공행진 때문이다. 프랑스 월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최근 1년간 5~6%대를 이어왔다. 프랑스 물가 수준은 유럽 내에선 그나마 비교적 양호한 편이다. 유럽 다른 국가들 물가는 더 높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유럽연합(EU) 회원국 간 비교를 위해 사용하는 물가지표(HICP)를 보면 6월 프랑스는 5.3% 올랐다. 하지만 EU 회원국 평균 물가 상승률은 이보다 더 높은 6.4%였다. ECB 물가안정 목표치인 2%에 미치려면 한참 멀어 보인다. 단순 비교하긴 힘들지만 미국은 이에 비하면 안정을 찾고 있다. 지난해 여름 8~9%대까지 치솟던 미국 물가상승률은 올 6월 3%대다. ● 유럽 물가가 유독 비싼 이유유럽 물가는 왜 유독 안정을 찾지 못하는 걸까. 소비자 가격에 포함되는 원자재 가격, 인건비가 유럽에서 유독 올랐기 때문이다.우선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같은 유럽 지역 국가들이 ‘곡물가 폭탄’을 안았다. 세계 밀 수출 1위국인 러시아, 4위국인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하며 유럽의 곡물 수급이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여기에 러시아가 에너지를 무기화하며 유럽 국가로 흐르는 가스관을 잠근 영향이 컸다.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가 높은 유럽 국가들이 가격 폭등에 고스란히 노출됐다. 유럽 국가들은 최근 들어 러시아산 에너지 비중을 줄였지만 그간 의존도가 워낙 높았다. 유럽에너지규제위원회(ACER)에 따르면 전쟁 전인 2020년 국가별 가스 공급량 중 러시아산 비중은 핀란드, 라트비아가 각각 90%대, 불가리아는 70%대였다. 특히 유럽 경제의 맏형인 독일마저 가스 공급의 50%가량을 러시아산에 의존했다. 독일 소비자는 물론 기업들은 에너지 값을 감당하지 못해 경영난에 시달렸다. 결국 러시아 에너지 무기화는 독일 경제를 경기 침체 위험으로 내몰았다.유럽 국가들의 실업률은 비교적 낮은 반면 인력 수요가 많은 영향도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고용주들이 근로자들을 유치하기 위해 임금을 인상하게 되니 결국 식품 기업을 비롯해 전반적인 기업들의 생산비용이 올랐다”고 분석했다.● 달라진 ECB, 금리 인상 멈추나유럽 물가가 여전히 높으니 ECB는 계속 기준금리 인상으로 물가를 억제할 법하다. 하지만 ECB가 최근 들어 금리 인상 기조를 마무리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ECB는 7월 27일 금리를 연 4.25%로 0.25%포인트 올려 9회 연속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시장에 예전과 다른 신호를 보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7월 30일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와 인터뷰에서 “일각에서 (다음 통화정책 회의가 열리는) 9월 마지막 기준금리 인상이 있을 것이라고 한다”며 “금리 추가 인상이나 동결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 기조를 멈출 수 있음을 시사한 셈이다.다만 그는 동시에 “9월이든 언제든 금리를 동결해도 반드시 (금리 동결이) 최종적인 것은 아니다”라며 “인플레이션이 목표치(2%)로 지속적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금리의 향방을 알쏭달쏭하게 제시했다. 혹시나 9월 금리가 동결돼도 이후에 여전히 물가가 높으면 금리가 추가 인상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ECB가 여전한 고물가 속에서도 금리 동결 가능성을 내비친 건 경기 침체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ECB가 기준금리 동결을 고려한 이유로 유럽 자산 가격의 급락 우려가 꼽히고 있다”고 전했다. ECB가 경기 침체 가능성을 고려해 금리를 동결하면 물가를 다스리기 더 힘들어질 수 있다. 물론 그간 금리를 9회 높인 통화정책의 효과가 앞으로 찬찬히 나타난다면 다행일 것이다. 하지만 러시아가 7월 곡물 수출 협정을 일방적으로 종료시켜 곡물가격이 다시 급등했고, 폭염과 폭우 등 세계적 이상기후마저 작황을 어렵게 하고 있다. 물가 불안 요인이 이처럼 끝없이 터지는데 경기 침체 위험도 도사리고 있어 ECB의 고뇌가 여느 때보다도 커지고 있다.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에서 불거지는 경제 이슈가 부쩍 늘었습니다. 경제 분야 취재 경험과 유럽 특파원으로 접하는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담아 유럽 경제를 풀어드리겠습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3-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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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시아 가던 北무기, 우크라측서 압수” … 韓정부 “개연성 충분”

    우크라이나군이 북한제 무기를 사용 중이라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29일(현지 시간) 보도하면서 지난해부터 제기된 북한의 대러시아 무기 지원 의혹의 실체가 더 분명해지고 있다.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도 “북한이 무기를 지원했을 개연성은 충분하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군이 사용한 북한제 무기는 122mm 다연장 로켓탄이다. 북한은 2010년 연평도 포격 도발 당시 이 로켓탄을 사용했다. FT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우호적 국가’가 러시아군 손에 건너가기 전 이 북한제 탄을 압수해 우크라이나군에 전했다고 보도했다.● 러 지원 北 무기는 연평도 포격 때 쓴 방사포탄지난달 우크라이나 남부 자포리자 전선 일대. 우크라이나군은 ‘방-122’ 등 한글이 찍힌 로켓탄을 정비하며 포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로켓탄에는 러시아어를 발음 나는 대로 한글로 옮긴 북한식 외래어 표기법도 등장한다. 이는 FT가 이번에 사진과 함께 공개한 내용이다. ‘방’은 다연장 로켓의 북한식 명칭인 ‘방사포’를 뜻한다. 122mm 탄은 북한이 서울 등 수도권 타격을 위해 최전방 부대 등에 배치한 방사포용이다. 이 로켓탄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에서 사용 중인 옛 소련제 다연장 로켓포 그라드(BM-21)에 탑재돼 동시다발적으로 발사된다. 과거 북한은 옛 소련 등에서 그라드 다연장 로켓포와 탄을 들여오면서 이를 역설계하는 방식으로 포와 탄 등을 자체 제작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돼 122mm 탄이 빠르게 소진되자 북한에 이 무기를 여러 차례 요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 입장에선 이 로켓탄 대부분이 30∼40년이 넘은 만큼 골칫덩어리였을 것”이라며 “북한이 이 애물단지 탄을 대거 러시아로 보내면서 러시아로부터 식량 지원 등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FT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포병대 지휘관 루슬란은 “북한산 무기는 대부분 1980년대와 1990년대 제조된 것으로 표시돼 있다”며 “불발률이 높아 선호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북한이 노후화된 탄을 러시아에 제공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새로운 운송방식 시도하다 발각 가능성북한은 그동안 러시아에 대한 무기 지원 의혹이 제기되면 일관적으로 강하게 부인해왔다. 지난해 11월과 올해 1월 미 백악관이 우크라이나 침공에 가담한 러시아 용병집단 바그너그룹이 철도를 통해 북한과 무기를 거래했다며 위성사진 등을 공개했을 때도 북한과 러시아는 모두 이를 부인했다. 하지만 이번엔 로켓탄에 인쇄된 북한어까지 그대로 공개돼 북한이 더이상 무기 지원 사실을 부인하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호주를 방문 중인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도 29일(현지 시간) “러시아는 가능한 모든 곳에서 절박하게 무기를 찾고 있다”며 “북한에서, 이란에서 (이런 행보를) 볼 수 있다”고 비판했다. 최근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의 방북에 대해선 “무기 확보 차원으로 보인다”고 했다. 남주홍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은 “러시아가 고위급인 국방장관을 보낸 것이나 외교장관이 아닌 국방장관을 보냈다는 사실 등을 보면 군사적 목적의 방북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북한은 이미 시리아에 122mm 로켓탄을 공급했고 이란이나 내전 중인 아프리카 국가 등에도 무기를 공급한 전력이 있다”며 “러시아로의 살상무기 지원 가능성이 농후하다”고도 했다. 북한의 대러시아 지원은 주로 북-러를 잇는 철로를 통해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이번엔 대량 운송을 위해 ‘제3의 운송’ 방법을 시도하다 우크라이나 우방국 병력에 검문검색을 당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박철균 전 국방부 군비통제검증단 단장은 “철로를 이용하면 시베리아를 횡단해야 하는데 속도가 느린 데다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까지 너무 멀고 운송량이 적은 단점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북-러가 대량으로 더 빠르게 운송할 수 있는, 새로운 위험한 밀거래 방법을 택했다가 이번에 미국 등 제재 모니터링 시스템에 발각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 2023-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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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폴란드 “바그너용병 100명, 국경 근처로 이동”

    벨라루스에 있는 러시아 민간 용병 기업 바그너그룹 용병들이 불법 이주민으로 위장해 국경을 맞댄 폴란드로 침투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공격 위협이 잇따르며 동유럽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이 긴장하고 있다. 29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이날 폴란드 남부 글리비체 무기 공장을 방문해 “바그너그룹 부대 약 100명이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국경에 가까운 벨라루스 서부 그로드노 근처로 이동했다”고 밝혔다. 이어 “아마도 벨라루스 국경수비대로 위장해 불법 이민자들의 폴란드 입국을 돕거나, (스스로) 불법 이민자인 척하고 폴란드에 침투하려 할 것”이라며 “상황이 더 위험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국경에서 각각 15km, 30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그로드노는 양국 사이의 길이 96km 육로인 수바우키 회랑(回廊)과도 가깝다. 수바우키 회랑은 발트해 연안 러시아 영토 칼리닌그라드와 벨라루스를 연결하면서 동시에 발트 3국(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과 다른 유럽연합(EU) 국가를 잇는 유일한 육상 통로다. 러시아가 이곳을 장악하면 발트 3국과 나토의 다른 회원국을 사실상 분리할 수 있는 요충지로 꼽힌다. 폴란드는 바그너그룹 용병들의 이 같은 움직임을 정규 및 비정규전과 사이비전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공격’으로 보고 리투아니아 라트비아와 함께 벨라루스 방면 국경 폐쇄를 검토하고 있다. 마리우시 카민스키 폴란드 내무장관은 27일 국경 폐쇄 가능성에 대해 “리투아니아 라트비아와 협의 중이다. 바그너그룹이 나토와 EU 국경에서 심각한 일을 벌인다면 벨라루스의 완전한 고립을 뜻하는 조처를 결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러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와 나토의 직접 충돌 가능성에 대해 “우리는 어떤 시나리오에도 항상 준비돼 있다. 그러나 아무도 이것(충돌)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3-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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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칼럼/조은아]‘축구 경기’가 돼 버린 스페인 총선의 교훈

    투표 열기가 폭염처럼 뜨거웠던 지난주 스페인 총선 결과는 예상과 달리 미적지근했다. 제1야당인 중도 우파 국민당(PP)이 페드로 산체스 총리가 이끄는 중도 좌파 집권 사회노동당(PSOE)에 압승을 거둘 것으로 전망됐지만 실상은 달랐다. 국민당은 1위를 차지하긴 했지만 하원 전체 의석 350석 가운데 136석을 얻는 데 그쳤다. 33석을 얻은 극우 정당 복스(VOX)를 끌어들이더라도 과반 기준인 176석에 미치지 못한다. 좌파나 중도 좌파 정당과 손잡지 않으면 연립정부를 꾸리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국민당이 사회노동당과 연정을 할 이유는 없기에 벌써부터 총선을 다시 치러야 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PSOE가 122석을 얻은 데서 알 수 있듯 이번 선거에서는 정치 양극화가 두드러졌다. 투표율은 70%를 넘겼고 부재자 우편 투표가 사상 최다였다. 그만큼 좌우 양 진영이 지지자 결집에 애썼다는 얘기다. 우파 지지자는 스페인 국기 색상인 노랑과 빨강 리본을, 좌파 지지자는 무지개색 리본을 손목에 차고 거리로 나왔다. 그 결과 거대 정당인 국민당과 사회당 합산 득표율이 2019년 45%에서 65%로 뛰었다. 영국 BBC 방송을 비롯한 외신은 ‘선거가 축구 경기가 됐다’ ‘부족끼리 겨루는 격’이라고 논평했다. 이런 모습은 기성 거대 정당이 힘을 잃고 중도나 극우 성향 정당이 부상하며 다극화하는 다른 유럽 국가와 대조된다. 프랑스에서는 현대 정치사를 양분하던 우파 공화당과 좌파 사회당이 지난해 대선에서 각각 당선 의석수 5위, 10위에 그쳤다. 초라한 몰락이라는 소리가 나왔다. 독일에선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 지지율이 역대 최고인 20%대를 찍으며 올라프 숄츠 총리가 이끄는 연정에 참여하는 주요 3당을 제쳤다. 스페인 정치 양극화의 뿌리는 깊다. 1975년 파시스트 프란시스코 프랑코 독재가 막을 내린 이후 민주화 과정에서 두 진영 갈등이 깊어졌다. 좌우가 열린 토론을 제대로 하지 못해 양극화가 심해졌다는 후회 목소리가 들린다. 여기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심각해진 경제 양극화가 이념 갈등에 불을 질렀다. 지난해 10%대로 치솟은 물가를 비롯해 경제가 어려워지자 집권당에 대한 민심이 악화됐지만 물밑에서는 ‘극우를 경계해야 한다’는 심리가 견제하는 힘으로 작동했다. 달궈질 대로 달궈진 ‘양극화’라는 프라이팬에 기름을 부은 것이다. 결국 양당은 정책 대결보다는 서로에 대한 네거티브전에 좀 더 치중했고 이는 양 진영 유권자들에게 제대로 먹혔다. 유럽연합(EU) 국가들은 이런 스페인을 안타깝게 지켜보고 있다. 산적한 민생 문제를 삼켜 버린 정쟁이 경제 규모 세계 14위 국가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기 때문이다. 스페인 경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이 완화된 지난해 5.5% 성장했지만 올해는 2.1%, 내년에는 1.9% 성장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양극화가 스페인의 현대화와 개혁을 방해한다”고 지적했다. 스페인보다 경제 순위가 한 계단 앞선 13위 한국으로서는 스페인의 현실이 결코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미국 홍보(PR) 컨설팅 기업 에덜먼 조사에서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한국은 브라질 멕시코 등과 함께 ‘정치, 경제 양극화 위험국’으로 꼽혔다. 정치인도 유권자도 진영 논리에만 빠져 선거를 무조건 이겨야만 하는 축구 경기로 삼는 우를 범해 노동 금융 복지 같은 시급한 경제 개혁 과제들을 더 후퇴시켜서는 안 된다. 조은아 파리 특파원 achim@donga.com}

    • 2023-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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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그너 용병들, 폴란드 침투 가능”…동유럽 확전 긴장 고조

    벨라루스에 있는 러시아 민간 용병 기업 바그너그룹 용병들이 불법 이주민으로 위장해 국경을 맞댄 폴란드로 침투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공격 위협이 잇따르며 동유럽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이 긴장하고 있다. 29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마테우슈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이날 폴란드 남부 글리비체 무기 공장을 방문해 “바그너그룹 부대 약 100명이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국경에 가까운 벨라루스 서부 흐로드나(그로드노) 근처로 이동했다”고 밝혔다. 이어 “아마도 벨라루스 국경수비대로 위장해 불법 이민자들 폴란드 입국을 돕거나, (스스로) 불법 이민자인 척 폴란드에 침투하려고 할 것”이라며 “상황이 더 위험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국경에서 각각 15km, 30k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흐로드나는 양국 사이 길이 96km 육로인 수바우키 회랑(回廊)과도 가깝다. 수바우키 회랑은 발트해 연안 러시아 영토 칼리닌그라드와 벨라루스를 연결하면서 동시에 발트 3국(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과 다른 유럽연합(EU) 국가를 잇는 유일한 육상 통로다. 러시아가 이곳을 장악하면 발트 3국과 나토 다른 회원국을 사실상 분리할 수 있는 요충지로 꼽힌다. 폴란드는 바그너그룹 용병들의 이 같은 움직임이 정규 및 비정규전과 사이비전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공격’으로 보고 리투아니아 라트비아와 함께 벨라루스 방면 국경 폐쇄를 검토하고 있다. 마리우시 카민스키 폴란드 내무장관은 27일 국경 폐쇄 가능성에 대해 “리투아니아 라트비아와 협의 중이다. 바그너그룹이 나토와 EU 국경에서 심각한 일을 벌인다면 벨라루스의 완전한 고립을 뜻하는 조처를 결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러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와 나토의 직접 충돌 가능성에 대해 “우리는 어떤 항상 시나리오에도 준비돼 있다. 그러나 아무도 이것(충돌)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3-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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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틴의 굴욕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이 4년 만에 아프리카 국가 정상들을 초청해 회의를 열었지만 참석자는 절반도 되지 않았다.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 제재에 맞서기 위해 아프리카 국가와의 유대를 과시하려 했지만 체면을 구겼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는 27일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는 제2회 러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에 아프리카 54개국 중 21개국 정상이 참석한다고 밝혔다. 2019년 열린 제1회 회의에는 정상 43명이 참석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푸틴 대통령이 아프리카에 대한 영향력을 과신했다”고 평했다. 러시아는 민감하게 반응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미국 프랑스 등이 외교사절을 통해 명백하고 뻔뻔하게 아프리카 국가에 개입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소련 해체 이후 영향력이 약해진 아프리카를 다시 러시아 영향권으로 끌어들이는 데 공을 들였다. 그 결과 지난해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열린 유엔 총회에서 침략 규탄 성명을 채택할 때 아프리카 54개국 중 17개국이 기권하며 호응했다. 하지만 러시아가 흑해를 봉쇄해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이 원활하지 않게 되자 아프리카 기아 문제가 더욱 악화됐고, 흑해 곡물 협정을 일방적으로 종료하면서 곡물 가격이 치솟아 식량 수급에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아프리카연합(AU)은 유감을 표했고 케냐 외교부는 “(러시아가) 등에 칼을 꽂았다”고 비난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정상회의 개막 연설에서 “짐바브웨, 말리, 소말리아,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등에 곡물 2만5000∼5만 t을 무상 지원하겠다”며 진화에 나섰다. 아프리카 권위주의 정권을 보호하며 각종 이권을 챙기던 러시아 민간 용병회사 바그너그룹이 ‘36시간 무장 반란’ 이후 존립이 불안해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정상들이 신변에 위협을 느끼는 것이다. NYT는 “아프리카 정상들은 푸틴 대통령에게 바그너그룹 (존치)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외교관과 찍은 사진이 공개되기도 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3-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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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체면 구긴 푸틴…러-아프리카 정상회의 참석자 절반 ‘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4년 만에 아프리카 국가 정상들을 초청해 회의를 열었지만 참석자는 절반도 되지 않았다.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 제재에 맞서기 위해 아프리카 국가와의 유대를 과시하려 했지만 체면을 구겼다. 최근 푸틴 대통령이 흑해 곡물 협정의 일방 종료를 선언해 아프리카 지역 식량 위기가 고조된 데다 이 지역 정상들을 보호하던 러시아 민간 용병회사 바그너그룹의 운명이 불투명해지면서 생긴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6일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27일 러시아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는 제2회 러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에 아프리카 정상 21명이 참석한다고 유리 우샤코프 러시아 대통령 외교담당 보좌관이 밝혔다. 2019년 열린 제1회 회의에는 정상 45명이 참석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푸틴 대통령이 아프리카에 대한 영향력을 과신했다”고 평했다. 러시아는 민감하게 반응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참석 정상이 준 것에 대해 “미국 프랑스 등이 외교 사절을 통해 절대적으로 명백하고 뻔뻔하게 아프리카 국가에 개입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소련 해체 이후 영향력이 약해진 아프리카를 다시 러시아 영향권으로 끌어들이는 데 공을 들이며 유대를 강화해왔다. 그 결과 지난해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열린 유엔 총회가 침략 규탄 성명을 채택할 때 아프리카 54개국 중 17개국이 기권하며 호응했다. 하지만 러시아가 흑해를 봉쇄해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이 원활하지 못하자 기아 문제가 심각한 아프리카 식량난이 더욱 악화됐고 흑해 곡물 협정 종료로 곡물가격이 치솟아 식량 수급에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아프리카 55개국 연합체 아프리카연합(AU)은 유감을 표했고 케냐 외교부는 “(러시아가) 등에 칼을 꽂았다”고 비난했다. 또 ‘36시간 무장 반란’ 이후 아프리카 권위주의 정권을 보호하며 각종 이권을 챙기던 바그너그룹 존립이 불안해지자 정상들도 신변 위협을 느끼고 있다. NYT는 “이번 회담은 ‘곡물 정치’가 지배하겠지만 아프리카 수장들은 푸틴 대통령에게 바그너그룹 (존치) 압력을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3-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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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리스 산불 8일째, 관광객 등 2만명 대피… 伊 남부지역 47도 폭염, 북부선 살인 강풍

    그리스 이탈리아 등 남유럽이 이상기후에 시달리고 있다. 폭염과 폭우로 관광객이 대피하고 인명 피해도 잇따랐다. 지중해 수면은 20년 만에 가장 뜨거웠다. 25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후 그리스 수도 아테네 북쪽 휴양지 에비아섬에서 산불 진화에 투입된 소방 비행기가 추락해 2명이 숨졌다. 현장에선 불에 탄 목축업자 시신도 발견됐다. 에비아섬에서는 23일부터 산불이 발생해 소방 비행기 4대, 소방관 100명이 동원돼 진화하고 있지만 불길이 잡히지 않고 있다. 로도스섬은 18일부터 이날까지 8일째 산불이 계속됐고 관광객을 비롯해 2만 명 이상이 대피했다. 코르푸섬에서도 산불로 약 2500명이 피신했다. 지난 한 주 3만5000ha에 이르는 그리스 숲이 소실됐다고 현지 언론은 추산했다. 이탈리아 북부에선 25일 강풍이 불어 여성 2명이 숨졌다. 1억 유로(약 1400억 원) 이상의 재산 피해가 예상되자 정부는 긴급 조치를 발령할 것으로 알려졌다. 넬로 무수메치 시민보호-해양부 장관은 “내각은 비상 사태를 선언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반면 이탈리아 남부는 지속적인 폭염에 휩싸였다. 이날 기준 남부 16개 도시에서 심각한 폭염을 경고하는 적색경보가 발령됐다. 칼라브리아에서는 한 주택에 불이 나 98세 남성이 숨졌다고 ANSA통신이 전했다. 시칠리아 섬에선 26일 노인 3명이 산불로 숨졌다. 시칠리아 일부 지역은 24일 기온이 섭씨 47.6도까지 올라 2년 전 이곳에서 기록된 유럽 최고 기온(섭씨 48.8도)에 근접했다. 스페인 해양과학연구소는 이날 지중해 일평균 수면 온도가 섭씨 28.71도로 28.25도를 기록한 2003년 8월 23일 기록을 깼다고 발표했다. 포르투갈에서도 25일 오후부터 수도 리스본 서쪽에 있는 자연공원에서 산불이 번져 소방관 600여 명이 구조 작업을 벌였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3-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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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25 유엔용사, 한국에 사후안장 19명… 콜롬비아 4명도 추진

    정전협정 70주년을 맞아 국가보훈부가 콜롬비아 6·25전쟁 참전용사 유해를 국내로 봉환해 부산 유엔기념공원에 안장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1953년 정전 이후 콜롬비아 참전용사의 한국 사후 안장은 처음이다. 사후 안장이 최종 확정되면 11월경 호세 세르히오 로메로 씨 등 참전용사 4명의 유해가 본국에서 1만5000km 떨어진 한국으로 옮겨져 부산 유엔기념공원에 안장될 예정이다. 이들 참전용사들은 생전 “70여 년 전 목숨을 걸고 싸운 한국 땅에 묻히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보훈부는 전했다.●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韓에 묻히길”박민식 보훈부 장관은 24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콜롬비아 참전용사들의 사후 안장을 위해 (유엔기념공원 국제관리위원회를 구성하는) 11개국의 동의를 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콜롬비아는 중남미 국가 중 유일하게 전투부대를 파병했다. 1951년 6월 1개 보병대대를 시작으로 3차례에 걸쳐 연인원 5100여 명이 참전해 213명이 전사하고 448명이 부상을 입었다. 부산 유엔기념공원은 1974년부터 한국을 포함해 호주와 캐나다, 프랑스, 네덜란드, 뉴질랜드, 노르웨이, 남아프리카공화국, 튀르키예, 영국, 미국 등 전사자가 안장된 11개국으로 구성된 국제관리위원회가 관리를 맡고 있다. 이들 나라를 제외한 참전국 용사들의 사후 안장을 위해선 11개국의 동의가 필요하다. 유엔 참전용사의 1호 사후 안장은 2015년 프랑스 참전용사 레몽 베르나르 씨(1928∼2015)다. 이후 지금까지 19명의 참전용사가 뒤를 이었다. 이들은 생전 한국에 각별한 애정을 표하며 한국 땅에 묻어 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2010년 6·25전쟁 60주년을 맞아 본격화된 유엔 참전용사 재방한 사업으로 한국을 다녀간 뒤 사후 안장 요청이 잇따랐다고 한다. “전쟁 폐허에서 경제대국으로 도약한 한국의 발전상에 큰 감명을 받았다”며 “부산에 잠든 전우들 곁에 잠들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는 것. 지난해 6월 사후 안장된 캐나다 참전용사 존 로버트 코미어 씨(1932∼2021)는 임종 전 뇌졸중을 앓아 의사소통이 힘든 상태에서도 동생을 통해 “한국에 묻히고 싶다”는 굳은 의지를 피력했다고 한다. 보훈부 관계자는 “자신의 참전이 옳았다는 확신과 함께 희생과 헌신에 대한 자긍심을 갖게 된 것이 사후 안장을 결심하는 계기”라고 말했다. 사후 안장을 신청하는 노병들은 “한국이 제2의 고향”이라는 심경을 빼놓지 않는다는 것.● “남편, 동지들과 함께 韓에 잠들고 싶어 해” “남편은 한국에서 (같이 싸운) 동지들과 함께 잠들고 싶다고 자주 말했습니다. 한국에 묻히는 게 그의 꿈이었죠.” 지난해 11월 남편 로베르 피크나르 씨(1934∼2020) 유해의 사후 안장을 위해 한국을 찾았던 엘리안 피크나르 씨는 24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남편이 프랑스에 묻혔다면 좋았겠지만 남편이 원하던 바여서 만족한다”며 “남편의 사후 안장은 훌륭한 의식이었다. 남편이 너무 자랑스럽다. 앞으로도 남편을 만나러 한국을 찾아갈 것”이라고도 했다. 2019년 사후 안장된 영국 참전용사 윌리엄 스피크먼 씨(1927∼2018)는 한국(태극무공훈장)과 영국 정부(빅토리아 십자훈장)로부터 모두 최고 무공훈장을 받았다. 그는 2015년 방한 당시 자신의 빅토리아 십자훈장을 한국 정부에 기증하며 “죽어서도 한국을 수호하겠다”, “영국 사람들에게 늘 한국의 발전상을 전하며 ‘내가 그곳에서 싸웠다’고 자랑스럽게 말한다”며 한국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잊혀진 전쟁’의 ‘잊혀진 영웅’이 아니라 오늘날 대한민국의 평화 번영을 일궈낸 주역이라는 자긍심을 재발견하면서 유엔 참전용사들의 사후 안장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훈부는 예상하고 있다. 박 장관은 “유엔기념공원을 세계적 ‘보훈성지’로 가꾸려면 사후 안장 대상국을 더 확대하고 보훈부가 실질적으로 관리·관장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외교부에 여러 차례 관련 요청을 한 상태”라고 말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3-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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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 우크라 곡물수출 막으려… ‘나토 회원국’ 루마니아 인접, 다뉴브강 하류 창고도 공격

    우크라이나 남부 곡물 수출 항구도시 오데사를 일주일 연속 공격한 러시아가 다뉴브강 하류 곡물 창고까지 공격했다. 곡물 수출 우회로이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루마니아와 가장 가까운 곳을 타격한 것이다. 24일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오데사에서 남서쪽으로 약 200km 떨어진 다뉴브강 하류 항구마을 레니의 곡물 창고가 러시아군 드론(무인기) 공격을 받았다. 우크라이나와 루마니아 접경지인 다뉴브강 삼각주에 있는 레니는 오데사를 통한 곡물 수출을 대체할 수 있는 거점으로 꼽힌다. 레니 군사행정 책임자 올레 키퍼는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4시간 동안 이어진 드론 공격으로 7명이 다쳤으며 드론 3대를 격추했다고 밝혔다. 미 CNN에 따르면 러시아군의 레니 공격으로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밀 선물 가격은 8.5% 올랐다. 우크라이나 루마니아 몰도바 국경이 만나는 다뉴브강 삼각주 지역에서는 최근 매달 우크라이나 곡물 200만 t이 수출됐다. NYT는 이번 공격이 흑해 곡물 수출의 우회로마저 차단해 세계 식량 안보를 위협하면서 동시에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군이 나토 회원국 영토에 가장 근접한 곳을 공격해 서방과 직접 군사 대치할 확률을 높였다고 분석했다. 러시아의 이날 공격은 수도 모스크바 국방부 인근 건물 두 동이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으로 일부 파손된 뒤 이뤄졌다. 우크라이나 부총리는 “모스크바와 크림반도에 대한 드론 공격이 더 감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커린 잔피에어 미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일반적으로 우리는 (우크라이나군의) 러시아 내부 공격을 지지하지 않는다”며 러시아 본토 공격 지원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3-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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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리 오려고 1년전 예약” 유럽 관광 폭증… 박물관 입장제한-관광세 신설 등 자구책

    “지난달 중순에 온라인으로 입장권을 예약하려니 이달 말까지 매진이었어요. 직접 창구에서 표를 구하려고 왔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포기하고 갑니다.” 최근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을 찾은 네덜란드 유학생 술탄 카미야스바예브 씨는 매표소에 길게 늘어선 줄을 보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그는 “꼭 방문하고 싶은 곳이었는데 못 봐서 아쉽다”며 휴가철이 지난 뒤 다시 노려보겠다고 했다. 미국인 관광객 앨런 블록 씨는 “파리행(行) 비행기표를 1년 전 끊었고, 박물관 입장권은 6개월 전 예약했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억눌렸던 관광 수요가 분출되며 여름 휴가철을 맞은 프랑스 등 유럽에 관광객이 넘치고 있다. 유명 관광지들은 입장을 제한하고 ‘관광세’를 도입하는 등 밀려드는 인파를 밀어낼 묘안을 짜내고 있다. 프랑스 국립통계경제연구소(INSEE)에 따르면 프랑스 호텔 이용자 수는 올 1분기(1∼3월) 4260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약 19% 증가했다. 관광객들의 씀씀이도 커졌다. 팬데믹 이전엔 관광객 1인당 하루 평균 카드 결제액이 356달러(약 45만 원)였지만 올 1∼4월엔 평균 390달러(약 50만 원)였다고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전했다. 독일 숙박예약 업체 홀리두에 따르면 유럽에서 거주민 1인당 관광객 수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12명), 아일랜드 더블린(11명), 에스토니아 탈린(10명), 파리(9명) 순이었다. 거주민보다 관광객이 더 많은 것이다. 스페인관광청에 따르면 올 1∼5월 스페인을 찾은 한국인도 16만7202명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 한 해 한국인 방문객의 92.7% 수준이다. 관광객이 늘면 관광 수익이 늘어 당국이 반길 법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인파가 몰리며 관광의 질이 떨어지고 지역 주민들과 마찰이 생겨나는 ‘오버 투어리즘’ 현상에 고민이 크다.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는 “사람들이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익숙해진 한적한 관광지를 선호할 것이란 예상을 깨고 오히려 북적거리는 유명 관광지로 몰리고 있다”며 당황한 지역 사회 분위기를 전했다. 이에 루브르 박물관은 하루 방문 인원을 최근 4만5000명에서 3만 명으로 제한했다. 안전사고를 막고 쾌적한 관람을 돕기 위해서다. 건물 색상이 알록달록해 인스타그램에서 유명한 파리 크레미외 거리에는 일찍이 ‘사진 및 영상 촬영을 하지 말라’는 경고 문구가 세워졌다. 주민들이 “관광객들 소음 때문에 못 살겠다”며 민원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유럽의 다른 국가들도 마찬가지다. 스페인 발렌시아는 이르면 올해 말부터, 포르투갈의 유명 어촌 마을 올량은 조만간 최대 2유로(약 3000원)의 관광세를 부과한다. 한국 인기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촬영지인 스위스 이젤트발트에 ‘인증샷’을 찍으려는 K드라마 팬들이 몰리자 최근 지방정부는 5스위스프랑(약 7000원)의 통행료를 받기 시작했다. 이탈리아 해안 마을 포르토피노에서도 석 달 전부터 사진 촬영을 금지하고 있다. 급증하는 관광객에 에어비앤비 등 숙박시설까지 난립하자 파리, 두오모 성당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피렌체 등에서는 당국이 특정 지구에 한해 에어비앤비 신규 주택 단기 임대를 금지했다. 도심 주택들을 숙박시설이 차지하면서 실수요자들의 집 찾기가 힘들어지고 집값도 오르기 때문이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3-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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