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면 구긴 푸틴…러-아프리카 정상회의 참석자 절반 ‘뚝’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7월 27일 17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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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모스크바=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모스크바=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4년 만에 아프리카 국가 정상들을 초청해 회의를 열었지만 참석자는 절반도 되지 않았다.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 제재에 맞서기 위해 아프리카 국가와의 유대를 과시하려 했지만 체면을 구겼다.

최근 푸틴 대통령이 흑해 곡물 협정의 일방 종료를 선언해 아프리카 지역 식량 위기가 고조된 데다 이 지역 정상들을 보호하던 러시아 민간 용병회사 바그너그룹의 운명이 불투명해지면서 생긴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6일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27일 러시아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는 제2회 러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에 아프리카 정상 21명이 참석한다고 유리 우샤코프 러시아 대통령 외교담당 보좌관이 밝혔다. 2019년 열린 제1회 회의에는 정상 45명이 참석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푸틴 대통령이 아프리카에 대한 영향력을 과신했다”고 평했다.

러시아는 민감하게 반응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참석 정상이 준 것에 대해 “미국 프랑스 등이 외교 사절을 통해 절대적으로 명백하고 뻔뻔하게 아프리카 국가에 개입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소련 해체 이후 영향력이 약해진 아프리카를 다시 러시아 영향권으로 끌어들이는 데 공을 들이며 유대를 강화해왔다. 그 결과 지난해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열린 유엔 총회가 침략 규탄 성명을 채택할 때 아프리카 54개국 중 17개국이 기권하며 호응했다.

하지만 러시아가 흑해를 봉쇄해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이 원활하지 못하자 기아 문제가 심각한 아프리카 식량난이 더욱 악화됐고 흑해 곡물 협정 종료로 곡물가격이 치솟아 식량 수급에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아프리카 55개국 연합체 아프리카연합(AU)은 유감을 표했고 케냐 외교부는 “(러시아가) 등에 칼을 꽂았다”고 비난했다.

또 ‘36시간 무장 반란’ 이후 아프리카 권위주의 정권을 보호하며 각종 이권을 챙기던 바그너그룹 존립이 불안해지자 정상들도 신변 위협을 느끼고 있다. NYT는 “이번 회담은 ‘곡물 정치’가 지배하겠지만 아프리카 수장들은 푸틴 대통령에게 바그너그룹 (존치) 압력을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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