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아

조은아 기자

동아일보 해외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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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사를 쉽게 풀어드립니다. 은퇴재테크 서적 ‘지금 당장 금퇴 공부’를 펴냈습니다.

achim@donga.com

취재분야

2024-04-18~2024-05-18
국제일반35%
유럽/EU18%
인사일반12%
러시아6%
칼럼6%
중국6%
국제경제6%
사회일반6%
국제인물3%
국제정세2%
  • 러, 흑해서 곡물 선박 겨냥 실사격 훈련… 쌀 수출 1위 인도, 수출 절반 축소 ‘비상’

    흑해에서 우크라이나로 향하는 선박을 적(敵)으로 간주하겠다고 경고한 러시아가 흑해 북서 해상에서 미사일 실사격 훈련을 했다. 우크라이나는 “흑해에서 러시아로 향하는 선박이 공격받을 수 있다”며 맞섰다. 흑해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21일(현지 시간) 텔레그램 성명을 통해 “(러 해군) 흑해함대가 흑해 북서부 훈련장에서 표적함(艦)을 향해 순항미사일 사격을 했다. 표적함은 파괴됐다”고 밝혔다. 이어 “합동 훈련에서는 일시적 항행 통제된 해역을 고립시켜 위반 선박을 억류하는 조치도 취했다”고 했다. 17일 흑해곡물협정의 일방 종료를 선언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자국산 곡물 수출 대체 항로를 마련하겠다고 하자 우크라이나행 선박을 적함으로 간주하겠다고 한 데 이어 실사격 훈련까지 벌인 것.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이날 “러시아가 흑해에서 민간 선박을 공격하고 우크라이나 탓으로 돌리는 ‘가짜 깃발’ 작전을 준비하고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은 이날 나흘 연속으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항구가 있는 남부 오데사에 미사일 7발을 날려 곡물 저장소 등을 파괴했다고 오데사 주정부가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맞대응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20일 성명에서 “21일 0시부터 러시아가 통제하는 흑해 항구로 향하는 모든 선박이 공격 표적이 될 수 있다”며 “우크라이나에 위험이 될 군용 화물 운송으로 간주될 수 있다”고 밝혔다. 흑해가 긴장감에 휩싸인 가운데 우크라이나군이 논란이 된 집속탄을 전장에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우크라이나군이 최근 남동부 전선에서 집속탄을 썼다고 전했다. 집속탄은 모(母)폭탄 속의 수백 개 자(子)폭탄이 함께 터져 여러 목표를 동시다발로 공격할 수 있어 민간인 살상이 우려되는 무기다. 미국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을 제외한 세계 120여 개국에서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이 차단될 위기 속에서 세계 쌀 수출의 40%를 차지해 1위 국가인 인도가 폭우로 인한 농작물 피해 등을 이유로 기존 수출량 절반가량의 쌀 수출을 중단하기로 했다. 이날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인도 정부는 “국내 시장 쌀 공급 보장과 쌀값 상승세 진정을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인도 정부에 따르면 지난달 쌀 소매가는 한 달 전보다 3%, 지난해보다 11.5% 올랐다. 수출 금지 쌀 품목은 비바스마티 백미와 깨진 쌀로 지난해 인도 쌀 수출량 2200만 t 중 약 45%인 1000만 t을 차지한다. 농업 데이터 분석 플랫폼 ‘그로 인텔리전스’는 이번 조치로 인도산 쌀 주요 수입국인 중국 방글라데시 네팔 등에서 식량 불안이 악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 2023-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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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 흑해서 곡물 선박 겨냥 실사격 훈련…우크라, ‘맞불’ 경고

    흑해에서 우크라이나로 향하는 선박을 적(敵)으로 간주하겠다고 경고한 러시아가 흑해 북서 해상에서 미사일 실사격 훈련을 실시했다. 우크라이나는 “흑해에서 러시아로 향하는 선박이 공격받을 수 있다”며 맞섰다. 흑해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21일(현지 시간) 텔레그램 성명을 통해 “(러 해군) 흑해함대가 흑해 북서부 훈련장에서 표적함(艦)을 향해 순항미사일 사격을 했다. 표적함은 파괴됐다”고 밝혔다. 이어 “합동 훈련에서는 일시적 항행 통제된 해역을 고립시켜 위반 선박을 억류하는 조치도 취했다”고 했다. 17일 흑해곡물협정의 일방 종료를 선언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자국산 곡물 수출 대체 항로를 마련하겠다고 하자 우크라이나행 선박을 적함으로 간주하겠다고 한 데 이어 실사격 훈련까지 벌인 것. 윌리엄 번즈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이날 애스펀 안보 포럼에서 “러시아가 흑해에서 민간 선박을 공격하고 우크라이나 탓으로 돌리는 ‘가짜 깃발’ 작전을 준비하고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은 이날 나흘 연속으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항구가 있는 남부 오데사에 미사일 7발을 날려 곡물 저장소 등을 파괴했다고 오데사 주정부가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맞대응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20일 성명에서 “21일 0시부터 러시아가 통제하는 흑해 항구로 향하는 모든 선박이 공격 표적이 될 수 있다”며 “우크라이나에 위험이 될 군용 화물 운송으로 간주될 수 있다”고 밝혔다. 흑해가 긴장감에 휩싸인 가운데 우크라이나군이 논란이 된 집속탄을 전장에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우크라이나군이 최근 남동부 전선에서 집속탄을 썼다고 전했다. 집속탄은 모(母)폭탄 속에 수백 개 자(子)폭탄이 함께 터져 여러 목표를 동시다발로 공격할 수 있어 민간인 살상이 우려되는 무기다. 미국 러시아 우크라이나를 제외한 세계 120여 개국에서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이 차단될 위기 속에서 세계 쌀 수출 40%를 차지해 1위 국가인 인도가 폭우로 인한 농작물 피해 등을 이유로 기존 수출량 절반가량의 쌀 수출을 중단하기로 했다. 이날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인도 정부는 “국내 시장 쌀 공급 보장과 쌀값 상승세 진정을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인도 정부에 따르면 지난달 쌀 소매가는 한 달 전보다 3%, 지난해보다 11.5% 올랐다. 수출 금지 쌀 품목은 비바스마티 백미와 깨진 쌀로 지난해 인도 쌀 수출량 2200만 t 중 약 45%인 1000만 t을 차지한다. 농업 분야 데이터 분석 플랫폼 ‘그로 인텔리전스’는 이번 조치로 인도산 쌀 주요 수입국 중국 방글라데시 네팔 등에서 식량 불안이 악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태국 쌀 수출협회 명예회장 추끼앗 오파스웡세는 “일부 상인들은 가격이 t당 700~8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예상한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 2023-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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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학폭 가해자 부모에 법적 책임…日, 교사 폭행땐 경찰 넘겨

    해외 주요 국가에서는 학생이 교권을 침해할 경우 물리적으로 제지하거나 수업권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교권을 보호하고 있다. 미국 일부 지역에서는 학생 폭력 행위에 대해 그 부모에게 벌금을 물리는 등 책임을 묻고 있다. 미국은 교권 보호를 위해 학교장이 문제 해결 주체로 나선다. 규율을 어긴 학생을 직접 지도하거나, 그 학부모와 소통한 후에도 계속 다른 학생에게 피해를 주면 학교는 징계, 강제 전학, 혹은 법적 조치를 취한다. 체벌이 금지된 미국에서 교권이 보장될 수 있는 이유다. 최근 사이버 폭력이나 집단 괴롭힘 사건이 불거지자 일부 지역에서는 가해 학생 부모에게까지 법적 책임을 묻고 있다. 뉴욕주 노스토너원더시(市)는 2017년 학교 폭력을 자행한 학생 부모에게 최장 15일 구금이나 벌금 250달러(약 32만 원)를 물도록 하는 법을 제정했다. 위스콘신주 래피즈시 의회도 2019년 가해 학생 부모에게 최대 313달러(약 40만 원)를 부과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지난해 10월 일본 문부과학성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초중고교에서 발생한 학생 폭력 행위 중 약 12%인 9426건이 학생의 교사 폭행이다. 2020년 학부모 민원 스트레스로 생긴 정신질환 때문에 휴직한 교사는 5180명, 1개월 이상 병가를 낸 교사는 9452명이었다. 이처럼 교권 침해가 늘어나자 일본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교사 교육활동 보호 매뉴얼을 만들었다. 오사카시에서는 문제 되는 학생 행위를 5단계로 나누고 교사에게 전치 3주 이상 피해를 입히는 등 가장 높은 단계 학생은 바로 경찰에 넘긴다. 경찰은 지자체와 함께 아동자립지원시설에서 학생 갱생 프로그램을 지도한다. 기후현(縣)에서는 교사에게 위압적인 태도나 언성을 높여 화를 내는 학부모에게는 녹음을 하겠다고 알리도록 했다. 교사가 조용히 말하도록 두세 차례 주의를 줬는데도 학부모 태도가 바뀌지 않거나, 구체적인 폭력 행위나 협박 표현을 할 때는 경찰에 신고하도록 했다. 영국 정부는 교권 보호를 위해 2013년 교직원이 학생을 통제하고 제지하는 방식을 제시한 ‘타당한 처벌 권고 지침’을 마련했다. 이 지침에 따르면 훈육을 거부하는 학생을 교실 밖으로 내보내야 할 때, 학교 행사나 수학여행 등을 방해할 때, 학생이 교원이나 다른 학생을 공격할 때는 교사가 해당 학생을 처벌할 수 있다. 교사는 문제가 있는 학생들 사이에 서서 싸움을 막거나 물리적 접촉을 통해 해당 학생을 교실에서 쫓아낼 수 있다. 물론 물리적 접촉이 있을 경우 ‘학생 부상 방지를 위해 노력해야 하지만 부상을 막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제시해 교사들의 적극적 대응을 유도하고 있다. 독일에선 교사의 징계권을 법으로 보장하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지난해 11월 발간한 ‘교권 보호 제도 및 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는 교육법에 교사가 수업권을 침해 당했을 때 교장이나 교원위원회 임명 협의체가 논의해 학생 수업권을 박탈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3-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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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 “흑해 우크라行 선박, 적으로 간주”… 밀 가격 8.5% 급등

    흑해곡물협정의 일방적 종료를 선언한 러시아가 흑해를 통해 우크라이나로 향하는 선박에 대해 ‘적(敵) 선박’으로 간주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백악관은 민간 선박이 공격받을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러시아의 잇단 위협에 밀을 비롯한 곡물 가격은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최대 폭으로 상승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19일 밤 텔레그램을 통해 “흑해곡물협정 만료 및 인도주의적 해상 회랑(回廊) 종료와 관련해 모스크바 시간으로 7월 20일 0시(한국 시간 오전 6시)부터 흑해 해역에서 우크라이나 항구로 향하는 모든 선박은 잠재적 군 수송선으로 간주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선박 국적국은 우크라이나 정권 편에 선 분쟁 당사국으로 간주된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공격을 가할 수 있다는 경고로 풀이된다. 애덤 호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19일 “미국 정부 정보 소식통에 따르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항구에 접근하는 항로에 해상 기뢰를 추가 설치했다”며 흑해를 항행하는 민간 선박이 공격받을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러시아는 19, 20일 이틀 연속 미사일과 무인기(드론)로 우크라이나 주요 곡물 수출 항구가 있는 남부 오데사를 공격했다. 우크라이나 측은 오데사 항구 곡물 저장시설과 원유 저장고가 타격을 입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오데사에서 소실된 곡물은 약 6만 t으로 집계됐다. 흑해곡물협정은 러시아의 침공으로 흑해 수출 길이 막힌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을 안전하게 보장하되 러시아 식량 및 비료 수출을 방해하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유엔과 튀르키예(터키) 중재로 지난해 7월 체결됐다. 하지만 이달 17일 러시아가 자국의 요구 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일방적으로 종료를 선언했다. 우크라이나는 19일 유엔 산하 국제해사기구(IMO)에 서한을 보내 곡물 수출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 임시 운송 경로를 마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곡물 수송선을 운행하는 다른 나라에까지 위협을 가한 것이다. 세계 곡물가는 불안정해지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 밀 선물 가격은 19일 8.5% 급등해 지난해 2월 개전 이후 최대 폭으로 뛰어올랐다. 한편 지난달 ‘36시간 무장 반란’을 일으킨 뒤 행방이 묘연하던 러시아 민간 용병회사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처음으로 자신의 공식 텔레그램에 등장했다고 이날 로이터가 전했다. 프리고진은 영상을 통해 벨라루스에 도착한 자신의 병사들을 환영하며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 우리가 관여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3-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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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 “흑해해역 우크라行 선박 적으로 간주”…밀 가격 최대폭 상승

    흑해 곡물 협정의 일방적 종료를 선언한 러시아가 흑해를 통해 우크라이나로 향하는 선박에 대해 ‘적(敵) 선박’으로 간주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백악관은 민간 선박이 공격받을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러시아의 잇단 위협에 밀을 비롯한 곡물 가격은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최대 폭으로 상승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19일 밤 텔레그램을 통해 “흑해 곡물 협정 만료 및 인도주의적 해상 회랑(回廊) 종료와 관련해 모스크바 시간으로 7월 20일 0시(한국 시간 오전 6시)부터 흑해 해역에서 우크라이나 항구로 향하는 모든 선박은 잠재적 군 수송선으로 간주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선박 국적국은 우크라이나 정권 편에 선 분쟁 당사국으로 간주된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공격을 가할 수 있다는 경고로 풀이된다. 애덤 호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19일 “미국 정부 정보 소식통에 따르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항구에 접근하는 항로에 해상 기뢰를 추가 설치했다”며 흑해를 항행하는 민간 선박이 공격 받을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러시아는 19, 20일 이틀 연속 미사일과 무인기(드론)로 우크라이나 주요 곡물 수출 항구가 있는 남부 오데사를 공격했다. 우크라이나 측은 오데사 항구 곡물 저장시설과 원유 저장고가 타격을 입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오데사에서 소실된 곡물은 약 6만t으로 집계됐다. 흑해 곡물 협정은 러시아의 침공으로 흑해 수출 길이 막힌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을 안전하게 보장하되 러시아 식량 및 비료 수출을 방해하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유엔과 튀르키예(터기) 중재로 지난해 7월 체결됐다. 하지만 이달 17일 러시아가 자국의 요구 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일방적으로 종료를 선언했다. 우크라이나는 19일 유엔 산하 국제해사기구(IMO)에 서한을 보내 곡물 수출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 임시 운송 경로를 마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곡물 수송선을 운행하는 다른 나라에까지 위협을 가한 것이다. 세계 곡물가는 불안정해지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 밀 선물가격은 19일 8.5% 급등해 지난해 2월 개전 이후 최대 폭으로 뛰어 올랐다. 한편 지난달 ‘36시간 무장 반란’을 일으킨 뒤 행방이 묘연하던 러시아 민간 용병회사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처음으로 공식 영상에 등장했다고 이날 로이터가 전했다. 이 영상에서 프리고진은 벨라루스에 도착한 자신의 병사들을 환영하며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 우리가 관여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3-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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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년 최저임금 9860원… 1만원 코앞서 속도조절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가 내년 최저임금을 시간당 9860원으로 19일 결정했다. 올해(9620원)보다 240원(2.5% 인상) 오른 금액이다. ‘1만 원’을 넘을지가 초미의 관심사였지만 경제 위기, 기업들의 인건비 부담 등을 고려해 인상 속도를 조절한 것으로 보인다. 최임위는 전날(18일)부터 이어진 밤샘 회의 끝에 이날 오전 6시경 제15차 전원회의에서 2024년도 최저임금을 최종 의결했다. 주휴수당을 반영해 월급으로 환산하면 206만740원(209시간 기준)이다. 지난달 노동계는 최초안으로 1만2210원(26.9% 인상)을 제시했고 경영계는 ‘동결(9620원)’을 요구했다. 거듭된 회의 끝에 양측은 18일 8차 수정안에서 775원(노동계 1만580원, 경영계 9805원)까지 차이를 좁혔다. 이후 공익위원들이 하한 9820원(2.1% 인상), 상한 1만150원(5.5% 인상)을 ‘심의 촉진 구간’으로 제시했다. 18일 밤 12시를 넘겨 노사는 10차 수정안에서 180원(노동계 1만20원, 경영계 9840원)까지 차이를 좁혔으나 합의에는 실패했다. 이후 공익위원은 ‘9920원’을 중재안으로 제시했지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소속 근로자위원들이 반대하면서 합의가 무산됐다. 최임위는 19일 오전 노동계 제시안(1만 원)과 경영계 제시안(9860원)을 두고 표결했다. 총 26명의 위원이 참석해 경영계 안이 17표, 노동계 안이 8표를 받았고 무효(기권) 1표가 나왔다. 1988년 최저임금제도 시행 후 2016년(108일)을 넘어선 ‘역대 최장기간 심의’였다. 매년 갈등과 파행으로 치닫는 최저임금 결정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한국뿐만 아니라 주요 다른 국가들도 임금 상승 속도를 조절하는 분위기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지난해 최저임금을 25%나 끌어올렸지만 내년과 내후년에는 각각 3%만 올리기로 했다. 경제 위기, 인플레이션(급격한 물가 상승) 악화 등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최저임금 6년새 49% 올라… 공익위원들, 불황속 경영계案 몰표 1만원 앞 속도조절해 9860원공익위원 제시한 ‘9920원’ 중재안민노총 위원들 1만원 고집에 무산내년 시간당 최저임금이 ‘1만 원’을 넘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지만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의 최종 심의 결과 9860원으로 19일 결정됐다.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인상률(2.5%)이다. 최근 6년간 최저임금은 약 50% 올랐고, 주휴수당을 포함한 실질 최저임금은 이미 시간당 1만 원을 넘었다. 여기에 경제 불황으로 인한 소상공인들의 경영 악화가 한국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최임위가 속도 조절을 선택한 것은 이러한 맥락을 고려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인상률…1만 원까지 140원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 2.5%는 2021년(1.5%) 이후 가장 낮다.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기획재정부 기준 3.3%)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에 대해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은 의결 직후 “(한국) 최저임금 절대 수준이 선진국과 비교해 높고,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라며 “과거 절대 금액이 절반밖에 안 될 때는 팍팍 올라도 감내할 수 있지만 지금은 2.5% 인상도 액수로 따지면 상당한 금액”이라고 했다. 이어 “최저임금이 국민 경제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정책 변수라는 걸 인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저임금 1만 원’ 공약을 내걸었던 전임 문재인 정부 시절, 2018년도, 2019년도 최저임금은 전년 대비 각각 16.4%, 10.9% 급등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경제 위기로 이어지면서 이후 인상률은 급락했다. 올해 최저임금(9620원)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6470원)과 비교하면 48.7% 오른 금액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분석한 결과 한국의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은 62.2%로, 분석 대상 30개국 중 8번째로 높았다. 프랑스(61.9%), 독일(54.2%), 일본(46.2%) 등보다 높다. 중위임금은 근로자를 임금 순으로 줄 세웠을 때 가운데 있는 근로자의 임금을 뜻한다. 중위임금 대비 비율이 높다는 건 해당 국가 근로자들이 받는 임금의 중간값과 비교할 때 최저임금 수준이 높다는 뜻이다. 박 위원장이 지적한 대로 절대 금액 역시 아시아 최고 수준인 일본과 비슷할 만큼 높아졌다. 일본의 올해 최저임금은 전국 평균 961엔(약 8725원)이다. 엔저 현상을 고려해도 한국보다 낮거나 비슷한 수준이다. 이번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공익위원들이 사용자위원 안에 사실상 몰표를 던진 데는 이 같은 인식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동계 “실질임금 삭감” vs 소상공인 “고용 감소” 이날 노동계와 경영계에서는 모두 불만을 표출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은 성명을 내고 “공정성과 중립성을 생명으로 하는 최임위는 존재 가치를 상실했고 그 결과 역대 최저 수준의 최저임금이 결정된 것에 분노하고 규탄한다”고 밝혔다. 류기섭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사무총장은 “내년 최저임금이 성장률과 물가 상승률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에서 결정돼 실질임금 삭감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소규모 영세기업과 자영업자들은 최저임금의 추가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으로 경영 애로가 가중될 것”이라고 논평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소상공인의 ‘나 홀로 경영’을 심화시켜 결국 근로자의 일자리를 대폭 사라지게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민노총 근로자위원들이 공익위원 중재안(9920원)을 거부한 데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사용자위원 9명과 한국노총 근로자위원 4명은 동의했지만 민노총 위원 4명이 ‘1만 원’을 고집하며 반대하는 바람에 중재안은 무산됐다. 결국 중재안보다 60원 적은 금액으로 최종 결정됐다. 이에 노동계 내부에서도 “1만 원에 가까운 더 높은 최저임금으로 결정할 기회를 스스로 놓친 셈”이라는 반응이 나왔다.세종=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주애진 기자 jaj@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곽도영 기자 now@donga.com}

    • 2023-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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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7세 알제리계 피살’ 긴장 여전한 佛… 경찰개혁은 속도 못내[글로벌 현장을 가다]

    《프랑스 혁명기념일 ‘바스티유의 날’인 14일(현지 시간) 오후 6시 파리 에펠탑 근처 ‘에콜 밀리테르’ 지하철역 앞. 이날 오후 11시부터 약 20분간 에펠탑 앞 ‘샹드마르스’ 광장에서 진행되는 불꽃놀이를 보려는 사람들이 5시간 전에도 길게 줄을 섰다. 인파가 너무 몰려 인도를 지나가기조차 어려웠다. 파리 당국은 광장 보안구역에 입장한 인원만 최소 7만 명이라고 밝혔다.당국은 광장에서 도보로 10분 떨어진 지하철역 인근에서부터 곳곳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해 차량 통행을 금지했다. 무장 경찰 십여 명이 곳곳에서 “주의(attention)!”라고 외치며 인파를 통제했다. 경찰차나 구급차가 5분에 한 대꼴로 사이렌 소리를 귀가 찢어질 듯이 내며 지나갔다.》평소 축제 분위기로 들떴던 바스티유의 날이 올해는 긴장으로 가득했다. 지난달 27일 파리 서부 외곽 도시 낭테르에서 알제리계 17세 청년 나엘의 죽음에 분노한 시위대가 한동안 과격한 시위를 벌였기 때문이다. 이제 시위 강도는 약해졌지만 경찰의 과잉 진압을 비판하는 또 다른 시위들이 예고된 상태다. 불꽃놀이 관람을 위해 광장 입장을 기다리던 시민 필리프 소몽 씨는 “경찰들이 이렇게 제대로 통제하지 않았다면 워낙 위험해서 불꽃놀이를 보러 나오지 못했을 것”이라며 “당국이 철저하게 관리해줘서 다행”이라고 했다.경찰 13만 명 배치 나엘은 당시 낭테르에서 노란 벤츠를 탄 채 교통 검문을 피해 달아나다가 경찰이 쏜 총에 숨졌다. 2017년 개정된 총기법에 따라 경찰은 운전자가 정지 명령을 무시하고 경찰관과 다른 사람에게 위협이 되면 총을 쏠 수 있다. 경찰 측은 ‘법에 따른 정당한 공무 집행’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민자를 중심으로 시위대는 ‘인종차별에 따른 과잉 진압’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사건 발생 뒤 약 1주일간 프랑스 곳곳에서 폭력 시위가 이어졌다. 이 기간 발생한 시위로 인한 피해 규모는 2005년 이민자 폭동 때 3주간 나타난 피해를 훌쩍 넘어설 정도였다. 결국 나엘의 유족이 2일 시위대에 “폭동을 멈춰 달라”고 호소하고 경찰이 진압에 나서면서 시위 강도는 잦아들었다. 하지만 ‘우리도 당했다’며 과거 경찰의 과잉 진압 피해를 폭로하는 추가 시위들이 생겨나면서 불씨가 잦아들지 않는 분위기다. 8일 파리에서는 2016년 역시 경찰에 연행되다 의문사한 당시 24세 흑인 청년 아다마 트라오레를 추모하는 연례 집회가 열렸다. 이날 시위 현장에서는 아다마의 남자 형제 유수프가 경찰 특수부대 ‘브라브엠’에 강제로 제압되고 맨발로 끌려갔다. 이 모습이 소셜미디어에 퍼지면서 비백인계 국민에 대한 경찰의 과잉 진압을 둘러싼 논란 또한 계속되고 있다. 또다시 폭력 시위가 발발할 수 있다는 불안감에 당국은 이날 행사장 근처에 경찰을 역대 최대 규모로 배치하며 만반의 준비에 나섰다. 일간 르몽드에 따르면 13, 14일 각각 전국에 경찰 13만 명이 투입됐다. 특히 14일 저녁에만 하루에 4만5000명이 투입돼 인파 통제를 담당했다. 르몽드는 “도심에서 폭력 시위가 재발될 수 있다는 두려움 속에 전례 없는 보안 조치가 발표됐다”고 평했다. 당국은 헬리콥터, 무인기(드론), 헌병대 장갑차, 물대포 등도 동원했다. 주요 도시에선 오후 10시 이후 버스, 지하철 등 대중교통 운행을 중단시켰다.“폭죽 금지”에 밀수 성행 당국은 폭죽이 폭력 시위의 도구로 쓰이지 않도록 일찍이 당국의 공식적인 행사 외에는 사용을 금했다. 정부가 폭죽 유통을 막아버리자 체코, 폴란드에서 독일을 경유해 폭죽을 들여오는 밀수 조직도 생겨났다. 한 고위 경찰관은 일간 르피가로에 “폭동 기간에 폭죽 재고를 소진한 범죄자들이 박격포와 폭죽을 찾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전했다. 경찰은 밀수꾼들이 폭죽을 해외에서 들여오며 건당 2000유로(약 280만 원)를 받았다고 밝혔다. 경찰이 이렇듯 대대적인 통제에 나섰기 때문인지 이날 시위는 다행히 비교적 큰 사고 없이 마무리됐다. 내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혁명기념일에는 경찰관, 헌병대, 소방관 등 총 21명의 공무원이 다쳤다. 올해는 3분의 1 수준인 7명만 다쳤다고 BFM-TV가 보도했다. 경찰관 공격에 사용된 폭죽 또한 지난해 333건이었지만 올해는 51건으로 대폭 감소했다. 제랄드 다르마냉 내무장관은 트위터에 “2022년에 비해 사고가 크게 감소한 덕에 축제, 콘서트, 불꽃놀이가 프랑스 전역에서 잘 열릴 수 있었다”며 “경찰이 존재하고 이들이 예방 점검을 많이 한 덕분”이라고 경찰을 추켜세웠다.경찰개혁 쉽지 않은 마크롱 바스티유의 날은 별 사고 없이 지나갔지만 나엘의 사망이 촉발한 경찰개혁에 대한 논쟁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미국과 영국은 과거 인종차별 반대 시위를 계기로 경찰 권력을 통제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에마뉘엘 마크롱 정권은 경찰의 과잉 진압과 인종차별을 막는 개혁 작업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2017년 5월 취임 전까진 경찰개혁의 필요성을 수차례 밝혔다. 당시 온라인 매체 ‘미디어파트’와의 인터뷰에서는 “경찰의 문화, 관리, 모집 방식 등을 바꾸고 싶다”고도 했다. 르몽드 등 현지 언론은 마크롱 대통령이 2018년 유류세 인상에 발발해 전국 곳곳에서 발생한 소위 ‘노란 조끼’ 시위 이후 경찰개혁을 추진하는 데 부담을 느끼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위협하는 반(反)정부 시위대를 경찰이 적극 진압해주고 있는데, 이런 경찰을 압박하는 조치를 취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2020년 말 흑인 음악 프로듀서 미셸 제클러가 경찰에게 구타를 당했을 때도 이런 기류가 감지됐다. 당시 마크롱 대통령은 경찰의 폭력 행동은 인정하면서도 “프랑스인과 프랑스인을 보호하는 사람들(경찰) 사이에 존재해야 하는 신뢰를 회복하고 싶다”며 은근슬쩍 개혁 논의를 피했다. 마크롱 정권은 올해 초부터는 정년 연장을 골자로 한 연금개혁까지 추진하며 여론과 반대파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과도 척을 지기는 쉽지 않은 상태다. 파리 외곽 도시 그리니를 이끌고 있는 필리프 리오 시장도 공영방송 프랑스앵포에 “마크롱 정권이 경찰개혁에서 눈에 띄는 발전을 보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경찰 노조 또한 강경 성향으로 유명한 집단이라 마크롱 정권의 경찰개혁에 순순히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경찰 노조는 나엘의 죽음에 반발한 폭력 시위가 한창이던 지난달 30일 성명을 통해 현 시위를 “폭력적인 소수자들의 독재”라고 칭했다. 또 시위대의 진정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강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위대의 폭력성을 비판하고 경찰에 우호적인 여론 또한 적지 않다. 여론조사회사 ‘이포프’에 따르면 3일 기준 응답자의 57%가 경찰에 긍정적 의견을 밝혔다. 조은아 파리 특파원 achim@donga.com}

    • 2023-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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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틴 “크림대교 폭파 보복” 명령… 자존심 타격에 거칠어진 ‘차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수십 년간 강인함을 넘어 무자비한 모습을 보여 왔지만 그의 페르소나(사회적 자아)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러시아 독립언론 모스크바타임스가 최근 지도력 위기에 처한 푸틴 대통령에게 내린 평가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필두로 한 서방의 거센 압박, 민간 용병회사 바그너그룹의 무장 반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여파 등으로 ‘현대판 차르(제정 러시아 황제)’로 불렸던 그의 리더십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2014년 강제병합한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잇는 유일한 다리이며 ‘푸틴의 자존심’으로도 불리는 크림대교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거듭된 공격 또한 그에게 상당한 타격을 입혔다. 이에 푸틴 대통령이 구겨진 자존심을 회복하고 대내외에 건재를 과시하기 위해서라도 거친 행보를 보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7일 우크라이나산 곡물의 안전한 수출을 보장했던 흑해 곡물 협정을 전 세계적 비난에도 전격 파기하고, 크림대교 공격에 대한 강력 보복을 천명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러, 우크라 곡물 수출항에 대대적 공습푸틴 대통령은 크림대교가 공격을 받자 즉각 대책 회의를 열고 “국방부가 보복할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며 강력 대응을 예고했다. 그는 이번 사건을 ‘테러 행위’라고 규정하며 “크림대교는 오래전부터 군사 수송에 쓰이지 않았다. 이런 교량을 폭파한 것은 명백한 범죄”라고 비난했다. 푸틴 대통령의 발언 4시간 뒤인 18일 새벽 러시아군은 이란산 무인기(드론)와 탄도미사일 등을 동원해 우크라이나의 주요 곡물 수출항인 흑해 연안의 오데사와 미콜라이우, 남동부의 전략적 요충지 헤르손과 자포리자, 동부 도네츠크 등에 공습을 가했다. 특히 오데사, 미콜라이우에서는 커다란 폭발음이 들리고 화재가 목격됐다. 이를 두고 흑해 곡물 협정 파기에 그치지 않고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푸틴 대통령의 속내를 보여줬다는 분석이 나왔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군이 방어에 어려움을 겪는 자국산 자폭 드론 ‘란체트’의 생산도 대폭 늘렸다. 러시아 일간지 네자비시마야가제타는 “크림대교 공격은 러시아로 하여금 선택의 여지가 없도록 만들었다. 이런 상황에서의 곡물 협정 연장은 용납할 수 없는 ‘나약함’으로 여겨졌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도 “푸틴 대통령이 바그너그룹의 반란 후 자신의 권위를 재확인하려는 차원에서 협정 파기가 이뤄졌다”고 분석했다.● 美-우크라, 협정 파기 등 비난 미국과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곡물 협정 파기, 오데사 등에 대한 공격을 한목소리로 비난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17일 기자회견에서 “식량 부족을 악화시키고 전 세계 취약계층 수백만 명에게 해를 끼칠 것”이라며 “이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밀, 옥수수, 콩 가격 등이 폭등하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안드리 예르마크 우크라이나 대통령비서실장 또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산 식품에 의존하는 세계 4억 명을 위험에 빠뜨리고 싶어 한다는 추가 증거”라며 오데사 등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을 비판했다. 주제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 역시 “러시아가 정당하지 않은 행위로 사람들의 배고픔을 무기화하고 있다”고 가세했다. 엄구호 한양대 국제대학원 러시아학과 교수는 “푸틴 대통령의 권력 기반이 흔들리고 러시아 엘리트의 권력 변동 가능성이 커졌다”라며 “푸틴 대통령을 향한 추가 쿠데타가 불가능한 상황이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불안한 러시아 정치 상황에서 가장 큰 변수는 전황”이라며 전쟁 장기화로 국민의 부담이 커지고 여론 또한 나빠졌기 때문에 권력 안정을 위해서 전장(戰場)에서 푸틴 대통령의 행보가 더 거칠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3-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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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獨 숄츠 “최저임금 내년 3% 인상”… 10개월새 22% 올린뒤 속도 조절

    집권 약 10개월 만에 최저임금을 22%나 끌어올리며 총선 공약을 달성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내년과 내후년 최저임금은 3%씩 소폭 올리기로 했다. 독일에선 “물가를 못 따라잡는 최저임금을 더 올려야 한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는 한편 “임금이 더 오르면 물가 상승을 자극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아 진통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22% 급등, 올해는 3% 인상 16일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DW) 등에 따르면 독일 최저임금위원회가 지난달 26일 현재 시간당 12유로(약 1만6000원)인 최저임금을 2024년, 2025년 각각 12.41유로(1만7700원)와 12.82유로(1만8200원)로 올리기로 합의한 뒤 논란이 커지고 있다. 당초 숄츠 총리가 이끄는 신호등 연립정부(사회민주당-빨강·자유민주당-노랑·녹색당-초록)는 2021년 12월 연정 협약에서 최저임금을 12유로로 인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숄츠 총리는 취임 직후인 지난해 1월부터 시간당 9.82유로(약 1만4000원)로 적용되던 최저임금을 지난해 10월 12유로로 22% 인상하는 공약을 달성했다. 2022년 한 해 동안 인상률은 25%에 이른다. 당시 독일 정부가 이처럼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을 단행한 주요 원인 중 하나는 물가 폭등이었다. 독일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해 5월 7.9%로 1970년대 오일 쇼크 당시 이후 최고치를 찍어 임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비등했다. 하지만 최근 독일의 경기 침체가 심화되는 등 상황이 달라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독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로 낮추는 등 경기 둔화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이어져온 고물가가 잡히지 않자 임금 인상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숄츠 총리는 ARD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총선 공약 이행을 위해 정치적으로 최저임금을 12유로로 인상하기로 합의한 것은 일회적이었고, 이제는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에 따르기로 했다”고 말했다.● “임금 인상→물가 상승 악순환” 지적도 지난해 최저임금 인상폭에 비해 내년과 내후년 최저임금 인상폭이 미미하자 독일 정계와 지방자치단체는 최저임금을 추가 인상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최저임금은 지난해 10월 시간당 12유로에서 내년 1월 12.41유로로 3% 오르는 데 비해 물가 상승 속도가 훨씬 가파르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8.8%에 달했던 물가 상승률은 점차 낮아지고 있지만 올 6월 6.4%로 여전히 높다. 독일노동조합연맹(DGB)은 최저임금 3% 인상에 그친 이번 결정을 날카롭게 비판했다고 DW가 보도했다.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인 슈테판 쾨르첼 이사는 “시간당 최저임금의 0.41유로 명목 인상은 높은 인플레이션을 고려할 때 약 600만 명의 최저임금 근로자에게 엄청난 임금 삭감 효과가 있다”고 지적했다. 독일 내에서 부자 지역으로 꼽히는 뮌헨시는 자체적으로 시가 고용한 직원들에게 최저임금 16유로(약 2만2800원)를 적용하기로 했다.이는 정부가 제시한 내년 최저임금보다 약 29%(5000원) 높은 수준이다. 반면 물가 상승률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최저임금을 올릴 경우 추가적인 물가 상승을 유발하는 악순환을 초래할 것이란 시각도 있다. 임금이 오르면 소비자의 구매력이 높아져 지출을 늘리기 쉬운데, 이는 물가를 더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임금 상승이 물가 상승을 견인하는 현상은 유럽 전역에서 나타나고 있다. 유럽연합(EU) 통계기구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올 1분기(1∼3월) 유럽연합 회원국들의 시간당 임금은 전년 대비 5.0% 상승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가속화되는 임금 상승이 유로존 물가에 상승 압력을 가하고 있어 유럽중앙은행(ECB)에 큰 걱정거리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 2023-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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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53도 폭염, 유럽 산불, 인도 홍수… 엘니뇨發 ‘극한기후 습격’

    지구 곳곳이 펄펄 끓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사막 지역 데스밸리가 최고기온 53.3도를 찍을 것으로 예보되고 대서양 건너편 이탈리아는 올 5월 ‘100년 만의 폭우’에 이어 이번 주 유럽 역대 최고기온 48.8도를 넘길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을 비롯해 일본, 인도 등 아시아 곳곳은 폭우로 인한 물난리를 겪고 있다. 지구온난화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올여름에는 ‘슈퍼 엘니뇨’(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1.5도 이상 올라가는 현상)까지 예고되면서 폭우, 폭염, 가뭄과 산불 같은 이상기후 현상이 증폭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美 “데스밸리 16일 53.3도 예측” 미 국립기상청(NWS)은 14일 남서부 16개 주에 폭염 경보와 주의보를 발령했다. 미국 인구 3분의 1이 넘는 약 1억1300만 명이 폭염 아래 놓인 것이다. NWS는 남서부 지역이 열돔(heat dome)에 갇히면서 이 지역 수십 개 기상관측소가 15일 자체 역대 최고기온 기록을 넘어설 것이라고 예보했다. 세계에서 가장 더운 지역에 속하는 캘리포니아 데스밸리는 15일 50도를 기록했다. 데스밸리는 16일 역대 최고기온인 53.3도를 찍을 것으로 예측된다. 기상 관측 이래 지구 최고기온 기록(2013년 데스밸리의 54도)에 육박한다. 15일 48도까지 치솟은 미 남서부 애리조나주 주도 피닉스와 주변 지역에는 수천 명이 이용할 수 있는 임시 냉방센터가 들어섰다.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도 더위를 피할 수 있는 휴식처가 곳곳에 설치됐다. NWS 라스베이거스 지부는 “일반적인 사막 폭염이 아니다. 사막에 사는 사람들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경고했다. 대서양 건너편도 마찬가지다. 유럽은 남부를 중심으로 불볕더위에 신음하고 있다. 올 5월 100년 만의 폭우로 13명이 숨진 이탈리아에 이번에는 폭염이 닥쳤다. 이탈리아 보건부는 15, 16일 로마, 볼로냐, 피렌체를 비롯한 16개 도시에 적색경보를 발령했다. 이탈리아에서 두 번째 큰 섬인 사르디니아에는 2021년 8월 시칠리아에서 기록된 48.8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이번 주 계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그리스에서는 수도 아테네의 관광지 아크로폴리스가 방문객 보호를 위해 지난 주말 동안 가장 더운 시간에 문을 닫았다. 스페인에선 라팔마섬 산불이 크게 번지면서 약 4500ha 임야가 소실됐고 주민 수천 명이 긴급 대피했다. 유럽 최북단 노르웨이 감비크 지역도 기온이 13일 28.8도까지 치솟았다. 북극권 사상 최고기온 기록(1964년 7월 27.6도)을 59년 만에 갈아치웠다.● 전례 없는 폭염-폭우 동시에아시아 곳곳에는 폭우가 쏟아졌다. 일본 북동부 아키타현에는 14, 15일 이틀 동안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아사히신문은 “24시간 기준 강우량이 관측 사상 최대인 202.5mm로 집계되면서 하루 만에 7월 한 달 분량의 강우량을 넘겼다”고 전했다. 지난달 1일부터 우기가 시작된 인도에서는 폭우와 산사태가 이어져 624명이 숨졌다. 전문가들은 올해 폭우와 폭염이 동시에 덮치는 원인 중 하나로 엘니뇨를 지목한다. 엘니뇨가 발달하면 지구 표면 온도가 올라가 폭염 가능성이 높아진다. 덩달아 증발하는 바닷물의 양이 늘어 대기 중에 수증기가 많아지는 데다 더운 공기는 더 많은 수분을 담을 수 있어 비가 내리는 지역에선 더 많은 비를 뿌리게 된다. 지난달 지구 기온은 이미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미 항공우주국(NASA) 고더드우주연구소 지구지표기온분석(GISTEMP) 시스템에 따르면 올 6월 평균기온은 1951∼1980년 당시보다 1.07도 높았다. 유럽연합(EU)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 미 해양대기청(NOAA)도 지난달이 ‘역대 가장 더운 6월’이라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 2023-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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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혁 “佛 최대 국경일 에펠탑 피아노 연주 감격”

    “프랑스 최대 국경일에 에펠탑 앞에서 연주하니 설레서 힘든 줄도 모르겠어요.” 프랑스 혁명 기념일 ‘바스티유의 날’인 14일(현지 시간) 파리 에펠탑 앞 샹드마르스 광장에서 열린 클래식 콘서트 ‘콩세르 드 파리’ 무대에 서기 직전 만난 피아니스트 이혁(23·사진)은 한껏 상기돼 있었다. “공연장 인근 도로에 TV 500여 대가 설치돼 이를 통해 공연이 생중계된다고 해요. 35만 명에서 최대 50만 명이 제 공연을 보게 되는 거죠.” 한국인 피아니스트로는 처음으로 콩세르 드 파리에 참여한 이 씨는 이날 오후 8시 40분 첫 순서로 무대에 올라 쇼팽 ‘녹턴 올림 다단조’와 ‘영웅 폴로네즈’, 러시아 피아니스트 아르카디 볼로도스가 편곡한 모차르트 ‘터키행진곡’ 등 3곡을 20여 분간 연주했다. 지난해 11월 프랑스 롱티보 국제 콩쿠르 피아노 부문 공동 1위 자격으로 이번 콘서트 서막을 장식했다. 세 살 때 처음 바이올린을 접한 이 씨는 “그때부터 음악을 들으면 굉장히 즐거워했다고 한다”며 “열 살 때 처음으로 해외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며 청중의 환호를 듣는 순간 ‘음악가를 직업으로 삼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2012년 모스크바 쇼팽 청소년 콩쿠르에서 우승한 이 씨는 2016년 폴란드 파데레프스키 콩쿠르 최연소 우승으로 이름을 알렸다. 롱티보 재단 제라르 베케르만 회장은 “이 씨는 자신에게 주어진 재능을 언제나 나눌 준비가 돼 있고 청중과 교감하려는 의지가 깊은 연주자”라고 평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3-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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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佛 최대 국경일에 에펠탑 앞 연주한 피아니스트 이혁 “너무 설레 힘든줄도 몰라”

    “프랑스 최대 국경일에 에펠탑 앞에서 수많은 청중들을 위해 연주하니 너무 설레서 힘든 줄도 모르겠어요.” 프랑스 혁명기념일인 ‘바스티유의 날’인 14일(현지 시간) 파리 에펠탑 앞 샹드마르스 광장서 열린 클래식 콘서트 ‘콩세르 드 파리’ 시작에 앞서 무대 앞에서 만난 피아니스트 이혁 씨(23)는 “공연장 인근 도로에 설치된 TV 중계로도 35만 명~50만 명 가까이가 오늘 공연을 본다고 하니 생애 처음으로 가장 많은 청중이 내 공연을 보게 된다”며 이 같이 말했다. “프랑스 최대 국경일 행사에 참여해 더 의미가 있다”며 “솔로 연주 뒤 콘서트가 끝나는 밤 11시가 되기 10분 전 아티스트들이 모두 함께 노래를 부르는 데 전율이 있을 것 같다”고도 했다. 이 씨는 한국인 피아니스트로는 이 공연에 처음 참가했다. 이날 오후 8시 40분경 첫 순서로 무대에 올라 쇼팽의 ‘녹턴 올림 다단조’와 ‘영웅 폴로네즈’, 러시아 피아니스트 아르카디 볼로도스가 편곡한 모차르트의 ‘터키행진곡’등 3곡을 20여 분간 연주했다. 지난해 11월 프랑스 롱티보 콩쿠르 피아노 부문에서 공동 1위를 수상한 자격으로 이번 콘서트의 시작을 장식했다. 세 살 때 처음 바이올린을 접하며 음악을 시작한 이 씨는 “제가 세 살 때부터 음악을 들으면 굉장히 즐거워했다고 엄마가 말씀하시더라”며 “열 살 때 생애 처음으로 해외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면서 청중의 환호를 듣는 순간 ‘음악가를 해야겠다’ ‘음악가를 직업으로 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했다. 이 씨의 궁극적인 목표는 지휘자가 되는 것. 그는 “바이올린으로도 청중을 만나고 싶고 지휘자도 궁극적 목표고 체스의 ‘그랜드마스터(Grandmaster)’도 달성하고 싶다”며 “하고 싶은 게 너무 많다”며 웃었다. 그러면서도 “항상 음악 앞에 진실하고, 진솔하게 음악을 파고드는 음악가로 남고 싶다”고 진중한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한국에서 기부 콘서트를 열었던 이 씨는 “음악으로 청중과 나누고 어려운 분들을 도와서 뜻 깊었다”며 “앞으로도 최대한 나누고 싶다”며 기부 콘서트를 이어갈 의지를 드러냈다. 2012년 모스크바 쇼팽 청소년 콩쿠르에서 우승한 이 씨는 2016년 폴란드 파데레프스키 콩쿠르에서 최연소로 우승하며 이름을 널리 알렸다. 2018년 일본 하마마쓰 콩쿠르에서도 3위에 올랐고, 2021년 12월 프랑스 아니마토 콩쿠르에서 우승한 데 이어 지난해 11월 프랑스 롱티보 국제 콩쿠르에서도 공동 1위를 거머쥐었다. 롱티보 재단의 제라르 베케르만 회장은 이 씨에 대해 “자신에게 주어진 재능을 언제나 나눌 준비가 돼 있고 청중과 교감하려는 깊은 의지가 있는 연주자”라며 “피아노를 잘 연주하는 다른 연주자들도 있지만 연주를 잘 하면서도 이런 점을 갖춘 연주자는 많지가 않다”고 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3-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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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 고위장교 잇단 해임-실종-의문사… 뒤숭숭한 러軍

    우크라이나 전쟁이 한창인 가운데 러시아군 고위 장교들이 갑자기 해임되거나 실종, 사망 등으로 종적을 감추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러시아 민간 용병회사 ‘바그너그룹’이 일으킨 무장 반란 사태 이후 러시아군에 혼란이 지속되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내부의 적을 향한 ‘마녀사냥’이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3일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은 우크라이나 남부 자포리자 전선의 제58합동군 사령관 이반 포포프 소장을 해임했다. 포포프 소장은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그를 겨냥해 “우리 고위 사령관은 가장 어렵고 긴장된 순간에 군대를 배신하고 사악하게 참수하면서 후방에서 우리를 때렸다”고 비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라시모프 참모장은 바그너그룹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경질을 요구해 왔던 인물이다. 러시아 국방부 공보관을 지낸 군사분석가가 운영하는 텔레그램 채널인 ‘리바르’에는 “포포프는 ‘전투기 교체가 필요하다고 고위 사령관에게 직접 보고하겠다’고 발표했다가 제거됐다는 소문이 있다”며 “프리고진의 반란 이후 군 내부에 ‘마녀사냥’이 시작됐다”는 내용이 올라 있다. 반란 관련자에 대한 숙청이 진행되고 있다고 시사한 것이다. 실제로 무장 반란에 가담한 혐의로 숙청설이 돌고 있는 세르게이 수로비킨 러시아군 통합 부사령관(대장)은 당분간 보이지 않을 것이란 발언이 나왔다. NYT에 따르면 안드레이 카르타폴로프 러시아 국가두마(하원) 국방위원회 위원장은 12일 “수로비킨은 현재 쉬고 있다. 당분간 그를 볼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 고위 장교들이 돌연 숨지는 사례도 늘고 있다. 러시아 남부군 부사령관인 올레그 쇼코프 중장은 10일 밤 우크라이나 남동부 자포리자주 베르댠스크에서 미사일 공격을 받고 숨졌다고 우크라이나 당국이 발표했다. 같은 날 러시아 남부 크라스노다르시에서도 러시아 해군 2급 대위인 스타니슬라프 르지츠키가 조깅 중 의문의 총격을 당해 사망했다. 미국 전쟁연구소(ISW)는 그가 군 작전에 불만을 제기해 살해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무장 반란 이후 행방이 묘연한 프리고진은 수년간 위암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이날 러시아 탐사전문 독립 매체를 인용해 프리고진이 수년간 위암 치료를 받은 뒤 호전됐으며, 전직 바그너 소속 용병은 프리고진의 이번 반란에 대해 “잃을 것이 없는 사람의 행동이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3-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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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토 “동맹국들 동의하면…” 우크라 가입 명확히 안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지난해 9월 회원국 가입을 공식 신청한 우크라이나에 대해 “가입 조건이 충족되고 동맹국들이 동의하면 가입 초청을 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나토가 구체적인 가입 승인 시간표를 밝히지 않은 가운데 주요 7개국(G7) 정상은 우크라이나에 장기적 안전 보장을 위한 국제적 틀(프레임워크)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토는 11일(현지 시간) 리투아니아 빌뉴스 정상회의 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우크라이나가 유럽·대서양 지역에 완전 통합되기 위해 걸어온 길은 회원국 자격 행동 계획(MAP) 적용 필요성을 넘어섰다”며 가입 자격 요건인 MAP는 적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MAP는 가입 신청국이 나토 가입을 위해 제시한 정치 경제 군사 목표를 충족했는지 평가하는 절차다. 이어 “나토 (회원국) 외교장관들은 매년 우크라이나 민주주의 및 안보 부문 추가적 개혁 등을 정기적으로 평가해 이 조건들이 충족되고 회원국들이 동의하면 우크라이나에 가입 초청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언제 가입 초청을 할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에 11일 트위터에 “전례 없고 황당하다”고 불만을 표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12일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가 전쟁 중에 나토에 합류할 수 없는 점을 이해한다”면서도 “확실한 동맹 가입으로 이어지는 초청을 받았다면 이상적이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공동성명이 가입 일정을 명시적으로 내지 못한 것은 막판까지 회원국 간 이견을 조정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폴란드와 발트3국(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을 비롯한 나토 동유럽 국가는 적극적이었다. 반면 미국 독일은 러시아를 불필요하게 자극해 확전시킬 우려가 있다면서 신중한 태도였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3-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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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7, 우크라에 ‘안보 보장’ 약속…젤렌스키 “우크라 위한 안보승리”

    주요 7개국(G7)이 12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난 뒤에도 우크라이나의 안전을 보장하는 ‘장기적 군사 및 경제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일본 등 G7 회원국은 이날 오후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뒤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침략에 맞서 스스로를 방어할 때까지 우크라이나 편에 설 것”이라며 “각국 협상팀이 논의를 즉각 시작하도록 지시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G7 정상들은 “우리는 우크라이나를 방어하고 장래에 러시아 침공을 저지할 지속 가능한 군대를 보장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와 각각 구체적이고 양자적이며 장기적인 안보 약속과 협의에 협력할 것”이라며 러시아의 재침략에 대응하겠다는 방침도 내놨다. 우크라이나 군대에 육상 항공 해상 등에서 현대적인 군사 장비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전날 나토가 가입 승인 일정을 밝히지 않은 데 대해 “전례 없고 황당하다”며 불만을 표했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에 대해 “나토로 가는 도중에 우크라이나를 위한 안보 보장 방안들이 마련됐다”며 “안보상 승리를 갖고 고국으로 돌아가게 됐다”고 말했다. G7 정상이 발표한 이번 안보 지원 계획에는 다른 국가들로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 공동성명서엔 “자유롭고 강력하며 독립적인 우크라이나의 주권을 보장하는 이런 노력에 기여하고자 하는 국가는 언제든 이 공동 선언에 참여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3-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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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웨덴 가입 합의… 나토, 북극권 전역 ‘러시아 포위 블록’ 구축

    올 4월 핀란드에 이어 스웨덴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32번째 회원국으로 가입이 사실상 확정되면서 러시아를 제외한 북극권의 7개국 전역이 ‘나토 블록’에 편입됐다. 나토가 2001년 9·11테러 발발 이후 ‘테러와의 전쟁’ 속에 2004년 7개 동구권 국가를 신규 회원국으로 받아들인 이래 가장 상징적인 안보 영토 확장이다. 러시아가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내세운 명분은 나토의 동진을 막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전쟁을 지켜본 북유럽 국가들이 안보를 위해 중립국 지위를 버리면서 러시아는 오히려 나토 영역을 더 확장시키며 자국의 고립을 불러오는 역풍을 맞게 됐다. 북극권의 전략적 요충지인 발트해를 나토 회원국이 에워싸며 발트해에 인접한 러시아를 더 강하게 압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튀르키예, 실리 챙기며 스웨덴 가입 동의 튀르키예(터키), 스웨덴, 나토는 10일(현지 시간) 공동성명을 통해 “튀르키예는 스웨덴 가입 비준안을 의회에 전달하고, 의회와 긴밀히 협력해 비준을 보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튀르키예는 그간 스웨덴이 반(反)이슬람 시위를 용인한다며 가입을 반대해 왔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당초 이날 오후까지만 해도 ‘튀르키예가 유럽연합(EU)에 가입하도록 협조해 주면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동의하겠다’는 뜻을 고수했다. 이후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와의 회동에서 스웨덴이 튀르키예의 EU 가입을 돕기로 하면서 돌파구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스웨덴이 EU 회원국으로서 튀르키예의 EU 가입 절차 활성화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스웨덴은 19세기 초 나폴레옹 전쟁 이후 약 200년간 군사적 중립을 유지했다. 그러나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핀란드와 함께 같은 해 5월 나토 가입 신청서를 냈다. 둘 중 핀란드만 올 4월 우여곡절 끝에 31번째 나토 회원국이 됐다. 나토 회원국이 되려면 모든 회원국이 각자 의회에서 가입 비준안을 가결해야 하는데 스웨덴은 그간 튀르키예와 헝가리의 반대에 막혀 있었기 때문이다. 헝가리도 11일 가입 지지 의사를 밝혔다.● “발트해가 ‘나토 연못’ 될 것”스웨덴이 나토에 합류하면 러시아를 제외한 모든 북극권 국가(미국 덴마크 핀란드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캐나다)가 나토 동맹국이 된다. 로이터통신은 군사·안보 전문가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나토가 북·서유럽을 블록화함으로써 러시아를 감시하고 봉쇄할 수 있는 전례 없는 기회를 얻었다. 러시아를 위험에 빠뜨렸다”고 분석했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의 이언 브레진스키 선임 연구원은 “스웨덴이 합류하면 발트해가 ‘나토의 연못’이 된다. 이에 따라 유럽 중북부에 안보와 군사적 안정성이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기에 내년 스웨덴과 핀란드를 잇는 철도가 완공되면 나토 회원국들은 핀란드 도시 케미예르비까지 물자와 군인을 쉽게 수송할 수 있다. 이 도시는 차로 러시아 국경까지 불과 1시간, 러시아 핵 기지와 군사 기지까지는 7시간 거리에 있다. 나토의 활동 반경이 러시아의 턱밑까지 다가가는 것이다. 영국군 수장인 토니 러더킨 제독은 “우크라이나 전쟁 전만 해도 많은 사람이 존재 가치를 의심하던 나토가 이렇게 다시 통합되게 했다는 점에서 러시아는 전략적으로 패배한 것”이라고 영국 텔레그래프에 밝혔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러시아 대통령실) 대변인은 11일 이번 정상회담에 대해 “분명히 반러시아적 성격을 강하게 표명하고 있다”며 “러시아는 적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비난했다. 러시아는 나토 정상회의를 몇 시간 앞둔 11일 오전 키이우 등 우크라이나 여러 도시에 드론 등으로 대규모 공습을 가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 2023-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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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칼럼/조은아]佛 폭력 사태 이면엔 ‘방리외’ 문제

    지난달 27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북서부 외곽 도시 낭테르에서 교통 검문을 피하려다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숨진 17세 알제리계 청년의 죽음으로 전국 곳곳에서 1주일가량 폭력 사태가 일다가 이제는 진정을 찾는 분위기다. 시위는 잦아들고 있지만 언론들은 사태의 원인을 분석하고 해법을 찾느라 여전히 시끌시끌하다. 사실 프랑스에선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2005년 북아프리카계 10대 소년 두 명이 경찰 검문을 피하려다 변압기에 감전된 사건이 알려지며 폭동 사태가 발생한 바 있다. 하지만 프랑스인들은 이번엔 그때보다 더 당황했다. 당시 3주간 폭동으로 인한 피해 규모를 이번엔 1주일도 안 돼 훌쩍 넘어설 정도로 시위 강도가 심했기 때문이다. 특히 경찰서, 시청 등 공공기관이 많이 공격을 당한 점이 특징적이다. 우파 야당인 공화당 대변인의 자택이 습격을 받아 프랑스 사회의 충격이 더욱 컸다. 시위대가 정부와 정치인들에 대한 강도 높은 불만을 드러낸 셈이다. 이는 이민자를 포용하지 못하는 국가와 정치권에 대한 불만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곪을 대로 곪은 ‘방리외(대도시 근교 지역) 문제’가 뿌리 내리고 있다. 파리 같은 대도시는 발전하는 반면 그 주변을 둘러싼 방리외는 낙후되다 보니 두 지역은 확연하게 단절됐다. 저렴한 집값과 물가 때문에 방리외에 자리 잡은 이민자들은 국가의 투자나 복지에서 소외됐다는 불만이 가득하다. 주민들은 “국가가 우리를 버렸다”고 냉소했다. 기물 파손으로 피해를 입은 주민들은 “경찰마저 손을 놨다”며 보호를 바랄 곳이 없어 불안해했다. 지역 불평등의 심각성은 지표로도 드러난다.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는 8일 프랑스 일간 르몽드 기고에서 프랑스 하위 낙후지역 5곳 대비 상위 부유지역 5곳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 비율은 1900년 3.5에서 1985년 2.5로 떨어졌지만 2022년 다시 3.4로 상승했다며 “가난한 교외 지역과 시골 마을이 상당한 불평등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방리외에 재정이 돌지 않는 건 기본적으로 부족한 세수 때문이다. 빈곤과 실업률로 경제가 살아나질 않으니 지방정부의 재원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기업들도 투자를 꺼리고 있다. 파리 외곽 센생드니주에 있는 스브랑에선 5년 전 대형 유통기업 카르푸가 첫 매장을 열려다 포기했다. 카르푸 측은 “개점을 위한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는 두루뭉술한 이유를 댔다. 당시 이 지역 빈곤율은 약 30%, 실업률은 13%로 프랑스 도시 중 최고 수준이었으니 기업으로선 구매력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지역 주민들은 “우리는 다른 동네엔 흔한 카르푸를 이용할 권리조차 없느냐”며 분노했다. 프랑스에서 가장 가난한 도시 스브랑은 이렇게 기업들의 외면을 받으며 일자리 기회마저 박탈당하고 더욱 빈곤해지는 악순환에 빠졌다. 다들 피하는 방리외를 중앙정부가 나서 도울 법하지만 개혁과 중도를 표방했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마저 방리외에 무심하단 평가가 많다. 마크롱 대통령이 집권 이후 방리외 지역을 거의 찾지 않았고 대화를 시도하지 않았다는 불만이 나온다. 심각한 저출산 문제로 이민 정책을 설계해야 하는 한국 정부는 지방소멸 문제도 안고 있어 프랑스의 방리외 문제가 주는 시사점이 크다. 인구 부족, 경제 침체 등 각종 문제가 집약된 지방을 살리는 정책은 선거 때만 반짝 등장할 과제가 아니다. 정부가 긴 호흡으로 인구와 지방 문제를 같이 해결해야 한다. 조은아 파리 특파원 achim@donga.com}

    • 2023-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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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틴의 홍차’를 조심하라”…재벌-관료 등 잇단 의문사 [글로벌 포커스]

    《푸틴의 정적 제거 방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상대로 무장 반란을 일으킨 러시아 민간 용병회사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행적이 묘연하다. 암살을 피하려는 것일까. 23년째 철권통치 중인 푸틴 대통령의 정적 숙청 방식을 짚어봤다.》 ‘프리고진이 숨어 있는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의 호텔방에 창문이 전혀 없다.’ 지난달 23일(현지 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맞서 무장 반란을 일으킨 러시아 민간 용병회사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36시간 만에 모스크바를 향한 진군을 멈추고 잠적하자 한때 이런 소문이 돌았다. 미국 집권 민주당 소속 마크 워너 상원 정보위원장은 이러한 보도가 나오자 “정말 창문이 전혀 없는 민스크의 호텔에 묵고 있다면 이는 프리고진이 푸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보여주는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지난 1년 반 동안 푸틴과 충돌한 많은 러시아인들이 건물 5, 6, 7층 창문에서 불가사의하게 떨어졌다”고 말했다. 프리고진은 푸틴 대통령이 보낸 누군가에 의해 창문 밖으로 떠밀려 암살당할까봐 창문 없는 호텔방에 은신해 있을 수 있다는 추정이었다. 실제로 푸틴 대통령이 ‘프리고진을 암살하라’는 지령을 내렸다는 보도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푸틴 대통령의 프리고진 암살 시도를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보고 있다. 푸틴 대통령의 23년 철권통치 뒤에는 수많은 반역자들을 소리 소문 없이 숙청한 역사가 있다. 푸틴 정권은 눈엣가시들을 공개적으로 처단하기도 하지만 유독 ‘반(反)푸틴’ 인사들의 경우 자택 욕조나 건물 창문, 계단 아래 등에서 줄줄이 의문의 죽음을 당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 같은 의문사의 배후로 의심받고 있다. ● 우크라 침공 이후 약 2만 명 체포 푸틴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숙청한 대표적 사례는 보리스 옐친 대통령 시절 편법과 불법을 동원해 막대한 부를 쌓은 신흥재벌 ‘올리가르히’다. 푸틴 대통령은 전 정권에서 승승장구하던 재벌들에 대해 대대적인 사정을 벌여 감옥에 가두거나 망명시켰다. 이들이 막대한 재력으로 대권을 넘보는 등 영향력이 컸기 때문이다. 이런 숙청은 ‘국가의 자산이 부당하게 기업인들 손에 넘어갔다’는 국민의 불만을 다독이는 효과도 있었다. 야당에 정치자금을 대며 대권 야망을 키웠던 석유기업 ‘유코스’ 사장 미하일 호도르콥스키는 탈세와 횡령 혐의로 2003년 체포돼 10년가량 감옥살이를 해야 했다. 그는 석방 뒤 영국으로 망명해 러시아 정부를 향해 쓴소리를 내고 있다. 최근 프리고진의 무장 반란 때는 “러시아 정부와 맞서려면 (맞서는 자가) 악마이더라도 지원해야 한다”며 프리고진 지지 필요성을 역설했다. 푸틴의 숙청 대상이 된 경우 투옥이나 망명에서 끝나면 그나마 다행이었다. 일부 올리가르히는 줄줄이 의문사했다. 이 배후에 푸틴 정권이 있는지 제대로 밝혀지진 않았지만 반정권 인사들의 의문사가 반복되며 암살설에 무게가 실렸다. 의문사 형태도 다양하다. 영국으로 망명했던 보리스 베레좁스키는 2013년 런던 부촌의 자택 욕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해 9월엔 러시아 최대 민영 석유업체인 ‘루크오일’의 라빌 마가노프 회장이 모스크바의 병원에서 추락사했다. 그는 지난해 2월 시작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비판적인 자세를 보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에는 이에 비판적인 이들의 의문사가 두드러진다. 표트르 쿠체렌코 러시아 과학고등교육부 차관은 올 5월 비행기를 타고 쿠바에서 러시아로 돌아가던 중 알 수 없는 이유로 돌연 숨졌다. 그는 한 독립언론 매체에 러시아의 침공을 비난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인권감시단체 OVD-인포에 따르면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전쟁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최소 1만9718명이 체포됐고 584명이 형사 소송을, 6839명이 행정 소송을 당했다. 이 단체는 “다른 많은 사람들도 당국의 위협이나 괴롭힘을 당했고 친척이 (숙청) 타깃이 되는 경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미국 CNN에 따르면 극단적 선택이나 의문의 사고로 숨진 러시아 거물 사업가는 지난해에만 최소 13명이다.● ‘푸틴 홍차’와 독극물 푸틴의 암살설에선 ‘홍차’를 빼놓을 수 없다. 수많은 정적(政敵)이 숨지거나 숨질 뻔한 위기의 순간엔 홍차가 있었다. 전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요원이었던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는 영국으로 망명했다가 2006년 런던의 한 호텔에서 홍차를 마신 뒤 시름시름 앓다가 숨을 거뒀다. 그 홍차엔 방사성물질인 폴로늄 210이 녹아 있었다. 이 물질은 청산가리보다 독성이 25만 배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군의 체첸 주민 학살을 고발한 언론인 안나 폴릿콥스카야도 2004년 차를 마신 뒤 의식을 잃었다가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 결국 그는 2년 뒤 자택 인근에서 괴한의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 푸틴 대통령의 최대 정적으로 꼽히는 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 독살 시도 때도 차가 등장한다. 나발니는 2020년 8월 시베리아 톰스크 공항에서 차를 마신 뒤 모스크바행 국내선 항공기에 올랐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그는 독일로 긴급 이송돼 치료를 받아 간신히 살았다. 당시 독일 정부는 그에게 노비초크가 쓰였다고 발표했다. 이후 나발니는 FSB 요원을 추궁해 노비초크가 속옷의 사타구니 안쪽이 닿는 부분에 묻어 있었음을 밝혀냈다. 노비초크는 1970년대 냉전시대 소련이 개발한 화학무기로 호흡 정지, 장기 손상, 근육 경련 등을 일으킨다. 노비초크 중독으로 숨지면 심장마비에 따른 사망과 구별하기 어렵다. 가루 형태로 소지했다 액체로 만들 수 있어 추적도 쉽지 않다. 푸틴 정권은 독극물 개발의 긴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숨진 리트비넨코는 냉전 시대 정보기관 KGB 후신인 FSB가 독성물질 연구소를 비밀리에 운영하고 있다고 폭로한 바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921년 블라디미르 레닌이 모스크바의 ‘랩X 독극물 실험실’을 설립하며 독극물 개발 역사가 시작됐다”며 “푸틴 정권은 노비초크 등으로 정권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여러 차례 독살한 배후에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 스탈린 시대의 재림(再臨) 푸틴 대통령의 정적 숙청 방식은 ‘죽음은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는 말을 남긴 옛 소련의 무자비한 독재자 이오시프 스탈린(1878∼1953)의 ‘리테르노예(liternoye)’ 살인을 모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리테르노예 살인은 자연사나 자살로 위장된 살인을 말한다. 작가 존 오닐과 세라 윈은 미 의회전문매체 더힐 기고에서 푸틴 대통령이 스탈린의 신화에 빠져 리테르노예 살인 같은 피비린내 나는 숙청을 단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의 할아버지가 스탈린의 요리사였던 만큼 스탈린에게 친근감을 갖고 있고, 우크라이나 침공도 스탈린이 1932∼1935년 우크라이나 소농들을 체포하고 곡물을 압수해 최소 600만 명을 숨지게 한 사건을 닮았다는 설명이다. 미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FA)는 “스탈린 정권의 비밀경찰인 내무인민위원회(NKVD)를 가장 위험하게 만든 요인은 공산당이나 옛 소련 정부가 아닌 스탈린 개인에게만 충성했다는 점”이라며 FSB가 푸틴의 사조직으로 변질되는 점이 이와 비슷하다고 평가했다. 스탈린 시대의 재림은 러시아 사회 일상 곳곳에서 엿보이고 있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엔 러시아가 전쟁 비판 여론을 강력히 단속하며 스탈린 시대 ‘감시사회’가 되고 있다고 미 워싱턴포스트(WP)는 보도했다. 일반인들이 식당이나 열차 안에서 개인적으로 나누는 대화는 물론이고 소셜미디어 게시물, 비공개 채팅 내용도 신고 대상이다. 한 교사는 WP에 학생과 교사가 서로를 당국에 신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의 전체주의가 더 공고해지는 분위기 속에 서방 언론은 그가 쿠데타 진압 뒤 실각했던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서기장과 옐친 전 대통령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3-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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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갈륨-게르마늄 수출통제에, 각국 공급망 탈중국

    중국이 반도체 재료인 갈륨, 게르마늄에 대한 수출을 통제한다는 방침에 세계 각국 기업들은 서둘러 대체 공급망 확보에 나서고 있다. 6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유럽 최대 아연 제련 기업 니어스타는 중국의 수출 통제로 인한 광물 공급난을 해결하기 위해 호주 유럽 미국 등에서 갈륨과 게르마늄 수입처를 찾고 있다고 밝혔다. 스웨덴 통신장비기업 에릭손도 로이터통신에 “(중국의) 조치로 인한 영향을 심층적으로 분석할 것”이라며 공급망 다변화 방침을 시사했다. 세계 최대 차량용 반도체 기업인 독일의 인피니언테크놀로지스는 4일 미국 경제전문 매체 마켓워치에 “(중국의 수출 통제는) 우리의 생산 능력을 방해할 만한 정도의 큰 영향은 보이지 않는다”면서도 “인피니언은 다양한 지역에서 공급업체를 두는 멀티소싱 전략을 따르고 있다”고 했다. 중국이 이번 조치로 오히려 세계 광물시장에서 지배력을 잃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중국 상하이에 본사를 둔 컨설팅기업 인트라링크의 중국 반도체 부문 담당인 스튜어드 랜들 씨는 로이터통신에 “중국이 수출을 막으면 (중국이) 수익을 잃게 되고, 나머지 다른 국가들은 대체 공급원을 찾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 기업들은 수출 축소에서 한발 더 나아가 전기차 시장 급성장으로 가격이 급등한 리튬을 아프리카에서 선점하는 등 아프리카 광물까지 눈독을 들이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중국 최대 코발트 정련업체인 화유코발트의 자회사 ‘프로스펙트 리튬 짐바브웨’는 5일 짐바브웨에서 3억 달러(약 3900억 원) 규모의 리튬 공장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짐바브웨는 아프리카에서 전기차 배터리 원료인 리튬 매장량 1위 국가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3-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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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틴, 프리고진 반란 때 모스크바 400km 밖 피신”

    러시아 민간 용병회사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지난달 23일 무장 반란을 일으켜 하루 만에 모스크바 200km 앞까지 진격했을 당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이 집무실 크렘린궁을 떠나 모스크바 밖으로 피신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러시아 정부가 일각에서 제기됐던 푸틴 대통령의 피신설을 줄곧 부인했던 것과 대치된다. 사실이면 푸틴 정권이 프리고진의 반란을 생각보다 훨씬 중대한 위협으로 받아들였음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석유회사 ‘유코스’를 운영하며 한때 러시아 최고 부호로 군림했지만 푸틴 대통령과의 불화로 해외로 망명한 미하일 호도르콥스키는 5일 미국 시사매체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반란 당시 그(푸틴)가 정말 모스크바를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 저택이 있는 발다이로 갔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발다이는 모스크바에서 북서쪽으로 약 400km 떨어져 있다. 호도르콥스키는 푸틴 대통령의 전용 비행기가 지난달 24일 모스크바를 출발해 북서쪽으로 향했고 발다이 주변 어디에선가 추적이 끊겼다고도 했다. 당시 푸틴 대통령 외에도 러시아 고위 지도자 여러 명이 모스크바를 떠났었다고 했다. 러시아 독립 매체 ‘커런트타임’ 또한 미 항공기 추적 전문 웹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24’를 인용해 푸틴 대통령의 전용기 ‘일류신(IL)-96’이 지난달 24일 오후 2시 16분 모스크바를 떠났다고 전했다. 이 비행기는 23분 후 발다이와 가까운 트베리 서쪽에서 추적이 끊겼다. 푸틴 대통령과 프리고진의 협상을 중재한 후 프리고진의 벨라루스행을 도왔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6일 미 CNN에 “프리고진이 현재 러시아 2대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과 프리고진은 모두 상트페테르부르크 출신이다. 5일 러시아 국영 ‘로시야1 방송’은 이날 경찰 특수부대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프리고진 저택 및 사무실을 급습하는 장면을 공개했다. 사무실에 놓인 약 6억 루블(약 85억 원) 뭉치, 자택의 미 달러화 다발, 변장용 가발 등이 등장했다. 러시아 내에서 프리고진의 이미지를 깎아내리려는 시도의 일환이라는 평가가 나온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3-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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