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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무대위 불은 어떻게 연출하나A: 실제로 가스 불 원격조종 붉은 천 날려 불꽃 표현도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에서는 불을 지르는 장면이 여러 차례 나오던데요. 무대 위에서 어떻게 화염을 연출하나요. 배우들이 위험하지는 않나요.(김경아·30·서울 종로구 사직동) 무대 위의 불 장면은 관객의 시선을 한눈에 끌기에 충분하죠. 시각적으로도 강렬할 뿐 아니라 신경 써야 할 점이 많아 자주 무대에 등장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30일 서울 샤롯데씨어터에서 막을 올린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에는 유독 불이 자주 등장합니다. 지킬에서 하이드로 변한 주인공의 난폭하고 파괴적인 모습을 실감나게 연출하기 위해서죠. 1막 후반에 살인자로 변한 하이드는 어린이를 성추행하며 이중적 생활을 하는 ‘주교’에게 휘발유(실제로는 물)를 뿌린 뒤 불을 붙입니다. 이때 갑자기 무대 아래에서 불기둥이 솟아오르면서 주교가 화염에 휩싸이는 듯한 시각적 착각을 일으킵니다. 하지만 사실 바닥에 누운 주교는 불과 충분한 거리를 두고 있어 위험하지는 않습니다. 이 장면은 바닥에 미리 불이 솟아오를 가스 노즐을 깔아놓고 원격 스위치를 통해 불을 켜는 것입니다. 2막 후반에도 비슷한 장면이 있습니다. 지킬이 자신을 지배하려는 하이드와 내적 갈등을 겪으며 실험대를 태우는 장면입니다. 길이 2m가 넘는 실험대 상판이 순간적으로 화염에 휩싸입니다. 이 장면도 원격 스위치로 가스 불을 켭니다. 실험대가 무대 뒤로 퇴장하면 스태프가 잔불을 끕니다. 관객이 밀집한 공연장에서 이처럼 실제 불을 사용할 때는 당연히 안전이 최우선입니다. ‘지킬 앤 하이드’는 최근 가스안전공사로부터 안전 검사를 받았고, 무대 소품과 의상에 방염처리를 했다고 하네요. 실제의 화염 대신 ‘가짜 불’을 만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4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막을 내린 오페라 ‘연서’의 1막 마지막에는 비단 가게가 불에 휩싸이는 장면이 나옵니다. 여기서는 바닥에 설치한 원통형 송풍기에 붉은 천을 붙이고 바람을 위로 쏴 흩날리는 불꽃을 표현했습니다. 진짜 화염처럼 정교하지는 않지만, 붉은 조명을 입히고 연기도 나게 해 사실감을 더했습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연극 뮤지컬 무용 클래식 등을 보다가 궁금한 게 있으면 팬텀(phantom@donga.com)에게 e메일을 보내주세요. 친절한 팬텀 씨가 대답해 드립니다.}

올봄 신춘문예로 등단한 희곡작가 7명과 ‘프로’ 연출가 7명이 9월 일대일 만남을 가졌다. 작가와 연출가로 둘씩 짝지어 4개월 동안 창작에 몰두했던 이들은 7편의 따끈한 신작 연극을 들고 관객을 찾아왔다. 한국공연예술센터가 지원하는 ‘2010 봄작가 겨울무대’. 올해 3회째를 맞는 이 기획은 과거 20분 안팎의 단편을 올해부터 1시간 이상의 장편으로 확대해 16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문 없는 집’으로 2010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한 임나진 작가는 연극 ‘옥탑방 고양이’ ‘가족오락관’ ‘오월엔 결혼할거야’ 등을 만든 김태형 연출가와 함께 새 연극 ‘아직 끝나지 않았다’를 선보인다. 뚜렷한 직업을 갖지 못하고 떠도는 29세 동갑내기 청년 세 명이 한몫을 잡기 위해 보험사기에 뛰어드는 게 이야기의 뼈대다. 임 작가는 “책상 앞에 혼자 앉아서 글을 쓸 때는 잘 모르고 놓치는 부분이 많았다. 연출가와 집필 단계부터 공동 작업을 하니 제 글이 무대에서 어떻게 관객에게 전달되고, 배우가 어떻게 소화하는지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임 작가와 호흡을 맞춘 김 연출가는 “벌써 세 번째 ‘봄작가 겨울무대’에 참여했는데 상업적인 성과를 바라지 않고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즐거움”이라고 말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외에도 ‘동창생-한 놈만 죽인다’(극본 이난영·연출 김한내) ‘상자 속 흡혈귀’(극본 김나정·연출 오경택) ‘명작의 탄생’(극본 김란이·연출 이영석) ‘황혼의 시’(극본 이철·연출 박해성) ‘냉동인간’(극본 이시원·연출 류주연) ‘작살’(극본 이서·연출 이종성)이 무대에 오른다. 이 중 좋은 평가를 받은 1, 2개 작품은 한국공연예술센터의 레퍼토리 공연으로 무대에 계속 오를 예정이다. 공연 2, 3개씩을 볼 수 있는 패키지로 표를 판매한다. 1만5000원. 02-3668-0007, 1544-1555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연극의 메카’인 서울 대학로에 예술가들의 교류 및 창작 공간이 새로 문을 연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오광수)는 서울 종로구 동숭동 구 예술위 청사를 ‘예술가의 집’(사진)으로 리모델링해 9일 개관한다. 총면적 1634m² 규모의 3층짜리 건물로 1층에는 예술창작 관련 컨설팅을 돕는 창작지원센터, 전시공간인 테마룸 등이 자리 잡는다. 2층에는 유명 예술가들을 기리는 명예의 전당과 각종 공연예술 자료 1만4000점을 갖춘 국립예술자료원 대학로 분원이 들어선다. 3층은 세미나실과 다목적홀로 꾸몄다. 개관일인 9일 오후 2시부터 예술위와 문화체육관광부가 공동 주최하는 ‘소통과 나눔을 위한 예술정책’이란 주제의 토론회가 열리고, 명예의 전당에서는 내년 2월 28일까지 소설가 김동리를 비롯한 99인 문인의 사진과 시인 이상, 수필가 피천득의 자료를 전시한다. 02-760-4710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연평도 포격 도발로 민간인까지 숨지게 한 북한 지도부를 전쟁범죄로 처벌할 수 있을까. 국제형사재판소(ICC)의 루이스 모레노오캄포 수석검사(사진)에 따르면 “예비조사를 거쳐 전쟁범죄라는 확신이 서면 공식수사에 착수할 것”이라는데…. 영장이 발부되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세계 114개 ICC 회원국을 방문했다가는 곧바로 검거돼 법정에 서야 한다.■ 어산지 “공익 위해 폭로”무한권력에 맞서 싸우는 공익의 수호자를 자처해온 줄리언 어산지 씨가 8일 영국 경찰에 스웨덴 여성 ‘성폭행’ 혐의로 구속 수감됐다. 세계의 눈은 그가 체포되면 공개하겠다고 약속한 ‘최후의 심판 파일’에 쏠려 있다. 그는 인터넷 시대가 배출한 진정한 영웅인가, 파렴치한 성폭행범인가.■ 日지자체 경쟁력 비결은고령화와 지역 경기 침체에 고전하던 일본에서 ‘커뮤니티 비즈니스(자립형 지역공동체사업)’가 주목을 받고 있다. 중앙정부의 지원이나 기업 투자에만 의존하지 않고 지역 자원을 활용해 지역 주민의 손으로 지역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다. 일본 지자체의 커뮤니티 비즈니스 육성 모델을 현지 취재했다.■ 학력쇼크에 美교육계 발칵‘수학 31등, 과학 23등, 읽기 17등’ 경제협력개발기구가 6일 만 15세 미국 학생의 시험성적 결과를 발표하자 미국이 발칵 뒤집혔다. 2002년부터 교육개혁을 추진했음에도 교육 중위권 국가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미국인들은 ‘귓전을 때리는 자명종 소리’라며 경악하는데…. ■ 연말 볼만한 가족 공연들무대는 꿈의 공간이다. 눈사람이 하늘을 날고, 스크루지는 늑대로 변신하고, 외로웠던 고아와 말썽만 피우던 소년은 새 희망을 찾는다. 쌀쌀한 겨울,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훈훈한 가족 공연들을 소개한다. 가족과 객석에 둘러앉아 공연을 보며 한 해를 정리해보면 어떨까. ■ 삼성 사상최대 임원인사삼성그룹이 490명에 이르는 사상 최대 규모의 임원 승진인사를 했다. 젊고 능력 있는 인재를 대거 발탁한 게 특징이다. 앞으로 젊고 빠르게 변화하겠다는 게 삼성의 의지다. 이재용 이부진 사장에 이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차녀인 이서현 제일모직·제일기획 전무도 부사장으로 승진해 본격적인 3세 경영체제의 막이 올랐다.}

○크리스마스-연말 맞아 따뜻한 가족 공연 줄이어뚝 떨어진 기온에 마음까지 썰렁해지기 쉬운 겨울을 아름다운 공연과 함께 따뜻하게 맞이하면 어떨까. 한 해를 정리하고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울 수 있는 훈훈한 가족 공연들을 소개한다. 크리스마스와 송년 분위기도 물씬 느낄 수 있다.○ 귀여운 ‘애니’ 3년 만에 돌아오다 뮤지컬 ‘애니’가 3년 만에 찾아온다. 16∼28일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서울시뮤지컬단이 공연하는 이 작품은 2006, 2007년 공연 당시 3000여 석 규모의 이 극장에서 유료객석점유율 78%를 기록하며 사랑을 받았다. 뉴욕의 한 보육원에서 살고 있는 애니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꿈과 희망을 잃지 않고 씩씩하게 살아가며 결국 주변 인물들에게도 ‘희망 바이러스’를 전파한다는 줄거리. 애니가 억만장자 워벅스와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불러주는 메인곡 ‘투모로’는 세계적으로 애창되고 있다. 1976년 미국 초연 당시 대본상, 각색상을 비롯한 토니상 7개 부문을 휩쓸었고 국내에서도 2007년 한국뮤지컬대상 베스트외국뮤지컬상, 기술상을 받으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깜짝한 애니 역에는 나란히 초등학교 5학년인 김미랑, 손영혜 양이 함께 발탁됐고 이 밖에도 10여 명의 아역 배우가 출연한다. 애니의 친구인 견공 ‘샌디’ 역으로 11 대 1의 ‘견공 오디션’을 뚫고 발탁된 래브라도 레트리버 종 ‘구름이’가 데뷔 무대를 갖는다. 워벅스 역에는 중견 배우 이영하와 주성중이, 악독한 보육원 원장 해니건 역에는 김선경과 박선옥이 번갈아 선다. 3만∼5만 원. 02-399-1114∼7○ ‘스노우맨’과 함께 환상의 세계로31일까지 서울 중구 순화동 호암아트홀에서는 영국의 대표적인 연말 공연을 국내 최초 라이선스 공연으로 만날 수 있다. 논버벌 댄스컬 ‘스노우맨’은 1993년 영국 초연부터 17년간 장기공연하며 연말 흥행 1위를 놓치지 않은 작품. 1978년 레이먼드 브릭스가 쓴 동화가 원작이다. 소년이 만든 눈사람이 스노우맨으로 살아 움직이고 소년과 스노우맨이 함께 ‘스노우맨 월드’로 날아가 한바탕 흥겨운 축제를 한다는 꿈같은 이야기다. 대표곡인 ‘워킹 인 디 에어’가 흐르고 객석까지 떨어지는 함박눈 속에 소년과 스노우맨이 5분여간 공중을 비행하는 장면이 하이라이트.각국의 스노우맨을 만나는 것도 즐겁다. 미국, 베트남, 스코틀랜드의 의상을 입은 스노우맨과 함께 색동옷을 입고 상모를 돌리는 ‘한국 스노우맨’도 출연한다. 출연진의 의상비만 1억 원이 들었다. 3만5000∼5만5000원. 1577-5266○ 스크루지가 늑대로 변한 ‘크리스마스 캐롤’ 가족 뮤지컬 ‘크리스마스 캐롤’은 24, 25일 경기 하남시 덕풍동 하남문화예술회관에서 만날 수 있다. 스크루지가 늑대인형 탈을 쓰는 것을 비롯해 배우들이 강아지, 고양이, 돼지로 변신한 인형극이라는 점이 특징. 그림자극과 투사영상 등 표현기법을 다양화했고 높이 3m가 넘는 대형 인형과 관절 인형이 등장해 이색 볼거리를 준다. 극이 끝난 뒤에는 배우들이 기념 촬영을 하며 사탕 선물도 준다. 1만5000원. 031-790-7979○ 불량 청소년 ‘Hey, 완득이’ 꿈을 갖다서울 종로구 연건동 김동수플레이하우스 무대에는 17일∼내년 1월 30일 연극 ‘Hey, 완득이’가 오른다. 제1회 창비청소년 문학상을 수상한 김려령 작가의 소설을 각색한 작품으로 2008년 겨울 초연 이후 7차례 무대에 올라 호평을 이어갔다. 문제아였던 열일곱 소년 완득이가 ‘똥주 선생’을 만나면서 점차 꿈을 갖고 세상을 희망적으로 바라보게 된다는 성장 연극. 다문화 갈등, 입시, 교내 폭력, 장애인에 대한 편견 등 여러 사회문제를 극에 녹여내 아이와 어른이 함께 이야기할 거리를 준다. 1만5000∼2만5000원. 02-3675-4675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빨간 주사액이 담긴 주사기를 왼팔에 쿡 찔러 넣는다. 격렬한 체내 반응에 절규하다가 혼절한다. 다시 깨어난 그는 변했다. ‘지킬’에서 ‘하이드’로. 묶었던 말총머리를 풀어 머리를 산발한 하이드의 모습은 기괴하다. 강렬한 눈빛, 쇳소리 나는 목소리, 구부정한 자세에 잔뜩 오므린 손가락까지. 나긋나긋하던 지킬의 어투와 행동은 말끔히 사라졌다. 괴물로 변한 그가 상승기를 타고 공중으로 훌쩍 날아오를 때는 전율마저 느껴졌다. 10월 제대한 후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로 돌아온 ‘조지킬’ 조승우의 ‘미친 존재감’은 여전했다. 지난달 30일 시작한 ‘지킬 앤 하이드’는 개막 전부터 여러 화제를 낳았다. 1차 티켓 오픈 당시 조승우의 13회 출연 분(1만5600여 장)은 15분 만에 매진됐고, 그가 회당 1800만 원의 출연료(80회·총 14억4000만 원)를 받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출연료 거품 논란’까지 빚었기 때문. 대체 조승우의 지킬 앤 하이드가 뭐기에…. 결론부터 말하자면 공연은 ‘때깔’부터 달랐다. 조승우의 연기가 어떻고, 연출이나 무대는 어땠고 이런 얘기는 잠시 접어두자. 2004년 초연 때부터 매진 행보를 이어가며 35만 관객을 모은 히트작을 두고 작품성 운운하는 것 자체가 철 지난 얘기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4년여 만에 분신과도 같은 ‘지킬 앤 하이드’로 돌아온 조승우와 그를 기다려온 관객들의 상호교감이 빚는 엄청난 에너지였다. 개막 후 두 번째로 조승우가 무대에 섰던 2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 샤롯데씨어터. 1200여 객석은 빼곡히 찼고, 관객은 공연 전 암전되자마자 뜨거운 박수로 진한 기대를 표시했다. 조승우가 등장하자 극장 안 2400여 개의 눈은 그의 손끝, 눈짓 하나하나에 쏠렸고, 그의 대사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를 놓칠 수 없다는 팽팽한 긴장감이 돌았다. 치열한 표 쟁탈전을 뚫고 ‘조지킬’을 눈앞에 둔 관객은 맛난 사탕을 살살 돌려먹는 듯 아껴가며 공연을 즐겼다. 그런 기대작렬의 초점인 조승우는 감정을 낱낱이 드러내면서도 또렷한 대사, 안정된 노래, 섬세한 동작으로 ‘지킬’과 ‘하이드’란 딱 맞은 두 벌의 옷을 번갈아 입으며 기대에 부응했다. ‘하이드’로 변해 자신을 조소했던 이사회 멤버들을 죽이는 장면이나, 천둥 번개의 번쩍임에 맞춰 도망치려는 루시 앞에 등장해 그를 무참히 살해하는 장면에서는 ‘어머!’라는 탄성이 날 정도로 객석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그러나 본격적인 재미를 위해서는 1부를 잘 견뎌야 한다. 조승우가 약을 맞고 ‘하이드’로 처음 변신하기까지 1시간이 걸린다. 인터미션 20분을 제외하고 2시간 20분 공연 가운데 절반은 밋밋한 지킬만 봐야 한다. 초반 ‘지킬’의 두 연인인 요조숙녀 엠마와 길거리 여성인 루시의 뻔한 캐릭터를 설명하는 장면도 지루했다. 하이드가 안정제를 맞고 쓰러져 아직 깨지 않았는데도 친구 어터슨이 “오∼ 헨리(지킬)”라고 알아보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았다. 커튼콜의 기립박수는 이번에도 재현됐다. 엠마가 나왔을 때 3분의 1, 루시가 나왔을 때 다시 3분의 1, 지킬이 나왔을 때 모든 관객이 일어났다. :i:5만∼13만 원. 내년 3월 31일까지. 02-1577-2365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제가 작곡을 시작한 것은 20대였는데 이제 70대가 됐네요. 후배들이 헌정 공연을 열어주니 영광스럽고 고맙기 짝이 없습니다.” 사회자 이금희 씨가 헌정 공연을 맞은 소감을 묻자 작곡가 겸 가야금 연주자 황병기 명인(74)은 이렇게 말했다. 4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2010 황병기의 소리여행, 가락 그리고 이야기’. 국악뿐만 아니라 록 음악, 무용, 미술을 하는 후배 예술가 52명이 참여해 황 명인의 작곡 활동 50여 년을 기린 자리였다. 3층 객석까지 가득 메운 관객 2000여 명도 큰 박수와 함성으로 축제에 동참했다. 황 명인이 작곡한 8곡이 무대에 올랐고 선후배 간, 예술경계 간 장벽을 허무는 이색 공연이 이어졌다. 서곡 ‘황병기의 50년 소리여행’은 가야금(이지영), 피아노(강상구), 타악(김웅식), 대금(한충은)의 소리에 김삼진 무용단이 춤을, 김기상이 그림을 보탰다. ‘영목’은 국악앙상블 ‘시나위’의 격정적인 연주에 무용가 김삼진이 춤사위를 더해 맛깔 나게 버무렸다. 일본 기타리스트 야마시타 가즈히토와 그의 딸 가나히는 ‘숲’을 정갈한 소리로 풀어내 가야금을 듣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미궁’은 록그룹 ‘어어부 프로젝트’의 손에서 한층 기괴하고 음침해졌다. 귓전을 찢는 전기 기타 소리에 “까악∼”, “으∼허∼”라는 괴성, 손과 입에 피를 연상시키는 붉은색을 칠한 무용가 안은미의 춤사위까지, 한층 선연한 개성을 입힌 무대였다. 끝으로 황 명인이 ‘달하 노피곰’을 직접 연주하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황 명인은 “오늘 (관객이) 많이 오신 것을 보니까 재미없는 것을 재미있게 보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며 여유 있는 표정으로 웃음을 이끌어냈다. 중간중간 황 명인과 이금희 씨의 해설은 공연의 의미를 짚어보는 데 충분했지만 두세 차례 출연진 교체 시간이 길어져 흐름이 끊기는 아쉬움도 남겼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가협상이 타결됨에 따라 미국산 농산물 공산물의 수입 관세가 단계적으로 철폐될 것으로 전망된다. 오렌지 와인 골프채 의류 등의 값이 내리고 품목도 다양해져 소비자선택의 폭이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대형마트 과일 매출 중 미국산 비중은 15∼20%에 이른다. FTA가 약값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FTA시대 장바구니 물가 변화를 들여다봤다.■ 李대통령 전무후무한 ‘1박4일 동남아 출장’이명박 대통령이 8일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로 ‘1박4일’ 일정의 해외출장을 간다. 가는 날과 오는 날엔 비행기 안에서 잠을 자고 현지 숙박시설에선 1박만 하는 일정이다. 이처럼 ‘고단한’ 순방 일정을 짠 사연은?■ 인구 늘고 생활여건 좋아지는 고장은우리 지역의 생활서비스, 주민활력도, 삶의 여유 공간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지역경제가 살아나야 인구가 늘고 생활기반도 개선되고 그로 인해 다시 경제가 더 활기를 띠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화에 뒤진 지역은 모방보다는 고유의 자원을 활용한 차별화된 발전 전략이 필요하다. 163개 기초생활권(시군) 경쟁력 평가 결과를 부문별로 분석했다.■ 백혈병소아암협회, 후원금 절반을 직원 월급으로내가 낸 소중한 성금 100원 중 50원 이상이 불우이웃이 아니라 복지단체 운영비로 쓰인다면 누가 성금을 내고 싶을까? 초등학생들이 한푼 두푼 저금통에 모은 ‘사랑의 동전’ 횡령 사건이 일어났던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 경인지부가 인건비를 포함한 운영비를 과도하게 썼다는데…. ■ 조승우 제대후 복귀작 ‘지킬 앤 하이드’ 리뷰 명불허전(名不虛傳). 군 제대 후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로 복귀한 조승우의 무대는 압권이었다. 그가 왜 회당 1800만 원의 출연료를 받는지, 왜 그를 보기 위해 관객들이 예매 전쟁을 하는지 이해하기 충분했다. 분신과도 같은 ‘지킬 앤 하이드’로 화려하게 돌아온 그의 공연 현장을 소개한다.}

국내 생태학의 터전을 마련한 김준민 서울대 명예교수(사진)가 3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6세. 고인은 1946년부터 33년간 서울대 사범대 생물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토종 식물 연구의 기반을 닦았으며 한국식물학회장, 한국생태학회장, 대한민국학술원 회원을 지냈다. 유족으로는 부인 이정실 씨와 아들 은용 씨(한국교육방송공사 차장).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발인은 6일 오전 6시 반. 02-3410-6903}

오페라와 가곡 작곡가 김달성 전 단국대 음악과 교수(사진)가 5일 별세했다. 향년 89세. 함남 함흥 출신인 고인은 서울대 작곡과와 오스트리아 국립대 작곡과 및 현대음악과를 졸업했다. 한양대와 서울대, 단국대 교수로 후학들을 지도했고 단국대 예술대 학장, 한국음악회 부회장을 지냈다. 1961년 오페라 ‘자명고’를 비롯해 ‘왕자 호동’ ‘옥포찬가’ 등 오페라를 작곡했으며 ‘사랑이 가기 전에’ ‘국화 옆에서’ 등의 가곡집을 냈다. 삼일문화상, 보관문화훈장을 받았다. 유족으로 부인 한홍희 씨와 딸 선화, 아들 철우(대한항공 상무) 철희(개인사업) 씨 등 1녀 2남.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발인은 7일 오전 8시. 02-2258-5951}

《“이곳엔 봄이 늦게 찾아온다. 몇 주간 계속해서 기온이 5도를 밑도는 것이다. 그러다가도 기어이 도요새가 사랑의 노래를 부르고, 청개구리들이 울기 시작한다. 거위는 알을 까고, 나는 비둘기집을 열어두고 비둘기들이 드나들게 한다. 더운 봄날, 사방이 고요할 때면 목덜미가 흰 참새들이 늪지의 죽은 나무 꼭대기에 앉아 애처로운 노래를 한다. 종달새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지만, 참새의 노랫소리는 가장 아름다운 소리로 꼽힐 만하다.”》 미국의 동화작가이자 삽화가인 타샤 튜더(1915∼2008)는 70여 년의 작품활동 기간에 100권이 넘는 그림책을 내놓았다. 백악관의 크리스마스카드나 엽서에도 사용될 정도로 미국인에게 폭넓은 사랑을 받는 작가였다. 서정적이고 따뜻한 그림 못지않게 그의 생활 방식도 사람들의 가슴을 훈훈하게 만들었다. 그는 미국 버몬트 주의 99만1700m2(약 30만 평) 대지에 가옥을 짓고 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자급자족하며 살았다. 낮이면 정원과 가축을 돌보고, 밤에는 촛불에 의지해 직접 천을 짜고 바구니를 만들었다. 이 에세이집에는 자연에 귀를 기울이고 소박한 것에 감사하며 살아간 그의 일상이 사계절을 배경으로 잔잔히 펼쳐진다. “20, 30년간 기른 화초에서 새싹이 움트는 것을 보는 것이야말로 설레는 일이다. 옛 친구를 다시 만나는 기분이랄까. 디기탈리스가 죽지 않은 게 반갑지만, 한편으로는 들쥐에게 입은 피해가 안타깝다.” “촛불을 켜면 늙은 얼굴이 예뻐 보인다. 난 항상 초와 등잔을 쓴다. 하지만 바람에 커튼이 날려 촛불에 닿지는 않는지 주의해야 한다.” 그는 옛 생활 방식을 고수하는 이유에 대해 그저 친숙하고 좋기 때문이라고 한다. “전생에 1980년대에 살았던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 시기, 그 시절의 모든 것이 내게는 정말로 쉽게 다가온다. 천을 짜고, 아마를 키우고 실을 잣고, 소젖을 짜는 일 모두.” 저자는 많은 사람이 자신의 그림을 좋아해줄 수 있었던 까닭을 자신의 농촌생활에서 찾는다. “사람들이 내 그림을 좋아하는 것은 상상이 아닌 현실에서 나오기 때문일 터다. 젖소의 어느 쪽에서 젖이 나오는지, 말을 탈 때 어느 쪽으로 올라타야 하는지, 어떻게 건초더미를 만드는지 난 훤히 알고 있다. 그러니 적당히 짐작으로 그리지 않는다. 내 그림 속에 나오는 사람들은 손자들, 친구들이고, 주변 환경은 실제 내 환경이다.” 그는 결혼을 했고 아이도 낳았지만 주로 혼자 살았다. 적적할 수 있는 생활조차 낙천적으로 받아들였다. “난 고독을 만끽한다. 이기적일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뭐 어때서”라든가 “자녀가 넓은 세상을 찾아 집을 떠나고 싶어 할 때 낙담하는 어머니들을 보면 딱하다. 상실감이 느껴지기는 하겠지만, 어떤 신나는 일들을 할 수 있는지 둘러보기를. 인생은 보람을 느낄 일을 다 할 수 없을 만큼 짧다.” 소소한 것을 관찰하고 그것에 의미를 부여해 일상에서 행복을 찾아냈다. 카모마일 차를 마시고 저녁에 현관 앞에 앉아 개똥지빠귀의 고운 노래를 듣는 일에서도 인생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삶을 만족스러워 한다. 미국의 수필가이자 철학자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말을 빌려 애정 어린 조언으로 글을 맺는다. “자신 있게 꿈을 향해 나아가고 상상해온 삶을 살려고 노력하는 이라면, 일상 속에서 예상치 못한 성공을 만날 것이다”라고.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듣고, 보고, 만져보고. 세계 각국의 전통 악기를 한자리에서 체험할 수 있는 공연과 전시회가 잇따라 찾아온다. 음악을 통해 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는 교육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국내외 전통 악기가 만드는 화음=7∼10일 서울 종로구 원서동 북촌창우극장에서는 ‘세계전통악기축제’가 열린다. 일본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몽골 인도 등 5개국의 전통 악기를 연주하고 해설 및 연주자 인터뷰를 통해 해당 국가의 전통 악기와 문화를 소개하는 자리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과 2002년 한일 월드컵의 폐막공연에 참가한 일본의 전통 타악기 다이코 연주자 스이치 히다노 씨, 벨기에 나이지리아 등 세계를 돌며 연주를 펼쳐온 인도 전통 현악기 시타르 연주자 자그딥 싱 베디 씨 등이 출연한다. 특히 각국 악기가 한국 전통 악기와 함께하는 특색 있는 협연 무대가 펼쳐져 기대를 모은다. 다이코는 한국의 장구와, 베트남 현악기 단짠은 해금과, 몽골의 ‘후미 창법’은 한국의 정가와 호흡을 맞춘다. 거문고 연주자이자 북촌창우극장 대표인 허윤정 씨는 “100여 석의 작은 소극장에서 이국의 악기 명인과 친밀한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만 원. 02-747-3809 ▽세계 악기 2000개를 한자리에=10일부터 내년 2월 13일까지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 1A홀에서 열리는 ‘시끌벅적 악기궁전’은 세계에서 온 악기 2000여 개를 만나는 악기 체험전. 스코틀랜드의 ‘백파이프’, 그리스의 ‘팬플루트’처럼 다소 익숙한 악기부터 가나의 ‘크판로고 드럼’, 브라질의 ‘탐발’, 인도의 ‘탄푸라’ 등 이름조차 생소한 악기까지 총출동했다. ‘바람의 소리’(관악기), ‘손가락 소리’(건반 악기), ‘두드림 소리’(타악기), ‘줄의 소리’(현악기) 등으로 전시관을 나눴으며 일부 악기는 직접 연주해 볼 수 있다. 자연과 흡사한 소리를 내는 악기들도 눈길을 모은다. 바람 소리가 나는 ‘윈드머신’, 빗소리가 나는 ‘레인스틱’, 파도 소리가 나는 ‘오션드럼’ 등이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 악기들은 그림자극 ‘우리 집이 최고야’를 통해 공연으로도 만나볼 수 있다. 1만2000원. 1544-1555 ▽세계 악기 명인들의 무료 공연=여수시와 월드마스터조직위원회는 2010년 여수세계박람회 성공 개최를 기원하는 ‘월드마스터 페스티벌’을 3∼5일 전남 여수시 오림동 여수진남체육관에서 연다. 세르비아의 전통 백파이프 연주자 에디 타임 씨를 비롯해 전통 공연과 미술 전시에 30여 개 나라의 장인 60여 명이 참여한다. 무료. 070-8228-0990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소리꾼 이자람 씨(31)가 ‘적벽가’로 네 번째 판소리 완창 공연에 나선다. 이 씨는 4일 오후 3시 경기 의정부시 의정부예술의전당 소극장에서 3시간 30분 동안(중간휴식 15분씩 2회 포함) 소설 ‘삼국지연의’의 적벽대전 대목을 판소리화한 ‘적벽가’와 한판 대결을 벌인다. 이 씨는 1997년 심청가를 시작으로 1999년 춘향가, 2007년엔 수궁가를 완창했다. 이 씨는 올해 브레히트의 동명 연극을 판소리 양식으로 풀어낸 ‘사천가’로 활발한 국내외 공연을 펼쳤고 뮤지컬 ‘서편제’에도 출연했던 다재다능하고 바쁜 국악인. 만만치 않은 완창 도전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사실은 2002년부터 적벽가 연습을 시작했어요. 세 시간짜리(적벽가)를 하려면 2년 정도 연습이 필요한데 이것저것 (다양한 활동을) 하다 보니 8년이 걸렸죠. 그래도 하루 1시간은 빼놓지 않고 연습했습니다.” 적벽가는 여자 소리꾼이 부르기 어려운 바탕으로 꼽힌다. 삼국의 영웅이 힘을 다해 겨루는 대목이 많아 묵직한 소리가 필요하고, 빠르고 씩씩하게 소화해야 하는 부분도 많기 때문. “테크닉적으로 화려한 것은 거의 없지만 거친 목소리의 질감으로 분위기를 내야 하는 게 많아서 힘이 달리지 않을지 걱정이에요. 솔직히 춘향가 8시간 완창보다 적벽가 3시간 완창이 더 부담됩니다.” 2008년 이 씨가 대본, 음악감독, 작창, 소리 등 ‘1인 4역’을 맡아 제작한 ‘사천가’는 5월 폴란드, 9월 미국 공연에서 호평을 받았고, 내년 1월 뉴욕APAP 아트마켓 초청에 이어 3월 프랑스 파리 시립극장, 프랑스 국립민중극장 무대에 선다.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얘기는 다른 나라 사람도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하게 됐어요. 얼굴 조그만 동양 애가 혼자 나와서 소리를 하니 특별하게 보신 것도 있겠죠. 하하.” 활동이 바쁘다 보니 오랜 준비가 필요한 판소리 완창과 점점 멀어지지 않을까 걱정도 들었다. “판소리 완창은 여러 활동을 해온 저를 튼튼하게 만들어주는, 뿌리 같은 존재예요. 앞으로도 3년, 5년마다 꾸준히 완창을 이어갈 생각입니다.” 1만 원. 031-828-5841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빵빵. 오토바이 행렬이 정신없이 지나가고 아오자이를 입은 베트남 여성이 총총걸음을 재촉한다. 모두들 뚜렷한 목적지를 향해 가지만 배낭여행자 수정은 이 상황이 혼란스럽다. 끈질기게 호객 행위를 하는 현지인 앞에서 그는 울상을 짓는다. “나 좀 그냥 내버려두라고요.” 25일 초연 무대에 오른 연극 ‘예기치 않은’(작·연출 최진아)은 한 여성이 난생 처음 해외여행으로 간 베트남 여행기를 그린다. 음악, 소품, 의상 등으로 이국의 모습을 생생하게 표현해 90분 동안의 공연을 보고 나오면 딱 베트남에 다녀온 기분이 든다. 극은 여행 중에 있음 직한 구체적 상황들로 웃음을 준다. 베트남 과일 장수는 과일 한 개를 불쑥 내밀고 “원 달라”를 외치다가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 원 달러에 두 개, 네 개까지 준다며 흥정을 한다. 호텔 종업원은 손님이 없는 사이 은근슬쩍 가방을 열어본 뒤 “한국 과자다”라며 한입 베어 먹는다. 현지인들과 나누는 영어 대화도 “나는 싫다. 그것이”라는 식으로 더듬더듬 표현해 사실감을 높였다. 수정이 여행을 통해 1년 전 자살한 친구를 마음속에서 떠나보내고 내면의 변화를 경험한다는 게 줄거리. 수정은 여행 중에 만난 영국 청년과 헤어지며 “여행에서는 두 번 이별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다시 그와 재회한다. 잠자리를 가진 뒤 “이러면 결혼해야 하는 건데…”라면서도 쿨하게 그를 보낸다. 바가지를 쓰고도 화 한번 못 냈던 수정은 극 후반 호텔의 부당한 처사에 “이러면 안 되는 거다”라며 버럭 소리를 지르고 컵을 깬다. 특별한 극적 갈등 없이 소소한 에피소드가 여행 순서에 따라 펼쳐진다. 극은 깔끔하고 흐름에 무리가 없지만 잔잔한 내용만 이어지다 보니 싱거운 느낌을 준다. 제목과 달리 ‘예측 가능한’ 것이다. ‘시동라사’로 제46회 동아연극상 신인상을 받은 이지현은 수정 역을 맡아 여행자의 설렘과 두려움을 무난히 소화했다. 호텔 종업원 트촨 역의 이준영은 베트남 현지인으로 착각할 만한 외모와 코믹 연기로 눈길을 끌었다.:i:2만 원. 12월 19일까지 서울 종로구 명륜1가 선돌극장. 02-747-3226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대형 뮤지컬 제작사들이 앞다퉈 중국, 일본, 미국 등 해외 진출에 나서고 있다. 국내에서 축적된 노하우로 세계 관객을 겨냥한다는 자신감의 반영이기도 하지만 침체된 국내 뮤지컬 시장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음에 따라 해외에서 활로를 모색하는 측면도 크다. 전문가들은 해외 진출의 성공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먼저 작품을 철저히 현지화하고 완성도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를 겨냥하다 CJ엔터테인먼트는 16일 중국 문화부 산하 기업인 중국대외문화집단공사(CAEG), 미디어엔터테인먼트 그룹인 상하이동방미디어유한공사(SMG)와 합자법인 ‘아주연창(상하이)문화발전유한공사’ 설립 계약을 체결했다. 이 합자법인은 2011년 6월 뮤지컬 ‘맘마미아’의 중국어 버전 공연을 시작으로 ‘캣츠’ ‘오페라의 유령’ 등 흥행작들을 연달아 선보일 계획이다. 첫 주자인 ‘맘마미아’는 상하이 상하이대극원(1800석), 베이징 21세기극원(1500석)에서 10주씩, 광저우 광저우대극원(1500석)에서 4∼6주 순회 공연한다. 급성장하는 중국 공연 시장은 ‘기회의 땅’이다. CJ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베이징 공연 시장 규모는 2007년 4억1600만 위안(약 716억 원)에서 2008년 6억2700만 위안(약 1079억 원)으로 51% 성장했다. 같은 기간 해외 공연 단체의 공연 횟수도 394회에서 537회로 36% 증가했다. 중국 본토에 안착하면 홍콩, 마카오, 싱가포르 등 중화권 전체로 시장을 확대하는 데도 유리하다. CJ엔터테인먼트 공연사업본부 김병석 상무는 “중국에서는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등 서울만 한 대형 시장이 3곳이나 된다. 공산당이 공연문화를 산업화한다는 의지도 강하고, 소비 주체가 1980, 90년대생으로 옮겨가고 있어 시장이 급격히 성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해외 라이선스 공연뿐만 아니라 ‘김종욱 찾기’ 같은 국내 히트작 진출, 중국 서커스를 기반으로 한 창작물 제작도 검토하고 있다고 김 상무는 말했다. 창작 뮤지컬 ‘영웅’ ‘명성황후’ 등 자체 콘텐츠를 보유한 에이콤은 미국과 일본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영웅’은 내년 5월 말 미국 로스앤젤레스 팬티지시어터(2700석)에서, 8월 중순 뉴욕 링컨센터(2500석)에서 3주씩 무대에 오른다. 2013년에는 일본 진출을 노린다. 내년에는 영국 런던의 제작진과 함께 독일 극작가인 게오르크 뷔히너의 희곡 ‘보이체크’를 영어 뮤지컬로 바꿔 런던 무대에 올릴 계획이다. 윤호진 에이콤 대표는 “올해 국내에서 선보인 대작 뮤지컬들이 결국 다 재미를 보지 못했고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영웅’은 이토 히로부미를 인간적으로 그려 일본 아사히신문이 칼럼에서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등 일본 정서에도 부합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올해 ‘오페라의 유령’으로 33만 관객을 모은 설앤컴퍼니는 미국 브로드웨이 제작진과 손잡고 창작뮤지컬 ‘천국의 눈물’을 내년 2월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한다. 베트남전쟁을 배경으로 한 ‘한국판 미스 사이공’으로 일본, 유럽, 미국 진출을 염두에 두고 제작한다. ‘지킬 앤 하이드’의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 등 브로드웨이 제작진 5, 6명이 직접 참여한다.○ 현지화가 성공의 관건 뮤지컬 전문가들은 해외 진출을 통해 시장을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작품의 질적 향상, 현지화 노력이 부족할 경우 기대할 만한 성과를 거두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리 청강문화산업대 교수는 “국내 창작 뮤지컬은 해외 라이선스 뮤지컬보다 완성도나 연륜이 떨어지지만 친밀성 덕분에 성공한 면이 있다. (해외로 나가려면) 먼저 작품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며 “타깃으로는 미국이나 유럽보다 정서가 비슷한 아시아 시장이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외국 제작진과 공동 제작을 하면 국내 정서와 간극이 생길 수 있는 만큼 적절한 접점을 찾아내는 게 흥행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단지 한 번 나가는 게 아니라 이제는 ‘현지에서 무엇을 남기고 산업화에 성공할 수 있나’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한국적인 감성, 언어를 그대로 갖고 선진 뮤지컬 시장에 가면 성공 가능성이 낮다. 배우를 비롯한 작품 성격 자체를 현지 관객의 입맛에 맞게 만드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어린이들의 창의력을 키우기 위해 공연과 음악, 연극 놀이, 자연학습이 종일 어우러지는 교육 프로그램이 선을 보인다. 정동극장과 미래상상연구소 공동 주최로 12월 4일 오전 9시 반 정동극장에서 처음 문을 여는 ‘김용택 교장 선생님과 함께하는 창의력 학교’. 전북 임실 덕치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던 김용택 시인(사진)이 ‘창의력 학교’의 교장으로 변신한다. 김 시인은 사물을 자세히 관찰하고 그 느낌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방법을 ‘창의적 글짓기와 상상력의 만남’이란 강의를 통해 알려준다. 학부모도 참여해 질의응답을 할 수 있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특용수연구실장인 정헌관 박사는 ‘정헌관의 숲과 사람 이야기’를 통해 아이들과 덕수궁을 관람하며 나무의 특성을 설명한다. ‘행복한 창의성 연구소’의 박인영 부소장은 연극배우 3명과 함께 상상력을 깨우는 ‘연극 놀이’를 진행하고, 학부모들은 성악그룹 ‘극장을 떠난 바보 음악가’의 클래식 공연을 즐길 수 있다. 참가자들이 정동극장의 대표공연 ‘미소’도 관람할 수 있다. 7만 원. 02-734-1233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연출가 이윤택 씨(58)가 6년 만에 새로운 굿극을 선보인다. 25, 26일 전남 진도군 국립남도국악원 진악당에서 선보이는 굿극 ‘씻금’. 이 씨는 1986년 동해안 별신굿 ‘오구-죽음의 형식’으로 처음 굿을 극화했고 1999년 경기 도당굿 ‘일식’, 2004년 제주 칠머리 당굿 ‘초혼’을 선보였다. 그의 네 번째 굿극인 ‘씻금’은 진도 씻김굿을 토대로 했다. 연극 뮤지컬 오페라 등 다양한 분야를 섭렵해온 이 씨가 20년 넘게 굿극을 이어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외국 공연이 많이 들어오는 것은 좋은데 요즘은 우리 연극이 홀대를 받는 것 같아요. 전통 굿은 우리 연극의 기본이죠. 굿극 작업은 우리 극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이자 위축되는 전통극 시장에 대한 저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씻금’은 서남해안지역에서 보편적으로 행하는 씻김굿을 무대 위에 풀어낸다. 씻김굿이란 망자의 좋지 못했던 기억을 깨끗이 씻어내 좀 더 수월하게 저승으로 갈 수 있게 돕는 굿. 주인공 순례가 바다에 몸을 던진 뒤 그를 위로하기 위한 굿판을 벌이고, 산 자와 죽은 자들이 한데 모여 순례의 한을 푼다는 것이 뼈대다. 씻김굿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망자들이 자신의 삶을 말과 소리, 몸짓을 통해 풀어낸다. “현재 전승되는 굿들은 대개 내용이 없고 그 뼈대만 남아있어 아쉬워요. 이번 극에서는 진도 민중, 특히 배곯아 가면서 억척스럽게 노동을 했던 여성들의 한을 표현할 것입니다.” 국립남도국악원의 브랜드 작품으로 육자배기를 비롯한 다양한 민요, 상여 소리, 진도 사람들의 일상어와 노래가 결합해 지역 특성을 살렸다. 12월 국립부산국악원, 내년 3월 서울 국립국악원에서도 공연할 예정. 무료. 25일 오후 3시, 26일 오후 7시. 061-540-4033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쿵쾅 쿵쾅, 가슴을 쩌릿하게 울리는 앰프소리와 객석을 향해 날아오는 강렬한 조명. 천을 벗기자 마술사 이은결이 헬리콥터에 탄 채 깜짝 등장했다. ‘어떻게 헬리콥터가 나타났지?’ 나름 머리를 굴리는 사이 마술사는 빈 상자 속에서 여성 출연자를 등장시키더니 바로 9등분 해버린다. 쉴 틈 없이 사람이 생겼다 없어지고 다시 토막 나는 상황에 어안이 벙벙해질 때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이건 오프닝예요.” 웃음이 터졌다. 7일 개막한 마술 공연 ‘더 일루션’은 군에서 제대한 이은결이 내놓은 3년 만의 복귀작이다. 마술 한 가지로 1200석의 대형 공연장을 2시간 반(인터미션 20분 포함) 동안 달아오르게 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충분했다. 1부와 2부로 나눈 공연의 흐름은 비슷하다. 각 부의 초반을 카드와 꽃, 비둘기가 사라지는 ‘클래식’한 마술로 시작한 뒤 마술사와 보조 출연자가 사라지거나 공중에 뜨는 것으로 난도(難度)를 높인다. 세계적인 마술사 데이비드 카퍼필드가 미국의 ‘자유의 여신상’을 사라지게 하거나 중국 만리장성을 통과하는 장면을 보면서 열광했던 관객이라면 이 같은 마술은 소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무선 마이크를 끼고 단독 진행을 맡은 이은결은 입담을 과시하며 관객을 무장해제시킨다. “몇몇 아버님은 팔짱끼고 ‘(속임수가) 걸리면 죽어’라고 지켜보시는데, 저는 여러분을 속이려고 하는 게 아니라 함께 즐기려고 하는 겁니다. 도와주세요∼.” 속마음을 들킨 객석에선 웃음이 터진다. 그렇다. 그냥 벌어지는 상황 자체를 마음 편히 즐기면 공연은 충분히 재미있다. 앵무새 그림을 그리면 그림 속에서 앵무새가 나오고, 새가 다시 여성으로 변하고 다시 앵무새, 그림으로 되돌아간다. 잘 짜인 한편의 극을 보는 듯하다. 눈사람을 만든 뒤 아이가 껴안자 눈사람이 살아 움직이고 눈발이 날리는 모습도 따뜻한 감흥을 전해준다. ‘그림자 쇼’나 프러포즈 이벤트 때의 ‘인형 퍼포먼스’ 등 마술이 아닌 부분에도 관객의 호응은 컸다. 입이 쩍 벌어지는 대형 마술은 찾기 힘들었지만 동심, 사랑, 추억 등을 주제로 이야기를 녹여낸 마술들은 각각 짜임새가 있고 연결도 자연스러웠다. 특히 아이와 어른이 함께 즐기기에 마술이란 키워드는 더없이 적합한 교집합으로 느껴졌다.:i:3만∼10만 원. 12월 4일까지 서울 중구 흥인동 충무아트홀 대극장. 02-501-7888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말총머리를 한 건장한 사내가 무대에 올라 마이크를 잡았다. 현악사중주단 ‘콰르텟 엑스’의 리더 조윤범 씨(35). “오늘 들려 드릴 곡은 비발디의 ‘사계’입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이 곡은 너무 깁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다 연주하고 싶지만 그러면 여러분 오늘 집에 못 가셔요. 그래서 여름과 겨울만 연주합니다.” 익살스러운 소개말에 관중은 킥킥댔다. 콰르텟 엑스가 9월 ‘문화와 예술이 있는 서울광장’ 무대에서 선보인 공연 모습이다. 2000년 결성한 콰르텟 엑스의 지난 10년은 클래식을 대중에게 쉽게 전하기 위한 파격적 실험의 연속으로 압축된다.》 ○ 현악사중주의 시장을 개척하다 콰르텟 엑스는 2000년 4월에 결성됐지만 첫 공연은 2002년 9월에 무대에 오른 ‘거친바람 성난파도’였다. 연습 기간만 2년 5개월이 걸린 것.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오래 활동하는 실내악단이 거의 없었어요. 클래식 전공자들이 졸업하면서 단체를 만들어도 몇 번 연주회하고 나면 대개 악단이 해체돼 버리거든요. 그래서 저희는 ‘어차피 해체할 거면 연습이나 많이 해보자’라고 생각했죠.” 첫 공연에서 대작인 슈베르트의 ‘죽음과 소녀’를 첫 곡으로 내세웠고 길고 난해하기로 이름난 베토벤의 ‘대푸가’ 4중주를 외워서 연주했다. 뮤지컬을 보는 듯한 짜인 표정과 몸짓은 특히 화젯거리로 떠올랐다. 잔잔했던 클래식의 수면에 이렇게 돌멩이를 던진 콰르텟 엑스는 현재 전국을 돌며 연 250여 회나 연주한다. 재치있고 명쾌한 입담의 조 씨는 연 150여 회 클래식 강의에 나선다. 조 씨의 해설과 콰르텟 엑스의 연주를 곁들여 예술공연 전문 케이블TV에서 방영된 ‘조윤범의 파워클래식’ 프로그램도 ‘쉬우면서도 몰랐던 데 눈을 뜨게 해주는’ 프로그램으로 클래식 초보자와 마니아층 모두에게 높은 평가를 받았다. 조 씨를 제외한 원년 멤버들은 바뀌었지만 한결같은 정체성을 유지하며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 조 씨가 제1바이올린 겸 리더이며 박소연(28·제2바이올린), 김희준(33·비올라), 임이랑 씨(30·첼로)가 멤버로 뛰고 있다. 1월 합류한 임 씨는 “오케스트라에서 있었고 재즈공연에도 섰지만 여기(콰르텟 엑스)가 가장 힘들다. 너무 바빠서 죽을 지경”이라며 웃었다. 고정 팬도 매년 늘고 있다. 김 씨는 “싸이월드의 팬카페 회원은 4500여 명인데 여름마다 수련모임(MT)도 같이 간다”고 말했다. ○ 클래식 공연의 틀을 깨다 콰르텟 엑스의 공연포스터는 홍익대 앞 인디밴드의 포스터보다도 재기발랄하다. 지난해 베토벤 현악사중주의 전곡 연주회를 알리는 공연은 제목을 ‘베토벤 백신’으로 달고 약병 속에 바이올린을 집어넣은 그림을 넣었다. 2007년 하이든과 모차르트의 현악사중주 포스터에는 관객이 메뉴판(공연팸플릿)을 보고 고민하는 옆에 하이든이 웨이터로 등장해 “하이든은 어떤 것으로 드셔도 최상급입니다”라고 말한다. 지난달 시작해 내달 5월까지 매달 한 번 서울 강남구 삼성동 올림푸스홀에서 공연하는 슈만, 브람스, 차이콥스키의 실내악 전곡 연주회는 제목을 ‘콰르텟 엑스와 세 개의 방’으로 달았다. “영화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에서 따왔는데 재밌죠? 아이디어는 신문 잡지 영화 뮤지컬 등에서 얻어요. 관객이 재미있어 하니까 좋죠.”(조 씨) 전곡도 연주하지만 일부 악장을 뽑은 ‘하이라이트 연주’도 단골메뉴다. 고전 명곡에 멋대로 작명도 한다. 베토벤 현악사중주 1번 4악장이 고양이가 털실을 갖고 논다는 느낌이 난다고 ‘고양이’라고 이름 붙이는 식이다. ‘작곡가의 본래 의도에 아무것도 덧붙이지 말라’는 게 불문율인 보수적인 클래식계로 보면 ‘불경한 이단아’인 셈이다. 나아가 무대에서 이들은 배우로 변한다. 소리가 줄어들면 동작을 작게 하고, 둘이 연주할 때는 서로를 바라본다. 연주하면서 느끼는 감정에 충실하게 꾸미지만 먼저 이런 동작을 치밀하게 연습하고 영상 녹화한 뒤 점검한다. ‘짜인 각본’인 셈이다. “연주자가 감동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관객이 감동받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만큼 무대 위 표정, 몸짓들을 철저히 연구할 수밖에 없죠.”(조 씨) 공연과 음반활동뿐 아니라 관련 서적 출간과 강의 등으로 ‘원 소스 멀티 유스’에도 전념하고 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 등에 들어갈 ‘전자팸플릿’을 정보기술(IT) 기술자들과 제작하고 있다. 현악 전문지 ‘스트라드’의 최희정 편집장은 “클래식을 사람들에게 친숙하게 전달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그룹이다. 특히 기획공연이 드물었던 2000년대 초반부터 새로운 공연을 시도한 데 의미가 크다”며 콰르텟 엑스를 평가했다. 통영국제음악제 이사인 김승근 서울대 국악과 교수는 “처음 봤을 때는 ‘뭐 이런 괴상한 그룹이 있나’라고 생각했다. 클래식을 정통으로 하시는 분 가운데는 싫어하는 분도 계시겠지만 이런 그룹이 하나 있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볼 때 ‘조윤범’은 오버쟁이다. 조금은 찬찬히 정리하고 뒤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을 것 같다”며 웃음을 곁들여 덧붙였다.○ ‘파토’내는 사람이 되고 싶다 10년을 달려온 콰르텟 엑스에 앞으로의 10년을 물었다. “고스톱의 ‘파토’처럼 클래식계의 판을 흔들고 싶어요. 판은 항상 바꾸고 깨야 합니다. 전통에 그냥 무임승차하면 발전할 수 없어요. 5년이든 10년이든 계속 부수고 해체해 그 속에서 새로운 것을 찾아낼 생각입니다.”(조 씨) “작곡가들을 연구해 저희만의 색깔로 채색하고 그들의 전곡을 녹음하고 싶어요.”(박 씨) 해외에 진출할 계획은 없냐고 물었더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 “준비 없이 나가면 한두 번의 공연으로 그칠 거예요. ‘해외 청중은 어떤 음악, 어떤 스타일을 좋아할 것인가’를 치밀하게 연구하고 연습한 뒤에 나갈 겁니다.”(조 씨) 데뷔 준비가 길었던 것처럼 해외 진출에도 이 악단의 ‘신중한’ 초심은 여전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시청자가 TV를 보는 눈은 뛰어납니다. 최근 늘어나고 있는 ‘자기복제식’ 드라마는 시청자가 용납하지 않아요. 전달자가 시청자를 왕으로 모실 때 좋은 콘텐츠가 나옵니다,” 19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 21층 인촌라운지에서 열린 시청자 미디어리터러시 교육 세 번째 강의에 강연자로 나온 운군일 감독(58)은 “드라마를 만드는 사람들도 열심히 발로 뛰면서 소재를 발굴하는 저널리스트적 감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교생 일기’ ‘사랑이 꽃피는 나무’ ‘황금신부’ 등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감동적인 ‘무공해’ 드라마를 주로 만들어온 그는 “감독생활 33년 동안 꼼꼼히 신문 기사를 스크랩하며 드라마 소재를 찾아왔다”며 “드라마 소재가 고갈됐다는 것은 핑계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온 가족이 시청하기 낯 뜨거운 드라마가 양산되는 것은 작가, PD들이 머리로만 드라마를 만들기 때문”이라며 “머리, 발, 가슴이 삼위일체로 균형을 이룰 때 좋은 드라마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운 감독은 “2007년 베트남 이주여성을 소재로 한 ‘황금신부’를 기획했을 때 방송가에서는 ‘다문화 드라마가 되겠느냐’는 반론이 많았다”며 “그러나 드라마는 재미 이상의 시의성과 유익성을 갖춰야 한다는 판단하에 드라마를 만들었고, 결과적으로 해외에 20억 원어치 수출하고 중국 베트남 등 4개국에서 작품상을 받는 등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드라마를 기획하거나 극본을 쓸 때는 ‘시청자가 이 드라마에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상상하고 실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종합편성채널을 준비하고 있는 동아일보가 시청자의 올바른 드라마 이해와 분석을 위해 마련한 미디어리터러시 교육은 총 8회에 걸쳐 매주 금요일 오후 2시에 마련된다. 26일에는 ‘천국의 계단’ ‘아스팔트 위의 사나이’ ‘로드 넘버원’ 등을 연출한 이장수 감독이 강사로 나선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