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

김민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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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속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국제부 기자입니다. 예술가의 이야기를 따로 모아 뉴스레터 '영감 한 스푼'으로 전하고 있습니다.

kimmin@donga.com

취재분야

2025-11-28~2025-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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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술 마시고 시동 꺼진 오토바이 탔다면 음주운전?…재판부 판결은?

    술을 마신 상태로 오토바이를 탔어도 시동이 꺼진 오토바이를 타고 내리막길을 내려온 것에 불과하다면 음주 운전으로 볼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부(부장판사 한영환)에 따르면 이모 씨(38)는 2013년 5월5일 오후 11시 30분경 서울 은평구 불광중학교 인근 도로 내리막길을 음주 상태에서 100cc 오토바이를 타고 내려갔다. 그러다 경찰관에게 단속돼 혈중 알코올농도가 0.072%로 나와 벌금을 물게 되자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이 씨는 1심 재판에서 “술은 마셨지만 오토바이 시동을 끈 채로 끌고 가다 내리막길에서 오토바이 속도를 제어하기 위해 탑승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이 주장을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다. 시동을 끈 상태에서 오토바이를 ‘타력주행’ 했기에 운전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였다. 도로교통법상 오토바이를 포함한 자동차 운전은 원동기를 사용하는 행위다. 이 때문에 재판부는 이 씨가 ‘음주’는 했지만 법적으로 ‘운전’을 한 건 아니라고 판단했다. 검찰은 이 씨의 운전 거리를 1km로 늘리는 등 공소사실을 변경해 항소했지만 항소심 재판부 역시 검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이 씨의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제출된 증거와 진술에 따르면 이 씨가 오토바이를 끌고 왔을 개연성이 충분하기에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을 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시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5-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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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텅… 텅… 텅…

    “손님요?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세요?” 5일 오후 평택역 앞 택시 승강장에서 30분을 넘게 기다리다 손님을 태웠다는 택시 기사 김모 씨(62)가 힘 빠진 목소리로 말했다. 메르스 환자가 속출한 경기 평택시는 거리 전체가 한산했다. 메르스 감염 위험 때문에 시민들은 외출을 주저했고, 자영업자들은 떨어진 매출에 비명을 질렀다. 이날 평택의 한 멀티플렉스 영화관은 손님이 거의 없이 텅 비어 있었다. 영화 시간을 기다리던 양모 씨(24·여)는 “평일이라도 이 정도까지 한산하지는 않았다”며 놀라워했다. 평택역 근처 상가에는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가게 주인들의 신경도 날카로워졌다. 옷가게를 운영하는 이모 씨(58·여)는 “사람이 없으니 장사도 안 된다. 오후 7, 8시면 다 문 닫고 간다”고 쏘아붙였다. 오후 4시경 찾은 한 대형마트에는 물건을 고르는 시민이 10명도 안 됐다. 자녀 대신 장을 보러 왔다는 곽태석 씨(60)는 “7일 열 예정이던 손주 돌잔치도 취소했다”며 “불안하니까 가능하면 집에서 나오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평택역 내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는 이정훈 씨(47)는 “매출이 절반 가까이로 떨어졌다. 손님이 뚝 끊겨 어쩔 수 없이 아르바이트생도 쉬라고 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 씨에 따르면 평소 점심식사를 마치고 커피를 마시는 여성 손님들로 매장이 가득 찰 시간인데 이날은 고작 여성 2명만 있었다. 전통시장인 평택국제중앙시장도 인적이 드물었다. 상인들은 손님이 평소의 30%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울상을 지었다. 터키음식점을 운영하는 터키인 자자 알틴디스 씨(35)는 “이곳에서 6년 동안 장사했는데 요즘이 최악”이라며 “나조차 불안해서 집과 가게만 오가는데 손님들이 밖에 나오겠냐”고 말했다. 중국인 관광객과 보따리상이 오가는 평택국제여객터미널에도 불안감이 감돌았다. 평택항 측은 관광객 입국이 지난달에 비해 30%가량 줄었다고 밝혔다. 보따리상인들은 줄지 않았지만 대부분 마스크를 쓴 채 입국했다. 중국동포 김용욱 씨(49)는 “중국 쪽 사람들 중 ‘(메르스 때문에) 한국 물건 받아도 괜찮냐’고 걱정하는 고객들이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지난달 29일 폐쇄된 평택성모병원 근처는 더욱 을씨년스러웠다. 근처 약국과 편의점 등 모든 가게가 굳게 문을 닫았다. 지역 내 다른 병원들도 형체 없는 두려움과 싸우고 있었다. 특히 병원 관계자들은 자신도 불시에 메르스에 감염될지 모른다는 공포에 시달리고 있었다. 한 내과의사는 “병원에 온 환자가 기침만 해도 무섭다. 하지만 병원 문 닫으면 이 환자들이 갈 곳이 없지 않느냐”고 되물었다.평택=이건혁 gun@donga.com / 김민 기자}

    • 2015-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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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영화 ‘타짜’ 제작 차승재, 국고보조금 횡령 의혹

    ‘타짜’와 ‘살인의 추억’ 등을 제작한 차승재 동국대 영상대학원 교수(55·사진)가 수억 원의 국고보조금을 횡령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차 교수가 수사 도중 사업차 중국에 가야 한다며 현직 국회의원의 신원보증을 받아 출국 금지를 해제 받았던 사실도 드러났다. 3일 한국산업인력공단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 마포경찰서는 차 교수를 업무상 횡령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장 등을 지내기도 한 차 교수는 서울 마포구 A사단법인에 지원된 국고보조금 가운데 수억 원을 다른 영화계 인사들과 공모해 횡령·유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법인은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산업인력공단의 ‘국가인적자원개발컨소시엄’ 사업으로 35억 원가량을 지원 받았다. 상당수 영화 제작 인력이 열악한 근로여건에서 일하는 가운데 교육·훈련을 지원하려 투입한 국가 예산이다. 경찰은 이 법인이 사업 초기 교육 장비 등을 사는 과정에서 차 교수가 일부 중고물품의 가격을 부풀려 차액을 빼돌린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 교수 측은 문제가 되고 있는 구매비 차액은 이미 돌려줬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경찰은 곧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차 교수와 친분이 있던 진선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신원보증을 서 차 교수의 출국 금지 해제를 도왔던 사실도 드러났다. 경찰은 차 교수를 수사하며 2월 12일부터 출국을 금지했다. 이후 매달 세 차례에 걸쳐 이를 연장했는데 4월 14일 차 교수가 사업차 중국을 방문해야 한다며 진 의원의 신원보증을 첨부해 경찰에 출국 금지 해제를 요청한 것이다. 결국 실제로 출국 금지 조치가 풀렸고 차 교수는 중국에 다녀왔다. 복수의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국회의원이 신원보증까지 서면서 출국 금지가 해제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차 교수와 진 의원은 2013년 12월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당시 의원)의 북콘서트를 함께 진행한 바 있다. 또 차 교수는 진 의원이 비례대표로 당선된 19대 총선 당시 새정치연합(당시 민주통합당)의 비례대표 후보 추천 심사위원을 지냈다. 차 교수는 최근 통화에서 “수사 진행 상황을 잘 모르고 입장을 밝히고 싶지도 않다. 진 의원과는 잘 모른다”고 답했고 이후에는 응답하지 않았다. 신원보증과 관련해 진 의원 보좌관은 “사업상 어려움이 있다는 사정을 알고 도운 것으로 알고 있다. 의원실에는 종종 신원보증 민원이 들어오며 (이번 출금 해제 신원보증이) 특별한 일은 아니다”라고 밝혔다.김민 kimmin@donga.com·김도형 기자}

    • 2015-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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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뇌물·원정 성접대 혐의’ 70대 재개발조합장에 징역 5년

    재개발 사업 선정 과정에서 뇌물과 성접대를 받은 재개발 조합장이 중형을 선고 받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심우용)는 금품과 향응을 받고 재개발 업체 선정과 사업 편의를 제공해 준 혐의로 구속기소 된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3구역 재개발조합장 박모 씨(76)에게 징역 5년에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했다고 24일 밝혔다. 박 씨는 2004년 서대문구 북아현·충정 구역이 도시정비지구로 공시될 당시 정비사업 조합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됐고, 2008년 북아현3구역 재개발조합장이 됐다. 박 씨는 추진위원장으로 재직하던 2005년부터 업자들에게 노골적으로 금품을 요구했다. W철거업체 대표 고모 씨에게 “철거용역 공사를 수주 받도록 도와줄 테니 활동 경비를 지원해 달라”고 했다. 고 씨는 2005년 11월부터 2006년 2월까지 북아현동 일대에서 3차례에 걸쳐 8000만 원을 박 씨에게 건넸다. 박 씨는 2006년 9월과 10월에는 고 씨와 함께 태국 푸켓과 몽골 울란바토르로 여행 가 성접대까지 받았다. 재판 과정에서 박 씨는 “고 씨가 바람을 쐬러 가자고 제안해 따라 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행 경비는 물론 성매매 비용까지 고 씨가 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씨는 설계 업체에 리베이트를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떡값’을 요구하기도 했다. 설계 계약을 맺는 대가로 리베이트를 달라는 박 씨에게 S업체 대표 이모 씨(54)는 계약금의 60~70%를 먼저 지급하라며 거절했다. 이에 박 씨는 명절과 휴가철마다 금품을 요구해 2007년 2월부터 2009년 10월까지 이 씨에게서 2000만 원을 받았다. 재판부는 “조합원을 위해 공정하게 사무를 처리해야 할 조합장으로서 장기간에 걸쳐 뇌물을 받고 이를 적극적으로 요구해 죄질이 불량하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5-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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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념품 뿌린 광명서장 감찰하고도 한달간 ‘쉬쉬’

    자신의 이름이 적힌 벽걸이 시계와 커피잔 수백 개를 관내 음식점 등에 뿌린 권세도 경기 광명경찰서장(56)에 대해 경찰청이 지난달 감찰 조사를 벌여놓고도 이 사실을 감춘 채 한 달이 넘도록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아 경찰 지휘부의 비호 의혹까지 일고 있다. 경찰청은 22일 본보에 권 서장의 기념품 배포 기사가 보도되자 곧바로 특별감찰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광명경찰서에 감찰요원들을 보내는 한편 권 서장을 대기발령 조치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권 서장이 기념품을 뿌린 정황이 드러난 만큼 사실 조사에 나섰다”며 “사전선거운동 등의 혐의가 적용 가능한지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본보 취재 결과 경찰청은 이미 지난달 초 권 서장을 감찰 조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감찰요원들은 지난달 7일경 권 서장을 광명경찰서 인근에서 면담하고 기념품 배포 경위 등을 조사했으며 기념품 제작비용 출처 조사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권 서장이 지난해 직원들과 회식 자리를 가지면서 비용을 참석자들에게서 현금으로 갹출한 뒤 법인카드로 결제한 횡령 의혹 등 3, 4건의 다른 비위 의혹도 조사했다. 하지만 경찰청은 감찰 사실이 확인된 22일 오전까지도 이를 부인했다. 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권 서장이) 선거운동을 한다는 풍문은 있었지만 정식 감찰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고, 이성재 경찰청 감찰담당관은 “감찰 조사를 하지 않았다”며 공식 부인했다. 이날 오후에 와서야 지난달 감찰 조사를 벌인 사실을 인정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권 서장 감찰은 강신명 경찰청장에게까지 보고된 사안”이라며 “처벌은커녕 감찰 조사를 했다는 사실까지 쉬쉬하면서 ‘이런 식이면 앞으로 어떤 비위를 처벌하느냐’는 내부 불만이 커졌다”고 전했다.박재명 jmpark@donga.com·김민·차길호 기자}

    • 2015-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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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진것 많은 한국 아이들… 행복도는 네팔보다 낮아

    돈이 행복을 주는 건 아니었다. 한국 어린이의 행복지수는 네팔이나 에티오피아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 아동구호단체 ‘세이브 더 칠드런’과 서울대 사회복지연구소는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담은 ‘아동의 행복감 국제 비교 연구’ 논문을 18일 발표했다. 이 논문은 한국 어린이는 어릴 때부터 시작되는 경쟁 탓에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번 연구는 영국 이스라엘 에티오피아 등 세계 15개국의 만 8세, 10세, 12세 어린이 5만2141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연구진은 어린이가 느끼는 주관적인 행복감과 삶의 만족도를 설문 형태로 조사했다. 한국 어린이들은 연구진이 선정한 옷, 컴퓨터, 인터넷 등 필요물품 9개 중 평균 8.5개를 소유해 물질적 상황이 노르웨이(8.8개)에 이어 두 번째였다. 그러나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8.51점에 그쳐 네팔(8.8점), 남아프리카공화국(8.7점) 어린이들보다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국 어린이의 주관적 행복감 역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낮았다. 만 10세를 기준으로 봤을 때 행복도가 가장 높은 국가는 루마니아(9.3점)였고 콜롬비아(9.2점), 노르웨이(8.9점)가 뒤를 이었다. 한국 어린이의 행복도는 10점 만점에 8.2점으로 평균에 못 미쳤다. 에티오피아(8.6점), 네팔(8.6)의 어린이보다 낮은 수치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한국 어린이는 부모와 사회가 정해놓은 기준과 자신을 항상 비교하기 때문에 위축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어린이가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아이가 하루 일과 중 스스로 결정해 쓸 수 있는 시간을 지금보다 크게 늘려줘야 한다”고 지적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5-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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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름을 남겼다고? 먹칠을 했네요!

    ‘선운사 골째기로/선운사 동백꽃을/보러 갔더니/동백꽃은 아직 일러/피지 안했고/막걸릿집 여자의/육자배기 가락에/작년 것만 상기도 남었읍디다/그것도 목이 쉬어 남었읍디다’ 백제시대에 창건된 전북 고창군의 천년 고찰 선운사를 소재로 한 미당 서정주의 시 ‘선운사 동구’다. 동백숲길 등 자연미가 빼어난 곳이지만 15일 기자가 찾은 선운사는 관광객들이 남긴 갖가지 낙서들로 얼룩져 있었다. 보물 290호로 지정된 선운사 대웅보전은 정면 5칸, 측면 3칸으로 당당한 자태를 뽐내고 있지만 건물 뒤편엔 부끄러운 ‘흉터’가 가득했다. ‘2013. 4. 28 영미, 수정, 소라, 경진’처럼 왔다 간 흔적을 남긴 것부터 ‘혜정♡철재’라고 애정을 과시한 것까지 낙서의 종류는 다양했다. 심지어 ‘ㅋㅋㅋ 문화재에 낙서’라며 자신의 행동을 되레 자랑한 것도 있었다. 흙벽에 새겨진 낙서들을 본 관람객 김모 씨(57)는 “조용한 산사를 찾은 시민들이 이런 일을 저지르고 간다니 부끄럽고 기가 막힌다”라는 말을 남기고 절을 떠났다. 낙서를 남기는 건 한순간이지만 지우는 일은 쉽지 않다. 문화재보호법에 따르면 국가지정문화재를 수리하기 위해선 문화재청에 문화재 현상변경 신청을 해야 한다. 문화재청장의 허가가 나야 흙벽을 덧씌우거나 도색을 새로 할 수 있다. 허가가 나기 전까지는 벽에 가득한 낙서를 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다. 낙서로 인한 훼손을 막기 위해 큰돈을 들여 보존사업에 나선 곳도 있다. 전북 김제시 금산사는 5년 전부터 33억 원을 들여 국보 62호인 미륵전의 벽화 보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정유재란 때 불에 탔다가 17세기 중건된 미륵전은 국내에 유일한 3층 불전이지만 외벽의 풍화와 더불어 낙서로 인한 훼손 상태가 심각했다. 사찰 관계자는 “언제 새겨졌는지 모를 정도로 오래된 낙서가 많다”며 “낙서를 하지 못하도록 펜스를 설치하자는 논의를 하다 김제시에서 보존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고 올해 사업이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가지정문화재에 낙서를 하다 적발되면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3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고창·김제=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5-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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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난사 최씨 “내일 사격… 다 죽여버리고 싶다” 유서

    총기를 난사한 최모 씨(23·사망)의 유서에는 심한 우울감, 무력감과 함께 강한 범행 의지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 최 씨는 유서에서 “왜 살아가는지, 무슨 목적으로 사는지 모르겠다”며 “내 자아와 자존감, 내·외적인 것들 모두가 싫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사람들을 다 죽여버리고 나도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강박증이 되어간다”고 덧붙였다. 일반전방소초(GOP)에서 군 생활 당시 부대원들을 죽이고 자살하지 못한 걸 후회하면서 “내일 (예비군 훈련에서) 사격을 한다. 다 죽여버리고 나는 자살하고 싶다”는 섬뜩한 말을 남겼다. 총기 난사가 우발적 행동이 아닌 계획범죄임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최 씨와 함께 서울 송파구의 한 빌라에서 살고 있는 이모 A 씨는 13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조카가 제대 3개월 전부터 ‘죽고 싶다’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또 “조카가 후임들 앞에 누운 채로 ‘이대로 잠들고 싶다’고 말했다는 얘기도 전해 들었다”고 밝혔다. A 씨에 따르면 최 씨는 경기 연천군의 한 부대에서 생활할 때 선임에게 괴롭힘을 당했고 ‘B급 관심병사’ 판정을 받아 후방 부대로 전출됐다고 한다. 최 씨는 내성적인 성격 탓에 새 부대에서도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A 씨는 “(전역 후) 조카가 샤워기를 틀어놓고 갑자기 욕을 하거나 옥상에 올라가 소리를 질렀다”며 “누구에게 욕을 한 것인지 물어보면 ‘(나를) 괴롭힌 선임 생각만 하면 화가 난다’고 대답했다”고 말했다. 최 씨는 제대 후 잠실역 인근에서 막노동을 하기도 했고 최근에는 용접학원을 다녔다. 그러나 취업에 번번이 실패했고 그때마다 “잘못된 군 생활 때문에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한다. A 씨는 “예비군 훈련을 가면 실탄을 만지게 돼 걱정을 했다”며 “조카가 어머니에게 위병소까지 태워달라고 했는데 ‘짐도 없으니 혼자 가라’는 말을 들었다. 홀로 보낸 것이 후회스럽다”고 말했다. A 씨는 “이번 사고로 인한 피해자 분들에게 너무나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가족과 주민들에 따르면 최 씨는 최근 수차례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근처 빌라의 한 주민은 “최 씨가 웃옷을 벗고 옥상에 올라가거나 소주병을 들고 거리를 활보했다”고 전했다. 또 최 씨는 1일 송파경찰서로부터 도검소지허가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최 씨가 허가받은 도검은 일본도로 길이가 1.1m(날 길이 72cm)에 이른다. 경찰에 따르면 최 씨는 경찰서에 도검소지허가 신청서를 내면서 사용 목적을 ‘수련용’이라고 명시했다. 총포·도검·화약류 단속법상 도검은 날 길이가 15cm 이상인 칼, 검, 창 등으로 흉기로 쓰일 수 있는 것을 뜻한다. 심신장애로 변별력이 떨어지는 사람이나 마약 등 항정신성의약품 또는 알코올의존증환자 등은 소지할 수 없다. 경찰 관계자는 “전과가 없고 현행법상 운전면허증이 있으면 따로 신체검사를 할 필요가 없는 만큼 운전면허가 있는 최 씨의 신체상태를 검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정윤철 trigger@donga.com·김민 기자}

    • 2015-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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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화여대 첫 ‘파더스 데이’ 행사… 父女 100쌍 안산 자락길 거닐며 이야기꽃

    머리에 새하얀 머리카락이 듬성듬성 보이는 중년 남성들과 젊은 여성들이 춤을 추고 있다. ‘DOC와 함께 춤을’이라는 노래에 반 박자씩 어긋나는 엉거주춤한 춤사위를 보이던 중년 남성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날 줄 모른다. 막춤을 추는 중년 남성들 앞 스무 살 안팎의 젊은 여성들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가득하다. 9일 오전 9시 30분경 서울 이화여대 교정 잔디밭에서 펼쳐진 풍경이다. 주말 오전 펼쳐진 이 어색한 ‘댄스타임’은 아버지를 학교로 초청해 딸과의 대화 시간을 마련한 이화여대의 ‘파더스 데이(아버지의 날)’ 행사의 일환이다. 경남 하동군에서 온 여승현 씨(49)는 “오늘 함께하는 딸이 딸 셋 중 장녀인데 초등학교 이후로는 나들이도 한번 같이 다녀본 기억이 없다”고 했다. 아버지에게 안겨 보라고 사회자가 딸에게 주문하자 그는 쑥스러운 듯 머리를 긁적거렸다. 딸 선영 씨(19)도 “아빠와 함께할 수 있는 행사가 있어 신선하다”면서도 “아직 아빠와의 포옹은 좀…”이라며 수줍어했다. 댄스타임이 끝나자 ‘딸 바보’ 아버지들과 이화여대 학생들은 서울 서대문구 안산 자락길 녹음 속에서 2시간 30여 분 동안 산책하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딸과 손잡는 게 처음이라는 아버지는 딸과 산책하며 멋쩍은 듯 웃었다. 곽인섭 씨(59)는 딸 현아 씨(20)가 학교 홈페이지를 보고 “행사에 아버지와 함께하고 싶다”고 졸라 행사에 참여하게 됐다. 34년간 직장생활을 하다가 2월 은퇴한 곽 씨는 “평생 일만 하며 살다가 이제 잠시 쉬는 시간인데 딸과는 정작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며 “골프 선약을 취소했는데 골프야 또 할 수 있는 거지만 이건 오늘밖에 기회가 없을 것 같아 왔는데 만족스럽다”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현아 씨도 “기대한 것보다 아버지와 더 가까워진 것 같다”며 아버지의 손을 꼭 잡았다. 딸과 서먹함을 풀려고 참석한 한 아버지는 딸에게서 시선을 뗄 줄 몰랐다. 어색한 분위기를 풀기 위해 김해수 씨(50)는 “매일 학교와 기숙사만 오가 남자친구가 없다”는 딸 서현 씨(20)에게 숲길을 나란히 걸으며 다정하게 연애 코치를 해줬다. 학교에서 나눠준 파란색 커플가방을 멘 이 부녀의 사이는 3월 딸의 교통사고 때문에 서먹해졌다. 서울의 재수학원에 입학한 후 딸을 경기 화성시의 집까지 일년간 매 주말 차로 데려오던 아버지가 3월 “나도 직장생활 하느라 피곤하기도 하고 너도 성인이니 이제 혼자 다녀라”고 말했다. 말을 한 바로 다음 주, 집으로 돌아오던 딸은 교통사고를 당해 물리치료를 받았다. 딸에게 그 일이 미안했던 아버지는 숲길을 거닐며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다. 이화여대는 2월 ‘신입생 학부모 이화사랑 프로그램’을 올해 처음 열며 프로그램에 참석한 학부모 340명 중 아버지가 69명이나 된다는 점에 주목했다. 금요일 오전에 열린 행사에 ‘딸 바보’ 아버지들이 대거 몰린 것.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은 당시 행사에서 “아버지와 딸만을 위한 행사를 올해 안에 꼭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지난달 20일 시작된 참가 신청은 일주일 만에 부녀 100쌍이 신청을 해 조기 마감됐지만 참가를 원하는 아버지가 많아 신청 기간을 닷새 연장하기도 했다. 학교 관계자는 “단과대 행사에도 참석해 지도교수를 만나고 연락하는 아버지도 종종 있다”며 “딸의 성적이 기대보다 안 좋아 속상하다는 아버지에게 ‘나중에 소주 한잔 하시자’며 달랜 교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아버지는 대학 교수에서부터 회사원, 의사 등 다양한 직업을 갖고 있었다. 한경혜 서울대 아동가족학과 교수는 “가족과 소통하고 싶어 하는 베이비붐 세대가 아버지가 됐고 또 미디어를 통해 가정에 참여하는 남성이 사회적으로 바람직하게 여겨지기 시작하면서 딸 바보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충북 청주시에서 딸과의 시간을 갖기 위해 서울로 온 연도흠 씨(54)는 “내 딸은 우리 세대가 겪은 것처럼 앞만 보고 가는 시행착오를 겪지 않고 여유롭게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에서 딸에게 많은 얘기를 해주고 싶었다”며 “행사가 끝나면 일 때문에 바로 베트남으로 가야 하지만 전혀 피곤하지 않다”며 활짝 웃었다. 김민 kimmin@donga.com·황성호 기자}

    • 2015-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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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리 혐의’ 공군참모총장, 새로운 의혹 나와…내용은?

    부대 운영비를 횡령한 혐의로 국방부 감사를 받고 있는 최차규 공군참모총장이 대응 지침을 내려 감사를 통제하려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군인권센터는 최 총장이 실무자 혼자 감사에 임하지 말라는 내용의 지침을 이달 초 내려 감사에 대응하려 했다고 7일 주장했다. 센터 측은 4일 내부 고발자의 증언을 바탕으로 “최 총장이 ‘과장급(대령)이나 선임장교를 대동해 2인 이상 감사에 임할 것’과 ‘감사팀이 자료 제출을 요구할 경우 알아보겠다고 말한 뒤 부장에게 보고해 승인 받아 제출할 것’을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최 총장은 부대 운영비 1600만 원을 횡령하고 관용차를 사적으로 이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국방부에 감사를 자청했고 4일부터 감사가 시작됐다. 센터 측은 또 “최 총장이 중령 시절인 1996년 재정경제원(현 기획재정부) 파견 당시 1년간 제공된 관사를 공군으로 복귀한 후에도 7년 이상 무단으로 사용했다”며 “관사가 경기 과천에 위치해 있어 수도권에 집을 마련할 수 없는 영관급 장교 신분에 비하면 엄청난 혜택을 받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총장이 공군작전사령관 시절인 2013년에는 독감 백신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데도 최 총장 부인이 의무대로 찾아와 예방 접종을 요구했다는 의무병의 증언도 전해졌다. 센터 측은 “당시 ‘독감 백신을 필수인력에 한해 접종하라는 지침 때문에 원칙적으로 백신을 놔줄 수 없다’고 말한 간호 군무원을 최 총장이 강제로 전출시키려고도 했다”고 주장했다. 공군 관계자는 “최 총장이 대응 지침을 직접 지시한 적이 없고 공군본부 측에서 모든 내용을 종합적으로 알고 있는 과장급이 감사에 임하라는 차원에서 지시를 내린 것”이며 “과천 관사의 경우 최 총장의 공군 복귀 이후 가족들이 관사 관리 규정에 따른 제재금을 내고 거주했다”고 해명했다. 또 “가족을 위해 유료 예방 접종 지침이 별도로 내려졌으며 당시 총장 부인이 비용을 지불한 기록이 있다”고 밝혔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5-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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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귀여운 반려자? 남에겐 맹수일 수도

    기자는 15년 동안 검은색 닥스훈트 ‘유진’이를 키우고 있다. 처음 봤을 땐 낯설고 무섭기까지 했지만 한 지붕 아래서 살다보니 이젠 말썽꾸러기 동생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유진이가 낯설 때가 있다. 산책을 하기 위해 집을 나설 때다. 유진이는 어린이들에게 공포의 대상이다. 어린이들만 보면 사납게 짖었다. 목줄을 당기며 혼을 내도 멈추지 않았다. ‘내가 너희들보다 서열이 높아!’라며 위세를 과시하려는 듯했다. 산책을 하는 시간보다 울음을 터뜨린 아이들에게, 아이의 어머니들에게 사과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이후 목줄을 최대한 짧게 잡고 멀리서 아이들이 보이면 일단 안아 올리는 방법으로 난감한 상황을 피했다. 기자에게는 가족이어도 남에게는 그저 사나운 짐승이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애견인들이 비애견인들을 무조건적으로 배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태균 한국애견연맹 차장은 “애견과 외출할 때 목줄을 매고 배설물을 바로 치울 수 있는 배변 봉투를 들고 다니는 기초적인 배려가 곧 성숙한 반려동물 문화를 만들기 위한 기본이자 전부다”라고 강조했다. 안타깝게도 여전히 많은 애견인이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 24일 오후 1시경 세 살배기 딸과 함께 서울 서초구 반포 한강공원을 찾은 이성우 씨(37)는 얼굴을 붉혀야 했다. 목줄을 매지 않은 시추 한 마리가 달려들어 사납게 짖는 바람에 딸이 경기를 일으켰기 때문이다. 문제는 개 주인의 태도였다. 주인은 “이 개는 절대 사람을 물지 않는다”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이 씨가 “개가 사람을 물지 않는다는 보장이 어디 있느냐”고 항의해도 끝내 사과하지 않았다. 서울 강남구 주민 김지현 씨(31·여)도 23일 하루 종일 심기가 불편했다. 출근하기 전 운동을 하기 위해 인근 양재천을 찾았다가 개의 배설물을 밟았다. 김 씨는 “평소에도 배설물 때문에 짜증이 났는데 하루 종일 찝찝한 기분이 들어 일을 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편의점이나 심지어 식당에도 애견의 이름을 불러가며 데리고 들어오는 사람이 있다. 개 주인들도 할 말은 있다. 애완견이 대접받는 모습을 못마땅하게 여기면서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는 사람들 때문이다. 얌전히 지나가는 애견을 향해서도 발길질을 하려 들거나 주인을 비웃듯 혀를 차는 사례도 있다. 개를 인생의 동반자로 여기는 사람의 마음을 전혀 헤아리지 못하는 행동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전국적으로 사육되는 반려견은 440여만 마리.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싫건 좋건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시대다. 서로 잘 지내기 위해선 우선 애완견을 키우지 않는 사람이 불편하지 않도록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야 한다. 심야에 소리 내지 않기와 공공장소 출입 자제, 배변 봉투 휴대 등 크게 어렵지 않은 일들이다. 개를 키우지 않는 사람도 최소한 개를 ‘사람의 동반자’로 여기고 존중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배려와 소통, 어렵지 않아요!박성진 psjin@donga.com·김민 기자}

    • 2015-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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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낙서-찢기 고문에 감금까지… 책 살려!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책’이에요. 저는 도서관에 살고 있습니다. 보통 가정집에 사는 책은 주인이 한두 명이지만 저는 수십 명 아니 수천 명일 때도 있어요. 조금 헷갈리기도 하지만 그 대신 도서관을 벗어나 여러 곳을 돌아다닐 수 있어 재미있습니다. 그런데 주인들 가운데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않고 저한테 해코지를 하는 사람이 많아요. 가장 흔한 것이 낙서예요. 저나 친구들한테 낙서하는 유형도 가지각색입니다. 첫 번째는 ‘문학비평가’ 유형이에요.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변신’, 다들 아시죠? 서울의 한 공공도서관에 있는 이 친구에게는 구절마다 비평이 적혀 있어요. 제 친구를 보다가 날카로운 비평의식이 샘솟는 건 이해하지만 뒷사람도 생각해 주셔야죠. 두 번째는 ‘공부벌레’ 유형이에요. 외국어 책을 보면서 모르는 단어의 뜻을 적어놓거나 형광펜으로 밑줄을 그어놓는 경우죠. ‘단어가 너무 어려운 탓’이라고 이해하려고 합니다. 그렇지만 토익 토플 같은 어학 교재를 빌려놓고 모든 문제에 답변까지 써놓은 사람들은 심한 것 같아요. 세 번째는 ‘재활용’ 유형이에요. 여백만 있으면 책 내용과 아무 상관없는 낙서를 하는 것이죠. 서울대 도서관의 ‘곰브리치 서양미술사’라는 책에는 수학 공식이 잔뜩 적혀 있어요. 아마 빌려간 사람이 수학 공부를 하나 봐요. 수학책 놔두고 왜 미술책을 빌렸는지 이해가 되지 않아요. 네 번째는 ‘애정 과잉형’입니다. 조금이라도 마음에 들면 마구잡이로 찢어가는 겁니다. 자신은 좋아서 그랬다는데 다른 사람은 볼 수 없으니 정말 양심 불량인 셈이죠. 비슷한 이유로 아예 책 속의 문장을 고치는 사람도 있습니다. 서울대 도서관에서 ‘죽음에 이르는 병’(키르케고르)을 빌려본 어떤 사람은 번역이 이상했는지 ‘친절하게’ 글자를 지우고 다른 단어로 바꿔놓았어요. 낙서보다 더 나쁜 건 ‘책 유괴범’이에요. 책을 한 번 빌리면 한 달이고 두 달이고 자기 집에 ‘납치 감금’해두는 사람들입니다. 서울대 도서관은 6개월 이상 장기 연체 도서가 417권(23일 기준)이나 돼요. 최장기 연체 도서는 소설가 박완서 선생님의 ‘보시니 참 좋았다’, 박경리 선생님이 쓴 ‘성서와 마녀’예요. 이 두 책은 7년 넘게(25일 기준으로 2589일) 돌아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보급 소설가들의 작품인 만큼 더 많은 사람들이 나눠 봐야 하는데 안타까울 뿐입니다. 장기 연체 도서 중에는 전공서적도 많습니다. 책값이 워낙 비싸다보니 한 학기 동안 통째로 대출하는 사례가 많아서 그렇답니다. 대학 도서관에서 전공서적 빌리기가 ‘하늘의 별따기’인 이유입니다. 아, 이런 사람도 있어요. 영화의 한 장면처럼 대출한 책을 우산 대용으로 쓰는 사람들요. 비를 맞으면 종이가 한데 들러붙어 책을 버려야 합니다. 도서관까지 오는 사람들은 책을 사랑하는 분들입니다. 그래서 일부러 저를 괴롭히는 것은 아니라고 믿어요. 이제는 다른 사람들도 배려하면서 저와 함께했으면 좋겠습니다. 황성호 hsh0330@donga.com·김민·손가인 기자 ※독자 여러분의 의견과 제안을 e메일(change2015@donga.com)로 보내주시면 적극 반영하겠습니다.}

    • 2015-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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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만두겠습니다” 경리팀장의 돌연 사표, 이유는 11억 증발?

    “저 일 그만두겠습니다.” 지난해 10월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작은 가정용 공구 제조업체 A사의 경리팀장 김모 씨(47)가 돌연 사표를 냈다. 10년 간 중소기업의 살림을 책임져 온 김 씨가 갑자기 퇴사하려하자 회사는 당황했다. 조용한 성격에 사고 친 적도 없었다. 후임자 인수인계도 없었다. 전화도 받지 않았다. 회사 관계자들은 찜찜한 기분에 회계장부를 들여다봤다. 그리고 김 씨가 5년 동안 회삿돈 11억4000만 원을 챙긴 사실을 알아냈다. 김 씨는 생산직 직원들에게 현금으로 월급을 준다는 점을 악용했다. 김 씨는 직원들의 실제 수령액보다 20~30% 많은 금액을 회사에 신청해 받아내고, 차액을 빼돌려 챙겼다. 처음 범죄를 저지른 2010년 1월에 챙긴 돈은 몇십 만 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대담해졌다. 직원들이 낸 국민연금 보험료를 빼돌리기도 했고, 거래처에 보내야 할 대금을 자기 명의의 계좌로 빼돌리기도 했다. 그렇게 횡령한 돈은 매주 주말 과천 경마장과 서울 시내 화상 경마장에서 탕진했다. 돈 빼돌린 사실을 들킬까 두려운 마음에 두 달간 잠적했으나 결국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김 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 혐의(횡령)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7일 밝혔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이건혁 기자 gun@donga.com}

    • 2015-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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