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정부가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한 지 두 달이 지났지만 학교 현장에서 시행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체육수업 확대와 복수담임제에 대한 논란에 이어 최근에는 징계기록의 보존이나 학교설명회의 의무적 개최에 대해서도 교원단체가 불만을 나타냈다. 학교폭력 관련 징계사항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고 주의가 필요한 학생의 신상 정보를 ‘학생생활지도 도움카드’에 기록하도록 한 데 대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인권침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전교조는 “가해학생을 ‘인생 실패자’로 낙인찍고, 국가가 학생의 내밀한 부분까지 사찰할 수 있다는 발상”이라면서 6일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했다. 김상곤 경기도교육감과 민병희 강원도교육감도 “징계기록 보존은 진학과 취업에 불이익을 받는 등 과한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승환 전북도교육감도 “학생 간 폭력이 형사범죄 수준일 때만 학생부에 기재한다”며 교과부 방침을 축소 적용하기로 했다. 반면에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인권이라는 가치 아래 가해학생을 보호할 게 아니라 다수의 피해학생을 보호해야 한다. 생활지도를 체계적으로 하려면 문제학생에 대한 교사 간 정보교환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과부는 학교폭력 해결에 기여한 교원에게 연 1회 승진 가산점을 주는 내용의 교육공무원 승진규정 개정안을 마련하고 있다. 4일에는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제출하라고 시도교육청에 지시했다. 전북도교육청은 6일 성명을 통해 “교원 간에 위화감이 발생한다. 생활지도 문제를 가산점을 취득한 교원에게 떠맡길 수 있다”며 반대했다. 또 학교폭력 예방교육을 목적으로 학교설명회를 1년에 2회, 일과 후에 개최하도록 했지만 농어촌 학교들은 “교과부의 지시대로 저녁에 하면 오히려 참여율이 떨어진다”며 효율성에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이에 대해 김동석 한국교총 대변인은 “학교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 지시”라고 말했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

2차례에 걸친 추가모집에서도 정원을 채우지 못한 서울의 일부 자율형사립고들이 대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남녀공학으로 전환하는 것이 유력한 대안으로 제기되지만 학교들은 재단과 동문, 학부모의 반발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에도 미달 사태가 반복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교육 전문가들은 남녀 수급 불균형을 미달 사태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적한다. 서울지역 자율고 26곳 가운데 19곳이 남고이고, 지역적으로도 몰려 있기 때문. 올해 미달된 자율고 8곳 가운데 7곳이 남고였다. 이 때문에 대광고의 경우 남녀공학 전환을 적극 검토했지만 최근 ‘보류’ 결정을 내렸다. 법인과 동창회의 반발이 이유다.올해 정원을 채우지 못한 장훈고도 사정은 비슷하다. 장훈고는 지난해 학급 수 감축을 건의했다가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공학 전환을 검토하라’는 공문을 받았다. 학교 관계자는 “재단 방침에 따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공학이 되면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성적이 떨어질 것이라 생각하는 학부모들이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두 학교는 그나마 논의라도 있었지만 나머지 미달 학교들은 아예 고려조차 하지 않는다. 우신고 김갑중 교장은 “건학이념과 맞지 않는다. 지금 어렵다고 해도 남녀공학으로 전환하는 것은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보인고 김복현 교장도 “남고가 많은 건 사실이지만, 재단 방침상 공학으로 바꿀 생각이 없다”고 했다. 동성고 홍장학 교감도 “성직자 양성이 건학이념인 만큼 계획이 없다”고 했다. 경문고 조대형 교장도 “자율고 성비 조정이 필요하다”면서도 “공학 전환 생각은 아직 없다”고 답했다.시교육청 관계자는 “여학생이 갈 수 있는 자율고가 너무 적다. 여학생에게도 동등한 기회를 주기 위해 공학 전환을 적극 권장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남고가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이런 가운데 자율고 전반의 인기도 추락하고 있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달 자율고에서 156명이 일반고로 전학을 갔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수급 불균형을 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성호 ㈜하늘교육 대표이사는 “내신 50% 이내 성적에 비싼 등록금을 감당할 수 있는 중3 남학생이 전원 자율고에 지원한다고 가정해도 경쟁률은 2 대 1에 불과하다. 정부가 공학 전환을 유도하거나 남고의 학급을 감축하지 않으면 미달 사태는 계속될 것이다”고 지적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해도 해도 너무한다. 이제 질린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3일 항소심 공판에서 검찰에 한 말이다. 그는 이날 징역 4년을 구형받고 “나로 인해 어렵게 된 사람에게 인간적으로 가질 수 있는 선의를 금지하고 처벌하는 법은 세상 어디에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곽 교육감이 강조하는 ‘선의’가 자신과 가깝거나 도움을 준 인사만 대상으로 한다는 점. 최근 물의를 빚은 인사 전횡이 대표적이다. 곽 교육감은 2월 △비서들 승진과 인원 확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출신 교원 특별채용 등을 추진했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지난달 “일부 위법 소지가 있다”며 감사를 벌였다. 4일 업무 복귀 이후 첫 오찬간담회를 열면서 곽 교육감은 새로 영입한 비서에 대한 마음을 이렇게 표현했다. “안승문 정책특보보좌관과 정광필 비서실장이 어려운 때 서울교육을 위해 합류해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다.” 앞서 2월 29일 있었던 간담회에서도 비슷한 말을 했다. “5급을 줘도 시원찮을 분들을 7급 비서로 영입했다.” “(특채한 비서 출신 교사는) 정말 훌륭한 선생님이다. 이런 분을 받는 학교와 학생, 학부모는 복이다.” 자신과 노선이 비슷한 전교조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서울시교육청이 이전할 옛 수도여고 건물(용산구 후암동)에 약 10억 원의 리모델링비를 들여 전교조 서울지부를 이전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표면상으로는 지난해 타결된 단체협약이 이유다. 시교육청 내부에서는 문제 제기가 많았다. A 과장은 “안전진단 받고 리모델링하려면 최소 20억 원이 들어간다. 교육감 의지가 중요하긴 해도 그에 따른 행정 절차는 뒷받침해야 될 게 아니냐”고 했다. B 실장도 “(시교육청이 이전하면) 조만간 철거할 건물인데 몇십억 원을 쓰는 건 문제가 있다”고 했다. 다른 교원노조도 반발했다. 그러나 곽 교육감은 “내 임기 중 (시교육청) 이전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할 길이 없다. 그동안 빈 건물을 활용하는 게 좋겠다”며 밀어붙였다. 교육계에서는 “대법원 판결 전 자기편에게 다 주고 가겠다는 뜻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그 자신도 시한부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게 아니면 최근의 비정상적인 자기 식구 챙기기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곽 교육감은 해도 해도 너무한다고 검찰을 향해 말했지만 시교육청 안팎에서는 자신에 대해 비슷한 말이 나오는 걸 듣지 못하는 걸까. 자신의 ‘선의’와 ‘진실’이 다른 이들에게도 똑같이 받아들여질지,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최예나 교육복지부 yena@donga.com}

《 한어수평고시(HSK)라는 이름의 중국어 능력평가에 IBT(Internet Based Testing) 방식을 도입한 지 이달로 1년이 된다. 외국에서 HSK를 이렇게 치른 건 한국이 처음이다. 현재 HSK는 시험지를 이용한 PBT(Paper Based Testing) 방식을 병행하지만 앞으로는 토플처럼 IBT 방식이 점점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컴퓨터로 보는 HSK-IBT는 문제 유형과 방식이 PBT와 같다. 하지만 시험장에서 스피커가 아니라 헤드셋으로 문제를 들으니까 집중력이 높아져 듣기영역을 중심으로 전보다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이제 영어 하나만으로는 부족한 시대다. 중국어 능력 우수자에게 가산점을 부여하는 기업이 늘어나는 추세다. 예를 들어 삼성은 지난달 신입사원 원서를 접수할 때 HSK 5급 195점 이상이면 가산점을 주겠다고 밝혔다. 일부 대학은 수시모집에서 HSK 성적 우수자를 우대한다. 기초가 탄탄해야 HSK도 잘 치를 수 있다. 중국어를 처음 시작한다면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파고다어학원 강사들에게 들어봤다. 》▼ 문법+쓰기, 간자 손으로 써보며 익혀야 ▼HSK에서는 문법이 가장 중요하다. 시험은 듣기 독해 쓰기의 세 영역으로 구성돼 있지만 문법이 기본이기 때문이다. 쓰기영역에서 어순에 따라 단어를 배열하는 문제는 문법을 잘 알지 않고서는 풀기 힘들다. 한국어를 중국어로, 또는 중국어를 한국어로 바꾸는 연습을 꾸준히 해야 한다. 단어를 외울 때는 품사를 꼭 익히고, 이 단어를 포함한 문장을 써보는 연습이 중요하다. 또 중국어 문장을 품사에 유의하면서 한국어로 번역하는 연습도 필요하다. 시험을 잘 보려면 교재 한 권을 정해 품사(명사 동사 조동사 형용사 수사 접속사 등)나 시태(時態·영어의 시제)에 익숙해질 때까지 계속 반복해야 한다. 문법은 품사별로 공부하는 게 좋다. 각각의 품사를 공부하면서 성격이 비슷한 품사와 비교하며 외우는 식이다. 예를 들어 부사와 전치사구는 모두 ‘부사어’이므로 함께 익히면 효과적이다. 또 모의고사 문제집을 풀면서 모르는 개념이 나올 때마다 문법교재로 돌아가 내용을 확인해야 한다. 중국어를 배우는 외국인은 한자에 어려움을 느낀다. 한국인은 서양인보다 한자에 익숙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단, 한국인이 아는 한자보다 간략한 모양의 간자체를 중국이 사용하므로 낯설게 느낄 수는 있다. 주어가 단수냐 복수냐에 따라 동사가 달라지지 않는 점은 영어나 프랑스어보다 쉬운 부분이다. 기본 어순을 알면 단어를 이어가면서 다양한 문장을 쓸 수 있다는 말이다. 한자는 손으로 직접 쓰면서 공부해야 한다. 무조건 외우려 하지 말고, 영어의 어근을 찾듯이 의미가 되는 글자와 합쳐진 글자를 유추하며 접근하는 게 좋다. 문법과 쓰기 공부는 다양한 방식이 필요하다. 같은 어휘를 반복해 사용하는 음악방송 프로그램을 꾸준히 보면 도움이 된다. 중국어는 외국어를 자기표현대로 바꾸니까 신조어가 계속 생긴다. 방송을 자주 보면 생생한 현지 표현을 익힐 수 있다. 중국 주간지 ‘독자(讀子)’도 추천한다. 수필 위주의 내용이라 부담 없이 읽기 좋다. 스터디를 하면서 한국어로 번역하거나 문장에 자주 나오는 사자성어 등 좋은 표현을 따로 정리해 작문에 활용하면 효과적이다. 그게 부담스럽다면 외국인의 작문을 모은 ‘HSK 작문 모범 답안집’과 같은 책도 연습에 도움이 된다.▼ 말하기, 노래하듯 4성 배우면 쉬워 ▼HSK에는 말하기 영역이 없지만 듣기와 독해에서 회화 어휘의 비중이 높아졌다. 점수 위주, 또는 시험을 위한 시험에서 벗어나 실제 말하는 능력을 확인하기 위해 2년 전부터 출제방향을 바꿨다. 듣기와 쓰기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라도 말하기는 중요하다. 수다쟁이처럼 끊임없이 말을 해야 정복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중국어는 성조와 사투리가 많아 말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한다. 영어나 일본어와 가장 다른 점이 ‘4성’이다. 말하는 높낮이와 톤이 중요하다. 같은 발음이라도 성조에 따라 의미가 전혀 달라진다. 예를 들어 ‘칭원(Qingwen)’이라고 읽을 때 성조에 따라 ‘말씀 좀 묻겠습니다(請問)’ 또는 ‘뽀뽀해 주세요(請吻)’가 된다. 한국인은 대부분 1주일이면 4성을 익힐 수 있다. 노래하듯 음을 익혀보자. 1성은 음계로 따지면 ‘솔’로 보면 된다. 고저 없이 높은 음을 내면 된다. 2성은 마지막 음으로 갈수록 올리는 형태로 ‘미∼솔’음 정도로 보면 된다. 흔히 ‘네?’ 하고 반문하는 형태의 음성과 닮았다. 3성은 중간음을 아래로 묵직하게 내렸다가 살짝 올려주면 된다. ‘레-도-파’ 정도. 4성은 태권도의 ‘얍’ 하는 기합소리처럼 짧고 강하게 내뱉으면 되는데 ‘솔∼도’음에 가깝다. 실제 말을 할 때는 성조나 발음, 어법에 지나치게 얽매이기보다는 감정을 표현하는 게 더 중요하다. 언어는 어디까지나 소통을 위한 도구임을 알면 된다. 성조와 기본 어법을 알고 나서는 매일 10분이라도 꾸준히 중국어로 말을 해야 한다. 물론 듣기도 함께 해야 한다. 재미있는 콘텐츠로 중국어에 익숙해지면 어떨까. 장나라와 채림 등 한류 스타가 출연한 중국 드라마를 시청하면 성우가 더빙한 완벽한 베이징표준어를 익힐 수 있다. 드라마에 나오는 한국가요 중에서 중국어로 번안된 노래도 좋은 교재다. 단, 노래에는 정확한 성조가 반영되지 않으므로 가사를 성조와 함께 익힌 후 성조에 대한 부담을 덜고 가사 뜻을 이해하며 따라 부르는 게 좋다. 중국 드라마로는 ‘황제와 딸’ ‘안개비연가’와 같은 시대극과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을 추천한다. 트렌디 드라마에서는 신조어와 젊은이들 말투에 익숙해질 수 있다. 시대극은 중국 문화와 중국인을 알고 이를 바탕으로 중국어를 이해하도록 도와준다. ▼ 듣기, 동음이의어 많아 맥락 살펴야 ▼중국어 학습자는 HSK를 처음 볼 때 듣기 영역에서 가장 당황한다. 분명히 아는 단어인데 문장에 들어가 있으면 전혀 안 들릴 때가 있다. 문제가 나오는 동안 들리지 않는다고 멍하게 있다가 답을 못 찾기도 한다. 하지만 IBT 방식은 시험장의 스피커가 아니라 개인 헤드셋으로 문제를 듣게 하므로 조금 더 집중하면 점수를 높이기에 오히려 유리하다. 3, 4급에서 듣기 문제는 △한 문장을 들려주고 화면에 나온 내용과 맞는지 파악하기 △두 사람의 대화를 들려준 뒤 질문에 알맞은 답 고르기 △대화를 들려준 뒤 1, 2개 질문에 따른 답 고르기의 방식이다. 문제를 듣기 전에 보기를 읽어두고 내용을 유추해 놓으면 도움이 된다. 또 답에 관련된 내용이 앞쪽에 오는 경우가 많으므로 처음부터 집중해야 한다. 중요한 내용이나 숫자는 메모하는 습관을 기르는 게 좋다. 듣기 영역을 정복하려면 문제집을 한 권 고르되 문제만 풀지 말고 문장 전체 듣기와 쓰기를 병행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다. 동음이의어가 많은 중국어 어휘는 맥락을 봐야만 구별할 수 있을 때가 많다. 문장 전체를 듣고 쓰면서 특정 단어가 어떤 문장에서 자주 사용되고 어떤 단어와 호응하는지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문장 전체를 받아쓴 뒤에는 해석을 하면서 모르는 단어까지 암기하면 일석이조다. 해설서와 자신이 번역한 내용을 비교하는 것도 잊지 말자. 듣기는 말하기와의 연계성이 높은 만큼 발음이 제일 중요하다. 정확한 발음을 숙지하기 위해 초급자는 가능하면 전문가에게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다. 성조나 발음이 처음부터 잘못 굳어지면 나중에 고치기 어렵다. 발음한 내용을 녹음했다가 들어보는 훈련도 좋다. 정확한 발음에 맞는 한어병음타자(발음기호)에도 익숙해야 한다. IBT 방식의 쓰기 영역에서는 한자를 손으로 쓰지 않고, 컴퓨터로 발음기호를 입력한 뒤 적절한 한자를 찾도록 한다. PBT 방식에서 한자가 정확히 기억나지 않아 문제를 전혀 풀지 못할 때보다는 유리하지만 올바른 한어병음타자를 알지 못하면 정답을 찾기 힘들다. 교재 하나를 반복해 듣고 따라 하며 최대한 비슷하게 발음하려고 노력해 보자. 중국중앙(CC)TV 채널 뉴스를 추천한다. 아나운서의 정통 중국어(베이징 표준어) 발음을 들을 수 있다. 인터넷이나 케이블채널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한성대는 재학생의 국제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전 세계 대학과 △교환학생 △복수학위 △국제여름학교 △영어캠프 등 다양한 국제교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해외파견 준비과정으로 1학년 학생은 영어교육과정(4학점)을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한다. 참가자 선발부터 입학수속과 파견까지 세심하게 도와주는 점이 눈길을 끈다.○ 해외에서는 인턴으로 학점취득 한성대는 방학마다 ‘Global English Camp’를 연다. 학점교류 프로그램의 준비과정 성격이다. 말레이시아의 자매대학과 함께하는 이 캠프에 해마다 100여 명이 참가한다. 어학강좌에 그치지 않고 현지 가정에 머물고 문화체험을 하면서 영어를 배울 수 있다. 2008년부터는 교류대학인 미국 몬클레어주립대와 손잡고 ‘디즈니인턴십’을 운영하고 있다. 세계 최대 테마파크인 미국 플로리다의 월트디즈니월드에서 6개월간 유급 인턴으로 일하며 디즈니사의 기업문화를 배울 수 있다. 12학점을 인정받을 수 있어 학생 사이에 인기가 많다. 학생들은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이용해 미국 캐나다 뉴질랜드 중국 일본에 나간다. 현지 대학에서 전공 수업을 듣고 한성대 학점으로 인정받는다. 국제교류부에서는 이 모든 과정에 대해 상담하면서 도움을 준다. 미국 자매대학에 교환학생으로 다녀왔던 박창홍 씨(무역학과)는 “개인적으로 연수를 가지 않고 학교의 다양한 국제교류 프로그램을 이용해 해외경험을 쌓는 친구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성대와 해외대학 학위를 동시에 취득할 수 있는 복수학위제도도 있다. 미국 텍사스주립대 외 3개 대학과 함께 시행하고 있다.○ 학내에서는 잉글리시존에서 공부 꼭 해외가 아니라 교내에서 영어를 익힐 수 있는 환경도 만들었다. 여름방학이면 한성대 캠퍼스는 해외 자매결연 대학의 학생들로 가득하다. 올해 세 번째인 한성국제여름학교 참가자들이다. 이들은 미국 캐나다 뉴질랜드 말레이시아 출신으로 4주간 한성대에 머물며 한국정치, 경제, 예술, 언어 등 한국학 강의를 듣는다. 또 경기 이천의 도자기 마을, 비무장지대(DMZ), 경북 안동의 하회마을과 경주를 답사한다. 한성대 학생들은 이들 해외 참가자와 모든 일정을 함께 하며 민간 외교관으로서 한국을 알리고 한국생활을 돕는다. 이들과 어울리며 어학 및 문화체험의 기회를 얻는 셈이다. 한성대는 재학생의 영어실력을 키우기 위해 외국인 전임교원을 25명 확보했다. 학술정보관과 캠퍼스카페 옆의 ‘영어 라운지(English Lounge)’는 학생들로 늘 북적인다. 영어만 사용해야 하는 이곳에서는 영어회화 소모임이 활발하다. 또 외국인 교수 2명이 상주하면서 학생들의 쓰기 과제를 도와주고 대화를 나눈다. 외국대학과의 학점교류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다. 이창원 기획협력처장은 “디즈니인턴십이나 말레이시아 캠프처럼 다른 대학에 없는 국제교류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가능한 한 많은 학생이 해외경험을 쌓고 시야를 넓힐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성신여대는 2007년 삼성경제연구소의 컨설팅을 받아 ‘성신 2015 발전계획’을 마련했다. 대학도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고 판단한 결과였다. 이에 따라 학과 통폐합, 정원 조정, 교육과정 개선 등 구조조정을 발 빠르게 실시했다. 이제는 학생들을 ‘글로벌 융합형 인재’로 성장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창조적 역량 강화가 목표 성신여대는 학생들이 다양한 사고를 하도록 학제를 융합했다. 예를 들어 융합문화예술대학 내 5개 전공을 하는 학생은 이수학점(140학점) 중 30학점을 같은 단과대의 다른 전공으로 들어야 한다. 이렇게 되면 무용예술학과 학생은 문화예술경영학과의 과목을 이수함으로써 무용가로서의 활동뿐 아니라 관련 산업 분야에 대한 이해를 키울 수 있다. 교육공간도 이런 관점에서 바꾸는 중이다. 지난해 3월 생긴 운정그린캠퍼스는 ‘문화와 친환경’을 품고 있는 최첨단 에코 캠퍼스. 다른 대학처럼 공간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기보다는 학생이 수업 외 시간에 다양한 문화·예술작품을 접할 수 있게 만들었다. 예를 들어 벽으로 가렸던 연구실 강의실 실험실과 행정시설을 투명한 유리벽으로 바꿨다. 올해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은 ‘토크 콘서트’ 형식으로 진행했다. 3無(술, 숙박, 비용)·3樂(감동, 열정, 공감) 개념은 학생들과 소통하기 위한 노력이다.○ 학생 중심으로 세계와 소통 문화는 성신여대가 세계와 소통하기 위한 핵심 키워드다. 2000년부터 미주 및 유럽의 교류대학과 세계적인 연주홀에서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는 연주회와 패션쇼를 개최하고 있다. 재학생의 재능을 해외 무대에 선보이면서 글로벌 인재로 성장하도록 돕기 위해서다. 지난해에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축하하고 재외 교민에게 한국의 예술과 전통문화를 보여주기 위해 ‘조선왕조의 하루’를 하와이에서 개최했다. 러시아 모스크바에서의 2010년 공연은 차이코프스키홀 80년 역사상 최초의 패션쇼라는 기록을 남겼다. 같은 해 러시아 사할린에서도 ‘한·러 수교 20주년 기념공연-한국의 찬란한 유산’을 선보였다. 앞서 2007년에는 ‘한국의 매력’을 주제로 러시아에서 패션쇼를 열었다. ‘컬쳐웨어(Culture Wear) 프로젝트’도 눈길을 끈다. 현대적 디자인에 민속적 성향을 가미해 다시 디자인한 중고 아동복을 판매하는 방식이다. 2007년부터 미국 예일대 동암연구소와 GFS 미국지부와 함께 진행한다. 수익금은 비영리 단체 사업과 민족학 박물관 건립 지원에 사용한다.○ 해외 봉사·연수프로그램 다양 성신여대 학생들은 2004년부터 캄보디아 태국 베트남 네팔에서 현지 학생에게 한글 체육 미술 음악을 가르친다. 학교교실을 만들거나 고쳐주기도 한다. 학생들은 자신의 계획과 목적에 맞는 해외연수 프로그램을 설계하게 함으로써 외국어에 대한 두려움도 없애준다. 방학 중 영미권 교류대학에서 열리는 어학연수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중국과 일본의 대학을 현장 체험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또 일정 수준 이상의 영어 성적을 받아야 졸업이 가능한 제도를 만들어 학생들이 외국어 공부에 매진하도록 한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한국산업기술대는 1997년 지식경제부가 출연해 설립한 산학협력 특성화 대학이다. 2010년부터 2년 연속으로 취업률이 전국 1위(졸업생 1000∼2000명 규모)를 기록한 취업 명문이기도 하다. 올해 산업대에서 일반대로 전환한 한국산업기술대는 창업 잠재력이 우수한 학생을 양성해 취업-교육-연구의 수준을 동시에 높이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창업 지원 활성화 경기도 유일의 창업선도대로 선정될 정도로 학생들의 창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엔지니어링하우스 창업트랙이다. 정규 수업시간 외에 교수와 기업이 동시에 진행하는 공동연구 프로젝트에 학생이 연구원으로 참여함으로써 24시간 현장밀착형 학습을 하는 시스템이다. 정보기술(IT) 생명화학 신소재 등 50개 분야에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있는 학생은 관련 전공 엔지니어링하우스에서 상품 개발과 창업 준비에 대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또 학생의 졸업연구 작품을 창업이 가능한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해마다 9월 ‘산학협동 산업기술대전’을 연다. 참가범위를 학생뿐만 아니라 교수와 기업까지 확대해 아이디어가 끊임없이 나오도록 유도한다. 우수한 학생에게는 지식경제부장관상을 준다.○ 가족처럼 넘치는 학생 후원 가족회사제도를 통해 장학금과 취업을 지원하는 것이 한국산업기술대의 독특한 점. 2000년 출범 당시 참여 기업은 273개 기업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3809개가 됐다. 가족회사는 기술교류의 대상이자 공동연구개발, 실습장비 상호 활용을 위한 파트너가 된다. 학생들은 가족회사에서 현장실습도 한다. 졸업생들이 2년 연속 취업률 전국 1위를 달성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가족회사가 자리잡고 있다. 이들 회사는 지난 2년간 장학금 16억8000만 원을 기탁하기도 했다. 학생들은 연구인건비도 받을 수 있다. 다른 대학에서는 주로 대학원생에게 주지만 한국산업기술대는 지난해 학부생 309명이 15억 원을 받았다. 엔지니어링하우스에서 이론과 실습을 동시에 배우면서 연구비 명목의 학비도 벌 수 있어 학부생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 교육 취업 연구를 모두 연계 한국산업기술대는 ‘QWL(Quality of Working Life) 캠퍼스’를 조성함으로써 제2의 창학을 준비하고 있다. QWL 캠퍼스는 정부가 전국 3개 국가산업단지에 조성하는 산학융합지구사업 중 하나다. 총면적 2만9000m²(약 8800평) 규모로 10월 완공될 예정이다. 이 캠퍼스가 완공되면 기업연구소 300개 설립, 연구개발 인력 3000명 유입, 1000억 원 규모의 연구개발비, 신규 고용창출 3500명의 효과를 거둘 것으로 학교 측은 기대한다.올해 입시에서는 창업특기자전형을 신설해 창업 잠재력이 우수한 학생을 수시 2차에서 선발할 계획이다. 최준영 총장은 “교육과 취업, 그리고 연구개발(R&D)이 선순환 구조를 이루는 새로운 산학일체형 모델을 국내에 제시하겠다”고 말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진리와 봉사를 세계로 펼쳐가는 대학’. 이것이 숭실대의 목표다. 한 지역을 벗어나 국가를 대표하는 글로벌 리더를 만들어내자는 뜻이다. 이에 따라 기독교적 인성을 갖춘 ‘숭실다움’을 세계로 펼쳐나가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글로벌 산학연 프로그램의 허브가 되겠다는 계획도 마련했다.○ 한 학기 봉사를 의무화 숭실대는 학생들에게 봉사하는 마음이 뿌리내리도록 여러 장치를 마련했다. ‘7+1 제도’가 대표적이다. 학생들은 재학하는 8학기 중 한 학기를 골라 국내외에서 봉사활동을 해야 한다. 학생들이 다양한 봉사를 하도록 돕는 봉사지원센터를 총장직할 기구로 설치했다. 국내봉사에는 매년 3000여 명(전체 재학생의 25%), 해외봉사로는 1000여 명 이상이 참여한다. 숭실대는 1897년 미국 선교사 윌리엄 베어드가 설립했다. 이때 받았던 조건 없는 사랑을 세계에 되돌려주려 한다는 게 학교의 모토다. 2009년 5월 중국 선양항공대에 한국어센터를 열어 중국에 한글과 한국문화를 소개하고 있다. 2010년 7월에는 인도 벵골 주 산티니케탄의 최극빈 지역 하누당가에 ‘숭실 리빙워터 스쿨’을 세웠다. 이 초등학교에서 빈민계층의 어린이들을 가르친다. 교육봉사를 위한 기초 작업도 진행 중이다. 캄보디아를 시작으로 라오스 미얀마 인도네시아가 대상 지역. 동남아와 더불어 서남아 동북아 유라시아를 잇는 교육봉사벨트를 만들려고 우즈베키스탄에 한국어교육센터, 몽골에 한국문화센터를 준비하고 있다.○ 산학연 허브를 지향 숭실대는 동남아를 시작으로 글로벌 산학연의 허브를 꿈꾼다. 2010년 4월 국내 글로벌 기업과 양해각서를 체결해 300억 원 규모의 ‘베트남 숭실대’ 건립기금을 약속받았다. 붕따우 지역에 2015년 완공된다. 지난해 4월에는 ‘베트남 숭실 정보기술(IT)센터’를 개원했다. 여기는 △국제 공인자격증 중심의 교육 △국내외 기업과 연계한 취업중심의 실무교육 △창업·보육이 가능한 고부가가치 산업인력 양성을 목표로 한다. IT를 기반으로 경영과 디자인을 융합한 IT 서비스에 중점을 둔다. 숭실대와 호찌민산업대의 MBA 과정은 지난해 하노이와 호찌민 외에 다낭캠퍼스에도 생겼다. 금융·관광경영까지 가르친다.○ 학생이 만족하는 강한 대학 김대근 총장은 2009년 3월 취임하면서 ‘창의적 융합인재를 육성하는 대학’ ‘학생이 만족하는 강한 대학’을 모토로 삼았다. 2020년까지 국내 10대 명문사학에 진입한다는 목표로 지금까지 470억 원의 기금을 모았다. 5대 학부교육 선진화 프로그램을 도입했는데 ‘금융학부 집중육성 프로그램’이 특징이다. 미국-런던-두바이-중국을 잇는 국제금융네트워크에서 일할 전문가를 배출함으로써 한국경제의 미래 핵심동력인 금융산업을 주도하자는 뜻이다. 숭실대는 입학사정관제 선도대학에 2년 연속, 대학교육역량강화사업에 4년 연속 선정됐다. 지난해 3월에는 지하 2층과 지상 12층 규모의 민자기숙사를 완공했다. 2014년 2월에는 교육·문화복지센터도 들어서 대학과 지역사회가 소통하는 새로운 문화적 모델을 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올해 중학교 3학년부터 고교선택제를 수정 또는 폐지하겠다던 방침을 1년 유보하기로 했다. 곽 교육감의 공약사항인 고교선택제 개편안 발표는 준비 부족을 이유로 지난해 12월에서 올해 3월 말로 계속 미뤄졌다.구효중 서울시교육청 교육행정국장은 28일 브리핑을 통해 “두 가지의 개편안으로 모의 배정을 했지만 시일이 촉박해 검증이 부족했다. 올해는 불가피하게 현행 제도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시교육청은 올해 2, 3회 모의 배정을 할 계획이지만 내년에 고교선택제가 어떻게 될지는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곽 교육감은 이날 브리핑 현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 대신 기자들에게 서한을 보냈다. 그는 “특목고와 자율형사립고를 그대로 둔 채 고교선택권을 일부 조정·폐지하는 것으로는 고교 양극화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했다. 곽 교육감은 2010년 선거에 나오면서 “고교선택제를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히고 이런 방침을 여러 차례 확인했다. 지난해 5월에는 “이르면 2013학년도부터 수정 보완하겠다”고 했고 7월에는 “2013학년도부터 선지원-근거리 균형배정제도로 한다”고 했다.이에 따라 시교육청은 두 가지 개편안을 마련했다. A안은 희망자에 한해 중부학군 학교를 두세 곳 지원받아 배정하고 나머지는 거주지 인근에 강제 배정하는 방식이었다. 시교육청 내부에서 잠정적으로 확정했던 B안은 인접 2개 학군을 묶은 통합학군에서 2∼5개교를 선택한 뒤 학생들의 성적을 고려해 배정하는 방식이었다.하지만 둘 다 문제점이 드러났다. A안은 중부학군의 학급당 학생수가 평균 42명을 넘었다. B안은 선호도가 높은 지역 학생들이 정원 초과로 다른 학군에 가야 했다. 성적이 상위 10%에 드는 학생들이 상위권 고교에 현재보다 더 많이 배정되는 경향도 나타났다. 두 가지 안 모두 학생과 학부모의 학교선택권을 침해한다는 문제점도 지적됐다.이번 발표에 대해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곽 교육감이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공약을 밀어붙이려다 번복하는 바람에 혼선만 불러일으켰다는 것.공정택 전 교육감이 고교선택제를 2009년 도입하기까지는 4년이 걸렸다. 모의 배정은 2년간 세 차례나 했다. 곽 교육감이 책임을 회피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교육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고교선택제를 폐지한다고 밝혀 학생 학부모 교사들이 혼란을 겪은 점을 감안하면 교육감이 직접 발표하면서 이해를 구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 의사는 입을 열지 않았다. 심각한 표정이었다. 아니, 어찌 보면 대수롭지 않은 표정 같기도 했다. 종잡을 수 없었다. 말을 하지 않으니 답답했다. 뜸을 들이던 그가 천천히 얘기했다. “결과는 나중에 알려드리겠습니다. 몇 가지 검사를 더 해봐야 해요.” 이수희 교사(46·여)의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뭐가 안 좋은가…. 소화가 잘 안됐다. 키 158cm에 몸무게가 39kg까지 줄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데 갑자기 식은땀이 났다. 건강검진을 받기로 했다. 2006년 3월이었다. “어디 이상이 있는 건가요?” “검사를 해봐야 알겠지만 왼쪽 가슴 부위에 뭔가 보입니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머리가 복잡해졌다. 정밀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며칠 뒤 전화가 왔다. 의사의 설명을 듣고 이 교사는 그대로 주저앉았다. 수업에 들어갔지만 눈앞이 뿌옇게 흐려졌다. “아…이 아이들을 못 볼 수도 있겠구나.” 유방암 1기 선고를 받았을 때 그는 세상이 끝난 줄 알았다. 》 ○ 가야금 덕에 꿈 찾은 백제중 학생들이 교사는 1989년 충남 부여군 백제중학교에 부임했다. 새내기 여교사는 유일한 음악선생님이었다. 그는 대학에서 가야금을 전공했다. 학생들 앞에서 연주를 했다. “저게 뭐야?” 학생들 눈빛이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그때는 가야금이 흔한 악기가 아니었거든요. 게다가 여기는 시골이니까….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죠. 한국 사람이 김치를 모르는 것과 같으니까요.” 특별활동을 위해 ‘가야금부’를 만들었다. 일주일에 한 번 있는 시간. 8명이 모였다. 이 교사는 자기 악기 세 대를 갖다놓고 가르쳤다. “선생님, 저 손에서 피나요. 병 걸렸나 봐요. 으어엉….” “악! 손가락이 아파요. 선생님….” 학생들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가야금을 만졌다. 소리를 내는 게 문제가 아니었다. 줄을 튕기는 자체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인기 폭발이었다. 연습을 먼저 하겠다고 줄을 설 정도였다. 교무실에 와서 부탁하는 학생도 생겼다. “선생님∼. 저 따로 연습시켜 주시면 안 돼요?” 가야금부는 그해 충남학생음악경연대회에 나갔다. 황병기의 ‘침향무’를 연주했다. 1등을 차지했다. 그 뒤부터였다. 가야금부에 들어가려고 학생들은 가위바위보로 순서를 정해야 했다. 이후에도 꾸준히 상을 탔다. 1995년에는 전국탄금대가야금경연대회에서 교육부장관상을 받았다. ‘가야금’ 하면 ‘백제중’이라는 말이 들렸다. 이 교사에게 하루는 24시간으로 모자랐다. 가야금뿐 아니라 피아노 합창 독창을 모두 가르쳐야 했다. 쉬는 시간은 거르기 일쑤. 점심을 5분 만에 먹고 국악실로 가고 오후 8, 9시까지 연습을 이끌었다. 2004년 부여군학생음악경연대회에서 백제중은 모든 상을 휩쓸었다. 국악 피아노 합창 독창 중창. 지도교사상을 여섯 차례나 탔다. 신났다. 학생들이 즐거워하고 성과가 이어질수록. 하지만 몸은 무거워졌다. 처음에는 조금 피곤해서 그러려니 했다. 아니었다. 잠을 자도, 주말에 쉬어도 개운하지 않았다. 혹시나 해서 병원을 찾았더니 유방암이라고 했다. 창밖에 꽃이 흐드러지게 피었을 때 이 교사는 서울아산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건강검진을 받은 지 한 달 뒤였다. 병실에 누워 있으니 관 속에 있는 듯했다. 실은 몸보다 마음이 더 아팠다.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그렇게 뛰어다녔을까. 건강도 챙길 걸.” 우울증 무력감 좌절감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그런 이 교사의 몸과 마음을 제자들이 일으켜 세웠다. “선생님∼!” 학생들은 연락도 없이 병실에 찾아와서 엉엉 울었다. 이 교사에게 가야금을 처음 배우고 예고에 합격했던 학생들이었다. 서울의 예고에서 실기시험을 치르려고 모텔에서 같이 지내며 손을 꼭 잡고 자던 모습이 떠올랐다. 1995년에 가야금부 악장이던 김성아 씨(30·여)는 이 교사의 소식을 듣고 졸업생들을 급히 불렀다. “막 대학을 졸업한 때였어요. 선생님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지요. 가야금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죠.” ○ 제자들 덕에 암 이겨내는 선생님제자들이 말했다. “함께 연주단을 만들어서 공연해요. 선생님께서 씨를 뿌려 주셔서 저희가 나무가 됐어요. 이제 선생님을 위해 연주할게요.” 이 교사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왜 내게 아무것도 안 남았다고 절망했을까. 내가 가르친 학생들이 있는데….” 백제가야금연주단은 그렇게 시작됐다. 다음 해 창단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준비했다. 사제가 병실에서 머리를 맞댔다. 항암제를 맞을 때마다 고통스러웠지만 이 교사는 곡을 만들었다. 의사도 응원했다. “열심히 하세요. 즐길 수 있는 것을 하면 건강에도 좋습니다!” 초창기 멤버는 10명이었다. 이 교사가 1989년 가야금을 처음 가르쳤던 학생도 있었다. 대부분 직장이 있거나 도립 또는 시립 연주단 소속이었다. 마땅한 연습 장소가 없어 평일 밤이나 주말마다 백제중에 모였다. 아내가 연습할 때 밖에서 남편이 아이를 업고 기다리기도 했다. 연주단을 세상에 선보이고 싶었다. 이 교사는 부여군청을 찾았다. “제가 가르친 학생들과 가야금연주단을 만들었습니다. 백제문화제에서 공연할 수 있게 해주세요.” 그러고는 노트북을 열었다. ‘그리움은 바람이 되어’ ‘그 별과 달’. 이 교사가 만든 곡을 제자들이 연주한 동영상이 나왔다. 공연 프로그램을 이미 확정했지만 부여군은 연주단을 넣어줬다. 전통악기인 가야금으로 현대곡을 표현한 데 신선함을 느꼈다고 했다. 20분 공연하고 30만 원을 받았다. 간식비도 안 되는 돈이었지만 연주단은 마냥 신났다. 이후 공연 요청이 잇따랐다. 국립부여박물관 송년의 밤(2007년),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2008년), 한-러 교류축제 축하공연(2008년)…. 이 교사의 욕심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얘들아, 우리가 명색이 연주단인데 앨범이 있어야지 않겠니? 연주 때마다 사람들이 앨범 없냐고 묻기도 했잖아.” 제자들은 모두 말렸다. 후원금도 없이 3000만 원 정도의 제작비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아서였다. 이운영 씨(30·여)는 “솔직히 우리가 앨범을 낼 수 있다고는 생각도 못했다. 하지만 선생님은 한다고 하면 꼭 해낸다”라고 말했다. 이 교사가 부담해 첫 앨범이 2009년 4월에 나왔다. 이 교사의 창작곡뿐 아니라 ‘왈츠’ ‘맘마미아’ 등 외국 노래도 편곡해서 넣었다. 앨범 발매 이후 연주단은 세계적인 무대에 초청받았다. 주요 20개국(G20) 관광장관회의 초청연주(2010년),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개막식(2010년), 일본 후쿠이켄 국제전통예술축제(2011년), 한-호주 수교 50주년 ‘2011 코리안 페스티벌’(2011년),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개막식(2011년). “창단하면서 ‘세계적인 연주단이 되고 싶다’고 했는데 그때 우리 모두 ‘에이, 설마’ 하며 웃었거든요. 그런데 정말 세계로 나아갔어요.” 김성아 씨의 말이다. 연습할 때면 이 교사는 천하장사로 변한다. 연습을 시작하면 4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제자들은 눈치를 보면서 서로 옆구리를 찌른다. 아픈 선생님이 저렇게 열심히 하는데 자신들이 쉬자고 말을 꺼내기 어렵다. 공연 때는 분장도구와 옷을 상자 두 개에 넣어 들고 온다. 제자들을 예쁘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다. 제자들은 이런 선생님을 볼 때마다 뿌듯하다. 6년 전 선생님에게 했던 창단 제안이 헛되지 않았기에 말이다. “선생님은 연습을 안 하면 오히려 아파요. 저희 기를 다 빨아먹는 것 같아요.”(김미정 씨·28·여). “연주단을 결성하고 나서 선생님께서 확실히 건강해지셨어요. 에너지가 넘치시죠.”(김민아 씨·29·여) 제자들의 말에 이 교사는 미소를 지었다. “아이들과 있을 때는 아픈 줄을 모르겠어요. 아파도 아픈 척할 수 없으니까요. 연습만 끝나면 금방 아파요. 아직 항암제를 먹지만 함께 연주하는 게 더 좋은 약인 것 같아요.” 이들은 지난해 두 번째 앨범을 내놓았다. 주로 퓨전음악을 연주한다. 전통음악을 들려주면 꾸벅꾸벅 조는 학생들을 보고 다른 방식을 시도하기로 한 것이다. “아무리 우리 것이 좋아도 아이들한테 다가가려면 방법이 달라야죠. 요즘 아이들은 랩을 속사포로 쏟아내잖아요. 옛날 음악을 그대로 하라고 하면 안 되죠. 전통음악은 나름대로 이어가고 젊은 사람 정서에 맞는 국악도 발전해야 해요.” 이에 따라 연주단은 비보이나 쥬얼리 임지훈 등 대중가수와 함께 공연했다. 청중의 나이가 많을 때는 트로트를 연주한다. 연주단은 이제 소외된 이웃과도 음악을 나누려 한다. 이 교사가 아픔을 이길 수 있었던 원동력, 음악을 널리 전하고 싶어서다. 이운영 씨는 “보육원과 요양원에서 공연을 했다. 눈도 못 마주칠 정도로 힘없어 하던 분들이 가야금 소리에 박수를 치며 웃을 때 뿌듯했다. 선생님이 건강해지셨듯이 다른 분들에게도 힘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5월부터는 한 달에 두 번씩 부산의 중증장애인시설에 내려가 가야금을 가르칠 계획이다. ○ 소외된 곳에 울려퍼질 희망의 가락22일 밤. 백제중에 가야금 소리가 울려 퍼졌다. ‘두둥 기둥 둥둥 기둥 기두둥 둥 디두둥, 디둥 둥 디두둥 두두둥….’ ‘When I find myself in times of trouble, Mother Mary comes to me….’ 비틀스의 ‘렛 잇 비’였다. 이틀 뒤의 국립청주박물관 공연을 위해 사제가 다시 모였다. 대전 용인 오산 공주에서 찾아왔다. 제자들은 이 교사 집에서 하룻밤을 자고 다음 날에도 연습을 했다. “선생님, 아직 추운데 우리 한복 윗도리 입고 연주하면 안 될까요?” “얘는…. 얼마나 예쁜데. 내가 머리도 더 예쁘게 해줄게. 조금만 참아∼.” 국악실은 가야금 소리 반, 수다 소리 반이다. 공연 제목은 ‘봄이 오는 소리’. 교사 덕분에 꿈을 찾은 제자들, 이런 제자들 덕분에 병마를 극복한 교사, 그런 선생님을 보며 미소를 짓는 제자들. 가야금에서 사랑꽃이 피어났다.부여=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한세대는 명품인재를 배출하는, 작지만 강한 대학을 지향한다. 김성혜 총장은 “명품인재는 글로벌시대에 언어능력은 물론이고 전문지식과 기술을 갖추고, 인격적으로도 완성된 사람”이라고 말한다. 취업준비 프로그램 및 보건복지와 친환경디자인 분야의 특성화 전략은 이를 뒷받침하려는 구체적인 노력이다.○ 외국과의 교류 꾸준히 추진 한세대는 ‘한세에서 시작하여 세계로 가자’는 슬로건을 만들었다. 글로벌 인재 양성에 주력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를 위해 세계 22개국 60개 대학과 교류협정을 체결해 학점교류는 물론이고 교환학생제도, 어학연수를 활성화했다. 미국 중국 영국 일본 덴마크 등 세계 12개국의 학생 300여 명이 매년 한세대로 유학을 온다. 캠퍼스 안팎에서 세계를 경험하는 셈이다. 영어졸업인증제도 눈길을 끈다. 토익 토플 텝스 중 하나를 선택해 졸업할 때까지 일정 수준 이상의 점수를 받아야 한다. 한세대는 전임강사 이상의 교수 103명 중 28명이 외국인으로 다른 대학보다 비중이 높다. 외국인 교수진은 학생들의 회화 능력을 키워주기 위해 영어특별프로그램을 지도한다. 이들은 교내 6곳에 만든 ‘영어 카페(English Cafe)’에 상주하면서 학생들과 대화한다.○ 학생에 맞춘 취업지원 프로그램 취업지원 프로그램은 어학연수와 기업 인턴제를 하나로 묶은 ‘8+4주&4주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8학기 재학기간 중 4주는 해외 자매결연대학에서 어학연수를, 4주는 기업체에서 인턴을 하는 방식이다. 취업을 앞둔 학생들이 외국어능력과 실무능력을 모두 준비할 수 있다. 취업전문포털 잡코리아와 공동으로 마련한 ‘HCEP(Hansei Career Elite Program)’ 취업지원 프로그램도 있다. 방학 동안 실전 모의면접, 자기 PR 전략, 취업환경 분석,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작성법, 영어 프레젠테이션에 대해 가르친다. 또 해마다 노동부와 함께 학내에서 취업박람회를 개최하고, 교직원 1명이 1명(이상)의 본교생 취업을 알선한다. 경기도 유일의 정보기술(IT)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인 ‘한세비트교육센터’, 벤처창업과 기업기술 지원 기관인 ‘군포창업보육센터’도 취업과 창업을 돕기 위해 운영한다. 전공이 적성에 맞지 않거나 진로를 바꾸려는 학생은 학과를 자유롭게 옮길 수 있다. 3학기를 끝낸 뒤 학부와 전공에 상관없이 신청하면 된다.○ 사회봉사로 인격 수양 한세대는 사회봉사점수가 있어야만 졸업을 시킨다. 기독교 신앙과 학문을 겸비한 전인교육을 목적으로 1953년 설립된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다. 학생들은 교직원과 함께 지역사회에서 청소년 봉사활동, 양로원 방문활동을 한다. 또 학부 강의 480여 개를 군포시와 의왕시 주민에게 무료로 개방한다. 지난해에는 보건복지부가 주관하는 지역사회혁신서비스사업 2개 분야에 선정됐다. 지역사회의 취약계층 아동을 위해 다양한 복지서비스를 제공하자는 취지다. 간호학과 신설 인가도 받았다. 여기 더해 한세대는 2005년부터 4년간 친환경디자인 특성화 사업학교로 선정돼 디자인 전문인력을 꾸준히 배출하고 있기도 하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홍익인간’을 교육이념으로 1946년 설립된 홍익대는 특히 예술분야의 우수 인재를 배출함으로써 국내외 예술계를 이끌고 있다. 최근에는 예술분야에 산업 요소를 더해 실용적 가치를 강조하는 중이다. 디자인과 문화경영, 녹색기술, 법과의 융합 등 새로운 지식문화산업도 주도하고 있다. ○ 등록금과 시설확충 주력 홍익대는 교육의 질을 향상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12년 전부터 교수업적평가제와 강의평가제를 실시하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강의 연구 봉사 분야의 업적을 해마다 평가해 분야별 우수자에게 인센티브를 준다. 교육의 내실화를 위해 등록금 대비 112.6%(2009년 기준)에 이르는 교육비를 지출한다. 장학금은 연간 350억 원 이상으로 전체 등록금의 24% 수준. 수업료 전액을 면제하고 학업지원 장려금(연간 1000만 원)을 지급하는 입학 성적우수 장학금을 포함해 재해장학금, 봉사활동 장학금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지원한다. 시설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해외 유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인천 송도에 국제화 캠퍼스를, 재학생과 교민을 위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해외 캠퍼스를 설치할 계획이다. 또 서울캠퍼스에 디자인 특성화 교육과 산학협력 활성화를 목적으로 지상 15층, 지하 6층의 건물을 신축하고 있다. 18층에 450실 규모의 첨단 기숙사도 지어 학생 수용 인원을 기존 500명에서 1500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 글로벌 교육과 봉사활동 교양과정의 외국어 수업은 원어민 전임교수 163명이 담당한다. 수업당 수강 인원을 15명 이내로 제한해 학생이 교수로부터 회화와 글쓰기를 1대1로 배울 수 있다. 방학에도 다양한 외국어 강좌를 개설해 수강료의 50% 내외를 지원한다. 전공 연계 해외연수 프로그램은 전공과 관련 있는 국제 워크숍이나 공동 프로젝트에 방학 중 참여하고 학점을 인정받는 과정이다. 항공료 체재비 교육비의 절반을 학교가 부담한다. 국내외 봉사활동도 다양하다. 국내 대학으로는 처음으로 2002년부터 유네스코 국제워크캠프 봉사활동에 참가하며 해마다 130여 명을 유럽과 동남아에 파견한다. 2003년부터는 홍익국제사회봉사단을 만들어 동남아 지역에서 활동한다. 이 밖에도 학기 또는 방학 중 다양한 동아리 활동을 통해 헌혈과 지역봉사를 하도록 한다.○ 학제간 융합 교육 국내 대학 가운데 처음으로 2005년 공학 및 디자인 분야에서 국제산학협력프로그램(PACE) 대학으로 선정됐다. 이에 따라 2300억 원에 이르는 공학과 산업디자인 관련 최신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기증받아 공대와 미대의 융합 프로젝트를 늘리고 있다. 기계·시스템디자인공학과와 디자인학부 산업디자인전공은 독일의 아헨대학과 ‘디자인-공학 협업 제품개발’ ‘디자인-공학 협업 제품디자인’ 등 두 과목을 공동 운영한다. 2010년에는 특허청 지원으로 일반대학원에 지식재산학 석사과정을 새로 만들었다. 국제디자인전문대학원은 한국디자인진흥원과 교육과학기술부가 지원하는 ‘3D 특수영상디자인 전문가 양성’ 과제에 선정됐다. 여기서는 디자인 교육을 다른 학문과 연계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또 해외 저명 디자이너를 전임교수로 초빙하고 10여 개국의 자매 디자인대학과 학생을 교환하며 디자인 전문회사에 인턴을 보내고 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초등학생은 5학년부터 역사과목을 공부하게 된다. 6학년 1학기에 들어갔던 과목이 새 교육과정에 따라 지난해부터 내려왔기 때문이다. 역사는 고조선부터 조선까지를 모두 다루는 과목이고 중고교까지 이어지므로 처음부터 잘 배워야 한다. 초등학교 때 흥미를 잃으면 역사 공부가 점점 어려워질 수 있다. 5학년은 아직 어린 나이라 교과서를 외우기보다는 책, 독후활동, 시각자료를 통해 친근감을 갖게 하는 방식이 좋다. 예를 들어 나라를 대표하는 인물의 전기를 읽게 하면 효과적이다. 주요 사건을 자연스럽게 익히는 계기가 된다. 초등학생에게는 고구려를 대표하는 광개토대왕, 백제의 마지막 영웅 계백, 신라의 삼국통일을 주도한 김춘추 김유신과 해상왕 장보고 전기를 전문가들이 추천한다. 책을 읽은 뒤에는 정리하거나 활용하도록 지도할 필요가 있다. 계백 전기를 읽었다면 △개인적 일화 △백제인의 문화와 생활 △백제의 성립에서 멸망 및 신라와의 관계를 정리하게 한다. 이때 또래 친구와 함께 이야기하고 글로 써보게 하면 좋다. 글은 역사 속 인물과의 인터뷰, 역사신문 만들기 등 다양한 형태가 가능하다. 역사책을 읽고 체험학습을 하면 일석이조다. 이런 경우에도 체험을 다녀오고 나서 자료를 만들도록 해야 한다. 책이나 인터넷에서 봤던 내용과 무엇이 달랐는지, 새롭게 알게 된 점은 무엇인지를 적고 의문점을 찾도록 하는 식이다. 체험문은 일기 수필 기행문 안내문 신문기사의 형식으로 써볼 수 있다. 사진이나 그림과 같은 시각자료가 있으면 역사를 더 흥미롭게 공부할 수 있다. 한우리 독서토론논술의 이언정 선임연구원은 “아이가 읽는 역사책에 일러스트 그림만 있다면, 유물 유적 위인의 실제 사진을 인터넷에서 찾아 보여주는 게 좋다”고 말했다. 그래야 책 내용을 떠올리기 좋고 체험학습을 갈 때 도움이 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사극이나 영화도 효과적이다. 황산벌 전투에 대해 공부한 뒤에는 영화 ‘황산벌’이나 드라마 ‘계백’을 통해 당시 군인의 의복이나 전투 모습을 보여주는 식이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 진학사가 고등학생 자녀의 입시를 지도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학부모를 대상으로 ‘엄마스쿨’ 제8기 수강생을 모집한다. 다음 달 9일부터 매주 월요일 3시간씩 4차례 진행한다. 입시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이 △대입제도 및 자기주도학습 △학생부 수능 논술 △입학사정관전형 △수시·정시모집에 대해 알려준다. 다음 달 6일까지 진학닷컴 홈페이지(www.jinhak.com)에서 신청하면 된다. 유료. 1544-7715■ 유웨이중앙교육이 3월 학력평가 이후 입시전략 수립을 위한 1대1 연간 설계 컨설팅을 시작한다. 고1, 2학년은 달라지는 수능 체제에 따른 학습능력 향상 컨설팅, 3학년은 전략지원 시뮬레이션 중심이다. 유웨이닷컴 홈페이지(www.uway.com)나 전화(02-2102-2408)로 신청하면 된다. 신청자에게 5만 원 상당의 유웨이중앙모의수능 연간 응시권, 온라인 적성검사 응시권과 입시매니저 프로그램(10만 원 상당)을 제공한다.■ 메가스터디가 공인인증시험 정보를 모은 ‘스펙존’을 열었다. 국어능력인증시험 텝스 한국사능력검정시험 한자자격시험 등 4개 공인인증시험에 대한 정보와 학습법을 알려준다. 인증시험을 반영하는 대학정보와 기출문제, 해설 강의도 무료로 제공. 수시모집과 입학사정관전형이 확대되면서 비교과 영역 준비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논술고사 대비 효과도 있다. 고등학생이면 누구나 사이트(www.megastudy.net)에서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1599-1010}
학교폭력 피해학생은 다음 달부터 치료비를 정부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다. 정부가 피해자에게 먼저 보상하고 나중에 가해학생 측에게서 받아내는 식이다. 치료비는 2년간 지원되며 필요한 경우에는 최대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 교과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학교폭력 피해학생 선치료지원-후처리 시스템’을 다음 달 1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교과부가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21일 개정 공포한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 따른 것이다. 피해학생이나 보호자, 학교장이 병원 치료비 영수증을 시도 학교안전공제회에 제출하면 비용을 돌려받을 수 있다. 지금까지는 피해자가 가해자에게서 치료비를 받으려면 합의를 해야 해 시간이 많이 걸리고 이 과정에서 심리적 또는 정신적으로 오히려 더 고통을 받는다는 지적이 많았다. 지원 액수에는 제한을 두지 않기로 했다. 그 대신 안전공제회는 피해자에게 지급한 비용 전액을 가해학생 측으로부터 돌려받게 된다. 학교폭력을 저지른 학생에게 책임을 엄격하게 묻겠다는 취지다. 4월 1일 이전에 이미 치료를 받기 시작한 학생도 이번 규정에 따라 치료비를 받을 수 있다. 이 경우 지원기간은 학교폭력이 처음 일어난 날로부터 2년까지다. 또 피해학생은 교육감이 지정한 소아정신과 전문의가 근무하는 의료기관이나 보건소, 약국 등에서 상담이나 일시보호를 받을 수 있다. 시도 학교안전공제회나 학교안전공제중앙회 콜센터(1688-4900)에 물어보면 자세한 내용을 알려준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민노총 교육희망네트워크와 함께 학교운영위원회(학운위)의 위원 선출에 조직적으로 나서기로 방침을 정한 것이 25일 확인됐다.학운위는 교원 학부모 지역 등 세 종류의 위원으로 구성되는데 학칙 제정과 개정, 예산과 결산 등 학교운영 전반에 대한 심의권을 가진다. 올해는 전국 대부분의 초중고교가 30일까지 5∼15명의 위원을 선출한다.전교조는 이 같은 사업계획을 지난해 12월부터 구상했다. 전교조가 만든 ‘학운위 사업 지침’에 따르면 본부 차원에서 대응팀을 만들어 조합원이 교원위원으로 많이 진출하게 했다. 이에 따라 전교조 지부는 진보성향 시민단체와 연대해 지역 및 학부모 위원이 될 만한 인사들의 명단을 만들었다. 담임을 맡은 조합원은 학부모 위원을 적극 조직하기로 했다.학운위는 학교운영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학칙을 만들거나 고칠 수 있고 예·결산, 교육과정 운영, 학교급식, 방과 후나 방학 중 교육·수련활동, 학부모 부담경비 등까지 결정할 수 있다. 전교조 지침문건이 ‘학운위는 학교 변화를 꾀할 수 있는 핵심단위다’ ‘교육의 진보적 가치를 확산한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특히 전교조는 학운위를 통해 내부형 공모제를 확산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평교사를 교장으로 뽑는 내부형 공모제는 학운위의 심의를 거쳐 결정된다. 전교조는 진보교육감의 핵심 정책인 혁신학교 발전을 위해 내부형 공모제가 꼭 필요하다는 견해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해 교육공무원임용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내부형 공모제로 교장을 뽑는 학교 비율을 제한하겠다고 밝히자 반발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사업 지침에서 전교조는 “총선 이후 구성되는 국회에서는 내부형 공모제 관련 법률이 재개정될 것이다. 이에 대비해 내년 3월 내부형 공모제로 진출할 전략학교에 학운위를 제대로 조직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진보교육감 지역의 경우 학생인권조례를 반영하도록 학칙을 제정하거나 고치는 데도 학운위 역할이 필수적이다. 교육감의 학칙 인가권을 폐지하는 초중등교육법 일부 개정안이 지난달 국회를 통과했지만 서울 경기 광주교육청은 학칙이 학생인권조례를 어기면 안 된다는 입장이다.교육계 관계자는 “특정 교원단체와 시민단체가 학운위에 다수 진출하겠다는 건 학교를 자신들이 좌지우지하겠다는 의도”라며 “4월부터 학칙 개정을 둘러싸고 혼란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진보 교육감들이 교원평가와 관련된 정부 지침을 따르지 않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교원평가 법제화가 무산된 데다 정부 지침을 따르지 않아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된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이 지난달 무혐의 처분을 받았기 때문이다. 진보 교육감들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대부분 정부 지침대로 교원평가를 시행했다.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달 말까지 교원평가 시행계획을 제출하라고 시도교육청에 지시했다. 그러나 진보 교육감이 있는 곳 중 전남을 제외하고 서울 경기 강원 광주 전북 등 5개 지역이 교육감 지시를 이유로 제출하지 않았다. 한 관계자는 “지난달 열린 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진보 교육감들이 따로 모여 전북의 교원평가 방안을 따라가자는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본보가 22일 확인한 결과 5명의 진보 교육감은 전북이 마련한 방안대로 교원평가에서 계량적 측정 방법(객관식)과 서술형 중 무엇을 택할지 학교가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대통령령에 따르면 두 가지를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전북도교육청 관계자는 “지난해와 방식이 크게 다르지 않다. 학교가 교원평가를 할 때 서술형과 계량적 방식 중 무엇을 택해도 인정해준다. 교원평가 자율성이 교육감에게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강원도교육청 관계자는 “서술형을 활용한 전북이 무혐의 처분을 받았는데, 교과부가 계량적 방식을 강요하는 건 문제가 있다. 단위 학교의 재량권을 많이 확대하려 한다”고 했다.광주시교육청 관계자도 “교육감들이 약속을 하고 왔다. 학교 자율에 맡기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라고 전했다. 경기도교육청은 “일부 교원단체에서 계량적 방식의 문제를 지적해 그걸 수용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며 “진보 성향의 다른 지역과 맞춰야 하는 점과 교과부 방침과 어긋나도 교육감이 자율성을 가져야 한다는 측면도 고려하고 있다. 교육감 판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서울시교육청만 약간 소극적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지난달 교과부 방안을 지키는 쪽으로 기본계획을 세웠다가 전북의 상황을 보면서 교육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며 “교과부와 갈등을 계속 빚고 있는 상황인데 굳이 전북 방안을 따라야 하는지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전남도교육청도 진보 교육감 지역의 압박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교과부는 진보 교육감들이 이 같은 방식을 밀어붙일 경우 직무유기로 고발하는 등 강력하게 대응할 방침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지난해 전북 지역 학교의 절반 정도를 보면 학생과 학부모가 서술형으로만 응답했다. ‘감사합니다’ ‘ㅋㅋㅋ’같이 무성의한 대답이 많아 평가의 취지를 살리지 못했다”면서 “전주지검이 비록 김 교육감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지만 ‘대통령령 및 기본계획에 일부 부합되지 않는 계획을 수립·시행했다’고 지적했기 때문에 다른 교육감에게도 원칙대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
“빼앗긴 운동장을 돌려 달라.” 서울 서교초등학교 학부모들이 15일부터 서울 마포평생학습관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이들은 서교초 학부모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어 22일부터 서울시의회 별관 앞에서 최보선 교육의원에 대한 사퇴 요구 시위를 벌일 계획이다. 최 의원이 지난해 서울시교육청 행정사무감사에서 “서교초가 학습관 수영장을 17년째 무상 독점하고 있다”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마포평생학습관이 1995년 6월 서교초 운동장 용지 일부를 할애받아 학습관 건물을 만들면서 시작됐다. 학부모들이 반발하자 서울시교육감과 관장은 학습관의 수영장과 강당 등을 서교초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서교초 학생들과 선수들이 수영장을 이용하는 시간은 평일 오전 9시∼낮 12시 반, 오후 3∼5시이다. 마포학습관에 따르면 2010년에는 학생이 5만1551번, 학부모가 3577번 이용했다. 액수로 따지면 5283만 원 정도. 2011년에는 학생이 2만8721번, 학부모가 2483번, 액수로는 3032만 원어치를 이용했다. 마포학습관 관계자는 “서교초 학생과 학부모들이 이용하는 시간에는 다른 시민을 받지 못해 연간 7000만 원 이상의 적자를 봤다. 이를 시교육청이 보전해줬는데 학교 한 곳을 위해 세금이 나간 것”이라고 말했다. 최 의원의 지적에 따라 시교육청은 “서교초가 수영장을 독점하지 않게 하라”고 1월 마포학습관에 시정을 요구했다. 올해부터 서울지역 초등학교 3학년에 수영 교육이 도입되면서 서교초와 가까운 서강초 성산초 중동초 홍익초가 수영장을 함께 사용해야 하는 점도 고려했다. 학부모 비대위의 김지연 대표는 “지금까지 전통적으로 수영 교육을 해왔다. 다른 학교와 공동으로 사용하더라도 시간표는 먼저 서교초와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과학영재학교 4곳이 다음 달 3일 대구과학고를 시작으로 내년 신입생의 원서를 접수한다. 수학이나 과학 분야에 뛰어난 전국의 중학교 재학생이나 졸업생이 지원할 수 있다. 경기과학고(120명)는 1단계 서류평가(학교생활기록부 자기소개서 추천서 영재성입증자료), 2단계 기초영재성검사로 전형한다. 3단계는 개인연구주제발표 대상자와 창의영재성캠프 대상자로 나눈다. 사회적배려대상자(사배자)는 정원 외로 12명 이내를 뽑는다. 대구과학고는 1단계 서류평가, 2단계 수학능력검사를 거친 뒤 3단계에서 1박 2일간 과학창의성캠프를 하는 식이다. 여기서 과학적 탐구능력, 창의성, 인성, 협동성, 발표력을 점검한다. 마지막 면접을 통해 진학 의지를 보고 최종 합격자(90명)를 선발한다. 사배자는 정원 외로 9명 이내다. 다음 달 입학전형 요강을 발표하는 서울과학고는 올해 자기주도학습전형(모집정원의 30%·36명)을 도입한다. 나머지(84명)는 과학영재성전형으로 뽑는데, 과학캠프를 통해 과제수행능력평가와 심층면접을 치른다. 12명 내외의 기회균등전형으로 사배자를 뽑는다. 한국과학영재학교(부산)는 1단계에서 학생기록물을 평가하고 2단계에서 창의적 문제해결력 검사를 실시한다. 마지막 영재성 다면평가를 통해 글로벌 과학자로서의 자질과 잠재성을 평가한다. 150명 정도를 뽑는데 30명 이내는 2단계에서 성적이 우수한 학생을 우선선발한다. 이투스청솔 교육평가연구소의 오종운 평가이사는 “과학영재학교는 중복 지원이 가능하지만 2단계부터 일정이 겹치는 경우가 많다. 떨어져도 과학고나 자율형사립고에 지원하면 되므로 소신껏 응시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태국 출신의 라타파콘 파콘 씨(25)는 한국외국어대에서 1년째 한국어 수업을 듣고 있다. 모국에서 대학에 다닐 때도 한국어를 전공했다. 졸업한 후 주태국 한국대사관으로부터 해외 참전용사 후손에게 장학금을 주는 프로그램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한국에 오게 됐다. 7세 때부터 할아버지에게서 한국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볼링핀만 한 포탄이 등으로 날아왔어. 터지지 않아 다행이었지.” “겨울에는 얼마나 추웠는지 모른단다. 음식도 입에 안 맞아 고생했지.” 할아버지는 1951년 7월부터 1년간 6·25전쟁에 참전한 군인이었다. 전쟁의 참상을 손자에게 얘기할 때마다 할아버지는 슬퍼 보였고, 시선은 사진을 향해 있었다. 한국 여인이었다.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은 할아버지 왼손 네 번째 손가락에는 반지가 반짝였다. 할아버지는 그저 “전쟁 당시 한국인 여자친구가 있었다”고 했다. 한국을 떠나야 했던 할아버지는 4년 뒤 태국 여성과 결혼했다. 하지만 1996년 타계 전까지 사진을 벽에 붙여놓았다. 라타파콘 씨는 지난해 한국에 오면서 할아버지와 여인의 사진도 가져왔다. “할아버지는 한국 여인의 이름도 나이도 말해주지 않았어요. 아마 할머니와 아버지가 슬퍼할까 봐 걱정했을 거예요. 방법은 잘 모르겠지만 꼭 찾아보고 싶어요.” 6·25전쟁 60년을 기념해 2010년 설립된 ‘한국전쟁기념재단’은 라타파콘 씨 같은 참전용사의 후손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 한국이 받았던 도움을 되돌려주기 위해서다. 그리스 에티오피아 터키 태국 필리핀 콜롬비아 등 6개국을 대상으로 한다. 올해는 현지 초중고교 학생 120명, 한국으로 유학 오는 대학(원)생 18명을 지원했다. 라타파콘 씨는 “할아버지가 고생했음을 인정해주는 것 같아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그는 9월부터 한국외국어대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과정 수업을 듣는다.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진 못했지만 대학원 공부를 마친 뒤에도 한국 여인과 결혼해 여기서 살고 싶다”고 말했다. 에티오피아 학생인 아벨 알라무 씨(26)도 마찬가지 경우다. 1953년 6·25전쟁에 참전했던 할아버지는 알라무 씨가 1세 때 세상을 떠났다. 사진을 통해 본 할아버지는 군복을 입고 한국인과 함께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굶주린 아이들에게 할아버지가 배급받은 음식을 나눠주곤 했다는 이야기를 할아버지 친구에게서 들었다. 그는 라디오 PD로 일하다가 지난해 4월 한국에 왔다. 한국외국어대 대학원에서 국제개발학과 석사과정을 듣고 있다. 한국에 와서 가장 놀란 것은 인터넷 문화. “스마트폰 메신저로 멀리 있는 사람에게 언제든 연락할 수 있는 게 신기하다”고 했다. 아라비카 커피의 원산지에서 온 그는 한국식 커피믹스 예찬론을 펼치기도 했다. “달콤하고 정말 맛있어요. 하루에 서너 잔은 마셔요.” 아벨 씨는 2년 뒤 귀국하면 한국에서 배운 내용을 에티오피아 발전에 활용할 계획이다. 그는 “재단의 지원프로그램에 정말 감사한다. 여기 있는 동안 참전용사와 관련된 영화나 사진을 찍어보고 싶다”고 말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