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대기업 자율高 줄줄이 나온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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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현대제철 등 설립 추진 “지방근무 직원 유치에 필수”

대기업들이 자율형사립고(자율고) 설립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대기업들이 세우려는 자율고는 전국 단위 선발을 목표로 하고 있어 우수학생 유치를 위해 기존의 특목고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17일 교육과학기술부와 시도교육청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 포스코 현대제철 한국수력원자력이 2014∼2015년 개교 목표로 자율고를 추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사업장이 있는 충남 아산시 탕정면에 2014년 자율고를 세울 방침이다. 이를 위해 최근 재단법인 은성학원을 설립하고 교과부와 충남도교육청을 몇 차례 방문했다. 충남도교육청 관계자는 “삼성으로부터 자율고를 세우겠다는 의견을 들었다. 학교설립계획서와 법인설립인가 신청서가 곧 접수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수원도 본사를 옮길 경북 경주에 2015년 자율고를 만들 계획이다. 경북도교육청 관계자는 “학교설립계획서 제출에 필요한 서류를 문의해왔다”고 전했다.

포스코는 2015년 인천 송도 국제업무단지에 자율고를 설립한다. 이를 위해 지난해 12월 포스코교육재단이 인천시교육청 송도국제도시개발유한회사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현대제철도 공장이 있는 충남 당진시에 자율고를 세울 예정이다. 충남도교육청 관계자는 “공식 계획서가 들어오진 않았지만, 2015년 개교를 목표로 준비 중이라고 들었다”고 말했다.

대기업들은 우수한 직원을 지방에 끌어들이기 위해 학교를 세우려 한다. 포스코 관계자는 “직원 유치에는 교육환경 마련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 기업들은 하나금융그룹이 세운 자율고인 하나고(서울 은평구) 같은 방식의 학교를 구상하고 있다. 하나고는 2010년 개교 이후 지금까지 임직원 자녀를 포함해 일정 비율의 학생을 전국에서 뽑는다. 신입생의 20%는 사회적 배려 대상자다.

하나고처럼 전국 단위 선발권을 인정받으려면 재단전입금이 학생 납입금의 20% 이상이어야 한다. 전국의 다른 자율고는 시도별로 추첨을 통해 선발한다.

교육계 관계자는 “대기업이 이왕 투자를 한다면 지역의 임직원 자녀뿐 아니라 전국에서 우수한 학생을 뽑아 차별화된 커리큘럼으로 엘리트교육을 하고 싶은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삼성은 지난해 서울 강남구의 자율고인 중동고에 대한 지원을 17년 만에 끊겠다고 통보했었다. 당시 교육계에서는 “학생 선발권이 없어 삼성이 좌절한 것 같다”는 이야기가 나돌았다.

정부는 대기업의 자율고 설립에 대해 긍정적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전국 단위로 학생을 뽑는 자율고는 기존 자립형사립고 외에도 현재 10개다. 기업이 세우면 재원이 탄탄해 자율고의 본래 취지대로 교육과정을 다양하게 운영할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채널A 영상] 고교 내신 절대평가 전환…특목고-자율고 인기 높아져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대기업#자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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