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

김종석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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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부터 스포츠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골프, 농구, 야구, 라켓 종목 등을 체험하며 취재해왔습니다. 사람과 사랑, 땀과 꿈을 보고. 듣고, 쓰겠습니다.

kjs0123@donga.com

취재분야

2025-11-26~2025-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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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가정13%
  • PGA가 반한 23세 스타, 그 곁엔 25세 누나

    노승열(23)은 취리히클래식 우승으로 올 시즌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진기록 하나를 세웠다. 미국이나 호주 국적이 아닌 선수로는 시즌 개막 후 24개 대회 만에 처음 정상에 올랐다. 세계 최고의 골퍼들이 각축을 벌이는 PGA투어에서 우승 쏠림 현상을 깼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타이거 우즈가 허리 부상으로 장기 결장하는 악재 속에서 새 얼굴의 등장을 흥행 호재로 반겼다. 노승열은 “최근 젊은 선수들의 활약이 자극제가 됐다. 그들을 따라잡기 위해 더욱 노력했다”고 말했다. 외신들은 로리 매킬로이(25), 조던 스피스(21), 패트릭 리드(24) 등 정상급 실력을 갖춘 유망한 영건의 대열에 노승열도 포함시켰다. 노승열은 대회 3라운드까지 노보기 플레이를 펼쳤고, 4라운드에서는 고비마다 냉철하게 코스를 공략해 강한 인상을 남겼다. 첫 승이 결코 요행의 산물이 아니라는 분석도 곁들여졌다. 핑크빛 전망을 듣기까지 노승열은 어두운 터널을 통과해야 했다. 지난해 13차례나 예선 탈락했고 톱10에는 한 차례만 드는 부진에 허덕였다. “마지막 라운드에 1타 차로 순위가 10등 이상 오르락내리락하다 보니 타수를 잃지 않으려 집착했고, 그러다 보니 몸이 경직돼 스윙이 제대로 안 됐다. 그래서 모든 라운드를 첫날 경기하듯이 부담 없이 하려고 했다. 보기를 해도 크게 신경 쓰지 않으려고 했다.” 노승열은 지난해 23.47%(17위)였던 바운스 백(한 홀에서 보기 이상의 스코어를 낸 뒤 다음 홀에서 버디 이하를 확률) 부문에서 올 시즌 30.77%로 1위에 올랐다. 마음의 평정을 강조했다는 노승열의 곁에는 늘 누나 노승은 씨(25)가 있었다. 노승열은 PGA투어에 데뷔한 2012년부터 누나와 동행하고 있다. 자신을 뒷바라지하던 아버지가 갑상샘암 진단을 받아 투병에 들어갔기 때문. 누나는 그림자처럼 동생을 따라다니며 숙식 해결, 운전, 항공권 예약뿐 아니라 인생 카운슬러까지 일인 다역을 수행했다. 노승은 씨는 “승열이가 지난해 참 열심히 했는데도 슬럼프에 빠져 가족 모두 마음고생이 심했다. 아버지까지 암이 재발해 더욱 힘들었다. 한국에 돌아가고 싶어도 성적이 안 나오니까 귀국까지 참았다”고 말했다. 동생이 낙심할까 봐 평소보다 장난도 많이 쳤다는 누나는 미국 댈러스 집에 있을 때는 음식 장만에도 각별히 신경을 썼다. 오랜 기다림 끝에 동생이 28일 생애 처음으로 PGA투어 트로피를 드는 장면을 현장에서 지켜보던 누나의 눈가는 촉촉이 젖어들었다. 강원 고성군 자택에 머물고 있는 아버지 노구현 씨(51)는 “처음에 남매가 함께 미국을 돌아다닐 때는 걱정이 많았다. 성인이 되면 다들 독립하는 현지 분위기와 달라 주위에서 이상하게 보기도 했다. 승열이가 누나를 참 많이 따른다. 너무 자랑스럽다”고 흐뭇해했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 2014-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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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란 리본을 단 승전보

    코리안 남매가 필드에서 동반 승전보를 알렸다. 노승열(23)은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17)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같은 날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세계 랭킹 176위 노승열은 28일 미국 루이지애나 주 애번데일의 루이지애나TPC(파72)에서 끝난 취리히 클래식에서 최종 합계 19언더파 269타를 기록해 2012년 PGA투어 진출 후 처음으로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노승열은 세월호 침몰 사건의 희생자를 추모하는 검은 리본과 생존자의 귀환을 염원하는 의미의 노란 리본을 모자에 달고 출전했다. 그는 “침통에 빠진 국민들에게 해피 에너지를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 2014-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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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승열-리디아 고 ‘노란 리본 승전보’]Oh!… Noh!

    동해의 거친 바닷바람을 맞으며 자라난 노승열에게 강풍은 아무런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취리히 클래식 4라운드가 열린 28일 미국 루이지애나TPC(파72)에는 최고 시속 30마일(약 48km)을 웃도는 강풍이 몰아쳤다. 선수들은 그린에서도 바람 때문에 어드레스를 자주 풀었다. 이날 전체 평균 스코어는 72.74타까지 치솟아 전날 3라운드의 69.99타보다 거의 3타 가까이 높아졌다. 강원 고성군에서 태어난 노승열은 초등학교 1학년 때 아버지의 영향으로 골프에 입문한 뒤 집에서 3분 거리인 바닷가를 훈련장으로 삼았다. 8년 동안 매일 하루 4km 거리의 모래사장을 뛰었다. 발목이 퍽퍽 빠지면서도 달리기를 쉬지 않으며 강한 하체를 길렀다. 어려서부터 바람에 익숙했던 그는 유럽투어에서 2년을 뛰면서 강풍에 대처하는 요령을 터득했다. “유럽에는 해안가 코스가 많다. 거기서 많이 쳐봤던 게 도움이 됐다.” 미국 진출 후 월세방 신세였던 노승열은 지난해 11월 한국 골퍼들이 많이 사는 미국 댈러스에 방 3개짜리 아파트로 이사하며 내 집 마련에 성공했다. 노승열은 “댈러스에서는 바람이 시속 24km면 잠잠하다고 할 정도다. 그렇다 보니 바람과 더욱 친해졌다”며 웃었다. 이날 노승열은 프로들도 쉽게 다루지 못한다는 2번 아이언으로 서너 차례 티샷을 했다. 무릎 높이로 낮게 깔아 치는 녹다운 샷을 구사해 페어웨이를 지키는 전략으로 타수를 잃지 않고 1타를 줄여 승리의 발판으로 삼았다. 지난해 노승열은 용품 스폰서 교체로 적응에 애를 먹었다. 연간 8000만 원 가까운 비용을 들여 타이거 우즈를 가르치던 션 폴리의 지도를 받았지만 큰 효과는 없었다. 스윙 코치가 몇 달에 한 번 우즈가 출전하는 대회 때나 나타나 스윙을 교정해주면서 오히려 혼란을 빚었다. 지난해 10월 스윙 코치 없이 홀로 서기에 나선 노승열은 이번 대회에 트레버 이멜먼의 백을 메던 호주 출신 베테랑 스콧 새즈니택(호주)을 새 캐디로 고용했다. 평소 퍼팅 때문에 애를 먹어 집에 퍼터만 수십 개를 갖고 있었던 노승열은 퍼터도 일자형에서 3주 동안의 제작 과정을 거친 반달형으로 바꿔 들고 나왔다. 노승열은 “새 캐디와는 호흡이 잘 맞는다. 퍼터도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캐디 새즈니택은 “전혀 긴장하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평소 고민했던 부분의 퍼즐을 제대로 맞췄다는 점이 그의 앞날을 더욱 기대하게 하는 이유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 2014-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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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월호 침몰 다음날 美 건너와… 참상 아직도 가슴에”

    그토록 그리던 순간이 찾아왔는데도 휴대전화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는 의외로 차분했다. 2012년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데뷔 후 78번째 도전 끝에 처음 우승한 노승열(23·나이키골프)이었다. “원래 대회 끝나고 바로 비행기 타고 이동하려다 우승으로 행사와 인터뷰가 길어져 하루 자고 가게 됐다. 누나(노승은 씨), 매니저와 해산물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거창하게 우승 뒤풀이를 할 분위기는 아니었다.” 한국인 최연소 챔피언이 된 노승열은 18번홀에서 30cm 파 퍼트로 승리를 결정지은 뒤 조용히 눈을 감고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이 세리머니는 한국의 참사와 연결되면서 숙연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전설의 골퍼 게리 플레이어는 트위터에 ‘고생과 헌신, 노력, 승리의 환희가 담겨 있다’고 평했다. 노승열은 “떠나기 하루 전날 세월호 사고가 일어났다. 출국 뒤에도 계속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그런 행동이 나온 것 같다. 지난 세월도 스쳐 지나갔다. 항상 마음 졸이는 부모님과 가족 생각도 났다”고 했다. 이번에 검은색과 노란색 리본을 모자에 달고 출전한 그는 “국민을 위해 다른 한국 선수들과 다른 때보다 더 열심히 해보자고 다짐했다. 리본은 한식당에서 만난 교민의 도움을 받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선배 양용은과 위창수의 축하 맥주 세례를 받은 그는 “두 프로님이 공항에 가서 짐을 부친 뒤 다시 돌아와 함께 기뻐해 줬다”며 고마워했다. 2007년 16세의 어린 나이에 프로로 전향한 노승열은 두 가지 꿈이 있었다. PGA투어 우승과 ‘명인 열전’이라는 마스터스 출전이었다. 그는 “하루에 두 가지를 모두 이룬 최고의 날”이라며 감격스러워했다. 정상 등극으로 2016시즌까지 PGA투어 출전권을 보장받았으며 다음 달 ‘제5의 메이저’ 대회로 불리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을 비롯한 5개 주요 대회 출전 자격과 함께 내년 마스터스 초청장도 챙겼다. 122만4000달러(약 12억7400만 원)의 우승 상금 중 일부는 좋은 일에 쓰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대회 결과에 상관없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개인적으로 고민해 보고 주위분들과 상의해 뭘 할지 결정하겠다.” 주니어 시절부터 승승장구하며 갖가지 최연소 우승 기록을 갈아 치웠던 노승열은 지난해 PGA투어에서 상금 랭킹 153위로 처져 올 시즌 투어카드를 잃었다. 2부 투어를 거쳐 회생한 그는 “골프 선수를 하면서 지난해 처음 실패를 겪었다. 그러면서 정신력이 강해졌다. 우승 강박증에서 벗어나 마음을 비울 수 있었다”고 했다. 마지막 날 선두로 나갔다 압박감에 자멸하며 역전패를 허용했던 과거와는 달라질 수 있었다. 바운스 백(한 홀에서 보기 이상을 했을 때 다음 홀에서 버디를 잡을 확률) 능력이 떨어졌던 그는 이날 12번홀 보기를 13번홀 버디로 만회한 뒤 15번홀 보기를 다시 16번홀 버디로 반전시켰다. 노승열은 29일 노스캐롤라이나 주 샬럿으로 이동해 다음 달 1일 개막하는 웰스파고 챔피언십에 대비한다.노승열은…―생년월일: 1991년 5월 29일―출생지: 강원 고성군―체격: 183cm, 76kg―출신교: 경기고-고려대 재학―2005∼2007년: 국가대표―2005년: 한국 아마추어선수권 역대 최연소 우승(14세)―2007년: 프로 전향―2008년: 아시아투어 차이나클래식 우승―2010년: 아시아투어 겸 유럽투어 말레이시아오픈 우승―2012년: PGA투어 진출―2013년: PGA 2부 웹닷컴투어 칠드런 호스피털 챔피언십 우승―2014년: PGA투어 취리히 클래식 우승               ▼ 16번홀 1타차로 쫓기던 노승열, 파4서 정교한 아이언으로 버디 ▼18번홀 러프 탈출한 리디아 고, 침착한 3m 버디 퍼트로 환호노승열과 리디아 고(17)의 동반 우승은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둘 다 막판까지 접전을 거듭했다. 2타 차 선두로 출발한 노승열은 로버트 스트렙(미국)이 1타 차로 쫓아온 16번홀(파4)에서 2번 아이언으로 티샷을 한 뒤 128야드를 남기고 9번 아이언으로 왼쪽에 워터해저드가 도사리고 있는 그린을 정교하게 공략해 핀 오른쪽 90cm 지점에 공을 붙여 버디를 낚았다. 2타 차로 달아난 뒤 스트렙이 17번홀(파3)에서 보기를 하면서 3타 차의 여유가 생긴 노승렬은 18번홀에서 3온 2퍼트로 안전하게 파를 잡으며 승리를 지켰다. 노승열은 경기 후 “16번홀 버디로 승리를 확신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리디아 고는 1타 차 선두였던 18번홀(파5)에서 두 번째 샷이 왼쪽 러프에 빠져 위기를 맞았다. 반면 동반자였던 스테이시 루이스(미국)와 제니 신은 모두 버디 기회를 잡았다. 그래도 그는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63야드를 남기고 한 세 번째 샷을 그린에 올려놓은 뒤 3m 버디 퍼트를 성공시켰다. 루이스는 “믿기지 않는 샷이었다”고 놀라워했다. 24일이 17번째 생일이었던 리디아 고는 우승 상금 27만 달러를 받으며 세계 랭킹을 역대 최고인 2위까지 끌어올렸다. 특히 골프를 가르쳐 준 아버지가 응원 온 가운데 처음 우승해 감격이 더 컸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 2014-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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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이상 내려갈 곳이 없다, 지금이 바닥”

    프로농구 삼성 이상민 감독(42)에게서 전화가 왔다. “어디쯤 오고 있는가. 옷은 어떻게 입어야 하나.” 공석이던 감독 자리에 13일 전격적으로 선임된 그를 만나러 농구단 숙소가 있는 경기 용인시 삼성트레이닝센터(STC)로 가던 길이었다.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을 떠난 광역버스가 1시간 넘게 달려 경기 성남시 분당 근처를 지날 무렵이었다. 워낙 언론 취재를 많이 받아봤던 그이지만 꼼꼼한 성격답게 이번에도 준비성이 철저해 보였다. 이 감독은 기자와 만났던 날 하루에만 신문, TV 등 7군데 매체와 인터뷰를 했다. 이성훈 삼성 농구단장은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놀라워했다. 이 감독과 호흡을 맞출 코치에 대한 하마평까지 무성했던 것도 이례적이었다. 현역 시절 9시즌 연속 올스타전 팬 투표 1위에 올랐던 이상민 감독. 당대 최고 인기 스타였던 ‘오빠’는 그렇게 돌아왔다.○ 2년 정도 코치 더 할 줄 알았는데… 2010년 은퇴 후 미국 연수를 거쳐 지난 2년 동안 삼성 코치였던 이 감독은 “2년 정도 코치를 더 할 줄 알았다. 아직은 지도자로 배울 게 많다”는 말로 말문을 열었다. 초보 사령탑은 목에 힘부터 뺐다. “내가 KCC 선수 때 허재 형이 감독으로 처음 왔다. 농구 9단이라고 불리던 분이었으니 이상민, 추승균의 플레이가 마음에 들 리 없었다. 내가 감독님에게 제발 눈높이 좀 낮추라고 했다. 나 역시 그래야 한다.” 지난 정규리그 삼성은 8위의 성적 부진에 빠졌다. 계약 기간 3년 동안 명가 재건의 발판을 마련해야 될 막중한 책임이 그의 어깨를 누르고 있다. “자주 지다 보니 선수들이 패배의식에 젖어 있다. 자신감을 심어주고 싶다. 실패를 두려워 한 나머지 패스나 슈팅을 망설여선 안 된다. 더 내려갈 데도 없으니 이제 올라갈 일만 남았다.” 팀워크와 희생정신도 강조하는 부분이다. “오후 11시 이후 숙소 소등이다. 아침 식사는 같이해야 한다. 다른 종목 지도자나 선배에게도 예의를 갖춰야 한다.” 선수 정리 및 보강 등 현안을 풀어가고 있는 이 감독이 구상하는 농구 색깔은 뭘까. “아직 백지 상태다. 다만 빠른 농구를 버리기는 어렵다. 수비도 공격도 모두 강한 팀을 만들겠다고 하면 욕심일까. 만수(萬手·프로농구 최다 우승 보유자인 유재학 모비스 감독의 별명)는 아니더라도 백수(百手)는 돼야 할 텐데….” ○ 부팅 시간이 오래 걸렸던 컴퓨터 가드 1997년 사우디아라비아 아시아선수권 28년 만에 우승, 2002년 부산 아시아경기 20년 만의 금메달, 프로농구 챔피언 3회…. 하지만 이 감독이 일찍부터 주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이런 업적을 쌓은 건 아니었다. 그는 서울 성북초등학교 5학년 때인 1983년 농구공을 잡은 뒤 홍익대사범대부속중을 거쳐 홍익대사범대부속고에 진학할 때까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키가 작았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올라갈 때 172cm였다. 또래보다 작아 키 크는 방법이 담긴 책을 탐독할 정도였다. 3개월 내내 당근, 사과, 우유, 정어리만 먹은 적도 있다. 고교 3학년 때 182cm가 됐다. 효과가 있었나 보다. 하하.” 고교 졸업반 때인 1990년 동국대총장배 대회에서 처음 우승을 이끌면서 비로소 자신의 이름 석 자를 알렸다. “남보다 신체조건이 좋지 않다고 좌절하지 않았다. 하루도 안 쉬고 운동 참 열심히 했던 것 같다. 고교 때 감독님(김진수)이 키가 작았어도 경기에 자주 내보내 주신 덕분에 눈을 떴다.” 연세대 입학 후 최희암 감독과 유재학 코치를 만나면서 기량이 일취월장했다. “철저한 ‘분업 농구’를 배웠다. 문경은 서장훈 우지원 등과 호흡을 맞춰 패스 요령, 전술에 따른 동선 등을 익혔다.” ○ ‘마지막 승부’와 ‘응답하라 1994’ 세대의 귀환 최근 프로농구 코트에는 1990년대 농구대잔치 출신 선수들의 지도자 진출이 두드러진다. 이 감독의 연세대 1년 선배인 문경은 SK 감독(43)이 선두 주자. 동부는 이 감독과 동갑으로 중앙대와 기아에서 뛰었던 김영만 코치를 감독으로 내부 승진시켰다. 이 감독은 유니폼을 벗은 뒤 다시 이들과 우정 어린 대결을 펼치게 된 셈. 이들이 뛰던 시절은 한국 농구의 황금기였다. 이 감독은 바로 그 중심에 있었다. “당시 농구 열기가 TV 장면보다 훨씬 더 심했다. 신촌 연세대 농구부 숙소에는 한밤중에도 소녀 팬 수백 명이 몰려들어 난리가 났다. 오죽하면 옆집 살던 교수님이 하도 시끄러워 이사를 갔겠는가. 그 바람에 우리 숙소가 넓어졌다. 요즘 아이돌은 밴이라도 타고 다니지만 우린 어디 돌아다닐 수도 없었다. 사생활을 지킨다는 건 생각도 못했다.” 이런 추억을 갖고 있는 그였기에 최근 농구의 인기 하락이 누구보다도 아쉽다. 팬클럽 회원수가 한때 2만 명이 넘었던 이 감독은 지도자로도 확실한 흥행 카드다. ‘영원한 현대맨’으로 불리던 이 감독이 KCC를 떠나 삼성으로 이적했을 때, 본보의 보도로 은퇴 사실이 알려졌을 때 오빠부대는 눈물까지 쏟으며 그의 곁을 지켰다. 이 감독은 요즘도 외출 나가면 어느새 아줌마가 된 팬들의 사인 요청이나 사진 촬영 등에 시달리고(?) 있다. “팀이 어려울 때 응원해줘야 진정한 팬인 것 같다. 힘이 되고 의지가 된 분들을 떠올리며 노력하겠다. 농구장 많이 찾아 달라.” P.S. 인터뷰 내내 이상민 감독은 무척 신중해 보였다. 프로 스포츠 감독은 모든 걸 혼자 책임져야 하는 고독한 존재라는 사실을 이미 잘 알기 때문이었을까. 조심스럽게 첫 발을 뗐기에 그의 앞길은 더욱 주목되는지도 모르겠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 2014-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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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년전 은퇴 눈물, 이번엔 우승 환호

    한국 테니스의 간판스타 이형택(38·사진)은 2009년 11월 1일 서울 올림픽공원 테니스장 센터코트에서 은퇴식을 치르며 눈물을 쏟았다. 바로 그 자리에서 다시 우승 트로피를 안은 그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번졌다. 26일 국제테니스연맹(ITF) 르꼬끄스포르티브 서울오픈 1차 대회 남자 복식에서 정상에 오른 뒤였다. 이형택은 결승에서 15세 아래인 임용규(23)와 짝을 이뤄 엔히크 쿠냐(브라질)-대니얼 응우옌(미국) 조를 2-1(6-2, 4-6, 10-4)로 눌렀다. 남자프로테니스 또는 ITF 주관 국제대회 우승은 5년 5개월 만이다. 지난해 10월 복귀한 이형택은 28일 시작하는 서울오픈 2차 대회에서는 단식에도 도전한다. 단식 출전은 은퇴 무대였던 2009년 삼성증권배 챌린저 이후 4년 6개월 만이다. 오랜 공백기로 체력 부담이 작은 복식에만 나섰던 이형택은 US오픈 16강 진출, 역대 한국 선수 최고인 세계 랭킹 36위 같은 화려한 과거는 잊었다. 이형택은 “국제 대회에 나가려면 랭킹 포인트를 따내야 한다. 첫판을 이겨 1점이라도 보태고 싶다”며 웃었다. 27일 남자 단식 결승에서 ‘제2의 이형택’으로 불리는 임용규는 막시밀리안 노이흐리스트(오스트리아)를 2-0(7-6, 6-3)으로 꺾고 2관왕에 올랐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 2014-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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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볼빅 “골프공 제조서 처리까지 친환경으로”

    덴마크골프협회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골프공이 자연분해되는 데 100년에서 길게는 1000년이 걸린다고 한다. 골프공의 분해 과정에서 코어의 소재로 쓰이는 중금속 물질 배출 가능성이 높아 환경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골프장에서 쉽게 눈에 띄는 ‘뱀 주의’라는 경고문에도 숲을 헤매며 악착같이 공을 찾는 용기를 내야 지구를 지킬 수 있을지 모를 일이다. 미국에서만 한 해 3억 개의 로스트볼이 나온다는 조사도 있다. 국산 골프공 제조업체 볼빅이 친환경 골프 문화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볼빅은 2011년부터 ‘에코 액티비티 굿샷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판매한 공 가운데 환경오염을 일으킬 수 있는 폐공을 골프장, 연습장 등에 설치한 수거함을 통해 직접 걷어 들여 처리하기 위한 것이다. 볼빅은 국민체육진흥공단과 업무 협약을 맺고 친환경 대중 골프장의 수거함을 통해 모은 공으로 지역 꿈나무 골퍼 후원도 하고 있다. 쓸 만한 공은 원하는 단체에 전달하고 폐공 100개당 볼빅 새 공 12개를 지원했다. 재정적인 어려움으로 공 구입에 애를 먹던 경북지역 교도소 관할 골프연습장에 재활용 공을 기증해 호평을 받았다. 문경안 볼빅 회장은 “골프 인구가 증가하면서 버려지는 공도 늘어나고 있지만 마땅한 처리 방법이 없다”며 “기업이 수익활동을 위해 환경오염을 유발시켰다면 그 처리 또한 그 기업이 해결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볼빅은 수거된 공을 재활용해 코어의 고무 소재는 시민공원이나 올레길 등에 자갈 대신 깔아주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앞으로 친환경 골프공 개발은 물론이고 다양한 프로모션도 전개할 계획이다. 최근 볼빅은 공을 넣을 수 있는 친환경 ‘에코 케이스’를 판매하고 있다. 케이스 하나로 공 보관뿐 아니라 퍼팅에 도움이 되는 라인을 그릴 수 있고 저금통으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케이스 재생산에 따른 자원 낭비도 막을 수 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 2014-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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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숙한 미셸 위, 성적도 묵직

    ‘봄볕에 며느리 내보내고 가을볕에는 딸 내보낸다’는 말이 있다. 봄철의 강한 자외선이 피부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올 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최고 전성기를 맞은 미셸 위(25·사진)는 요즘 유달리 챙이 넓은 바이저를 쓴다. 그는 “최근 얼굴에서 잔주름을 발견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10대 골프 천재 소녀에서 어느덧 피부 노화에 신경 쓸 20대 중반이 된 미셸 위는 필드에서도 한층 성숙한 플레이를 펼치고 있다. 지난주 LPGA투어 롯데챔피언십에서 미셸 위와 같은 조로 우승을 다퉜던 지난해 국내 신인왕 김효주(19·고려대)도 달라진 동반자의 모습에 강한 인상을 받았다. 김효주는 “1년 만에 다시 미셸 위를 만났다. 예전에 거리는 많이 났지만 가벼워 흩날리던 타구가 이번에는 묵직해 보였다. 사람 키보다 낮게 날아가도 비거리가 전혀 줄지 않아 놀랐다”고 말했다. 이 대회에서 4년 만에 다시 우승 트로피를 안은 미셸 위는 이번 시즌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상금(61만 달러), 평균 타수(69.57타), 그린적중률(81%) 등에서 모두 1위에 올랐다. 상승세를 탄 미셸 위는 24일(현지 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근 레이크머세드GC(파72)에서 개막한 스윙잉스커츠LPGA클래식에 출전했다. 대회 코스는 미셸 위가 졸업한 스탠퍼드대에서 차로 20분 남짓한 거리여서 금의환향하듯 모교를 방문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 2014-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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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니어골프 데뷔전 우승, 42세 ‘정일미 교수’

    21일 영남대 특강을 마치고 대구에서 서울방향 상행선 야간열차에 탑승했다는 그는 지칠 만했을 텐데도 목소리는 생기가 넘쳤다. ‘스마일 퀸’이라는 별명과 함께 필드에서 뜨거운 인기를 누렸던 정일미(42·사진)를 전화 인터뷰했을 때였다. 그는 “요즘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할 지경”이라면서 “뭐 하나 소홀히 하고 싶지 않다”며 웃었다. 정일미의 공식 직함은 충남 천안시 호서대 스포츠과학부 골프전공 전임 교수. 지난해 부임 후 이번 학기 102명의 학생에게 매너와 에티켓, 스윙, 코스 공략법 등 골프의 ABC를 가르치고 있다. 이화여대 졸업 후 20년 만에 용인대에서 대학원 과정을 밟고 있는 만학도이기도 한 정일미는 18일에는 강원 원주시 센추리21CC(파72)에서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시니어투어 대회에 처음 출전해 우승까지 했다. 만 42세가 넘어야 참가할 수 있는 이 대회에서 그는 2라운드 합계 3언더파 141타로 데뷔전부터 트로피를 안았다. 1995년 프로 데뷔 후 KLPGA투어 통산 8승을 거둔 그는 더 큰 무대를 꿈꾸며 32세였던 2004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 뛰어들어 7년 동안 뛰었다. “아직도 교수보다는 프로라는 호칭이 더 익숙하다. 골프 선수에서 은퇴한 적은 없다. 대회 출전은 자칫 느슨해지기 쉬운 내 삶을 자극하고 활력을 준다.” 늘 뭔가를 향한 정일미의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 2014-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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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로농구 3강 용병들, 유니폼 그대로

    지난 시즌 프로농구에서 3강 체제를 떠받쳤던 외국인 선수들이 다음 시즌에도 국내 코트를 지킬 것으로 보인다. 챔피언결정전 2연패를 이룬 모비스를 비롯해 정규리그 1위 LG와 3위 SK가 외국인 선수 재계약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비스는 센터 로드 벤슨(207cm)과 리카르도 라틀리프(200cm)를 3시즌 연속 잔류시키기로 결정했다. 외국인선수 최초로 4시즌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한 벤슨은 LG와의 시리즈 막판 활약으로 우승 반지를 차지했다. 라틀리프 역시 안정된 포스트 플레이로 유재학 모비스 감독을 흡족하게 했다. 유 감독이 9월 아시아경기 대표팀 사령탑으로 팀을 비우게 된 것도 외국인 선수 재계약에 영향을 미쳤다. 외국인 선수 정보 수집과 해외 출장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김진 LG 감독은 “데이본 제퍼슨과 크리스 매시를 모두 붙잡겠다. 팀이 안정적으로 다음 시즌을 대비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다만 LG는 올여름 서울 송파구 방이동에 있던 구단 숙소와 체육관을 경기 이천시로 이전하게 돼 바뀐 환경이 선수들의 재계약 사인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SK 이성영 단장은 “코트니 심스와 애런 헤인즈가 계속 우리 유니폼을 입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헤인즈는 KCC 김민구에 대한 폭력 행사에 따른 부정적인 여론이 걸림돌. 이 단장은 “방문경기를 가면 야유를 받는 헤인즈가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KCC도 정규리그 득점 1위 타일러 윌커슨의 재계약을 검토하고 있다. 내외곽 플레이에 모두 능한 윌커슨이 다음 시즌 하승진의 복귀 후 위력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전자랜드의 리카르도 포웰도 계속 주장 완장을 찰 가능성이 높다. 팀 전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외국인 선수를 교체하지 않으면 새롭게 외국인 선수를 영입했을 때 필요한 적응 기간 없이 곧바로 전술의 완성도를 높이는 장점이 있다. 해마다 드래프트에 참가하는 새 얼굴 가운데 확실한 재목이 줄어들고 있는 것도 ‘구관이 명관’ 분위기를 부추기고 있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 2014-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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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동민, 프로골프 코리안투어 개막전 우승

    이동민(29)이 한국프로골프 코리안투어 2014 시즌 개막전인 동부화재 프로미오픈에서 우승했다. 이동민은 20일 강원 횡성군 웰리힐리CC(파72)에서 열린 4라운드에서 6언더파 66타를 쳐 최종 합계 9언더파 279타로 2009년 코리안투어 합류 후 첫 승을 거뒀다. 한국프로골프협회는 이번 대회 나눔 행사로 적립한 7639만 원의 기금을 세월호 희생자 돕기에 쓰기로 했다.}

    • 2014-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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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8세 이형택이 44세 다테를 만난 날

    비록 국적과 성별은 달라도 나란히 앉은 그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다. 청춘을 바쳤던 테니스에 대한 남다른 애정 때문에 다시 라켓을 잡았다. 서브를 넣고 뛰어다닐 힘이 남아 있는 한 나이는 결코 핸디캡이 아니었다. 20일 서울 올림픽코트에서 열린 르꼬끄 스포르티브 서울오픈테니스대회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형택(38)과 다테 기미코 크룸(44·일본)이었다. 이형택은 한국 최고령 테니스 선수. 세계 랭킹 83위인 다테는 여자프로투어에서 가장 많은 나이로 뛰고 있다. 이형택은 이번에 임용규와 복식에 출전하고 다테는 단식에 나선다. 세계 4위까지 올랐다 1996년 코트를 떠난 뒤 2008년 돌아온 다테는 “몸이 허락하는 한 계속 뛰겠다. 예전보다 투어 생활이 재미있다. 오늘 져도 내일이 있고 내년도 있는 게 아닌가”라고 말했다. 2009년 은퇴 후 지난해 복귀한 이형택도 “요즘은 승패에 연연하지 않는 여유가 생겼다. 전성기 때만큼 체력이 오르면 단식도 뛰겠다”고 했다. 다테는 이형택에게 “몸을 만들어 가다 보면 옛 모습을 되찾을 수 있다. 이형택이 뛰는 것만으로도 어린 선수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덕담을 했다. 이형택 역시 “다테를 보니 난 아직 한참 어리다. 철저하게 몸 관리해서 선수 생활을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겠다”며 웃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 2014-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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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릴때 뛰놀던 코스… 고향서 웃은 미셸 위

    재미교포 미셸 위(25·사진)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3년 8개월 만에 트로피를 안았다. 어릴 적부터 놀이터처럼 뛰어놀던 코스에서 장식한 승리여서 기쁨이 더욱 컸다. 미셸 위는 20일 미국 하와이 주 오아후 섬 코올리나 골프장(파72)에서 열린 롯데챔피언십 4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보기 1개로 5언더파 67타를 쳤다. 4타차 공동 2위로 출발한 미셸 위는 최종 합계 14언더파 274타를 기록해 앤절라 스탠퍼드(미국)를 2타차로 제치고 역전 우승했다. 2009년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멕시코), 2010년 8월 캐나다여자오픈 이후 LPGA투어 통산 3승째이자 미국에서 열린 대회에서는 첫 승이다. 학창 시절을 보낸 고향 호놀룰루에서 차로 1시간 남짓 떨어진 골프장에서 홈 팬의 열광적인 응원을 받은 미셸 위는 평소 약점이던 뒷심 부족을 떨쳐내고 경기 막판 7개 홀에서 3개의 버디를 낚았다. 상금 25만5000달러를 받아 시즌 상금 61만6555달러(약 6억4000만 원)로 이 부문 1위로 나섰다. 박인비는 단독 3위(11언더파)로 마쳤다. 우승 경쟁에 뛰어들었던 김효주는 4위(10언더파)에 머물렀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 2014-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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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시대를 풍미했던 테니스 영웅의 땀과 눈물

    1987년 4월 서울 올림픽코트에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투어 제1회 KAL컵 코리아오픈. 프로 데뷔 2년 차인 17세 소년이 결승까지 올라 준우승을 차지했다. 곱상한 외모에 갈깃머리를 흩날리며 소녀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 주인공은 앤드리 애거시(44·미국)였다. 국내에도 많은 팬을 지닌 애거시의 인생은 책 제목처럼 코트 안팎에서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는 과정이었다. 이란 복싱 대표였던 애거시의 아버지는 미국 이민 후 낳은 아들을 혹독하게 훈련시켰다. “아버지는 내가 매일 2500개의 공을 치면 1년이면 100만 개 가까운 공을 치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곱 살 애거시는 테니스가 싫었는데도 계속 공을 쳐야 했던 현실을 운명으로 받아들였다. 한국 스포츠 스타의 스토리와 닮았다. 애거시는 보수적인 이미지가 강했던 테니스의 기존 질서와 맞섰다. 귀걸이, 데님 반바지에 원색 티셔츠 같은 파격적 패션을 선보인 애거시는 인기 여배우 브룩 실즈와의 결혼과 이혼, 테니스 여제 슈테피 그라프와의 재혼으로도 화제를 뿌렸다. “그라프의 임신 소식을 처음 들었던 스시바가 바로 실즈와의 관계가 나빠지기 시작한 그 레스토랑이었다. 처절한 참패의 코트가 가장 달콤한 승리의 현장이 될 수도 있다.” 2006년 은퇴할 때까지 애거시는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 메이저 우승 8회를 포함해 60회 단식 정상, 역대 최고령 세계랭킹 1위의 눈부신 성적을 남겼다. 말년엔 극심한 허리 부상을 이겨내려고 바늘 길이가 18cm에 이르는 진통주사를 맞으며 분투했던 그는 고향 라스베이거스 빈민가에 4000만 달러(약 415억 원)를 들여 저소득층을 위한 중등교육 대안학교를 세웠다. 라켓을 통해 자신의 길을 열었던 그가 이젠 상처 받고 방황하는 청소년들에게 희망의 전도사가 됐다. 이 책에서 애거시는 때론 다시 기억하고 싶지 않거나, 아직도 가슴을 뛰게 하는 순간을 얘기하듯 풀어간다. 6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이 느껴지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단발머리 꼬마에서 풀어헤친 헤어스타일의 반항기를 거쳐 대머리까지 지면을 수놓은 사진은 또 다른 볼거리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 2014-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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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로 못잖은 인기, 뜨거운 대학농구

    고려대와 연세대의 대학농구리그 경기가 열린 17일 고려대 화정체육관에는 1000명이 넘는 관중이 몰렸다. 라이벌 경기이긴 해도 평일 오후 시간인 데다 다음 주가 대학 중간고사 기간인 것을 감안하면 뜨거운 열기다. 이 같은 흥행 성공에는 올해부터 한국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와 한국대학농구연맹이 대학농구 활성화를 위해 모집한 서포터스의 효과가 크다. 대학생 서포터스들은 경기를 앞두고 홍보물을 제작해 배포하거나 경기장 근처에 학생들이 자주 찾는 식당, 카페 등지에서 스폰서를 유치해 관중 동원에 활용하고 있다. 임우택 연맹 전무는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학원 스포츠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 관중이 전년도에 비해 50%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에서 고려대는 이승현(18득점), 이종현(17득점, 5블록슛), 문성곤(12득점) 등이 고르게 활약한 데 힘입어 허웅(22득점)이 버틴 연세대를 70-60으로 꺾고 시즌 개막 후 7전 전승을 기록했다. 이날 경기에서는 세월호 침몰 사고 피해자를 애도하기 위해 응원단 동원과 앰프 사용은 없었으며 경기 전 묵념 의식이 진행됐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 2014-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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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맘고생 석 달 이용대, 몸 추슬러 전화위복

    한국 배드민턴의 간판스타 이용대(26·삼성전기·사진)에게 지난 3개월의 시간은 어쩌면 30년만큼 길게 느껴졌을지 모른다. 이용대는 올 1월 도핑 테스트 회피 혐의로 2년 후배 김기정(삼성전기)과 함께 세계배드민턴연맹(BWF)으로부터 1년 선수 자격 정지 징계를 받은 뒤 15일 징계 철회 발표로 비로소 가슴을 쓸어내렸다. 징계 직후 심한 충격에 빠져 두문불출했던 그는 다시 라켓을 휘두르며 기약 없이 복귀 시기를 기다려왔다. 최근에는 경남 함안에서 열흘 동안 김기정과 함께 전문 피지컬 트레이너의 도움으로 야산을 달리거나 헬스클럽에서 운동 기구와 씨름하며 체력 강화에 집중하다 상경했다. 16일 그동안 떠나 있어야 했던 수원 삼성전기 체육관에서 팀 동료들과 합류한 이용대는 “밖에 있어 보니까 우리 팀 환경이 얼마나 좋았는지 알겠더라”라며 한층 여유를 찾은 모습을 보였다. 이번 주에는 스트레칭과 라켓 운동으로 컨디션을 점검한 뒤 다음 주부터 본격적으로 하루 4∼5시간의 강도 높은 훈련 스케줄을 소화할 계획이다. 이용대는 권승택 삼성전기 감독에게 “바로 대회에 나갈 수 없느냐”며 코트를 향한 갈증을 드러냈다. 하지만 다음 주 김천에서 열리는 국제대회인 아시아선수권과 5월 1일 개막하는 안동 종별대회는 이미 출전 엔트리가 마감돼 실전 복귀는 5월 중순 이후로 미뤄지게 됐다. 권승택 감독은 “용대와 기정이가 의욕을 보이고 있어 기대가 크다. 9월 인천 아시아경기를 비롯한 중요 대회를 앞두고 전화위복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20개 국제 대회를 포함해 24개 대회에 출전하며 체력이 고갈됐던 이용대에게는 연초 공백기가 오히려 잔부상 회복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국 배드민턴의 스포츠 외교력 강화에 대한 목소리가 더욱 높아졌다. 징계를 주도한 BWF 집행부에는 2009년 물러난 방수현 이후 한국인 이사가 전무한 실정이다. 지난해 5월 강영중 대교그룹 회장이 BWF 회장을 관둔 뒤 국제무대에서의 입지는 더욱 줄어들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 2014-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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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셔틀콕 황태자’ 족쇄 푼 변호사들

    도핑 테스트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세계배드민턴연맹(BWF)으로부터 1년간 선수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던 배드민턴 이용대(26) 김기정 선수(24·이상 삼성전기)가 재심의에서 구제됐다. 대한배드민턴협회는 15일 오전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BWF가 14일 재심의를 열어 두 선수에게 내려졌던 1년 자격정지 결정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1월 24일 징계 이후 석 달 가까이 소속팀 훈련조차 금지됐던 두 선수는 9월 인천 아시아경기에 참가할 수 있게 됐다. 이용대는 BWF 선수위원회 위원 자격도 회복했다. 이용대와 김기정은 지난해 도핑테스트와 관련해 자신의 소재지를 세계반도핑기구(WADA)에 등록해야 하는 의무를 세 차례 어겼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았다. 징계 처분이 번복된 데에는 두 선수를 대리한 박은영 변호사 등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인단의 공이 컸다. 당초 국내에선 1년 징계를 6개월로 줄이기만 해도 다행이라는 분위기였지만 변호인단은 처분 취소로 방향을 잡았다. 중재 절차를 무상으로 지원하며 두 선수를 매주 만나 재판 진행 과정, 전략 등을 설명했다. 박 변호사는 스위스 로잔에 있는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에 BWF의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중재를 진행하는 동시에 BWF에 원심 처분을 취소하도록 설득하는 ‘투 트랙 전략’을 썼다. 박 변호사는 BWF가 1월 두 선수에게 징계를 내리면서 대한배드민턴협회에도 ‘선수들에게 도핑테스트 통지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징계를 내린 점에 주목했다. 협회가 선수의 도핑테스트와 관련한 사항을 모두 대행하는데 협회 잘못으로 통지하지 않았기 때문에 두 선수가 도핑테스트를 받지 못한 것이지 고의로 회피한 적이 없다고 BWF와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에 주장했다. 박 변호사는 “평생 운동만 해온 어린 선수들이 자신의 잘못도 아닌 일로 출전 기회를 박탈당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결국 징계 처분을 내렸던 3명의 도핑청문위원은 다시 모여 “두 선수에게 테스트를 회피한 고의가 없었다”고 인정하며 처분을 취소했다. BWF의 징계 취소에 대해 WADA가 항소할 수 있지만 변호인단은 두 단체가 서로 협의한 결과이기 때문에 항소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내다보고 있다. 박 변호사는 14일 오후 7시 e메일로 결정문을 전달받고 두 선수에게 바로 연락했다. 이용대 선수는 “운동만 잘하면 되는 줄 알다가 뜻밖의 징계를 받아 막막했는데 취소됐다니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용대와 김기정은 당분간 소속팀인 삼성전기에서 훈련을 하다 다음 달 인도에서 열리는 세계혼합단체전에서 태극마크를 달 것으로 보인다. 권승택 삼성전기 감독은 “몸 상태는 아주 좋아 보인다. 용대가 고마움을 표시하며 인천아시아경기에서 금메달을 따 보답하겠다고 다짐했다”고 전했다.신동진 shine@donga.com·김종석 기자}

    • 2014-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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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이좋은 文형제, MVP 나눠 가졌네

    연분홍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어머니는 양옆에 앉아 있던 두 아들의 손을 꼭 잡은 채 좀처럼 놓을 줄 몰랐다. 14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시상식에 참석한 LG 문태종(39)과 모비스 문태영(36) 형제의 어머니 문성애 씨(58)였다. 어머니는 최근 모비스와 LG의 챔피언결정전에서 두 아들의 치열한 대결을 가슴 졸이며 지켜봤다. 문태영은 10일 모비스의 2연패를 이끌며 혼혈 선수 최초로 챔프전 최우수선수(MVP)에 뽑혔다. 나흘 후인 이날 정규리그 MVP로 문태종이 호명되자 어머니 문 씨는 “미국에서 키울 때 인종차별 때문에 속도 많이 상했는데 이런 날이 올 줄 몰랐다. 꿈이 이뤄졌다”며 감격스러워했다. 문태종은 기자단 투표에서 98표 가운데 71표를 얻어 KT 조성민(22표)을 제치고 역대 최고령 MVP의 기록까지 세웠다. 종전은 2009년 주희정(당시 KT&G)의 32세. 각각 1000만 원의 상금을 받은 이들 형제는 나란히 사상 첫 형제 베스트5에도 선정됐다. 어머니와 동생에게 꽃다발을 받은 문태종은 “좋은 팀을 만났기에 가능했다. (동생을 향해) 내가 받은 게 진짜 MVP다. 엄마 사랑해요”라고 말했다. 문태영은 “형제가 처음 함께 상을 받게 돼 큰 영광”이라고 했다. 신인상은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였던 김종규에게 돌아갔다. 김종규는 “상 받을까봐 머리도 하고 메이크업도 했다. 노력하고 발전하는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김진 LG 감독은 동양 사령탑 시절인 2002년과 2003년에 이어 11년 만에 통산 세 번째 감독상을 수상했다. 37세의 노장 주희정(SK)은 식스맨상을 처음 받은 뒤 “후배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는 상이라고 생각한다”며 감격스러워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 2014-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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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린재킷 두 번 입다니” 시골내기의 눈물

    이번에도 2년 전처럼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자신을 향해 아장아장 걸어오는 두 살배기 아들 칼레브를 번쩍 안은 뒤 비로소 미소가 번졌다. 그린재킷을 확정지은 버바 왓슨(36·미국)이었다. 왓슨은 14일 미국 조지아 주 오거스타 내셔널GC(파72)에서 끝난 제78회 마스터스 4라운드에서 3타를 줄여 최종 합계 8언더파 280타로 우승했다. 처음 출전한 마스터스에서 역대 최연소 우승을 노렸던 조던 스피스(21·미국)는 왓슨과의 맞대결에서 뒷심 부족을 드러내며 요나스 블릭스트(스웨덴)와 공동 2위(5언더파)에 머물렀다. 최경주(44)는 공동 34위(6오버파).○ 땀으로 되찾은 환희 왓슨은 2012년 마스터스에서 2차 연장 끝에 생애 첫 메이저 정상에 오른 뒤 눈시울을 붉혔다. 하지만 지난해 세 차례 톱10에만 들며 무관에 그쳤다. 대회 도중 실수를 한 뒤 2006년부터 호흡한 전담 캐디에게 화풀이를 해 구설에 시달리기도 했다. 부진 탈출을 위해 어느 때보다 훈련에 집중한 그는 신앙생활에도 매달렸다. 올 들어 2월 노던 트러스트 오픈에서 우승한 그는 마스터스 제패로 부활했다. 2년 전 마스터스에서 우승하기 13일 전 입양한 아들을 돌보느라 당시 응원을 못 왔던 농구선수 출신인 부인 앤지도 이번엔 현장에서 남편의 우승을 지켜보며 감격스러워했다. 왓슨은 “2년 전 우승이 행운이었다면 이번엔 혹독한 훈련과 헌신의 결과다. 가족 앞이라 더욱 기쁘다”고 말했다. 왓슨은 지난해 공동 50위로 마친 뒤 전년도 챔피언 자격으로 우승자 애덤 스콧(호주)에게 그린재킷을 입혀 주면서 ‘내년엔 되찾겠다’고 다짐했다. 그 꿈은 이뤄졌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통산 6승 가운데 2승을 마스터스에서 장식하며 상금은 162만 달러(약 16억8000만 원). 독학으로 골프를 익힌 왓슨이 집안이 어려워 솔방울을 쳤다는 건 유명한 일화. 올 시즌 PGA투어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 1위(288m)에 오른 왓슨은 대회 기간 폭발적인 장타에 힘입어 쇼트 아이언을 자주 잡다 보니 딱딱한 그린 위에 수월하게 공을 세웠다. 한층 정교해진 쇼트게임으로 성숙한 플레이를 펼쳤다. 감정 기복이 심했던 예전과 달리 이날 극도의 긴장감을 견뎌내며 11개 홀을 1퍼트로 막았다. 인구 5만 명 정도인 플로리다 주 펜서콜라 출신인 왓슨은 “시골 촌놈으로 태어난 내가 그린재킷을 두 번 입을 줄 누가 알았겠느냐”고 했다.○ 아멘 코너의 환호와 왼손잡이 강세 왓슨과 매치 플레이처럼 우승 경쟁을 펼치던 스피스는 12번홀(파3)에서의 티샷이 경사를 타고 뒤로 굴러 ‘레이의 개울’에 빠져 보기를 했다. 지난해 4라운드 이 홀에서 공을 세 차례나 물에 빠뜨리며 10타 만에 홀아웃(셉튜플보기)했던 왓슨은 파를 잡아 2타 차로 앞섰다. 13번홀(파5)에서 왓슨은 티샷을 무려 335m를 날린 뒤 131m를 남기고 두 번째 샷을 그린에 올려 버디를 잡아 3타 차까지 달아났다. 왓슨의 우승으로 최근 12년간 왼손잡이 우승은 절반인 6차례로 늘었다. 오거스타 내셔널GC는 6개 홀이 왼쪽으로 휘어진 도그레그홀로 왼손잡이 골퍼에게 유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는 ‘왼손잡이 골퍼는 티샷 때 자연스러운 스윙 아크로 편하게 페이드 구질을 구사할 수 있다. 13, 18번홀은 왼손잡이 골퍼에게 그린 공략이 용이한 레이아웃’이라고 분석했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 2014-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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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비스 2연패 축하연… ‘테이프 사건’ 앙금도 훌훌

    그 순간만큼은 공인된 술자리라 흠뻑 취할 수 있었는데 술잔 근처에도 가지 않았다. 10일 창원의 한 식당에서 열린 우승 뒤풀이에 참석한 모비스 함지훈이었다. 모비스 선수단은 이날 LG와의 챔피언결정전 6차전 승리로 2연패를 달성한 뒤 자축연을 가졌다. 함지훈은 이 경기에서 접전을 펼치던 4쿼터 막판 왼쪽 발가락을 심하게 다쳐 벤치로 물러났다. 몸 상태를 감안해 음주를 자제했던 것. 그런 함지훈에게 유재학 모비스 감독이 “한잔 정도는 괜찮다”며 축배를 권했다. 유 감독은 정규리그 경기 도중 작전 타임 때 약속된 플레이를 하지 않던 함지훈의 입에 테이프를 붙이게 해 논란을 일으켰다. 유 감독은 “지도자로 아직 멀었다고 느끼고 반성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함지훈은 “감독님이 오죽하면 그렇게 했겠는가. 더 노력하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함지훈은 챔프전에서 평균 11.7득점, 5.2어시스트, 3.0리바운드로 활약했다. 특히 모비스 우승의 분수령이 된 4차전에서 LG 데이본 제퍼슨 봉쇄의 특명을 완벽에 가깝게 수행했다. 8월 아빠가 되는 함지훈은 “아기에게 선물을 준비한 것 같다”며 웃었다. 모비스는 정규리그에서 꾸준히 상위 성적을 내면서 신인 드래프트 지명 순위가 뒤로 밀렸다. 함지훈을 비롯해 이지원 천대현을 10순위로 뽑았고 이대성은 11순위. 선수 장점만을 극대화시키는 유 감독 밑에서 이들의 지명 순위는 그저 숫자에 불과했다. 제자들이 권하는 술잔을 사양하지 않던 유 감독의 표정은 흐뭇하기만 했다. 주량이 소주 7병이라는 로드 벤슨은 “내년에 5시즌 연속 챔프전에 올라 한잔하고 싶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창단 첫 우승의 꿈을 접은 LG도 시즌을 마감하는 회식 자리를 가졌다. 아쉬운 패배를 뒤로한 채 다음 시즌을 대비하자는 목소리가 높았다. 김진 LG 감독은 “비시즌 동안 김종규의 체력 보강을 위해 특별 프로그램을 가동하겠다. 제퍼슨과 메시 두 명의 외국인 선수와 모두 재계약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14일 프로농구 시상식에서 김진 감독(감독상)과 김종규(신인상), 문태종(정규리그 최우수선수)은 수상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창원=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 2014-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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