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

김민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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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속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국제부 기자입니다. 예술가의 이야기를 따로 모아 뉴스레터 '영감 한 스푼'으로 전하고 있습니다.

kimmin@donga.com

취재분야

2025-11-28~2025-12-28
미술36%
연극18%
문학/출판14%
문화 일반7%
인사일반7%
칼럼4%
언론4%
사고4%
사회일반4%
사건·범죄2%
  • 프로필 사진, 사람만 찍으란 법 있나요

    유별난 애정일까, 이제는 자연스러운 문화일까. 반려동물의 ‘프로필 사진’과 ‘화보’를 전문 스튜디오에서 찍어주는 사람이 늘고 있다. 반려견을 키우는 이다경 씨(25·여)의 거실엔 한 살배기 마루의 사진이 걸려 있다. 이 씨는 두 달 전 동물 전문 스튜디오에서 마루의 사진을 찍었다. 이 씨는 “가족이 퇴근하면 누구보다 반겨주고 애교로 웃음을 주는 마루의 예쁜 모습을 간직하고 싶었다”며 “아기 돌 사진을 찍는 것과 비슷한 이유”라고 했다. 하지만 그의 집을 찾은 친척들은 “유별나다”며 고개를 가로젓는다고 한다. 토끼 ‘랄라’의 주인 이순지 씨(29·여)는 ‘미래를 준비한다’고 표현했다. 수명이 짧은 반려동물이 죽음을 맞이할 때를 대비해 미리 사진으로 남긴다는 것이다. 이 씨는 “토끼의 평균 수명이 5년인데 ‘무지개다리를 건너’(동물의 죽음을 의미하는 말)더라도 ‘랄라’와 함께한 순간을 간직하고 싶다”고 했다. “어떤 의미에서는 ‘영정 사진’이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사진작가 현창익 씨(30)의 반려동물 전문 스튜디오는 매달 동물 15∼20마리를 촬영한다. 현 씨는 “지난해 스튜디오를 열었을 때 생소하다는 반응이 많았지만 요즘은 하루에 문의 전화가 2, 3통씩 온다”고 했다. 현 씨도 동물을 좋아해 일을 시작했지만 특별한 손님들이 찾는 만큼 그 나름의 고충도 있다고 한다. 개들은 스튜디오를 찾으면 모두 같은 장소에 마킹(소변으로 영역 표시를 하는 행위)을 한다. 현 씨는 “항상 최선을 다해 깨끗이 닦는데도 개들만 맡을 수 있는 냄새가 나는 것 같다”고 했다. 고양이 손님이 오면 하루 전부터 구석구석 청소를 해야 한다. 고양이들은 낯선 장소에 가면 구석으로 숨어들기 때문이다. 현 씨는 “계단 아래처럼 생각지도 못한 곳에 숨어 고양이가 먼지투성이가 된 적이 있다”며 “스튜디오가 지저분해 보이고 주인에게도 민망해 그 뒤로 청소를 정말 열심히 한다”고 했다. 지난해 반려동물을 주제로 사진전을 열었던 예술가 금혜원 씨(36·여)는 이런 현상을 두고 “반려동물은 이해관계 없이 순수하게 나를 따라주기에 많은 사람이 위로를 받는 듯하다”며 “경쟁에 시달리는 현대인의 고독한 정서를 보여주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현 씨는 두 달 전 고양이 ‘각군’을 촬영할 때를 떠올리며 “가족을 사랑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꼈다”고 했다. 한 부부가 죽음을 앞둔 고양이를 데리고 오후 11시 스튜디오를 찾았다. 퇴근도 미루고 사진을 찍었고 고양이는 이틀 뒤 세상을 떠났다. “그날 밤은 저도 숨죽이고 촬영에 몰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깊은 슬픔이 느껴졌거든요.”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5-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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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野의원 진입 시도에…국정화 TF 관계자 “털리면 큰일” 신고 논란

    교육부 역사교과서 국정화 태스크포스(TF) 관계자가 25일 서울 종로구 국립국제교육원 건물 앞에 야당 국회의원과 취재진이 도착하자 경찰에 수차례 신고하는 과정에서 “여기 털리면 큰일난다. (경찰을 추가로) 동원 안하면 나중에 문책당한다”고 언급한 사실이 28일 확인됐다. 당시 경찰의 112 신고 녹취록에 따르면 복수의 TF 관계자는 25일 오후 8시 17분 첫 신고 전화부터 오후 8시 47분까지 10차례에 걸쳐 경찰에 신고했다. 이날 새정치민주연합 도종환 의원 등은 교육부의 국정화 TF가 비밀리에 운영되고 있다며 국립국제교육원 사무실에 진입하려다 경찰과 밤새 대치했다. TF 관계자는 첫 신고 전화에서 “여기 국제회관인데요”라며 정확한 시설이름이나 주소를 말하지 못하며 누군가에게 “나가세요”라고 말한 후 전화를 끊었다. 19분 뒤 다시 전화를 걸어 “사무실에 밖에서 20명의 사람들이 침입하려고 하니 동숭동 국립국제교육원으로 빨리 출동해달라”고 신고했다. 그 후 한차례 출동을 독촉하는 전화를 한 뒤 오후 8시 37분 다시 신고한 관계자는 “기자와 국회의원이 무슨 일로 침입하려는지 말해달라”는 경찰의 말에 대답 없이 전화를 끊었다. 8번째 신고자는 “여기 우리 정부 일 하는 데예요. 지금 여기 털리면 큰일 나요. 있는 인원들 다 빨리 저기해주세요”라며 “경찰관 2명으로는 20명을 막을 수 없으니 (경찰관을 추가로) 동원 안하면 나중에 문책당해요”라고 말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5-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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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면접화장법 배우고 적성검사도 현장서… ‘리스타트 잡페어’

    “평소에는 화장도 잘 안 하고 다녔는데 일자리 구하려면 이렇게 활기차 보여야 하나 봐요.” 곱게 화장을 한 채명희 씨(52·여)는 들뜬 표정이었다. 전문가의 손길이 닿은 얼굴은 생기 있게 빛났다. 화장을 마친 뒤 거울 앞으로 자리를 옮겨 머리 손질도 받았다. 익숙하지 않은 듯 멋쩍게 웃는 채 씨의 모습에 직장을 구하려는 열정과 설렘이 묻어났다. ‘2015 리스타트 잡페어’ 행사장에 마련된 종합상담관에는 채 씨처럼 면접용 화장과 머리 손질을 받으려는 사람 10여 명이 줄지어 서 있었다. 전문 스타일리스트의 상담을 받은 후에 무료로 이력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사진촬영관도 준비됐다. 3개월 전부터 직업을 구하고 있었다던 정정옥 씨(55·여)는 “다른 구직 행사장에도 가 봤지만 화장을 받고 이력서 사진을 찍는 서비스는 처음 받아 봤다”며 “취업 과정이 익숙하지 않은 구직자들에게 꼭 필요한 실용적인 서비스”라며 만족스러워 했다. 입사지원서 작성 방법을 강의하는 프로그램도 준비됐다. “입사지원서는 그 회사와의 첫 만남이기에 첫인상이 중요하다”는 강사의 설명에 참가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설명을 들으며 본인의 입사지원서를 작성하고 고쳐 보는 사람도 있었다. 잡페어 행사장에는 일자리를 소개하는 ‘일자리관’뿐 아니라 다양한 컨설팅을 받을 수 있는 ‘종합상담관’, 이력서를 작성하고 출력할 수 있는 ‘지원관’, 본인에게 어울리는 색을 찾거나 먹거리를 만들어 볼 수 있는 ‘이벤트체험관’ 등이 마련돼 마치 큰 축제 같은 분위기였다. 서울시가 경력 단절 여성의 성격유형검사를 위해 마련한 ‘일자리 부르릉 버스’는 성격을 분석해 적성에 맞는 일자리를 찾으려는 지원자가 몰려 버스 밖에서도 검사를 진행했다. 전문가는 “가정에서 봉사와 희생을 해 온 40, 50대 여성들은 성격 검사를 하면 결과가 다 비슷하게 나온다”면서 “20대 젊은 시절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응답해야 진짜 내 적성을 찾고, 맞는 일자리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상담을 받고 나오던 한 여성은 “직업은 구하고 싶지만 어떤 게 맞을지 몰라 막막했는데 검사 결과가 도움이 된다”며 “20대 사회초년생으로 돌아가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있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초콜릿과 추로스 등을 직접 만들어볼 수 있는 체험장에는 가족 단위 참가자들도 보였다. 어린 딸과 함께 광화문광장을 구경하다가 행사장을 찾았다는 손현주 씨(34)는 “요즘 취업난이 세대를 막론하고 심각하다는데 이런 행사로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일자리를 구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손가인 gain@donga.com·김민 기자}

    • 2015-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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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위 진단서’ 끊어주고 수십억 보험금 타낸 의사와 일당 검거

    환자들에게 허위 진단서를 끊어주고 수십억 원대의 보험금을 타낸 대학병원 의사와 손해사정사가 무더기로 적발됐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보험금을 허위로 지급 받는 것을 도운 뒤 수수료를 받은 혐의(사기 등)로 강모 씨(30)등 손해사정사와 보조원 2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9일 밝혔다. 순천향대 부속 부천병원 법인과 병원 소속 정형외과 전문의 김모 씨(46)도 의료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김 씨는 2010년 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손해사정사 일당에게서 환자 800여 명을 소개받아 과장된 후유장애진단서를 써주고 건당 20만 원을 받는 수법으로 총 1억4000여만 원을 챙긴 혐의다. 손해사정사 강 씨 등은 총 39억 원의 보험금 부정 수급을 도왔고 이중 17억5000만 원을 수수료로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의사인 김 씨가 허위 진단서 발급 정황이 드러나도 자신의 전문적인 식견에 따라 진료했다고 주장하면 범죄 혐의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점을 노렸다고 밝혔다. 또 보험료를 부정 수급 받은 것이 적발돼도 개인 범죄가 아닌 만큼 대부분 벌금형에 그쳐 일반 사기사건에 비해 처벌이 미약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번 사건에 연루된 의사의 경우 면허(자격)정지·취소 등의 행정 제재를 받지 않고 해당 병원에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늘 고의 유무가 쟁점이 되어 혐의 입증에 어려움이 있다”며 “후유장애진단서를 의사의 개인적 판단에 맡길 것이 아니라 2명 이상의 협의를 구하도록 하거나, 객관적 평가가 가능한 제3의 기구를 설치해야 한다”고 밝혔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5-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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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추격자’의 종말

    휠체어에 탄 남자가 부축을 받고 일어섰다. 앞에 놓인 책상을 짚고 서자 판사는 “피고인을 징역 3년에 처한다. 이 판결에 불복이 있으면 항소할 수 있고…”라고 판결 주문을 읽어 내려갔다. 남자는 고개를 떨어뜨린 채 한참을 서 있었다. 그는 2004년 연쇄살인범 유영철 검거를 도왔던 출장마사지 업소 사장 A 씨(42)다. 영화 ‘추격자’에서 연쇄살인범 지영민(하정우)에게 “야, ‘4885’ 너지?”라고 외치는 엄중호(김윤석·사진)의 실존 인물이다. 서울북부지법 형사13부(부장판사 이효두)는 마약 매매·투약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고 14일 밝혔다. A 씨는 유영철 검거에 기여했고, 중국 흑사파와 연루된 마약 조직에 대해 제보한 뒤 보복의 두려움으로 심한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고 눈물로 호소했다. 하지만 8시간 넘게 이어진 국민참여재판 끝에 배심원과 재판부는 중형을 선고했다. 변호인에 따르면 A 씨는 유도 특기생으로 경찰관이 되기를 꿈꿨다. 하지만 중학교 1학년 때 아버지의 사업 때문에 이사를 간 새 동네에 적응하지 못해 탈선하기 시작했다. 18세 때는 지역 폭력조직에 가입하고 유흥업소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2004년. 자신의 업소 여종업원이 실종되자 경찰에 제보한 뒤 직접 범인을 찾아 나섰다. 수소문 끝에 그해 7월 15일 새벽 서울 서대문구에서 다른 업주들과 함께 격투 끝에 유영철을 붙잡아 경찰에 넘겼다. 실종된 종업원은 유영철에게 살해당한 후였다. 당시 경찰은 A 씨에게 감사패를 수여했다. 5000만 원의 포상금을 받기로 했지만 실제로는 2500만 원만 지급받았다. 현장 검증 과정에서 산림을 훼손했기 때문에 그 비용을 삭감해야 한다는 게 경찰 측 설명이었다고 A 씨 변호인은 전했다. 수사에 관여한 경찰 40여 명은 특진했다. 하지만 현장검증에 참여해 20여 구의 훼손된 시체를 목격한 A 씨에게는 심리 치료 등 적절한 사후 보상이 이뤄지지 않았다. A 씨의 누나는 “동생이 현장검증을 일일이 따라다녔고 사체들을 보고 돌아와서는 구토와 악몽에 시달렸다”고 했다. 상습적으로 마약 투약 및 매매 혐의로 처벌을 받곤 했던 A 씨는 아내의 권유로 2010년 이민을 결심했다. 하지만 호주로 떠나는 비행기에서 체포됐다. 마약 밀매 혐의였다. 구속된 A 씨에게 담당 검사는 마약 조직에 관한 제보를 하면 양형을 줄여주겠다는 제안을 했다. A 씨는 고민 끝에 중국 흑사파와 연루된 국내 14개 조직이 20만 명분의 마약을 밀수하려 한다는 사실을 털어놓았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듬해 2월 198억 원 상당의 필로폰을 밀수·판매한 흑사파 두목과 조직원 4명, 국내 폭력조직 조직원 9명을 검거했다. 보복을 두려워하는 A 씨에게 검찰은 정착금, 개명, 성형 등의 증인 보호 프로그램을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A 씨는 검찰이 마련해 준 안전가옥에서 생활했다. 하지만 안전가옥 생활 3일 만에 괴한에게 습격을 받아 머리를 다쳤다. 불안한 안전가옥 생활마저도 증언이 끝나자 13개월 만에 끝났다. 정착 비용으로 받기로 한 3000만 원에서 안전가옥 월세와 식비 등을 제하고 그의 손에는 540만 원밖에 주어지지 않았다. 두려움과 우울증에 시달리던 A 씨는 안전가옥을 떠난 지 한 달 만인 2012년 1월,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아내는 혼자 캐나다로 떠나버렸다. 그 후로도 A 씨는 마약 때문에 수차례 교도소를 드나들었다. 2001년부터 2013년까지 8차례에 걸쳐 처벌을 받았고 2005년 이후 법정에 섰을 땐 유영철 검거 및 마약조직 검거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세 차례에 걸쳐 양형 결정에서 선처를 받았다. 올해 1월 A 씨는 마약을 끊겠다며 신경정신과를 찾았다. 그를 진료한 의사 김모 씨(57)는 A 씨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대인기피증, 약물 의존증 등 심각한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며 처벌보다 치료가 필요하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이미 수차례 선처를 받은 A 씨에게 이번에는 새로운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5-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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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휴지통]“신고 안하겠지” 교회만 노린 절도범

    예배가 끝난 오후 8시경. 서울 중랑구 중화동에 위치한 한 교회의 출입문이 ‘철컥’ 하고 열렸다. 도둑은 문틈 사이로 구부러진 철사를 넣고 잠금장치를 열었다. 그는 사무실로 들어가 시가 20만 원 상당의 노트북컴퓨터와 24만 원 상당의 금반지, 현금 8만 원을 들고 달아났다. 지난달 27일 벌어진 일이다. 서울 중랑경찰서는 저녁 시간대에 비어 있는 교회에 상습적으로 침입해 현금 등을 훔친 혐의(야간주거침입절도)로 김모 씨(22)를 구속했다고 13일 밝혔다. 김 씨는 지난달 16일부터 이달 5일까지 중랑구 일대 교회 4곳에서 5차례에 걸쳐 287만5000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교회 인근의 폐쇄회로(CC)TV를 분석해 6일 김 씨를 검거했다. 김 씨는 경찰 조사에서 “교인들은 착해서 신고를 안 할 줄 알았다”고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일정한 직업 없이 고시원에서 혼자 생활했으며 생활비와 유흥비를 마련하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이미 절도 전과만 9범에다 전과 23범인 김 씨는 지난해 5월에도 교회를 털다 붙잡혀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김 씨가 문틈이 벌어져 있는 출입문을 노려 범행을 저질렀다”며 “출입문의 틈을 막아 피해를 예방해야 한다”고 말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5-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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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인들은 착해서 신고 안 할 줄 알고…” 교회만 골라 턴 20대 구속

    예배가 끝난 오후 8시경. 서울 중랑구 중화동에 위치한 한 교회의 출입문이 ‘철컥’ 하고 열렸다. 도둑은 문틈 사이로 구부러진 철사를 넣고 잠금장치를 열었다. 그는 사무실로 들어가 시가 20만 원 상당의 노트북컴퓨터와 24만 원 상당의 금반지, 현금 8만 원을 들고 달아났다. 지난달 27일 벌어진 일이다. 서울 중랑경찰서는 저녁 시간대에 비어 있는 교회에 상습적으로 침입해 현금 등을 훔친 혐의(야간주거침입절도)로 김모 씨(22)를 구속했다고 13일 밝혔다. 김 씨는 지난달 16일부터 이달 5일까지 중랑구 일대 교회 4곳에서 5차례에 걸쳐 287만5000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교회 인근의 폐쇄회로(CC)TV를 분석해 6일 김 씨를 검거했다. 김 씨는 경찰 조사에서 “교인들은 착해서 신고를 안 할 줄 알았다”고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일정한 직업 없이 고시원에서 혼자 생활했으며 생활비와 유흥비를 마련하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이미 절도 전과만 9범에다 전과 23범인 김 씨는 지난해 5월에도 교회를 털다 붙잡혀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김 씨가 문틈이 벌어져 있는 출입문을 노려 범행을 저질렀다”며 “출입문의 틈을 막아 피해를 예방해야 한다”고 말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5-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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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마트폰 끄자 책이 내게로…

    여유로운 주말 오전인데 답답했다. 페이스북도 구경하고 카카오톡도 확인하고 싶은데 케이스를 열어봤자 스마트폰은 없다. 그렇게 알맹이 없는 스마트폰 케이스 덮개만 열었다 닫기를 5분. 한손에 쥔 한나 아렌트의 저서 ‘인간의 조건’이 눈에 들어온다. 지난 주말에도 읽자고 다짐해놓고는 한 쪽도 못 읽었다. 심심해서 책을 펴고 읽어 내려간다. 카카오톡 메시지 알림도, 전화벨이나 진동도 없이 가을바람을 맞으며 독서에 빠져들었다. 6시간이 금세 지나 책은 130쪽을 넘어섰다. 3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인문과학캠퍼스 내 법학관 앞 공터에서 김진경 씨(26·경영학과 3학년)는 스마트폰 없이 이렇게 책을 읽었다. 이날 학술정보관이 마련한 ‘가을, 캠퍼스로 떠나는 오거서(五車書) 책 소풍’ 행사에서다. ‘오거서’는 당나라 시인 두보가 말한 ‘남아수독오거서(男兒須讀五車書)’에서 유래한 말로 ‘다섯 수레가 될 정도의 많은 책을 읽어야 한다’는 의미다. 김 씨를 비롯해 행사에 참석한 학생 88명 모두 안내 데스크에 스마트폰을 맡긴 채 인문학 책을 읽어야 했다. 처음엔 불안함이 감돌았지만 이내 학생들은 뿔뿔이 흩어져 캠퍼스 벤치와 학교에서 제공한 돗자리에 누워 자유롭게 독서를 시작했다. 김 씨는 평소 책을 읽으려고 자리에 앉으면 1시간 중 50분은 스마트폰을 보는 데 쓴다고 했다. 김 씨는 “카카오톡 메시지가 오면 그날 독서는 끝난 셈”이라고 했다. 메시지를 읽다보면 또 다른 데로 관심이 이어진다고 했다. 김 씨는 “그동안 의지가 부족했는데 스마트폰이 없으니 확실히 집중이 잘됐다”며 웃었다. 전공서적이나 수험서만 읽다가 소설을 읽고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는 학생도 있었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읽은 신형준 씨(24·국어국문학과 2학년)는 “책 속에서 ‘새’가 알을 깨고 나와야 성공하고 다음 단계로 발전한다고 하는데, 지금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마음에 와 닿았다”고 했다. 행사를 마친 학생들은 “스마트폰으로 가벼운 정보는 자주 주고받지만 깊이 있는 대화는 하기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에릭 슈밋 구글 회장도 2012년 미국 보스턴대 졸업식에 참석해 “하루에 한 시간이라도 스마트폰을 끄고 사랑하는 사람과 대화하라. (페이스북) ‘친구’를 늘리는 게 인생에서 중요한 일은 아니다”라고 말해 많은 공감을 얻었다. 우리나라 성인이 한 해 읽은 책은 평균 10권이 채 되지 않고 84%가 스마트폰을 사용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오삼균 학술정보관장은 “스마트기기 사용이 급증하면서 일상에서 몰입하고 집중하는 경험이 줄어들었다”며 “취업용 독서에 갇혀 학생들이 원하는 책을 자유롭게 읽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워 이번 행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5-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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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해물 단속권, 4개 부처에 흩어져… ‘채팅 앱’은 담당기관조차 불분명

    전문가들은 “랜덤 채팅을 이용한 성매매는 스마트폰과 인터넷 보급률이 월등히 높은 한국에서 나타나는 특수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심각한 실상과 달리 이를 감시하고 단속하는 정부 권한은 여러 부처로 흩어져 있다. 정부 차원의 별도 기구를 만들고 ‘함정 단속’도 벌이는 등 강력한 대응에 나서는 선진국과 큰 차이를 보인다. 현재 국내에서 청소년 유해 매체물을 심사하는 관련 부처는 4곳에 달한다. 청소년 유해 매체를 심의·결정하는 것은 여성가족부 산하 청소년보호위원회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유해 매체물의 표시 방법 등을 담당한다. 온라인(정보통신망)으로 유통되는 청소년 유해 정보를 선별하는 기관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다. 영화 및 공연 분야는 문화체육관광부가 담당한다. 랜덤 채팅 애플리케이션의 경우 여성가족부와 방송통신심의위 중 어느 곳이 담당 기관인지 뚜렷하지 않다. 영국은 온라인에서 일어나는 청소년의 성착취와 학대를 방지하기 위해 2006년 범정부기구를 설립했다. 국가범죄국(NCA) 산하 아동착취·온라인보호센터(CEOP·Child Exploitation and Online Protection Centre)다. 경찰뿐 아니라 아동학대 전문가, 인터넷 서비스 관련 전문가, 교육부 내무부 외교부 산하 공무원들이 이곳에 파견돼 근무한다. 청소년 유해 정보의 신고 접수부터 조사 및 분석은 물론이고 부모와 교사, 아동의 미디어 교육까지 한 기구가 담당하는 것이다. 2012년에는 CEOP가 인터폴과의 공조를 통해 아동포르노 유포자 5만 명을 붙잡았다. 호주 스웨덴 싱가포르에선 경찰이 가상의 미성년자를 합성사진으로 만든 뒤 온라인에서 이를 보고 접근하는 성매매 제의자를 검거하고 있다. 웹사이트에서 이뤄지는 조건만남이 사회적 문제가 됐던 일본은 글을 올린 청소년을 경찰관이 만나 ‘선도’를 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한다. 사후조치가 아닌 사전예방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셈이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5-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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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17세 소녀’ 접속하자… 10분만에 ‘조건 만남’ 쪽지 73통

    《 한 랜덤 채팅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앱)에 접속한 지 10분 만에 무려 73통의 쪽지가 날아왔다. 실제 10분은 매우 길었다. 스마트폰을 내려놓으면 다시 ‘딩동’ 하는 알림 소리가 울렸다. 누군가가 쪽지를 보냈다는 알림이었다. 받은 쪽지를 모아놓은 창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누군가가 보낸 ‘조건 만남 가능?’ ‘3시간에 ○○만 원’ 같은 제안이 넘쳐났다. 차마 입에 담기 힘든 노골적인 요구도 여럿 눈에 띄었다. 》○ ‘노골적 요구’ 가득한 랜덤 채팅 앱 동아일보 취재팀은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달 29일 오후 5시경 한 랜덤 채팅 앱에 접속해 사용 실태를 확인해 봤다. 랜덤 채팅 앱이란 스마트폰으로 신원을 알 수 없는 익명의 상대와 대화를 나누는 프로그램을 말한다. 사용 방법은 간단했다. 앱 장터에서 관련 앱을 검색해 내려받아 스마트폰에 설치한 뒤 앱에 접속해 몇 가지 정보만 입력하면 되는 식이었다. 개인정보를 정확히 입력해야만 가입을 허용하는 일반적인 소개팅, 맞선 앱과는 달랐다. 취재팀은 ‘17세 여성’으로 가장했다. 그러자 쉴 새 없이 쪽지가 날아들었다. 화면에는 쪽지를 보낸 사람이 적어 넣은 대화명과 나이 외에 다른 정보는 노출되지 않았다. 쪽지를 보낸 이들 대부분은 30, 40대 남성. 이들은 ‘지금 볼 수 있나요? 필요한 돈 맞춰 줄게요’ ‘차에서 손으로는 안 될까요?’처럼 성매매를 암시하는 제안을 거리낌 없이 했다. 그중 ‘배트맨’이라는 대화명을 쓰는 이와 일대일 대화를 나눴다. 이 앱은 쪽지를 보낸 사람 중 한 명과 ‘카카오톡’처럼 대화를 나누는 것이 가능하다. 취재팀이 미성년자라고 밝히자 그는 ‘조건(만남)은 힘들고 알바는 어때요?’라고 하더니 이내 ‘안전하게 장기로 만나지요. 용돈도 주고요’라고 제안했다. 원조교제를 하자는 얘기였다. 취재팀이 바로 답변을 하지 않자 ‘오늘밖에 시간이 안 된다’며 결정을 재촉했다. 이 모든 대화는 앱을 설치한 지 10분도 채 되지 않아 벌어진 일이었다. 그 와중에도 쪽지는 계속 날아들었다. 근처에 있다며 ‘바로 데리러 갈 테니 정확한 위치를 알려 달라’거나 ‘몸에는 손을 대지 않을 것’이라며 변태 성행위를 하자고 조르는 30대 남성의 쪽지도 있었다.○ 랜덤 채팅 앱이 성범죄 연결고리로 이처럼 스마트폰에서 사용할 수 있는 랜덤 채팅 앱은 현재 수백 개에 이른다. 앱을 제작하는 데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지 않고 프로그램 소스도 거래될 정도이다 보니 정확한 앱의 수나 사용자 수를 가늠하기가 쉽지 않을 정도다. 가장 널리 알려진 A앱의 다운로드 수는 500만 건을 넘는다. 이 밖에도 이름이 알려진 앱은 보통 100만 건 이상의 다운로드를 기록하고 있다. 랜덤 채팅 앱을 쓰는 청소년도 적지 않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1월 발표한 ‘스마트시대 대중매체를 통한 청소년의 성 상품화 대응 방안 연구’를 보면 전국 중고교생 4189명 중 14.2%(962명)가 스마트폰에서 주로 이용하는 프로그램으로 ‘랜덤 채팅’을 꼽았다. 심층 면접을 한 청소년 30명 중에는 24명이 랜덤 채팅을 이용한 경험이 있고 이 중 6명은 낯선 이로부터 조건만남 요구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3명은 실제로 상대방을 만났다고 답했다. 또 22명은 친구들이나 아는 사람 중 조건만남을 하는 사람이 있다고 했다. 여성가족부가 발간하는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자 동향 분석’ 보고서를 보면 2007년 전체 성매매 건수의 7.6%에 불과했던 조건만남은 2012년 51.4%로 늘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에는 랜덤 채팅 앱을 활용한 각종 청소년 관련 성범죄도 늘어나는 추세다. 올 1월 경기 양주시에서는 랜덤 채팅 앱으로 여고생 8명을 꾀어내 흉기로 위협해 성폭행한 30대 남성이 검거됐다. 5월에는 랜덤 채팅 앱으로 가출 청소년 4명을 모집한 뒤 하루 2, 3회씩 성매매를 시킨 20대 남성 3명이 붙잡혔다. 경찰청에 따르면 7월 한 달간 집중 단속한 결과 랜덤 채팅 앱을 통한 성매매 건수는 220건, 전체 적발 건수의 22.4%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두 배가량 증가했다.○ 현행법으로 처벌은 어려워 이처럼 랜덤 채팅 앱이 청소년을 성범죄로 끌어들이는 창구로 변질되고 있는데도 현행법으로 이를 막기란 쉽지 않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여성가족부는 현재 청소년에게 유해한 앱을 유해매체로 지정하고 있다. 유해매체는 ‘스마트보안관’ 등의 앱으로 필터링이 가능하다. 하지만 랜덤 채팅 앱은 그 프로그램의 주된 성격이 대화를 나누는 것이라는 이유로 유해매체로 지정되지 않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 관계자는 “개인 간 대화를 통해 성매매가 진행되므로 내용을 확인하기 어렵고 심의도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여성부 관계자는 “건전한 의도로 랜덤 채팅 앱을 쓰는 사람도 있는 만큼 유해매체로 지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십대여성인권센터가 7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 랜덤 채팅 앱 26개에서 성매매를 유도하거나 음란 사진을 올리는 등의 유해 정보 39개를 발견해 방송통신위원회에 신고했지만 이 중 22건은 중복 신고를 이유로 ‘각하’되거나 ‘보류’ 처분을 받았다. 나머지 17건도 증거 불충분으로 ‘각하’ 또는 ‘해당 없음’으로 처리됐다. 랜덤 채팅 앱의 수익원은 배너 광고다. 사용자가 많을수록 더 많은 광고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개발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문제로 지적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랜덤 채팅 앱은 대화 기록이 남지 않고 이용자 추적도 불가능하다. 불쾌함을 느낀 사용자가 앱에 딸린 신고란에 글을 남기더라도 앱 운영자가 이를 외부 기관에 전달하는 일은 거의 없다. 경찰 관계자는 “한정된 인력으로 수백 개 앱을 다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성매매가 이뤄진 일부 앱을 폐쇄조치하기도 하지만 개발자들이 앱을 다시 만들면 그만이다 보니 단속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성윤숙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청소년들이 랜덤 채팅 앱처럼 유해한 매체에 너무나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큰 문제”라며 “청소년의 유해매체 접근을 막을 수 있는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김민 kimmin@donga.com·박창규 기자}

    • 2015-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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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희생자 귀환길에 함께한 사람들 ‘전쟁할 수 있는 日’ 막는 희망될것”

    해질 무렵 하늘이 검게 물들던 19일 오후 7시. 서울광장 잔디밭 한쪽에 하얀 직사각형 깃발 뒤로 수십 명이 줄지어 서 있었다. 하얀 셔츠에 검은 바지를 입은 이들의 손엔 광목천으로 싸인 작은 상자가 들려 있었다. 길을 가던 시민들은 낯선 광경에 발길을 멈췄다. 흰 상자의 행렬을 따르던 미치마타 가오리(道又嘉織) 씨(32·여·사진)의 눈은 벌겋게 물들어 있었다. 준비된 단상 앞으로 행렬이 들어서고, ‘일제강점기 강제 노동 희생자들의 유골이 70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왔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태극기 배지를 가슴에 단 할아버지는 연신 ‘아이고, 아이고’ 하며 곡을 했다. 지켜보던 한 젊은 커플은 상자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훔치는 이도 있었다. 70년 만에 고국의 품으로 돌아온 일본 강제 노동 희생자들의 장례식이었다. 미치마타 씨는 115위의 유골이 한국으로 돌아온 18일 서울을 찾았다. 일본 혼슈 니가타 현에 살고 있는 평범한 직장인인 그는 이번 행사를 위해 휴가까지 냈다. 그는 “동료들에게 쉬는 이유를 설명했지만 대부분 잘 이해를 못했다”라고 말했다. “침략의 역사가 있었다는 건 알지만 홋카이도에 왜 조선인들이 왔는지 상상조차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생각의 차이가 상당하다”라고 덧붙였다. 주변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함에도 미치마타 씨가 한국을 찾은 이유는 그가 13년 전부터 발굴 작업에 참여해 왔기 때문이다. 2001년 자신보다 먼저 발굴에 참여한 언니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이듬해 함께하기 시작했다. 그는 홋카이도 사루후쓰(猿拂) 촌 아사지노(淺茅野) 일본군 비행장 건설 현장 등의 발굴에 참여했다. 그는 작업이 “즐거웠다”고 했다. “하지만 땅을 파다 보면 흙이 조금씩 검게 변해 있다든지, 사인(sign)이 보일 때가 있죠. 그러면 분위기가 사뭇 달라져요.” 그럴 때면 모두가 진지하게 자신의 일에 몰두한다고 했다. 그리고 누군가의 흔적이 땅 위로 나오는 순간. “누구도 말을 잇지 못하죠. 친구의 할아버지, 할머니, 삼촌인 거잖아요.” 그가 한일 관계와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된 건 고등학생 때 일본 사람인 줄 알았던 같은 반 친구가 재일교포임을 알게 되면서부터다. “친구의 형을 만나 ‘학교에서 공부하는 건 우리 역사도, 우리말도 아니야’라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어요. 그런 기분이 어떤 기분일까, 재일교포라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궁금해졌죠.” 17일 도쿄에서 안보법안 통과 반대 집회에 참가했던 그는 “일본인들도 법안 통과에 절망스러워하고 있다”고 하면서도 ‘희망’을 이야기했다. 많은 일본인들이 역사를 잘 알지 못하지만 서로 소통하면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시기에 희생자들이 끌려간 길을 다시 거슬러 올라온 것 자체가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여기에 참여한 일본인도 저 말고 여러 명이에요.” 미치마타 씨는 20일 자신의 손으로 희생자의 유골을 경기 파주시 서울시립묘지에 묻었다. 그는 “한 단계를 마무리한 느낌”이라면서도 “아직도 책임이 남았다”고 했다. “강제 징용 역사의 피해자는 한국인뿐이 아닙니다. 역사를 바로잡지 못했기에 일본 사회에서 비슷한 문제가 재생산되고 있어요. 처음 발굴 작업에 참여하면서 ‘친구의 할아버지’라고만 생각했지만 이제는 모든 것들이 저의 문제라고 느끼고 있습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5-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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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평해전 6용사, 13년만에 다시 뭉치네요”

    “좋죠. 마냥 좋죠. 이산가족 됐다가 만난 기분입니다. 그렇게 가족들이 원했었는데, 이제 진짜 함께 안장된다고 하니 마음이 푸근해졌어요.” 고 서후원 중사의 아버지 서영석 씨(61)는 18일 국가보훈처가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에 제2연평해전 6용사의 합동 묘역을 조성한다는 소식에 감격스러워했다. 가족들은 “동아일보 보도(7월 8일자)로 오랫동안 숙원이었던 합동 묘역 문제가 해결됐다”고 말했다. 영화 ‘연평해전’을 통해 국민의 관심이 높아진 데 대해서도 감사의 뜻을 전했다. 고 박동혁 병장의 아버지인 박남준 씨(59)는 “오늘 동혁이 모교인 안산 경안고에서 추모행사를 열었는데 외빈도 45명이나 왔다. 해마다 했던 추모식 중 가장 많은 300명이 참석했다”며 기뻐했다. 그는 “다들 합동으로 안장돼서 정말 좋아했고 동아일보가 계속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보도해 줘 고마워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13년이란 세월 동안 보훈처에서 무심했던 것에 대해선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왔다. 고 조천형 중사의 어머니 임헌순 씨(68)는 “애들이 그냥 죽은 것도 아니고 전사했는데 그걸 13년 동안이나 애걸복걸해도 안 해주더니 이제야 해주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연평해전 6용사를 순직자로만 인정하고 아직 전사자로 예우하지 않고 있는 데 대해서도 유가족들은 “전사자로 올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시간은 흘렀지만 가족들의 마음은 떠난 이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임 씨는 “이번 일요일(20일)에 운구하고 옮긴다니까 아들 생각이 또 나서 마음이 안 좋다. 가슴이 두근두근하고 죽을 때까지 이렇게 해야 되는 건지…”라며 말끝을 흐렸다. 2002년 6월 29일 벌어진 제2연평해전에서 숨진 윤영하 소령, 한상국 상사, 서후원 조천형 황도현 중사, 박동혁 병장의 합동 안장식은 21일 오전 10시에 열린다.김민 kimmin@donga.com·유원모 기자}

    • 2015-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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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우 오달수, 사설탐정업 도입 정책 지지 응원 릴레이 참여

    영화 ‘베테랑’, ‘국제시장’ 등으로 누적 관객 수 1억 명을 달성한 배우 오달수 씨(47)가 민간조사업(사설탐정업) 도입 정책을 지지했다. 경찰청은 오 씨가 ‘민간조사업 정책 응원릴레이’에 참여했다고 18일 밝혔다. 영화 ‘조선명탐정’에 출연하기도 했던 오 씨는 “탐정 역할을 하며 관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탐정을 하다 적발되면 유치장을 가야한다는 현실이 이해되지 않는다”며 영상을 통해 지지 의견을 밝혔다. 오 씨가 출연한 영상은 ‘민간조사업 정책알리미 블로그’를 통해 볼 수 있다. 한편 오 씨는 응원릴레이에 참여한 세 번째 주자로 첫 번째 주자는 배우 최불암 씨, 두 번째로 가수 김흥국 씨가 참여했다. 경찰은 민간조사업의 도입을 위해 국회 및 관련 부처와의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김민기자 kimmin@donga.com}

    • 2015-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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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헌재 헌법연구관, 지하철역서 여성 몰카 찍다 잡혀

    헌법재판소 소속 헌법연구관이 지하철역에서 휴대전화로 여성의 하체를 몰래 찍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지하철경찰대는 7일 오후 5시 20분경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에서 치마를 입은 여성의 뒷모습을 30여 초간 몰래 휴대전화로 촬영한 혐의(성폭력특례법 위반)로 헌법연구관 조모 씨(40)를 현장에서 붙잡아 불구속 입건했다고 15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조 씨는 당초 조사 과정에서 본인 신분을 공무원이라고만 밝히고 소속 기관 등에 대해서는 진술을 거부했다. 하지만 경찰이 조 씨의 신분이 헌법연구관인 것과 휴대전화에 저장된 영상 등을 확인하자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헌법연구관은 헌법재판관을 도와 사건 심리에 관련된 조사 등의 업무를 맡는 특정직 공무원으로 판사에 준하는 대우를 받으며 사법시험을 통과한 판검사 또는 변호사 중에 임용된다. 조 씨는 변호사로 활동하다 2010년부터 헌법연구관으로 재직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5-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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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결핵 산후조리원’ 신생아 검사… 57명중 13명 보균 양성 판정

    결핵 판정을 받은 간호조무사가 근무하던 서울의 한 산후조리원에서 신생아 13명이 결핵 보균 양성 판정을 받아 파장이 일고 있다. 이 간호사에게 노출된 신생아가 120명에 이르고, 신생아들이 가족과도 접촉한 것으로 알려져 피해자는 더 늘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은평구의 A산후조리원 간호조무사 이모 씨(54·여)는 7월 복막염으로 수술을 받았다. 6∼8월 병가를 낸 상황에서 이 씨는 산후조리원에 나가 근무를 했고, 지난달 24일 전염성 결핵 확진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 씨가 몸에 이상 증세를 보인 한 달 사이 신생아 120명과 직간접적으로 접촉했다는 사실이다. 결핵은 생후 12주가 지나야 감염 여부를 검사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검사를 받은 신생아는 6월 이전에 출생한 57명인데 이들 중 13명이 결핵 보균 양성 판정을 받았다. 산후조리원을 이용했던 김보미 씨는 “아이가 밤에 고열이 나면 눈물로 지새우는데 알면 알수록 너무 화가 나고 불안하고 무섭다”고 말했다. 아직 생후 12주가 지나지 않아 검사조차 받지 못한 신생아도 57명에 이르고, 부모와 연락이 닿지 않는 신생아도 6명이나 돼 앞으로 보균 양성 판정 신생아 수는 더 늘 것으로 보인다. 문제가 불거지자 이 산후조리원은 현재 문을 닫고 임시 휴업 중이다. 특히 이 산후조리원은 이 씨의 결핵 증상이 나타난 지 일주일이나 지나서야 부모들에게 “아이들 결핵 검사를 받으라”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사이에 아이들이 가족과 접촉한 상황이어서 2차 감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씨는 B동에 근무했지만 A동에 머물던 이나영 씨의 딸(생후 100일)도 최근 검사에서 보균 양성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리원 측은 당초 B동에 머물던 신생아에 대해서만 검사를 하겠다고 했다가 부모들이 반발하자 뒤늦게 A동까지 검사를 확대하겠다고 했다고 부모들은 주장하고 있다. 산후조리원과 관할 보건소 측은 “결핵 항체 형성을 위한 BCG 예방 주사 때문에 일시적으로 양성이 나올 수 있다”며 “해당 신생아들은 증상이 없는 ‘불현성 감염’이므로 결핵 환자라고 확신하기는 이르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산후조리원 아기들의 결핵 보균 양성 수치가 BCG 주사로 인한 것보다 훨씬 높다”고 설명했다. 산후조리원은 음성 판정을 받은 신생아에 대해 위로금 50만 원을, 양성 판정을 받은 신생아에게는 100만 원을 지급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피해 부모들은 산후조리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로 했다. 결핵 보균 양성 판정을 받은 신생아들은 균을 배출하는 두 가지 약을 설사 등에 시달리며 100일 이상 먹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보건복지위 인재근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보건복지부에서 제출받은 ‘산후조리원 감염병 발생 인원 및 행정처분 현황’에 따르면 산후조리원에서 감염병이 발생한 신생아는 2013년 49명에서 올해는 6월까지 270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김유림 채널A기자}

    • 2015-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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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 엉뚱한 곳 출동… 살인극 못막았다

    경찰의 안일한 현장 대응으로 30대 여성이 흉기에 찔려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경찰은 두 번이나 신고를 받고도 인근에서 벌어진 다른 사건 현장으로 출동하는 어이없는 실수를 저질렀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12일 오후 9시 42분경 자신의 집 앞에서 아들의 연인 이모 씨(34·여)를 살해한 혐의로 박모 씨(64·여)를 검거했다고 1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평소 두 사람의 교제를 반대하던 박 씨는 전화로 다투다가 집으로 찾아온 이 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다. 이 씨는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숨졌다. 박 씨 아들인 이모 씨(34)는 사건 발생 30분 전인 이날 오후 9시 12분 ‘어머니가 흉기를 갖고 여자친구를 기다리고 있다’고 112에 신고했지만 경찰은 출동하지 않았다. 비슷한 내용의 가정폭력이 신고된 인근 주택을 박 씨 집으로 알았다는 것. 경찰은 “아들이 ‘103호’로 신고했지만 순찰차는 인근의 ‘지하 03호’로 출동했다. 지번까지 비슷해 같은 사건인 것으로 잘못 알았다”고 해명했다. 박 씨 아들은 경찰이 도착하지 않자 15분 뒤 다시 신고했다. 112지령실은 이상을 감지하고 재차 출동을 지시했지만 순찰차는 이때도 앞서 잘못 갔던 ‘지하 03호’로 다시 출동하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경찰이 오지 않는 사이 이 씨는 박 씨의 집 앞에 도착했다. 3분가량 말다툼을 벌이다 이 씨가 던진 핸드백에 얼굴을 맞아 격분한 박 씨는 갖고 있던 흉기로 이 씨를 살해했다. 박 씨를 검거한 것도 다른 사건을 처리하고 현장을 지나치던 다른 경찰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에서 사건 내용을 정확히 확인하지 못한 것은 분명한 잘못”이라며 “국민의 생명을 보호해야 할 의무를 다하지 못해 유감”이라고 밝혔다. 또 “조사를 통해 관련자들에게 책임을 물을 계획”이라고 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5-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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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실 ‘부탄가스 테러’ 중학생, 왜?

    중학생이 왜 빈 교실에서 부탄가스를 터뜨렸을까. 서울 양천구 중학교 부탄가스 폭발 사고의 피의자 이모 군(15)이 6월에도 자신이 다니던 서울 서초구 중학교에서 방화를 시도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범행 동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친구 향한 불만이나 과대망상 경찰에 따르면 이 군은 지난해 3월 양천구 W중학교에서 서초구 S중학교로 전학했다. 이 군은 “전학 간 학교 친구들이 소심한 성격의 나와 잘 어울려주지 않아 불만이었다”고 진술했다. 이 군은 애초 S중학교에서 부탄가스통을 터뜨릴 계획이었지만 폐쇄회로(CC)TV가 많고 경비원이 배치돼 있다는 이유로 전에 다녔던 W중학교로 범행 대상을 바꿨다고 진술했다. 테러에 대한 과대망상이 범행으로 연결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군은 범행 전 유튜브 등을 통해 미국에서 최악의 총기 난사 사건을 일으킨 조승희 등의 해외 테러 영상을 찾아본 것으로 조사됐다. 평소 쇠망치, 커터칼을 가방에 넣고 다니기도 했다. 검거 당시 이 군의 가방에서는 라이터, 생수통에 담긴 휘발유 500mL, 막대형 폭죽 2통(20개) 등이 발견됐다. 범행 전후 장면을 영상으로 찍어 온라인에 올리고 도주 중에도 언론사와 인터뷰한 점은 일종의 영웅심리를 과시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S중 관계자는 “이 군이 ‘누군가를 찌르고 싶다, 불을 지르고 싶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며 “부모를 설득해 이 군에게 (정신 관련) 병원 치료를 받게 했다”고 설명했다. 6월 S중 화장실에 불을 질렀을 당시에도 이 군은 “학교 친구를 해치겠다”는 등의 폭력적 발언이 문제가 돼 등교정지 처분을 받은 상황이었다.○ 반사회적 방법으로 존재감 과시 학교에서 이 군이 겪고 있는 문제점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으면서도 뚜렷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것은 ‘사실상의 방치’가 아니냐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6월 방화 이후 학교에서는 교내 상담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했을 뿐 이미 학교 화장실에 불을 지르는 등 범죄에 가까운 행동을 저지른 이 군에게 ‘다른 학교로 전학 가라’는 요구 외에는 별다른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범행 당일 이 군이 아무 제지 없이 W중을 출입한 사실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이 군은 사복을 입었고 경비원이 교문에 근무 중이었지만 오후 1시경 학교에 들어가 범행을 저질렀고 손쉽게 빠져나왔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이번 범행에 대해 “친사회적 방법으로 인정을 받지 못하자 불을 지르고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는 등의 반사회적 방법으로 자기 존재감을 과시하려 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2일 현주건조물방화 등의 혐의로 이 군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강홍구 windup@donga.com·김민 기자}

    • 2015-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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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어묵 맛있지예, 세계로 갑니데이

    1일 오후 4시경 경기 성남시 현대백화점 판교점 지하 1층 삼진어묵 앞. 평일 오후인데도 ‘부산어묵’을 사기 위해 20여 명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방학을 맞아 한국을 찾은 유학생 김준희 씨(28)는 “계산하는 데만 15분 기다린 것 같다”며 “KTX 역에서 먹은 부산어묵 맛이 생각나 들렀는데 이렇게 사람이 많을 줄 몰랐다”고 했다. 8월 21일 문을 연 이 매장의 하루 매출은 1500만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장에서는 각종 야채를 섞어 낙엽 모양으로 만든 ‘특낙엽’, 반죽에 가지를 섞은 ‘가지속으로’, 떡을 감싼 ‘몽떡말이’처럼 개성 넘치는 어묵 50여 종이 손님들의 눈길을 끌고 있었다. 어묵의 대명사로 불리는 ‘부산어묵’이 발상지인 부산을 넘어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에 속속 발을 내디디며 ‘어묵 열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부산어묵의 열풍은 삼진어묵과 고래사어묵이 이끌고 있다. 두 회사는 최근 2년간 가공시설과 연구개발(R&D) 투자에 집중하면서 매출액과 종업원 수가 100% 늘어났다. 두 업체는 생선살 함유량을 제품에 따라 75∼90%로 유지하고, 값싼 잡어 대신 명태를 주로 사용하는 등 고급화 전략으로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삼진어묵의 롯데백화점 부산본점과 동래점 매장은 각각 식품관 내 매출 1위를 기록 중이다. 고객의 긴 줄로 유명한 부산역 매장은 올해 초 전국 코레일 역사의 950여 개 매장 중 매출 1위에 올라섰다. 하루 매출이 5000만 원에 이른다. 부산 부산진구 부전시장에서 52년간 명성을 떨친 고래사어묵은 올 2월 해운대에 직영 매장을 열면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무(無)방부제를 고집하고 있는 고래사어묵은 밀가루 대신 감자 전분을 사용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또 어묵 면과 어묵 구이 특허도 보유하고 있다. 고래사어묵은 지난해 9월 롯데백화점 잠실점에 1주일 동안 팝업스토어(단기 운영 상점)를 개장해 2억5000만 원의 ‘깜짝 매출’을 기록했다. 삼진어묵은 중국 진출에도 힘을 쏟고 있다. 우리와 입맛이 비슷해 시장 공략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분석에 따른 것. 이달 중 상하이 홈쇼핑업체인 동방CJ와 상품품평회를 열고 올해 안에 제품 판매에 나선다. 고래사어묵은 중국 상하이와 베이징에 매장을 열 계획이다. 이미 1호점이 성공리에 운영 중인 미얀마에는 이달 중 2호점을 연다. 고래사어묵 김형광 대표는 “제품 개발에 힘을 쏟아 장차 ‘피시 케이크’(생선으로 만든 케이크)로 불릴 수 있는 어묵 식품을 만들어 부산어묵의 세계화를 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부산=강성명 smkang@donga.com / 성남=김민 기자}

    • 2015-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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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만 보면 키스하고 싶다” 며느리 성추행

    며느리 성추행 혐의를 부인하던 시아버지가 법정 구속됐다. 서울북부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김경)는 며느리 A 씨(28)를 추행한 혐의(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로 기소된 장모 씨(61)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고 1일 밝혔다. 장 씨는 A 씨가 아들과 함께 자신의 집에 들어와 살기 시작한 2011년 12월부터 2013년 6월까지 출근 인사를 핑계로 A 씨를 껴안는 등 추행한 혐의가 인정됐다. 분가한 후인 2013년 8월 시어머니의 연락을 받고 찾아왔을 때는 “친딸처럼 생각하니 한 번 안아 보자. 내 무릎에 앉아라”라고 했다. 이를 거부하는 A 씨의 팔을 잡아당겨 “너만 보면 키스하고 싶다”며 강제로 입을 맞춘 혐의도 인정됐다. 이 사실을 알렸지만 남편은 화를 낼 뿐 자신을 보호해주지 않았다는 게 A 씨의 주장이다. A 씨는 시아버지에게 “과한 스킨십은 안 했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보냈고 장 씨는 “알겠다. 미안하다”고 답한 뒤 A 씨에게 메시지를 삭제해 달라고 거듭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A 씨가 뒤늦게 고소를 결심한 것은 남편 장 씨가 지난해 7월 둘째 아들에 대해 친생자 부인 소송을 냈기 때문이다. 2013년 9월에는 남편 장모 씨가 “배 속의 아이를 죽이겠다”고 폭언하며 A 씨를 폭행했다. 시아버지 장 씨는 “며느리가 이혼소송에 이용하려고 (자신의 추행 사실을) 지어낸 것”이라고 했지만 법원은 A 씨의 진술이 일관된 점과 범행 다음 날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증거로 며느리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장 씨가 며느리에게 일반적인 기준을 벗어난 신체 접촉 행위를 일삼았으며 반성하는 태도가 없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남편 장 씨도 폭행 등 혐의가 인정돼 벌금 100만 원을 선고받았다. A 씨의 둘째 아들은 남편의 친자로 확인됐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5-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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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운행 지연땐 배상책임”… 목숨 건 수리

    계획대로면 아들은 어제부터 ‘휴가’였다. 어쩌면 오늘 저녁 아버지와 아들은 사이좋게 소주잔을 기울였을지도 모른다. 31일 서울의료원 장례식장에서 만난 아버지(68)는 흐느낌을 멈추지 못했다. 휴가를 즐겼어야 할 아들 조모 씨(29)는 차디찬 병원 영안실에 누워 있었다. 조 씨는 8월 29일 서울지하철 2호선 강남역에서 혼자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열차에 부딪혀 숨졌다. 아버지가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얻은 외동아들이었다. 숨진 조 씨의 약혼녀는 넋이 나간 모습으로 장례식장을 지키고 있었다. 동갑내기인 두 사람은 11년 연애 끝에 내년 초 결혼할 예정이었다. 이미 상견례도 마쳤다. 지난해부터 결혼 이야기가 나왔지만 두 사람 모두 “안정적인 직장을 찾아보자”며 이직을 준비하느라 늦췄다. 그렇게 새로 출근한 직장인 유진메트로컴이었다. 서울메트로 지하철역의 스크린도어를 점검하고 수리하는 곳이다. 여자 친구는 “자기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 그저 착하게만 산 사람이었다”며 “평소에도 ‘혼자 근무할 때가 많지만 승객들 불편할까 봐 빨리 일을 처리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사고 발생 이틀이 지났지만 서울메트로와 용역업체 모두 ‘우린 책임이 없다’는 얘기만 되풀이하고 있다. 서울메트로는 “‘2인 1조’ 업무 수칙을 지키지 않은 용역업체의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용역업체 관계자는 “움직일 때마다 보고를 하고 인력 지원을 받아야 하는데 (조 씨가) 그런 절차를 지키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조 씨의 아버지는 “전날까지만 해도 (용역업체에서) 모두 자신들의 책임이라며 무릎 꿇고 죄송하다고 했는데 갑자기 모든 것이 아들 책임이라고 하니 당황스럽다”며 울먹였다. 서울메트로는 2008년부터 경비 절감을 이유로 열차 경정비를 용역업체에 맡겼다. 1∼4호선 151개 역의 스크린도어를 용역업체인 유진메트로컴(24개 역)과 은성(127개 역)이 나눠 관리한다. 스크린도어 고장 신고가 들어오면 관제센터에서 용역업체에 연락을 한다. 역 한 곳에 대기 중인 정비 인원은 평균 1.5명. 통계대로면 역에 따라 1명만 대기하는 곳도 있다는 얘기다. 서울메트로와의 계약 조건 때문에 용역업체 직원들은 안전수칙을 지키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서울메트로 노동조합에 따르면 신고 접수 뒤 1시간 이내에 출동해야 한다. 사안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24시간 내 해결’이 조건이다. 열차 운행이 일정 시간 늦어지면 배상 책임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용객의 민원 신고가 반복되면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수리에 나설 수밖에 없다. “지하철 운행 시간이 아닐 때 수리하면 된다”는 서울메트로의 주장이 현실 속에서 지켜지기 어려운 이유다. 서울메트로의 비정규직 문제는 오래전부터 지적됐다. 2012년 박원순 서울시장은 “(용역 계약이 끝나는) 2015년 3월부터 정규직화하겠다”고 했지만 완전 정규직화는 2017년으로 미뤄진 상태다. 한편 일부 인터넷 게시판에 사고 당시의 끔찍한 현장 사진이 나돌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이 사진들은 당시 열차에 탔거나 승강장에 있던 이용객들이 찍은 것으로 보인다. 사고 열차에 타고 있었던 직장인 김모 씨(26)는 “사고가 난 출입구 옆에서 4, 5명이 계속 사진과 동영상을 찍었다”며 “철없는 아이들도 아닌 성인들이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을 보고 정말 황당했다”고 말했다. 노지현 isityou@donga.com·김민 기자}

    • 2015-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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