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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말 서울 성북구 관내 11개 마트는 동시에 ‘과징금 폭탄’을 맞았다. 마트 운영자 이병창 씨(56)도 그중 한 명이었다. 이 씨는 유통기한이 나흘 지난 컵두부를 판 혐의로 과징금 1862만 원을 내라는 통보를 받았다. 같은 해 6월 30일 누군가가 이 씨의 마트에 들어와 4분 만에 유통기한이 지난 컵두부를 발견하고 구매하는 영상을 촬영해 신고한 것이었다. 이 신고자는 지난해 6월 30일과 7월 1일, 이틀 동안 성북구 11개 마트를 돌며 유통기한이 지난 상품을 발견해 구매하는 영상을 찍었다. 신고는 통상 한 달간 보관하는 폐쇄회로(CC)TV 영상이 삭제된 뒤인 7월 30일에야 접수됐다. 이 씨는 “컵두부는 매일 유통기한을 체크하고, 날짜가 지나면 철저히 진열대에서 치워 반품했는데 신고자가 4분 만에 유통기한이 지난 상품을 발견했다는 건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CCTV로도 확인할 수 없어 답답했다”고 하소연했다. 신고자가 악의적으로 유통기한이 지난 컵두부를 진열대에 가져다 놓은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결국 이 씨를 포함한 마트 주인들은 유통기한이 사흘 지난 딸기우유, 하루 지난 주스 등 때문에 최소 800만 원에서 1800만 원에 가까운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지난해 11월 말 문을 닫은 3개 마트를 제외한 나머지 마트 업주들은 서울시 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이 씨는 “보통 손님들은 유통기한이 지난 상품을 샀더라도 반품을 요구하는데, 영상을 촬영하고 신고도 고의로 늦게 하는 것은 ‘식(食)파라치’의 소행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식파라치는 불량식품, 유통기한 경과 식품 등을 신고해 보상금이나 포상금을 타내는 사람을 말한다. 서울시 행정심판위원회는 마트 주인들의 과징금 부과처분 취소청구를 받아들여 과징금 일부 취소를 결정했다고 2일 밝혔다. 이에 따라 마트 주인들은 처음 부과된 과징금의 80%를 감경받게 됐다. 위원회는 “신고자가 이틀 동안 마트 여러 곳을 돌며 신고한 정황을 봤을 때 통상적인 구매 행태로 보기 어렵다”며 “악의적인 신고에 따른 과징금 부과로 업주들이 입게 될 불이익이 크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식파라치에게 돌아갈 보상금도 2000여만 원에서 300여만 원으로 줄어들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1919년 2월 28일 경성 세브란스병원. 조선에서 광산을 운영하며 AP통신 임시특파원으로 활동했던 미국인 앨버트 테일러(1875∼1948)의 아들 브루스가 세상에 태어났다. 기뻐하던 앨버트의 눈에 요람 아래 숨겨진 ‘3·1독립선언서’가 들어왔다. 일본 경찰을 피해 간호사가 숨겨놓은 것이었다. 그는 동생에게 독립선언서와 자신이 쓴 기사를 몰래 부탁했다. 3·1운동이 AP통신을 통해 전 세계에 알려지는 순간이었다. 97년이 지난 29일 오전. 앨버트의 손녀 제니퍼 테일러 씨(59·사진)가 할아버지가 묻힌 서울 마포구 양화진 외국인묘원을 찾았다. 그는 할아버지의 무덤 위에 자신의 부모인 브루스 부부가 안장된 캘리포니아의 흙을 뿌렸다. 제니퍼 씨는 “지난해 4월 세상을 떠난 뒤 처음 맞는 아버지의 생신은 반드시 한국에서 보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제니퍼 씨는 할아버지 앨버트와 메리 부부에겐 한국이 삶의 전부였다고 했다. 두 사람은 한국에서 만났고, 서울 종로구 행촌동 ‘딜쿠샤’란 이름의 집에서 오랫동안 살았다. 앨버트는 태평양전쟁이 발발한 1941년, 조선을 떠나라는 일제의 명령을 거부해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됐다 이듬해 미국으로 추방됐다. 제니퍼 씨는 “할아버지가 ‘죽어서 상자 속에 담겨서라도 한국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1948년 미국에서 세상을 떠난 앨버트는 고인의 희망에 따라 이듬해 한국에 묻혔다. 제니퍼 씨는 1일 낮 12시 서울 보신각에서 3·1운동 기념 타종을 한다. 다음 날에는 서울역사박물관을 방문해 앨버트 테일러 일가의 유품 349점을 기증할 계획이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앞뒤를 칼 찬 순사가 지키는 한 무리의 전중이(죄수)들이 가까이 오는 게 보였다. 불그죽죽한 옷을 입고 발에 쇠사슬까지 차고 있었다. 우리는 두려운 얼굴이 되어서 발로 세 번 땅을 탕탕탕 구르고 침을 퉤 뱉었다.’ 소설가 박완서의 자전적 소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의 한 대목. 개성에서 살던 그가 엄마 손에 이끌려 1938년 서울 서대문구 현저동(현 무악동)으로 이사 왔을 때 서대문형무소로 향하는 죄수들을 본 이야기다. 그가 살던 집은 재개발로 없어졌지만 동네의 일부는 여전히 남아 있다. 서울 종로구 무악동 제2재개발구역이다. 독립문과 서대문형무소 맞은편의 오래된 주택가인 이곳은 ‘옥바라지 골목’으로도 불린다. 1907년 현저동 101번지에 서대문형무소(당시 경성감옥)가 들어선 후 생긴 이름이다. 1911년 105인 사건으로 독립운동가가 대거 투옥됐고 이들의 옥바라지를 하기 위해 가족들이 몰려들면서 여관촌이 형성됐다. 박경목 서대문형무소역사관장은 “김구 선생의 어머니가 이곳에서 여관 청소를 도우며 옥바라지를 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고 했다. 1955년부터 이곳에서 살고 있는 한덕 씨(67)도 “먼 곳에서 옥바라지하러 온 사람들이 여관이 부족하다고 하소연하면 동네 사람들이 빈방을 내주곤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곳 주택가는 곧 철거되고 아파트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112가구 중 70% 이상이 조합 설립에 동의해 지난해 7월 종로구청이 관리처분인가를 내렸다. 26일 석면 철거도 완료된 상태. 재개발을 반대하는 사람 중 18가구만이 현재 무악동에 남아 있다. 철거 결정에 대한 아쉬움도 크다. 김용하 씨(61)는 “마을에 1930, 40년대에 지은 한옥을 고쳐 산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며 “이런 곳을 게스트하우스나 카페로 살리고 역사교육관을 만들면 좋을 텐데 아파트단지에 둘러싸인 서대문형무소가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했다. 한 씨도 “종로구에서 이곳을 관광코스로 만들었는데 얼마 못 가 재개발을 한다니 참 안타깝다”며 “지붕만 새로 얹은 옛날식 초가집을 지금도 볼 수 있는 곳이다”고 말했다. 안창모 경기대 건축설계학과 교수는 “옥바라지 골목을 꾸려 간 사람들이 주민이나 죄수의 가족이어서 역사적 기록이 없다. 그래서 그 중요성을 인정받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1990년대 이후 평범한 일상사도 학술적 가치를 인정받는 만큼 옥바라지 골목에 대한 가치를 재평가해 역사문화보호구역으로 지정하거나 최소한 한옥집이라도 이전해 보존하는 등의 대책을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서울시는 3월부터 ‘도성길라잡이와 함께하는 한양도성 스탬프 투어’를 운영한다고 25일 밝혔다. 한양도성에 관한 역사와 자연, 사람들의 이야기를 해설로 들을 수 있는 이번 프로그램은 다음 달 6일 시작한다. 매주 일요일 오후 1시 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진행되며 12월까지 진행된다. 4주 동안 프로그램에 참석하면 한양도성 18.6km를 완주할 수 있다. 초등학교 3학년 이상이면 누구나 매주 선착순 160명까지 참가할 수 있다. 신청은 서울시 한양도성 홈페이지(seoulcitywall.seoul.go.kr)와 종로구청 역사문화관광 홈페이지(tour.jongno.go.kr)에서 하면 된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25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시청역 인근 도로에서 하수도관 파손으로 인한 지반 침하가 발생해 일부 교통이 통제됐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날 오전 시청역 9번 출구와 맞닿은 도로에서 가로 3m, 세로 6m 정도의 지면이 10~12㎝ 정도 가라앉았다. 이로 인해 오전 10시 20분경부터 서소문로 시청방향 3·4차로 교통이 통제됐고 시청역 9번 출구 옆 엘리베이터도 운행이 중단됐다. 25일 오후 서울 중구청과 서울 서부도로사업소가 굴착 작업에 나선 결과 지반 침하는 하수도관 파손으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관계자에 따르면 도로 아래 위치한 800㎜ 하수도관 상단이 부식돼 10~15㎝ 정도 균열이 생겼고, 이 부분으로 흙이 들어가 지반 침하가 발생했다. 해당 관계자는 “균열이 생긴 하수도관이 50년 이상 돼 노후로 인해 부식된 것으로 보인다”며 “오늘 오후 교체작업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굴착 작업은 마무리돼 교통 상황에는 크게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24일에는 오후 3시 경 시청역 9번 출구 지하 노약자용 엘리베이터 앞에서 누수가 발생했지만 이는 지반 침하와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메트로 측은 이에 대한 원인 조사에 나설 계획이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서울시설공단은 25일부터 성북천과 정릉천이 만나는 청계천 두물다리의 ‘청혼의 벽’ 이용 신청을 받는다고 밝혔다. 성동구 마장동 청계천박물관 인근에 위치한 청혼의 벽은 대형 스크린이 설치돼 개인이 제작한 영상이나 메시지를 띄워 프러포즈를 할 수 있다. 호박마차에서 기념촬영, 분수쇼, 사랑의 자물쇠 채우기 등의 이벤트도 가능하다. 사전 신청을 통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청혼의 벽 서비스는 2008년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1276차례 프러포즈가 이뤄졌다. 연인뿐만 아니라 노부부와 외국인 관광객도 이곳을 이용했다. 갈등이나 오해를 풀기 위해 청혼의 벽을 이용할 수도 있다. 이용 시간은 매주 수∼토요일 오후 6시부터 오후 10시. 한 회당 20분 이내로 이용할 수 있다. 올해는 3월부터 12월까지 운영하며 서울시설공단 홈페이지(sisul.or.kr)에서 신청하면 된다. 청혼 사연과 영상을 업로드하면 심사를 거쳐 1∼2일 후 담당자가 연락해 진행 상황을 논의한다. 문의는 전화(02-2290-6807)나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서울시는 본인 저축액의 50%를 추가로 적립해주는 ‘희망두배 청년통장’의 가입자를 모집한다고 23일 밝혔다. 대상은 본인 소득이 월 200만 원 이하, 부모 소득이 중위소득의 80% 이하인 18세 이상 34세 미만 근로자다. 연간 6개월 이상만 직장에 다녀도 신청할 수 있다. 가입 후 매월 5만, 10만, 15만 원을 저축하면 서울시와 민간기업이 절반의 금액을 적립해준다. 2∼3년 뒤 적립 만기 후 주거와 결혼 교육 창업 목적에 돈을 사용할 수 있다. 지난해 전국 최초로 도입한 청년통장 사업은 2018년까지 매년 1000명, 총 4000여 명의 가입자를 모집할 예정이다. 올해는 상·하반기에 각각 500명을 모집한다. 상반기는 3월 중 모집 공고를 하고 6월 가입자를 선정한다. 올해부터는 적립금 관리뿐 아니라 가입자들의 미래설계 및 재정적 지원도 제공한다. 청년들에게 연애와 결혼 출산 취업 인간관계 주택 꿈을 되찾아 줄 ‘7득 특강’과 일대일 맞춤형 재무상담을 1, 2회 제공한다. 맞춤형 창업 프로그램과 일자리 정보 제공, 청년취업인턴제 운영기관과의 연계도 추진한다. 또 통장 가입자들의 소모임 등 각종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청년에게 연극과 뮤지컬 등 문화체험 기회와 관련 도서도 지원할 계획이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조선시대 군사들의 무예 훈련장이던 남산 예장자락이 한 세기 만에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다. 서울시는 23일 ‘남산 예장자락 재생 사업 설계 공모’ 최종 당선작으로 ‘샛·자락 공원’(㈜시아플랜건축사무소)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예장자락을 회복하기 위해 공공청사 일부를 철거하고 공원을 조성하기로 했다. 남산제2청사는 역사성을 고려해 ‘인권센터’로 리모델링한다. 남산1호터널 입구 100m 길이 지하차도는 보행 터널로 바뀐다. 이 터널을 이용해 4호선 명동역에서 예장자락까지 걸어간 뒤 곤돌라를 타고 남산 정상에 오를 수 있다. 총연장 888m로 설치될 곤돌라는 4월 중 별도로 사업자를 선정한다. 2018년 2월 완공 예정인 재생 사업에는 곤돌라 설치를 포함해 총 680억 원이 투입된다. 남산 정상의 관광버스 진입도 전면 통제된다. 대기오염을 줄이고 보행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그 대신 곤돌라 출발 지점 지하에 관광버스 주차장(30면 규모)이 조성된다. 서울시는 기본·실시설계를 마친 뒤 7월 철거를 시작하고 연말부터 본격적인 공사를 할 예정이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22일 정월대보름을 앞두고 서울 곳곳에서는 이번 주말에 지신밟기, 달집태우기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서울시는 20일 북촌문화센터에서 정월대보름 행사를 개최한다. 이날 오후 3시부터는 북촌예술단의 지신밟기 공연과 민요·가야금 병창 등 국악 공연이 열린다. 지신밟기는 집터를 지켜주는 땅의 신에게 고사를 올리며 풍물을 울리는 풍습을 말한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는 센터 곳곳에서 정월대보름에 날리는 ‘액막이 연’과 복조리를 만들어 볼 수 있다. 오후 4시부터는 귀밝이술, 부럼, 오곡밥 등 대보름 음식 체험도 할 수 있다. 21일 북서울 꿈의숲에서는 ‘정월대보름 한마당’ 축제가 오후 2시부터 열린다. 대형 윷놀이 등 전통놀이 체험과 한 해 소원을 적어 달집에 묶는 ‘소원지 쓰기’를 할 수 있다. 오후 5시 30분부터는 광대 연희극 ‘도는놈, 뛰는놈, 나는놈’ 퍼포먼스와 길놀이 공연이 이어진다. 오후 6시 30분에는 고사굿을 하고 소원지를 묶은 달집을 태운다. 같은 날 한성백제박물관에서는 오후 5시 박물관 광장에서 뮤지컬 ‘근초고’ 출연 배우와 강강술래를 체험할 수 있다. 오후 5시 30분에는 야광 쥐불놀이, 보름달을 닮은 달떡 만들기, 윷놀이 등에 참여할 수 있다. 종로문화재단은 부암동 전통문화공간 무계원에서 길놀이, 액막이 공연과 각종 체험 행사를 진행한다. 21일 오후 2시부터 열리는 액막이 공연은 경기민요 명창 정남훈의 비나리 공연과 봉산탈춤 보존 전승회의 탈춤으로 구성된다. 부대 행사로 새남굿 보존회의 새해 운수 보기도 볼 수 있다. 참가 희망자는 종로문화재단 홈페이지(jfac.or.kr)에서 신청하면 된다. 선착순으로 80명이 참석할 수 있다. 정월대보름 당일까지 서울 시내 자치구에서도 다리밟기, 달집태우기 등 다채로운 행사를 진행한다. 자세한 사항은 각 자치구에 문의하면 알 수 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서울시가 올해 7∼9급 신규 공무원 1803명을 공개 채용한다고 17일 밝혔다. 채용 분야는 행정직군 1127명, 기술직군 676명이다. 직급별로는 7급 103명, 8급 22명, 9급 1678명을 선발한다. 장애인은 채용 수요 인원의 10%인 170명, 저소득층은 경력 경쟁 채용을 제외한 9급 공채 인원의 10%인 144명을 채용한다. 이는 법정의무 채용 비율(장애인 3%, 저소득층 1%)보다 7∼9%포인트 높은 수준이라고 서울시는 설명했다. 고졸자는 기술직 9급 공채 인원의 30%인 114명을 뽑을 계획이다. 고졸자 채용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7월 중 서울시 인재개발원 홈페이지, 서울시 인터넷원서접수센터에 공고된다. 가사 육아 등으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과 종일 근무가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시간선택제 공무원도 204명을 채용한다. 서울시 자체 감사 역량과 청렴도를 높이기 위해 올해 처음으로 감사직류 공무원도 5명 선발한다. 응시원서 제출은 3월 21일부터 25일까지 서울시 인터넷원서접수센터(gosi.seoul.go.kr)에서 할 수 있다. 필기시험은 6월 25일, 필기시험 합격자 발표는 8월 24일이며 최종 합격자는 11월 16일 발표된다. 자세한 사항은 인재개발원 홈페이지(hrd.seoul.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3·1운동 이틀 전인 1919년 2월 27일 인쇄된 ‘3·1독립선언서’의 문화재 등록이 추진된다. 서울시는 개인이 소장하고 있던 3·1독립선언서 보성사판(사진)을 등록문화재로 신청했다고 17일 밝혔다. 등록문화재는 1876년 개항 이후부터 6·25전쟁까지의 근대문화유산 가운데 보존 가치가 높아 관리하는 문화재다. 3·1독립선언서는 아직 등록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았다. 독립선언서는 손병희를 비롯한 민족대표 33인이 조선이 주권을 가진 독립국임을 선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용운은 1919년 3월 1일 오후 2시 명월관 앞 민족대표가 모인 자리에서 이 선언서를 낭독했다. 선언서는 초안을 작성한 육당 최남선 선생의 출판사 ‘신문관’과 당시 최대 인쇄사인 ‘보성사’ 두 곳에서 인쇄됐다. 인쇄본 2만1000장이 전국으로 배포됐지만 현재 남아있는 것은 많지 않다. 보성사판은 독립기념관과 서울역사박물관, 독립운동가 오세창 집안, 박종화 집안 소장본 등 5점이 공개된 상태다. 서울시는 민족대표 33인 중 한 사람인 백용성 스님(1864∼1940)의 한글 불경인 ‘조선글화엄경’과 ‘조선어능엄경’도 등록문화재로 지정 신청했다. 문화재청은 전문가 조사와 위원회 심의를 거친 후 3월경 지정 여부를 결정한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2013년 7월 서울시 자치구 중 인구가 가장 많은 곳은 송파, 노원, 강서, 강남, 관악구 순이었다. 하지만 이 순위는 2033년이면 송파, 강동, 강남, 노원, 은평구로 바뀔 것으로 서울시는 내다봤다. 서울시가 16일 발표한 ‘2013∼2033년 자치구별 장래인구 추계’에 따르면 서울 25개 자치구 중 20년 뒤 인구가 증가하는 곳은 강동, 서초, 은평구 세 곳뿐이었다. 서울시 전체 인구는 2013년 992만6000명에서 지속적으로 감소해 20년 뒤면 946만 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자치구별 출산율과 사망률, 전출입 추세, 거주민의 연령 등을 감안해 이 같은 예측 결과를 내놨다. 전출 인구에서 전입 인구를 뺀 ‘순이동’이 많고, 비교적 젊은 세대가 많이 사는 곳일수록 인구 손실이 적을 것으로 예상됐다. 인구가 2013년 46만 명에서 2033년 53만여 명으로 15%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 강동구는 주변 경기 지역에서 인구 유입이 많고, 출산율도 다른 자치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 최근 순이동이 많아진 서초구, 은평구는 같은 기간 인구가 각각 12.4%, 3.6%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따라 학생이 많은 지역의 순위도 바뀔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는 송파, 노원, 강남, 양천, 강서구 순으로 학령인구(6∼21세)가 많았지만 2033년에는 송파, 강남, 노원, 강동, 서초구 순이 된다. 인구가 늘어나는 강동, 서초구가 양천, 강서구의 자리를 대신할 것으로 보인다. 추계에 따르면 서울시의 자치구별 학령인구도 20년 동안 30%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강동구(16.5%) 서초구(5.5%) 강남구(1.9%)에서 초등학생이 소폭 증가하는 것을 제외하면 모든 자치구에서 학생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가장 많이 줄어들 것으로 보이는 자치구는 금천구(―42.2%) 동대문구(―41.2%) 중구(―38.4%) 순이다.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을 예견한 경제학자 해리 덴트는 2018년 한국의 소비가 정점에 이르고 이후 인구절벽에 떨어져 장기 불황을 겪을 것이라고 예언했다. 그는 개인의 소비가 47세를 전후해 가장 높아진다고 보고, 한국에서 출산율이 정점을 찍었던 1971년에 태어난 이들이 40대 후반이 되는 2018년을 위기로 예측했다. 추계에 따르면 서울시의 40대 후반 인구도 2018년까지는 81만6609명으로 증가하지만 이후 꾸준히 하락해 2033년에는 61만6694명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2026년에는 서울시가 65세 이상 고령인구의 비율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고, 2032년에는 서울시의 모든 자치구가 초고령사회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따라 생산가능인구 100명당 부양해야 할 인구수가 2013년 30.9명에서 2033년에는 57.2명으로 증가한다. 서울시는 이 밖에도 자치구별 중위연령, 부양비 등을 측정한 자료를 ‘서울 통계’ 홈페이지(stat.seoul.go.kr)에 공개했다. 김기병 서울시 통계데이터담당관은 “이번에 처음 추계한 자치구 전망치를 어르신·청소년정책은 물론이고 서울시 주요 중장기계획의 효과적인 수립에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주택 담장을 허문 자리나 자투리땅을 이용해 주차 공간을 만드는 ‘그린파킹’ 사업 지원이 확대된다. 서울시는 주택가 주차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주차장 조성 지원비를 늘리고 주택으로 한정됐던 사업 대상도 확대한다고 15일 밝혔다. 올해 담장을 허물고 주차장을 조성할 경우 1면에 850만 원, 2면은 1000만 원 이내로 지원돼 종전보다 50만 원을 더 받을 수 있다. 사업 대상은 주택가에 인접한 근린생활시설, 뉴타운·재개발 지역으로 확대된다. 단, 근린생활시설의 경우 주민들의 생활 편의를 돕기 위해 야간에는 주민이 사용할 수 있는 ‘거주자우선주차장’으로 개방해야 한다. 뉴타운·재개발 지역은 5년 이상 주차장 기능 유지가 가능하면 참여할 수 있다. 토지 소유주가 자투리땅에 주차장을 조성하면 1면에 최대 200만 원을 지원받는다. 최대 20면까지 조성할 수 있지만 개인 용도로는 사용할 수 없다. 거주자우선주차장으로 개방해 월 3만∼6만 원의 운영 수입금을 받거나 재산세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관리는 자치구 시설관리공단에서 맡는다. ‘그린파킹’으로 조성된 담장 허물기 주차장은 5년, 자투리땅 주차장은 1년 이상 기능을 유지해야 한다. 이를 어길 경우 ‘자치구 주차장 설치 및 관리 조례’에 따라 사업비를 환수한다. 서울시는 다음 달 말까지 그린파킹 참여자를 모집할 계획이다. 희망자는 각 자치구 교통 관련 부서나 서울시 주차계획과(02-2133-2357)로 문의하면 된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서울시의 카셰어링 서비스인 ‘나눔카’ 이용지점이 현재의 두 배 규모로 늘어난다. 서울시는 공공 카셰어링 서비스인 나눔카 사업 2기를 맞아 2018년까지 이용지점을 2400곳으로 확대한다고 14일 밝혔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나눔카 이용지점은 1262곳이다. 이렇게 되면 시내 어디서나 5분 안에 나눔카를 이용할 수 있다. 기존 지점은 업무지역과 도심에 많았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주거지역을 중심으로 사업이 진행된다. 각 지역을 생활권과 산업 특성에 맞춰 구분한 뒤 권역별 특성에 맞는 운영 모델도 개발한다. 또 편도 서비스를 확대해 대여한 지점에 차량을 다시 반납해야 했던 번거로움도 없애기로 했다. 기관이나 단체, 기업이 나눔카를 업무용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법인회원 가입 절차를 간소화하고, 기업체 부설 주차장에도 차량을 배치한다. 한양도성(사대문) 안의 나눔카는 2020년까지 모두 친환경 전기차로 교체한다. 서울시는 최종적으로 모든 나눔카 차량을 전기차로 운영할 계획이다. 또 모든 차량에 후방카메라를 장착해 사고도 예방한다. 카셰어링은 시내 여러 지점에서 필요한 시간만큼 승용차를 빌려 사용하는 일종의 공유경제 서비스다. 서울시의 나눔카 사업에 참여하는 민간 카셰어링 업체는 공영주차장 이용과 주차료 할인 등의 혜택을 받게 돼 고객들도 더 편리하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1기 사업에는 쏘카와 그린카 에버온 등 5개 민간업체가 참여했다. 서울시는 2기 사업에 참여할 민간업체를 15일부터 모집한다. 2013년 2월 시작한 나눔카 서비스의 누적 이용자는 220만 명이며 지난해 12월 하루 평균 이용자는 4200명이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앞으로 유통기업이 서울에 대형마트나 복합쇼핑몰을 지을 경우 건축허가 전부터 지역 상권과의 상생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11일 서울시에 따르면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은 기업이 자체적으로 주변 상권에 미칠 영향을 평가하고, 점포 개설 등록 한 달 전까지 협력 계획을 관할 구청장에게 제출토록 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는 이때가 입점 업체를 구성하고 건물을 완공한 단계이므로 실효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건축허가 단계 혹은 그 이전에 서울시가 객관적으로 상권 영향을 조사하고, 이를 기반으로 상생 특별전담기구(TF)에서 조정안을 마련해 실제 건축에 반영하기로 했다. 상생TF에는 갈등 조정가, 유통 전문가 등이 참가하고 이해 당사자와 대면 회의도 갖는다. 앞서 서울 마포구 상암DMC롯데복합쇼핑몰 사업 추진 과정에서 지역 상인들이 반발하자 지난해 1월 서울시는 상권영향조사를 실시하고 7차례에 걸쳐 상생TF 회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역상인들이 거리로 뛰쳐나가는 등 갈등이 악화되기 전에 서울시가 갈등조정자로서 역할을 한 첫 사례”라며 “앞으로 갈등이 예상되는 다른 사업에도 상생협력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상생TF가 조정안을 논의하는 회의체일 뿐 강제 조정 권한이 없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지역 상권과 대기업이 상생을 위한 논의의 장을 만든다는 데 의미가 있고 이를 이해한다면 기업에서도 적극 참여할 것”이라고 했다. 서울시는 이날 ‘경제민주화 특별시, 서울’ 선언식을 열고 유통기업과 골목상권의 상생협력 지원 강화 방안 등 경제민주화 실천과제 16개를 제시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시민의 보호와 개인의 더 나은 삶,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위해 경제민주화 정책은 최우선적으로 추진할 것이며 서울시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앞으로 행정기관에 고충민원을 제기하면 2주 안에 조사를 마쳐야 하고 동일한 내용의 민원을 반복해서 내면 감사 부서가 해당 내용을 처리하게 된다. 정부는 11일 국무회의를 열어 행정기관의 민원처리 절차를 보완하는 내용을 담은 ‘민원사무 처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시행규칙을 의결했다. 새 민원처리 법령에 따르면 노인·장애인 등 취약계층이 말로 설명한 내용을 민원담당자가 문서로 작성해 대신 신청할 수 있다. 5가구 이상이 관련된 민원은 민원조정위원회를 열어 심의를 거친 뒤 종결 처리해야 한다. 또 민원담당자는 연 1회 이상 개인정보보호 관련 교육을 받아야 할 의무가 생겼다. ‘안심 상속 원스톱 서비스’나 ‘행복출산 원스톱 서비스’처럼 민원인이 여러 기관과 관련된 민원을 신청할 경우에는 접수기관에서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근거도 구체화했다. 이에 따라 정부 3.0 생애주기별 맞춤 서비스가 확대될 계획이다. 새 민원처리 법령은 12일부터 전면 시행된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지난해 10월 시범 개장해 큰 인기를 모았던 ‘서울 밤도깨비 야시장’이 올해부터 상설 개최된다. 장소도 지난해 열렸던 여의도 한강공원을 비롯해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목동운동장, 청계광장 등지로 확대된다. 서울시는 밤도깨비 야시장을 태국 방콕, 뉴욕 브루클린 등의 유명 야시장처럼 관광 명소로 조성할 계획이라고 10일 밝혔다. 특히 단순한 관광 차원을 넘어 신규 창업자가 새로운 상품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테스트베드’가 되도록 할 예정이다. 상설화된 야시장은 개최 장소의 특성을 감안해 시작하는 시기에 차이를 뒀다. 여의도 한강공원 야시장은 3월 말 시작하고 DDP 야시장은 5월, 목동운동장 야시장은 7월에 시작한다. 종료 시기는 모두 10월까지로 이 기간 중 매주 금·토요일 주 2회 열린다. 청계광장은 시민 문화행사나 축제가 잦다는 점을 고려해 5, 7, 9, 12월에 가정의달과 추석 크리스마스 등을 주제로 한 시즌 마켓이 열린다. 장소에 따라 야시장의 콘셉트도 차별화한다. 여의도 한강공원은 ‘하룻밤의 세계여행’을 콘셉트로 세계 각국 전통 음식과 수공예품 등이 판매된다. DDP는 패션에 초점을 둔 ‘청춘 런웨이 댄싱 나이트’ 시장이 열린다. 넥센 히어로즈가 떠나면서 지역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따라 개최지로 선정된 목동운동장은 스포츠·아웃도어 용품을 중심으로 하는 ‘레포츠 마켓’이 들어선다. 앞서 여의도 한강공원에서는 지난해 10월 매 주말 야시장이 열려 총 7일간 19만8770명이 찾았다. 이 중 20대가 67%, 여성이 76%를 차지했고 만족도도 높았다. 하지만 구매율이 전체 방문객의 55%(구매자 10만9198명)에 그쳤고 이마저 먹거리에 집중된 것은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다. 야시장 개최지 주변 상인들의 상권 침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심사위원회를 구성해 상품성과 창의성, 콘셉트 적절성을 갖춘 상인을 선정하고 판매자 정기교육도 진행한다. 주변 상권과의 상생을 위해 야시장 안에 ‘지역존’을 구성하거나 연계 마케팅을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또 올해까지는 서울시가 민간 운영사를 선정해 총괄 관리하지만 내년부터는 민간 자율에 맡길 예정이다. 서울시는 추후 야시장 장소 협의나 홍보 등 행정적 지원만 제공할 계획이다. 정상택 서울시 소상공인지원과장은 “외국인 관광객이 서울을 생각할 때 야시장을 떠올리게 하는 것이 목표”라며 “야시장을 ‘창업 테스트베드’로 활용하기 위해 창업 인큐베이팅과 멘토 시스템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장은 낮에 문산에서 봤지. 그거 알아? 거리로 따지면 여기서 문산 가는 거랑 개성 가는 거랑 같아.” 4일 오후 경기 파주시 군내면 대성동 ‘자유의 마을’에서 만난 김태유 씨(72)의 말을 듣고서야 실감이 났다. 이곳에서 북한의 ‘기정동 마을’까지는 불과 1.8km. 마을회관 2층에만 올라가도 북녘 땅이 훤히 보였다. 김 씨는 “전쟁 나기 전 어렸을 땐 개성도 다 우리 생활권이었다”며 미소 지었다. 남한에서 유일하게 비무장지대(DMZ) 안에 있는 민간인 거주지역인 대성동 마을의 분위기는 삼엄하다. 주민들조차 출입카드가 없으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없다. 0시부터 오전 5시까지 ‘통금시간’도 있다. 1953년 6·25전쟁 정전협정에 따라 DMZ 안에 만들어졌다. 현재 47가구 202명이 살고 있다. 100m 높이의 국기게양대에는 태극기가 휘날리고, 초등학교 운동장에는 ‘반공소년 이승복’ 동상이 서 있다. 이곳은 유엔군사령관의 관할 아래 엄격한 통제를 받고 있다. 시간이 멈춘 듯한 이곳도 명절이 다가오면 들뜨기 시작한다. 수십 년 전 만들어져 제대로 된 수리 한 번 받아본 적 없는 작고 낡은 집들이지만 외지에서 식구들이 꾸역꾸역 들어오면 정겹기 그지없다. 주민들 역시 분주해진다. 논과 밭, 초등학교와 마을회관, 체육관 외에는 아무 시설도 없는 마을에서, 주민들은 필요한 물품을 사기 위해 차를 끌고 20km가량 떨어진 문산의 5일장을 찾는다. 평소 무뚝뚝한 표정으로 경비를 서던 유엔군사령부 공동경비구역 경비대대 소속 미군들도 마을의 터줏대감인 최고령 어르신을 찾아다니며 세배를 드린다. 설날만큼은 싹싹한 ‘군인청년’ 혹은 ‘군인양반’이 되는 것이다. 불안과 평화가 묘하게 공존하는 이곳에서 주민들은 북녘 동포와 함께 설맞이를 할 ‘그날’을 그리고 있었다.▼ 사할린 귀국 동포 ‘고향 노래’에 어깨춤 덩실 ▼대성동의 새해 소망은 63년째 ‘평화’ 대성동 마을 주민들은 대부분 이곳에서 나고 자랐다. 수십 년째 얼굴을 맞대고 살다 보니 서로의 집에 숟가락이 몇 개인지 알 정도다. 설날 아침 차례를 지내고 나면 다른 집에 세배를 드리러 가는 모습이 자연스럽다. 40, 50대 ‘청년’들이 아이들에게 설빔을 입혀 어르신들의 집으로 세배를 다닌다. 김동구 이장(48)은 “미군들이 세배를 다니는 것도 한국의 정서를 체험하려는 뜻이다”고 말했다. 명절 직전 동네 부녀회와 주민자치위원회가 어르신들과 나들이에 나서는 것도 대성동 마을의 오랜 전통이다. 파주 시내로 나가 식사를 대접하고 TV 말고는 볼거리가 없는 어르신들을 위해 오랜만에 영화 구경도 시켜드린다. 매년 비슷한 설이었지만 올해 주민들의 감회는 평소와 다르다. 정부가 대성동 마을을 ‘통일 첫 마을’로 지정해 본격적인 ‘새 단장’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곳의 주택들은 대부분 1980년대 지어지거나 개량된 뒤 사실상 보수공사를 하지 못한 채 낡아왔다. 집마다 벽에 금이 가고 겨울에는 난방도 잘되지 않아 주민들은 스티로폼을 덧대 단열재로 쓰기도 한다. “공화당(마을회관) 있지, 공화당. 그건 이승만 대통령 때 만든 거야. 정말 오래된 건물이라고.” 김태유 씨가 마을회관을 가리키며 말했다. 봄이 되면 마을 주택과 상하수도 등의 정비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군내면 주민자치위원장인 김인근 씨(63·여)는 “우리 집은 3월에 공사를 시작할 예정”이라며 “올해 추석은 새집에서 맞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감사할 따름”이라고 기뻐했다. 그래도 여전히 대성동 마을 주민들의 첫 번째 새해 소망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평화’다. 채널A 프로그램 ‘이제 만나러 갑니다’의 애청자라는 김태유 씨는 “이젠 정말 ‘어서 만나러 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김인근 씨는 “북한에서 매일 내보내는 대남방송도 시끄럽고 아직도 ‘언제 와서 잡아갈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불안하다”며 “새해에도 남북 평화가 계속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호소했다. 김 이장은 “그래도 명절인데 같은 동포끼리 설을 함께 잘 지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느냐”는 소망을 밝혔다.고향 가락에 어깨춤… 사할린 동포의 미소 4일 오전 인천 연수구의 인천사할린동포복지회관은 연분홍, 연노랑 한복으로 가득했다. 미리 맞는 설 잔치가 열린 이곳에서 사할린 동포 수십 명이 노래에 맞춰 어깨춤을 췄다. 김상유 전 복지관장(62)은 “오랜만에 왔는데 너무 곱게 단장하셔서 알아보기 힘들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곳 복지관에 머무는 사할린 동포는 91명. 모두 말년에 영주귀국을 선택한 사람들이다. 전국적으로 이런 사할린 동포들의 거처는 26곳에 이른다. 잔치 분위기로 들뜬 복지관 한가운데 짙은 푸른색의 카디건을 입고 조용히 박수를 치는 할머니가 있었다. 김금옥 할머니(88). 사할린에서 태어난 그는 지난해 12월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영주귀국해 생애 처음으로 고국에서 설을 맞는다. “좋수다. 만족합니다.” 짧게 소감을 말한 뒤 김 할머니는 가슴에 손을 살포시 얹었다. 일제강점기에 이주한 부모님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줄곧 사할린에서 살았다. 김 할머니는 “사할린이 너무 작아 손자들은 대륙에 정착해 뿔뿔이 흩어졌다”고 했다. 하바롭스크에 정착한 손자가 그를 모시려 했지만 불편한 마음에 고국행을 선택했다. “여기서는 일 안 해도 밥 주고, 손자들도 편하고, 얘기할 사람도 많아 좋아요.” 김 할머니의 남편은 탄광 노동자로 사할린에 강제징용 됐다. “탄광일이 감옥살이나 같았는데 해방되고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장가도 왔죠. 그런데 오래 못 살았어….” 김 할머니가 43세일 때 남편은 아들 셋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그 후 김 할머니는 텃밭에 꽃과 채소를 심어 돈을 벌었다. “꽃 장사해서 아이들 대학도 다 보냈지. 고생 정말 많이 했어요. 그래도 보람은 있죠.” 할머니가 환하게 웃었다. “고향으로 가는 배∼ 꿈을 실은 작은 배∼ 정을 잃은 사람아 고향으로 갑시다.” 복지관 직원이 나훈아의 ‘고향으로 가는 배’를 부르며 분위기를 띄웠다. 흐뭇한 표정으로 구경하던 김 할머니 곁에 한 부부가 다가섰다. 사할린 홀름스크에서 동네 이웃으로 지낸 동포 강영희 씨(69·여)와 그의 남편이다. 김 할머니가 남자를 알아보지 못하자 강 씨가 말했다. “큰아드님이랑 친하게 지낸 우리 남편이에요.” 큰아들이라는 말에 할머니는 왈칵 눈물을 터뜨렸다. “할머니의 첫째, 셋째아들은 예순을 넘기지 못한 채 지병으로 사망했다”고 강 씨가 설명했다. 그러고는 김 할머니를 다독였다. 오전에 만든 만두로 점심 식사를 하는 사이, 보드카가 한두 잔씩 오갔다. 스마트폰에 저장한 손주들의 사진을 서로 자랑하기도 했다. 대한적십자사에 따르면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약 4만3000명의 한인이 사할린에 남았다. 현재 남은 1세대 한인은 700여 명에 불과하다. 적십자사 관계자는 “동포들을 위한 영주귀국 지원은 물론이고 역방문, 일시 모국방문 사업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잔치가 벌어지는 내내 김 할머니는 연보랏빛 꽃이 그려진 손수건을 만지작거렸다. 노래 부르는 직원을 보며 “우리 아들도 노래 잘했어”라며 흥겨워했다. 김 할머니와 강 씨는 서로 손을 잡고 “아주머니 고생 많이 하셨잖아요. 여기가 훨씬 좋아요. 잘 왔어요”라며 얼싸안았다. “여기서 죽을 때까지 살고 싶다.” 김 할머니의 미소가 따뜻했다.명절 때 고향 생각은 만국 공통 명절이 다가오면 외국인 이주민 역시 짙은 향수에 젖어든다. 3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좌동 전통시장에서 만난 중국인 쑤잉(蘇穎·30) 씨. 그는 “아직도 설이 다가오면 긴장이 된다. 주부가 할 일이 가장 많지 않냐”며 설 차례상에 올릴 음식을 부지런히 고르고 있었다. 중국 칭다오(靑島)에서 자란 그는 어느덧 아이 둘을 둔 7년 차 주부. 2009년 12월 1년간 알고 지내던 한국인 남편(39)과 결혼하면서 ‘부산 아지매’가 됐다. 쑤 씨는 과일, 나물, 생선가게를 차례로 들러 물건을 살폈다. 꼼꼼하게 가격을 물으면서도 정작 물건을 사진 않았다. “설이라 장을 크게(많이) 봐야 하기 때문에 일단 물가가 어떤지 미리 둘러보러 온 거예요.” 알뜰함만 보면 한국 아줌마가 다 된 것 같지만 쑤 씨는 아직도 한국의 설이 낯설고 어렵다. 고향의 춘제(春節)와 시기도 같고 음식을 준비해 가족 친지와 나눠 먹는 풍습도 닮았지만 분위기가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그는 “액운을 쫓기 위해 집마다 터뜨리는 폭죽 때문에 시끌벅적하고 친지나 이웃을 방문하느라 들뜬 춘제와 달리, 한국의 설은 너무 조용한 것 같다”고도 덧붙였다. 음식 준비도 만만찮은 일이다. 차례상에 올릴 음식이 워낙 많다보니 주방에서 시어머니 보조 역할을 하는 쑤 씨 역시 힘에 부친다. 게다가 두 시누이의 가족이 모이면 끼니마다 10명의 식사를 준비해야 한다. 그는 “춘제는 쉬는 날이 길어서 온 가족이 3, 4일 여유 있게 음식을 준비한다”며 “한국에서는 연휴가 짧아 부담이 크다”고 했다. 우리가 설에 떡국을 먹는 것처럼 중국인들은 춘제에 꼭 만두를 먹는다. 그는 “대추 두부 땅콩 등 만두피 속에 넣는 다양한 재료마다 복을 비는 의미가 달라서 먹는 재미도 크다”며 “동전을 넣은 만두를 고른 사람에겐 올해 재물 운이 넘칠 것이라며 축하해주는 등 식사 내내 대화와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고 했다. 명절 준비가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다정한 시댁 식구의 도움과 격려가 큰 힘이 된다. 쑤 씨는 “차례상 차리는 법 등 한국 문화를 잘 몰라 허둥댈 때마다 어머니께서 차근차근 가르쳐 주셔서 빨리 적응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새 옷과 세뱃돈, 맛있는 음식에 웃음꽃이 피는 아이들을 보면 힘든 것도 고향에 대한 향수도 싹 잊는다”며 활짝 웃는 얼굴로 덧붙였다. 한국에서 일곱 번째 설을 맞는 네팔 출신의 우샤 가우텀 씨(35)는 명절 때 깊어지는 향수를 동포들에 대한 봉사로 달래고 있다. 우샤 씨는 2004년 카트만두에 선교사로 온 인도 출신 바쿨 다이마리 씨(45)와 결혼했다. 이어 광주신학대 석사과정에 입학한 남편을 따라 2009년 한국에 왔다. 처음에는 낯선 한국생활 탓에 카트만두에 있는 부모님을 생각하며 눈시울을 붉힌 적도 많다. 그러나 서툰 한국말을 배우기 위해 딸(12·초등학교 5학년)과 함께 다문화학교인 새날학교를 다니며 조금씩 나아졌다. 대학에서 간호학을 전공한 그는 학교생활 1년 만에 능숙한 한국말을 구사하게 됐다. 우샤 씨는 2010년 광주에 있는 네팔 출신 근로자 400여 명과 이주여성 50여 명을 위해 통역 봉사를 시작했다. 몸이 아픈 동포들과 함께 직접 병원에 가 한국 의사들에게 ‘아픈 증세’를 설명했다. 임금체불 등 법적 분쟁 등을 겪을 때도 통역은 물론이고 모든 과정을 챙겼다. 네팔 동포들 사이에 ‘똑순이’로 불리는 이유다. 그는 광주 광산구 평동주민센터 옆 건물에 있는 네팔인센터에 머물고 있다. 설 연휴 때인 7일에는 남편이 있는 광산구 네팔인교회에서 동포들과 조촐한 잔치를 열고 치킨카레와 콩죽을 함께 만들어 먹으며 고향 이야기를 나눌 계획이다. 우샤 씨는 “집에서는 네팔 풍습에 따라 손으로 음식을 먹지만 동포들과 함께 식사할 때는 숟가락을 사용해요”라며 환하게 웃었다.인천=김민 kimmin@donga.com /부산=강성명 /광주=이형주 기자파주=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돼지의 날, 세 번에 걸쳐 빚는 술이 있다. ‘삼해주(三亥酒).’ 해일(亥日)마다 세 번 빚는다는 뜻에서 이렇게 부른다. 정월 첫 돼지날 멥쌀을 발효하고, 음력 2월과 3월 다시 찹쌀을 넣어 발효한다. 그리고 버드나무 가지가 바람에 날릴 무렵 마신다. 이 술은 지금도 서울에서 맛볼 수 있다.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공방에서 만난 전수조교 김택상 씨(66·사진)는 삼해주를 ‘기다림의 술, 느린 술’이라고 했다. 김 씨는 제조 과정을 직접 보여주며 어떤 의미인지 설명했다. 공방을 가득 메운 항아리에서 술을 꺼내 증류기에 담았다. 증류기를 가열하자 알코올이 수증기처럼 피어오르고, 차가운 천장에 막혀 술방울이 됐다. 이 술방울이 하나둘 모여 삼해주가 된다. 김 씨는 어머니 이동복 씨(89)로부터 삼해주 만드는 법을 배웠다. 어머니에게는 시어머니가, 시어머니에게는 시할머니가 제조법을 전수했다. 1993년 서울시 무형문화재 제8호로 삼해주가 지정되자 김 씨는 직장을 그만두고 삼해주 제조에 전념하기로 결심했다. 김 씨는 “어릴 적 땅에 묻힌 술독에 퐁당 빠진 적이 있다”며 “그때부터 나는 술을 만들 운명이었던 것 같다”고 웃으며 얘기했다. 어머니에게 그해 만든 술을 가져가면 “요즘엔 네가 낫다”는 칭찬을 듣는다고도 했다. 이제는 서울 강남이나 용산구 이태원 등지의 고급 식당에서 삼해주를 내놓고 싶다는 연락이 온다. 최근에는 미국 뉴욕의 한식당에서 삼해주를 주문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제조시설 규모가 작아 직접 찾아오는 사람에게만 소량을 판매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널리 알릴 수 있도록 시에서도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설 연휴를 맞아 전통놀이부터 오케스트라 콘서트까지 30여 개의 다양한 행사가 서울에서 열린다. 서울시는 설 연휴 수도권에 있는 시민과 역귀성객을 위해 도심에서도 명절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체험행사와 문화예술 공연을 마련했다고 3일 밝혔다. 행사는 보신각과 덕수궁, 서울광장 스케이트장, 세종문화회관 등 서울 곳곳에서 펼쳐진다. 연휴 첫날인 6일 서울 보신각에서는 ‘2016 설맞이 보신각 타종행사’가 열린다. 행사에는 고향을 방문하기 어려운 실향민과 중국동포, 다문화가족이 참석해 합동 차례도 지낸다. 같은 날 서울광장 스케이트장에서는 ‘해피 뉴 이어! 2016’ 포토존에서 사진 촬영을 할 수 있다. 윷놀이와 제기차기, 투호 등 전통민속 놀이마당도 열린다. 당초 9일까지 운영될 예정이던 스케이트장도 연휴 마지막 날인 10일까지 연장 운영한다. 7일에는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함께해요! 새해맞이 북소리’ 행사를 개최한다. 이날 행사에서는 1년의 마지막 날인 ‘제석(除夕)’ 때 풍속 중 하나인 ‘연종제’를 재현한다. 연종제는 궁중에서 악귀를 쫓기 위해 탈을 쓰고 북을 치며 궁궐 안을 돌아다니는 의식이다. 사전 신청한 시민 10명이 직접 연종제 재현에 참여할 예정이다. 흥선대원군의 사가였던 운현궁에서는 8일과 9일 오후 3시에 ‘가족대항 설날 윷놀이대회’가 열린다. 선착순 모집을 통해 선발된 여덟 가족이 경쟁을 펼친다. 이 밖에 8일과 9일 오후 2시에는 ‘새해맞이 대북 퍼포먼스’ ‘퓨전 사물놀이 콘서트와 우리 소리’ 공연이 열린다. 같은 기간 남산골 한옥마을에서는 세시풍속 체험행사와 신년 운세 보기 프로그램이 준비됐다. 박물관과 공연장에서는 문화행사가 열린다. 서울역사박물관은 9일 탈북 예술인으로 구성된 평양예술단의 북한 인기가요, 전통무용 시연 무대를 마련했다. 세종문화회관에서는 ‘크렘린 체임버오케스트라’가 7일 오후 3시와 7시에 차이콥스키, 비발디의 명곡과 러시아 민요 ‘백만송이 장미’를 연주한다. 삼청각은 한식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국악 앙상블 놀음판 연주를 8일과 9일 낮 12시에 선보인다. 월드컵공원 등 서울시내 13개 공원에서도 개성 있는 행사를 즐길 수 있다. 8일부터 10일까지 월드컵공원 평화의광장에서 열리는 딱지왕 대회와 굴렁쇠 달리기에는 현장에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서울어린이대공원은 창작 동화 ‘산속의 왕’과 ‘무지개 도깨비’ 공연을 설 연휴 동안 하루 2회씩 선보인다. 서울대공원에서는 원숭이탈을 만들어볼 수 있다. 고홍석 서울시 문화본부장은 “서울 시내에서도 설 명절의 정취를 느낄 수 있도록 풍성한 문화행사를 준비했다”며 “행사마다 시간과 일정이 다르니 미리 전화나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