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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장 공모제’는 김대중 정부 시절이던 1999년 당시 주무부처인 기획예산처가 ‘추천제’란 이름으로 처음 도입했다. 공기업 경영혁신 차원에서 주요 공기업 위주로 진행되던 이 제도는 노무현 정부 때 ‘공모제’로 바뀌고 시행 대상도 확대돼 현재의 틀이 잡혔다. 현 정부 들어서는 2008년 6월부터 주택공사 토지공사 한전 국민연금공단 등 대형 공기업, 연기금을 포함한 90여 개 기관이 공모제 의무대상 기관으로 지정돼 더욱 활성화됐다. 공공기관장 공모제의 법적 근거는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과 ‘공기업·준정부기관의 인사운영에 관한 지침’에 명시돼 있다. 공공기관 중 공기업, 준정부기관은 반드시 기관장 선임 때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를 통한 후보자 모집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내용이다. 소관부처 등에 따라 다르지만 ‘기타 공공기관’도 대체로 공모제가 시행되고 있다. 공모제 절차는 기존 기관장 임기만료 두 달 전쯤에 시작한다. 해당 기관의 사외이사,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임추위가 신문, 인터넷 등에 공고해 후보자를 받은 뒤 서류 및 면접 심사를 거쳐 3∼5명을 추려 주무부처에 제출한다. 주무부처는 이 중 한 명을 임명하거나 적격자가 없다고 판단되면 재공모를 요청할 수 있다. 최종적으로 공공기관의 기관장은 규모나 중요도에 따라 주무부처의 제청으로 대통령이나 주무부처의 장이 임명한다. 공모제 시행 초기에는 일부 기관에서 예상하지 못한 신선한 인물이 기관장에 선임되는 등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기도 했다. 그러나 공모제가 정권 창출에 기여도가 높은 인사나 주무부처 퇴직 공무원들이 자리를 차지하는 데 명분을 주는 도구로 전락한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세 분 추천해주신 것 감사합니다. 그런데 두 명만 더 뽑아주세요.” 서울의 사립대 A 교수는 지난해 한 공공기관의 기관장 공모과정에 추천위원으로 참여했다. 추천위원들은 서류심사와 면접을 거쳐 3명을 후보로 추천했다. 하지만 며칠 뒤 주무부처 담당자로부터 후보를 늘려달라는 요청을 받은 것. 추천위원들은 당초 순위 밖으로 밀렸던 지원자 두 명을 끼워 넣어 다시 리스트를 제출했다. A 교수는 “최종 선임된 이는 추가된 두 명 중 한 명으로 추천위 평가에서 5등을 한 인사였다”며 “나중에 말썽이 될까봐 주무부처 담당자가 처음부터 추천할 때 점수, 순위를 매기지 말고 이름만 적어 달라고 부탁했다”고 털어놨다. 공공기관장 공모제가 파행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낙하산 인사 관행을 개선하고 각계각층의 유능한 적임자를 선발한다’는 도입 취지를 전혀 살리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낙하산 인사, 정치권과 부처 간 나눠먹기 인사를 보기 좋게 포장하는 도구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추천위원으로 참여한 경험이 있는 한 사립대 교수는 “추천위원을 해보면 공모제야말로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정책이란 걸 알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임명제는 그나마 잘못된 인사에 대한 책임이라도 물을 수 있다”면서 “파행적으로 운영되는 공모제는 잘못된 인사에 대해 책임질 사람도 없는 최악의 제도”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사기극처럼 운영되는 공공기관장 공모제가 정부 자체의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공공기관장 공모제가 확대 시행된 2008년 6월부터 2012년 6월까지 4년간 공모로 뽑힌 공공기관장 198명(병원, 연구기관 제외)의 선임 전후 이력, 임기완수 여부를 전수 분석했다. 공모과정에서 잡음이 일었던 일부 기관은 지원자, 추천위원과 연락해 추천과정을 확인했다. 분석결과 조사 대상 198명의 출신별 분포는 공무원 46.0%(91명), 민간 26.3%(52명), 정치권 23.2%(46명)였다. 해당기관 내부승진은 4.5%(9명)에 불과했다. 정치권은 새누리당(전 한나라당) 의원 및 당직자,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캠프 또는 청와대 비서실 출신 등이다. 2008년에 34.0%였던 정치권 출신 기관장은 2011년에 20.3%로 급감했고 현재는 14.3%까지 줄었다. 반면 공무원 출신 기관장은 2008년 38.0%로 시작했지만 2011년에는 절반에 육박하는 49.3%로 급증했다. 정권 후반부로 갈수록 임기보장의 불투명성, 공모제에 대한 불신에 따른 지원자 감소 등의 영향으로 공무원 출신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한 정부지출 확대의 영향으로 올 상반기(1∼6월) 나라살림이 30조 원 적자를 냈다. 기획재정부는 31일 상반기 관리대상수지는 29조9000억 원 적자로 지난해 상반기(19조2000억 원 적자)에 비해 적자폭이 10조7000억 원 늘었다고 밝혔다. 관리대상수지는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기금의 흑자 부분을 뺀 것으로 나라의 재정 상태를 실질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다. 올 상반기 통합재정수지 역시 11조5000억 원 적자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적자폭이 9조2000억 원 커졌다.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지난해 구매력평가(PPP)를 기준으로 한국 근로자의 평균연봉이 일본을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1년 한국 근로자의 1인당 평균연봉(PPP 기준)은 3만5406달러(약 4000만9000원)로 3만5143달러(3971만2000원)인 일본보다 263달러 많았다. OECD의 연봉 통계는 전체 근로자의 1인당 평균연봉을 전일제(풀타임) 정규직 기준으로 환산한 것으로 한국은 지난해 처음 일본을 앞질렀다. PPP는 각국의 물가수준을 감안해 국민들의 실제 소비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따라서 PPP 기준 한국의 평균연봉이 일본보다 높다는 것은 한국 근로자의 실제 연봉이 일본보다 낮더라도 한국의 물가가 일본보다 낮아 실생활 수준은 일본 근로자보다 높다는 뜻이다. PPP 기준 한국 근로자의 연봉은 1990년 2만1931달러로 일본(3만3511달러)의 65% 수준이었지만 2000년대 들어 빠르게 격차를 좁히다가 지난해에 역전됐다. 지난해 PPP 기준 한국 근로자의 평균연봉은 조사대상 29개 회원국 중 17위, 일본은 18위였다. 1위는 미국(5만4450달러)이었고 이어 룩셈부르크(5만2847달러), 아일랜드(5만764달러) 순이었다.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통계청은 9월 1일 ‘통계의 날’을 맞아 31일 정부대전청사에서 기념식을 열고 통계 발전 유공자 119명에게 훈포장과 표창을 수여한다고 30일 밝혔다. 이 자리에선 국가통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며 조사 및 통계 이론 발전에 공헌한 류제복 청주대 교수에게 녹조근정훈장이 수여되며 김경회 대한설비건설협회 본부장은 석탑산업훈장을 받는다. 또 문숙경 목원대 교수가 근정포장을, 이익노 한국은행 경제통계국 팀장이 산업포장을 각각 받는다.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부산지역 소주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무학과 대선주조가 치열한 점유율 경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상대방 광고가 과장됐다고 공정거래위원회에 맞신고를 했다가 양쪽 모두 제재 조치를 받았다. 공정위 부산지방공정거래사무소는 28일 광고에 암반수 함유량을 거짓으로 표시한 무학에 대해 시정 조치와 함께 과징금 6800만 원을 부과하는 한편 대선주조에 대해선 제품의 체지방 감소 효과를 선전한 광고행위를 금지하는 조치를 내렸다. 공정위에 따르면 무학이 2010∼2011년 창원·울산 공장에서 생산한 ‘좋은데이’ 소주 중 20.3%(7433만 병)에는 암반수가 전혀 들어가지 않았고 나머지 79.7%(2억9168만 병)도 암반수 함유량이 2.6∼100%로 제품마다 제각각이었다. 무학은 좋은데이를 광고하면서 ‘지리산 천연 암반수로 만든 좋은데이’라는 문구를 썼다. 공정위는 “광고를 본 소비자는 소주 한 병당 최소한 일정량의 암반수가 들어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며 “암반수 함유량이 큰 편차를 보인 만큼 이 광고는 과장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대선주조는 소주 ‘즐거워예’를 광고하면서 ‘체지방 감소 효과가 있는 BCAA(발효생성아미노산복합물) 첨가’라는 문구를 썼다. 그러나 식품의약품안전청이 ‘BCAA의 체지방 감소 효과를 인정할 수 없다’는 의견을 냈고, 대선주조 측이 제시한 국내외 논문 3편도 체지방 감소 효과를 단정적으로 입증하기엔 한계가 있었다고 공정위는 밝혔다. 공정위 관계자는 “대선주조의 광고는 무학의 광고처럼 허위는 아니지만 객관성이 부족했다”면서 “이번 조치를 계기로 두 회사가 불필요한 비방을 지양하고 공정한 경쟁을 해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당초 부산의 소주시장은 대선주조가 장악하고 있었지만 2000년대 말부터 무학이 공격적 마케팅을 펼치며 약진해 2010년부터 양강 구도로 재편됐다. 이에 따라 2007년 84.4%였던 대선주조의 시장점유율은 빠르게 낮아져 지난해 무학에 추월당했고 올 5월 현재 대선주조의 점유율은 31.9%로 무학(63.8%)의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두 업체는 경쟁적으로 신제품을 내놓고, 톱 모델을 기용하는 등 치열한 시장쟁탈전을 벌였으며 이 과정에서 지난해 7, 8월 각각 상대 회사의 광고가 과장됐다며 공정위에 신고했다. 무학은 이날 공정위 조사에 대해 “당국의 제재를 겸허히 받아들이며 문제가 된 표시문구에 대해 자진 시정 조치를 했다”고 발표했다. 대선주조는 “BCAA의 효과에 대한 심도 깊은 토론을 계속할 계획”이라며 “상대 회사의 과장광고가 확인된 만큼 반사이익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27일 무디스의 한국 국가신용등급 상향 조정 소식에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에 모처럼 웃음꽃이 피었습니다. 그동안 저성장, 가계부채, 내수침체 등 경제 전반에 우울하고 긴박한 소식만 가득하던 참이라 이번 일이 더욱 반가웠던 것이죠. 이날 러시아 출장길에 오른 박재완 장관은 페이스북에 신용등급 상향 조정을 올림픽에 빗대 “런던 올림픽처럼 경제 올림픽에서도 역대 최고의 성적을 거둔 것이라 보면 되겠죠. 처음이니까 ‘한국 신기록’인 것은 당연합니다”라고 썼습니다. 열렬한 야구팬이라는 점도 다시 한 번 드러냈죠. 그는 “미국 일본 프랑스 등 선진국조차 ‘루킹 삼진’(배트를 휘두르지 못하고 공만 쳐다보다가 당하는 삼진)을 당하듯 속절없이 신용등급을 강등당하는 ‘글로벌 경제위기 시즌’에서 거둔 성적이니 ‘대회 신기록’으로 해석해도 민망하지 않으리라 봅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스포츠 경기 승리팀 감독이 내놓는 ‘승장(勝將)의 코멘트’를 연상시키는 부분입니다. 재정부에서 등급 상승 뉴스를 박 장관 못지않게 반긴 사람은 신제윤 1차관입니다. 신 차관은 평소 입버릇처럼 “신용등급 올라가는 것만 보면 원이 없겠다”고 말해왔습니다. 이날은 업무차 국회에 가 있다가 전화 보고를 받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고 합니다. 재정부 주무부서인 국제금융국의 간부와 공무원들도 언론보도 모니터링과 후속 조치를 하느라 이날 밤 12시까지 야근을 했지만 전혀 피곤하지 않은 기색이었습니다. 정부가 무디스 발표에 더욱 고무된 배경에는 최근의 한일 갈등이 있습니다. 공식적으로 표현은 못했지만 일본의 경제보복 발언에 속이 부글부글 끓던 중 마침 한국의 신용등급이 올라 일본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것이죠. 한일 통화스와프 축소, 한국 국채매입 유보 등 일본 정부의 발언에 대해 극도로 반응을 자제했던 국제금융국 간부들은 이날 유난히 일본과의 등급 비교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었습니다. 재정부의 한 간부는 “대내외적으로 경제도 안 좋고 외교 갈등도 생겨 분위기가 다소 처져 있었는데 힘을 북돋아준 계기가 됐다”고 말했습니다.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이번 무디스의 등급조정은 단순히 신용도가 한 계단 오른 게 아니라 한국 경제의 수준이 완전히 업그레이드됐다는 뜻이다.” 27일 기획재정부의 국제금융 당국자는 무디스의 신용등급 상향조정 소식을 전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날 점심시간(한국 시간) 무렵 날아든 등급 상승 소식은 주무 부처인 재정부 국제금융국조차 발표 30분 전에 알았을 정도로 예고 없는 낭보였다. 재정부 관계자는 “갑작스러운 소식에 많이 놀랐다. 솔직히 지난해 말 등급 전망을 높였던 피치가 무디스보다 먼저 등급을 올릴 줄 알았다”고 털어놨다. 한국의 등급 상향조정은 유럽 재정위기의 여파로 미국 프랑스 등 기존 ‘트리플A’ 국가들이 줄줄이 최고등급을 반납하는 와중에 나온 ‘나 홀로 상승’이라 의미가 더 크다. 또 최근 독도 문제를 둘러싸고 일본이 경제보복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상황에서 한국의 신용등급이 상승함에 따라 한일 갈등으로 금융시장에서 제기되던 불안감이 해소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세계 경제 하락 속의 ‘나 홀로 상승’ 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A레벨’(무디스 기준 A3 이상) 국가 중 3대 국제 신용평가사를 통틀어 신용등급이 오른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반면 지난해 8월 미국을 시작으로 상위 등급을 꿰차고 있던 선진국들은 잇따라 강등의 수모를 겪었다. 올해 신용등급 ‘강등 도미노’의 신호탄은 재정위기의 진원지인 유럽 국가들이었다. 연초부터 신용평가사들은 채무위기와 구제금융 압박에 시달리던 이탈리아 스페인의 등급을 2, 3계단씩 하향 조정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1월 최고등급인 프랑스를 ‘AA+’로 끌어내렸고 무디스는 독일과 영국의 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낮췄다. 높은 정부 부채로 시름하는 일본도 5월 피치로부터 ‘AA’에서 ‘A+’로 등급이 두 계단이나 강등되는 굴욕을 겪었다. 반면 한국은 이런 흐름을 극복하고 오히려 무디스로부터 사상 최고등급을 받는 등 등급 상승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피치도 지난해 11월 한국의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올려 조만간 무디스를 따라 한국의 등급을 올릴 가능성이 크다. 북한 리스크에 유난히 비중을 크게 두는 S&P는 2005년 이후 한국의 등급을 조정하지 않았지만 정부는 무디스의 발표가 이런 분위기를 바꿔놓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날 무디스는 등급을 올리면서 ‘북한리스크’의 감소를 언급했다. 무디스는 “북한의 김정은 체제 개막에도 불구하고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지정학적 위험이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며 “또 양호한 재정 덕분에 비상시 외부 충격에 대응할 수 있는 정책 여력이 (한국 정부에) 갖춰져 있다”고 평가했다.○ 자금조달 금리 낮아져 한국의 등급상승은 국가신인도와 대외차입 여건 개선, 수출 증대 등 다양한 긍정적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권은 국가신용등급이 한 계단 높아지면 정부와 금융기관, 기업들의 연간 이자비용이 4억 달러(약 4540억 원) 감소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또 KDB산업은행과 IBK기업은행 등 국책 금융기관을 포함해 국내 글로벌 기업들의 신용등급도 연이어 상향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재정부 관계자는 “지금도 국채 회사채 등 한국 채권에 대한 수요가 많은데 등급 상향조정을 계기로 해외 투자자들의 관심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이번 등급 상승은 어느 정도 예상됐던 것이어서 국내 금융시장에서 주가 급등 같은 단기적인 효과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우희성 국제금융센터 차장은 “기업들의 자금조달 금리가 낮아진다는 점에서 당연히 희소식”이라면서도 “27일 증시에서는 삼성전자의 주가 하락에 묻혀 크게 반영이 안 됐고 한국의 부도위험 지표도 발표 후 소폭 떨어지는 수준에 불과했다”고 말했다.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이 사상 최고 단계로 올라섰다. 중국 일본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이다. 유럽 재정위기로 주요 선진국의 신용등급이 줄줄이 강등되는 가운데 나온 한국의 신용등급 상향 소식을 국내외 금융계는 한국 경제의 건전성과 실력을 확인해 준 쾌거로 평가하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27일 한국의 신용등급을 ‘A1’(신용도 양호 그룹)에서 ‘Aa3’(신용도 높음 그룹)로 한 단계 높이고 등급 전망도 ‘안정적’으로 부여했다. Aa3는 무디스의 21개 등급 중 상위 4번째에 해당하며 한국이 무디스로부터 받은 역대 최고 등급이다. 1997년 10월까지 ‘A1’을 유지하던 한국의 신용등급은 외환위기 직후 투기등급인 ‘Ba1’까지 하락했지만 이후 여러 차례 소폭 상승을 통해 2007년 ‘A2’를 회복했다. 이후 무디스는 2010년 4월 한국의 등급을 ‘A2’에서 ‘A1’으로 높였고 올 4월에는 등급 전망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올려 추가 등급 상승을 예고했다. 이날 무디스는 한국의 등급 상향 배경으로 △양호한 재정건전성 △경제 활력 및 경쟁력 △은행부문의 대외취약성 감소 △북한 문제의 안정적 관리 등을 꼽았다. 이어 “은행의 자금조달 여건이 안정되고 공기업 및 가계 부채 위험이 줄어들면 신용등급의 추가 상향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상승으로 무디스 기준 한국의 신용등급은 중국 일본 대만 사우디아라비아와 같아졌다. 다른 신용평가사인 피치의 한국 신용등급은 상위 5번째인 ‘A+’로 일본과 같지만 등급 전망은 한국이 ‘긍정적’으로 ‘부정적’인 일본보다 앞서 있다. 반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한국의 등급을 일본보다 두 계단 낮은 ‘A(안정적)’로 2005년 7월 이후 7년째 유지하고 있다. 정부는 신용등급 상승으로 정부와 국내 금융회사 및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이 줄고 해외투자자들의 투자심리도 더욱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

‘7-4-7’은 이 정부가 가장 먼저 포기한 대선공약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당(黨)이 정권을 연임한다는 전제 아래 가능한 향후 10년의 비전”이라고 설명했다. 임기 내엔 달성할 수 없다는 걸 취임도 하기 전에 인정한 셈이다. 지금 와서 보면 이 대통령 말대로 또 여당이 집권한다 해도 달라질 건 없을 것 같다. 앞으로 5년간 제아무리 폭풍 성장을 한들 10년 평균 7% 성장, 국민소득 4만 달러가 힘들 것은 자명하다. 그런데 정부는 정권 최대의 아킬레스건이 될 뻔한 성장률 지표를 오히려 영민하게 역이용했다. 금융위기를 함께 겪은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보니 훨씬 훌륭한 수치라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대부분 선진국들이 2008년 이전 GDP를 회복하지 못했지만 우리는 10% 이상 성장했다”고 말했다. 이는 분명한 사실이다. 외환위기가 DJ에게 그랬던 것처럼 경제위기는 이 정권에 크나큰 기회였다. 요즘 정부의 또 다른 자랑거리는 재정건전성이다. 임기 말에는 정권의 경기부양 욕구가 본능처럼 솟아나는 게 보통이지만 어찌 된 일인지 이 정부의 경제 관료들은 놀랄 만큼의 자제력을 선보이고 있다. 지출을 10조 원만 늘려도 성장률 3%는 무난히 지킬 만한데도 정부는 “무리하게 부양책을 쓰면 항상 뒤탈이 난다”며 재정 문을 단단히 틀어막고 있다. 한 경제부처의 고위 관료는 “단임제에선 누구든 임기 말이 되면 역사에 공적으로 남기고 싶은 게 생긴다. 이 대통령은 위기도 잘 극복하고, 거기다 재정까지 건실하게 지켰다는 점을 평가받으려 하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물론 눈폭풍 쓰나미를 맞아 얼어 죽지 않고 곳간까지 탄탄히 지킨 것만 해도 박수를 쳐 줄 일이다. 그런데 막상 고된 저성장의 시대를 마주하려다 보니 못내 아쉬운 부분이 남는다. 현실을 버티는 데 급급한 나머지 앞날의 먹거리를 챙기는 데는 소홀했다는 점이다. 우선 정부가 위기대응을 하면서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외면하진 않았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세상이 변해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이 필요한 시기임에도 정부는 구한말 서랍 속에서 꺼낸 것 같은 낡은 처방만 고집한 느낌이다. 수출에 대한 집착으로 (아직도 공식적으론 부인하지만 당시 금융 관료들이 모두 인정하는) 고환율 정책을 밀어붙이다 금융위기를 맞고는 임기 말에야 허겁지겁 내수를 키우겠다고 나섰다. 물가는 그냥 때려잡기 바빴고 식량과 에너지 등 자원 정책도 천수답(天水畓)을 반복했다. 공무원들이 휴가를 국내로 다녀오면 내수가 살아나고, 에어컨을 끄고 찜통에서 일하면 전력난이 해소될 것이라 믿는 게 이 정부의 한계였다. 식량위기의 대응책으로 나온 ‘우리 밀 소비 운동’은 또 어떤가. 이런 땜질식 정책들을 나열하다 보면 이 정부가 대놓고 선언만 안 했다 뿐이지 747과 함께 성장을 위한 백년대계마저 포기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지난 5년을 돌이켜 봤을 때 우리 경제에 어떤 구조적인 진전이 있었는지 묻고 싶다. 위기 이후를 준비하는 각국의 변화 속도는 숨이 가쁠 지경이다. 8% 성장의 벽에 막힌 중국은 과도한 수출·투자 의존도를 줄이고 대대적인 경제 자율화의 시동을 걸고 있다. 금융으로 망한 미국이 제조업 부흥을 위해 온 힘을 쏟는가 하면 중동은 석유 고갈 이후를 준비 중이다. 그런데 우리 정치권은 자유경쟁의 인센티브를 줄이며 그나마 꺼져 가는 성장의 불씨를 짓밟고 있고 정부는 그에 맞설 자신감을 상실해 버렸다. 이 정권의 최대 치적이 ‘불황을 잘 견딘 것’이었다면, 최대 실책은 ‘불황을 견딘 데 만족했던 것’이라 하고 싶다.유재동 경제부 기자 jarrett@donga.com}
법적 혼인 관계가 아닌 남녀 사이에서 태어난 아기가 9년째 증가하면서 지난해 1만 명에 육박했다. 전체 신생아의 2.1%에 해당하는 수다. 26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혼외(婚外) 관계에서 태어난 신생아는 2010년보다 3.3% 늘어난 9959명으로 1981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많았다. 종전 최대치는 1981년 9741명으로 이후 1989년 5200명 수준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증가해 1994년 9000명을 웃돌았다. 혼외 신생아는 1997년 다시 약 4200명까지 줄었지만 2003년 이후로는 9년 연속 늘어나는 추세다. 1980년대 초 혼외 출생아가 많았던 것은 피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족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최근의 증가 추세는 혼외 출산을 바라보는 사회 인식이 개선되는 등 보수적인 결혼관이 점차 변하면서 생긴 현상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연간 전체 신생아에서 혼외 신생아가 차지하는 비율도 높아지고 있다. 이 비율은 2001년 1.0%에 불과했지만 2005년 1.5%, 2009년 2.0%에 이르렀고 지난해에는 신생아 100명 중 2.1명이 혼인 관계가 아닌 남녀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러나 한국의 혼외 신생아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는 여전히 최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OECD 평균 혼외 출산율은 1980년 11% 안팎이었지만 2009년 36.3%로 높아졌다. 2009년 기준으로 영국(45.4%), 네덜란드(41.2%) 등은 40%대였고 아이슬란드(64.1%), 멕시코(55.1%), 스웨덴(54.7%), 프랑스(52.6%) 등에서는 신생아의 절반 이상이 혼외 관계에서 태어났다.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최근 노르웨이 등 유럽의 중앙은행과 금융회사들이 한국 국채(國債)를 대거 사들이는 것으로 나타났다.일본이 ‘한국 국채 매입 유보 카드’를 만지작거리면서 사실상 우리 정부를 경제적으로 협박하고 있지만 국채시장의 이런 움직임 덕분에 일본의 압박이 효과를 발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금융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기획재정부 당국자는 24일 “노르웨이 중앙은행이 올 초 한국 채권시장 투자를 시작했으며 7월에는 집중적으로 한국 국채를 사들였다”며 “유통시장을 통해 만기 3∼5년의 중장기 채권에 주로 투자했으며 중앙은행 자금의 특성상 안정적”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올 들어 한국 국채시장에 유입된 노르웨이 중앙은행 자금이 2조 원 이상 되는 것으로 파악한다. 금융감독원의 집계에 따르면 노르웨이는 올해 1∼7월 국고채와 통화안정채권, 회사채 등을 합해 모두 2조2960억 원어치의 한국 채권을 사들여 순(純)투자국 1위에 올랐다. 이어 스위스(1조7280억 원), 룩셈부르크(1조3060억 원) 등 다른 유럽 국가들도 한국 채권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유럽계 자금이 한국 시장으로 몰리는 것은 지난해부터 한국 국채가 국제 금융시장에서 안전자산으로 주목받으면서 선진국 채권의 대체 투자처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대부분 국가의 신용등급이 하락한 가운데 한국 신용등급은 두 차례 올랐고, 정부의 부채비율도 선진국 중 가장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한국 국채는 수익성 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재정부에 따르면 한국의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24일 현재 3.08%로, 1% 안팎에 불과한 미국 유럽 일본 등의 국채보다 이자율이 훨씬 높다.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
이명박 정부의 감세정책으로 지난 4년간 약 63조8000억 원의 세수(稅收)가 실제로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또 경기둔화로 올해 목표로 했던 성장률 전망치와 세수 달성이 힘들 것이라는 정부의 공식 견해가 나왔다. 신제윤 기획재정부 1차관은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해 “현 정부에서 63조8000억 원 정도의 감세가 있었다”며 “이 가운데 51%인 32조 원이 중소기업과 서민에게 혜택이 돌아갔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현 정부 들어 당국자가 실제 감세규모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편 박재완 재정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법인세와 소득세는 큰 문제가 없지만 부가가치세, 관세 등은 세수가 덜 걷히고 있다”며 “다소 이른 감은 있지만 세수 목표 달성이 쉽지만은 않다”고 밝혔다. 정부가 당초 올해 예산안을 편성했을 때보다 실제 경기가 더 둔화돼 세입 규모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정부가 올해 목표로 잡은 세입 예산은 192조6000억 원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5월 기준 세수는 연간 목표의 47.3%인 91조10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세수진도비(48.1%)에 비해 부진한 상황이다. 신 차관도 이날 경기둔화와 관련해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인 3.3% 달성이 쉽지 않을 것 같다”며 성장률 전망치를 달성하기 힘들다는 점을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재정부는 일부 정치권이 요구하는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에는 반대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박 장관은 “세계경제가 동반침체에 빠져있기 때문에 정부가 돈을 풀면 효과도 작고 경제체질만 허약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인구통계를 보다 보면 항상 우울한 내용들만 가득합니다. 합계출산율은 선진국 중에서도 거의 바닥을 헤매고 가임(可姙) 여성의 절대숫자도 점점 줄고 있습니다. 또 산모의 평균연령이 매년 높아지면서 미숙아의 비율도 늘어나고 있죠.그나마 올해 통계에는 “우리 사회가 성숙해가고 있다”며 안심할 만한 지표가 하나 보입니다. 바로 성비(性比)의 정상화입니다. 통계청이 23일 발표한 출생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여아 100명당 남아 수는 105.7명으로 전년보다 1.2명 줄었습니다. 자연 성비(103∼107)에 안착한 것은 물론이고 2002년에 성비가 110.0까지 올라간 것에 비해도 상당히 낮아진 것이죠. 10년 전 당시는 말띠 해에 낳았던 여자아이의 출생신고를 부모들이 다음 해(2003년)로 미루면서 성비가 유난히 높아진 면도 있습니다.더 눈에 띄는 것은 셋째아이의 성비입니다. 그동안 셋째아이 성비는 우리 사회의 남아선호사상을 뚜렷이 드러내는 대표적인 지표로 통했습니다. 단적인 예로 1993년에 태어난 셋째아이의 성비는 202.9였습니다. 신생아 셋 중 둘은 남자아이였다는 뜻이죠. 불과 약 20년 전이었지만 그때만 해도 아들을 갖기 위한 임신중절이 널리 횡행했음을 짐작하게 합니다. 그런데 셋째아이의 성비는 그 후 빠르게 감소하면서 지난해엔 110.1로 거의 정상성비에 접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셋째아이를 낳는 부모의 연령도 예전보다 높아졌습니다. 특히 셋째아이의 아버지 연령을 보면 40∼44세도 18.5%나 됐습니다. 결혼을 늦게하는 추세 때문에 늦둥이를 보는 중년 부모도 많아진 겁니다. 지역별로는 지난해 전국에서 셋째아이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제주(전체 출생아의 16.2%)였습니다. 서울은 6.8%로 가장 낮았고요. 이런 수치를 보면 ‘셋째아이는 부(富)의 상징’이란 말이 아직 통계로는 꼭 들어맞지 않는가봅니다. 참고로 지난해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 수)은 1.244명으로 2010년(1.226명)보다 소폭 증가했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는 최하위에 머물렀습니다.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산업계가 현 상황을 심각한 위기로 보고 너도나도 비상경영에 나서고 있는 것과 비교할 때 정부의 경제상황에 대한 인식이나 정책대응은 너무 한가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정부가 지엽적이고 효과가 제한적인 ‘번트형’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는 데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본격적인 위기에 대비해 힘을 아껴야 한다는 정부의 논리에도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산업구조 개편이나 서비스업 규제 완화 등 정부가 할 수 있는 일까지도 손을 놓고 있다는 것이다. ○ 태풍급 위기에 번트급 대책 소문난 야구광(狂)인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요즘 ‘스몰볼(small ball)’이라는 야구용어를 자주 입에 올린다. 스몰볼은 장타나 홈런 같은 ‘한 방’보다는 도루나 단타, 번트 등 작은 작전을 축으로 팀플레이를 극대화하는 전술이다. 최근 정부의 경제정책도 거시경제의 전체 방향을 수정하는 중량감 있는 정책 대신에 작지만 피부에 와 닿는 규제 완화, 기존 정책의 부분 수정 등 미세조정에 집중하고 있다. ‘스몰볼’의 신호탄은 올 5월 정부의 ‘5·10 부동산대책’이었다. 이때 정부는 서울 ‘강남 3구’를 투기지역에서 해제했지만 정작 부동산업계가 간절히 원했던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 등 핵심 규제는 풀지 않았다. 정부는 6월 말 발표한 경제정책 운용방향에서도 일부 정치권과 학계에서 요구해 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하반기 과제에서 제외했다. 그 대신에 공기업 등을 통한 8조5000억 원의 추가 재정투자로 경기를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이달 초 발표한 세법개정안에서도 ‘미세조정 기조’는 이어졌다. 정부는 소득세 과세표준 구간 조정 및 종교인 과세 방안을 막판까지 고심하다가 결국 개편안에서 뺐다. 박 장관은 “과표 구간을 조정하려면 비과세·감면도 대폭 줄여야 하는데 큰 정치일정(대선)을 앞두고 힘들 것이라 판단했다”고 스스로 인정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임기 말에 세제 정책의 주도권을 제 손으로 국회에 넘겨준 셈”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달 17일 내놓은 내수활성화 대책에선 수도권 입지와 의료, 보험업 등 일부 규제가 풀렸지만 서비스업 규제 완화, 일자리 문제 등에서 눈에 확 띄는 정책이 없었다. DTI 조정 역시 전반적인 완화 없이 특정 계층에 한해 살짝 ‘손을 보는’ 것으로 정리됐다. 최근 국제 곡물가격 상승에 대한 대책도 할당관세 인하나 수입 확대 등 대증(對症)요법에 집중되고 식량자급률을 끌어올리는 등의 근본적인 대책은 구체화되지 않았다.○ 시장에선 경기활성화 의지 의심 잇단 ‘스몰볼’ 정책에 대해 많은 경제전문가는 “정부가 필요할 땐 ‘강공(强攻) 작전’도 써야 하는데 번트만 대고 있으니 정책 효과가 떨어진다”고 비판하고 있다. 임기 말에 정부가 위기의 ‘관리’ 측면에만 집중하다 보니 침체에서 벗어날 중장기, 대형 대책이 실종돼 자칫 경기 반전의 타이밍을 놓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현재의 경제상황이 ‘스몰볼’ 정책만으로 해결될 만큼 만만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다. 민간에서 바라본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대 중반 정도까지 떨어졌고 소비·생산·투자 등 지표도 하락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대기업들은 저마다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 가운데 가계부채와 높은 수출의존도 등 경제의 고질적인 문제도 여전하다. 대외적으로도 유로존이 올 2분기에 전 분기 대비 마이너스 성장(―0.2%)을 했고 중국 브라질 등 신흥국 경제도 감속 징후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오정근 고려대 교수(경제학)는 “지금 미국 학자들 사이에서도 ‘뉴(new) 뉴딜 정책’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며 “올해 성장률이 잠재성장률보다 최대 1.5%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과감하고 선제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고만고만한 대책만 양산되다 보니 일부에선 정부의 경기진작 의지 자체를 의심하기도 한다. 경제 관련 회의도 많고 그만큼 대책도 분야별로 대량으로 쏟아지지만 발표되는 정책들의 강도가 하나같이 시장이 반응할 수 있는 ‘역치’를 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부가 지난달 말부터 산업계에서 접수한 건의과제는 150건이 넘고 지금까지 그중 28건이 정책으로 반영됐다. 정부는 앞으로도 주기적으로 회의를 열고 매번 수십 건의 대책을 쏟아낼 예정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부동산 정책만 해도 현 정부 들어 약 20차례나 나왔지만 매번 아주 조금씩만 규제를 풀다 보니 되돌아보면 마땅히 기억에 남는 게 없다”며 “시장이 더 버틸 수 없을 때마다 마지못해 정책을 내놓은 인상을 지우기 힘들다”고 진단했다.○ 정부 “위기 장기화, 내실을 다질 때” 물론 정부도 고민은 있다. 2008년처럼 갑작스러운 경기 하강이 찾아오지 않고 침체가 장기화되는 국면이라 대규모 추경이나 큰 폭의 금리 인하 등 경기부양 카드를 함부로 꺼내 들 수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장마처럼 길고 깊게 이어질 위기에 대비하려면 ‘스윙이 큰’ 정책을 남발하기보다 경제의 내실을 다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논리를 편다. 이를 두고 박 장관은 “위기가 장기화되는 지금은 전면적, 일시적 정책보다는 실책을 최소화하며 기회를 잡아 세밀하게 점수를 내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비유적으로 설명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경제학)도 “현 국면에선 무리하게 성장률을 끌어올리려다 급격한 재정악화를 야기할 수 있다”며 “통화정책은 몰라도 재정정책은 지금처럼 선별적으로 신중하게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기업인들의 건의도 듣고 정책 아이디어도 꾸준히 발굴하고 있다”며 “앞으로 작지만 의미 있는 정책들은 계속 생산해 내겠지만 현재로서는 정책기조를 크게 흔들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
정부가 올가을 수확기의 농산물 수급 차질을 막기 위해 사회봉사명령 대상자 등 공공 부문 인력을 대거 농촌에 투입한다. 또 현재 시범 실시되고 있는 음식점과 이용·미용실의 옥외(屋外)가격 표시제가 내년부터 일정 규모 이상의 업소에 의무화된다. 정부는 21일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물가관계 장관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의 물가안정화 방안을 논의했다. 정부는 우선 사회봉사명령 대상자 가운데 농업 부문에서 봉사해야 하는 사람의 비중을 현재의 15∼20%에서 30% 수준(12만 명)으로 늘리고 봉사 대상도 ‘취약농가’에서 ‘일반농가’로 확대하기로 했다. 사회봉사명령은 집행유예 등으로 풀려난 수형자가 무보수로 일정 기간 사회에 의무봉사 활동을 하도록 한 제도다. 이와 함께 하반기 공공근로 잔여사업 인력인 2만9000명을 최대한 일손이 모자라는 농촌에 집중 배치하고 농업 부문의 외국인 근로자 쿼터도 확대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들 방안을 통해 폭염으로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는 농산물의 공급난이 다소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올 5월부터 서울 강남·송파구, 부산 수영·사상구 등 일부 지역에서 시범 실시되고 있는 ‘옥외광고 표시제’도 내년에 음식점 이용·미용실을 대상으로 확대 시행한다. 정부는 이 제도가 업소들 간 가격경쟁을 유발하는 한편 소비자만족도를 높여준다고 보고 2013년 초부터는 면적이 150m² 이상인 음식점, 66m² 이상 이용·미용실의 경우 의무적으로 메뉴, 서비스의 가격을 업소 밖에 게시하도록 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가격표지판에 대한 세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업주들을 대상으로 홍보할 계획이다. 또 정부는 전세·월세난에 대비해 이미 발표한 주택거래 정상화 대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전세 수요를 매매 수요로 전환할 방침이다. 서울 주요 역세권과 뉴타운, 수도권 신도시 등 일부 시장불안이 나타나는 지역은 현장점검을 통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재건축단지들은 이주 시기를 분산해 단기 수요급증에 따른 전세난을 차단하기로 했다. 이 밖에 정부는 추석을 앞두고 명태 오징어 조기 등을 비축하고 최근 지구 온난화 등으로 어획량이 감소한 갈치와 민어는 수입을 확대하기로 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가공식품업계의 무더기 가격 인상에 대한 점검에 착수했다. 지난해 ‘물가 지킴이’를 자처하며 식품 가격에 대한 대대적 조사에 나섰던 공정위가 다시 한 번 물가 단속의 전면에 등장하자 식품업계들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 공정위 고위 관계자는 21일 “지난달 말부터 줄줄이 가격이 오른 가공식품 품목들을 대상으로 위법 여부를 점검하는 작업에 들어갔다”며 “가격 인상이 적절했는지, 밀약(密約)이나 ‘편승 인상’의 소지가 없는지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직접 가격 인상에 합의하지 않았더라도 수입곡물 가격 등의 정보 교환만 해도 담합으로 간주해 처벌할 수 있다”고 말해 조사가 강도 높게 진행될 것임을 시사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음료, 라면 등 가공식품업계는 전형적인 과점(寡占) 구조로 소수의 상위 업체가 가진 시장지배력이 다른 업계보다 상대적으로 높다. 지난달부터 최근까지 콜라, 사이다 등 일부 음료수 가격이 7% 이상 올랐고 삼양라면(8.6%) 새우깡(11.1%) 햇반(9.4%) 카스맥주(6.0%) 등 가공식품 10여 개 품목의 가격도 줄줄이 인상됐다. 다만 최근 폭염과 이상기후로 가격 인상 압력을 받고 있는 농산물과 수산물은 경쟁업체가 많아 담합 소지가 거의 없는 것으로 당국은 보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해 초 김동수 위원장이 취임한 직후 ‘가격불안품목 감시·대응 대책반’을 구성하고 94개 서민생활 관련 품목에 대한 조사에 나서 치즈, 컵커피, 김치업계 등에 과징금을 부과했다. 또 지난해 대통령에 대한 업무보고에서도 공정위는 ‘물가불안품목 감시 강화’를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보고할 정도로 ‘물가 관리’에 무게를 실었다. 하지만 최근의 가공식품 가격 인상과 관련해서는 “가격이 오른다고 무조건 개입하는 건 적절치 않다”며 한발 물러서는 태도를 보여 “물가단속 의지가 약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각에서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공정위 관계자는 “하반기 물가에 대해 우려가 있고 최근 이와 관련한 대통령의 말씀도 있어 점검 차원에서 시작한 것”이라며 “가격 점검은 공정위가 늘 하는 업무”라고 설명했다. 식품업계는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부의 물가정책에 협조하느라 가격 인상 시기를 최대한 늦춰 왔는데도 업계의 어려움을 모른 체하고 인상 자체만 문제 삼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당국의 조사가 정작 ‘식탁물가’ 안정에는 별다른 효과가 없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원자재 값 상승 등 오랫동안 억눌려왔던 가격인상 요인이 너무 커서 식품업계가 더는 버티기 어려울 것이란 점 때문이다. 실제로 동원, 오뚜기에 이어 사조는 최근 “참치 캔 공급가를 9% 올린다”는 내용의 공문을 주요 대형마트에 배포했다.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들이 납품업체에 전가하는 비용이 거의 줄어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압박으로 납품업체에 부과하는 판매수수료율은 내렸지만 판촉비, 인테리어비 등의 명목으로 징수한 추가비용은 더 큰 폭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백화점 3곳(롯데 현대 신세계)과 대형마트 3곳(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TV홈쇼핑 업체 5곳(GS CJO 현대 우리 농수산) 등 대형 유통업체 11곳을 조사해 이들이 납품업체에 부과하는 판매수수료와 추가비용 실태를 20일 공개했다.○ 수수료 찔끔 인하 추가비용 대폭 인상 유통업체가 납품업체에 부과하는 판매수수료율(매출액 대비)을 보면 백화점은 2010년 29.7%에서 2012년 29.2%로 0.5%포인트 내렸고, TV홈쇼핑도 같은 기간 34.4%에서 34.0%로 낮췄다. 백화점에서 100만 원어치 상품이 팔리면 백화점이 29만 원을 갖고 71만 원만 납품업체에 지급한다는 뜻이다. 이에 비해 유통업체가 부과하는 각종 추가비용은 크게 불어났다. 납품업체 부담 중 가장 비용이 큰 인테리어비는 백화점의 경우 2009년엔 점포당 평균 4430만 원이었지만 2011년엔 4770만 원으로 7.7% 늘었다. 백화점 3곳 중에서는 신세계백화점이 5680만 원으로 가장 많았다. 백화점들의 평균 판촉비도 같은 기간 120만 원에서 140만 원으로 16.7% 올랐다. 다만 광고비와 판촉사원 수는 각각 점포당 20만 원, 0.3명 줄었다. 대형마트는 정도가 더 심했다. 대형마트의 판매를 돕기 위해 파견하는 판촉사원은 2009년에 납품업체당 41.1명이었지만 2011년엔 53.4명으로 29.9% 늘었다. 판촉비는 1억5010만 원에서 1억8000만 원으로 19.9% 증가했고 물류비와 반품액도 19.5%, 39.2% 상승했다. 5대 TV홈쇼핑 납품업체가 부담하는 자동응답시스템(ARS) 비용도 2009년 3130만 원에서 2011년 4850만 원으로 55% 급증했다. 이는 ARS로 구매하는 소비자에게 할인혜택을 주면서 그 비용을 납품업체에 전가한 것을 말한다.○ 대형마트는 이중으로 수익 공정위는 “대형마트가 백화점과 같은 별도의 판매수수료는 없지만 판매장려금이란 명목으로 납품업체로부터 수익을 이중으로 챙겨왔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사 결과 2012년 대형마트의 판매장려금 수준은 5.1%(매입액 대비)였다. 정부는 납품업체들의 추가부담이 늘어난 것이 유통업체들이 판매수수료 인하분을 판촉비 등으로 전가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추가부담이 늘어난 것은 유통업체의 독과점이 심화되면서 생긴 현상”이라며 “판촉비 등에서 법에 정해진 비율 이상으로 유통업체들이 비용을 전가한 것은 없는지 추가로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정위 발표에 한 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이 판촉행사를 할 때는 판촉비를 통상 납품업체와 절반씩 나눠 부담하는 데다 인테리어 공사도 납품업체가 알아서 결정하는 것”이라며 “수수료를 인하하면서 이익 감소분을 추가비용 형식으로 협력업체에 전가했다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2009∼2011년 대형마트 점포 수는 15∼30%씩 증가했다”며 “공정위는 점포 수가 증가하면 자연스럽게 판촉비와 물류비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간과했다”고 지적했다.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

공공요금과 농수산물 가격 등 생활물가가 치솟으면서 하반기에 ‘물가 폭풍’이 예고되고 있다. 시동은 식료품 업체들이 걸었다. 지난해 상반기부터 이어진 정부의 물가상승 억제 기조에 맞춰 가격 인상을 미뤄오던 관련 업체들은 최근 가공식품 소비자가격을 잇달아 올리고 있다. 여기에 이달 초 오른 전기요금을 시작으로 택시요금 등 공공요금도 들썩이고 있다. 문제는 연말이 가까워질수록 물가 상승의 압력이 더욱 커질 것이란 점이다. 여름 내내 급등한 국제곡물 가격은 4∼6개월의 시차를 두고 국내 물가에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침체로 한동안 잠잠했던 국제유가마저 최근엔 오름세로 방향을 틀었다. 전문가들은 수요가 침체된 가운데 비용 증가에 따른 인플레이션이 나타나면서 저성장과 고물가가 결합된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이 연말쯤 본격화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 택시 기본요금 3000원대 시대 눈앞 19일 기획재정부와 국토해양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전국의 택시요금이 이르면 내년 초 일제히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전국의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인상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현재 지역에 따라 2200∼2400원인 기본요금이 최고 3000원을 넘기는 곳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부산시는 내년 1월 기본요금을 2200원에서 2800원으로 인상하기로 했고 서울시도 택시업계의 요금 인상안을 접수한 상태다. 정부는 또 시외버스 요금도 5∼10%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장철을 앞두고 식탁물가도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전국 평균 배추 상품(上品)의 도매가격은 지난달 말 kg당 760원에서 이달 17일 990원으로 30.3%나 올랐다. 상추 가격도 17일 현재 4kg에 1만9600원으로 1주일 전(10일)보다 11.4% 올랐고, 시금치도 같은 기간 43.1% 상승했다. 가공식품업체들은 이미 상당수 주요 제품의 가격을 인상했다. CJ제일제당은 최근 ‘햇반’값을 10년 만에 9.4% 올렸고, 동원 오뚜기 등은 참치캔 가격을 최대 10% 가까이 인상했다. 코카콜라 새우깡 맥주 라면 등 다른 가공식품의 가격도 이미 올렸거나 해당 업체들이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최근의 릴레이 가격 인상은 지난해부터 정부가 가격담합 조사, 과징금 부과 등으로 인상을 최대한 억제하던 식품업체들이 채산성의 한계에 부닥쳐 피치 못하게 값을 올린 것”이라고 말했다. ○ 정부도 ‘뾰족한 대책’ 없어 정부는 물가관리의 분수령으로 올해 말을 지목하고 있다. 세계적인 가뭄으로 인한 국제 곡물가격 상승분이 단기적으로는 국내 외식비, 가공식품 가격에 반영되고, 장기적으로는 사료 가격 급등을 야기해 축산물 가격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농무부(USDA)에 따르면 국제 선물(先物)시장에서 옥수수 가격은 17일 현재 t당 317달러로 연초(1월 평균가격)보다 27.8% 올랐고, 밀과 콩 가격도 같은 기간 각각 26.9%, 38.8% 급등했다. 한동안 경기침체로 하향곡선을 그리던 국내 휘발유 가격마저 국제유가 상승의 여파로 최근 한 달간 L당 70원가량 올랐다. 오정근 고려대 교수(경제학)는 “국제 곡물, 유가의 상승세는 수요 증가가 아닌 비용 상승의 결과”라며 “이대로 가면 올 하반기 한국 경제에 스태그플레이션이 닥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정부로서는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게 문제다. 침체된 경기를 고려할 때 한국은행의 금리인상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동안 정부의 ‘물가 지킴이’를 자처해온 공정거래위원회도 최근 식품업계의 가격 인상에 이렇다 할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담합 관련 신고나 불공정거래 혐의 없이 가격이 올랐다고 무조건 조사에 들어가면 시장에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물가엔 환율 유가 기후가 ‘3대 변수’로 꼽히는데 이 중 기후가 제일 예측하기 힘들다. 요즘 매일 하늘만 쳐다보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
9월부터 20, 30대 직장인은 집을 사기 위해 만기 10년 이상 분할상환 담보대출을 받을 때 지금보다 최대 26%까지 돈을 더 빌릴 수 있게 된다. 소득이 없는 은퇴자와 고령자도 부동산 등의 보유 자산이 있으면 은행 담보대출 한도가 늘어난다. 정부는 17일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3차 경제활력대책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내수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이 대책에 따르면 앞으로 총부채상환비율(DTI)을 계산할 때 40세 미만 직장인의 ‘장래 예상소득’이 반영된다. 이에 따라 월급 200만 원인 25세 무주택 근로자의 대출한도(연리 5%, DTI 50%, 20년 만기)는 1억5000만 원에서 1억9000만 원으로 26.1% 늘어난다. 순자산(자산에서 부채를 뺀 금액)도 DTI 계산에 반영돼 고정수입이 없어도 재산이 많은 사람은 돈을 더 빌릴 수 있는 길이 열린다. 한편 새누리당은 이날 당정협의에서 경기 활성화를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정부에 공식 요구했다. 그러나 정부 측은 “이미 하반기에 8조5000억 원의 추가 재정투자가 집행되고 있다”며 난색을 표시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