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무더기 가격인상 가공식품 고강도 조사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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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료수 라면 참치 등 대상 “정보 교환만 해도 담합 간주”
업계 “원자재값 상승 외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가공식품업계의 무더기 가격 인상에 대한 점검에 착수했다. 지난해 ‘물가 지킴이’를 자처하며 식품 가격에 대한 대대적 조사에 나섰던 공정위가 다시 한 번 물가 단속의 전면에 등장하자 식품업계들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

공정위 고위 관계자는 21일 “지난달 말부터 줄줄이 가격이 오른 가공식품 품목들을 대상으로 위법 여부를 점검하는 작업에 들어갔다”며 “가격 인상이 적절했는지, 밀약(密約)이나 ‘편승 인상’의 소지가 없는지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직접 가격 인상에 합의하지 않았더라도 수입곡물 가격 등의 정보 교환만 해도 담합으로 간주해 처벌할 수 있다”고 말해 조사가 강도 높게 진행될 것임을 시사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음료, 라면 등 가공식품업계는 전형적인 과점(寡占) 구조로 소수의 상위 업체가 가진 시장지배력이 다른 업계보다 상대적으로 높다. 지난달부터 최근까지 콜라, 사이다 등 일부 음료수 가격이 7% 이상 올랐고 삼양라면(8.6%) 새우깡(11.1%) 햇반(9.4%) 카스맥주(6.0%) 등 가공식품 10여 개 품목의 가격도 줄줄이 인상됐다. 다만 최근 폭염과 이상기후로 가격 인상 압력을 받고 있는 농산물과 수산물은 경쟁업체가 많아 담합 소지가 거의 없는 것으로 당국은 보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해 초 김동수 위원장이 취임한 직후 ‘가격불안품목 감시·대응 대책반’을 구성하고 94개 서민생활 관련 품목에 대한 조사에 나서 치즈, 컵커피, 김치업계 등에 과징금을 부과했다. 또 지난해 대통령에 대한 업무보고에서도 공정위는 ‘물가불안품목 감시 강화’를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보고할 정도로 ‘물가 관리’에 무게를 실었다.

하지만 최근의 가공식품 가격 인상과 관련해서는 “가격이 오른다고 무조건 개입하는 건 적절치 않다”며 한발 물러서는 태도를 보여 “물가단속 의지가 약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각에서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공정위 관계자는 “하반기 물가에 대해 우려가 있고 최근 이와 관련한 대통령의 말씀도 있어 점검 차원에서 시작한 것”이라며 “가격 점검은 공정위가 늘 하는 업무”라고 설명했다.

식품업계는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부의 물가정책에 협조하느라 가격 인상 시기를 최대한 늦춰 왔는데도 업계의 어려움을 모른 체하고 인상 자체만 문제 삼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당국의 조사가 정작 ‘식탁물가’ 안정에는 별다른 효과가 없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원자재 값 상승 등 오랫동안 억눌려왔던 가격인상 요인이 너무 커서 식품업계가 더는 버티기 어려울 것이란 점 때문이다. 실제로 동원, 오뚜기에 이어 사조는 최근 “참치 캔 공급가를 9% 올린다”는 내용의 공문을 주요 대형마트에 배포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공정위#가격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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