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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맞네.” KEPCO 신춘삼 감독은 삼성화재와의 경기 후 혀를 내둘렀다. 그는 ‘괴물’ 가빈에 대해 “높이와 파워를 겸비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평했다. KEPCO는 안젤코를 내세워 가빈에 대항하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안젤코는 원래 삼성화재의 원조 괴물이었다. 2007∼2009시즌 삼성화재에서 뛰며 팀의 2연속 우승을 이끌었다. 2009년 일본으로 건너갔다 올해 5월 한국 무대에 복귀하니 가빈이라는 신형 괴물이 버티고 있었다. 삼성화재는 ‘가빈화재’로 불릴 만큼 안젤코의 흔적이 지워져 있었다. 안젤코는 올해 옛 친정팀을 2번 만나 모두 0-3으로 패했다. 전현직 삼성화재 에이스 간의 대결에서 이번에도 안젤코는 가빈에게 패했다. KEPCO는 25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안방경기에서 선두 삼성화재에 1-3(25-23, 22-25, 15-25, 22-25)로 져 3연패에 빠졌다. 삼성화재는 9연승을 달렸다. 안젤코는 2세트까지는 17득점하며 가빈보다 1득점 앞섰다. 하지만 뒤늦게 본격 시동을 건 가빈은 승부처였던 3세트에 맹공을 퍼부어 KEPCO를 무너뜨렸다. 가빈은 1세트에서 7득점(성공률 46.7%)으로 부진했지만 매 세트 나아졌다. 2세트 9득점, 3세트 11득점, 4세트 13득점으로 모두 40점을 따냈다. 안젤코는 28득점에 그쳤다. 한편 대한항공은 이날 패배한 KEPCO를 따돌리고 2위를 굳혔다. 대한항공은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열린 드림식스와의 경기에서 3-0(27-25, 25-16, 25-16)으로 손쉽게 승리를 따냈다. 승리의 일등공신은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한 마틴(4후위득점·5블로킹·4서브득점). 여자부는 1위 인삼공사가 현대건설에 3-0으로, 2위 흥국생명이 GS칼텍스에 3-1로 승리했다.수원=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선두 삼성화재가 22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에서 드림식스를 3-0(25-17, 25-19, 26-24)으로 제압하고 8연승했다. 가빈이 32득점으로 팀 공격의 64.2%를 책임졌다. 여자부 선두 인삼공사는 GS칼텍스를 3-0으로 꺾고 10승(2패) 고지에 올랐다. 한편 올스타전 인기투표에선 대한항공 한선수와 흥국생명 나혜원이 1위를 차지했다.}
현대캐피탈이 21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최하위 상무신협과의 경기에서 소속 세터 3명을 모두 기용하는 여유를 보이며 3-0(25-14, 25-14, 25-19)으로 이겼다. 2연승. 현대캐피탈은 수니아스가 17득점, 문성민이 11득점하며 공격을 주도했다. 현대캐피탈은 승점 28점으로 3위 KEPCO와 동점이 됐지만 다승에서 밀려 4위를 유지했다. 상무신협은 4연패.}
“빨리 끝내려는 욕심에 선수들이 초반 힘 조절을 못했다. 다행히 2세트를 이기면서 분위기를 바꿀 수 있었다.”(대한항공 신영철 감독) 대한항공이 18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열린 홈경기에서 LIG손해보험을 3-1(21-25, 29-27, 25-16, 25-22)로 꺾고 3연승을 달렸다. 대한항공은 1세트에서 팀 유효 블로킹이 1개도 없을 정도로 서두르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승부처였던 2세트를 듀스 접전 끝에 따내며 제 페이스를 찾았고 내리 두 세트를 거세게 몰아붙여 경기를 끝냈다. 마틴(28득점)과 김학민이 47득점을 합작했고 이영택과 곽승석이 각각 11점을 올리는 등 주전들이 고르게 활약했다. 대한항공은 승점 28로 2위 KEPCO와 동률이 됐지만 다승에서 뒤져 3위를 유지했다. LIG손해보험은 김요한이 양팀 최다인 29득점으로 분전했지만 부상으로 빠진 이경수와 페피치의 공백을 메우기엔 역부족이었다. LIG손해보험 이경석 감독은 “김요한이 혹사당하고 있어 안타깝다. 1월에 페피치를 복귀시켜 쉴 시간을 만들어 주겠다”고 말했다. LIG손해보험은 역대 팀 최다 연패 기록을 ‘7’로 늘렸다. 선두 삼성화재는 상무신협을 3-0(25-18, 25-19, 25-22)으로 완파하고 7연승을 달렸다. 여자부 흥국생명은 기업은행을, 인삼공사는 도로공사를 각각 3-0으로 꺾었다.인천=조동주 기자 djc@donga.com}
“12월만 기다렸어요.” 프로야구 선수들은 12월을 기다린다. 모처럼 쉴 수 있는 기간이기 때문이다. 시즌이 끝난 뒤 11월은 마무리캠프에 참가해야 한다. 1월에는 스프링캠프가 시작된다. 대만에서 열린 아시아시리즈까지 치른 삼성 유격수 김상수는 12월을 이렇게 정의했다. “아, 기다리고 기다리던 시간. 자고 먹고 쉬기만 해야죠.”구단 프런트도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들어가는 12월. 프로야구 선수들은 달콤한 12월을 어떻게 보낼까? ○ 너도 나도 결혼12월은 결혼 시즌이다. 올해 ‘결혼파’는 고영민 최준석(이상 두산), 이용규 신종길(이상 KIA), 조동화(SK), 김경언(한화) 등으로 20여 명이 시즌이 끝난 뒤 결혼식을 치렀다. 12월 허니문 커플이 많아 야구 선수의 자녀는 10월생이 많다는 설도 있다. 소속 구단 관계자 5명이 한꺼번에 결혼한 한 구단의 직원은 “선수뿐만 아니라 동료 직원들도 12월에 청첩장을 돌린다. 축의금 때문에 허리가 휠 지경”이라고 전했다.○ 가족과 함께 여행망중한을 즐기는 ‘12월 유목민’도 많다. 겨울 여행이나마 못다 한 가족 봉사를 하는 것이다. 야구 선수들에게 가정의 달은 5월이 아닌 12월이란 말도 있다.SK 이호준은 최근 미국 하와이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한화 투수 김혁민은 군 입대를 앞둔 동료 허유강과 하와이로 남남커플 여행을 떠났다. 넥센 김시진 감독과 정민태 코치는 재활 중인 투수들과 함께 울진 덕구온천에서 몸을 추슬렀다. 하지만 야구 선수에게 금기시되는 여행지도 있다. 바로 스키장이다. 부상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최근 한 유망주 투수는 스키장에서 부상을 입어 시즌 내내 고생하기도 했다. ○ 쉴 때 이사하자12월은 이사 비수기지만 프로야구 선수들에겐 이사철이다. 특히 소속팀을 바꾼 선수들은 새 보금자리를 구하느라 바쁠 시기다.SK로 이적한 선수들은 인천 송도신도시를 선호한다. SK의 새 안방마님 조인성과 투수 임경완은 이곳에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임경완은 “전세가 없어 고생했는데 송도에 살고 있던 이호준 덕분에 집을 구했다”고 했다. SK에서 롯데로 이적한 이승호는 해운대에 새 집을 구했다. 4년 계약을 한 만큼 가족 모두 이사할 예정이다.반면 LG에서 한화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투수 송신영은 아직 집을 구하지 못했다. 그는 “인터넷으로 알아보고 있는데 쉽지 않다. 연말을 넘기면 아내가 집을 찾아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 “놀 여유 없다” 절치부심파1년에 한 달뿐인 휴식조차 반납하고 부활을 꿈꾸는 이들도 있다. LG 임찬규는 매일 4시간씩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몸을 만들고 있다. 그는 “(윤)석민, (류)현진이 형처럼 야구를 잘하면 여행을 가겠지만 나에겐 아직 사치다. 겨울엔 일대일 트레이닝을 받을 수 있어 좋다. 내년 마운드에 오르는 순간을 꿈꾸며 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넥센 이택근도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재활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한화와 계약을 앞둔 박찬호도 서울 리베라호텔에서 개인 훈련을 하고 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
▽프로농구△삼성-LG(잠실실내·KBSN) △SK-KT(잠실학생·이상 19시)▽여자프로농구 △국민은행-신한은행(17시·청주·SBS-ESPN)▽프로배구 △도로공사-흥국생명(17시) △상무신협-대한항공(19시·이상 성남·MBC스포츠플러스)▽씨름 올스타전(11시·문경체육관·MBC스포츠플러스)▽탁구 최강전 챔피언전(12시·부천 송내사회체육관·MBC스포츠플러스)}
미치도록 야구가 좋았다. 야구를 직업으로 삼고 싶었다. 그러나 프로의 문은 높았다.김진웅(19)은 추신수(29·클리블랜드) 같은 선수를 꿈꿨다. 초등학교 때 야구를 시작해 고교 때까지 선수로 뛰었다. 하지만 2009년 8월 열린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지 못했다. 결국 영동대 스포츠지도자과로 진학했다. 그러나 학창 시절을 바친 야구를 포기할 순 없었다.2년 세월을 아쉬움으로 보낼 즈음 새로운 기회가 왔다. 국내 최초의 독립 야구단 고양 원더스가 지난달 트라이아웃을 실시한 것. 김진웅은 합격자 명단에 포함됐다. 그와 비슷한 처지였던 42명과 함께 2일부터 전북 전주에서 새로운 인생을 위해 땀을 흘리고 있다. 하지만 최종 멤버 30여 명에 포함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무한 경쟁이다.프로 선수가 될 수 있는 기회인 고양 구단이 12일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킨텍스 제1전시관에서 창단식을 열었다. 김성근 전 SK 감독이 초대 사령탑을 맡아 이 외인 구단을 이끈다. 김 신임 감독은 “야구인으로서 현장을 떠날 때가 왔지 않나 했는데 다시 이런 기회가 온 게 내 인생에서 마지막 행운이 아닌가 싶다”며 “무에서 유를 창조하기 위해 열심히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 감독은 이날 팬들에게 둘러싸여 사인 요청 공세를 받을 정도로 인기가 여전했다. 구본능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는 사재를 털어 야구공 3500여 개를 고양 구단에 선물했다. 김 감독은 “총재가 야구공을 많이 준 것은 연습을 열심히 시키라는 의미로 알고 있겠다”고 화답했다. 고양은 내년 시즌 퓨처스리그(2군) 각 팀과 번외로 48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프로야구 공식 기록으로는 남지 않지만 흙 속에 묻힌 진주가 탄생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고양은 또 새로운 시도를 한다. 허구연 MBC 야구 해설위원은 “국내뿐 아니라 일본 남미 등 해외 선수들도 받을 예정”이라며 “프로에서 탈락한 선수들이 다시 프로에 진출하는 무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허 위원은 “독립야구단이 야구의 파이를 키워주는 역할을 해야 우리 야구가 산다”고 강조했다.김 감독은 내년 1월에 일본실업팀 및 독립팀과 11경기를 잡아놨다고 했다. 상대가 누구든 실전 경험을 쌓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고양=조동주 기자 djc@donga.com}
대한항공이 상위권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대한항공은 11일 인천 도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현대캐피탈과의 안방경기에서 3-1(25-23, 24-26, 25-22, 25-20)로 이겨 3위(승점 22)로 한 계단 올라섰다. 현대캐피탈은 4위(승점 21). 대한항공은 이번 시즌 현대캐피탈과 맞대결에서 세 번 모두 이겼다. 승부를 가른 건 3세트였다. 세트 스코어 1-1이던 3세트 중반 10-13에서 대한항공은 김민욱의 2연속 서브 득점을 시작으로 차근히 포인트를 따 23-16까지 점수차를 벌리며 세트를 따냈다. 기세를 탄 대한항공은 4세트를 손쉽게 이기며 풀세트의 악몽에서 벗어났다. 대한항공은 이번 시즌 13경기 중 9경기를 풀세트로 치렀다. 대한항공은 마틴이 20득점으로 평소보다 활약이 미진했지만 곽승석, 진상헌, 김학민이 나란히 9득점하는 등 고르게 활약했다. 한선수는 이날 아침 복통으로 주사를 맞고 출전하는 투혼을 발휘했다. 현대캐피탈은 이날 역대 세 번째로 팀 통산 2만 득점(2만80점) 고지에 올랐지만 패배로 빛이 바랬다. KEPCO는 LIG손해보험을 3-1(21-25, 25-23, 25-23, 25-22)로 꺾어 승점 28을 기록해 1위 삼성화재를 2점 차로 추격했다. KEPCO는 안젤코(34득점)와 서재덕(17득점)이 51득점을 합작했다. LIG손해보험은 김요한이 양 팀 최다인 37점을 올렸지만 범실을 12개로 줄인 KEPCO의 철벽 수비에 무너졌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프로농구△전자랜드-동부(인천·MBC스포츠플러스) △LG-인삼공사(창원·SBS-ESPN·이상 15시) △모비스-SK(17시·울산·KBSN)▽여자프로농구 △우리은행-KDB생명(17시·춘천·SBS-ESPN)▽프로배구 △드림식스-상무신협(14시) △GS칼텍스-도로공사(16시·이상 서울·이상 KBSN) △기업은행-현대건설(16시·화성·MBC스포츠플러스)}
프로야구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11일 오후 2시 30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 제1전시장에서 열린다. 전문가 329명의 투표는 9일 마감되며 선발된 베스트10이 나온 초등학교에는 1500만 원 상당의 후원물품이 전달될 예정이다. 한국시리즈와 아시아시리즈를 석권한 삼성 류중일 감독과 30년간 상무를 이끌었던 김정택 전 감독은 공로패를 받는다.}

이대호는 일본 오릭스에 입단하기 전까지 국내 프로야구 선수 중 가장 무거운 선수였다. 몸무게는 무려 130kg. 거구인 탓에 2루타성 타구를 날리고도 1루에 머물곤 했다. 오릭스의 오카다 아키노부 감독이 “살을 빼고 왔으면 좋겠다”고 말할 정도였다. 이대호는 올 시즌 직후 등산과 수영, 요가로 10kg을 뺐다. 100kg의 거구였던 한화 최진행도 다이어트 삼매경에 빠져 있다. 그는 지난 한 달간 일본 나가사키 마무리 훈련에서 5kg을 줄였다.스포츠 전문가들은 뚱뚱하다고 무조건 나쁜 건 아니라고 말한다. 강흠덕 두산 트레이너(대한선수트레이너협회장)는 “유명한 홈런 타자들은 대부분 체중이 많이 나간다. 체중이 받쳐줘야 파워 배팅을 할 수 있다. 특히 가슴둘레가 큰 게 특징이다”라고 설명했다. 미국 프로야구 사상 처음으로 한 시즌 70홈런을 친 마크 맥과이어(은퇴)는 113kg, 통산 최다 홈런 기록(762개)을 보유한 배리 본즈(은퇴)는 108kg이었다. 체육과학연구원 송주호 박사는 “운동량은 속도×질량이다. 몸이 무거워야 체중을 실어 공을 때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체중이 많이 나가면서 몸이 유연한 선수들이 장타력을 갖고 있다. 뛰는 데 무거움을 느끼거나 옆구리 살이 쪄서 스윙이 힘들 정도가 아니라면 굳이 체중을 뺄 이유는 없다”고 했다.이대호의 빈자리를 채울 차세대 빅보이는 두산 최준석과 KIA 박성호다. 둘 다 115kg으로 현역 선수 가운데 가장 무겁다. 강흠덕 트레이너는 “최준석의 몸무게는 115kg에서 늘었다 줄었다 한다. 본인이 살을 빼겠다는 생각은 있지만 쉽진 않다”고 했다. 야간경기가 끝난 뒤 야식을 먹는 프로야구단의 특성 때문이다.각 구단 트레이너들은 시즌 중에는 거구의 선수들에게 몸무게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는다. 선수 본인이 체중에 대한 스트레스가 많기 때문이다. 강 트레이너는 “김동주는 평소 100kg이 넘지만 체지방량보다 근육량이 많아 별문제가 없다. 반면 최준석은 체지방량이 많아 시즌이 끝난 뒤 달리기 등으로 체중 감량을 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투수, 포수, 내야수와 외야수 등 포지션별로 가장 무거운 선수로 한 팀을 꾸리면 어떨까. 투수는 KIA 박성호, 포수는 SK 조인성(108kg)이 맡고 내야는 1루수 두산 최준석, 2루수 한화 정원석(90kg), 3루수 전 두산 김동주(102kg), 유격수는 롯데 황재균(88kg)이 자리를 잡는다. 외야수는 나란히 100kg인 두산 김현수, 한화 최진행과 전 한화 가르시아가 꼽힌다. 베스트9의 총 몸무게는 918kg으로 평균 102kg에 이른다. 사령탑으로는 KIA 선동열 감독(97kg)이 가장 무겁다.올 시즌 8개 구단 선수의 평균 체중은 84.09kg. 평균 체중이 가장 무거운 팀은 롯데(85.22kg)였고 가장 가벼운 팀은 넥센(83.0kg)이었다. 가장 가벼운 선수는 올해 신인 드래프트 3라운드 29순위로 두산에 지명받은 이규환(65kg)이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서울시가 도시빈민의 주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 ‘반값 고시원’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동작구 노량진 고시원을 찾은 박원순 서울시장은 ‘반값 고시원’ 운동을 펼치는 박철수 반값고시원추진운동본부 대표(56)를 현장에서 만났다. 박 시장은 실제로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지 공청회를 조직해볼 것을 지시해 이번 달 중 관계자들을 모아 협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시는 고시원을 포함한 빈민층 주거대책 마련에 나설 계획이다.○ 도시빈민 60만 시대한 평짜리 인생을 사는 서울의 도시빈민은 60만 명에 육박한다. 6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시내 고시원은 5369곳에 이른다. 방은 약 20만 개가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고시원과 비슷한 주거 형태인 단칸방과 쪽방, 옥탑방을 포함하면 약 60만 명이 한 평짜리 방에 살고 있는 것.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 같은 저소득층의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공임대주택 8만 채 건설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박 대표는 한 평짜리 고시원에서 월세 인생을 살고 있는 도시빈민 문제를 해결하려면 고시원을 전세로 임대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박 대표는 “매달 월급의 반 이상을 방값으로 써야 하는 현실에서는 이들이 극빈층에서 벗어날 길이 없다”며 “예를 들어 33m²(10평)짜리 다세대주택 전셋값이 4000만 원이라고 하면 1평에 400만 원으로 전세를 내줄 수 있다는 논리”라고 설명했다. 고시원 전세가 실현되면 세입자가 월세 대신 전기·수도료만 부담하면 돼 수입을 저축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 월 25만 원을 내야 하던 세입자가 5만∼10만 원 정도만 내면 돼 말 그대로 반값 고시원이 실현되는 것. 박 대표는 “저소득층을 위한 대출지원제도인 햇살론과 미소금융을 이용하면 전세금 마련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궁극적으로 고시원은 없어져야”수익성이 떨어지는 전세고시원이 가능하겠냐는 지적에 박 대표는 “고시원 업주들은 현재 고시원 사업 자체가 수익을 내기 힘든 구조라고 입을 모은다”며 “고시원을 극빈 주거층을 위한 공동공익사업으로 추진해 업주들에게 저리금융 지원과 보조금 지급으로 수익을 보장해주면 된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복지정책인 ‘희망온돌 프로젝트’에서 시민기획위원으로 참여하는 박 대표는 재원을 충당할 수 있는 서울시와 고시원 업주, 정책전문가와 주민 당사자들이 모여 논의해볼 것을 시에 제안했다.박 시장은 민간이 운영하는 전·월세 임대주택이 저렴한 임대료의 장기임대주택으로 공급되도록 유도하는 ‘민간 안심주택’ 정책을 지난 보궐선거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와 함께 국토해양부 및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협의해 분양형 보금자리주택의 일부를 중소형 장기전세 임대주택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이처럼 시가 극빈주거 임대사업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그는 지난달 22일 박 시장과 만난 자리에서 서울시 공공근로 청년인력을 고시원 관리인원에 편입해 인건비를 줄이는 방안을 전달하기도 했다. 조금이라도 고시원 운영비를 낮춘다면 극빈층의 주거부담을 덜어줄 수 있을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박 대표는 “반값고시원 운동의 궁극적인 목표는 고시원이라는 기형적인 주거가 사라지는 것”이라며 “주거문제에 시달리는 빈민층에게 임시 안전망을 만들어주고 장기적으로 이들이 사람답게 살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

박원순 서울시장과 김문수 경기지사가 만나 수도권 버스요금 문제를 논의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박 시장과 김 지사는 24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JW메리어트호텔에서 조찬 회동을 갖고 버스요금 인상 등 대중교통 문제를 비롯한 각종 현안을 논의했다. 김 지사는 이 자리에서 “버스요금 인상은 서울과 경기, 인천이 이미 박 시장이 취임하기 전에 각 담당 국장들이 모여 합의를 했다”며 “서울시도 경기, 인천과 함께 보조를 맞춰 시스템을 통일하는 것이 시민의 혼란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시장은 요금 인상의 필요성에는 공감했지만 “버스요금 인상이 가져오는 영향과 대책 부분에서 추가적인 검토와 연구가 필요하다”며 즉답을 피했다. 요금 인상 여부를 결정하기에 앞서 버스회사의 경영합리화 등 시민들이 요금 인상을 납득할 만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한 것이다. 경기도와 인천시는 26일부터 버스요금(교통카드 기준)은 일반버스의 경우 900원에서 1000원으로, 좌석형 버스는 1500원에서 1800원으로, 직행좌석버스는 1700원에서 2000원으로 각각 인상하기로 한 상태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와 관련해서도 접점을 찾지 못했다. 김 지사가 GTX 사업에 대한 서울시의 적극적인 협력을 요청하자 박 시장은 “부채가 많은 서울시 입장에서 당장 시행하기는 어렵다”며 “장기적으로 필요성을 검토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한편 두 사람은 각종 현안을 해결할 상시적인 협력 관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모으고 기존 협의 채널인 광역경제권협의회 수도권대중교통조합 수도권행정협의회를 활성화하는 한편 별도의 새 협의체를 만드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박원순 서울시장이 26일로 취임 한 달을 맞는다. 정치 신인이지만 취임 첫날 무상급식 예산 지원을 전격 결정해 자신의 복지 구상을 실현하며 친서민 정책에 시동을 걸었던 그다. 온라인 취임식을 연 뒤 연일 파격 행보를 선보이기도 했다. 한 대학 특강에서 “등록금 철폐 운동을 왜 안 하느냐”는 돌출발언까지 한 박 시장은 여느 시장과 확연히 다른 행보를 보여 왔다. 출범 한 달을 맞은 ‘박원순호 서울시 행정’을 4개의 키워드로 분석했다.○ 현장을 중시하는 친서민 행보그는 지난달 27일 취임 첫 일정으로 노량진수산시장을 방문했다. 이날 마지막 일정도 영등포 쪽방촌을 찾아 월동대책을 점검하는 일이었다. 환경미화원과 함께 쓰레기를 치우고 방사능 소동이 벌어진 노원구 월계동과 단수사태가 발생한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촌 아파트로 달려갔다. 서울시에 감정이 좋지 않은 우면산 산사태 피해지역인 전원마을과 강남의 달동네인 구룡마을도 찾아갔다. 취임 28일째인 23일까지 이뤄진 박 시장의 현장방문은 공식적으로 파악된 것만 모두 14차례. 박 시장의 관용차인 카니발 승합차는 22일 기준으로 2002km를 달렸다. 휴일을 포함해 하루 평균 74km를 넘게 움직인 것. 주유량도 248L에 이른다. 전임 시장의 에쿠스 관용차는 다음 달 매각한다.○ 시정 운영 최우선 기준은 합리성박 시장은 ‘모든 정책을 무조건 뒤집어 혼란을 일으킬 것’이라는 일부의 의구심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으로 합리성을 내세웠다. 박 시장은 서울시 간부를 처음 만난 자리에서 “다른 견해가 있을 수 있지만 상식과 합리에 기준을 두면 모든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선거운동 기간에 “양화대교 공사를 중단해 전시행정의 표본으로 남기겠다”고 했지만 당선 후에는 예산 낭비가 우려된다며 계속 공사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31일 서울종합방재센터를 방문한 자리에서 “천재만은 아니다”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던 박 시장은 21일 재조사 여부에 대해 “속단하면 안 된다”며 신중한 입장으로 선회했다. 대대적인 물갈이가 예고됐던 간부 공무원 인사는 내년 3월경으로 미뤘다.○ 예측하기 힘든 즉흥적 행동하지만 현장 중심의 행보는 때때로 즉흥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박 시장은 15일 동국대 특강에서 “여러분이 어렵게 등록금 인하 투쟁을 해왔는데 왜 철폐 투쟁은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등록금은 예산과 재정의 문제가 아니라 비전의 문제이고 가치의 문제”라며 대학 등록금이 없는 독일 스웨덴 핀란드의 사례를 거론했다. ‘경제 사정이 다른 우리나라와 단순 비교할 수 없다’ ‘시장으로서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반박에 부닥치며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하지만 예고 없이 시청 사무실을 방문해 손수 피자를 나눠주고 직원 자녀와 직접 통화하는 등 즉흥적인 격식 파괴에는 환호를 받았다.○ 계속되는 협찬 논란선거 과정에서 계속됐던 ‘협찬’ 논란은 박 시장이 시정 운영에서도 기업이나 사회단체의 협찬을 받겠다고 밝히면서 또다시 고개를 들었다. 박 시장은 2일 정례간부회의에서 “공익에 투자하려는 기업과 사회단체의 협찬을 받아서라도 따뜻한 겨울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또 내년도 예산편성 과정에서 향후 3년간 일자리 창출을 위한 ‘사회투자기금’을 조성하는 데 전체 기금의 절반인 1500억 원을 기업 협찬으로 채우겠다고 밝혔다. 기자와 만나면 “언론이 협찬해 달라”며 적극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자신에 대한 비판의 단어를 자신의 강점으로 변화시키는 정치적 화법이라는 분석도 나온다.김재홍 기자 nov@donga.com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

‘월화수목금금금.’ 중국 산둥(山東) 성 출신 Y 씨(27·서울 C대)는 3개월째 주말 없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요리사 아버지 덕에 고향에선 경제적 어려움 없이 지냈지만 2007년 유학 온 한국의 물가는 상상을 뛰어넘었다. 그나마 싼 편이라는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의 3평짜리 자취방도 보증금 300만 원에 월 30만 원을 줘야 했다. 교통비와 한 끼에 3000원이 넘는 밥값만 해도 한 달에 60만 원은 족히 든다. 한 달에 최소 120만 원은 벌어야 유학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것이다. Y 씨가 매일 오후 11시부터 다음 날 오전 8시까지 편의점에서 밤샘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유다.Y 씨를 더 힘들게 하는 건 외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한국인보다 적게 받는 시급이다. Y 씨는 시간당 4500원을 받지만 같은 조건으로 채용된 한국인 아르바이트생은 6000원을 받는다. 16일 오전 1시 근무 중인 편의점 앞에서 만난 Y 씨는 “한국 친구들이 월급을 더 받아 속은 상하지만 당장 생활비가 급하기 때문에 항의할 생각은 못했다”고 했다.○ ‘유학생 알바’ 허용은 됐지만법무부는 2009년 6월 외국인 유학생의 안정적 생활을 위해 사전에 신고한 유학생에 한해 학기 중 주 20시간씩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실제 동아일보 취재팀이 최근 만난 외국인 유학생 125명 중 70명은 생활비를 벌기 위해 현재 아르바이트와 학업을 병행하고 있었다. 이들 대부분이 한국보다 1인당 평균 소득이 낮은 국가 출신이었다.이들은 인터뷰에서 “한국 물가를 감안할 때 주당 20시간만 일해서는 생활비조차 충당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시간당 최저임금인 4320원을 받는다고 가정하면 일주일에 8만6400원, 한 달에 34만5600원을 벌 수 있다. 주거비와 식비를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더구나 외국인 유학생은 최저임금도 받지 못할 때가 많다.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한 70명 중 3분의 1인 23명이 최저임금 미만의 시급을 받았다. 서울 S대로 3년 전 유학 온 중국인 탕정하오(唐正皓·22) 씨는 학교 앞 삼겹살집 보쌈집 노래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최저임금 이상의 시급을 받아본 적이 없다. 그는 “시급 4700원이라는 구인광고를 보고 찾아갔더니 ‘중국인이니 4000원만 주겠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부산에서 대학을 다니는 우즈베키스탄인 압두말리코프 아짐베크 씨(21) 역시 식당 웨이터 일을 하다가 노래방 아르바이트로 옮겼다. 그는 “웨이터 일을 할 때는 최저임금보다는 많이 받았지만 생활비가 부족해 매달 100만 원씩 주는 노래방으로 옮겼다”고 말했다.그러다 보니 주당 20시간 이상 불법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는 유학생이 대부분이다. 일부 악덕업주는 이 점을 악용해 임금을 깎거나 체불하기도 한다. 지난해 충북 청주시로 유학 온 중국 선양(瀋陽) 출신 류위자오(劉玉嬌·24·여) 씨는 “식당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사장이 2주일 넘게 월급을 주지 않아 발만 동동 굴렀다”고 했다. 전북 지역에서 공부 중인 중국인 여학생은 “칼국수집에서 일하고 돈을 받지 못해 결국 노동청에 신고했다”며 인터뷰 도중 눈물을 흘렸다.○ 생활고는 성적 하락으로 이어져밤샘 아르바이트에 치이면서 외국인 유학생의 학업 성적도 뒤처진다. 성적 미달로 장학금을 받지 못하면 더 많은 아르바이트를 해 학비까지 벌어야 하는 악순환이 시작된다.매일 오전 8시에 퇴근하는 Y 씨는 집에 들러 잠시 눈을 붙이고 오전 10시 반 다시 학교로 간다. 하지만 수업시간 내내 꾸벅꾸벅 졸기 바쁘다. 그는 “한국어 수업은 원래도 30% 정도밖에 이해를 못하는데 집중력이 떨어지니 더 뒤처진다”며 “시간에 쫓겨 발표나 과제도 제때 해내지 못할 때가 있다”고 털어놨다. 두 달 전부터 서울 회기역 인근 포장마차에서 일을 하고 있는 중국인 궈신(22) 씨도 “오후 11시부터 오전 7시까지 밤새워 일하고 다음 날 다시 수업을 들으러 가려니 체력이 달린다”고 했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부산=김태웅 기자 pibak@donga.com ▼ 돈없어 휴학하고 성매매 수렁에 빠지기도 ▼■ 곳곳에 검은 유혹의 손길중국인 A 씨(22·여)는 2008년 9월 서울시내 명문 사립대에 입학했다. 무역업을 하던 부모님과 함께 살며 1년간 학교를 다녔다. 그러나 사업이 잘 안 돼 가족이 뿔뿔이 흩어졌고, A 씨는 서울시내 자취방에서 홀로 살았다. 등록금이 없어 학교는 휴학했고 비자는 지난해 3월 만료돼 불법 체류자가 됐다.A 씨는 스스로 돈을 모아 다시 학교를 다니고 싶었다. 편의점과 식당에서 닥치는 대로 일을 했지만 등록금은커녕 생활비를 대기도 빠듯했다. 좀 더 나은 일자리를 찾다 올해 8월 인터넷에서 중국인 유학생을 상대로 호프집 종업원을 구한다는 글을 봤다. 시급도 1만5000원으로 높았다. 찾아 가니 용산구의 한 유흥주점이었다. 업주는 “남자 1명을 접대하고 2차를 나가면 15만 원씩 주겠다”고 꼬드겼다.A 씨는 다른 일을 하면서 한 달에 서너 번만 일하면 등록금을 모을 수 있다는 생각에 일을 시작했다. 이 주점에는 중국과 몽골에서 온 유학생이 6명 더 있었다. 평일에는 식당에서 서빙하고 주말에만 이 주점에서 일했다. 그러나 9월 경찰의 성매매 영업 단속 때 A 씨는 다른 종업원과 함께 붙잡혔다. 불법 체류자 신분이었던 A 씨는 결국 지난달 5일 중국으로 강제 추방됐다.좋은 아르바이트를 구하지 못하고 생활고에 시달리는 일부 외국인 유학생은 범죄에까지 내몰리고 있다. 일부 학생은 큰돈의 유혹에 못 이겨 성매매까지 나선다. 성매매 업주들도 한국 여성보다 싼값에 고용할 수 있는 외국인 유학생을 모집하려고 인터넷에 광고까지 낸다. 생활고 탓에 등록금을 못 내고 학업을 중단하면서 비자 연장이 안 돼 불법 체류자가 되고 결국 범죄의 늪에 빠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것. 법무부가 현재 공식 집계하고 있는 외국인 유학생 불법 체류자만도 4000여 명에 이른다.범죄 유형도 다양해지는 추세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지난달 20일 외국인 유학생을 고용해 진료를 하게 한 혐의(의료법 위반 등)로 정모 씨(44) 등 치과의사 3명과 우크라이나 출신 유학생 B 씨(35)를 입건했다. 국내 명문대 치의학대학원에 다니는 B 씨는 정 씨의 병원에 통역사로 채용된 뒤 외국인 환자를 진료한 것으로 조사됐다.취업을 노린 ‘가짜 유학생’도 잇따라 적발되고 있다. 2008년 12월 충남 아산시의 한 사립대에서는 중국인 유학생 10여 명이 브로커에게 800만∼1000만 원을 주고 고교 졸업증명서와 성적증명서를 위조해 입학한 사실이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적발됐다. 이들은 학교에 다니지 않고 인근 산업단지 공장에 취업해 일을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 中-동남아 학생 시간당 5000원 ‘막노동 알바’ ▼영미권 출신은 편한 일 하면서도 2배 받아■ 국적따라 일자리 양극화외국인 유학생들도 우리 대학생들처럼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지만 국적과 사용하는 언어에 따라 ‘일자리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었다.영미권 학생들은 ‘고액 아르바이트’ 시장에서도 환영받는다. 중앙대에 다니는 에릭 헨슨 씨(20·미국)는 학교가 운영하는 ‘잉글리시 라운지’에서 매달 50시간 일한다. 외국인 학생을 위한 편의시설을 관리하고 안내하는 일인데 시급이 1만 원이다. 헨슨 씨는 “돈을 모아 이번 성탄절에 여행을 갈 것”이라며 “친구가 추천해 유학을 왔는데 한국 사람들이 정말 친절하게 대해줘 행복하다”고 말했다.아시아 출신이라도 영어에 능숙하면 높은 시급을 받을 수 있다. 한양대에 다니는 웡수린 씨(22·여·말레이시아)는 최근까지 서울 잠실의 한 화장품 가게에서 일했다. 말레이어 외 영어 중국어에도 능숙해 주로 외국인 손님을 상대했다. 시급도 한국 아르바이트생보다 1000원 많은 6000원을 받았다. 그는 “일을 그만둘 때 사장님이 ‘조금만 더 일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전했다.반면 중국이나 베트남 등 개발도상국 출신에 영어가 서툰 학생들은 ‘일은 많고 받는 돈은 적은’ 아르바이트를 주로 한다. 충북 청주의 C대에 재학 중인 리장(李江·22) 씨는 주말마다 오전 8시 반부터 오후 5시까지 전자제품 공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시급은 5000원으로 한 달에 받는 돈은 40여만 원이다. 그는 “무거운 물건을 자주 옮겨야 해 늘 힘들고 피곤하다”고 했다. 부산의 B대에 다니는 뉴톈이(牛天宜·21) 씨는 한국에 와서 처음 한 아르바이트가 전단지를 배포하는 일이었는데 시급으로 5000원을 받았다. 그는 “식당에서 일하다 보면 돈을 제때 못 받는 경우가 많다고 해 돈 떼일 걱정 없는 일을 찾아서 하게 됐다”고 말했다.주애진 기자 jaj@donga.com }
박원순 서울시장이 우면산 산사태 재조사 여부에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박 시장은 21일 오후 우면산 산사태 피해지역인 서초구 전원마을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재조사 여부를) 속단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산사태 원인에 대한) 여러 이야기가 있으니 충분히 들어볼 생각”이라며 “객관적인 조사 결과에 기초해 후속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고 밝혔다.박 시장은 또 23일 제출될 시 원인조사단의 최종보고서에 대해서도 “보고서는 오직 객관적인 상황과 진실에 따라 작성되고 결론 내려져야지 임의적으로 시장이나 다른 사람의 의사가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며 “오늘은 그런 측면보다 겨울이 다가오고 있는데 피해 주민들이 현장에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들어보기 위해 온 것”이라고 말했다.이에 앞서 16일과 17일 우면산 산사태 원인에 대해 정반대의 입장을 취하고 있는 전문가들을 연이어 만난 박 시장이 이날 신중한 자세를 보여 서울시가 재조사 여부를 놓고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박 시장은 이날 우면산 피해지역 외에도 강남의 판자촌인 구룡마을을 방문해 주민들을 위로하고 철저한 월동대책을 지시했다. 주민들은 민간이 주도하는 개발방식이 적합하다고 주장했다. 박 시장은 “개발은 주민의 입장이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면서도 “당장 답변할 수는 없고 모든 것을 종합해 판단하겠다”며 역시 신중한 자세였다.김재홍 기자 nov@donga.com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

“제시문을 통해 각 시냅스에서의 신경전달 방식의 차이를 추론하고, 자가면역 질환인 근위축증에서 아세틸콜린의 역할, 통점과 촉점의 신경전도 속도 차이의 발생 원인을 논하라.”19일 치러진 고려대 자연계열 논술고사 문제다. 임성호 ㈜하늘교육 대표이사는 “시냅스는 생물 Ⅰ에서 나오는 주제지만 문제가 대학 수준의 어려운 난도였다”고 말했다.고려대 숙명여대 아주대 한양대 등 주요 대학의 수시모집 논술고사가 끝났다. 지난해보다 전반적으로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가운데 일부 대학을 제외한 대부분이 어려운 논문이나 학술지, 영어 지문을 출제했다.전문가들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내년에도 쉽게 나오면 변별력을 얻기 위해 많은 대학이 고난도의 논술고사를 출제할 것으로 전망한다. 내년 입시를 앞둔 고교 2학년생들은 “학원에 가거나 과외를 받지 않으면 논술고사를 대비할 수 없다”고 푸념하고 있다.○ 대교협 권고에도 ‘어려운 논술’ 계속지난달 3일 치러진 이화여대 인문계열1 논술에서는 미국 사회학 저널에 실린 영어논문을 이용해 표준시간대 설정이 필요한 이유를 묻는 문제가 나왔다. 역시 지난달 1일 실시된 연세대 자연계 수리논술에서는 집합과 평균값의 정리 등을 이용해 기울기, 최댓값, 도함수, 적분 등을 구하는 문제 네 문항이 출제됐다. 이에 따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지난달 24일 “논술 문제를 어렵게 출제하지 말고 고교 교육과정을 고려해 출제해 달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일선 대학이 이를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A대 관계자는 “수능이 쉽다면 우수한 학생을 뽑기 위해 논술이라도 까다롭게 내서 걸러야 할 것 아니냐”고 말했다. 내년에도 수능이 쉽게 출제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예비 고3 학생들의 논술 준비 부담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 카페엔 과외모집 봇물최근에는 수시 논술전형으로 합격한 대학생 강사들이 귀한 대접을 받기도 한다. 대학마다 출제 경향이 다른 만큼 실전에서 합격한 대학생이 더 잘 가르친다는 믿음 때문이다.수험생들이 정보를 공유하는 네이버 카페 ‘수만휘’(수능 날 만점시험지를 휘날리자)에는 이 같은 대학생들의 과외 모집 글이 다수 올라와 있다. 성균관대에 논술전형으로 합격했다는 B 씨(24·여)는 “1학년 때부터 논술학원과 논술과외를 했다. 대학별 논술고사 일정에 맞춘 커리큘럼으로 단기 논술 과외를 진행한다”고 홍보했다.고려대 논술특수재능보유자 전형으로 합격했다는 김모 씨(26·4학년)도 “나는 7년간 논술과외로 역전 드라마를 많이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한 입시업체 관계자는 “어떤 대학의 논술전형 합격생이 그 대학 대비 강의를 하면 유명 강사보다 몸값이 두세 배 더 높다”고 귀띔했다.○ 단기 대학생 알바 주의일부 논술학원은 ‘전문 강사만 고용한다’고 홍보하면서 단기 대학생 아르바이트를 고용해 수험생을 속여 왔다. 논술이 어려워지면서 학원 문을 두드리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반짝 수익을 노리는 것이다.서울 강남구 대치동 M논술은 “대학생 아르바이트생은 쓰지 않고 교육청에 등록된 전문강사들이 첨삭한다”고 안내했다. 그러나 지난주까지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각 대학 인터넷 커뮤니티에 “논술 대면첨삭 선생님을 충원한다”는 글을 올려 대학생 아르바이트를 모집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단기 아르바이트생은 보통 시간당 1만5000원∼3만 원을 받는다.지난해 이 학원에서 논술첨삭 강사로 일했던 대학생 김모 씨(23)는 “수능 직전 기출문제를 내주고 아르바이트생끼리 토론해 가이드라인과 모범답안을 만들어 보라고 했을 뿐 학원 측이 따로 첨삭 요령을 알려주진 않았다. ‘이래서 어떻게 첨삭을 하느냐’고 학원에 문의하자 ‘선생님 실력이면 가능하실 거다’란 답이 전부였다”고 말했다.대구의 한 고교 교장은 “논술이 어려워질수록 학교에서 대비하기가 어려워 서울의 학원으로 가겠다는 상위권 학생을 막을 수 없다. 값비싼 수강료나 비전문가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이 떠안는 것”이라고 말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
서울시와 인천시가 수도권매립지 문제 해결을 위해 한시적인 별도의 기구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송영길 인천시장은 17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의 한 식당에서 조찬모임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공동합의문에 서명했다. 서울 쓰레기를 받아 매립해온 인천시는 2016년까지인 매립 기한을 연장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매립지 소유 지분 71.3%를 가진 서울시는 쓰레기를 매립할 다른 대안을 찾기 힘든 상황이라 이에 반발해왔다. 두 시장은 수도권매립지 문제를 단기간에 해결할 수 없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태스크포스(TF)를 즉시 구성하기로 했다. 박 시장은 회동 전 수도권매립지에 대한 사전 교감이 있었냐는 질문에 “당연히 실무적으로 해왔다”며 합의에 자신을 드러냈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지난해 12월 8일 한나라당이 예산안을 단독으로 처리하자 “날치기 통과는 독재정권이 부활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한나라당을 비난하며 소속 의원들을 끌고 거리로 나섰다.당시 한나라당 안형환 대변인은 “국민은 거리에 앉아 농성하는 야당이 아닌 타협하고 협의하는 야당의 모습을 보기 원한다”며 연일 국회 복귀를 촉구했다.2005년 겨울에도 똑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다른 점은 장외투쟁의 주체가 바뀌었다는 것뿐이다.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여당이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하자 그해 12월 8일 장외투쟁을 선언했다.여야가 바뀌면 말이 바뀌고 행동이 바뀐다. 똑같은 정치 현안을 놓고도 여당일 때와 야당일 때의 태도가 다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의 공방이 단적인 사례다. 노무현 정부가 한 일 가운데 가장 잘한 일로 한미 FTA를 꼽았던 민주당 손학규 대표. 노무현 정부 시절 통일부 장관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을 지낸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 이들에게 한미 FTA는 ‘구국의 결단’에서 4년 만에 나라를 팔아먹을 ‘을사늑약’으로 바뀌었다.한나라당도 마찬가지다. 홍준표 대표는 현재 민주당 등 야권이 극렬 반대하고 있는 한미 FTA 비준안의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를 두고 4년 전에는 “한국의 사법주권 전체를 미국에 바치는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모두 이제야 “당시에는 잘 몰랐다”며 어설픈 해명을 내놓고 있다.여야간 공수(攻守)를 교대함에 따라 말이 달라진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 당장 국회가 개원할 때면 여당은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여당이 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야당은 야당 몫이란다. 법사위는 본회의에 상정되는 법안의 ‘길목’이니 여야가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상임위다.대통령의 각종 인사를 두고도 여당은 “대통령의 인사권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하고, 야당은 “코드 인사, 낙하산 인사”라고 비판한다. 당의 이름과 논평을 내는 대변인은 달라져도 논평 내용은 매 한 가지다.이명박 대통령이 퇴임 후 거주할 사저에 역대 최대 예산이 들어간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한나라당은 머쓱해졌다. 홍 대표나 나경원 최고위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남 김해시 봉화마을 사저를 ‘아방궁’이니 ‘노무현 타운’이니 하며 공격했기 때문이다. 결국 나 최고위원은 서울시장 선거운동 중 유감의 뜻을 나타냈다.전문가들은 이런 정치인들의 ‘표변’이 ‘철학의 빈곤’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한다. 몇몇 실력자에게 공천을 받아 정치권으로 들어오는 구조 속에서는 애초 소신이나 신념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력자들의 이해관계나 당리당략에 따라 움직이다보니 여야가 바뀌면 ‘사고의 혼돈’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한 초선 의원은 “무한한 소신과 약간의 계산으로 정치권에서 성장하고 싶었는데 지금 남은 건 무한한 계산과 약간의 소신뿐”이라고 말했다.여기에 미래의 비전은 제시하지 못한 채 선거에서 이기면 된다는 ‘정치공학적 사고’가 더해지면 거짓말이나 말 바꾸기에 대한 도덕적 부끄러움조차 잊게 된다는 지적이다.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미국에선 정치인이 거짓말을 하거나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면 유권자들이 바로 외면한다”며 “우리나라 유권자들도 정치인들의 말을 검증하고 표로 심판해야 한다”고 말했다.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 의료민영화 가정한 글 → 앞뒤 자르고 “맹장수술 900만원” ▼‘촛불집회 당시의 사망설, 그 진실을 밝힙니다.’4일 오후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 토론방에는 ‘쥐대가리’라는 필명의 누리꾼이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 당시 한 여성이 전경들의 폭행으로 사망했다”는 글을 올렸다. 당시 10대 후반 여성이 사망했고 이 시신이 충북 청원군 대청호에서 발견됐지만 경찰이 이를 은폐했다는 내용이었다. 2008년 6월 광우병 촛불집회 때 처음 등장한 ‘시위 여대생 사망설’은 이 괴담을 처음 퍼뜨린 지방지 기자 최모 씨(51)가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뒤에도 여전히 사실처럼 온라인 공간을 떠돌고 있다. ○ 사라지지 않는 괴담확인되지 않은 정보부터 전혀 없는 일을 진짜처럼 꾸며낸 거짓말까지, 2011년 대한민국 인터넷에는 각종 소문과 괴담이 떠돌고 있다. 의혹 제기나 한쪽의 주장이 대중에게 수시로 반복 노출되면서 사실처럼 받아들여지는 경우도 많다.‘시위 여대생 사망설’이 없었던 일을 꾸며낸 ‘거짓말’이라면 최근 온라인상에 확산되고 있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된 괴담은 사실을 왜곡하거나 한쪽 입장에서만 재구성한 것들이다. 적지 않은 젊은층은 이들 괴담의 진위를 정밀하게 따져보지 않은 채 보편적이고 객관적인 사실로 받아들인다.‘한미 FTA가 발효돼 의료민영화가 이뤄지면 맹장수술비로 900만 원을 내야 한다’는 괴담이 대표적이다. 이 괴담은 그동안 반FTA 진영에서 ‘의료민영화가 진행되면 현재의 건강보험제도가 무효화되기 때문에 의료비가 급등할 수 있다’는 주장을 업그레이드한 버전이지만 의료비 자체가 오를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지난달 29일 시사콘서트 ‘나는 꼼수다’에서 등장한 ‘이명박 대통령-에리카 김 불륜설’은 확인되지 않은 정보, 혹은 확인이 불가능한 말을 사실처럼 퍼뜨리는 방식에 해당한다. 패널 중 한 명인 주진우 시사in 기자는 에리카 김이 자신과의 전화통화에서 “(이 대통령과) 부적절한 관계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내용은 ‘에리카 김과 이명박 대통령이 불륜 관계였으며 숨겨진 자식이 있다’는 루머로 번져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SNS가 괴담 확산최근에는 트위터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괴담의 주무대가 되고 있다. 140자로 글을 압축하는 과정에서 사실 관계가 왜곡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여기에 리트윗을 통해 각종 설이 번져 나간다.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온 장문의 한미 FTA 반대 논리가 ‘한미 FTA 체결하면 맹장수술비 900만 원’ 식의 짧은 한두 문장으로 압축돼 전달되는 것이다. 한미 FTA에 관한 각종 괴담은 주로 유명 인터넷 카페와 SNS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 카페 회원이 한미 FTA에 관한 질문을 올리면 카페에 올라온 글을 검색해 또 다른 회원이 댓글을 달고, 이 내용은 다시 트위터 등 SNS를 통해 해당 인물의 지인에게 전달되는 식이다. 인터넷을 통해 각종 괴담과 거짓말이 난무하는 현실에 대해 현택수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인터넷 카페나 SNS를 통해 퍼지는 루머는 평소 알던 사람들끼리 전달하는 것이기 때문에 훨씬 더 신뢰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사실을 믿는 게 아니라 정서에 와 닿는 것을 믿는다는 설명이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한국 사회에서는 사실 여부를 판단할 때 출처나 근거를 따지기보다는 ‘누가 그랬다더라’ ‘다른 사람들도 다 그렇게 알고 있어’ 식의 대세추정 성향이 있다”고 말했다. 성영신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공적영역에 대한 신뢰가 낮은 한국사회에서 안철수, 박원순, 김제동 씨 등이 지지를 얻는 이유는 사람들이 이들에게 마치 친구에게 하듯 사적인 신뢰를 보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 인터넷 괴담 막으려면 ▼정부는 ‘인터넷 괴담’에 속수무책이다. 최근 대검찰청은 “유언비어나 괴담 등을 인터넷에 올리거나 유포하는 행위 자체는 처벌할 수 없다”고 밝혔다. 허위사실 유포가 명예훼손에 해당되기 전까지는 나서는 게 쉽지 않다는 얘기다.2008년 정부와 한나라당도 탤런트 최진실 씨 자살 사건을 계기로 악성 댓글(악플)과 루머에 대해 ‘사이버 모욕죄’를 신설해 처벌하는 방안을 추진한 적이 있다. 하지만 야당과 시민단체의 반대로 일명 ‘최진실법’은 도입되지 못했다. 인터넷 여론에 대한 ‘재갈 물리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였다. 새 제도 도입이나 처벌 강화 등의 단기적 처방도 필요하지만 누리꾼 스스로 성숙한 민주시민으로서 자정능력을 키울 수 있는 중·장기적인 대책 마련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선플달기국민운동본부 이사장인 민병철 건국대 국제학부 교수는 “쓰레기 줍기에 참여해본 이들은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다”며 “누리꾼들은 자신이 한 일이 얼마나 파급력이 있는지를 모르는 경우가 많은 만큼 지속적인 캠페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효종 서울대 윤리교육과 교수는 “학교·평생 교육을 통해 정직의 가치가 우리 사회에 뿌리를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투명한 정보 공개로 국민의 불신을 해소하는 데 더욱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지난달 19일 광주 한 중학교 여학생이 수업태도를 꾸짖는 여교사의 머리채를 붙잡고 끌고 가면서 욕설까지 한 데 이어 1일 대구 한 중학교에선 남학생이 담배를 압수하는 교감의 얼굴과 배를 주먹과 발로 폭행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학생인권 존중, 전면체벌 금지’의 부작용이 교실에서의 참담한 ‘교권 붕괴’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교육 현장에서 교사들이 증언하는 교권 붕괴 실태는 더 충격적이다. 아이들은 “간을 본다”며 만만한 교사를 골라내 무시하고 학부모들은 폭력배까지 학교에 데려와 교사를 협박한다. 담임교사가 교실 자체를 포기하는 일까지 벌어지는 사이 교권 붕괴는 이제 거스르기 어려운 시대 흐름처럼 돼버렸다.경기 성남시의 초등학교 정모 교사(28)는 “요즘 초등학생들도 ‘교사가 회초리를 들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말을 듣지 않는다”며 “왕따 학생을 괴롭히지 말라고 주의를 주는 상황에서 보란 듯이 왕따 학생의 머리에 물을 끼얹는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지난해 이 학교 5학년 한 학급은 학생들이 교사를 무시하고 대들어 담임교사가 2번이나 바뀌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여교사(26)는 “상황이 심각한 반은 교사 1명으로 관리가 안 돼 교장이 맡아 수업을 할 정도”라고 말했다.교권 붕괴 현상은 중고등학교에서 더 심각하다. 수업 중인 교사 눈앞에서 ‘야설(음란한 소설)’을 돌려 읽으며 낄낄거리고 교실 바닥에 가래침을 뱉는 학생도 부지기수다. 심지어 “우리 아버지가 조폭이다”라며 교사를 협박하기도 한다. 지난달 서울의 한 남녀공학 중학교에서는 교사가 같은 반 여학생을 쓰레기통으로 때리는 180cm가 넘는 거구의 남학생을 말리다 쓰레기통에 맞아 피멍이 들기도 했다. 이 학교 교사는 “교사들도 남학생에게 맞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말리지 못했다”며 “학생들은 자신의 인권을 주장하면서 오히려 교사의 인권을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학부모들도 버릇없는 자녀를 훈도하기는커녕 ‘교사 무시’에 가세하고 있다. 경기도의 한 중학교에서는 교사가 담배를 피우다 걸린 여학생의 부모를 부르자 학생의 아버지가 폭력배 친구를 데려와 협박을 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충남 서산시의 한 초등학교 김모 교사(25)는 “교사가 한자를 가르치겠다고 가정통신문을 보내면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학부모가 전화로 반말과 함께 욕까지 퍼붓는다”며 “학생들이 부모들에게 물들고 있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교권 붕괴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는 것은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올 3월 발표한 ‘2010년 교권회복 및 교직상담 활동실적 보고서’ 중 지난해 접수된 교권침해 사례는 모두 260건으로 2001년 104건의 2.5배나 된다. 또 한나라당 주광덕 의원실의 학교별 학생징계대장 분석 자료에 따르면 올 1학기에만 교사에 대한 폭언과 욕설 건수가 1000여 건이나 됐다.교사들은 무너진 교권을 다시 세우고 교사의 설 자리를 찾아 달라고 호소하고 있지만 대안이 마땅치 않은 상태다. 한국교총 신정기 교권국장은 “학생인권조례가 학생들의 개인주의 성향과 맞물리면서 교실은 이미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 돼 버렸다”며 “교권 보호를 위한 ‘교원의 교육활동보호법’이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사의 인격적 권위를 보호하기 위한 취지로 만들어진 이 법은 2009년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의 발의했지만 아직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고 있다.교사들의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공주대 이명희 역사교육과 교수는 “교사가 전통적인 교사-학생 관계를 기대하기보다 학생들이 믿고 따르도록 자기 계발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김태웅 기자 pibak@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