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 치러본 대학생 모셔라”… 학원가 몸값 유명강사 3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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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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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문을 통해 각 시냅스에서의 신경전달 방식의 차이를 추론하고, 자가면역 질환인 근위축증에서 아세틸콜린의 역할, 통점과 촉점의 신경전도 속도 차이의 발생 원인을 논하라.”

19일 치러진 고려대 자연계열 논술고사 문제다. 임성호 ㈜하늘교육 대표이사는 “시냅스는 생물 Ⅰ에서 나오는 주제지만 문제가 대학 수준의 어려운 난도였다”고 말했다.

고려대 숙명여대 아주대 한양대 등 주요 대학의 수시모집 논술고사가 끝났다. 지난해보다 전반적으로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가운데 일부 대학을 제외한 대부분이 어려운 논문이나 학술지, 영어 지문을 출제했다.

전문가들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내년에도 쉽게 나오면 변별력을 얻기 위해 많은 대학이 고난도의 논술고사를 출제할 것으로 전망한다. 내년 입시를 앞둔 고교 2학년생들은 “학원에 가거나 과외를 받지 않으면 논술고사를 대비할 수 없다”고 푸념하고 있다.

○ 대교협 권고에도 ‘어려운 논술’ 계속


지난달 3일 치러진 이화여대 인문계열1 논술에서는 미국 사회학 저널에 실린 영어논문을 이용해 표준시간대 설정이 필요한 이유를 묻는 문제가 나왔다. 역시 지난달 1일 실시된 연세대 자연계 수리논술에서는 집합과 평균값의 정리 등을 이용해 기울기, 최댓값, 도함수, 적분 등을 구하는 문제 네 문항이 출제됐다.

이에 따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지난달 24일 “논술 문제를 어렵게 출제하지 말고 고교 교육과정을 고려해 출제해 달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일선 대학이 이를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A대 관계자는 “수능이 쉽다면 우수한 학생을 뽑기 위해 논술이라도 까다롭게 내서 걸러야 할 것 아니냐”고 말했다. 내년에도 수능이 쉽게 출제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예비 고3 학생들의 논술 준비 부담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 인터넷 카페엔 과외모집 봇물


최근에는 수시 논술전형으로 합격한 대학생 강사들이 귀한 대접을 받기도 한다. 대학마다 출제 경향이 다른 만큼 실전에서 합격한 대학생이 더 잘 가르친다는 믿음 때문이다.

수험생들이 정보를 공유하는 네이버 카페 ‘수만휘’(수능 날 만점시험지를 휘날리자)에는 이 같은 대학생들의 과외 모집 글이 다수 올라와 있다. 성균관대에 논술전형으로 합격했다는 B 씨(24·여)는 “1학년 때부터 논술학원과 논술과외를 했다. 대학별 논술고사 일정에 맞춘 커리큘럼으로 단기 논술 과외를 진행한다”고 홍보했다.

고려대 논술특수재능보유자 전형으로 합격했다는 김모 씨(26·4학년)도 “나는 7년간 논술과외로 역전 드라마를 많이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한 입시업체 관계자는 “어떤 대학의 논술전형 합격생이 그 대학 대비 강의를 하면 유명 강사보다 몸값이 두세 배 더 높다”고 귀띔했다.

○ 단기 대학생 알바 주의


일부 논술학원은 ‘전문 강사만 고용한다’고 홍보하면서 단기 대학생 아르바이트를 고용해 수험생을 속여 왔다. 논술이 어려워지면서 학원 문을 두드리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반짝 수익을 노리는 것이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M논술은 “대학생 아르바이트생은 쓰지 않고 교육청에 등록된 전문강사들이 첨삭한다”고 안내했다. 그러나 지난주까지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각 대학 인터넷 커뮤니티에 “논술 대면첨삭 선생님을 충원한다”는 글을 올려 대학생 아르바이트를 모집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단기 아르바이트생은 보통 시간당 1만5000원∼3만 원을 받는다.

지난해 이 학원에서 논술첨삭 강사로 일했던 대학생 김모 씨(23)는 “수능 직전 기출문제를 내주고 아르바이트생끼리 토론해 가이드라인과 모범답안을 만들어 보라고 했을 뿐 학원 측이 따로 첨삭 요령을 알려주진 않았다. ‘이래서 어떻게 첨삭을 하느냐’고 학원에 문의하자 ‘선생님 실력이면 가능하실 거다’란 답이 전부였다”고 말했다.

대구의 한 고교 교장은 “논술이 어려워질수록 학교에서 대비하기가 어려워 서울의 학원으로 가겠다는 상위권 학생을 막을 수 없다. 값비싼 수강료나 비전문가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이 떠안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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