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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는 특약점들에게 판매목표 달성을 독려하면서 실적이 낮은 곳에는 판매장려금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염가(廉價) 판매를 유도한 농심에 과징금 5억 원을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내렸다고 8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농심은 본사가 정한 월별 매출목표의 80%를 넘긴 특약점에만 판매장려금을 줬다. 유통채널 간 경쟁 심화로 본사에서 제품을 사는 값과 판매하는 가격의 차이가 적은 상황에서 판매장려금은 특약점의 실질적인 수익원이었다. 특약점들은 매출목표를 채우기 위해 손해를 감수하고 월말에 물건들을 싸게 처분했다. 농심 매출의 약 35%를 차지하는 특약점들은 총 559곳으로 본사 제품을 사들여 도매상과 소매상에 판매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판매장려금 지급은 판매목표를 강제한 것으로 볼 수 없지만, 적절한 판매수익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대체수익원인 판매장려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은 일종의 ‘강제 판매’ 불공정 거래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농심 관계자는 “공정위가 지적한 사안은 이미 모두 개선 조치가 끝났다”며 “특약점과 공생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실세 정치인은 뭔가 다르더라고요. 직원들 기(氣) 살리기 하나는 확실하지 않습니까.” 기획재정부의 한 국장급 관료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에 대한 평가를 묻자 이렇게 말했다. ‘초이노믹스’로 불리는 경제정책에 대한 호평도 없지 않지만 그보다는 꽉 막혔던 인사 문제를 단번에 풀어준 것이 인상 깊었다는 것. 재임 15개월간 단 한 명의 고위공무원도 승진시키지 못했던 전임 현오석 부총리와 달리 최 부총리는 지난해 7월 취임 후 열흘 만에 1, 2차관과 조달청장 관세청장에 대한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보직이 마땅하지 않았던 고위 간부들은 주요 지자체의 경제부지사, 경제부시장 등으로 갈 수 있도록 힘을 썼다. 그 어느 집단보다 인사에 민감한 관료들로서는 실세 정치인 출신인 부총리에 대한 평가가 후할 수밖에 없다. 정책 추진에서도 정치인 출신 장관은 부처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관료들은 말한다. 정무적 감각으로 당장 추진해야 할 정책과 장기 과제를 구분하고, 이 정책들이 구현될 수 있도록 주요 법안을 통과시키는 데 탁월한 능력을 자랑한다는 것. 예산을 배정하는 데도 정치인 출신 장관은 힘이 된다. 이주영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따낸 올해 해수부 예산은 4조6004억 원이었는데 이는 전년 대비 7.4% 늘어난 것. 해수부 설립(1996년) 이래 가장 많은 예산이기도 했다. 반면 정치인 출신 장관의 짧은 재임기간 탓에 부처가 본연의 업무에 집중하는 데 방해가 된다는 불만도 나온다. 해수부 내부에서는 ‘장관 인사청문회 준비’가 공식적인 연례행사가 됐다는 말이 나온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유기준 장관 후보자까지 3년 연속 장관 청문회를 치르게 됐기 때문이다. 유 후보자가 다음 총선을 앞두고 장관직에서 물러나면 내년에 또 청문회를 준비해야 한다.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판단하다 보니 무리한 정책을 어쩔 수 없이 추진하는 경우도 있다. 정세균, 최경환 등 정치인 출신 장관이 자주 거쳐 갔던 산업통상자원부의 한 관계자는 “한 전직 장관은 대놓고 ‘1년 안에 성과가 날 정책이 아니면 가져오지도 말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장관 지역구 사업도 챙겨야 할 숙제다. 한 관료는 “장관 지역구만 아니면 과장급 선에서 ‘말도 안 되는 사업’이라며 잘라버릴 만한 것도 그렇게 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고 했다. 세종=김준일 jikim@donga.com·홍수영 기자 }
지난해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1년 만에 처음으로 일본보다 낮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저물가는 경제 활력이 그만큼 떨어지고 있다는 의미로 1990년대 일본처럼 한국도 장기불황의 늪에 진입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5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3%로 일본의 2.7%보다 1.4%포인트 낮았다. 한국의 물가 상승률이 일본을 밑돈 것은 제1차 오일쇼크가 세계 경제를 강타했던 1973년 이후 처음이다. 당시 한국의 물가 상승률은 3.2%, 일본은 11.6%였다. 지난해 한국의 물가 상승률은 일본은 물론이고 OECD 회원국 평균(1.7%)보다도 0.4%포인트 낮았다. 일본 경제는 1995년 처음 마이너스 물가 상승률을 보이며 디플레이션에 빠져들었다. 이후 20년 동안 물가 상승률이 0% 아래를 밑돌거나 1%대를 넘기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해 소비세 인상 효과 및 엔화 약세 현상으로 인한 수입물가 상승으로 1993년 이후 처음으로 2%를 넘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날 펴낸 ‘KDI 최근경제동향 3월호’에서 “최근 긍정적 지표가 일부 나타나고 있으나 한국 경제의 전반적인 경기 상황은 여전히 부진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진단했다. 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 스피드메이트, 수입차 엔진오일 할인 이벤트SK네트웍스의 자동차 서비스 브랜드 ‘스피드메이트’는 보증기간이 만료된 2011년식 수입차 차주들에게 5월 말까지 엔진오일 ‘ZIC XQ TOP’과 차량 필터류를 3만 원에 교환해 주는 행사를 진행한다고 5일 밝혔다. 참여를 원하는 고객은 홈페이지(www.speedmate.com)나 고객센터(1600-1600)에서 예약을 하면 된다.■ 정몽구재단, 청소년 교육사업 업무협약현대차 정몽구재단(이사장 유영학)은 교육부, KBS미디어와 ‘중학교 자유학기제 활성화 및 농산어촌 청소년 진로 및 인성 교육’에 관한 업무협약을 5일 체결했다. 내년 도입되는 자유학기제는 중학교 교육과정 중 한 학기 동안 학생들이 시험 부담에서 벗어나 동아리, 진로탐색 등 다양한 체험활동에 참가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정몽구재단은 자유학기제 시행을 계기로 기존에 진행해 오던 다양한 청소년 교육지원 프로그램을 확대 실시하기로 했다.■ 현대車 ‘2015 제네시스’ 첫선현대자동차는 연식 변경 모델 ‘2015 제네시스’를 5일 선보였다. 차선을 이탈하면 스티어링 휠이 자동으로 주행 반대 방향으로 작용해 차선 안으로 복귀시켜 주는 ‘주행 조향보조 시스템’과 조수석에 앉아 있는 사람의 체형을 인식해 에어백이 터지는 강도를 자동 조절하는 ‘어드밴스트 에어백’ 등 안전장치를 추가했다. 가격은 4650만∼6920만 원으로 2014년형보다 모델별로 14만∼58만 원 올랐다.■ 한화케미칼, 삼성종화 인수 조건부 승인 받아공정거래위원회는 5일 한화케미칼과 한화에너지가 삼성종합화학을 인수하는 내용의 기업결합을 조건부로 승인했다. 공정위는 한화와 삼성의 에틸렌비닐아세테이트(EVA) 시장 점유율이 68%에 이르기 때문에 이번 인수를 승인하되 제품 가격 인상을 제한하는 조건을 내걸었다. 구체적으로는 △EVA 국내 가격 인상률을 수출 가격 인상률 이하로 유지하고 △국내 가격 인하율은 수출 가격 인하율보다 높아야 하며 △관련 내용을 반기마다 보고서로 제출해야 한다.}
지난해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1년 만에 처음으로 일본보다 낮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저물가는 경제활력이 그만큼 떨어지고 있다는 의미로 1990년대 일본처럼 한국도 장기불황의 덫에 진입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5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3%로 일본의 2.7%보다 1.4%포인트 낮았다. 한국의 물가 상승률이 일본을 밑돈 것은 제1차 오일쇼크가 세계경제를 강타했던 1973년 이후 처음이다. 당시 한국의 물가 상승률은 3.2%, 일본은 11.6%였다. 지난해 한국의 물가 상승률은 일본은 물론 OECD 회원국 평균(1.7%)보다도 0.4%포인트 낮았다. 일본 경제는 1995년 처음 마이너스 물가 상승률을 보이며 디플레이션에 빠져들었다. 이후 20년 동안 물가 상승률이 0% 아래를 밑돌거나 1%대를 넘기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해 소비세 인상효과 및 엔저 현상으로 인한 수입물가 상승으로 1993년 이후 처음으로 2%를 넘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날 펴낸 ‘KDI 최근경제동향 3월호’에서 “최근 긍정적 지표가 일부 나타나고 있으나 한국 경제의 전반적인 경기 상황은 여전히 부진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진단했다.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 먼 미래나 다른 나라의 일처럼 여겨지던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이 코앞의 현실로 다가왔다. 소비 위축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수출도 어려운 국면에 빠져들고 있고 가계소득이 줄어 물가마저 떨어질 위기에 처했다. 정부가 한국 경제의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공식화한 배경에는 이처럼 경제 전반의 활력과 기대심리가 꺾이고 있다는 총체적 위기의식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몇 년간의 흐름만 놓고 봐도 요즘 국내 경제는 경기 사이클의 변화에 따른 일시적인 침체에 빠졌다기보다 빙산에 부딪힌 배처럼 서서히 주저앉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4일 “우리 경제가 옆으로 횡보하는 답답한 움직임을 5, 6년째 지속하고 있다”고 말한 것도 이번 위기가 한두 가지 변수에 따른 이례적 현상이 아니라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내수 수출 물가… 가라앉는 경제지표 직장인 김모 씨(40)는 월 소득이 500만 원가량이지만 가처분소득은 사실상 100만 원 남짓밖에 안 된다. 1억 원이 넘는 전세금 대출 상환에 월 150만 원이 들어가고 각종 연금보험, 정기적금에도 100만 원 이상의 비교적 많은 돈을 붓는다. 관리비, 교육비 등 필수 생계비를 제외하면 여윳돈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김 씨는 “빚 갚느라 바쁜 데다 은퇴 이후의 삶도 대비해야 하니 항상 생활이 빠듯하다”고 말했다. 지금 한국 경제를 둘러싼 제반 여건을 보면 설령 유가 하락이라는 외부 요인이 사라진다고 해도 디플레이션 우려를 완전히 걷어내기는 불가능한 처지다. 구조적으로 가계가 소비를 늘릴 수 없어 물가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운 국면이기 때문이다. 우선 미래에 대한 불안은 가계의 지갑을 닫게 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한다. 노후 불안과 조기 퇴직에 대한 우려 때문에 설령 돈이 있어도 소비보다는 저축을 하는 경향이 나타나는 것이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가계가 앞으로도 경기가 나쁠 것으로 예상하는 데다 우리나라는 연금 등 복지체계도 잘 갖춰져 있지 않다”며 “소비를 늘릴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소비의 원천이 되는 가계소득과 자산가치도 정체되고 있다. 젊은층은 근로소득이 늘지 않고 50대 이상 중년층과 고령자들은 대출받아 산 주택 값이 오르지 않아 답답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가구주가 39세 이하인 가구의 지난해 월평균 소득은 434만 원으로 전년보다 0.7% 늘어나는 데 그쳤다. 2003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최근에는 삼성그룹마저 주요 계열사 임금을 동결하는 등 비정규직과 중소기업은 물론이고 그나마 사정이 나은 대기업 근로자들의 소득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공무원 장모 씨(39)는 6년 전 서울 강북지역에 2억 원을 대출받아 5억 원 상당의 아파트를 매입했지만 집값은 오히려 조금씩 떨어졌다. 그는 대출이자와 자녀 학원비를 감당하지 못해 결국 전세를 놓고 가족과 함께 부모님 댁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부동산 시장의 거래는 늘었지만 매매 가격은 여전히 옆걸음을 치고 있다. 앞으로는 집값이 쉽게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시장 전반에 확산된 탓이다. 가계자산의 70%를 넘는 부동산 가격이 정체되고 있는 반면 전셋값 인상과 생계비 마련을 위한 부채만 늘어남에 따라 장 씨처럼 소비를 줄이는 가계가 적지 않다. 그나마 경제의 버팀목이었던 수출도 최악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1월 수출은 1년 전보다 10% 급감하며 5년여 만에 하락 폭이 가장 컸다. 수출 기업들의 채산성이 점점 나빠지고 있어 직원들의 일자리도 위협받고 있다.○ 정부, “가계 부채보다 디플레이션 대응이 우선” 정부는 지난해 8월부터 두 차례 기준금리를 내리고 부동산 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등 단기 부양책을 집중적으로 쏟아냈다. 이는 세월호 사태가 어느 정도 수습되는 시기와 맞물리며 경기 반등이 어느 정도 현실화하는 듯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는 ‘반짝’ 회복에 그쳤고 지난해 말 소비심리는 세월호 사태 직후보다도 나쁜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런 흐름은 이달 초 발표된 산업생산 지표 악화로 이어졌다. 정권 출범 2년간 이렇다 할 경제적 성과를 내지 못한 정부도 다급해진 분위기가 역력하다. 국정과제에 한창 속도를 내야 할 집권 3년 차에 도리어 디플레이션 진입이라는 최악의 상황이 실제 눈앞에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경제부처의 한 고위 당국자는 “사실 지금은 가계부채 관리보다 재정 통화 정책을 총동원한 저물가 저성장 탈출이 더 시급한 국면”이라며 “디플레이션이 현실화하면 우리 경제에 돌이킬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 부총리가 이날 이례적으로 임금 인상을 기업들에 독려하고 나선 것도 정부의 기존 정책수단만으로는 현 상황을 타개하는 데 한계가 있음을 인정하고 민간의 도움을 청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디플레이션 가능성에 대해서는 예단을 피하고 있지만 현 경제 상황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렇다 할 대내외 충격이 없었는데도 경제주체의 불안심리는 오히려 커졌다”며 “우리 경제가 디플레이션 쪽으로 한 걸음 더 간 것은 사실”이라고 진단했다. 강중구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가까운 미래에 디플레이션이 올 거라고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경제 활력이 서서히 가라앉는다는 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유재동 jarrett@donga.com / 세종=김준일 기자}
경제 전문가들은 “지금은 ‘디플레이션이냐, 아니냐’를 놓고 교과서적 논쟁을 할 시간이 없다”고 경고하고 있다. 인위적인 정책이 다소 효과를 내는 인플레이션 국면과 달리 디플레이션이 일단 시작되면 거의 모든 정책수단이 효과를 발휘할 수 없는 만큼 경기의 숨통을 틔우고 경제체질을 바꾸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다. 4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우려한 대로 한국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지면 기업 활동이 위축되고 근로자의 실질임금이 감소하면서 소비가 줄어들어 물가가 다시 떨어지는 ‘축소 균형의 늪(디플레이션 악순환·deflation spiral)’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소득 감소로 집을 사려는 사람이 없어지면서 주택 가격이 떨어지고, 실질 채무부담 증가에 따라 빚을 감당하지 못하는 가계가 연쇄 도산하는 등 일본식 장기불황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1990년대 초부터 20년 동안 이어진 일본의 장기불황 당시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였던 시기 못지않게 0%대였던 시기가 적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 지난해 12월부터 올 2월까지 3개월 연속 0%대 물가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제조업이 성장의 한계에 부딪히고 사회 전반에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가 확산되는 점 등이 일본의 침체기와 닮은꼴이다. 현재 정부는 한국의 저물가 추세가 농산물과 석유류 가격 하락 등 공급 측면에서 시작된 것이어서 위기라고 보기 어렵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상승률도 지난해 9∼12월 1%대로 떨어졌다가 올 들어 겨우 2%대로 올라선 것이어서 안정적 추세라고 보긴 어렵다.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물가가 급락하는 상황이 가장 우려되는 만큼 선제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이재준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한국은행이 통화량을 늘리는 방향으로 과감하게 나가야 한다”며 “때를 놓치면 정책 대응을 할 수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중장기적인 안목으로 경제 구조개혁을 추진해 성장잠재력을 높여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이인실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미국의 벤 버냉키 전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양적완화 정책을 편 것은 경제학적으로 보면 ‘없는 길’을 걸어간 것”이라며 “지금 우리도 학문적 논쟁에 매달리지 말고 발상의 전환을 통해 경제체질 개선의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경기 안양시에 사는 주부 최진선 씨(31)는 지난해 초 세 살짜리 아들이 다닐 어린이집을 알아봤지만 제대로 된 정보가 없어서 결정을 내리는 데 애를 먹었다. ‘어린이집 정보공개포털’ 등 홈페이지에는 보건복지부 평가인증 점수가 대부분 90점 이상(100점 만점)이라고 나와 있었지만 엄마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에는 “점수는 믿을 게 못 된다”는 글이 가득했다. 주민센터, 구청에 문의했지만 “보육료 전액을 지원한다”는 대답 말고는 이렇다 할 정보를 얻지 못했다. 최 씨는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에선 별일이 없기만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무상보육, 기초연금 등 각종 복지 제도가 시행되면서 복지 예산이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100조 원을 돌파했지만, 이 돈이 제대로 쓰이는지 따지는 인증 및 평가는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있다. 표를 의식한 정치권이 앞다퉈 각종 무상복지 제도를 도입하다 보니 재정 지출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평가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금부터라도 재정 투입의 성과를 꼼꼼히 따져 효과가 없는 제도는 과감히 구조조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 18조 원 투입하면서 성과평가는 허술 정부는 올해 영유아 보육료 지원에 3조 원을 투입한다. 만 0세 자녀를 어린이집에 보내면 학부모에게는 아이사랑카드를 통해 월 40만6000원을 지급하고 어린이집에는 37만2000원을 지급한다. 올해 정부가 추진하는 정부-지방 매칭사업(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일정 비율로 함께 지원) 가운데 가장 많은 재정이 투입되는 분야가 무상보육이다. 하지만 무상보육 대한 성과평가 지표는 단 두 개에 불과하다. 시간연장보육 제공기관 수와 보육료 지원 만족도가 그것이다. 정부가 설문조사 형식으로 실시하는 ‘보육료 지원 만족도’ 조사에서 65% 이상이 만족하고 전국 어린이집 4만3936곳(2014년 3월 기준) 중 8861곳(20.2%)에서 시간연장 보육을 제공하면 이 사업은 ‘만점’ 평가를 받는다. 보육료가 어린이집에서 제대로 쓰였는지, 양질의 보육 서비스를 제공하는지 등은 평가에서 제외된다. 다른 복지 사업도 사정이 비슷하다. 기초연금의 경우 수급 예상자 중 98%가 연금을 받으면 성과를 거둔 것으로 인정한다. 통계에 중대한 오류가 발생하거나 집행 과정에 심각한 문제가 나타나지 않으면 무난히 달성할 수 있는 ‘있으나 마나’한 목표다. 정부의 성과평가는 예산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당초 계획한 목표를 달성했는지 측정하는 중요한 사후측정 수단이다. 연구개발(R&D) 사업의 상당수는 △과제당 매출 발생액 △지식재산권 발생건수 △사업화 성공률 등을 수치로 계산해 애초 설정했던 목표에 못 미치면 이듬해 예산을 편성할 때 규모를 줄이거나 사업 자체를 없애 버린다. 하지만 복지 사업은 이 같은 평가의 ‘사각지대’다. 기획재정부가 2013년에 복지 사업 중 처음으로 대통령 공약인 ‘저소득층 기저귀·분유 지원 사업’에 예비타당성 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지만 1년이 넘도록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윤희숙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일부 사업에 대해 성과평가가 이뤄지고는 있지만 사업 향방을 좌우할 정도는 아니다”며 “재정당국과 복지부가 협력해 복지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평가 결과와 재정 지원 연계해야 복지를 현장에서 집행하는 시설에 대한 평가체계도 부실하다. 무엇보다 평가 점수와 재정 지원이 연계돼 있지 않다 보니 시설을 개선하고 서비스 수준을 높일 유인책이 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어린이집의 경우 복지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보육진흥원이 평가인증을 맡고 있다. 인증을 받은 어린이집의 80% 이상이 90점 이상이기 때문에 수요자들이 어린이집을 선택하는 데 참고할 지표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진행한 평가가 재정 지원과 무관하다는 점이다. 지금은 점수와 상관없이 모든 어린이집이 0∼2세 원생 한 명당 월 11만8000∼37만2000원의 보조금을 받는다. 학부모들이 아이사랑카드를 통해 직접 받는 보육료와는 별개다. 선진국은 재정지원과 평가를 강력하게 연계하는 식으로 재정 누수를 막고 복지의 질을 높이는 데 힘쓰고 있다. 호주는 정부 인증을 받은 어린이집에 다닐 때만 부모가 양육비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일정 수준에 미달하는 보육시설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부모에 대해서도 소득과 취업 여부는 물론이고 구직활동이나 직업훈련을 하는지 등에 따라 최대 3배까지 보육료 지원액에 차이가 난다. 정익중 이화여대 교수(사회복지학)는 “당장 사업을 추진하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평가는 서류심사에 머무르고 그나마도 일회성으로 이뤄진다”며 “평가를 전담하는 기관을 설립하는 한편 예산 집행과의 강력한 연계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훈 january@donga.com / 세종=김준일 기자}
경기 안양시에 사는 주부 최진선 씨(31)는 지난해 초 세 살짜리 아들이 다닐 어린이집을 알아봤지만 제대로 된 정보가 없어서 결정을 내리는 데 애를 먹었다. ‘어린이집 정보공개포털’ 등 홈페이지에는 보건복지부 평가인증 점수가 대부분 90점 이상(100점 만점)이라고 나와 있었지만 엄마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에는 “점수는 믿을 게 못 된다”는 글이 가득했다. 주민센터, 구청에 문의했지만 “보육료 전액을 지원한다”는 대답 말고는 이렇다 할 정보를 얻지 못했다. 최 씨는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에선 별 일이 없기만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무상보육, 기초연금 등 각종 복지 제도가 시행되면서 복지 예산이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100조 원을 돌파했지만, 이 돈이 제대로 쓰이는지 따지는 인증 및 평가는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있다. 표를 의식한 정치권이 앞 다퉈 각종 무상복지 제도를 도입하다 보니 재정지출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평가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금부터라도 재정 투입의 성과가 있는지 꼼꼼히 따져 효과가 없는 제도는 과감히 구조조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 18조 투입하면서 성과평가는 허술 정부는 올해 영유아 보육료 지원에 3조 원을 투입한다. 만 0세 자녀를 어린이집에 보내면 학부모에게는 아이사랑카드를 통해 월 40만6000원을 지급하고 어린이집에는 37만2000원을 지급한다. 올해 정부가 추진하는 정부-지방 매칭사업(중앙과 지방정부가 일정 비율로 함께 지원) 가운데 가장 많은 재정이 투입되는 분야가 무상보육이다. 하지만 무상보육 대한 성과평가 지표는 단 두 개에 불과하다. 시간연장보육 제공기관 수와 보육료 지원 만족도가 그것이다. 정부가 설문조사 형식으로 실시하는 ‘보육료 지원 만족도’ 조사에서 65% 이상이 만족하고 전국 4만3936개(2014년 3월 기준) 어린이집 중 8861곳(20.2%)에서 시간연장 보육을 제공하면 이 사업은 ‘만점’ 평가를 받는다. 보육료가 어린이집에서 제대로 쓰였는지, 양질의 보육 서비스를 제공하는지 등은 평가에서 제외된다. 다른 복지 사업도 사정이 비슷하다. 기초연금의 경우 수급 예상자 중 98%가 연금을 받으면 성과를 거둔 것으로 인정한다. 통계에 중대한 오류가 발생하거나 집행 과정에 심각한 문제가 나타나지 않으면 무난히 달성할 수 있는 ‘있으나 마나’한 목표다. 정부의 성과평가는 예산을 집행 과정에서 당초 계획한 목표를 달성했는지 측정하는 중요한 사후측정 수단이다. 연구개발(R&D) 사업 상당수는 △과제당 매출 발생액 △지적재산권 발생건수 △사업화 성공률 등을 수치로 계산해 애초 설정했던 목표에 못 미치면 이듬해 예산을 편성할 때 규모를 줄이거나 사업 자체를 없애 버린다. 하지만 복지 사업은 이 같은 평가의 ‘사각지대’다. 기획재정부가 2013년에 복지 사업 중 처음으로 대통령 공약인 ‘저소득층 기저귀·분유 지원 사업’에 예비타당성 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지만 1년이 넘도록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윤희숙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일부 사업에 대해 성과평가가 이뤄지고는 있지만 사업 향방을 좌우할 정도는 아니다”며 “재정당국과 보건복지부가 협력해 복지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평가 결과와 재정 지원 연계해야 복지를 현장에서 집행하는 시설에 대한 평가 체계도 부실하다. 무엇보다 평가 점수와 재정 지원이 연계돼 있지 않다 보니 시설을 개선하고 서비스 수준을 높일 유인책이 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어린이집의 경우 복지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보육진흥원이 평가인증을 맡고 있다. 인증을 받은 어린이집의 80% 이상이 90점 이상이기 때문에 수요자들이 어린이집을 선택하는데 참고할 지표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진행한 평가가 재정 지원과 무관하다는 점이다. 지금은 점수와 상관없이 모든 어린이집이 0~2세 원생 한 명 당 월 11만8000~37만2000원의 보조금을 받는다. 학부모들이 아이사랑카드를 통해 직접 받는 보육료와는 별개다. 선진국은 재정지원과 평가를 강력하게 연계하는 식으로 재정 누수를 막고 복지의 질을 높이는 데 힘쓰고 있다. 호주는 정부 인증을 받은 어린이집에 다닐 때만 부모가 양육비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일정 수준에 미달하는 보육시설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부모에 대해서도 소득과 취업 여부는 물론 구직활동이나 직업훈련을 하는지 등에 따라 최대 3배까지 보육료 지원액에 차이가 난다. 정익중 이화여대 교수(사회복지학)는 “당장 사업을 추진하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평가는 서류심사에 머무르고 그나마도 일회성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평가를 전담하는 기관을 설립하는 한편 예산 집행과의 강력한 연계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3일 오후 5시 30분 서울 용산구 청파동 주민센터에는 주민 20명이 복지 상담을 받으려고 대기하고 있었다. 마감시간까지 30분밖에 남지 않았지만 ‘희망키움통장’, 저소득층 대상 초중고 교육비, 유아 교육비 등을 신청하려는 민원인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복지 담당 공무원은 “지원 대상 가정을 방문하는 게 가장 중요한데 사무실에서 처리해야 할 일이 많아 현장에 갈 시간이 나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정부가 2000년대 중반부터 복지전달체계를 개선하려고 복지전담 인력을 늘렸지만 실제 상황은 별로 개선되지 않았다. 복지 전문가들은 “복지 규모가 커지는 속도에 비해 인력 확충이 더뎌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소외층에 대한 맞춤형 지원을 하거나 부정 수급자를 가려내기 힘든 현실”이라고 토로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정부가 복지정책을 쏟아내도 현장에서 복지 지원금이 제대로 배분되지 않는 ‘깔때기 현상’이 심화되고 복지예산이 엉뚱한 데로 흘러가 ‘나라 가계부’에 큰 부담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원통로 막히는 ‘깔때기 현상’ 심화 지난달 7일 서울 용산구 보광동 다세대주택 단칸방에서 70대 노인이 숨진 채 발견돼 노인 고독사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됐다. 이와 관련해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월 49만 원을 지원받지만 병원비로 30만 원이 들어 통장 잔액이 27원에 불과했던 한 어르신의 고독한 죽음”이라며 “복지전달체계를 점검해 달라”고 정부에 주문했다. 일선에선 지금의 인력구조로는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저소득층이 복지 네트워크의 충분한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계속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2011∼2014년 복지 인력을 7000명 늘린 데 이어 지난해부터 2017년까지 6000명을 더 현장에 배치하기로 했다. 이 같은 복지공무원 확대 프로젝트에 따라 읍면동 주민센터에서 일하는 복지인력은 지난해 6월 말 기준 3만170명으로 2010년 말(2만2843명)에 비해 7327명 늘었다. 인력은 다소 증가했지만 복지업무 부담은 늘어난 인력만으로 감당하기 힘든 수준으로 불어났다. 우선 복지예산 자체가 2011년 86조 원에서 올해 115조 원으로 34% 늘었다. 이에 따라 복지공무원이 상대해야 하는 지원 대상자 수가 크게 증가했다. 일례로 서울 청파동의 무상보육 지원 대상은 2013년만 해도 300명 정도였는데 올해는 819명으로 늘었다. 그뿐만 아니라 전체 복지사업 수도 급증했다. 읍면동 주민센터에서 담당하는 사업은 지역에 따라 50∼100개 정도다. 복지공무원 한 명이 책임져야 하는 사업 수만 20∼30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읍면동 복지 담당자는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할 지경이다. 복지공무원이 주민센터에서 하는 업무 비중을 보면 사무실을 찾아오는 민원인을 만나고 전화로 상담하는 일이 36.2%로 가장 높다. 현장을 찾아가 상담하는 일은 8.8%에 그친다.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을 만나 이들의 자산 실태를 분석하고 도움이 필요한 분야를 찾아내는 등 시간이 오래 걸리는 핵심 업무에 집중하기 어렵다. 수도권 주민센터에서 일하는 한 사회복지사는 “최근 1주일 동안 주민 300명 정도를 만났다”며 “복지 지원 창구를 단일화한 취지는 좋지만 현장에서 소화해내기가 버겁다”고 말했다.○ 115조 원 복지 예산 줄줄 샐 우려 복지전달체계에 구멍이 뚫리면서 부정 수급과 중복 지원 등으로 복지예산 누수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복지 부정수급은 실제 재산이 적지 않은데도 기초생활수급권자로 행세하며 복지급여를 타가거나 복지사업자가 지원금을 중간에서 가로채는 형태로 나타난다. 정부는 지난해 복지사업 특별점검을 통해 323억 원의 부정 수급 사례를 적발했지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부정 수급액은 더 클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개인들이 부정 수급하는 문제는 담당 공무원이 각 가정을 방문해 신고한 자산명세와 실제 자산실태를 비교하는 과정을 통해 걸러내야 하는데 역시 인력 문제가 걸림돌이다. 한 사회복지사는 “중앙 부처에서 새로운 사업을 만든 뒤 수급 기준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자료를 PDF파일로 홈페이지에 띄우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식으로는 누가 부정 수급자인지 가려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복지사업자들의 부정 수급은 누수액이 큰 데다 조직적으로 이뤄져 적발하기가 더 어렵다. 일례로 광주의 복지기관과 지역아동센터는 2013년 저소득층 아동과 노인 559명에게 지급해야 할 국고 보조금 2억 원을 가로챘다가 지난달 경찰에 적발됐다. 복지 서비스를 제공한 것처럼 서류를 정교하게 꾸몄기 때문에 행정기관이 부정 수급 사실을 금방 알아채기 힘들었다. 복지 전문가들은 전달체계를 효과적으로 운영하려면 현재 3만여 명인 복지공무원 수를 중장기에 걸쳐 4만∼5만 명 수준으로 늘려야 한다고 본다. 이준영 서울시립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당분간은 공공과 민간 부문 간 협업 체계를 통해 복지업무를 분담하는 한편으로 주민센터에서 일반 행정을 하던 인력을 복지업무로 돌려 업무 부담을 분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김준일 jikim@donga.com / 이상훈 기자}
김영란법이 발의부터 통과까지 2년 반이나 걸린 만큼 공무원 사회는 표면적으로 큰 동요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법이 악용될 소지가 있다” “기준이 모호하다”며 뒤숭숭한 분위기였다. 중앙 부처 고위 공무원 A 씨는 3일 “중앙 부처 공무원들은 이미 여러 규제를 받고 있어 김영란법 통과로 당장 큰 변화가 생기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현실적으로 어떻게 해석될지는 지켜봐야 하기 때문에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다른 공무원 B 씨는 “예를 들어 오래된 친구나 지인과 여러 차례 식사 자리를 함께했는데, 누군가 악의적으로 신고를 하면 자칫 검찰에 소환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나타냈다. 한편으로는 “그동안 기업체 등에서 식사 자리를 제안하면 어렵게 거절했는데 이제는 단칼에 자를 수 있어 홀가분해졌다” “각자 식사비를 계산하는 미국처럼 당장은 어색해도 한국도 그런 문화가 퍼져 나갈 것이다” 등 긍정적인 의견도 많았다. 사립학교 교원, 언론인처럼 공무원 신분이 아닌데도 적용 대상에 포함된 교육계와 언론계는 부작용을 우려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이날 낸 성명에서 “김영란법 제정 과정에서 사회적으로 교육계가 마치 부정의 온상인 듯 비쳐 교원 사기가 크게 떨어졌다”며 “사립학교 교원은 교육이라는 공적 영역을 담당하지만 법적으로는 공무원이 아니기 때문에 위헌 요소가 여전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도 “언론계 자체적으로 기자윤리강령을 강화하거나 언론 관계 법으로 규율하는 것이 맞다”며 “신문사와 방송국은 보도라는 공적 기능을 수행하지만 공공기관이 아닌 사기업인데, 다른 산업은 포함시키지 않으면서 언론 산업만 포함시킨 것은 형평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한국기자협회도 이날 성명을 내고 “정치권이 위헌 소지가 있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법리 검토 없이 법을 통과시킨 것은 내년 총선을 의식한 행태”라고 주장했다. 이어 “권력이 김영란법을 빌미로 비판 언론에 재갈을 물릴 가능성을 경계하며, 사법당국이 자의적인 법 적용으로 정당한 취재와 보도활동을 방해하는 등의 행위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한국사회에 뿌리박힌 부패 척결의 제도적 시작”이라며 공식 환영 입장을 내놓았다. 다만 “적용 및 처벌 대상에 언론인이 포함되는 점은 명확성의 원칙, 평등의 원칙에 반해 위헌의 소지가 있다. 김영란법이 언론 길들이기의 수단으로 악용돼 언론의 자유가 침해될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우경임 woohaha@donga.com / 세종=김준일 / 이은택 기자}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5년여 만의 최저치인 0.5%에 그쳤다. 담뱃값 상승분을 빼면 사실상 마이너스 상승률이다. 정부는 ‘디플레이션(저물가 속 경기 침체)’을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고 강조하지만 선제적인 정책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3일 통계청에 따르면 2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0.5% 상승하는 데 그쳤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7월(0.3%) 이후 15년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특히 올해 들어 2000원 오른 담뱃값 인상분(물가 기여도 0.58%)을 제외하면 0.06%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의 소비자물가는 관련 조사가 시작된 1965년 1월 이후 한 번도 마이너스 상승률을 보인 적이 없었다. 정부는 저물가의 가장 큰 원인으로 국제유가 하락을 들었다. 지난달 석유류 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24.3% 하락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국제유가 하락이라는 외부 요인이 국내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끼친 것”이라며 “기대인플레이션이 2.6%로 높은 수준이고 내수 회복이 진행되고 있어 조만간 물가 상승 압력이 생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소비자물가가 석 달 연속 0%대에 머문 데다 지난달 소매판매가 전달보다 3.1% 줄어드는 등 소비심리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아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적극적인 재정정책이나 금리인하 등 통화정책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금리 인하 시기를 놓치면 수출과 내수 침체로 이어지고 재정 정책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현 상황에서는 금리를 낮춰도 투자와 소비가 늘지 않는 ‘유동성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전문가들은 현행 복지제도 가운데 지금보다 지원 규모를 늘려야 하는 대표적 분야로 국공립 어린이집을 가장 많이 꼽았다. 양육 환경을 개선하면 저소득층에게 질 좋은 보육 서비스를 제공할 뿐 아니라 여성 노동력 활용도를 높이는 두 가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복지 및 재정 전문가 10명 중 7명은 복지 확대 대상으로 국공립 어린이집을 들었다. 이어 △근로장려금 지원(5명) △기초생활보장제도, 비정규직 차별 해소, 장애인 기초급여 확대(각 3명) 등이 중점 과제로 선정됐다. 국공립 어린이집을 많이 지으면 민간 어린이집의 영유아 유치 경쟁을 줄일 수 있는 데다 교사들의 보수가 높아져 보육의 질이 전반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 여성들이 자녀 출산 후 경력이 단절되는 악순환 고리를 끊으려면 영유아들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시설이 중요한데 국공립 어린이집이 최적의 대안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하지만 전국의 국공립 어린이집은 2013년 말 기준 2332개로 전체 어린이집(4만3770개)의 5.3% 수준으로 스웨덴(80.6%) 덴마크(70%) 프랑스(66%) 일본(49.4%) 등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국공립 어린이집 확대의 최대 난관은 결국 돈이다. 어린이집 하나를 짓는 데 10억∼20억 원이 드는 만큼 전국 동네마다 민간의 비싼 땅을 사들여 국공립 어린이집을 신축하는 것은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재정 개혁을 통해 어린이집 재원을 최대한 확보하는 한편 땅값이 따로 들지 않는 공공기관 소유 터에 국공립 어린이집을 짓도록 유도하는 방식을 대안으로 거론하고 있다. 국유재산 관리 방식의 변화가 병행돼야 하는 것이다. 또 전문가들은 어린이집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민간 어린이집의 보육 수준을 높이는 문제에 정부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민간 어린이집에 엄청난 비용이 투입되지만 보육의 질이 그만큼 높은지는 의문”이라며 “국공립 어린이집을 대폭 늘리는 한편 민간 어린이집의 보육 환경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설문조사에 참여한 전문가(가나다순)김미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회보장연구실장,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연구부 연구위원, 김용하 순천향대 금융보험학과 교수, 김재진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조세연구본부장,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 임주영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
만 5세 이하 영유아를 집에서 키우는 가정이 받는 양육수당 한도를 높이는 대신 어린이집에 자녀를 보내는 가정의 보육료 부담을 늘리는 데 전문가 10명 중 7명이 찬성했다. 또 대부분의 전문가는 ‘퍼주는 복지’를 ‘일하도록 유도하는 복지’로 개편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2일 ‘나라 가계부’에 돌이킬 수 없는 충격을 주지 않으면서 지속 가능한 사회안전망을 만들기 위한 복지지출 구조조정의 방향과 관련해 재정 및 복지 전문가 10명을 대상으로 심층 설문조사를 벌였다. 우선 전문가들은 현재 월 20만 원인 자가(自家) 양육수당 한도를 현행 어린이집 보육료 지원금(월 40만 원) 수준까지 높이는 방안에 긍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지금은 자가 양육수당이 상대적으로 적어 전업주부 등 가정에서 양육할 수 있는 사람들까지 자녀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자가 양육수당을 높여 꼭 필요한 사람만 어린이집을 선택하도록 하는 한편 정부가 가정에 직접 주는 어린이집 보육료 지원금을 5만 원가량 깎거나 어린이집에 대한 정부 지원금 중 일부를 가정이 부담토록 해 재정 부담을 줄이는 방안에 동의했다. 건강보험 재정이 악화됨에 따라 보험료를 올리고 가벼운 질환에 대한 본인 부담금을 높이는 건보 개혁 방안에 대해서는 10명 중 9명의 전문가가 찬성했다.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최저 생계를 보장하는 ‘기본복지’인 만큼 구조조정에 신중해야 하지만 정부 지원을 계속 받으려고 일부러 일을 안 하는 부작용을 줄일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또 공무원연금뿐 아니라 사학연금, 군인연금도 함께 개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세종=홍수용 legman@donga.com·김준일 / 이상훈 기자}

세종시 A어린이집에는 만 3세 이하 영유아 50여 명이 다니고 있다. 이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는 집 중 엄마가 전업주부인 가정은 절반 정도. 집에서 키울 수 있는데도 공짜 보육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부모들이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이다. 어린이집 관계자는 “일부 전업주부는 어린이집에 다니는 걸 힘들어하는 아이를 잠깐씩 집에서 키우기도 하지만 금방 다시 이곳으로 보낸다”고 말했다. 복지 및 재정 전문가들이 무상복지 제도 개혁을 강조하는 것은 현행 복지체계가 ‘공짜 점심’을 이용하도록 부추기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동아일보가 제안하고 전문가들이 검토한 복지 구조조정안을 토대로 정부와 정치권이 여론 수렴 과정을 거쳐 복지정책의 효율성을 높이도록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짜 어린이집 보육’ 줄이는 쪽으로 유도 0∼5세 어린이에 대한 정부의 월 보육료 지급 체계는 연령별로 다르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경우, 자녀가 만 0세라면 가정에 40만6000원, 어린이집에 37만2000원 등 총 77만8000원을 지원한다. 1세 아동에 대해서는 총 53만6000원을 주고 2세에 대해서는 총 41만3000원을 지급한다. 3∼5세 어린이를 키우는 가정에는 월 22만 원의 보육료만 직접 주고 어린이집에는 지원금을 주지 않는다. 반면 집에서 자녀를 키우면 나이에 관계없이 0∼5세 모두에게 양육수당만 지급한다. 0세 20만 원, 1세 15만 원, 2∼5세 10만 원이다. 가정 양육수당과 어린이집 이용 가정에 대한 보육료 지원금 사이에 차이가 생긴 것은 제도를 설계할 때 재정 상황을 감안해 양육수당을 일률적으로 줄였기 때문이다. 아이를 키우는 비용을 상황별로 분석한 결과가 아니라 가용 재원에 지원액을 짜 맞춘 것이다. 부모로선 아이를 어린이집에 안 보내고 집에서만 돌보면 손해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전문가들 대부분이 동의한 구조조정안은 집에서 아이를 키우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어린이집 이용 가정에 주던 월 보육료를 5만 원 정도 줄이거나 어린이집 이용 가정이 부담금을 내도록 하고, 이렇게 해서 쌓은 재원으로 가정양육수당을 월 20만 원씩 늘려주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무상보육에 드는 재정 부담이 전체적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처음에는 가정 양육수당을 늘리는 만큼 재정 부담이 커진다. 하지만 어린이집 이용 가정이 새로 부담금을 내고 이 가정에 지원돼온 보육료를 일부 줄이면 양육수당 추가 지원에 드는 재원을 충당할 수 있다. 특히 자녀를 어린이집에 보내던 가정이 자가 양육으로 전환하면 정부 입장에선 0세 기준 총 지원금이 77만8000원에서 40만 원으로 줄어든다. 재정 부담도 크게 준다. 어린이집으로 몰리는 아이들이 줄면 어린이집 보육의 질이 개선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매달 드는 부담이 지금보다 늘어나는 만큼 불만이 생길 소지도 있다.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소득 수준과 맞벌이 여부에 따라 보육료 지원 수준을 차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집안 사정 티 안 나게 무상급식 조정 초등학교 및 중학교 대상 전면 무상급식과 고등학교 무상교육 사업도 개혁 대상이다. 현행 무상급식으로는 양극화 해소 효과를 내지 못할 뿐 아니라 재정 지출을 감당하기 어렵다.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무상급식이 저소득층 가구 자녀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 부유층 자녀까지 포함한 것은 선별적 무상급식을 할 경우 ‘가난한 집 아이’이라는 낙인이 찍힐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이에 대해 조세재정연구원은 2010년에도 전체의 11.7%에 해당하는 빈곤층 가구 자녀들이 이미 급식 지원을 받고 있었다고 분석했다. 2011년 이후 전면적 무상급식으로 저소득층의 복지가 개선되는 효과는 거의 없었고 오히려 교육환경 개선 사업 예산이 줄어 공교육의 질이 하락하는 바람에 저소득층이 피해를 봤다고 지적했다. 스쿨뱅킹이나 쿠폰을 이용하면 선별적 무상급식의 부작용을 완화할 수 있다. 스쿨뱅킹을 통해 모든 가정이 급식비가 적힌 급식비 고지서를 받지만 무상급식 대상 학생의 학부모의 통장에서는 돈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하는 방안도 가능하다. 쿠폰 방식은 모든 학생이 쿠폰을 구입해 급식을 사먹도록 하되 저소득층 가구에는 학교에서 쿠폰을 직접 보내주는 것이다. 또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학교 선생님들이 운영의 묘를 잘 살리면 ‘낙인 효과’를 방지하면서 선별적 무상복지 제도로 방향을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7년 전면 시행 예정인 고교 무상교육 공약은 국민적 이해를 기초로 정부가 공식적으로 ‘포기하겠다’는 선언을 하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이 공약을 실천하려면 연간 2조3000억 원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서 나가야 한다. 임주영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현재 한국의 복지 지출 증가 속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빠른 수준”이라며 “한정된 재원을 효율적으로 쓰도록 복지제도를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세종=홍수용 legman@donga.com·김준일 기자}
비정규직 등 임시직 근로자의 지난해 실질임금이 4년 만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일자리 수는 늘었지만 주로 장년층이나 고령층 취업자가 종사하는 질 낮은 일자리가 많아지면서 임금 상황도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 1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상용근로자 5인 이상 사업체의 임시직 근로자 월평균 실질임금은 127만2000원으로 전년(127만9000)보다 0.5% 줄었다. 임시직의 실질임금이 줄어든 것은 2010년(―4.4%) 이후 처음이다. 실질임금은 근로자가 받는 명목임금을 소비자물가 상승분을 반영해 환산한 것으로 실질적인 구매력을 나타낸다. 실질임금은 고물가 상황일 때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저물가 기조가 이어지는데도 실질임금이 하향세를 보이는 것은 일자리 대란 속에서 질 낮은 일자리라도 구하려는 취업 희망자가 늘면서 이들의 경쟁이 임금 상승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늘어난 일자리는 53만3000개로 2002년(59만7000개) 이후 가장 많았지만 이 가운데 82.4%(43만9000개)가 50세 이상 연령층에게 돌아갔다. 상용직을 포함한 전체 임금근로자의 실질임금 상승률 역시 지난해 1.3%로 2011년(―2.9%) 이후 가장 낮았다. 이는 지난해 경제성장률(3.3%)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최근 5년간 실질임금 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넘어선 적은 2012년뿐이었다. 전문가들은 소득 없는 성장이 이어지면 소비가 위축돼 기업의 투자와 고용이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지적한다. 김광석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가 지원하는 일자리부터 우선적으로 실질임금을 개선하는 등 정부는 일자리의 질을 높이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해양수산부는 25일 서울 영등포구 서울마리나에서 건설회사 한양과 ‘광양항 묘도 준설토 매립장 항만재개발사업’의 실시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한양은 사업 시행자인 ‘묘도항만·에너지허브’의 대표회사이며 대우건설 보성건설 우리은행 등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 2029년까지 총사업비 4조7000억 원이 투입되는 묘도 항만재개발사업은 광양항 개발에서 발생한 준설토를 수용하는 묘도 매립장(312만 m²)에 미래에너지 복합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이곳에는 탄소섬유, 광학필름 등 신소재 산업 복합단지와 태양광 등을 활용한 신(新)에너지 발전시설, 셰일가스 저장시설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내년 하반기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남재헌 해수부 항만지역발전과장은 “이 사업을 통해 9조7000억 원의 경제효과와 1만20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야당이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56·사진)에 대해 위장전입과 세금 탈루, 투기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24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황주홍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유 후보자가 큰딸을 좋은 중학교에 입학시키기 위해 2001년 11월부터 2002년 2월까지 부산 남구 대연동의 지인 아파트로 부인과 큰딸만 전입시켰다”고 주장했다. 황 의원은 또 “유 후보자가 갖고 있는 부산 강서구의 농지가 임야로 허위신고 됐으며 2013년 당시 17세였던 아들이 2477만 원의 현금을 갖고 있었는데 증여세를 내지 않았다”며 투기 및 탈세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유 후보자 측은 “2002년 7월에 새 아파트에 입주하기로 돼 있었는데 그 근처 중학교로 가지 않으면 큰딸이 한 학기 만에 전학을 가야 해서 주소를 잠시 옮긴 것”이라고 해명했다. 농지와 관련해선 “부친의 사망 이후 형제들과 공동으로 상속받아 이후 12년 동안 사실상 방치돼 있으며 투기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또 “자녀들이 보유한 금융자산은 예금이 아니라 대부분 방카쉬랑스 보험이며 만기가 끝나는 2020년에 증여세를 납부하도록 돼 있는데 사실과 다르게 왜 이같이 무리하게 공격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반박했다.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중소기업인 코나드는 도장을 찍는 방식으로 사용자가 손톱에 장식용 매니큐어를 손쉽게 입힐 수 있는 ‘스탬핑 네일아트 키트’를 생산한다. 중소기업청은 이 제품이 손톱 갈라짐을 방지하는 성분까지 함유하고 있는 우수한 발명품이라고 평가했다. 코나드의 직원 25%는 신제품과 신기술 개발을 하는 연구개발(R&D) 인력이다. 기존 사업 모델이 확고한 대기업과 달리 혁신형 중소기업의 제품들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토대로 한 것이어서 R&D 투자가 뒷받침돼야 한다. 하지만 현재 민간에 지원되는 정부 R&D 자금은 대부분 대기업으로 흘러가고 중소기업에는 일부만 배분되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중소기업에 지원되는 R&D 자금은 3조2983억 원으로 정부 R&D 예산의 17.5% 수준이다. 한국의 기업 335만여 개 중 중소기업이 99.9%라는 점을 감안하면 많다고 보기 어렵다. R&D 전문가들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려면 대표적 기업에만 정부 지원을 몰아주는 방식을 개편해 다양한 규모와 형태의 기업에 R&D 투자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챔피언 기업’이 아닌 2, 3위 기업도 R&D 예산을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줘서 혁신의 기회를 넓혀야 한다는 뜻이다. 박희재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관(官) 주도로 R&D 연구과제를 설정해 아래로 내보내는 방식을 택하다 보니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좀처럼 등장하지 않는다”며 “독일, 오스트리아를 본받아 기획 단계에서 밑으로부터의 R&D 자유공모를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연구주제를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서 올라오는 혁신 아이디어를 정부가 선택해 지원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기술개발 단계의 R&D 경쟁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미국, 일본 정부는 ‘경쟁형 기술개발’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소수의 연구원 혹은 기업을 지정해 예산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한 기획과제에 복수의 연구자와 기업이 경쟁적으로 참여하게 해 가장 우수한 성과물을 선택하는 방식이다. 반면 한국은 기획과제 선정 과정에만 경쟁이 있을 뿐 기술개발 단계에는 경쟁이 없다. 홍운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소기업 간 경쟁형 기술개발시스템 정책개발’이란 보고서에서 “경쟁 없이 소수의 참여자가 정해진 기술과제에만 매달리다 보면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관행 광주과학기술원(GIST) 총장 직무대행은 “도전적 연구에는 실패가 따를 수밖에 없다”며 “성실하게 연구했다면 실패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는 평가시스템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한국의 원자력 안전기술은 2010년 세계 최고 수준보다 4.7년 뒤처져 있었지만 2년 뒤인 2012년에는 이 격차가 7.8년으로 벌어졌다. 정부가 원자력 연구개발(R&D) 예산을 2010년 2824억 원에서 2012년 3580억 원으로 27% 늘렸지만 기술력 차이가 더 커진 것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원전 선진국들이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 관리 및 안전기술 쪽으로 R&D의 방향을 틀었지만 한국은 기존에 해오던 각종 사업을 유지하는 데 매달리다 기술 격차가 벌어졌다고 평가했다. 역대 정부가 국가의 미래 성장동력을 키우기 위해 매년 R&D 투자를 늘려 왔지만 제대로 된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2일 동아일보 취재팀이 2006년부터 올해까지 진행된 정부 R&D 사업을 전수 조사한 결과 10년간 정부가 R&D에 투입한 재정은 140조5000억 원이었다. 그 사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R&D 규모는 세계 1위, 국가 예산에서 R&D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세계 2위로 올라섰지만 2006∼2013년 특허권 등 기술무역수지에서 375억5000만 달러(약 41조5000억 원)의 누적 적자가 발생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이뤄지는 국가 R&D 투자의 악순환을 끊지 않으면 박근혜 정부가 강조하는 창조경제도 제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2002년 한국형 고속열차 기술 개발 이후 대규모 R&D 예산이 투입된 분야에서 국민이 기억하는 뚜렷한 성과는 드물다. 이와 관련해 R&D 예산을 받는 공공기관들이 ‘연구비 타내기’에만 집중할 뿐 상용화처럼 국가경제에 실질적 도움이 될 성과를 내는 데 집중하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정부는 누차 R&D 투자의 효율성을 제고하겠다고 공언했지만 그때뿐이었다. 박희재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연구과제 수립, 기획 단계부터 사업성, 시장성 중심으로 평가하는 방식으로 R&D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손영일 scud2007@donga.com·김준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