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찬

황인찬 기자

동아일보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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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특파원 황인찬입니다. 한일 관계가 더욱 좋아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일본에 왔습니다. 일본의 오늘을 보여드립니다.

hic@donga.com

취재분야

2026-01-11~2026-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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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소년책]가난과 왕따는 계속 될거고… 나는 쓰레기가 되어야지

    ‘청소년소설’이란 타이틀을 달고 나왔지만 선입견을 버려도 좋다. 물론 중학생들이 나오고 학교와 집이 주요 배경이다. 집단 따돌림과 학교폭력 등 청소년소설의 단골 주제도 등장한다. 하지만 작가의 첫 청소년소설은 정확히 말하면 ‘청소년의 눈으로 본 비판적 세상읽기’로 해석할 수 있다. 게다가 상당히 우화적이며 비유적이다. 바닷가의 한 지방 도시에 사는 여중생인 ‘나’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사는 도시는 우스웠다. 왜냐하면 서울을 흉내 내는 도시였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서울 자동차에서 차를 사고 서울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안경은 서울 안경원에서 사고 여행은 서울 여행사를 통해서 갔다. 우스워지지 않겠다고 결심한 사람들은 도시를 떠나 서울로 갔다.” 중학교 같은 반 학생인 ‘나’와 ‘b’는 아이들로부터 집단 따돌림을 당한다. ‘나’는 먼저 당했고, ‘b’는 ‘나’가 학교를 나오지 않자 ‘대체재’가 된다. 불치병에 걸린 동생 때문에 집안이 어려워진 ‘b’는 이렇게 처지를 비관한다. “나한테 십억만 있으면 동생은 안 죽고 엄마는 공장에 안 나가고 나는 의사가 될 수 있는데, 하지만 나에겐 천 원밖에 없으니까 동생은 죽을 거고 엄마는 계속 공장에 나갈 거고 앞으로 나는 쓰레기가 되어야지.” 학교에서 노는 아이들에게서 폭력과 성추행을 당해 상처 입은 ‘나’와 ‘b’는 하루 종일 책만 읽는 정체불명의 남자 ‘책’을 만나 마음의 안정을 찾는다. ‘나b책’의 대안공간은 그렇게 완성되지만 그 안온함은 오래가지 않는다. 2005년 ‘영이’로 창비 신인소설상을 받으며 등단한 작가는 ‘미나’ ‘풀이 눕는다’ 등을 통해 10대들의 그늘지고 불투명한 삶을 꾸준히 조명해왔다. 스타카토처럼 딱딱 끊어 내뱉는 단문들로 표현한 폭력의 현장들은 그 무미건조한 문체 때문에 더욱 섬뜩하게 느껴진다. 다만 개성 강한 문체로 독특한 시공간을 창출해낸 것에 비해 결말은 너무 ‘정석적’이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1-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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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예술]오드리 헵번, 싱글녀를 굿걸로 만들다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에서 오드리 헵번이 창턱에 앉아 ‘문 리버’를 부르거나 티파니 보석상점 앞에서 무심하게 페이스트리를 먹는 모습에서 관객들은 ‘세기의 연인’의 탄생을 목도했다. 하지만 실제 헵번이 맡았던 역할은 원작 소설에선 ‘콜걸’이었다. 특히 영화가 나왔던 1950년대 미국 사회는 영화 속 헵번처럼 혼자 사는 여성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던 시절이었다. 저자는 헵번이 이 영화를 통해 최초의 ‘모던 싱글 걸’ 캐릭터를 완성했다고 말한다. 헵번의 앙증맞은 마스크와 제스처, 그리고 고급스러운 패션이 싱글녀를 동경의 대상으로 만들었다는 것. 원래는 헵번보다 메릴린 먼로의 캐스팅 가능성이 높았다는 등 영화 뒷얘기도 전한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1-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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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처입으면 어때, 10대들이여 도전하라”

    재일교포 작가 가네시로 가즈키 씨(43)가 2003년 출간한 장편소설 ‘플라이, 대디, 플라이’는 일본과 한국에서 나란히 영화화됐다. 배우 이준기가 출연한 영화로 국내에 알려진 이 작품은 사실 작가의 ‘더 좀비스 시리즈’ 두 번째 편이다. 가네시로 씨는 이 시리즈의 첫 번째 편인 ‘레벌루션 No.3’로 1998년 등단했다. 2000년 재일교포의 차별을 다룬 ‘GO’로 나오키상을 받으며 한일 양국에서 주목받았다. 인지도가 높아졌지만 작가는 초심을 잃지 않았다. ‘레벌루션 NO.3’ ‘플라이, 대디, 플라이’에 이어 2005년 ‘더 좀비스 시리즈’의 세 번째 편인 ‘스피드’를 냈고 최근 시리즈의 최종편인 ‘레벌루션 No.0’를 출간하며 13년간 이어진 ‘더 좀비스 시리즈’에 마침표를 찍었다. ‘공부는 꼴등이지만 우정만은 일등’인 남자 고교생들의 일탈과 반항, 희망 찾기를 간결하고 유쾌한 터치로 그린 이 시리즈는 국내에서 50만 부 넘게 판매됐다. 10년 넘게 이어진 시리즈를 마친 작가를 e메일로 인터뷰했다. 얼굴을 밝히지 않는 ‘신비주의 작가’ 중 하나로 알려진 가네시로 씨는 “독자가 갖고 있는 작품 이미지를 깨고 싶지 않다”고 말하며 자신의 사진을 싣지 말아달라고 했다. “10대는 ‘자유롭지 못하다’라는 특권을 향유할 수 있는 세대입니다. 학교나 교사, 부모라는 규율과 속박, 그리고 스트레스 속에서 발버둥칠 수밖에 없지만 그것을 뛰어넘었을 때의 쾌감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카타르시스를 가져옵니다. 그 카타르시스가, 10년 넘게 지탱해온 제 이야기의 원동력입니다.” 가네시로 씨는 처음에는 시리즈를 생각하지 않았지만 독자들의 뜨거운 반응 때문에 속편을 썼다고 한다. 20대 후반에 이 시리즈의 집필을 시작했지만 이제는 그도 40대 초반의 중견작가가 됐다. “처음에는 등장인물이 바로 나 자신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글을 썼는데, 언젠가부터 등장인물을 아들 또래로 보게 되더군요. 시간이 많이 흘렀네요.” 이 시리즈는 흔히 보는 일본 성장소설과 다르다. 재일교포로서 자신이 받은 차별을 자전적 소설인 ‘GO’에서 풀어낸 것처럼 작가는 총련계 출신 박순신, 혼혈아인 아기날드를 통해 일본 사회의 마이너리티 인생을 끄집어낸다. 이들은 사회의 기득권을 가진 기성세대에 정면 대응한다. 최종편 ‘레벌루션 No.0’에서도 학교의 이익을 위해 학생들의 자퇴를 유도하는 교사들과 싸우는 기백이 여전하다. 작가는 10, 20대 독자들에게 “소설의 주인공들처럼 상처입어도 된다는 마음으로 여러 도전을 해봤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더 좀비스 시리즈’는 끝나지만 시리즈에 등장했던 억세게 운 없는 고교생인 미나가타가 대학생이 돼 경험하는 일들로 새 시리즈를 선보일 계획이다. 첫 번째 책은 여대생 실종사건을 다룬다. “대학생 미나가타는 보다 더 심각한 ‘어른들의 사건’에 휘말리게 됩니다. 이제는 세상에 내재된 깊은 어둠에 발을 들여놓아서 상처를 입으면서도 ‘세상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이들의 모습을 그리고 싶습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1-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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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달에 만나는 詩]나는 너고, 너는 나다… 서늘한 서정에 취한 가을날

    《한 줄의 반짝이는 문장에 마음 설레는 사색의 계절. 지난달 발표된 시와 시집 가운데 문인들의 추천을 받아 매달 한 편의 시를 소개하는 ‘이달에 만나는 시’ 시리즈를 시작한다. 이달에는 손택수, 이건청, 이원, 장석주 시인이 추천에 참여했다.》 한낮 태양의 열기는 한풀 꺾였고 아침저녁으로 부는 삽상한 바람은 가을이 성큼 다가왔음을 알린다. 고즈넉한 가을밤, 문득 발견한 마늘꿀절임 한 통. 형(形)과 질(質)이 사라진 채 마늘이 꿀이고, 꿀이 마늘이다. 나는 너고, 너는 나다. “우연히 유리병을 발견했고 뚜껑을 여는 순간 목이 메었죠. 한참을 멍하니 있었지요.” 보통 사람이면 변질된 마늘꿀절임을 쓰레기통에 넣었겠지만 시인은 곁에 두고 지냈다. 글이 잘 써지지 않을 때나 생각이 혼란스러울 때 한 숟가락씩 떠서 입에 넣었다. 곰곰이 그 맛을 느끼며 불교의 연기(緣起)를 떠올렸고, 세상 모든 것의 인연에 대해 생각했다. 시인은 그 사유를 시에 담았다. 마늘꿀절임이 담겼던 유리병은 비었지만 시는 풍성해졌다. “일상을 살면서 시적 정황은 수도 없이 많지만 마늘꿀절임 같은 시적 순간은 쉰 번에 한 번 맞기도 어렵다”고 조용미 시인은 말한다. 4년 전 가을밤의 마늘꿀절임은 사라졌지만 시인은 강원 원주시 토지문화관에 머물며 새로운 시적 순간을 만나려 노력하고 있다. “밤이면 풀벌레 소리가 들려요. 3년 전 가을도 여기서 보냈는데, 이곳의 가을이 참 마음에 드네요.” 시 ‘가을밤’은 지난달 출간된 시집 ‘기억의 행성’(문학과지성사)에 수록했다. 그의 다섯 번째 시집이다. 1990년에 등단한 조 시인은 주변에서 흔히 스치고 지나가는 색깔과 소리에 대한 진지한 탐색과 사유를 확장해 인간 존재의 심연을 드러내는 서정시를 선보이고 있다. 손택수 시인은 추천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마늘과 꿀의 경계가 무너진 이 시간은 화학반응을 일으켜 내 안에 새로운 대상을 탄생케 하는데, 사랑은 가을밤을 전혀 다른 감각으로 경험케 한다. ‘연못 물 얇아지는 소리’ 잔잔히 일렁이는 그 깊은 방에 잠시 앉아 있고 싶다. 가을에 잎을 떠나는 물소리 곁에서 중얼거리고 싶은 시다.” 이원 시인은 서늘한 서정시의 매력에 대해 언급했다. “서정시라고 하면 대개 따뜻한 서정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은데 조용미의 시는 서늘한 서정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 덕분에 흔치 않은 시적 매력을 경험할 수 있다.” 장석주 시인은 “조용미 시인은 이미 ‘1급 시인’”이라고 짧게 평했다. 이건청 시인은 한영옥 시인의 시집 ‘다시 하얗게’, 이창수 시인의 ‘귓속에서 운다’를 추천했다. 한 시인에 대해서는 “일상적 세계와 사물을 보는 안목이 섬세하고 세밀하다”고, 이 시인에 대해서는 “시어에 대한 절제의 미학이 탁월하다”고 평했다. 조 시인은 원주 토지문화관에서 보낸 시작(詩作) 메모에 “몸이 차가운 사람에게 좋다는 마늘꿀절임을 담가두고 까맣게 잊고 있었다. 어느 날 유리병을 발견하고 보니 담근 날짜와 그날로부터 두 달 후에 먹어야 한다는 메모가 붙어 있었다. 두 해가 훌쩍 지나 있었다. 마늘과 꿀은 스미고 스며들어 서로 까맣게 변해 있었다”라고 적었다. “그걸 들여다보며 잠시 멍하니 서 있었던가. 시적 순간이란 문득 그렇게 찾아온다. 목이 메고, 마음이 사무치는 소소한 깨달음과 슬픔의 순간에.”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1-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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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25회 인촌상 수상자]仁村賞 영광의 얼굴들… 수상소감과 공적

    《 재단법인 인촌기념회와 동아일보사는 6일 제25회 인촌상 수상자를 발표했다. 인촌 김성수 선생의 탄생 120주년이 되는 올해는 교육, 산업기술, 인문사회문학, 자연과학, 공공봉사 등 5개 부문에서 탁월한 업적을 이룬 학교와 인사들이 수상자로 선정됐다. 심사는 부문별로 권위 있는 외부 전문가 4명씩이 참여해 6월 말부터 8월 말까지 두 달 동안 진행됐다. 수상자들의 소감과 공적을 소개한다. 》 ■ 교육 부문­­­- 서울여자상업고등학교“극심한 학벌주의 분위기 속에서도 직업인 양성이라는 교육목표를 꿋꿋이 지켜온 점이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습니다.” 여성 직업교육의 산실로 꼽히는 서울여자상업고등학교 한상국 교장(75)은 85년간 ‘국내 최고 상업고’라는 명성을 유지한 비결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서울여상은 가정형편 탓에 대학에 가지 못한 여성 수재들이 지원하는 명문고였다. 1970년대에는 전교 1∼2등, 1980년대에는 반에서 1∼2등 아니면 지원조차 불가능했다. 1990년대 이후로는 특목고는 물론이고 일반계고에 밀리면서 주춤했지만 2005년 금융 및 국제통상 분야를 특성화하면서 다시 각광받기 시작했다. 최근 은행권을 중심으로 고졸 채용이 확대되고 정부도 학벌주의 철폐에 나서면서 서울여상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서울여상은 산업계의 수요에 기민하게 대응하면서도 전통과 역사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한 교장은 “많은 상고와 공고가 부정적 이미지를 탈피하고자 미디어고 인터넷고 정보고로 간판을 바꿔 달았지만 우리는 한 번도 이름을 바꾸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전문계고가 ‘학벌주의’라는 시류에 휘둘려 본연의 설립 취지를 잃고 진학 중심의 교육과정을 운영할 때도 서울여상은 흔들리지 않고 실무 중심 교육을 강화했다. 전문계고 졸업생의 70%가 대학에 진학하는 상황에서도 서울여상 졸업생의 70%가 취업을 선택하는 이유다. 이런 노력 덕에 서울여상은 100%에 육박하는 취업률로 국내 특성화고 중 부동의 1위를 지켰다. 지난해에는 취업 희망자 175명 중 172명이 대기업 등에 입사했다. 서울여상은 교육부로부터 2006년 금융교육 우수학교, 2009년 우수 특성화전문계고로 선정되는 등 우수학교 표창을 18차례 받았다. 또 산업자원부와 노동부의 지원사업 대상 학교로 15차례 선정됐다. 현재 1000명의 졸업생이 금융권에서 근무하는 중이다. 시중은행 여성 지점장 300명 가운데 108명이 이 학교 출신. 라근주 교감은 “금융계와 산업계에서 서울여상 출신은 능력과 인성을 갖춘 인재로 꼽힌다. 앞으로도 같은 평가를 듣도록 잘 가르치겠다”고 말했다.이경희 기자 sorimoa@donga.com  ▼ 공적 ▼1926년 ‘경성여자상업학교’라는 이름으로 문을 연 국내 최초의 여성 실업계고등학교. 올해로 개교 85주년을 맞았다. 어려운 가정환경을 딛고 공부하는 인재를 배출한 여성 인재의 산실로, 특히 금융권에서 활약이 두드러진다. 현재 시중은행 여성 지점장 300명 중 108명(36%)이 서울여상 출신이다. 2005년 금융, 국제통상, e비즈니스 3개 분야를 특화했으며 가상은행창구 학습 등 실무 위주의 교육과정을 강화해 특성화고 성공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에서 18차례 표창을 받았고 노동부 등에서 사업비를 지원받고 있다.   ■ 산업기술 부문­­­- 정범식 씨 (호남석유화학 대표이사)“무척 영광스럽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쑥스럽기도 합니다. 석유화학이라는 게 워낙 거대한 사업이라 선후배들이 다 같이 한 일이니까요.” 정범식 호남석유화학 사장(63·사진)은 인촌상 수상의 공을 다른 이들에게 돌리며 “업계에 제일 오래 있었던 내가 대표로 상을 받는 것 같다”고 겸손하게 웃었다. 정 사장이 화학공학을 전공으로 택했던 1960년대 후반에는 석유화학이 지금의 반도체나 나노기술을 능가하는 첨단산업이었다. 그는 “당시 한 신문이 서울 명동을 걷고 있는 한 여성의 사진을 싣고 ‘석유화학이 갑자기 사라지면 (화학섬유로 만든 옷이 사라져) 부끄러운 모습이 될 것’이라며 석유화학의 중요성을 연재하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정 사장은 “우리 생활 곳곳에서 쓰이는 석유화학은 이론적으로는 단백질 합성을 통한 식량 생산도 가능할 만큼 아직도 중요한 산업이다”라고 강조했다. 40년간 석유화학 한 우물을 판 정 사장은 변변한 기술이 없던 우리나라의 석유화학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키우는 데 기여했다. 그는 “1970년대에는 해외에 엄청난 로열티를 주고 공장 운영 기술을 배워야 할 지경이었지만 정부의 중화학공업 육성 정책에 힘입어 핵심 기술을 개발하고, 생산시설을 대형화해 우리 기술을 선진국과 대등한 수준으로 끌어올린 것이 보람 있는 일이었다”고 돌아봤다. 정 사장이 화학공장설계기술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으로 활동할 만큼 이론과 현장에 모두 밝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지난해에는 석유화학 분야 최초로 금탑산업훈장을 받기도 했다. 일이 너무 재미있어서 스트레스가 쌓일 겨를이 없다는 정 사장은 본격적인 글로벌 전략을 세우고 있다. 지난해 말레이시아 타이탄사를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2015년까지 우즈베키스탄에 석유화학단지를 만들고 아프리카 등 신흥시장으로 수출 길을 넓혀 호남석유화학을 2018년 연매출 40조 원, 세계 10위의 석유화학기업으로 키우겠다는 목표다. 그는 “정밀화학과 첨단소재 투자를 늘려 부가가치를 더욱 높이고, 에너지 저장과 같은 신사업에도 공격적으로 나서겠다”고 덧붙였다.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 공적 ▼1971년 한국종합화학에 입사해 석유화학 분야에 투신한 이래 불모지나 다름없던 한국의 석유화학 산업을 정상궤도에 올리는 데 기여했다.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제품의 국산화 개발을 이끌어 우리나라 석유화학 산업이 3대 수출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큰 공을 세웠다.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정통 엔지니어이지만 뛰어난 경영 수완을 발휘해 호남석유화학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2003년 이 회사의 대표이사가 된 이후 대산공장 증설, 말레이시아 타이탄사 인수 등에 성공했고, 고용 창출과 노사문화 선진화에도 앞장섰다.   ■ 인문사회문학 부문­­­- 김주영 씨 (소설가)“수상 소식을 듣고 상당히 긴장했습니다. 제가 받기에는 과분한 상이구나 싶었고, 제 자세를 많이 가다듬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3일 서울 중구 장충동 파라다이스문화재단 이사장실에서 만난 소설가 김주영 파라다이스문화재단 이사장(72·사진)은 “인촌기념회 홈페이지에 들어가 역대 수상자들을 살펴보니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황순원, 박두진, 김성한, 박경리, 박재삼, 윤석중, 최일남, 피천득, 김종길 등 역대 수상자 명단을 열거한 뒤 “이분들은 문학의 본령을 추구하고 문학의 위상을 더럽히지 않으려고 일생 동안 애쓰신 분들”이라며 “수상자 면면만 봐도 인촌 선생의 정신과 상의 취지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서라벌예대를 졸업한 뒤 1972년 ‘휴면기’로 ‘월간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객주’(1981년) ‘천둥소리’(1986년) ‘화척’(1995년) ‘홍어’(1997년) 등의 작품에서 서민들의 삶의 애환과 함께 날카로운 시대 인식을 담아 문학이 갖는 일상적 삶의 진솔함과 가치를 탁월하게 드러냈다는 평을 받았다. “나이가 들면 열정이 식고, 상상력이 감퇴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이치예요. 젊은 시절에는 방에 엎드려서 하룻밤에 단편 하나를 썼는데 지금은 그렇게 못합니다. 하지만 요즘은 글자 한 자, 문장 한 줄을 다시 생각하는 느림의 미학에 매력을 느끼고 있습니다.” 1989년 심신의 피로를 호소하며 절필했던 김 이사장은 1년여 뒤 동아일보에 ‘야정’을 연재하며 문단에 복귀했다. 그는 “당시 고미석 문학담당 기자(현 동아일보 전문기자)가 끈질기게 설득을 하고 부탁을 해서 복귀를 결심했다. 지나간 일이지만 내 문학의 열정에 다시 불을 댕기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동아일보”라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문학이 예술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었지만 점차 그 위상을 다른 장르에 넘겨주는 것 같아 아쉽다”면서 “문학의 고고한 정신, 올곧은 정신을 지켜 나가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공적 ▼1972년 등단해 40년 가까이 왕성한 활동을 펼쳐온 한국 문단의 거목. 장대한 스케일의 서사적 장편뿐 아니라 가족과 같은 내밀한 인간관계를 섬세하게 조명하는 데도 탁월해 중후한 서사와 깊은 서정을 모두 아우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객주’ ‘활빈도’ ‘화척’ ‘야정’ 등 대하역사소설, ‘홍어’ ‘멸치’ ‘빈집’ 등 가족소설을 냈다. 한국소설문학상, 대한민국 문화예술상, 김동리문학상, 은관문화훈장 등을 받았으며 파라다이스문화재단 이사장, 한국문학번역원 이사,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 등으로 재직 중이다.   ■ 자연과학 부문- 강현배 씨 (인하대 교수)“인촌상 수상 소식을 듣고 얼떨떨하면서도 고맙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지금껏 공부만 하던 사람에게 이런 큰 상을 준 것은 우리나라 과학계를 위해 앞으로 큰일을 해달라는 주문이라고 생각하니 부담이 되기도 합니다.” 강현배 인하대 수학과 교수(51·사진)는 ‘역문제(Inverse problem)와 이미징(Imaging)’ 분야에서 세계적인 학자다. ‘역문제와 이미징’은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 장치 같은 의료장비 분석·개발과 연관된 분야다. 2008년 강 교수가 미국 유타대 그램 밀턴 교수와 함께 풀어냈던 60년간의 미해결 문제인 ‘포여-세괴 예측’과 ‘에셸비 예측’도 모두 종양 진단의 기본 이론인 ‘편극텐서’라는 수학적 개념과 관련된 문제다. 편극텐서는 물체를 나타내는 모양을 숫자로 바꿔놓은 행렬로, 편극텐서를 알면 물체의 모양을 추정할 수 있다. 강 교수의 연구는 종양의 형태를 더 분명히 파악할 수 있는 이론적 기반을 제공해 줌으로써 의료영상 장비의 오차율을 낮추고, 종양의 조기 진단 확률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강 교수는 수학자들은 연구실 내에 틀어박혀 외부와의 소통이 적다는 일반인들의 편견을 깨는 대표적인 수학자로 연구만큼이나 과학계 외부 활동도 열심이다. 수학계의 꿈이었던 국제수학자대회(ICM) 한국 유치위원으로 활동해 2014년 대회를 서울로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조직위원회의 집행위원과 학술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강 교수는 “1948년 한국수물학회라는 것이 처음 생겨 등록된 수학자가 4명 정도밖에 안 됐던 것을 생각해보면 2014년 ICM 유치에서 볼 수 있듯 우리나라 수학의 수준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 교수가 최근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는 분야는 의료영상, 광학 등 수학에 기초를 둔 첨단기술이 융합된 분야다. 강 교수는 “수학 연구에 대한 지평이 넓어지고 있는 만큼 깊이 있고 의미 있는 연구로 한국 수학의 위상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유용하 동아사이언스 기자 edmondy@donga.com  ▼ 공적 ▼서울대 수학과에서 학부와 석사과정을 졸업한 뒤 미국 매디슨 위스콘신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숭실대 교수, 고려대 교수, 서울대 교수를 거쳐 2008년부터 현재까지 인하대 정석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다. 최상위로 평가받는 세계적인 학술지에 100여 편의 논문을 냈고, 미국 수학회와 독일 ‘스프링거’사를 통해 여러 권의 학술서를 내기도 했다. 2000년에는 대한수학회 ‘논문상’, 2006년에는 대한수학회 ‘학술상’, 2010년 ‘한국과학상’을 받았으며, 2008년에는 교육과학기술부 ‘우수연구성과 50선’에 선정됐다.   ■ 공공봉사 부문- 김성수 씨 (푸르메재단 이사장·‘우리마을’ 촌장)“신부가 된 것도, 대학총장이 된 것도, 우리마을 촌장이 된 것도 모두 다른 분이 도와준 덕인데…. 사실은 제가 도움을 받고 살았습니다. 혼자 큰 상을 받아도 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김성수 푸르메재단 이사장이자 우리마을 촌장(81·사진)은 수상소감을 묻자 “부끄럽다”는 말로 대신했다. 되레 장인에게서 물려받은 40년 된 빛바랜 양복이 그의 ‘나눔의 삶’을 대변하고 있었다. 배재중(오늘날의 배재고) 재학 시절 그는 농구와 아이스하키 선수로 활약했다. 건장하던 그가 어느 날 경기 중에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폐결핵이었다. 변변한 약도 없을 때라 “아이가 죽을 것”이라는 수군거림이 들렸다. 어머니의 지극정성이 그를 살렸다. 10년 만의 완치. 덤으로 얻은 삶이라 생각했다. 봉사로 갚기로 했다. 넉넉한 형편을 죄스러워한 어머니, 걸인을 단 한 번도 내친 적이 없는 어머니…. 나눔의 철학은 어머니에게 배웠다. 늦깎이로 단국대 정치학과에 입학했다. 졸업 후 성공회 보육원에 부임했고, 천직이라 여겼다. 주변에서는 그에게 신부가 어울릴 거라고 했다. 다시 연세대 신학과에 입학했다. 1964년 성공회 신부로 품을 받았다. 1973년 ‘성 베드로 학교’를 설립했다. 지적장애 어린이를 위한 특수 기숙학교였다. 이곳에서 장애인을 위한 삶이 시작됐다. 장애아들이 성장한 후 갈 곳이 없다는 걸 발견했다. 졸업하는 날 아이와 부모들은 울먹였다. 그들이 자립할 수 있는 터전이 필요했다. 1998년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강화도 땅 6600m²(약 2000평)에 콩나물·버섯 재배 공장과 기숙사를 지었다. 지적장애인의 공동체 ‘우리마을’이 탄생한 것이다. 보건복지부가 건립비 20억 원을 지원했다. 지적장애인 50여 명이 오순도순 모여 자립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성공회대 총장으로 재직하던 2004년 푸르메재단의 이사장직을 맡았다. 강화도와 서울을 오가며 모금 행사를 벌였다. 이듬해 장애인을 위한 ‘푸르메나눔치과’ ‘푸르메한방어린이재활센터’를 건립했고, 요즘에는 장애인 재활병원 건립에 매진하고 있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 공적 ▼47년간 장애인을 위해 헌신해 온 장애인들의 아버지다. 1961년 연세대 신학과를 졸업하고 1964년 성공회 신부로 품을 받았다. 1973년 지적장애 어린이들을 위한 ‘성 베드로’ 특수학교를 세우고 10년간 교장으로 재직했다. 1998년 장애인 자립을 돕기 위해 작업장과 기숙사를 갖춘 생활공동체 ‘우리마을’을 세웠다. 여기서 50여 명의 지적장애인들이 함께 살며 자립을 준비한다. 현재는 푸르메재단 이사장으로 장애인들이 치료비 걱정 없이 재활을 할 수 있도록 병원 건립을 추진 중이다. 이 같은 공로로 1981년 대통령 표창, 2000년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았다.  ■ 제25회 인촌상 심사위원▽교육 △위원장: 이돈희 전 교육부 장관 △위원: 이택휘 한영외고 교장, 김헌규 동국대 명예교수, 권대봉 한국직업능력개발원장▽산업기술 △위원장: 금동화 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 △위원: 박종용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부회장, 이현순 전 현대자동차 부회장, 이계형 단국대 산학협력 부총장▽인문사회문학 △위원장: 진덕규 이화여대 학술원장 △위원: 이태진 국사편찬위원장, 이태수 인제대 석좌교수, 홍정선 인하대 인문학부 교수▽자연과학 △위원장: 백성기 포스텍 총장 △위원: 국양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윤경병 서강대 화학과 교수, 배성한 KAIST 수학과 교수▽공공봉사 △위원장: 최성재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위원: 양옥경 이화여대 사회복지전문대학원 원장, 전광현 서울신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박능후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언론출판 △위원장: 정진석 외국어대 명예교수 △위원: 이종석 위암장지연기념회 회장, 이기웅 도서출판 열화당 사장, 양승목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

    • 2011-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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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예술]당신이 보는 현실이 한여름 밤의 꿈이라면…

    동생 고이치가 누나 아쓰미에게 말한다. “‘바나나피시’ 읽은 적 있어? 샐린저 거. 정확한 제목은 ‘바나나피시를 위한 완벽한 날’이었나.” “여름에 리조트 해안에서 시모어 글래스라는 남자가 우연히 시빌이라는 여자애를 만나게 되지. 그 애와 바나나피시라는 상상 속 물고기에 대해 이야기하게 돼. 시모어는 입에서 나오는 대로 그런 이야기를 만들었는데 시빌은 ‘방금 한 마리 봤어요’라고 말하지. 시모어는 ‘그럴 리가’ 하면서 깜짝 놀라. 호텔방으로 돌아온 뒤 시모어는 권총으로 자살해.” 말을 끝낸 동생은 권총을 자신의 관자놀이에 대며 말한다. “시모어는 시험해보고 싶어진 거야. 이게 정말 현실인지….” 동생은 방아쇠를 당긴다. 작품은 현실과 비현실을 오가며 전개된다. 그 단초는 SC인터페이스라는 기계를 통해 혼수상태인 환자와 의사소통할 수 있는 신기술 ‘센싱’이다. ‘센싱’은 의사소통을 하는 사람들을 전혀 다른 시간과 공간 속에서 만나게 한다. 이를테면 유년시절이나 과거 즐거웠던 순간, 그리고 자살 순간까지도. 아쓰미는 자살 미수에 그쳐 식물인간이 된 동생과 ‘센싱’을 하며 점차 동생의 자살 동기에 대해 접근해간다. ‘센싱’을 하며 아쓰미는 점차 현실감을 잃어버린다. 앞서 동생의 권총 자살을 목도했던 아쓰미가 ‘사실 이것은 센싱일 뿐이야’라면서 안도할 때 갑자기 시끄럽게 인터폰이 울려 깨는 것처럼. 실제는 한낮 꿈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현실, 센싱, 꿈을 오가며 아쓰미는 점점 더 혼란스럽다. ‘센싱’ 과정에 나오는 상상의 공간에는 제3자의 개입도 가능하게 돼 그 속에서 만난 동생이 진짜 동생이 아닐 수도 있다는 사유까지 확장되며 작품은 더욱 복잡하게 변한다. 이쯤이면 충분히 짐작 가능하다. 화자인 아쓰미도 아쓰미가 아닐 수 있는 것이다. 주변을 둘러싼 확고한 현실세계가 그 무엇도 확신할 수 없는 불명확한 세계로 바뀌는 과정이 설득력 있게 전개된다. 독자 또한 아쓰미처럼 눈앞에 등장하는 인물과 상황을 끊임 없이 의심하게 된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현실과 비현실의 세계를 따라가다 보면 마치 아쓰미의 뇌 속을 탐험하는 듯한 착각까지 들 정도로 흥미롭다. 상상의 세계를 다뤘지만 역설적으로 작품은 매우 현실적이기도 하다. 놀랍도록 세밀하고 차분한 일상 묘사, 인물들의 간결한 대화는 군더더기 없이 정갈해 사실성을 높인다. 시원한 섬과 바다 등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소설은 야자수 그늘에서 잠깐 졸았다 깬 듯한, 기분 좋은 백일몽을 경험하는 것 같다. 특히 집안에 갑자기 물이 가득 차고 한 사내아이를 등에 태운 거대한 수장룡의 몽환적인 유영은 비현실적이기에 더욱 아름답다. 작품은 후반으로 갈수록 반전에 반전을 거듭해 흡입력을 높인다. 물론 가장 큰 반전은 마지막에 있다. 책장을 덮으면 가슴이 먹먹하다. ‘엔딩 또한 상상이 아닐까’ 싶다. 믿을 게 없다. 이미 책에 중독된 것 같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1-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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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문열씨 단편 ‘뉴요커’誌에 실린다

    소설가 이문열 씨(63·사진)의 단편 ‘익명의 섬’이 미국 시사교양 주간지인 ‘뉴요커’ 12일자에 게재된다. 2006년에는 고은 시인의 시 4편이 이 잡지에 실렸으며 한국 작가의 소설이 소개되는 것은 처음이다. 12일자에 실리는 ‘익명의 섬’은 1982년 ‘세계의 문학’ 봄호에 발표됐다. 시골의 한 마을을 배경으로 동네 아낙들과 ‘깨칠이’란 남성의 은밀한 관계를 다룬 작품이다. 번역은 한국문학을 영어권에 소개하는 문예지 ‘진달래(AZALEA)’의 편집위원인 하인즈 인수 펜클 뉴욕주립대 교수가 맡았다. ‘뉴요커’는 판매 부수가 140만 부이며 오에 겐자부로, 오르한 파무크, 무라카미 하루키 등이 이 잡지에 실린 뒤 세계적 작가로 성장한 바 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1-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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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예술]돈으로 산 사랑과 행복은 해피엔딩일까

    전국 수십 곳에 부동산이 있는 재력가 장우는 돈으로 사고파는 물질적 연애에 익숙한 남자. 그가 뜻하지 않게 동사무소 강당에서 열리는 촌스러운 결혼식에 참석한다. 가난한 부부, 저 싸구려 한복, 이 누추한 잔치지만 부부는 행복했고, 하객은 즐거웠다. ‘내겐 저런 것이 없다.’ 그는 깨닫는다. 억만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소소한 생활의 행복을, 진정한 사랑을 가질 수 없다는 것. 그는 억울했다. 그는 행복한 신부 수진에게 손을 뻗쳐, 가질 수 없는 것을 가지려 한다. 지난해 발표한 소설 ‘그대를 잃은 날부터’에서 현대사회의 소비문화를 비판한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도 물질만능주의의 가공할 공세에 맥없이 무너지는 인간의 자존감과 성(性)의식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장우는 돈으로 여자를 사고 사람을 부리며 제왕적 위치를 유지하고, 그의 처가 식구나 영업 관계에 있는 사람들은 그를, 아니 그의 부를 숭배한다. 물론 남편과 자식을 버리고 장우에게 넘어온 수진도 돈이 좋다. 하지만 수진은 장우에게 진정한 편안함을 느끼며, 그와 함께 진정한 사랑을 하려고 한다. 다른 여자들과 다른 수진의 태도에 장우는 호기심과 불안감을 동시에 느낀다. 작품은 장우의 미묘한 감정선을 따라가며 결과에 대한 호기심을 증폭시킨다. 그는 ‘마치 아내 같았다’며 수진에게 편안함을 느끼지만 자신의 감정에 혼란을 느낀다. 그는 결국 깨닫는다. 꽃은 꽃밭에 있어야 예쁘지, 꺾어서 화병에 넣는 순간 빛이 바랜다는 것을. 각각 배우자가 있는 장우와 수진의 불륜이 줄기지만 곁가지가 무수하다. 아들을 잃은 장우 부인의 슬픔, 비정규직 철폐를 외치며 회사 점거농성에 나서는 수진의 남편, 우연히 이들과 얽히게 되는 영화감독과 그의 애인의 얘기까지. 풍성한 읽을거리는 좋지만 이야기 사이의 연관성이 떨어져 산만한 느낌이다. 특히 수진 남편의 노동운동 부분은 작품 내내 겉도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1-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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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0자 다이제스트]한국인의 사랑법 어떻게 변해왔나

    일본의 문학평론가인 구리야가와 하쿠손(廚川白村)이 낸 ‘근대의 연애’는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의 젊은이들에게도 큰 인기를 끌었다. ‘이성과 관계를 하지 않는 것이 순결을 보전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그의 연애지상주의는 한일 양국에 연애 열풍을 몰고 왔다. 최근이 아니라 1920년대 초의 이야기다. 조선시대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사랑’을 주제로 한국인의 의식과 풍습 변천사를 살폈다. 문학작품, 신문, 잡지 등을 통해 당대의 ‘사랑법’을 유추한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1-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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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금자 수녀 “제국주의 물든 천주교 포교 과감히 비판”

    “그리스도교가 동양에 전래되는 과정에서는 문제가 많았습니다. 그 비극적인 전래사를 비판적으로 그려보고 싶었습니다.” 최근 종교역사 소설 ‘파격(破格)’을 다섯수레 출판사에서 펴낸 임금자 작가(69). 그는 가톨릭 영원한도움의성모수녀회 소속 수녀다. 대만 푸런(輔仁)대에서 중국철학을 연구한 철학박사이기도 하다. 소설은 1834년부터 1847년까지를 배경으로 조선시대 신분제도의 벽을 허물려던 진보적 인사들과 목숨 걸고 천주교 전파에 나섰던 신자들의 얘기를 담았다. 제목의 ‘파격’은 ‘신분제도를 깬다’는 의미를 담았다. 지금까지 19세기 천주교 개척사를 다룬 종교 소설은 순교자적 이미지를 주로 강조해 다양한 역사, 종교적 스펙트럼을 보여주지 못하기도 했다. 반면 ‘파격’에는 서양의 포교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는 김대건, 최양업 신부 등 조선 천주교 개척자들의 종교적 고뇌가 드러난다. 조광 고려대 한국사학과 명예교수는 “저자는 식상한 호교론(護敎論)을 거부하고, 동양사회에서 그리스도교가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며 이 책을 추천했다. 소설 속에서 프랑스 함대 에리곤호에 승선해 세실 제독의 통역을 맡았던 김대건 신부는 아편전쟁과 난징조약을 목도한 뒤 이렇게 말한다. “전쟁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무엇이 남는 줄 아는가? 썩은 시체들과 파괴된 집들이지. 그런데 나는 양놈들과 한패가 되어 썩어가는 시체들을 구경하고 다녔지. 그 양놈들은 실은 천주님과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자들이지. 그런데 그렇게 잔인할 수 있는 걸까?” 최양업 신부가 “청국이나 조선도 많은 천주교 신자를 잡아 죽였지 않나”라고 반문하자 김 신부가 되받는다. “그들은 천주님을 몰라서 그렇다고 말할 수 있지. 그런데 양인들은 천주님과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입에 올리고 있지 않나?” 임 수녀는 “그리스도교의 초기 포교는 순수했지만 19세기 동양에 전파될 때는 서양의 제국주의와 맞물려 변질됐다. 결국 아편을 필두로 포교가 이뤄진 셈”이라고 말했다. 작품은 조정의 명을 받고 청에서 신문물을 배우는 역관 김재연, 몰락한 양반 가문의 후손으로 상하이(上海)에서 거상(巨商)으로 성장하는 정시윤, 기녀였다가 천주교 포교를 위해 투신하는 초선 등의 인물을 통해 혼란스러웠던 시대상을 투영한다. 이들은 ‘신분제도 철폐는 시대적 대세’라는 인식에는 동의하지만 그 방법이 천주교 수용인지에 대해서는 엇갈린 의견을 나타내며 작품의 긴장감을 높인다. 임 수녀는 2002년 중국 공산당 혁명을 다룬 소설 ‘중국이여, 중국이여’를 냈고, ‘파격’은 그의 두 번째 소설이다. 2007년 미국에서 노자, 장자의 사상을 연구한 철학서 ‘도(道)-인간 안의 무한자’를 내기도 했다. 그는 “‘중국 천주교사’라는 학술서로 내려다 사람들이 더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소설로 풀게 됐다”며 “철학을 실제 삶으로 구현한 것이 역사라고 생각한다. 다음에는 대원군과 일제강점기를 다룬 역사 소설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1-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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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00호 맞는 ‘문지 시인선’ 표지 캐리커처 그려온 소설가 이제하 씨

    “박정대 그 양반은 딱 사진 한 장을 보냈어. 손바닥 반만 한 희미한 사진을 보고 그렸지. 마르고 날카롭게 얼굴을 그렸는데 얼마 전 봤더니 실물이 퉁퉁해. 사진과 생판 다르더라고. 얼토당토않게 그린 셈이 됐어. 허허.” 시인이자 소설가 겸 화가인 이제하 씨(74)는 겸연쩍어했다. 시인의 얼굴을 사실적으로 그린다는 원칙을 세웠지만 가끔 엉뚱한 그림도 나오기 때문이다. “지내다 보면 얌체 같은 시인들도 있어. 그렇다고 해서 부정적이거나 추하게 그리지는 않지.” 문학과지성사(문지)가 펴내는 ‘문학과지성사 시인선’이 이달 말 제400호를 맞는다. 1977년 황동규 시인의 ‘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를 시작으로 34년 만에 달성한 문단의 한 이정표다. 문지 시선 시작부터 이 씨는 시인이자 화가인 김영태(1936∼2007)와 함께 시선집의 트레이드마크인 시인들의 캐리커처를 그려왔다. 30년 넘게 이 씨가 그려온 캐리커처는 150여 작품에 달한다. 지난달 30일 이 씨가 운영하는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카페 ‘마리안느’에서 그를 만났다. “오규원이가 자신이 운영하던 문장사에서 김춘수 전집을 낼 때 캐리커처를 넣어 반응이 좋았지. 그래서 문지도 캐리커처를 넣자고 했어. 그런데 일반 화가들에게 그려달라고 하면 화료(畵料)를 엄청 달라고 하니까 미술대(홍익대) 나오고 문인들하고 친했던 김영태와 내가 그리게 된 거지.” 그는 문지 시선 초기부터 달력의 뒷면을 캔버스 삼아 캐리커처를 그려왔다. 코팅이 된 종이라 펜촉이 쓱쓱 잘 나간다고 한다. 작품이 완성되면 출판사에 우편으로 보낸다. “김수영이 담배 은박지 뒷면에 시를 썼는데 나는 달력 뒷면에 캐리커처를 그린 셈”이라며 그는 웃었다. 파지가 많이 나오는 데 비해 화료(초기에는 작품당 10만 원을 받다가 점차 올라 3년 전부터 40만 원을 받는다고 했다)가 적은 것도 달력을 택한 이유 중 하나다. “나는 담뱃값이나 벌까 하고 소일거리로 해왔는데 김영태는 정색을 하고 그렸지. 그 친구는 비싼 와트만지 같은 것을 썼어. 김영태는 완전히 기분파가 돼 가지고 자유롭게 그렸지만 나는 비교적 실물과 닮게 그리려고 했지.” 이 씨는 홍익대 조소과에 입학해 군 제대 후 서양화과로 옮겨 졸업했다. 동료 화가보다 김현(1941∼1990), 김병익 김치수 씨 등 문지 창립 멤버들과 가깝게 지냈다. 서울 중구 무교동의 ‘르네상스’, 명동의 ‘갈채’ 같은 음악다방이 그들의 아지트였다. “김현이 사람이 무던하고 미학도 알고 해서 친했지. 문인들이 더 재미났어. 그림 그리는 사람들은 과묵하고 죽자 살자 그림 그리는 분위기여서 별로였어.” 그는 예전에는 안면이 있는 문인들도 많아 캐리커처 그리기 편했지만 점차 후배 시인들과 작품 세계를 알기가 힘들어 출판사에서 보내온 스냅 사진 몇 장을 보고 그림을 그린다고 했다. 그리기 어려웠던 인물로는 김광규 이수명 장석남 씨를 꼽았다. “내가 김광규 시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그렇다고 잘 그려지는 게 아니더군. 김광규의 시는 날카로운데 사실 얼굴은 시골 아저씨 같잖아. 그래서 그리기 까다로웠지. 이수명은 ‘아름다운’ 얼굴인데 가장 난처했지. 코하고 입하고 붙어있어 그리기 어려웠고 자칫하다가는 소녀처럼 될 것 같아 힘들었어. 장석남은 문단에서 미남이라고 하는데 왜 그런지는 모르겠고, 여하튼 동그랗고 쉬운 얼굴인데도 그리기 어렵더라고….” 이 씨는 400호대에서도 계속 시인들의 얼굴을 그린다. 내년 가을 무렵엔 문인들의 초상화전을 열 계획이다. “2009년 대구에서 문인 초상화전을 열기는 했지만 그때는 황학주가 (개인 소장품으로) 갑자기 여는 바람에 아쉬웠어. 이번엔 제대로 한번 해봐야지.”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1-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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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선우 감독 이번엔 소설집 제주서 칩거하며 집필

    ‘꽃잎’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의 장선우 영화감독(59·사진)이 첫 장편소설 ‘카페 물고기-여름 이야기’(물고기북스)를 냈다. 2003년엔 시집 ‘이별에 대하여’(창비)를 낸 바 있다. 소설은 지난해 4월 말부터 6월 중순까지 썼던 일기 15편을 공개하는 형식이다. 소설을 쓴 까닭에 대해 그는 “처음에는 아무 생각 없이 시작했는데 일기를 써놓고 보니 장르가 뭘까 생각을 했다. 사실도 허구도 아닌 애매한 부분이 있어 소설로 펴냈다”고 말했다. 장 감독은 2002년 ‘성냥팔이…’의 흥행 부진 이후 2005년 몽골에서 제작하는 ‘천개의 고원’으로 재기를 노렸으나 여의치 않자 같은 해 5월 제주로 거처를 옮겼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1-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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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씨 1년 만에 귀국 간담회

    소설가 신경숙 씨(48)는 피곤해 보였다. 나흘 전 귀국한 그는 시차적응 때문에 이날도 새벽에야 토막 잠을 잤다고 했다. 4월 ‘엄마를 부탁해’의 영문판 출간 이후 쏟아지는 주위의 뜨거운 관심에 “기대가 많아서 어쩌나 하는 생각도 있다”며 부담스러워했다. 지난해 8월 미국 컬럼비아대 객원연구원으로 떠난 지 1년 만에 귀국한 신 씨를 29일 기자간담회에서 만났다. “작가들이 그런 말을 하잖아요. 자기 작품이 자식 같다고. 저도 그런 생각을 할 때가 많았는데, 뭐랄까, ‘엄마를 부탁해’는 제게 ‘엄마’ 같은 작품이에요. 제가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줬죠.” ‘엄마를 부탁해’는 28개국에 판권이 팔렸고, 이 가운데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등 15개국에서 출간됐다. 6월 인터넷서점 아마존 상반기 결산에서 편집자가 뽑은 베스트 10에 꼽히는 등 뜨거운 관심을 얻었다. 신 씨는 그동안 북미 7개 도시와 유럽 8개 도시, 이스라엘에서 북투어를 가졌다. “지난 1년은 제가 그동안 생각하지 못했던 꿈을 갖게 하고 꿈을 꾸게 하는 기간이었어요. 정말로 영어권에서 출판되고 난 후 반응은 제가 전혀 짐작하지 않았던 것들이었죠. 하나의 물방울이 점점 수많은 물방울이 되는 것 같은….” 그는 해외에서 ‘엄마를…’에 대해 현대와 전통의 단절, 혹은 젊은 세대와 나이 든 세대와의 대립, 아니면 물질문명이 만들어놓은 변질된 세계 등 다양한 작품 분석이 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는 작품의 힘에 대해 “과거에서 현재로 오는 과정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이 이 소설에 들어 있다는 점이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문학의 세계 진출 가능성을 높게 봤다. 해외 출판시장에서 유럽이나 영미권 문학에 피로감을 느끼는 것 같았고, 한국 문학을 희망이나 대안 정도로 보는 경향을 느꼈다는 것이다. “한국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많은 일들이 생기고, 그게 다 정리되지 못한 채 다음 시간으로 넘어가죠. 한국이 가진 특수한 문화들이 서사적으로 해외 독자들에게 강하게 다가서는 것 같아요.” 신 씨는 내달 3∼12일 호주 브리즈번에서 열리는 ‘브리즈번 작가 페스티벌’에 참석하고, 같은 달 14∼18일 일본에서 일본어판 출간 기념행사를 갖는다. “아직 귀국했다기보다는 잠시 한국에 머무는 것 같다”는 신 씨는 “호주와 일본 행사가 끝나면 집에서 칩거하며 새 작품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1-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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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청춘 작품상 황학주씨

    황학주 시인(57·사진)이 계간 문학청춘이 주관하는 ‘제1회 문학청춘 작품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수상작은 시 ‘협궤’. 2회째인 문학청춘 신인상은 김선아 홍지헌 시인이 시 부문, 이성우 수필가가 수필 부문에서 수상자로 뽑혔다.}

    • 2011-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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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월 ‘박경리문학제’ 문학새싹도 키운다

    ‘토지’의 작가 박경리 선생(1926∼2008·사진)은 토지문화관을 후배들의 창작공간으로 내어줄 만큼 후학을 아꼈다. 연세대 객원교수로 강단에 섰던 고인은 강의노트를 묶어 1995년 ‘문학을 지망하는 젊은이들에게’란 책을 냈다. 책의 한 부문은 이렇다. “문학 지망생들에 당부하고 싶은 말은 온실의 양란이나 인공 재배한 장미가 되지 말고 설한풍을 겪어낸 청초한 들판의 꽃을, 그 고귀하고 비밀스러운 생명을 생각하라는 것이다.” 10월 17∼30일 강원 원주시 토지문화관, 박경리문학공원 등지에서 열리는 2011년 박경리문학제에는 ‘문학 새싹’을 발굴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2회째인 ‘전국 청소년 백일장’으로 토지문화재단과 박경리문학상위원회, 동아일보사가 공동 주최한다. 내달 1일부터 20일까지 예선 작품을 받는다. 초·중·고등부에서 시와 산문 분야로 열린다. 공모 주제는 ‘물’과 ‘흙’. 예선 통과자 120명은 10월 29일 박경리문학공원에서 열리는 백일장에 참가해 수상을 겨룬다. 대상 장학금은 100만 원. 우편 접수만 가능하며 자세한 응모요강은 토지문화관 홈페이지(www.tojicul.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033-762-1382, 033-766-5544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1-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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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예술]인간은 여전히 싸울거다, 15만년 흘러도…

    ‘아빠는 부자였다. 인공위성 재벌이었다. 지구와 달과 화성에 천칠백 개가 넘는 인공위성이 있었고, 그중 열일곱 개는 우주정거장이었다.’ 이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인가. 도입부부터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이 소설을 재밌게 즐기기 위해서는 기존 독법을 버려야 한다. 낯선 인물과 설정, 그리도 장대한 가상 세계가 지하철 옆 자리에 스윽 앉듯 아무렇지 않게 등장한다. 그러나 허무맹랑한 SF나 판타지 소설과는 거리가 있다. 가족과 친구, 연인과의 갈등부터 전쟁, 종교, 과학을 아우르는 폭넓은 소재까지. 무려 15만2300여 년 뒤 얘기지만 인간들의 인생은 여전히 드라마틱하다. 작가는 장르와 주류 문학을 넘나들고, 무한한 상상력으로 독자들을 압도하는 재주로 일찌감치 문단의 주목을 받아왔다. 2005년 ‘과학기술창작문예’로 등단한 뒤 장르문학 전문잡지와 웹진을 중심으로 활동하다 소설집 ‘타워’ ‘안녕, 인공존재!’를 냈다. 2008년 한 해에 가장 재미있게 읽은 책이 ‘콜롬비아 사고조사보고서’였다는 그는 첫 장편의 무대를 역시 그답게, 별나게 잡았다. 은경은 인공위성 재벌인 아빠를 미워한다. 사실 아빠는 자신의 외도가 들통 나자 은경과 엄마를 버렸다. 은경은 아빠를 멀리하기 위해 러시아 비행학교에 들어가고, 코스모마피아 조직원이자 동료 학생인 바클라바를 만나 친해진다. 코스모마피아는 우주공간이나 천체 사유화에 반대해 인공위성 부자들을 적으로 삼는 집단. 바클라바는 은경의 아빠를 공격하려 하지만, 되레 반격을 받고 죽는다. 은경은 바클라바의 공격을 도왔다는 모함에 빠지게 되고, 결국 냉동인간이 돼 15만 년 뒤 휴양행성 나니예에서 깨어난 것. 작품의 남다른 재미는 작가가 창조한 전혀 다른 미지의 공간인 나니예를 탐험하듯 알아가는 데 있다. 나니예는 훼손되지 않은 청정 자연이 있는 곳. 도로가 거의 나 있지 않아 사람들은 전기로 충전하는 구식 프로펠러 비행기를 타고 다닌다. 언뜻 보기엔 평화롭지만 다른 행성과 격리된 이곳에도 독재자와 같은 관리소장이 있고, 종교지도자들은 권력투쟁에 나서며, 정부에 반대하는 혁명군까지 들고 일어선다. 은경은 이런 소용돌이 속에 휘말리면서 점차 나니예 행성 프로젝트와 관련된 비밀에 다가가게 된다. 전쟁과 암투 등이 그려지지만 작품은 무겁거나 우울하지 않다. 빨간색 복엽기, 파란 하늘로 상징되는 작품 속 나니예 상공을 날다보면 두근두근 가슴 설렐 정도. 미야자키 하야오의 ‘미래소년 코난’과 ‘천공의 성 라퓨타’를 섞은 듯한 유쾌한 모험기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다 들어갔으니 적어도 나에게만은 도저히 재미없을 수 없는 이야기가 돼버렸다.” 첫 장편을 낸 작가의 자부심이다. 그럴 만하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1-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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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어령 前장관, 에세이 ‘흙 속에…’ 후속편 50년만에 연재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77·사진)이 1960년대 독서계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에세이 ‘흙 속에 저 바람 속에’의 연재를 재개한다. 그는 월간 ‘문학사상’에 9월호부터 ‘흙 속에 저 바람 속에 그 후 50년’을 연재한다. 이 전 장관은 1962년 8월 경향신문에 한국 문화와 민족성의 다양한 면모를 비평적으로 분석한 ‘흙 속에 저 바람 속에’를 연재하기 시작했고, 이듬해 이를 묶어 낸 단행본은 1년 동안 30만 부가 판매됐다. 영어판 일본어판 등을 포함해 반세기 동안 200만 부가 넘게 팔렸다. 이 전 장관은 연재 재개를 맞아 권영민 문학사상 주간과 가진 대담에서 “50년이 지난 지금 보충할 게 무엇이고 쓸 게 무엇이냐고 하면 반 이상은 소위 노마드 키드, 전자 네이티브, 디지털 네이티브 등이 한국인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는 것”이라며 앞으로 연재에서 ‘가족의 문제와 미디어의 변화’에 주목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이번 호에서는 자동차 ‘지프’를 주제로 유년 시절의 추억과 한국의 급속한 경제 성장을 조명했다. 대담에서 이 전 장관은 “문학이나 문자나 언어를 필요로 하지 않는 새로운 세대들이 태어나고 있다. 이젠 그만 시대의 짐을 내려놓자는 생각도 든다”며 “팔순을 은퇴 시점으로 잡았고 이번 연재는 앞으로의 삶을 위한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1-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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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번역가 이윤기씨 1주기… 추모집 ‘봄날은…’ 나와

    27일 1주기를 맞는 소설가이자 번역가인 이윤기(1947∼2010·사진)의 추모집 ‘봄날은 간다’(섬앤섬)가 나왔다. 부제는 ‘신화 속으로 떠난 이윤기를 그리며’. 이윤기의 대표작 ‘숨은그림찾기 1-직선과 곡선’ ‘봄날은 간다’와 고인이 생전에 아꼈던 후배 작가 공선옥 김인숙 윤대녕 전경린 하성란 씨의 신작 5편을 담았다. 고인은 윤대녕 씨의 결혼식 주례를 맡았고, 김인숙 씨의 장편 ‘소현’을 특히 좋아했다. 김별아 씨가 ‘미실’ 이후 창작활동이 주춤하자 따로 불러 “너는 역사소설을 하면 잘할 것 같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추모의 글도 담았다. 고인의 경복중 1년 선배인 정병규 북디자이너는 고인과 함께했던 작업의 추억을 더듬었고, 가수 조영남 씨는 세 살 어린 고인을 형으로 불렀던 사연을 끄집어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1-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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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설가들 ‘작품 후기’ 살펴보니

    소설책을 열면 으레 만나는 ‘작가의 말’. 작가에게 이 짧은 글은 긴 시간 동고동락했던 자식 같은 원고를 떠나보내는 작별 인사이자 새로운 독자에게 건네는 반가운 인사다. 이를 통해 집필 의도를 밝히거나 창작의 고통을 토로하고, 문학적 결기를 다짐하는 일성(一聲)을 쩌렁쩌렁 울리기도 한다. 김윤식 서울대 명예교수는 오래전 자신이 쓴 책 100여 권의 머리말만을 모아 ‘김윤식 서문집’을 내며 ‘작가의 말’로 자신의 문학 일생을 반추하기도 했다. 출판사 편집자들의 추천을 받아 소설가의 농밀한 정신세계를 엿볼 수 있는 ‘작가의 말’들을 소개한다. 최근 출간된 소설 가운데 가장 강렬한 작가의 말을 담은 작품은 최인호 씨의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다. 암 치료 중 작품을 완성한 작가는 “창작욕에 허기가 진 느낌이었고 몸은 고통스러웠으나 열정은 전에 없이 불타올라 두 달 동안 하루하루가 ‘고통의 축제’였다”고 밝혔다. 그는 1987년 가톨릭으로 귀의한 이후가 자신의 ‘제2기 문학’이었다면 암 투병 이후 처음 선보인 이 작품으로 “‘제3기 문학’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최수철 씨는 웬만한 소설책 두 권 분량인 600쪽이 넘는 장편 ‘침대’를 발표하면서 다음과 같은 작가의 말을 남겼다. “이 글을 쓰는 동안 창밖에서는 계절이 열 번 넘게 바뀌었지만 침대를 소재로 정한 뒤 쓸 얘기가 무궁무진하게 쏟아져 나와 행복에 겨운 고민을 해야 했다.” 성과 연애를 농염한 색채로 그린 ‘유혹’에서 권지예 씨가 쓴 작가의 말은 도발적이다. 그는 “유행하는 말을 쓰자면 ‘나는 작가다’. 한 가지 더 붙인다면 ‘나는 영원한 처녀 작가’이고 싶다”면서 글쓰기 실험을 계속하겠다고 다짐했다. 조정래 씨는 핍진한 민초들의 삶을 그린 ‘비탈진 음지’를 쓴 뒤 “굶주리는 사람이 단 하나만 있어도 그건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라는 시인 릴케의 말을 인용해 사회 공동체 의식을 강조했다. 독자에 따라 달리 해석되기 쉬운 문학의 특성을 고려해 작품의 핵심 주제를 짚으며 독자의 이해를 돕기도 한다. ‘나의 손은 말굽으로 변하고’의 박범신 씨는 “번지르르한 자본주의 문명 뒤에 은밀히 장전돼 있는 폭력성의 비정한 탄환을 가차 없이 발사했다고 느낀다”고 집필 의도를 적었다. ‘7년의 밤’의 정유정 씨는 “사실과 진실 사이에는 ‘그러나’가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는 말로 반전에 반전을 이어가며 사건의 실체에 접근하는 작품의 특성을 압축했다. 갓 문단에 데뷔한 젊은 작가들의 경우 대부분 ‘겸손한’ 작가의 말을 내놓는다. 선배 소설가나 출판사, 그리고 가족들에 대한 감사 인사가 빠지지 않는다. 전석순 씨는 ‘2011 오늘의 작가상’을 받은 첫 장편 ‘철수 사용 설명서’에서 “사실 나는 불량이거나 반품으로 들어온 것일 수도 있음을. 혹은 이미 고장이거나 쓸모없는 것일 수도 있음을”이라며 한껏 몸을 낮췄다. 이 같은 ‘작가의 말’에는 작가의 집필 의도나 창작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결정적인 마케팅 자료가 된다. 많은 작가가 “작가는 작품으로 말한다”면서도 ‘작가의 말’을 쓰는 까닭이기도 하다. 반면 ‘퀴르발 남작의 성’ ‘일곱 개의 고양이 눈’의 최제훈 씨처럼 고집스럽게 작가의 말을 쓰지 않는 작가도 있다. 하일지 씨는 ‘경마장 가는 길’의 ‘작가의 말’에서 출판사의 요청에 부득이하게 인사말을 쓰는 곤혹스러움을 밝히기도 했다. “나는 이런 글을 쓸 계획이 전혀 없었고 또 쓰고 싶어 하지도 않았다. 왜냐하면 하나의 소설 작품에 이런 글을 덧붙이는 것은 마치 교향악이 끝난 뒤 지휘자가 지금까지 연주한 작품에 대하여 이렇다 저렇다 해설을 하는 것만큼이나 우스꽝스러운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1-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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