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사랑이란?… 시인 57명이 詩로 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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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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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랑하냐고 묻거든/강은교 외 지음/152쪽·1만2000원·문학사상

사랑. 감수성의 보고이자 문학의 원동력. 사랑을 하면 누구나 시인이 된다고 했으니 시와 사랑은 얼마나 맞닿아 있는가. 고래(古來)로 얼마나 많은 시인들이 사랑을 노래했는가. 강은교, 고은, 문정희, 오탁번, 이해인, 손택수, 장석남, 조정권 등 우리 문단을 이끄는 시인 57명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가장 보편적이면서도 난해한 주제인 ‘사랑’으로 한 편씩 신작시를 썼다.

세대와 성별, 그리고 인생의 경험이 다른 시인들이 각기 풀어낸 사랑 시들을 찬찬히 되새겨본다. 같은 사랑은 하나도 없다.

사랑의 힘은 위대하다. 시어들은 꽃으로 피어난다. ‘사랑한다는 것은/엄청나게 으리으리한 것이다/회색 소굴 지하 셋방 고구마 푸대 속 그런 데 살아도/사랑한다는 것은/얼굴이 썩어들어가면서도 보랏빛 꽃과 푸른 덩굴을 피워올리는/고구마 속처럼 으리으리한 것이다’(김승희의 시 ‘사랑의 전당’에서)

‘우리가 가난한 연인이었을 때/푸른곰팡이 붉은곰팡이도 꽃이었다/아무 데서나 마음이 꺾였고/은화를 줍듯 공들여 걸었다’(이근화의 시 ‘우리가 가난한 연인이었을 때’에서)

지난해 3월 쉰 살의 나이에 동갑내기 신부와 결혼해 강화에서 인삼가게를 하고 있는 함민복 시인의 시 ‘당신은 누구십니까’의 맺음말은 이렇다. ‘밤이면 돌아와 人蔘처럼 가지런히/내 옆에 눕는/당신은 누구십니까/나는 당신의 누구여야 합니까’

사랑의 끝은 이별이다. 고영의 시 ‘태양의 방식’은 이렇게 운다. ‘당신은 어제의 방식으로 웃어달라 했다/나는 짐짓 고개를 돌린 채 어제의 웃음을 떠올려보았지만/당신과 나와의 요원한 거리만큼에서/기억은 노선을 헤매고 있었다//기억에도 정류장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아무 때나 타고 내릴 수 있게…’

시작하는 사랑의 달콤함, 애틋함, 설렘부터 그 사랑이 식을 때의 상실감과 아픔까지. 책장 가득하다. 수많은 사랑 시들 가운데 유독 하나가 총알처럼 가슴에 박혔다.

‘사랑한다면/눈물의 출처를/묻지 마라//정말로 사랑한다면/눈물의 출처를/믿지 마라’(박후기의 시 ‘빗방울 화석’ 전문)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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