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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사온 서울대 성악과 교수가 파면됐다. 서울대는 9월로 예정된 교수 임용 절차에서 성악과 교수를 모두 배제하기로 했다. 서울대 홍기현 교무처장은 “19일 열린 교원징계위원회가 성악과 박모 교수(49)의 (성추행과 개인교습) 혐의 등이 전반적으로 사실이라고 판단해 파면키로 의결했다”고 20일 밝혔다. 오연천 총장은 이르면 1, 2일 내에 징계위의 의결을 최종적으로 받아들여 박 교수를 파면할 것으로 보인다. 박 교수는 그동안 네 차례 열린 징계위원회에 건강상 이유로 출석하지 않거나 출석해도 절차상 문제를 제기하면서 혐의 자체에 대한 소명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세월호 실종자 가족의 일부가 반대하더라도 선체 인양을 할 수 있다는 취지의 범정부사고대책본부 관계자의 발언 내용이 알려지면서 실종자 가족들이 15일 거세게 항의했다. 사고대책본부 관계자는 이날 오전 전남 진도군청에서 열린 비공식 브리핑에서 ‘실종자 가족 한 명이라도 반대하면 인양은 안 할 방침인가’라는 한 기자의 물음에 “가족 대표분들이 있고, 수많은 실종자 가족분이 있는데 한 명이 하지 말라고 한다고 반영할 수는 없지 않나. 전체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이 발언 내용이 알려지자 실종자 가족 7, 8명이 이날 오후 진도군청을 찾아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에게 항의했다. 오후 4시 김 청장이 수색 상황을 브리핑하며 “마지막 희생자 한 분을 찾을 때까지 수색구조 활동에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말하자 가족들은 “믿어도 되나. 인양이라는 단어는 입 밖으로 꺼내지도 마라”고 항의했다. 이에 김 청장은 “단 한 명이 남아도 계속 수색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실종자 가족들이 인양에 동의한다는 전제하에 국내외 선박 인양업체의 과거 실적 자료를 수집하는 등 조심스럽게 세월호 인양 작업에 대비하고 있다. 천안함 인양에 참여했던 인천해양수중공사 관계자는 “어제(14일) 정부가 과거 인양 실적 자료를 요청해 제출했다”고 15일 말했다. 영국의 구난 컨설팅업체 ‘TMC 해양’도 지난달 30일부터 정부의 인양 관련 자문에 응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실종자 수색이 우선이며 인양 시기는 실종자 가족의 의사에 따라 결정할 것”이라면서도 “장차 인양이 결정됐을 때 바로 착수하려면 지금부터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잠수 수색으로 실종자를 찾는 것이 불가능해질 경우 가족에게 동의를 얻은 뒤 수색 차원에서 정부 주도로 세월호를 인양할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가 인양업체에 비용을 지급하고 선사인 청해진해운에 구상권을 청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만약 잠수 수색으로 실종자를 모두 찾으면 세월호가 민간 여객선이기 때문에 인양은 선주인 청해진해운 주도로 이뤄진다.진도=이은택 nabi@donga.com / 조종엽·이건혁 기자}

“아이들을 구해야 한다”며 침몰하는 세월호에 끝까지 남아 승객 구조 작업을 하다 실종된 세월호 사무장 양대홍 씨(46)가 15일 끝내 주검으로 발견됐다. 양 씨는 선장 등 고위급 승무원 가운데 세월호에서 탈출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승객들을 구조하기 위해 남았던 유일한 인물이다. 양 씨의 시신은 16일 오전 헬기로 인천으로 운구돼 길병원 장례식장에 안치될 예정이다. 양 씨는 지난달 16일 오전 10시 3분경 세월호가 급격히 기울자 부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배가 많이 기울어져 있어. 통장에 돈이 있으니 아이들 등록금으로 써. 지금 아이들 구하러 가야 해. 길게 통화 못해 끊어”라는 마지막 말을 남겼다. 그는 각각 고등학교와 중학교에 다니는 두 아들을 둔 가장(家長)이었다. 그는 두 아들에게 “형이라고 불러”라고 말할 정도로 친구처럼 지냈다. 양 씨와 친했던 고홍근 오하마나호 사무장(59)은 “생존 승무원들에 따르면 양 사무장이 배 3층 안내소에서 학생들을 갑판으로 올려놓은 다음 조리실에서 들리는 비명 소리를 듣고 조리실 직원들을 구하러 가다가 이들과 함께 탈출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양 씨는 백화점 총무팀 직원, 대형마트 점장 등으로 일하다 2010년 청해진해운에 입사했다. 오하마나호에서 사무부 부사무장으로 일하다가 지난해 봄 사무장으로 승진해 세월호로 자리를 옮겼다. 사무장은 승객에 대한 서비스를 책임지는 자리다. 양 씨는 승객 응대 외에도 화장실 변기 및 조명 수리, 배 페인트 칠, 배식 등 세월호 내 궂은일까지 도맡아했다. 평소 아이들을 좋아하던 그는 수학여행 온 학생들이 주로 승선하는 여객선에서 일하는 것을 즐겼다. 양 씨의 형인 양석환 씨는 “인천에서 제주까지 14시간이 걸리는데 동생이 ‘그 시간 동안 아이들이랑 정이 들어 너무 좋다’고 늘 말했다”며 “침몰 당일에도 하룻밤 사이에 친해진 아이들이 마음에 걸려 탈출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홍근 사무장은 “대홍이는 새벽까지 로비에서 잠든 손님에게 일일이 모포를 덮어주느라 하루 2, 3시간밖에 못 자는가 하면 술 취한 손님이 뺨을 때려도 웃을 정도로 친절했다”며 “술에 취해 자살하려는 승객을 달래기 위해 승객의 하소연을 들으며 밤을 새우는 등 책임감이 투철해 초고속으로 승진했다”고 전했다. 이런 친절함 덕에 과거 오하마나호나 세월호를 탔던 승객들은 양 씨의 이름은 기억하지 못해도 ‘친절하고 서글서글한 그 직원’으로 기억하곤 했다. 그는 가족에게도 강한 책임감을 보였다. 3남 2녀 중 막내였지만 줄곧 청각 장애가 있는 홀어머니를 모셨다. 형제 중 양 씨를 특히 아꼈던 어머니는 충격 받을 것을 걱정한 형제들이 숨긴 탓에 아직 양 씨가 숨진 사실을 모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범정부 사고대책본부는 수색작업에 참여한 민간 잠수사 1명이 머리 어깨 등에 마비성 통증을 호소해 병원으로 긴급 이송했다고 밝혔다. 민간 잠수사 염모 씨(57)는 14일 수색을 마친 뒤 통증을 호소해 감압체임버에서 감압처치를 받았으나 통증이 사라지지 않아 병원으로 옮겨졌다. 염 씨는 고압산소치료센터가 있는 경남 사천시 삼천포서울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민간 잠수사가 잠수병 때문에 병원으로 긴급 이송된 건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3번째다. 사고대책본부는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이 머물고 있는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 실종자 가족들을 위한 이동식 조립주택을 20일까지 마련하기로 했다.손효주 hjson@donga.com / 진도=이은택·여인선 기자}
세월호 선체 내에 붕괴가 진행되는 격벽이 늘면서 수색 작업이 난항을 겪는 가운데 선체 수색에 투입됐던 민간 잠수사 10여 명이 15일 현장에서 철수할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범정부사고대책본부는 13일까지 세월호 내 4곳에서 격벽의 휘어짐과 붕괴 현상을 확인했으며, 14일 2곳이 추가돼 모두 6곳에서 붕괴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피로가 누적된 데다 수색 과정에서 선체가 붕괴될 경우 생명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민간 잠수사 중 제주에서 온 13명이 15일 철수할 예정이다. 세월호가 침몰한 뒤 사고해역에는 한때 민간 잠수사 120여 명이 투입되기도 했으나 점점 줄어 14일 현재 언딘(23명)과 제주업체(13명) 소속 36명이 잠수에 나서고 있다. 13명이 철수하면 언딘 소속 잠수사들만 남게 된다. 동료 잠수사들은 “해당 잠수사들이 원래 10일까지 일하는 것으로 계약이 돼 있었는데 5일을 연장해 15일까지 작업하고 돌아가는 것”이라고 전했다. 해양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이 잠수사들이 작업 도중 내뿜는 기포만으로도 천장(원래는 벽면)이 무너질 듯 출렁거리자 생명에 위협을 느낀 것도 철수의 한 원인”이라고 밝혔다. 한 달째 수색작업에 참여 중인 한 민간 잠수사는 “사고 위험 때문에 새로운 잠수사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바지선에서 만난 민간 잠수사 전광근 씨(39)는 “선체 붕괴로 만약 퇴로가 막히면 공기호스로 호흡을 해도 안에 갇히는 상황이 온다”며 “누군가 구조해 줘야 하는데 그런 상황들이 어렵다”고 말했다. 바지선에서 잠수사 치료를 맡은 이동건 해군 중위(27)는 “감기와 근육통을 호소하는 잠수사가 많다”고 말했다. 14일 수색작업에서 5구의 시신을 추가로 발견해 사망자는 281명, 실종자는 23명이 됐다. 진도=이은택 nabi@donga.com인천=황금천 기자}
악천후 때문에 주말 동안 중단됐던 세월호 실종자 수색작업이 13일 사흘 만에 재개됐다. 10일 오전 1시 이후 중단됐던 수색작업은 13일 0시 50분부터 재개됐다. 3층 선미 통로와 4층 왼쪽 통로, 4층 선미 다인실, 5층 중앙 통로에 대한 수색이 이뤄진 가운데 오후 2시경 안산 단원고 학생으로 추정되는 여성의 시신 1구가 4층 선미 우측 다인실에서 추가 발견됐다. 13일 현재 사망자는 276명, 실종자는 28명이다. 잠수사 투입을 늘리는 방안도 논의됐다. 현재의 2인 1조 방식에서는 잠수사가 선체에 도달한 뒤 1명이 외벽이나 유리창에서 공기호스를 붙잡고 다른 1명이 선체 안으로 들어가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4층 선미 다인실 주변은 격벽이 아래로 무너져 내려 통로가 막힌 상태다. 사고대책본부는 3인 1조로 방식을 바꾸면 2명이 선체 내부로 진입해 장애물을 함께 치우면서 작업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잠수인원이 1명 늘어나면 공기호스도 1개가 더 늘어나 호스끼리 꼬일 위험이 있다는 것. 범정부 사고대책본부 고명석 대변인은 “최대한 빨리 희생자를 수습해달라는 요청과 잠수사들의 안전에 유의해달라는 요청 가운데서 고민이 많다”고 밝혔다. 진도=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손가락 끝에 느낌이 왔다. 더 깊이 더듬었다. 머리 가슴 팔. 침대 매트리스가 누르고 있다. 들어올렸다. 시신을 빼냈다. 왼쪽 옆구리에 끼고 선체를 빠져나갔다. 눈앞에 일어나는 온갖 부유물. 시야는 10cm가 채 안 됐다. 민간 잠수사 이상진 씨(49)는 요즘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시신의 환영이 보이기 때문이다. 세월호 실종자 수색작업이 계속되는 가운데 민간 잠수사들이 정신적 충격으로 인한 트라우마(정신적 외상)와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잠수사들은 계속되는 수색작업에 심리치료나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는 받을 엄두도 못 내는 처지다. 세월호 사망자 시신을 30여 구 찾아내 수습한 이 씨는 12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이대로 방치하면 잠수사들이 정신적으로 위험한 상태에 이른다”고 말했다. 이 씨는 언딘리베로 바지선에서 수색작업을 지휘하고 있다. 이 씨는 동료 잠수사들이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거나 악몽에 시달린다고 호소했다. 바지선 위 컨테이너에서 잘 때 몇몇 잠수사는 가위에 눌린다. 며칠 전에도 한 동료 잠수사는 자다가 갑자기 “그 구역, 거기에 아직 한 구 남았어. 빼내야 하는데!”라고 잠꼬대를 하며 악몽에 시달렸다. 이 씨는 “시신을 보면 그 모습이 며칠간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고, 발견한 시신을 못 가져오면 강박관념에 시달린다”고 말했다. 수색작업 중 위험하고 힘든 부분은 경험이 많은 민간 잠수사가 주로 맡고 있는 실정이다. 해경 잠수사와 함께 2인 1조로 선체까지 접근하면 해경은 선체 외벽이나 유리창에서 공기호스를 잡고 대기한다. 붕괴가 진행되는 선체 내부로 진입해 손으로 더듬어가며 시신을 찾아내는 건 민간 잠수사 몫이다. 이 씨는 “공포에 시달리며 작업하면서도 겉으로 내색하지 못하는 게 지금 우리 처지”라고 말했다. 이 씨는 “작업이 끝난 잠수사들이 편하게 심리치료를 받을 수 있게 거주지 주변의 병원을 정부가 지정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씨는 “나는 이전에 시신을 여러 번 수습해본 경험이 있는데도 정신적으로 많이 힘든 상태다. 바지선에는 시신 수습이 처음인 잠수사도 있다. 그들은 얼마나 더할지 상상이 되는가”라고 되물었다.진도=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세월호 침몰 26일째인 11일 사고 해역에 풍랑주의보가 발효되는 등 기상 악화로 수색 작업이 이틀째 중단됐다. 민관군 합동구조팀은 10일 오전 3시 49분부터 수색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지점의 유속이 빨라지고 파고가 2∼2.5m에 이르는 등 기상이 악화되자 수색을 잠정 중단했다. 11일에도 수색이 중단됐으며 12일 기상 상황에 따라 수색작업을 재개할지 결정할 예정이다. 세월호 선체 일부에서 붕괴 현상이 진행되고 있는 것도 수색 작업을 어렵게 하고 있다. 배가 좌현으로 기운 탓에 격벽과 통로 벽을 이루는 샌드위치 패널이 수직 방향으로 압력을 받은 데다 물속에 오래 잠겨 있던 탓에 약화된 것. 붕괴 위험이 확인된 곳은 5층 선수 승무원 객실 통로와 중앙 특실 통로, 4층 선수 좌현 8인실 통로와 선미 30인실 통로 등 4곳이다. 바지선에서 공기호스를 달고 들어가는 현재의 수색 방식상 잠수사가 호스를 끌고 들어가다 중간에 격벽이 무너지면 잠수사와 공기호스가 깔릴 위험이 있다. 이 때문에 잠수사의 생명이 위태로울 수도 있어 일부 구역은 수색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범정부 사고대책본부는 “휘어지고 있는 샌드위치 패널은 세월호를 일본에서 수입해 개조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콘크리트 패널을 대체한 것”이라며 “여객선과 선박에 널리 쓰이고 있기 때문에 그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한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에게 생활안정비 및 구호비를 지원하겠다고 11일 밝혔다. 사망자 가족은 가구당 생활안정비 85만3400원과 가족 구성원 1인당 42만 원의 구호비를 받을 수 있다. 부상자 가족은 이 금액의 절반을 받을 수 있다. 희생자 가족들은 15일부터 주소지가 속한 지방자치단체에 신청하면 개인 계좌로 지원금이 지급된다.진도=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언딘이 이 씨를 모집했으며, 인명구조협회를 통해 들어왔다.”(해경) “인명구조협회에서 이 씨를 모집했고 해경이 추천해 언딘에 배속됐다.”(언딘) “우리 단체는 이 씨를 소개한 적이 없다.”(대한인명구조협회) 세월호 실종자 수색 작업에 투입됐다가 숨진 민간 잠수사 이광욱 씨(53)의 참여 경위를 두고 해경과 ‘언딘 마린 인더스트리’(언딘)의 책임 떠넘기기가 점입가경이다. 양측은 서로 상대방이 대한인명구조협회를 통해 이 씨를 모집했다고 책임을 떠넘겼지만 8일 본보 취재 결과 정작 대한인명구조협회는 “우리는 이 씨를 소개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 씨는 심해 잠수가 가능한 잠수산업기사 등의 국가공인 자격증이 없었는데도 자격증 유무에 대한 검증 없이 현장에 투입돼 구조팀의 안전관리 책임 문제가 제기돼 왔다. 청해진해운과 세월호 인양 계약을 맺고 구조 수색 작업에 참여한 이후 언딘은 끊임없이 논란의 중심이 돼 왔다. 해경의 비호 아래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아온 언딘이 이번에는 해경과 마찰을 빚고 있는 것이다.○ ‘사망 책임’ 논란 빚다 해경-언딘 틀어져 대한인명구조협회의 지회장으로 진도 팽목항에서 협회의 민간 잠수사 투입을 총괄한 한 관계자는 8일 “우리는 이광욱 씨가 누군지도 모르고, 협회에서 이 씨를 추천하거나 소개한 적도 없다. 해경이 거짓말을 했다”고 반박했다. 오히려 이 관계자는 “스쿠버에서 표면공기공급으로 잠수 방식이 바뀐 뒤 민간 지원자가 급감했고, 이때부터 언딘뿐 아니라 해경 직원들이 눈에 불을 켜고 다이버를 구하러 다녔다”고 말했다. 해경으로부터 ‘민간 다이버를 50명까지 충원하라’는 지시를 받은 언딘뿐 아니라 해경이 직접 민간 다이버를 모집했다는 것이다. 해경의 비호를 받고 수색 현장에 우선적으로 투입됐다는 논란이 있던 언딘은 해경이 책임 떠넘기기에 나서자 강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김윤상 대표는 “위험한 선내 수색 작업은 언딘 잠수사가 거의 다 하고 해경과 해군은 선박 입구에서 시신을 옮겨 받는 수준”이라고 비난하며 “언딘 잠수사들은 해군 해난구조대 등을 제대한 뒤에도 평생 잠수 일을 해온 사람들인데 3, 4년 훈련 받은 군경과 수준이 같겠느냐”고 반문했다. ○ 끊이지 않는 ‘언딘’ 논란 핵심은 언딘은 사고 후 수색 초기부터 “해경이 언딘의 수색 독점을 위해 다른 민간 잠수사의 참여를 배제하고 있다”는 등의 의혹을 받아왔다. 해경은 “실력이 부족한 자원봉사 잠수사의 참여를 제한했을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언딘 관련 논란의 핵심은 특혜 부분이다. 해경이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에 언딘과 구난 계약을 맺도록 주선하거나 유도했다는 것이다. 한 언론은 “(사고 직후) 해경 직원이 ‘언딘이라는 업체가 벌써 구난 작업을 하고 있다. 그쪽과 계약하라’며 언딘의 전화번호를 알려줬다”는 청해진해운 관계자의 말을 보도했다. 이에 대해 해경은 “청해진해운은 자체 판단으로 언딘과 선박구난 계약을 했다”고 해명했다. 언딘이 자원봉사 잠수사로부터 첫 시신 수습 성과를 가로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언딘은 “발견은 자원봉사 잠수사가 했지만 시신을 수습한 것은 언딘 잠수사가 맞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언딘 잠수사가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민간 잠수사가 항구로 돌아갈 때까지 수색을 지연시켰다는 의혹은 명쾌히 정리되지 않은 상태다. 언딘 측은 “지난달 19일 오전 11시경 먼바다 해상에 풍랑주의보가 내려져 바지선을 관매도로 회항시켰다”고 했지만 당일 오전 11시 현장에서는 잠수 수색이 충분히 가능했다는 잠수사들의 진술도 있다.○ 수색 ‘동원’됐나, ‘독점’했나 언딘을 둘러싼 각종 논란은 모두 언딘의 이중적인 지위에서 출발한다. 언딘은 정부의 수난구호 명령에 종사하고 있으면서 동시에 청해진해운과 선체 인양 계약 관계도 맺고 있다. 언딘이 처음에는 인양 계약을 따내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 수색 현장에 간 것으로 보인다. 언딘은 “청해진과 금액이 써 있지 않은 2장짜리 약식 구난(인양) 계약을 4월 17일 맺었다”고 밝혔다. 해당 계약에는 ‘구난 구호에 대한 독점적 수행’ 규정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언딘은 “작은 규모의 계약은 먼저 현장에 출동한 곳에 선점권을 인정하는 경우가 보통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언딘은 특혜 논란이 일 때마다 “이 인양 계약은 ‘반쪽’이며, 언딘은 정부의 동원 명령에 따라 수색을 하고 있다”고 강조해 왔다. 인양 비용은 보험사가 지급하기 때문에 보험사가 지정한 손해사정인이 구난회사가 제출한 계획의 적절성을 판단해서 최종적으로 인양 업체를 지정한다는 것이다. 언딘 관계자는 “언딘은 수난구호법에 의해 동원령이 떨어져서 현장에 도착했고, 구조를 해야 할 상황이라서 ‘징집’돼 투입됐다”고 말하고 있다. 수난구호법에 따라 동원된 민간단체 등은 수색 구조 과정에서 사용한 실비만 사후에 보전받게 된다. 이익을 남기기 위해 구조에 참여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언딘을 둘러싼 각종 논란은 언딘이 최종적으로 선체 인양에 참여하지 않으면 잠잠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 경우 언딘이 구조 작업을 하며 확보한 세월호 선체에 대한 각종 정보와 잠수 경험이 사장될 소지도 있다.진도=조종엽 jjj@donga.com·이은택 / 신동진 기자}
세월호 수색작업을 주도하고 있는 언딘은 2004년 설립된 수중 공사 및 해양장비업체로 선박사고와 관련한 구난작업도 하고 있다. 자본금 10억 원으로 사업을 시작해 지난해 99억3000만 원으로 늘었다. 현재 지분 64.5%를 보유해 최대주주인 김윤상 씨가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언딘(Undine)은 ‘물의 혼’이라는 의미. 언딘은 자사 홈페이지에서 “소규모 산업잠수회사에서 해양산업 전 분야로 수행영역을 확장해 가고 있다”고 밝혔다. 또 “대표이사를 비롯한 경영진 3명이 전문 산업잠수사 출신”이라며 “2011년 아시아나 화물기 제주해역 침몰사고, 2012년 중국 광저우 해상 케미컬 운반선 침몰사고 수습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언딘의 현재 신용등급과 재무상태는 좋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기업데이터 기업신용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1일 기준으로 언딘의 신용등급은 AAA(최우량)에서 D(매우불량) 등급 중 CCC+ 등급이다. 중간에도 못 미치는 등급으로 보고서는 “현재 시점에서 채무불이행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진도=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6일 세월호 수색작업에 투입된 민간 잠수사 이광욱 씨(53)가 숨진 것은 범정부사고대책본부가 민간 잠수사들의 안전관리를 부실하게 해 발생한 예견된 사고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씨가 사고를 당했을 때 바지선에는 의료진이 아예 없었고, 구조팀은 평소 민간 잠수사들의 건강 상태를 제대로 점검하지 않고 물속에 들어가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잠수 작업 시 ‘2인 1조’의 원칙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의사는 구조 후 10분 걸려 도착 이날 오전 6시 17분 세월호 선체 우현에 안내줄 설치 작업을 하던 이 씨가 통신 응답이 없고 호흡 소리도 비정상적으로 변하자 바지선에서 대기 중이던 잠수사 2명이 입수해 오전 6시 21분 이 씨를 물 밖으로 꺼냈다. 이 씨는 의식이 없고 숨을 쉬지 않는 상태였지만 바지선 위에는 의사가 없었다. 바지선에 있던 잠수사와 소방대원들이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이 씨의 호흡은 돌아오지 않았다. 인근에 있던 청해진함의 군의관이 바지선에 도착한 것은 이 씨가 수면 밖으로 옮겨진 지 10분이 지난 오전 6시 31분이었다. 1분 1초가 아까운 긴급한 상황에서 해군 함정에서 바지선으로 군의관이 이동하는 데 10분을 허비한 것이다. 바지선에는 감압체임버와 제세동기 외에는 의료장비도 없었다. 민간 잠수사들은 평소 잠수 전 건강상태 확인도 제대로 받지 못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수색작업에 투입됐던 한 민간 잠수사는 6일 통화에서 “새로 잠수사가 바지선에 도착하면 일단 다 받아들이고 건강 상태 체크 없이 입수시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잠수사는 “물에 들어가기 전 ‘건강이 괜찮은가, 들어갈 수 있겠는가’ 정도만 물어볼 뿐 실제 혈압이나 체온을 재는 등의 검사는 전혀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사고대책본부 관계자도 “현장 감독관은 입수 전 잠수사들에게 혈압 이상 유무, 건강상태, 잠수 가능 여부를 구두(口頭)로 묻는다”고 말했다.○ ‘2인 1조’가 원칙이라더니 이 씨가 사고 당시 동료 잠수사와 함께 ‘2인 1조’로 작업을 하지 않고 ‘단독 잠수’를 한 것도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고대책본부는 그동안 “세월호 선체 수색을 하는 잠수사들은 한 명의 잠수사가 선체 안에서 길을 잃는 등의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돕기 위해 항상 2인 1조로 투입된다”고 밝혀 왔다. 사고대책본부는 이날 “수심 20m 정도에서 하는 가이드라인 설치작업은 관행적으로 혼자 입수했다”고 해명했지만 이 씨가 선체 수색팀과 마찬가지로 2인 1조로 작업을 했더라면 동료 잠수사가 곧바로 이 씨를 끌어올려 살릴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운채 전 해난구조대장은 “원래 2명이 들어가야 하는데 1명을 들여보낸 것부터가 잘못됐다”고 말했다. 해양경찰청과 민간업체는 이 씨 투입을 놓고 ‘책임 미루기’에 바빴다. 해경 측은 이날 오전 “이 씨는 ‘언딘 마린 인더스트리’(언딘) 소속”이라고 밝혔다가 오후에는 “민간 잠수사들의 피로 누적에 따른 대체인력 확보를 위해 해경이 언딘에 민간 잠수사를 50명 이상 확보할 것을 요청했고, 이에 따라 언딘이 잠수협회 등을 통해 잠수인력을 보강했다”고 밝혔다. 언딘 쪽에 책임을 떠넘긴 것이다. 하지만 언딘의 장병수 이사는 “(이 씨는) 임시 고용되지도 않았고 우리와 계약관계가 없다”며 “인명구조협회에 자원한 이 씨를 해경이 우리에게 추천해 언딘에서 작업할 수 있도록 배정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 “무리한 잠수가 생명 위협” 세월호가 침몰한 직후부터 구조팀이 실종자 가족의 애절한 상황 등 여러 부담 때문에 무리한 잠수를 강행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군의 ‘잠수교본’에 따르면 잠수사가 호흡기체를 공급받는 공기 심해잠수는 일반적으로 잠수 깊이를 수심 130피트(약 40m)까지로 제한하고 있다. 세월호가 가라앉은 곳은 만조 시 최대 수심이 47m에 이른다. 또 심해잠수가 가능한 최대 조류는 1.5노트 이하로 제한하고 있으나 구조팀은 그 이상의 유속에서도 잠수를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민간 잠수사는 “잠수시간 초과나 수직이동, 부족한 감압과 휴식 등은 곧바로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는데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의료지원이 허술한 민간 잠수사들과는 달리 해경·해군 잠수사들은 청해진함 등 사고 해역 인근에 대기 중인 해군 함정에 군의관과 감압체임버, 수술실 등이 갖춰져 있어 즉각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사고대책본부는 이 씨가 숨진 뒤 뒤늦게 민간 잠수사들이 작업 중인 바지선 위에 군의관을 배치하고 보건복지부 소속 의료지원단을 투입했다고 밝혔다. 세월호 참사 발생부터 뒷수습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서 정부의 대처는 ‘뒷북 조치’가 일상화돼 있을 정도로 무능과 안일의 종합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진도=조종엽 jjj@donga.com·이은택인천=황금천 기자}

세월호 사고 실종자 수색작업에 투입된 50대 민간잠수사가 잠수 11분 만에 의식을 잃고 숨졌다. 6일 범정부사고대책본부에 따르면 민간잠수사 이광욱 씨(53)는 이날 오전 6시 6분경 선체 5층 로비 부근에 가이드라인을 설치하기 위해 잠수했으나 오전 6시 17분 수심 24m 지점에서 통신이 끊겼다. 이에 동료 잠수사 2명이 의식을 잃은 이 씨를 수심 22m 지점에서 발견해 물 밖으로 꺼냈다. 이 씨는 오전 6시 44분 헬기로 목포한국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오전 7시 36분 사망 판정을 받았다. 목포한국병원은 잠수할 때 압력 차이 때문에 폐를 통해 뇌로 공기가 들어가 뇌혈관을 막는 기뇌증이 사인(死因)이라고 밝혔다. 댐 건설 등 다양한 산업잠수 경력이 있는 이 씨는 기존 잠수사들의 피로도를 감안해 대체 투입된 잠수사였다. 전날인 5일 사고 해역의 수색용 바지선에 도착했으며 6일 처음으로 잠수 작업에 나섰다가 변을 당했다. 이 씨는 잠수사들이 물 밖으로 건져냈을 당시 가이드라인에 공기호스가 걸리고 마스크가 벗겨진 상태였다. 사고 직후 바지선 위에서 이 씨가 착용한 잠수장비를 확인한 결과 공기 공급과 통신은 정상 상태였다. 해경은 선체에 복잡하게 설치된 유도줄 등에 이 씨의 공기 공급선이 얽히면서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씨의 사망으로 선체 수색작업은 잠시 중단됐지만 이내 재개됐다. 이날 민관군 합동 구조팀은 격실 111개 가운데 실종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했던 격실 64개 중 열지 못했던 격실 3개를 모두 개방하는 데 성공해 6구의 시신을 추가로 수습했다.진도=조종엽 jjj@donga.com·이은택 기자}
6일 세월호 수색 가이드라인 설치작업 중 숨진 민간잠수사 이광욱 씨(53)의 사망 원인은 ‘기뇌증(氣腦症)’인 것으로 판명됐다. 목포한국병원은 이날 이 씨의 뇌를 컴퓨터단층촬영(CT)한 결과 혼수상태가 올 정도로 뇌 안에 기포가 많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박인호 원장은 “잠수할 때 압력 차이 때문에 폐를 통해 뇌로 공기가 들어가 뇌혈관을 막는 기뇌증에 걸린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잠수사들 사이에서 기뇌증은 ‘기체전색증’으로도 불리는 잠수병의 일종이다. 대표적인 잠수병인 저체온증은 서서히 병세가 진행되는 데 비해 기체전색증은 증상이 나타나는 시간이 짧고 빨리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순식간에 목숨을 앗아간다. 정운채 전 해군 해난구조대장은 “증세가 시작된 뒤 4분 30초 안에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숨지기 때문에 잠수사에게는 ‘공포의 병’으로 통한다”고 설명했다. 보통 기뇌증이 발병하면 4분 30초 내 잠수사를 감압체임버에 넣어 치료해야 한다. 잠수사들은 빠른 수색을 원하는 정부와 실종자 가족들의 압박으로 심적 고통이 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체인력 투입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선체 구조가 복잡해 한 번 들어가 본 경험이 있는 잠수사에게 계속 의존할 수밖에 없어 인원을 한꺼번에 교체할 수 없는 상황이다. 6일 현재 숨진 이 씨를 제외하고 17명의 잠수사가 잠수병에 걸리거나 다쳤다.목포=여인선 insun@donga.com / 진도=이은택 기자}
세월호가 전남 진도 앞바다에 침몰한 지 20일째인 5일 민관군 합동구조팀의 1단계 선체수색작업이 사실상 마무리됐다. 하지만 아직도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실종자가 40명. 이들 상당수가 수색이 완료되지 않은 화장실이나 로비 등 공용 공간과 해저와 맞닿아 있는 좌현 격실 쪽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 남은 실종자는 어디에 범정부사고대책본부에 따르면 세월호 격실은 현재 침대 매트리스, 의자, 집기, 가구 등이 전복 당시 좌현 쪽으로 쏠려 겹겹이 쌓여 있는 상태다. 구조팀은 세월호가 좌현으로 전복되면서 침몰한 만큼 좌현 쪽에 실종자들이 집기와 함께 몰려 있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다. 대책본부는 “한 번 수색한 격실에서도 두 번째, 세 번째 수색에서 시신이 뒤늦게 발견될 수도 있다”고 5일 밝혔다 이달 중순까지 총 3단계로 진행될 수색작업 중 1단계는 5일 마무리되는 동시에 2단계가 함께 진행된다. 세월호 내 111개 격실에서 실종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격실 64곳 중 61곳의 문 개방과 1차 수색을 끝냈다. 아직 문이 열리지 않은 3곳도 3층 로비에서 노래방 쪽 통로를 통해 입구까지 접근했다고 밝혀 곧 문을 개방할 것으로 보인다. 5일 잠수사들은 이곳 격실로 접근하는 도중 복도에서 발견한 1구를 포함해 이날까지 시신 14구를 추가로 발견했다. 물살이 가장 느려 수색작업이 쉬운 ‘소조기’(7∼10일)가 다가오고 있어 2차 수색에서 남은 실종자를 찾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시신 유실 우려, 잠수사 피로도 누적 사고 지점에서 2∼4km 떨어진 지점에서 시신이 발견되고 30km 떨어진 지점에서 유실물이 발견돼 시신 유실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구체적인 유실 규모와 행방은 추측하기 어려운 상태다. 5일 침몰 지점에서 15km 떨어진 외병도에 쳐 놓은 닻자망에서는 침대 매트리스 3점 등 유실물이 발견됐다. 진도와 해남 해안에서도 신발 4점이 발견됐다. 대책본부는 추가 유실을 막기 위해 4일 침몰 지점에서 가까운 주변에 중형저인망 어선 4척을 투입했다. 침몰 지점으로부터 5km 안쪽에는 중형저인망과 안강망, 5∼15km에는 닻자망, 쌍끌이저인망, 안강망을 배치해 5중 벽을 쌓았다. 수색작업 장기화로 잠수사들의 피로가 누적되고 있는 점도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지금까지 총 10명의 잠수사가 잠수병, 부상 등으로 치료를 받았다. 대책본부는 5일 민간 잠수사 13명을 추가로 투입했지만 세월호 선내가 워낙 복잡한 만큼 안에 들어갔던 잠수사가 가급적이면 계속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다. 대책본부는 “예비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해군 등으로부터 인력을 제공받아 풀을 구성 중”이라고 밝혔다.○ 남은 실종자 가족들 초조감 커져 실종자 가족들이 머무는 진도 실내체육관과 팽목항은 시신을 확인한 사망자 가족들이 많이 떠나 쓸쓸한 분위기로 바뀌어가고 있다. 5일 체육관에 남은 가족은 50명 남짓. 연휴 기간인 3∼5일 34구의 시신이 수습돼 가족들이 썰물처럼 체육관을 빠져나갔다. 일부 가족은 조급한 마음에 시신이 들어오는 팽목항에서 먹고 자며 수색작업 소식을 기다리기도 했다. 체육관에 머무는 가족들도 눈 뜨면 셔틀버스를 타고 팽목항으로 갔다가 밤이 된 뒤 돌아왔다. 진도군 관계자는 “체육관과 팽목항에 총 200∼230명이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1단계 수색작업이 마무리돼 가자 남은 가족들의 초조함은 더해갔다. 혹시나 객실 수색이 끝나도 시신을 찾지 못할까 불안해했다. 오전에 아들의 시신을 찾았다는 한 부모는 다른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실종된 단원고 학생의 아버지(47)는 “20일을 함께 지냈는데 찾은 사람도, 찾지 못한 사람도 마음 아프기는 매한가지”라고 말했다. 한편 ‘다이빙벨’ 투입 논란을 키운 고발뉴스 이상호 기자가 5일 진도의 한 취재현장에서 쫓겨나는 일이 벌어졌다. 이 기자는 이날 오후 8시 5분경 해양경찰청 브리핑이 이뤄진 팽목항 가족대책본부 천막 앞에서 다른 기자들과 함께 있다가 실종자 가족으로 추정되는 2명의 남성으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한 남성은 “할 말 있어요? 할 말 있어요? 우리가 아무리 무식하지만 그렇게 하면 안 된다. 여기 다시는 나타나지 마라”고 말했다. 이에 이 기자는 아무런 반박도 하지 못하고 현장을 떠났다. 이 기자는 그동안 “정부가 20시간 연속 잠수할 수 있는 다이빙 벨 투입을 막는다”며 다이빙벨이 만능인 것처럼 주장했다. 하지만 다이빙벨 투입은 성과 없이 실패로 끝나 실종자 가족들의 비난을 샀다.진도=이은택 nabi@donga.com·주애진·권오혁 기자}

세월호 사고 실종자 수색작업이 계속되는 가운데 거센 조류로 시신이 침몰지점에서 4.5km 떨어진 곳에서 발견되는 등 시신 유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시신 유실에 대한 정부의 대비가 소홀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범정부 사고대책본부는 “2일 오전 6시 반 사고 지점에서 남동쪽으로 4.5km 떨어진 해상에서 구명조끼를 입은 여성 실종자의 시신 1구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 시신은 2일 오전 5시경 세월호 선체 3층 중앙에서 발견돼 잠수사가 수면 위로 끌어올리던 중 강한 조류 때문에 놓쳐 떠내려갔다. 1시간 반 만에 4km 이상 떠내려간 것이다. 세월호 유실물도 속속 발견됐다. 사고 지점에서 약 31km 떨어진 진도 금갑해변에서는 가방, 슬리퍼 등 유류물 23점이 발견됐다. 15km 떨어진 외병도 앞 바다에 어민이 쳐 놓은 닻자망에는 객실 침대 매트리스 2개와 작업복 1개가 걸렸다. 이 닻자망은 침몰사고 이전에 어민들이 친 그물이지만 시신 유실을 막기 위해 그대로 두도록 한 것이다. 대책본부는 “조류를 고려했을 때 시신이나 유류물이 침몰 지점에서 60∼70km 떨어진 곳까지 흘러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뒤늦게 시신유실 방지에 나선 대책본부는 “진도군 관내 어선 213척 중 일부를 동원해 인근 무인도 211곳을 수색 중”이라며 “쌍끌이 저인망 어선 8척도 사고지점 15km 반경을 훑고 다니고 있다”고 밝혔다. 인근 섬에 어민들이 쳐 놓은 낭장망(그물) 489틀도 금어기(禁漁期)가 시작되는 16일부터 철거해야 하지만 계속 유지하도록 했다. 전문가들은 시신 유실을 막기 위한 정부의 초동대처가 부실했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사고 3일째가 돼서야 저인망 어선을 투입했고 4일째 주변 해역에 그물망을 쳤다. 그 사이 몇 구의 시신이 유실됐고 어디에 있는지는 조류의 방향과 세기, 수심에 따라 변수가 너무 많아 파악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한 해양전문가는 “사고 당일 침몰 지점을 그물로 둘러쌌어야 했다”며 “지금에 와서 유실을 막겠다는 건 초대형 수영장에서 종이컵 몇 개를 휘젓고 있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진도 어민들은 실종자 유실 가능성이 커진 2일부터 어선 수색작업을 재개했다. 어민들은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3∼7일간 자발적으로 대규모 수색작업을 벌였으나 정부의 특별한 조치가 없자 조업을 하면서 유류품 등을 인양했었다. 이날 수색에 참여한 진도 어선은 44척이다. 김 생산자 30명이 탄 어장관리용 어선 6척은 사고지점에서 남쪽 신의면 의신면 매몰도 주변 무인도를, 낭장망 회원 17명이 탄 어선 5척은 북쪽 조도면 가사도 인근 무인도를 수색했다. 침몰 당시 승객 수십 명을 구한 어부 김준석 씨(40)는 “밤에 군이 조명탄을 쏘면 세월호 구조 상황이 떠올라 잠을 이루지 못하고 해안가를 돌며 수색한다”고 말했다. 승객들을 구한 전남도 어업지도선 201호선 임종택 씨(47)와 박승기 씨(44) 등 어업지도사 5명도 대형 참상 목격 후유증을 이기고 다시 바다로 나갔다. 임 씨가 탄 201호는 이날 조도면 외병도 서쪽해역을, 207호는 병풍도 남동쪽 해역을 각각 수색했다.진도=이은택 nabi@donga.com / 목포=이형주 기자}

세월호 침몰 사고를 수습하고 있는 범정부 사고대책본부가 2일 전남 진도군청 브리핑에서 “실종자 수색을 위해 기술자문 용역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그동안 실종자 가족들로부터 “수색 작업이 왜 이리 더디게 진행되느냐”는 원성을 들어왔다. 민간잠수부 투입과 다이빙벨 사용을 둘러싼 논란도 조기에 수습하지 못해 아까운 시간을 허비했다. 대책본부는 “신속한 수색과 구조를 실종자 가족들이 원했기 때문에 글로벌 업체에 기술자문을 받을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돼 용역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해당 업체는 1842년에 설립된 네덜란드의 ‘SMIT Singapore Pte Ltd’사로 해양 및 선박사고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라는 게 대책본부의 설명이다. 선진국과 선진업체에 좋은 기술이 있다면 조언을 구할 수 있다. 초고층 건물을 지을 계획이라면 건축 분야의 선진국에서, 도시정비를 할 계획이라면 계획도시가 발달한 나라에 자문하고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다. 단, 자문이란 주로 어떤 일을 앞두고 미리 장기 계획을 세울 때 하는 법이다.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을 꺼야 할 때는 자문하기에 적합한 시기가 아니다. 소방대원이 불타고 있는 건물의 불을 끌 때 전문가에게 자문하고 끄진 않는다. 2일로 세월호가 침몰한 지 17일째가 됐다. 수색 작업은 더디고 수온은 오르고 있다. 시신은 사고 지점에서 몇km 떨어진 곳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팽목항과 진도실내체육관의 실종자 가족들은 초 단위로 가슴이 타들어간다. 정부가 의뢰했다는 용역 결과는 2주 뒤에나 나온다. 네덜란드 업체가 실종자 수습 방안과 구난 방안을 일러주면 그때 가서야 수색 작업에 활용하겠다는 뜻이다. 올바른 정부라면 재난사고가 터지기 전 예방 차원에서 미리 기술자문을 해야 했다. 이날 정부 발표를 지켜본 취재진 사이에서 “지금 한가하게 자문이나 할 때인가”라는 탄식이 터져 나왔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있다. 부실한 외양간이 부서져 당장 눈앞에서 소들이 여기저기 달아나고 있다면 뛰어가서 소를 잡아야 한다. 이웃마을 어르신에게 가서 “소를 잡고 외양간을 튼튼히 할 좋은 방법이 있습니까?” 물어보고 올 여유가 없다. 그 질문은 외양간이 부서지기 전에 미리 했어야 옳다. 정부의 부실한 대응 태도는 16일 세월호 침몰 당일부터 매일 도마에 올랐다. 수색 과정에서도 실종자 가족들이 먼저 “야간에는 오징어잡이 배의 등불을 이용하자” 등 갖가지 아이디어를 짜냈다. 정부는 뒤늦게 이를 받아들였고, 이런 과정이 되풀이됐다. 진도실내체육관에는 “대책본부를 실종자 가족이 지휘한다”는 씁쓸한 농담까지 나돌았다. 사고 17일째. 진도 앞바다와 팽목항에서는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일들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진도=이은택·사회부 nabi@donga.com}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부모들이 다시 ‘고통의 현장’으로 돌아왔다. 경기 안산 단원고 2학년 학부모 160여 명은 1일 오후 4시경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 도착했다. 이들은 세월호 침몰사고에서 희생된 자녀들을 가슴에 묻었던 이곳을 다시 찾았다. 아직 생사를 확인하지 못한 실종자 부모들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들이 입은 흰색 티셔츠에는 매직으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야 보고 싶다. 사랑한다,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얘들아 빨리 돌아와’ ‘내 새끼 찾아내라’고. 20여 명은 ‘학교에 있어야 할 우리 아이 바닷속에 웬 말이냐’ ‘기다림이 더 고통이다’라고 적힌 피켓을 든 채 팽목항 어귀까지 행진했다. 앞장선 아버지와 어머니는 이렇게 절규했다. “내 아이를 찾아내라, 마지막 한 명까지 안아보자”로 시작해 “정부는 살인자”로 바뀌었다가 다시 “내 아이가 보고 싶다, 내 아이를 찾아내라”로 바뀌었다. 잠시 후 시신을 실은 배가 들어오는 팽목항 선착장 옆에서 이들은 멈춰 섰다. 부모들은 바다를 향해 자신의 자녀 이름을 외쳤다. 어머니는 통곡했고 아버지는 얼굴을 감싸 쥔 채 주저앉았다. 이들은 가족상황실 앞으로 이동해 “아들딸아, 보고 싶다. 내 아이를 찾아내라”고 소리쳤다. 아직 자녀의 생사를 모르는 부모들도 달려 나와 함께 울었다. 며칠 만에 다시 만난 단원고 학부모들은 서로를 위로하며 대화를 나눴다. 오후 4시 반 가족상황실에서 한 남성이 A4용지 한 장을 들고 나와 게시판에 붙였다. ‘#218(번째 시신), 남성(학생 추정), 키 170∼175cm, 오른 쇄골에 점, 검은색 흰색 가로줄 무늬 라운드 티.’ 곧 도착할 시신의 인상착의였다. 실종자 가족들이 몰려들었다. 잠시 후 많은 인파 틈에서 보라색 등산복을 입은 한 여성이 “○○이 같아!”라며 울부짖었다. 다급하게 달려온 남편이 손가락으로 종이 위 글자를 짚어갔다. “맞아…. 맞다….” 둘은 서로를 부둥켜안고 통곡했다. 선착장 옆에 한 스님이 염불을 하던 자리. 한 중년 여성이 바다를 향해 무릎을 꿇고 있었다. 실종된 자녀를 찾게 해 달라고 애절하게 기원하고 있었다. 주변 탁자에는 자녀에게 먹이고 싶은 피자, 탄산음료, 초코파이 등이 놓여 있었다. 그렇게 팽목항은 해가 저물었다. 아이를 떠나보낸 부모와 아직 찾지 못한 부모들은 함께 천막으로 향했다. 그들 위에서 자녀의 이름을 슬프게 외치는 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통곡은 먼 바다로 퍼졌다.진도=이은택 nabi@donga.com·김준일 기자}

“사업하는 사람으로서 검증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이종인) “가족들 데리고 장난친 거다.”(실종자 가족) 구조현장 투입을 놓고 논란이 벌어졌던 ‘다이빙벨’이 결국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하고 1일 철수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전 국민을 상대로 벌인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의 ‘재난 마케팅’과 전문적인 검증도 없이 다이빙벨 투입을 주장해 온 일부 언론의 행태에 분노했다. 다이빙벨은 잠수사들을 바닷속으로 데려다주고 거기서 휴식할 수 있게 해주는 장비다. 지난달 29일 다이빙벨을 싣고 사고 해역으로 출발한 이 대표의 바지선은 1일 오후 2시 20분경 전남 진도군 팽목항으로 돌아왔다. 범정부사고대책본부에 따르면 이 대표의 다이빙벨은 이날 오전 3시 20분경 잠수사 3명을 태운 뒤 세월호 선미 쪽에 투입됐지만 약 2시간 뒤인 5시 17분경 물 밖으로 나왔다. 민간 잠수사 2명은 다이빙벨을 이용해 1시간여 가까이 선내 진입을 시도했지만 끝내 객실 내부 진입에 실패했고 실종자를 발견하지 못했다. 해경 측은 “이 대표는 선미 부분의 복도 입구까지만 진입했다. 선내에 진입한 것은 맞지만 객실 등에는 가지 못했다. 입구에 들어선 뒤 막혀서 후퇴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전날에도 오후 3시 45분경 다이빙벨로 잠수를 시도했으나 물속에 들어간 지 28분 만에 산소 공급 케이블 손상으로 수색 작업에 실패했다. 철수를 결정한 이 대표는 1일 오후 기자회견에서 군색한 변명을 늘어놓기 바빴다. 그는 “기존 (민관군 합동구조팀의) 결과보다 월등한 성과가 나오면 지금까지 일했던 사람들의 사기 저하와 혼란이 우려된다”며 “애초에 성과를 내려고 다이빙벨을 가져왔는데 어떤 이유로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일각의 ‘20시간 연속 잠수 가능’ 주장에 대해선 “사고 해역 수심에서는 20시간을 견딜 수 없다”며 “1시간 30분씩 조를 짜서 연속으로 한다는 의미였고 민간에서 자원 잠수사들이 많이 수배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며 한발 물러섰다. 수백 명의 실종·사망자가 발생한 상황에서 태연히 “사업에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대표의 다이빙벨이 아무 성과 없이 돌아왔다는 소식에 실종자 가족들은 이 대표와 일부 언론에 분노와 배신감을 드러냈다. 다이빙벨 구조 수색작업에 투입된 바지선에 함께 탔다가 돌아온 한 실종자 가족은 “다 거짓이다. 가족들한테 장난친 거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속았다. (물속에) 내려가 45분 정도 수색을 하긴 했는데 성의가 없어 보였다”고 덧붙였다. 딸이 실종된 단원고의 한 학부모는 “민관군 구조팀의 체면을 살리려 철수했다는 이 대표의 발언은 다이빙벨을 마지막 희망으로 생각하고 밤낮없이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우리 부모들의 마음에 못을 박는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 대표의 다이빙벨이 부각된 것은 애초 인터넷 매체인 고발뉴스 이상호 기자의 트위터 메시지와 종합편성채널 JTBC의 인터뷰로 촉발됐다. 이 대표는 지난달 18일 JTBC ‘뉴스9’에서 손석희 앵커와의 인터뷰에서 “다이빙벨 기술을 쓰면 세월호 선내 생존자 확인 작업을 쉽게 할 수 있다”며 “20시간 연속 작업하면 2, 3일이면 3, 4층, 화물칸 수색이 다 끝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상호 기자도 인터넷 방송인 팩트TV와 고발뉴스를 통해 다이빙벨 투입을 지속적으로 주장했다. 이에 따라 가족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다이빙벨에 매달렸다. 실종자 가족들과 이 기자는 지난달 24일 오후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과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을 둘러싼 자리에서 다이빙벨 투입을 강력히 요구했고 현장에 있던 김 청장이 마지못해 다이빙벨 투입을 승인했다. 이종인 대표는 천안함 폭침을 북한의 소행이 아닌 ‘좌초’라 주장했고 이를 다룬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에 전문가 중 한 명으로 출연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진도=백연상 baek@donga.com·이은택 기자}

세월호 침몰 당시 전남도 어업지도선 201호선과 구조보트를 타고 선두에서 수십여 명의 목숨을 구한 임종택 씨(47·전남도 수산자원과 어업지도과)는 최근 병원에서 심리치료를 받고 있다. 구조작업에 나섰던 4월 16일 이후 밤에 잠자리에 누워도 잠이 오지 않아 뜬 눈으로 아침을 맞는다. 깨어 있을 때도 목이 메거나 가슴이 체한 듯 답답하다. 가만히 눈을 감으면 그날의 참상이 생생하게 살아난다. 주위에서는 “인명을 구한 영웅”이라고 치켜세우지만 아픔은 점점 커져간다. 생존자와 희생자 가족뿐만 아니라 사고 당시 인명구조에 나섰던 사람들도 정신적 고통과 PTSS(Post Traumatic Stress Syndrome·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다. 이들은 주로 잠을 못 자거나 우울한 기분을 지속적으로 느끼고 심하면 악몽에 시달리기도 한다. 이전에 접해본 적 없는 대형 참사를 가까이에서 겪은 이들의 뇌리에서는 그날의 일들이 잊혀지지 않고 있다. 세월호가 침몰하던 그날 오전 임 씨는 참상을 두 눈으로 목격했다. 선미(船尾) 난간에 위태롭게 매달려 “구해주세요!”라고 소리 지르던 승객, 공포에 덜덜 떨며 품에 안기던 생존자, 온 몸이 젖은 채 “안에 친구들이 있어요!”라고 비명 지르던 여학생. 숨이 넘어가던 한 승조원의 가슴을 눌러대며 사력을 다해 심폐소생술을 시도하던 순간까지 모두 생애 처음 겪는 충격적인 일들이었다. 사고 뒤 임 씨는 누구에게도 속 시원히 고통을 털어놓지 못했다. 고등학교 1학년인 임 씨의 아들은 “우리 아버지가 사람들을 구한 영웅”이라며 자랑스러워했지만 임 씨는 아들을 볼 때마다 그 또래였던 단원고 학생들이 떠올랐다. 임 씨는 지난달 29일 전남 진도군 팽목항 앞바다에 있는 201호선에서 동아일보 기자를 만나 “20년 넘게 일터로 삼아온 바다가 무섭고 싫어졌다”고 털어놨다. 사고 발생 2주일째였지만 인터뷰 내내 임 씨의 눈은 시뻘겋게 충혈됐고 목소리는 울음에 찼다. 당시 함께 구조에 나섰던 201호선 항해사 박승기 씨(44)도 비슷한 아픔을 겪고 있다. 초등학교 1학년과 세 살배기 딸을 둔 박 씨는 “핏덩이 같은 아이들을 삼켜버린 바다가 밉고, 이런 사건이 또 일어날까봐 두렵다”고 말했다. 이들은 수십 명의 목숨을 구한 재난현장의 의인(義人)이지만 정부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다. 임 씨나 박 씨 같은 이들은 공무원이라는 신분 때문에 아파도 드러내놓고 아플 수 없는 처지다. 생존자와 가족들에게 누가 될까봐 남몰래 병원을 찾아 심리치료를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고 희생자뿐만 아니라 참상을 목격한 당시의 모든 사람들이 평생 상처를 안고 살아갈 수 있다”며 정부가 보다 광범위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진도=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온라인 공간에서 세월호 침몰사고 사망자를 추모하거나 실종자, 생존자를 돕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 중 일부는 개인적으로 성금을 모금하거나 기부금을 받고 있으며, 본래 취지와 달리 악용될 가능성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28일 페이스북에서 ‘세월호’를 검색하면 32개의 관련 페이지가 나온다. 세월호 관련 뉴스나 속보를 링크시켜 전하거나 사이버 분향소를 마련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자원봉사자를 모집하는 곳도 있다. 일부 누리꾼은 개인적으로 성금을 모으고 있었다. 해당 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개인의 은행 계좌번호를 알리고 성금을 모금한다는 취지의 글을 게시했다. 문제는 정식 구호단체나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가 아닌 개인이 모금한 돈은 집계 현황 및 사용처를 투명하게 검증할 수 없다는 점이다. 누리꾼이 정부에 정식 등록을 하지 않은 채 성금이나 기부금을 모으면 현행법 위반이다. 세월호 희생자 돕기 성금 모금은 현재 각 지자체나 전국재해구호협회 희망브리지(1544-9595) 등 공식기관에서 진행 중이다. 희망브리지는 포털사이트 네이버와 다음을 통해서도 기부금을 받고 있다. 이와 함께 대한적십자사(02-3705-3680∼6),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랑의 열매(080-890-1212) 등도 성금을 받고 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1. 금융사 팀장인 강인자 씨(49·여)는 26일 집에 들어온 아들을 자기도 모르게 꼭 안았다. 취업이 늦어진 강 씨의 아들(26)은 약 2주간 지방에서 직장을 구하러 다니다 돌아온 참이었다. 강 씨는 아들에게 “엄마는 언제나 네가 먼저다. 취업 안 돼도 괜찮으니 건강하게만 있어 달라”며 마음을 전했다. 갑작스러운 어머니의 고백에 아들도 “엄마 사랑해요”라고 답했다. 강 씨는 “같은 부서에 세월호 침몰 사고로 조카를 잃은 동료가 있어서 남의 일 같지가 않았다. 자식의 존재만으로도 마냥 고마워서 꼭 그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2. 인천에 사는 이병철 씨(58)는 요즘 세월호 침몰 참사 뉴스를 지켜보며 자주 외아들에게 전화를 건다. 아들(31)은 몇 년 전 취직해 서울에서 혼자 자취 중이다. 이 씨는 “아들이 2002년 대학에 입학한 뒤로 쭉 집을 떠나 혼자 살았다”며 “일이 바빠 좀처럼 통화를 잘 못하고 지냈는데 이번 사건이 터지고 나서 내가 전화를 자주 하고 문자도 보낸다”고 말했다. 이 씨는 “가족이 우리 부부와 아들, 세 명뿐인데 새삼스레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깨닫게 됐다”며 “앞으로 좀 더 자주 얼굴도 보고 밥도 먹고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는 대한민국 국민의 의식까지 바꿔가고 있다. 바쁜 일상과 학업에 쫓겨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데 인색했던 부모와 자녀 모두 가족의 소중함을 되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감정 표현이 서툰 부모들도 아이들을 자주 껴안고 ‘사랑한다’는 문자를 수시로 보낸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가 가족관계를 공고히 다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16일 세월호 사고 후 자녀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전했다는 부모들의 고백이 이어지고 있다. 대기업 이모 부장(49)은 “얼마 전 회식을 하다 말고 아들에게 전화해 ‘공부 못해도 좋으니 건강하게만 자라 달라’고 했다. 공부 못한다고 구박하기만 했던 내 자신이 원망스러웠다”고 말했다. 학부모 10명을 인터뷰했더니 모두 세월호 사고 이후 자녀와 가족의 안전에 관심이 늘었고, 자녀에게 ‘애정 표현’을 해봤다고 답했다. 자녀들도 부모의 높아진 관심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안산에 사는 윤소현 양(16)은 “부모님께서 세월호 사고 이후 ‘항상 조심하고, 건강해라’며 말을 많이 거시는데 평소 표현을 잘하던 분들이 아니라 더 뭉클하다. 가족들한테 정말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기업에서는 단체행사나 야유회를 취소하고 직원들이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배려하는 분위기다. 대기업 노사문화를 담당하는 이모 과장(38)은 “세월호 사고 이후 회사에서는 직원들이 가족과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회사 단위의 행사나 회식, 주말 근무 등을 자제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인들은 감정 표현이 약하다고 알려져 있다. 2012년 미국 갤럽이 전 세계 151개국을 대상으로 감정지수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은 21번째로 감정이 무딘 국가로 나타났다. 이웃인 중국(60위), 일본(80위)보다도 감정 교류가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 오윤자 경희대 아동가족학과 교수는 “한국인들은 가족같이 가까운 관계일수록 애정, 사랑과 같은 긍정적 감정을 교류하는 데 익숙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가족의 가치에 대한 사회의 의식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오 교수는 “세월호 사고를 거치면서 가족이 소중한 존재라는 의식이 사람들 사이에 자리 잡았고 그것이 의사소통 과정에 나타나고 있다. 이것이 개인을 넘어 사회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교육과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진성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무엇을 중요하게 여겨야 하는지 많은 사람들이 깨달은 만큼 가족을 비롯해 우리가 중시해야 하는 가치관을 다시 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이건혁 gun@donga.com·이은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