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자사고 입시, 서울만 바꿀순 없어” 강경대응 방침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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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면접선발권 폐지추진 파문
“우리가 없어져야 일반고 살아나나”… 서울 자사고 교장들 합동 기자회견
“자사고 5년만에 일반고 황폐화”… 전교조-민노총 등 폐지촉구 시위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1일 외부 일정을 마친 뒤 서울 종로구 청사로 복귀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1일 외부 일정을 마친 뒤 서울 종로구 청사로 복귀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서울시교육청이 자사고의 학생 선발 면접권 폐지를 추진하는 것은 선발권이 자사고의 존립과 직결되는 뇌관이기 때문이다.

일반고보다 등록금을 3배로 받으면서도 자사고가 유지되는 것은 ‘선발을 통해 우수한 학생들이 모이는 학교’라는 지원 수요가 있기에 가능하다. 면접을 없애고 전면 추첨제로 돌릴 경우 자사고는 운영 체제를 유지할 실익이 사라진다. 이 때문에 면접권 폐지는 가장 강력한 자사고 압박 수단으로 풀이된다.

○ 서울 자사고, 면접권 폐지 가능할까

자사고는 설립 초기에 중학교 내신 상위 50% 이내 학생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신입생을 선발했다. 일반고들이 ‘자사고가 상위권 학생을 싹쓸이한다’며 반발하자 교육부는 지난해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방안’을 통해 서울의 성적 제한을 폐지했다. 그 대신 자사고의 반발을 무마하려고 면접권을 줌으로써 결과적으로 선발권을 강화하는 결과를 낳았다.

면접으로 일부 자사고의 우수 학생 쏠림현상이 심해진 탓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자사고 폐지에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의 평가 가이드라인과 별도로 공교육영향평가를 강행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조 교육감은 당장 올해는 재평가 대상 자사고의 절반 정도를 탈락시킨다고 밝혔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전면 폐지를 꾀하고 있다.

앞서 조 교육감은 자사고가 자진해서 일반고로 전환하면 지원을 늘린다는 ‘당근’을 제시했다. 자사고들이 이를 전면 거부하자 면접권 박탈을 포함한 ‘채찍’ 전략을 내놓은 셈이다.

서울시교육청이 2016년 입시부터 면접권을 폐지한다면 현재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은 자사고 지원이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부도 서울시교육청의 면접권 박탈 검토를 자사고 폐지 수순으로 보고 이를 주시하고 있다. 김성기 교육부 학교정책관은 “서울시교육청에서 정식으로 협의 제안이 오지 않았다”면서 “자사고는 전국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입시 전형은 교육부가 큰 틀에서 방향을 제시해야 하고, 시도교육청이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다른 시도와의 형평성이나 자사고 입시를 준비해 온 학생들의 신뢰 문제를 감안해 서울만 입시안을 변경하는 것은 안 된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2015학년도 입시안은 이미 3월에 예고가 돼 바꿀 수 없지만 2016학년도 이후라도 서울만 독단적으로 바꾸면 학생들에게 혼란을 준다”며 “입시 주체는 학교이기 때문에 교육부는 물론이고 학교와도 협의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현행법상 면접권 폐지를 막을 수단이 없다 해도 이런 명분을 들어 서울시교육청에 강경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 전국 자사고 전망은

올해 자사고 재지정 평가가 걸린 11개 시도교육청 가운데 평가를 완료한 경기, 부산, 울산, 강원 지역은 경기 안산동산고를 제외한 모든 학교가 재지정 평가를 통과했다. 경기도에서 유일한 평가 대상이었던 안산동산고는 기준점수(100점 만점에 70점)에 약간 못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동산고는 28일부터 학교법인, 학부모가 청문 절차에 참여해 학교 측 입장을 소명할 예정이다. 경기도교육청은 이를 토대로 교육부와 재지정 여부를 협의하게 된다.

전국의 자사고 재평가에서 부정적인 결과가 나온 것은 안산동산고가 처음이다. 이에 따라 교육부 및 경기도교육청의 최종 방침이 서울시교육청의 자사고 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과 경기를 제외한 나머지 시도는 재지정 평가에서 모든 자사고가 기준 점수인 70점을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적어도 올해 재지정 평가에서는 더이상 탈락할 자사고가 없다는 얘기다.

한편 자사고 폐지를 둘러싼 찬반 여론이 충돌하면서 현장의 갈등도 깊어지고 있다. 조 교육감이 일반고 살리기 정책의 일환으로 내걸었던 자사고 폐지가 본격적으로 ‘자사고 대 일반고’ 싸움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이날 서울 자사고 교장들이 항의 기자회견을 하는 동안 일반고 지지 단체들은 자사고 폐지 촉구 집회를 열었다. ‘특권학교 폐지 일반학교 살리기 서울공동대책위’는 서울시교육청 정문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자사고 운영 5년 만에 일반고가 황폐해졌다”며 조 교육감의 자사고 폐지 정책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서울본부장,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장 등 집회 참석자 10명은 피켓시위를 벌이며 “그동안 자사고가 받은 특혜와 재정보조를 환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은택 nabi@donga.com·임현석 기자
#자사고#서울시#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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