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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파키스탄 ‘78년 분쟁사’인도와 파키스탄의 영토 분쟁지 ‘카슈미르’를 둘러싼 양국 갈등이 전면전으로 번질 위기에 처했다. 두 나라는 1947년 영국에서 독립한 후 극심한 종교, 역사, 정치 갈등을 빚었다. 특히 카슈미르가 왜 ‘화약고’가 됐는지를 짚어 본다.》“파키스탄의 핵탄두는 전시용이 아니다. 인도를 겨냥하고 있다.”인도와 파키스탄의 오래된 영토 분쟁지 ‘카슈미르’를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하니프 아바시 파키스탄 철도장관이 영국 가디언에 인도와 핵전쟁까지 불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국제사회의 비공식 핵보유국인 두 나라의 갈등이 더 큰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세계 최대 인구 대국’ 인도와 인도네시아 다음으로 무슬림 인구가 많은 ‘세계 2위 이슬람 국가’ 파키스탄은 1947년 영국에서 독립한 후 78년간 카슈미르를 놓고 격렬하게 대립했다. 지난달 22일 인도령 카슈미르의 파할감에서 발생한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의 테러로 힌두교도 26명이 숨진 뒤 두 나라는 국지적 교전을 벌였다. 이달 7일에는 양측이 미사일 공격을 주고받으며 전면전을 불사할 태세다. 인도는 전투기를 동원한 폭격에도 나섰다.이처럼 갈등의 중심에 자리한 카슈미르는 히말라야 산맥 서부의 산악 지대다. 면적은 약 22만 km². 한반도와 비슷하다. 고급 의류 소재 ‘캐시미어’는 이곳에 사는 산양 털로 만든다.카슈미르는 크게 인도 땅인 잠무카슈미르와 라다크, 파키스탄 영토인 아자드카슈미르와 길기트발티스탄, 중국이 실효 지배 중인 아크사이친 등 5개 지역으로 나뉜다. 전체 1300만 여 명 주민 중 약 70%가 무슬림이지만 인도령 카슈미르의 면적이 약 9만5356km²로 파키스탄령 카슈미르(약 5만6003km²)보다 약 4만 km² 넓다. 갈등이 증폭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인도 내 최대 무슬림 거주지 중 하나로 꼽히는 잠무카슈미르가 가장 갈등이 심한 지역이다.집권 마지막 시기에 양국 갈등을 중재하느라 바빴던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2000년 3월 “카슈미르가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곳”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양국의 교전을 보노라면 이 말을 실감할 수 있다. 양국 갈등이 영국 식민 지배 시절부터 발발한 뿌리 깊은 종교 및 역사 대립에서 유래한 탓에 이번 충돌 또한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종교 민족주의가 갈등 원인카슈미르는 원래 인도와 파키스탄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토호국이었다. 영국은 식민 지배 내내 ‘이이제이(以夷移夷)’식 통치를 위해 전 인도의 민족 및 종교 갈등을 부추겼다. 1947년 8월 인도와 파키스탄이 모두 영국에서 독립해 독자 국가를 세우면서 양측 갈등이 본격화됐다.인도의 정치 경제 중심지인 북인도와 파키스탄은 원래 ‘힌두스탄’으로 묶여서 불렸다. 파키스탄의 주요 공용어인 우르두어와 인도의 주요 공용어인 힌디어 또한 언어학적으로 유사하다. 다만 우르두어는 아랍 문자로, 힌디어는 데바나가리 문자로 표기한다. 파키스탄은 정치·종교적 이유로 아랍 문자를 쓰고 우르두어 사용을 장려할 만큼 인도와 구별되는 독자적 정체성을 강조한다.카슈미르 주민 대부분이 무슬림이어서 파키스탄은 이곳을 처음부터 자신의 영토로 여겼다. 다만 잠무캄슈미르의 군주 마하라자 하리 싱(1895∼1961)은 힌두교도였다. 그는 두 나라 어디에도 속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파키스탄계 민병대가 자신을 공격하자 인도에 병합을 요청했다. 그러자 인도와 파키스탄은 1947년 10월부터 이듬해 12월까지 14개월에 걸쳐 영유권 전쟁을 벌였다. 바로 제1차 인도-파키스탄 전쟁이다.두 나라는 유엔 등 국제사회 중재로 휴전했다. 유엔은 주민들이 자유롭게 어느 나라를 택할지 투표를 실시하라고 권고했지만 인도가 거부했다. 이 와중에 1962년 중국과 인도가 국경 분쟁을 벌이다 중국이 아크사이친을 점령하면서 상황이 더 복잡해졌다.카슈미르에서 영토와 영향력을 확대하려 했던 파키스탄은 1965년 특수부대를 민간인으로 위장시켜 인도령 카슈미르에 침투시켰다. 이후 한 달간 제2차 인도-파키스탄 전쟁이 발발했다. 역시 유엔이 휴전을 중재했다.파키스탄은 독립 당시 현재의 파키스탄인 서(西)파키스탄과 현재의 방글라데시인 동(東)파키스탄으로 나뉘어 있었다. 사회 전반이 서파키스탄 위주로 돌아가는 것에 불만을 가진 동파키스탄은 독립을 시도했다. 인도는 방글라데시의 독립을 노골적으로 지원했다. 그 과정에서 1971년 제3차 인도-파키스탄 전쟁이 발발했다.이 전쟁의 휴전 협상 과정에서 현재의 국경선, 즉 ‘통제선(LoC)’이 확정됐다. 그러나 1980년대부터 분리 독립을 주장하는 카슈미르 내 이슬람계 무장단체들이 인도와 격렬한 충돌을 벌이기 시작했다. 파키스탄은 이 무장단체들을 배후에서 지원했고 인도와의 갈등이 격화됐다.1998년 인도와 파키스탄은 연이어 지하 핵실험을 단행했다. 양국 모두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하면서 카슈미르 분쟁이 핵전쟁의 위험까지 안게 됐다.파키스탄은 1999년 5∼7월 인도령 카슈미르 카르길 일대의 험준한 고지대를 점령하기 위해 정규군을 침투시켰다. 카르길 전쟁으로 불리는 국지전이다. 약 세 달간 인도군 527명, 파키스탄군 700∼1000명이 숨진 것으로 추산된다. 당시 클린턴 미 대통령이 개입해 교전이 끝났다. 극단적 상황까지 가진 않았지만 핵보유국 사이에서 전쟁이 벌어지면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남았다.● ‘힌두 극우주의’ 모디, 카슈미르 자치권 박탈두 나라의 지도자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 종종 카슈미르 갈등을 부추겼다.2014년부터 집권 중인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역대 지도자 중 힌두 극우주의 성향이 가장 강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그가 구자라트 주지사였던 2002년 2월 순례를 마치고 돌아오던 힌두교도 수백 명이 탑승한 열차에서 불이 나 60여 명이 숨졌다. 무슬림 극단주의자들의 방화 때문이라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번졌고 대대적인 반(反)이슬람 시위가 벌어졌다. 모디 총리는 힌두교도의 무슬림 탄압을 묵인했다. 당시 2000여 명이 숨졌다.그는 집권 후에도 노골적인 반이슬람 정책을 펼쳤다. 특히 2019년 8월 카슈미르에 부여한 헌법상 특별 지위를 전격 박탈하고 연방정부 직할지로 편입했다. 1954년 발효된 헌법 370조에 근거해 외교·국방을 제외하고 폭넓은 자치가 가능했는데 이를 없앤 것이다. 무슬림들은 모디 정권이 카슈미르에 힌두교도를 대거 유입시켜 무슬림 우위인 현재의 인구 구조를 변경하려 한다고 본다.모디 총리는 파키스탄·방글라데시·아프가니스탄 등 이웃 3개국에서 종교 박해를 피해 2015년 이전 인도로 온 불법 이민자에게 인도 시민권을 부여하는 시민권법 개정 과정에서도 무슬림을 배척했다. 그는 힌두교·기독교·불교·자이나교·파르시교·시크교 등 6개 종교의 불법 이민자에게만 시민권을 허락했고, 무슬림 이민자를 제외했다.이 법이 2019년 12월 의회를 통과한 후 인도 내 무슬림은 격렬한 항의 시위를 펼쳤다. 이로 인해 잠시 시행이 미뤄졌지만 모디 총리는 3선을 노리던 지난해 3월 총선 직전 이 법안을 전격 시행했다.그럼에도 모디 총리가 이끄는 인도국민당(BJP)은 그의 집권 1, 2기 때와 달리 당시 총선에서 단독 과반에 실패했다. 그의 장기 집권 동안 나타난 양극화 심화, 청년 실업과 고물가, 종교 차별 정책에 대한 비판과 사회 불안이 심상치 않았던 것이다. 모디 총리는 연정을 꾸려 간신히 3선에 성공했다. 정권 기반이 취약할수록 그가 핵심 지지층인 힌두 극우층의 입맛에 맞는 정책으로 일관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카슈미르 갈등에서도 이런 모습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카르길 전투 주도한 무샤라프는 망명 중 사망족벌 정치가 만연하고 정정 불안이 극심한 파키스탄의 지도자들도 자신들의 안위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카슈미르 분쟁을 이용했다.파키스탄에서는 건국 후 지금까지 집권한 지도자 중 정상적으로 임기를 마친 사람이 거의 없다. 퇴임한 지도자의 상당수도 암살, 처형, 해외 도피를 겪었다. 쿠데타로 축출된 줄피카르 부토 전 총리는 반대파에 의해 교수형을 당했다. 그의 딸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 또한 재집권을 노리던 중 암살당했다. 임란 칸 전 총리 또한 2022년 4월 의회 불신임으로 탄핵됐다.1999년 카르길 전투의 후폭풍은 인도와의 갈등을 이용한 지도자의 말로를 보여준다. 이 전투는 나와즈 샤리프 당시 총리와 페르베즈 무샤라프 군참모총장이 주도했다. 파키스탄군이 많은 전사자를 내면서 사실상 패하자 두 사람은 패배의 책임을 두고 대립했다.나와즈 전 총리는 무샤라프를 해임했고 무샤라프는 쿠데타로 반격했다. 무샤라프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후 대통령에 올라 무소불위 권력을 휘둘렀다. 그의 독재에 대한 범국민적 반발이 고조되는 가운데 2007년 12월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가 암살됐다. 부토 지지층은 무샤라프의 소행이라는, 확인되지 않은 주장을 펼쳤고 국가 혼란이 고조됐다. 결국 무샤라프 전 대통령은 2008년 12월 해외 망명에 올랐고 2023년 2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숨졌다.셰바즈 샤리프 현 총리는 무샤라프 전 대통령과 대립했던 나와즈 전 총리의 동생으로 세속주의 우파 정당 파키스탄무슬림동맹(PML)을 이끌고 있다. 세 차례 집권한 나와즈 전 총리는 전 세계 유력 인사의 부패와 돈세탁을 폭로한 ‘파나마페이퍼스’에 이름을 올릴 만큼 부정부패에서 자유롭지 않다. 셰바즈 총리 또한 비슷한 의혹을 받고 있다.셰바즈 총리는 칸 전 총리의 탄핵 후 임시 총리에 올랐다. 지난해 2월 총선에서 PML은 칸 전 총리가 창당한 정의파키스탄운동(PTI)을 추종하는 무소속 후보들에게 밀려 2위를 차지했다. 셰바즈 총리는 부토 일가가 이끄는 중도 좌파 성향의 3위 파키스탄인민당(PPP)과 연정을 꾸려 집권에는 성공했지만 역시 정권 기반이 취약하다.칸 전 총리 지지층은 탄핵과 이번 총선 결과를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오랜 기간 대립해 온 PML과 PPP 또한 언제든 사이가 틀어질 수 있다. 정정 불안, 국제통화기금(IMF)의 지원에 의존해야 하는 허약한 경제, 잦은 수해 등으로 고전하는 셰바즈 총리가 국력과 군사력이 우위인 인도와의 대립에서 정치력을 발휘할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중 대리전 양상도세 차례의 전쟁, 1999년 카르길 전투는 모두 유엔과 미국의 중재로 해결됐다. 안타깝게도 이번 사태에서는 제대로 된 중재를 찾아보기 어렵다. 특히 국제사회의 대표 강대국으로 ‘중재 역량’을 갖춘 미국과 중국은 인도와 파키스탄을 두고 오히려 일종의 대리전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관세 전쟁, 중국과의 패권 경쟁, 우크라이나 전쟁 및 가자 전쟁 휴전 추진 등 다른 현안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인도와 파키스탄이 미사일 교전을 벌인 7일에도 “양국은 오랜 기간 싸워 왔다. 이 상황이 빨리 끝나길 바란다”며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J D 밴스 미국 부통령 또한 8일 “근본적으로는 미국과 관련 없는 사안”이라며 “미국의 통제 범위를 벗어나는 전쟁 한복판에 휘말리지 않을 것”이라고 동조했다.다만 미 국무부는 지난달 22일 ‘파할감 테러’로 이번 사태가 벌어졌다는 점을 거론하며 “테러를 강력히 비난한다”고 했다. ‘중국 견제’라는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인도를 사실상 지지하는 메시지란 해석이 나온다.반면 중국 외교부는 “파키스탄의 반테러 행동을 굳게 지지한다”며 파키스탄을 두둔했다. 파키스탄과 테러를 감행한 단체와의 연관성을 부인한 것이다.파키스탄은 ‘인도 견제’를 위해 내내 중국에 밀착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역점 사업 ‘일대일로(一帶一路)’에도 적극 협력했다. 특히 최소 620억 달러(약 86조8000억 원)가 투입되며 2030년 건설을 목표로 하는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CPEC)’은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 파키스탄 남부 과다르항까지 원유 수송망을 건설해 중동산 원유를 중국 영토로 곧바로 들여오는 것을 목표로 한다.● 국력은 인도 우위나 핵탄두는 비슷두 나라의 국력과 군사력에서는 인도가 확실한 우위에 있다. 인도 인구는 약 14억4000만 명으로 파키스탄(약 2억4000만 명)의 6배다. 국가총생산(GDP) 또한 인도가 4조1900억 달러(약 5850조 원)로 3746억 달러(약 520조 원)인 파키스탄과 10배 이상 차이가 난다.인도의 2023년 기준 국방 예산 또한 738억 달러(약 102조 6000억 원)로 파키스탄(63억4000만 달러·약 8조 8000억 원)보다 10배 이상 많다. 인도의 병력 또한 148만 명으로 파키스탄(66만 명)의 두 배다.다만 추정 핵탄두 보유 개수는 인도(172개)와 파키스탄(170개)이 큰 차이가 없다. 비슷한 핵 전력, 오랜 갈등 역사와 이에 길들여진 국민 정서, 갈등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양국 지도자의 태도, 적절한 중재자의 부재 등을 감안할 때 이번 갈등이 가까운 시일 내에 해결되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머스크)이 가장 가난한 어린이들을 죽이는 건 보기 좋지 않다.” 세계 5위 부호인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 창업자(70)가 세계 최고 부호이며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의 정부효율부(DOGE) 수장 자격으로 미국의 국제 원조 삭감을 주도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54)를 강하게 비판했다. ‘부유하게 죽었다’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남은 인생 동안 재산 대부분을 기부하겠다고 강조했다. 게이츠는 8일(현지 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머스크가 주도한 미 국제개발처(USAID)의 해체 시도를 비판했다. 미국의 갑작스러운 국제 원조 삭감이 저개발국의 식량 및 의약품 부족, 전염병 창궐을 야기해 결과적으로는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게이츠는 머스크가 아프리카 모잠비크의 가자 일대를 중동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 착각해 모잠비크에 대한 의료 지원을 중단한 것 또한 질타했다. 그는 “모잠비크의 병원은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의 확산을 막고 있는 곳”이라며 머스크가 USAID에 대해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로 무리한 일을 벌였다고 꼬집었다. 모잠비크 현지에서 HIV에 감염된 어린이들을 만나 봤으면 돈을 줄이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9일 블룸버그 억만장자 순위 기준 게이츠의 재산은 1680억 달러(약 235조2000억 원), 머스크의 재산은 3350억 달러(약 469조 원)다. 기부에 비판적인 머스크는 “자선은 대부분 허튼소리”라며 게이츠에 비판적이다. 특히 2022년 게이츠가 테슬라 주식을 공매도하면서 두 사람의 관계가 급격히 악화했다. 한편 게이츠는 향후 20년간 재산 전부를 자신이 설립한 ‘게이츠재단’을 통해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FT에 따르면 게이츠재단은 최근 25년간 1000억 달러(약 140조 원)가 넘는 돈을 자선 사업에 썼다. 게이츠는 남은 재산의 99%를 게이츠재단에 기부할 것이며 역시 이 재단에 기부해 온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등도 추가 기부를 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에 따라 재단이 2045년까지 최소 2000억 달러(약 280조 원)를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이 가장 가난한 어린이들을 죽이는 건 보기 좋지 않다.”8일(현지 시간)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서 국제 원조 삭감을 주도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강하게 비판했다.이날 공개된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게이츠는 갑작스러운 국제 원조 삭감이 식량·의약품 부족과 전염병 창궐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머스크가 정부효율부(DOGE)를 이끌며 미국 관료조직에 칼을 휘두르면서 사실상 국제개발처(USAID) 해체를 주도한 것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게이츠는 머스크가 USAID가 무슨 일을 하고 어떻게 운영된 조직인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머스크가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와 착각해 모잠비크 가자 지방의 병원 지원을 중단한 사례를 소개했다. 이로 인해 가자 지방에서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모자 간 수직 감염 방지를 위한 병원 지원이 끊긴 것. 게이츠는 “그(머스크)가 그 돈을 삭감했으니 거기 가서 HIV에 감염된 어린이들을 만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두 사람은 이전 부터 사이가 좋지 않았다. 2012년 머스크는 게이츠와 워렌 버핏 전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시작한 캠페인인 ‘더 기빙 플레지(Giving Pledge)’ 에 서명했다. 하지만 이후 “자선은 대부분 허튼소리”라고 비난하며 기후 문제 해결에는 테슬라 같은 상업적 해법이 더 효과적이라고 주장해왔다. 특히 2022년 게이츠가 자신의 기업 테슬라의 주식을 공매도한 사실을 알게 된 머스크는 게이츠를 공개적으로 조롱하며 사이가 더 틀어졌다. 공매도는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해당 주식을 빌려 매도한 뒤 실제로 주가가 하락하면 싼값에 되사들여 차익을 보는 것을 이른다. 머스크의 전기를 쓴 작가 윌터 아이작슨은 게이츠는 이에 대해 머스크에 사과했으나, 머스크의 분은 풀리지 않았다고 주장했다.한편 이날 게이츠는 자기 재산 대부분을 사회에 기부하는 시점을 앞당기겠다고 발표했다. 게이츠는 이날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내가 죽으면 난 그가 부유하게 죽었다라는 말은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고 굳게 결심했다”며 기부 계획을 밝혔다. 그는 “난 앞으로 20년간 내 재산의 사실상 전부를 게이츠재단을 통해 전 세계의 생명을 구하고 개선하는 데 기부하겠다. 그리고 재단은 2045년 12월 31일에 영구적으로 문을 닫을 것”이라고 말했다. 게이츠가 전처인 멀린다와 2000년에 설립한 자선단체인 게이츠재단은 원래 게이츠가 죽은 뒤 20년을 더 운영한 뒤 활동을 종료할계획이었는데, 그 시점을 앞당기겠다고 공언한 것이다.또한 그는 “우리는 앞으로 20년 동안 기부액을 두 배로 늘릴 것이다. 구체적인 금액은 시장과 인플레이션에 따라 결정되겠지만 난 재단이 지금부터 2045년까지 2천억달러를 넘게 쓸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게이츠재단은 지난 25년간 1천억달러를 넘는 돈을 기부해왔다. AP통신에 따르면 게이츠는 남은 재산의 99%를 재단에 기부할 계획이며 이는 현재 가치로 1070억달러(약 150조원)로 추산된다. 지금까지 재단 운영 자금의 약 41%를 버핏이, 나머지는 게이츠가 기부했다.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이스라엘과 시리아가 최근 아랍에미리트(UAE)의 중재로 비공식 소통 채널을 개설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7일 보도했다. 시리아는 최근 자국을 노린 이스라엘의 연이은 군사 작전에 따른 안보 불안을 해소하고 경제 원조 또한 받기 위해 2020년 이스라엘과 수교한 UAE를 중재자로 삼았다. ‘숙적’ 이란이 미국과 핵합의를 추진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 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또한 역내 영향력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절실한 상태다. 두 나라의 이해관계가 모두 맞아떨어진 것으로 풀이된다.아흐마드 알 샤라 시리아 임시 대통령은 지난달 13일 UAE 수도 아부다비를 찾아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UAE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당시 샤라 대통령은 무함마드 대통령에게 이스라엘과의 소통 필요성을 거론했고 며칠 뒤 이스라엘과 시리아의 소통 채널이 개설됐다는 것이다. 샤라 대통령이 이끄는 수니파 무장단체 ‘하이아트타흐리르알샴(HTS)’은 2011년부터 시아파의 분파인 알라위파인 바샤르 알 아사드 전 시리아 대통령과 치열한 내전을 벌였다. 지난해 12월 아사드 전 대통령을 몰아내고 과도정부를 세워 임시 대통령에 올랐다. 다만 샤라 대통령이 과거 9·11 테러를 일으킨 극단주의 무장단체 알카에다와 연을 맺었턴 터라 그가 대내외에 온건 통치를 표방하고 있음에도 국제사회의 경계가 상당하다. 이스라엘 또한 시리아와 국경을 면한 북부 일대에 병력을 진입시키고 군사 우위를 앞세워 시리아 곳곳에 공습을 계속하고 있다. 네타냐후 정권은 아직도 샤라 대통령을 반군 시절 가명인 ‘아부 무함마드 알 줄라니’로 지칭할 정도로 시리아 과도정부를 불신한다. 특히 샤라 대통령이 HTS 수장 시절부터 중동 패권을 노리는 튀르키예와 군사적으로 밀착하는 것 또한 경계한다. 그럼에도 시리아와의 관계 모색을 시도하는 것은 국내외 상황이 녹록하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네타냐후 총리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의 전쟁 장기화로 국내외의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하마스와의 휴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전후 통치 방안, 미국과 이란 핵합의 등을 둘러싼 이견으로 한때 밀착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도 서먹한 상황이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여기부터 아이들은 어디로 가야 하죠? 도로로 나가 걸어갈 수밖에 없어 위험해 보입니다.” 지난달 23일 서울 양천구의 한 초등학교 인근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임재경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기자에게 학교 바로 옆 골목을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보행자를 위한 보행로가 중간에 끊겨 있었다. 그 자리에는 보행로 대신에 ‘거주자 우선 주차 구역’이 보였다. 이날 동아일보는 임 연구원과 함께 서울 영등포구, 강남구, 송파구 등 2023년 스쿨존 사고 발생 지점 6곳을 돌아봤다. 그 결과 대부분의 장소에서 아이들 보호 시설이 부족하거나 불법 주정차, 속도위반 등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매년 500여 명의 아이가 스쿨존 안에서 교통사고로 부상을 입는다. 지난해는 556명으로 2023년(514명)보다 42명 늘었다. ‘위험한 등하교’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동아일보는 교통기획 ‘2000명을 살리는 로드 히어로’ 두 번째 주제로 스쿨존 안전 실태를 다뤘다. 매년 2000명이 넘게 교통사고로 숨지는 우리나라에서 스쿨존 사고를 막을 운전자, 시민의 준법정신,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인프라가 절실하다.● 스쿨존 사고, 연중 5월에 가장 많아 본보와 임 연구원이 살펴본 서울 양천구 초교 인근 스쿨존은 곳곳에 구분된 보행자 통로가 없어 차와 어린이들이 서로 엉켜 다녔다. 인근 한 지점에서는 2023년 7월 12세 아이가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기도 했다. 초교 1, 2학년쯤 돼 보이는 어린이가 도로를 뛰어가다 차와 부딪힐 뻔한 아찔한 광경도 목격했다. 학교 앞 이면도로 곳곳의 불법 주차 차들도 어린이 안전을 위협했다. 불법 주정차 차들 사이로 아이들이 튀어나오면 차와 부딪히기 십상이다. 운전자의 시야를 가리기 때문이다. 2021년 10월부터 스쿨존 내 모든 형태의 주정차가 금지됐지만 여전히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주민들은 ‘스쿨존 과속’ 문제도 지적했다. 교통지도원 80대 송모 씨는 “언덕에서 내려오는 차들이 너무 빨리 달린다. 매일 아이들이 차에 치일까봐 마음 졸인다”고 말했다.스쿨존 어린이 사고는 연중 ‘가정의 달’인 5월에 가장 많이 일어난다. 경찰청에 따르면 2022∼2024년 최근 3개년 5월에 벌어진 스쿨존 어린이 보행자 사고는 총 183건이었다. 연중 사고의 12%가 이 시기에 몰려 있어 ‘사고가 가장 많은 달’이었다. 어린이 부상자도 3년간 5월에만 191명이 발생해 총 부상자의 12%를 차지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22∼2024년 3년간 매년 2명씩, 총 6명의 어린이가 스쿨존에서 교통사고로 숨졌다. 상대적으로 날씨가 풀려 외부 활동이 늘어나는 4∼7월에 일어났다. 한국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날씨가 따뜻해져 어린이들의 야외 활동이 늘어나는 3월부터 사상자가 증가해 5월에 정점을 찍는 추세”라며 “어린이보호구역 등에서 운전에 특히 유의해야 할 시기”라고 전했다. ● 스쿨존 단속 결과 음주 운전, 속도위반… 안전 위협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서울 지역 31개 경찰서가 각 학교 개학 시즌인 올해 3월 4일부터 4월 25일까지 8차례 스쿨존 집중 단속을 실시한 결과 신호 위반, 보행자 보호 위반 등 교통 법규 위반이 총 428건 적발됐다. 이 중에는 음주 운전도 40건 있었다. 도로교통공단이 3월 서울과 대전 2곳의 스쿨존에서 실시한 현장 조사에서 신호등이 없는 스쿨존 횡단보도 앞에서 주변에 보행자가 없을 때 ‘일시 정지’ 원칙을 지킨 운전자는 한 명도 없었다. 2022년 개정된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스쿨존 횡단보도에서는 사람이 있든 없든 반드시 일시 정지해야 한다. 보행자가 있는 경우에도 운전자의 8.6%(105대 중 9대)만이 일시 정지했다. 체구가 작고, 도로에 뛰어들기 쉬운 어린이 보행자를 보호하기 위해 2022년 7월 스쿨존 내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 앞 일시 정지 의무 조항이 시행됐지만, 3년이 지나도록 지켜지지 않고 있다.● “어린이 보행로 확보하고 바닥 요철 포장 늘려야” 스쿨존이 우리나라에 도입된 것은 1995년으로, 30년이 지났다. 어린이 통행이 많은 초등학교, 유치원 등 인근에서 사고를 막기 위해 도입됐다. 2022년부터는 ‘어린이가 자주 왕래하는 곳 중 조례로 정하는 시설 및 장소’로 지정 범위를 넓혔다. 다만 안전 시설물 설치 등은 여전히 지방자치단체 자율이다. 그 때문에 일부 필수 안전 시설을 의무 설치하도록 법에 규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어린이를 위한 보행로 확보가 가장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임 연구원은 “보행로와 차도를 확실히 구분하는 게 중요하다”며 “좁은 이면도로라도 바닥 색상이나 포장 재질을 달리해 보행로를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단속도 중요하지만 운전자가 자발적으로 교통 법규를 준수하도록 유도하는 시설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학과 교수는 “스쿨존에 바닥 요철 포장을 늘리면 운전자 입장에서 스쿨존을 피부로 체감을 할 수 있고 속도 제한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럽 등 외국에는 스쿨존 근처에 주정차를 어렵게 만드는 시설을 설치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영국, 독일에서는 화분형 구조물 등의 장애물을 곳곳에 설치하거나 길을 직선이 아니라 곡선으로 구불구불하게 만들어 스쿨존 불법 주정차를 사전에 차단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운전자가 어린이 등 교통 약자를 배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어린이보호구역은 물론이고 학원, 상가 밀집 지역을 운행할 때 보행 중인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해 특히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스웨덴은 ‘홈존’ 시행… 스쿨존보다 넓게 보호‘차는 사람보다 느리게’ 제한유럽 등 선진국은 학교 인근 스쿨존(어린이보호구역)에서 사고를 막기 위한 다양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대부분 운전자의 편의보다 어린이의 안전에 초점을 맞춘 정책들이다.스웨덴은 스쿨존보다 더 넓은 구역을 아동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홈존(Home zone)’을 운영하고 있다. 아이들이 일상적으로 활동하는 모든 생활 반경을 특수한 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것이다. 학교 주변뿐만 아니라 근처 주택가, 놀이터, 골목길 등 아이들이 자주 다니는 곳을 홈존으로 지정해 주행 속도 등을 통제한다. 홈존 안에서는 차가 보행자에게 반드시 통행을 양보해야 하고 차의 주행 속도는 보행자의 걸음걸이 속도(시속 약 7km)를 초과할 수 없다.네덜란드는 이와 비슷한 ‘보너르프(Woonerf)’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보너르프는 네덜란드어로 ‘사람이 살고 있는 거리(Living street)’란 뜻이다. 좁은 도심에서 보행자의 안전을 먼저 보호한다는 취지로, 1960년대 네덜란드에서 차가 크게 늘어 도심 보행자 사고가 늘자 도입한 제도다. 보너르프로 정해진 도로에서는 보행자가 도로 폭 전부를 사용해 걸어 다닐 수 있다. 반면 운전자는 주변 보행자들의 통행 속도보다 느리게 차를 몰아야 한다. 이 구역에는 바닥에 각종 요철과 장애물이 설치돼 있고, 길도 직선이 아니라 구불구불한 형태로 뚫려 있다. 차 속도를 자연스레 늦추고 불법 주정차가 어렵도록 유도한 것이다. 1967년 네덜란드 정부는 도로교통법을 개정하고 보너르프 제도를 법제화했다.영국도 최대 교통량이 시간당 100대 미만, 총길이 600m 미만인 도로는 노면 포장, 장애물 설치 등을 통해 ‘보행자 친화적’ 도로로 바꾸고 있다. 등하교 시간에 학교 앞 도로는 일시적으로 차량 출입을 막는 ‘스쿨 스트리트 제도’도 시행하고 있다. 호주는 차량 운행 속도를 시속 10km 이하로 제한하는 ‘공존공간(Shared Zone)’을 운영 중이다.우리나라도 선진국처럼 학교 주변 골목길 등까지 넓게 보호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022년 서울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2011∼2020년 서울 지역 스쿨존에서 발생한 13세 미만 어린이 교통사고 총 1391건 중 75.8%(1055건)는 차로가 1, 2개인 좁은 도로에서 발생했다. 반면 5차로 이상 넓은 도로에서는 스쿨존 사망 사고가 한 건도 없었다. 이에 보고서는 “협소한 도로가 많은 지역에는 어린이 안전을 보호할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공동 기획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청 서울시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한국도로공사 한국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특별취재팀▽팀장 이상환 사회부 기자 payback@donga.com▽김보라(국제부) 김수연(경제부) 박종민(산업1부)서지원(사회부) 오승준(산업2부) 기자}

이스라엘과 시리아가 최근 아랍에미리트(UAE)의 중재로 비공식 소통 채널을 개설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7일 보도했다. 시리아는 최근 자국을 노린 이스라엘의 연이은 군사 작전에 따른 안보 불안을 해소하고 경제 원조 또한 받기 위해 2020년 이스라엘과 수교한 UAE를 중재자로 삼았다. ‘숙적’ 이란이 미국과 핵합의를 추진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 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또한 역내 영향력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절실한 상태다. 두 나라의 이해관계가 모두 맞아떨어진 것으로 풀이된다.아메드 알샤라 시리아 임시대통령은 지난달 13일 UAE 수도 아부다비를 찾아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UAE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당시 샤라 대통령은 나하얀 대통령에게 이스라엘과의 소통 필요성을 거론했고 며칠 뒤 이스라엘과 시리아의 소통 채널이 개설됐다는 것이다.샤라 대통령이 이끄는 수니파 무장단체 ‘하야트타흐리르알샴(HTS)’는 2011년부터 시아파의 분파인 알라위파인 바샤르 알아사드 전 시리아 대통령과 치열한 내전을 벌였다. 지난해 12월 아사드 전 대통령을 몰아내고 과도정부를 세워 임시 대통령에 올랐다. 다만 샤라 대통령이 과거 9.11 테러를 일으킨 극단주의 무장단체 알카에다와 연을 맺었턴 터라 그가 대내외에 온건 통치를 표방하고 있음에도 국제사회의 경계가 상당하다. 이스라엘 또한 시리아와 국경을 면한 북부 일대에 병력을 진입시키고 군사 우위를 앞세워 시리아 곳곳에 공습을 계속하고 있다.네타냐후 정권은 아직도 샤라 대통령을 반군 시절 가명인 ‘아부 무함마드 알졸라니’로 지칭할 정도로 시리아 과도정부를 불신한다. 특히 샤라 대통령이 HTS 수장 시절부터 중동 패권을 노리는 튀르키예와 군사적으로 밀착하는 것 또한 경계한다. 그럼에도 시리아와의 관계 모색을 시도하는 것은 국내외 상황이 녹록하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네타냐후 총리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의 전쟁 장기화로 국내외의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하마스와의 휴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전후(前後) 통치 방안, 미국과 이란 핵합의 등을 둘러싼 이견으로 한때 밀착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도 서먹한 상황이다.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이 땅(캐나다)은 ‘절대’ 판매되지 않을 것이다.”(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절대’라는 말은 절대 하지 마라.”(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6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신경전을 벌였다. 각각 올 1월, 3월 집권한 두 정상의 첫 회동이다. 두 사람은 이날 캐나다 주권, 미국의 관세 부과 등을 놓고 상당한 이견을 노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대선 승리 후 줄곧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州)로 편입시키겠다”고 위협했다. 카니 총리의 전임자인 쥐스탱 트뤼도 전 캐나다 총리 또한 “(미국의 51번째) 주지사”로 폄훼했다. 카니 총리 역시 “경제 및 군사 협력에 기초한 미국과의 관계가 끝났다”며 줄곧 미국에 날을 세워 왔다. 그는 지난달 28일 총선에서도 유권자의 반(反)트럼프 심리를 자극해 당초 지지율 열세를 뒤집고 승리했다는 평을 얻고 있다. ● 주권-관세 놓고 내내 신경전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직전 트루스소셜에 “미국이 왜 캐나다에 연 2000억 달러(약 280조 원)를 보조하는지는 이해할 수 없다”며 대(對)캐나다 무역적자에 불만을 드러냈다. 다만 지난해 캐나다에 대한 미국의 무역적자는 357억 달러(약 50조 원)로 그의 주장보다 훨씬 적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재진이 “여전히 캐나다가 미국의 51번째 주가 돼야 한다고 믿느냐”고 묻자 “여전히 그렇지만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고 답했다. 이어 “부동산 개발업자로서 봐도 인위적인 국경을 없애는 건 아름다운 일”이라며 캐나다 병합을 ‘멋진 결혼’에 비유했다. 다만 그는 “누군가(캐나다)가 원치 않는다면 논의하지는 않겠다”고 했다. 카니 총리는 “부동산에서 절대 매물로 나오지 않는 곳도 있다”며 우리가 지금 앉아 있는 백악관, 당신도 방문했던 (영국 런던의) 버킹엄 궁전 같은 곳이 절대 팔 수 없는 매물이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 또한 “절대란 말은 절대 하지 말라(never say never)”고 두 번 반복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캐나다산이 아니라 미국산 자동차를 원한다. 캐나다산 철강·알루미늄도 원치 않는다”며 관세 위협을 거듭했다. 자신의 집권 1기에 체결한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의 재협상 가능성도 거론하며 미국에 더 유리하게 변경할 뜻을 밝혔다. 그는 ‘카니 총리가 관세 철회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느냐’라는 취재진 질문에도 “없다”고 단언했다. ● 전반적인 분위기는 화기애애 이날 두 정상의 회담은 올 2월 말 역시 백악관에서 공개 설전을 벌였던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회동 때보다는 훨씬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는 평이 많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전 모두발언에서 카니 총리의 총선 승리를 거론하며 “내가 (승리에) 가장 큰 공을 세운 것 같다”고 농담했다. 이어 “오늘은 누구(젤렌스키 대통령)와 그랬듯 폭발을 일으키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후에도 “카니 총리를 ‘주지사’로 부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카니 총리가 트뤼도 전 총리보다 더 좋다고도 했다. 카니 총리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활력을 불어넣었으며 국경과 마약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혁신적인 대통령이라고 추켜세웠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지난달 22일 인도와 파키스탄의 영토 분쟁지 카슈미르에서 발생한 총기 테러로 양국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인도가 파키스탄으로 흐르는 인더스강 지류 일부를 차단했다. 인더스강에 식수 및 농업 용수를 의존하고 있는 파키스탄은 미사일 시험 발사로 맞서는 등 양국 간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힌두스탄타임스 등에 따르면 5일 인도 당국은 인도령 잠무카슈미르 체나브강의 바글리하르 댐에서 파키스탄으로 흐르는 강물을 막았다. 인근 키샨강가 댐에서도 비슷한 조치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무하마드 칼리드 자말리 주러시아 파키스탄 대사는 3일 러시아 관영 방송 ‘RT’ 인터뷰에서 인도의 강물 차단 시도를 파키스탄에 대한 ‘전쟁 행위’로 규정했다. 그는 “재래식 전력과 핵전력 등 모든 전력을 사용해 총력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카와자 아시프 파키스탄 국방장관 또한 “인도가 인더스강에 새로운 구조물을 짓는다면 파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파키스탄은 사거리 120km의 지대지 미사일을 5일 시험 발사했다고 이날 밝혔다. 3일에도 사거리 450km의 지대지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앞서 지난달 22일 인도령 카슈미르의 휴양지인 파할감 인근에서 무장 괴한들이 총기를 난사해 최소 26명이 숨지고 17명이 다쳤다. 인도는 파키스탄 정부를 테러 배후로 지목하며 인더스강 물줄기를 끊겠다는 뜻을 줄곧 밝혀 왔다. 테러 이후 양국은 사실상의 국경선인 실질통제선(LoC)을 두고 열흘 연속으로 소규모 교전을 이어오고 있다. 인도는 파키스탄인의 비자를 취소하고 파키스탄으로부터 상품 수입과 선박 입항, 우편 교환 등을 금지하는 제재를 부과했다. 파키스탄은 인도 항공기의 영공 진입 금지, 무역 중단, 인도인 비자 취소 등으로 맞섰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지난달 22일 인도와 파키스탄의 영토 분쟁지 카슈미르에서 발생한 총기 테러로 양국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인도가 파키스탄으로 흐르는 인더스강 지류 일부를 차단했다. 인더스강에 식수 및 농업 용수를 의존하고 있는 파키스탄은 미사일 시험 발사로 맞서는 등 양국 간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힌두스탄타임스 등에 따르면 5일 인도 당국은 인도령 잠무카슈미르 체나브강의 바글리하르 댐에서 파키스탄으로 흐르는 강물을 막았다. 인근 키샨강가 댐에서도 비슷한 조치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앞서 무함마드 칼리드 자말리 주러시아 파키스탄 대사는 3일 러시아 관영 방송 ‘RT’ 인터뷰에서 인도의 강물 차단 시도를 파키스탄에 대한 ‘전쟁 행위’로 규정했다. 그는 “재래식 전력과 핵전력 등 모든 전력을 사용해 총력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카와자 아시프 파키스탄 국방장관 또한 “인도가 인더스강에 새로운 구조물을 짓는다면 파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파키스탄은 사거리 120㎞의 지대지 미사일을 5일 시험 발사했다고 이날 밝혔다. 3일에도 사거리 450㎞의 지대지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앞서 지난달 22일 인도령 카슈미르의 휴양지인 파할감 인근에서 무장 괴한들이 총기를 난사해 최소 26명이 숨지고 17명이 다쳤다. 인도는 파키스탄 정부를 테러 배후로 지목하며 인더스강 물줄기를 끊겠다는 뜻을 줄곧 밝혀 왔다.테러 이후 양국은 사실상의 국경선인 실질통제선(LoC)을 두고 열흘 연속으로 소규모 교전을 이어오고 있다. 인도는 파키스탄인의 비자를 취소하고 파키스탄으로부터 상품 수입과 선박 입항, 우편 교환 등을 금지하는 제재를 부과했다. 파키스탄은 인도 항공기의 영공 진입 금지, 무역 중단, 인도인 비자 취소 등으로 맞섰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투자자 중 한 명으로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린 워런 버핏 미국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95·사진)가 올해 말 은퇴하겠다고 3일(현지 시간) 밝혔다. 1965년 당시 직물회사였던 버크셔를 인수한 지 60년 만이다. 그는 이날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린 버크셔 연례 주주총회에서 4일 버크셔 이사회에서 그레그 에이블 버크셔 비(非)보험 부문 부회장(63)을 자신의 후임으로 추천하겠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버핏의 은퇴 선언에 대해 “가장 성공적인 기업이며 유명한 투자자의 시대가 끝났다”고 평가했다. 버핏, 60년만에 은퇴… “무역의 무기화 안돼” 관세 비판4만명 모인 버크셔 주총서 발표자산 235조원 “지분-회장직 유지”… 에이블 부회장 차기 CEO로 추천“시장변동 견디는 것도 투자의 일부”‘버핏과의 점심’ 등 유지 여부 관심“무역이 무기가 되면 안 된다. 다른 나라들이 번영할수록 우리(미국)가 손해 보는 게 아니라 그들과 함께 더 번영한다.” 3일(현지 시간) 전격 은퇴를 선언한 워런 버핏 미국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95)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전쟁을 우려하며 한 말이다. 1965년 당시 경영난에 빠진 직물 기업 버크셔를 인수해 금융, 에너지 등을 아우르는 기업 가치 1조 원(약 1400조 원)이 넘는 회사로 키운 지 꼭 60년 만이다. 그는 포브스 기준 1682억 달러(약 235조4800억 원)를 보유한 세계 5위 부자다. 버핏은 이날 버크셔 본사가 있는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의 ‘CHI 헬스센터’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75억 명의 (전 세계) 사람이 당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3억 명의 (미국) 사람이 자신들이 얼마나 잘했는지에 대해 자랑하는 것은 큰 실수”라며 트럼프 대통령을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다만 트럼프발(發) 관세로 최근 미국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것을 두고 “최근 30∼45일 동안 일어난 일은 아무것도 아니다. 시장 변동을 견뎌내는 것도 주식 투자의 일부”라고 조언했다.● 지분과 회장직은 유지 버크셔 지분 약 14%를 보유한 최대 주주인 버핏은 “버크셔 주식은 팔 생각이 전혀 없다”고 했다. 또 CEO직에서만 은퇴할 뿐 회장직도 유지하겠다고 했다. 이에 은퇴 선언과 무관하게 그가 어떤 식으로든 버크셔 경영에는 관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날 그가 은퇴를 선언하자 주주총회장이 잠시 침묵에 휩싸였지만 곧 수많은 참석자가 1분 이상 기립박수를 보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이날 행사에는 약 4만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버핏은 오래전부터 자신의 후계자로 지목했던 그레그 에이블 버크셔 비(非)보험부문 부회장(63)을 4일 열리는 버크셔 이사회에서 자신의 후임자로 추천하겠다고 밝혔다. 1962년 캐나다 앨버타주 에드먼턴의 노동자 가정에서 태어난 에이블은 전단지 배달, 빈병 줍기 등으로 돈을 벌어 고학한 자수성가형 기업인이다. 미국의 중소형 에너지기업 ‘칼에너지’에서 일했고 이 회사가 1999년 버크셔에 인수되면서 버핏과 인연을 맺었다. 2018년엔 버크셔의 비보험부문 부회장에 올랐으며 ‘노련한 협상가’라는 평을 얻고 있다.● ‘버핏과의 점심’과 ‘버크셔 투자 전략’도 주목 버핏은 1930년 오마하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7세 때 공립도서관에서 빌린 ‘1000달러를 모으는 1000가지 방법’이라는 책을 읽었다. 코카콜라와 껌을 팔고 신문 배달까지 하며 돈을 모았다. 첫 주식 투자는 11세 때. 정유회사 시티스 서비스의 주식이 반 토막 나자 3주를 사서 첫 수익을 올렸다.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에 재학할 때는 당대 최고의 투자자 벤저민 그레이엄을 만나 가치 투자에 눈을 떴다. 실제 가치보다 저평가된 기업을 찾아내 장기 보유한 후 이익을 얻는 기법이다. 그는 세계적 부호답지 않은 소탈한 생활 방식으로 유명하다. 1958년 3만1500달러(약 4410만 원)를 주고 산 오마하의 방 5개짜리 주택에서 아직도 살고 있다. 아침으로 자신이 투자한 맥도널드에서 소시지와 베이컨 등으로 구성된 3.17달러(약 4438원)짜리 세트 메뉴를 즐긴다. 또 하루 5캔의 콜라를 마신다. 이날 주주총회에서도 그의 앞엔 빨간 콜라캔 두 개가 놓여 있었다. 버핏은 지금껏 자신이 소유한 버크셔 주식 절반 이상을 기부했다. 남아 있는 주식도 사망 후 대부분 기부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버핏이 은퇴한 뒤 그와 경제와 투자 관련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버핏과의 점심’(매년 경매 형식으로 진행됐고, 경매금은 기부에 활용) 행사가 어떻게 진행될지, 버크셔의 투자 전략에 변화가 있을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北 김정은도 비판 버핏은 이날 자율주행차 같은 기술 발전이 사업에 미칠 영향에 관해 설명하는 과정에서 핵무기 같은 대량살상무기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비판했다. 그는 “북한에는 자신의 머리 스타일을 비판하면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남자가 있다”며 “북한이 핵무기가 왜 필요한가”라고 반문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버크셔)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60년간 이끌어온 버크셔에서 올해 말 은퇴한다고 밝히면서 후계자로 지목된 그렉 아벨 버크셔 비(非)보험 부문 부회장(62)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캐나다 앨버타주 에드먼턴의 노동자 계층 지역에서 태어나 성장한 아벨은 버핏처럼 ‘자수성가형’ 사업가로 평가받는다. 그는 학창시절부터 빈 병을 줍거나 전단지 배달을 했다고 알려져있다. AP통신은 이를 전하며 “할아버지가 운영하던 잡화점에서 일하고 신문 배달을 하며 스스로 투자자금을 모았던 버핏의 어린 시절을 연상시킨다”고 전했다. 그는 1984년 캐나다 앨버타대를 졸업한 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에서 회계사로 일하다 고객사였던 전력회사 칼에너지로 이직, 1992년부터 고위임원이 됐다. 나중에 미드아메리칸으로 이름을 바꾼 이 회사가 1999년 버크셔해서웨이에 인수되면서 버크셔와는 처음으로 인연을 맺었다.다만 아벨이 버핏의 ‘레이더망;에 포착된 것은 이보다 앞선 1990년대 중반이었다고 알려진다. 당시 영국의 한 유틸리티(수도·가스·전기) 회사 인수를 처리하던 그의 일솜씨에 감탄한 칼에너지의 주주 월터 스콧 주니어가 마침 버크셔해서웨이 이사였던 덕분이다. 아벨은 수완을 인정받아 2008년 미드아메리칸의 CEO가 됐고, 2014년 회사는 이름을 ‘버크셔해서웨이 에너지’(BHE)로 변경했다.이후 2018년 버크셔의 비보험부문 부회장으로 발탁됐으며, 버크셔 그룹의 제조업과 소매업을 감독해왔다. 버핏은 지난 2021년 자신이 당장 물러나야 할 경우 곧바로 경영권을 넘겨받을 1순위로 아벨을 지목하면서 후계 구도를 정리하기도 했다. AP통신은 아벨이 “성실하고 사업 감각이 좋은 인물로 알려져 있다”고 전했다. 후계자 발탁 당시 월스트리트저널(WSJ)도 그를 “빈틈없는 거래 해결사”라고 평가한 바 있다. 버핏은 2023년 12월에도 “아벨은 내가 이룬 것보다 더 큰 성공을 거둘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다만 AP는 그가 버핏에 필적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금의 버크셔는 과거와 같은 수익률을 내기가 어려울 만큼 덩치가 커졌다는 뜻이다. 버크셔 이사회 멤버인 론 올슨은 “내가 아는 한 또 다른 버핏은 없다”면서도 “그는(아벨) 버핏의 기본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지난해 7월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에서 68세 남성이 몰던 차량이 시민을 치어 9명이 숨졌다. 같은 해 12월 서울 양천구 목동 깨비시장에선 경도인지장애(치매 전단계)를 진단받은 70대 운전자가 차를 몰고 시장에 돌진해 1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쳤다.한국은 지난해 65세 이상 고령자가 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전국의 고령 운전자는 약 500만 명으로 추산된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가해자가 고령 운전자인 교통사고의 사망자는 761명으로, 2022년(735명), 2023년(745명)에 이어 3년 연속 증가했다.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는 매년 감소해 작년 2521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는데, 고령 운전자 가해 사고 사망자는 ‘역주행’한 것이다. 선진국들은 고령 운전자가 있으면 가족이 운전 능력 검사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거나, 사고 예방 장치 부착을 의무화하는 등 다양한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동아일보는 교통기획 ‘2000명을 살리는 로드 히어로’ 첫 회로 고령 운전자 문제를 조명했다. 운전자, 보행자, 지방자치단체 등 도로 위 주체들이 저마다 주의를 기울이고 법규를 잘 지키는 ‘영웅’이 될 때 2000명 넘는 사망자를 줄일 수 있다는 취지다.노인체험장비 입자 운전기능 95→8점… “조건부 면허 도입해야”〈1〉 고령자 운전자 500만의 그늘65세 이상, 전체 면허 소지자 14.9%… 고령자가 낸 사고 비중 9년새 2배로제3자 신고제 등 도입 필요성 커져… “일본처럼 안전장치 보급 확대해야”‘100점 만점에 8점.’11일 서울 마포구 서부운전면허시험장에서 기능시험을 치른 기자가 받아든 점수다. 동아일보는 고령 운전자가 운전을 할 때 어떤 상황에 처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26세 기자가 노인 체험 장치를 온몸에 장착하고 운전을 해봤다. 양 발목에 각각 1kg, 양 손목엔 각각 500g 무게의 추를 매달았다. 고령자의 손발 거동이 불편한 상황을 가정한 것이다. 무릎과 팔꿈치를 구부리기 어렵게 만드는 장치를 달았고, 얼굴에는 시야를 좁히는 고글을 썼다. 손에도 고무 재질로 된 밴드를 착용해 손가락 움직임을 어렵게 만들었다. 복부와 어깨에 걸쳐서는 움직임을 제한하는 장치를 장착해 고개의 움직임을 불편하게 만들었다.장비를 착용하기 전 기자가 받아든 기능 점수는 95점이었다. 합격선(80점)을 넉넉히 넘긴 만점에 가까운 점수였다. 하지만 장비를 착용하자 달라졌다. 실제 운전에 앞서 시뮬레이션(모의 주행) 장치로 수차례 모의 주행을 했지만, 막상 기능시험장에서는 도로를 이탈하는 실수까지 나왔다.● 운전자 고령일수록 인명 피해 더 커가장 큰 문제는 ‘좁아진 시야’였다. 평소 보던 것의 50%도 채 보이지 않았다. 운전석에서 좌우를 확인하려면 고개를 90도 돌려야 하는데 몸에 장착한 장비 탓에 고개를 돌리기가 어려웠다. 오른쪽 사이드미러 역시 제대로 볼 수 없어 거의 무용지물이었다. 주행, 주차 등 전 종목에서 허둥대면서 결국 기자는 제한 시간 2배를 넘겨 시간 초과로 불합격했다.27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운전면허를 소지한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는 총 516만6386명이다. 2020년(368만2632명)보다 40.3% 증가했다. 전체 운전면허 소지자 중 고령 운전자 비중은 2015년 7.6%에서 지난해 14.9%로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교통사고 중 고령 운전자가 낸 사고 비중은 9.9%에서 20.0%로 급증했다.고령 운전자는 청년, 장년보다 신체 기능이 낮아 돌발 상황 대응이 어렵고 운전 조작 실수도 잦다. 한국소비자원이 고령·비고령 운전자 각각 17명을 대상으로 도로주행 시뮬레이션 시험을 실시한 결과, 앞차가 급정거한 상황에서 고령자의 반응 속도는 3.56초였다. 반면 비고령자는 3.09초로 고령자보다 0.47초 빨랐다. 서울 시내 주요 도로의 제한속도는 시속 50km다. 0.5초면 차가 약 6.5m를 더 나간다. 횡단보도 앞에서 차가 서느냐, 보행자를 밀고 나아간 뒤 서느냐의 차이 정도다. 어린이가 갑자기 튀어나온 상황을 가정했을 때, 고령 운전자는 비고령 운전자보다 반응 속도가 1초 넘게 느렸다. 제동 거리가 13m 넘게 차이 난다는 뜻이다.실제 고령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일수록 인명 피해도 컸다. 2023년 기준 71세 이상 운전자가 낸 사고의 경우 평균 약 46건마다 사망자 1명이 발생했다. 반면 31∼40세 운전자의 경우 평균 106건마다 사망자 1명이 발생했다. 2023년 65세 이상 운전자에 의한 사고 건수는 총 3만9614건, 51∼60세 운전자에 의한 사고 건수는 4만4322건으로 후자가 많았다. 하지만 사망자는 전자가 745명, 후자가 585명으로 고령자 사고가 160명 더 많았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고령 운전면허 소지자는 2050년 983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운전자 10명 중 3명이 고령자가 되는 셈이다. 관련 사고도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조건부 면허-안전장치 확대 필요”고령 운전자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면허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대안이 ‘조건부 운전면허’다. 이는 사람의 실제 운전 능력에 따라 고속도로 주행, 야간 운전 등 운전 범위를 제한하는 것이다. 미국, 호주 등이 도입해 운영 중이다.가족, 의사, 경찰 등이 운전자의 수시적성검사를 요청할 수 있는 ‘제3자 신고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행법상 안전운전에 장애가 되는 후천적 신체장애나 정신질환이 발생할 경우 수시적성검사 대상자에 포함될 수 있다. 하지만 본인이 자진해서 신고하거나 정부, 공공기관이 통보했을 때만 대상자가 돼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 예를 들어 치매 환자는 6개월 이상 입원 치료를 받거나 장기요양등급을 받은 경우에만 수시적성검사 대상자로 분류된다. 단기 치료만 받거나 장기요양등급을 신청하지 않았다면 치매 진단 사실을 스스로 알리지 않는 이상 검사 대상에서 제외된다. 장효석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제3자 신고제의 가장 효과적인 주체는 가족이고 환자의 신체적인 능력을 알고 있는 의료진의 보고도 중요하다”며 “해외에서는 교통 당국과 운전자, 의료진이 협의를 진행하는 조건부 면허제도가 원활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사고 예방 장치 보급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먼저 고령화를 경험한 일본은 2028년 9월부터 신차에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 탑재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고령 운전자는 서울 시청역 참사의 경우처럼 페달 조작 실수로 사고를 낼 가능성이 높다.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를 장착할 경우 관련 사고를 63% 줄일 수 있고, 자동긴급제동장치(AEBS)와 함께 이용한다면 90% 이상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일본 정부의 분석이다. 현재 일본에서는 제조사들이 신차의 90% 이상에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를 자진 장착해 판매 중이다.기존 차량을 위한 애프터마켓용 장치 보급도 활발하다. 일본은 AEBS 등 안전장치가 장착된 ‘서포트카’ 구매도 적극 유도하고 있다. 서포트카 구입에 최대 10만 엔(약 100만 원)을 지원하는가 하면, 2022년에는 75세 이상 운전자에 대해 서포트카에 한정된 조건부 면허제를 신설했다. 최재원 한국도로교통공단 교수는 “생계형 고령 운전자도 많기 때문에 일본의 서포트카를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며 “운전을 하되 자진해서 면허를 반납하거나 안전장치를 장착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공동 기획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청 서울시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한국도로공사 한국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특별취재팀▽팀장 이상환 사회부 기자 payback@donga.com▽김보라(국제부) 김수연(경제부) 박종민(산업1부)서지원(사회부) 오승준(산업2부) 기자}

정부가 고령 운전자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면허 반납을 유도하고 있지만 실제 반납률은 2%대에 그치고 있다. 특히 대중교통이 불편한 시골이나 지방의 경우 자기 차가 없으면 장 보러 가기도 쉽지 않기 때문에 반납률이 저조하다. 면허를 반납해도 이동에 불편함이 없도록 대체 교통수단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발간된 한국교통연구원의 ‘고령 운전자 운전면허 자진반납 정책의 교통사고 감소 효과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고령 운전자 1명이 면허를 반납할 경우 1년 동안 0.0118건의 교통사고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 운전자 약 85명이 면허를 반납하면 사고 1건이 줄어드는 것이다. 또 고령 운전자 1명의 면허 반납은 연간 42만 원의 사회적 비용을 줄였다. 정부는 고령 운전자가 면허를 반납하면 일정 금액의 교통카드 등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달부터 면허를 자진 반납하는 70세 이상 고령층에 교통카드 20만 원을 지급한다. 기존에 10만 원이었던 것을 2배로 늘렸다. 울산 울주군은 올해 면허 반납 인센티브를 10만 원에서 50만 원으로 늘렸다. 그 결과 지난달에만 410명이 면허를 반납했다. 지난해 전체 실적을 웃돈다. 하지만 전국의 면허 반납률은 2%대에 그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 면허 반납률은 2.2%다. 면허 반납 시 받는 혜택이 장기적으로는 충분한 대가가 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대체 교통수단도 부족한 탓이다. 특히 농어촌 지역은 대중교통 인프라가 부족해 면허를 반납한다면 이동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면허 반납 정책이 고령자 이동권 지원과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자 ‘수요응답형 교통수단(DRT)’을 도입하는 움직임도 확대되고 있다. DRT는 노선을 미리 정하지 않고 승객의 호출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행하는 교통수단을 말한다. 강원 원주시는 2023년 3월부터 대중교통 취약 지역에서 DRT ‘부름버스’를 정식 운행하고 있다. 애플리케이션이나 콜센터를 통해 출발 30분 전까지 출발지와 도착지를 예약하는 방식이다. 매달 600여 명이 부름버스를 이용하고 있고 대중교통 대기 시간도 1시간 이상에서 30분 정도로 단축됐다. 경기 파주시, 경남 창원시, 전남 신안군 등도 DRT를 운영하고 있다. 김경만 한국교통안전공단 교통안전처 차장은 “대중교통 취약 지역에서 고령자가 직접 운전하지 않아도 이동이 가능하도록 교통수단을 지원하는 정책이 확대된다면 고령 운전자 사고 예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공동 기획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청 서울시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한국도로공사 한국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특별취재팀▽팀장 이상환 사회부 기자 payback@donga.com▽김보라(국제부) 김수연(경제부) 박종민(산업1부)서지원(사회부) 오승준(산업2부) 기자}

“이르면 다음 주에 (한미가) 상호 ‘양해 관련 합의’에 도달할 수도 있다.”(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차분하고 질서 있는 협의를 위한 한미 간 인식을 공유했다.”(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한국과 미국이 24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통상협의를 갖고 협상 범위와 향후 절차 등에 대해 대략적인 합의를 이뤘지만, 협상 속도를 놓고는 온도 차를 보였다. 이날 베선트 장관은 한미가 “예상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상황”이라며 조속한 협의를 거듭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25일 공개된 미 시사 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각국과의 무역협상과 관련해 “중국과도 회담 중이고 모든 기업 및 국가들과 잘 진행되고 있다. 3∼4주 내 무역협상 200건을 타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발표 후 일부 국가들이 (협상 내용의) 조정을 요구한다면 고려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비해 한국은 7월 초 ‘패키지 합의’를 강조하며 사실상 6월 조기 대선 이후 포괄적 합의에 방점을 뒀다. 일각에선 협의를 서두르려는 미국과 속도 조절에 나서려는 한국 사이에 입장 차가 가시화되면 협상 과정에서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베선트 “다음 주부터 ‘기술적 세부 사항’ 논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미국-노르웨이 정상회담에 배석한 베선트 장관에게 “우린 지금 아주 훌륭한 성과를 내고 있다”며 진행 중인 관세 협상에 대한 설명을 요청했다. 이에 베선트 장관은 “오늘 우리는 한국과 아주 성공적인 협의를 가졌다”며 “예상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한미)는 이르면 다음 주부터 ‘기술적인 세부 사항(technical terms)’을 논의하게 될 것”이라며 “이르면 다음 주에 ‘양해 관련 합의(agreement on understanding)’에 도달할 수 있다”고 했다. 베선트 장관이 언급한 ‘양해 관련 합의’를 놓고 일각에서 당장 다음 주에 한미 간 잠정 합의가 나올 것임을 시사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앞서 미 언론은 트럼프 행정부가 이미 협상을 시작한 일본, 인도 등과 ‘잠정 합의’ 형태의 양해각서 등 체결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최 부총리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국내 언론 대상 브리핑에서 ‘잠정 합의’ 등 어떤 내용도 미국과 논의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최 부총리는 베선트 장관의 ‘양해 관련 합의’ 표현에 대해 “앞으로 (통상) 협의의 틀이나 범위를 어떻게 정할지, 또 협의를 어떤 체계로 할 건지 등을 (오늘) 마련했다는 의미로 이해한다”고 했다. 베선트 장관이 말한 ‘기술적인 세부 사항’에 대해 안 장관은 “(한미 간) 실무협의가 다음 주에 개최될 것이라는 의미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특히 최 부총리는 “한국의 정치 일정과 통상 관련 법령, 국회와의 협력 필요성 등 앞으로 협의에 있어 다양한 고려 사항이 있음을 설명하고, 이에 대한 미 측의 이해를 요청했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대선 일정 등을 고려해 협상에서 속도 조절 필요성을 요청한 것이다.● ‘최선의 제안’ 표현 “조선 협력 공감대 나타낸 듯”이날 베선트 장관은 “한국 대표단은 일찍 (협상하기 위해) 왔고, ‘최선의 제안(A game)’을 가져왔다”며 “이제 그들이 이 약속을 얼마나 잘 이행하는지 지켜보겠다”고도 했다. 이를 두고 한국 정부가 예상을 뛰어넘는 ‘선물 보따리’를 준비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에 대해 안 장관은 “우리가 판단하기론 조선 산업 협력 비전에 대해 (미국이) 공감대를 나타낸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관심사인 조선 협력 관련 제안 말곤 정부가 이날 추가로 미국에 약속한 특별한 제안은 없었다는 얘기다. 한편, 이날 한미 협상단은 기념 주화를 선물로 주고받았다. 한국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과 거북선 무늬가 새겨진 ‘한국의 주력 산업과 경제발전 기념 주화’를 전달해 조선 강국 이미지를 부각했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이르면 다음 주에 (한미가) 상호 ‘양해 관련 합의’에 도달할 수도 있다.”(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차분하고 질서 있는 협의를 위한 한미 간 인식을 공유했다.”(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한국과 미국이 24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통상협의를 갖고 협상 범위와 향후 절차 등에 대해 대략적인 합의를 이뤘지만, 협상 속도를 놓고는 온도 차를 보였다. 이날 베선트 장관은 한미가 “예상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상황”이라며 조속한 협의를 거듭 강조했다. 딱히 언제까지 합의하면 좋겠다는 데드라인도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비해 한국은 7월 초 ‘패키지 합의’를 강조하며 사실상 6월 조기 대선 이후 포괄적 합의에 방점을 뒀다. 일각에선 협의를 서두르려는 미국과 속도 조절에 나서려는 한국 사이에 입장 차가 가시화되면 협상 과정에서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베선트 “다음 주부터 ‘기술적 세부 사항’ 논의”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미국-노르웨이 정상회담에 배석한 베선트 장관에게 “우린 지금 아주 훌륭한 성과를 내고 있다”며 진행 중인 관세 협상에 대한 설명을 요청했다. 이에 베선트 장관은 “오늘 우리는 한국과 아주 성공적인 협의를 가졌다”며 “예상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한미)는 이르면 다음 주부터 ‘기술적인 세부 사항(technical terms)’을 논의하게 될 것”이라며 “이르면 다음 주에 ‘양해 관련 합의(agreement on understanding)’에 도달할 수 있다”고 했다.베선트 장관이 언급한 ‘양해 관련 합의’를 놓고 일각에서 당장 다음 주에 한미 간 잠정 합의가 나올 것임을 시사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앞서 미 언론은 트럼프 행정부가 이미 협상을 시작한 일본, 인도 등과 ‘잠정 합의’ 형태의 양해각서 등의 체결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하지만 최 부총리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국내 언론 대상 브리핑에서 ‘잠정 합의’ 등 어떤 내용도 미국과 논의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최 부총리는 베선트 장관의 ‘양해 관련 합의’ 표현에 대해 “앞으로 (통상) 협의의 틀이나 범위를 어떻게 정할지, 또 협의를 어떤 체계로 할 건지 등을 (오늘) 마련했다는 의미로 이해한다”고 했다. 베선트 장관이 말한 ‘기술적인 세부 사항’에 대해 안 장관은 “(한미 간) 실무협의가 다음 주에 개최될 것이라는 의미로 이해한다”고 말했다.특히 최 부총리는 “한국의 정치 일정과 통상 관련 법령, 국회와의 협력 필요성 등 앞으로 협의에 있어 다양한 고려 사항이 있음을 설명하고, 이에 대한 미 측의 이해를 요청했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대선 일정 등을 고려해 협상에서 속도 조절 필요성을 요청한 것이다.● ‘최선의 제안’ 표현 “조선 협력 공감대 나타낸 듯”이날 베선트 장관은 “한국 대표단은 일찍 (협상하기 위해) 왔고, ‘최선의 제안(A game)’을 가져왔다”며 “이제 그들이 이 약속을 얼마나 잘 이행하는지 지켜보겠다”고도 했다. 이를 두고 한국 정부가 예상을 뛰어넘는 ‘선물 보따리’를 준비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이에 대해 안 장관은 “우리가 판단하기론 조선 산업 협력 비전에 대해 (미국이) 공감대를 나타낸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관심사인 조선 협력 관련 제안 말곤 정부가 이날 추가로 미국에 약속한 특별한 제안은 없었다는 얘기다.한편, 이날 한미 협상단은 기념주화를 선물로 주고받았다. 한국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과 거북선 무늬가 새겨진 ‘한국의 주력 산업과 경제발전 기념 주화’를 전달해 조선 강국 이미지를 부각했다. 앞서 일본 협상단을 이끌고 방미한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상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오사카 엑스포 마스코트 인형 등을 선물로 전달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답례로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문구가 적힌 모자를 줬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4일(현지 시간) 중국과 통상 문제를 현재 협상하고 있다고 재차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중국과의 무역 협상에 대한 질문을 받자 “그들은 오늘 오전 회의를 했다”고 밝혔다. 행정부의 어떤 관계자들이 회의에 포함되었는지 묻는 질문에 “‘그들’이 누구든 상관없다. 어쩌면 나중에 공개할 수 있지만 그들은 오늘 오전에 만났으며 우리는 중국과의 만남을 가져왔다 ”고 말했다. 중국과의 대화내용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답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에도 중국과 매일 협상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허위정보”라며 이를 부인했다. 또 “미국은 관세 문제에 관해 어떠한 협의나 협상을 한 적이 없고, 합의에 도달한 적도 없다”며 양국 간 대화가 실제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쌓이고 있는 상황이다.로이터통신은 백악관 관계자를 인용, “이번주 미국과 중국 간의 하위급 대면 회담 및 전화통화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그러나 미중의 상반된 설명에 로이터는 “현재 무역전쟁의 특징인 의사소통 부족과 불확실성을 강조한다”고 지적했다. ABC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해 재차 이 같은 완화 제스처를 취한 것을 두고 “시장을 비롯해 모두가 중국과의 장기 무역 전쟁이라는 망령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도 이 점에 대해 불안해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보잉 항공기 인수 거부를 비판하며 날을 세웠다. 24일 그는 자신의 ‘트루스소셜을 통해 “중국이 구매하기로 약속해 놓고, 아름답게 완성된 (보잉사의) 항공기들을 인수하지 않았다”며 비판했다.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해 일관된 입장을 취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메그 리스마이어 하버드 경영대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는 매일 다른 노선을 취한다”고 ABC에 전했다.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한미 양국이 24일(현지 시간) 오전 8시 미국 수도 워싱턴에서 ‘2+2’ 통상 협의를 개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상호관세 유예를 전격 발표하고 각국과 협상하겠다고 밝힌 이후 열리는 첫 한미 고위급 협의다. 정부에 따르면 협상 전날인 23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미국 현지에서 만나 약 1시간 20분 동안 사전 실무협의를 개최했다. 정부 합동단의 공동수석대표인 두 장관은 회의에서 이번 협의의 최종 목표를 재확인하고, 미국 측 반응에 대한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모색한 것으로 전해졌다. 협의 장소는 미 재무부 청사로 정해졌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있는 백악관 집무실에서 도보로 약 5분 거리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미일 관세 협상을 위해 재무부 청사로 향하던 아카자와 료세이(赤沢亮正) 경제재생상을 본인의 집무실로 부르기도 했다. 안 장관은 방미 직전 출국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직접 참여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비하고 있다”고 답했다. 미국은 통상과 안보를 함께 해결하는 ‘패키지 협상’에 계속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달 8일 트럼프 대통령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28분간 전화 통화를 하고 조선·에너지 협력이나 방위비 증액 등 통상 이외의 분야까지 관세 협상으로 해결하는 ‘원스톱 쇼핑’을 요구한 바 있다. 이번 협의의 미국 측 카운터파트인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도 연일 방위비 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한미 협의 전날인 23일 워싱턴 국제금융연구소(IIF) 행사에서 “미국이 안보와 열린 시장을 계속 제공하면 동맹국들은 공동의 방어에 대한 더 강한 헌신을 해야 한다. 글로벌 경제 관계는 안보 파트너십을 반영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한국 일본 등 동맹국에 관세, 무역, 산업, 안보 등을 포괄하는 ‘원스톱’ 합의를 압박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을 뒷받침하는 논리로 풀이된다. 반면 한국은 이번 협의가 재무와 통상 장관 중심의 2+2 협의인 만큼 방위비보다 한국에 대한 25% 상호 관세 철폐, 이미 시행 중인 자동차 관세 해결을 이번 협의의 주요 목표로 보고 있다.세종=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일본 국회의원 약 70명이 22일 제2차 세계대전의 A급 전범이 합사된 도쿄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다.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자민당, 입헌 민주당 등이 소속된 초당파 연맹인 ‘다함께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 의원 약 70명이 춘계 예대제(제사) 참배에 참여했다. 이 모임은 매년 춘계·추계 예대제와 8월 15일에 단체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고 있다. 이시바 시게루 내각에서 총무부대신을 맡고 있는 도가시 히로유키 의원도 포함됐다.모임의 부회장을 맡고 있는 아이사와 이치로 자민당 중의원 의원은 참배 후 기자회견에서 “올해는 2차 대전이 끝난 지 80년”이라며 “전쟁의 비참함과 평화의 존중을 국민 대표인 국회의원이 스스로 가슴에 새기러 갔다”고 말했다. 지난해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최종 결선까지 오르는 등 잠룡 중 한명으로 꼽히는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은 개별적으로 참배했다. 다카이치 의원은 “순직한 분들의 영혼에 깊이 감사의 마음을 바쳤다”고 말했다.앞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전날 참배는 하지 않고 공물을 봉납했다. 일본 현직 총리가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한 것은 2013년 아베 신조 당시 총리가 마지막이다.야스쿠니신사는 메이지유신 이후 2차 대전까지 국내외 전쟁에서 246만6000여 명의 영령을 추모하고 있다. 2차 대전 전범으로 극동 국제군사재판에 따라 처형된 도조 히데키 전 총리 등 A급 전범도 합사돼 있다.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21일(현지 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기독교 주민들도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 소식에 애통해하며 교황을 위한 기도회를 열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가자지구 기독교인들은 교황이 2023년 10월부터 1년 6개월에 이르는 전쟁 내내 거의 매일밤 가자지구 성가족 성당에 전화를 걸었다고 전했다. 성가족 성당의 조지 안톤 비상대책위원장은 “우리는 매일 우리에게 용감해지는 법, 인내심을 갖고 강해지는 법을 가르쳐준 성인을 잃었다”고 로이터에 토로했다. 그러면서 “교황은 ‘내가 당신과 함께 있으니 두려워하지 마십시오’라고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말하곤 했다”고 회상했다.안톤 위원장은 가톨릭과 정교회 신자 등 수백여명에 달하는 가자지구 기독교인들을 언급하며 “우리는 가슴이 아프지만, 교황이 우리를 돌봐주고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을 아는 교회를 남겨두셨음을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가브리엘 로마넬리 신부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마지막으로 전화를 건 것은 부활절 하루 전날인 19일 밤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교황은 우리를 위해 기도하고 있고, 우리를 축복하고, 우리의 기도에 감사한다고 말했다”고 말했다. 교황과의 화상 통화에 자주 참여했다는 한 교인은 AFP통신에 “교황은 기도로 매일 전쟁과 유혈 사태의 종식에 대한 우리의 희망을 새롭게 해주셨다”며 “팔레스타인의 평화를 위한 그의 기도는 우리와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교황은 선종 하루 전날인 20일 마지막 부활절 강론에서도 “가자지구의 상황이 개탄스럽다”며 평화를 호소했다.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9일간의 프란치스코 교황 장례 절차가 마무리되면 추기경단의 비밀투표인 ‘콘클라베(Conclave·자물쇠가 채워진 방이란 뜻의 라틴어)’를 통해 차기 교황이 선출된다. 콘클라베는 통상 교황 선종 후 15∼20일 이내에 치러진다. 투표권을 갖는 만 80세 미만의 추기경 135명이 바티칸 교황청 내 시스티나 성당에서 콘클라베를 열게 된다. 외신에선 유럽계 혹은 비(非)유럽계, 교리적 차원에서 보수파 혹은 개혁파로 구분해 차기 교황 후보군을 거론하고 있다. 21일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출신지(첫 아메리카 대륙 출신)나 성향(개혁성)이 파격적이었던 만큼 차기 교황도 예상치 못한 인물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측근 국무원장 유력 후보로 거론 로이터통신, CNN 등 주요 외신들이 거론하는 차기 교황 후보는 피에트로 파롤린 교황청 국무원장(70)이다. 국무원장은 바티칸에서 교황 다음의 2인자다. 로이터통신은 그가 가톨릭 내 개혁파와 보수파로부터 두루 지지를 받는 후보라고 짚었다.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으로부터 추기경에 서임된 그는 팔레스타인 주민 인권 등 국제 문제에 상당한 관심을 보여 왔다. 다만, 파롤린 원장이 이탈리아인이라는 점은 최근의 다양성 추세에 비춰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도 있다. 교황은 전통적으로 이탈리아인이 많았지만, 최근엔 아르헨티나 출신의 프란치스코 교황을 비롯해 독일 출신 베네딕토 16세, 폴란드 출신 요한 바오로 2세 등 비이탈리아계가 많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시리아 출신인 그레고리오 3세(731년) 이후 1282년 만에 선출된 비유럽 출신 교황이었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대척점에 있는 보수 성향의 인물이 차기 교황에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영국의 가톨릭 전문지 가톨릭헤럴드는 프란치스코 교황 재임 중 교내 보수파를 대표한 헝가리 출신의 페테르 에르되 추기경(73)을 유력 후보로 지목했다. 2003년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에 의해 추기경에 서임된 그는 이혼 또는 재혼한 신자들이 성찬을 받는 데 반대해 왔다. ● 최초의 아프리카계 흑인 교황 등 물망 차기 교황 선출권을 쥔 만 80세 미만 추기경의 거의 절반은 상대적으로 저개발 상태에 놓인 남반구 출신이다. 최근 가톨릭의 교세가 유럽보다 남미, 아프리카 등 비유럽권에서 더 강하다는 점도 변수다. 이에 따라 콩고민주공화국 출신의 프리돌린 암봉고 베숭구 추기경(65)과 가나 출신 피터 코드워 아피아 턱슨 추기경(76) 등이 최초의 아프리카계 흑인 교황 후보로 거론된다. 아메리카 대륙에선 미국 출신으로 보수적 성향인 레이먼드 리오 버크 추기경(77)이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다. 아시아 출신 추기경들도 잠재 후보다. 지난해 12월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의 유흥식 추기경(74)을 후보군으로 보도했다. 하지만 한국의 가톨릭 교구가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어서 선출 가능성도 다소 떨어진다는 관측이 많다. 가톨릭 신자가 8000만 명에 달하는 필리핀의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68)도 유력 후보로 꼽힌다. 개혁 성향인 그는 2013년 콘클라베 때도 교황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콘클라베 참석 추기경 3분의 2 이상 지지 얻어야 교황청은 프란치스코 교황 선종 직후 장례 준비에 착수했다. 장례 절차는 교황의 비서 격인 궁내원장이 교황의 상징물 중 하나인 ‘어부의 반지’를 파기함으로써 시작된다. 교황청에는 조기가 게양되고, 교황의 유해는 일정 기간 바티칸 내 성베드로 대성당으로 옮겨져 일반에 공개된다. 9일간의 장례가 마무리된 뒤 열리는 콘클라베는 교황 선종 후 15∼20일 안에 열린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전 세계 추기경 252명 중 교황 선출권을 갖는 만 80세 미만 추기경은 현재 135명이다. 한국인 추기경의 경우 염수정 추기경(82)은 투표권이 없고, 유흥식 추기경은 투표가 가능하다. 콘클라베가 시작되면 추기경들이 모인 건물의 청동문이 봉쇄되고 모든 문과 창문도 납으로 봉인된다. 콘클라베 중에는 의사와 요리사, 지원 업무를 맡은 소수의 수녀 외에는 누구도 추기경들과 소통할 수 없다. 투표 과정에서 교황 선출에 실패했을 때는 젖은 밀짚을 태워 굴뚝에서 검은 연기가 나게 한다. 반면 교황이 선출되면 마른 밀짚과 투표 용지를 같이 태워 흰 연기를 내보내게 된다. 투표는 콘클라베에 참석하는 추기경 각자가 적합하다고 보는 사람 이름을 적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콘클라베 참석자 3분의 2 이상을 득표한 추기경이 교황직을 수락하면 새 교황이 탄생하게 된다. 새 교황은 ‘눈물의 방’으로 불리는 시스티나 성당 내 성구실로 이동해 교황명을 직접 정한다. 이후 예복으로 갈아입고 성베드로 대성당 발코니에 나와 대중과 만난다. 교황청 관계자들과 대중은 이때 라틴어로 ‘교황이 나셨다’를 의미하는 “하베무스 파팜(Habemus Papam)”을 외친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홍정수 기자 hong@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