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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인 5일 오전 7시 35분경 서울 강남구 일원동의 한 아파트에서 ‘펑’ 하는 폭발음과 함께 유리창 깨지는 소리가 단지를 뒤흔들었다. 이날 새벽 런던 올림픽 축구대표팀 경기를 보고 늦잠을 자던 주민들은 “뭐가 터진 거냐”며 112와 119에 연이어 문의 겸 신고 전화를 걸었다.폭발음의 원인은 다름 아닌 쌀벌레였다. 이 아파트 3층에 사는 박모 씨(25)는 최근 늘어난 쌀벌레 때문에 고민이 컸다. 고온다습한 최적의 번식 조건에서 알을 깐 쌀벌레 수가 빠르게 늘었다. 박 씨는 쌀벌레를 잡으려고 스프레이형 가정용 살충제를 밀폐된 다용도실에 마구 뿌렸다. 살충제의 즉각적인 효과를 확인하려 기다리던 박 씨는 무심코 담배를 입에 물고 라이터를 켰다.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순간적인 화재가 발생했고 다용도실 유리창도 산산조각 났다.경찰 관계자는 “다행히 박 씨가 손에만 화상을 입어 병원 치료만 받고 퇴원했다”고 밝혔다. 최돈묵 가천대 소방방재공학과 교수는 “밀폐된 공간에 가정용 살충제를 과다하게 뿌리면 라이터나 가스레인지 불에도 폭발할 수 있다”며 “실내에서 살충제를 비롯한 스프레이 제품을 사용할 때는 충분히 환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중대전술 & 대대종합전술 훈련 무려 2주짜리 다녀오겠습니당.”현역 육군 이모 중위는 최근 야간훈련 나가는 장갑차가 줄지어 선 사진과 함께 훈련소식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사진 속 장갑차에는 차량 식별번호와 장비가 노출돼 있었다. 이 중위는 3월 18일엔 ‘5분 대기 출동준비 중!’이란 글과 함께 부대 마크와 계급장이 붙은 군복을 입고 소총과 야시경 등 장비를 착용한 부대원 10여 명과 병영생활관에서 찍은 사진도 올렸다. 동료 군인은 ‘이 사진 보안에 걸릴걸?ㅋㅋㅋ’라고 댓글을 달았다. 이 중위는 ‘전술훈련 평가’라고 적힌 노란색 문서 폴더의 표지를 찍어 올리기도 했다.현재 해당 사진은 지워졌지만 이 중위의 페이스북을 검색하면 어느 부대 어느 중대 소속인지, 그의 부대가 어느 지역에 있는지까지 쉽게 알 수 있다.○ 스마트폰으로 줄줄 새는 군사기밀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군 기밀이 노출될 수 있는 사진이나 글을 올리는 군인이 많다. SNS 특성상 사진을 올린 위치와 시간이 그대로 노출되기 때문에 해당 부대의 위치나 일과 등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이필중 대전대 군사학과 교수는 “함께 찍힌 사람의 크기로 무기나 시설의 제원을 짐작할 수 있어 적에게 고스란히 우리 정보를 주는 셈”이라고 말했다.병사들도 스마트폰을 이용해 SNS에 사진을 올리고 있다. 사병은 휴대전화 소지가 금지돼 있다. 지난달 25일 경기 동두천 지역 모 부대 소속 유모 병장은 위장크림을 바른 자신의 얼굴과 방탄모 사진을 올리고 “상황이 걸려도 난 뭐 ㅋㅋㅋㅋ 잉여”라고 썼다. 유 병장의 게시물들에는 ‘모바일에서’란 태그가 달려 있어 훈련 중 스마트폰으로 찍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수도권 부대의 현역 A 중위는 “소지품 검사를 철저히 하고 있지만 스마트폰 소지를 100% 막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최근 경기도의 한 부대에서는 5분 대기조 사병이 무기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다가 행정보급관이 뒤늦게 발견해 지우기도 했다.▼ 스마트폰 속에 기밀사진 제대뒤 유출땐 속수무책 ▼○ 스마트폰 속 미공개 사진이 더 위험국방부도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1월 31일 국방부는 ‘군 장병 SNS 활용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프로필에 군 관련 정보 △군 위치가 노출되는 글 △군 기강 훼손 글 등을 올리지 말 것을 교육했다. 휴대전화 이용을 막을 수 없는 휴가 중에도 이런 지침을 지키라는 의미다. 육군 관계자는 “사진을 올린 간부와 병사는 군인복무규율에 따라 처벌할지 결정할 것”이라며 “부대 내 개인 얼굴 사진 촬영은 큰 문제가 없지만 작전계획이나 주요 시설이 노출된 사진을 올린 장병은 엄벌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일부에서는 현역 병사의 스마트폰 이용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군 특성상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우세한 편. 군사전문지 ‘제인(JANE)연감’에는 각국 군인이 유출한 전 세계 무기 사진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스마트폰을 허용하면 50만 장병 중 99%는 잘 사용하겠지만 1%의 실수로 군사기밀이 유출된다면 안보에는 치명적이다”라고 말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김태웅 기자 pibak@donga.com}

서울 강남의 유명 산부인과 병실에서 숨진 뒤 한강공원에 버려진 30세 미혼여성은 자신의 억울한 죽음에 대해 입을 열지 못한다. 시신을 버리고 달아났던 40대 의사는 경찰이 새로운 증거를 제시할 때마다 말을 바꾸고 있다. 사건이 발생한 지 5일째가 됐지만 미스터리는 풀리지 않고 있다.○ 의혹 1: 강제 성관계 있었을까?지난달 31일 이모 씨(30·여)의 시신을 버린 혐의로 3일 구속 수감된 산부인과 전문의 김모 씨(45)는 서울 서초경찰서에서 “수면유도제 투약 후에도 15분가량은 이 씨의 의식이 있었고 신체 접촉도 했다”고 진술했다. 사건 당일 성관계가 있었을 가능성을 처음으로 시사한 것이다. “수면유도제를 투약하고 2시간 이후 돌아와 보니 이 씨가 숨져 있었다”던 처음 진술은 거짓으로 드러났다.경찰이 확보한 병원 폐쇄회로(CC)TV 영상에 따르면 이 씨는 지난달 30일 오후 11시경 병원에 도착해 김 씨의 진료실에서 김 씨와 시간을 보냈다. 이어 31일 0시 1분 이 씨가 진료실에서 나와 병실로 걸어 들어갔고 김 씨도 바로 뒤따라 들어갔다. 김 씨가 병실에서 나온 것은 오전 2시 42분이었다. 김 씨는 “이 씨에게 수면제를 투약한 뒤 간병인 침대에서 자고 일어나 보니 이 씨가 숨져 있었다”고 진술했으나 이 역시 당초 진술을 번복한 것이다. 이 씨의 죽음을 확인한 뒤 병실에서 나온 김 씨는 휠체어를 갖고 다시 들어가 시신을 병실 밖으로 옮겼다. 이 씨가 이날 밤 병원에 온 것은 김 씨가 술을 마신 상태에서 ‘영양제 맞을래?’라는 문자를 보냈기 때문이다. 김 씨가 이 씨 사망 전 신체관계가 있었다고 시인함에 따라 수면유도제를 성관계를 위한 최음제 용도로 사용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의혹 2: 왜 아내까지 끌어들였을까?김 씨의 아내 A 씨(40)는 사체유기방조 혐의로 3일 경찰에 입건됐다. 김 씨는 오전 2시 44분 숨진 이 씨를 휠체어에 태워 병원 지하주차장에 있는 자신의 승용차에 옮겼다. 이어 시신을 실은 채 자신의 집으로 가서 아내에게 환자가 죽었다고 알린 뒤 “차를 몰고 나를 따라오라”고 했다. 다시 병원으로 차를 몰고 온 김 씨는 이 씨의 시신과 차량을 유기할 생각에 이 씨의 아우디 차량 조수석으로 시신을 옮겼다. 이어 아우디 차량을 몰고 오전 4시 40분경 한강공원에 도착했다. 따로 차를 몰고 병원에서 한강공원으로 남편을 따라온 아내 A 씨는 남편과 멀리 떨어져 편의점에서 초콜릿우유를 마시며 기다렸다. 시신과 아우디 승용차를 버리고 온 김 씨는 아내의 승용차를 타고 병원으로 돌아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산모를 진료했다. A 씨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집에 온 남편이 자기 실수로 환자가 죽었다고만 말했다”며 “둘 사이가 내연관계인지는 몰랐다”고 진술했다. 김 씨가 자신과 불륜 관계였던 여성이 죽었는데 먼저 아내에게 찾아가 아내를 데리고 왔다는 점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행동이다.○ 의혹 3: 진짜 사인은?김 씨는 자수 직후엔 경찰에 이 씨와의 관계에 대해 “1년 전 수술을 계기로 알게 돼 다른 사람들과 저녁을 같이 먹을 정도로 지냈다”고 했다. 하지만 이후 “이 씨와 석 달에 한 번씩 만나 영양제 주사를 놓아주기도 했고 성관계를 가졌다”고 시인했다. 김 씨는 수면유도제 앰풀 1개(5mg)를 투약했다고 하는데 전문가들은 그 정도로는 죽음에 이를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지적한다. 외관상 상해나 성폭행 흔적은 발견되지 않은 상태여서 이 씨 죽음의 진실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유전자 감식에 달렸다. 김 씨가 왜 굳이 당직 의사와 간호사가 있는 병원으로 찾아가 병실에서 수면유도제를 놓았는지 하는 부분도 의문으로 남았다. 사건 당시 병실에는 두 사람밖에 없었지만 병원 내에는 당직 의사와 간호사, 입원환자들이 있었다. 경찰 안팎에서는 “김 씨가 과거에도 병원에서 스릴을 위해 성관계를 가진 적이 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김 씨는 “병원 밖에서만 성관계를 맺었다”고 주장해왔다.피의자 김 씨는 명문 S대 의대를 졸업하고 S대 병원에서 인턴을 마쳤다. S대 의대 외래교수도 지냈다. 김 씨로부터 진료를 받은 경험이 있는 K 씨는 “시골 사람처럼 순박하고 다정다감한 의사여서 산모들로부터 인기가 많았다”고 말했다. 김 씨가 일한 서울 강남구 신사동 성수대교 남단사거리에 있는 H산부인과는 강남 일대 M산부인과, C산부인과와 함께 ‘빅3 산부인과’로 꼽힌다. 강남의 부유층과 연예인이 주로 찾는 고급 병원이다. 실제로 2일 H산부인과를 찾아가 보니 주차장에는 외제차가 즐비했다.피해자 이 씨의 주변 사람들은 “이 씨는 미모가 뛰어나고, 항상 잘 웃고 활발해 주변 사람들에게 늘 인기가 많았다”고 전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
미국에 입양돼 갱단 중간 보스를 지내다 강제 추방된 30대 남자가 대낮에 접이식 낫과 칼, 쇠뭉치 등을 들고 들어가 은행을 털다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강도 상해 등 혐의로 A 씨(39)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고 2일 밝혔다. A 씨는 이날 오후 3시 57분 강남구 개포동 우리은행 개포동역 지점에 하얀색 가발과 마스크를 쓰고 들어가 쇠뭉치로 청원경찰을 때리고 가스권총을 빼앗은 뒤 창구에 있던 은행 직원들을 위협해 현금과 수표 등 약 2000만 원 상당을 빼앗은 혐의를 받고 있다. 범행 직후 A 씨는 인근에서 신호 대기 중이던 택시를 빼앗아 타고 도망치려 했다. 하지만 택시 운전사가 완강히 저항하자 뒤에 서 있던 다른 택시의 운전사를 가스권총으로 위협해 차에서 내리게 한 뒤 차를 몰고 도주하려 했다. 각각 자동차 열쇠와 자동차를 뺏긴 택시 운전사 2명이 달려들어 A 씨와 실랑이를 벌이는 사이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A 씨를 붙잡았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한 살 때 미국으로 입양됐다 양부모가 사망하는 바람에 미국 국적을 취득하지 못한 한국인이다. A 씨는 애리조나 주를 무대로 멕시코계 갱단의 중간 보스로 활동했다. 미국 경찰이 강제 추방해 2007년 한국으로 돌아와 영어학원 강사로 일했지만 마약 전과가 알려지면서 취업이 힘들어지자 일주일 전부터 범행을 계획했다. A 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영어를 사용하며 한국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은행 직원들은 A 씨가 범행 당시 한국말로 “돈을 여기에 담아라”라고 외쳤다고 진술했다.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병원에서 숨진 여환자의 시신을 버린 혐의를 받고 있는 산부인과 전문의 김모 씨(45)는 지난달 30일 사망한 이모 씨(30·여)에게 수면유도제뿐 아니라 영양제 등 다른 약물을 함께 투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2일 서울 서초경찰서에 따르면 김 씨는 “7월 30일 이 씨에게 수면유도제 미다졸람이 섞인 수액과 하트만덱스(포도당 영양제) 등이 들어 있는 수액을 섞어 투약했다”며 “1년 전 이 씨를 수술하며 환자와 의사로 처음 만난 이후 3개월에 한 번씩 따로 만났다”고 진술했다. 김 씨는 3개월에 한 번씩 만나 영양주사를 직접 투여해주고 성관계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그는 이 씨와 내연관계는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날 김 씨가 병원 허락 없이 몰래 약물을 갖다 쓴 사실도 확인됐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H산부인과 관계자는 “김 씨가 이 씨에게 약물을 투여한 상황이 정상적인 진료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경찰도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떳떳한 목적으로 약물을 사용한 게 아니라는 정황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이날 경찰은 시신을 유기한 혐의(사체유기 등)로 김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날 이 씨의 가족 입회하에 진행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 외관상 특별한 외상이나 성폭행 흔적은 나오지 않았다. 투약된 약이 실제로 미다졸람인지, 투약량은 어느 정도인지, 사건 당일 성관계가 있었는지 등의 확인은 유전자(DNA) 정밀 분석이 필요해 20여 일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 안팎에서는 김 씨가 이 씨와의 성관계를 인정한 사실에 비춰 미다졸람을 영양제와 함께 투약해 성관계 시 흥분을 돋우는 환각제나 최음제로 사용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전에도 의사들이 수면유도제인 미다졸람이나 수면마취제인 프로포폴 등 정맥마취제를 짧은 시간에 기분을 좋게 만드는 마약처럼 사용한 사례가 있다. 지난해 초 성형외과 전문의 A 씨는 환자에게 투약하고 남은 정맥마취제를 병원 건물 화장실에서 직접 투약하고 잠이 들었다가 건물 청소부의 신고로 경찰에 입건됐다. A 씨는 경찰의 추궁에 “업무 스트레스가 심하고 잠도 오지 않아 잠도 자고 기분도 전환하려고 투약했다”고 진술했다. H산부인과 인근의 한 산부인과 관계자는 “약품은 마취과에서 관리하지만 의사나 간호사가 정맥마취제를 빼내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며 “다른 병원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귀띔했다. 2010년 식품의약품안전청이 국내 102개 병원 마취과 의료진을 대상으로 정맥마취제 사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 국내 72개 병원 중 6개 병원 의료종사자 8명이 정맥마취제에 중독됐으며 이 중 2명이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명훈 고려대 의대 마취통증의학교실 교수는 “정맥마취제가 최음제나 환각제, 피로해소제 작용을 한다고 알려진 것은 불법 유통업자의 상술”이라며 “잠을 잔 후 일시적인 진정작용으로 오히려 정맥마취가 주는 안정감에 중독되면 건강을 크게 해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

40대 남자 산부인과 의사가 30대 여성의 시신을 버리고 달아났다가 경찰에 자수했다. 숨진 여성은 1년 전 문제의 의사로부터 수술을 받은 것을 계기로 내연 관계를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서울 서초경찰서는 1일 강남구 신사동의 한 산부인과 소속 의사 김모 씨(45)를 사체유기 등의 혐의로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김 씨는 경찰에서 “7월 30일 오후 10시 반경 산부인과에서 A 씨(30·여)에게 수면유도제인 ‘미다졸람’ 5mg을 주사로 투여했다”며 “주사를 맞고 잠든 A 씨를 두 시간쯤 뒤 깨우러 갔을 때 이미 숨져 있었다”고 진술했다. 또 “진료 중에 환자가 숨진 사실이 알려지면 병원에 누를 끼치고 나 자신과 아내, 가족의 인생이 끝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의사 7, 8명이 근무하는 중대형 산부인과의 ‘월급의사’다. 산모들이 많이 찾는 유명 인터넷카페에는 김 씨에 대해 “푸근하고 친절하다” “실력 있고 믿음이 간다”는 내용의 글이 많이 올라 있다.하지만 경찰 조사 결과 김 씨는 사건 당시 개인적으로 A 씨와 약속을 하고 병원에서 따로 만난 것으로 파악됐다. 김 씨 진술과 달리 정식 진료가 아니라는 얘기다. 김 씨는 외부 술자리에 참석했다 술에 취한 채 병원에 와 A 씨를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에 따르면 유부남인 김 씨는 1년 전 진료를 계기로 A 씨를 알게 돼 종종 병원에서 만남을 가져온 것으로 알려졌다.김 씨는 A 씨가 사망한 지 23시간 만인 7월 31일 오후 9시 반경 변호사와 함께 경찰서를 찾아 자수했다. 김 씨는 “시신을 유기한 것에 죄책감을 느껴 자수를 결심했다”고 밝혔지만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우선 단순 의료사고로 처리될 수 있는 상황에서 적발되면 훨씬 중한 처벌을 받는 시신 유기를 선택한 김 씨의 행위는 납득하기 어렵다. 업무상 과실치사는 5년 이하 징역에 처하지만 사체유기는 7년 이하 징역을 선고받는다.김 씨는 시신을 옮기는 과정에서 주도면밀한 모습을 보였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숨진 A 씨에게 마스크를 씌운 채 휠체어에 태워 지하 주차장에 있는 자신의 승용차로 옮긴 뒤 조수석에 앉혔다. 출발하려던 김 씨는 병원 측의 ‘진료 콜’을 받고 다시 병원에 들어갔다. 3시간가량 진료를 하고 나온 김 씨는 31일 오전 4시 반경 자신의 차에 있던 시신을 A 씨의 아우디 차량 조수석으로 옮긴 뒤 그 차를 몰고 한강잠원지구 주차장으로 갔다. 김 씨는 차를 주차장에 둔 채 떠났다. 이날 오후 한 시민이 숨져 있는 A 씨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경찰 관계자는 “김 씨가 A 씨에게 종종 약물을 투입한 뒤 성관계를 맺어 온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날 A 씨가 갑자기 숨지자 당황해 시신을 유기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김 씨가 A 씨에게 투여한 수면유도제 ‘미다졸람’은 향정신성의약품인 만큼 사용할 땐 병원 측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김 씨는 그런 절차 없이 임의로 약을 빼다 쓴 것으로 조사됐다.A 씨 시신에 외상 흔적은 없었지만 수면유도제 투입만으로 사망했다는 것도 의문스럽다. 김 씨는 경찰 조사에서 “A 씨는 평소 우울증과 불면증이 있었고 사건 당일 피곤하다며 수면진정제를 놓아 달라고 했다”며 “미다졸람 5mg 외에 다른 약물을 투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하지만 미다졸람 5mg으로 사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서울대병원 마취통증의학교실 김희수 교수는 “미다졸람은 수면내시경 등에 흔하게 사용하는 약품으로 5mg만으로 사망에 이를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며 “어린이에게도 통상 그 정도 양을 투입한다. 100차례 이상 한꺼번에 맞지 않는 이상 사망에 이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미다졸람을 과다 복용했을 경우 해독제를 투여하면 위급상황을 넘길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김 씨는 경찰 조사에서 “A 씨에게 수면유도제를 투여할 때와 숨이 멎어 심폐소생술을 시도할 때 모두 간호사 없이 혼자 했다”고 진술했다. 당시 병원에는 다른 당직 의사와 간호사들이 있었지만 김 씨가 심폐소생술을 할 정도의 위급상황에서 다른 의료진의 도움을 요청하지 않은 것도 의문이다.죄책감을 참지 못해 자수를 선택했다는 김 씨의 진술도 의심스럽다. 김 씨가 변호사와 함께 자수를 하러 온 시간은 A 씨의 시신이 발견된 지 3시간 만이었다. 한 범죄 심리학과 교수는 “김 씨가 변호사와 상의한 뒤 처벌 수위를 낮추기 위해 자수를 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단순 과실치사가 아니라 A 씨가 살해됐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김태웅 기자 pibak@donga.com }

내 이름은 ‘박귀남(바퀴남)’. 수컷 바퀴벌레야. 할아버지 고향은 머나먼 아프리카지만 현재 보금자리는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한 원룸주택. 처음 발견한 사람의 국적을 따서 독일바퀴라 불려. 나는 밤에 노는 걸 좋아해. 낮에는 주로 찬장 틈새나 침대 구석진 곳에서 쉬어. 창밖이 어둑어둑해지면 부엌이나 방으로 나와 고픈 배를 채우기 시작해. 남은 음식과 과일껍질부터 사람 머리카락이나 피부 각질까지 마구 먹어. 배가 부른데 더 맛있는 음식이 나타났다면? 토해 내고 다시 먹으면 그만이지. 최근 들어 아내와의 금실이 무척 좋아졌어. 우린 한 번의 교미로 평생 8번 정도 산란하는데 날씨가 고온다습해지면서 생식주기가 더 빨라졌거든. 덕분에 아기도 많이 생겼어. 아내는 1년에 새끼를 10만 마리나 낳아. 나를 특히 무서워하고 싫어하는 동거인 정모 씨(26·여)가 켜놓은 TV 뉴스에선 폭염이라 해서 난리지만 난 요즘처럼 습하고 찌는 무더위가 정말 좋아. 친구 바퀴벌레들 얘길 들어봐도 최근 수십 년간 중에 요즘처럼 살기 좋은 날씨는 없었대. 생큐! 북태평양고기압.○ 공포의 ‘미국바퀴벌레’ ‘스르륵스르륵.’ 유례없는 무더위 속에 바퀴벌레가 급속히 늘고 있다.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으로 무더운 날이 많고 국지성 집중호우가 자주 발생하기 때문이다. 1일 해충방제전문기업 세스코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바퀴벌레 개체수가 60% 정도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세스코는 표본지역을 정해 바퀴벌레 개체수를 모니터링한다. 온도 상승을 고려할 때 올 8월 바퀴벌레 수는 7월보다 26% 정도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바퀴벌레의 생장주기는 높은 기온과 순간적으로 습도가 빠르게 올라가는 날씨에 더 빨라진다. 무더운 날씨에 실내에서 에어컨을 틀면 선선한 곳을 좋아하는 바퀴벌레가 더 많이 온다. 최근에는 한국에 사는 바퀴벌레의 85% 정도를 차지하는 독일바퀴보다 크기가 훨씬 크고 날기까지 하는 일명 ‘미국바퀴’가 급속히 늘고 있다. 미국바퀴는 몸길이가 3.5∼4cm로 1.3∼1.6cm인 일반 바퀴벌레보다 훨씬 크다. 미국바퀴는 날개를 활짝 펴고 난다. 사람이 잡으려고 해도 겁내지 않고 오히려 깨물기도 한다. 미국바퀴는 어둡고 습한 곳을 좋아하는데 도시화 이후 지하층이 있는 건물과 지하철이 늘면서 지하 배수로 등을 따라 급격히 세를 불리고 있다. 세스코 위생해충기술연구소 손영원 연구원은 “미국바퀴는 6·25전쟁 때 한국에 넘어온 것으로 추정된다”며 “주로 지하배수로를 따라 이동하는 미국바퀴는 과거엔 대형 건물 지하 등에 주로 있었으나 요즘은 일반 가정에서도 많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영화 ‘연가시’ 열풍 타고 ‘꼽등이’ 공포까지 생김새가 기괴한 꼽등이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 다시 극성을 부리고 있다. 꼽등이는 생김새는 귀뚜라미와 비슷한데 덩치가 보통 3∼5cm로 크다. 습하고 물기 많은 곳을 좋아하는 꼽등이는 지난해 폭우 때 급격히 늘어났다. 게다가 꼽등이가 죽으면 그 안에 기생하던 기생충 연가시가 사람 몸속으로 파고들어 사람의 뇌를 조종해 죽게 만든다는 괴담까지 초중고교생 사이에서 퍼지고 있다. 최근엔 이 괴담을 소재로 만든 영화 ‘연가시’도 개봉했다. 하지만 최근 갑자기 개체수가 불어나면서 주택가로 온 꼽등이는 주로 자연에서 살고 사람들에겐 별다른 해를 끼치지 않는다. 이처럼 무덥고 습한 날씨 속에 바퀴벌레를 비롯한 해충들이 늘어나면서 ‘바퀴벌레 공포증’이나 ‘바퀴벌레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서울에 사는 주부 김모 씨(27·여)는 최근 마련한 신혼집에서 날갯짓하는 미국바퀴를 보고 충격을 받아 바퀴벌레 퇴치 인터넷 카페에 가입하고 다른 사람과 고민을 나누고 있다. 심할 경우 정신과를 찾는 사람도 있다. 손석한 연세신경정신과병원 원장은 “바퀴벌레 공포증 같은 특정 공포증은 고대 시절 맹수나 해충에 대한 공포가 인간 기억에 남아 있거나 바퀴벌레와 얽힌 무서운 경험이 오래 남아 있어 생긴다”며 “바퀴벌레 모형이나 죽은 바퀴벌레를 멀리서 보면서 바퀴벌레가 나를 해치지 않는다는 확신을 가져야 한다”고 충고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김진우 기자 uns@donga.com }

패션업체에 근무하는 민모 씨(43·여)는 지난해 회사를 그만둘 생각을 했다. 집안일과 자녀 양육의 어려움 속에서도 20년 가까이 근속하면서 부파트장에까지 오른 민 씨였지만 직장 내 ‘왕따(집단 따돌림)’ 앞에선 무릎을 꿇었다. 새로 옮긴 부서에서 남자 파트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왕따를 당한 것이다. 매일 아침 부하직원들은 민 씨의 인사를 잘 받아주지 않았다. 민 씨 모르게 일을 처리하거나 결재 문서를 파트장에게 바로 올리는 일도 다반사였다. 결국 민 씨는 불면증에 시달리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찾았다. 민 씨는 의사에게 “지금 회사를 관두려니 청춘을 바친 게 정말 억울하다”며 눈물을 쏟아냈다. 결국 부서를 옮겨야 했다. 아이돌 걸그룹 ‘티아라’에서 왕따로 지목됐던 멤버 화영(본명 류화영·19)이 탈퇴한 것을 계기로 성인 왕따 현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학교 내 왕따 문제에 가려 있었지만 성인 왕따 현상도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힌다. 지난해 7월 해병대 내 왕따인 ‘기수열외’를 당한 김모 상병(20)이 총기사건을 일으켜 해병대원 4명이 사망했다. 올 2월에는 충남 서산에서 전 직장 동료들에게 왕따를 당한 성모 씨(31)가 엽총을 난사해 1명이 숨지고 자신도 목숨을 끊었다. 전문가들은 왕따가 나이와 관계없이 인간이 집단을 꾸려 생활하는 곳에선 항상 일어나는 일이라고 설명한다. 취업포털사이트 ‘사람인’이 5월 22일부터 일주일간 직장인 303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3명 중 1명꼴로 “직장에서 왕따를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왕따를 당한 직장인들은 직장 동료가 자신 몰래 대화를 나누거나 뒷담화를 하고 회식 등 모임에서 소외돼 고통을 받았다. 심한 경우 이직을 택하거나 불면증 또는 우울증으로 병원을 찾기도 했다. 피해자가 문제를 삼을 수 없도록 ‘은따(은근히 따돌리는 것)’를 시키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현명호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는 “직장 내에서도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동물 세계처럼 힘이 약하거나 적응을 잘 못하는 사람을 밀어내는 현상이 나타난다”며 “성인들이 아동 청소년과 달리 왕따 문제를 고백하지 않아 부각되지 않는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왕따를 ‘아싸(아웃사이더)’로 칭하는 대학에서도 매년 3, 4월 따돌림을 당해서 고민이라는 신입생의 고민 글이 학내 인터넷 게시판에 자주 올라온다. 17년간 남미에서 살다가 고교시절 한국에 돌아온 A 씨(28·여)는 서울의 명문대에 입학했지만 대학에서도 아싸 처지를 벗어나지 못했다. 현택수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아동 왕따는 생김새나 성적 등을 계기로 일어나는 1차원적인 문제라 해결이 쉽지만 어른 왕따는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풀기가 쉽지 않다”며 “방치했다간 극단적인 폭력으로 표출될 수 있기 때문에 사회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황성혜 인턴기자 서울대 대학원 정치학과 석사과정 }

7년이란 세월도 김점덕(45)의 추악한 성욕을 잠재우지 못했다. 그는 2005년 62세 여성을 성폭행하려다 중상을 입혀 4년을 복역했다. 당시에는 전자발찌 제도가 도입되지 않아 출소 후 별다른 감시 없이 3년을 지냈다. 평범하고 성실한 가장이라는 가면을 쓴 채 잠복해 있던 그의 수욕(獸慾)은 자신을 아저씨라며 따르던 이웃 열 살 소녀를 향해 분출됐다.이제 더는 백화점식의 구호만 요란한 대책은 필요 없다. 하나라도 실효성 있는 대책을 확실하게 실행에 옮겨야 한다. 전자발찌 부착 대상을 제도 도입 이전 이후를 따지지 말고 성폭력 전과자 전체로 확대하는 게 그 첫 번째 단계가 될 것이다. 일각에서 ‘소급 적용’이며 ‘이중 처벌’이라고 지적하지만 전자발찌 부착 확대는 소급 처벌이 아닌, 흉악 범죄 예방 정책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전자발찌 착용 확대해야김점덕과 같은 성범죄자는 두 명 가운데 한 명꼴로 재범을 한다. 제대로 된 재발 방지 장치가 없어 성폭력 범죄자를 방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우리는 하루 3번꼴로 아동 성범죄가 일어나는 나라에 살고 있다.현재 전국에는 경남 통영 초등생 성폭행 살해 피의자인 김점덕처럼 신상정보 공개 대상에서 제외되고 전자발찌도 차지 않은 성범죄 전과자가 2만 명에 달한다. 경찰은 현재 신상정보 공개 대상은 아니지만 재범 확률이 높은 성범죄 우범자 2만여 명의 명단을 작성해 관리하고 있다. 성범죄로 최근 15년 안에 5년 이상 또는 최근 10년 안에 3년 이상 실형을 선고받거나 최근 5년 안에 세 차례 이상 입건된 사람들이다. 하지만 경찰은 이들을 감시할 법적 근거가 없어 1∼3개월에 한 차례 주변인을 통해 동향을 파악하는 정도에 그친다. 또 이 중 누가 아동 성범죄자인지도 모르고 있다. 감시 대상자가 추가 성범죄를 저질러도 파악하지 못할 정도로 관리가 허술하다. 경찰은 김점덕을 성범죄 우범자로 분류해 사건 발생 이틀 전 동향을 점검하고도 특이점을 찾지 못해 범행을 방치한 꼴이 됐다.○ 유명무실 신상정보 공개성범죄 우범자에 대한 신상정보 공개 소급 적용만으로는 실효성 있는 대책이 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24일 취재팀이 성범죄자 신상정보가 공개돼 있는 정부의 ‘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에 들어가 봤다. 특정 읍면동을 검색하면 그 안에 사는 성범죄자의 이름과 얼굴, 간략한 범죄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자녀 학교명으로 검색하면 학교를 중심으로 반경 1km 안에 사는 성범죄 전과자의 신상정보가 뜬다. 하지만 읍면동까지만 공개되고 세부 주소는 안 나온다.부모들은 “도시의 동이라는 게 얼마나 큰 행정구역인데 어느 동에 산다는 정보만으로 성범죄자를 어떻게 식별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또 신상정보가 공개돼도 주민들이 성범죄자의 얼굴과 이름을 일일이 외우고 다니지 않는 한 예방효과가 크지 않다는 게 문제다.이 때문에 신상정보 공개를 강화하고 동시에 전자발찌 착용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13세 미만 아동을 성폭행하거나, 2회 이상 성범죄를 저지른 사람에 대해 형기를 마친 후에도 발목에 전자발찌를 채우는 이 제도는 성범죄 전력자의 동선을 실시간 추적 감시할 수 있어 실효성이 높다. 법무부 조사 결과 2008년 9월 제도 시행 이후 3년간 전자발찌 착용자의 재범률은 0.9%에 불과했다. 제도 시행 전인 2005∼2008년 검거된 성폭력 전과자의 재범률이 14.5%에 이르렀던 것과 비교하면 많이 낮아진 수치다. 조윤오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전자발찌 착용자에 대한 설문 결과 83%가 발찌 부착 기간에 불법 행동을 피하려 노력했다고 답했다”며 “범행을 하면 바로 수사선상에 오를 것에 심적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물론 전자발찌 제도 도입 전 범행을 저지른 성범죄 우범자들에게까지 전자발찌를 채우는 것은 소급 적용이라는 반론이 제기될 수 있다. 하지만 전자발찌를 형벌의 차원이 아니라 범죄 예방 차원에서 접근한다면 소급 적용 논란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의견도 많다.전자발찌 제도에 대한 사법부의 적극적인 의지도 필요하다. 올 1월부터 지난달 30일까지 법원이 검찰의 전자발찌 명령 청구를 기각한 비율은 40.9%다. 이영란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는 “판사들이 법 이론에 얽매여 피고인 인권보장에 무게를 두고 성범죄의 높은 재범률은 간과하고 있다”며 “사법부가 2차 피해를 막는다는 의지를 갖고 전자발찌 착용 대상을 적극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전자발찌제의 내실 있는 운영을 위해 인력 확충도 시급하다. 현재 전자발찌 착용자는 982명으로 2008년 151명에서 6.5배로 늘었다. 하지만 위치추적 관제센터 요원과 현장 보호관찰관 등 관리 인력은 64명에서 102명으로 1.6배로 느는 데 그쳤다.○ 화학적 거세 실효성 논란 결론내야지난해 7월 대대적인 토론 끝에 도입됐지만 실제론 유명무실해진 ‘화학적 거세(성충동 억제 약물치료)’ 제도를 이대로 방치할 것인지도 논의해야 한다. 화학적 거세 제도가 지난해 7월 도입된 이후 실제 집행 건수는 1건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약물치료의 실효성을 입증할 연구 결과가 미흡해 법원이 집행에 소극적이라고 지적한다. 한상훈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약물치료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연구와 조사 결과가 서둘러 뒷받침돼야만 제도를 지켜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강제로 남성성을 억제하면 스트레스를 받은 성범죄자가 또 다른 범죄를 일으킬 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며 “성폭력 가해자들의 심리를 과학적으로 분석한 뒤 이를 토대로 지속적인 심리치료를 병행해야 근본적 해결이 가능하다”고 조언했다.충격적 사건이 발생하면 백화점식으로 숱한 제도를 도입한 뒤 어느 하나도 제대로 시행하지 않는 당국의 무관심이 어린이 성폭행 사건의 재발을 불러오고 있다는 지적이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

가정주부 김모 씨(64)는 올 5월 중순 경기 가평군의 한 정신병원에 입원하기 위해 수속을 밟기 시작했다. 정신건강에 문제가 없는 김 씨가 정신병동행을 택한 것은 자신의 곗돈 1억5000만 원을 갖고 정신병원으로 달아난 계주 정모 씨(69·여)를 찾아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김 씨가 수속을 밟는 사이 정 씨는 중국으로 출국해버렸다.정 씨는 수년 전부터 서울 강남권에서 ‘정경회’ 계주를 맡아 매달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씩 곗돈을 부으면 은행 이자의 5, 6배를 쳐주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지인의 소개로 정 씨를 만난 김 씨는 “은행이나 부동산보다 돈을 굴리기 좋다”는 말에 정경회 초창기 멤버가 됐다. 이미 수차례 정 씨가 주도하는 계에 가입해 곗돈을 탄 김 씨는 “이번에 사기 당하기 전까지는 한 달에 1000만 원씩 곗돈을 붓고 탈 순서를 맨 뒤로 하면 남의 돈을 그냥 받는 기분이 들 정도로 이자 수익이 괜찮았다”며 “오히려 돈이 너무 잘 불어나니 불안해서 곗돈을 줄이기도 했다”고 말했다.정경회는 번호계와 낙찰계 방식으로 운영됐다. 계원이 매달 일정한 금액을 내면 번호계는 순서를 정해서 곗돈을 타고 낙찰계는 가장 적은 금액의 희망 곗돈을 써낸 사람이 먼저 돈을 타가는 방식으로 급전이 필요한 사람이 적은 금액을 타가면 남은 금액을 후순위 사람들이 나눠 갖는 것이다. 부동산이나 주식보다 단기간 수익이 높아 강남지역에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정 씨는 올 초부터 갖은 핑계를 대며 곗돈 지급을 미뤘다. 현재 경찰에 고소한 계원 10여 명이 받지 못한 돈은 60억여 원에 이른다. 17일 중국으로 도피했던 정 씨가 서울 송파구 가락동 송파경찰서에 자진 출석한다는 말에 피해를 본 김 씨 등 50, 60대 여성 10여 명이 경찰서로 찾아왔다. 이날 오후 9시경 정 씨가 조사를 받고 나오자 경찰서 로비는 중년 여성들의 고함소리로 쩌렁쩌렁 울렸다. 한 여성이 정 씨에게 삿대질을 하며 “어떻게 모은 돈인데 나를 속였느냐”며 소리쳤다. 하지만 명품으로 치장한 몇몇 중년 여성은 애써 다급한 마음을 감추고 품위를 지키려 했다. 이들은 “우리 품위 떨어지지 않도록 목소리를 높이진 말자”며 서로를 말리기도 했다. “푼돈인 몇천만 원 이자 받으려다가 별 고생을 다 한다”며 하소연하는 사람도 있었다. 정 씨는 “중국에 쉬러 다녀왔다. 경찰 조사를 마치면 우리 다시 계를 잘 이어가 보자”며 고개를 숙였다.피해자 중에는 몇 년 전 세간의 입방아에 올랐던 수백억 원의 귀족계 사기사건인 ‘다복회’나 ‘한마음회’ 때 피해를 본 사람도 있다. 주부 장모 씨(59)는 다복회가 깨진 후 피해 회복 문제로 만난 사람들의 소개로 한마음계와 정경회에 가입했다. 장 씨는 한마음계에서 4억 원의 피해를 봤지만 곗돈을 두 배까지 불려준다는 정 씨의 유혹을 이기지 못했다. 일명 ‘다이아나’(귀금속 가게 주인에게서 따온 별명)로 불리며 과거 귀족계를 운영하다가 곗돈을 가로챘던 사람의 여동생도 정경회에 가입했다가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를 본 Y 씨는 “곗돈 사기범 동생도 계로 돈을 떼이는 곳이 강남”이라며 씁쓸하게 웃었다.한 피해 여성은 “우리 중에는 이름만 대면 다들 아는 고위직 남편, 대기업 임원 남편을 둔 주부들이 있고 판사 딸을 둔 엄마도 있다”고 기자에게 말했다가 주변의 눈총을 받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강남지역 일부 부인은 귀족계를 세금도 안 내는 고수익 상품으로 여겨 불나방처럼 계를 찾고 돈을 붓는다”고 말했다. 경찰은 정 씨를 사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17일 밝혔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김성모 인턴기자 중앙대 경제학과 4학년 }

연세대 문과대 동창회(회장 노원복)는 16일 2012년 정기총회를 열고 정구종 동서대 석좌교수(67·국문과 63학번·사진)를 신임 회장으로 선출했다. 임기는 2년. 신임 정 회장은 동아일보 편집국장, 동아닷컴 사장, 한국온라인신문협회 회장, 연세언론인회 회장을 지냈다.}

올 5월 경기 성남시 A초등학교에서 6학년 조모 군(12)과 나모 군(12)이 장난을 치다 싸움이 붙었다. 화가 난 나 군이 일방적으로 조 군을 때렸다. 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 된 조 군의 부모는 학교 측에 가해학생의 징계 수위 등을 결정하는 학교폭력자치위원회를 열어 달라고 요청했다. 그리고 나 군 부모에게는 위원회 개최 요청을 철회해 줄 테니 합의금을 달라고 요구했다. 위원회가 열리면 위원회 개최 사실을 비롯해 각종 징계 사항 등이 5년 동안 학교생활기록부에 남는다는 점을 의식한 나 군 부모는 어쩔 수 없이 100만 원을 주고 위원회 개최를 막았다.○ 합의금 요구 수단이 되기도 학교 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도입된 학교폭력자치위원회 제도가 일부에서 악용되고 있다. 제도의 취지와 효과에 대해 대다수가 공감하고 있지만 한편에선 일부 학부모가 아이들 사이에 벌어진 아주 경미한 다툼에 대해서도 위원회 개최를 요구하고, 심지어 ‘뒷돈’을 요구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최근 경기 성남의 B초등학교에서는 의사가 “상처도 남지 않을 정도로 경미한 사안이라 진단서를 끊어 줄 수 없다”고 한 초등학생 간 싸움에 대해 피해 학생 부모가 위원회 개최 요구를 철회하는 조건으로 합의금 1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위원회가 남용되는 경우도 있다. 학생들끼리 화해를 하고, 교사가 재발방지를 위한 교육을 할 수 있는 상황에서는 위원회를 열지 않아도 되지만 교육과학기술부 권고에 따라 올해부터 어느 한쪽이라도 학부모가 개최를 요청할 경우 학교는 반드시 위원회를 열어야 한다. 10일 서울 강남구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싸움을 한 학생들끼리는 바로 화해가 이뤄졌는데도 학부모들의 감정싸움이 커져 위원회가 열렸다. ‘자식교육 잘 시키라’는 피해 학생 부모와 ‘사과를 했는데 왜 자꾸 문제 삼냐’는 가해 학생 부모의 갈등이 이어지면서 피해 학생 부모가 뒤늦게 위원회 개최를 요구한 것이다. ○ 위원회 개최 요건 명확화 등 보완 필요 일선 교사들은 학교폭력을 막기 위해 위원회 개최가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한다. 하지만 교사가 충분히 훈계를 하고 학생들이 서로 화해를 한 경우에도 학부모 요구가 있기만 하면 무조건 위원회를 열어야 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한다. 여기에다 검찰이 올 2월 학교폭력을 방관한 서울 S중학교 교사를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하면서 위원회를 제대로 열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는 것도 교사들은 부담으로 느낀다. 서울 마포구 D중학교 서모 교사(57)는 “경미한 사안이나 교사의 통제가 가능한 상황에도 무조건 위원회를 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경자 공교육살리기 학부모연합 대표는 “중재가 가능한 사안의 경우에는 위원회 개최 전에 교사들이 중재해 사건을 해결하고 위원회 개최 요건을 명확히 하는 등 제도적 보완을 통해 위원회가 긍정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김종기 인턴기자 서강대 경영학과 4학년 }

올 1월 경찰에 붙잡힌 2인조 빈집털이범 최모 씨(29)와 김모 씨(31)는 고층 아파트 꼭대기층만 노렸다. 김 씨가 초인종을 눌러 빈집임을 확인하면 최 씨는 옥상에서 밧줄을 타고 내려가 열린 베란다로 집안에 들어갔다. 이들은 서울, 경북 구미 등지에서 20여 차례에 걸쳐 1억4000만 원어치를 훔쳤다. 경찰 관계자는 “고층 아파트 상층부의 열에 아홉은 베란다를 열어 놓아 빈집털이범이 오히려 저층 아파트를 털 때보다 범행이 수월했다”고 말했다.○ 열린 창문이 빈집털이범을 불러 장기간 집을 비우는 휴가철을 앞두고 아파트 빈집털이범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 일반 주택가에 비해 폐쇄회로(CC)TV가 잘 설치돼 있고 경비원이 근무하는 아파트에 오히려 문단속이 소홀한 가정이 많아 빈집털이범의 표적이 됐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빈집털이범은 귀신같이 아파트 빈집을 알아맞힌다”며 “특히 최신식 아파트에 비해 방범 시설이 부족한 오래된 고급 아파트를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대검찰청이 내놓은 ‘범죄분석 2011’에 따르면 2010년에 발생한 침입절도 1만8911건 중 6384건이 열린 베란다나 창문, 문을 통해 침입한 사건이었다. 아파트 빈집털이범은 외벽에 설치된 가스배관을 타고 올라가거나 옥상에서 로프를 타고 내려와 베란다나 창문으로 주로 들어간다. 경찰청 생활안전계 관계자는 “아파트 빈집 절도 예방의 가장 기본은 문단속을 철저히 하는 것”이라며 “아파트 외곽에서 침입하는 빈집털이범은 주변에 들킬 위험이나 체력적 부담으로 잠긴 창문을 깨기보다 열린 곳을 골라 들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주된 침입경로인 가스배관에 철가시형 덮개를 씌우거나 로프를 묶을 수 있는 옥상 구조물을 없애는 것이 아파트 빈집털이 범죄를 예방하는 방법이라고 경찰은 조언했다.○ 주민 협조와 관심으로 예방해야 닫힌 현관문도 빈집털이범을 막을 순 없다. 빈집털이범은 노루발못뽑이(배척), 십자드라이버 등 공구를 이용해 문과 잠금장치를 뜯고 들어가는 전통적인 ‘제끼기’ 수법부터 고압전류가 나오는 전기충격기로 전자식 잠금장치를 고장 내거나 현관문 주변에 몰래 카메라를 설치해 잠금장치 비밀번호를 입수하는 방법도 사용한다. 침입을 막으려면 아파트 주민 간 협조도 필요하다. 초인종을 눌러 빈집을 확인하는 빈집털이범의 습관을 역이용하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빈집털이범은 초인종을 눌러 사람이 있으면 조용히 사라지거나 집을 잘못 찾아온 척하기도 한다”며 “대수롭게 여기지 말고 경비원에게 알려야 다른 집의 피해를 막는다”고 말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전기계량기가 빈집을 알려준다.’ 지난달 11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의 한 아파트. 양복을 말끔히 차려 입은 김모 씨(50)가 계단을 걸어 올라가며 각 가구의 현관문 옆에 설치된 전기계량기를 유심히 살폈다. 그는 전기 사용량이 적어 기계식 전기계량기 원판이 거의 돌지 않거나 천천히 도는 집을 골라 초인종을 눌렀다. 빈집으로 확인되면 잠금장치를 부수고 들어가 현금과 귀금속을 훔쳐 유유히 사라졌다. 이 같은 수법으로 빈집을 파악해 2월부터 23회에 걸쳐 현금과 귀중품 등 1억5000만 원가량을 훔친 김 씨는 그의 동선을 추적해온 경찰에 9일 검거돼 13일 구속됐다. 김 씨는 경찰 조사에서 “과거엔 무작정 초인종을 눌러 빈집을 확인했는데 전기계량기를 미리 확인해 확률을 높였다”고 진술했다. 기계식 전기계량기가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한국전력공사 관계자는 “우리가 어떻게 손쓸 방법은 없다”며 “기계식 전기계량기를 2020년까지 모두 전자식으로 교체할 예정인데 전자식은 전기사용 정보를 복잡한 숫자로 전달하기 때문에 검침원이 아니면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현재 사용되는 전기계량기의 80%는 기계식이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최소 일당 100만 원을 보장합니다.”11일 유명 A아르바이트 사이트에 회원으로 가입한 20대 여성 B 씨는 자신에게 온 e메일을 열어 본 뒤 깜짝 놀랐다. 서울 강남 지역의 한 모델 에이전시가 멤버십으로 운영하는 사교클럽 회원을 모집한다며 보낸 구인광고 메일이었다. 사실상 ‘스폰서 받을 여성’을 모집하는 광고였다. 메일에는 “낮 시간에 술도 안 마시고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남성분들과 만날 수 있다”며 “한 시간에 최소 50만 원부터 평균 100만 원 이상을 보장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단 “예쁘신 여성만 경제적 지원을 해 준다”고 조건을 달았다. 나이 20∼25세, 키 170cm 이상, 가슴 사이즈는 C컵이어야 지원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얼굴 못생긴 분은 사절한다”며 사진까지 요구했다.같은 내용의 메일을 받은 여성들은 인터넷에 “직업을 구하려고 개인 정보를 올렸는데 성매매 알선 광고 글을 받으니 황당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A사이트 관계자는 “정체불명의 업체가 우리의 메일 주소를 도용해 e메일을 보낸 것 같다”며 “우리와는 관계가 없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공개적인 성매매 알선 광고 글이지만 구체적으로 성매매가 이뤄진 증거도 없이 광고만으로 수사를 하긴 어렵다”고 밝혔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보수단체인 자유청년연합(대표 장기정)이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로맹) 사건을 민주화운동으로 인정한 하경철 전 민주화보상심의위원장 등 당시 심의위원 9명을 직권남용, 국가보안법상 편의제공죄 등의 혐의로 대검찰청에 9일 고발했다. 자유청년연합은 고발장에서 “대법원이 사로맹 관련자에게 무기징역 등 유죄를 확정하고 사회주의혁명 조직이라고 명시했다”며 “자유민주주의를 파괴하려 한 사로맹 관련자들을 민주화운동 유공자로 판정한 것은 직권남용”이라고 주장했다. 사로맹사건은 1990년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에서 시인 박노해(본명 박기평) 씨 등 사로맹 조직원들을 일제 구속 및 수배했던 것으로 민주화보상심의위원회는 2008년 박 씨 등을 민주화운동 인사로 인정했다.}

《 한 달 뒤 한국에서 만나자며 웃음 짓던 어머니는 차디찬 주검으로 아들을 맞았다. 어머니가 살던 한국 집을 찾은 아들은 남편의 폭력 속에서 식당일로 힘들게 번 돈 일부를 중국으로 보내온 어머니의 고통스러운 삶의 흔적을 목격하고 눈물을 훔쳤다. 》6일 오후 장맛비 속에서 서울 강동구 성내동의 살인사건 현장을 찾은 중국동포 김모 씨(34) 얘기다. 김 씨는 2일 반지하방에서 새 남편 홍모 씨(67)의 칼에 찔려 숨진 결혼이주여성 이모 씨(57·중국동포)의 아들이다. 숨진 이 씨는 2005년 한국인인 홍 씨와 결혼하기 위해 한국에 왔으나 홍 씨의 반대로 국적을 취득하지 못한 채 남편의 폭력을 감내하다 결국 살해됐다. 비보를 듣고 5일 한국에 온 아들 김 씨는 혼이 반쯤 빠져나간 듯한 표정이었다. 이 씨가 전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인 그는 “한 달 전 1년 반 만에 집(중국 지린 성)에 다니러 온 어머니에게 한국 생활을 물었더니 ‘행복하다’고만 했다. 그 말을 바보처럼 믿었다”며 말을 흐렸다. 김 씨는 어머니의 죽음이 자신의 탓인 양 괴로워했다. 어머니는 중국에서 어렵게 생활하는 아들을 위해 한국에서 번 돈 일부를 생활비로 보냈으며 아들을 데려오고 싶어 했다. 하지만 홍 씨는 주변에 ‘아내가 불법체류자다, 밀입국했다’고 거짓말을 해 이 씨를 고립시키면서 폭력을 휘둘러왔다.김 씨는 사건 당일 어머니의 전화를 받았다. 그는 “불안한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리더니 건너편에서 ‘다 죽이겠다’는 그 사람의 소리가 들렸다”며 “그게 어머니의 마지막 목소리가 될지 몰랐다”고 했다. 유품을 정리하는 김 씨의 눈에 평소 남편에게 맞고 지낸 어머니의 흔적이 들어왔다. 어머니의 남루한 옷가지들은 찢어져 있고, 외출 때 쓰는 가방도 칼로 잘려 있었다. 어머니와 이모 2명이 찍은 사진 위에는 칼자국이 선명했다. 모자가 찍은 사진에는 자신의 모습이 잘려 나가고 없었다. 김 씨는 어머니가 일했던 식당도 찾았다. 식당 주인은 김 씨의 두 손을 꼭 잡고 “엄마랑 많이 닮았다”며 “신장이 안 좋아 소변에 피가 나도 엄마는 네 생각을 하며 일했다. 마음을 굳게 먹고 살아라”라고 당부했다. 어머니가 고생했던 얘기를 들은 아들은 “고맙다”는 말밖에 하지 못했다. 딱한 사연을 접한 검찰범죄피해자지원센터와 경찰,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는 이 씨의 법적 절차와 장례식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김성모 인턴기자 중앙대 경제학과 4학년 }

경찰청은 무단 방북했다가 104일 만에 돌아온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남측본부 노수희 부의장(68·사진)에 대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6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현재 검찰, 국가정보원과 함께 합동조사단을 꾸려 노 씨의 방북과정에 범민련이 연루됐는지, 북한의 개입은 없었는지를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조사 과정에서 노 씨가 북한 매체 ‘우리민족끼리’에 보도된 사실만 인정할 뿐 나머지 질문에는 대답을 않고 있다”고 말했다. 5일 경찰이 체포한 범민련 원진욱 사무처장(39)도 이적단체 가입 혐의와 노 씨의 방북을 도운 혐의에 대해서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경찰은 원 씨가 노 씨의 방북 계획에 관여한 관련 증거를 확보하고 국보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 측은 “방북과정에서 범민련의 조직적 개입과 북한과의 연관성과 관련한 수사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3월 24일 김정일 사망 100일 추모행사에 참석한다며 북한에 들어간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남측본부 노수희 부의장(68·서울 강서구 방화동)이 5일 오후 3시경 판문점을 통해 돌아왔다. 북한 체류 104일 만이다. 회색 양복 차림으로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넘은 그는 대기하고 있던 통일부 연락관에게 신병이 인도된 뒤 곧바로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은 노 씨에게 국가보안법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판문점 북측 지역에서는 북한 관계자 200여 명이 나와 한반도기를 흔들며 노 씨를 환송한 것으로 전해졌다.곧바로 경기 파주경찰서로 연행된 노 씨는 검찰의 지휘 아래 국가정보원과 경찰로 구성된 합동조사단으로부터 방북 경위와 북한에서의 행적 등을 조사받았다. 합수단은 6일 노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노 씨는 정부의 사전허가 없이 무단으로 방북해 김일성과 김정일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는 등 북한 정권을 찬양하고 남한 정부를 비방한 혐의를 받고 있다.경찰은 이날 오전 범민련 남측본부 사무실과 노 씨의 집, 원모 범민련 사무처장 집을 압수수색하는 등 범민련 수사를 본격화했다. 또 경찰은 국가보안법상 이적단체 가입 혐의와 노 씨의 방북을 도운 혐의로 원 사무처장을 체포했다.경찰 관계자는 “압수 증거품을 토대로 무단 방북이 노 씨 개인 차원이 아닌 범민련 조직 전체가 연루된 것인지 집중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범민련은 1990년 11월 20일 북한 통일전선부 산하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북한 추종세력을 결집해 독일 베를린에서 출범시킨 조직이다. 1995년 2월 25일 범민련 남측본부가 결성됐으며 북한 지령하에 연방제 통일 지지, 미군 철수, 국가보안법 철폐 등을 내세우다 1997년 대법원에서 이적단체 판결을 받았다. 1991년 이후 사법처리된 범민련 관계자는 모두 125명이다.파주=조영달 기자 dalsarang@donga.com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찌르지 마.”2일 오후 8시경 서울 강동구 성내동의 한 주택 반지하 방에서 고함이 들렸다. 굳게 닫힌 문과 창문 사이로 터져 나온 소음을 들은 주민들은 “부부 싸움이 심하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방 안 사정은 긴박했다. 막걸리 3병을 마신 남편 홍모 씨(67)는 20cm 길이의 칼을 손에 쥐고 중국동포인 아내 이모 씨(57·여)를 위협했다. “죽이겠다”는 말과 함께. 홍 씨의 눈은 살기로 희번덕거렸다.신고를 받은 지 3분 만에 현장에 도착한 경찰이 잠긴 문을 두드렸다. 안에서는 “칼을 내려놓으라”는 여자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경찰은 바로 창문의 방범창을 뜯기 시작했다. 2분도 안 돼 창을 뜯고 경찰이 집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이미 아내 이 씨는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다. 남편 홍 씨는 칼을 들고 경찰에 저항하다 경찰봉을 맞고 제압됐다. 오른쪽 쇄골 밑을 칼로 관통당한 이 씨는 가까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과다출혈로 숨졌다. 이 씨의 손과 팔에는 남편의 칼을 필사적으로 막는 과정에서 생긴 상처가 가득했다.2005년 9월 결혼한 두 사람의 생계는 식당일을 하는 아내가 책임졌다. 한국인인 남편은 직업도 없이 늘 술에 취해 살았다. 오히려 술값을 더 벌어 오라며 자주 행패를 부렸다. 한국인과 결혼해 2년 이상 거주하거나 혼인한 지 3년이 경과하고 1년 이상 체류하면 한국 국적을 받을 수 있지만 이 과정에 필요한 남편의 동의를 홍 씨는 해주지 않았다고 한다.그 바람에 이 씨는 결혼한 지 7년이 지나도록 한국 국적을 취득하지 못했다. 이 씨는 이혼도 고민했지만 추방될까 봐 말도 꺼내지 못했다. 이웃 주민들은 “홍 씨가 부인을 때릴 때마다 밀입국 중국인이란 거짓말을 주변에 퍼뜨리며 협박했다”고 전했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관계자는 “국적을 빌미로 가정폭력을 일삼거나 돈을 요구하는 일이 빈발하고 있다”며 “제도적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김성모 인턴기자 중앙대 경제학과 4학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