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도 정부도 못믿어… 현장 목소리 반영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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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리서 만난 회사택시 운전사들 ‘택시법 아우성’

이명박 대통령의 ‘대중교통 육성 및 이용촉진법’ 개정안(일명 택시법) 거부권 행사를 계기로 택시운전사들 사이에서도 택시법을 둘러싼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 전국택시노조, 전국민주택시노조, 전국개인택시연합회,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등 택시 노사 4개 단체는 택시법의 국회 재의결을 요구하며 무기한 운행중단을 예고했다. 하지만 상당수 법인택시 운전사들은 자신들의 실질적인 혜택부터 보장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3일 본보 취재팀이 서울 시내에서 만난 20명의 법인택시 운전사들 중 16명이 택시법 자체에 반대하거나 비판적으로 보는 의견을 피력했다. 택시법 찬성으로 분류할 수 있는 의견은 4명이었다. 법인택시 운전사들은 택시가 대중교통에 포함돼 준공영제 적자보전, 환승할인, 택시 공영차고제 설치, 감차 보상, 택시 소득공제 등이 시행되더라도 혜택은 회사만 볼 것이란 생각을 많이 하고 있었다.

서울의 한 법인택시 운전사 홍모 씨(41)는 “내가 낸 세금으로 택시회사 업주의 배만 불려주는 택시법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야간근무조인 홍 씨는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 하루 12시간을 일한다. 이렇게 번 돈은 하루 평균 20만 원. 하지만 사납금 12만 원, 추가 액화석유가스(LPG) 비용 2만 원, 식대와 담뱃값 만 원을 빼면 남는 돈은 5만 원뿐이다.

2010년 기준 법인택시 운전사의 평균 월급은 158만 원. 180만 원인 개인택시보다 적고 4인 가족최저생계비(2012년 기준)인 149만6000원보다 조금 많다. 홍 씨의 월급은 한달 평균 26일을 일해 번 130만 원에 기본급 100만 원을 더한 230만 원이다. 그는 “쉴 틈 없이 일해도 오히려 빚만 쌓인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택시법 통과에 찬성하는 법인택시 운전사도 근로조건 개선을 전제조건으로 달았다. 최모 씨(63)는 “택시회사가 운전사들의 임금인상부터 약속해야 한다”며 “운행할 때 필요한 LPG값도 전가하는 회사의 행태를 볼 때 믿음이 안 간다”고 주장했다. 강모 씨(49)도 “택시운전사 노조는 회사의 이익을 반영할 뿐”이라며 “현장 운전사의 목소리를 더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인택시 운전사들은 당장 체감할 수 있는 기본급 인상, 근무시간 정상화, 주5일제 정착, 사납금 인하, LPG 비용부담 면제 등을 정부와 회사가 책임질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전국택시노조 관계자는 “택시가 대중교통으로 인정을 받아야 택시업계가 발전할 수 있는 밑그림을 그릴 수 있다. 회사가 살아야 운전사도 살 수 있다”며 택시법 찬성을 분명히 했다. 전국민주택시노조는 “조합원의 의견을 모두 수렴했기 때문에 택시법 반대 의견은 나올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신사임 인턴기자 이화여대 철학과 4학년  
#법인기사#택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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