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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 홈런 ‘세 방’이 로맥(SK)-김재환(두산)-박병호(넥센)의 홈런왕 3파전을 혼돈으로 몰아넣었다. 먼저 불을 지핀 건 두산 김재환이었다. 김재환은 11일 롯데전에서 약 3개월 만의 멀티 홈런으로 홈런 단독 1위(38개)에 올랐다. 전날까지 298루타를 기록 중이던 김재환은 이날 프로야구 최초 3년 연속 300루타의 대기록도 세웠다. 단독 선두 두산은 홈런 네 방 등 19안타로 롯데를 17-4로 대파했다. 김재환이 치고 나가자 넥센 박병호도 잠실 LG전에서 9회 솔로포로 곧장 홈런왕 추격(37홈런)에 나섰다. 팀도 5위 LG를 3-1로 꺾고 4위 자리를 다졌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누가 알았을까. ‘순천 토박이’가 잠실벌을 이렇게 뒤집어 놓을 줄을. 2009년 세 자릿수 등번호를 달고 입단한 신고 선수는 5년이 지난 2014년에야 두 자릿수 등번호를 단 정식 선수가 됐고 올 시즌 팀의 최다 타점(107타점) 경신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응원가를 빌려 소개하자면 ‘주인공은 바로 너’ 채은성(28·LG)이다. 전남 순천 효천고 시절만 해도 그에게 ‘가장 큰 물’은 전국대회 8강이 고작이었다. 그나마 그 대회에서 눈에 띄어 염경엽 당시 LG 스카우트가 내민 계약서에 “감사합니다” 하고 바로 사인을 했다. 마냥 신기했던 서울이었지만 현실은 결코 녹록지 않았다. 지명받은 선수도 나갈 자리가 없는 와중에 연습생이 설 자리는 더욱 없었다. 곧바로 현역(의장대)에 입대했다. “제 프로필을 보고 군대 간부님들이 ‘프로야구 선수냐’고 물어보셨는데 좀 창피했죠. 유니폼만 입는다고 선수가 아니니까….” 3루수로 입단했지만 기회라도 잡아 보려고 포수미트를 꼈더니 제대 후 입스(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찾아오는 각종 불안 증세)가 와 투수에게 공도 제대로 못 던졌다. 2군 경기도 못 나가는 신고 선수. 소리 소문 없이 방출이 되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처지였다. 결국 그는 부상자로 자리가 비어 있던 우익수 자리에 서게 됐다. 그는 그저 “살길을 찾아간 것”이라 했다. 많은 지도자가 지명도 받지 못한 그에게 포지션을 여러 번 바꿔가면서까지 기회를 준 건 그의 잠재력 때문이었다. 하지만 보여준 게 없었기에 야구선수 채은성은 늘 ‘빚’이 많았다. 2016시즌 생애 첫 풀타임 출전과 동시에 3할 타율, 9홈런으로 잠재력을 증명하는가 싶었지만 2017시즌 곧바로 타율 0.267, 2홈런으로 추락했다. 그래도 출전을 계속하자 꽤나 오래 ‘(감독의) 양아들’이라는 조롱에 시달렸다. “저한테 기회 주신 분들이 욕먹는 게 더 힘들더라고요. 얼굴 볼 면목이 없는 거예요. 그분들 얼굴에 먹칠하고 싶지도 않았고요. 올해 초반에 더 마음을 다잡은 것도 류중일 감독님이 기회도 많이 주시는데 부응을 못 해서 더 그랬던 것 같아요. 그래도 작년에 욕을 하도 먹어서 그런지 이제는 웬만한 욕도 그러려니 웃을 수 있어요. 작년에는 못한 날은 털어내질 못하고 해뜰 때까지 잠도 못 잤어요(웃음).” 2014년 채은성의 첫 안타공에 양상문 당시 감독은 ‘大(대)선수가 되세요’라는 글귀를 적어 돌려줬다. 그리고 올 시즌 채은성은 생애 첫 20홈런-100타점을 넘기며 가르시아, 김현수의 줄부상으로 빈 4번 자리도 깔끔하게 메웠다. 그간 쌓인 빚을 조금이나마 상환(?)한 셈이다. “현수 형이 얼마 전에 고맙다고 얘기해 주더라고요. 제가 먼저 같이 웨이트트레이닝 하자고 했었는데 초반에 성적이 별로 안 좋았잖아요. 그래서 내심 걱정했대요. 그런데 잘 이겨내서 고맙다고….” 올 시즌 한 단계 더 큰 선수가 됐지만 채은성은 아직 ‘더 큰 무대’가 고프다. “팀이 가을야구 가는 게 가장 큰 목표죠. 다 같이 1년 고생했잖아요. 가을야구 같은 큰 경기도 해 보고 싶고요. 제대로 뛴 건 2016년 한 번인데 이제 그때만큼은 떨리지 않을 것 같아요.”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미국 갈 때와 느낌이 비슷합니다. 기대도 되고 설레기도 하네요.” 미국 야구와 일본 프로야구를 경험하고 국내로 돌아온 이대은(29·경찰야구단)이 2019 KBO 신인 드래프트(2차) 전체 1순위 지명의 영광을 안았다. 지난해 성적 역순에 따라 가장 먼저 지명 권한을 얻은 KT는 주저 없이 이대은의 이름을 호명했다. 경직된 자세의 다른 고교 선수들과는 달리 이대은은 비교적 여유로운 표정으로 지명을 기다렸다. 삼성에 2순위로 지명을 받은 이학주(28)와 담소를 나누기도 했다. 이대은은 신일고 재학 중이던 2007년 시카고 컵스와 계약해 트리플A 무대를 경험했다. 이대은은 2015년에는 일본 프로야구 지바 롯데에서 선발 투수로 활약하기도 했다. 시속 150km대의 강속구와 포크볼을 갖춘 이대은은 당장 선발로 나서도 10승이 가능한 투수로 평가받는다. 해외 진출 선수들은 국내 복귀 후 2년 동안 지명에 유예기간이 있지만 이대은은 경찰야구단에서 뛴 덕분에 공백이 없었다. 올해 퓨처스리그에서는 5승 6패 평균자책점 3.83을 기록했다. 이대은은 ‘상대하고 싶은 선수가 있느냐’는 질문에 “새로운 리그라서 모든 타자와 다 상대해 보고 싶다. 일본에서 한번 맞붙긴 했지만 (이)대호형(롯데)과 같이 하면 재밌을 거 같다”며 웃었다. 삼성은 1라운드 2순위로 내야수 이학주를 택했다. 이학주는 미국 마이너리그 트리플A 샌프란시스코 등에서 주전으로 활약한 유격수다. 충암고 시절 안치홍(KIA) 김상수(삼성) 오지환(LG)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한 유망주였다. 충암고 3학년이던 2008년 시카고 컵스에 입단해 미국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메이저리그 문턱까지 갔으나 2013년에 무릎 십자인대 파열을 당해 메이저리그 도전이 무산되기도 했다. 부상 정도가 심해 군 면제까지 받았다. 넥센은 볼티모어 산하 마이너리그에서 뛰었던 투수 윤정현(25)을 1라운드 4순위로 지명하는 등 이날 지명회의에서는 해외파들이 집중적인 관심을 받았다. 1분 차이로 태어난 쌍둥이 형제 최재성-최재익(18·이상 북일고)은 프로무대에서도 각각 3라운드 6, 7순위로 연달아 호명되며 각각 SK와 NC의 유니폼을 입었다. 함께 초중고교를 다니며 선수 생활을 한 형제는 각각 인천과 마산으로 떠나며 처음 이별을 하게 됐다. 형 최재성은 “떨어져서도 각자 생활을 잘해서 1군 무대에서 붙어보고 싶다”고 말했고 최재익 역시 “만나면 죽기 살기로 해야죠”라고 각오를 다졌다. 형제는 연달아 지명을 받아 함께 드래프트장을 찾은 부모님의 초조함을 덜어줬다. 한선태(24·일본 독립리그 도치기)는 미국 마이너리그 경력 없는 해외파로서 10라운드에서 LG의 지명을 받았다. 한선태는 중고교까지 야구선수 생활을 한 적이 없어 올해로 야구 입문 3년 차에 불과하지만 뛰어난 운동신경을 인정받았다. 임보미 bom@donga.com·조응형 기자}

‘남의 군 시절’만큼 빨리 흘러가는 시간도 없다. 하지만 전역을 하루 앞둔 6일 경찰야구단 벽제야구장(경기 고양)에서 만난 정수빈(28·두산)은 “시간이 빨리 지났다”고 했다. 경찰야구단에서의 21개월, 그를 ‘잠실 아이돌’로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2년의 공백이었을지 몰라도 야구선수 정수빈에게는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되찾은 시간이었다. “입대 전에 야구가 잘 안 되니까 재미없게 느껴졌어요. 입대 목표가 야구를 재밌게 할 수 있는 마음가짐, 이거 하나였어요. 마음가짐이 달라지면 실력은 따라오는 것 같더라고요.” 2015시즌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로 두산의 우승을 이끌었지만 2016시즌 정수빈은 114경기 타율 0.242에 그쳤다. 프로 데뷔 후 최악에 가까운 성적이었다. “정신적으로 못 버텼어요.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걸 풀지를 못하고 1년을 가져갔어요. 성적이 안 좋다 보니 야구도 활기차게 못했고요. 그때는 스스로도 ‘왜 이렇게 못하나’ 한심했는데 2년 동안 정신적으로 많이 성숙한 걸 느껴요. 복귀해서 팬들이 기억해 주시던 제 모습만 다시 보여드릴 수 있어도 성공일 것 같아요.” 정수빈은 이제 4타수 무안타를 치고도 웃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 멘털로 해야 오히려 더 잘되는 것 같아요. 안 된다고 풀 죽고 인상 쓰고 있으면 더 우울하잖아요. 속으로는 울어도 겉으로는 웃어야 해요.” 이제 곧 다시 서게 될 서울 잠실야구장은 지난 2년간 그가 가장 그리워한 곳이다. “잠실야구장이 정말 크고 좋은 무대였구나, ‘내가 그 큰 야구장에서 야구를 한 게 정말 기쁜 일이었구나’ 느끼게 됐어요. 그 전에는 당연하다고 생각했죠.” 좀처럼 ‘난 자리’ 티가 나지 않는 두산은 올 시즌도 어김없이 압도적 선두다. 정수빈 역시 “군대 가면 잊혀지는 건 금방”이라며 웃었다. “원체 선수층이 두꺼워서 누가 빠져도 다 잘 메워요. 저도 이제 경쟁해야 하고 그 경쟁에서 이기고 싶어요.” 유독 가을마다 활약이 두드러졌던 정수빈이기에 서늘한 9월 복귀에 자신도 있다. “저는 찬바람이 솔솔 불면 컨디션이 좋아지더라고요(웃음). 30경기 조금 안 남았는데 두산에 많은 보탬이 되고 싶어요. 한국시리즈 같은 큰 경기에서 잘할 자신도 있고요. 나름 경험도 많아서 제 몫은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7일 전역한 정수빈은 8일 문학 SK전부터 선수단에 합류한다. 어느덧 10년 차 선배가 된 정수빈에게는 새로 맞이할 후배도 여럿 생겼다. 아쉬운 게 하나 있다면 그의 트레이드마크나 다름없던 ‘떼창 응원가’가 저작권 논란 속에 사라지게 된 것. “아쉽긴 하다”는 정수빈은 “돌아가면 예의상 한 번은 불러주시겠죠. 돌아가면 제 것(응원가)이 있을까요”라며 멋쩍게 웃었다. 두산이 새로 준비한 창작곡은 다음 주 잠실 안방경기 때부터 쓰일 예정이다. 하지만 다시 타석에 선 정수빈을 본 순간 두산 팬들은 한마음으로 노래하고 있을 듯하다. ‘날려라 날려 안∼타. 두산의 정수빈. 안∼타 정수빈!’고양=임보미 기자 bom@donga.com}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내내 일본 야구 취재진의 시선은 자카르타가 아닌 일본 미야자키에 집중됐다. 고시엔(일본 고교야구선수권) 스타들이 모인 아시아 청소년선수권에 대한 관심이 아시아경기에 나선 사회인야구 대표팀을 능가했다. 더욱이 올해 100주년을 맞은 고시엔은 각 팀 전력이 역대 최강이라는 평가였다. 5경기 연속 완투승을 거둔 요시다 고세이라는 걸출한 스타도 있었다. 하지만 두 대회 한일전 결말은 똑같았다. 아시아경기 결승에서는 4번 타자 박병호(넥센)의 홈런이, 청소년야구선수권에서는 4번 타자 김대한(18·휘문고)의 홈런이 승리를 이끌었다. 요시다를 한국전 선발로 배치해 전승 우승을 노렸던 일본의 콜드승 행진도 한국 앞에서 멈췄다. 5일 미야자키에서 열린 아시아 청소년야구선수권 조별리그 3차전에서 한국이 2019 시즌 프로야구를 빛낼 ‘예비 스타’들의 활약으로 일본을 3-1로 꺾었다. 두산의 1차 지명을 받은 김대한은 1회부터 요시다의 초구 슬라이더를 공략해 3점 홈런을 터뜨리며 기선을 제압했다. 요시다가 6이닝까지 추가 실점 없이 버텨 김대한의 홈런이 그대로 결승타가 됐다. KIA에 1차 지명된 한국 선발투수 김기훈(18·광주동성고)이 깔끔히 5이닝 무실점 투구로 타선 지원에 화답했다. 이날 한국의 실점은 삼성의 1차 지명을 받은 원태인(18·경북고)이 6회 구원 등판 때 1루 견제구를 빠뜨려 내준 1점이 전부였다. 원태인 역시 추가 실점 없이 2와 3분의 1이닝을 틀어막았다. 마무리는 롯데 1차 지명자인 서준원(18·경남고)이 했다. 8회 1사 1루 상황에서 등판한 서준원은 1과 3분의 2이닝 동안 안타 하나만 내주고 가볍게 승리를 굳혔다. 시속 153km의 강속구도 여전했다. A조 1위로 슈퍼라운드에 진출한 한국은 7일 중국과 맞붙는다. 결과에 따라 9일 결승에서 일본과 리턴매치도 가능하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농구 대통령’ 허재 감독(53·사진)이 남자 농구대표팀 사령탑에서 물러났다. 대한민국농구협회는 ‘4일 허재 감독이 사의를 표명해 이를 수리했다’고 5일 밝혔다. 2016년 6월 농구대표팀 전임 감독으로 선임됐던 허 감독의 임기는 내년 2월까지였다. 당장 13, 17일 치를 2019 국제농구연맹(FIBA) 농구월드컵 아시아 예선 2경기 요르단, 시리아전은 김상식 코치가 감독 대행을 맡는다. 당초 허 감독은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에서 목표로 삼았던 2회 연속 금메달 달성에 실패한 책임을 지고 물러날 생각이었다. 다만 농구 월드컵 예선이 눈앞으로 다가온 만큼 두 경기를 마친 뒤 지휘봉을 놓으려 했다. 농구협회도 아시아경기를 마친 대표팀이 귀국한 4일 오전 경기력향상(경향)위원회 회의를 열고 농구월드컵 아시아 예선에 나설 선수 12명의 명단을 허 감독에게 전달했다. 이번 아시아경기에 나섰던 선수 중 허일영(오리온)과 허 감독의 두 아들인 허웅(상무), 허훈(KT)이 빠졌고 최진수(오리온), 안영준(SK), 정효근(전자랜드)이 새로 들어왔다. 하지만 이날 유재학 위원장을 비롯한 7명의 경향위원 전원이 “아시아경기 결과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며 17일 시리아 경기 이후 사의를 표명하기로 했다”는 입장을 농구협회에 먼저 전했다. 이 과정에서 허 감독은 배제됐던 걸로 알려졌다. 이에 허 감독은 “결과에 대한 책임은 감독이 진다”며 농구협회에 즉각 사의를 전했다. 경향위원회는 아시아경기를 앞둔 7월부터 출전 선수 선발을 두고 허 감독과 의견 충돌이 있었다. 특히 차남 허훈(180cm)의 대표팀 승선이 주된 화두가 됐다. 경향위원회는 당시에도 장신 선수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허 감독은 “선수는 내가 필요해서 뽑았다. 책임은 내가 진다”는 의견을 냈다. 허 감독은 장신 선수들의 대거 부상 이탈 속에 아시아경기를 동메달로 마친 뒤 “금메달을 목표로 왔는데 이란전에 너무나 아쉬운 경기를 했다”고 총평했다. 이란전에서 부각된 ‘높이의 한계’에 대해서는 “일단 기존 센터들의 부상이 없어야 하고 내·외곽 조화가 맞으려면 더 조직적인 오펜스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었다. 하지만 그 ‘조직력’을 다지기 위해 도입된 ‘전임 감독제’는 끝내 제 빛을 보지 못한 채 막을 내리게 됐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가 16일간의 열전을 마치고 2일 막을 내렸다. 대회 안팎의 잘 알려지지 않은 뒷이야기들을 소개한다.○ ‘남의 배’로 딴 단일팀 금메달 지난달 21일 팔렘방으로 건너온 드래건보트(용선) 여자 남북 단일팀 선수들은 대회 조직위가 제공한 배를 타야 했다. 각국에서 배를 옮겨 오기가 쉽지 않아 모든 출전국이 똑같이 빌린 배로 레이스에 나섰다. 이 배를 처음 타본 단일팀 선수들은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에서 연습했던 배보다 폭이 넓고, 발 받침대 길이도 짧아 제대로 힘을 쓸 수 없었기 때문. 하지만 단일팀 선수들은 배를 몸에 맞추는 대신 몸을 배에 맞췄다. 합심해서 짧은 적응 훈련을 마친 단일팀은 지난달 25일 200m에서 동메달을 딴 뒤 26일 500m에선 금메달까지 땄다.○ 병장과 이병의 엇갈린 운명 아시아경기 금메달리스트는 ‘병역 혜택’을 받는다. ‘말년 병장’ 김준호(22·상무)도 예외가 아니다. 남자 펜싱 사브르 단체전 금메달을 딴 김준호는 당초 10월 전역 예정이었으나 이번 금메달로 제대가 약 한 달 당겨졌다. 반면 같은 상무 소속의 ‘이병’ 이우석(21)은 양궁에서 금메달 없이 은메달만 2개 따 군 생활을 이어가게 됐다. 상무에 팀이 없어 현역 입영 영장을 받아놓고 있던 김진웅(28·수원시청)은 정구 개인, 단체 2관왕에 오르며 입대 20일을 남겨두고 군 문제를 해결했다.○ 자카르타의 두 은경이 “예쁜 은경이 덕분에 제 이름도 자주 나와서 좋네요.” 대한민국 선수단 부단장 자격으로 자카르타에 온 이은경 현대백화점 양궁단 감독(46)은 신예 이은경(21·순천시청)의 손을 잡으며 밝게 웃었다. 최근까지 ‘양궁 이은경’ 하면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단체전 금메달리스트인 그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았다. 앞으로는 이번 대회에서 단체전 금메달을 딴 어린 이은경의 시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선수 이은경은 “어릴 때부터 롤 모델이던 감독님처럼 올림픽 금메달을 따고 싶다”고 했다.○ 승리를 부르는 빨간 팬티 태권도 겨루기 남자 80kg급에서 은메달을 딴 이화준(22·성남시청)이 부적같이 여기는 승리 징표는 ‘빨간 팬티’다. 중학교 3학년 때 어머니가 사온 ‘그 팬티’를 입은 날 유독 결과가 좋았다. 국내 2인자이던 그는 그 팬티를 입고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과했다. 결승전에서 석연찮은 판정으로 진 그는 펑펑 울면서 “오늘도 입었다”고 했다. 이화준은 “올림픽 때도 입고 금메달을 따고 싶다”고 했다.○ 팔렘방의 한류 스타 자카르타와 공동 개최 도시였던 팔렘방에선 한국 사람이면 누구나 ‘한류 스타’가 될 수 있었다. 한국인에 대한 인식이 원래 좋았던 데다 때마침 인기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현지에서 방영되면서 한국 사람의 인기가 급상승했다고. 취재차 팔렘방을 찾은 본보 기자도 한 젊은 여성으로부터 “한국인은 태어나서 실제로 처음 본다. 함께 사진 찍자”는 요청을 받았다. ○ 진짜 평양냉면은 언제쯤 자카르타 시내 한 호텔에 문을 연 북한 올림픽회관은 평양 옥류관 냉면을 판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한국 관계자들 사이에서 ‘핫 플레이스’가 됐다. 평양 옥류관 주방장이 직접 와서 만든다고 선전했지만 문제가 하나 있었다. 물자가 제대로 도착하지 않아 메밀면이 아닌 밀가루 소면으로 만든 것. 안내원은 “내일 제대로 된 면이 도착한다”고 했지만 내일도 모레도 같은 냉면이 나왔다.자카르타=김배중 wanted@donga.com·임보미·이헌재 기자}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를 앞두고 한국은 2위 수성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는 일본의 약진을 의식해서다. 당초 65개의 금메달을 목표로 내세웠던 한국은 대회 중반 금메달 50개로 하향 조정했다. 최종 금메달 개수는 49개였다. 1990년 베이징 대회(금 54개) 이후 최저 금메달이다. 1994년 히로시마 대회 이후 24년 만에 종합 2위 자리를 빼앗은 일본은 분위기가 정반대다. 일본은 이번 대회 75개의 금메달을 쓸어 담으며 1966년 방콕 대회 이후 역대 두 번째 최다 금메달을 따냈다. 더구나 야구, 축구를 포함한 주요 종목에서 1진급 대신에 어린 선수들을 내보내고도 이룬 성과다. 이번 대회 수영에서 6관왕으로 사상 최초로 여자 대회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된 이케에 리카코(18)라는 스타도 탄생시켰다. 일본은 25개 종목에서 금메달을 땄다. 한국은 24개 종목이다. 결정적인 차이는 육상과 수영 같은 기초 종목이다. 일본이 수영에 걸린 41개의 메달 중 절반에 가까운 19개의 금메달(은 20개, 동 13개)을 따는 동안 한국은 금메달 1개(은 1개, 동 4개)에 그쳤다. 김서영(24·경북도청)이 여자 200m 개인혼영에서 딴 금메달이 겨우 한국 수영의 자존심을 지켰다. 일본은 육상에서도 금 6개, 은 2개, 동 10개의 성적으로 중국, 바레인, 인도에 이어 종목 종합 4위에 올랐다. 특히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깜짝 은메달을 땄던 남자 400m 계주는 압도적인 격차로 금메달을 따 2020 도쿄 올림픽에서의 활약을 예고했다. 한국은 정혜림(31·광주광역시청)이 여자 허들 100m에서 유일한 금메달을 땄을 뿐이다. 한국이 태권도와 양궁 등 전통적인 강세 종목에서 주춤한 반면에 일본은 한국이 주도했던 양궁과 펜싱 등에서도 금메달 수확을 시작했다. 도쿄 올림픽부터 정식 종목이 되는 스케이트보드(금 3개, 은 2개), 가라테(금 4개, 동 2개) 등의 활약도 두드러졌다. 일본의 선전 배경에는 활성화된 생활 체육이 있다. 학교 체육과 시민 체육이 활성화된 가운데 최근 들어 엘리트 체육에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지면서 국제무대에서도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추세라면 한국이 일본을 다시 앞지르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 몇 해 전 엘리트 체육과 생활 체육을 통합했지만 효과는 지지부진하다. 오히려 엘리트 체육에 대한 관심이 줄면서 체육계 전반이 위축되고 있는 분위기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도 2일 자카르타에서 열린 선수단 해단식에서 이 점을 지적했다. 그는 “현재 우리는 엘리트체육에서 생활체육으로 바뀌는 전환점에 와 있다. 학교체육 활성화와 스포츠클럽의 확대 등 체육의 저변을 확대시켜 그 토양에서 국가대표가 나오는 선진국형 시스템을 정착시켜야 할 때”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생활체육을 강조하다 보면 엘리트체육이 등한시될 수도 있다. 일본이 그런 시행착오를 겪고 다시 부상하고 있다. 우리는 생활체육 활성화에 힘쓰면서도 엘리트체육의 동반 발전을 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카르타=임보미 bom@donga.com·이헌재 기자}
오후 3시가 되자 어김없이 (무슬림의) 기도 시간을 알리는 방송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시내 전역을 뒤덮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야구 경기가 열리는 GBK 야구장의 오른쪽 담장 바로 뒤에는 모스크가 자리해 그 소리가 유독 더 크게 들렸다. 하지만 그 순간 대한민국 4번 타자 박병호의 초대형 3점포가 터지자 팬들의 환호는 기도 방송 소리를 덮고도 남았다. 예선전 첫 경기 대만전 충격패라는 격랑을 만났던 ‘선동열호’가 31일 중국과의 슈퍼라운드에서 박병호의 홈런을 앞세워 10-1로 승리했다. 아시아경기 사상 첫 ‘3연속 금메달’ 도전도 이제야 순풍을 단 듯하다. 선동열 대표팀 감독은 경기 후 “초반에 선수들 몸이 무거웠지만 (박병호의) 홈런이 나오면서 경기를 잘 풀었다. 결국 해줘야 할 선수들이 해줬다. 결승전도 잘해 보겠다”고 말했다. 이날 한국은 1회말 선취점을 뽑기는 했지만 마냥 기뻐할 수는 없었다. 어디까지나 중국의 수비 실책 덕분에 얻은 행운의 득점이었기 때문이다. 2회초에는 오히려 중국에 몸에 맞는 공과 안타, 볼넷으로 만루 상황을 내주기도 했다. 흐름을 바꾼 건 5회 김하성과 김재환이 볼넷과 안타로 출루한 후 이어진 박병호의 한 방이었다. 박병호의 방망이를 떠나는 순간부터 홈런임을 직감하게 하는 큰 포물선을 그린 타구는 중앙 담장에 설치된 높이 약 13m짜리 조형물을 넘어 그대로 시야에서 사라졌다. 5회까지 2-0으로 근소하게 앞서던 스코어가 5-0으로 벌어지자 6, 7회에도 황재균, 김재환, 손아섭의 적시타가 줄줄이 이어졌다. 한국 선발투수 임기영은 6과 3분의 1이닝 동안 1실점으로 승리를 따냈다. 앞선 경기 내내 침묵하다 이날 4타수 3안타 2타점으로 활약한 손아섭은 “그간 후배들 보기도 미안했는데 오늘 경기와 제일 중요한 결승전이 남아있으니 괜찮다고 좋게 생각하고 있었다. 결승전에서는 이유 불문하고 야구장에서 보여줘야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자카르타=임보미 기자 bom@donga.com}

박지수의 ‘높이’가 합세한 여자농구 남북단일팀이 진정한 ‘완전체’로 아시아경기 2연패에 도전한다. 설익은 수비로 조별리그에서 대만에 일격을 당했던 단일팀은 30일 4강전에서 내·외곽 모두 흠잡을 데 없는 플레이로 다시 만난 대만을 89-66으로 꺾었다. 미국여자프로농구(WNBA)에서 뛰다 26일 대표팀에 합류해 이날 처음 출전한 박지수는 198cm의 큰 키를 앞세워 2, 3쿼터를 지배하며 21분 49초만 뛰고도 가뿐히 더블더블(10득점, 11리바운드)을 달성했다. 이날 로숙영-박지수는 수비에서 페인트존을 철저히 봉쇄했다. 박지수가 골밑을 지킨 2쿼터 후반부터 3쿼터 전반까지 대만은 득점루트를 찾는 데 실패해 무득점에 그치며 일찌감치 분위기를 단일팀에 내줬다. 외곽에서는 강이슬(3점슛 4개), 박혜진(3점슛 3개)은 물론 로숙영(3점슛 2개)까지 화력을 더해 그간 저조했던 3점슛 성공률도 39%(9/23)까지 올렸다. 로숙영에게 의존했던 조별리그와 달리 4강전에서는 박혜진-임영희-로숙영 트로이카가 나란히 17득점으로 51점을 합작했고 강이슬(14득점), 김한별, 박지수(이상 10득점)까지 6명의 선수가 모두 두 자릿수 득점에 성공했다. 조별리그 대만전에서 특히 부진했지만 이날 최우수선수(MVP)급 활약을 한 박혜진은 “그간 속상하기도 했는데 팀원들에게 고맙다”며 눈물을 쏟았다. 1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처음 상견례를 한 단일팀 선수들은 만난 지 딱 한 달이 되는 내달 1일 중국과 결승전을 치른다. 로숙영은 “지수 선수가 골밑에 있어 든든하다. (결승전도) 자신 있다”고 말했고 박지수도 “중국은 높이가 강해 제 역할이 중요할 것 같다. 최대한 높이에서 밀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반면 같은 날 남자대표팀은 이란의 ‘높이’에 막혀 4년 전 인천에서 이뤘던 ‘남녀 동반 아시아경기 금메달’ 영광의 재현은 불가능하게 됐다. 경기 시작부터 이란에 연속 덩크슛을 허용한 대표팀은 1쿼터부터 이란에 페인트존 득점만 18점을 내준 반면 이란의 페인트존에서는 4점밖에 챙기지 못하며 초반 분위기를 완전히 내줬다. 하메드 하다디(218cm)가 지킨 골밑 진입이 봉쇄된 대표팀은 외곽에서도 좀처럼 기회를 만들지 못해 라건아의 득점력에 의존한 공격을 반복했다. 라건아(37득점, 12리바운드)의 40분 분전에도 대표팀은 리바운드 열세(27-47)를 극복하지 못하고 최종 스코어 68-80으로 경기를 마쳤다. 대표팀은 9월 1일 대만과 동메달 결정전을 치른다.자카르타=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제 장점요? 남들 울 때 전 항상 웃고 있다는 것? 저는 아직 어리고 다른 선수들은 나이도 많아요. 전 아직 스물두 살밖에 안 됐습니다.” 경기 2주 전 성공했던 2m30을 넘지 못해 2cm 차로 높이뛰기 금메달을 넘겨줬지만 우상혁(22·서천군청)에게서는 아쉬움이라는 단어를 찾아볼 수 없었다. 우상혁은 “즐기지 못하면 선수도 아니다. 선수는 즐겨야 한다. 이제 내년 세계선수권 메달과 올림픽 최초 메달도 목표인데 한번 해 보겠다. 한국 기록(2m34)도 깨고 다 보여주겠다”고 외치다시피 큰 소리로 말했다. 27일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육상 남자 높이뛰기에서 은메달을 획득하며 아시아경기 높이뛰기에서 16년 만의 메달을 획득한 우상혁을 28일 귀국하기 전 자카르타 GBK 주경기장에서 만났다. 경기 전날 에너지 드링크를 7캔이나 마셔 밤을 꼴딱 새웠다는 우상혁은 “이제 슬슬 졸리기 시작한다. 비행기 타고 일어나면 (한국에) 도착할 것 같다”며 웃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육상을 하고 싶다’는 아들의 말에 그의 아버지는 교육청을 찾아가 육상부를 수소문했고 그렇게 해서 만난 게 지금의 윤종현 대표팀 코치(61)이다. 대전 중리초교부터 송촌중, 충남고를 거쳐 서천군청까지 윤 코치와 함께하고 있다. 무려 10년 넘게 연이 이어지고 있다. 높이뛰기 역시 윤 코치가 권해서 시작했다. 하필 왜 높이뛰기였을까. “제가 달리기에 재능이 없었나 보다(웃음). 높이뛰기는 바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야 하는데 제가 겁이 없이 까불고 그랬다”고 답했다. 18세 이하 세계선수권 우승으로 주니어 무대를 평정했지만 우상혁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2017년 런던 세계선수권에서는 예선 탈락으로 시니어 무대의 매운맛을 봤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뻔뻔’했다. “어디를 가도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잖아요. 저는 이게 업이니까 새 직장에 대한 적응기라고 생각했어요. ‘2년은 적응기다. 기록 유지만 해도 나는 나쁠 것 없다’만 머릿속에 주입했어요. 남들이 ‘너 슬럼프다, 거기서 끝이다, 기록 높이기 힘들 것이다’라고 해도 그냥 제 생각만 했어요. ‘어릴 때부터 계속 잘하면 적절한 시기에 잘 못할 것이다’ 하고요.” 적절한 시기가 언제냐고 묻자 우상혁은 곧바로 “올해부터 시동을 거는 거다. 그동안 사원이었다면 이제 승진한 셈”이라며 웃었다. 메달 딴 지 하루. 하지만 세계선수권, 올림픽 메달에 한국 기록 경신까지 이미 뱉은 말만 지키려고 해도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딱 일주일 쉬고 전국체육대회에서 아직 못 뛰어본 2m32에 도전할 거예요. 올해는 확실히 2m32를 넘고 내년엔 무조건 한국 신기록에 도전해야죠.”자카르타=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선수들이 나이는 어리지만 고생을 많이 했어요. 러시아에서 힘든 일정을 다 소화하면서 메달을 따 정말 자랑스러워요.” 한국 리듬체조의 한 시대를 이끌었던 손연재(24)는 후배들의 메달 소식을 마치 자신의 일인 양 반겼다. 지난해 은퇴 후 손연재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에서 리듬체조 해설을 맡아 27일 단체전에서 해설 데뷔전을 치렀다. 선배의 응원 속에 2000년대생으로만 꾸며진 고교생 사총사 임세은(18), 김채운(17·이상 세종고3), 서고은(17·문정고2), 김주원(16·세종고1)은 당당히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손연재가 뛰었던 2014 인천 아시아경기에 이어 이 종목에서 2연속 메달이다. 경기 전 손연재는 후배들에게 “힘들고 긴장되고 피하고픈 마음이 크겠지만 ‘더 잘할걸’이라는 아쉬움을 남기기보다는 ‘정말 최선을 다했다’는 기억을 남기라”고 격려했다. 후배들은 최선을 다한 무대로 화답했다. 특히 서고은은 경기 중 많은 양의 코피를 쏟고도 갈수록 완성도 높은 연기를 펼쳤다. 손연재는 “보이는 건 1분 30초지만 그 뒤에서 5시간 넘게 준비하다 나오니 체력적인 부담이 엄청났을 거다. 서고은 선수가 볼(두 번째 경기)에서 실수가 있었는데도 곤봉, 리본으로 갈수록 잘했다. 그간 심리적으로 흔들린 게 많았는데 잘 극복했다”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이제 올림픽 출전권을 땄으면 좋겠다. 애들에게도 도쿄(2020년 올림픽 개최지)에서도 해설하게 해달라고 부탁했다”며 웃었다. 손연재는 “세계선수권, 올림픽까지 성적을 이어가려면 톱클래스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는 게 가장 좋은데 비용 부담이 크다. 가족에 대한 미안함 같은, 제가 느꼈던 감정들을 친구들도 느끼는 것 같더라.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나도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손연재는 국내 리듬체조 활성화를 위해 10월 한국에서 유망주 강습과 대회 개최 계획도 밝혔다.자카르타=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좋은 날 왜 울어요.” ‘허들 여왕’ 정혜림(31·광주광역시청)은 여전히 활짝 웃고 있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육상 여자 100m 허들에서 우승한 뒤 이틀이 지난 28일 육상 경기장인 GBK 스타디움에서 만날 때였다. 당시 시상식에서 애국가가 울려 퍼지자 지켜보던 후배들 몇몇은 눈물을 훔쳤다. 하지만 정작 정혜림은 그 흔한 기쁨의 눈물도 흘리지 않았다. 정혜림이 손꼽아 기다렸던 순간은 쉽게 오지 않았다. 8년 전 광저우, 스물셋의 정혜림은 아시아경기 이 종목 예선이 끝나자마자 엉엉 울었다. “선수가 9명 나와서 한 명을 탈락시키느라 원래 없던 예선이 생겼어요. 근데 그 한 명이 저였어요. 그게 두 배로 슬프더라고요. 진짜 내가 운동을 해야 하나…. 저 자신이 부끄러웠어요.” 4년 전 인천 아시아경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금메달을 눈앞에 두고 마지막 허들에 걸려 4위로 메달을 놓치고 한 번 더 눈물을 흘려야 했다. 두 번의 실패를 하고 나니 나이는 어느덧 서른을 앞뒀다. “운동에 모든 걸 바쳤는데 그만둘 날이 얼마 남지 않으니까 지난 시간이 너무 아쉬운 거예요. 그래서 더 집중하게 되더라고요. 조금 철이 들었다고 해야 할까요. 20대 때는 실수도 용납이 되지만 이제는 시간이 없으니 실수도 허락이 안 되고.” 초조한 마음에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지만 정혜림은 “그래도 저는 행복한 거다”라고 말했다. “저만 겪는 게 아니잖아요. 주변에 사회생활 하는 사람들 보면 여기저기 치이는데 저는 어쨌든 제 목표를 향해 다가가는 거니까 행복한 거죠. 선배들도 다 운동할 때가 제일 좋다고 하는데 그 말이 맞다는 걸 정말 많이 느껴요.” 20대의 정혜림과 30대의 정혜림은 뭐가 달라진 걸까. “예전엔 운동을 ‘열심히’만 했다면 30대 때는 부족한 부분을 찾아서 끌어올리는 법을 알게 됐어요. 이제 몸 상태가 안 좋은 날에는 훈련도 아예 안 해요. 안 좋을 때 억지로 하면 오히려 나쁜 게 배어버리더라고요.” 이번 금메달은 정혜림에게는 절반의 성공에 불과하다. “경기를 마치자마자 태경 오빠(박태경 코치)랑 ‘이제는 메달은 이뤘으니 기록(한국기록 13초00)을 목표로 가자’고 얘기했어요. 뛰다가 걸려 넘어지는 한이 있어도 기록을 깨자고 마음을 다잡았어요.” 정혜림의 최고 기록은 13초04다. 인터뷰를 마치며 늘 땡볕에서 훈련하면서도 10년 넘게 그대로인 ‘미모 관리’ 비법을 물었다. “화장으로 가리죠. 지우고 나면 못 봐줘요.” 정혜림은 29일에는 여자 400m 계주 마지막 주자로 나선다.자카르타=임보미 기자 bom@donga.com}
한국과 필리핀의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남자 농구 8강전이 열린 27일. 자카르타 GBK 바스켓홀은 입구부터 단체로 푸른색 티셔츠를 맞춰 입은 필리핀 팬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미국프로농구(NBA) 플레이어 조던 클라크슨의 합류는 농구 사랑이 유별난 필리핀 응원단을 더 설레게 했다. 한국은 경기 초반 3-2 지역방어로 클라크슨을 묶으며 14-5까지 앞섰다. 침묵하던 클라크슨을 깨운 건 ‘전준범의 빗나간 3점슛’이었다. 전준범이 교체 투입되자마자 오픈찬스에서 던진 3점슛이 림을 맞고 나오자 클라크슨은 속공으로 득점에 성공했다. 감을 잡은 클라크슨은 전준범이 실패한 슛을 속속 잡아 한국 골밑을 휘저으며 동료들에게 기회까지 제공했다. 전반을 44-42로 앞선 필리핀은 3쿼터에는 클라크슨이 15점을 집중시킨 데 힘입어 8점 차까지 앞섰다. 하지만 활개 치던 클라크슨의 맥을 빠뜨린 것도 ‘전준범의 3점슛’이었다. 3쿼터까지 무득점에 그쳤던 전준범은 4쿼터 시작과 함께 깨끗한 3점슛을 만들었다. 4쿼터 빠른 스피드를 앞세워 코트를 휘저은 김선형(17득점)의 ‘쇼타임’에 때 맞춰 터진 전준범의 3점슛 세 방에 한국은 결국 91-82로 이겼다. 이날이 생일이었던 전준범(9득점)은 “초반에 실수가 많았다. 수비, 리바운드 먼저 하자는 마음으로 가다듬고 들어가니 슛이 자연스럽게 풀렸다. 앞으로 더 미쳐야 한다”고 말했다. ‘유재학 감독이 오늘 경기에 몇 점을 줄 것 같으냐’는 질문에 그는 머쓱한 웃음과 함께 믹스트존을 떠났다. 이날 방송해설을 위해 자카르타로 출국한 유 감독은 “제공권 우위(리바운드 45-40)가 승인이다. 라건아(30득점, 14리바운드)와 이승현(11득점, 12리바운드)이 대단했다”고 평가했다. 40분 내내 혼신의 노력을 다해 리바운드를 따낸 이승현은 ‘지치지 않느냐’는 질문에 “휴식일에 쉬면 된다”며 웃었다. 전반에만 3파울로 파울트러블 우려를 샀던 귀화선수 라건아도 후반에는 파울 없이 38분 29초간 골밑을 든든히 지켰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클라크슨은 팀 최다인 25점을 넣었다. 그나저나 만수 유 감독은 이날 클라크슨 수비에도 나선 모비스 제자 전준범에게 몇 점을 줬을까. 돌아온 짧은 답은 이랬다. 100점 만점에? 60점. 부족한 부분은? 수비. 아시아경기 2회 연속 우승을 노리는 한국은 30일 오후 6시 이란과 결승 진출을 다툰다. 라건아는 “지금까지 상대한 팀보다 앞으로 붙을 팀들이 훨씬 키가 크다. 하지만 계속 자신감을 갖고 리바운드에 달려들어야 한다. 우리에게는 스피드가 있다”고 말했다. 자카르타=임보미 기자 bom@donga.com}

‘허들 공주’ 정혜림(31)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육상 여자 100m 허들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아시아 허들 여왕이 됐다. 정혜림은 26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GBK 주경기장에서 열린 여자 100m 허들 결선에서 13초20의 기록으로 우승했다. 이번 대회 육상 종목에서 한국에 첫 금메달을 선물했다. 4년 전 인천 아시아경기에서 마지막 10번째 허들에 걸려 4위로 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던 정혜림은 이날 우승으로 인천 대회 한국 육상 노 골드의 아쉬움도 함께 풀었다. 아시아경기 여자 100m 허들에서 금메달이 나온 건 2010년 이연경 이후 8년 만이다. 일찌감치 재능을 드러내며 부산체고 2학년 때부터 국가대표로 활약해 온 정혜림은 20대 후반 들어 다시 한번 도약했다. 광주광역시청으로 소속 팀을 옮긴 뒤 허들 강국 일본에서 훈련하며 기량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근육량을 늘리면서 막판 지구력도 높였다. 정혜림은 2016년 6월 국내 대회에서 13초04로 역대 한국 2위이자 개인 최고 기록을 세웠고, 지난해 7월에는 아시아 육상선수권대회에서도 13초16으로 우승했다. 2011년 결혼한 정혜림은 이날 경기 뒤 “이틀 전에 임신하는 좋은 꿈을 꿨다. 결선이라 힘이 많이 들어갔는데 금메달을 따서 기쁘고 다음에는 한국 기록(이연경 13초00)을 깨고 싶다”며 한국 여자 선수 첫 12초대 진입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정혜림의 남편은 장대높이뛰기 대표팀 김도균 코치다. 김 코치는 4년 전 아내의 경기를 지켜보았으나 메달을 따지 못한 것이 징크스로 이어질까 봐 이번에는 경기를 보지 않았다. 정혜림은 이날 2020년 도쿄 올림픽을 향한 도전 의지도 밝혔다. “비인기 종목 선수로서 어려움이 많은데 후배들이 선배들을 어려워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도움을 구했으면 좋겠다”는 당부도 전했다. 한편 남자 100m 결선에서는 중국의 쑤빙톈(29)이 9초92의 대회 신기록으로 우승했다. 한국의 김국영(28)은 8위를 기록했다. 스포츠클라이밍 남자 콤바인드에서는 천종원(22)이 아시아경기 초대 챔피언이 됐다. 국내 여자 주짓수 최강자 성기라(21)는 25일 여자 62kg급 결승에서 금메달을 땄다.강홍구 windup@donga.com / 자카르타=임보미 기자}

한 번은 당했지만 두 번은 안 당한다. 여자농구 남북 단일팀이 26일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8강전에서 태국에 106-63 완승을 거두고 4강에 진출했다. 단일팀은 이번 대회 조별리그 2차전에서 연장 끝에 84-86으로 패했던 대만과 30일 결승 티켓을 놓고 ‘리턴매치’를 벌인다. 이문규 감독은 경기 후 “우리 선수들이 대만전에서 한 대 얻어맞은 게 약이 돼 패스와 속공이 더 빨라졌다. 이제 더 보여줄 것만 남았다”고 말했다. 단일팀은 이번 대회 ‘득점머신’으로 활약 중인 북한 로숙영(25)에 더불어 대표팀 최장신 박지수(20·198cm)의 뒤늦은 합류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플레이를 예고하고 있다. 미국여자프로농구(WNBA) 시즌을 마치고 전날 밤 자카르타에 합류해 이날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 본 박지수는 “대만과는 많이 해봐서 상대 선수들은 잘 파악하고 있다. 그간 (WNBA에서) 40분씩 뛰지 않아 몸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코트에 있을 때만큼은 힘든 티 안 내겠다. 아픈 곳은 전혀 없다”며 의욕을 보였다. 한 달 가까이 호흡을 맞춘 동료들과 달리 단일팀에 합류한 지 반나절 밖에 안됐지만 박지수는 “북측에 동갑내기 친구(김혜연)가 있더라. 내가 평양냉면을 먹어보고 싶다고 했더니 ‘(7월 평양 통일농구) 올 줄 알았는데 안 왔다’고 하더라”며 빠른 적응력을 드러냈다. 단일팀은 대만과의 첫 대결에서 외곽난조로 로숙영의 득점력에 의존해야 했지만 재대결 때는 북남 센터 ‘로&박(로숙영, 박지수)’의 시너지를 기대한다. 골밑에서 위력을 발휘하는 박지수의 ‘키’에 평균 18점 가까이 터뜨리고 있는 로숙영의 ‘전천후 플레이’가 더해지면 공격 루트를 다변화할 수 있다. 박지수는 “로숙영 선수 영상을 보니 스텝이랑 슛이 모두 좋고 패스도 잘 하더라. 내게는 골밑을 많이 주문하실 듯 한데 나부터 잘해야 할 것 같다”며 웃었다. 단일팀은 조별리그 내내 활용해온 ‘스피드’를 앞세워 이날 속공으로만 34득점을 뽑아냈다. 가로채기는 조별예선 5경기에서 경기당 평균 21.2개로 압도적 1위다. 이날 경기에서는 그간 속을 썩였던 3점포를 17개나 터뜨려 10개 팀 중 8위에 그쳐 있던 3점 슛 성공률을 단박에 중국에 이은 2위(30.1%)로 끌어올렸다. 특히 여자프로농구(WKBL) 대표 슈터 강이슬(24)이 3점 6개(성공률 50%)로 기지개를 폈다. 단일팀이 대만을 넘으면 중국-일본 중 승리 팀과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노려볼 수 있게 됐다. 한국은 인천에서 열린 2014 아시아경기 때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날 해설위원으로 나선 전주원 우리은행 코치는 “대만과 리턴매치에서는 (첫 대결 때)안 된 걸 잘하려고 하기 보다는 본인이 잘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카르타=임보미 기자 bom@donga.com}
결전의 땅 자카르타에 24일 새벽 입성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한국야구대표팀은 같은 날 오후 1시 현지 라와망운 구장에서 공식훈련을 시작했다. 대표팀은 26일 대만과 1차전을 치르기 전까지 현지 공식훈련 기회가 두 차례뿐이다. 낯선 구장에 단기간에 적응해야 하는 만큼 대표팀은 구장 환경 적응에 집중했다. 선동열 대표팀 감독은 “내야 잔디가 억세 타구가 잘 안 구른다고 한다. 느린 내야타구 처리에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스트레칭을 마친 내야수들은 곧바로 유지현 코치의 펑고와 함께 느린 내야 땅볼 수비에 집중했다. 유 코치는 단체훈련이 끝난 뒤 백업 요원인 2루수 박민우와 유격수 오지환을 대상으로 스프링캠프 못지않게 펑고를 날렸다. 두 선수는 번갈아가며 각각 1루수-2루수 사이, 3루수-유격수 사이를 빠지는 안타성 타구를 캐치해 1루로 송구하기를 반복했다. 배팅 케이지에는 ‘홈런타자 패키지’인 김현수-박병호-김재환-황재균 조가 가장 먼저 들어섰다. 쉴 새 없이 외야로 뻗어가는 강타자들의 타구에 현지인들의 박수가 터졌다. 그간 이 구장은 인도네시아 대표팀의 훈련지로 사용됐는데, 아직 홈런 타구가 나온 적이 없었고 전날 일본 팀의 공식훈련 때 나온 홈런이 처음이었다고 한다. ‘아시아경기 최초 3연속 금메달’에 도전하는 한국은 단연 이번 대회 출전국 중 최강 전력이다. 그래서 금메달까지 가장 경계해야 할 대상은 ‘자만’이다. 이날 훈련장을 찾은 이승엽 한국야구위원회(KBO) 홍보위원은 “10등 팀이 1등을 이기기도 하는 게 야구다. 자만하면 안 된다. 한 번도 상대 안 해본 투수를 만나는 게 대부분이라 준비를 잘해야 한다. 초반 한두 점을 뽑으면 쉽게 풀릴 수 있다. 야구는 전염이라 반대로 처음에 막혀 버리면 전체가 침체될 수도 있다. 1∼3회가 중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첫 경기부터 선발자원을 제외한 투수조 ‘전원 대기’를 예고한 선 감독 역시 “모든 경기는 베스트로 가는 게 기본이다. 대만이 신경 쓰이지만 일본은 대만보다 투수들 수준이 더 높다. 매 경기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만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대표팀이 합숙을 하며 미국 대학 팀과 연습경기까지 했고 일본도 대만과 함께 국제대회에 참가하며 조직력을 다졌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객관적인 전력은 한국이 우세하지만 대만, 일본은 모두 오랜 기간 함께 연습과 실전을 치렀다. 첫 경기에서 한국이 실전 공백을 얼마나 메우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자카르타=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차세대 체조스타로 발돋움한 김한솔(23·서울특별시청)이 한국 체조 역사상 첫 ‘아시아경기 2관왕’을 엉뚱한 이유 탓에 놓쳤다. 2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지엑스포에서 열린 남자 뜀틀 결선. 이날 5번째 순서로 연기에 나선 김한솔은 편안한 상황에서 경기에 나설 수 있었다. 북한 뜀틀스타 리세광(33)을 포함해 앞서 연기를 마친 선수들이 모두 착지 실수로 13점대 점수를 받았기 때문이다. 김한솔은 1차 시기 14.875점(기술점수 5.6점, 수행점수 9.275점)부터 완벽한 착지로 금메달을 예고했고 2차 시기에서는 점프 난도를 더 낮춰 기술점수 5.2점에 더 높은 수행점수 9.325점을 받았다. 착지도 완벽했다. 하지만 김한솔은 감점 0.300점을 받았다. 동료 선수와 대한체조협회 관계자들도 이유를 알 수 있는 감점이었다. 다만 그때까지도 김한솔은 14.550점(1, 2차 평균)으로 금메달이 예상돼 포효할 수 있었다. 분위기는 마지막 주자로 나선 홍콩의 섹 와이 훙(27)의 점수가 나오자 반전됐다. 섹은 1, 2차 시기에서 모두 난도 5.600의 점프를 시도해 평균 14.612점을 받아 김한솔을 0.062점 차로 제쳤다. 어이없게도 김한솔에게 전달된 감점 이유는 ‘연기를 마친 뒤 심판에게 인사가 없었다’였다. 국제체조연맹(FIG) 규정집 5조 5항 ‘경기장에서의 입장과 퇴장’에는 ‘선수는 연기 시작과 끝에 심판진에게 표시를 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기는 하다. 체조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김한솔의 감점은 난도를 평가하는 러시아 국적 심판이 ‘김한솔의 인사를 보지 못했다’며 0.300점을 감점했고 심판 전체를 관장하는 중국 국적 감독심판이 이를 그대로 받아들여 발생했다. 엄밀히 따지면 규정을 위반했으니 심판은 벌점을 줄 수 있다. 점수 코드집에는 ‘선수의 행동과 관련한 전반적인 규정 위반’에는 0.300점이 감점된다고 나와 있다. 다만 의상 문제 등 명백히 확인이 가능한 부분과 달리 김한솔의 경우는 ‘기타 다른 규정 위반 행위’로 뭉뚱그려진 조항에 발목을 잡혔다. 착지 때 손을 짚은 선수와 같은 벌점인 0.3점을 준 것은 지나치다는 평가다. 1000분의 1점으로 점수가 갈리는 체조 종목에서 0.3점은 메달 색을 바꾸고도 남는 점수다.자카르타=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자신의 뒤를 이어 큰일을 해낸 딸의 소식을 전하는 아버지는 눈물을 쏟았다. 역사적인 금메달을 목에 건 딸도 아버지를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혔다. 한국 체조의 간판스타로 이름을 날린 여홍철(47·경희대 교수)과 ‘체조요정’ 여서정(16·경기체육고) 부녀였다. 여서정은 아버지가 해설위원으로 현장을 지킨 가운데 한국 여자 뜀틀 최초로 아시아경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여자 체조 전체로 봐도 1986년 서울 아시아경기(이단평행봉 서연희, 평균대 서선앵) 이후 32년 만에 캐낸 금이다. 지난달 월드컵보다 한 단계 아래인 월드컵 챌린지 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게 국제대회 입상의 전부였던 여서정은 아시아경기 데뷔전부터 당찬 연기로 큰 무대에서도 강한 ‘스타 기질’을 이어갔다. ‘배포는 아빠보다 낫다’던 체조인들의 말이 농담만은 아니었다. 23일 자카르타 지엑스포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체조 여자 뜀틀 결선에서 8명의 선수 중 가장 마지막 주자로 나선 여서정은 1차 시기부터 이날 최고점인 14.525점(기술점수 5.8점, 수행점수 8.725점)을 받았고 난도를 낮춘 5.4점짜리 점프에서도 무결점 연기(수행점수 8.850점)로 1위(1, 2차 평균 14.387점)를 확정했다. 여서정은 전날 단체전 4위로 아쉽게 메달을 놓쳤지만 바로 하루 뒤 자신의 주 종목인 뜀틀에서 무결점 연기를 이어가며 아버지 여홍철(1994년 히로시마, 1998년 방콕)에 이어 ‘부녀 뜀틀 금메달’이라는 진기록도 세웠다.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내려온 여서정은 “경기 전 아빠가 ‘긴장될 때 심호흡 크게 하고 메달 상관없이 연습한 것 맘껏 뽐내고 내려오라고 하셨다”며 “착지가 불안해서 자신감이 없었는데 다행히 다 하고 내려온 것 같다”면서 웃었다. 해맑게 소감을 전하던 여서정은 아버지가 해설을 하다 눈물을 흘렸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는 이내 울먹였다. 여서정은 “아시아경기에서 금메달 땄으니 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을 꼭 따서 아빠 목에 걸어드리고 싶다”며 굵은 눈물을 닦았다. 여서정이 한국 여자 뜀틀의 오랜 메달 가뭄을 깰 수 있었던 이유로는 ‘타고난 파워’가 꼽힌다. 배은미 대한체조협회 여자 체조 경향위원장은 “뜀틀은 도약이 매우 중요하다. 그간 도약을 잘할 수 있는 다리근육의 힘을 가진 선수를 발굴하지 못했다. 여서정 선수는 행복하게도 부모님의 좋은 유전자를 받았다. 거기에 어려서부터 국가대표 지도자에게 섬세하게 배워 오늘의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여서정의 어머니 김윤미 씨(전 여자 체조 국가대표 코치) 역시 한국 여자 체조 단체전의 마지막 메달 주역이었다. 김 씨는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아경기에서 대표팀 주장으로 동메달을 이끌었다. 남자 마루 결선에서는 김한솔(23·서울특별시청)이 2010년 광저우(양학선 뜀틀) 이후 8년 만에 한국에 아시아경기 금메달을 안겼다. 2017 세계선수권 동메달(뜀틀)이 최고 성적인 김한솔의 개인 첫 국제대회 금메달이기도 했다. 김한솔은 24일 남자 뜀틀 결선에서 한국 체조 사상 첫 ‘아시아경기 2관왕’에 도전한다. 자카르타=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체조 국가대표 여서정(16·경기체육고)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에서 첫 출전과 동시에 곧바로 ‘뜀틀 요정’으로 거듭날 준비를 마쳤다. 여서정은 22일 자카르타 지엑스포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여자 기계체조 단체전에서 전 종목에 나서 한국의 4위를 이끌었다. 여자 체조 단체전 금메달은 중국에 돌아갔고 북한이 은메달, 일본이 동메달을 각각 차지했다. 여서정은 전날 뜀틀 개인 예선 1위(1, 2차 평균 14.550점)로 결선 진출을 확정지은 데 이어 이날 팀 경기 결선에서도 뜀틀에서 전체 선수 중 가장 높은 14.550점을 받아 23일 결선에서 한국 여자 뜀틀 최초 아시아경기 금메달 가능성을 높였다. 역대 여자 뜀틀의 한국의 최고 성적은 은메달(1978년 방콕 정진애)이다. 여서정은 탄생부터 한국 체조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여홍철은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아경기에서 여자 기계체조 단체전 동메달 멤버인 김윤정(전 체조 국가대표 코치)을 만나 결혼했다. 히로시마가 맺어준 인연이 24년이 지나 자카르타에서 꽃피우게 된 셈이다. 아시아경기 뜀틀 2연패(1994년 히로시마, 1998년 방콕)를 이룬 여홍철 경희대 교수의 뒤를 이어 ‘부녀 금메달리스트의 탄생’도 머지않았다. 여홍철은 해설위원 자격으로 자카르타 현지에서 딸이 새 역사를 쓰는 모습을 지켜보게 됐다. 국제체조연맹(FIG)으로부터 기술점수 6.2점으로 인정받은 자신만의 기술 ‘여서정(뜀틀 짚고 두 바퀴 몸 비틀며 공중회전)’을 개발 중인 여서정은 이번 대회에서는 모두 성공률이 100%에 가까운 점프(기술점수 5.6점)로 안정적인 경기 운영에 집중하고도 뜀틀 예선 1위에 올랐다. 이변이 없는 한 아시아경기 금메달을 노려볼 수 있는 이유다. 여서정은 더 높은 곳을 보고 있다. 신기술 ‘여서정’을 완성해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 금메달에 도전하겠다는 것이다. 여서정은 전문가들로부터 “완성만 된다면 올림픽 금메달도 무리는 아니다”라는 평가를 받는다. 올림픽 금메달은 아버지 여홍철(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은메달)도 이루지 못한 꿈이다. 한편 이날 남자 체조 단체팀(이혁중, 박민수, 이준호, 김한솔, 이재성)은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먼저 연기를 마친 한국은 일본에 12.743점(234.657점) 앞서 있었지만 일본의 마지막 철봉 주자 지바 겐타가 13.900점을 받으며 메달 색이 바뀌었다.자카르타=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