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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화, 칼 갈았네.” 빙속여제 이상화(28)의 경기 뒤 동료들은 이같이 평했다. 이상화가 18일 서울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열린 전국남녀 종목별 스피드스케이팅 선수권대회 겸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파견 선발전 여자 500m(1차)에서 1위를 기록하며 2018 평창 겨울올림픽 3연패를 향한 산뜻한 시작을 알렸다. 이날 마지막 조에서 경기를 펼친 이상화는 참가자 14명 중 가장 빠른 38초52에 경기를 마쳤다. 2위 김현영(성남시청·39초12)과 0.6초 차다. 지난 시즌 종아리 통증 등으로 월드컵 노 골드에 그쳤던 이상화는 7월부터 이달 중순까지 캐나다 전지훈련을 소화하며 담금질에 나섰다. 경기 뒤 이상화는 “지난해 대표선발전(38초57) 때는 버겁게 38초5대 경기를 했다면 오늘은 가볍게 38초5를 탔다. 마지막 코너에서 속도를 살리지 못한 건 아쉽지만 작년에 비해 확실히 몸이 좋아진 걸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해에는 내가 경기를 한 영상을 차마 보지 못했을 정도로 힘들었다. 요즘은 부상으로 위축된 마음이 몸과 함께 나아지면서 스케이팅이 수월해졌다”며 달라진 마음가짐을 전했다. 11, 12월 열리는 ISU 월드컵 1∼4차 대회를 통해 올림픽 대비에 나서는 이상화는 “아직까지 몸 상태는 70% 수준이지만 3, 4차 월드컵은 (빙질이 좋은) 캐나다, 미국에서 열리는 만큼 좋은 기록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케빈 크로켓 코치님에겐 36초30도 깨보고 싶다고 이야기했다”며 자신이 갖고 있는 세계기록(36초36)마저 넘어서겠다는 의욕을 드러냈다. 남자 5000m에서는 장거리 간판스타 이승훈(29)이 대회 신기록(6분31초04)으로 우승을 차지하며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남자 500m(1차)에서는 차민규(24·35초44)가 1위를 차지했다. 500m 종목은 20일 2차 경기를 치른 뒤 그중 좋은 기록으로 최종 순위를 가린다. 이번 대회에서 선발된 대표 선수들은 월드컵 1∼4차에 출전해 평창 올림픽 출전권 획득에 도전한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1988년 10월 15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1차전. LA 다저스는 9회말 대타 커크 깁슨의 끝내기 2점 홈런으로 오클랜드에 5-4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단기전에서 기선 제압 여부가 걸린 1차전에서 이긴 다저스는 시리즈 전적 4승 1패로 우승 반지를 꼈다. 그로부터 정확히 29년 뒤. 다저스가 다시 한번 극적인 끝내기 홈런으로 가을 야구의 승리를 맛봤다. 그때와 같은 날짜(현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와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 2차전에서 ‘황금 수염’ 저스틴 터너의 끝내기 3점 홈런에 힘입어 4-1로 승리했다. 9회말 2사 1, 2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터너는 월드시리즈에서 3차례 우승을 맛본 존 래키의 시속 92마일(약 148km) 빠른 공을 받아쳐 경기를 끝냈다. 경기 뒤 터너는 “(1988년) 네 살 때 할머니 집에서 깁슨의 끝내기 홈런을 본 기억이 난다. 홈런을 친 뒤 베이스를 돌며 깁슨처럼 주먹을 쥐는 세리머니를 할까 생각도 해봤다. 월드시리즈에 올라 꼭 그 세리머니를 하겠다”며 우승 의지를 드러냈다. 다저스는 2연승을 달리면서 월드시리즈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다저스는 1988년 우승 이후 월드시리즈에 오르지 못했다. 지난해 챔피언십시리즈에서도 컵스에 2승 4패로 무릎을 꿇었다. 올 정규시즌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중 가장 높은 승률(0.642·104승 58패)을 기록한 다저스는 올해를 통산 7번째 우승의 좋은 기회로 여기고 있다. 컵스의 안방 시카고 리글리필드에서 열리는 3차전에서는 다저스의 다루빗슈 유, 컵스의 카일 헨드릭스가 선발로 등판한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NC 이호준(41·사진)은 15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 최종 5차전에서 선발 지명타자로 출전했다. 이번 시리즈 첫 선발 투입이었다. 3루수 박석민이 담으로 출전이 어려워지면서 앞선 1∼4차전에서 지명타자였던 모창민이 3루수로 나서게 돼 그 자리를 메웠다. NC 베테랑 ‘호부지’(이호준과 아버지를 합친 별명) 이호준은 1-0으로 앞선 5회초 무사 만루 기회에서 바뀐 투수 조정훈에게서 1타점 중전 적시타를 뽑아내며 불붙은 팀 타선에 기름을 부었다. 엉덩이가 뒤로 빠지며 타격 폼이 무너진 상황에서도 노련하게 낮은 공을 걷어 올리며 안타를 만들어냈다. 1루 출루에 성공한 이호준은 대주자 이종욱과 교체돼 나오면서도 기쁨의 함성을 지르며 더그아웃의 후배들에게 기를 불어넣었다. NC 타선은 5회 대량 득점(7점)으로 화답했다. 매 경기 포스트시즌 최고령 출장 기록(41세 8개월 7일)을 새로 쓰고 있는 이호준은 이날 의미 있는 기록도 추가했다. 5회 안타로 종전에 자신이 갖고 있던 준플레이오프 통산 최다 누타(43), 타점(15) 기록도 새로 썼다. 무엇보다 의미 있는 건 이날 승리로 이호준 본인의 선수 인생이 좀 더 길어졌다는 부분이다. 올 시즌을 마지막으로 은퇴를 선언한 프로 24년차 이호준은 현재 매 경기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타석에 들어서고 있다. 경기 뒤 이호준은 “경기 전 후배들에게 ‘선배 얼굴 오래 보고 싶으면 이겨주라’고 했다. 은퇴식을 먼저 하고 보너스 게임을 하고 있어서 굉장히 즐겁다”며 웃었다. 3년 연속 가을야구에서 맞붙게 된 두산에 대해 “(두산의 상징 곰에 빗대어) 곰탕을 준비하고 있다”며 맏형다운 자신감을 드러냈다. 부산=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김태형 두산 감독은 지난해 한국시리즈 2연패를 확정한 직후 눈시울을 붉혔다. OB 선수 시절엔 선배로, 두산 코치 땐 감독으로 모셨던 상대 팀 김경문 NC 감독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이었다. 김태형 감독은 “1등만 존재하는 현실이 착잡하다”며 말문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운명의 장난처럼 두 김 감독이 포스트시즌에서 1년 만의 리턴 매치를 치른다. 1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시작되는 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가 그 무대다. NC는 15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최종 5차전에서 롯데를 9-0으로 완파했다. 정규시즌 4위 NC는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한 두산을 상대한다. NC와 두산이 가을야구에서 만나는 것은 2015년 이후 3년 연속이다. 작년까지 승자는 모두 김태형 감독의 두산이었다. 2015년 정규시즌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했던 NC는 2승 1패로 앞서다 내리 두 경기를 내주며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했다. 당시 김경문 감독은 경기 후 김태형 감독과 악수를 나누며 “우리를 이겼으니 꼭 우승까지 하라”며 덕담을 건넸다. 두산은 그해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을 꺾고 우승했다. 작년에는 정규시즌 우승팀 두산이 한국시리즈에서 NC에 4전 전승을 거두며 타이틀 방어에 성공했다. 승부조작 의혹, 테임즈(현 메이저리그 밀워키)의 음주운전 등으로 분위기가 뒤숭숭했던 NC는 제대로 힘 한번 써보지 못했다. 두산 감독 시절을 포함해 10번째 포스트시즌에 오른 김경문 감독으로서는 두산부터 넘어야 첫 우승에 도전할 수 있다. NC는 SK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이어 롯데마저 이기며 좋은 흐름을 타고 있다. 특히 이날 열린 롯데와의 5차전에서 영봉승을 거둬 기분 좋게 서울로 향할 수 있게 됐다. 선발 등판한 해커가 6과 3분의 1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한 가운데 0-0 동점이던 경기 초반 득점 기회를 번번이 날린 롯데는 선발 박세웅이 5회초 3실점으로 강판된 뒤 6명의 투수를 더 투입했지만 타선의 침묵 속에 시리즈를 마감했다. 5회초 타선이 대거 7득점 하며 승부를 갈랐다. 1차전 호투에 이어 5차전 승리투수가 된 해커는 준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김경문 감독은 “플레이오프에서는 좀 더 내용이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김태형 감독은 “NC는 만만치 않은 상대이지만 두산다운 야구로 좋은 결과를 얻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후반기 대약진하며 5년 만에 가을 잔치에 올랐던 롯데는 지역 라이벌 NC의 벽을 넘지 못한 채 내년을 기약하게 됐다. 부산=이헌재 uni@donga.com·강홍구 기자}

“제발, 제발….” 그라운드를 질주하던 롯데 손아섭의 입에서 간절한 외침이 터져 나왔다. 좌중간을 향해 날아가던 타구는 그의 말처럼 담장을 살짝 넘어갔다. 경기의 흐름을 한순간에 롯데로 가져온 3점 홈런이었다. 홈런임을 확인한 순간 손아섭은 관중석과 더그아웃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온몸으로 기쁨을 표현했다. 전날 내린 비 때문에 하루를 쉰 뒤 13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롯데-NC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은 손아섭의 독무대였다. 롯데는 이날 4타수 3안타 4타점 2득점의 특급 활약을 펼친 손아섭을 앞세워 NC를 7-1로 꺾고 시리즈 전적을 2승 2패로 만들었다. 이번 시리즈에서 손아섭은 평소와 다른 모습이다. 보통 때 그는 홈런을 쳐도 묵묵히 그라운드를 돌았다. 하지만 11일 열린 3차전에서 4-12로 뒤진 8회초 2점 홈런을 친 뒤엔 화끈한 홈런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조원우 롯데 감독마저 “평소 그런 액션을 하는 선수가 아닌데…”라며 놀라움을 표할 정도였다. 자칫 가라앉을 뻔한 팀 분위기를 살리려는 의도였다. 효과는 컸다. 그날 6-13으로 대패하며 시리즈 전적에서 1승 2패가 된 롯데는 벼랑 끝까지 몰렸다. 하지만 선수들은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롯데 관계자는 “손아섭의 홈런 세리머니 후 조용하던 더그아웃이 축제장으로 변했다. 고참 선수건 어린 선수건 가리지 않고 모두 하나가 돼 파이팅을 외쳤다”고 말했다. 4차전을 앞두고 손아섭은 자신의 큰 액션에 대해 “쉽게 지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어떻게든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손아섭은 이날 다시 한 번 롯데 벤치를 축제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팽팽한 0의 행진이 이어지던 4회초 선두타자로 나선 손아섭은 NC 선발 투수 최금강의 바깥쪽 높은 직구를 밀어 쳐 좌중간 담장을 훌쩍 넘겨 버렸다. 소중한 선취점이었다. 2-1로 간발의 리드를 지키던 5회초 2사 1, 2루에서는 “제발∼”이라는 간절한 외침과 함께 좌중월 3점 홈런을 쳤다. 손아섭이 물꼬를 트자 동료들도 홈런으로 화답했다. 이대호와 전준우는 각각 6회와 7회 솔로 홈런을 터뜨리며 이번 시리즈 첫 홈런을 신고했다. 경기 최우수선수(MVP)는 당연히 손아섭의 몫이었다. 롯데 선발 투수 린드블럼은 8이닝 동안 11개의 삼진을 곁들이며 5안타 1실점으로 잘 던져 승리 투수가 됐다. 플레이오프 진출 팀을 결정하게 될 두 팀의 최종 5차전은 하루를 쉰 뒤 15일 오후 2시 부산 사직구장으로 장소를 옮겨 열린다. 롯데는 ‘영건’ 박세웅, NC는 ‘에이스’ 해커를 선발 투수로 내세울 예정이다.창원=이헌재 uni@donga.com·강홍구 기자}
5회초 워싱턴의 에이스 맥스 슈어저가 등판하자 4만3849명이 모인 관중석에서 함성이 쏟아졌다. 내셔널리그 탈삼진왕(268개) 슈어저가 구원투수로 등판한 건 디트로이트 소속이던 2013년 10월 오클랜드와의 디비전시리즈 이후 약 4년 만. 더스티 베이커 워싱턴 감독이 이틀 휴식 뒤 등판이라는 초 강수를 꺼낸 건 슈어저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다. 4-3 한점 차 리드를 경기 후반까지 이어주길 바라는 마음이었다.베이커 감독의 선택은 해피엔딩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13일 미국 워싱턴DC 내셔널스파크에서 열린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NLDS) 최종 5차전에서 워싱턴은 시카고 컵스에 8-9로 패했다. 지난해 월드시리즈 챔피언 컵스는 시리즈전적 3승2패로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에 진출하며 우승반지를 향해 걸음을 내딛었다.슈어저의 구원등판이 결과적으로 악수가 됐다. 2사 후 포수 윌슨 콘트레라스에게 안타를 내준 것이 화근이 됐다. 슈어저는 5회에만 안타 3개(2루타 1개 포함), 고의사구 1개, 몸 맞는 공 1개를 내주며 4실점(2자책점)했다. 시즌 마지막경기의 패전투수가 됐다.오심도 슈어저를 울렸다. 5회 5-4로 역전을 허용한 뒤 2사 2,3루 상황. 슈어저가 타자 하비 바에즈를 삼진으로 처리한 공이 포수 맷 위터스의 뒤로 빠지는 과정에서 타자의 방망이가 포수의 마스크를 때렸다. MLB 규정에 따르면 고의성과 무관하게 해당 상황에서 경기는 중단돼야 하지만 심판은 이를 고려하지 않고 경기를 진행했다. 공교롭게도 이어진 상황에서 위터스의 1루 송구가 빠지면서 2루 주자가 홈을 밟았다. 한번 흐름을 잃은 위터스는 후속 타자 토미 라 스텔라의 타석에서 타격방해를 기록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8-9 한 점 차로 패했기에 워싱턴으로선 오심이 더욱 뼈아팠다.컵스에서는 유격수 애디슨 러셀의 활약이 빛났다. 4차전에서 워싱턴의 결승득점으로 연결되는 치명적인 실책을 기록했던 러셀은 이날 5회 결승 2타점 2루타를 치는 등 4타수 2안타 4타점 맹타를 휘둘렀다. 경기 뒤 러셀은 “지난해 월드시리즈 우승 이후 (컵스의) 젊은 선수들은 성공을 이어왔다. 이 자리에 컵스의 일원으로 있는 것이 행복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컵스 마무리 웨이드 데이비스도 2와 3분의 1이닝 동안 2피안타 1실점으로 이번 시리즈에서만 세 번째 세이브를 기록했다. 9회 2사 워싱턴의 대표타자 브라이스 하퍼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팀 승리를 지켰다. 내셔널스파크에 컵스 승리의 상징인 ‘W 깃발(흰 바탕에 파란 글씨로 W라고 쓴 깃발)’이 나부꼈다.컵스는 이제 LA 다저스와 내셔널리그 챔피언을 가린다. 두 팀은 지난해에도 같은 챔피언십시리즈에서 맞붙었다. 당시 컵스가 4승 2패로 승리했다. 올 정규시즌엔 다저스가 4승 2패로 우위다.강홍구기자 windup@donga.com}

‘80일간의 세계일주’가 이런 기분이었을까. 7월 초 국제배구연맹(FIVB) 월드그랑프리부터 지난달 말 세계선수권 아시아예선까지. 여자배구 국가대표 센터 김수지(30·IBK기업은행)는 쉴 새 없이 비행기에 몸을 맡겨야 했다. 해당기간 동안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한 것만 다섯 번. 폴란드, 체코, 일본, 태국 등 목적지도 다양했다. 최근 경기 용인시 IBK기업은행 훈련장에서 만난 김수지는 “비행기를 얼마나 탔는지 항공사 회원등급이 다 올랐어요”라며 웃었다. 그는 주전 선수 중 유일하게 최근 4개 국제대회에 모두 참가했다. ‘혹사 논란’이 제기될 정도로 빡빡한 일정이었지만 성과도 있었다. 김수지는 “마지막 대회(세계선수권 아시아예선)를 치르면서 동료들과 대화를 정말 많이 했다. 포지션별 미팅의 효과가 경기 때 고스란히 실력으로 나오더라. 좋은 팀이 됐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신체조건이 뛰어난 유럽 팀과의 대결에서도 ‘충분히 해볼만 하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김수지 스스로도 대표팀에선 없어선 안 될 선수로 발돋움했다. 마지막 대회 태국과의 마지막 경기 뒤 대표팀 동료들은 일명 ‘수지메달(팀이 승리할 때 마다 대표팀 선수들이 수훈선수에게 걸어주는 플라스틱 메달)’을 김수지에게 선물했다. 고참급 선수로 모든 대회에 출전한 것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였다. 주장 김연경의 초,중,고교 동창인 그는 김연경이 가장 믿고 의지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국제대회로만 거의 한 시즌에 가까운 경기를 치른 김수지는 숨돌릴 여유도 없이 14일 개막하는 프로배구 V리그 시즌에 나선다. 어느새 13년 차가 된 그에게 올 시즌의 의미는 남다르다. 자유계약선수(FA)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뒤 맞이하는 첫 시즌이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뒤 흥국생명에서 IBK기업은행으로 이적한 김수지는 “첫 번째 FA 계약 때 ‘팀에서 나오느냐 마느냐’를 고민했다면 두 번째 FA 때는 ‘팀에서 내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를 중요한 기준으로 삼았다. 팀 구성의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한 부분이 IBK기업은행을 선택하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지난시즌 놓친 통합우승의 아쉬움 또한 풀겠다는 각오다. 세터 김사니(은퇴), 레프트 박정아(FA 이적)의 빈 자리로 고민하던 IBK기업은행 또한 김수지의 합류로 숨통을 틔울 수 있게 됐다. 이정철 IBK기업은행 감독은 당장 지난시즌 센터로 뛰던 주장 김희진을 올 시즌 라이트로 기용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센터의 중심은 김수지에게 맡기고 김희진의 공격력을 극대화하겠다는 계산이다. 국제대회 일정으로 지난달 말에서야 팀 훈련에 합류한 김수지는 “아직 올 시즌 어떤 목표를 이루고 싶다고 말할 때는 아닌 것 같다. 그보다는 팀에 나를 맞추는 게 먼저”라며 눈앞의 과제에 대해 이야기했다. “배구장 안에서나 밖에서나 늘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어디서나 환영받고 인정받는 그런 사람”이란 말에서 어느새 고참이 된 김수지의 고민이 느껴졌다. 김수지는 14일 V리그 여자부 개막전에서 친정팀 흥국생명을 상대로 IBK기업은행 데뷔전을 치른다. 용인=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그때도 이렇게 비가 왔었는데….” 롯데-NC의 KBO리그 준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4차전이 열릴 예정이던 12일 창원 마산구장. 하염없이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김경문 NC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김 감독이 말한 그때는 LG-NC가 준플레이오프에서 맞붙었던 2014년이다. 그해 10월 20일 마산구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2차전은 많은 비로 인해 다음 날로 순연됐다. 하지만 21일에도 비가 그치지 않아 22일이 돼서야 경기를 치를 수 있었다. 김 감독은 “포스트시즌 경기가 이틀 연속 취소된 것은 내 야구 인생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고 회상했다. 그해 NC는 결국 1승 3패로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마산구장과 비의 인연은 12일에도 이어졌다. 오전부터 내리기 시작한 빗줄기는 오후까지 계속 이어졌고,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경기 개시 시간(오후 6시 반)을 1시간가량 앞둔 오후 5시 32분에 취소를 결정했다. 포스트시즌 통산 17번째 우천 취소다. 순연된 경기는 13일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2승 1패로 앞서고 있는 NC는 비를 반기는 분위기다. 주전 포수 김태군의 체력 부담을 덜 수 있어서다. 김태군은 하루 전 2차전에서 4시간 넘는 혈투를 벌인 후 늦은 밤에 서울로 이동했다. 12일 오전 9시부터 열린 경찰 야구단 자격시험을 치르기 위해서였다. 올 시즌 후 경찰청에 입대하는 김태군은 시험을 치르자마자 다시 창원으로 돌아왔다. 김 감독은 이 때문에 김태군을 선발이 아닌 교체로 기용할 예정이었다. 2차전에서 던졌던 이민호, 임창민 등 중간계투 요원들도 회복할 시간을 벌었다. 롯데로서도 크게 나쁠 것은 없다. 하루 전 6-13으로 대패했던 롯데는 이날 휴식으로 팀 분위기를 추슬러 NC의 좋은 흐름을 끊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조원우 롯데 감독은 “어제 경기는 졌지만 팀 분위기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하루 잘 쉬면서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롯데는 이날 선발로 예고했던 박세웅 대신 에이스 린드블럼을 4차전에 내세운다. 이에 비해 NC는 예정대로 최금강으로 계속 가기로 했다. 선발진의 무게에서는 롯데의 우위가 예상된다. 향후 포스트시즌 일정은 13일 4차전 결과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만약 NC가 이겨서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지으면 전체 포스트시즌 일정은 예정대로 진행된다. 플레이오프는 16일부터, 한국시리즈는 24일부터 시작된다. 하지만 롯데가 이겨 준플레이오프 승부를 5차전까지 끌고 가면 전체 일정이 하루씩 뒤로 밀린다. 이 경우 플레이오프 1차전은 17일, 한국시리즈 1차전은 25일로 각각 늦춰진다. 창원=이헌재 uni@donga.com·강홍구 기자}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가 5년 만에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ALCS)에 올랐다. 양키스는 12일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프로그레시브필드에서 열린 클리블랜드와의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ALDS) 최종 5차전에서 5-2로 승리했다. 1, 2차전을 내주고 3, 4, 5차전을 내리 따내며 관문을 통과했다. 와일드카드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양키스는 올 시즌 AL 최고 승률(0.630·102승 60패) 팀인 클리블랜드를 꺾는 이변을 일으키며 통산 28번째 월드시리즈 우승의 꿈을 키우게 됐다. 1, 2차전을 내줘 벼랑 끝에 섰던 양키스가 최종 5차전에서 승리하게 된 데에는 ‘C’와 ‘D’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선발 C C 사바시아와 유격수 디디(Didi) 흐레호리위스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양키스의 ‘영원한 캡틴’ 데릭 지터의 후계자로 불리는 흐레호리위스는 이날 1회 결승 홈런을 포함해 연타석 홈런을 치며 팀 승리의 선봉 역할을 했다. 정규시즌 리그 평균자책점 선두(2.25)를 기록한 클리블랜드의 선발 코리 클루버를 무너뜨렸다. 1회 첫 타석에서는 시속 94.1마일(약 151.4km)의 빠른 공을, 3회 두 번째 타석에서는 86.4마일(약 139km)의 커브를 공략해 각각 우측 담장을 넘겼다. 포스트시즌 멀티 홈런은 포스트시즌에서만 158경기를 치른 지터도 경험해 보지 못한 기록이다. 마운드에서는 사바시아의 활약이 빛났다. 2차전에 이어 5차전 선발로 나선 사바시아는 이날 4와 3분의 1이닝 동안 5피안타 2실점을 기록하며 승리의 디딤돌을 놨다. 5회 1사 후 4타자 연속 안타를 내줘 마운드에서 내려왔지만 4회까지 매 이닝 2개씩의 탈삼진을 기록하며 클리블랜드 타선을 꽁꽁 묶었다. 리그 최다 연승 신기록(22연승)을 세우는 등 후반기 가장 뜨거웠던 클리블랜드는 이날 패배로 ‘월드시리즈 우승을 해본 지 제일 오래된 구단’의 불명예도 이어가게 됐다. 클리블랜드는 1948년 이래 69년 동안 월드시리즈 우승을 경험하지 못하고 있다. 팀의 마스코트인 와후 추장을 우스꽝스럽게 변형한 뒤 월드시리즈 우승과 멀어졌다는 ‘와후 추장의 저주’는 계속 풀리지 않게 됐다. 양키스는 이제 휴스턴과 AL 최강자를 가리는 승부를 펼친다. 두 팀이 가을야구에서 맞붙는 건 2015년 와일드카드 결정전 이후 2년 만이다. 당시 휴스턴이 3-0으로 승리했다. 두 팀의 맞대결은 AL 최우수선수(MVP) 후보로 꼽히는 ‘작은 거인’ 호세 알투베(휴스턴)와 ‘괴물 신인’ 에런 저지(양키스)의 대결로도 관심을 모은다. 보스턴과의 디비전시리즈 1차전에서만 홈런 3개를 친 알투베와 달리 저지는 5경기에서 삼진만 16개를 당하는 등 좀처럼 타격감을 찾지 못하고 있다.▼ NL 워싱턴, 컵스 꺾어 2승 2패 ▼ 한편 워싱턴과 시카고 컵스의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NLDS)는 최종 5차전에서 승부를 가리게 됐다. 1승 2패로 몰렸던 워싱턴은 이날 선발 스티븐 스트라스버그의 7이닝 무실점 호투에 힘입어 5-0으로 승리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나스타’로 불리는 나성범(NC)은 KBO리그에서 보기 드물게 투타 재능을 고루 갖춘 선수로 꼽힌다. 대학 시절까지 왼손 강속구 투수로 활약했던 나성범은 NC 입단 후 타자로 전향해 국가대표 외야수로 성장했다. 줄곧 외야수로 뛰고 있지만 투수로 나선 적도 있다. 2015년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나성범은 9회 2사 후 투수로 등판해 3분의1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직구 최고 구속은 시속 147km까지 나왔다. 11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롯데-NC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은 나성범의 방망이와 어깨를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기회였다. 3번 타자 우익수로 출전한 나성범의 투타 활약 속에 NC는 롯데를 13-6으로 대파했다. 시리즈 전적에서 2승 1패로 앞선 NC는 플레이오프 진출에 1승만 남겨두게 됐다. 역대 5전 3선승제의 준플레이오프에서 2승을 먼저 한 팀은 10번 중 8번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나성범의 방망이가 불을 뿜은 것은 5-4, 한 점 차로 쫓기던 5회말이었다. 무사 1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나성범은 롯데 2번째 투수 김원중의 한가운데 직구를 받아쳐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2점 홈런을 쏘아 올렸다. 기세를 탄 NC 타선은 이후 4안타와 1볼넷을 묶어 3점을 추가하며 승기를 굳힐 수 있었다. 수비수로서의 나성범은 평소답지 않았다. 곧 이은 6회 초 수비에서 선두 타자 전준우의 평범한 뜬공을 놓쳤다. 기록상 안타였지만 실책에 가까웠다. 1사 1, 2루에서의 수비도 아쉬웠다. 이대호의 안타성 타구를 잘 쫓아갔지만 마지막 순간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평소의 나성범이었다면 충분히 잡아낼 만한 타구였다. 그렇지만 1사 만루 위기에서 팀을 구해낸 것은 그의 어깨였다. 롯데 박헌도의 날카로운 뜬공을 잡아낸 나성범은 투수처럼 강하게 홈을 향해 공을 뿌렸다. 손을 떠난 공은 레이저처럼 정확하게 포수 김태군의 미트에 들어왔고, 태그 업해 홈으로 들어오던 3루 주자 전준우를 잡아냈다. 롯데의 추격 의지를 단숨에 끊어버린 병살 플레이였다. 투수전이 펼쳐졌던 1, 2차전과 달리 이날 양 팀 타선은 화끈한 공격을 주고받았다. 힘에서 앞선 건 NC였다. 1회 스크럭스의 2점 홈런을 시작으로 3회 노진혁의 2점 홈런, 5회 나성범의 2점 홈런, 6회 모창민의 솔로 홈런, 8회 노진혁의 솔로포까지 NC는 5방의 대포를 합작했다. 한 경기 5홈런은 역대 준플레이오프 한 경기 최다 홈런 기록이다. 반면 롯데는 8회에 터진 손아섭의 투런포가 유일했다. 5회 타점을 추가한 NC 이호준은 준플레이오프 통산 최다 타점 신기록(14개)을 세웠다. 롯데 선발 송승준은 3이닝 5실점으로 무너지며 준플레이오프 통산 최다 실점(30점) 및 자책점(25점) 기록을 경신했다. 양 팀은 12일 오후 6시 반 같은 장소에서 4차전을 치른다. NC는 최금강, 롯데는 박세웅이 선발 등판한다. 창원=이헌재 uni@donga.com·강홍구 기자 “노진혁 기대 이상 활약”▽김경문 NC 감독=상대가 따라올 때마다 좋은 홈런이 나온 게 승리로 이끈 원동력이다. (노진혁 기용은) 오늘 운이 참 좋다. 안타 하나만 쳐줘도 좋다고 생각했는데 기대 이상의 활약을 했다. 내년에 노진혁을 많이 보게 될 거다. 잠재력이 있는 선수다. (박)석민이도 실책은 했지만 다음 경기 잘 준비했으면 한다. “린드블럼 등 투수 전원 대기”▽조원우 롯데 감독=선발 (송)승준이 조금 길게 던져줬으면 했는데 아쉽다. 오늘은 타선이 조금 살아난 게 성과라고 생각한다. 아직 끝난 게 아니니 상황에 맞춰 총력전을 하겠다. 내일은 (선발) 린드블럼 등 투수 자원 전원이 대기할 것이다. 4차전에 승리하더라도 5차전 선발로 레일리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이런 게 바로 전화위복인가. 11일 롯데와 NC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 김경문 NC 감독은 3회 초 주전 3루수 박석민을 더그아웃으로 불러들이는 문책성 강수를 뒀다. 2회 초 2사 1, 2루 위기에서 박석민이 평범한 땅볼을 놓치면서 실점의 빌미를 줬기 때문이었다. 김 감독은 박석민을 대신해 1차전에만 출전한 노진혁(28·사진)을 내보냈다. 김 감독의 긴급처방은 결과적으로 승리를 부른 ‘신의 한 수’가 됐다. 3회말 2사 2루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노진혁은 롯데 선발 송승준의 시속 141km 빠른 공을 받아쳐 우측 담장을 넘기는 2점 홈런을 쳤다. 3-2 1점 차 리드를 3점으로 벌리는 소중한 홈런이었다. 지난달 20일 상무에서 전역한 노진혁이 1군에서 홈런을 친 건 2015년 10월 21일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3차전 이후 약 2년 만이다. 2013년 NC의 1군 진입 첫해 팀의 주전 유격수를 맡았던 노진혁은 이듬해 베테랑 손시헌이 자유계약선수(FA)로 영입되면서 입지가 줄어들었다. 이날 모처럼 짜릿한 손맛을 본 노진혁은 8회말 마지막 타석에서도 중간 담장을 넘기는 1점 홈런을 쳤다. 프로 데뷔 후 첫 멀티홈런을 가을야구에서 장식했다. 노진혁은 이날 안타 4개(홈런 2개 포함)를 모두 2사 이후에 뽑는 집중력을 발휘했다. 4타수 4안타 3타점 4득점을 기록한 그에게는 데일리 최우수선수(MVP)의 영광까지 돌아갔다. 창원=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조 지라디 뉴욕 양키스 감독은 최근 팬들의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클리블랜드와의 메이저리그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ALDS) 2차전 당시 팀의 운명을 가른 판단 때문이었다. 8-3으로 앞선 6회말 2,3루 위기 상대 타자 로니 치즌홀이 몸 맞는 공으로 출루할 당시 비디오판독을 요청하지 않은 것이 화근이 됐다. 느린 화면상으론 타자의 손이 아닌 배트 끝에 맞았지만 양키스는 판정을 뒤집지 못했다. 공교롭게도 양키스는 후속타자 프란시스코 린도어에게 만루홈런을 내주면서 추격을 허용했고 끝내 8-9로 역전패했다. 그 결과 지라디 감독은 3차전이 열린 양키스타디움에서 안방 팬들의 야유를 받았다. 양키스 마무리 아롤디스 채프먼이 지라디 감독을 비난한 인스타그램 글에 ‘좋아요’를 누른 사실까지 전해지면서 사태가 확산됐다. 벼랑 끝 3,4차전에서 승리를 따낸 지라디 감독은 설욕에 성공할 수 있을까.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시리즈(ALCS)에서 휴스턴과 맞붙을 상대를 가리는 ALDS 최종 5차전이 12일 클리블랜드 안방 프로그레시브필드에서 열린다. 지라디 감독으로선 팀을 ALCS에 올려놔야 각종 비난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승리가 절박한 건 클리블랜드의 테리 프랑코나 감독도 마찬가지다. 클리블랜드는 지난해 월드시리즈에서 시카고 컵스에 패하면서 현존 가장 오랜 기간(68년) 챔피언반지와 인연을 맺지 못한 팀이 됐다. 올 시즌 리그 최다 연승(22승) 신기록을 세운 클리블랜드는 올해만큼은 반드시 와후추장의 저주(팀 마스코트인 와후추장의 캐릭터를 우스꽝스럽게 바꾸면서 월드시리즈와 멀어졌다는 징크스)를 깨겠다는 각오다. 분위기는 기사회생한 양키스의 편이다. 시리즈에서 홈런 2개씩을 친 그렛 버드, 개리 산체스를 필두로 4차전에서 첫 안타를 신고한 에런 저지까지 상대에 비해 팀 타선이 낫다는 평가다. 클리블랜드는 시리즈를 끝내기 위해 1차전 승리투수 트레버 바우어를 3일 휴식 뒤 4차전에 투입했지만 1과3분의 2이닝 만에 물러나며 결과적으로 자충수가 됐다. 물론 안방 팬의 일방적인 응원을 등에 업은 채 최종 5차전을 치른다는 건 클리블랜드에게 큰 무기다. 올 정규시즌 클리블랜드는 안방에서 60.5%(49승 32패)의 높은 승률을 기록했다. 반면 양키스의 방문경기 승률은 49.4%(40승41패)로 절반에 못 미친다. 시리즈 2차전에서 발목 부상으로 빠진 클리블랜드의 4번 타자 에드윈 엔카나시온도 5차전에 복귀한다. 클리블랜드는 지난해 월드시리즈에서 공략하지 못한 마무리 채프먼(컵스에서 양키스로 복귀)을 뚫어야만 높은 곳에 오를 수 있다. 양 팀의 운명을 책임질 5차전 선발로는 2차전에서 맞붙었던 클리블랜드 코리 클루버, 양키스 CC 사바시아가 출격한다. 올 시즌 리그 평균자책점 선두(2.25)인 클루버는 2차전에서 무난한 승리를 이끌 것으로 예상됐지만 2와 3분의 2이닝 만에 6실점으로 물러나며 충격을 안겼다. 37세의 베테랑 사바시아가 2001~2008시즌 몸담았던 친정 클리블랜드에 탈락을 안길지도 관심거리다. 한편 11일 열릴 예정이었던 컵스와 워싱턴의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NLDS) 4차전은 비로 하루 연기됐다. 컵스(2승1패)는 1승만 더하면 LA 다저스와 맞붙는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이 평창 겨울올림픽 시즌을 맞아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8일 네덜란드 도르드레흐트에서 막을 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2차 대회를 금 3, 은 1, 동메달 4개로 마무리했다. 이달 초 헝가리 1차 대회를 포함하면 전체 16개의 금메달 중 절반이 넘는 금메달 9개를 수확하며 쇼트트랙 최강국다운 실력을 선보이고 있다. 1차 대회 전체 4개 종목을 석권하는 등 금메달 5개를 목에 건 최민정(19·성남시청)의 활약이 단연 돋보인다. 최민정은 1, 2차 대회 개인 종목에서 총 네 차례 결선에 올라 모두 금메달을 수확했다. 상대적 취약 종목으로 꼽히던 500m(1차 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것 또한 성과다. 심석희(20·한국체대)도 8일 2차 대회 여자 1000m에서 이번 시즌 개인 종목 첫 금메달을 수확했다. 준준결선부터 결선까지 내리 조 1위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새 얼굴들의 활약도 빛났다. 4차례의 수술 후 이번 시즌 대표팀에 합류한 임효준(21·한국체대)은 1차 대회에서 2관왕(남자 1000m, 1500m)을 차지하며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켰다. 2차 대회에서는 남자 대표팀 막내 황대헌(18·부흥고·사진)이 남자 1500m 금메달, 여자 막내 이유빈(17·서현고)이 1000m 동메달을 따내는 성과를 냈다. 부상 주의는 계속 숙제로 남았다. 임효준은 1차 대회 1000m 결선에서 넘어져 요추부염좌 부상을 당하면서 2차 대회에 결장했다. 황대헌은 2차 대회 5000m 계주 준결선에서 서이라와 몸이 엉켜 넘어지면서 다음 날 1000m 경기를 사실상 포기했다. 122일 앞으로 다가온 올림픽 무대에서 원하는 성과를 얻기 위해선 부상 방지 및 컨디션 관리가 중요하다. 3, 4차 대회는 다음 달 중국 상하이와 서울에서 각각 열린다. 개최국 자격으로 이미 종목별 1장의 출전권을 확보한 한국은 최대한 많은 출전권(종목별 최대 3장)을 따내겠다는 각오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열성적인 롯데 팬들은 화끈한 승리를 원했을 것이다. 하지만 롯데 타선은 이날도 여전히 침묵했다. 유일한 득점은 2회에 나왔다. 무사 만루에서 문규현의 유격수 앞 병살타 때 3루 주자 번즈가 가까스로 홈을 밟았다. 병살타였기 때문에 타점으로 기록되지 않았다. 번즈 역시 상대 수비 실책으로 출루한 터라 투수의 자책점도 아니었다. 그렇지만 이 한 점이 승부를 결정지었다. 정규시즌 3위 롯데가 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KBO리그 준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2차전에서 마운드의 힘을 앞세워 NC를 1-0으로 꺾었다. 하루 전 연장 11회 접전 끝에 대패(2-9)를 당했던 롯데는 짜릿한 한 점 차 승리를 거두며 1승 1패로 시리즈 균형을 맞췄다. 정규시즌이었다면 경기 내용에 불만을 품었을 롯데 팬들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매 경기가 결승전이나 다름없는 포스트시즌에서는 한 점 차 승리건 대승이건 크게 다를 게 없었다. 만원 관중(2만6000명)에 약간 모자란 2만5169명의 팬이 찾아온 사직구장에는 경기 후 ‘부산갈매기’ 합창이 메아리쳤다. 1루 측의 롯데 팬들은 한동안 경기장을 떠나지 않고 응원가와 선수 이름 등을 연호하며 모처럼 만의 가을 잔치 승리를 자축했다. 롯데의 포스트시즌 승리는 2012년 10월 19일 SK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 이후 약 5년 만이다. 이날 경기는 각종 ‘빈타’ 기록을 양산했다. 먼저 롯데가 기록한 무타점 승리는 준플레이오프 사상 처음이다. 포스트시즌 전체를 통틀어도 두 번째다. 이전까지는 2005년 10월 10일 두산이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한화를 상대로 무타점 승리를 거둔 게 유일했다. NC-롯데가 함께 작성한 무자책점 경기 역시 준플레이오프에서는 처음 나왔다. 포스트시즌 전체로 범위를 넓히면 4번째다. 타자들이 못 쳤다고 할 수 있지만 거꾸로 보면 양 팀 투수들이 너무 잘 던졌다. 롯데 왼손 선발 투수 레일리는 6회초 선두 타자 나성범의 부러진 방망이 파편에 왼쪽 발목 부분을 맞고 강판될 때까지 5와 3분의 1이닝 4안타, 1몸에 맞는 볼,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레일리를 구원 등판한 박진형, 조정훈, 손승락 역시 NC 타선을 상대로 한 점도 내주지 않았다. 승리 투수가 된 레일리는 경기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롯데 관계자는 “병원 검진 결과 뼈에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살이 찢어진 부위에 세 바늘을 꿰매 추후 상황을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NC 선발 투수 장현식 역시 ‘인생투’라고 할 만큼 좋은 공을 던졌다. 22세의 ‘영건’ 장현식은 7이닝 3안타 5볼넷 1실점(비자책)을 기록했다. 최고 시속 151km의 빠른 공과 각도 큰 슬라이더를 앞세워 롯데 타선을 압도했다. 7회에도 스피드건에 148km가 찍힐 만큼 공에 힘이 넘쳤다. 2회말 수비 때 3루수 박석민의 실책이 없었다면 무실점도 가능했던 경기였다. 7안타와 3개의 사사구로도 한 점을 내지 못한 타선이 아쉬웠다. 양 팀은 하루를 쉰 뒤 11일 오후 6시 반부터 NC의 안방인 창원 마산구장으로 장소를 옮겨 3차전을 치른다. 롯데는 송승준, NC는 맨쉽이 선발 등판할 예정이다. 부산=이헌재 uni@donga.com·강홍구 기자 “강민호, 필승조 리드 잘해줘”▽조원우 롯데 감독=선발 레일리가 경기를 잘 풀어줬다. 타선은 부진했지만 정규시즌 때처럼 필승조가 좋은 피칭을 해줬다. 1-0 경기가 참 힘든 경기인데 고비를 잘 넘겼다. 필승조 박진형, 조정훈, 손승락이 좋은 피칭을 한 데에는 포수 강민호의 역할이 컸다. 큰 경기를 하는 데 모두 부담감을 갖고 있는 게 사실이다. 타선이 부진하지만 감독으로서 선수들이 잘해 줄 것으로 믿는다. “패했지만 얻은 것도 많아”▽김경문 NC 감독=경기 전에 이 정도로 점수가 안 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경기는 패했지만 과정 속에 얻는 게 있다. 외국인 투수 외에 힘 있는 에이스가 필요했는데 투수 장현식이 좋은 역할을 해줬다. 투구 수가 많지 않았더라면 8회에도 마운드에 올렸을 거다. 안방에 가서 3차전 준비를 잘하겠다.}
2009년 KBO리그 준플레이오프. 롯데 조정훈(사진)은 1차전 선발로 나섰다. 시즌 내내 팀의 에이스 역할을 했던 그는 정규시즌 마지막 등판 기회마저 포기하며 준플레이오프 1차전을 준비했다. 다승 단독 선두의 기회는 물 건너갔지만 그는 1차전에서 7과 3분의 2이닝 동안 2실점으로 그보다 값진 ‘1차전 승리’를 얻었다. 4번(팔꿈치 3번, 어깨 1번)의 수술 후 7년 만에 돌아온 그라운드. 그리고 8년 만에 맞이한 가을잔치. 2009년에도 그랬듯, 조정훈은 다시 한번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더 이상 화려한 에이스도, 선발투수도 아니었지만 팀의 허리로 묵묵히 이닝을 소화했다. 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NC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 팀의 세 번째 투수로 등판한 조정훈은 1과 3분의 2이닝 동안 공 26개를 던지며 점수를 내주지 않았다. 7회 1사 2루 위기에서 등판한 조정훈은 대타로 나선 NC의 베테랑 이호준을 유격수 뜬공으로 돌려세우는 등 NC 타선을 저지하며 동료들의 부담을 줄였다. 1-0 리드를 유지한 채 9회 마무리 손승락에게 마운드를 넘겨줬다. 이날 등판은 조정훈의 올 시즌 네 번째 연투이기도 했다. 조정훈은 8일 1차전에도 8회 등판해 1이닝 동안 공 19개를 던졌다. 조원우 롯데 감독은 조정훈의 부상 재발을 막기 위해 정규시즌 그의 연투를 최대한 자제해 왔지만 이날만큼은 다시 한번 그에게 마운드를 맡겼다. 2차전까지 내주면 플레이오프 진출이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조정훈 또한 조 감독과 같은 마음이었다. 경기 뒤 조정훈은 “팀에 중요한 시기인 만큼 연투에 대한 부담보다는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만 하고 있다. 타자들이 어려워하는 시기에 투수들이 도와준 것 같아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오랜만에 가을 야구를 맛본 그는 “(8년 전엔) 그냥 철없이 공을 던졌다. 지금은 그때보다 신중하게 경기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8년 전 1차전 승리에도 끝내 이루지 못했던 플레이오프 진출에 대한 간절함을 지닌 채 창원에서 열릴 3, 4차전 승리를 기약했다.부산=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야구는 정말 갈수록 어려워.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게 야구야.” 2017 KBO리그 NC-롯데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이 열린 부산 사직구장. 김경문 NC 감독은 하루 전 미디어데이 때 자신이 했던 말을 다시 한 번 되뇌었다. 14년째 프로야구팀 지휘봉을 잡고 있는 그는 올해를 포함해 포스트시즌에 오른 것만 10번이다. 하지만 야구는 여전히 정답 없는 수수께끼 같아 보였다. 다만 그는 이렇게 자신을 다잡았다. “멋모를 때는 배짱 있게 야구를 했다. 올해는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한 번 배짱 있게 해 볼 것”이라고. 김 감독이 말한 초심과 배짱은 다름 아닌 ‘빠른 야구’였다. 이날 NC 타자들은 누상에 나가기만 하면 활발한 발놀림을 보이며 롯데 수비진의 혼을 뺐다. 조그만 틈만 보이면 사정없이 다음 누를 향해 몸을 날렸다. NC는 이날 롯데와 비슷한 안타 수(NC 10개, 롯데 9개)를 기록했지만 공격적인 주루를 앞세워 연장 11회 접전 끝에 9-2로 승리했다. 지난해까지 26차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1차전을 승리한 팀은 22번(84.6%)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선취점부터 박민우의 발에서 나왔다. 1회초 2루타를 치고 나간 톱타자 박민우는 2번 타자 김성욱의 유격수 앞 땅볼 때 3루에 안착했다. 3번 타자 나성범이 삼진으로 물러나며 소중한 득점 기회가 사라질 뻔했다. 하지만 후속 스크럭스 타석에서 3구째 원 바운드된 공이 롯데 포수 강민호 뒤로 빠진 사이 박민우는 번개처럼 홈으로 쇄도해 점수를 올렸다. 2-2 동점이던 연장 11회초를 ‘빅 이닝’으로 만든 것도 NC의 발야구였다. 선두 타자 지석훈은 2루타를 치고 나간 뒤 롯데의 5번째 투수 박시영의 4구째 원 바운드된 공이 강민호 뒤로 빠지는 순간 3루까지 내달렸다. 권희동은 흔들린 박시영을 상대로 좌익선상에 떨어지는 결승 2루타를 쳐냈다. 한번 분위기를 탄 NC의 기세는 무서웠다. 후속 노진혁의 3루수 앞 희생번트 때 권희동은 3루를 향해 몸을 날렸다. 세이프 판정을 받으며 무사 1, 3루가 됐다. 롯데의 7번째 투수 장시환은 김태군과 박민우를 연속 삼진으로 처리해 위기를 벗어나나 했다. 하지만 노진혁에게 2루 도루를 허용한 뒤 갑자기 제구가 흔들렸다. 2사 만루에서 나성범의 밀어내기 볼넷으로 한 점을 더 얻은 NC는 강민호가 패스트볼을 범한 사이 2루 주자 노진혁마저 홈을 밟았다. 계속된 2사 만루에서는 모창민이 만루홈런을 쏘아 올리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NC가 연장 11회에 얻은 7점은 역대 포스트시즌 연장전 한 이닝 최다 득점 신기록이다. NC는 또 이날 역대 준플레이오프 통산 가장 많은 4개의 도루를 기록했다. 올 시즌을 마지막으로 은퇴하는 NC 이호준은 7회 대타로 출전해 역대 포스트시즌 최고령 경기 출장 기록(41년 8개월)을 이어갔다. 결승타 포함 4타수 2안타 2타점을 기록하며 경기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권희동은 “악착같이 붙어 주자를 불러들이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우리는 밑에서 올라가는 입장이다. 즐기는 마음으로 하는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롯데는 1-2로 뒤진 8회말 대타 박헌도의 홈런으로 동점을 만드는 데 성공했지만 분위기를 이어가진 못했다. 두 팀의 2차전은 9일 오후 2시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롯데는 레일리, NC는 장현식을 선발 예고했다. 부산=이헌재 uni@donga.com ·강홍구 기자}
“마 함 해보입시다!” 8일 2017 KBO리그 준플레이오프 1차전을 앞둔 부산 사직구장 전광판에는 이 같은 문구가 쓰였다. 5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홈팀 롯데의 출사표였다. 구단의 자신감이 담긴 슬로건처럼 5년 만에 가을잔치를 연 구도(球都) 부산의 열기는 뜨거웠다. 2012년 SK와의 플레이오프 이후 모처럼 사직구장에서 열리는 가을야구를 보기 위해 야구팬들은 경기 시작 1시간 전부터 외야관중석을 가득 메우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티켓 구하기도 하늘의 별 따기였다. 부산·창원에서 번갈아 열리는 이번 준플레이오프는 1∼5차전 온라인 예매가 모두 시작 10∼20분 만에 매진될 정도로 팬들이 몰렸다. 경기장 밖에는 암표상도 등장했다. 3만 원대 티켓이 15만 원대에 거래될 정도로 가격도 치솟았다. 사상 첫 ‘낙동강 시리즈’로 치러진 포스트시즌 경기답게 3루 측 방문 응원석에도 공룡 응원막대를 든 NC팬 수천 명이 자리를 채웠다. 이날 경기장에는 2만6000명의 관중이 몰리며 준플레이오프 통산 47번째, 포스트시즌 통산 271번째 매진을 기록했다. 롯데 주장 이대호는 경기 전 “야구장을 찾아온 지인들을 위해 티켓값으로만 200만 원 가까이를 쓴 것 같다”며 하소연 아닌 하소연을 했다. 1992년 이후 25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하는 롯데는 이날 일명 ‘동백유니폼’으로 불리는 붉은 유니폼을 선택했다. 관중석을 붉게 물들이겠다는 취지로 팬들에게 붉은 막대풍선과 응원봉투도 나눠줬다. 1차전 시구자로는 1984년과 1992년 우승 당시 팀의 감독이었던 강병철 전 감독을 등장시켰다. 8회말 대타 박헌도의 동점홈런 뒤 9회초 마무리투수 손승락이 등판하자 사직구장의 열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팬들은 목청껏 선수의 이름을 따라 외치며 지난 4년간의 가을야구 갈증을 해소했다. 연장 11회까지 4시간 45분 동안 이어진 경기에서 패한 뒤에도 일부 팬들은 선수단 출입구 앞에서 계속 환호성을 지르며 2차전 승리를 염원했다. 비록 팀은 졌지만 팬들은 모처럼 안방에서 열린 가을잔치를 만끽했다. 승부가 갈린 11회초 한 관중이 경기장으로 던진 소주 페트병은 옥에 티로 남았지만 부산 팬들의 반응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부산=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쾌조의 스타트다. 한국 여자 쇼트트랙의 대표주자 최민정(19·성남시청·사진)이 평창 겨울올림픽 금메달을 향해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1일 끝난 2017∼2018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1차 대회(헝가리)에서 전체 4개 종목을 석권한 최민정은 7일 네덜란드 도르드레흐트에서 열린 2차 대회 여자 1500m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초반 기세만 놓고 보면 지난 시즌보다 낫다. 최민정은 지난 시즌 월드컵 1, 2차 대회에서 각각 개인종목 하나와 3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땄다. 2014∼2015시즌, 2015∼2016시즌 연속 세계선수권 개인 종합우승을 차지했던 최민정은 심석희(20)와 함께 평창 올림픽 대표팀의 금메달을 이끌 쌍두마차로 꼽힌다. ‘얼음공주’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경기 도중 무표정한 얼굴에 차분한 경기 운영이 최민정의 트레이드마크다. 올해 대학(연세대)에 입학해 주변의 유혹에 흔들릴 법한데도 스스로 “제일 중요한 시즌이라서 (다른 유혹이) 와 닿지 않는다”고 말한다. 안정적인 경기 운영이 심석희의 장점이라면 최민정은 순간적인 스퍼트가 뛰어나다는 평가다. 최민정이 한국 여자 대표팀의 풀지 못한 숙제인 올림픽 500m 금메달에도 도전하는 이유다. 2015년 12년 만에 여자 대표팀에 월드컵 500m 금메달을 안겼던 최민정은 지난 1차 대회에서도 500m 금메달을 목에 걸며 자신감을 얻었다. 체격조건이 좋은 외국 선수들에 비해 부족한 스타트는 앞으로 보완해야 할 과제다. 외국 선수들의 집중 견제를 피하는 법 또한 올림픽 때까지 최민정이 안고 가야 할 숙제다. 최민정은 7일 2차 대회 여자 500m 준결선에서 다른 선수들과의 자리싸움 끝에 실격 처리됐다. 익숙한 환경이지만 금메달 획득을 위해선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첫 경험 vs 10번째 가을 잔치.’ 8일 시작하는 롯데와 NC의 2017 KBO리그 준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의 최대 관전 포인트다. 같은 경남지역을 연고로 해 경남 더비, 낙동강 시리즈, 부마 더비 등으로 불리는 두 팀의 맞대결은 백전노장 김경문 NC 감독(59)과 가을야구에 첫 출사표를 던진 조원우 롯데 감독(46)의 승부이기도 하다. 2004년 두산 감독 부임 첫해부터 가을야구를 맛봤던 김 감독은 올해로 열 번째 포스트시즌을 치른다. 지난 9번의 도전에서 한국시리즈 문턱까지만 올랐던 김 감독으로서는 이번 준플레이오프가 대망의 우승을 향한 중요한 관문이다. 이에 비해 지난해부터 롯데 지휘봉을 잡은 조 감독은 이번 준플레이오프가 가을야구 데뷔전이다. 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에서 두 사령탑은 이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조 감독은 “처음 치르는 가을야구라고 해서 떨린다거나 부담을 갖고 있진 않다. 선수들을 믿고 운영하겠다”며 교과서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반면 김 감독은 “올해로 포스트시즌이 열 번째다. 처음에는 배짱 있게 했는데 갈수록 배짱이 줄어든다. 이번에는 초심으로 돌아가 배짱 있게 해 보겠다”며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사령탑 가을야구 경험만 놓고 보면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이지만 결과는 장담할 수 없다. 김 감독도 자신의 가을야구 데뷔전인 2004년 준플레이오프에서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팀 경험에서도 앞서는 쪽은 NC다. NC는 2014년부터 올해까지 4년 연속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았다. 반면 롯데는 5년 만에 가을야구에 올랐다. 경험에서는 NC가 앞서지만 기세가 높은 쪽은 롯데다. 롯데는 후반기 승률 2위(0.684·39승 1무 18패)를 기록할 정도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해 1승 15패로 절대 열세였던 NC와의 상대 전적을 올 시즌 9승 7패로 뒤집었다는 점도 기분 좋은 대목이다. 반면 시즌 중반까지 선두권을 유지했던 NC는 막판에 무너지며 4위로 정규 시즌을 마감했다. 하지만 5일 열린 SK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10-5로 완승을 거두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김 감독이 주요 경계 대상으로 꼽은 롯데 주장 이대호는 “선수단, 코칭스태프, 프런트 모두가 앞만 보고 달리고 있다는 것이 우리의 장점이다. 야구장에서 롯데가 강하다는 걸 보여 주겠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일본 프로야구와 메이저리그를 거쳐 6년 만에 KBO리그에 복귀한 이대호는 “부산, 창원에서 번갈아 열리는 준플레이오프가 부산, 경남 야구팬을 위한 큰 축제인 만큼 즐겁게 플레이하겠다”고 덧붙였다. 1차전 선발투수로는 롯데는 린드블럼, NC는 해커를 예고했다. 상대 성적만 놓고 보면 린드블럼(1경기 승패 없음·평균자책점 1.29)이 해커(2경기 1패·평균자책점 3.75)에게 다소 앞선다. 1차전은 8일 오후 2시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다. 역대 26차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1차전 승리 팀의 플레이오프 진출 확률은 84.6%(22회)였다.부산=강홍구 windup@donga.com·이헌재 기자}

그는 마운드에서 내려가며 주심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모자를 벗은 채 손을 흔들며 1루 안방 관중에게 마지막 인사를 했다. 팬들의 환호를 잊지 않겠다는 듯 오른손으로 자신의 왼쪽 가슴을 두어 차례 툭툭 두드렸다. 더그아웃에서 자신을 기다리던 동료, 코칭스태프와도 일일이 인사를 나눴다. 한화 외국인 투수 비야누에바(34·사진)는 28일 대전 안방에서 그렇게 국내 고별 경기(상대 KIA)를 펼쳤다. 올 시즌 한화와 비야누에바의 동행은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수 없다.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11시즌(2006∼2016년)을 뛰었던 비야누에바는 국내 외국인 선수 중 역대 최고 수준의 이름값으로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20경기에 등판해 5승 7패 평균자책점 4.18을 기록했다. 한화도 ‘10년 연속 가을야구 실패’라는 불명예를 끊지 못했다. 그럼에도 비야누에바의 야구를 대하는 자세나 경기장 안팎에서의 태도는 ‘빅리그’ 출신답다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는 선발 등판 당일인 28일에도 경기를 앞두고 이례적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출산을 앞둔 아내를 위해 29일 도미니카공화국으로 돌아가기 전 국내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하기 위해서다. KBO리그에서 보낸 한 시즌은 그에게도 특별한 경험이었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야구는 다 똑같다. 오지 않아서 후회할 바엔 도전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며 결정 당시를 회상한 비야누에바는 “한국에서 많은 추억과 경험을 얻고 간다. 굉장히 행복(Super Happy)했다”고 말했다. “한 시즌에 여러 차례 부상을 겪고 벤치클리어링에 크게 개입한 것도 처음이었다. 여러 의미로 특별한 한 해였다”고 덧붙였다. 메이저리그에서 선수노조 임원을 맡기도 했던 비야누에바는 야구에 대한 존중을 강조했다. 한국 진출을 고민하는 동료에게 어떤 조언을 하겠냐는 질문에 비야누에바는 “한국 진출을 결심했다면 끝까지 구단과의 계약을 존중하고 시즌이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키라고 하겠다”고 강조했다. 은퇴를 앞둔 삼성 이승엽에 대한 평가도 같은 연장선상에 있었다. 그는 “야구 자체를 존중한다는 점에서 이승엽은 충분히 전설의 대우를 받을 만하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왜 모든 야구선수가 그를 롤 모델로 삼는지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비야누에바는 6월 이승엽의 유니폼을 구매해 직접 사인을 받기도 했다. 비야누에바는 돌아가는 길, 구단에 선물도 건넸다. 구단 운영 시스템에 대한 개인의 의견을 틈틈이 적어 기록으로 전달했다. 그는 “의료, 트레이닝 등 시스템 전반에 대한 생각을 적었다. 메이저리그를 따라가기보단 KBO리그만의 장점을 살리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공개를 요청하자 “지금은 아니다. 변화란 시간이 걸린다. 언젠가 구단이 결과로 보여줄 것”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향후 거취에 대해서는 “아직 내 입으로 (은퇴를) 말한 적이 없다. 정신적으로 한 시즌을 버틸 수 있을지 가족과 상의해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야누에바는 빅리그를 꿈꾸는 국내 유망주들에게 “도전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자신이 지구 반대편에서 한 시즌을 보내며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외쳤던 ‘신념’이다.대전=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