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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군용기 2대가 지난달 31일 제주도 인근 상공을 비행하면서 한때 한국의 방공식별구역(KADIZ)을 침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1일 한국 군 당국과 일본 방위성 통합막료감부(한국의 합동참모본부에 해당)에 따르면 중국군 정보수집기 Y-9 1대와 조기경보기 Y-8 1대가 전날 제주도 남서쪽 이어도 상공에서 KADIZ 안으로 진입했다. 이에 한국 군 당국은 무선통신을 이용해 이들 중국기에 KADIZ 침입 사실을 알리는 경고 방송을 했다. 중국기들은 자신들이 중국 소속이며 적대 의도가 없다는 사실을 밝히고 곧바로 KADIZ를 빠져나갔다. 중국 군용기들은 이후 계속해서 일본 쓰시마(對馬) 섬 남동쪽과 독도 남동쪽 인근까지 비행했다가 다시 그 경로를 통해 중국 쪽으로 돌아갔다. 중국 군용기들은 KADIZ를 빠져나간 뒤 독도 동쪽 일본 방공식별구역(JADIZ)으로 침입해 비행했다. 이 과정에서 일본이 자위대 전투기를 긴급 발진시켜 중국 군용기에 대응하기도 했다. 한국군 당국자는 “중국군은 KADIZ를 실수로 스쳐 지나가는 수준으로 경유했지만 JADIZ로는 의도적으로 들어가 한참 머문 것으로 추정된다”며 “JADIZ에서의 무력시위가 원래 목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중국 군용기가 자국 영공까지 침입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NHK는 두 군용기가 동해상에서 기수를 돌려 오후에 동중국해로 돌아갔다고 보도했다. 교도통신은 중국 군용기가 이런 경로로 비행한 사실이 확인된 것은 처음이라며 정보 수집을 위한 움직임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요미우리신문도 “방위성은 중국에 의한 정보 수집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동해상에는 북한의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비해 해상자위대 이지스함이 출동해 있다. 일본 방위성은 중국 군용기들의 비행 목적을 분석하고 있으며 추후 재발을 막기 위해 경계감시 활동을 강화할 방침이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손효주 기자}
군 당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한반도 배치를 두고 연일 “국방과 안보에 도움이 된다”며 효용성을 부각하고 있다. 군 당국은 1일 이례적으로 한국형미사일방어(KAMD) 체계와 미국 미사일방어(MD) 체계의 혼용 가능성까지 시사해 ‘한미 사드 배치 공식 협의 임박설’에 불을 지폈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이 쏜 탄도미사일을 60km 고도에서 요격하기 위해 개발 중인 장거리지대공미사일 L-SAM을 언급하며 “북한 핵·위협에 맞서 (사드와 L-SAM을) 중첩 운영할 수 있다면 안보에 도움이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군 당국이 2020년 중반을 목표로 구축 중인 KAMD 체계의 핵심인 L-SAM과 미국 MD 체계의 핵심인 사드의 혼용 가능성을 처음으로 내비친 것. 군 소식통은 “고도를 달리하는 요격 체계가 겹겹이 쌓일수록 요격 효과가 높아진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군 당국이 이를 공식 인정한 건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탄도미사일은 상승, 중간 단계를 거쳐 종말(하강) 단계에 도달하는데 사드는 종말 단계 중 고고도인 최고 150km 구간에서 요격을 시도한다. 사드 요격에 실패하면 L-SAM이 최고 60km 고도에서 한 번 더 요격하고, 또 실패하면 최고 요격 고도 40km의 PAC-3가 마지막 요격에 나선다. 다층 방어망 구축으로 요격의 사각지대를 없애는 것이다. 다만 L-SAM을 개발하면 사드급 요격 미사일이 개발되는 것이어서 사드가 필요 없다고 했던 군 당국이 태도를 바꾼 것은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군은 사드 문제가 미국 MD 편입 논란의 핵심으로 불거지는 것을 막기 위해 “미국 MD에 분명히 가입 안 한다. (한국형) L-SAM을 개발할 계획”이라며 L-SAM이 사드의 보완재가 아닌 대체재임을 분명히 해 왔다. 한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박근혜 대통령의 생일을 하루 앞둔 1일 박 대통령에게 생일 축하 서한을 보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대북 제재 수위와 사드 배치 등을 놓고 한중 관계 경색 우려가 제기되는 것을 불식시키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시 주석은 서한에서 박 대통령과의 인연을 언급하며 한중 관계의 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손효주 hjson@donga.com·장택동 기자}
국군사이버사령부 소속 남녀 간부가 불륜 행각을 벌이다 적발돼 징계를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1일 군 소식통에 따르면 사이버사령부 소속의 유부남인 육군 A 상사(37)와 미혼인 해군 B 대위(29·여)는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며 내연 관계로 발전했다. 지난해 4월부터는 함께 휴가와 출장을 가는 등 8개월간 본격적인 불륜 행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A 상사는 B 대위가 거주하던 서울 대방동 해군 독신자 숙소에 무단으로 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폐쇄회로(CC)TV 확인 결과 A 상사는 최근 3개월간 내규상 입주 대상자가 아니면 출입을 할 수 없는 독신자 숙소에 수십 차례 이상 B 대위와 함께 드나든 것으로 밝혀졌다. A상사는 자신의 승용차를 입주자 B대위 명의로 등록하는 수법을 이용해 독신자 숙소에 자유롭게 드나든 것으로 드러났다. 사이버사는 두 사람에 대해 지난달 중순 품위 유지 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각각 정직 2개월, 1개월 처분했다. 해군은 지난달 8일 B대위를 규정 위반으로 숙소에서 퇴거 조치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군 당국의 첨단 무기 전력화와 북한의 도발에 대비한 훈련이 앞당겨지고 있다. 군 당국이 올해 5월부터 내년 2월까지 대형 공격헬기 아파치가디언(AH-64E·이하 아파치) 36대의 실전 배치를 끝내기로 했다. 당초 계획한 2018년보다 1년 반 이상 앞당겨 전력화를 완료하기로 한 것이다. 군 당국자는 “아파치는 5월부터 매달 4대씩 내년 2월까지 순차적으로 36대가 도입된다”고 말했다. 서북도서와 전방 지역에서 북한의 도발 위협이 고조됨에 따라 전력화 일정을 앞당긴 것이라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군은 2013년 북한의 기갑 전력과 특수부대 침투 저지를 위해 아파치를 도입하기로 했다. 도입한 지 25년이 지난 육군의 코브라 공격헬기는 사격통제장치와 대전차미사일이 구식이고 야간 임무 수행도 힘들다. 하지만 아파치는 첨단 레이더와 항법 장비, 전방 적외선 감시 장비를 장착해 야간과 악천후에도 임무 수행이 가능하다. 특히 주날개에 달린 롱보 사격통제레이더는 전방 50km² 구역 내 표적 256개를 동시 추적한 뒤 적인지 아군인지, 전차 포 군용차량 등 표적 종류까지 파악해 조종사에게 우선 타격대상을 알려 준다. 군은 올해 한국과 미국 해병대의 연합상륙훈련(쌍용훈련)을 사상 최대 규모로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25일 군 소식통에 따르면 쌍용훈련에 참가하는 미 측 병력은 일본 오키나와(沖繩)에 주둔 중인 해병대 제3원정여단(MEB) 등 1만여 명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해병대에선 3000여 명이 참가한다. 한미 해병대가 보유한 해상과 공중 상륙 지원 전력도 총출동한다. 쌍용훈련은 북한의 전면 남침 등 유사시 한미 해병대가 동서 해안에 교두보를 확보해 최단 시간에 평양을 점령하는 시나리오로 진행된다. 군 관계자는 “2012년부터 시작된 쌍용훈련은 지난해에는 3월 말에 실시했지만 올해는 3월 초로 앞당겨 10여 일간 진행된다”며 “북한 핵 위협을 고려해 역대 최대 규모로 훈련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대국민 담화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검토 가능성을 언급한 데 이어 한민구 국방부 장관도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 장관은 25일 “사드는 분명히 국방과 안보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 문제”라며 “군사적인 수준에서 말하자면 저희들이 그런(미사일 요격) 능력이 제한되기 때문에 군사적으로는 충분히 (사드의 한반도 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장관은 이날 MBC ‘이브닝뉴스’에 출연해 이같이 밝혔다. 사회자가 “(사드 배치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냐”고 묻자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말로 긍정적인 태도를 재확인했다. 그동안 “미측의 사드 배치 요청이 없었기 때문에 협의도 없었고 결정된 것도 없다”는 이른바 ‘3NO(불가)’ 입장을 고수하며 전략적 모호성으로 일관하던 태도가 바뀐 것이다. 실제로 한국 군 당국이 북한의 핵·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해 구축 중인 한국형미사일방어(KAMD) 체계의 최고 요격고도는 장거리지대공미사일 L-SAM의 50km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2020년 중반에야 실전 배치될 예정이다. 최종 낙하 단계에서 짧은 시간에만 요격 가능성을 의지한 채 초기 단계의 상층 방어망은 사실상 비워둬야 하는 상황이다. 40~150km 고도에서 요격 가능한 사드와 최고 500km 상공에서 요격할 수 있는 이지스함 탑재 SM-3를 보유한 미군 도움 없이는 사실상 요격이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한국군 수장이 이를 직접 인정한 것을 두고 논란도 제기된다.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를 끌어내기 위해 한국군의 약점을 그대로 드러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장관은 평가가 크게 엇갈리는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개발 수준에 관해서는 “수중사출시험을 완성해가는 단계”라고 평가했다. 지상사출시험, 수중사출시험, 비행시험, 전력화 등 4단계를 거치는 SLBM 개발 과정 중 2단계에 도달했다는 분석이다. 한 장관은 이어 “다른 나라들의 경우 수중사출시험을 하고 3~4년이 지난 후에 SLBM을 전력화했는데 북한의 경우 가용 역량을 총동원한다면 그보다 더 빠르게 전력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군은 북한의 SLBM에 대비해 킬체인과 KAMD(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를 보강해 대비에 이상이 없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북한이 일부 최전방 일반전초(GOP) 부대 체감온도가 영하 40도 아래로 떨어지는 등 한파가 절정에 달한 24일에도 어김없이 대남전단 살포 작전을 강행했다. 북한군은 12일 밤을 시작으로 13일째 하루도 쉬지 않고 대남전단을 살포 중이다. 살포된 전단만 200만 장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4일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23일 밤~24일 새벽 임진강 북측에서 대남전단이 든 대형풍선을 남측으로 날려 보냈다. 대남전단은 경기 파주 등 서부전선은 물론이고 철원 등 중부전선, 고성 등 동부전선에 이르기까지 사실상 전 전선에 걸쳐 살포되고 있다. 경기 고양, 포천, 양주, 동두천에서 주로 발견되던 전단은 서울 양천구와 마포구, 경기 용인 등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군 관계자는 “대남전단이 연평도 등 서북도서나 서부전선 일대가 아닌 서울 중심인 마포와 동부전선에서까지 발견되는 건 매우 이례적”이라며 “13일째 하루도 쉬지 않고 살포하는 것 역시 유례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수거된 전단도 15만~20만 장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2년~2014년에도 북한은 대남전단을 살포한 바 있지만 당시 발견된 전단은 2012년 1만8000여 장, 2013년 1만 여 장, 2014년 1000여 장 등 3년간 3만 여장에 불과했다. 북한이 올해 대남전단 집중포화를 퍼붓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과 군 관계자들은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최종 결의안이 나올 때까지 대남전단 살포 작전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저강도 도발을 지속하며 분위기를 살피다가 최종 결의안에 담길 제재 수위에 따라 도발 강도를 높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북한은 결의안 도출이 코앞인 상황에서 몸을 최대한 사려야 하면서도 내부 결속을 위해 우리 측 대북 확성기 방송에 맞서 뭐라도 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앞두고 포격 도발 등 무력 도발을 해서 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시켜봐야 좋을 게 없다는 판단도 북한이 대남전단 카드를 만지게 한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8월 포격도발 때처럼 고강도 도발을 했다가는 대북 고강도 제재에 미온적인 중국마저 돌아서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현 상황에서 고강도 도발로 자충수를 둘 이유가 없다”며 “남북 심리전이 격화되는 모습을 보여줘 남한 내에서 ‘심리전을 그만하자’는 여론을 끌어내는 게 현재 북한의 목표일 것”이라고 말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지금 막지 못하면 더 이상 기회가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19일 북한의 5, 6차 핵실험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북한의 핵 개발을 막을 수 있는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절박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대북 제재에 중국의 적극적 동참을 유도하기 위한 발언이기도 하다. 북한은 4차 핵실험의 성과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추가 핵 개발 의사를 강조하고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4차 핵실험을 통해) 크지 않은 나라이며 가장 엄혹한 시련을 겪고 있는 나라가 인류 최강의 힘을 쥐고 나섰다”며 “조선(북한)의 지위가 단번에 바뀌었다”고 보도했다. 이 글을 쓴 노동신문 동태관 논설위원은 김정은의 아버지인 김정일 시대에 강성대국론을 체계화하는 정론을 발표했던 인물로 이날 북한의 핵개발 의지를 강력하게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실제로 북한의 핵 개발 시계가 빨라지고 있으며, 실전 배치도 머지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한민구 국방부 장관 등 군 수뇌부와 북핵, 통일, 외교 전문가들이 참여한 ‘북한 핵능력 수준 평가 및 우리의 대응 방안’ 워크숍에서 북핵 전문가들은 “4차 핵실험이 실패든 아니든 북한 핵 기술은 핵탄두를 소형화해 미사일에 실을 수 있을 정도로 진보했다”고 공통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핵실험이 수소폭탄 이전 단계인 증폭핵분열탄 실험으로 보이는 만큼 수소폭탄 개발은 시간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박지영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2, 3년 내로 증폭핵분열탄을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을 정도로 소형화, 경량화하는 데까지 성공할 것”이라며 “최악의 상황이 왔다고 보고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박 대통령은 북한의 핵 개발이 소형화, 경량화되고 있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이 5차 핵실험으로 소형화, 경량화에 성공한다면 곧바로 장거리탄도미사일에 탑재해 미국을 직접 위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자국이 위협받는 상황이라면 미국도 한반도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어려울 것으로 북한이 기대한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최종 목표가 사전 탐지가 불가능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에 핵무기를 탑재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SLBM은 4, 5년 이내 개발이 완료될 것으로 분석됐다. 장거리탄도미사일 개발이 늦어지더라도 SLBM을 통한 실질적 위협이 머지않았다는 얘기다. 전직 외교 당국자는 “지금이 한국으로서는 북한의 핵 개발을 멈출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강도 높은 대북 제재를 요구했다. 워크숍에서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경제 제재 등 압박의 고삐를 죈 결과 이란이 핵협상을 이행하고 국제사회로 복귀했다”며 “북한에 대해서도 강한 제재를 지속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중국이 미온적으로 대처할 경우 북핵 해결의 길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의 발언은 중국을 향한 메시지로 보면 된다”고 했다. 손을 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르기 전에 중국이 나서야 한다는 취지다. 중국은 아직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외교 소식통은 “중국 정부가 북한 여행을 중단시킨 것 외에는 통관, 금융 등 추가적인 제재 조치를 한 게 없다”며 “내부적으로 제재 수위를 조율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국이 ‘중국 탓’을 하며 한미일 공조에만 의존하기보다 중국까지 끌어들여 해법을 찾는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윤덕민 국립외교원장은 “북한의 체제 유지를 원하는 중국이나, 중동 문제만으로도 벅찬 미국에 의존하기만 하면 안 된다”며 “국제사회 공조를 주도적으로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장택동 will71@donga.com·손효주·우경임 기자}
해외여행이나 유학을 떠난 뒤 병무청이 허가한 기간 내에 귀국하지 않는 방식으로 병역의무를 기피한 사람에 대한 형사 처벌이 강화된다. 같은 병역 기피자라도 국내 도피는 엄하게, 해외 도피는 상대적으로 약하게 처벌하는 현행법의 형평성 논란을 해결하기 위한 조치다. 병무청은 지난해 12월 28일 국회에서 통과된 개정 병역법을 19일 관보를 통해 공포했다. 현재 25세 이상 남성 중 병역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람은 병무청의 사전 허가를 받은 뒤 출국해야 하며 허가된 기간 내에 귀국해야 한다. 현행 병역법 제94조는 “허가를 받지 않고 출국하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허가 기간 내에 귀국하지 아니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도피와 관련된 병역법 제86조는 “병역의무 기피 또는 감면을 목적으로 도망간 경우 1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해외 도피에 관대하다는 논란도 이 때문에 제기됐다. 병무청은 이에 따라 해외 도피자 역시 국내 도피자와 마찬가지로 1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박근혜 대통령이 19일 북한의 추가 핵실험 가능성을 언급하며 강도 높은 대북 제재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제사회의 강력한 경고가 없으면 북한이 5차 핵실험을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면서 중국 등을 향해 대북 제재 전선에 적극 동참하라고 호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미국 등 우방국들과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강력하고 포괄적인 유엔 안보리 제재 조치가 마련될 수 있도록 외교적 노력을 다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어 “이번에도 강력하고 실효적인 조치들이 도출되지 못한다면 북한이 5차, 6차 핵실험을 해도 국제사회가 자신을 어쩌지 못할 것이라는 잘못된 신호를 주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날 군 수뇌부와 북핵 전문가들이 함께 진행한 워크숍에서는 “북한의 핵 능력이 예상보다 크게 진보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원자폭탄보다 파괴력이 최대 수십 배 큰 증폭핵분열탄도 2, 3년이면 미사일에 탑재해 실전배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박 대통령은 전날 ‘민생 구하기 입법 촉구 1000만 서명 운동’에 참여한 것과 관련해서는 “오죽하면 이 엄동설한에 경제인들과 국민들이 거리로 나섰겠느냐”며 “계속 국민이 국회로부터 외면을 당한다면 국민이 나설 수밖에 없을 텐데 안타깝다”고 밝혔다. 노동개혁법을 처리하지 않는 국회를 거듭 압박한 것으로 보인다. 장택동 will71@donga.com·손효주 기자}
올해 개교 70주년을 맞는 육군사관학교(육사)가 생도들의 거수경례 구호를 ‘충성’에서 ‘통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18일 육군에 따르면 육사는 개교 70주년 기념행사 주제를 최근 ‘70년 호국전통, 통일한국 주역으로’로 정하면서 거수경례 구호도 육사 전통 구호인 ‘통일’로 재변경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1946년 5월 1일 ‘남조선 국방경비사관학교’로 개교한 육사는 ‘통일’을 구호로 써오다 2003년 참여정부 당시 ‘충성’으로 바꿨다. 군 관계자는 “당시 생도들이 외치는 ‘통일’이라는 구호가 북한이 두드러기 반응을 일으키는 ‘흡수통일’을 연상케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남북 화해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는 상황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에 따라 ‘충성’으로 바꾼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최병로 육사 교장(중장)도 7일 육사 교내 신문인 육사신보와의 인터뷰에서 “통일은 국가적 염원이자 과제이며 육군·육사가 통일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것은 시대적 사명이라고 생각한다”며 통일을 강조했다. 육군 관계자는 “변경이 확정되면 개교기념일인 5월 1일을 기점으로 구호가 바뀔 것”이라며 “육사 내부에서 긍정적으로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북한의 4차 핵실험 도발은 한반도 정세를 단번에 미국과 중국이 대결하는 ‘냉전 시대’로 되돌렸다. 중국 훙레이(洪磊) 외교부 대변인은 한국과 미국의 대응 조치에 대해 “모든 당사자들이 자제력을 발휘하라”고 촉구했다. 미중 사이에서 외교적 공간을 확보하면서 ‘통일외교’에 시동을 걸려던 한국의 의도와 달리 ‘한미일 대 북중’ 대립 구도는 점점 선명해지고 있다. 전직 외교 당국자는 18일 “한반도에서 미중이 직접 충돌하지는 않겠지만 영향력을 확대하려고 할 것”이라며 “각각 자국의 이익에 따라 한국에 행동하라고 요구하는 압력이 가중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반도가 미중 패권 각축장? 북한 핵실험 이전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re-balancing) 정책과 중국의 신형대국관계(新型大國關係) 정책이 충돌하는 전장은 주로 남중국해였다. 주변국과 영유권 다툼을 벌여 온 중국이 남중국해에 대한 실효적 지배를 강화하려 하자 미국은 ‘항해의 자유’로 맞섰다. 지난해 11월 5일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은 핵 항공모함 시어도어루스벨트 함을 타고 직접 남중국해를 순시하는 등 미중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됐다. 하지만 북한 핵실험은 미국과 중국의 동아시아 패권 경쟁에 촉매가 된 것은 물론이고, 그 전장을 한반도로 옮겨올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한미일 3국 외교차관들은 16일 일본 도쿄(東京)에서 열린 3자 협의회에서 북한 핵실험에 대해 ‘철저하고 포괄적인 대응’에 합의했다. 이와 별개로 ‘남중국해에서의 자유로운 항해권’이 거론됐다. 북핵은 물론이고 남중국해 문제 공동대응이 한미일 3각 공조에 다뤄질 수 있음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장면이다. 한미동맹과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는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통일 외교의 두 개의 축이었으나 상황이 변한 것. 질적으로 달라진 북핵 실험에 따른 ‘안보 위기’를 마주하면서 한국의 무게중심이 다시 급격하게 미국으로 쏠리고 있다. 그동안 한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중국이 이끄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참여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등에서 “국익에 따라 결정하겠다”며 미중 사이에서 줄타기 전략을 취해왔다. 하지만 북핵 실험 이후 미중 간 ‘힘 싸움’이 본격화되면 한국은 미국이냐, 중국이냐의 선택을 강요받을 수밖에 없다.○ 미중 패권 싸움 속 한국 선택은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북한은 핵실험을 통해 전략적 가치를 극대화하고 있다. 북-중 관계가 악화될 때마다 북한은 핵을 무기로 미국과의 직접 협상에 매달렸다. 1992년 한중수교로 북-중 관계가 악화되자 북한이 제1차 북핵 위기를 조장해 미국과 협상에 나선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북한은 1994년 제네바 합의를 이끌어냈고 이듬해 중국은 대북 원조를 재개했다. 이번 핵실험을 전후로 북한은 미국과 평화협정 체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미국이 외면하고 있어 북한이 이에 대한 반발로 추가 도발을 할 가능성이 크다. 한미일의 대북 강경책과 함께 대중 압박이 강화되면 역설적으로 중국은 북한을 버릴 수 없게 된다. 한국 외교의 방향은 과거로 회귀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방향 모색이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흥규 아주대 교수(중국정책연구소장)는 “북핵 해결은 미중 간 갈등이 아닌 협력을 전제로 한 사안이라고 설득해야 한다”며 “조급증을 보이며 중국을 압박하기보다 미중을 중재하는 외교 전략이 필요하다. 한국의 미래가 바뀔 수 있는 시기”라고 말했다.우경임 woohaha@donga.com·손효주 기자}
세월호 침몰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에게 병무청이 ‘징병 검사 안내서’를 보내 논란이 일고 있다. 병무청은 6일 “징병 검사 장소와 날짜를 선택할 수 있고 검사 연기 사유가 있을 땐 문의해 달라”는 내용을 담은 ‘징병 검사 본인 선택 안내서’를 보냈다. 올해 징병 신체검사 대상자인 1997년생에게 보낸 것이지만 병무청은 세월호 희생자 92명이 포함된 사실을 모르고 일괄 발송했다. 유가족들은 안내서를 받고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고 권오천 군의 형 오현 씨(29)는 “저한테 온 예비군 통지서인 줄 알았다”며 “죽은 동생 이름이 적혀 있는 걸 보고 부모님이 가슴 아파하셨다”고 전했다. 병무청은 92명 모두 사망신고가 되지 않아서 안내서가 발송됐다고 해명하고 있다. 병무청은 병역법 시행령 143조에 따라 행정자치부 장관이 관리하는 주민등록 전산망을 기초로 안내서를 발송하는데 이들이 행정 기록상 ‘살아있는 사람’으로 되어 있었다는 것. 실제로 단원고 희생자 유가족 상당수는 아들의 죽음을 믿지 못해 사망신고를 하지 않고 있다.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87조는 “재난으로 인해 사망한 경우 이를 조사한 관공서는 사망지의 시·읍·면장에게 통보해야 한다”고 정해 관공서나 지자체가 사망 처리할 수 있게 하고 있지만 이런 절차 역시 지켜지지 않았다. 병무청은 ‘안내서 발송 사고’를 막고자 2014년 7월 단원고에, 지난해 10월에는 국무조정실에 각각 희생자 명단 제출을 요청했으나 “개인정보보호법상 유가족 동의 없이는 어렵다”며 거부당했다. 병무청 관계자는 “명단을 확보하려고 노력해봤지만 방법이 없어 절차에 따라 안내서를 보낸 것”이라고 밝혔다. 국무조정실은 14일에야 유가족의 동의를 얻어 병무청에 희생자 명단을 보냈다. 병무청 관계자는 “사망신고 여부와 관계없이 병무청 전산상 징집 대상에서 제외하는 조치를 했다”고 말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헌혈하고 나면 지치죠. 혈소판 헌혈을 할 땐 고통도 심하고요. 그렇지만 저보다 몇백 배 더 큰 고통을 겪고 있을 사람들을 생각하면 안 할 수가 없습니다.” 육군본부 군수참모부 탄약관리과에 근무 중인 소재섭 사무관(48·사진)은 30년간 201차례나 헌혈을 했다. 최근엔 2주에 1번꼴로 헌혈을 하고 있다. 그가 헌혈한 양은 8만400mL. 위급한 환자 200명을 구할 수 있는 양이다. 2013년 ‘세계 헌혈자의 날’(6월 14일)엔 대한적십자사 총재가 주는 표창을 받았고, 헌혈 200회를 기록한 뒤엔 대한적십자사가 주는 ‘헌혈명예대장’ 포장증도 받았다. 고교 시절부터 헌혈을 시작한 그는 1987년 육군 부사관으로 임관하고 1992년 전역한 뒤 군무원 생활을 이어가면서도 멈추지 않았다. 그는 “2005년 지인의 초등학생 딸이 백혈병에 걸렸을 때 헌혈증 40개를 기부한 적이 있다”며 “그 아이가 건강을 회복했다는 소식을 듣고 난 뒤 헌혈을 계속해 사람을 살려야겠다는 생각이 더 굳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백혈병 등을 앓는 이들에게 헌혈증 160개를 내줬지만 한 번도 그들의 얼굴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는 “아픈 사람들에게 ‘내가 기부자’라며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 일부러 만나지 않는 것”이라며 “헌혈을 할 수 있는 70세까지 ‘헌혈 봉사’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적은 헌혈자의 건강을 고려해 참여자 나이를 16세 이상 70세 미만으로 정해두고 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북한이 우리 군의 대북 확성기 방송에 대응해 12일 밤부터 임진강 북쪽지역에서 날리기 시작한 대남전단이 100만 장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18일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군은 12일 밤부터 하루도 거르지 않고 대북전단이 든 대형 풍선을 남측으로 날려보내고 있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살포된 전단은 100만 장 가량으로 회수된 것도 상당히 많다”고 밝혔다. 북한군이 살포한 전단은 경기도 파주시, 고양시, 의정부시, 동두천시 등은 물론이고 서울 일부 지역 및 강원도 철원군, 고성군에서까지 발견되고 있다. 북한군은 하루 수 개에서 많게는 수십 개에 달하는 풍선을 띄우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북한군이 매일 비슷한 장소에서 대남전단이 든 풍선을 띄우고 있다”며 “풍선을 터뜨릴 때 사용되는 기폭장치와 타이머 등도 계속 발견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세계 최상 폭격기’로 불리는 미군 B-52 전략 폭격기 등 전략 무기들이 한반도에 전개되고 있는 만큼 북한군이 추가 도발을 시도하긴 어려운 상황. 이 때문에 군 당국은 북한이 도발 수위가 상대적으로 낮은 대남 전단 살포 공세에 당분간 집중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할 때까지 전단 살포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맞불 작전으로 대남 확성기 방송을 하고 있지만 가청 거리가 1~3km 수준으로 짧아 심리전 효과가 없다”라며 “대남 전단은 수도권까지 도달 가능한 만큼 당분간 대남전단 살포로 대남 시위를 벌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한 제재 수위를 두고 한중 양국이 원칙적으로는 공감하면서도 실질적인 내용에선 시각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관유페이(關友飛) 중국 국방부 외사판공실 주임은 15일 서울 국방부에서 열린 ‘한중 국방정책실무회의’에서 “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에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부 당국자는 “중국 측 표현은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제재 결의에 참여한다는 것일 뿐 고강도 제재에까지 찬성한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국방부는 13일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당시 발언으로 급부상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한반도 배치 문제를 두고 중국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에 대해선 철저히 함구했다. 다만 국방부 당국자는 “회의는 예정보다 40분을 넘겨 약 2시간 10분간 북핵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뤘다”고 전했다. 이에 ‘사드 배치 문제로 공방이 오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정부 소식통은 “중국 측 태도는 예전보다 부드러웠지만 사드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국 측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감안해 국익에 따라 검토할 것”이라는 원칙적인 태도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핵실험 이후 한중 국방부 장관 간 직통전화(핫라인)가 가동되지 않은 데 대해 중국 측은 “(중국) 국방부가 북핵 문제로 타국과 통화한 적은 없다”며 앞으로도 북핵 문제로 핫라인을 가동할 의사가 없음을 시사했다. 앞서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를 만난 황준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15일 “한중 양국은 유엔 안보리의 새로운 결의를 통해 국제사회가 명확한 대응을 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은 강력한 대북 제재에는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손효주 hjson@donga.com·조숭호 기자}
“세찬 바람이 불어야 억센 풀을 알 수 있다(疾風勁草).”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대국민 담화에서 “어렵고 힘들 때 손잡아 주는 것이 최상의 파트너”라며 ‘중국 역할론’을 강조한 것을 거론하며 14일 이렇게 말했다. 한(漢)나라의 유수(劉秀)에게 끝까지 의리를 지킨 왕패(王覇) 이야기에서 유래한 고사성어를 인용해 ‘위기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고 화답한 것이다. 전날 우 대표를 만났던 황준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15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기자들에게 이 말을 전하며 “한중이 긴밀히 협의하며 현재 상황에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강력한 대북제재를 바라는 한국과 달리 중국은 제재 항목들을 두고 선문답 수준을 넘지 못해 향후 세부 논의에 암초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 야심한 시간에 전개된 한중 안보리 협의 14일 오후 9시(현지 시간) 중국 베이징 포시즌스호텔에서 검은색 세단이 빠져나갔다. 황 본부장이 타고 있었다. 황 본부장은 이미 오후 4시 30분부터 중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 대표와 2시간에 걸친 회담에 이어 만찬까지 마치고 숙소로 돌아온 상태였다. 하지만 유엔을 담당하는 리바오둥(李保東) 외교부 부부장을 따로 만나기 위해 다시 나섰다. 리 부부장은 안보리 대북 제재 논의에서 중국의 기조를 결정하는 실무 책임자다. 황 본부장은 1시간 20여 분 뒤 숙소로 되돌아왔다. 이동 시간을 제외하면 1시간 남짓 협의한 것이다. 본부장이 북핵, 안보리 담당자를 한자리에서 만났다면 논의의 효율을 높였겠지만 중국은 그런 모습을 원치 않았다. 외교 소식통은 “6자회담 대표와 안보리 담당 외교부 부부장을 따로 만난 것은 북한·북핵 문제와 제재를 분리하겠다는 중국 의사가 반영된 것”이라고 전했다. 제재를 통한 북한 징벌에 초점을 맞춘 한미일과 달리 중국은 제재가 북한의 대화 복귀 수단으로 활용돼야 한다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 한국 정부는 중국과의 협의 결과에 대해 “리 부부장이 ‘안보리 결의안을 시급성을 갖고 검토 중이며 결의 성안 과정에서 한국과 긴밀히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양측이 북핵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만 발표해 온도 차를 보였다. ○ ‘사드’ 압박 속 중국 체면 세워주기 박 대통령의 강력한 ‘중국 역할론’ 주문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는 대외적으로 중국을 압박하는 모양새가 되지 않도록 신경을 쓰고 있다. 14일 황준국-우다웨이의 회동 장소와 시간을 비밀에 부치고 두 사람의 악수 사진은 외교부가 따로 촬영해 제공할 만큼 언론의 접근을 막았다. 전날 한미일 3국 6자회담 대표가 서울에서 언론 브리핑을 하면서 “전방위 압박 외교를 펼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힌 것과 대조된다. 15일 서울에서 진행된 한중 국방정책실무회의에 대해서도 국방부 당국자는 “회담 내용은 중국의 강력한 요청으로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중국이 강력하게 반발해 온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문제가 한중 간에 논의됐는지에 대해서도 “말할 수 없다”고 했다. 한편 미국은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불을 붙이는 모양새다. 존 울프스털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군축·핵비확산 담당 선임국장은 14일(현지 시간) 사드 배치와 관련해 “한미일 사이에 그런 욕구가 있다면 (사드는) 핵 억지 및 미군 보호 측면에서 역할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조숭호 shcho@donga.com·손효주 기자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북한이 14일에도 대남 전단을 대량 살포했다. 북한군은 12일 밤 대형 풍선을 날려 기습적으로 전단 살포를 한 것을 시작으로 사흘 연속 ‘전단 작전’을 감행했다. 경찰과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군은 13일 밤 임진각 북쪽 지역에서 대남 전단이 든 대형 풍선을 날렸다. 이 전단들은 이날 오전 경기 고양시, 파주시 일대에서 대량으로 발견됐다. 고양시 일산동구 성석동에서는 전단 묶음이 떨어지면서 차량이 파손되기도 했다. 임진각 북쪽에서 진행 중인 이번 전단 살포 대남 심리전은 중서부전선을 관할하는 북한군 2군단이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군 2군단은 지난해 8월 지뢰 도발과 포격 도발을 담당했던 부대다. 북한군이 전단 공세를 강화함에 따라 우리 군도 심리전을 확대할 방침이다. 2004년 남북 합의로 철거한 대북 전광판을 재설치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과거 글자만 보이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동영상이 나오는 ‘도심형 전광판’을 이동식 및 고정식으로 운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군 관계자는 “전광판은 확성기 방송에 비해 심리전 효과가 훨씬 높다”며 “걸그룹이 나오는 가요 프로그램이나 예능 프로그램을 자막과 함께 내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국방부는 8일부터 시작된 대북 확성기 방송이 분명한 효과가 있고, 시간이 갈수록 효과는 더 커질 것이라고 12일 밝혔다. 군은 대북 심리전과 병행해 북한의 핵과 미사일의 탐지 파괴를 위한 ‘4D 작전’ 연습을 3월 실시하는 등 북핵 대응 총력전에 나섰다. 군 관계자는 “북한군이 겉으론 무대응이지만 속으론 고심하는 흔적이 엿보인다”고 말했다. 대북 확성기 방송에 북한군이 동요하는 모습이 포착되고 있다는 얘기다. 군은 현재 운영 중인 고정식 확성기 11대, 이동식 6대에 더해 이동식 5대 이상을 추가로 도입해 총 20여 대를 동시에 운용할 계획이다. 확성기 외에도 다양한 대북 심리전 수단을 배치했거나 개발 중이다. 최대 수만 장의 전단을 보낼 수 있는 전단탄이 대표적이다. 최대 사거리가 30km인 155mm 견인포용 전단탄을 배치했고, 사거리가 40km가 넘는 K-9 자주포용 전단탄도 개발 중이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신형 전단살포 기구를 전력화했다. 원격제어용 타이머 장치와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부착해 목표 상공에서 정확하게 전단을 뿌릴 수 있다. 군은 상황 전개에 따라 북한 전역에 라디오와 TV 전파를 동시에 송출할 수 있는 차세대 기동중계기인 코만도 솔로(EC-130J) 활용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주민들이 한국의 TV와 라디오 방송을 직접 보고 들으면 김정은 체제에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하늘의 방송국’이라고 불리는 코만도 솔로는 심리전 방송용 미군 특수비행기로 걸프전과 이라크전에서 민사심리전을 담당했다. 북한은 전방지역 10여 곳에서 대남 확성기를 틀어 박근혜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나섰다. ‘조선반도의 평화를 파기하는 박근혜 괴뢰 역적패당’, ‘여우같이 조선 사람이 아닌 미국의 사생아’식의 비난 방송이 이어지고 있다. 김정은 우상화와 충성 결의, 수소탄(수소폭탄) 실험 자축 내용도 포함됐다고 한다. 하지만 북한의 대남 확성기는 출력이 약해 남측 전방지역에서 거의 들리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력 사정이 나빠 방송 시간도 하루 1시간 남짓이라고 한다. 군 당국이 3월경 ‘4D 작전’의 첫 한미 연합연습을 실시하기로 결정한 것은 북의 대남 핵 위협이 위험 수위를 넘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북이 쏜 핵미사일이 한국 영토에 떨어지기 전에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막는 군사적 대비책의 본격 점검에 착수한 것이다. 4D 작전은 북한의 이동식미사일발사차량(TEL)의 움직임을 첩보위성과 무인정찰기 등으로 탐지한 뒤 전파 방해로 교란하고, 발사 전 단계에 공군 전투기와 정밀유도무기로 파괴하는 내용으로 진행된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 기자}

한민족의 전쟁 역사를 한눈에 보여주는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전쟁역사실’이 12일 다시 문을 연다. 2104m² 규모의 전시관은 6개월간의 리모델링 공사를 최근 마쳤다. 전쟁역사실은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각 시대의 전쟁사를 담은 6개 공간으로 나뉘어 관람객을 맞이한다. 시대별 전시공간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각 시대 대표 유물 이미지로 재현한 출입문이 설치돼 관람객이 역사의 흐름을 읽을 수 있게 했다. 진주대첩, 행주대첩과 함께 조선 중기 임진왜란 3대 대첩으로 불리는 한산대첩을 7분 분량의 영상으로 생생하게 보여주는 ‘한산대첩 실감영상실’도 새로 만들어졌다. 한산대첩은 1592년 7월 8일 한산도 앞바다에서 조선 수군이 일본 수군을 크게 무찌른 전투다. 새 단장 과정에서 임진왜란 관련 전시 공간 비중이 커졌고, 전쟁사 영상도 2개에서 9개로 많아졌다. 전시실 외부 1층 중앙 공간에는 살수대첩을 재현한 전시물을 비롯해 우리나라 주요 전쟁사와 동서양 전쟁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는 대형 연표도 새롭게 마련했다. 전쟁기념관은 12일 오후 2시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전쟁역사실 개관식을 개최한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폭격기의 제왕’으로 불리는 B-52를 10일 한반도 상공에 전격적으로 출격시킨 한미 군 당국은 11일에도 미군 전략무기를 추가 전개하겠다는 뜻을 확실히 했다. 그러면서도 어떤 무기를 언제 전개할지는 함구하고 있다. 예상치 못한 시간에 기습 전개해 북한을 압박하는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언제 어디서든 북한을 타격할 수 있다는 공포심을 심어줘 추가 도발 의지를 꺾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북핵 위협이 고조될 때마다 자국의 핵무기로 보복한다는 ‘핵우산 정책’으로 세계 최강의 폭격기 B-52를 먼저 출격시켜 왔다. 이후 ‘보이지 않는 폭격기’ B-2 스텔스 폭격기와 핵잠수함을 줄줄이 가세시켜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미군은 북한이 3차 핵실험 한 달여 뒤인 2013년 3월에도 B-52에 이어 B-2 두 대로 폭격 훈련했다. 다음에 한반도에 들어올 전략무기는 B-2일 가능성이 크다는 추측이 나오는 이유다. 21대밖에 생산하지 않은 전략폭격기 B-2는 B-52, 초음속 폭격기 B-1과 함께 미 공군 폭격기 삼총사로 불린다. 최대 사거리 800km의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JASSM-ER, 공대지 정밀 유도폭탄 JDAM 80발(250kg급 기준) 등 각종 미사일과 폭탄 등 최대 23t의 무기를 탑재할 수 있다. 핵미사일도 16발 탑재가 가능하다. 레이더에 거의 잡히지 않는 스텔스 성능을 활용해 유사시 비밀리에 침투해 북한 지휘부 시설을 타격할 수 있다. 군 관계자는 “괌 앤더슨 미 공군기지에 배치된 B-52와 B-2는 4시간이면 한반도까지 올 수 있다”며 “한반도 상공을 스쳐가기만 해도 북한 지휘부는 두려움에 떤다”고 했다. 미국이 대외 수출을 금지할 정도로 현존 세계 최강의 성능을 보유한 전투기 F-22 랩터 투입도 거론된다.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전투기’인 F-22는 최대 속도 마하 2.5(시속 3060km)로 일본 오키나와 가데나 주일 미군기지에서 한두 시간이면 한반도에 도착한다. 공대지 정밀 유도폭탄 JDAM, SDB 등으로 북한 지휘부 시설을 무차별 공격할 수 있다. 전투기 80여 대 등 항공기 90여 대를 동시에 탑재하고 승무원 6000여 명이 승선하는 ‘떠다니는 군사기지’ 핵항공모함 로널드레이건(일본 요코스카 기지 정박)의 출동도 검토된다. 핵탄두를 탑재한 잠대지 토마호크 미사일과 잠대함 하푼미사일, MK-48 어뢰 등으로 중무장한 로스앤젤레스급(7100t급) 핵잠수함이 가세할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같은 미국의 핵심 전략무기들은 3월 한미 연합 군사연습인 키리졸브가 진행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한반도를 오갈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영 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B-52, B-2, 핵잠수함 등 미 핵 전략자산은 그 존재 자체가 위협”이라며 “이 무기들이 김정은 코앞에 있는 이상 북한은 국지 도발을 할 엄두조차 내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