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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별명은 ‘뼈정우’다. 축구 선수는커녕 일반인보다도 마른 체격. 살짝만 건드려도 넘어질 것만 같은 몸을 보고 팬들이 붙인 별명이다. 하지만 대표팀 사이에서 그의 별명은 ‘악바리’다. 누구보다 근성이 강하고 터프한 플레이 때문에 그런 별명이 붙었다. ‘악바리’ 김정우(광주)가 대표팀의 ‘뼈대’로 훌쩍 성장했다. 허정무 감독은 4일 스페인과의 평가전에서 수비에 비중을 두다 역습을 노리는 전술을 들고 나왔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 아르헨티나에 대비한 포석이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풀타임 활약한 김정우는 전술의 핵심이었다. ‘포백’의 바로 위에서 좌우로 왕성하게 움직이며 수비수들의 부담을 덜어줬다. 화려한 개인기와 정교한 패스를 자랑하는 스페인 미드필더들은 그의 압박과 길목을 막는 플레이에 번번이 패스를 차단당했다. 경기 내내 다른 선수들과 의사소통을 하며 수비와 미드필더 사이의 간격을 조율하는 역할도 그의 몫이었다.스페인전 공수의 핵 맹위 감독도 동료도 “최고였다” 그는 공격에서의 역할도 훌륭히 소화했다. 대학 시절 최고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이름 날린 그대로 번개 같은 역습은 그의 발끝에서 나왔다. 침착하게 동료를 향해 찔러주는 정교한 패스는 ‘패스마스터’라 불리는 상대 미드필더 사비 에르난데스(바르셀로나) 부럽지 않았다. 이날 김정우는 80% 이상의 패스 성공률을 기록했다. 전반 13분 날린 기습적인 중거리 슛은 살짝 빗나갔지만 경기 초반 몸이 굳었던 태극전사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경기가 끝난 뒤 동료들은 하나같이 그의 이름을 댔다. 중앙 수비수 이정수(가시마)는 “정우가 수비에서 백업을 정말 잘해줬다. 후반 20분 이후 체력이 많이 부쳤는데 정우 덕분에 버텼다”고 말했다. 측면 수비수 이영표(알 힐랄)도 “정우가 공수 연결고리 역할을 잘했고, ‘캡틴’ 역할까지 해줬다”고 칭찬했다. 허 감독은 “정우는 화려하진 않지만 팀에 꼭 필요한 ‘조용한 엔진’”이라고 평가했다.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선 딕 아드보카트 당시 감독의 마음을 얻지 못해 출전의 꿈을 접었던 김정우. 이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진출 실패, 국내 K리그 부진 등이 겹치며 이름이 잊혀지는 듯했지만 보란 듯이 다시 일어섰다. 그의 눈은 이미 남아공을 향해 있다.인스브루크=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그리스 축구의 ‘살아있는 전설’ 오토 레하겔 대표팀 감독은 쏜살같이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한국 기자들에게 한마디 말도 건네지 않았다. 일부 그리스 기자들에겐 굳은 표정으로 짧게 말했다. “아직 우리는 준비가 덜 됐다.” 남아공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12일)에서 한국과 맞붙을 그리스가 3일 스위스 빈터투어 슈첸바이스 슈타디온에서 남미의 강호 파라과이와 맞붙어 0-2로 완패했다.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본 허정무 한국대표팀 감독은 “지금 단계에서 뭐라고 평가하기 이르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리스는 90분 내내 답답한 플레이를 보였다. 특히 그리스 축구를 상징하는 ‘통곡의 벽’은 붕괴돼 있었다.○ 수비수 수는 많은데… 뒤로 파고드는 공격에 무방비 그리스는 예상대로 포백으로 수비진을 구성했다. 바실리스 토로시디스(올림피아코스)와 기우르카스 세이타리디스(파나시나이코스)가 좌우 측면, 아브람 파파도풀로스(올림피아코스)와 소티리오스 키르기아코스(리버풀)가 선발 중앙수비수로 나섰다. 수비형 미드필더 알렉산드로스 지올리스(시에나)는 수비라인 바로 앞에서 활발하게 움직이며 수비의 한 축을 담당했다. 그리스 중앙수비수들은 뒤로 파고드는 공격수들을 자주 놓쳤다. 전반 6분 수비 뒤로 찔러주는 침투패스 한 방에 일대일 찬스를 내줬고, 3분 뒤 결국 비슷한 장면에서 첫 골을 허용했다. 순발력이 떨어지는 수비수들은 상대의 역습에도 무기력했다.○ 공격 가담은 적극적인데… 오버래핑 뒤 수비전환 늦어 그리스 측면수비수들은 적극적으로 오버래핑을 시도했다. 선제골을 허용한 뒤 공격 빈도는 더욱 높아졌다. 하지만 오버래핑 뒤 수비 전환이 늦어 상대에게 측면을 활짝 열어줬다. 특히 오른쪽 측면의 세이타리디스는 드리블이 좋고 크로스가 정확해 공격력이 매서웠지만 수비에서 구멍 노릇을 했다. 상대 측면 공격수에게 공간을 많이 내줘 편한 크로스를 허용했다. 전반 25분 파라과이의 두 번째 골은 그가 허용한 크로스에서 비롯됐다. 방향 전환도 느려 순간적으로 툭 치고 들어가는 공격수를 자주 놓쳤다. 그의 포지션에서 상대할 박지성의 활약이 기대되는 이유다.○ 몸싸움은 좋은데… 측면 낮고 빠른 크로스에 약해 체격이 좋은 그리스 수비수들은 전방에서 날아오는 긴 공중 볼에는 잘 대처했지만 측면에서 올라오는 낮고 빠른 크로스에는 약했다. 특히 가까운 골포스트로 파고드는 공격수들을 자주 놓쳤다. 수비수들끼리 사인이 맞지 않아 대인 마크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정해성 코치는 “가까운 골포스트를 보고 예리하게 크로스만 올린다면 의외로 쉬운 득점도 가능하다”고 예상했다. 그는 측면 돌파가 좋고 크로스도 정확한 이청용을 그리스전 핵심 선수로 꼽았다.빈터투어=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첫 골의 주인공’으론 박지성과 박주영이 나란히 가장 많은 8표씩을 얻었다. 기성용(셀틱·3표)은 3위. 이청용(볼턴), 염기훈(수원), 이정수(가시마), 차두리(프라이부르크), 오범석(울산)이 1표씩을 얻었다. 한국이 속한 B조 16강 진출 2팀을 꼽아 달라는 질문에는 23명이 한국과 아르헨티나를 선정했다. 나머지 2명은 무응답. 한국의 조별리그 성적으론 2승 1무(7명)가 가장 많았고, 1승 1무 1패, 2승 1패(이상 5명), 1승 2무(4명) 순이었다. 16강 진출 시 최종 성적으론 가장 많은 11명이 8강을 꼽았고, 16강이 9명, 4강이 1명이었다. 우승팀으론 4일 마지막 평가전 상대인 ‘무적함대’ 스페인(14명)이 첫 손에 꼽혔다. 브라질(7명), 아르헨티나(3명), 독일(1명)이 뒤를 이었다. 태극전사들은 여가 시간 활용을 묻는 질문(복수 응답 가능)에는 수면(15명)을 가장 많이 꼽았다. 산책(11명), 독서(9명), 게임(7명), 웨이트트레이닝(3명) 순. 골을 넣었을 때 하고 싶은 세리머니로는 박주영의 트레이드마크인 기도가 5명으로 1위를 차지했다. 큰절 세리머니는 2명, 감독 포옹, 아기 요람, 반지 키스 세리머니 등을 꼽은 태극전사도 1명씩 있었다. 한국에서 가지고 온 책으로는 성경(4명)을 제치고 대한축구협회가 발간한 ‘승리의 함성, 하나 된 한국’(5명)이 가장 많았다. 그 밖에 ‘긍정의 한줄’, ‘마음을 다스리는 기술’, ‘부의 지혜’, ‘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 등을 가져온 선수도 있었다.노이슈티프트=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10골을 먹어도 괜찮다. 세계 최강과의 경기 자체가 좋은 경험이다."(허정무 감독)남미의 기술과 유럽의 힘이 접목된 '지구방위대', 주전 선수의 몸값만 6000억 원을 훌쩍 넘기는 '초호화군단', 그리고 '무적함대'. 이는 스페인 축구대표팀에 붙는 수식어다. 한국 축구대표팀(세계 47위)이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의 티볼리노이 스타디움에서 스페인(2위)과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을 앞두고 마지막 평가전(4일 오전 1시)을 갖는다. 허 감독과 박지성, 이영표 등 주축 선수들은 2일 기자회견에서 "힘든 경기가 예상되지만 그만큼 얻는 것도 많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가상의 아르헨티나?스페인은 유럽에 속해있지만 미드필드에서의 세밀한 패스와 공격 스피드 등이 돋보이는 '유럽의 브라질'이다. 따라서 이번 경기는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 상대 아르헨티나에 대비한 맞춤형 모의고사가 될 전망이다.스페인의 최대 무기는 사비 에르난데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이상 바르셀로나), 다비스 실바(발렌시아), 사비 알론소(레알 마드리드) 등이 포진한 미드필더 라인. 박문성 SBS해설위원은 "이들은 높은 볼 점유율과 마술 같은 볼 간수 능력, 한 박자 빠른 패스로 경기를 지배한다. 이러한 점에서 아르헨티나와 닮았다"고 평가했다.공격 스타일도 비슷하다. 스페인은 장신 선수, 높은 크로스 등에 의존한 플레이보다는 다비드 비야(바르셀로나), 페르난도 토레스(리버풀) 등 개인기가 화려하고 스피드가 좋은 공격수들을 주로 활용한다. 아르헨티나 역시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 카를로스 테베스(맨체스터 시티), 곤살로 이과인(레알 마드리드) 등 폭발적인 스피드와 화려한 개인기가 장점인 공격수들이 팀의 중심이다.●허리 싸움이 관건한국은 수비에 비중을 둔 가운데 중원을 두텁게 하는 전략으로 맞선다. 허 감독도 "미드필드를 내주면 스페인의 흐름에 말린다. 일단 중원을 두텁게 한 뒤 강한 압박으로 허리 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용수 KBS해설위원은 "스페인 전은 특히 수비수와 미드필더들에게 중요한 시험대"라며 "개인기가 월등한 팀을 상대로 공간을 주지 않는 협력 수비와 조직적인 플레이가 얼마나 살아날지 주목된다"고 강조했다.공격에선 박주영(모나코)의 파트너 찾기가 계속될 전망이다. 일단 허 감독의 낙점을 받은 선수는 '왼발의 달인' 염기훈(수원). 수비 진영에서 한 번의 패스로 순간적인 역습을 노리는 전술이 얼마나 효과를 볼지도 이 경기의 관심사다.노이슈티프트=신진우기자 niceshin@donga.com}

마치 007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기자단이 대한축구협회 언론담당관에게서 통보를 받은 건 지난달 31일 오후 8시경(현지 시간). 당초 1일 오전 9시에 남아공 월드컵 최종 엔트리를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탈락한 선수들의 귀국 일정을 고려해 앞당겨졌다. 8시 50분경 허정무 감독은 코칭스태프, 언론담당관과 함께 대표팀 숙소에서 4km가량 떨어진 오스트리아 노이슈티프트의 기자단 숙소인 카펠라 호텔로 와 기자회견을 했다. 약 15분간의 기자회견. 허 감독의 목소리는 비교적 차분했다. 그러나 이근호, 신형민, 구자철 등 탈락자를 발표할 땐 착잡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허 감독의 입에서 ‘이근호’란 이름이 나왔을 땐 기자단도 술렁거렸다. 그의 탈락을 예상했던 기자들은 거의 없었다. ―엔트리 23명의 선정 과정은…. “메디컬, 피지컬 담당과 코칭스태프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수렴해 결정했다. 훈련 결과도 중요했다. 오늘 회의를 거쳐 최종 결정을 내렸다.” ―세 명의 탈락 이유는…. “이근호는 기회를 많이 줬지만 슬럼프가 너무 길었다. 신형민은 어제 벨라루스와의 경기 내용이 좋지 않았다. 구자철은 포지션 중복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선정 과정에서 가장 고민이 컸던 부분은 무엇인지…. “포워드다. 이동국의 몸이 완전치 않아 그 부분에 대한 고민이 컸다. 공격 쪽에선 아직 확실한 옵션이 없는 상황이라 누구를 탈락시킬지 결정하기 어려웠다.” ―이승렬을 뽑은 배경은…. “이근호와 비교를 많이 했다. 앞으로 조별리그 3경기를 치르는 데 3주 정도 시간이 걸린다. 결국 지금 상승세를 타고 있고, 경기력이 좋은 선수가 누구인지 생각했다.” ―이동국의 몸 상태는 어떤지. “첫 경기(그리스전)는 힘들지 모르지만 두 번째 경기부터는 가능하다. 일주일쯤 뒤엔 100% 팀 훈련도 가능한 상태다. 그리스전에서도 후반 교체 출전 정도는 가능하지만 무리하지는 않을 생각이다.” ―김보경의 발탁은 의외다. “의외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보면 나이를 떠나 경기에서 충분히 역할을 해줬다. 최근 한일전에서도 그랬고, 나가면 결정지어 줄 수 있는 선수다.” ―이근호는 월드컵 예선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는데…. “많이 아쉽다. 현재 피지컬 측면에선 나쁜 선수가 거의 없다. 대부분 적응을 잘하고 좋아지고 있다. 이근호는 단지 슬럼프가 너무 길었다.” ―엔트리 확정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나. “그동안 쭉 지켜보면서 검토했다. 본선 3경기에 모든 힘을 집중해야 할 상황에서 어떤 선수가 경기에 나갈 수 있고 팀에 도움이 되느냐를 봤다. 탈락한 선수들에겐 돌아가면 개별적으로 통보할 예정이다.” ―월드컵을 앞두고 각오를 밝힌다면…. “모든 건 내가 짊어진다. 최선을 다하고 양심에 거리낌이 없다면 만족할 것이다. 반드시 해내겠다는 생각으로 남아공에 가겠다.”노이슈티프트=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지난해 8월 이집트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 홍명보 감독이 이끈 한국 대표팀은 최고의 경기력을 뽐내며 8강 진출의 신화를 썼다. 구자철(제주), 김보경(오이타), 이승렬(서울) 3인방은 당시 주역이었다. 주장 완장을 찬 구자철은 팀 전술 및 정신적인 측면에서 구심점 역할을 하며 팀을 이끌었다. 미드필더 김보경은 폭넓은 활동량으로 ‘제2의 박지성’이란 평가를 받았다. 이승렬은 교체 출전으로 나섰지만 공격수로서 날카로운 움직임을 선보였다. 1일 오스트리아 노이슈티프트의 카펠라 호텔. ‘절친(절친한 친구)’으로 알려진 이들 1989년생 3인방의 운명이 엇갈렸다. 허정무 월드컵 대표팀 감독은 이날 남아공까지 함께 갈 최종 엔트리(23명)를 발표했다. 김보경과 이승렬은 최고의 무대에 초대받았지만 구자철은 마지막 한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눈물을 삼켰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들 3명 가운데 최소 2명은 짐을 쌀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대표팀 관계자들은 “허 감독이 경험을 쌓게 해준다는 측면에서 이들을 합류시켰다”고 전했다. 탈락 시 충격을 덜 받기 때문에 신예 3인방을 포함시켰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그러나 이들이 선배들을 능가하는 경기력을 보이면서 상황은 급반전됐다. 빠른 스피드와 왕성한 활동량이 무기인 김보경은 날카로운 왼발 슈팅 능력까지 보여주며 허 감독의 낙점을 받았다. 그는 왼쪽 측면에서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대체 멤버로 나선다. 공격수 이승렬의 합류는 더욱 극적이다. 1월 잠비아와의 평가전에서 데뷔전을 치른 이승렬은 국가대표팀 간 경기인 A매치 8경기에서 3골을 뽑아냈다. 특히 지난달 16일 에콰도르와의 평가전에선 그림 같은 선제골로 허 감독으로부터 확실한 눈도장을 받았다. 결국 그는 승선이 유력했던 선배 이근호(이와타)를 제치고 최종 선택을 받았다. 허 감독은 “이승렬은 경기에 나서면 분위기를 한순간에 바꿀 수 있는 선수다. 특히 최근 상승세를 눈여겨봤다”며 그를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반면 구자철은 같은 포지션인 중앙 미드필더 라인에서 기성용(셀틱), 김정우(광주), 김남일(톰 톰스크) 등 쟁쟁한 선배들과의 경쟁에서 밀려 짐을 싸게 됐다.노이슈티프트=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두 공격수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한 명은 남아공행 비행기표를 손에 쥐었지만 다른 한 명은 귀국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동국(31·전북)과 이근호(25·이와타) 얘기다.○ 라이언 킹, 남아공 가다 이동국은 12년 만에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게 됐다. 월드컵을 앞두고 번번이 부상, 부진 등의 이유로 최종 엔트리에 들지 못했던 그는 극적으로 허정무 대표팀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이동국의 발탁은 한 편의 드라마다. 허정무호 출범 이후 그가 대표팀 유니폼을 처음 입은 건 지난해 8월 파라과이와의 친선경기. 소속팀에서의 활약에 힘입어 대표팀에 뽑혔지만 허 감독의 평가는 냉담했다. 허 감독은 “대표팀에서 살아남으려면 좀 더 부지런하게 뛰고 확실한 경쟁력을 보여줘야 한다”며 그를 자극했다. 이동국은 이러한 감독의 요구를 점차 만족시키면서 월드컵 출전의 꿈을 키워 나갔다. 하지만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지난달 16일 에콰도르와의 평가전에서 허벅지를 다쳤다. 부상으로 낙마한 2006년 독일 월드컵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듯했다. 최근까지 팀 훈련에 정상적으로 참여하지 못하며 최종 엔트리 합류도 힘들어 보였다. 그러나 허 감독은 그에게 기회를 줬다. 1일 최종 엔트리 발표에서 “이동국의 몸 상태가 1주일 뒤면 경기에 완전하게 뛸 수준이 된다”며 그를 뽑았다. 사실 코칭스태프는 발표 당일까지 의료진에게 이동국의 부상 부위를 정밀검사해 달라고 요청했다. 조별리그 1차전은 불확실하지만 2, 3차전은 확실히 뛸 수 있다는 소견을 받은 코칭스태프는 발표 2시간 전 회의 끝에 이동국의 합류를 전격 결정했다. 허 감독은 “이동국은 제공권 싸움이 가능하고 골 결정력까지 갖췄다”며 “현재 대표팀 공격 라인에 꼭 필요한 스타일의 선수”라고 강조했다.○ 최근 부진이 운명 갈랐다…이근호는 낙마 반면 이근호는 손에 거의 들어온 기회를 놓치며 눈물을 흘렸다. 2007년 6월 A매치 데뷔전을 치른 이근호는 허정무호 출범 이후 꾸준히 경기에 출전하며 박주영 다음으로 많은 골을 터뜨렸다. 특히 월드컵 본선 진출의 고비였던 아시아 최종 예선 아랍에미리트와의 경기에서 2골, 이어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원정 경기에서도 골을 넣으며 주전을 예약한 것처럼 보였다. ‘허정무호의 황태자’ ‘월드컵 일등공신’ 등 온갖 찬사가 쏟아졌다. 하지만 원인 모를 끝없는 부진이 발목을 잡았다. 지난해 3월 이라크와의 평가전 이후 15개월 넘게 A매치에서 골 맛을 보지 못했다. 허정무 감독도 1일 최종 엔트리 발표에서 “이근호에겐 기회를 많이 줬지만 슬럼프를 벗어나지 못했다. 벨라루스전에서 마지막까지 기회를 줬지만 부진해서 기회를 날렸다”며 안타까워했다. 또 “본선까지 2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근호의 컨디션이 돌아오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 힘든 결정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이날 이근호의 탈락 이유를 설명할 때 허 감독의 표정은 가장 어두웠다. 발표 뒤 허 감독은 숙소에서 이근호에게 탈락 통보를 했다. 이근호는 크게 실망한 표정을 지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고개를 숙였다. 그는 1일 오후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노이슈티프트=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전반 30분. 공중 볼을 차지하기 위해 힘차게 뛰어올랐다. 이때 상대 공격수의 다리가 무릎을 강타했다. ‘딱.’ 멀리서도 들릴 만큼 소리가 크게 울렸다. 그라운드에 쓰러진 그의 얼굴은 고통으로 심하게 일그러졌다. 육체적인 고통도 그렇지만 마음은 더 아팠다. “아, 이번에도 꿈을 접어야 되는가.” 머릿속이 하얘진 그는 한동안 몸을 일으킬 수 없었다. 들것에 실려 나가면서 다시 한 번 생각했다. “어떻게 준비한 월드컵인데….” 축구 대표팀 훈련장에서 그는 ‘아이스맨’으로 불렸다. 크고 작은 부상에 계속 시달린 탓에 훈련이 끝나면 얼음찜질을 하느라 온몸에 붕대를 칭칭 감았다.》 ■ 벨라루스전 무릎 부상으로 대표팀 하차 곽태휘그는 남들보다 늦은 고교 시절에야 정식 선수로 데뷔했다. 고교 2학년 때는 훈련 중 공에 왼쪽 눈을 맞아 망막이 찢어지면서 시력이 크게 떨어졌지만 피나는 노력으로 이를 극복했다. 2005년 프로에 데뷔한 그는 2007년 전남으로 이적하면서 빛을 보기 시작했다. ‘신체조건, 상황판단, 순발력’의 3박자를 갖춘 최고의 수비수란 찬사를 받았다. 허정무 감독이 대표팀을 맡은 뒤엔 ‘허정무호의 황태자’란 얘기까지 들었다. 하지만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2008년 3월 발목을 다쳐 6개월 가까이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재활을 거쳐 그라운드에 복귀한 지 얼마 안 된 11월에는 오른 무릎 인대가 끊어지는 부상으로 다시 10개월 넘게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긴 재활의 시간 동안 마음고생을 심하게 했고, 부상의 흔적은 그대로 몸에 남았다. 그래도 그는 최근 웃을 수 있었다. 꿈에 그리던 월드컵 무대가 눈앞에 다가왔기 때문이다. 최근 분위기도 좋았다. 대표팀 평가전에 주전으로 중용되며 중앙수비수 한 자리를 예약한 것처럼 보였다. 허 감독은 “컨디션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 의지와 정신력이 누구보다 강한 선수인 만큼 월드컵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며 믿음을 표시했다. 하지만 한동안 숨어 지내던 부상 악령은 결정적인 순간 그를 또 덮쳤다. 지난달 30일 오스트리아 쿠프슈타인 스타디움에서 열린 벨라루스와의 평가전에서 상대 선수와 충돌하면서 왼쪽 무릎 내측 인대 부분 파열이란 진단을 받았다. 재활에만 최소 4주가 필요하다는 소견. 월드컵 최종 엔트리 발표를 불과 이틀 앞두고 벌어진 일이었다. 누구보다 그를 아낀 허 감독은 “월드컵과 인연이 없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 힘들겠지만 빨리 털고 일어나길 바란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대표팀 후배 이청용도 “훈련 때 누구보다 열심히 했다는 걸 모두 안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클 것”이라며 같이 아파했다. 대표팀이 월드컵을 위한 마지막 담금질을 할 때 그는 홀로 귀국길에 오른다. ‘불운의 사나이’ 곽태휘(29·교토상가) 얘기다.곽태휘 빈자리에 강민수 투입 한편 그의 빈자리는 후배 강민수(24·수원)가 채우게 됐다. 강민수는 2007년 6월 A매치 데뷔전을 치른 뒤 대표팀에서 31경기를 뛰었다. 월드컵 예비 엔트리 30명 명단에 들었다가 막판 경쟁에서 밀려 고배를 마셨다.노이슈티프트=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지난달 30일 벨라루스와 평가전이 열린 오스트리아의 쿠프슈타인 스타디움. 우리 공격수들의 움직임은 무뎠고, 미드필드의 압박은 실종됐고, 수비수들의 조직력은 흔들렸다. 팬들은 안타까운 심경으로 답답한 90분을 보냈다. 이 장면을 누구보다 냉정하고 날카롭게 주시한 이들이 있다. 한국과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에서 만날 그리스 대표팀 오토 레하겔 감독과 그리스 기자들이다.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본 레하겔 감독은 한국 취재진의 쏟아지는 질문에 의미심장한 미소만 남기고 말없이 자리를 떴다. 그러나 기자들은 달랐다. 이들은 가감 없이 이날 경기에 대한 생각을 털어놨다. 그리스 스포츠지 ‘스포츠데이’의 게오르기오스 모라스 기자는 한국 주요 선수들의 소속팀, 장단점 등을 꿰고 있을 만큼 정보력이 뛰어났다. 경기가 끝난 뒤 그의 첫마디는 이랬다. “한 경기씩 놓고 보면 한국이 북한보다 경기력이 떨어진다.” 그리스는 지난달 26일 북한과 평가전에서 고전 끝에 2-2로 비겼다. 북한의 ‘인민 루니’ 정대세는 2골을 그림같이 터뜨리며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모라스 기자는 “북한 공격수들은 한국보다 더 빠르고 날카로웠다. 수비수들의 압박 역시 더 좋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정대세는 당장 유럽에 와도 손색이 없을 만큼 인상 깊은 플레이를 펼쳤다. 한국에는 그런 파괴력 있는 공격수가 보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리스 일간지 ‘엑세드라 톤 스포르’의 테오도르 소우트소스 기자도 한국의 플레이에 낙제점을 줬다. 한국 공격수들은 힘이 좋은 벨라루스 수비수들의 거친 플레이에 활로를 찾지 못했고, 수비수들은 상대의 빠른 역습에 당황하며 공간을 쉽게 내줬다는 것. 하지만 이청용에 대한 평가만큼은 후했다. 그는 “측면을 파고드는 넘버 11(이청용)의 움직임은 인상 깊었다. 볼 간수 능력이 좋고 개인기까지 뛰어나 그리스로선 경계대상 1호”라고 강조했다. 다른 일간지의 한 기자는 “현지 적응 실패 때문인지, 그라운드 사정이 문제인지 모르겠지만 벨라루스전에서 보여준 경기력으론 레하겔 감독을 넘어서기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노이슈티프트=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지난달 30일 벨라루스와 평가전이 열린 오스트리아의 쿠프슈타인 스타디움. 우리 공격수들의 움직임은 무뎠고, 미드필드의 압박은 실종됐고, 수비수들의 조직력은 흔들렸다. 팬들은 안타까운 심경으로 답답한 90분을 보냈다. 이 장면을 누구보다 냉정하고 날카롭게 주시한 이들이 있다. 한국과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에서 만날 그리스 대표팀 오토 레하겔 감독과 그리스 기자들이다.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본 레하겔 감독은 한국 취재진의 쏟아지는 질문에 의미심장한 미소만 남기고 말없이 자리를 떴다. 그러나 기자들은 달랐다. 이들은 가감 없이 이날 경기에 대한 생각을 털어놨다. 그리스 스포츠지 '스포츠데이'의 게오르기오스 모라스 기자는 한국 주요 선수들의 소속팀, 장단점 등을 꿰고 있을 만큼 정보력이 뛰어났다. 경기가 끝난 뒤 그의 첫 마디는 이랬다. "한 경기씩 놓고 보면 한국이 북한보다 경기력이 떨어진다." 그리스는 지난달 26일 북한과 평가전에서 고전 끝에 2-2로 비겼다. 북한의 '인민 루니' 정대세는 2골을 그림같이 터뜨리며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모라스 기자는 "북한 공격수들은 한국보다 더 빠르고 날카로웠다. 수비수들의 압박 역시 더 좋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정대세는 당장 유럽에 와도 손색이 없을 만큼 인상 깊은 플레이를 펼쳤다. 한국에는 그런 파괴력 있는 공격수가 보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리스 일간지 '엑세드라 톤 스포르'의 테오도르 소우트소스 기자도 한국의 플레이에 낙제점을 줬다. 한국 공격수들은 힘이 좋은 벨라루스 수비수들의 거친 플레이에 활로를 찾지 못했고, 수비수들은 상대의 빠른 역습에 당황하며 공간을 쉽게 내줬다는 것. 하지만 이청용에 대한 평가만큼은 후했다. 그는 "측면을 파고드는 넘버 11(이청용)의 움직임은 인상 깊었다. 볼 간수 능력이 좋고 개인기까지 뛰어나 그리스로선 경계대상 1호"라고 강조했다. 다른 일간지의 한 기자는 "최근 한국 대표팀의 경기를 5개 이상 비디오로 봤다. 오늘 본 경기는 그 중 최악"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일본전에서 보여준 한국 특유의 리듬과 미드필드에서의 세밀함이 실종됐다"며 "현지 적응 실패 때문인지, 그라운드 사정이 문제인지 모르겠지만 벨라루스전에서 보여준 경기력으론 레하겔 감독을 넘어서기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노이슈티프트=신진우기자 niceshin@donga.com}
30일 오전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의 티볼리노이 스타디움. 붉은 상의에 푸른 하의를 입은 전사들이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내자 경기장은 후끈 달아올랐다. 국가가 나올 때쯤 그 열기는 최고조가 됐다. 몸에 국기를 두른 관중은 국가를 따라 부르며 상대팀 관중석을 얼어붙게 만들었다.‘무적함대’가 위용을 드러냈다. 남아공 월드컵 우승후보 1순위 스페인 대표팀이 사우디아라비아와 평가전을 가졌다. 스페인은 한국 대표팀이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마지막 평가전(6월 4일)을 치르는 상대. 경기 전부터 다비드 비야, 사비 에르난데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이상 바르셀로나), 사비 알론소(레알 마드리드) 등 정예 멤버를 총출동시킨 스페인의 압승이 예상됐다. 하지만 선제골은 전반 16분 사우디가 코너킥에 이은 헤딩슛으로 뽑았다. 파상 공세를 펼친 스페인은 전반 30분 비야가 헤딩으로 동점골, 후반 13분 알론소가 중거리 슛으로 역전골을 터뜨렸다. 후반 29분 사우디아라비아에 다시 일격을 당한 스페인은 경기 종료 직전 페르난도 토레스(아틀레티코 빌바오)가 헤딩 골을 성공시키며 3-2로 진땀승을 거뒀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허정무 감독은 “조직력 등에선 덜 다듬어진 모습이지만 볼 컨트롤과 세밀한 패스 전개 등은 역시 세계 최강답다”며 “스페인은 아르헨티나에 대비한 우리의 좋은 스파링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인스브루크=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

《“지금까지 같이 고생한 선수들인데…. 마지막까지 보고 신중하게 결정을 내려야죠.” 축구대표팀 허정무 감독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최종 엔트리에 관한 질문을 받으면 언제나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대답한다. 적어도 지금까지 살아남은 선수라면 충분한 경쟁력이 있고, 대표팀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높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제 그 결정을 내려야 할 시간이 왔다. 대표팀의 ‘마지막’ 모의고사가 눈앞에 다가왔기 때문이다.》○ 최종 엔트리 발표 직전 마지막 관문 남아공에 입성하기에 앞서 최종 담금질을 하고 있는 대표팀은 30일 오후 10시 오스트리아 쿠프슈타인 스타디움에서 벨라루스와 친선 경기를 갖는다. 벨라루스는 세계 랭킹 82위이지만(한국 47위) 이번 월드컵 유럽 예선 6조에서 잉글랜드와 우크라이나, 크로아티아에 이어 4위(3승 1무 6패)를 차지한 만만치 않은 상대다. 이번 경기에선 알렉산드르 흘레프(슈투트가르트) 등 주축 선수 몇 명이 빠진 가운데 18명이 출전 선수 명단에 포함됐다. 23명의 월드컵 최종 엔트리 제출 마감 시한은 다음 달 2일 오전 7시. 선수들에게는 이 경기가 마지막 시험대이다. 현재 26명의 예비 명단에서 3명을 탈락시켜야 하는 허 감독은 “가능한 모든 선수를 기용해 기량을 점검하겠다”며 공평하게 기회를 줄 생각임을 밝혔다.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 해외파 12명의 최종 엔트리 포함은 거의 확정적인 가운데 문제는 국내파 14명의 생존 경쟁. 공격진에선 신예 이승렬(서울)과 부상 중인 이동국(전북) 가운데 한 명이 짐을 쌀 가능성이 크다. 미드필더와 수비 라인에선 김재성, 신형민, 김형일(이상 포항)과 구자철(제주) 가운데 2명의 탈락이 유력한 상황.○ 끝나지 않은 주전 경쟁 벨라루스 전은 다음 달 4일 스페인과의 평가전을 제외하곤 월드컵에 앞서 치르는 마지막 평가전이다. 따라서 베스트 11의 윤곽을 그리는 데도 중요한 잣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허 감독은 “주전 경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선수들에게 분발을 촉구하고 있다. 미드필더 라인은 어느 정도 밑그림이 나왔지만 박주영(AS모나코)과 파트너를 이룰 공격수 한 자리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이정수(가시마)-곽태휘(교토상가)-조용형(제주)의 3파전 양상이 된 중앙수비수 자리와 오범석(울산)-차두리(프라이부르크)가 경쟁 중인 오른쪽 측면수비 라인도 경합이 치열한 곳. 이운재(수원)가 무혈 입성할 것으로 예상됐던 골키퍼 자리도 최근 정성룡(성남)이 잇따라 주전으로 기용되며 알 수 없는 상황이 됐다.노이슈티프트=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28일 축구대표팀의 전지훈련 장소인 오스트리아 노이슈티프트의 캄플 훈련장. 현지 시간 오후 5시로 예정된 팀 훈련에 1시간가량 앞서 선수 한 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굳은 표정으로 등장한 그의 개인 훈련은 취재진의 접근을 엄격하게 제한한 가운데 이뤄졌다. 레이몬드 베르하이옌 피지컬 코치와 가벼운 러닝으로 몸을 푼 그는 1시간가량 패스, 슈팅 훈련 등을 한 뒤 훈련장을 빠져 나갔다. 말없이 숙소로 향하는 그의 얼굴은 여러 심경이 오가는 듯 복잡해 보였다. ‘라이언 킹’ 이동국(31·전북·사진). 현재 대표팀 훈련장에서 취재진의 가장 큰 관심사는 이동국의 몸 상태다. 17일에 허벅지 부상으로 전치 3주의 진단을 받은 이동국이 언제쯤 그라운드에 설 수 있을지 여러 얘기가 오가고 있다. 대표팀 공격수 자리는 포화 상태다. 26명의 예비 엔트리에서 3명을 탈락시켜야 하는 상황에서 공격수 한 명은 짐을 쌀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확실한 주전인 박주영(모나코)과 노련한 안정환(다롄 스더), 스피드가 좋은 이근호(주빌로 이와타), 왼발의 달인 염기훈(수원), 패기의 신예 이승렬(서울) 등 누구 하나 버릴 카드가 없다는 게 문제다. 다음 달 2일 오전 7시로 예정된 23명의 최종 엔트리 제출 시한이 눈앞에 다가온 가운데 부상 중인 이동국을 고집하기에 코칭스태프의 부담이 큰 이유다. 그렇다면 역시 핵심은 이동국이 월드컵 본선에서 뛸 수 있느냐 여부다. 이동국의 몸 상태를 잘 아는 대표팀의 핵심 관계자는 28일 이에 대한 답변을 줬다. 그는 “최근 이동국의 회복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현재 뛰는 데 지장은 거의 없고,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전했다. 또 “조별리그 1차전인 그리스전(6월 12일)에 출전할 수 있는 확률은 50% 이상. 나머지 2, 3차전에는 100% 출전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그는 “가장 중요한 건 선수의 의지인데 이동국은 재활을 위해 정말 눈물겹게 자기와의 싸움을 펼치고 있다. 옆에서 지켜보는 게 무서울 정도다. 최종엔트리 결과야 어찌 됐든 당분간은 선수를 흔들지 말고 응원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덧붙였다.노이슈티프트=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이 다가오면서 오스트리아에서 전지훈련 중인 태극전사들의 생존경쟁이 치열해졌다. 최종 엔트리(23명) 진입은 물론이고 주전 확보를 위한 치열한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경쟁 구도에서 남들보다 한발 앞선 장점이 있다는 건 든든한 보험. 허정무 대표팀 감독은 “자신만의 무기가 있다는 건 그만큼 경쟁력이 있다는 증거”라며 스페셜리스트에게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그렇다면 대표팀 내 최고의 스페셜리스트에는 누가 있을까. 그 주인공을 알아보기 위해 선수들에게 ‘신체 부위별 대표팀 내 최고’가 누구인지 물어봤다.○ ‘머리’ 곽태휘, ‘눈’ 김정우…최고의 머리로는 곽태휘(교토 상가)가 단연 첫 손가락에 꼽혔다. 장신(185cm)에 탁월한 점프력까지 갖춘 골 넣는 수비수 곽태휘는 어떤 상황에서도 공중 볼을 안정적으로 걷어내 동료들로부터 ‘황금 머리’로 불렸다. 대표팀 막내 이승렬(서울)은 “공중 볼로는 태휘 형을 절대 뚫을 수 없다. 헤딩으로 득점도 많이 하지 않느냐”며 곽태휘를 꼽은 이유를 밝혔다. 체격(181cm, 71kg)은 크지 않지만 뛰어난 축구 지능으로 중앙 수비수 한 자리를 꿰찬 조용형(제주)은 최고의 뇌로 선정됐다. 허 감독으로부터 “위치 선정만큼은 국내 최고”라는 칭찬을 받은 그는 영리한 수비력을 앞세워 홍명보(올림픽대표팀 감독)를 잇는 대표 수비수로 성장했다.김정우(광주)는 선수들로부터 ‘독수리 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넓은 시야로 중원에서 공격과 수비를 조율하며 공간을 잘 활용하기 때문.최고의 입은 A매치 출장만 129경기에 이르는 백전노장 골키퍼 이운재(수원)의 몫. 순발력과 민첩성은 전성기보다 약간 떨어졌지만 수비 조율 능력만큼은 오히려 더 노련해졌다. 수비수들은 그를 두고 “경기장 안에선 쉴 새 없이 수비 위치를 잡아주는 제2의 감독, 경기장 밖에선 후배들에게 따뜻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 든든한 형”이라고 입을 모았다. 최고의 가슴은 누가 가졌을까. ‘폭주 기관차’ 차두리(프라이부르크)가 주인공이다. 유럽의 장신 공격수들과 부딪쳐도 전혀 밀리지 않는 넓고 탄탄한 가슴을 지녔다는 게 그 이유.○ ‘산소 탱크’ 박지성은 최고의 폐최고의 심장과 폐를 가진 선수로는 ‘터프가이’ 김남일(톰 톰스크)과 ‘산소 탱크’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이름을 올렸다. 몸을 사리지 않는 터프한 수비로 이름 높은 ‘진공청소기’ 김남일은 최고의 강심장을 가졌다는 평가. 박지성은 이미 세계가 인정하는 월등한 지구력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기성용(셀틱)은 “실제로 같이 뛰어 보면 말로만 듣던 지성이 형의 엄청난 활동량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감탄했다.김재성(포항)은 최고의 엉덩이를 가진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사우나에서 그의 엉덩이를 본 동료들은 “탄탄한 말 궁둥이 같다”는 부러움 섞인 찬사를 던진다고. 하이라이트인 왼발과 오른발의 달인은 누구일까. 왼발의 주인공으론 염기훈(수원)이 뽑혔다. 그의 왼발 킥은 각도와 스피드, 힘의 3박자를 갖춘 예술이란 평가. 골키퍼 정성룡(성남)은 “기훈이 형의 왼발 슛은 워낙 날카롭게 떨어져 알면서도 막기 힘들다”고 말했다. 오른발의 주인공은 기성용이었다. 정확한 볼 키핑에 이은 폭발적인 중거리 슛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축구 선수로는 드물게 인 프런트와 아웃 프런트, 짧은 거리와 긴 거리 슛 모두 수준급이라는 점도 선수들이 그를 뽑은 이유다.노이슈티프트=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현대 축구에서 체력이 떨어지면 반쪽짜리 선수나 마찬가지다.” 허정무 축구대표팀 감독의 말이다. 그는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4강 신화도 체력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 압박이 심한 현대 축구에서 강철 체력은 필수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27일 오스트리아 노이슈티프트의 캄플 훈련구장. 태극전사들이 남아공 월드컵을 앞두고 마지막 담금질을 시작한 이곳 훈련의 화두도 역시 ‘체력’이었다. 이날 26명의 선수는 모두 훈련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부상에서 완쾌되지 않은 이동국(전북)만 개인 훈련을 했고, 나머지 선수들은 적극적으로 팀 훈련을 소화하며 의지를 다졌다. 훈련에 앞서 선수들은 가슴에 무선 송신기가 달린 검은색 조끼를 착용했다. 조끼에서 측정된 선수의 심장 박동 수와 이동 거리 등은 실시간으로 컴퓨터로 전송돼 체력과 전술 수행능력 등을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준다. 스트레칭과 공 뺏기 놀이를 하며 몸을 푼 선수들은 조를 4개로 나눠 강도 높은 훈련에 들어갔다. 레이몬드 베르하이옌 대표팀 피지컬 트레이너는 “대표팀 선수들의 체력은 어느 팀과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다. 전체적으로 이 수준을 유지하는 데 훈련의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또 “해발 1200m에 이르는 이곳 고지대에서 평지와 다름없는 몸 상태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한국은 아르헨티나와 조별리그 2차전을 해발 1753m에 자리 잡은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 스타디움에서 치른다. 선수들은 이날 1시간 30분가량의 훈련이 끝난 뒤 가쁜 숨을 몰아쉬며 경기장을 나섰다. 허 감독은 기자들과 인터뷰에서 “그리스와 나이지리아가 최근 평가전에서 부진했지만 절대 방심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전히 밖에선 한국이 B조 최약체로 평가받는 게 사실”이라며 “상대를 두려워해서도 안 되지만 경시하는 건 더욱 금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30일 오스트리아 쿠프슈타인 스타디움에서 펼쳐질 벨라루스와의 친선경기에선 대부분의 선수를 출전시켜 공평하게 기회를 줄 것이라고 밝혔다.노이슈티프트=신진우 기자niceshin@donga.com}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이 다가오면서 오스트리아에서 전지훈련 중인 태극전사들의 생존경쟁이 치열해졌다. 최종 엔트리(23명)에 진입은 물론 주전 확보를 위한 치열한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경쟁 구도에서 남들보다 한 발 앞선 장점이 있다는 건 든든한 보험. 허정무 대표팀 감독은 "자신만의 무기가 있다는 건 그만큼 경쟁력이 있다는 증거"라며 스페셜리스트에게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그렇다면 대표팀 내 최고의 스페셜리스트는 누가 있을까. 그 주인공을 알아보기 위해 선수들에게 '신체 부위별 대표팀 내 최고'가 누구인지 물어봤다.●'황금 머리' 곽태휘, '독수리 눈' 김정우 최고의 머리로는 곽태휘(교토상가)가 단연 첫 손가락에 꼽혔다. 장신(185cm)에 탁월한 점프력까지 갖춘 골 넣는 수비수 곽태휘는 어떤 상황에서도 볼을 안정적으로 걷어내 동료들로부터 '황금 머리'로 불렸다. 대표팀 막내 이승렬(서울)은 "공중 볼로는 태휘 형을 절대 뚫을 수 없다. 헤딩으로 득점도 많이 하지 않느냐"며 곽태휘를 꼽은 이유를 밝혔다. 체격(181cm, 71kg)은 크지 않지만 뛰어난 축구 지능으로 중앙 수비수 한 자리를 꿰찬 조용형(제주)은 최고의 뇌로 선정됐다. 허 감독으로부터 "위치 선정만큼은 국내 최고"라는 칭찬을 받은 그는 영리한 수비력을 앞세워 홍명보(올림픽 대표팀 감독)를 잇는 대표 수비수로 성장했다. 김정우(광주)는 선수들로부터 '독수리 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넓은 시야로 중원에서 공격과 수비를 조율하며 공간을 잘 활용하기 때문. 구자철(제주)은 "정우 형은 뒤에도 눈이 달린 것 같다. 공간으로 찔러 주는 날카로운 패스는 정말 일품"이라고 전했다. 최고의 입은 A매치 출장만 129경기에 달하는 백전노장 골키퍼 이운재(수원)의 몫. 순발력과 민첩성은 전성기에 비해 약간 떨어졌지만 수비 조율 능력만큼은 오히려 더 노련해졌다. 수비수들은 그를 두고 "경기장 안에선 쉴 새 없이 수비 위치를 잡아주는 제2의 감독, 경기장 밖에선 후배들에게 따뜻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 든든한 형"이라고 입을 모았다. 최고의 가슴은 누가 가졌을까. '폭주 기관자' 차두리(프라이부르크)가 주인공이다. 유럽의 장신 공격수들과 부딪혀도 전혀 밀리지 않는 넓고 탄탄한 가슴을 지녔다는 게 그 이유.●'산소 탱크' 박지성은 최고의 폐 최고의 심장과 폐를 가진 선수로는 '터프가이' 김남일(톰 톰크스)과 '산소 탱크'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이름을 올렸다. 몸을 사리지 않는 터프한 수비로 이름 높은 '진공청소기' 김남일은 최고의 강심장을 가졌다는 평가. 박지성은 이미 세계가 인정하는 월등한 지구력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기성용(셀틱)은 "실제로 같이 뛰어 보면 말로만 듣던 지성이 형의 엄청난 활동량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감탄했다. 김재성(포항)은 최고의 엉덩이를 가진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사우나에서 그의 엉덩이를 본 동료들은 "탄탄한 말 궁둥이 같다"는 부러움 섞인 찬사를 던진다고. 김재성은 "남들보다 뛰어난 균형 감각과 탄력도 이 엉덩이에서 온 것 아니겠느냐"며 웃었다. 하이라이트인 왼발과 오른발의 달인은 누구일까. 왼발의 주인공으론 염기훈(수원)이 뽑혔다. 그의 왼발 킥은 각도와 스피드, 힘의 3박자를 갖춘 예술이란 평가. 골키퍼 정성룡(성남)은 "기훈이 형의 왼발 슈팅은 워낙 날카롭게 떨어져 알면서도 막기 힘들다"고 말했다. 오른발의 주인공은 기성용이었다. 정확한 볼 키핑에 이은 폭발적인 중거리 슛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축구 선수로는 드물게 인 프런트와 아웃 프런트, 짧은 거리와 긴 거리 슈팅 모두 수준급이라는 점도 선수들이 그를 뽑은 이유다.노이슈티프트=신진우기자 niceshin@donga.com}
일본과의 평가전에서 완승을 거둔 축구대표팀이 26일 독일 뮌헨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뮌헨에서 차로 2시간 거리인 오스트리아 노이슈티프트로 이동한 대표팀은 11일 동안 머물며 다음 달 5일 남아공에 입성하기 직전까지 마지막 담금질을 하게 된다.○ 밖에서도 “박지성, 박지성” 독일에서도 대표팀의 최고 인기스타는 역시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었다. 그가 공항 입국장에 들어서자 “박지성이다”는 외침과 함께 교민과 관광객 50여 명이 일제히 몰렸다. 박지성은 12시간이 넘는 장거리 비행에도 피곤한 기색 없이 이들의 환호에 손을 흔들어 답례했다. 또 태극기, 메모지, 손바닥 등에 일일이 사인을 해주고 기념촬영에도 응했다. 그는 “마음도 가볍고 몸도 가볍다. 마무리를 잘해 후회 없이 남아공에 가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반지의 제왕’ 안정환(다롄 스더)도 만만치 않은 인기를 누렸다. 그는 “잘생겼다”는 감탄사와 함께 몰려든 인파에 환한 웃음으로 답례했다. 안정환의 팔을 살짝 만져보는 ‘영광’을 누린 한 여성 관광객은 수줍게 웃으며 얼굴을 붉혔다.○ 자신감 넘치고 분위기 좋고 “분위기 정말 좋습니다.” 공항에서 만난 태극전사들은 한결같이 이렇게 말했다. 대표팀 막내 이승렬(서울)은 “훈련장, 라커룸, 비행기 등 어디에서도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자신감이 넘치고 분위기 역시 최고”라고 전했다. 이청용(볼턴)은 “훈련 땐 최선을 다해 집중력 있게 준비하고 실전에선 긴장을 거의 하지 않는다. 선수들 모두 서로 믿고 의지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고 말했다. 대표팀 송준섭 주치의는 “이번 대표팀에선 상대가 누구라도 주눅 드는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자신감이 넘치는 데다 결과까지 좋다 보니 분위기를 제대로 탔다”며 웃었다. 캡틴 박지성과 박주영(모나코), 김동진(울산)은 선수들 사이에서 대표적인 분위기 메이커로 꼽힌다. 이영표(알 힐랄)는 “지성이는 부드러운 카리스마, 주영이는 자상한 카리스마, 동진이는 즐거운 카리스마로 선수단의 분위기를 끌어올린다”고 전했다. 해발 1200m의 조용한 소도시인 노이슈티프트에 여장을 푼 대표팀은 현지 시간으로 26일 오후 5시(한국 시간 오후 11시) 첫 현지 적응훈련에 들어갔다. 대표팀은 이곳에서 벨라루스(30일), 스페인(6월 4일)과 평가전을 치른다.노이슈티프트=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프로축구 포항 스틸러스가 올 시즌 부진 탈출을 알리는 값진 승리를 거뒀다. 포항은 23일 대구시민운동장에서 열린 대구 FC와의 포스코컵 1라운드 방문경기에서 2-1 승리를 거뒀다. 최근 K리그 8경기(2무 6패)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하는 등 극심한 부진으로 감독까지 경질된 포항은 이날 승리로 한숨을 돌리게 됐다.전반 초반부터 상대를 강하게 압박하며 골문을 노린 포항은 전반 29분 모따가 왼발슛으로 선제골, 후반 8분 유창현이 헤딩슛으로 추가골을 얻었다. 대구는 3분 뒤 장남석이 오른발슛으로 한 골을 만회하며 추격했지만 동점골을 터뜨리지 못했다. 이날 성남 일화-울산 현대는 3-3, 광주 상무-FC서울은 0-0으로 비겼다.차범근 감독이 사령탑에서 물러날 뜻을 밝힌 수원 삼성은 22일 전남 드래곤즈와의 경기에서 선제골을 내줬지만 곽희주의 동점골과 호세 모따의 연속골에 힘입어 3-2 역전승을 거뒀다. 차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후임 감독의 짐을 덜어준 것 같아 기쁘다. 그동안 최선을 다한 선수들에게 감사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A의 인터 밀란이 23일 스페인 마드리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스타디움에서 열린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바이에른 뮌헨(독일)을 2-0으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이미 세리에A 5년 연속 우승과 이탈리아 컵대회인 코파이탈리아 우승을 확정지었던 인터 밀란은 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이탈리아 프로축구 사상 처음으로 트레블(3관왕)의 영광을 차지했다. 포르투(포르투갈)를 이끌고 2003∼2004 시즌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했던 인터 밀란의 명장 조제 모리뉴 감독은 6년 만에 팀을 바꿔 다시 이 대회에서 우승하며 통산 세 번째로 두 팀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린 감독이 됐다. 준결승에서 바르셀로나(스페인)를 제치고 결승에 오른 인터 밀란은 물샐틈없는 탄탄한 수비를 앞세워 뮌헨의 거센 공격을 막아냈다. 공격에선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에서 우리와 만날 아르헨티나 디에고 밀리토가 두 차례 기회를 모두 득점으로 연결하며 팀에 승리를 안겼다. 모리뉴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세 팀에서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룬 첫 번째 감독이 되고 싶다”고 밝혀 그동안 불거진 레알 마드리드(스페인)로의 이적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꿈의 무대’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본선이 21일 앞으로 다가왔다. 허정무 대표팀 감독은 17일 본선을 대비한 예비 엔트리 26명을 발표했다. 포지션별 주전 윤곽도 거의 드러난 상황. 하지만 여전히 경합이 치열한 자리가 하나 있다. 바로 박주영(AS 모나코)과 전방에서 투 톱을 이룰 공격수 한 자리. 박주영을 제외하고 허 감독이 현재 발탁한 공격수는 안정환(다롄 스더), 이동국(전북 현대), 이근호(주빌로 이와타), 염기훈(수원 삼성), 이승렬(FC 서울) 등 5명. 전문가들(신문선 명지대 교수, 한준희 KBS 해설위원, 서형욱 MBC 해설위원, 박문성·신연호 SBS 해설위원)의 의견을 바탕으로 항목별로 이들의 경쟁력을 알아봤다.○ 노련미는 안정환…이근호는 스피드왕“자원은 넘치는데 색깔이 너무 달라서….” 허 감독의 고민은 이 한마디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사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박주영의 파트너로 이근호가 낙점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후 이근호의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변수가 생겼다. 이근호는 J리그 8경기, 대표팀에선 12경기째 골 맛을 보지 못하며 허정무호의 황태자에서 조기 탈락 후보로까지 위상이 떨어졌다. 그의 부진은 자연스럽게 다른 공격수들의 기회로 이어졌다. ‘반지의 제왕’ 안정환, ‘라이언 킹’ 이동국, ‘왼발의 달인’ 염기훈, ‘패기의 신예’ 이승렬은 서로 다른 개성을 무기로 ‘허심’을 잡기 위해 눈물겨운 경쟁을 펼치고 있다. 그렇다면 공격수로서 이들 5명의 장단점은 무엇일까. 경쟁력을 살펴보기 위해 선정한 항목은 경험, 스피드, 골 결정력, 도움 능력, 지구력, 최근 컨디션 등 6개(항목별 10점 만점). 경험에선 안정환이 단연 우위였다. 3회 연속 월드컵 본선 득점을 노리는 안정환은 9.6으로 이동국(7.4), 이근호(6.8), 염기훈(6.2)을 제쳤다. 신예 이승렬은 4.4로 최하위. 스피드에선 이근호(9.4)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한준희 위원은 “순발력이 떨어지는 그리스 수비진을 상대로는 순간 스피드가 좋아 빠른 침투에 능한 이근호가 제격”이라며 “허 감독이 그에게 계속 기회를 주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승렬(7.8), 안정환(7), 염기훈(6), 이동국(5.6)이 뒤를 이었다. ○ ‘원 샷 원 킬’ 이동국… 이승렬 2관왕 골 결정력에선 이동국(9)이 단연 1위. 안정환(7.2), 이근호(7), 이승렬(6.4), 염기훈(6) 순이었다. 서형욱 위원은 “골 냄새를 맡는 감각만큼은 이동국이 국내 최고”라며 “현재 공격수 가운데 힘과 높이를 갖춘 유일한 ‘타깃형 스트라이커’라는 것도 이동국의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도움 능력에선 정확한 왼발 크로스로 측면 미드필더까지 소화 가능한 염기훈(8.4)이 눈에 띄었다. 빠른 스피드로 측면 돌파가 좋은 이근호(7.8)가 2위. 그 뒤로 안정환, 이승렬(이상 6.2), 이동국(4.8) 순이었다. 지구력에선 역시 1989년생 이승렬(8.2)이 형들을 앞섰다. 이근호(7.4), 염기훈(6.2), 이동국(5.4)은 그 뒤를 이었고, 후반 조커로 기용될 가능성이 높은 안정환(4.2)은 최하위. 마지막으로 최근 컨디션에서도 16일 에콰도르와의 평가전에서 선제골을 넣는 등 절정의 몸 상태를 자랑하는 이승렬(8.8)이 1위에 올랐다. 2위는 지난 시즌 K리그 득점왕 이동국(7.8). 그 뒤로는 염기훈(6), 안정환(5.2) 순이었고 부진의 늪에 빠진 이근호(3.6)는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