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신상정보 꼬치꼬치 캐묻지 마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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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과도한 개인정보 수집 개선 권고

“결혼기념일 적는 곳은 왜 없는지 궁금했다니까요.”

자영업을 하는 최모 씨(45)는 그때 기억을 떠올리며 쓴웃음을 지었다. 최 씨의 큰아들은 고교에 입학한 올해 초 학교에서 ‘가정환경 조사서’를 받아 왔다. 조사서 항목들은 눈을 의심케 했다. 부모의 주민등록번호 직업 학력 등은 물론이고 회사 전화번호까지 써넣도록 했다.

직업과 관련해선 아예 ‘직장명 등 자세히 기록’이란 친절한 설명과 함께 서술형 항목이 따로 마련돼 있었다. 최 씨는 “학교에선 ‘학생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지만 왠지 부모 직업으로 아이들이 먼저 평가받는 기분이 들어 불쾌했다”고 털어놨다.

교육부는 22일 ‘과도한 학부모 개인정보 수집관행 개선사항’을 전국 시도 교육청에 내려 보내 신학기 초에 학부모 신상정보를 캐묻다시피 하는 학교의 관행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2011년 개인정보보호법 시행 뒤 ‘개인정보 업무처리 사례집’을 배포하는 등 학부모 정보 노출을 막기 위해 노력했지만 상황이 크게 나아지지 않은 데 따른 것이다.

그동안 많은 학교가 이름만 ‘자기소개서’ ‘진로상담 조사서’ ‘가정환경 조사서’ 등으로 다를 뿐 학부모의 개인정보를 수집했다. 부모의 월수입 재산 학력 직업 직장 종교 등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또 교육부는 학부모의 각종 신상정보를 필수기재에서 자율기재로 전환하라고 학교에 권장했다. 의무 작성이란 부담을 없애 학부모의 걱정과 우려를 줄이기 위해서다. 교장·교감 자격 연수와 신임 교직원 연수 때 개인정보보호 과정도 신설하기로 했다.

홍혜식 교육부 정보보호팀 사무관은 “사실 현장에선 개인정보보호가 뭔지를 몰라 관행적으로 정보 수집을 하는 사례가 많다. 교직원 의식이 바뀌면 자연스럽게 정보 수집 관행도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학부모#학교#개인정보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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