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혁신학교 전교조 교사들, 특정업체 지목해 물품계약 강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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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지역 교장-행정실장, 교육청에 고발 편지

“저는 마음이 너무 괴로워 두통과 심장 통증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신경안정 약물을 복용하고, 전보를 신청했습니다.”

지난달 서울시교육청으로 전달된 편지 내용 가운데 일부다. 보낸 이는 서울의 A혁신학교 행정실장인 B 씨. “더불어 행복한 학교가 혁신학교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이제 모든 꿈을 버리고 이곳을 무사히 탈출해 나가는 게 마지막 소망”이라고 밝혔다.

B 씨는 26년 동안 공직생활을 했다. 현재 학교에 발령받은 시기는 지난해 7월. 근무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괴로움을 느꼈고, 더이상 두고 볼 수 없어 편지를 쓰게 됐다고 했다.

그를 어렵게 만든 문제는 물품 계약. 규정상으로는 교장이 계약담당 공무원이다. 행정실장은 계약 체결을 보조하면서 책임을 함께 진다. 하지만 A학교에선 교사들이 임의로 업체를 지정하고 계약 체결까지 요구했다. 공정한 절차를 밟지 않고, 객관적인 근거 자료도 없이 계약을 하는 일이 이어졌다고 했다.

“체육관 물품구입비 3000만 원을 집행할 당시 (교사들이) 특정 업체를 지목해 계약을 강요했다. 또 물품을 분할해 계약을 체결하라는 요구도 자주 받았다.” 안전행정부가 만든 ‘지방자치단체 입찰 및 계약 집행기준’에 따르면 물품 계약 시 단일 사업을 부당하게 분할하거니 시기적으로 나눠 체결할 수 없다.

학교 회계 시스템인 ‘에듀파인’과 관련해서도 B 씨는 문제를 지적했다. 에듀파인 사용 권한은 보통 학교장 등 일부에게만 제한적으로 부여된다. 하지만 A학교에서는 여러 교사가 이런 권한을 스스로에게 부여해 사용하고 있다고 B 씨는 전했다. “개인정보 유출이 우려된다. 또 교사들이 회계자료를 임의로 삭제할 소지도 있다.”

혁신학교는 좌파 교육감들이 주도해 만들었다. A학교에서와 같은 행정 재정 회계 관련 잡음이 나오는 이유는 학교당 매년 평균 1억4000만 원가량의 예산을 지원하면서 교사들에게 지나치게 많은 권한을 부여해서다. 특히 ‘다모임’이라고 불리는 교사회가 예산과 인사 등 전반적인 학교 운영까지 개입하는 사례가 많다. 서울의 C혁신학교 교장 역시 최근 시교육청에 보낸 편지에서 “혁신학교 교장은 허수아비다. 다모임에서 결정된 내용은 보고조차 되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혁신학교에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소속 교사의 비율이 높다. 다모임도 이들이 주도하는 경우가 많다. A학교의 경우 전교조에 가입한 교사의 비율이 55.9%. C학교 역시 56.5%에 이른다. 이는 전국 평균(9.1%·4월 1일 기준)보다 월등히 높다.

D혁신학교 행정실장은 “전교조 교사들이 주도해 ‘학교 회계직 인사관리 규정’을 만들었다. 학교 비정규직에게 유급휴가를 60일이나 준다는 내용이다. 비정규직을 자기편으로 만들려는 속셈인데, 이때 발생하는 초과비용은 혁신학교 운영비에서 나가 결국 피해는 학생들이 보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한국교육개발원은 혁신학교 평가지표를 완성했다. 크게 △교육경영(300점) △교육과정 및 교육프로그램(300점) △교육성과 및 만족도(400점) 등 3가지 항목이다. 혁신학교의 특수성을 고려해 정성평가를 강화하고 현장방문평가 항목의 비중을 전보다 늘렸다. 67개 혁신학교 가운데 1년 이상 운영된 59곳을 평가한다. 서울시교육청은 연말에 나오는 평가 결과에 따라 혁신학교 사업 지속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혁신학교#전교조 교사#물품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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