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찬

황인찬 기자

동아일보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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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특파원 황인찬입니다. 한일 관계가 더욱 좋아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일본에 왔습니다. 일본의 오늘을 보여드립니다.

hic@donga.com

취재분야

2026-02-28~2026-03-30
일본39%
국제일반18%
미국/북미13%
국제정세8%
칼럼5%
인사일반5%
러시아3%
중국3%
국제교류3%
중동3%
  • 20년전 노동소설가, 텃밭의 흙내음 인터넷에 전하다

    대학(서강대 영문과 80학번)을 졸업한 청년은 인천의 주물공장에 선반공으로 위장 취업했다. 이를 바탕으로 1987년 가을 스물일곱의 나이에 단편 ‘쇳물처럼’을 발표한 그는 단편 ‘우리의 사랑은 들꽃처럼’, 장편 ‘철강지대’ 등을 발표하며 ‘새벽 출정’의 방현석, ‘성장’의 김한수 등과 함께 1980년대 노동문학의 성취로 불렸다. 1992년 가을. 그는 홀연 문단을 떠났다. 뜨거웠던 1980년대에 뛰어들어 용광로와 같은 소설을 썼다가 차갑게 굳어간 이름, 소설가 정화진(본명 황의돈·52)이다. 그가 20년 만에 펜을 잡았다. 지난달부터 출판사 창비의 인터넷 블로그에 산문 ‘도시농부 정화진의 세상살이’를 주간 연재하고 있다. 작물을 심고 돌보는 담담한 일상이 담백한 문체로 이어진다. 16일 오후 경기 고양시 마두역 앞에서 만난 작가는 허름한 작업복에 흙 묻은 등산화를 신고 있었다. 그가 일구는 텃밭으로 자리를 옮겼다. 130m²(약 40평) 남짓한 밭에 마늘과 양파, 상추가 푸릇하게 올라와 있다. 3년 전 인천에서 고양시 풍동의 아파트로 이사한 그는 지난해부터 농사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일종의 귀농 준비죠. 작게 농사도 짓고, 글도 쓰고, 불러주면 강연도 하고. 언젠가는 시골서 그렇게 살고 싶어요.” 그는 호미를 들고 마늘 밭의 김을 맸다. 이내 주위가 어둑해졌다. 옷의 흙을 툭툭 털고 그가 말했다. “막걸리나 한잔합시다.” 마두역 근처 막걸리집에 마주 앉았다. 20년 전 그렇게 떠난 이유가 궁금했다. “80년대를 꿰뚫는 서사가 있는 작품을 쓰고 싶었지요. 우리 시대 자화상을 써보려 했는데 30대 초반이었던 나는 너무나 세상을 아는 게 없는 거야. 주변에는 노동자만 있었는데 세상은 노동자만 사는 게 아니니까. 그때 노동자만 뜨거웠나? 대기업 다니는 사람, 선생님, 뜨겁지 않은 인간이 어디 있어. 그걸 아우르고 싶었는데 어림 반 푼어치도 없었지.” 선인세(350만 원)를 받고도 몇 달 동안 끙끙대던 그는 결국 ‘문학적 한계’를 절감했다. ‘글도 못 쓰는 놈이 가장 노릇도 못 한다’는 자괴감에 생활전선으로 뛰어들었다. 서울 강남의 무역회사 영업사원도 하고, 후배 작가 김한수와 액세서리 장사에도 나섰다. 6년간 입시학원 영어강사도 했다. 다시 펜을 잡은 이유는 뭘까. 재작년 허리와 다리가 아파 병원에 갔는데 척추에 종양이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암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 절박한 상황에서 생각난 것은 ‘소설’이었다. “암 판정 나면 마누라에게 ‘산속에 들어가고 싶다. 딱 (소설) 한 편만 쓰고 가게’라고 말하려고 했지. 그때 깨달았어. ‘내가 글쟁이구나, 소설에 목맨 사람이었구나’라는 것을….” 다행히 ‘물혹’ 판정을 받았다. 병석에서 일어선 그는 산문부터 시작했다. “청년 때는 잡문이라고 생각해 거들떠보지도 않았지. 지금은 일주일에 200자 원고지 20장 채우는 것에도 쩔쩔매.” 허허 웃는 그의 얼굴이 밝았다.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통합진보당 사태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내가 그쪽(운동권)을 떠난 지 오래돼서 내부 사정은 몰라. 하지만 하고 있는 것을 보면 ‘×발’ 소리가 먼저 나와. 지지해준 국민을 매우 실망하게 만드는, 책임 없는 짓을 하고 있는 거지.” 나머지 말은 아꼈다. 2차로 옮긴 막걸리집에 김한수가 합류했다. 4년 전 고양시에 먼저 정착해 농사를 짓는 그가 정화진의 정착을 도왔다. 김한수는 출판사와 소설 계약을 했지만 ‘농사일이 바빠서’라며 집필을 미루고 있다고 했다. 취기 가득했던 그날 술자리에서 정화진이 던진 말이 잊혀지지 않았다. “글을 다시 쓰니까 좋은데, 나이 먹은 것 같아 슬퍼. 무역회사 다닐 때 해외출장을 가면 젊은 친구들이 색색의 배낭을 메고 여행하고 있더라고. 그 자유스러움이 부러웠지. 언젠가 나도 한수랑 함께 배낭을 메고 세계 이곳저곳을 다니고 싶어. 글로도 남기고 싶고….”고양=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2-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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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예술]시인 장석주가 쓴 어른을 위한 동화

    장석주 시인은 7, 8년 전 문인 150여 명과 함께 독도를 처음 ‘봤다’. 한국시인협회 행사였는데 너울이 심해 섬에 오르지는 못하고 정박한 배 위에서 행사를 치렀다. 작가가 처음 본 독도는 생각했던 것보다 작고 초라했지만 이내 무언가 가슴에서 울컥 치밀어 올랐다. 독도의 모습이 ‘늙은 암컷의 젖무덤’이나 ‘오랜 세월 수행하는 노스님’ 같았다. 공중에 정지한 듯 떠 있는 괭이갈매기는 한편의 극사실화를 보듯 그의 머리에 뚜렷이 각인됐다. 그때 받은 인상을 단초로 이 책을 냈다. 시와 산문, 평론을 두루 써 ‘전방위 작가’로 불리는 저자가 쓴 첫 번째 동화다. 주인공은 새끼 상괭이(독도에 사는 고래 종류) ‘외뿔이’다. 아빠를 잃고 엄마 고래 손에서 자란 외뿔이는 상어들의 공격에 엄마마저 잃고 홀로 남지만, 주위 동물들의 도움으로 꿈을 향해 의연히 헤엄쳐 나간다. 줄거리는 간단하지만 문체는 어렵고, 내용 또한 무겁다. 표지에는 ‘어른이 읽는 동화’란 알림 글을 달았다. 작가는 “20, 30대를 위한 동화”라고 설명했다. “요즘 20대의 현실은 ‘하나의 벽’과 같다. 대학 졸업 후 취업이나 진로에 어려워하는 모습이 많은데 이 책이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그가 전하고자 하는 것은 ‘꿈과 희망’이다. 의지할 곳 없는 신세가 된 외뿔이는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학교에서 쫓겨난다. 하지만 수염고래, 흑범고래, 하얀갈매기 등에게 의지하며 꿈과 희망에 대해 배우고, 고래들의 낙원을 찾아 떠난다. ‘자신의 꿈을 찾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메시지가 외뿔이의 힘든 여정에 스며 있다. 한국적 추상화의 대가로 꼽히는 이두식 홍익대 교수가 그린 독도와 수중 세계를 볼 수 있는 것도 매력적이다. 다만 에피소드의 연결이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여럿 보이는 점은 아쉽다. 7월경 같은 이야기를 좀 더 쉽게 풀어쓴 아동용 책이 출간될 예정이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2-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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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예술]애도, 사랑의 완성

    애도(哀悼). 사람의 죽음을 슬퍼함. 그 찢어지는 비통을 예찬한다니…. 애도에 대한 전통적 관점을 살짝 비튼다. 프로이트는 1927년 발표한 논문 ‘애도와 우울증’에서 망자에 대한 애착을 끊지 못하면 병리학적 우울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지금도 ‘성공적인 애도’는 떠난 사람을 잊고 슬픔을 극복해 안정적인 일상으로 돌아오는 것이라고 하지만 저자는 데리다의 시각을 빌려 이의를 제기한다. ‘사회는 우리에게, 떠난 자는 결코 되돌아올 수 없으니 그 상실을 충분히 슬퍼하되 죽음을 인정하고 앞으로 나아가라고 요구하지만, 사랑했던 사람에 대한 슬픔에는 끝이 없어야 하며 그것이 어쩌면 진정한 애도일지 모른다.’ 책은 문학 작품 및 사회 현상 속에 드러난 애도의 방식을 되짚는다. 사랑뿐만 아니라 사랑을 잃은, 애도 또한 문학의 주 대상이며, 창작 행위가 한 애도 방식으로 해석된다는 시각이다. 응집된 슬픔은 애도의 문학으로 선연하게 피어난다. 애도 행위를 저자는 다른 대상과 연관 지어 풀어간다. ‘몸’과의 관계는 이렇다. 사랑하는 이가 죽으면 더 이상 그의 몸을 만질 수 없다. 따뜻한 체온의 상실감은 깊은 절망이다. 남은 사람은 시신을 고이 묻고, 묘비를 세워 망자의 몸을 추억한다. ‘(장례는) 우리의 관계가 몸과 몸을 매개로 한 것이었기에, 그 몸을 끝까지 환대하기 위한 것일지 모른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런데 사랑하는 이의 주검조차 찾을 수 없다면, 제대로 애도조차 할 수 없다면 어떻게 될까. 소포클레스의 ‘콜로노이의 오이디푸스’에서는 오이디푸스가 두 딸인 안티고네와 이스메네에게 자신이 죽어 묻히는 곳을 알리지 않았고, ‘안티고네’에서는 크레온 왕이 안티고네의 죽은 오빠를 반역자라는 이유로 묻지 못하게 하고 들짐승들에게 내놓는다. 사랑하는 사람의 주검조차 추스르지 못하는 상황에서 슬픔은 더 아리게 다가온다. 현실도 마찬가지다. 책은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을 말한다. 목숨을 잃은 군인 46명 가운데 일부 시신은 아직도 차가운 바닷속에 있다. 시신을 찾지 못한 유족들은 애끓게 절규한다. ‘죽은 사람이 (바닷속) 추운 데서 떨고 있을 거라는 (유족들의) 생각은 대단히 비현실적이지만, 그러한 비현실적인 생각이 그들에게는 현실보다 더 현실인 것이다.’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애도의 기간’으로 분석한 것도 흥미롭다. 햄릿의 아버지가 죽은 뒤 햄릿의 어머니는 한 달 만에 남편의 동생에게 시집갔는데, 이런 비상식적으로 짧은 애도 기간이 햄릿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는 것. 햄릿의 우울증과 광증, 이로 비롯된 파멸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 애도 행위에서 왔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애도를 중심으로 ‘윤리’ ‘트라우마’ ‘존재’ 등과의 연관성을 풀어냈다. 기발한 접근법과 깊이 있는 분석이 돋보이며 여러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사랑은 언젠가 떠나는 유한적인 것이다. 하지만 그 사랑을 떠나보내는 애도는 무한하다. 영원한 사랑은 애도로 완성되는 것일까.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2-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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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로 나온 책]디너 外

    ○ 문학디너(헤르만 코흐 지음·은행나무)=내 아이가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다면, 이 사실을 아직 그 부모만 안다면 부모는 자수를 권할 수 있을까. 부모의 사랑과 도덕적 양심 사이를 시소를 타듯 아슬아슬하게 저울질한 장편소설. 1만2000원. 아르센 뤼팽의 마지막 사랑(모리스 르블랑 지음·문학동네)=추리소설 ‘아르센 뤼팽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 저자 사후 70년 만에 처음 번역 출간됐다. 프랑스 파리 ‘사교계 퀸’이 뤼팽의 정체를 추적하는 과정을 그렸다. 1만2000원. ○ 학술군중행동(에버릿 딘 마틴 지음·까만양)=‘군중 속에서 쌓여가는 것은 지혜가 아니라 어리석음과 광기다’ ‘개인성의 최대의 적은 군중이다’ 등 군중에 대한 철학을 정리했다. 르봉의 ‘군중심리’와 함께 군중에 대한 최고 분석서로 꼽힌다. 1만5000원.유럽의 붓다, 니체(야니스 콩스탕티니데스 지음·열린책들)=독일 사상가 니체의 사상과 13세기 일본의 승려이자 철학자였던 도원 선사의 가르침 사이의 유사성을 찾는다. 니체와 선종(禪宗)의 유사성을 삽화를 곁들여 설명했다. 1만3500원.○ 인문·교양 아버지니까(송동선 지음·함께북스)=아내의 사업 실패와 아들의 자살을 겪은 60대 저자가 일과 가족에 대한 단상을 엮은 에세이. 1만3000원.남자, 그림이 되다(가브리엘레 툴러 지음·예경)=르누아르는 여성과 키스하거나 춤추는 모습을 통해 남성의 에로틱함을 강조했고 마그리트는 얼굴 없는 신사들로 현대사회의 익명성을 표현했다. 미술작품 속 남성상을 해석한 책. 1만7000원.○ 실용·기타대한민국 경제 2013, 그 이후(김경원 외 지음·리더스북)=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보다 심각한 불황이 2013년부터 찾아온다고 전망한다. 가계부채, 북한 문제 등 국내 리스크를 진단하고 대비책을 제시했다. 1만6000원.나를 좋아하게 하는 커뮤니케이션(김정기 지음·인북스)=‘적극적으로 논쟁을 즐기되 공격적 언어는 삼가라’ ‘상대를 배려하고 보상하는 전략이 써라’ 등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호감도를 높이는 방법을 정리했다. 1만3000원.호텔 매니지먼트 CEO 권대욱의 남자의 자격 청춘합창단 도전기(권대욱 지음·삼정)=서른여섯 살부터 호텔 사장으로 일해 온 저자가 KBS 2TV 예능프로 ‘남자의 자격’의 ‘청춘합창단’에 참가한 뒤 생긴 일상의 변화와 감회를 담았다. 1만2000원.위기의 경제학(정갑영 지음·21세기북스)=유사한 형태로 반복되는 세계 경제불황의 패러다임을 다뤘다. 통일세, 공기업 선진화 방안, 감세정책 등의 주제를 다룬 기사를 재편집해 시의성 있는 분석을 담았다. 1만5000원.}

    • 2012-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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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문協, NIE활동 1만명 모집

    한국신문협회(회장 김재호)는 일반 여권을 본떠 만든 신문활용교육(NIE) 워크북인 ‘신문 읽기와 인성함양 패스포트’ 활동 과제를 수행할 전국 초·중·고등학생 1만 명을 모집한다. 학생들은 워크북을 신청해 받은 뒤 8월 31일까지 과제를 수행해 응모하면 된다. 우수작에는 장학금(대상 100만 원)도 지급한다. 참가 방법은 홈페이지(www.presskorea.or.kr) 참조.}

    • 2012-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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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성희 본보 논설위원 최은희여기자상

    정성희 동아일보 논설위원(오른쪽)이 17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29회 최은희여기자상 시상식에서 조선일보 김문순 미디어연구소 이사장으로부터 상을 받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 2012-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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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런던올림픽 국악응원가 싸이와 함께 부르실 분~”

    가수 싸이(사진)가 런던 올림픽에 출전하는 태극 전사들을 위해 국악 응원가를 부른다. 16일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국립국악원에 따르면 국악단체인 국악지음이 진행하는 런던 올림픽 국악 응원가 만들기 프로젝트 ‘오성과 한음’에 싸이가 참여한다. ‘오성과 한음’은 ‘오천만 국민의 성원을 한국의 음악으로’라는 말을 줄인 것. 싸이와 유명 국악인들이 노래하고 연주할 국악응원가는 빠르고 힘 있는 록 비트에 북과 장구, 태평소, 가야금 등 국악기가 조화를 이루는 곡이다. 싸이는 2006년 독일 월드컵을 앞두고 또 다른 국악응원가 ‘위 아 더 원(We Are The One)’을 선보인 바 있다. 이 곡은 당시 음원을 무료로 공개했는데 500만 건이 넘는 내려받기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다. 다음 달 초에는 새 응원가를 홍보하기 위해 싸이를 비롯해 국악인과 일반인 2500여 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뮤직비디오도 촬영한다. 뮤직비디오는 런던 올림픽 기간에 설치되는 한국 홍보부스 ‘런던 코리아 하우스’ 등에서 상영할 예정이다. 예술위는 이 프로젝트 지원을 위한 ‘크라우드 펀딩’을 예술위 홈페이지(www.arko.or.kr)에서 다음 달 22일까지 진행한다. 크라우드 펀딩은 특정 프로젝트에 다수의 사람이 소액을 후원하는 자금 조달 방법. 3000만 원을 목표액으로 선정했는데 모금 시작 20여 일이 지난 16일 현재 약 45만 원이 모였다. 기부 참여자는 새 응원가 뮤직비디오 촬영에 참여할 수 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2-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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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작가 18명, 문학한류를 부탁해”

    《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를 계기로 ‘문학 한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한국문학번역원이 ‘제2의 신경숙’에 도전하는 작가들을 선정했다. 한국문학번역원(원장 김성곤 서울대 영문학과 교수)은 15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미국 출판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국내 스타 작가들을 선정한 뒤 이들의 작품을 집중적으로 출간 홍보해 ‘엄마를 부탁해’의 후속타를 만들어 내겠다”고 밝혔다. 》 본보가 단독으로 입수한 명단에 따르면 지원 대상 작가는 모두 18명. 대부분 문단의 ‘허리’에 해당하는 작가들이다. 지원 대상 작품으로는 지난해 출간돼 각각 20만 부 넘게 판매된 정유정의 ‘7년의 밤’과 김애란의 ‘두근두근 내 인생’을 비롯해 올해 출간된 성석제의 ‘위풍당당’, 김영하의 ‘너의 목소리가 들려’, 김연수의 ‘원더보이’가 선정됐다. 이 작품들은 지난해와 올해 국내 소설을 대표하는 베스트셀러로, 한국 문단의 ‘신상품’을 발 빠르게 미국에 전달하려는 의도가 읽힌다. 이 밖에 김언수의 ‘캐비닛’, 이응준의 ‘국가의 사생활’, 이승우의 ‘한낮의 시선’, 최제훈의 ‘일곱 개의 고양이 눈’, 최윤의 ‘마네킹’, 박형서의 ‘새벽의 나나’, 박민규의 ‘핑퐁’, 김경욱의 ‘천년의 왕국’, 김사과의 ‘미나’, 심윤경의 ‘달의 제단’, 임철우의 ‘이별하는 골짜기’가 포함됐다. 이 작품들은 영문으로 샘플 번역을 한 뒤 미국 대형 출판사들에 출간을 의뢰할 예정이다. 이미 영문판이 나온 천운영의 ‘생강’과 강영숙의 ‘리나’는 프랑스어 샘플 번역의 혜택을 받게 됐다. 작가 선정은 번역원이 별도로 꾸린 선정위원회가 맡았다. 문학평론가 권영민 단국대 석좌교수, 우찬제 서강대 국어국문과 교수, 김미현 이화여대 국어국문과 교수, 미국인인 서태부 서울여대 영어영문과 교수(본명 스티븐 캐페너), 염현숙 문학동네 편집국장 등 5명이 위원회에 참여했다. 심사 과정에서는 작품성과 대중성 외에도 ‘앞으로 왕성한 활동이 가능한 작가인가’라는 점을 중시했다. 기존에 영문판이 나온 작품은 가급적 지원 대상에서 제외했다. 작가 선정의 공정성에 대해 김 원장은 “선정위원회에 추천을 일임해 번역원이 개입하지 않았다. 선정되지 않은 작가들은 불만이 있을 수 있겠지만 최대한 다양하고 대중성 있는 작가를 선정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번역원은 지원 대상 작품이 해외에서 출간될 경우 현지 사인회와 언론간담회를 여는 등 홍보에 주력해 또 다른 한류 문학의 탄생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번역원은 ‘문학 한류 기반 조성’이란 사업으로 정부 예산 3억 원을 확보했다. 지난해 4월 미국에서 출간된 ‘엄마를 부탁해’는 현지에서 14만 부가 판매되고, 32개국과 판권 계약을 하는 성과를 거두며 ‘문학 한류’의 토대를 닦았다. 김 원장은 “미국에서 케이팝(K-pop·한국대중가요) 열기가 뜨거운데 한국의 정신문화에 속하는 문학의 진출도 활발해져야 한다고 본다.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등 여건이 좋아진 것도 긍정적이다”라고 말했다. 또 김 원장은 “지금까지는 번역원이 직접 해외 출판사를 알아보다 보니 주로 영세한 출판사에서 책이 나와 현지 판매가 저조했다. 앞으로는 국내외 유명 에이전시를 통해 미국의 메이저 출판사를 직접 개척하겠다”고 밝혔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2-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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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유정문학촌 전상국 촌장 “김유정의 향기… 한해 45만명이 다녀갑니다”

    김유정문학촌이 있는 강원 춘천시 신동면에 가면 춘천의 명물인 닭갈비와 막국수를 파는 식당 20여 곳이 들어서 있다. 그 이름이 저마다 ‘유정식당’ ‘봄.봄 막걸리’ 식이다. 기차역 이름은 ‘김유정역’이고, 인근 금병산의 등산로는 ‘봄.봄 길’ ‘동백꽃길’ ‘금 따는 콩밭길’ ‘만무방길’로 불린다. 모두 김유정과 작품 이름을 딴 것이다. ‘김유정마을’이라 할 만했다. 김유정문학촌이 개관 10주년을 맞았다. 2002년 8월 6일 개관 때만 해도 이곳은 한적한 시골 마을이었다. 김유정 생가와 단층 전시관, 정자와 연못이 전부인 자그마한 문학촌(터 약 2480m²)을 보러 춘천 외곽까지 사람들이 오겠느냐는 우려가 컸다. 하지만 지난해 45만 명이 이곳을 다녀갔다. 3월 한국문학관협회가 60여 개 문학관을 평가해 수여한 ‘제1회 최우수 문학관’에 선정됐다. 12일 오후 찾은 문학촌은 분주했다. 토요일을 맞아 중고교생과 중년의 관광객을 태운 관광버스가 수시로 드나들고, 승용차들이 주차장을 빼곡히 메웠다. 이날 하루만 스무 곳이 넘는 학교가 방문했다. 궁벽(窮僻)한 이곳에 인파가 밀려드는 이유가 궁금했다. 김유정 생가 마루에서 전상국 김유정문학촌장(72)과 마주 앉았다. “규모로 치면 초라하지요. 전국에 크고 웅장한 문학관들이 얼마나 많이 있습니까. 하지만 김유정 문학의 모습처럼 촌스럽고, 소박하고, 정감 있는 공간으로 유지되는 게 매력인 것 같습니다.” 전 촌장은 개관 때부터 10년 동안 무보수 명예직 촌장을 맡고 있다. “문학관은 대부분 유품을 놓고 작가의 생애를 조명하는데 이는 부수적인 거죠. 결국 남긴 작품들을 사람들이 공감하고 함께 즐길 수 있는가가 중요합니다.” 노하우의 핵심은 ‘체험형 문학촌’이다. 해마다 3월 29일 김유정의 기일에 즈음해 열리는 추모제와 4월 김유정 문학제에서는 마을 사람들이 나와 직접 국밥을 끓여 관람객들에게 대접하는 등 한바탕 축제가 펼쳐진다. ‘점순이 선발대회’ ‘동백꽃의 닭잡기’ 등 작품에서 아이디어를 딴 이색 행사들도 열린다. 가장 중요한 것은 관람객들에게 김유정 작품에 대한 관심과 매력을 높여주는 것. 해설사 3명이 번갈아 근무하며 관람객의 이해를 돕는다. “김유정은 한학을 공부했지만 그가 남긴 30여 편의 작품에서 한자를 하나도 볼 수 없어요. 신기하죠? ‘낙엽’도 그냥 쓰지 않고 ‘떨잎’으로 풀어썼어요. 지식인이 아닌 민초들의 시선에서 바라본 거죠. 이런 탁월한 언어감각과 문학 정신을 설명해주면 관람객들이 관심을 보이고, 돌아가서는 작품을 읽어보게 되는 거죠.” 춘천시는 2013년 말까지 문학촌 앞 약 2만 m²의 터에 김유정 문학 속 공간인 1930년대 저잣거리를 재현하고 공연장과 공예품체험관 등을 세운다. 전 촌장의 노력으로 2004년 신남역을 ‘김유정역’으로 바꾼 데 이어 이곳 주소도 ‘신동면’에서 ‘김유정면’으로 바꾸고, 지역 농협과 우체국 이름도 ‘김유정 농협’ ‘김유정 우체국’으로 바꿀 예정이다. ‘김유정 마을’의 10년 뒤는 어떤 모습일까. “‘김유정 이야기 마을’이에요. 김유정이 탁월한 이야기꾼 아닙니까. ‘전국이야기대회’를 열어 (사람들이) 이야기를 하러, 그것을 들으려 이곳에 오는 겁니다. 그 이야기들이 만화나 공연 등 다른 콘텐츠로 확산되는, 이야기 자체가 상품이 되는 마을을 만들 겁니다.”춘천=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2-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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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예술]“독재타도” 외쳤던 그들의 중년

    ‘레가토’는 음과 음 사이를 이어서 부드럽게 연주하라고 지시하는 음악 용어다. 이 소설은 무엇을 잇는가. 1980년 전후 독재 반대 투쟁에 나섰던 운동권 학생들의 열정적인 고음으로 시작한 노래는 세월의 때가 묻고 중년이 된 이들이 읊조리는 저음으로 이어진다. 부드럽고 처연한 노래가 끝나 책장을 덮으면 울컥하는 무언가가 가슴에 치밀어 오르는 듯하다. 30여 년 전 ‘카타콤’이라 불리던 반지하 서클룸에서 모인 전통연구회 회원들은 은밀히 반독재 투쟁에 나선다. ‘학우여, 총궐기하며 반민주 유신독재를 철폐하자’는 유인물을 만들고 학내 사복 경찰들의 눈을 피해 뿌린다. 잡히면 모진 고문과 고초가 뻔한 일. 겁이 난다는 후배들에게 선배는 강압적으로 외친다. “니 나이 때 전태일 열사는 분신까지 했다.” 세월은 변했다. 전통연구회 회장이었던 박인하는 노련한 국회의원이 됐고, 그 선배를 따르던 조준환은 박 의원의 보좌관이 됐다. 다른 회원들은 저마다 교수, 출판기획사 사장으로 산다. 잊고 지냈던 청춘 시절은 함께 활동하다가 돌연 실종됐던 오정연의 동생이라는 하연이 등장하며 하나하나 복기된다. 오정연은 서클의 ‘퀸’ 같았던 존재. 30여 년을 오가며 인물들의 숨겨진 얘기들이 드러나고, 실종된 오정연의 미스터리가 하나씩 풀리며 작품은 교향곡처럼 거대한 서사로 변한다. 1996년 장편 ‘푸르른 틈새’를 펴낸 뒤 16년 만에 선보인 두 번째 장편. 인물에 대한 치밀한 묘사와 생생하게 펼쳐지는 작품 배경이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 선명하다. 광주 사투리나 프랑스어 등이 끼어드는 인물들의 대화도 감칠맛 난다. 몇몇 복선이 두드러져 하연의 실체나 정연의 현재 상황이 어렵지 않게 중간에 유추되는 점은 아쉽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2-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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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재삼문학상 이시영씨, 박재삼사천문학상 김륭씨

    이시영 시인이 제1회 박재삼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수상작은 시집 ‘경찰은 그들을 사람으로 보지 않았다’. 박재삼문학상과 함께 제정된 제1회 박재삼사천문학상은 시 ‘쌀 씻는 남자’의 김륭 시인에게 돌아갔다. 시상식은 박재삼문학제 기간인 다음 달 9일 오후 5시 경남 사천시 서금동 박재삼문학관에서 열린다.}

    • 2012-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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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예술]핫초코처럼 시작했다가 다크초콜릿으로 끝나는 男女

    정이현(40)과 알랭 드 보통(43)이 사랑에 관한 소설을 함께 집필했다는 소식만으로 화제가 된 책이다. 달콤한 핫초코와 씁쓸한 다크 초콜릿을 번갈아 먹듯, 연애의 민낯을 감각 있게 풀어내는 정이현과 각박한 현대인의 일상을 날카롭고 지적인 시선으로 뚫어보는 보통이 만났을 때 어떤 시너지 효과가 나올까 하는 기대가 높았다. 하지만 최초 기획 이후 2년 동안의 산통을 겪고 나온 두 권의 책을 읽고 나면 이런 생각이 든다. 뭐를 함께했다는 거지? 전혀 다른 책 아냐? 정이현은 ‘연인들’ 편에서 서울에 사는 20대 후반의 민아와 준호의 연애를 그린다. 소개팅으로 만나, 작은 공통점을 ‘운명’이라고 느끼고, 급격히 빠져들다, 나중에는 시들어버리는 얘기. 보통은 ‘한 남자’ 편에서 영국 런던에 사는 30대 후반의 유부남 벤의 시점에서 결혼 후 시들해진 애정과 섹스 횟수, 직장 생활과 가사노동을 병행하면서 겪는 고충, 그리고 잠시의 외도를 짚어간다. ‘사랑의 기초’라는 같은 제목을 달았다는 것 외에는 공통점을 찾기 어렵다. 주인공도, 배경도, 분위기도 모두 다르다. 기획 단계에서 보통은 “런던에 사는 한 남자와 서울에 사는 여자의 러브스토리를 남자와 여자의 시선으로 써보자”고 제안했지만, 정이현은 “하나의 서사를 남자 버전, 여자 버전으로 나눠 쓰는 게 현실적으로 굉장히 어렵고 과연 얼마나 좋은 작품이 나올지 모르겠다”며 고사했다는 것. 작가들의 이견에 프로젝트는 답보 상태에 들어갔고, 결국 ‘사랑, 결혼, 가족’을 주제로 각자 경장편을 쓰자는 절충안이 선택됐다. 두 작가는 ‘결합’에는 실패했지만 각자의 특기는 충실히 살렸다. 통통 튀는 문체로 “큭큭” 웃음 짓게 만들다가도 연애의 날것을 날카롭게 부각하는 정이현의 능력은 여전히 빛난다. ‘다분히 즉흥적으로 책을 빌려올 때의 마음과, 일부러 시간을 내어 그것을 가져다주어야 한다는 의무감은 전혀 다른 것이다. 사랑이 저물어갈 때의 마음이 그것을 시작할 때의 마음과 전혀 다른 것처럼’과 같은 비유도 여운이 짙다. 보통의 ‘한 남자’는 소설이라기보다는 에세이에 가깝다. 벤의 소소한 일상은 배경이 될 뿐 실제 내용은 결혼, 섹스, 일, 성공 등에 관한 생각을 보통이 직접화법으로 풀어간 것들이다. 보통이 해석한 결혼은 이렇다. ‘하나의 제도였던 결혼이 느낌에 헌신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결혼은 외부에 의해 승인되고 정당화되는 통과의례가 아니라 내부에서 우러난 마음상태에 자발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되었다.’ 두 작품 가운데 어떤 것을 먼저 읽어도 상관없다. ‘한 남자’에는 두 작가가 각자의 원고를 바꿔본 뒤 지난해 9월 진행한 대담이 실려 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2-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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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성예찬]필기구 예찬… 박영택 경기대 예술대 교수

    다음 날 쓸 필기구를 전날 저녁 미리 챙겨두는 남자가 있다. ‘내일 원고 교정 볼 게 있었지. 빨간 수성펜 2개면 되겠다. 0.7mm짜리로 밑줄을 긋고, 0.5mm로는 첨삭을 해야지. 강의 중간에는 카페에 가서 원고를 써야 하는데 몽블랑 만년필이면 될 것 같다. 같은 색 펜이라도 종류를 달리해 번갈아서 써야지. 한참 못 만났던 친구를 만나는 것처럼 반가우니까.’ 중년 남자의 설명을 듣던 기자가 끼어들었다. “초등학교 다닐 때 전날 연필을 미리 깎아 필통에 넣어두던 것과 똑같은데요.” 남자는 겸연쩍게 웃었다. “아∼그러네요.” 경기 수원시 경기대 예술대에 있는 박영택 교수(49·미술경영학과)의 연구실 문을 열었을 때 기자는 적잖이 당황했다. 대형 책장이 진입을 가로막았고, 이를 피해 오른쪽 벽을 따라 돌아가자 ‘책장 정글’이 이어졌다. “(책이) 1만 권 가까이 된다”는 박 교수의 연구실에는 흔한 소파와 테이블조차 없다. 연구용 책상과 의자 하나 외에는 책장뿐이다. 박 교수가 책장 아래 서랍을 열자 필기구들이 제멋대로 누워 있었다. 족히 수백 개는 돼 보였다. 문구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색색의 볼펜과 연필, 해외 출장길에 사왔다는 물고기 모양, 손바닥 모양, 사람 얼굴 모양 펜…. 몽블랑 만년필과 샤프펜슬, 그리고 파버카스텔 연필 같은 고가의 수입 필기구들은 책상 서랍 안에 고이 모셔놓았다. 1989년 석사학위를 받고 큐레이터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모으기 시작했다는 필기구가 600점 가까이 된다. 박 교수는 흔히 쓰고 버리는 필기구에 숨겨진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게 즐겁다고 말한다. “지우개가 달리고 감각적인 색채를 두른, 매끄러운 표면에 비교적 짧은 길이의 파버카스텔 연필은 그 자체로 너무 아름답습니다. 검정과 청색 잉크를 머금은 몽블랑 만년필에서 촉촉한 잉크가 줄줄 흘러나와 종이 위에서 사각거리는 소리를 내며 문자를 쓸 때는 사뭇 경건해지죠.” 그는 필기구를 몸에 지니고 있지 않으면 불안해진다고 했다. “필기구는 내 연장된 신체들이고 내 안의 것들이 몸 밖으로 외화(外化)되기 위해 불가피한 도구들”이기 때문이다. 스마트폰도 있지만 통화를 하고 문자를 보낼 때 말고는 쓰지 않는다. 항상 수첩과 펜을 챙기고 다니며 순간 떠오른 생각을 적어내려 간다. 중년의 남자 교수가 예쁜 필기구에 집착하는 것을 학생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교수는 껄껄 웃었다. “여학생들이 독특한 필기구를 꺼내 쓰고 있으면 제가 ‘어디서 샀느냐’거나 ‘줄 수 없느냐’고 꼭 물어요. 이 때문에 스승의 날 선물로 필기구를 선물하는 학생도 많죠.” 미술평론가인 그는 미술작품이나 필기구를 고르는 게 결국 같다고 말한다. 수많은 작품 가운데 좋은 작품을 고르는 것과 문구점에서 아름답고 기발한 디자인의 필기구를 골라내는 건 ‘미(美)의 발견’이라는 점에서 똑같다는 것. 하나하나가 ‘작품’이기 때문에 잉크가 다 닳아도 펜은 버리지 않는다. 연구실에는 필기구 외에도 책과 음반(CD) 수백 장, 작고 귀여운 수십 개의 장식품, 크고 작은 미술품들이 빼곡히 어깨를 맞대고 있다. “와이프가 제가 뭘 쌓아두는 것을 싫어해서 집에는 제 책상도 없어요. 모든 수집품은 제 연구실에 있죠.” 연구실이 정글처럼 변한 이유였다. 인터뷰를 마치고 행여 수집품들이 상할까 옆걸음으로 조심조심 좁은 통로를 빠져나왔다. “게걸음이네요”라며 박 교수가 웃었다. 글 쓰는 행위를 ‘세상에서 유일한 나만의 글꼴을 이루며 흩어지는 의식과 감정을 우울하게 내려다보는 것’이라고 정의한 그의 바람은 소박했다. 모은 필기구들을 항상 곁에 두고, 편애 없이 두루 사용하는 것. 가능하다면 죽기 전까지 모두 쓰고 가는 것이다. 수원=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2-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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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집자 이름, 저자와 나란히… 출판계 ‘편집자 예우’ 논란

    출판사 천년의상상이 펴낸 인문서 ‘김수영을 위하여’가 출판계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내용 때문이 아니다. 편집자에 대한 ‘예우’가 적절한가에 대한 논란 때문이다. 이 책은 표지에 ‘강신주 지음|김서연 만듦’이라며 저자와 편집자의 이름을 나란히 넣었다. 표지 뒷면에도 저자와 편집자 소개를 함께 넣고, 책 말미에도 ‘저자의 말’에 이어 ‘편집자의 말’을 싣는 파격까지 선보였다. 보통 편집자의 이름은 판권란에 깨알 같은 글씨로 등장하는 게 관례다. 표지에 이름이 들어가는 경우는 ‘편집부 공저’일 때 정도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7일 ‘주간동아’ 연재 글과 페이스북을 통해 “책을 만든 편집자 이름이 저자의 무게만큼이나 대접받은 최초의 사례”라고 평가했다. “‘이 책은 지은이의 힘 있는 글쓰기와 편집자의 열망을 합쳐 완성했다’는 출판사의 설명에서 두 사람(지은이와 편집자)이 주고받은 정신적 교류의 크기를 가늠해볼 따름이다. 저자가 편집자 이름을 표지에 올리고 싶다는 이 소박한 꿈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지만 앞으로 이런 교감이 더 많아져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장은수 민음사 대표는 한 소장의 페이스북에 “편집자는 저자의 그림자 속에 있을 때 오히려 빛날 수 있습니다”란 댓글을 달아 반대 의견을 나타냈다. “출판동네 뒷담화라면 몰라도 편집자 이름이 표지나 판권에 나가는 게 도대체 독자들에게 어떤 가치를 갖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중략) 편집자가 자신이 만든 책 구석자리 어딘가에다 수줍게 자신을 표현하는 것조차도 솔직히 말하면 지극히 부끄러운 일입니다. 저자의 원고가 아닌 것이 책에 들어가는 것은 자칫하면 출판의 타락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한 소장의 페이스북 글에는 장 대표 말고도 여러 사람이 댓글을 달았다. “편집자는 밤하늘, 저자는 별” “과연 ‘편집자’가 ‘만듦’을 대표할 수 있는 직군인가” 등 편집자에 대한 파격적 예우를 반대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영화가 성공하면 배우와 함께 감독도 조명을 받지만 베스트셀러가 나와도 책을 ‘연출’한 편집자는 드러나지 않는 게 출판계의 관행이다. 편집자가 기획한 뒤 적절한 필자를 끼워 맞춰 내놓는 ‘기획 도서’에서조차 편집자는 ‘을’의 위치를 벗어나지 않는다. 한 출판사 편집장은 “편집자 이름의 게재 여부는 지엽적인 문제다. 갈수록 편집자의 역할과 비중은 커지는 데 비해 대접은 제자리에 머무는 현실에 대한 불만이 이번 논란의 배경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2-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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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달에 만나는 詩]새파랬던 세상은 핏빛노을로 변해… 이젠 서부역에서 너를 기다린다

    《 사랑을 만나기 위해 동쪽으로 간 적이 있었다. 이글거리는 아침 해처럼 뜨겁던 사랑. 이젠 날이 진다, 이 핏빛 노을 가운데 서 있다. 여기는 서쪽. 나는 여전히 그를 기다린다. ‘이달에 만나는 시’ 5월 추천작으로 최문자 시인(69)의 ‘서부역’을 선정했다. 지난달 나온 시집 ‘사과 사이사이 새’에 수록됐다. 시인 이건청 장석주 김요일 이원 손택수 김민정 씨가 추천에 참여했다. 》 “청년 시절에는 굉장히 동쪽에 있었죠. 에너지를 가진다는 것, 기다리는 자체가 좋았죠. 이제는 새파랬던 세상 전부가 서부가 됐어요. 자작나무 길을 걸어도 쓸쓸할 뿐이죠.” 1982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한 시인은 올해 등단 30년을 맞았다. 6년 만에 낸 여섯 번째 시집. 그가 노래해온 사랑과 이별은 보다 애잔해졌고, 남긴 상처는 더 퍼렇게 아물었다. 사랑은 본디 아픈 것인가. “나무는 꽃을 떨어뜨리기 싫은데, 붙잡고 싶지만 떨어지는 불행함을 갖죠. 사랑은 붙잡는다고 되는 게 아닌 것 같아요. 그러니까 사랑은 아픈 거죠.” 이건청 시인의 추천사는 이렇다. “일반적인 고백의 언술은 부드럽고 화해롭다. 그러나 최문자 시인의 고백 시편들은 차갑고 가차 없다. 자신을 투시하기 위한 고통 속으로 하강해 들어간다. 그가 찾아낸 비유의 시편들이 커다란 내포와 깊이를 지니는 것은 그런 때문이다.” 장석주 시인은 “흐르는 것은 너무 오래 흐르고, 기다리는 것은 엉뚱한 방향에 가 있다. 세상과 자아는 어긋나 있고, 그 어긋남 때문에 되풀이되는 일상은 모호하고 의심스럽다”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김민정 시인은 “방치와 다른 곁눈질, 안 보는 척하며 다 보는 건강한 오지랖, 최문자의 사랑은 씩씩해서 참 좋다”고 평가했다. 김요일 시인은 강연호 시인의 시집 ‘기억의 못갖춘마디’(문예중앙)를 추천했다. “생의 흔적과 그리움 사이를 배회하며, ‘불 꺼진 창’ 밖에서 노래하는 강연호 시인의 시는 적절히 쓸쓸하고 더 없이 아름답다. ‘청춘은 가고 연애는 끝나도/별은 떠서 세상이 우주라는 것을/결국은 한통속이라는 것을 알려준다’라니!” 이원 시인은 박성준 시인의 시집 ‘몰아 쓴 일기’(문학과지성사)를 추천하며 “몰아(沒我), 즉 나를 잊을 정도로 고통스러운 시간만이 ‘아껴 쓴 일기’가 된다고 선언한 신인이 등장했다. 뜨겁고 아픈 저항을 끝내 ‘시의 몸’으로 삼겠다는 ‘개봉된 청춘’을 주목해 보자”라고 말했다. 손택수 시인은 백무산 시인의 시집 ‘그 모든 가장자리’(창비)를 추천하며 이렇게 밝혔다. “감히 말하건대, 그는 이미 하나의 문학사다. 기념비로서의 박물화된 문학사가 아니라 끊임없이 삶의 가장 가장자리들과 호흡하며 아픈 성찰을 통해 갱신되는 문학사! 문학이 윤리가 되는 순간은 윤리를 표방할 때가 아니라 스스로 부끄러움을 잃지 않을 때임을 이 시집을 통해 확인한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2-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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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아지똥’ ‘몽실언니’ 작가 권정생 선생 5주기 추모집 이달 말 출간

    ‘몽실언니’와 ‘강아지똥’을 쓴 아동문학가 권정생(1937∼2007·사진)의 수필집이 나온다. 창비는 고인이 각종 문예지에 발표했거나 절판된 책에 담겨 있던 산문을 모아 이달 말 그의 5주기 추모집 ‘오물덩이처럼 딩굴면서’로 출간한다고 4일 밝혔다. 책을 써서 큰돈을 벌었으나 평생 질박하게 살았고 재산과 인세를 남겨 어린이들을 돕고 있는 고인의 따뜻한 삶이 녹아 있는 책이다. 사람들은 권정생을 밀리언셀러 작가로 기억하지만 산문집에 비친 그의 삶에는 힘든 생활과 뼈아픈 질병밖에는 없었다. 19세에 발병한 결핵이 신장, 방광을 넘어 전신 결핵으로 이어졌다. 겨울밤의 고통에 대해 작가는 이렇게 적었다. “소변보기가 어려워졌다. 10분, 5분으로 변소에 드나들어야 했다. 아예 깡통을 기도하는 옆에다 갖다 놓고 밤을 새웠다. ‘주여’ ‘주여’를 되풀이하다 보면 어느 사이에 ‘어이 추워, 어이 추워’로 바뀌어 버린다.” 지쳐 까무룩 잠이 들어 깨보면 어느새 온통 바지가 젖어있었다. 새벽에 우물에 가서 손수 바지를 빨며, 고인은 서럽게 울었다. 가난한 집의 부담을 덜어주려 집을 떠난 고인은 3개월 동안 구걸을 하며 보내기도 했다. 현실은 참담했지만 문학만은 아름다웠다. ‘거지를 만나/우리는 하얀 눈으로/마주 보았습니다/서로가/나를 불행하다 말하기 싫어/그렇게 헤어졌습니다/삶이란/처음도 나중도 없는/어울려 날아가는 티끌같이/바람이 된 것뿐입니다.’(시 ‘거지’에서) 길거리생활을 전전하던 고인은 1968년 경북 안동시 일직면 조탑리의 일직교회에서 종지기 일을 얻어 정착한다. 교회 옆 흙담집에서 살며 동화와 동시를 썼다. 외풍이 심해 겨울이면 귀에 동상이 걸리고 이듬해 봄이면 나았다. 척박한 이곳에서 ‘강아지똥’ ‘깜둥바가지 아줌마’ 등이 나왔다. ‘강아지똥’이 이오덕 작가의 눈에 띄어 문단에서 조명받고, 1973년 동화 ‘무명저고리와 엄마’가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됐지만 그는 흙담집을 벗어나지 않았고, 오전 4시와 오후 6시에는 어김없이 교회 종을 쳤다. 그가 생전에 남기고 간 작품은 100여 점에 이른다. ‘강아지똥’ ‘몽실언니’가 각각 100만 부 넘게 팔렸지만 그의 삶은 크게 변한 게 없었다. 그는 책에서 연유를 이렇게 밝혔다. “분수를 지킬 줄 모르면 그 이상 불행할 수가 없을 것이다. 누구나 자신의 처지에 알맞게 행동하며 지나친 욕심을 버린다면 타인에게 끼치는 해가 훨씬 줄어들 것이다.” 고인이 아껴 모은 10억 원과 인세는 2009년 설립된 권정생어린이문화재단에 돌아갔다. 그의 작품들은 여전히 널리 사랑받아 매년 1억5000만 원의 인세가 재단의 운영비로 기탁되고 있다. 6·25전쟁의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은 여자아이를 그린 ‘몽실언니’는 요즘도 매년 4만 부가 팔린다. 재단은 매해 전국 소외지역 공부방에 총 1만1000권이 넘는 책을 지원하고 있으며, 북한 어린이들을 위한 급식 지원과 결핵사업 지원에도 매년 3900만 원을 후원하고 있다. 앞으로는 국내 어린이들을 위한 장학사업에도 나설 계획이다. 고인의 보석 같은 동화 작품들이 그의 분신처럼 남아 어린이에 대한 사랑을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2-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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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로 나온 책]신사 트리스트럼 섄디의 인생과 생각 이야기 外

    ○ 문학 신사 트리스트럼 섄디의 인생과 생각 이야기(로렌스 스턴 지음·김정희 옮김·을유문화사)=트리스트럼 섄디가 아버지, 어머니, 삼촌 등 주위 인물들의 얘기를 자유분방하게 펼쳐낸다. ‘계몽의 시대’였던 18세기를 파격적인 실험성과 유희 정신으로 비판한 소설. 1만6200원. Y씨의 거세에 관한 잡스러운 기록지(강병융 지음·자음과모음)=신문에서 스크랩한 듯한 60여 개의 기사를 모자이크처럼 맞춰 펴낸 장편 소설. 기사 중간 중간 등장하는 Y의 얘기를 따라가다 보면 이야기가 완성되는 독특한 구성을 띠고 있다. 1만3000원. 꽃 아래 봄이 죽기를(기타모리 고 지음·피니스아프리카에)=술집 주인인 구도가 단골들이 가지고 온 미스터리를 하나하나 풀어낸다. 1999년 일본추리작가협회상 수상작. 1만1800원. ○ 학술·인문·교양 우리가 잃어버린 천재화가, 변월룡(문영대 지음·컬처그라퍼)=러시아에서 활동해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천재 화가 변월룡(1916∼1990)의 생애와 작품 세계를 조명한다. 1만8000원. 한국 문화유산 산책(고려대학교 한국사연구소 고려답사회 지음·새문사)=역사 연구에서 현장 답사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꼼꼼한 답사의 결과물인 이 책은 우리 문화유산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 읽어볼 만하다. 2만5000원.뱀파이어의 매혹(장 마리니 지음·문학동네)=인류의 상상력에 의해 태어난 존재 ‘뱀파이어’를 신화학, 어원학, 문헌학, 역사학, 정신분석학 등 다양한 각도로 살펴봤다. 1만6000원.김종학의 편지(김종학 지음·마로니에북스)=화가 김종학이 30년간 딸에게 보낸 편지와 그림들을 책으로 엮었다. 화가로서의 면모는 물론이고 아버지로서의 따뜻한 마음을 꾸밈없이 담아냈다. 2만3000원.신라중대 율령정치사 연구(한준수 지음·서경문화사)=신라가 강력한 중앙집권적 정치체제를 이룩하는 토대가 된 율령을 고찰했다. 2만 원. ○ 실용·기타박용민의 지중해 오디세이(박용민 지음·바람구두)=외교관인 저자가 유럽과 중동에서 지낸 이야기를 담았다. 9·11테러 이후 중동의 사회상을 외교관의 눈으로 살폈으며 저자가 직접 그린 만화도 넣었다. 1만3800원.딸이 아빠를 필요로 할 때(케빈 리먼 지음·메디치)=심리학자이자 네 딸의 아빠인 저자가 올바른 부녀관계를 위한 조언을 담았다. 아빠는 딸에게 평생 지워지지 않는 흔적을 남긴다고 강조한다. 1만3000원.2가지 언어에 능통한 아이로 키우기(켄들 킹, 앨리슨 매키 지음·마이북스)=아이의 언어 학습을 최적화하기 위해 가족의 상황을 파악하고 활용하는 법을 알려준다. 부모가 반드시 외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필요는 없다고 저자들은 말한다. 1만5000원.기후변화에 대비한 도시의 물 관리(제리 유델슨 지음·씨아이알)=홍수와 단수 등 도시의 물 위기를 관리하는 방법을 담았다. 건물에서 물을 자급자족하는 실행방법도 제안한다. 2만2000원.그래도 나는 서울이 좋다(오영욱 지음·페이퍼스토리)=서울의 다양한 건축물들을 흔적, 상징, 미학, 기억 등 8개의 키워드로 읽었다. 건물마다 카툰과 사진을 삽입해 생동감을 더해준다. 1만6500원.}

    • 2012-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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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문사회]‘웰빙’이 아닌 ‘웰리빙’에 나서라

    ‘친애하는 동지들이여, 우리의 발언은 파탄으로 몰고 가는 무지몽매한 정치의 그릇된 흐름을 고발하고자 함이다. 공공의 안녕을 위한 정치적 방향을 연명하고자 함이며,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고자 함이다.’ 여는 말에서 보듯 이 책은 긴 선언문처럼 읽힌다. 베스트셀러 ‘분노하라’의 저자이자 94세의 사회운동가인 스테판 에셀은 프랑스 사회학자 에드가 모랭과 함께 ‘인류가 범지구적 문제에 빠졌다’고 진단한다. 20세기 전체주의의 폭력을 겪고 난 세계가 이제는 금융자본주의라는 괴물을 만난 데 이어 민족적, 국가적, 종교적 흑백논리와 광신이 퍼져 나가면서 인간을 인간적인 삶으로 이끌지 못하는 ‘대공황’에 놓여 있다는 고발이다. 저자들은 ‘웰리빙’, 연대의 활성화, 청소년정책, 재도덕화, 소비정책, 불평등 등 13가지 제안을 내놓는데 이 가운데 핵심은 웰리빙이다. 웰리빙이란 재화의 소유와 안락을 뜻하는 물질적 의미만으로 축소된 웰빙과 달리 자아실현, 사랑, 우정, 공동체의식이 들어 있는 심리적·정신적·도덕적 개념이다. 무기력과 치명적 체념에서 벗어나 웰리빙(Well-living)을 펼칠 수 있는 윌투리브(Will to live) 정치에 나서야 한다고 책은 주장한다. 신자유주의, 금융자본주의, 부의 불평등, 인종 문제 등 거의 모든 사회, 경제 문제를 다뤄 논점이 뚜렷하지 않은 느낌이다. 부의 불평등을 해소할 상임위원회를 만들자든가, 동네마다 박애센터를 만들자는 등 방법론도 제시하지만 대개는 문제인식과 그 심각성을 부각하는 데 그친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2-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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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문사회]“문화대혁명 치떨리는 이면 폭로, 中출판사들 약속이나 한듯 거부”

    중국에서 자유로운 글쓰기가 가능할까. 유력 노벨 문학상 후보로 꼽히는 중국 소설가 옌롄커(閻連科·54)의 사례는 이 나라의 출판 통제 현실을 생생히 보여준다. 체제 비판적인 소설을 써왔던 그가 1966년부터 10년간 광풍처럼 불었던 문화대혁명을 고발한 이번 장편은 정작 중국 본토에서는 출간되지 못했다. “‘사서’의 원고를 스무 곳도 넘는 중국 출판사들에 보여줬을 때, 그들은 약속이나 한 듯 단호히 거부했다.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을 버렸다. 글을 쓰기 전부터 또 다른 ‘서랍 문학’이 될 수도 있다고 예상했기 때문에 오히려 홀가분해졌다.” 책을 가장 읽히고 싶은 중국 독자들의 손에 쥐여주지는 못했지만, 해외 비평가들의 호평 속에 작가는 일본, 홍콩, 프랑스, 독일 등 20여 개국과 판권 계약을 마쳤고, 대만에 이어 한국에서 두 번째로 책이 나왔다. 중국 황허(黃河) 강 남쪽 본류에 강제수용소들이 밀집한 ‘위신구’가 있다. 사상 교화를 구실로 모은 죄수는 약 2만 명. 이 중 90%가 교수, 학자, 교사, 작가 같은 지식인들이다. 작품의 주 배경인 수용소 99구의 죄인 127명은 가혹한 노동과 부실한 식사에 지치고 미래에 대한 절망감에 휩싸인다. 지식인 죄수들과 대비되는 것은 이들을 감시하는 ‘아이’다. 이름 없이 ‘아이’로만 불리는 이 감시자는 상부에는 무한 충성을, 죄인들에게는 무한 핍박을 가한다. 아이는 말을 잘 듣거나, 농사 할당량을 채운 사람들에게 붉은 꽃을 준다. 작은 꽃 다섯 개는 중간 꽃 한 개로 바꿔주고, 중간 꽃 다섯 개가 모이면 별을 하나 준다. 아이는 약속한다. “별 다섯 개가 모이면 이곳에서 나갈 수 있는 자유를 주겠다.” 아이의 말에 반신반의하던 죄인들은 실제 별 다섯 개를 모은 사람이 자유를 얻자 광적으로 꽃 모으기에 열중한다. 아이를 무시하던 죄인들도 이제 그를 떠받들고, 서로를 밀고하고 배신하며 ‘달콤한 꽃’을 쌓아간다. 지식인들의 자존감은 점차 파괴되고, 대기근까지 겹치면서 인간성마저 철저히 무너진다. 이런 과정을 작품은 끔찍할 정도로 세세하게 전한다. 배고픔에 죽은 동료의 인육을 먹고 난 뒤 이를 비관해 자살한 남성은 ‘죄송하다. 내 인육을 먹으라’는 메모를 남긴다. 간부에게 몸을 파는 여성은 대가로 받은 콩 한 줌을 급하게 먹다가 기도가 막혀 죽는다. 이 끔찍한 지옥은 치가 떨릴 만큼 잔혹하며, 문화대혁명의 어두운 이면을 통렬히 까발린다. 500쪽이 넘는 작품은 지루함을 덜기 위해 ‘죄인록’ ‘옛길’ ‘하늘의 아이’ ‘시시포스의 신화’ 등 네 개의 소주제로 시점을 달리했지만 크게 변별성을 느끼기는 어렵다. 네 가지 이야기, 즉 ‘사서(四書)’라는 제목이 붙었지만 ‘사서(死書)’에 가깝다. 책장을 덮고 나서도 수용소에서 짐승처럼 살다간 망자들의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것 같아 가슴이 먹먹하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2-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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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인 12명 ‘시인세계’ 여름호에 부모님에 대한 추억 담아

    정일근 시인(54)은 1998년 뇌종양 수술을 받았다. 시인은 나이 마흔에 어머니 앞에서 발가벗었고 노모는 눈물과 기도로 환자가 된 아들을 씻겼다. 시간이 흘러 어머니에게 갑상샘 암이 발견되자 이번에는 시인이 집과 병원을 오가며 간병했다. 어머니의 속옷 빨래를 하던 시인은 이때 처음 어머니의 분홍 꽃 팬티를 보았다. 쉰 넘어서야 어머니도 ‘여자’란 것을 깨달은 것이다. 노모가 퇴원하던 날 시인은 부끄러워하는 어머니를 씻어드리며 껄껄 웃었다. “어무이요, 백옥 같은 피부가 다시 시집가도 되겠습니더.” 시인이 초등학교 4학년 때 남편을 잃고 홀로 된 어머니, 병마를 이겨내고 이젠 건강을 찾은 어머니…. 시인은 말한다. “나에게 어머니는 부처요, 어머니와 함께 사는 이 세상이 극락이다.” 세상을 떠나시고 난 뒤에야 절절한 그리움으로 다가오는 이름, 어머니 아버지. 김종길 김종해 오탁번 문정희 신달자 문인수 등 시인 12명이 부모님에 대한 추억과 그리움을 시와 짧은 산문에 담았다. 시 전문 계간지 ‘시인세계’ 여름호의 기획특집 ‘시인이 쓴 나의 아버지, 나의 어머니’다. 김종해 시인(71)의 어머니는 네 남매를 혼자서 길렀다. 겨울 새벽 부둣가에서 노동자들에게 술국을 팔던 어머니. 어느 해인가 온 식구의 생계가 걸린 막걸리 밀주를 빚어 팔다가 단속에 걸렸다. 실랑이 끝에 건넌방 구들장 밑에 숨겨둔 술독을 곡괭이로 깨뜨리며 어머니는 펑펑 울었다. 이젠 머리가 하얗게 센 시인은 어머니를 그리며 시 ‘사모곡’을 쓴다. ‘지상에서 만난 사람 가운데/가장 아름다운 여인은/어머니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나의 별로 돌아가기 전에/내가 마지막으로 부르고 싶은 이름/어·머·니’ 여러 원로 시인이 아직도 부모와 이별한 때를 가장 선명히 애끓는 기억으로 갖고 있다. 그 혼절하는 아픔도 절절한 시로 태어났다. 오탁번 시인(69)은 시 ‘꽃으로 피어난 어머니’에서 하관의 밧줄이 흙에 닿는 순간 어머니의 ‘어…’ 하는 모음만 불렀다고 토로한다. 신달자 시인(69)은 시 ‘아버지의 빛’에서 아버지를 땅에 묻은 뒤 하산하는 길에 땅을 밝는 일 자체가 발톱 저리게 황망했다고 회고한다. 문인수 시인(67)은 2009년 12월 모친을 잃었다. 향년 99세로 세상을 뜬 어머니는 일제강점기, 6·25전쟁, 절량농가, 초근목피 등 질곡의 삶을 좁은 어깨에 지고 살았다. 시인이 울며 쓴 시 ‘하관’은 이렇다. ‘이제, 다시는 그 무엇으로도 피어나지 마세요. 지금, 어머니를 심는 중…’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2-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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