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중의 김동인 아내에게 보낸 편지 엿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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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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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안해에게, 아이의 병은 어떠한지…”
한국현대문학관 ‘편지’전

일제강점기 1942년 옥중의 김동인이 아내와 아이의 안부를 걱정하며 쓴 편지. 한국현대문학관 제공
일제강점기 1942년 옥중의 김동인이 아내와 아이의 안부를 걱정하며 쓴 편지. 한국현대문학관 제공
‘사랑하는 안해에게/아이의 병은 어떠한지 혹은 죽지나 않았는지 걱정이오. 그러나 운명이야 어찌하리오. 내 판결 언도는 금요일 오전 9시. 그러나 아환(兒患)이 중하거든 올 필요가 없소. 병중한 아이와 수심의 당신의 정경이 가긍하오. 애써 위로 받으시오.’

소설가 김동인(1900∼1951)이 1942년 옥중에서 아내에게 쓴 편지다. 판결을 앞둔 자신의 처지보다 아픈 아이와 아내를 걱정하는 가장의 절절함과 안타까움이 담겨 있다. 김동인은 당시 일왕을 비난했다는 이유로 불경죄에 걸려 서대문형무소에 갇혔고, 6개월을 보낸 뒤 석방됐다.

편지는 타인을 향한 그리움이다. 함께할 수 없는 현실에서 그 누군가를 떠올리며 쓴 편지는 온전히 한 사람을 위한 정성이요, 관심이다. 문인들은 어떤 편지를 썼을까. 서울 중구 장충동2가 한국현대문학관에서는 내년 2월 28일까지 ‘편지’전이 열린다. 김동인부터 전봉건 황순원 이문구 차범석 등 문인들이 쓴 편지를 모은 전시다.

소설가 황순원은 제자인 소설가 전상국에게 문학적 정진을 응원하는 편지를 보낸다. ‘서울에 있으면 연락이 있을 줄 알았는데 역시 고향에 가 있었군. 현대문학에 알려서 그곳으로 책과 고료를 보내도록 하겠네. 이름을 한자로 한 것은 편집부에서 그렇게 하면 어떠냐고 하기에 내가 그러라고 했네. 끊임없이 공부하겠다는 생각이 좋네. 열심히 공부 많이 하게.’(1964년 1월 27일)

요즘은 휴대전화로 급한 일을 처리하지만 옛날에는 편지가 전부였다. 문자메시지를 떠올리게 하는 단문의 편지도 있다. ‘이 소년에게 돈 좀 보내 주세요. 책이 나왔으면 함께 부탁합니다. 저녁에 아리스로 나오세요.’ 전봉건 소설가가 박재삼 시인에게 보낸 편지. 아쉽게도 편지를 보낸 시점은 나와 있지 않다. 편지에 나오는 ‘아리스’는 1980, 90년대 서울 광화문 부근에 있던 다방으로 당시 문인들의 아지트였다. 전봉건은 그날 원고료와 책을 받아 봤을까. 문인들은 가도 그들의 일상은 편지에 남았다. 이 가을, 누군가에게 편지를 써 ‘오늘’을 남겨보면 어떨까. 02-2277-4857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한국현대문학관#편지#김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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