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글 익숙한 스마트폰 시대 시조 한편 읊어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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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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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만에 시집 ‘손톱에 달이…’ 펴낸 한분순 시조시인

한분순 시조시인은 “사람들이 80자로 제한된 문자메시지에 익숙해져 있다”며 “시조는 짧으면 45자밖에 안 된다. 시조를 보내 안부를 물으면 얼마나 그럴듯하겠나”라고 말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한분순 시조시인은 “사람들이 80자로 제한된 문자메시지에 익숙해져 있다”며 “시조는 짧으면 45자밖에 안 된다. 시조를 보내 안부를 물으면 얼마나 그럴듯하겠나”라고 말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한분순 시조시인(69)이 12년 만에 펴낸 시집 ‘손톱에 달이 뜬다’(목언예원). 책의 뒤편에 실린 수상 경력 가운데 첫 줄이 유독 눈에 띄었다. ‘제1회 전국 초중고 대상 이승만 대통령 탄신 기념 백일장―‘우리 대통령’ 중등부 대통령상 수상(1959년 5월).’

시인에게 설명을 부탁했더니 웃음부터 터뜨렸다. “그때는 이런 백일장도 있었어요. 제가 보성여중 3학년 때인데 전국 중학생들이 거의 다 참여했죠. 거기서 1등을 하고 나니 학교에서 유명인사가 됐어요. 경무대 가서 이승만 대통령과 프란체스카 여사도 뵈었죠. 기념품으로 황금색 탁상시계도 받았어요. 제가 작가의 길로 들어서게 만들어준 상이었어요.”

그로부터 50년 이상의 세월이 흘렀다. 197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한 시조시인은 올해 등단 43년차 원로가 됐다. 하지만 시어들은 여전히 탱탱하다. 간결한 시어 속에는 압축된 여운이 담겨 있다. “‘시조는 고루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래서 참신하고 간결하게 쓰려고 했어요. 사람들이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거나 수다만 떠는데 이 가을 짧은 시조 한 편 띄워 놓고 가만히 읽어 보면 어떨까 싶어요.”

요즈음 색이 변해가는 나뭇잎은 보내지 못한 엽서로 물들었다. ‘누가 심은/고백일까/가지에 열린 엽서//찾는 이/하도 없어/제풀에 시든다//바람의/농에도 웃지 못해/종일 흔드는 애태움.’(시조 ‘안부 한 잎’ 전문)

‘시집이 너무 오랜만에 나왔다’고 했더니 한 시조시인은 “문단 일 때문에 바빠서”라며 손사래를 쳤다. 한국여성문학인회 회장,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한국시조시인협회 명예이사장 등 그의 이름 뒤에 붙은 직함만 열 개가 넘는다. “써놓은 작품이 150편 넘게 있었지만 책으로 묶는 것 또한 일이라 미루다 보니 늦어졌죠.”

한 시조시인은 내친김에 민병도 시조시인 겸 화가와 함께 시화집 ‘언젠가의 연애편지’(목언예원)도 함께 냈다. 정갈한 글과 선 굵은 수묵화가 어울려 잔잔한 사색의 즐거움을 준다.

‘너와 나/서성이던 자리/속삭였던 메타포//그 밀어 껴안은 놀빛/내 앞에 여전한데//두고 간/꽃물 든 말들/별이 되어 떠 있다.’(시조 ‘서성이다 꽃물 들다’의 일부)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문학#시조#한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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