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동생’ 곽효환 시인이 들려주는 노벨문학상 모옌의 참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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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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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닥치라는 부친 호통, 필명 삼았다” 뼈있는 농담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중국 소설가 모옌. 그와 ‘의형제’를 맺은 곽효환 시인은 “모옌의 작품은 중국 정부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라며 “모옌이 체제 순응적 작가라는 말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동아일보DB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중국 소설가 모옌. 그와 ‘의형제’를 맺은 곽효환 시인은 “모옌의 작품은 중국 정부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라며 “모옌이 체제 순응적 작가라는 말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동아일보DB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중국 소설가 모옌(莫言·57)의 본명은 관모예(管謨業). 그는 왜 ‘말이 없다’는 뜻의 모옌을 필명으로 택했을까. 여러 설이 있지만 그는 2008년 동아시아문학포럼 참석차 내한해 강연에서 이렇게 말했다.

“어릴 적 한 번 말을 시작하면 끊임없이 말했고, 그것이 화(禍)를 불러온 적이 많았다. 아버지가 앞으로는 ‘입 닥치고 있으라’고도 했다. 그래서 필명이 모옌이 됐다.” 대(大)작가의 농담 어린 말에 곳곳에서 웃음이 터졌다.

하지만 소설가 황석영(69)과 함께 모옌과 의형제를 맺은 곽효환 시인(45·대산문화재단 사무국장)은 “농담일 수도 있겠지만 그 속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모옌은 중의적 표현을 즐겨 하는 작가죠. 그가 말한 ‘아버지’는 실제 아버지가 아니라 중국 정부나 사회일 수도 있죠. 작가가 처한 사회적 현실, 자신이 처한 처지를 말한 겁니다.”

일각에서는 모옌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비판한다. 그가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중국작가협회 부주석인 데다 그동안 반정부 운동을 벌인 동료 작가들의 구명에 적극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정말 ‘말이 없는’(올바른 말을 못하는) 작가일까. 12일 ‘의동생’인 곽 시인에게 모옌의 ‘진짜 모습’을 물었다.

―축하 인사는 전했나.

“수상 이후 휴대전화가 꺼져 있어 축전과 e메일을 보냈다.”

―작가 황석영, 모옌과 함께 의형제라던데…

“2005년 제2회 서울국제문학포럼 때 제가 모옌을 초청했고, 이후 각종 행사에서 해마다 만났다. 황석영 작가와 제가 가까운 터라 자연스럽게 셋이 어울리게 됐다. 나이가 제일 많은 황 작가가 큰형, 모옌이 가운데, 제가 막내가 됐다. 다만 황 작가는 저처럼 모옌과 개인적으로 연락하지는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모옌의 성격은 어떤가.

“(둥글둥글하게) 생긴 거 하고 똑같다. 굉장히 소탈하고 원만하다. 젊었을 때는 두주불사(斗酒不辭)였다던데 요즘에는 술자리에서 술을 받아 놓고 한 잔을 마시지 않더라. 건강에 좀 문제가 있다는 얘기도 들었는데 겉으로 티가 나거나 생활에 지장을 끼칠 정도는 아니다. 담배도 안 피운다.”

―달변가라던데….

“맞다. 시골 아저씨처럼 생겼지만 언변이 굉장히 뛰어나다. 중간에 누가 끼어들 수 없을 정도다. 강연 같은 것을 하면 청중들이 웃다가 뒤집어진다.”

곽 시인은 2007년 모옌과 함께 산둥(山東) 성 취푸(曲阜)의 공자 묘소 앞 음식점에 갔을 때의 일화도 소개했다. 두부와 채소만을 이용해 각종 고기 모양을 내는 곳이었는데 시인이 “상당히 신기하다”고 감탄하자, 모옌은 이렇게 받아쳤다. “중국이 ‘짝퉁’의 천국이라는 것을 한시도 잊으면 안 된다.”

―작가협회 부주석인데, 어떻게 봐야 하나.

“중국의 다른 유명 작가인 위화(余華), 쑤퉁(蘇童) 등도 작가협회 간부이다. 협회가 보통 유명 작가를 간부에 앉히는 경향이 있다.”

―체제 순응적이라는 시각도 있는데….

“작가는 작품으로 말한다. 그의 작품은 (중국 정부에 대한) 비판이 대부분이다. 과거 정부 관리들의 부패를 다루며 현 관리들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체제 순응적이라는 말에 동의할 수 없다.”

―2005년 처음 내한해 ‘고구려는 한국사’라는 발언을 했는데….

“한국 신문이 실시간으로 중국에 소개되는 것을 몰랐던 것 같다. 돌아간 뒤 중국에서 싫은 소리도 많이 들었고, 고민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곽효환#모옌#노벨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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