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훈상

박훈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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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박훈상입니다.

tigermask@donga.com

취재분야

2025-11-18~2025-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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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매매로 영업정지된 라마다서울호텔 지하 그 룸살롱, 여전히 불야성

    14일 오전 1시경 서울 강남구 삼성동 라마다서울호텔 지하 1층 B유흥주점 출입구 앞은 낮보다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지난달 25일 경찰의 불법 성매매 단속에 적발된 업소라고 믿기 어려웠다. 이곳은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강남구의 공무원이 성매매를 하다가 적발돼 물의를 빚기도 했다.이날 술에 취한 남성들은 화려하게 꾸민 여성과 함께 업소를 나와 불법 자가용 영업을 의미하는 ‘콜 뛰기’ 외제차를 타고 이동했다. 분주하게 업소를 떠나는 차량 못지않게 여종업원만 태우고 복귀하는 차량 행렬도 줄을 이어 교통 정체를 연상케 할 정도였다. 주차관리실에는 고급 승용차 열쇠가 30개 이상 걸려 있었다. 근처 다른 업소 종업원은 “술만 팔아서는 이윤이 적은 유흥주점 특성상 확실한 돈벌이인 2차 성매매가 제3의 장소에서 이뤄질 것”이라며 “오히려 경찰이 한 번 단속한 업소는 재차 단속이 없어 안전하다”고 말했다.강남구와 경찰도 지난번 단속 이후 업소가 계속 영업한다는 사실을 알지만 손쓸 도리가 없다. 식품위생법상 유흥업소가 성매매를 알선하는 등 불법을 저지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청이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영업허가·등록을 취소하거나 영업을 정지시키지만 행정처분에 앞서 수사기관의 형사처벌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강남구 관계자는 “수사 결과를 받아 행정처분을 내리기까지 짧아도 한 달 이상 걸린다”며 “검찰이 기소유예나 무혐의 처분하면 행정처분 강도도 바뀌기 때문에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성매매 방지 단체인 다시함께센터 곽아량 변호사는 “불법 성매매를 단절하려면 단속 즉시 영업장을 폐쇄하거나 영업이익을 몰수하는 등 강도 높게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호텔 측은 “호텔 이미지 개선을 위해 임대 기간이 끝나는 7월에는 해당 업소를 철수시킬 것”이라고 했다.하지만 2009년 4월 성매매 장소를 제공하다 단속돼 3년을 버티다가 객실 영업정지 처분을 받고서도 지난달 다시 성매매 장소로 객실을 제공한 호텔 측은 반성보다는 돈벌이에만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객실 영업정지 첫날인 1일 호텔 직원들은 영업정지 처분장을 호텔 정문의 잘 보이는 곳에 붙이려는 강남구 공무원에게 “성매매 장소인 객실만 영업정지이니 웨딩센터 등을 찾는 손님에게까지 알릴 수 없다”며 심한 마찰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구는 영업정지 처분장을 정문 한쪽과 후문, 객실 전용 엘리베이터 등에 붙이고 돌아갔다. 하지만 호텔은 곧 정문에 붙인 처분장 앞에 입간판을 세우고 영업정지 사실을 감추는 데 급급했다. 강남구 관계자는 “영업정지 사실을 알려 성매매 단속 본보기로 삼고 싶어도 영업정지 공고와 관련된 구체적 규정이 없어 문제”라며 “서울시에 관련 법 개정을 건의하는 공문을 보냈다”고 말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김태웅 기자 pibak@donga.com  }

    • 2012-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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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휴지통]“성폭행…” 여성 비명에 출동해보니

    “여기. 성폭행. 그….”14일 오후 10시경 서울 112신고센터로 다급한 여자 목소리의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 속 여성은 비명을 지르며 “성폭행”이라는 말을 반복적으로 말하고는 이내 끊었다. ‘수원 20대 여성 피살사건’을 겪은 경찰은 긴급 상황으로 판단해 신고자의 휴대전화 위치를 추적하고 인근 지구대 경찰과 강력계 형사를 출동시켰다. 하지만 경찰이 현장에 도착해 보니 신고 전화를 건 사람은 친구들과 태평히 놀고 있던 대학생 이모 씨(19)였다.신고 15분 전. 이 씨와 고교 동창 2명은 서울 송파구 방이동의 한 공원에서 다른 친구를 기다리고 있었다. 심심해진 동창 2명이 간지럼을 잘 타는 이 씨의 옆구리를 간질이기 시작했다. 이 씨는 “계속 간질이면 경찰에 신고하겠다”며 경고하다 끝내 여자 목소리로 112에 신고한 뒤 끊었다. 이 씨는 신고 직후 ‘신고가 접수됐다’는 경찰의 문자메시지를 받고서야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았지만 금세 자신을 찾아온 경찰과 마주쳐야 했다. 이 씨는 경찰 조사에서 “친구들이 장난을 쳐서 순간 허위로 신고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송파경찰서는 “장난전화로 인한 경찰력 낭비를 가볍게 볼 수 없다”며 이 씨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했다고 15일 밝혔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2-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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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파일]가짜문서로 845억 수의계약 인쇄업자 적발

    서울 서초경찰서는 가짜 공문서로 국가 및 공공기관과 845억 원 상당의 수의계약을 체결해 170억 원 가량의 부당이득을 챙긴 인쇄업체 대표 심모 씨(51)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구속하고 류모 씨(37) 등 일당 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8일 밝혔다. 또 수의계약에 사용한 허위 공문서를 발급해준 국가보훈처 서기관 이모 씨(55) 등 공무원 5명을 허위공문서작성 혐의로 입건했다. 관련 기관 직원 18명은 향응 및 금품수수 혐의로 수사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심 씨는 2000년 수의계약 자격이 없는 국가유공자 단체 인쇄조합 명의를 빌린 뒤 국가보훈처에 로비해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는 허위 공문서를 발급받았다. 심 씨는 이를 근거로 최근까지 45개 국가·공공기관과 인쇄물 납품 수의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 2012-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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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몰리는 2030]“쉽게 떼돈” 알바 대신 보험사기… “돈 없어서” 학원 대신 대학도강

    《 나라의 미래라던 2030세대가 울고있다. 어떻게든 일자리를 찾아보려 대학에서 몰래 강의를 들어야 하는 자신의 처지가, 이 사회가 원망스러워 눈물이 난다. 이렇게 절박한 때 일확천금을 유혹하는 악덕 업체의 악랄하고 교묘한 상술에 당한 청춘은 더 쓰디쓴 눈믈을 흘려야 한다. 이리보고 저리 봐도 출구를 찾지 못한 벼랑 끝 청춘은 범죄의 나락으로 떨어지며 회한의 눈물을 떨구고 있다. 》 ■ 경제난에… 좋은 일자리 줄자 20대 보험사기범 급증전북 전주시에 있는 한 렌터카 업체 직원 김모 씨(27)는 월급 150만 원으로 매달 생활비와 유흥비를 감당하기 힘들었다. 김 씨는 렌터카 일을 하며 배운 자동차 보험 상식을 악용해 보험사기를 계획했다. 그는 퀵서비스 배달원, 중국집 종업원,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하던 선후배를 설득했다. 이들은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김 씨의 말에 죄의식 없이 보험사기에 가담했다. 취업준비생, 대학 휴학생까지 가담했다. 김 씨 등 20대 20여 명은 가해차량과 피해차량으로 역할을 나눠 차량 두 대에 탄 뒤 고의로 사고를 내는 방식으로 2010년 6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19차례에 걸쳐 1억여 원의 보험금을 타내다가 올 초 경찰에 덜미가 붙잡혔다. 경제난으로 취업난이 심각해지면서 보험사기를 저지르는 20대가 늘고 있다. 8일 금융감독원 보험조사국에 따르면 보험사기로 적발된 20대는 2006년 5527명에서 지난해 1만1166명으로 2배가량으로 늘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대 구직자나 비정규직, 아르바이트생 등이 힘들게 일하기보다 보험사기로 쉽게 돈을 버는 유혹에 빠져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 보험사기범도 20대를 유혹하고 있다. 처음 보험에 가입했거나 보험금 수령 기록이 없는 20대는 보험사의 눈을 속이기도 쉽다. 20대는 적은 보수에도 범행에 동참한다. 2009년 전문 보험사기범 이모 씨(32)는 인터넷 구인광고 홈페이지에 ‘정선카지노 자리지킴 아르바이트 일당 10만 원’이란 광고를 냈다. 이를 보고 찾아온 대학생 30여 명은 이 씨의 꾐에 빠져 멀쩡한데도 교통사고로 부상한 것처럼 속여 보험금을 타내다가 결국 전과자가 됐다. 생활이 힘들다 보니 고의로 병원 생활을 택하는 20대도 있다. 중소기업 직원인 부산 동래구 거주 정모 씨(29)는 2010년 6월부터 3개월간 질병 및 상해보험을 17개나 가입했다. 정 씨는 같은 해 9월 자신의 집에서 세탁기를 옮기다가 허리를 다쳤다며 한 달간 병원에 입원해 보험금을 탔다. 정 씨는 보험금으로 고생 없이 짭짤한 수익을 올리자 회사도 관둔 채 지난해 7월까지 10개월 동안 4개월이나 병원에 입원해 보험금 5700만 원을 탔다가 금감원에 적발됐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20대 가운데 취업을 포기하고 ‘나이롱환자’를 직업으로 택한 사람도 있다”며 “바늘 도둑이 소 도둑 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취업난에… 졸업후에도 대학생 행세 ‘가짜 대학생’ 급증2007년 지방대 졸업 후 세무사 시험을 준비해 온 최모 씨(29·여)는 지난해 학원에 다니려고 서울에 왔다. 친구 집에 얹혀 지내기로 해 생활비를 줄였지만 4개월 과정에 140만 원이라는 학원비에 좌절했다. 고민 끝에 한 대학에서 ‘도둑강의(도강)’를 듣기로 했다. 학원에서는 꼭 필요한 과목만 단과로 듣고 대학에서 세무사 시험 관련 과목을 들으면 돈을 절약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최 씨는 지난해 3개월간 회계학과 전공 2과목을 수강했다. 그는 “같은 강의를 듣는 학생이 ‘전공이 뭐냐’고 계속 물어 난감했다”며 “부모가 이혼한 뒤 신용불량자가 돼 손을 벌릴 수 없었다”고 했다. 최근 고시 및 기업 입사 준비에 필요한 대학 강의를 몰래 듣는 20, 30대 ‘가짜 대학생’이 다시 등장하고 있다. 1970, 80년대 가짜 대학생은 캠퍼스의 낭만을 꿈꾸던 백수들이 대학 배지를 달고 캠퍼스를 활보했던 ‘추억의 상징’이었지만 요즘 가짜 대학생은 ‘장기 미취업의 상징’인 셈이다. 대학 졸업 후에도 장기간 취업과 고시에 매달리면서 경제 사정이 악화되자 고육지책으로 도강까지 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2월 서울의 한 대학을 졸업한 박모 씨(27·여)는 요즘 모교에서 미시경제학 수업을 도강 중이다. 그는 “공기업 중 경제학 시험을 보는 곳이 있는데 학원비가 없어 혼자 공부하다 보니 능률이 오르지 않아서”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자격증 취득’도 도강 목적 중 하나다. 정모 씨(28)는 대학 졸업 후 1년 반 동안 증권사, 은행 등 40여 기업의 취직시험에서 떨어졌다. 자격증이 없어 낙방했다고 생각한 그는 국제재무분석사(CFA) 자격증에 도전하면서 3, 4월 모 대학 경영학과에서 재무관리 재무회계 수업을 도강했다. 그는 “CFA 학원비가 100만 원이나 돼 도강을 했는데 교수가 수업 때마다 학생들에게 질문을 계속하는 바람에 마음 졸이다 앞으론 강의를 듣지 않기로 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높은 청년 실업률이 지속돼 가짜 대학생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4월 청년 실업률은 8.5%였다. 올해 1분기 비경제활동인구 중 대학 졸업(전문대 포함) 이상은 302만3000명이었다. 방하남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고시 및 입사 준비로 미취업 상태가 장기화되면서 청년들이 최빈층으로 내몰리고 있다”며 “가짜 대학생은 요즘 20, 30대가 처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새로운 풍속”이라고 말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12-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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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결핵-백일해’… 전염병이 학생 건강 위협하는데 전국 학교 35% 보건교사조차 없다

    3월 초 학생 180여 명이 다니는 강원도의 한 공립고교에서 2학년생 A 군이 복통을 호소하며 교무실을 찾았다. 담임교사는 보건교육 담당 체육교사에게 학생을 봐달라고 부탁했지만 보건교사 자격증이 없는 체육교사는 “왜 아픈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담임교사는 “의료전문가가 학교에 없다 보니 위급한 상황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었다”며 “단순 복통이었지만 큰 병이었다면 대처가 안 돼 큰일 날 뻔했다”고 말했다. 비슷한 때 서울 강남의 한 고등학교에서도 3학년생 B 군이 배가 아프다며 교무실을 찾았다. 담임교사는 새 학기부터 꾀병 부리는 학생의 ‘군기’를 잡아야 한다며 병원에 보내지 않았다. 옆에 있던 이모 보건교사는 학생의 상태를 보고 급성충수염(맹장염)이 의심된다며 담임교사를 설득해 병원으로 옮겼다. B 군은 보건교사의 판단으로 제때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환자가 자주 발생하는 학교에 의료 전문 인력이 없어 학생의 응급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등 학교 보건정책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18일 경기 고양외고에서 결핵으로 학생 4명이 격리되고 120명이 잠복환자로 판정받은 데 이어 같은 달 26일 전남 영암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36명이 백일해를 앓는 등 전염병이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보건 인력은 충원되지 않고 있다. 스트레스가 늘면서 학내 질병은 늘고 있지만 학교 보건은 여전히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4일 교육기술과학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일선 학교 보건교사 배치율은 65.4%였다. 2006년 67.1%에 비해 오히려 2%가량 감소했다. 학교 10곳 중 3곳 이상에는 보건교사가 없는 셈이다. 특히 도시와 지방 간 격차가 심각했다. 서울 보건교사 배치율은 95.7%였지만 제주는 45.1%, 강원 전남은 각각 49.2%에 불과했다.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는 “국가직 교육공무원 정원과 예산이 제한되다 보니 주요 과목이 아닌 보건교사를 늘리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보건 교육도 등한시되고 있다. 학교보건법 및 교육과학기술부 고시에 따르면 2009년 3월 1일부터 초등학교 5, 6학년은 17시간 이상의 보건교육을 받고 중고등학생도 2010년부터 재량시간에 선택과목으로 보건교육을 배운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보건교사는 “각종 법령에는 일선 학교에서 일정 시간 보건교육을 하도록 돼 있지만 실상은 재량시간에 형식적으로 수업이 이뤄져 내실이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 학교에서는 올해 보건교육이 단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해 전국 5441개교 중고등학교 중 보건교육을 선택과목으로 선택한 비율은 7.8%에 불과하다. 이와 달리 일본은 학교교육법에 따라 2002년부터 보건교육이 체육교과와 함께 정규 교과 대접을 받으며 일선 학교에서 전면 실시되고 있다. 고등학교 보건교사 배치율도 90.9%에 이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인 캐나다 호주 싱가포르 네덜란드 핀란드 등도 학교보건교육을 선택과목이 아닌 필수과목으로 지정하고 있다. 한미란 보건교사회 회장은 “도서 벽지 지역에는 보건교사가 부족해 2009년 신종 플루가 확산됐을 때 대책 회의에 미술교사가 참여한 경우도 있었다”며 “그러다 보니 한국 학생들은 심각한 전염병이나 질병에 걸려도 무턱대고 참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 2012-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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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성매매 안마 ‘큰손’, 단속 담당했던 경찰과 밥먹다 잡혔다

    불법 성매매 안마시술소 업주였던 사기 혐의 수배자가 불법 업소 단속을 담당했던 경찰관과 식사를 하던 중 경찰에 검거됐다. 경찰은 이 경찰관이 수차례 해당 수배자의 수배 전력을 조회한 사실도 추가로 확인하고 직무 고발했다.31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오후 6시 40분경 안마시술소 전 업주 조모 씨(44)가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한 순댓국밥 집에서 사복차림의 현직 경찰과 밥을 먹던 중 조 씨를 발견한 지인의 신고로 경찰에 검거됐다. 사기 혐의로 고소돼 기소중지 상태인 조 씨는 경찰이 나타나자 자기 형의 운전면허증을 제시했지만 신원조회 결과 사실이 드러나 붙잡혔다.함께 식사를 했던 서초경찰서 모 지구대 소속 김모 경사는 감찰 조사에서 “고교 시절 친구인 조 씨가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가 인사해 함께 저녁을 먹었다”며 “18년 만에 만나 조 씨가 안마시술소를 운영했는지, 수배자였는지 몰랐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김 경사의 해명은 곧 거짓으로 드러났다. 경찰 조사 결과 김 경사는 만남 이전에 수차례나 조 씨의 수배 사실을 조회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김 경사가 관련 정보를 조 씨에게 전달했는지 조사 중이다.조 씨의 지인에 따르면 조 씨는 2003년부터 6년간 서초구 서초동에서 바지사장을 고용해 불법 성매매영업 안마시술소 2곳 이상을 운영하며 업계에서 ‘큰손’으로 통했다. 당시 조 씨는 6층 건물을 통째로 쓰며 20여 명의 여성 종업원을 고용해 불법 성매매로 매달 억대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조 씨 업소의 바지사장이었던 A 씨는 “조 씨가 6년간 운영하는 동안 단 한 번도 단속에 걸린 적이 없다”며 “경찰이 성 접대를 받지 않았지만 지하의 업소 목욕탕은 공짜로 자주 이용했다”고 말했다. 신고한 지인도 “조 씨가 평소 경찰 인사에 관여할 정도로 경찰과 친하다고 자랑했는데 함께 있던 경찰이 조 씨를 모를 리 없다”고 주장했다. 김 경사는 2006년 7월부터 1년간 서초서 생활질서계 소속으로 서초구 관내 불법 성매매업소 단속을 맡았다.조 씨가 파출소로 연행돼 갔을 때 일부 파출소 직원은 조 씨에게 목례를 하며 알은척하기도 했다. 김 경사는 조 씨가 수배자 신분으로 연행돼 가는데도 함께 파출소로 이동해 소명하지 않고 조 씨의 오토바이를 타고 서둘러 자리를 떴다. 김 경사는 “조 씨가 연행되면서 ‘오토바이를 보관해 달라’고 부탁해 타고 갔다”며 “오토바이는 조 씨의 형에게 돌려줬다”고 진술했다. 서초경찰서 관계자는 31일 “조 씨와 김 경사가 또 다른 유착 관계가 있었는지 철저히 감찰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2-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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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대학 네트워크 총회 세종대서 28일부터 개막

    세종대(총장 박우희)는 28일부터 3일간 서울 광진구 군자동 세종대 광개토관 컨벤션센터에서 ‘제9회 Global University Network, N.E.W.S. 정기총회’를 개최한다. ‘세계화의 사회문화적 통합과 혁신’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총회는 회원 대학 학생과 교수진 교류, 공동세미나 개최, 복수학위 협정 등을 점검하고 분교 설립이나 장기 공동 연구, 초국가적 연구개발(R&D) 클러스터 구축 등을 중점 논의할 예정이다. 유럽 동아시아 등 22개 대학 민간합작기구인 Global University Network는 독일 베를린기술공대의 주도로 1993년 독일에서 시작됐다. N.E.W.S.(North, East, West, South)는 세계 각지에 위치한 회원 대학을 일컫는다. 세종대 관계자는 “국제 협업을 통해 대학의 역량을 기르고 세계화에 부응하고자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 2012-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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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성매매 호텔 영업정지’ 1주일 전에 또 그짓… 감독해야할 구청, 직원 2명도 적발돼 망신

    서울 강남구가 성매매 업소 근절 사례로 내세운 라마다서울호텔에서 강남구 직원들이 성접대를 받다가 경찰에 단속된 사실이 25일 확인됐다. 라마다호텔은 2009년 성매매 장소 제공 사실이 적발돼 다음 달 1일부터 영업정지를 앞두고 있었는데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해당 구 직원이 이곳에서 성매매를 하다 적발된 것이다.강남구와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25일 0시 무렵 강남구 건축과 소속 직원 2명이 건설업자로부터 이 호텔 지하 1층 B유흥주점에서 술 접대를 받고 8층 호텔 객실에서 성접대까지 받은 뒤 경찰의 급습에 적발됐다. 술자리에 동석한 여성 종업원은 “술자리 대화를 들어보니 업자들이 인허가를 잘 봐달라고 마련한 자리 같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매수 남성들은 주점에서 여성 종업원과 함께 비밀통로에 마련된 엘리베이터를 타고 호텔 객실로 올라가 성관계를 가졌다. 1652m²(약 500평) 규모의 주점은 룸 60여 개에 여성 종업원 180여 명을 고용해 운영해 왔다. 호텔 8층 객실 전체에서 성매매가 이뤄진다는 첩보를 입수한 경찰은 호텔 비상계단에서 잠복하다 급습해 성매매 현장을 잡았다.경찰은 성매매를 알선한 업주 박모 씨(53)와 성매수 남성 김모 씨(46), 성매매 여성 이모 씨(31) 등 20명을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도 묵는 특급호텔이 영업정지 처분을 받고도 이를 비웃듯 성매매 장소를 제공했다”며 “관내 다른 성매매 업소도 파악해 강력하게 단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남경찰서는 성매매 특별단속 기간에 대형 안마시술소, 호텔 등에서 성매매 36건, 147명을 검거했다.한편 ‘불법 성매매 퇴치 종결자, 강남구’라는 캐치프레이즈와 함께 홍보에 열을 올렸던 강남구는 소속 직원이 단속돼 망신을 당하게 됐다. 강남구는 경찰이 2009년 4월 성매매 장소를 제공한 라마다호텔을 적발하자 영업정지 2개월 처분을 내렸다. 라마다호텔은 “종업원이 호텔 객실을 불법 퇴폐 행위 장소로 제공하는 것을 영업주가 알지 못했다”며 행정처분 취소소송을 내거나 과징금 조정안을 내며 강남구에 맞서기도 했다. 3년여 간에 걸친 법정 공방은 10일 대법원 판결에 따라 강남구의 승리로 끝났다. 강남구 관계자는 “직원이 문제가 됐던 호텔에서 성매수를 했다니 당혹스럽다”며 “해당 직원을 우선 직위해제한 뒤 중징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2-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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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법 “日帝 강제징용 배상해야”]“노예처럼 착취… 배상 받을때까지 눈 못감아”

    “한(恨)이 풀릴 때까지 눈을 감을 수 없어요.”24일 서울 강동구 암사동 자택에서 만난 여운택 옹은 대법원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일본 기업이 배상해야 한다’는 취지의 첫 판결을 내렸다는 소식을 들은 뒤에도 웃지 못했다. 일본 정부가 그의 피해 사실을 인정한 것은 아직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올해 집나이로 구순(九旬)이 되면서 머리가 어지럽고 몸에 힘도 없다”면서도 “일본이 배상할 때까지 힘을 내겠다”고 말했다.1923년 충남 논산에서 태어난 여 옹은 17세 때 평양의 한 이발소에서 조수로 일했다. 1943년 9월 태평양전쟁이 한창일 때 그는 월급도 많이 주고 공부도 시켜 준다는 일본 기업의 거짓말에 속아 오사카 일본제철소로 갔다. 그는 “뜨거운 용광로 앞에서 하루 10시간씩 일했지만 하루치 식사를 3일 동안 나눠 먹게 해 늘 굶주렸다”며 “일본인은 야구방망이 크기의 ‘정신봉’으로 우리를 수없이 때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일본인은 매달 담배 2갑 값만 용돈조로 줬다. 기숙사 벽에 한국인 이름과 적금 명세를 표로 그려놓고 “나중에 한꺼번에 찾아갈 수 있다”고 속였다. 그는 “당시 현장에 있던 한국인들은 고국에 두고 온 가족 생각에 고통을 이겨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이 패전하자 일본 기업인은 도망쳤다.1997년 12월 여 옹은 광복 당시 황소 10마리 값인 460여 엔의 미불임금이 오사카공탁소에 남아 있는 사실을 알고 지급을 요구하는 소송을 일본 오사카지방법원에 냈다. 일본 법원은 한일협정을 이유로 일본 기업의 손을 들어줬다. 한국 법원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15년 동안 양국 법정에서 싸우는 사이 많은 동료들이 절망 속에서 죽었다”며 “젊은 세대들이 일본보다 부유한 나라를 만들어 다시는 이런 비극이 없도록 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손해배상 소송을 함께 낸 신천수 옹(86)도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10년 넘게 일본까지 가서 외롭게 싸웠지만 매번 절망했는데 오늘은 말할 수 없이 기쁘다”며 “일본에 끌려가 피해를 본 위안부 여성 등 한국인 모두가 배상받는 날이 빨리 오면 좋겠다”고 말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 2012-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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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도 묵비권이다?… 주진우, 김어준처럼 진술 거부

    4·11총선에서 불법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고발된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나꼼수)’의 공동 진행자인 시사IN 기자 주진우 씨가 18일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지만 묵비권을 행사하며 입을 열지 않았다. 이날 오전 10시경 서울 종로구 내자동 서울지방경찰청에 출석한 주 씨는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잘 모르겠다”며 “기분이 별로 안 좋다. 날씨도 좋은데 이런 데 오니까…. 내 출입처잖아요”라고 말했다. 나꼼수 진행자인 김어준 씨와 김용민 민주통합당 총선 후보, 민주당 진선미 비례대표 당선자, 이재정 변호사 등은 이날 서울경찰청에 나와 주 씨를 배웅했다. 주 씨는 4시간가량 진행된 경찰 조사에서 내내 진술을 거부하며 묵비권을 행사했다고 한다. 같은 혐의로 고발된 김어준 씨도 15일 경찰 조사에서 진술을 거부한 바 있다. 김 씨와 주 씨는 총선을 앞둔 지난달 1일부터 10일까지 8차례에 걸쳐 민주당 김 후보, 정동영 후보 지지 발언을 하는 등 불법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검찰에 지난달 고발됐다. 경찰 관계자는 “두 사람이 방송에서는 여러 이야기를 했지만 경찰에서 진술하면 자신에게 불리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묵비권도 권리기 때문에 어쩔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2-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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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월 무더위에 전력수급 벌써부터 빨간불… “전기 절약도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을”

    이달 초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224.8m²형(68평) 아파트에 사는 박모 씨(50) 가족은 때 이른 더위에 에어컨 청소를 시작했다. 5인 가족인 박 씨 집의 한 달 전기요금은 20여만 원. 지난달에는 585kWh를 사용해 전기요금 19만6000원을 납부했다. 수입이 넉넉한 편인 박 씨 가족은 전기요금에 대한 부담을 거의 느끼지 않는다. 날씨가 더워지면 에어컨을 틀기 시작해 여름철 내내 사용한다. 전기요금도 수십만 원으로 오른다. 중고교생인 박 씨의 자녀들은 집에서 각자 노트북으로 인터넷 강의를 듣거나 게임을 한다. 휴대전화 5대도 늘 충전기에 꽂혀 있다. 서울 금천구 시흥동의 122.3m²형(37평) 아파트에 사는 주부 이경미 씨(39) 가족은 보통 220kWh를 사용해 3만 원이 넘지 않는다. 4인 가족인 이 씨 집에 있는 가전제품은 강남의 박 씨 가정과 별 차이가 없다. 에어컨 TV 노트북 식기세척기 트레드밀(러닝머신) 냉장고 김치냉장고 등을 사용한다. 하지만 한 달 수입이 400만 원 정도인 이 씨 가족은 전기요금에 민감한 편이다. 한여름에도 에어컨을 거의 틀지 않고 가전제품에는 ‘멀티탭’을 달아 대기전력 낭비를 막았다. 이 씨는 “빠듯한 살림이다 보니 전기요금도 최대한 아끼려고 신경을 많이 쓴다”고 말했다. 5월부터 무더위가 찾아오면서 국내 전력 수급에 빨간불이 켜진 가운데 동아일보가 지난해 7∼9월 구별 1인당 월평균 주택용 전력 사용량을 분석한 결과 서울시 25개 구 중 소득이 높은 강남구가 136.9kWh로 전기를 제일 많이 썼다. 대규모 주상복합아파트와 고급 단독주택이 밀집한 용산구(135kWh) 서초구(134.2kWh)가 강남구의 뒤를 이었다. 이 3개 구민들은 한 달 동안 서울 평균 112.7kWh보다 20kWh나 더 사용했다. 20kWh는 선풍기 2대를 매일 6시간씩 한 달간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반면 금천구(96.2kWh) 구로구(100.6kWh) 영등포구(101.3kWh)는 전력 사용량이 가장 적었다. 건국대 박종배 전기공학과 교수는 “고소득층이 전기요금에 대한 부담을 덜 느끼다 보니 여름철에도 에어컨을 하루 종일 켜놓고 있다시피 한 경우가 많다”며 “누진제에 따라 전기 사용량이 많은 고소득층 가정이 요금을 많이 내고는 있지만 올여름 우려되는 에너지 대란을 막으려면 전기 절약 실천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도시 거주민의 전기 사용량이 상대적으로 많아 전력 대란 예방 차원에서 도시민의 자발적인 전기 아끼기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같은 기간 시도별 1인당 월평균 전력 사용량은 서울(112.7kWh) 대전(107.8kWh) 대구(107.3kWh) 경기(107.1kWh) 울산(106.8kWh) 인천(106.7kWh) 부산(106kWh) 광주(104.5kWh) 순이었다. 이에 따라 전기 절약에도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체 전기 사용량의 20% 정도를 차지하는 주택용에서 절감 효과를 보려면 고소득층과 도시민이 전기 절약에 앞장서야 한다는 얘기다. 최승철 환경정의연구소 부소장은 “전기를 덜 쓰는 지방은 수도권과 광역시보다 발전소와 고압선로가 집중돼 있어 상대적으로 피해를 더 받고 있다”며 “전기 생산 혜택을 누리고 있는 도시민들이 전기를 절약하고 비용도 더 지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

    • 2012-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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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DHD 앓던 수서초 김승리 학생 “저를 고쳐줘서 고마워요… 세계 1위 박민숙 선생님”

    “저를 고쳐주셔서 고맙습니다. 세계 1위 박민숙 선생님 건강하세요.”10일 서울 수서초등학교 4학년 3반 박민숙 교사(50)는 반 학생 김승리 군(10)에게 한 통의 감사 편지를 받았다.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를 앓는 승리 군은 2학년 때 박 교사에게 폭력과 욕설을 퍼부을 정도로 ‘미운 오리새끼’였지만 2년여간 박 교사가 담임을 맡아 돌보자 올 3월 전교 1등의 성적을 거두는 ‘백조’로 거듭났다.2010년 3월 개학식 날 2학년 3반 교실에서 박 교사와 승리 군은 처음 만났다. 새 학년을 맞아 설렌 마음으로 박 교사가 교실에 들어서자 맨 앞자리의 승리 군은 책상 밑에 쪼그려 앉아 있었다. 박 교사는 “처음 승리를 보고 단순히 심한 개구쟁이라 생각했다”며 “밖으로 나오라고 손을 내밀자 ‘××년’이라고 욕하며 책상을 밀쳤다”고 기억했다. 반 학생들은 난폭하게 변한 승리 군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수업 시간마다 승리 군은 소리를 지르거나 교실을 뛰어다녀 아수라장을 만들었다. 책상에 앉아서도 가래를 뱉는 소리를 내거나 멀쩡한 손바닥을 피가 나도록 긁는 틱 증상(의지와는 상관없이 발생하는 급작스럽고 반복적인 행동)을 보였다.승리 군 소문은 학부모들 사이에 빠르게 퍼졌다. 일부 학부모는 승리 군의 전학을 박 교사에게 요구했다. 평범한 학생을 교육해왔던 박 교사도 승리 군 문제로 갈등했다. 박 교사는 “승리를 외면하면 훗날 교사 자리에서 물러날 때 후회로 남을 것 같았다”며 “승리 군의 마음 안에 내 진심이 들어가도록 노력했다”고 말했다.그해 4월 박 교사는 승리 군과 함께 친한 몇몇 아이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했다. ADHD 치료약 후유증으로 식사를 잘 하지 않는 승리 군도 박 교사가 해준 스파게티 한 그릇을 싹 비웠다. 식사를 마친 승리 군은 집 안을 둘러보고 박 교사에게 종이와 연필을 부탁했다. 박 교사는 “승리가 종이 위에 집 내부를 입체조감도처럼 그리더니 욕실 슬리퍼 같은 세밀한 부분까지 묘사했다”며 “ADHD에 가려진 승리의 천재성을 처음 보았다”고 말했다. 다음 날 박 교사는 반 아이들에게 “승리가 힘든 과정을 겪고 있지만 다른 친구에게 없는 집중력과 관찰력이 있다”며 그림을 보여줬다. 이후 반 아이들도 승리에게 그림을 그려 달라며 다가섰다. 다른 학부모도 순서를 정해 매일 승리 군 옆에 앉아 수업에 집중하도록 도왔다.하반신 마비 장애인인 승리 군 어머니는 집에서 정성껏 아들을 보살폈다. 하지만 거동이 불편하다 보니 승리 군을 집 밖에서는 많이 못 챙겨줬다. 밖에선 박 교사가 승리 군의 어머니였다. 지난해까지 승리 군이 종종 바지에 대변을 볼 때마다 직접 손으로 바지를 빨았다. 퇴근 후에는 승리 군을 데리고 예술의전당이나 백화점을 찾아 견문을 넓혀줬다. 박 교사는 “승리는 가슴으로 낳은 자식 같아서 대변이 묻은 바지도 전혀 더럽지 않았다”며 “오히려 힘든 시간을 이겨낸 승리가 고맙다”고 말했다.승리 군의 장래 희망은 과학자다. 시험지를 읽지도 못하던 승리 군은 4학년 첫 교과학습진단평가에서 전교 1등을 했다. 반 친구들의 우유 급식을 책임지는 ‘우유반장’을 맡을 정도로 성격도 밝아졌다. 2014년 초 다른 학교로 부임해야 하는 박 교사의 소원은 근무 기간을 1년 더 늘려 승리 군에게 졸업식 날 사각모를 씌워주는 일이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2-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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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양대 사회봉사단 ‘함께한대’ 내일 출범

    한양대 재학생과 25만 동문이 참여하는 사회봉사단 ‘함께한대’가 15일 한양대 개교 73주년 기념식에서 공식출범한다. ‘함께한대’는 ‘함께’란 단어에 한양대의 약칭 ‘한대’를 합친 이름으로 LIG손해보험 구자준 회장(전자공학 70학번)이 초대단장을 맡는다. 한양대는 ‘사랑의 실천’이란 건학 이념에 따라 1994년 국내 대학 최초로 설립한 재학생 사회봉사단의 18년 경험과 동문네트워크를 엮어 재능기부 형태의 봉사활동을 할 계획이다. 임덕호 총장은 “한양대가 봉사를 핵심 키워드로 소중하게 키워온 사랑의 나무가 드디어 대학의 울타리를 넘어 더 넓은 세상으로 가지를 뻗게 됐다”며 “많은 동문이 참여해 봉사문화가 사회 전체에 확산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2-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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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영 판사 “시각장애보다 판사라서 어깨가 더 무겁습니다”

    “시각장애자라서가 아니라 무거운 권력을 행사하는 판사라서 어깨가 무겁습니다.”11일 서울 도봉구 도봉동 북부지방법원 법정동 8층 회의실에 오른손에 지팡이를 쥔 ‘최초의 시각장애인 판사’ 최영 판사(32·사법연수원 41기)가 동료 판사의 도움을 받아 들어섰다. 그는 재판정에 들어설 때의 긴장된 표정과 달리 환하게 웃으며 취재진에게 인사했다. 2월 27일 첫 출근을 한 뒤 두 달 남짓 지났지만 무궁화가 그려진 판사용 회색넥타이가 잘 어울렸다. 최 판사는 “재판정에 서는 것에 대한 막연한 부담감은 극복하고 있다”면서도 “법관이라는 지위의 무게감과 책임감 때문에 두려움은 여전하다”고 말했다.최 판사는 “1급 시각장애인이 법관이 되는 것에 대해 주변에서 많이 우려했고 나도 걱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법원의 지원 덕에 업무에 불편을 느끼지 않고 있다. 최 판사가 속한 민사11부 정성태 부장판사는 “최 판사가 사건을 꼼꼼하게 처리해 든든하다”고 했다. 최 판사는 “과거 첫 여성 판사가 법원에 들어올 때도 많은 우려가 있었지만 법원과 판사들이 변화를 받아들이며 훌륭하게 적응했다”며 “지금도 법원이 많은 변화를 만들어내는 단계”라고 강조했다. 법원이 시각장애인을 법관으로 임명한 것을 넘어 시설까지 바꾸며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법원의 인식 변화란 설명이다. 최 판사는 “앞으로 시각장애인이 무거운 권력을 행사할 수 있냐는 국민의 우려도 바꾸려고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2-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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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학사업 큰손 이종환 회장 이번엔 서울대에 600억 쾌척

    이종환 삼영화학 회장(89·사진)이 설립한 관정이종환교육재단이 서울대 도서관 신축 기금으로 600억 원 기부를 약속했다. 서울대는 이 회장이 “도서관 보급이 학문 발전의 근간이다. 여생 동안 도서관 발전을 통해 학문 성장과 글로벌 인재 육성에 기여하고 싶다”는 뜻을 밝히고 600억 원 기부 의사를 전했다고 10일 밝혔다. 기금은 1974년 건립된 중앙도서관 신축에 쓰이며 구체적인 기부 방식은 추후 협약식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1959년 플라스틱 제조업체 ‘삼영화학공업주식회사’를 설립한 이 회장은 사람 중시 경영으로 회사를 ‘그룹’ 규모로 키웠다. 그는 30여 년 전 좁은 국토에 특별한 자원이 없는데도 인재 양성으로 세계 최고의 부를 이뤄낸 스위스를 여행하며 장학사업의 뜻을 세웠다. 그는 2000년 6월 사재 10억 원으로 관정이종환교육재단을 설립해 최근까지 8000억 원을 출연했다. 당시 그는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모든 기업이 거기에만 머물 필요는 없다”며 “작은 기부를 통해 미래의 재목이 될 인재를 길러낸다면 그것보다 큰 사회 기여가 없다”고 밝혔다. 관정이종환교육재단은 지금까지 국내 중고생 대학생 대학원생 등 3900여 명에게 187억 원을, 국외 유학생 740여 명에게 618억 원의 장학금을 지급했다. 연간 120억 원의 장학사업을 펼쳐 순수 장학사업만 펼치는 재단 중에서는 국내 최대 규모다. 또 재단은 국민들의 국가의식 고취를 위해 국기게양대 제작·기증 사업도 해 왔다. 이 회장은 평소 “나라나 기업의 살림은 재산이 아니라 사람이 키운다”며 “관정 장학생 중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서울대는 3월부터 중앙도서관 신축에 필요한 1000억 원 모금 캠페인 ‘서울대 도서관 친구들’을 펼치고 있다. 서울대 관계자는 “150만 권 규모로 건립된 도서관이 250만 권의 책을 보유하고 있어 과포화상태”라며 “기금 출연으로 세계 수준의 도서관 신축을 앞당기게 됐다”고 밝혔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2-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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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신숙자씨 사망”]“내게 꽃 달아주던 딸들, 아빠 안 본다고 할 리 없어”

    “혼란스럽습니다. 아내의 사망 소식을 믿을 수 없어요.”북한으로부터 부인 신숙자 씨(70)가 사망했다는 공식 답변을 받은 오길남 박사(70)는 8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고개를 가로저었다. 북한은 ‘통영의 딸’ 신 씨의 생사와 관련해 1980년대부터 앓아오던 간염으로 사망했다고 1일 통보했다. 오 박사는 “아내는 분명히 죽지 않고 살아 있다”며 “미국 독일 등 해외 각지에서 북에 아내의 송환을 압박하자 북이 임기응변으로 조작한 답을 내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은 과거 일본인 납치 문제에 대해서도 국제 사회가 송환을 요구하면 연탄가스 중독으로 죽었다, 자살했다며 변명으로 일관했다”며 “무책임하게 사망했다고 답하는 것은 북의 상투적인 수법이다”고 주장했다.어버이날인 8일에 열린 ‘통영의 딸에 대한 북한당국의 공식답변서 공개 기자회견’에 앞서 열린북한방송 대표인 새누리당 하태경 국회의원 당선자(부산 해운대-기장을)는 북한에 억류된 오 박사의 딸 혜원(36) 규원 씨(34) 자매를 대신해 오 박사의 왼쪽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줬다. 오 박사는 “독일에는 카네이션을 달아주는 풍습이 없지만 두 딸이 자주 들꽃을 꺾어 내 가슴에 달아주고 직접 쓴 카드로 마음을 전하던 기억이 난다”며 “북은 이런 두 딸이 나를 아버지로 여기지 않는다고 매도했다”며 울먹였다. 그는 “북이 나를 아내와 두 딸을 버린 패륜아로 몰고 있다”면서도 “북이 시키는 대로 해도 좋으니 딸이 꼭 살아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오 박사는 특히 북한이 신 씨를 자신의 전처로 호칭한 것에 대해 분노했다. 그는 “나는 이혼하지 않았고 다른 사람과 결혼도 안 했다”며 “아내도 다른 사람과 결혼했을 리가 없는데 북이 가족을 찾을 권리를 빼앗으려고 수를 쓴 것”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북이 내 수기(아내가 간염을 앓았다는 내용)를 보고 간염으로 죽었다고 주장한다”며 “언제 어디서 죽었는지 정확히 밝히라”고 요구했다. 그는 ‘신 씨가 사망했다면 유해를 어떻게 할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장인 장모의 무덤에 묻을지 내 옆에 함께 묻을지 딸들을 만나 의논하겠다”고 했다. 그는 “김정은 정권은 올해 말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며 “아내와 두 딸을 얼싸안고 눈물을 닦아주고 싶다”고 말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2-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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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휴지통]전과 17범 ‘수갑 엄살’에 속은 경찰

    5일 오전 4시경 술 취한 피의자로 붐비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 논현1파출소에 수갑을 찬 박모 씨(42)가 연행돼 들어왔다. 인근 술집에서 술을 마시던 박 씨는 여주인의 가방에서 현금 14만 원을 훔치다가 이를 본 여주인의 남편 손에 붙잡혔다. 신고를 받고 박 씨를 데려온 경찰은 박 씨의 오른 손목에 수갑을 채워 파출소 안 의자에 결박했다.5분이 지나자 박 씨는 “손목이 아프다. 수갑을 느슨하게 풀어 달라”며 고함을 쳤다. 소란이 계속되자 경찰은 수갑을 느슨하게 풀어줬다. 경찰이 다른 피의자들과 씨름하는 사이 박 씨는 ‘전과 17범 노하우’를 발휘해 손목을 비틀어 수갑에서 손을 뺐다. 파출소에 있던 경찰 5명 중 3명이 다른 피의자를 호송하려고 밖으로 나가고, 2명이 여주인 부부를 조사하러 파출소 내 관리반으로 간 사이 박 씨는 유유히 사라졌다. 피해자가 잡은 도둑을 경찰이 놓친 셈이다.강남경찰서 관계자는 “당시 112신고가 폭증해 파출소 인력이 부족했다”며 “감독행위 소홀과 근무 태만 등의 책임을 물어 파출소 직원들을 징계할 예정”이라고 7일 밝혔다. 경찰은 박 씨의 도주로를 파악해 추적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경찰의 관리소홀을 틈타 피의자가 도주한 사건은 모두 12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배로 늘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2-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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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합진보당 깨지나]“이정희 변신 소름끼쳐” 진보진영서도 비판 행렬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경선 부정을 둘러싸고 당권파가 비례대표 당선자의 사퇴를 막고 당권을 유지하기 위해 당 전국운영위원회를 실력 저지하는 등 추태를 보이자 진보·좌파 진영 인사들까지도 비판에 가세했다.진보 진영 논객을 자처하는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6일 트위터에서 “계파의 이익이 당의 이익을 압도, 지배하는 것, 정당 바깥 진보적 대중의 눈을 외면하는 것은 망하는 지름길”이라고 꼬집었다.옛 민주노동당 출신인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5일 트위터에서 “저는 (당권파 측 공동대표인) 이정희가 대충 중재역 비슷한 걸 시늉이라도 할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완전 하드코어더군요. 마치 (공포영화) ‘링’을 보는 듯 소름이 끼쳤다”고 맹비난했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도 같은 날 “절체절명의 상황에도 기존 질서를 고수하려는 이들을 시민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지…(1987년 6월 민주항쟁 이후) 민주화 25년의 모습이 정말 이렇게 암울해야만 할까요”라고 질타했다. 총선 직전 민주통합당 김용민 후보의 막말 파문까지 감쌌던 소설가 공지영 씨마저 “대체 지성이 무엇이고 자기 성찰은 무엇일까. 1980년대 토론 중 남이 무슨 말을 하든 앵무새 같은 말을 반복하던 날들의 재방을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한진중공업 사태 때 309일 동안 고공농성을 했던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은 트위터에서 “현장이 무너진 자리, 종파만 독버섯처럼 자란다”고 비난했다. 그는 당권파 지지자들이 반박 글을 띄우자 “자기가 속한 조직이나 계파의 이해관계를 앞세우면 조직을 망치게 되죠”라고 꾸짖었다.트위터에서는 ‘이정희 언팔(팔로 중단) 운동’이 벌어졌고, 누리꾼들은 “갈 길은 한 가지 정당 해체밖에 없다. 당장 해체하라 통진!”(@TaesunPhilos)이라거나 “이정희는 ‘부정의 여왕’”(@SDenn722) 같은 비판이 쇄도했다. “이정희 팬이지만 경기동부연합 쓸어낼 때 딸려 쓸려나가도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성이 없는 애들은 품을래도 가출해버려 품을 수도 없는 셈이다”(@PinkyPinky)라는 글처럼 지지자들이 절망감으로 등을 돌리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그러나 이런 와중에도 인터넷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의 출연진인 김용민 씨는 3일 이 공동대표의 트위터에 “이정희 대표님, 힘내십시오”라는 글을 띄웠다. 김 씨는 자신의 처신이 도마에 오르자 5일엔 “졸지에 제가 통진당 당권파로 몰리는군요”라며 못마땅한 심경을 내비쳤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 2012-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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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멸의 늪, 불법 사금융] 사람 잡는 불법추심

    23일 오후 서울지방경찰청 경제범죄특별수사대 형사 5명이 서울 강동구 길동의 한 지하당구장에 들이닥쳤다. 형사들은 텅 빈 당구장에서 친구들과 함께 술을 마시고 있던 불법 대부업자 김모 씨(43)의 양손에 수갑을 채웠다. 김 씨는 자동차수리업체를 운영하다가 망하자 5년 전부터 사채업을 시작했다. 당구장 한구석에 책상을 차려놓고 수십 명에게 돈을 빌려주고 이자 수익을 올렸다. 김 씨는 돈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자신을 ‘Mr. K 금융’으로 소개했지만 돈을 받아낼 때는 ‘Mr(신사)’가 아닌 ‘악마’였다. 30대 회사원 A 씨는 2009년 12월 급히 목돈이 필요해 김 씨에게 1000만 원을 빌렸다. A 씨는 당구장으로 불려 갈 때마다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울었다. A 씨는 “그래도 당구장으로 부르는 게 낫다”며 “김 씨가 아버지와 아내를 괴롭힐 때마다 죽고 싶었다”고 말했다. A 씨가 빚진 사실을 A 씨의 가족과 지인에게 알리고 대신 갚을 것을 강요했다. 수백 %의 고리를 매겨 A 씨가 이자를 갚기 위해 다시 자신에게 돈을 빌리게 하는 일명 ‘꺾기’ 수법을 썼다. A 씨는 “김 씨가 이름 석 자도 겨우 쓰는 80세 아버지를 법원으로 불러내 ‘아들을 살리려면 땅을 넘기라’며 아버지의 땅을 자기 앞으로 가등기해놓았다”고 했다. 빚 독촉에 시달리던 A 씨는 2년 남짓 기간에 무려 원금의 두 배가 넘는 돈을 갚았지만 아직 2000만 원의 빚이 남아 있다.○ 빚보다 빚 독촉에 고통 불법 사금융으로 돈을 빌린 피해자들은 “빚 때문이 아니라 빚 독촉으로 죽겠다”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한국대부금융협회가 지난해 5월 3일부터 6월 14일까지 일수 급전 등 사금융으로 돈을 빌린 46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피해를 당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 이 문항에 응답한 279명 중 120명(43%)에 달했다. 이들은 반복적 전화, 방문 추심행위, 협박성 발언과 폭력, 지인들에 대한 불법 추심 등을 당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추심의 주체는 크게 5단계로 나뉜다. 은행 카드사 등 금융권, 신용정보회사, 등록 대부업체, 미등록 대부업체, 개인업체 순이다. 합법적인 추심은 등록대부업체까지다. 합법적인 추심은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진행되지만 신용정보회사나 제2금융권도 압류 운운하며 채무자를 심리적으로 압박한다. 한국금융연구원 윤창현 원장은 “추심에 관한 법에 빚 독촉 전화나 문자메시지 제한 횟수를 두루뭉술하게 ‘반복적’으로 규정한 것이 문제”라며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줄 경우 불법이라는 것인데 구체적이지 않아 추심업체가 악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불법 업체들 수단 방법 안 가려A 씨가 돈을 빌린 불법 개인업체나 미등록 중소 대부업체는 대출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에 돈을 받아내는 데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만난 피해자들은 “폭행은 사라지고 있지만 협박은 더 집요해졌다”고 입을 보았다. 지난해 7월 유흥업소 종업원 윤모 씨(26·여)는 연 209%의 고리대로 2000만 원을 사채업자에게 빌렸다. 사채업자들의 협박을 견디지 못한 윤 씨는 지난달 20일 경기 성남시의 한 오피스텔에서 유서를 쓰고 투신자살을 기도했다가 함께 사는 친구 김모 씨(25·여)의 도움으로 살아났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사채업자는 윤 씨가 이자 납부를 자주 미루자 수시로 전화로 연락을 해 ‘돈을 갚지 않으면 유흥업소에 나가는 사실을 가족에게 알리겠다’고 협박했다”고 말했다. 일부 사채업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해 채무자의 가족이나 지인의 신상까지 털기도 한다. ○ 받은 돈 또 받으러 오기도은행 카드사 등 금융기관의 채권은 신용정보회사 등록대부업체 미등록대부업체 순으로 넘어가거나 반대로 신용정보회사가 자금 사정이 악화된 대부업체의 채권을 받기도 한다. 현행 대부업법은 다른 대부업자 또는 여신 금융기관의 채권을 넘겨받아 추심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부실채권은 보통 채권 가격의 10% 미만으로 거래된다”며 “신용정보회사나 대부업체는 부실채권을 대량으로 구입한 뒤 몇 건만 성사시켜도 이익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즉, 100만 원짜리 채권 10건을 100만 원을 주고 구입한 뒤 이 중 2, 3건(200만, 300만 원)만 받아내도 남는 장사란 의미다. 일부 악성업체는 이미 변제된 채권을 다시 받아내기도 한다. 서울에 사는 강모 씨는 2006년 사채업자로부터 400만 원을 빌려 이자와 원금을 모두 갚았지만 신용정보회사 추심직원이 집에 나타나 칼을 방바닥에 꽂고 욕을 하며 2006년에 갚지 않은 3000만 원을 갚으라고 했다. 당시 강 씨가 담보로 작성한 약속어음을 이 회사가 넘겨받은 뒤 재차 추심에 나선 것이다. 강 씨는 이 같은 사실을 즉시 경찰에 신고해 피해를 면할 수 있었다. 민생연대 송태경 사무처장은 “채권추심업은 등록만 하면 할 수 있어 우후죽순 격으로 신규 업체가 늘어나고 있지만 이를 관리 감독하는 인력은 전무하다”며 “불법 채권추심을 뿌리 뽑기 위해선 상시 감시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

    • 2012-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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