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불가능한 나라’ 한국어판 낸 英언론인 다니엘 튜더 씨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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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무작정 서구 좇지말고 자긍심 가졌으면”

31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의 한 음식점에서 만난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의 저자 다니엘 튜더 씨. 문학동네 제공
31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의 한 음식점에서 만난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의 저자 다니엘 튜더 씨. 문학동네 제공
지난해 영어로 출간돼 화제를 모은 책 ‘한국, 불가능한 나라(Korea: The Impossible Country)’의 한국판이 출간됐다.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문학동네)라는 제목으로. 미국에서 출간된 영어판은 지금까지 2만 부가량 팔렸다.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의 서울특파원인 저자 다니엘 튜더 씨(31)는 31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의 한 음식점에서 한국판 출간기념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한국과는 11년 넘게 인연을 맺은 그는 한국어로 모두발언을 했고 질의응답도 대부분 한국어로 했다.

한국어판은 외국 독자를 위한 한국사 설명은 줄이고 오늘날의 생생한 한국 모습을 앞세워 새로 편집했다. 영국인의 눈에 비친 한국은 여성들이 좋은 배우자를 만나려고 위험천만한 성형수술을 감내하는 나라이자 새것에만 집착하는 ‘네오필리아(neophilia)’인 동시에 따뜻한 ‘정’과 불가사의한 ‘흥’의 나라다.

튜더 씨는 “서남표 전 KAIST 총장을 만났는데 말끝마다 미국을 언급하며 따라가야 한다고 하더라”며 “한국은 스스로 존경하지 않고 세계화,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이름 아래 서구권 기준을 무작정 따라가는데, 진짜 자긍심을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단기간에 남아선호 사상을 개선하는 한국인의 유연성에서 그 저력을 발견했다고 했다.

그는 다만 “한국인은 항상 다른 사람보다 앞서 나가야 한다는 부담감을 떨쳐야 한다. 만족을 모른 채 좁은 의미의 성공에만 집착하기보다 행복에 대해 생각할 때다”라고 당부했다.

옥스퍼드대 학생이던 튜더 씨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한국에 놀러왔다가 한국인의 응원문화에 푹 빠져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됐다. 2003년 대학 졸업 후 한국에서 영어강사, 증권사 직원으로 일하다가 2007년 영국으로 돌아가 맨체스터대에서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스위스 헤지펀드 회사에 다니다 2010년 이코노미스트 서울특파원으로 부임했다.

튜더 씨는 조만간 특파원을 그만둔다. 한국에 있으면서 북한 핵문제만 기사로 다루는 일에 싫증이 났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난해 ‘남한이 북한에 유일하게 뒤진 것이 맥주 맛’이라는 기사를 썼던 그는 서울 이태원에 하우스맥주 가게 ‘더 부스 펍’을 운영하며 책 쓰기에 열중할 계획이다. 한국 진보정치의 방향을 논의하고 ‘경제민주화’ 대신에 ‘경제합리화’를 얘기하는 책을 준비하고 있다. 마지막 황손 이석의 삶을 다룬 소설도 쓸 계획이다. ‘왕의 나라’ 영국에서 온 그의 눈에는 황손의 불행한 인생이 비극으로 비쳤다고 한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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