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골라 나누고 포장까지 1분이면 ‘끝’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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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24 대구물류센터 ‘총알배송’ 현장

29일 대구 달성군 예스24 대구물류센터에서 ‘총알배송’ 체험에 나서 집책과 분배, 포장까지 배송 준비를 마친 책을 컨베이어 벨트 위에 올리는 기자. 황새가 1분 안에 끝낼 일을 뱁새는 10분이나 걸려 겨우 끝냈다. 예스24 제공
29일 대구 달성군 예스24 대구물류센터에서 ‘총알배송’ 체험에 나서 집책과 분배, 포장까지 배송 준비를 마친 책을 컨베이어 벨트 위에 올리는 기자. 황새가 1분 안에 끝낼 일을 뱁새는 10분이나 걸려 겨우 끝냈다. 예스24 제공
문을 열고 들어서니 대형 서가가 줄지어 서 있다. 1만3223m²(약 4000평)의 공간에 책 100만여 권이 보관돼 있다. 얼핏 고요한 도서관 풍경을 떠올릴 만하지만 이곳에선 엄청난 ‘속도전’이 펼쳐진다. 기계가 아닌 사람이 드넓은 서가에서 책을 고르고 분배하고 포장하는 데까지 권당 1분이 채 안 걸린다. 그래서 오전에 주문하면 오후에 책을 받는 서비스에 ‘총알배송’이란 이름이 붙었다.

29일 아침 대구 달성군 예스24 대구물류센터를 찾았다. 인터넷서점 예스24는 2007년 서울지역부터 시작해 당일 배송 지역을 확대해 왔다. 7월 대구물류센터가 문을 열어 강원 충청 전라 지역으로 확대됐다. 전국 당일 배송 시대가 코앞에 온 셈이다.

대구물류센터는 기존 파주물류센터의 시스템을 보완해 첨단시설로 만들었다. 하지만 책은 크기와 모양, 두께가 제각각이어서 100% 자동화가 불가능하다. 주문받은 책의 신속하고 정확한 출고를 돕는 자체 프로그램이 있지만 결국 움직이는 것은 사람이다.

일단 주문이 들어오면 서가에서 책을 꺼내오는 집책(集冊)부터 시작한다. 평균 80여 명의 집책 직원이 1인당 많게는 하루 800여 권의 책을 꺼내 온다. 3명이 한 조가 돼 한 번 집책 때 평균 200권을 찾아온다. 당일 배송은 주문 마감 이후 30분∼1시간 안에 출고를 끝내야 하기 때문에 책을 찾아 뛰고 또 뛰어야 한다.

기자가 테스트 삼아 현장에서 책 한 권을 주문하고 직접 집책과 포장을 해봤다. 주문서에 적힌 알파벳과 숫자가 책의 위치를 알려줬지만 망망대해에서 길을 잃은 것 같다. 겨우 책을 찾아 곧장 꺼냈더니 지켜보던 직원이 말린다. “제목만 보지 말고 바코드와 대조해야 합니다.” 요령은 바코드의 마지막 4, 5 자리만 빨리 확인하는 것. 시리즈 책은 한 칸에 꽂혀 있지 않다. ‘상’권을 주문한 고객에게 ‘하’권이 배달되는 불상사를 막기 위함이다. 책에 흔적이 남으면 안 되니 열어 봐서도 안 된다.

집책 직원이 분배 라인으로 책을 갖다 주면 분배 직원이 분배기(50칸짜리 이동식 책장)에 책을 나눈다. 분배기에 책이 쌓이면 포장 라인으로 옮겨진다. 포장 직원은 주문서에 담긴 책과 맞는지 다시 확인한다. 잘못 배송되는 경우가 0.001%밖에 안 되는 비결이란다. 주문 건수마다 부피가 달라 20여 종의 박스에 구분해 담는다. 직원이 포장하는 데는 건당 5, 6초밖에 안 걸린다. 그러나 기자가 책을 박스에 넣고 이른바 ‘쏘세지’(비닐완충재)를 넣어 테이프를 붙이고 마지막으로 송장까지 붙이는 데 1분이 넘게 걸렸다.

마감시간과 정확성에 쫓기다 보니 일하는 직원들의 표정이 하나같이 긴장돼 있다. 과거 다른 업체 물류센터에서 일했던 강모 씨(32)는 “막연히 기계가 책을 골라 보내 주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힘들게 일한 뒤에는 책을 구입할 때 당일 배송 주문을 피한다”고 했다.

결국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오래 일한다고 한다. 경북 영천물류센터에서 일하다 대구로 온 나영란 씨(40·여)는 “제목밖에 볼 수 없지만 많은 책을 보고 만지는 느낌이 좋다”고 했다.

대구=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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