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찬

황인찬 기자

동아일보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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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특파원 황인찬입니다. 한일 관계가 더욱 좋아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일본에 왔습니다. 일본의 오늘을 보여드립니다.

hic@donga.com

취재분야

2026-02-28~2026-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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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지하 시인 “박근혜, 남녀 이원집정부제 하면 집권 가능성”

    “박근혜가 혼자 (대선에) 나와서는 안 된다. 안철수나 정운찬과 함께 정치 경제적인 관계에서 보합하면서 남녀 이원집정부제를 추구할 때는 집권할 가능성이 있다.”김지하 시인(71·사진)이 산문집 ‘남조선 뱃노래’(자음과모음)의 출간을 맞아 18일 서울 종로구 관훈동에서 가진 기자간담회 중 대선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이같이 소신을 밝혔다.김 시인은 “내가 (박근혜를) 칭찬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여자가 집권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제한 뒤 “세계 경제의 가장 큰 문제는 소비가 생산보다 훨씬 중요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생산자, 생산 시스템, 기업 중심으로 경제가 흘러간다는 것이다. 남성보다 우월한 여성의 소비 판단력이 생산 시스템에 반영되어갈 때 더 큰 창조력, 힘을 발휘하고 세계 경제가 바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시인은 “이원집정부제는 소위 자본주의 위기 시대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 (박근혜가) 안철수, 그리고 초과이익공유제를 얘기하는 정운찬과 만난다면 자본주의, 공산주의보다 더 큰 신식의 (정치) 현대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조선 뱃노래’는 김 시인이 1985년 냈으나 이후 절판된 산문집 ‘남녘땅 뱃노래’를 재출간한 것으로 옥중에서 쓴 양심선언과 법정 최후진술, 산문과 강연문 등을 수록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2-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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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 번째 소설집 ‘비행운’ 펴낸 김애란 씨… 사회적 약자, 슬프게만 보지 않고 그들의 건강함-활기에 주목

    올해 등단 10년을 맞는 김애란(32)은 지난해 특별한 ‘선물’을 받았다. 처음으로 펴낸 장편 ‘두근두근 내 인생’이 23만 부 넘게 판매되며 뜨거운 인기를 얻은 것. 문단의 ‘기대주’에서 ‘대세주’로 바뀌는 변화점이기도 했다. 그가 소설집 ‘비행운’(문학과지성사)을 펴냈다. ‘문학동네’ 겨울호부터 두 번째 장편 연재도 시작한다. “단편은 썼던 것을 묶은 것이라 덤덤하지만 새로 시작하는 장편 생각만 하면 자다가도 가끔은 이민가고 싶다”며 그는 웃었다. ‘작가생활 2막’을 여는 김애란을 17일 서울 광화문 근처에서 만났다. ―소설집 ‘비행운’에는 단편 ‘물속 골리앗’ 등 8편이 들어있다. 표제작은 없는데…. “단편 제목 중에서 책 제목으로 잡고 싶은 게 딱히 없어서 새로 만들었다. 이번 소설집에는 어딘가로 이동 중이거나 여전히 도착하지 못한 인물이 많고 외국, 공항이 배경인 작품들도 나와서 어울리겠다 싶었다. 구름이 떠가는 ‘비행운(飛行雲)’이거나 타고난 행운을 얻지 못했다는 ‘비행운(非幸運)’의 뜻이다.” ―세 번째 소설집이다. 이전 소설집과의 차이점은…. “내 작품의 인물은, 타고난 행운은 없는 사람이다. 예전 단편들과 분위기가 비슷하기는 하지만 범위가 넓어진 것 같다. 앞서 자취방과 고시원, 편의점을 왔다 갔다 했던 20대 얘기를 그렸다면 지금은 연령층도 다양해졌고 공간도 넓어졌다. 사회로 한 발짝 더 나아가지 않았나 싶다.” ―소외되거나 상처받은 사람의 슬픔을 그리지만 코믹한 요소도 적지 않다. “사회적 약자들을 지레 판단해 울적하거나 연민의 시선으로 보기 쉬운데, 그들이 갖고 있는 건강함과 활기, 유머감각이 실제로 많다. 작정하고 그들을 슬프게만 바라보는 것도 무례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지난해 첫 장편 ‘두근두근 내 인생’이 크게 화제가 됐다. 부담은 없나. “이젠 가끔 길을 가다가 제 얼굴을 알아보는 사람도 있다. 호호. 독자 반응도 많고, 주위에서 힘도 많이 준다. 하지만 흔들리거나 중심을 잃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한다. 힘은 힘대로 받되 정신은 바짝 차리자고 생각한다.” ―장편의 매력은 무엇인가. “단편은 한 계절에 집중해서 쓰는 경우가 많고 순간이나 찰나에 대해서 쓰는 경우가 많다. 장편은 하나의 세계, 큰 시간을 저와 독자가 같이 통과하는 기분이 든다. 다음 장편에 대한 호기심이나 흥미가 더 붙었다.” ―문학동네에 연재할 두 번째 장편의 내용은…. “구체적인 그림은 아직 갖고 있지 못하다. 겨울호부터니까 10월 20일까지 첫 회를 마감해야 한다. 부담이 되지만 긴 글을 쓸 때는 (마감에 대한) 압박이 없으면 혼자 쓰기 어렵다. ‘마감의 힘’을 믿는다.” 작가는 지난해 10월 여섯 살 연상의 극작가 고재귀 씨와 결혼했다. 신혼집은 서울 응암동에 마련했다. “결혼하고 나서 살림을 많이 하는데 아직 요령이 없어서 시간이 좀 걸린다”며 그는 웃었다. 20대 때 그는 주로 동년배들의 아픔을 그렸다. 상당 부분은 그의 체험에서 나왔다. 마흔이 되면 어떤 소설을 쓸까. “어떤 이야기가 될지 모르겠지만 마흔에 쓸 소설들에서도 20대 때 썼던 인물들을 잊지 않으려고 한다. 어쩌면 ‘그들이 마흔이 된’ 얘기를 쓰지 않겠나. 내 창작 기간을 아주 길게 보면 어쩔 수 없는 기복과 리듬이 있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자연스레 받아들이고 싶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2-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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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빠가 돌아왔다! ‘문학한류 원조’ 소설가 김영하, 1년 9개월간의 미국생활 끝내고 귀국

    《 “도대체 왜 우리가 한국 문학을 읽어야 합니까.” 2006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독일 기자가 소설가 김영하(44)에게 도발적인 질문을 던졌다. 김영하는 이렇게 답했다. “우린 여러분이 앞으로 겪게 될 많은 문제를 미리 경험하고 있습니다. 한국 문학은 첨단의 미디어와 경쟁하고 있어요. 지하철에서 책을 거의 안 보고 자국 영화의 시장점유율이 50%를 넘나드는 상황에서 한국 작가들은 필사적으로 생존하려고 애씁니다. 우리가 어떻게 살아남는지 유심히 살펴봐야 할 것입니다.” 》 ‘문학 한류’의 가능성에 김영하는 일찍부터 주목했다. 등단 4년차인 1998년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1996년)가 프랑스에서 출간된 이후 그의 작품들은 미국 독일 네덜란드 터키 등 10여 개국에서 번역됐다. 1년 9개월간의 미국 뉴욕 컬럼비아대 연구원 생활을 마치고 최근 ‘돌아온 오빠’를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만났다. 미국 이탈리아 캐나다를 오가면서 ‘주거 부정’의 생활을 한 지 4년 만에 귀국하는 것이라고 했다.―뉴욕에선 어떻게 지냈나요. “낮엔 글 쓰고 밤에는 책 읽고…. 공원에 가서 자주 누워있었어요. 센트럴파크에 좋아하는 잔디밭이 있어요. 처음엔 몸만 갔는데 나중에는 깔개도 가져가고, 읽을 책도 가져가고, 얇은 담요도 가져가고, 비가 올지 모르니 우산도 가져가고, 나중엔 이것저것 담은 카트까지 끌고 갔죠. 지나가는 노숙인들이 동료 보듯 나를 쳐다보는 걸 알고 필요한 걸 모두 들고 다니는 사람, 이게 노숙인이구나 싶었습니다. 그 다음부터 간소하게 하고 다녔어요.”―일찍부터 해외 시장에 진출했습니다. “1995년 등단했고 1998년 ‘나는 나를 파괴할…’이 프랑스에서 나왔어요. 그게 작가의 일상사인 줄 알았죠. 예술가가 초기에 어떤 경험을 하느냐가 그의 행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습니다. ‘다른 나라 독자들에게 읽히는 작가가 될 수도 있겠구나’라고 비교적 젊은 나이에 생각을 하게 됐죠.”―일제강점기에 멕시코로 팔려간 사람들(애니깽)의 이야기를 다룬 역사소설 ‘검은 꽃’(2003년)이 10월 미국 휴턴미플린하코트에서 출간됩니다. ‘나는 나를 파괴할…’과 ‘빛의 제국’(2006년)에 이어 세 번째로 이 출판사에서 소설이 나오는데…. “담당 편집자로 제나 존슨이란 분이 있습니다. 지금은 임프린트의 책임자 자리에까지 올랐지만 2006년 저와 일을 시작할 때만해도 신참이었죠. 이 사람에게 ‘나는 나를 파괴할…’의 영어 원고가 갔는데 맘에 들어 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이 사람이 우연히 그 책의 프랑스어본을 읽고 나서 계약을 결심했다고 하더군요. 그 양반이 프랑스어를 못했으면 책을 못 낼 뻔했어요.”―‘검은 꽃’의 영어 번역은 누가 했나요. “찰스 라 슈어 한국외국어대 통번역학과 교수가 해주셨어요. 미국 독자들은 이해 못할 부분들은 뺐죠. ‘검은 꽃’이 처음엔 한국 소설이었는데 독일어 영어 등으로 번역돼 한 문장 더하고 빼고 해가면서 의미가 확장됩니다. 이 과정을 보면서 ‘편집자나 번역자도 저자’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집단적인 지성이 더해지면서 그 나라 그 언어의 문화유산이 되는 거죠.”―‘문학 한류’라는 말에 대해서는…. “세계 문학은 불평등한 세계죠. 정신적 교류의 장에서 기존에 문학 시민권을 가진 여러 언어가 있는데, 한국어와 한국문학이 이제 시민권을 부여받는 과정인 것 같습니다.”―앞으로의 계획은…. “캠핑장비와 중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하나 사서 전국 곳곳을 누빌까 생각 중이에요. 산에도 가고 그곳에 사는 분들도 뵙고. 저는 PC통신을 일찍 시작했어요. 도시와 밤, 네트워크, 이런 세계가 넓다고 생각했는데 실은 좁은 세계 속에 살아온 것 같습니다. 뉴욕 생활이나 캠핑이나, 모두 미래를 위해 씨를 뿌리는 것이죠. 당장이 아니라 10년, 15년 후에 발효돼서 (작품으로) 나타날 거예요.”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2-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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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출판계 돌풍 SF소설 ‘제노사이드’ 작가 다카노 가즈아키 씨

    최근 일본 출판 시장에서 반응이 가장 ‘핫’한 소설 가운데 하나가 ‘제노사이드’다. 지난해 4월 출간된 이 공상과학(SF) 소설은 장대한 스케일과 숨 막히는 전개로 호평을 받으며 20만 부 이상이 팔렸다. 이 책은 일본 서점 대상 2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 일본 추리작가협회상, 야마다 후타로상을 받았고 145회 나오키상 후보에 올랐다. 지난달 민음사를 통해 국내에도 번역 출간됐다. 소설의 발상은 독특하다. 아프리카 콩고의 피그미족에서 놀라운 지적 능력을 가진 다음 세대 인류인 ‘초인류’가 탄생했다는 것. 미국은 이 초인류를 자국의 안전에 잠재적인 위험요소로 판단하고 제거하려는 작전을 세운다. 초인류 또한 최첨단 정보통신과 해킹 기술로 미국에 대항한다는 줄거리의 스펙터클한 소설이다. 작품은 일관되게 강대국, 다국적 거대기업의 약소국 착취를 비판하고 있다. 특히 초인류를 돕는 정의로운 인물로 일본의 한국인 유학생 ‘이정훈’이 등장해 눈길을 끈다. 그는 목숨을 걸고 주인공 고가 겐토를 도와 희귀병 치료제를 공동 연구하는 ‘천재’이자 의로운 인물로 묘사되고 있다. 5일 일본 도쿄에서 만난 ‘제노사이드’의 작가 다카노 가즈아키 씨(48)는 “소설 속 ‘이정훈’의 실제 모델은 고 이수현 씨”라고 말했다. 이수현 씨는 2001년 일본 도쿄의 지하철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 취객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은 의인(義人)이다. ―왜 고 이수현 씨를 모델로 택했나. “이수현 씨 사건은 일본에서 크게 보도됐다. 제일 먼저 생각난 게 ‘나도 그런 일을 할 수 있을까’였다. 하지만 나는 그처럼 용감한 사람은 되지 못할 것 같았다. 그 대신 내가 실제 되고 싶은 캐릭터를 소설에 넣은 것이다.” ―소설은 전쟁과 대학살을 비판한다. 현 인류의 도덕성에 회의적인가. “사람은 집단을 이뤄 살아가야 하는데 그 집단들의 충돌은 반드시 일어난다. 인간은 국적이 다르다는 것만으로도 서로 싸우고 미워한다. 비록 국적이 다르지만 이수현 씨처럼 남을 도와줄 수 있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 ―소설은 한국인을 호의적으로 그리는 반면 일본이 일으킨, 간토(關東)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 사건이나 난징(南京)대학살 사건을 비판하기도 한다. 일본 독자들의 항의는 없었나. “인터넷에 익명으로 올라온 일부 글들에서는 비판적인 내용이 있었지만 딱 그 정도다. 나에게 직접 항의가 온 것은 없었다. 반면 굉장히 많은 일본인이 나의 생각을 지지해 줬고, 결국 책이 베스트셀러가 됐다.” ―선조의 잘못을 소설에 넣은 이유는…. “소설은 콩고, 르완다, 독일 나치 등에서 일어난 다양한 학살을 다룬다. 다른 나라의 사례를 들면서 일본이 한 것을 쓰지 않는 것은 옳지 않다고 봤다.” 1984년부터 영화와 TV드라마 작가로 활동한 다카노 씨는 2001년 ‘13계단’으로 제47회 에도가와 란포 상을 수상하며 소설가의 길로 들어섰다. ‘13계단’은 일본에서 100만 부, 한국에서 10만 부를 돌파한 베스트셀러다. ―소설로 전업한 계기는 무언가. “영화와 드라마 작가로 일할 때는 감독과 배우들이 본인들의 의견을 얘기하며 각본을 바꾸려고 했다. 그게 스트레스가 됐고, 나만의 작품을 쓰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다. 또 솔직히 일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소설 쪽이 좀 더 돈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하하.” ―‘제노사이드’는 영화화되나. “일본 영화계뿐 아니라 할리우드 쪽에서 관심을 표했다. 단 조건을 달았다. 내가 각본을 쓰고, 메가폰을 잡는 것이다. 영화화된다면 큰 스케일로 그리고 싶다.”도쿄=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2-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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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예술]외딴섬 학교 해가 지면 비명소리가…

    불황이라는 출판계에서 청소년 문학은 사정이 나은 편에 속한다. 학교나 도서관들이 대량 구매를 하고, 자기 책은 안 사도 자식 책은 사주는 게 부모들이다. 이런저런 청소년 대상 책들이 쏟아지는 이유다. 그러나 학원폭력 집단따돌림 등 사회적 이슈에 편승한, 비슷비슷해 보이는 작품도 많다.‘위저드 베이커리’로 25만 부를 돌파한 구병모는 청소년 문학계에서도 색다른 작가로 평가받는다. ‘위저드…’는 마법사가 소원을 들어주는 빵을 파는 빵집을 중심으로, 판타지와 가정폭력의 이색적인 결합을 시도한 소설. 그가 이번에 펴낸 소설 또한 범상치 않다. 외딴섬에서 세뇌당하며 살아가는 아이들 얘기로, 비현실적 상황에서 현실 속 청소년 문제를 풀어내는 작가의 재주가 잘 살아 있다.청소년 교양 프로그램을 만드는 프리랜서 PD ‘마’는 개교 이래 16년 동안 외부에 노출된 적이 없는 낙인도의 로젠탈 스쿨에 촬영을 가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학교가 수상하다. 교장은 촬영 인원을 ‘마’와 촬영감독 ‘곽’ 단 두 명으로 제한했을뿐더러 도착하자마자 휴대전화를 압수하고, 인터넷과 유선전화도 지정된 장소에 설치된 것만 사용하게 한다. 촬영 장소에도 제한이 있고, 인터뷰 대상자도 학교가 정해준 학생만 가능하다.‘마’는 교장과 교사들 눈을 피해 학교가 숨겨둔 비밀을 하나둘씩 캐낸다. 이곳 학생들은 가정폭력과 빈곤 등으로 빚어진 결손 가정의 아이들인데, 그들은 독방을 쓰며 사적인 대화는 금지된다. 특별활동으로 진행하는 직업 체험은 학생들의 노동력을 착취한다. 무상교육처럼 보이지만 졸업 후에는 숙식비 등을 갚아야 해 졸업생들은 대개 학교에 수천만 원의 ‘빚’을 지고 있다.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이 학교는 성폭력과 감금, 살인도 일어나는 광기의 학교였다. 소설은 학교의 숨겨진 비밀을 캐려는 ‘마’와 이것을 감추려는 교장과 교사들의 심리전이 팽팽히 펼쳐지는 추리물 형식을 띤다. 정체가 들통 난 학교 측이 ‘마’와 반기를 든 학생들을 잔혹하게 공격하는 후반에는 불안과 긴장감이 극도로 높아진다. 서스펜스가 가미된 한 편의 잘 짜인 잔혹극을 보는 듯하다.작가의 의도는 로젠탈 스쿨의 교육 방식에 숨어 있다. 학생들을 위한다며 엄격한 규율과 획일적인 교육방식을 고집하는데 이것이 결국 학생들의 자유와 창의력을 제한하는 결과로 이어지는 모습이 드러난다. 타인의 기대와 관심으로 인해 능률이 오르거나 좋은 결과를 이끄는 ‘피그말리온 효과’(로젠탈 효과)가 변질될 경우 성인의 가치관에 아이를 강압적으로 끼워 맞추려는 ‘교육 폭력’으로 이어진다는 경고다.이 같은 로젠탈 스쿨의 설정은 처음엔 비현실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그 잔혹한 학교에서 우리 교육 현실의 단면들이 문득 드러난다. 어느 날 불쑥 신문 사회면에 등장할 것처럼, 로젠탈 스쿨은 우리의 교육 현실 속에 잠재해 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2-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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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크린을 적신 ‘은교’ 이번엔 무대에 오른다

    “내 마음속 영원한 젊은 신부 은교…. 생의 마지막에 너를 통해 만나 경험한 본능의 해방이야말로, 나의 유일한 인생, 나의 싱싱한 행복이었다.”“할아버지 저는요, 바보같이 아무것도 몰랐어요. 할…아부지가 나를요, 이렇게… 갖고… 싶어하는지도 몰랐다구요.”죽음을 앞둔 이적요가 자신의 마지막 사랑인 은교에게 힘겨운 독백을 한다. 은교는 할아버지의 숨겨둔 마음을 뒤늦게 알고 자책하며 흐느낀다. 대본을 읽는 배우들의 목소리는 회한에 젖었고 구슬펐다. 일흔 노인과 열일곱 소녀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얘기가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저녁 서울 대학로의 한 지하 연습실에서 살아나고 있었다. 소설로 30만 부, 영화로 100만 관객을 돌파한 박범신 작가의 ‘은교’가 무대에 오른다. 12일 오후 7시 서울 중구 예장동 문학의집서울에서 열리는 문학나눔콘서트 ‘시간 혹은 홀림’에서다. 1시간 분량의 영상 낭독극으로 꾸며지는 ‘공연 은교’는 연극배우들의 낭송과 영상이 어우러져 색다른 ‘은교’를 만날 수 있다. 작가도 참석해 마지막 부분을 직접 낭독한다. 막바지 연습이 한창인 3일 연습실을 찾았다.소설 은교는 원로 시인 이적요가 열일곱 여고생 은교를 만나면서 잊고 지냈던, 포기했던 열정과 욕망을 되찾게 되고, 이적요의 제자 서지우가 이들 사이에 끼어들면서 서로 파멸로 치닫는 이야기다. 영화에서는 박해일(35)이 이적요를, 신인 김고은(21)이 은교 역을 맡아 캐스팅부터 화제가 됐다. 공연에는 대학로의 베테랑 배우 남명렬(53)이 이적요로 나오고, 올해 경인여대 방송연예과를 졸업한 신인 배우 정다운(21)이 은교로 출연한다. 영화에서는 박해일의 노인 연기가 어색하다는 평도 나왔지만 연륜이 깊은 남명렬은 제 옷을 입은 듯 이적요를 살려냈다.“2년 전 소설을 읽을 때 이적요의 마음이 제게 막 다가오는 것 같았어요. 소설에선 60, 70대 남성을 그리고 있지만 남자들은 50대만 되면 나이 듦을 느껴요. 내면의 열정은 여전하지만 예전과 달리 표현에 조심스럽고, 결국 스스로 욕망을 포기하죠. 하지만 은교는 이적요의 욕망을 다시 살려냈죠.”(남명렬)은교는 이적요와 서지우의 욕망이 출발하는 시발점이다. 천진하고 순수한 은교는 작품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이다. 은교 역의 정다운은 교복이 잘 어울리는 앳된 신인으로 특히 목소리가 청아했다. 그는 “길 가다가 할아버지만 보면 ‘저분들도 다 욕망이 있으시겠지’라며 혼자 생각하는 버릇이 들었어요. 호호.”영화에서 단선적으로 그려졌던 서지우(김무열)의 내밀한 고민과 갈등은 홍서준이 연기하는 공연에서는 원작과 가깝게 치밀하게 펼쳐진다. 원작에서처럼 홍서준도 짙은 쌍꺼풀이 인상적인 배우다. 서지우의 지시를 받고 은교에게 집적대지 말라며 이적요에게 모욕감을 안겨주는 ‘노랑머리’는 이승우가 연기한다. 연출자 성경선은 “은교는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의 욕구, 욕망에 관한 얘기다. 한 여자가 출발점이 되어 두 남자의 욕망이 부딪히는 과정을 사실적으로 전달하려 한다”고 설명했다.잠깐의 휴식 시간. 밖에 나갔다온 남명렬이 작은 잎사귀 하나를 들고 와 한번 씹어보라고 정다운에게 건넸다. 조심스레 받아든 정다운이 한입 물고는 “아이∼써”라며 얼굴을 찌푸렸고, 남명렬은 웃었다. “그 쓰디쓴 맛 때문에 첫사랑의 맛이라 불리는 라일락 잎이지.” 은교의 숨겨진 한 장면을 보는 듯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2-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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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달에 만나는 詩]삶이 저 멀리서 손짓한다… 어제도 오늘도 헛걸음이다

    《 단단하고 육중한 암석도 언젠가는 제 뼈를 드러낸다. 점차 허물어져 잔돌이 돼 굴러다니다, 먼지처럼 작아지면 두둥실 바람에 실려 날아간다. 죽음은 깃털처럼 가벼운 것. 바위도 인간도 바로 내가 사랑하는 당신도…. 모든 것의 소멸은 참 닮았다. 어긋남이 없다. 》 ‘이달에 만나는 시’ 7월 추천작으로 김윤배 시인(68)의 ‘일몰’을 선정했다. 5월 말 나온 시집 ‘바람의 등을 보았다’(창비)에 수록됐다. 시인 이건청 장석주 김요일 이원 손택수가 추천에 참여했다. 김윤배 시인은 2006년 화성시교육청 교육장을 끝으로 오랜 공직 생활을 마감했다. 시 ‘일몰’은 그즈음 헛헛한 마음을 시어로 옮긴 것이다. “나이 탓도 있겠지만 세상이 너무 황망하게 보였어요. 세상이 아름답게 느껴지지 않았고, 우리가 산다는 것이 풍화를 겪어나가는 것은 아닌가 싶었죠.” 짙은 황사 바람이 부는 헐벗은 대지에 낙타 한 마리. 가야 할 길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순한 눈에서 슬픔과 고독을 읽을 수 있다. “모든 인간의 삶이라는 것이 숱한 방황 속에서 희미한 자기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것 같아요. 하지만 우리 발걸음은 헛놓이기 일쑤입니다.” 김요일 시인은 이런 추천사를 썼다. “김윤배의 시는 쓸쓸히 낡아가는 사내의 등처럼 삶의 딜레마를 압축해 보여준다. 그에게 시 쓰기란 ‘느리고 지루하게 흐르는 삶의 출구’였을까? 시인의 우울 속에 사나흘 갇히고 싶다.” “김윤배의 시집은 헐거워지거나 느슨해진 삶의 일상들 속으로 들어가 그런 것들의 체적과 실상을 새롭게 발견해 내고 있으며, 삶의 일상을 원래의 긴장으로 되돌리기 위한 노력이 성공적으로 수행되고 있다.” 이건청 시인의 추천사다. 이원 시인은 함기석 시인의 시집 ‘오렌지 기하학’(문학동네)을 추천했다. “심각하고 유희적이고 지독한 언어 발명가 함기석은 기어이 ‘시의 기하학’을 발명하기에 이르렀다. 20년을 꼬박 수학적 개념을 가지고 언어 발명을 해 온 그의 ‘뽈랑공원’에는 ‘비가 야옹 야옹’ 내린다.” 손택수 시인은 안도현 시인의 시집 ‘북항’(문학동네)을 추천하며 “안도현의 시는 공들여 쌓은 문법을 스스로 배신하는 자기 부정과 유희 정신이 만났을 때 어떻게 삶이 새롭게 환기되는지를 실감나게 보여준다. 끝없이 삶으로 귀환하는 유희의 극진함이 스스로 하나의 출렁이는 풍경이 되었다”고 평했다. 장석주 시인은 김경후 시인의 시집 ‘열두 겹의 자정’(문학동네)을 추천했다. “시인의 상상력은 지움과 지웠다는 기억 사이에서 발화하는데, 이때 상상력의 8할은 그믐의 어둠, 열두 겹 자정의 어둠이다. 시집을 덮고 나서도 자꾸 어둠과 핏물 젖은 악몽의 영상들이 떠오른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2-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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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예술]모두가 떠난 오지 마을 詩人을 만나 詩가 됐네

    다가오는 휴가철. 이름난 휴가지는 도심 못지않게 번잡하다. 바가지 상술은 얄밉다. 스트레스를 풀러 왔지만 되레 쌓이기 일쑤. 인구 5000만 명을 넘었다는 한국에서 이제 한적한 곳은 없는 걸까. 박후기 손택수 이문재 김산 고영 등 시인 23명이 전국 곳곳의 오지를 찾았다. 강원도 골짜기 산장, 충북의 수몰지 인근 마을, 뭍에서 통통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전라도의 외딴 섬. 인적이 끊긴, 또는 드문 이런 곳에서 시인들의 시상(詩想)은 풍부해지고 사색은 깊어진다. 강원 홍천군 살둔마을을 찾은 시인 박후기는 이렇게 말한다. “물리적인 거리, 혹은 도달 시간만을 두고 말한다면 더이상 ‘오지’는 없다. 마음에서 잊힌 곳을 찾아간다고 했을 때, 오지라는 말은 비로소 원래의 의미를 되찾게 된다.” 전남 신안군 앞 다도해를 찾은 시인 손택수는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을 보고 이렇게 말한다. “수평선은 하나의 일현금(一絃琴)이다. 분명히 존재하지만 튕길 수 없는 그 한 줄이 무수한 몽상을 가능케 한다.” 강원 정선군 단임골을 찾은 이문재는 13년 전 이곳에서 보낸 아침을 시처럼 표현했다. “전파가 잡히지 않아 라디오조차 들을 수 없던 곳. 그해 6월, 하룻밤 자고 문을 열었을 때, ‘귀가 캄캄했다’. 사방 산에서 들려오는 새소리가 찬란했다. 산간에 들이퍼부어지는 햇살은 새소리와 버무려지면서, 공중에서 은박지가 떨어지는 것 같았다.” 오지에는 빈집이 흔하다. 온기가 사라진 집은 아프게 쓰러져 간다. 충북 보은군 어부동의 한 빈집 앞에서 시인 김상미는 읊조린다. “빈집을 만나면 매운 고추라도 먹은 것처럼 아린 기운과 함께 알 수 없는 슬픈 기운이 몸속으로 퍼져나간다.” 막상 오지에 가면 별 볼 것이 없을 수도 있다. ‘근처에 민박집도 음식점도 거의 없다’는 한 시인의 솔직한 고백처럼 불편할 수도 있다. 하지만 누군가는 끊임없이 오지를 찾고, 그곳에서 남들이 보지 못한 것들을 본다. 그렇게 사람들의 휴가는, 인생은 조금씩 달라질 것이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2-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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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예술]그들이 시켰다… 이렇게 아름다운 당신을 죽이라고

    소설을 통해 전혀 새로운 세계를 접하고 싶다면 배명훈(사진)의 책을 집으라고 말하고 싶다. 그가 전작에서 ‘창조’한 세계들은 이렇다. 647층의 초고층 타워국가 빈스토크(연작소설 ‘타워’), 중국 첩첩산중의 오지에 설치된 몇백 m짜리 크레인(단편 ‘크레인 크레인’), ‘천공의 성 라퓨타’를 연상시키는 가상의 우주 행성 나니예(장편 ‘신의 궤도’)…. 장르적으로 공상과학(SF)소설이지만 틀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흥미진진한 전개에 더해 작가는 인간 탐욕의 해체, 신의 존재에 대한 현대적 해석, 첨단 과학의 폐해 등 인문학적 질문들을 던진다. 이번 소설의 공간적 배경은 전작들에 비하면 현실적이다. 유럽 중부에 있는 체코다. 하지만 고풍스러운 성, 예스러운 길이 아름답게 이어진 관광지가 아니다. 작가는 칼바람이 부는 혹독한 겨울의 체코, 더 정확하게는 짙은 어둠과 회색빛 도시를 그린다. 악마가 불쑥 튀어나와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 음습한 도시다. ‘나’는 11년차 킬러. 연방에 소속된 킬러지만 정확히 누구의 지시를 받고, 누구를 왜 죽여야 하는지 모른다. 그저 ‘보이지 않는 손’의 지시를 받고 체스판 위의 말처럼 임무를 수행한다. 연방에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가 있다. 서열 3위였다가 숙청된 ‘장무권’의 잔당들이 모반을 꾀하고 있다. 이런 거시적인 역학 관계 속에 ‘나’는 연방을 배신하게 된다. 장무권의 딸 ‘김은경’을 구하기 위해서다. 나는 장무권 일당과 느슨한 동맹을 맺고, 특수 정보 분석가인 친구 ‘조은수’의 도움을 받아 연방에 맞선다. 얼핏 전형적인 첩보물처럼 보인다. 하지만 작가는 여기에 과학과 종교를 접목하며 상상력의 점프를 시도한다. 역시 예상치를 벗어난다. 핵심은 특수 콘택트렌즈. 이 렌즈는 송수신기를 겸할 뿐 아니라 날아오는 총알을 볼 정도로 시력을 높여주고 근력을 극대화시킨다. 이게 전부가 아니다. 렌즈와 시신경이 착용자의 의지와 상관없이 스스로 교감하면서 내면의 무의식이 사람을 지배하는 상황이 빚어진다. 즉 초인적인 능력은 렌즈를 통해 무의식 속에서 나온 악마, 그 불가해한 존재의 힘인 것이다. ‘악마는 그 감각기관 자체가 아니라 재해석과 관련된 곳 어딘가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영혼이라고 불러도 좋고, 마음이라고 불러도 좋을 그 어딘가.’ 작가의 상상력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악마의 주인이 따로 있고, 그 종속관계가 이미 오래전부터 정해져 있다는 것까지. 무한 상상력과 수많은 복선은 분명 땀의 노력이지만, 따라가다 보면 가벼운 피로감도 든다. 퍼즐 맞추기가 처음에는 즐겁지만 나중에는 머리가 아픈 것처럼. 앞선 ‘신의 궤도’에서 너무 거대한 스케일을 다루느라 촘촘한 짜임새가 아쉬웠던 작가는 이번에는 압축된 공간에서 치열한 심리전을 펼친다. 흡사 난해한 체스 경기를 독자에게 권하는 느낌이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2-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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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인호 작가, 서울대교구 주보에 다시 연재

    “우리들의 짧은 인생은 존재하지도 않는 일촌광음(一寸光陰)에 지나지 않습니다.” 소설가 최인호(67·사진)가 천주교 서울대교구 7월 1일자 ‘서울주보’의 ‘말씀의 이삭’ 코너에 ‘바로 지금이 그때이다’란 글을 실으며 5개월 만에 연재를 재개했다. 2008년부터 침샘암으로 투병해온 작가는 1월부터 9주간 같은 지면에 감동적인 암투병기를 실어 천주교 신자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의 심금을 울렸다. 서울대교구의 간곡한 요청으로 재개된 이번 연재는 9월 30일까지 14주간 이어진다. 삶과 종교에 대한 깊은 사유를 담아낼 예정이다. 이번 회에선 투병 얘기는 전혀 담지 않았다. 글은 시베리아에서 최근 발견된 꽃 ‘실레네 스테노필라’의 얘기로 시작된다. 패랭이꽃과의 일종인 이 꽃은 얼음 속에 묻혀 있던 씨앗 형태로 3만2000년을 보낸 뒤 최근 연구자들의 도움으로 꽃을 피웠다. “3만2000년 만에 태어난 ‘스테노필라’는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의 신비를 말해주고 있습니다. 시간과 공간과 역사와 문명 따위는 저 한 송이의 꽃에 비하면 존재하지도 않는 거짓 환상일 뿐입니다. 저 꽃은 천지창조 이전부터 ‘사람’을 사랑하신 하느님께서 보여주신 영광입니다.” 작가는 “그대와 나 우리 모두는 부모들이 태어나기 전의 ‘한 처음’으로부터 온 ‘사람’의 씨앗이며, 하늘과 땅이 갈라지기 전의 창세기로부터 온 ‘사람’의 열매”라고 말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2-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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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고]아동문학가 김녹촌 씨

    동시 ‘쌍안경 속의 수평선’ ‘연’ 등을 쓴 아동문학가 김녹촌(본명 김준경·사진) 씨가 28일 별세했다. 향년 85세. 전남 장흥에서 태어난 고인은 1968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동시 ‘연’이 당선돼 문단에 나왔으며 동시집 ‘소라가 크는 집’ ‘진달래 마음’ ‘꽃을 먹는 토끼’, 동화 ‘김유신’ ‘거꾸로 오르기’ 등의 작품을 남겼다. 초등학교 교사, 교감과 교장, 장학사로 40년 넘게 교육계에 헌신했으며 한국어린이문학협의회 회장을 지냈다. 세종아동문학상, 대한민국동요대상 본상 등을 수상했다. 유족으로 부인 장정숙 씨(79)와 기승(서울예대 극작과 교수), 숙영, 기철(부여청담병원 원장) 씨 등 2남 1녀가 있다. 빈소는 경기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 발인 30일 오전 7시 031-787-1502}

    • 2012-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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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편 - 불쾌 - 불능의 작가’ 주인공을 초반에 죽였다… 왜?

    작가와 작품은 닮는다. 작품을 ‘자식’으로 표현하는 작가도 흔하다. 그렇게 본다면 섬뜩하고 기괴한 작품들로 문단에서 ‘그로테스크한 작가’로 불리는 소설가 편혜영(40)은 어딘가 그늘지거나 어두워야 마땅하다. 하지만 26일 서울 광화문의 카페에서 만난 그의 목소리는 높고 발랄하며 경쾌했다. ‘언제 내가 그런 기괴한 작품을 썼느냐’며 시치미를 떼는 듯했다. 그러면서 두 번째 장편소설 ‘서쪽 숲에 갔다’(문학과지성사)를 들고 왔는데, 그 소설 또한 기괴하고 불편했다. ‘재와 빨강’ ‘아오이 가든’ 등 앞선 그의 작품들에서는 익숙했던 공간들이 돌연 공포로 다가오고, 심한 악취와 잔인한 폭력이 책장을 뒤덮는다. 인물들은 낯선 공간에서 헤매고 절망한다. 이른바 하드고어나 엽기와 친숙한 그는 ‘불편, 불쾌, 불능의 작가’다. 그가 이번에는 숲으로 들어갔다. 서쪽으로 400km 떨어진 가상의 거대한 숲, 관리원들이 하나둘 사라지는 숲, 심지어 숲의 비밀을 풀려던 사람들이 폭행, 살해당하는 숲에는 온갖 의문이 가득하다. 불편, 불쾌, 불능의 작가가 이번에는 불가해한 숲으로 걸어 들어간 것이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숲이나 나무는 공포의 대상이 될 수도 있어요. 정해진 산책로를 살짝 벗어나면 길을 잃을 수 있는, 겉으로는 친숙해 보이지만 조금 달리 보면 불안한 대상이죠.” 거대한 숲에 둘러싸인 외진 마을. 숲의 관리인으로 일하던 이경인이 실종되자 동생인 변호사 이하인이 이곳을 찾는다. 하지만 이하인이 만나는 사람들은 형의 존재를 모르거나 모른 체한다. 점점 사건의 실체에 접근하던 이하인은 돌연 교통사고로 숨진다. 초반은 전형적인 탐정물. 하지만 이하인이 사망하면서 작품은 추리물 공식을 벗어난다. 긴장감을 높이며 몰입했던 독자들은 허탈할 수도 있다. 작가는 왜 주인공을 초반에 죽이며 독자의 기대를 배신했을까. “사건의 인과를 단선적으로 보여줬으면 장르 소설에 가깝게 됐겠지만 실제 현실은 그렇지 않죠. 한 사건이 일어나기까지 여러 사건이 겹쳐야 하거든요. 소설이 지나치게 인과관계에 몰입해 사건을 단순화할 수는 없죠.” 이하인의 죽음 이후는 숲 관리인 박인수에게 초점을 맞춰 숲의 비밀을 벗겨 나간다. 여기서 작가의 장기가 드러난다. 지독한 알코올의존증 환자인 박인수가 술에 취해 현실과 환상을 혼돈하게 되면서 무엇이 사건의 진실이고, 누가 범인인지조차 모호해진다. 숨겨진 다른 음모가 있는 것 같지만 그 정체마저 불분명하다. 이쯤 되면 독자는 깨닫는다. 작가가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잘 짜인 추리물이 아니라 진실에 접근하지 못하는 인물들의 모습 그 자체라는 것을. “진실이란 게 얼마나 규명되기 어려운지, 우리가 확신하고 있는 것들이 얼마나 불안한지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었어요.” 2000년 등단해 소설집 세 권, 장편 한 권으로 한국일보문학상, 이효석문학상, 오늘의젊은예술가상, 동인문학상을 받으며 이제 문단의 중심에 선 편혜영도 어느새 마흔이다. 나이가 들면 대개 사람은 순해진다. 뒤늦게 동화나 동시를 시작하는 작가도 있다. 동화 얘기를 꺼내니 “제가 동화를 쓰면 섬뜩하지 않겠느냐”며 깔깔 웃었다. “첫 소설집인 ‘아오이 가든’을 쓸 때는 서사보다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를 글로 풀어내는 게 즐거웠어요. 저를 얘기할 때 그로테스크나 하드고어란 말이 많이 나오지만 나이가 들수록 자연스럽게 작품도 변하겠죠. 한 번에는 아니고 비슷하게, 교집합은 남겨둔 채로요.”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2-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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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술 단신]토지문화재단 外

    ■ 토지문화재단(이사장 김영주)은 다음 달 27일부터 1박 2일간 강원 원주시 흥업면 토지문화관에서 중학생을 대상으로 ‘2012 문학의 향기-청소년 여름 문학창작 캠프’를 연다. 작가 이경혜 김남중 김원 씨가 직접 글쓰기를 지도하고 학생들이 쓴 글을 함께 낭독한다. 박경리문학공원 탐방과 걷기 명상 등 체험 프로그램도 있다. 참가를 희망하는 학생은 다음 달 10일까지 자기소개서와 행사 참여 작가의 추천 작품에 대한 독후감을 1편 이상 토지문화관 e메일(tojicul@chol.com)로 보내면 된다. 재단은 심사를 통해 40명을 선발한다. 033-766-5544■ 중국 황산, 대만 아리산, 경북 울진군 불영사계곡 등을 담은 수묵산수화전 ‘산, 빛과 바람전’이 27일부터 다음 달 11일까지 서울 중구 흥인동 충무아트홀 충무갤러리에서 열린다. 홍익대 미술디자인교육원 지도교수인 곡천(谷泉) 이정신 화백의 지도를 받은 작가 28명의 작품 50여 점을 한자리에 모았다. 무료. 02-2230-6600}

    • 2012-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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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병희 교수 “옛 신문광고는 서민의 삶 그 자체”

    “일제강점기에 살았던 사람들은 숨도 제대로 못 쉬고 억눌려 지냈을 거라고 생각들을 하죠. 하지만 당시 신문광고를 살펴보면 꼭 그렇지도 않아요. 그때 사람들도 예쁘게 화장하고, 옷도 사 입고, 맛있는 외식도 하고, 발기부전치료제까지 샀습니다. 지금 우리 삶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는 게 놀랍죠.” 4월 25일부터 동아일보 오피니언 면에 ‘김병희의 광고TALK’를 연재하고 있는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48). 우리나라 최초의 광고인 세창양행 광고(한성주보, 1886년 2월 22일)로 시작한 ‘옛 광고 다시 읽기’는 요즘 동아일보 창간 이후인 1920년대 신문광고로 이어지고 있다. 김 교수가 100여 전 신문광고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얼까. “광고는 단순히 상품을 판매하는 수단을 넘어서 하나의 콘텐츠나 대중문화 텍스트가 되고 있죠. 옛날 광고도 마찬가지예요. 1920년대 제생당약방의 광고에는 치마와 신발을 똑같이 맞춰 나들이 나온 모녀가 등장해요. 그런데 이런 모습은 요즘 거리에서도 볼 수 있죠. 광고를 통해 역사의 유사성과 반복성을 살펴볼 수 있는 거예요.” 김 교수는 이처럼 옛 신문광고를 통해 미시적인 역사를 추적할 수 있다고 했다. 정통 역사서가 왕을 비롯한 정권의 변천을 거시적으로 그렸다면, 대중을 상대로 한 신문광고에서는 서민들의 삶을 세밀히 살펴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세기 전 신문광고는 다방, 병원, 약국, 미술관의 손님 유치 광고에서부터 유성기, 석유, 담배 등 제품 광고까지 다양하다. 술집 도우미의 봉사료나 발기부전치료제 효능을 부풀린 ‘과장 광고’도 있다. “심지어 바람난 자기 마누라를 찾아 달라는 광고까지 있었어요. 옛날 광고를 통해 우리 조부나, 증조부가 살아왔던 시대 또한 역동적이고 흥미로웠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1986년 서울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광고회사 선연 등에서 카피라이터로 일했던 김 교수는 2000년부터 서원대 광고홍보학과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목욕을 하던 엄정화가 검은색 개에 끌려왔던 라이코스코리아의 광고가 그의 현역 마지막 작품. “광고는 동시대의 유행을 앞서 가야 하는데, 너무 앞서서는 안 되고 반 발, 한 발 정도 빠른 게 좋다”고 말하는 그는 최근 주목하는 광고로 개그맨 김준현이 나오는 것들을 꼽았다. “김준현은 비만을 연기력으로 커버한 케이스예요. 그가 ‘훌쭉하다’고 말할 때는 실제 훌쭉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연기를 잘하죠. 요즘 광고의 대세인 ‘펀(fun)’ 요소에도 충실해 광고 효과가 커요.” 김 교수는 광고가 모든 사람에게 자연스레 노출되는 측면이 있지만 차별적 요소도 있다고 지적했다. 100여 년 전 신문에 실렸던 광고가 문맹률이 높았던 당시 일부 계층에는 ‘그림의 떡’이었던 것처럼 최근 다양해지고 있는 모바일·인터넷광고들은 정보기술(IT)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은 접하기 어렵다는 것. 그럼에도 광고만큼 당대 사람들의 풍경을 사실적이고 다양하게 전하는 ‘사료’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게 김 교수의 생각이다. “앞으로 1930년대, 40년대를 넘어 광복 후 광고도 꼼꼼히 살펴보려 합니다. 최근 신문광고까지 분석해 신문광고를 통해 본 한국의 현대 문화사를 그려내고 싶습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2-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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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예술]웃기는 세 명… 심각한 세 남녀… ‘소설락(樂)’ 속으로 풍덩

    예전 출판계 얘기 하나. 1997년 외환위기가 터지자 출판계도 깊은 수렁에 빠졌다. 종이 값 등 제작비는 오르는데 판매는 싸늘했기 때문. 활로를 찾기 위해 작가정신은 1998년 ‘소설향(香)’이라는 중편 시리즈를 선보였다. 100쪽 남짓한 얇은 분량, 신속한 편집·제작, 5000원의 저렴한 가격. 저자에게는 발표 지면을 주고 독자에게는 부담을 줄여 준 히트작이었다. 이윤기 김채원 이순원 윤대녕 배수아 조경란 등 작가들의 면면도 화려했다. 하지만 이 시리즈는 23권인 이승우의 ‘욕조가 놓인 방’(2006년)을 마지막으로 점차 잊혀졌다. ‘소설향’을 선보였던 작가정신이 새 경장편 시리즈 ‘소설락(樂)’을 내놓았다. 주원규의 ‘광신자들’과 김도연의 ‘아흔아홉’으로 출발을 알렸다. ‘독자에게는 소설 읽는 즐거움을, 문단에는 신선한 재미를 준다’는 캐치프레이즈. 소설책이 점차 얇아지는 추세에 로맨스, 추리 등 ‘락’에 충실한 작품들이 인기를 얻는 시장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이 때문에 15년 전 문단의 틈새를 찾았던 ‘소설향’에 비해 기획의 신선함은 덜하다. 주원규의 ‘광신자들’은 웃음에 충실하다. 올 초 장편 ‘반인간선언’에서 공동체와 선(善)의 타락을 묵직하게 고발했던 작가는 이번에는 작심하고 웃기기로 결심한 듯하다. ‘기’, ‘농’, ‘도’란 이름을 가진 고교 중퇴생 3명이 주인공. 지지리도 못생기고 뚱뚱해 여자로서의 성적 매력을 전혀 찾아보기 힘든 ‘농’은 사제 총이나 폭탄을 만드는 숨은 기술자다. 그는 사이비 종교단체의 지시에 따라 고성능 폭탄을 만들어 국회를 폭파시키려 한다. 농은 “300만 원을 주겠다”며 ‘기’를 꾀어 폭탄 운반을 맡기지만 기의 실수로 폭탄은 지하철역 화장실에서 폭발한다. 이 엉뚱한 10대들은 단숨에 1급 테러리스트로 언론에 소개된다. 작가는 세 명의 시점을 따라가며 폭파 당일 하루의 모습을 로드무비처럼 급박하게 전한다. 상황은 심각하지만 곳곳에서 웃음 폭탄이 터진다. 극심한 사타구니 가려움증이 있는 농이 지하철 변태 노인에게 도움을 요청한다든가, 단순무식한 ‘기’가 ‘명품백’을 브랜드 이름으로 오인해 벌어지는 등의 해프닝들이다. 술술 읽히는 데다 확실히 웃긴다. 하지만 뭔가 허전하다. 사건의 진행 과정이 우연이나 충동적 행동의 연속에 지나지 않기 때문. 작가는 ‘순간 찾아드는 무모함, 사리분별에 대한 근본적 망각은 그들에겐 필연적인 미덕이자 절대 어리광으로 치환되기도 한다’는 말로 설명하려 하지만 공감하기 쉽지는 않다. 김도연의 ‘아흔아홉’은 강원도 대관령 골짜기에 사는 대학 강사 ‘나’와 아내, 그리고 숨겨둔 애인인 Y의 얘기다. 어느 날 갑자기 아내가 메모 한 장 남기지 않고 사라진 뒤 나는 아내와 Y 사이에서 고민하고 갈등하고 방황한다. ‘아내는 정물화를 닮았다. Y는 자꾸만 그림 밖으로 달아나는 습성이 있다. 나는 두 여자 사이에 있는 고개를 넘는다. 안개와 바람, 그리고 폭설과 폭우가 고개의 주인이다.’ 작품 초반에 독백처럼 등장 하는 짧은 문구가 작품을 요약한다. ‘나’는 대관령을 넘어 Y를 만나러 가거나 대관령을 다시 넘어와 아내 품에 안긴다. 그는 ‘한자리에 서서 자라는 나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지만 여전히 몽유병자처럼 두 여자를 오간다. 고통이요, 고독한 삶이다. 이런 ‘나’의 방황은 대관령의 안개와 눈, 바람과 어울리며 한층 몽환적인 매력을 발산한다. 짙은 연무 속 촉촉한 시선을 유지하던 작품은 말미에 안개가 걷힌 듯 투명하고 밝게 변한다. 아내가 제안한 소풍에 Y가 응하며, 나와 함께 3명이 대관령을 오른다. 아내와 Y는 갑자기 언니 동생 사이가 되고, 아내는 “남편과의 잠자리가 어땠냐”고 농담까지 한다. 상대의 존재를 완전히 이해, 용서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왜, 어떻게 화해하게 됐느냐에 대해서는 별반 설명이 없다. 결말이 생뚱맞게 느껴지는 이유다. 경장편은 보통 단편 속 기교의 맛, 그리고 장편 속 서사의 묵직함을 함께 맛볼 수 있다고 한다. 이번 경장편들은 새로운 시도, 기교에는 충실하지만 촘촘하게 짜여야 하는 서사적 매력은 헐겁다. 소설락 시리즈는 앞으로 격월로 새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2-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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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석 문학의 표준서’ 나왔다

    향토적인 민족색을 드러내는가 하면 모더니즘의 새로운 경향을 이끌기도 했던 ‘모던 보이’, 분단 후 북한에 남았다가 창작의 자유를 잃고 동화시와 번역문학으로 부득이 선회했던 불운의 문인. ‘이북 작가’의 꼬리표 때문에 1980년대 후반이 되어서야 첫 시선집이 남한에 소개됐던 질곡의 문인. 시인 백석(1912∼1995?)이다. 백석 탄생 100주년을 맞아 ‘백석문학전집’(총 2권·서정시학·사진)이 발간됐다. 1권에는 백석이 남긴 140편의 시를, 2권에는 소설과 수필, 번역문 등 산문 44편을 담았다. 백석 문학은 1987년 창비에서 시선집이 처음 나온 이래 문단과 학계의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활발히 조명됐다. 그와 관련된 연구 논문만 600편이 넘는다. 서정시학은 “이번 전집이 백석 문학의 정본(定本)”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발굴됐던 작품을 원본과 일일이 대조해 오류를 잡았다는 것이다. ‘동식당’으로 알려졌던 시 제목은 ‘공동식당’이라는 본래 이름으로 바로잡았고, 후반부가 잘려나간 채 소개됐던 시 ‘나루터’도 전문을 실었다. 미발굴 작품들도 추가했다. ‘등고지’ ‘천 년이고 만 년이고…’ ‘조국의 바다여’ 등 시 3편, ‘문학 신문 편집국 앞’ ‘관평의 양’ ‘가츠리섬을 그리워하실 형에게’ ‘체코슬로바키야 산문 문학 소묘’ 등 산문 4편은 모두 처음 소개되는 작품들로 1957∼1962년 북한의 ‘문학신문’에 게재됐던 것이다. 특히 현장보고서 형식을 띤 ‘관평의 양’이 눈에 띈다. 백석은 1959년 당성(黨性)이 부족한 작가들을 현장에 내려 보내는 ‘붉은 편지 사건’에 휘말려 평양에서 쫓겨나 양강도 삼수군 관평리 양떼 목장으로 삶의 터전을 옮겼는데 그는 ‘관평의 양’ 말미에 이렇게 적었다. ‘당의 붉은 편지를 받들어 로동 속으로 들어 온 내가 이러한 관평의 양들과 관련을 가진 것은 나의 분외의 행복이 아닐 수 없다.’ 백석은 평양 복귀를 꿈꾸며 당에 무한 충성을 약속했지만 관평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숨을 거뒀다. 서정시학은 백석이 번역해 펴낸 러시아 작가 숄로호프의 대하소설 ‘고요한 돈’ 1, 2권을 중국 연변대 도서관에서 발굴해 올해 안으로 전자책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2-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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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형 서점 복도 정중앙에 ‘책탑’ 쌓으려면… 한달에 600만원

    “이게 광고라고요? 요즘 잘 나가는 책이라 맨 앞에 놔둔 줄 알았는데….” 17일 서울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탑처럼 쌓아놓은 책을 집어 들던 직장인 이수희 씨(40). 기자가 “이 책들이 광고비를 내고 이곳에 자리 잡은 것을 알고 있느냐”고 묻자 이 씨는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오프라인 대형 서점에서 좋은 위치에 책을 진열하려면 목돈을 내야 한다. 출판사 관계자들은 “대형서점 입구나 통로의 눈에 잘 띄는 곳에 진열된 책들은 대부분 광고료를 내고 자리를 잡은 것들”이라고 귀띔한다. 교보문고 광화문점 매장 곳곳에도 똑같은 책들이 수십 권씩 무더기로 쌓여 있다. 대표적인 ‘책탑’ 광고다. 통로와 출입문 주변, 베스트셀러 코너, 계산대 등 방문객들이 많이 찾는 곳에는 10여 개의 책탑이 있다. 위치에 따라 가격 차가 있지만 노른자위로 꼽히는 복도 정중앙 자리는 한달 광고비가 600만 원이다. 일부 진열대도 돈을 받고 자리를 판다. 정문 근처 3층짜리 계단식 책장에 책을 쌓아놓으려면 월 200만 원을 내야 한다. 책을 15권 정도 뉘어 놓을 수 있는 평평한 독립 매대는 월 150만 원이다. 자릿값만으로 서점은 매달 수천만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교보문고의 다른 지점이나 영풍문고, 서울문고 등 다른 대형 서점들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광고비를 내지 않은 신간은 소리 소문 없이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사라지기 일쑤다. 대형 서점들은 신간이 들어오면 신간 코너에 한 권씩 넣어주기는 하지만 3, 4일간 판매되지 않으면 안쪽 깊숙한 서가로 옮겨 꽂아놓는다. 이 때문에 출판사 직원이 좋은 자리를 유지하려고 한두 권씩 몰래 사가는 눈물겨운 일도 있다. 대형 서점에 광고를 하는 출판사의 편집자는 “눈에 띄는 매대는 한정돼 있고 신간은 쏟아져 나와 조금이라도 책을 노출시키려면 광고를 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 2012-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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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넷 서점에 돈만 내면 ‘화제의 책’ 뽑힐 수 있다

    인터넷 서점 ‘예스24’의 홈페이지 메인화면 오른쪽 상단엔 ‘기대신간’이라는 코너가 있다. 새 책 몇 권을 따로 돋보이게 소개하는 자리다. 19일엔 은희경의 ‘태연한 인생’, 고도원의 ‘꿈이 그대를 춤추게 하라’, 칼 필레머의 ‘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 등 3권이 번갈아 가며 노출되고 있었다. ‘예스24’가 수많은 신간을 검토한 뒤 3권을 엄선해 소개하는 걸까. 아니다. 일주일에 250만 원(이하 부가세 별도)을 받고 실어주는 광고란이다. ‘기대신간’이라는 서점의 평가를 돈을 받고 팔고 있는 셈이다. 본보가 예스24, 인터파크, 알라딘, 교보문고 등 대형 온라인 서점 4곳의 ‘광고 상품 안내서’를 단독으로 입수해 분석한 결과 이 서점들은 광고비를 받고 ‘베스트도서’ ‘기대작’ 등의 홍보 문구를 남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돈만 내면 화제작?알라딘 메인 페이지는 ‘추천 기대작’ ‘화제의 책’ ‘주목 신간’ 등의 코너 이름으로 책을 소개한다. 역시 일주일에 150만 원을 내야 하는 광고란이다. ‘화제의 베스트셀러’라는 코너조차 일주일에 50만 원을 받고 자리를 내주고 있다. 수십만 원만 내면 단숨에 베스트셀러 대접을 받는 것이다. 인터넷 교보문고는 ‘리뷰’도 판다. ‘리뷰 많은 책’이라는 코너 제목으로 광고를 팔고 있다. 그러나 받은 리뷰의 양과는 무관하게 일주일에 70만 원이면 ‘리뷰 많은 책’이 된다. 실제로 이 코너에 소개된 한 자기계발서는 리뷰가 단 한 건도 없었다. ‘IT BEST’ ‘인기만점 이 책’ ‘북맨의 서재’ 등의 코너에도 일주일에 50만∼80만 원만 내면 실릴 수 있다. 인터파크도 ‘핫클릭’ ‘눈에 띄는 책’이란 코너를 일주일에 100만 원을 받고 판매한다.문제는 많은 독자들이 이를 광고가 아닌 진짜 ‘서평’으로 받아들인다는 점. 서점들은 이런 코너에 광고임을 알리는 표시를 하지 않는다. 한편으로 서점들은 각종 기획도서전을 열며 실제 좋은 책을 고르고 추천하는 일도 하고 있다. 서점이 책의 질을 따져 선정한 ‘좋은 책’과 돈만 내면 달아주는 ‘좋은 책’이 뒤섞이면 독자는 더욱 헷갈릴 수밖에 없다. ○ 공정거래위원회 “책 광고, 문제 소지 있어”한국출판회의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도서 시장에서 온라인 서점을 통해 거래된 책의 물량이 36.8%로 가장 많았다. 소매점만 따져도 교보문고 같은 대형 소매점(16.4%)이나 소형 서점의 점유율(30.8%)보다 높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가장 많은 책을 판매하는 온라인 서점이 광고비를 받고 ‘화제작’ ‘베스트셀러’ 등의 용어를 남발하면 시장 왜곡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이런 현실은 출판사들의 공정 경쟁도 막는다. 중소 출판사의 경우 좋은 책을 만들어도 광고비가 없으면 눈에 띄는 곳에 책을 소개할 수 없고, 결국 독자의 선택을 받기 힘들게 된다. 한 소규모 출판사 편집장은 “몇 년 전만 해도 책의 내용이 좋으면 서점들이 알아서 인터넷 화면의 좋은 자리에 넣어주었는데 이제는 모든 게 광고비로 통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그렇다면 ‘서평’을 파는 온라인 서점을 제재할 수는 없을까.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대한 법률’에 따르면 소비자를 속이거나 기만하는 광고는 불법이다. 김정기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안전정보과장은 “구체적인 사실 관계와 함께 소비자 오인성, 공정거래 저해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는데 (아직 검토를 하지 못해) 현재로서는 위반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 2012-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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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대지진후 재난소설 쓰기 겁나”… “무엇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야 하나”

    한국과 일본의 여류 소설가 두 명이 3년 전 미국에서 열린 국제창작프로그램에서 처음 만났다. 세계 각국에서 온 문인들 틈에서 같은 아시아인에 같은 소설가, 연배도 비슷한 둘은 3개월 동안 자연스레 가까워졌다. 한국 소설가는 매콤한 한국 라면을 끓여줬고, 일본 소설가는 달콤한 카레를 만들어주며 양국 문화와 문학에 대해 얘기했다. 두 사람은 소설가 강영숙(45)과 나카지마 교코(中島京子·48). 지난해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이 났을 때 중국에 머물던 강영숙은 도쿄에 있는 나카지마가 염려돼 국제전화를 걸었다. 나카지마는 위로전화가 고마웠고 흐르는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지진해일의 악귀 같은 영상, 참담한 피해, 수많은 사망자와 실종자…. 강영숙은 그해 3월 말 나카지마에게 e메일 한 통을 보낸다. ‘쓰나미와 인류, 사랑 등에 대해 함께 얘기해보지 않을래?’ 두 소설가가 8월부터 함께 일본 월간 문예지 ‘스바루’에 에세이를 연재한다. 격월로 12월까지 3차례에 걸쳐 연재되는 이번 에세이에서 이들은 동일본 대지진과 한류 등을 다룰 예정이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나카지마를 강영숙과 함께 만났다. 통역은 김석희 인하대 BK21동아시아한국학사업단 박사후연구원이 맡았다. 세계 각국의 재난재해가 실시간으로 생생하게 내 눈앞에 펼쳐지는 시대에 동일본 대지진은 어떻게 다가왔을까. “이번 지진은 내가 겪은 가장 큰 지진이었다. 알고 지내던 사람들도 많이 잃었다.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나카지마) “그동안 구제역이나 인도네시아 지진 등 재난재해를 소재로 한 소설을 써왔는데 이제는 가까운 분들이 그런 위험에 직면에 있는 것을 깨달았다. 앞으로는 쓰기가 부담될 것 같다.”(강영숙) 나카지마는 지진 얘기가 이어지자 “아직도 계속 흔들리는 느낌이 들고, 끝나지 않은 기분이 든다”며 순간 눈시울을 붉혔다. “한순간에 돈도 집도 목숨도 없어질 수 있구나 싶다. ‘무엇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야 하나’는 고민을 많이 했다.” 강영숙은 ‘리나’ ‘아령 하는 밤’ 등 사회성 강한 묵직한 소설을 써왔다. 나카지마는 국내에서도 출간된 ‘작은 집’에서 보듯 유머러스한 스타일로 알려졌다. 둘 모두 양국 문단에서 주목받는 중견 작가로 강영숙은 김유정문학상을, 나카지마는 나오키상을 받았다. 사회의 냉철한 관찰자인 두 작가가 본 양국의 요즘 모습은 어떨까. “지진 이후 정부가 원자력발전소를 재가동하려 하지만 반대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는 일본인을 보기는 힘들어요. 일본인은 반대 의견이 있어도 자신이 직접 나서길 꺼리죠.”(나카지마) “한국인은 자기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하는 에너지가 있어요. 그런 기질이 한국 사회를 변화시키기도 했지만 시스템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에 있어서도 모든 사람이 함께 고민한다는 것은 사회적 낭비가 아닐까 싶기도 해요.”(강영숙) 한류는 어떨까. 강영숙은 “솔직히 한류에 큰 관심은 없었다”고 했지만 나카지마는 달랐다. “최근 10년 동안 한국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 같아요. 일본 잡지만 열면 한국 스타가 나오고 한국 식재료 상점도 많이 늘었죠. 저는 한국 과자를 자주 먹어요.” 두 사람은 “거대한 담론을 제시한다기보다는 친구와 함께 편안하게 얘기를 나누고 싶었다”고 말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2-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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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로 나온 책]작가의 고향을 찾아서 外

    ○ 문학작가의 고향을 찾아서(조선희 지음·천수천안)=시집 ‘살아있는 자를 위한 천도제’ ‘외팔이 사랑’ 등을 쓴 조선희 시인이 배낭을 메고 전국 방방곳곳을 돌며 김소월, 윤동주, 이육사, 피천득 등 작고한 시인들의 생가를 찾아 그들의 작품을 설명한다. 1만5000원. 그 남자의 소설(이선영 지음·자음과모음)=혜성처럼 등장한 소설가 ‘리영’은 문단과 독자의 환호를 함께 받으며 ‘베스트셀러 제조기’가 된다. 하지만 그 뒤에 ‘고스트라이터’가 있는데…. 상업주의적 문학계를 고발한 장편. 1만3000원. ○ 인문·교양 말의 가격(앙드레 쉬프랭 지음·사회평론)=뉴욕에서 비영리 인문 사회 출판사를 운영하는 저자가 신문과 출판 등 미디어의 공공성을 위협하는 거대 자본의 문제점을 짚어낸 책. 미디어 독립을 위해 세계 각지에서 시도된 정책, 실험, 발상 등을 꼼꼼히 소개했다. 1만5000원. 알기 쉽게 풀어쓴 철학 교실(장쉬 외 지음·베이직북스)=모든 학문의 기초인 철학을 청소년이 이해하기 쉽게 풀어 정리했다. 철학 공부를 시작하는 성인이 보기에도 좋다. 전 5권. 각 1만1000원. 처음 만나는 민주주의 역사(로저 오스본 지음·시공사)=고대 그리스부터 현대 중국까지 역사 속 민주주의의 실제 모습을 보여주면서 민주주의가 뿌리 내리기 위해 필요한 요건 등을 고찰한다. 2만2000원.○ 학술산호와 진주: 금아 피천득의 문학세계(정정호 지음·푸른사상)=피천득 선생의 제자이자 중앙대 영어영문학과 교수인 저자가 선생의 인생과 그가 남긴 시, 수필, 번역 작품들을 조망했다. 2만4000원.여성들의 도시(크리스틴 드 피장 지음·아카넷)=15세기 초 여성 문필가인 저자가 남성이 여성에게 행한 부당한 비난을 일일이 반박한다. 페미니즘 저작의 효시로 꼽힌다. 2만8000원. ○ 실용·기타입시개념어사전(강남메가스터디 입시진학연구소 지음·동아일보사)=복잡해진 대학입시전형과 관련해 실질반영비율, 가중치, 우선선발 등 입시 용어들을 사례와 함께 설명한 책. 1만3000원.세상에 없는 무대를 만들다(박명성 지음·북하우스)=뮤지컬 ‘맘마미아’ ‘아이다’ 등을 연출한 저자의 공연기획 노트. 오디션, 무대 연출, 캐스팅 노하우, 배우와의 에피소드를 담았다. 1만3800원.내 눈 속의 한의학 혁명(박성일 지음·천년의상상)=30여 년간 한의학을 연구해온 저자가 홍채 진단을 통해 체질을 파악하고 암 발병을 예측하는 방법을 설명했다. 1만5000원.}

    • 2012-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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