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지역 도서보급 사업’ 공들이고 왜 좋은 소리 못듣나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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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 대상 국내 도서로 한정… 외국 작가 작품 아예 없어
대부분 대형 출판사 책들… 창작 지원 본래 취지 못살려

“우리도 무라카미 하루키나 알랭 드 보통의 소설을 읽고 싶어요.”

경상남도의 한 도서관은 분기마다 50종이 넘는 시, 소설, 아동문학 등의 도서를 무료로 받는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하고 한국도서관협회가 주관하는 ‘소외지역 우수문학도서 선정보급사업’ 덕분이다. 하지만 외국 작가들의 작품은 지원 대상에서 빠져 있다. 이 때문인지 도서관을 찾는 발길이 뜸하다. 도서관 사서는 “외국 작가들의 작품도 보내주면 대출이 늘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소외지역 우수문학도서 선정보급사업은 매 분기 출간된 문학도서 가운데 우수작을 선정해 일괄 구입, 사회복지시설 아동청소년센터 작은 사설 도서관 등에 보내주는 프로그램이다. 2005년 시작됐으며 올해에는 매분기 도서 57종을 선정해 3000곳이 넘는 시설에 보내주었다. 복권기금으로 예산 지원을 받는데 올해 예산은 40억 원이다.

그러나 책을 받아보는 소외지역과 출판계에서는 불만의 소리도 들린다. 우수문학도서의 선정 대상이 국내 도서로 한정돼 소외 계층들이 우수한 해외 문학 작품을 접할 기회가 줄어든다는 점이다. 요즘 같은 불황기에 우수도서로 선정되는 것은 출판사엔 복권에 당첨되는 것과 같은 혜택으로 꼽히는데 해외 문학을 소개하는 출판사는 ‘복권을 살’ 기회마저 박탈당하는 셈이다.

프로그램을 주관하는 한국도서관협회는 “열악한 국내 작가의 창작 환경을 지원한다는 취지 때문”이라고 해명하지만 선정 도서 목록을 보면 베스트셀러가 많다. 올해의 경우 은희경의 ‘태연한 인생’, 성석제의 ‘위풍당당’, 김영하의 ‘너의 목소리가 들려’, 김애란의 ‘두근두근 내 인생’ 등도 지원 도서로 선정됐다.

중소 출판사들은 한 해 한 번 선정되기도 힘들지만 문학동네 창비 문학과지성사 등 대형 문학출판사들은 매분기 6∼8권씩 선정돼 분기마다 1억 원 가까운 지원을 받고 있다.

정우영 도서관협회 문학나눔추진반장은 “분기별로 한 출판사의 책이 8권 넘게 선정되지 않도록 기준을 세웠지만 우수 작가들의 메이저 출판사 쏠림 현상이 심해 지원 대상 출판사 분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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