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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핑 성지’로 뜬 강원 양양군 현남면을 찾았을 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마을회관 앞에 태닝한 구릿빛 몸을 가진 서퍼들이 비치타월을 걸치고 걸어 다니던 장면이었다. 이장님 안내 말씀이 흘러나올 것만 같은 분위기의 어촌마을을 미러 선글라스를 쓴 채 여유롭게 활보하는 힙스터라니. 그곳을 역동적이고 활기찬 곳으로 만든 건 돈을 쏟아부어 다시 지은 대형 건물이나 새로 깐 도로 같은 게 아니었다. 주인공은 그 힙스터들, 그러니까 콘텐츠였다. 요즘 서울에서 새롭게 뜬다는 동네들이 대체로 이런 느낌이다. 내부순환도로가 지나는 제기동 정릉 천변가에는 창문 필름이 벗겨진 기사식당과 자물쇠로 잠긴 슬레이트 창고 옆에 작고 힙한 와인바가 생겨나고 있다. 의류 도매시장으로 번성했다가 지금은 쇠락한 중구 신당동 일대, 변변한 상권이 형성돼 있지 않았던 용산구 한강로동 일대에도 아기자기한 가게들이 들어서며 골목길 분위기를 조금씩 바꾼다. 괜찮은 감각의 가게 한둘 들어온다고 동네 풍경이 극적으로 바뀌는 건 아니다. 여전히 낡은 다세대주택 위로 전깃줄이 엉켜 있고, 폐업한 도매점이나 철물점은 을씨년스럽다. 하지만 이런 길 위에 불쑥 생겨난 미국식 브런치 카페나 소규모 편집숍, 독립서점은 낙후된 서울 뒷골목 풍경을 이색적으로 치환시키는 힘이 있다. 그 이질성이 주는 기분 좋은 긴장감이 새로운 경험을 끊임없이 갈구하는 사람들을 불러들인다. 콘텐츠의 힘이다. 콘텐츠를 갖춘 젊은 소상공인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제기동, 신길동, 홍은동 같은 이름 없던 상권에 둥지를 튼 것은 높은 임대료와 권리금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불가피한 여건에서 출발했지만 제약은 도약의 출발이 됐다. 유동인구가 적고 목이 나쁘니 전문성이나 독특한 개성, 마니아를 저격하는 콘텐츠로 확실히 무장해 타깃 고객을 끌어와야 했고, 인스타그램 같은 온라인 홍보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게 통했다. 본보와 한국신용데이터의 분석 결과 지난해 이런 변두리 동네 젊은 사장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 속에서도 서울 매출 평균을 훨씬 상회하는 성과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비대면 시대 가속화된 대형 상권의 몰락과 특별한 경험을 원하는 소비자의 취향 변화가 맞아떨어진 결과였다. 소득 수준이 높아진 현대 소비자들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매스 브랜드보다 세분화된 취향을 반영한 니치 마켓(틈새시장)을 좋아한다. 콘텐츠를 갖춘 소상공인은 새로운 시대에 오히려 더 경쟁력이 있다. 수많은 이들이 몰리는 제주 월정리 카페거리나 양양의 서퍼비치도 처음엔 재미있는 발상과 젊은 감각을 가진 소상공인 한둘로 시작됐었다. 자발적으로 자리 잡은 소상공인들이 저마다의 스토리와 개성을 담은 작고 특별한 가게를 선보이고, 그렇게 하나둘 생긴 동네 핫플레이스가 ‘걷고 싶은 길’, ‘가고 싶은 지역’을 만들어내는 것만큼 근사한 변화가 있을까. 코로나19란 극한 여건 속에서 젊은 소상공인들이 낸 성과를 가볍게 흘려 볼 수 없는 이유다. 박선희 산업2부 차장 teller@donga.com}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의 한 수제과자점. 언뜻 보기엔 여느 가게와 다르다. 인적 드문 골목길에 있는 데다 제대로 된 간판도 없다. 목·금·토요일 사흘만 운영한다. 이마저 토요일엔 딱 3시간만 연다. 그래도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 ‘선물용으로 최고’라는 입소문을 타며 명절용 세트는 일찌감치 품절된다. 지난해 이곳을 차린 최지현 씨(35)는 “손님 절반 이상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검색한 뒤 일부러 찾아오는 젊은층”이라고 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기에 오히려 더 잘나간 변두리 MZ세대 사장 뒤에는 온라인에서 유명해진 가게라면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찾아가는 MZ세대 위주의 신(新)노마드족이 있었다. MZ 사장들은 새로운 경험을 찾아 끊임없이 돌아다니는 이들의 욕구를 읽고 대응해 오프라인 매장의 위기에서도 신흥 소형 상권을 일구고 있었다. ○ MZ세대 “가게 시간에 내 일정을 맞춘다”24일 동아일보가 SM C&C 설문조사 플랫폼 ‘틸리언 프로’와 20∼60대 남녀 소비자 1060명을 대상으로 가고 싶은 곳을 고르는 방법을 설문 조사한 결과 ‘온라인으로 검색한 뒤 새로운 곳에 간다’는 응답이 전체의 49%로 가장 높았다. ‘아는 곳에 간다’는 31%, ‘길 가다가 보이는 곳에 간다’는 20%에 불과했다. 권강수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는 “요즘 신흥 상권은 손님들이 SNS를 통해 먼저 알아보고 와서 상가 권리금에 따른 입지 싸움에서 자유로워졌다”며 “장소라는 물리적 요건보다는 온라인 평판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했다. 가고 싶은 곳이 접근성이나 편의성이 떨어져도 개의치 않는다는 특성은 MZ 소비자에게 뚜렷하다. 직장인 한선우 씨(30)는 친구들과 소위 뜨는 장소에서 ‘월례 미식회’를 가진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 바비큐 식당 앞에서 4시간, 용산의 고깃집 앞에서 3시간 기다리는 일도 불사한다. 그는 “기다려도 절대로 아무 곳에서나 한 끼를 먹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번 설문에서도 검색하고 가게를 방문한다는 MZ세대 응답자가 58%로 전체 평균보다 9%포인트 높았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깐깐한 취향을 가진 MZ세대는 온라인에서 평점과 후기를 확인하고 소비하는 게 기본 습관이 된 세대”라고 말했다. 실제로 MZ세대 응답자 10명 중 8명은 가고 싶은 가게가 일주일에 사흘만 문 열어도 ‘가겠다’고 답했다. 또 10명 중 9명은 ‘엘리베이터가 없거나 교통이 불편하거나 멀어도 가겠다’고 답했다. ‘베이글 마니아’ 임지은 씨(29)는 최근 서울 종로구 북촌의 ‘신상 베이글 맛집’에 가려고 연차까지 냈다. 런던에 온 듯한 분위기로 ‘오픈런’(개점 전 줄 서 있다가 문 열자마자 뛰어 들어오는 것) 행렬로 뜬 SNS 명소이지만 오후 6시면 문을 닫는다. 주말은 엄두를 못 내고 평일 하루를 ‘투자’하기로 했다. 직장인 김모 씨(28)도 전남 담양에 있는 ‘예약제 책방’에 이틀 휴가를 내고 다녀왔다. 김 씨는 “서울역에서 광주역, 담양터미널을 거쳐 책방까지 가는 길이 멀었지만 잊지 못할 충만함을 느끼고 왔다”고 했다. ○ 멀어도 불편해도 특색 있으면 OK 이들은 접근성이나 편의성에 개의치 않는 대신 흔한 프랜차이즈 매장보다는 차별화된 경험을 주는 가게를 원했다. 가게 유형으로 ‘골목 상권의 특색 있는 개인 매장’(35%)을 가장 많이 꼽았다. 구체적으로는 수제디저트 전문점(27%), 소품숍(21%), 오마카세(차림 메뉴) 식당(13%) 에스프레소바(11%), 내추럴와인바(10%), 독립서점(10%) 등을 들었다. 이승윤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경제적으로 풍족한 분위기에서 뚜렷한 개성을 가진 MZ세대는 라이프스타일 전반에서 자신에게 부합하는 브랜드를 소비하고 싶어한다”고 분석했다. MZ 소비자들은 방문할 가게를 정할 때는 ‘독특한 인테리어’(23%), ‘인스타그래머블’(15.5%) 등을 중시했다. 힙플레이스로 떠오른 한강로동 브런치 가게는 다세대주택가 한복판에 샌프란시스코 스타일의 식당을 재현했다. 알록달록한 영어 포스터와 외국산 식재료로 꾸민 식당에선 ‘미국 셰어하우스(공유주택) 이모님이 해주신 맛의 파스타’ 같은 이야기를 담은 메뉴를 판다. 소비자들은 ‘나만 알 것 같다’(17%)는 항목도 중시했다. 수제아이스크림 전문점을 운영하는 사장 박정수 씨(33)는 재작년 일부러 가게를 서울 익선동에서 염리동으로 옮겼다. 그는 “‘아무나 가는’ 익선동보다는 우리만의 콘텐츠가 더 돋보일 수 있는 곳을 골랐다”며 “이사 후 오히려 단골 고객은 늘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MZ 소비자들의 욕구에 부응하는 콘텐츠를 갖춘 소형 매장이 온라인과의 경쟁으로 위기에 몰린 오프라인 가게들의 미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진단했다. 이강욱 보스톤컨설팅 그룹 유통소비재 부분 파트너는 “임차료가 높은 대형상권은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 위주로 단조롭게 구성될 수밖에 없지만 소형상권은 소비자들의 세분화된 취향을 겨냥해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다”며 “비(非)대면 시대일수록 혁신적인 소형 골목 상권이 부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남준영 씨(34)는 2년 전 서울 용산구의 허름한 빌라촌에 ‘생애 첫 가게’를 냈다. 가게라고는 철물점과 백반집이 전부였던 동네에 노란 차양과 야자수로 꾸민 베트남 현지식 식당이 들어섰다. 아내와 직원 한 명으로 조촐하게 시작했던 이곳은 이제 손님들이 영업 30분 전부터 줄 섰다가 문이 열리면 뛰어 들어오는 ‘오픈 런’ 명소가 됐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이 없진 않았지만 손님이 꾸준히 늘어 최근 중식당과 이자카야(일본식 주점)까지 낼 수 있었다”고 했다. 남 씨처럼 낡은 주택가같이 임차료가 싼 지역에 새로 자리 잡은 ‘MZ세대 사장님’들은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매출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적극 활용해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가게를 내야 한다’는 창업 공식을 깨고 새로운 곳을 탐험하려는 손님들을 끌어들이고 있었다. 많은 자영업자들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것과 달리 MZ 사장들은 낮은 생산성에 시달리던 국내 자영업 지형을 바꾸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코로나19 잘 버틴 변두리 ‘MZ 사장님’23일 동아일보가 한국신용데이터와 함께 코로나19 확산 전후로 서울 시내 외식업 소상공인 매출을 분석한 결과 총 14개 동에서 신규 창업자 매출이 코로나19 발생 전보다 평균 26%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서울 시내 전체 외식업 소상공인 매출은 평균 30% 줄었다. 이는 2021년 3분기(7∼9월) 서울 시내 연 매출 10억 원 미만인 외식업 소상공인 매출을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3분기 매출과 비교한 결과다. 한국신용데이터는 전국 자영업자 90만 명의 매출, 현금 흐름 등 사업 데이터를 관리한다. 지역별로는 동대문구 제기동에서 창업한 외식업자 매출 상승률이 56%로 가장 높았다. 이어 ‘송리단길’로 불리며 최근 외식업자 창업이 활발했던 송파구 송파동과 낡은 철공소들이 있던 자리에 식당 카페 등이 생긴 영등포구 문래동 매출도 각각 47%, 43% 올랐다. 용산구 한강로동(39%), 동대문구 회기동(33%), 서대문구 홍은동(29%), 마포구 동교동(22%), 강남구 신사동(18%), 마포구 연남동(12%) 등의 매출 증가율이 높았다. 마포구 망원동(5%), 성동구 성수동(4%), 중구 신당동(―1%)도 코로나19 확산 이전 수준의 매출을 회복했다. 특히 이들 지역은 개업 시기에 따라 매출 격차가 컸다. 제기동 전체 외식업자 매출은 코로나19 이전보다 10% 줄었지만 신규 창업한 외식업자 매출이 56% 오른 게 대표적이다. 제기동 정릉천 바로 옆에서 와인바를 운영하는 박세현 씨(27)는 “서울 용산구 경리단길 월세의 4분의 1도 안 되는 싼 임차료와 아지트 같은 느낌에 꽂혀 가게를 냈다”고 했다. 그의 가게 주변엔 낡은 다세대주택과 기사식당, 자동차 정비소가 즐비하다. 그 흔한 프랜차이즈 식당이나 편의점도 없지만, ‘뜻밖의 장소’라는 매력에 SNS를 보고 찾아온 손님들로 붐빈다. 강예원 한국신용데이터 데이터비즈니스 총괄은 “개업 시기에 따라 매출이 유의미하게 엇갈리는 건 낙후됐던 기존 상권에 MZ세대 자영업자들이 새로 유입된 결과”라고 풀이했다.○ 창업 공식 거꾸로 쓰는 ‘마이웨이 개업’ 이처럼 MZ 사장들이 자리 잡은 지역은 임차료가 낮아 진입 장벽이 낮은 데다 노포(老鋪) 등 레트로한 분위기가 형성돼 끊임없이 이색 장소를 물색하는 소비자 취향과 맞아떨어져 인기다. 서울 중구 신당동은 한때 의류 도매시장을 중심으로 떴다가 쇠락했지만 최근 MZ 사장들이 나타나며 달라지고 있다. 노포와 낡은 빌라 사이에서 작은 와인바를 운영하는 이예슬 씨(29)는 “어릴 때부터 익숙한 동네인 데다 임차료가 낮아 선택했다”며 “SNS를 보고 온 젊은층뿐만 아니라 40, 50대 동네분들도 많다”고 말했다. 힙플레이스로 떠오른 한강로동 브런치 가게 주변엔 사람 한두 명이 겨우 다니는 다세대주택들뿐이지만 이 일대 카페나 와인바는 손님들이 영하의 날씨에도 밖에서 1시간째 순번을 기다리기도 한다. 2019년 이곳에 7평짜리 카페를 낸 이선행 씨(31)는 “월세가 가로수길의 3분의 2 수준”이라며 “최근 근처에 생긴 매장 대부분은 또래가 운영한다”고 전했다. 이승일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임차료 부담을 덜고자 일부러 낙후된 골목에 개업하는 MZ 사장들이 많아졌다”며 “유동인구가 적은 상권에서도 자신만의 콘텐츠와 디지털 역량을 갖춘 젊은 사장들이 코로나 타격을 비켜 나갔다”고 했다. 박대원 상가정보연구소장은 “‘목 좋은’ 상권에 가야 장사가 잘된다는 기존 통념과 달리 최근엔 입지가 달리는 지역에서 젊은층의 이색 브랜드가 성공하는 사례가 늘었다”며 “젊은 자영업자들이 신흥 상권을 형성하고 있다”고 했다.○ “좋아서 하는 일” 생계형 자영업자와 달라 MZ 사장들은 자신만의 이야기와 개성을 담아 전문성을 살리고 자신의 적성을 창업 아이템으로 발전시키기도 한다. 생계형 자영업자들과 차별화되는 대목이다. 2020년 샐러드 가게를 창업한 김광석 씨(35)는 조리고등학교와 조리 관련 대학을 거쳐 아프리카에서 KOICA 요리단원으로 활동했다. 일본어도 못 하는데 일본에 가서 스테이크 굽는 아르바이트까지 했다. 현재 그의 가게는 프랑스식 조리법과 튀니지 음식을 활용한 드레싱을 쓴 요리로 인기 있다. MZ 사장들의 홍보는 SNS가 맡는다. 김민아 씨(31)는 재작년 친할머니가 거주하던 신길동 주택을 개조한 카페를 냈다. ‘주택가 카페’로 입소문 나며 손님들이 일부러 찾아온다. 그는 “성수동, 연남동까지 안 가도 가까운 동네에서 카페를 찾는 수요가 있다”고 전했다. 자영업은 유연한 근무를 추구하는 MZ 사장들의 가치관에도 부합한다. 실제로 통계청이 1년 이내에 창업을 희망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지난해 창업 희망 사유를 설문한 결과 ‘하고 싶은 업종이 있어서’(27.3%), ‘시간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어서’(27.0%), ‘연령에 구애받지 않아서’(17.2%) 등이 꼽혔다. ‘취업이 어려워서’(13.7%)는 가장 낮았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MZ세대에게 일은 ‘자신이 원해서 하는 것’ ‘역량을 활용해 돈까지 벌 수 있는 것’이란 개념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최근 KB국민은행이 발간한 자영업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자영업자는 657만 명(2020년 기준)으로 국내 경제활동인구의 24.4%를 차지한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여섯 번째로 자영업자 비중이 높다. 김진영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를 계기로 ‘생계형 자영업’의 폐업률이 높아지면서 MZ 사장을 중심으로 자영업이 세대교체에 들어갔다”고 했다. 이승윤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자영업 시장도 이젠 자신만의 콘텐츠를 갖춰야 살아남을 수 있다”며 “자기 취향이 확고한 새로운 소비자를 겨냥해 독특한 브랜딩과 콘텐츠를 준비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뜨는 MZ사장님 모셔라”, 백화점들 ‘핫플’ 유치경쟁 “트렌드 최첨단… 고객에 이색경험”서울 서초구 방배동 주택가에서 수제 제과점을 운영하는 박소희 씨(33)는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에도 매장을 거느린 사업가가 됐다. 2019년 2000만 원을 대출 받아 시작한 그의 가게는 ‘이색 디저트’로 유명해지자 지난해 백화점 입점 제의를 받았다. MZ세대 사장님들은 백화점 등 유통 대기업들이 신규 점포를 낼 때 구애 1순위로 떠올랐다. 트렌드의 최첨단에 선 이들을 유치해 이색 경험을 원하는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경기 화성시 동탄신도시에 지난해 7년 만에 신규 점포를 낸 롯데백화점은 MZ 사장 가게를 유치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서울 마포구 연남동 디저트 가게 ‘파롤앤랑그’, 서울 성동구 성수동 미술공방 ‘성수미술관’ 등 대부분 MZ 사장이 운영하는 곳들이다. 백화점들은 직원 20여 명이 팀을 꾸려 소위 ‘뜨는 동네’를 매일 찾아다니면서 MZ 사장님들을 발굴하기도 한다. 김현우 현대백화점 바이어는 “지역의 골목상권 브랜드를 입점시키는 게 중요해졌다”며 “잘되는 MZ 사장 가게는 실력은 기본이고 트렌디하다”고 했다. 백화점은 대중적이라며 입점을 거부하는 콧대 높은 MZ 사장도 적지 않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MZ 사장들의 힙한 가게는 흔하지 않아 인기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MZ 사장들이 백화점을 무조건 반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사진)이 지난해 검찰에 두 차례 통신 조회를 당했다는 사실을 7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개했다. 정 부회장이 공개한 확인서에 따르면 KT는 지난해 6월 9일 서울중앙지검, 11월 8일 인천지검의 요청에 따라 정 부회장의 성명과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을 제공했다. 현행법상 정보수사기관은 재판, 수사, 형의 집행 또는 국가 안전보장에 대한 위해를 방지하기 위해 통신자료 제공을 요청할 수 있다. 정 부회장은 “진행 중인 재판, 형의 집행 등이 없으면 국가 안전보장에 대한 위해를 방지하기 위해 나의 통신 내역을 털었다는 얘기”라고 썼다. 정 부회장은 최근 ‘공산당이 싫다’ ‘멸공’ 등 잇따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게시물로 논란이 돼 왔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실리콘밸리 창업자들은 ‘저러다 망하는 거 아니야?’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과감하게 도전해요. 설령 망해도 책 한 권 쓸 정도의 경험은 남는다고 생각하거든요.” 최근 사석에서 만난 유학파 출신 스타트업 대표의 말처럼, 실패는 어떤 관점에서 대하느냐에 따라서 실패 그 이상이 된다. 적어도 ‘실패기’라는 새로운 콘텐츠라도 될 수도 있다. ‘스타트업의 거짓말’이라는 책에 따르면, 이렇게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패기로 창업에 뛰어든 스타트업의 80%는 3년 내에 망해버린다. 하지만 실패에 아랑곳 않는 문화적 토양 위에서 구글과 페이스북 같은 기업들이 탄생했다. 글로벌 유수 기업도 이런저런 실패가 많다. 아마존의 대표적인 굴욕은 4년에 걸쳐 개발했으나 출시 4개월 만에 참패를 인정하고 철수한 스마트폰 ‘파이어폰’이었다. 재고처리 비용에만 1억7000만 달러(약 2031억 원)가 든 역대 가장 값비싼 실패였다. 하지만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는 담당자에게 “단 1분도 파이어폰 때문에 낙담해서는 안 된다. 단 1분도 잠을 설치지 않겠다고 약속해 달라”고 말했다. 인사상 불이익도 물론 없었다. 구글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대형 프로젝트 구글 웨이브가 서비스 1년 만에 실패를 인정하고 공식 철수했을 때, 구글은 오히려 축하 파티를 열어줬다. 에릭 슈밋 당시 구글 최고경영자는 “웨이브의 실패를 환영한다”며 “구글은 성공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 힘든 일을 시도해 뭔가를 배우고 새롭게 적용하는 것을 절대적으로 반기는 회사”라고 추켜세웠다. 실리콘밸리 문화에서 ‘빨리 실패하고, 자주 실패하라(Fail fast, Fail often)’는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그들은 실패에 관대한 문화에서 태어났고, 끊임없이 다음 도전(혹은 실패)으로 나아가는 방식을 통해 혁신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때아닌 실패 예찬이 요즘 국내 유통업계에서도 화두다. 롯데와 신세계 두 수장이 최근 신년사에서 아이스하키 선수 웨인 그레츠키의 “시도조차 하지 않은 슛은 100% 빗나간 것”이란 말을 똑같이 인용하며 ‘실패 독려’에 나섰다. “실패는 뭔가를 시도했던 흔적”(롯데) “실패해도 좋다”(신세계)처럼 뒤에 이어진 메시지도 쌍둥이처럼 닮았다. 이커머스로 재편되는 시장에서 두 유통 공룡이 느끼는 절박한 위기의식이 그만큼 흡사했다는 뜻일 것이다. 한국은 이커머스의 소매시장 침투율이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소비시장 주도권이 온라인으로 넘어가는 추세는 훨씬 가팔라지고 있다. 아마존은 전문가들 예상보다 한 해 빠른 지난해 이미 월마트를 추월해 세계 최대 소매업체가 됐다. 새해 “실패하자”는 전통 오프라인 기업들의 부르짖음은 유통과 기술기업의 구분이 무의미해진 ‘뉴커머스 시대’의 단면을 잘 보여준다. 더 빨리, 더 자주 실패하며 성장하는 건 이제 실리콘밸리 테크 기업만이 아니라 국내 기업들에도 당면 과제가 됐다.박선희 산업2부 차장 teller@donga.com}

지금으로부터 2년 전, 한 대기업에서 1980년대생 최연소 임원을 발탁했다는 뉴스가 종일 화제가 됐던 때가 있었다. 또래 직장인 단체 대화방도 충격으로 떠들썩했었다. “일은 아랫것들이, 광(光) 파는 건 임원들이 하는 것 아니었던가. 어떻게 그 연차에 벌써 광을 팔고 다닌 건가” “퇴짜 맞은 임원 신년사 고치고 있던 내 손이 너무 초라해 보인다” 같은 반응이 쏟아졌었다. 이제와 돌이켜 보면, 그렇게 놀랄 일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올해 말도 주요 기업들이 줄지어 인사를 단행하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충격적이었던 젊은 임원이나 독한 세대교체는 올해 들어서는 혁신 인사의 필수 코드가 됐다. 기업들의 선택은 점점 더 과감해지고 있다. 네이버에서는 81년생 여성 대표이사가 탄생했다. 사장단을 모두 교체한 대대적 인사를 감행한 삼성은 30대 임원과 40대 부사장을 대거 발탁했다. SK그룹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40대 사장을 임명했고, LG그룹 인사에서도 신규 임원 중 40대가 62%를 차지했다. 기업들이 젊은 임원을 전면에 내세우는 데는 연공서열 타파, 조직문화 쇄신, 차세대 성장 동력 마련 등 다양한 이유가 있다. 주요 대기업의 3∼4세 경영이 본격화되면서 ‘젊은 오너’에 맞춰 임원 연령대가 전반적으로 하향 조정된 측면도 있었을 것이다. 어떤 이유에서든 ‘30대 임원, 40대 사장단’은 부인할 수 없는 조류가 됐다. ‘최연소’ 타이틀 하나쯤 없이 발표되는 인사가 오히려 낯설게 느껴질 정도다. 국내 기업들은 최신 트렌드에 민감한 편이다. 화제가 되는 좋은 사례가 있으면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한다. 한때 팀제 전환이나 식스시그마 도입이 유행했던 것처럼 얼마 전까지 다들 수평적 조직문화와 애자일 경영기법을 적용한다고 바빴다. 요즘은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이 대세다. 조직문화를 쇄신하고 MZ세대와의 소통에서 가교 역할을 할 젊은 임원을 두는 것 역시 크게는 이런 흐름의 일환으로 보이기도 한다. 연령대를 파격적으로 낮추는 것이 새로운 시대를 대비한 참신한 포석으로 이해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젊은 인사 그 자체가 유연한 기업 문화나 혁신을 보장해 주진 않는다. 어떤 베스트 프랙티스도 일률적으로 적용할 땐 효과가 없다. 보여 주기나 흉내 내기에 그친다면 더 그렇다. IT업계에서 ‘귤화위지(橘化爲枳·귤이 탱자가 된다)’란 말에 빗대 “실리콘밸리의 귤이 판교에 오면 탱자가 된다”는 자조가 떠도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현실에 맞는 정교한 적용이 있어야 효과를 본다. 인사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젊은 임원을 기용한 기업들은 저마다 해결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잡음이 불거졌던 곳도, 급변한 글로벌 환경에 맞춘 도약이 필요한 곳도 있다. 인사로 표출된 쇄신에 대한 갈망을 이들이 어떻게 풀어갈지 궁금하다. 연말에 연이어 전해지는 ‘젊은 인사’가 단순한 유행을 넘어 우리 기업들의 ‘진짜 혁신’으로 거듭나기를 바라 본다. 박선희 산업2부 차장 teller@donga.com}

“다음 중 휴가 때 보고 싶은 영화는? 말죽거리 잔혹사 vs 아수라.” 최근 쿠팡플레이 코미디프로인 SNL코리아에 출연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허를 찌르는 질문을 받고 웃음을 터뜨렸다. 알다시피 ‘말죽거리 잔혹사’에는 배우 김부선이 출연했고 ‘아수라’엔 대장동을 연상시키는 소장동 개발 비리가 등장한다. 눈을 땡그랗게 뜨고 질문을 던진 진행자는 인턴기자 주현영. 요즘 한국에서 제일 유명한 인턴이다. 정치인 인터뷰 코너인 ‘주 기자가 간다’는 줄곧 화제였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에겐 “저에게 막말 또는 화내실 예정인지 먼저 여쭤보고 싶다”고 질문했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교과서 같은 답변엔 “너무 좀 재미없다…”고 말끝을 흐리며 디스했다. 정치 논리를 떠나 “웃긴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 한편, “주 기자 언제 이렇게 성장했냐”는 감탄이 쏟아졌다. 그도 그럴 것이, 원래 주 기자는 SNL코리아의 한 콩트 속에서 어리바리한 20대 인턴기자 역을 사실적으로 소화해 유명해진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어색한 발성으로 여유 있는 척하다 매번 기본적인 답변도 제대로 못 하며 급격히 무너졌는데, 그 연기가 요즘 젊은 세대 특징을 실감나게 재현했단 평을 받았다. 모르는 걸 물으면 “제가 정한 게 아니다 보니 말씀드리기 조심스러운 부분들? 그런 사실의 관계? 일단 그런 게 있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둘러댔고, 그래도 수습이 안 되면 “나하고 안 맞는 것 같다”고 울먹이다 화면 밖으로 사라졌다. 첫 등장 영상은 600만 회 조회됐고, 상황에 맞지 않게 즐겨 쓰는 “일단은 좋은 질문? 지적? 감사합니다”란 말은 유행어가 됐다. 어리바리 신입이란 점에선 ‘미생’의 장그래와 비슷했지만, 장그래는 한없이 선하고 진중하며 무엇보다 너무 잘생겼다는 점에서 현실성이 떨어졌다. 주 기자는 훨씬 리얼했다. 한때 여성과 사회 초년생을 무능력 프레임 안에 가둔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의욕은 있으되 밑천이 없어 헤맸던 기억, 있어 보이려 애쓸수록 없어 보였던 경험은 성별과 세대를 초월해 모두에게 있다. 요즘 대중문화의 새로운 조류 중 하나는 이런 ‘하이퍼 리얼리즘’(극사실주의)이다. 특히 ‘찌질한’ 일상의 굴욕을 사실적으로 해부한다. ‘일의 기쁨과 슬픔’을 쓴 장류진 작가도 스크럼(실리콘밸리식 스탠딩 회의)을 아침 조회로 전락시키는 스타트업 대표나 오너에게 찍혀 카드 포인트로 월급을 받는 직장인 등 정보기술(IT) 업계 세태를 밀착 묘사한 ‘판교 리얼리즘’으로 유명해졌다. 미화의 필터 없이 일상의 디테일을 그대로 살린 콘텐츠로부터 폭소와 공감, 위안을 얻는 이들이 많아졌단 뜻이다. ‘밀레니엄’ 시리즈의 블롬크비스트 같은 특종 기자도, 펭수 같은 어록 제조기도 아니건만, 덕분에 이 어리숙한 인턴기자는 대세가 됐다. 현실이 팍팍해선지 미숙하던 캐릭터의 성장이 주는 대리만족도 컸다. 이 후보 편을 마지막으로 1시즌은 끝났지만, 모처럼 괜찮은 정치풍자와 실시간 성장 스토리를 동시에 지켜보는 즐거움이 이어지길 기대해본다.박선희 산업2부 차장 teller@donga.com}

직장인 정모 씨(31·여)는 최근 2㎏짜리 아령과 요가매트, 운동용 루프밴드 등을 구매했다. 처음에는 집 근처 퍼스널 트레이닝(PT) 전문점을 알아봤지만 신청자가 몰려 예약 잡기도 힘들었다. 정 씨는 “모처럼 타이트하게 운동하기로 마음을 먹은 만큼 홈트레이닝이라도 꾸준히 하려고 운동 도구들을 샀다”라고 말했다. ‘위드 코로나’ 조치로 단계적 일상회복이 시작되면서 보통 새해에 많이 팔리는 이른바 ‘결심 상품’들이 때이른 특수를 누리고 있다. 재택근무나 ‘집콕’으로 느슨해졌던 생활 패턴을 다잡으려는 이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10일 G마켓에 따르면 위드 코로나 시행 전후인 10월 28일부터 11월 3일까지 결심상품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최대 3배 이상으로 늘었다. 결심상품은 자기계발이나 건강 관련 목표 달성에 필요한 제품이나 서비스로 통상 새해를 앞둔 연말연시에 판매가 급증했다. ‘위드 코로나’ 결심 상품 중 가장 인기인 건 ‘확찐자’ 탈출에 도움이 되는 운동 관련 상품이었다. 10월 한달 동안 롯데마트에서 팔린 ‘러닝워킹’ 용품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0%가량 증가했다. 같은 기간 G마켓의 웨이트 기구 판매량 증가률은 226%에 이르렀다. 전형적인 새해 상품인 다이어리와 청소용품 판매량은 전년에 비해 각각 33%와 84% 증가했다. 다이어트와 면역력 관련 제품을 찾는 이들도 많아졌다. 영양제나 금연보조제 등을 통해 모임과 일상생활이 재개되는 시기를 대비하려는 것이다. 직장인 이경진 씨(25·여)는 지난주부터 계획보다 이른 다이어트에 나서며 닭가슴살, 그릭요거트 등을 구입했다. 이 씨는 “거리두기 장기화로 긴장감을 잃었는데 모임이 본격화되면 관리가 더 어려워질 것 같아서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고 하는 효소도 구입했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모 씨(40)는 “위드코로나 시기에 코로나19 확진자는 계속 늘고 있다”며 “앞으로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될 것 같은데 면역력을 높여 건강을 챙기기 위해 비타민을 사서 꾸준히 먹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초에 많이 찾는 자기계발 서적에 대한 관심도 예년보다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예스24에 따르면 이달 1~9일) 경제경영 서적(33%) 외국어(5%) 서적 판매량이 전년 동기보다 눈에 띄게 늘었다. 재작년 말부터 취업을 준비해온 신모 씨(28)는 최근 토픽과 오픽 관련 서적을 여러 권 구매했다. 채용을 축소했던 기업들도 위드 코로나를 계기로 다시 일자리를 늘리지 않을까 하는 희망에서다. 신 씨는 “구직 상황이 달라질 수 있는만큼 나태해졌던 마음을 다잡고 열심히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코로나19기간 내내 침체를 겪었던 헤어케어와 뷰티 용품 판매도 활기를 띄고 있다. 한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메이크업 제품 매출이 위드코로나 직전부터 전년보다 38%정도 늘었다”며 “마스크를 벗을 수 있단 기대감이 반영됐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웠던 코로나19 시기에는 다소 부족한 점도 양해가 됐지만 위드 코로나로 인해 사람들이 생활 전반에 다시 긴장감을 갖게 됐다”며 “코로나블루를 떨치고 더 나은 삶을 꾸리고 싶어하는 희망이 반영된 소비 흐름으로 풀이된다”고 진단했다. 이준영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코로나가 종식된 건 아닌 만큼 스스로를 관리하려는 트렌드가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위드 코로나 시대 최신 취업 트렌드를 반영한 국내 대표 일자리 박람회 ‘2021 리스타트잡페어’가 27일부터 다음 달 30일까지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동아일보, 채널A 주최로 올해 9회째 열리는 이번 행사는 ‘위드 코로나, 위드 일자리!’를 주제로 메타버스 채용설명회, 위드 코로나 시대의 채용 전략 특강 등 더욱 새롭고 알찬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올해 리스타트잡페어 공식 홈페이지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260개 기업과 기관이 온라인 부스를 마련하고 구직자들을 기다린다. 60여 개 대기업이 모인 온라인 기업관에서는 △롯데그룹 계열사 △LG U+ △삼성청년SW아카데미 △코웨이 △NH농협 △스타벅스 등이 채용을 진행한다. 특히 올해는 기업 규모와 성장성, 복리후생 측면에서 구직자들의 관심이 큰 20개 기업 관계자들이 27∼29일 ‘메타버스 채용설명회’를 개최한다. 사전 등록자들은 2층 규모의 리스타트잡페어 콘퍼런스홀에 입장한 뒤 각 기업이 준비한 ‘동영상 설명회’ 영상을 시청하거나 인사 담당자와 실시간으로 구직 관련 질의응답을 주고받을 수 있다. △포스코 △LG전자 △롯데지주 △현대백화점 △쿠팡 △우아한형제들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등이 참여한다. 사전 등록하지 못한 참가자들은 공식 유튜브 채널인 ‘2021 리스타트 잡페어TV’를 통한 시청도 가능하다. 중소기업 부스인 특별채용관에서는 정보기술(IT)과 4차 산업혁명 관련 유망 업종 중심으로 약 180개의 기업이 채용을 진행한다. 일자리 정책홍보관에서는 △고용노동부 △국방부 국방전직교육원 △여성가족부 △한국콘텐츠진흥원 등 정부 및 공공기관 18곳의 일자리 정책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위드 코로나 시대 일자리와 관련된 사연으로 공감과 위안을 나누는 ‘사연을 보내줘’ 이벤트는 홈페이지에서 29일까지 진행된다. 사연을 응모하면 추첨을 통해 에어팟(5명)과 신세계 상품권(20명)을 선물한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위드 코로나 시대 최신 취업 트렌드를 반영한 국내 대표 일자리 박람회 ‘2021 리스타트잡페어’가 27일부터 다음달 30일까지 온라인으로 개막한다. 올해로 9회째를 맞이한 이번 행사는 ‘위드 코로나, 위드 일자리!’를 주제로 유망 기업들의 메타버스 채용설명회, 위드 코로나 시대의 채용 전략 특강 등 더욱 새롭고 알찬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사전등록자, 사연 응모자를 대상으로 한 푸짐한 경품 이벤트도 마련했다. 올해 리스타트잡페어 공식 홈페이지(www.restartjobfair.com)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260개 기업과 기관이 온라인 부스를 마련하고 구직자들을 기다린다. 60여 개 대기업이 모인 온라인 기업관에서는 △롯데그룹 계열사 △LG U+ △삼성청년SW아카데미 △코웨이 △NH농협 △스타벅스 △우아한형제들 △한샘 △쌍용건설 등이 채용을 진행한다. 구직자들은 리스타트잡페어에 참여한 유망 기업들의 채용 정보를 얻고 입사 지원까지 할 수 있다. 중소기업 부스인 특별채용관에서는 정보기술(IT)과 4차 산업혁명 관련 유망 업종 중심으로 엄선한 약 180개의 기업이 채용을 진행한다. 일자리 정책홍보관에서는 △고용노동부 △국방부 국방전직교육원 △무역보험공사 △벤처기업협회 △여성가족부 △중소기업중앙회 △산업인력공단 △외교부 한국국제협력단(KOICA) △한국콘텐츠진흥원 등 정부 및 공공기관 18곳의 일자리 정책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올해는 리스타트 잡페어 최초로 기업 규모와 성장성, 복리후생 측면에서 구직자들의 관심이 큰 20개 기업 관계자들이 27¤29일 ‘메타버스 채용설명회’를 개최한다. 구직자들은 실시간으로 1000명까지 접속할 수 있는 2층 규모의 리스타트잡페어 콘퍼런스홀에서 캐릭터와 닉네임을 설정하고 입장한 뒤 채용 관련 상담을 할 수 있다. △포스코 △LG전자 △롯데지주 △현대백화점 △쿠팡 △우아한형제들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등이 참여한다. 다양한 경품 이벤트도 진행한다. 메타버스 설명회 참여를 원하는 구직자들은 26일까지 공식 홈페이지(www.restartjobfair.com)에서 사전 등록하면 된다. 사전 등록자 중 100명을 추첨해 갤럭시 버즈 또는 스타벅스 기프티콘을 증정한다. 사전 등록하지 않은 참여자들은 유튜브 ‘2021 리스타트잡페어TV’를 통해 행사 내용을 시청할 수 있다. 위드 코로나 시대 일자리와 관련된 사연을 통해 공감과 위안을 나누는 ‘사연을 보내줘’ 이벤트도 홈페이지에서 29일까지 진행된다. 사연을 응모하면 추첨을 통해 에어팟(5명)과 신세계 상품권(20명)을 선물한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국내 대표 일자리 박람회인 ‘2021 리스타트 잡페어’가 27일부터 다음 달 30일까지 열린다. 올해로 9회째를 맞이한 이 박람회는 일할 기회를 찾는 청년, 여성, 군인, 신중년 등에게 다양한 일자리 정보와 채용 기회를 제공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 박람회도 온라인으로 개최된다. ‘위드 코로나, 위드 일자리!’를 주제로 한 이번 행사는 메타버스와 인공지능(AI) 기반 채용 등 최신 취업시장 트렌드를 반영해 더욱 새로워졌다. 리스타트 잡페어 공식 홈페이지에는 역대 최대인 약 260개의 기업과 공공기관이 차린 비대면 온라인 부스가 마련된다. 60여 개 대기업이 모인 온라인 기업관에서는 △롯데그룹 계열사 △LG U+ △삼성청년SW아카데미 △코웨이 △NH농협 △쌍용건설 등이 채용을 진행한다. 구직자들은 리스타트 잡페어에 참여한 유망 기업들의 채용 정보를 얻고 입사 지원까지 할 수 있다. 중소기업 부스인 특별채용관에서는 정보기술(IT)과 4차 산업혁명 관련 유망 업종 중심으로 엄선한 약 180개의 기업이 채용을 진행한다. 특히 메인 행사 기간인 27∼29일에는 기업 규모와 성장성, 복리후생 측면에서 구직자들의 관심이 큰 20개 기업 관계자들이 ‘메타버스 채용설명회’를 개최한다. 구직자들은 실시간으로 1000명까지 접속할 수 있는 2층 규모의 리스타트 잡페어 콘퍼런스홀에서 캐릭터와 닉네임을 설정하고 입장한 뒤 채용 관련 상담을 할 수 있다. 올해 처음 선보이는 메타버스 설명회에는 △포스코 △LG전자 △롯데지주 △현대백화점 △쿠팡 △우아한형제들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등이 참여한다. 메타버스 설명회 참여를 원하는 구직자들은 26일까지 공식 홈페이지에서 사전 등록하면 된다. 사전 등록자 중 100명을 추첨해 갤럭시 버즈 또는 스타벅스 기프티콘을 증정한다. 사전 등록하지 않은 참여자들은 유튜브 ‘2021 리스타트 잡페어TV’를 통해 행사 내용을 시청할 수 있다. 일자리 정책홍보관에서는 △고용노동부 △국방부 국방전직교육원 △벤처기업협회 △여성가족부 △중소기업중앙회 △산업인력공단 △외교부 한국국제협력단(KOICA) △한국콘텐츠진흥원 등 정부 및 공공기관 18곳의 일자리 정책 정보를 얻을 수 있다. AI 기반의 서류전형과 비대면 면접 등 완전히 달라진 위드 코로나 시대에 적응하기 위한 강연과 취업 전략을 짜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강연도 준비됐다. 메타버스 전문가인 김상균 강원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메타버스, 산업과 삶을 바꾸다’를 주제로 강연하고, 상담학자인 권수영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장은 ‘마음에도 근육이 필요합니다’를 주제로 강연한다. 전경련 중소기업협력센터와 연계한 특강 ‘신중년의 인생 N막, 일거리 기획하기’ 등 중장년층 재취업자를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강연은 실시간 중계 외에도 행사 기간 동안 공식 홈페이지와 유튜브 채널을 통해 볼 수 있다. 일자리 관련 사연을 쓰는 ‘사연을 보내줘’ 이벤트는 홈페이지에서 29일까지 진행된다. 위드 코로나 시대 일할 기회를 찾고 있는 청년, 여성, 군인, 신중년들이 사연을 응모하면 추첨을 통해 에어팟(5명)과 신세계 상품권(20명)을 선물한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국내 대표 일자리 박람회인 ‘2021 리스타트 잡페어’가 27일부터 다음 달 30일까지 열린다. 올해로 9회째를 맞이한 이 박람회는 일할 기회를 찾는 청년, 여성, 군인, 신중년 등에게 다양한 일자리 정보와 채용 기회를 제공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 박람회도 온라인으로 개최된다. ‘위드 코로나, 위드 일자리!’를 주제로 한 이번 행사는 메타버스와 인공지능(AI) 기반 채용 등 최신 취업시장 트렌드를 반영해 더욱 새로워졌다. 리스타트 잡페어 공식 홈페이지(www.restartjobfair.com)에는 역대 최대인 약 260개의 기업과 공공기관들이 차린 비대면 온라인 부스가 마련된다. 60여 개 대기업들이 모인 온라인 기업관에서는 △롯데그룹 계열사 △LG U+ △삼성청년SW아카데미 △코웨이 △NH농협 △GS건설 △쌍용건설 △유안타증권 등이 채용을 진행한다. 구직자들은 리스타트 잡페어에 참여한 유망 기업들의 채용 정보를 얻고 입사 지원까지 할 수 있다. 중소기업 부스인 특별채용관에서는 정보기술(IT)과 4차산업 유망 업종 중심으로 엄선한 약 180개의 기업이 채용을 진행한다. 특히 메인 행사 기간인 27¤29일에는 기업 규모와 성장성, 복리후생 측면에서 구직자들의 관심이 큰 20개 기업 관계자들이 ‘메타버스 채용설명회’를 개최한다. 구직자들은 실시간으로 1000명까지 접속할 수 있는 2층 규모의 리스타트 잡페어 콘퍼런스홀에서 캐릭터와 닉네임을 설정하고 입장한 뒤 채용 관련 상담을 할 수 있다. 올해 처음 선보이는 메타버스 설명회에는 △포스코 △LG전자 △롯데지주 △현대백화점 △쿠팡 △우아한형제들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등이 참여한다. 메타버스 설명회 참여를 원하는 구직자들은 26일까지 공식 홈페이지에서 사전 등록하면 된다. 사전 등록자 중 100명을 추첨해 갤럭시 버즈 또는 스타벅스 기프티콘을 증정한다. 사전 등록하지 않은 참여자들은 유튜브 ‘2021 리스타트 잡페어TV’를 통해 행사 내용을 시청할 수 있다. 일자리 정책홍보관에서는 △고용노동부 △국방부 국방전직교육원 △무역보험공사 △벤처기업협회 △여성가족부 △중소기업중앙회 △산업인력공단 △외교부 한국국제협력단(KOICA) △한국콘텐츠진흥원 등 정부 및 공공기관 18곳의 일자리 정책 정보를 얻을 수 있다. AI 기반의 서류전형과 비대면 면접 등 완전히 달라진 위드 코로나 시대에 적응하기 위한 강연과 취업 전략을 짜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강연도 준비됐다. 메타버스 전문가인 김상균 강원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메타버스, 산업과 삶을 바꾸다’를 주제로 강연하고, 상담학자인 권수영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장은 ‘마음에도 근육이 필요합니다’를 주제로 강연한다. 전경련중소기업협력센터와 연계한 특강 ‘신중년의 인생 N막, 일거리 기획하기’ 등 중장년층 재취업자를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강연은 실시간 중계 외에도 행사 기간 동안 공식 홈페이지와 유튜브 채널을 통해 볼 수 있다. 일자리 관련 사연을 쓰는 ‘사연을 보내줘’ 이벤트는 홈페이지에서 29일까지 진행된다. 위드 코로나 시대 일할 기회를 찾고 있는 청년, 여성, 군인, 신중년들이 사연을 응모하면 추첨을 통해 에어팟(5명)과 신세계 상품권(20명)을 선물한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최근 두 곳의 오픈단톡방에 가입할 일이 있었다. 먼저 가입한 곳은 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에 적용될 정책에 반대하는 학부모 모임이었다. 멀쩡한 학교를 몇 년 동안 전면 개축할 거라는데 정작 재학생에 대한 대책은 없어 보여 마음이 급했다. 두 번째로 가입한 곳은 다니던 대형 스포츠센터가 돌연 폐업한 뒤 생긴 피해자 모임이었다. 최근까지도 신규 회원을 계속 유치하기에 방심했다가 연회비 절반을 떼일 처지에 놓였다. 누군가 오픈톡방을 개설하자마자 서로 연락처도 이름도 모르는 이들 수백 명이 같은 목적 아래 신속하게 집결했다. 하지만 일이 된다 싶은 건 거기까지였다. 이후로는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성격이 다른 두 곳의 대화 패턴이 흡사했다. 피해 호소와 비난이 쏟아지다가 누군가 문제 해결을 촉구하면 침묵이 길어졌다. 오픈톡은 익명의 군집일 뿐, 조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지금껏 어떤 문제를 공론화하고 해결하려던 평범한 사람들의 노력은 결국 이 지점에서 좌절됐다. ‘조직’ 없는 ‘조직적 대응’은 불가능했다. 답답함에 “일단 만나자”는 제안도 나왔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국에 생업을 제쳐두고 모이려는 이들이 많을 리 만무했다. 그런데 최근 스타벅스 직원들의 무(無)노조 트럭 시위가 이런 통념을 깼다. 경품 증정 행사에 몰린 인파로 큰 혼란을 빚은 ‘스타벅스 리유저블컵 대란’ 이후 이 회사 직원들은 익명의 직장인 커뮤니티에 모여 회사 측의 과도한 판촉 행사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창립 이후 22년간 노조가 없던 이들에겐 조직력, 집행력, 자금력이 모두 없었다. 하지만 인력 부족, 처우 등 근로 여건에 대한 문제의식이 모아지자 각종 플랫폼을 현명하게 활용했다. 간편송금앱으로 3시간 만에 모금했고 대행사를 통해 전광판 트럭을 구했다. 개선 요구사항을 띄운 트럭은 이틀간 서울 시내를 돌게 해 시위 효과를 높였다. 거대 노조가 “우리가 돕겠다”고 제안을 해왔지만 “필요 없다”며 퇴짜를 놨다. 이들은 다양한 플랫폼으로 ‘익명의 원격 지휘’만 총괄한 후에 ‘쿨’하게 해산했다. 틀을 깬 시위의 효과는 생각보다 금방 나타났다. 불과 열흘 만에 사측에서 채용 확대와 임금 개선까지 약속해 왔다. 만나서 통성명하고, 대표 뽑고, 조직부터 만들고 보는 전통적인 방식을 거부한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창의력에 플랫폼 기술이 더해져 가능해진 신선한 변화였다. 개인적이며 집단적이고, 수평적이며 조직적인 익명의 단체 행동이 가능해졌다. “세상을 바꾸자”가 스타트업 업계의 고전적 모토라지만, 실제로 새로운 세대는 기술을 활용해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방식으로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고 있었다. 문제의식을 가진 MZ세대가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기술 플랫폼은 어떤 기성 단체의 조직력보다 막강한 무기가 됐다. 며칠째 두 오픈톡을 지켜보며 ‘익명의 한계’니, ‘조직력의 부재’니 안 되는 탓만 하고 있던 걸 그래서 잠시 멈췄다. 보다 나은 답이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박선희 산업2부 차장 teller@donga.com}

명절 연휴 끝 온천 노천욕장에 모여 앉은 아주머니들이 수다 삼매경에 빠졌다. 다들 초면인데도 신세한탄과 남편 흉이 어우러지면서 이야기꽃이 피었는데, ‘말도 마라, 우리 집은 더하다’며 이어지던 수다 끝에 누군가 이렇게 말했다. “남편이 명절음식 지겹다며 뭐라는 줄 알아요? 간단히 김밥이나 싸 먹재요.” 다들 경악의 탄성을 내며 한마디씩 거들었다. “김밥이 간단하다고?” “자기가 먹기에 간단하겠지!” 웃음보가 터졌다. 그 남자들은 몰랐다. 입에 쏙 넣으면 그만인 김밥 한 줄을 말기 위해 우리의 어머니들이 얼마나 오랜 정성과 노동력을 쏟아왔는지. 우엉 껍질은 어떻게 깎아 손질하고 시금치는 어떻게 다듬어 데치며 계란과 햄과 당근을 어떻게 일일이 준비해 고슬고슬 갓 지은 밥 안에 넣고 야무진 손끝으로 말아내는지. 오래전 옆에서 주워들은 이 대화를 기억하고 있었다. 중국 작가 판샹리의 단편 ‘맹물 야채국’을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다. 외도로 가정을 떠났다가 돌아온 남자가 아내가 끓인 국을 모처럼 먹는다. 아내는 희멀건 국에서도 기막힌 맛을 냈는데 그는 그것을 ‘맹물국’이라 부르며 좋아했다. 그런데 다시 먹은 국 맛이 이상했다. 예전 그 맛이 아니었다. 왜였을까? 남자는 ‘진짜 고수는 물만 끓여도 맛을 내는 법’이라 믿었다. 하지만 사실 그 ‘맹물국’은 아내가 어렵게 구한 최상의 재료를 며칠씩 고아내 만든 것이었다. 그 사랑과 헌신에서 맹물밖에 못 봤던 그는 가정을 깼고, 이제 그에게 합당한 건 문자 그대로의 맹물뿐이었던 것이다. ‘아는 게 힘’이라고 하지만 음식에 있어선 좀 달랐다. 남자들은 상 위에 올라온 음식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에 대체로 무지했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작동한 독특한 ‘무지의 카르텔’이었다. 오랫동안 부엌은 여자들의 공간이었고 명절에는 특히 더 그랬다. 그 공간에는 남자들은 모르고, 알 필요도 없는 노동과 정치의 세계가 있었다. 아들에게 그 세계를 영원히 모르게 하고 싶은 어떤 여성(시어머니)은 때때로 악역을 맡았고, 또 다른 여성(며느리)은 너무할 정도로 눈치 없는 남편을 향해 눈으로만 레이저를 쏴야 했다. 세상이 변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많은 여성들은 명절 기간 부엌에서 사투를 벌인다. 최근 한 잡포털 설문에 따르면 올해도 기혼 여성 55%가 “추석에 스트레스를 느낀다”고 응답했다. 스트레스 요인으로 ‘불편한 시댁’(38%), ‘지출 걱정’(33%)에 이어 ‘음식 준비’(28%)가 올랐다. 분 단위 배달 경쟁에 셰프의 레시피를 그대로 재현한 밀키트가 넘치는 시대에도 여전히 먹는 문제가 여성을 옭아매고 있는 셈이다. ‘위드(with) 코로나’ 시대 명절을 슬기롭게 보내는 신예기는 바꾸고, 줄이고, 맡기는 것이다. 명절 음식에도 이런 변화가 필요하다. 무심코 먹어온 그 잡채, 그 나물비빔밥, 실은 절대로 간단하지 않다. 올해 추석에는 가족을 위해 부엌의 고된 노동을 묵묵히 견뎌온 분들의 노고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데우기만 하면 ‘딱 그 맛’을 내는 전문 간편식을 적극 활용해 보는 건 어떨까. 인간적으로 그 정도는 남자들이 하자. 박선희 산업2부 차장 teller@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을 계기로 가속화된 온라인화와 비대면 경제는 사회 전 분야에서 급속한 디지털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등에서의 기술혁신을 기반으로 한 활동이 일상화됐으며 메타버스(가상현실) 같은 새로운 플랫폼도 급부상하고 있다. 기존의 산업의 공식을 완전히 벗어나 디지털로의 체질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룬 기업만이 확고한 경쟁우위를 갖추고 차세대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시대가 열리면서 이제 디지털화는 특정 기업의 이슈를 넘어서 모든 기업의 공통 과제가 됐다. 주요 그룹과 기업들은 디지털화를 핵심 과제로 세우고 과감한 투자와 인수, 인재 육성 등으로 관련 역량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디지털 관련 투자 및 인수에 총력 주요 기업들은 그룹 차원에서 디지털화를 당면 과제로 내세우고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디지털 관련 기술 개발에 적극적인 투자를 감행하고 있다. SK는 4대 핵심 사업 중 하나로 첨단소재, 그린, 바이오와 함께 디지털을 선정하고 관련 투자를 본격화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등 글로벌 신기술 시장에 대한 투자를 통해서 미래 유망 영역을 선점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LG 역시 빠르게 달라진 기업환경과 소비자 트렌드에 발맞추기 위해 그룹 내 디지털 전환 역량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AI로 가전제품을 관리하고 배터리 수명을 예측하는 등 각 사의 디지털화 우수 사례를 공유하는 사내 시상식을 열고 디지털로 고객 가치를 창출한 사례를 그룹 내에 전파하고 있다. 롯데는 디지털 기반 기술로 고객 가치와 경험을 변화시키는 DT(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전략을 실행 중이다. 스마트 팩토리, 스마트 물류, 스마트 리테일로 이어지는 ‘스마트 에코시스템’을 구축해 그룹 전체의 디지털 혁신을 촉진하고 있다. CJ그룹도 빅데이터, AI 기반의 사업구조 고도화 등을 꾀하면서 식품, 물류, 문화를 망라한 전 사업 분야에서 디지털화를 적극 추진 중이다. 국내 최대 가공식품 공장인 CJ제일제당의 CJ블로썸캠퍼스는 모든 정보의 디지털화로 언제 어디서나 실시간 수집, 모니터링, 분석, 제어가 가능하도록 디지털 기반으로 설계됐다. CJ대한통운도 물류현장 자동화와 첨단화를 위해 관련 기술 개발과 적용에 주력하고 있다. LS그룹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을 그룹의 미래 준비 전략으로 정했다. 전통 제조업 분야에 AI, 빅데이터, 스마트에너지 기술을 접목해 디지털 기업으로의 변신을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계열사별로 추진 중인 디지털 전환 과제를 촉진하고, 애자일 경영기법 전파와 디지털 성공 사례 공유 등에 힘쓰고 있다. 관련 기업 인수나 설립으로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는 사례도 많아졌다. 현대차는 로보틱스,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전기차 등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서 최근 미국의 로봇 전문 업체인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했다. GS그룹은 디지털을 전환으로 미래 성장동력을 만들기 위해 실리콘밸리에 벤처 투자법인인 GS퓨쳐스를 설립했다. GS칼텍스는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 처음으로 참가해 미래형 주유쇼와 드론 배송 등을 선보이기도 했다. 디지털 신사업 개척과 관련 인재 육성 디지털 전환기에 놓인 기업들에는 지금까지 없었던 사업 모델과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디지털 반경을 넓히고 기술 인재 육성으로 관련 역량을 강화하는 것도 당면 과제가 됐다. 네이버는 고도화된 동영상 기술을 기반으로 한 라이브커머스로 온라인 쇼핑의 새로운 경험을 확산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네이버 쇼핑 라이브는 6월 말 기준 3억5000만 뷰를 기록했고 거래액은 2500억 원에 달한다. 쇼핑 라이브 특화 기술에 대한 꾸준한 투자를 통해 디지털 콘텐츠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카이스트와 3년여의 공동 연구를 통해 개인의 피부에 최적화된 파운데이션 컬러와 제형을 찾아주고, 제조 로봇이 즉석에서 제조해주는 이색 기술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랜드는 디지털과 온라인 대전환을 위해 온오프라인을 연결하는 새로운 업무 플랫폼을 구축했다. 인공지능을 활용해 매출 추이 등의 관련 정보를 직원들에게 알려주기 때문에 문서 작업을 최소화하는 대신 고객 가치에 보다 집중할 수 있다. KT는 디지코(Digico·디지털플랫폼기업)로 도약하기 위해 AI나 클라우드 등 디지털 분야의 미래인재육성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회사 내부에서 디지털 관련 분야로의 직무 전환을 희망하는 직원을 선발해 교육한 후 핵심 부서로 배치해 관련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MZ세대를 중심으로 최근 큰 인기인 메타버스를 적극 활용하는 곳도 많다. 롯데 하이마트는 메타버스를 활용해 자체브랜드(PB) ‘하이메이드’ 홍보관을 선보이는 등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새로운 쇼핑 경험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국내 1위 가구업체인 한샘이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매각이 성사될 경우 창업 51년 만에 주인이 바뀌게 된다. 13일 투자은행 업계 등에 따르면 한샘은 창업자이자 최대주주인 조창걸 명예회장의 지분 15.45%을 포함한 경영권을 매각하기 위한 협상을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IMM 프라이빗에쿼티(PE) 등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매각가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1조 원대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한샘은 2~3년 전에도 글로벌 PEF 칼라일, 국내 PEF인 MBK파트너스, CJ 등과 매각 논의를 진행했지만 가격 차이로 무산된 바 있다. 한샘이 이번에 매각을 추진하는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가구 및 인테리어 수요가 커지며 성장세가 가팔라지자 몸값을 높일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여기에 한샘이 경영권 승계 구도를 아직 결정짓지 못한 점도 거론된다. 올해 82세인 조 명예회장은 평소에도 가족 중 적임자가 없다면 경영권을 승계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조 회장 자녀들은 한샘 지분만 보유하고 있고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한샘은 조 회장이 1970년에 설립한 국내 1세대 가구업체로 부엌 아궁이 높이가 낮아 허리를 굽히고 일해야 했던 시절 국내에 ‘입식 주방’을 처음 도입해 주목 받았다. 1970~1980년대 아파트가 확산되자 건설 경기 호황에 힘입어 급성장했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집콕족’이 늘면서 지난해 연 매출은 2조 원을 돌파했고 영업이익은 930억 원을 나타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성주재단이 승일희망재단이 추진하고 있는 루게릭 요양센터 건립을 위한 기금 1000만원을 지원했다고 14일 밝혔다. 성주재단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사회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2009년 설립한 비영리 여성 복지재단으로 국내외 소외계층 지원 사업을 하고 있다. 승일희망재단은 지난 2011년 가수 션과 루게릭 환자인 박승일 전 농구 코치가 설립한 재단으로 루게릭으로 고통받는 환우와 가족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주력해 왔다.박선희기자 teller@donga.com}

LG그룹에서 계열분리된 식품업체 아워홈의 구자학 회장(92)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구 회장의 퇴진은 2000년 아워홈이 LG그룹에서 독립한 이후 21년 만이다. 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구회장은 지난 4일 열렸던 이사회에서 사내 이사로 재선임 되지 않았다. 구 회장은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셋째 아들이다. 당시 이사회에서 구 회장의 장남인 구본성 대표 이사 부회장이 대표이사직에서 해임됐고 유덕상 대표도 해임됐다. 대신 구 회장의 막내딸 구지은 전 캘리스코 대표이사가 두 언니와 함께 연대해 아워홈 단독 대표이사 자리에 앉았다. 아워홈 최대 주주는 구본성 부회장으로 지분 38.6%를 갖고 있지만 세 자매인 구미현(19.3%) 명진(19.6%) 지은(20.7%)의 지분을 합치면 59.6%로 더많다. 구 부회장의 해임에는 보복운전으로 차량을 파손하고 사람을 친 혐의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스타벅스코리아(대표이사 송호섭)는 생애주기별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열린 채용과 인재 양성에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장애인과 경력 단절 여성 등 취약 계층의 일자리 창출 활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해 오고 있다. 스타벅스는 장애인이 서비스직에 부적합하다는 사회적 편견을 깨고 2007년부터 장애인 채용을 시작했으며 현재 708명의 장애인(전체 임직원 4%)을 고용하고 있다. 차별 없는 승진 기회를 부여해 현재 51명이 중간 관리자 직급 이상으로 재직 중이다. 또한 장애인 인식 개선을 위해 2020년 장애인 편의시설을 강화한 서울대치과병원점을 오픈했다. 총 12명의 파트너 중 장애인 파트너 6명이 근무 중이다. 수익금 일부는 서울대학교치과병원 중앙장애인구강진료센터에 전달해 저소득층 장애인의 치과 수술비를 지원한다. 안정적인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기 위한 프로젝트도 지속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스타벅스에는 현재 1만8000명의 파트너가 근무 중인데 2025년까지 현재 인력의 30% 이상인 5500여 명을 추가 채용할 예정이다. 특히 장애인, 중장년, 경력 단절 여성 등 취업 취약계층 일자리를 강화해 전체 임직원의 10%까지 늘려갈 계획이다. 올해 3월 서울 중구에 연 스타벅스 ‘별다방’점은 스타벅스 취약계층 취업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장애인, 중장년 바리스타 등을 채용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코로나 시대 일과 휴식을 동시에 누리는 ‘워케이션(Workation)’이 유행하며 호텔이 생활의 공간으로 재조명받고 있다. 롯데호텔은 이런 변화에 발맞춰 지난달 30일부터 한 달 이상 장기 생활을 위한 ‘원스 인 어 라이프(Once in a Life)’ 패키지를 전국 16곳의 호텔에서 판매 중이다. 수도권 5성급 호텔 중 최초로 출시했던 이번 상품은 판매 첫 주 600실 이상이 팔리며 화제를 모았다. 전국적인 수요를 확인한 롯데호텔은 전 체인 호텔로 패키지 판매를 확대했다. 시그니엘 서울과 부산은 식음 혜택을 강화했다. 시그니엘 서울은 호텔 내 식음업장에서 사용 가능한 크레디트 100만 원을 포함해 롤스로이스 송영 서비스 1회(또는 발레 서비스 10회), 세탁 서비스 20% 할인을 제공한다. 시그니엘 부산은 식음 크레디트 30만 원에 세탁 서비스 30% 할인 등을 더했다. 롯데호텔 제주는 패밀리 트윈 또는 온돌룸을 1박당 26만4000원부터 판매하고 조식, 세탁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롯데호텔 울산은 식음료를 시간별로 즐기는 클럽 라운지 1인 혜택 등을 제공한다. L7호텔과 롯데시티호텔은 30박 상품을 유럽행 왕복 항공권 가격 수준인 최저 165만 원부터 선보여 실속파 소비자를 겨냥했다. 5성급 롯데호텔의 가상현실(VR) 기기 대여 서비스, 친환경 소비 트렌드에 맞춘 드라이브 스루 비건 도시락 등 이색 서비스도 늘렸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장기생활형 상품을 비롯해 달라진 라이프스타일을 겨냥한 다양한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